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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강가를 걸으면서 바람도 쐬고, 생활체육기구에 몸을 실어 힘도 좀 줘 보고 하니까 사람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혹은 살을 빼기 위해 걷고, 달리고, 자전거를 타고, 인라인을 타고 있다. 그런데, 사람 사는 것 같다고 쓰긴 했는데 그게 정말 무엇일까. 골치 아프지 않은 여유. 그것인가?
두어 시간 정도, 경상도 사투리보다는 조곤조곤하다고 느끼는 전라도 사투리를 들으면서 현실 운동의 벽은 여전히 높다는 생각을 했다. 모순된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투쟁은 일어나는데 낡은 아니 세련된 노동조합주의는 먹보처럼 새싹들을 구질서의 틀로 휘감아 버린다. 그 속에서 노동자들은 실망하고 만성이 되어간다. 적응해 간다.
"요즘 수많은 비정규직 사업장들이 투쟁 막바지에 의미가 애매모호한 합의서를 작성하고 현장으로 복귀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측은 합의를 지키지 않고 노동조합은 다시 투쟁의 깃발을 들지만 투쟁 동력이 더 이상 붙지 않아 조직이 깨지고 '합의사항 이행하라!'는 새로운 투쟁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금강화섬 투쟁백서 中)
목숨걸고 크레인에서 열흘을 버텼는데 복직이 아니라 추가 해고가 이루어지고 민형사상 책임을 최소화한 결과 72억의 손해배상이란 계산이 나와 "확약서를 이행하라"는 투쟁을 다시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 말도 안되는 합의서였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선을 다했다. 다만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이쯤에서 그만하자'고 강요했던 것은 아닐런지.
한편으론 이런 생각 바깥에서 나불거리기보다는 직접 비수를 꽂아넣듯 현장으로 파고들어 직접 해 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머릿속에 가득하고, 당장 직접 할 수 없다면 어디서 얘기하듯이 '당신의 말이 당신의 실천'이라고 했으니 최대한 용을 빼서 효과적인 방도를 찾아야 할 터이다.
현대 하이스코 비정규직 지회가 만들어진 것이 작년 6월 13일. 특별한 기대 없이, 어쩌면 우연하게도 오늘 접할 수 있었던, 거의 1년에 걸쳐 가는 이야기와 565일의 투쟁 이야기가 신기하게도 새로운 기대감을 만들어 준다. "공장은 노동자의 것이다"란 자본가들이 보기에 불온하기 짝이 없는 표지의 책 한 권을 옆에 두고선, 좌절보다는 희망을, 포기보다는 결의를 떠올리는 편이 좀 더 낫지 않을까 슬며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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