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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4/10/30
    무엇을 할 것인가 2(2)
    hongsili
  2. 2004/10/29
    인류 생태학...(6)
    hongsili
  3. 2004/10/28
    중국의 보건의료개혁...(2)
    hongsili
  4. 2004/10/16
    신자유주의의 침몰..(1)
    hongsili
  5. 2004/10/16
    항상 깨어있기...(4)
    hongsili
  6. 2004/10/06
    미국 대선 토론회
    hongsili
  7. 2004/10/05
    세미나 제안(5)
    hongsili
  8. 2004/09/30
    이치로와의 짧은 대화
    hongsili
  9. 2004/09/29
    최용준 샘의 궁금증에 대한 짧은 답변(1)
    hongsili
  10. 2004/09/28
    나바로 논문 감상(^^) 이어쓰기...(13)
    hongsili

"Victory by the Inch"

뉴욕타임즈 1면 기사 제목이다.

그 옆단 기사에는 10명의 미국 군인이 전사했다는 소제목이 달린 기사가 자리해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라크 민중들은 폭탄세례를 받고 있다. TV나 신문이나, 뉴스를 보고 있으면 눈물이 핑 돈다.

 왜? 이라크 민중들의 모습이 너무 불쌍하고 참혹해서? 천만의 말씀이다. 그런 장면은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내가 볼 수 있는 모습들은 미군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이걸 거창하게도 "embeded" 라고 표현한다), 소위 기자라 불리우는 개들이 촬영한 미군의 용감한, 혹은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 뿐이다. 

 저널리스트들마저 떠나버리고, 환자를 치료할 의사도 병원도 없는 지구 반대편의 저 곳.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Nobody cares!

 

  팔루자 소식도 한 꼭지, 보스턴 시내 터널 누수도 한 꼭지, 뉴잉글랜드 지방의 플라잉 낚시 명소도 한 꼭지... 미국 뉴스는 참 공평도 하더라.

 

 인간은 과연 이성을 가진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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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의 시대?

미국 선거 결과를 두고 이래저래 말도 많다.

뉴욕타임즈에는 뉴욕 시민들의 기이한 자괴감에 관한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자기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민주당을 지지했고, 자기 주변에서 아무도 공화당을 지지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다수의 미국인들이 자기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더란다. 더구나 테러를 직접 당해본 자기네들도 민주당을 찍었는데, 세상에 폭탄 한 번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저기 시골 알라바마, 네브라스카, 아이다호 이런데가 테러 위협 때문에 공화당을 찍었다니 원 얼마나 황당한가.  스스로 미국 내 왕따라는 생각이 드는가보다. 물론 내가 일하는 곳도 마찬가지다. 센터 소장인 Reich는 자신의 상태를 "post-election trauma syndrome"이라고 표현했다. Ichiro 는 일본에 지진 난 것보다 이게 더 충격이라고 했다.

 

마이클 무어는 이래저래 이유를 대며 그래도 이번 선거가 희망적인 이유를 쓰기도 했다. 물론 외국인들은 이해하려 하지도 말라고 했다.

 

발빠르게, 뉴욕타임즈에는 민주당의  실책(?)을 비평하는 글이 실리기도 했다. 종교나 도덕, 총기 등 사회적인 의제에 민주당이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 어쩌란 소리인지 모르겠다. 민주당도 낙태에 반대한다고, 동성결혼에 반대한다고, 총기 허용에 찬성한다고 소리를 높이라는 소리인지, 아님 더욱 적극적으로 자유주의 가치를 옹호하라는 소리인지....

 

이번 선거는 Fact 에 대한 Faith의 승리라고들 한다. 선량하고(!) 정신나간(!) 미국 복음주의자들 덕분에 온 세계가 4년 동안 잠못 이루는 밤을 보내게 생겼다. 노골적인 계급적 반동성을 "종교와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내공이 이미 우화등선의 경지에 오른 공화당의 노련함이 두려울 뿐이다.

과거에 세미나 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역사는 단선형으로 발전하는게 아니라 나선형 발전을 한다고 했었다. 가끔은 일보 전진을 위한 이보 후퇴도 있는 법이다.  다시금 신정일치의 시대가 도래했으니, 이제 이 어둠의 시기가 지나면 다시한번 계몽주의의 불꽃이 피어오르지 않을까 싶다. 갑자기 팔자에 없는 르네상스 인이라니.... 

