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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9
    운동사회 성폭력 생존자들, 그녀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나은
  2. 2009/10/04
    나는 왜 매일 지지모임 카페에 접속할까?(1)
    나은

운동사회 성폭력 생존자들, 그녀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 등록일
    2009/10/09 11:49
  • 수정일
    2009/10/09 11:49

<민주노총 김00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지모임이 전하는 두번째 글>

 

운동사회 성폭력 생존자들, 그녀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나랑

 

 

조두순 성폭력 사건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차마 스크롤을 내리지 못했다. 기사를 자세히 읽고 싶지도 않아 그냥 대충 읽고 인터넷 창을 닫아버렸다.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성폭력 사건을 떠올리는 것, 다른 생존자의 감정에 나를 이입시키는 것을- 의식이 알아차리기 전에 나의 몸이 먼저 거부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분노가 끓어오를 때에도 반가운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 분노는 오래 가지 않을 거야. 분노는 한 순간이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생존자의 고통을 저들이 알까’, ‘어린이가 아니라면 그만큼 끔찍하지 않다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을까.’ 나의 몸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민주노총 김00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몸으로 반응한 사람들은 아마 운동사회 성폭력 생존자들이 아닐까 싶다. 그 소식을 접했을 때 그녀들은 어땠을까. 외면하고 싶음으로, 아물어가는 자신의 상처가 또다시 후벼 파이는 아픔으로, 생존자에 대한 가슴 절절한 공감과 불면의 밤들로 그녀들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녀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만나보고 싶다. 운동을 떠났다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운동을 계속 한다면 치유의 시간과 공간을 가졌는지 아직도 아픈 건 아닌지, 그녀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그리고 묻고 싶다.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마음 속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이 아픔, 도대체 끝은 있는 건가요?” “운동을 그만두고 나서도 사라지지 않는 죄책감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녀들은 답을 알고 있을까.

 

 

지난 7월에 피해자 지지 모임을 만든다는 공지를 보고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고 싶어서 첫 모임에 갔다. 내가 먼저 고통과 치유의 과정을 겪었기에 다른 어떤 사람보다 생존자의 상태를 잘 알고 있고, 그만큼 힘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나는 노동운동을 그만두었고 어떤 단체에도 소속되지 않은 개인이었기에,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노동운동 판에 개인으로 참가한다는 건 소심한 나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생각조차 없었다. 한 마디로 눈에 뵈는 게 없이, 그녀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절실함으로 만사 제치고 달려갔던 것이다.

 

 

지지모임 동지들은 나를 반겨주었고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었다. 사건의 올바른 해결과 생존자의 복귀를 위해 정파 질서를 뛰어넘어 연대하는 사람들, 가정을 내팽개치고(^^;) 새벽까지 지지모임 활동에 매달리는 열정, 그 속에서도 유쾌함과 따뜻함을 잃지 않는 여성 동지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내 사건 당시에 받지 못했던 지지를 이곳을 통해 받는 느낌이랄까.

 

 

치유의 과정에서, 나는 어디에서도 내가 온전히 이해받기 힘들 거라는 두려움에 시달렸었다. 전문기관은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있지만 운동사회의 메커니즘과 특수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주변 동료들에게 얘기하자니 성폭력 생존자의 상태를 이해 못하고... 다행히 나는 운동판을 잘 아는 상담소 선생님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해받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은 아마 운동사회 생존자들 대부분이 겪는 어려움일 것이다.

 

 

또 한 가지. 운동과 동지들에 좌절하고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미안함과 죄책감을 동시에 갖는다는 점이다. 생존자들, 사실 그녀들은 누구보다도 운동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남들은 그렇게 상처받고도 왜 또 기대하냐, 왜 미안해하냐고 쉽게 물을지 몰라도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나는 노동운동을 그만두고 이제 여성운동에서 새롭게 나의 열정을 꽃피우려 하고 있지만, 아직도 노동운동에 대한 죄책감이 남아있으니까.

 

 

이렇듯 성폭력 생존자 중에서도 운동사회 성폭력 생존자들이 공통으로 겪는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나는 우리 생존자들이 만나서 얼굴 마주보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서로에게 지지자가 되어 줄 수 있다면 그게 제일 큰 힘이 될 것 같다.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그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리고 이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 그 곳에서만큼은 맘 편히 웃고 울고 위로받을 수 있는 그런 곳이 있다는 건 때로 살아낼 힘이 되니까.

그런 공간이 있다면, 지금까지처럼 운동은 변하지 않고 생존자는 떠나고 그래서 서로에게 남는 게 없는 허망한 이별로 끝나지 않고, 피해경험이 운동사회에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힘으로 전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00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지모임은 구성 초반부터 운동사회 내에 치유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운동사회 성폭력 생존자들이 모일 수 있는 그녀들만의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활동을 계속 하고 있는지 그만두었는지 여부나 어떤 정파냐에 상관없이 운동사회 성폭력 생존자라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첫 작업으로 민주노총 김00 성폭력 사건 생존자에게 드릴 치유에 관한 소책자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소책자에 담을 구체적인 내용은 첫 모임에서 논의되겠지만, 치유에 대한 자신의 생각,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 생존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생존자 주변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운동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 등이 들어간다면 좋을 것 같다.

