어물쩍 연주

잡기장

오늘은 어디 안나가고 집에서 이런저런 일을 많이 했다. 지난 2주간 온갖 연대주점, 후원의 밤을 돌았더니 지갑은 비고, 약속은 넘친다. 꽤 많은 일을 처리했지만 여전히 독촉에 시달린다. 훗. 독촉에 짓눌리지 않을테다. 적어도 스스로는. 그래도 몇 가지는 계속 맘에 걸려. 너무 늦어진게 두 개 있거든. 

 

왜케 늦어질까? 사실 그걸 하기 위한 과정중에 내가 잘 못하는 게 있는데, 그걸 의식하니 그 일 전체가 "시간이 필요한 일",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로 각인되서 다른 일이 많으면 자꾸 자꾸 슬금 슬금 뒤로 미루는거야. 특히 그 일이 시급을 다투지 않으면. 물론 모든 일이 다 나름 중요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기준으로 판단을 하면서 그 막힌 일들이 "사실은 아주 급하고 중요한 건 아니잖아"라고 날 속인다. 

 

근데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 사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꽤 오래 전부터 있는데, 이런 저런 일때문에 그걸 계속 미루다 보니 이젠 그런 일들 전부가 "발목잡는" 일처럼 느껴져서 하기 싫은 건 아닐까. 그 다음 또 드는 생각은, 사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본격적으로 하면 지금의 내 삶이 정말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것을, 내 스스로 완전히 그것에 몸을 던질 것을 알기에 괜히 다른 일을 안하고 두면서 회피하는 건 아냐? 하여튼 생각은 늘 끊이지 않는다. 어쨌든 오늘 여기까지 파악했으니 더 이상 무의식적으로 도망갈 곳이 없어. 곧 끝난다. 대신 "꼭 하고 싶었던 일"들을 일단 시작은 먼저 해 놓고 밀린 일을 하기로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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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싸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다보니 (물론 하루 종일 방바닥에 누워 며칠간 다운받아 놓은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것도 좋아하지만. 왜케 난 삶이 극과 극인지) 좀이 쑤셔 저녁에 집을 나섰다. 어디로 갈까. 컴퓨터 수리 요청 받은 곳이 떠올라서 거기나 가볼까~ 문자 넣어보니 고쳐졌단다. 몇 사람 더 문자 보내고 전화해 봤는데 다 딱히 만날 상황이 아니네. 그래, 이럴땐 도서관에 가는거야. 차가 빨리만 오면 잘하면 대출도 가능하겠어. 근데 왠걸 자전거 타고 가다 신호등마다 걸리듯 계속 이런 저런 일이 이동 중에 생겨 9시가 다 되서야 도서관 도착. 

 

도서관에 도착하면 으레 자판기 커피부터 마셔준다. 자판기 커피 중독자로서 거금 400원을 꼬박 꼬박 지하철 탈때마다 내는 지각생에게 250원 커피는 뽑을때마다 감격이다. 250원 커피를 뽑는 순간의 10%는 '아.. 예전에 학교 다닐때 참 커피 값이 착했지. 100원에서 150원, 200원 오를때의 아픔이 떠오르는구나..' 이런 생각을 한다. 시험 시즌인지 열람실에 중고등학생들이 바글바글해서 잘 안가던 5층까지 가니 거기도 바글바글, 다정한 청춘들. 신문이 있길래 좀 봐주고, 다른 층을 뒤져 겨우 자리 하나 발견. 

 

모처럼 컨디션이 괜찮은 날이라 연습장을 꺼내놓고 자유 연상 시작. 도서관에 오면 좋은 것 중 하나는 컴퓨터를 오래 손 놓고 있으면서 지적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던 이렇게 메모장에 줄줄 낙서하던. 흠. 간만에 하니 참 재밌다. 앞으로 뭘 할지 생각이 마구마구 이어진다. 결국 도서관에 가서 책은 딱 두장보고 커피-신문-낙서-사람구경만 하고 나왔다. 어디로 갈까나.. 여기서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컴퓨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곳이 MWTV구나. 해방촌 오거리쪽으로 향한다. 가다보니 MWTV에 해줘야 할, '너무나 밀린' 일이 떠오른다. 가볍게 발걸음을 90도 회전해서 '빈집-아랫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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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에 와서 빌려간 우산 갖다 놓고, 옥상에 올라가 내 짐 좀 정리하고 보니 기타가 놓여져 있다. 의자 바로 옆에 있는 기타. 누군가 요즘 밤에 홀로 연습이라도 하는걸까? 지금 아랫집에 있는 사람 중에 기타 치며 노래하길 즐기는 사람은 딱히 없는 것 같은데. 모처럼 나도 아랫집 옥상에서, 기타를 잡고 의자에 앉아 본다. 가볍게, 즐겨 하던 레파토리 시작. 