 

하긴.. 이렇게 미국 흉보는 것도 좀 부끄럽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삼위일체 꼴통(자본과 언론과 종교)들의 하는 짓거리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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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의 사인을 받다!!!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영어 시간에 강사인 매튜가 알려주기를 최근 하워드 진의 새 책 Voices of a people's hitory of the United States 이 발간되었는데, 기념 행사가 이 근처에서 열린다고 같이 가보자고 했다. 매튜 왈, 자기가 이 양반을 진짜 존경하는데, 나이도 이제 일흔을 넘었고, 아마도 이번에 보는게 평생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거라 했다. 듣고 보니 그럴거 같기도 하고, 실제 궁금하기도 하고.. 직접 가보게 되었다.

 

가보니 예상과는 좀 다른 행사였다. 대강당에서 열리는 하워드 진의 강연회인줄로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동네(Somerville)의 소극장(지역 행사가 많이 열리는 듯했는데, 규모는 대학로의 학전보다 조금 작은 정도..)에서 낭독회 겸 저자와의 대화가 이루어졌고,예상했던 방식의 "강연"은 없었다. 시작 무렵에는  바람잡이 겸 해설자의 한바탕 원맨쇼가 열려서, 정말 어리둥절(ㅜ.ㅜ)했다. 이거 무슨 시골 악극단 공연도 아니고...

 

이번에 발표된 책은 하워드 진이 직접 저술했다기보다 책 제목대로 미국의 민중운동사에 길이 남을 "민중"들의 목소리를 모아놓고 거기에 해설을 덧붙인 것이다. 16세기부터 2003년까지 포괄하고 있으니 광범위하기도 하다. 여기에는 노예제 반대 투쟁에 나섰다가 법정에 선 흑인의 변론, 1차 세계대전에 반대하는 미국 IWW의 연설문, 최근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참전 군인의 편지에 이르기까지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에 집회나 문화행사 등에서 시 낭송을 하는 것은 들어보았지만 이렇게 산문을 읽어주는 행사는 처음이라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는데... 워낙 연설문, 편지, 이런 것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낭송 자체가 주는 울림이 정말 굉장했다.

 

한편, 중간의 소개말과 강독이 끝난후 질의 응답 시간에 보여준 진의 태도는 차분하면서도 낙관에 차 있는, 조금 전의 격렬한 연설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람들 질문하는 것을 들어보니 웃겼다. 도대체 왜 미국인들이, 특히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부시를 지지한다고 생각하냐...  우리만 궁금한줄 알았더니, 자기네들도 그게 진짜 궁금했었나보다. 진의 대답은, 부시의 어젠다로부터 benefit 을 얻는 사람이 있고, benefit 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부시가 감세를 내세우는데, 그게 무슨 내용인지는 대개 소개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막연하게 자기 세금이 깎이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어떤 이는 그가 가진 낙관주의의 근원에 대해서 물어봤다. 낙관주의라고 부를수도 있겠지만, 진은 우리가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단다. 이걸 낙관으로 바꿀 수 있느냐 없느냐는 우리(?)의 운동이 결정할거란다. 부시를 찍느냐, 케리를 찍느냐가 아니라 백악관 밖에서 벌어지는 사회, 진보 운동이 사회의 발향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전반적인 노예해방 운동의 맥락 속에서 링컨이 마지못해 실제적인 조치에 나설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낭송과 질의 응답이 끝나갈 무렵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데...

하나, 정말 형형한 눈빛을 가졌구나

둘, 이제 곧 세상을 뜰텐데, 안타깝구나 (피에르 부르디외, 에드워드 사이드, 얼마 전에 자크 데리다... )

셋, 뛰어난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조직된 운동으로서 그는 무엇을 해왔을까?

넷, 미국 사회 진보 운동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런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들보면 대개 머리가 희끗해진 68 세대로 짐작되는 이들... 물론 젊은이도 있지만... 심지어(!) 민주당만 지지해도 "radical"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미국 진보진영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들의 실천은 무엇일까...

다섯, 미국 공식(?) 역사 교과서는 현대사를 어떻게 기술하고 있을까?

 

특히 셋째, 넷째 궁금증은 시간 여유가 생기면 좀 확인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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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할 것인가 2

* 이 글은 최용준님의 [이중성]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최용준 샘은 여기에 덧붙여 레빈스에 대한 글에 아래와 같은 덧글을 달아주셨다.

