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를 자주 보는데, 항상 기사의 톤이 진취적이고, 희망적이다.
그러나 이날 집회를 쳐다보는 내내 착잡했다. 뛰어들어서 뭘 들고 싸워도 풀리지 않았을 그런 것. 정확히 1년 전에 비정규법안을 놓고 물대포 맞던 때와 1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는 그런 생각뿐. 답답하다 답답해. 몸담고 있는 곳이나 세상 돌아가는 판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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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시작할 때쯤. 대오 맨 앞 줄의 높으신 분들. 금속연맹 위원장과 공공연맹 위원장은 담배만 뻑뻑 펴 대고 민노당 대표는 묵언수행을 하시는지. 조준호 위원장의 머릿속에선 무슨 생각들이 피어났을까. 이날 발언들은 다들 정말 비장했다. 그러나 좀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 혹은 막아낼 만한 힘, 솔직히 안 된다는 것 알고 있지 않았나? 투쟁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했을지 솔직하게 시인하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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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전체를 다 차지하기 전. 솔직히 말해서 투쟁은 질서유지선에 갇힌지 오래다. 지배계급은 악랄하게 달려들면서 올해 어떻게든 끝장을 보려는 듯 하다. 어쨌든 이날 집회대오는 질서유지선을 넘기는 넘었다. 그러나 현장의 대중은, 작업장의 파업은 질서유지선을 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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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대오 뒤쪽에선 열심히 막을 준비 하고 있고. 아... 형사 새끼들 정말 재수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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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총대맵시다"#1 // 대우자동차노조 간부(딱 보니까 여기도 간부만 온 것 같던데)가 유인물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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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 단체에서 나온 두 종의 유인물.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참 열심히 읽었다. 이 날, 투쟁을 촉구하는 무슨 내용이라도 읽지 않을 수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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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총대맵시다"#2 // 현대차, 기아차, 대우차, 쌍용차, 금속노조가 총대를 메야 한단다. 절박한 호소. 절박한 호소. 대공장 노조 집행부들에게 보내는 절박한 호소. 하지만 호소가 먹혀들지 않는 현실 속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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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축 쳐지고, 비장해도 이 사람만큼은 특유의 입담으로 집회에 생기를 불어넣고, 웃음보를 터뜨리게 하고. 발언을 마치고 환한 얼굴로 내려온다. 정말 자기의 정치적 입장을 잘 포장해서 할 말은 다하는 남한 제일의 선동가 정광훈씨. 듣고 있으면 내용은 영 동의 못하겠는데, 정말 선동술은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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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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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2 // 작년 12월인가가 떠오른다. 그때도 비정규법이 국회 무슨 회의에선가 통과된다고 진격을 했었지. 똑같이 죽봉과 밧줄이 있었고 반대편엔 물대포와 소화기가 있었고. 이날 금속을 중심으로 선봉에 선 동지들은 정말 열심히 싸웠다. 역량상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것 같았다. 이 동지들의 열정과 의지를 폄하할 생각은 결코 없다만, 이 전투가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면피 역할을 해 준 것은 틀림없다. 버스 떠나고 손 흔드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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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초점을 흐렸다... 이 '무한반복'을 끊지 못하면 계급의 미래도 흐릿할 수밖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내내 머릿속에서는 '무슨 말을' 할 것인지가 빠르게 정리됐다. 현 정세에 대한 판단, 운동 주도세력에 대한 비판, 현실분석과 현장활동가들의 당면 과제. 여전히 그게 내 스타일인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은 말을 할 수 있는 때가 아니라 글을 써야 하는 때다. 그 때문에 나는 스트레스에 빠지지만...
어쨌든, 수년 째 반복되고 있는 무한반복을 끊지 않으면 안 된다. 단시일내에 끊기지 않을 거란 것 안다. 그래서 더욱 조급해지고, 답답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덧붙임.
에피소드 하나. 물대포 쏠 때 사진 찍은 위치는 바로 옆 지하철 공사장 강철빔들이 쌓여 있는 꽤 높다란 곳. 화면 잡기 좋은 곳이라 많은 카메라들이 몰려 있었다. 그런데 죽봉 든 한 동지가 거기로 올라와서 버스 위의 녀석들을 치려고 시도. 그러니 어떡하나 이쪽으로 물대포가 두 번 날라왔다. 대부분의 카메라들이 물을 뒤집어 쓴 거다. 그 중 한 방송사 카메라맨 왈, "아저씨! 내려가요 좀!" 물론 거기로 혼자 올라온 노동자도 쫌 오버긴 했지만, 그 일갈은 다시 생각해 보니 영 화딱지 난다. 지금 그림 만들어주려고 이러고 있는 줄 알아? (하긴, 지도부는 그림을 만들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나중에 다시 맨 앞에 나갔던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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