 

컨디션이 좋다는 게 이런 걸까. 내 연주가 어설프다는게 확 느껴진다. 사실 늘 어설펐는데 그 동안 어물쩍 넘기고 목소리로 커버하는 식이었다. 웅~ 자신있게 치라고! 정신 집중해서 확실하게 잡고 친다. 첨에는 기타만 쳤는데 점점 노래가 부르고 싶다. 마지막은 '간절히'와 '일어나'. 우오오~ 내 목소리가 이렇게 우렁차고 청아하게 나다니!! 간만에 맘에 흡족한 노래와 기타 연주. ㅋㅋ 

 

그 동안 내가 노래하는 모습 보며 '라브' 등은, 지각생은 노래 부를때만 안 어설프다고 말하기도 했다. 언제부터인지 삶의 전반적인 순간들을 멈칫 멈칫 망설이고 주저하고 어설프게 행동해 왔다. 그 어설픔의 절정이 발휘되는 것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하는 행동. 그래서 지금껏 제대로 연애 한번 못하지 않았던가!! 그래, 내 삶의 연주, 이제는 좀 덜 어설프게 해보자.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러~어어엄~~~~~~" 증산동 집에 돌아오며 내가 커지는 상상을 했다. 내가 점점 안에서부터 부풀어올라 주변을 가득 메우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다른 걸 밀어내는 건 아니다. 계속 커지면서, 아니 내 밖으로 나오면서 날 둘러싼 모든 것들과 접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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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 스스로 하지 못하면, 그리고 다른 이의 말 속에서도 그걸 발견하지 못한 채로 오래 지속되면 마음의 병이 꼭 생기는 것 같다. 요 몇달간 그렇게 끙끙 앓고 있었는데 요즘 들어 하나씩 자연히 풀려간다. 내 스스로 언어화해서 표현한 건 아니지만, 아니 사실은 어떻게든 무형의 언어로 표현해서 다른 이에게 전달된건진 모르지만 날 둘러싼 상황이 조금씩 바뀌어가면서, 꽉 막혀 있던 답답함이 조금은 시원해지면서 움츠려들기만 하던 내가 다시 내 안과 밖의 경계지점, 거기에 가깝게 서게 된 것 같은 느낌?? 

 

어쨌든, 역시나 봄이구나. 바람이 부는 봄.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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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8 01:34 2010/04/28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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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브 2010/04/28 08:41 URL EDIT REPLY
그런 '망언'을? ㅋㅋ 노래할 때 말고도 분명 안 어설픈 순간이 많을 거야!
지각 | 2010/04/29 19:09 URL EDIT
망언은 아님 ㅋㅋ 근데 이걸 왜 메인에 -_-
마리화나 2010/04/30 08:41 URL EDIT REPLY
저도 마음의 병으로 끙끙 앓고 있었는데, 여전히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고, 다른 이들의 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서 곤혹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이것도 언젠가 자연스럽게 하나씩 풀려갈까요? 역시 노래를 불러제껴야 하는 것인가요 ... ^^;
지각생 | 2010/05/03 01:09 URL EDIT
저와 같군요. ㅋㅋ 결국 모든 사람이 정도는 달라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조급해하지 않으려 애쓰는 중입니다. 잘 안될때가 많지만요. 일단 스스로 병이 안되게 하는게 중요할 듯. 노래도 좋지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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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IT품앗이 활동에 함께 해주삼

비영리단체 IT지원

"사회단체 무료 IT출장지원서비스"를 그냥 NGO IT품앗이 활동이라 일컫기로 했습니다.