 

"샘이 만나셨다는 그 분, 신영전 선생님께 말씀 들었습니다. 결론은 옳은 얘기인데요, 문제는 늘 그 Political movement가 구현되는 방식과 방향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가끔씩은 고민되는 운동가이자 연구자로서 이중성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한데, 지금 그 세계를 위해 나는, 우리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문제라고 봅니다... 아래서 말씀하신 Kaplan의 사회 역학의 미래에 관한 글도 참 궁금하네요. 사실 전 한편으로 <사회 역학>에 관한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아요. 2004/10/30"

 

이전에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의 "권력과 지성인"을 읽고 어쩌란 말인가 고민한적이 있었다. 물론 아직 끝나지 않은 고민...

그는 단호하게 쓰기를, 자신은 여태까지 학계에 몸을 담고 살아오면서 정부 위원회니 자문위원이니 이런 거를 단 한 번도 해본적이 없었단다. 그는 "co-opt" 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번역자는 이걸 "흡수고용"이라는 용어로 표현했던 것 같다(맞나? 기억이 가물가물). 물론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달려갔단다.

 그는 지성인의 독립성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으며 기회주의, 침묵, 혹은 애국심이 가장 결정적인 문제라고 지적했었다. 그는 지성인들이 좀더 아마추어적으로 살아가야한다고 주장했었다.

 근데, 한국사회라는 맥락 속에서 사이드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정부에서 발주하는 각종 프로젝트나 자문위원회에 곧잘 참여할 기회를 갖는다. 물론 명예나 어떤 사심이 있어서라기보다, 이렇게 해서 하나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도저히 어찌해볼 여지가 없이 돌아가는 미국의 시스템에 비해서 그래도 우리가 참여해서 무언가 좀 바꿀 수 있는게 있지 않을까 이런 소박한 믿음이 있는게 사실이다 (나만 그런가?).  여기에 덧불여 생존(^^)의 문제도 부정할 수는 없지. 사이드나 되니까 자기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살지, 우리야 어디 그런가 ㅜ.ㅜ

 한편으로 우리 사회에서 연구자, 소위 전문가들이 "아마추어적"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형태일까? 이전에 올렸던 포스트(항상 깨어있기)에서도 그러한 고민을 잠깐 이야기했었다. 더구나 일(직업) 따로 가치관 따로가 아니라, 일의 내용이 바로 삶의 고민을 담고 있다면.... (한편으로 행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괴롭기도 하다)

 

 나 자신이 연구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현실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냐... 좋은 연구결과를 많이 발표한다? 대중을 위한 왕성한 저술활동을 한다? 각종 정책 개발에 적극적으로 개입을 한다? 흑... 진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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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생태학...

예과 때, 이런 과목이 있었다. 누가 가르쳤는지도 기억난다. 그 때도 좀 미심쩍기는 했었지만 전혀 생태적이지(?) 않은 사람이고.. 그 이후로 이 명칭이 웬지 후져보이는 느낌을 받곤 했다.

하긴, 학생 때 특히 예과 때 수업이 재밌거나 감동적인 적이 있었나 뭐... 

 

이번 Fall2 시즌에 Human ecology라는 강의를 듣고 있다. 번역하면 인류생태학인데, 같은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어쩜 이렇게 느낌이 다를 수가...

Richard Levins 는 오랜 기간 동안 푸에르토리코와 쿠바에서 생태주의 운동을 벌여왔단다. 물론 생물학, 통계적 방법론과 생태주의 철학에 대한 학문적 업적 또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의 강의를 듣고 있노라면, 온갖 철학적 성찰들이 오랜 동안 곰삭은 끝에 자연스럽게 우러나온다는게 그냥 느껴진다. 그리고 내 머리 속이 정말 복잡해진다. 수업 두 시간 끝나고 나면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내가 그동안 쥐뿔도 모르면서 eco-social epi 를 떠들어댔던게 무지하니 부끄럽게 느껴진다.

 

학기가 끝날 때면 항상 일부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한단다. 수업의 관점이 너무 편향되어 있다고... 백발이 성성한(수염까지) 노학자는 맞는 소리라고 이야기했다.

 

오전에 연구실로 잠깐 찾아갔었는데, 그는 내가 무엇을 모르고 어떤 지점에서 고민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사실 나 스스로는 고민이 정리가 안 되서, 그리고 그걸 영어로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해서 답답했는데 말이다. 심지어 독심술? 나의 이런저런 횡설수설과 초절정고수의 몇 마디 조언이 오고간 후... 결국 실천은 political movement 를 통해 가능하다고, 또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말을 하면서 그는 끝을 맺었다.