 

 

첫 모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 생존자들, 저마다의 빛과 향기로 멋진 여자들, 만나면 손을 꼭 잡아드려야지. 그 자리에서 어떤 보석 같은 이야기들이 오고 갈까. 어떤 공감의 에너지가 타오를까. 심장이 두근거린다.

 

*운동사회 성폭력 생존자 모임에 함께 하실 분들, 연락주세요.

 

 이메일 주소: 나랑 meljh1917@naver.com

 민주노총 김00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지모임 카페: cafe.daum.net/anti-sv

 

 첫 모임은 10월 10일 오후 3시에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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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매일 지지모임 카페에 접속할까?

  • 등록일
    2009/10/04 12:49
  • 수정일
    2009/10/04 12:49

나는 왜 매일 지지모임 카페에 접속할까?

 

나는 인터넷을 하면서 여기저기 둘러보는 편은 아니다. 접속하는 사이트는 거의 고정되어 있다. 그 중 하나는 민주노총 성폭력 피해자 지지모임 카페다. 7월에 이 카페가 생긴 이후로 나는 이 카페에 매일 하루 한 번씩 로그인 해서 접속한다. 사실 내가 글을 잘 남기는 편은 아니다. "한 줄 수다"란 도 있고 "피해자에게 지지의 한마디"란도 있고 다양한 게시판들이 있지만 다른 이들의 글에 댓글을 달아 본 적은 있어도 내가 글을 적어본 적은 별로 없다.

 

처음 진보넷 속보 게시판에서 피해자 지지모임을 한다는 웹자보가 올라 왔을 때, 나는 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내가 '운동사회'에 속해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성주의와 성폭력, 특히 운동사회 성폭력은 수년 전부터 내 고민거리 중의 하나였고, 나는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이른바 진보인터넷 언론의 기사 외에는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바꾸기 위해서는 좀더 알고 싶었고, 반성폭력 운동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지지모임을 한다는 광고를 보고 냅다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지지모임 회의에 참가한 이후로 나는 매일 카페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그게 7월이었다. 사실 나는 별로 대단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교조 소속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선생님들과 꾸준히 결합하는 동지들에 비하면 나는 별로 한 것이 없다. 내가 지금까지 한 것이라곤 가해자 김XX의 선고공판을 방청한 것과 지지모임을 알리는 서명인원의 주소록을 엑셀파일로 정리한 것, 선전피켓 만드는 작업을 같이 한 것 정도다. 그리고 나선 8월 말부턴 이런저런 개인적 이유로 회의에도, 선전 활동에도 제대로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은 피해자 지지모임 카페에 접속하고 있는 거다.

 

나는 왜 지지모임 카페에 매일 들어와 보고 있을까. 지난 3년간은 모르겠지만, 2000년 이후로 운동사회 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인터넷에서 피해자를 지지하는 공식적인 공간이 만들어진 것은 내 기억으론 처음이다. 처음엔 다들 긴가민가 했지만 이 카페는 지금 회원수는 200을 넘어섰고, 일일 방문자는 40~50명에 이른다. 그만큼 이 사건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고, 진정 피해자 동지에게 힘이 되기를, 더이상 '진보'를 이야기하는 운동사회에 성폭력이 벌어지지 않기를, 성평등한 문화와 누구든 차별하고 배제하는 문화가 사라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게 바로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사건의 피해자 선생님이 직접 게시판에 글을 남긴 적이 있다. 거기엔 카페 회원들 수십 명이 댓글을 달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제대로 댓글을 달지는 못했지만, 나 역시 그 선생님이 글을 올린 것을 보면서 이 카페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따지자면, 상업 회사의 하드디스크 일부에 불과한 부분일 지라도 누구에게는 치유의 공간으로, 누구에게는 연대의 공간으로, 누구에게는 각성의 공간으로 남는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하고도 고맙게 여겨졌다. 그 때문에 피해자 지지모임 카페는 가끔씩 생각나면 들르는 그런 공간이 아니라 나에게는 매일 접속해서 글을 확인하고, 의지를 다지는 그런 공간인 거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분에게 권하고 싶다. 당신이 좀 더 나은 세상, 좀 더 평등한 세상, 억압과 착취가 없는 세상을 원한다면, 이 흐름에 동참하라고. 같이 하는거? 큰 일 아니라고. 나같이 그저 카페에 매일 접속만이라도 하는 사람도 있다고. 사실 거기서 시작하는 거다. 피해자 지지모임 카페에 방문하시라. 이 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의 발걸음은 성폭력 없고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쭉쭉 뻗어 나갈 터이니-

 

 

 

민주노총 김**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지모임 (http://cafe.daum.net/anti-sv) 에 함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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