 

이 서비스의 특징은, 그냥 모든 사회적 소수/약자 일반에 대한 일방향의, 시혜적 지원이 아니라

* 적극적 사회변화 움직임에 포커스를 맞춰 지원하고 (그래서 지금 NGO를 대상으로 하고)

* 일방향이 아니라 서로 힘을 얻고 배우는 걸 지향하며 (그래서 "품앗이"라 했고)

* 일회성 시혜 행사가 아니라 NGO 활동가들이 스스로 자신있게 앞으로의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게끔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고쳐주고 끝~이 아니라 교육과 상담을 강조)

* 멀리 있다 가끔 와서 "일반적인 언어"로 교육하고 사라지는게 아니라, 바로 옆자리, 옆방, 옆건물, 옆동네에 있는 것 같은 관계를 만들고자 함입니다.

 

말 만드느라 힘들었는데 (지금 품앗이 왔다가 마침 이 단체 1주년된 날이라 빼갈 석잔을 들이켰다는 ㅎㅎ *^^*)

 

이 글을 볼 분들이 함께 할 방법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NGO 활동가라면

 - 그동안 묵혀두었던, 단체 사무실 안팎의 IT관련한 문제점들을 꺼내어 "NGO IT품앗이" 서비스를 신청합니다.

 - 지금 당신의 어려움이 좋은 사례가 되어 다른 활동가의 어려움을 쉽게 해결하는 단초가 됩니다.

 - 특히 노동운동 관련 단체라면 뭔가 IT노동자에게 도움될만한 어떤 자료라도 공유해주시면 좋습니다.

 

* IT노동자(기술자)라면 다음 중 한가지를 지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주말 혹은 아무때나 가능한 시각에 지각생과 함께 IT품앗이 서비스를 같이 다니시던가

 - 홈페이지 / 웹사이트 트러블 해결 그룹

 - 각종 참고 문서/ 매뉴얼 번역 그룹 (외국어-> 한국어 뿐 아니라, 이미 번역된 자료를 쉽게 다시 쓰는 작업도 포함합니다)

 - 온라인 상담 그룹 : 이걸 함께 할 분이 계시다면 당장 게시판 하나 열어서 사회단체의 IT분야 담당 활동가들의 상담 창구를 마련.

 - 정기적 IT교육 : 눈높이에 맞춘 교육 방법에 대해 함께 연구/토론하고 쉬운 교육 자료 만드는 작업, 실제로 지역/영세 NGO/노조 대상으로 강의할 분들 연락 부탁.

 - 기타. 뭐든 새로운 걸로 어떻게든 NGO와 관계 맺고 싶은 분들.

 

* 그 밖의 모든 분은

 - 집이나 직장 혹은 주변에 남는 IT관련 장비들이 있으면 제보해 주세요. PC/부품, 모니터, 네트워크 장비(랜선부터 허브, 공유기까지), 등등

 - 거주하는 지역이나 직장 근처에 마음에 맞는 사회단체가 있다면 이 품앗이 서비스가 연결 고리를 만드는데 도움을 드립니다.

 - 공간, 이동 수단 지원도 환영합니다. 컴퓨터 교육장, 부품 보관/수리 공간, 자원 재분배를 위한 이송.

 

좀 더 그럴듯하게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올리려 했지만 언제 그럴 수 있을까? 차차 하기로 하고 일단 짧은 말로 올립니다.

 

IT품앗이 서비스는 IT노조(http://it.nodong.net )가 공식 지원합니다. (사업 계획서 하나 내라고 했는데 아직 안하고 있을 뿐 -_-)

정보통신활동가 네트워크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여러 활동가들도 있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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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9 18:51 2010/04/1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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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스 2010/04/20 00:46 URL EDIT REPLY
감사합니다~ 저도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남는 랜선이나 또는 허브나 이런 게 있으면 적극 수집하여 같이 하겠습니다.... 그리고 일 때문에 반길 시간이 적어서 아쉬웠는데, 실은 참 반가웠습니다~^^
지각생 | 2010/04/20 19:53 URL EDIT
ㅎㅎ 리우스 오랫만에 만나서 저도 반가웠삼 사당 근처 가면 들를께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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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변종의 변종

SF

IT노동자가 작품속에서 어떻게 그려지나 쭉 찾아보려고 영화를 여럿 구해서 밤마다 보길 몇 주째.