 

소위 생태적 관점이라는 것에서 느껴지는 가치중립적 뉘앙스 (마치 인권이나 윤리를 이야기할 때마다 찜찜하게 만드는).. 하지만 진정한 생태주의는 그런게 아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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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보건의료개혁...

사실, 지금 보고서 땜시 정신이 없는데 시간 지나면 까먹을 것 같아서 몇 자 끄적..

 

요즘 하버드 보건대학원에 와 있는 동아시아(한,중,일,대만) 펠로우들이 모여 2주에 한 번 정도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첫 시간에는 김창엽 샘이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의 역사와 변화를, 둘째 시간에는 대만의 Rachel이 single payer system을 특징으로 하는 healthcare reform을, 그리고 오늘은 중국의 Lyning 이 역시 최근에 이루어진 healthcare reform 에 대해 발표를 했다. 

이미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동아시아에 정말 이 정도로 무지했나 하는게 마구마구 반성이 되는 그런 시간이다. 돌아보면, 미국이나 영국의  질병 분포, 의료제도에 대해서는 어쩌구저쩌구 (물론 그것도 잘 모르면서) 하면서 막상 붙어있는 옆나라, 그리고 상당부분 경험과 역사를 공유한 사회에 대해서는 어찌 이리도 모를까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양의학 교과서와, 서양의 사회과학 이론들을 고금의 진리로 공부해온 탓이라고 하기도 민망하고....

 

어쨌든 오늘 새롭게 알게 된 중국의 상황은 충격과 경악 그 자체였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것과 달라서 놀란 건 아니다. 진실을 말하자면, 내가 알고 있는 중국의 모습은 "중국의 붉은 별", "한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르다", "모순론" 과 아니면 구음진경, 규화보전 따위가 아니던가...

 

 



중국혁명이 일어난 이후  상당기간 동안(90년대 후반까지), 소위 의료보험은 정부 피고용인들- 즉, government officials & normal workers (국영산업체에 정식으로 고용된 노동자를 이렇게 부른단다 ㅜ.ㅜ 그럼 abnormal worker는 뭐야..)에게만 적용이 되었단다. 인구의 15%...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 "socialization medicine"이란다. 그리고 현재는 인구의 50% 미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어쨌든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농민들(혁명 직후 거의 80%)은 그냥저냥 방치되다가 68년에야 협동조합 형태의 보건의료체계(양과 질에서 모두 부족한)를 만들고 우리가 예방의학교과서에서 배웠던 "맨발의 의사"들이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나머지 인구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어린이, 노인, 여성, 그리고 정식 고용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아무런 사회보장 수단이 없었단다. 놀랍지 않은가... 그 힘든 대장정을 끝내고 농민과 노동자의 힘으로 건설된 나라에서 이게 무슨 변고란 말인가? 놀라운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별로 사회적 요구가 없었단다 (사실 이건 대만, 한국도 마찬가지다. 건강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된 적이 없고, 건강보험제도의 변화도 상당부분 정부가 주도권을 행사하지 않았나. 물론 대만과 한국 모두 특별한!!! 사연이 있었지... 체제 경쟁의  파트너가 있었으니 ㅎㅎㅎ).

 

그러나... 세월은 흘러흘러 socilization medicine 의  부담이 커지고, 민영 기업들이 증가하고, 또 이들이 세금 내는 걸 싫어하고, 사람들은 도시로 밀려오고(farmer worker: 농촌에서 도시로 온 이주노동자, 대개 임시직, 불법적 지위)... 여차여차 하면서 결국 중국도 개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으니....

 

98년에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한 개혁은 고용주들이 보험료의 80%를 내고, 피고용인들이 20%를 부담하는 "건강보험"의 형태를 띈다.  이 돈을 정부가 모두 모아서, 일부는 savings account (1년에 1인당 100불)를 할당하여 이걸로 외래 이용을 하게 하고, 나머지는 병원 서비스의 급여에 할당한다. 한편, 농민들을 위한 제도도 바뀌는데 중앙정부, 지방정부, 농민 이렇게 3자가 보험료를 내서 "New countryside Health system"을 운영하기 시작했단다. 물론 과거에 비해서 급여의 범위와 폭이 많이 넓어졌단다.

