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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인 집회 문화?

  • 등록일
    2004/10/07 12:56
  • 수정일
    2004/10/07 12:56

* 이 글은 핀트님의 [나를 우리를 현재를 돌아보다....]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연속되는 트랙백을 보면서 우리의 집회 문화를 되돌아 본다. 사실 처음은 아니다. 집회는 과연 참석한 대중들이 적극적으로 발언하면서 소통하교 교류하는 공간이 되고 있는가. 현실의 집회는 과연 그러한가? 으레 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민중의례와 사회자의 발언, 가끔씩 부르는 투쟁가와 대회사, 투쟁사, 연대사 그리고 투쟁결의문 낭독까지 체계적인 순서로 정형화된 형식 속에서 투쟁의 의미는 어떻게 발현되는가. ...

 

특히 민주노총 주최의 노동자 집회에서 이런 것들을 많이 느낀다. 집회 때는 연사들이 나와서 하는 소리 가만히 듣고 있다가 행진이라도 시작해야 좀 숨통을 트면서 우리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현실. 철저하게 짜여진, 혹은 통제된 순서 속에서 다양한 발언과 문제제기 - 특히나 전투적인 입장이나 아래로부터의 문제제기, 성폭력에 대한 지적과 시정요구들! - 들은 입막음 당하기 십상이다. 이쯤되면 확실히 뭔가 뒤바뀌었다. 사람이 '동원'되는 집회는 우리에게 필요 없지 않은가.

 

나 역시도 직접 집회를 기획해 보았고 사회를 보기도 했지만, 막상 집회 발언 배치와 사회자 발언을 통해 집회 참가 대중에게 내용을 선동하는데만 골몰했지, 참가 대중으로부터의 발언을 이끌어 내면서 후배들에게 집회라는 공간에 대해 설명했던 - 투쟁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면서 결의를 모아나가고 직접 싸우는 장 - 그 모습을 이끌어 내는 고민은 정말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유연하고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일단은 마이크를 개방해야 한다. 지정된 연사들만이 아니라 발언을 하려는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작년 시청 앞의 노동자대회 때, 미리 지정된 것이긴 했지만, 모든 노동자들의 귀를 끌어당긴 것은 민주노총 위원장의 발언도 아니요, 민노당 대표의 발언도 아니요, 투쟁하는 현장조합원들의 발언이었다. 그리고, 가끔 집회 때 검은 옷을 입은 분들이 분필로 땅바닥에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적는 걸 보았는데 그것도 참 좋다. 아예 집회하고 행진하지 말고, 행진을 먼저 하고 정리집회를 하는 것은 어떨까? 단숨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없겠지만, 이런 고민들이 우리를 관성으로부터 끄집어 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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