정신없이 긁어 모으다 보니 "스크리머스"란 영화가 보인다.

이젠 많이 알려진 필립 K.딕의 소설 "두번째 변종"을 원작으로 1995년에 만들어진 영화가 있는데, 작년에 새 버전이 나왔다. "헌팅"이라는 부제를 달고.

 

보고 난 소감은.. 음.. 한 줄로 말하자면 만든 사람을 "헌팅"하고 싶다. 놀라운 반전의, 많은 생각꺼리를 주면서도 늘어짐 없는, 심지어 짧고 재밌는 원작소설을, 두 번에 걸쳐 영화로 만들었는데 왜 다 이모냥이냐... ㅡ_ㅡ 제 멋대로 몇장면 꼽아가며 얘기해볼테니 각자 판단해보시길. 원작소설 "두번째 변종"은 얼마전에 나온 SF단편집에 있으니 구해보긴 어렵지 않아요.

 

우선 소설과 공유하는 기본 설정은,

* 전쟁 중에 갈고리 형태를 기본으로 하는 살인기계로봇이 만들어짐

* 특정한 신호를 보내는 (영화에서는 "나 죽었음"이란 신호를 보낸다고) 장비를 갖고 있음 공격 안함. 그 밖에는 자비 없음

* 완전 자체 자동 생산, 지하 기지에서 기계가 스스로 모델을 개선해감.

 

소설과 다른 전제는,

* 배경이 지구가 아님. (원작은 지구에서 두 거대 세력의 대립.. 짐작하죠? 필립은 몇 십년 전 사람)

* 그런만큼 좀 더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듯.

 

첫번째 영화가 많이 아쉬웠지만 'SF소설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대개 그렇지'하며 그냥 가볍게 넘겼는데 십여년 이후 다시 만들어진 영화는 좀 다르지 않을까.. 싶어 기대를 하며 봤다. 영화 시작 장면은 왠 사람들이 어디론가 이동하다 살인기계로봇(스크리머스)의 습격을 받는다. (잔인한 장면 꽤 있음)

(어랏. 좀 강하게 나오네. 그래도 소설 처음 읽을때처럼 뭔가 긴장감은 있군. 95년판과 CG말고도 좀 많이 달라야할텐데.. )

 

그래도 다행히 한명이 살아서 목적지에 도착하고, 지구로 구조 요청을 보낸다. 이 행성의 모든 사람이 죽은 줄 알았던 지구 정부 연합(?)은 7인으로 구성된 특공대를 파견. 2달의 동면을 거쳐 목적지 별에 도착한다.

 

아.. 그러나 지각생처럼 과도한 기대를 갖는 사람이 있을까 염려해서 금방 마음을 놓고 즐기게 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아니 대체 이 "특공대"는 뭐하는 사람들이길래, 이런 위험천만한 임무를 맡기면서 목적지 다 와서야 임무를 설명하는것이냐.. 난 혹시 이들이 "두려움을 전혀 모르는" 전투의 달인들인가 했는데 계속 봐도 그런 면모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임무 직전에, 다시 한번 최종점검을 하는거겠지.. 했지만 계속되는 대화 장면들은 아무리 그렇게 보려고 보려고 보려고 해도 여유있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아니었다. 긴장한 얼굴들,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 아.. 나도 믿을 수 없다. 두번째 영화도.. 뭔가 아닌것 같다..

 

훌쩍. 마음 수양이 덜되어 쉽게 분노하고 좌절하는 건 내 마음일뿐. 다른 분들은 어케 느낄지 모르죠. 어쨌든 도착해서 생존자를 찾으러 특공대가 움직인다.

 

지하 공장. 여기서 기계들이 스스로 진화하며 자동 대량 생산을 하는데, 에너지가 딸려 잠시 쉬던 중. 그런데 이 특공대 중 한녀석이 (네 이런 사람 꼭 한명씩은 있어야죠) 딴 짓하면서 이들을 일깨운다.

 

생존자와 처음 만난 특공대는 오히려 그들에게 공격을 당한다. 지구에서 왔다는 말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스크리머스가 자체 진화한 새로운 타입의 기계로봇이 사람의 형상까지 하고 있기 때문.