 

바뜨...

보건의료에 대한 정부 지출은 줄어만 갔고(2001년 현재 37.2%),  당연히 보건의료기관들은 알아서 살 길을 찾아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제약 산업에 의한 로비와 리베이트가 판을 치게 되었고, 의사들은 이들의 지침을 충실히 따라 좀더 고가의 서비스와 고가의 약을, 환자들은 점점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되었단다 (다른 사람들이 이 부분을 잘 이해못했는데, 나와 김창엽 샘은 단박에 이해해버렸다. 왜일까 ㅎㅎㅎ).  어디 그뿐이랴.. 민간 기업주들이 보험료 못 내겠다고 사보타지를 하고, 정부도 실업률 상승을 우려하여 보험가입을 강력히 쪼아대지 못할 뿐더러, 심지어 지방 정부조차도 농민을 위한 보험료 부담을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일반 대중은 물론 특히 농민, 실업자, 아동과 부양 가족들(중국은 보험 가입이 개인단위라서 다른 부양가족까지 포괄하지는 않는단다)은 보건의료 체계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단다. 이게 reform 이다. .....대개, 아무리 가난한 나라라도 어린이나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그것이 무늬만일지라도)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너네 나라 진짜 웃긴다고 말하는 것은 동방예의지국민의 태도가 아닌지라... 발표 잘 들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나의 감정은 좀 복잡하다. 허나, 영어 수업에 가야할 시간인고로 나중에 다시 컴백하여 정리해야겠다. 며칠 전에는 미국의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그에 대해서도 좀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Kaplan의 사회역학의 미래(?)에 대한 논문도 한국 상황과 관련하여 좀 정리해야 하는데... 일단... 이번 주는 보고서의 한 길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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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침몰..


어제 UMass 로웰 대학에 있는 브라질 연구자와 세미나를 했다. 세미나를 했다기보다 나는 청중(-_-). 신흥자본주의 국가로서 브라질과 한국의 노동자 건강문제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가능하면 연구도 함께 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다. 거기서 그 양반(이름 에두아르도)가 발표한 내용을 잠깐 소개...

보여준 슬라이드는 이미 온라인 상에 공개되어 있는 것이었다. (http://www.picnet.com.au/resources/PicNet%20-%20Platform%20-%20PetroBra.pps)

이 사건은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petrobra 는 브라질에서 가장 큰 국영 석유회사고, 그 중에서도 P-36 은 가장 큰 정유채굴 플랫폼 중 하나란다. 구조조정과 유연화 전략, 당연히 동반되는 안전/유지보수의 약화,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내부 경쟁 체제 도입, 이에 동반되는 통제 관리의 무정부성... 이런 것들이 누적되었고, 2001년 3월... 이 거대한 플랫폼은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어찌나 규모도 크던지, 기울어지면서 완전히 가라앉기까지 닷새나 걸려서 브라질 전역에 생생하게 그 과정이 중계가 되었단다. 물론 진상조사의 결론은 순전히 기술적인 문제, 몇몇 개인의 잘못.. 이렇게 났고, 닷새나 되는 침몰 시간 동안 구조되지 못한 노동자들의 목숨에 대해서는 별반 언급이 없었단다.

 

에두아르도는 이 사건이야말로 신자유주의가 무엇이고,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열변을 토했다.  (사족이지만, 자기가 흥분하여 어찌나 왔다갔다하면서 발표를 하는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 

 

슬라이드에 따옴표로 인용된 말과 함께 넘겨보면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차분히 한 번 보시라....

 

* 이 날은 neo-liberalism 이란 단어를 한 천번도 넘게 들었다. 오고가는 차에서까지... 나중에 에두아르도의 차에서 내리고 나니, "neoliberalism" 이 정겹게(-_-)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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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깨어있기...

* 이 글은 뻐꾸기님의 [가을 설악산에서 있었던 일]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며칠 간의 공백 끝에 선배가 올린 글을 보니, 마음이 몹시도 울적하다. 

학회에서 이런 일이 있었구나.....

 

허겁지겁 시간에 쫓기는 발표와 접대성 멘트, 혹은 기술적 문제들만을 토론하고 끝내는 내가 속한 모 학회보다 그래도 나아보인다는 생각도 들고... 

