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나는 왜 매일 지지모임 카페에 접속할까?

  • 등록일
    2009/10/04 12:49
  • 수정일
    2009/10/04 12:49

나는 왜 매일 지지모임 카페에 접속할까?

 

나는 인터넷을 하면서 여기저기 둘러보는 편은 아니다. 접속하는 사이트는 거의 고정되어 있다. 그 중 하나는 민주노총 성폭력 피해자 지지모임 카페다. 7월에 이 카페가 생긴 이후로 나는 이 카페에 매일 하루 한 번씩 로그인 해서 접속한다. 사실 내가 글을 잘 남기는 편은 아니다. "한 줄 수다"란 도 있고 "피해자에게 지지의 한마디"란도 있고 다양한 게시판들이 있지만 다른 이들의 글에 댓글을 달아 본 적은 있어도 내가 글을 적어본 적은 별로 없다.

 

처음 진보넷 속보 게시판에서 피해자 지지모임을 한다는 웹자보가 올라 왔을 때, 나는 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내가 '운동사회'에 속해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성주의와 성폭력, 특히 운동사회 성폭력은 수년 전부터 내 고민거리 중의 하나였고, 나는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이른바 진보인터넷 언론의 기사 외에는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바꾸기 위해서는 좀더 알고 싶었고, 반성폭력 운동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지지모임을 한다는 광고를 보고 냅다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지지모임 회의에 참가한 이후로 나는 매일 카페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그게 7월이었다. 사실 나는 별로 대단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교조 소속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선생님들과 꾸준히 결합하는 동지들에 비하면 나는 별로 한 것이 없다. 내가 지금까지 한 것이라곤 가해자 김XX의 선고공판을 방청한 것과 지지모임을 알리는 서명인원의 주소록을 엑셀파일로 정리한 것, 선전피켓 만드는 작업을 같이 한 것 정도다. 그리고 나선 8월 말부턴 이런저런 개인적 이유로 회의에도, 선전 활동에도 제대로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은 피해자 지지모임 카페에 접속하고 있는 거다.

 

나는 왜 지지모임 카페에 매일 들어와 보고 있을까. 지난 3년간은 모르겠지만, 2000년 이후로 운동사회 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인터넷에서 피해자를 지지하는 공식적인 공간이 만들어진 것은 내 기억으론 처음이다. 처음엔 다들 긴가민가 했지만 이 카페는 지금 회원수는 200을 넘어섰고, 일일 방문자는 40~50명에 이른다. 그만큼 이 사건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고, 진정 피해자 동지에게 힘이 되기를, 더이상 '진보'를 이야기하는 운동사회에 성폭력이 벌어지지 않기를, 성평등한 문화와 누구든 차별하고 배제하는 문화가 사라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게 바로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사건의 피해자 선생님이 직접 게시판에 글을 남긴 적이 있다. 거기엔 카페 회원들 수십 명이 댓글을 달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제대로 댓글을 달지는 못했지만, 나 역시 그 선생님이 글을 올린 것을 보면서 이 카페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따지자면, 상업 회사의 하드디스크 일부에 불과한 부분일 지라도 누구에게는 치유의 공간으로, 누구에게는 연대의 공간으로, 누구에게는 각성의 공간으로 남는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하고도 고맙게 여겨졌다. 그 때문에 피해자 지지모임 카페는 가끔씩 생각나면 들르는 그런 공간이 아니라 나에게는 매일 접속해서 글을 확인하고, 의지를 다지는 그런 공간인 거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분에게 권하고 싶다. 당신이 좀 더 나은 세상, 좀 더 평등한 세상, 억압과 착취가 없는 세상을 원한다면, 이 흐름에 동참하라고. 같이 하는거? 큰 일 아니라고. 나같이 그저 카페에 매일 접속만이라도 하는 사람도 있다고. 사실 거기서 시작하는 거다. 피해자 지지모임 카페에 방문하시라. 이 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의 발걸음은 성폭력 없고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쭉쭉 뻗어 나갈 터이니-

 

 

 

민주노총 김**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지모임 (http://cafe.daum.net/anti-sv) 에 함께하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