 

어찌어찌하다보니 사람들을 6일 안에 안 구하면 이 행성이 운석들 때문에 쑥대밭이 된다 하고.. 서둘러야 하는데 특공대가 나간 사이 우주선은 스크리머스에게 털려서 연료 못 구하면 못 뜨게 되고.. 그래서 상종하기 싫은 "생존자"를 다시 만나러가고..

우연히 이 4차원 소녀를 구해준 걸 계기로 생존자의 아지트에 들어가는데..

뭘 썰다 왔는지 모를 낫으로 생살을 찢어 "피남.. 인간 인증"까지 해서 겨우 서로 인간임을 확인한다.

 

(이제부터 좀 혐오스런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저도 이게 싫었습니다. 필요 없이 기계들을 혐오스럽게만 만들어서 뭔가 감정이입같은걸 못하게 함 -_-)

 

그런데 참.. 위험한건 잘 숨겨놓던가 아님 외부인에게 미리 설명을 좀 하덩가, 아예 글로 못가게 하덩가 해야하는데 대체 이 생존자들은 지금껏 그런 정신으로 어떻게 살았는지 헐렁헐렁 이 외부 손님에게 "위험한 존재"들을 접하게 한다. 또 이 외부의 구원자는 무슨 오지랖인지 잘 알아보지도 않고, 지들 멋대로 시스템을 훼손해 가며 어쭙잖은 정의심을 발휘해서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 대체 이들이 여기에 사람을 구하러 온건지, 멸망시키러 온건지. 멈춰 있던 공장을 가동시키지 않나, 기껏 생포한 스크리머스를 풀어 주어 남아 있던 생존자를 거의 몰살시키지 않나 -_-

 

덕분에 드뎌 존재를 드러낸 인간형 스크리머스들. 어, 근데??

좀 놀라는 분도 있을텐데.. 죄송요. 좋은밤 되세요. 근데 사실 영화볼땐 안 무서웠어요. ㅜㅜ 도대체 V (2009)의 파충류 외계인처럼 안구 회전술을 쓰는 건지.. 기껏 인간과 똑같이 만들어놓고 왜 싸울때는 저리 되나요 ㅜㅜ

왠지 스타크래프트의 캐리건'님'을 떠올리게 하는 이 분들의 포스.. ㄷㄷ

아.. 사진은 그만 올릴게요. 그냥 보면, 뱀파이어 영화에서 좀 나와주시던 모습들하고, "기생수" 만화에서 우정 출연해주신 것 같은 분들이 좀 나옵니다.

 

역시나 목적지 다 와서야 임무 설명할때 예상한대로, "생각 실험"이라는 과학(혹은 '사변') 소설 SF를 영화화하면서 그냥 단순한 볼거리, 그나마도 참 안습인 B급 호러 영화로 가는 것 같습니다. 소설을 본 사람에게는 정말 너무나 뻔히 예상되는 진행, 왠만한 영화에서 흔히 나온 장치들. 긴장은 계속 풀려만 가고.. 아.. 소설 마지막에 주인공이 너털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 그 장면의 감동을 역시 영화에서 기대한 것은 무리였나봅니다.

 

흠. 그럼 난 이걸 왜 쓰는거지? 화가 나서? 흠 그런거였나 -_- 내가 생각하는 좋은 SF는 거의 대부분 다 읽고 났을때, 인간에 대해, 나와 다른 존재들, 관계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주고, 평소에 하기 힘들었던 과감한 상상을 하게 해준다. 하지만 SF영화중에서는, 그렇게 해주는게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되는 듯.

 

아.. 까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 안되겠다. 내 성격 이상해진거 다 드러나겠음. 이 영화에서 가장 공포스러웠던 건 마지막 장면.

제발.. 속편 나오지 말아라 ㄷㄷㄷ

 

네 소설 재밌습니다. 소설을 보셔요. 반전 정말 끝내줍니다. 그리고 SF 영화만드시는 분들. 수고 많으시긴 한데, 기왕이면 한탄의 눈물이 아니라 감동의 눈물을 좀 쏟게 해주면 안될까요? ㅜㅜ

재밌고 박진감 넘치면서도 끝나고 나면 많은 생각꺼리를 남겨 주는 수많은 SF들. 그냥 충실히 원작대로 만들면 뭐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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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9 03:02 2010/04/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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