본인 스스로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이 모자라기 때문에 나서기 어려워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맞고 한 편으로는 들린 생각이다. 실제로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혹시 잘못된 결론을 도출할까봐 우려하고 겸양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세부 갈래가 다르다는 이유로 나서지 않으려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나는 어땠을까? 어느날, 대전 시내 택시 안에서 지역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었다. 그 프로에서는 신장 내과 전문의가 나와서 시민의 전화상담을 받는 중이었다. 근데, 전화를 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여기저기가 쑤신 나이드신 분들뿐이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쑤셔서 잠을 잘 수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 의사의 대답. 저는 그 쪽 전문의가 아닙니다. 류마티스 내과나 정형외과, 재활의학과에 가보시요. 또다음 전화. 몇 년 전에 무거운 걸 들다가 허리를 삐끗한 거 같은데 이게 왜 통 낫질 않느냐... 그리고 이어지는 몇 통의 전화들... 그 날 상담시간에 의사가 한 이야기는 저는 그 전문의가 아니라는 소리 뿐... 근데, 사실 신장내과 전문의라고 해서 동네에 개업하면 관절염 환자 안 보는 것도 아니고 요통 환자를 안 보는 건 아니다. 이 프로 진짜 웃긴다고, 택시 운전사 아저씨랑 낄낄대고 웃다보니 그 의사가 별로 나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모든 분야에 다 기웃거리는 것도 웃기고, 그리고 실제로 불가능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저는 예방의학 중 역학 분야만 전공하기 때문에 전염병 관리니, 건강보험이니, 노동자 건강문제니 이런 건 "절대" 못 한다고 말하는 것도 웃기고... 

사회역학이라는 전공을 하면서 앞으로, 소위 내가 전문가가 아닌 수많은 사회적 의제와 학술적으로, 혹은 현실적으로 부딪히고 개입해야할 것이다. 과연 그 때는 어떤 논리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출정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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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토론회

사무실에 뉴욕 타임즈를 구독하기 있어서 공짜로 보고 있다. 돈 주고 신문 사서 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니까 (ㅜ.ㅜ)

영어가 짧아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최소한 조중동보다 신문의 질은 훨씬 높은 거 같다. 적어도 "~카더라, 아님 말구" 기사는 없다. 그리고 하나의 사안에 대해 여러 군데 자료원을 이용해 두루두루 이야기를 해주니까 이해하기가 쉽다. 근데, 이번 대선 토론회 관련 기사에 웃긴 내용이 실려 있다. 부통령 후보인 딕 체니와 존 에드워드에 대한 이야기...

 

It's a compelling matchup:

Vice President Dick Cheney, the somber voice of experience, versus Senator John Edwards, the newcomer with the dazzling smile (이거 진짜 맞는 이야기, 체니를 보고 있으면 음산하고 음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반면 방긋방긋 웃는 에드워드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준다)

The former chief executive of Halliburton vs the populirst trial lawyer (아니나 다를까 오늘 토론회에서도 핼리버튼 이야기는 빼놓지 않고 공격 대상이었지)

No hair vs good hair (넘 황당하다 ㅎㅎㅎ)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친구는 Bush 는 stupid 인 반면, 체니는 evil 이란다. 자기는 정말 싫다고.... 나도 체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들으면 Phantom menace 라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1편의 제목이 떠오른다.  오늘 토론회는 (내가 보기에) 에드워드의 일방적인 우세였던 것 같다. 내일 아침 신문 기사가 정말 궁금해지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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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제안

제 블로그에 가끔 들러주시는 진보넷 이웃 블로거들께 .....

같이 세미나 한번 해보는건 어떨까요?

Navarro & Muntaner 가 건강 불평등, 사회역학과 관련한 그동안의 이론과 논쟁들을 비판적으로 집대성(?) 해서 책을 냈는데, 오늘 막상 우편 주문한 책을 받고 보니 혼자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요. 이럴 때 좋은 방법이 다른 사람이랑 강제로(^^) 같이 읽는 거...

 

스케쥴 정해서 1~2주일에 한 챕터 정도 읽고 각자 의견 정리해서 올리기. 발제문 같은 거는 만들지 말고... 어떠세요? 혼자 읽으면 재미도 없고, 생각도 잘 정리 안 되고 하니까....

 

어차피 한국에 있어서 다들 만나기 힘든 사람들인데... 기왕이면 다른 사람들도 불러 모아서 함 시도해보면 좋을 듯한데.... 의견 주시와요 ~

 

책 정보 :  " Political and Economic Determinants of Population Health and Well-Being: Controversies and Developmen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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