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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6/13
    시작 페이지...(5)
    hongsili
  2. 2005/06/07
    미국 노동운동 이야기 [3](1)
    hongsili
  3. 2005/05/18
    박복한 운명(6)
    hongsili
  4. 2005/05/16
    구해근 교수의 특강(4)
    hongsili
  5. 2005/05/07
    [주간 민중복지]에 실린 글(2)
    hongsili
  6. 2005/05/02
    보스턴의 메이데이(2)
    hongsili
  7. 2005/05/01
    동네 사람들~~
    hongsili
  8. 2005/04/23
    미국 노동운동 이야기 [2](2)
    hongsili
  9. 2005/04/22
    미국 노동운동 이야기.. [1](2)
    hongsili
  10. 2005/04/22
    무엇을 근거로 삼을 것인가...(1)
    hongsili

지역 감정, 그리고 반 유대주의..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죽 자라왔고,

 어려서 집안 어른들이 전라도 어쩌구 하는 이야기를 못 들은 바는 아니지만 흔히 말하는 호남 지역에 대한 악의적 지역 감정은 전혀 없이 살아왔었다. 서울 달동네 주민의 다수가 호남 지역 출신이라 오히려 나름  친근함까지....

 지역 감정이 비 이성적인 선입견에 근거한 일종의 차별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어왔는데... 몇 번의 선거를 거치면서 대구/부산 사람들한테 묘한 지역 감정이 생기는 것을 경험했다. 특히 정형근이 엄청난 득표수로 당선 되었던 지지난 선거 때에는 이래서 지역 감정이란게 생기는가보다.. 하는 생각까지 들었더랬다.

 부산 사람들 만나면, 가학적인 질문을 하면서 은근히 즐거워하기도 했다. "아유, 그 동네는 참 취향도 독특하대요~ 자랑스러우시겠어요?" 

 

 그런데, 역사적으로 반 유대주의가 얼마나 반인륜적이고 위험한 정치적 편견인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유대인이 미워지려고 한다. 개별 유대인에 대한 고려 없이 하나로 뭉뚱그려 나는 유대민족이 싫어요 하고 외치는 건 정말 바보같은 짓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요즘에 미국 신문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를 연신 탑으로 내보내고 있다.

 아직도 반신반의하며 걱정을 감추지 못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이제 마음 높고 2층에 올라갈 수 있다고 좋아하는 어린이들, 허가 없이 돌아다니면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반가워하는 청년들....

 그 이면에....  신이 주신 신성한 땅을 결코 떠날 수 없다며 울부짓는 이스라엘 청년들, 불을 지르는 시위대, 평화시위랍시고 하늘하늘 치마를 걸치고 인간띠를 만드는 이스라엘 소녀들.... 이런 사진을 보면 정말 혈압이 자동으로 치솟는다. 며칠 전에는 한 유대인 단체가 뉴욕 타임즈에 전면 광고를 내기도 했다.  제목은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내용의 핵심은 이번 가자 지구 철수가 이스라엘의 유대인 커뮤니티에 대한 공격이고, 하느님과 그의 신성한 성격에 대한 전면전이라는 것이다. 하느님이 성경에서 주셨다시피, 이스라엘 땅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영원히 귀속되어야 한다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한 면 그득하게 실었다.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냔 말이다. 

  인간이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짓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성경의 이름으로 자행해왔던 이스라엘 정부와 극렬 시오니스트들과, 만행을 암묵적으로 용인한 정신 멀쩡히 박힌 평범한 이스라엘 시민들... 

 

 나의 인격 수양이 부족한 탓임은 분명하지만, 미운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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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와 불륜

오늘 하루 종일  테레비 앞에 붙박혀 있었다.

이번 달 참세상 원고를 쓰는데 자료 화면으로 쓸게 있어서 의약품 광고 장면을 사진 찍으려구 했는데... 오늘따라 왜 그렇게 기다리던 광고들을 안 하는지.. ㅡ.ㅡ

 

하여간, 하루 종일 뉴스를 보게 되었는데... 원 어이가 없어서...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지만...

미국은 그래도 좀 심한게 아닌가 싶다. 

 

오늘이 일본에 첫 번째 원폭이 투하된지 60주년 되는 날이란다.

그래서 하루 종일 국제 소식 중 한 꼭지로 일본의 기념식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림만 보여줬겠나? 간단한 논평도 함께...

이 땅에 전쟁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일본 원폭 생존자들의 증언 장면을 보여주면서,

하/지/만 이들은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왜 일본에 원폭이 투하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고 친절하게(!) 논평을 덧붙였다.

 

여보세요.

수십 만 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간 당사자 양반.

당신네가 어떤 일을 했는지 알기나 해요?

오늘 댁들이 수십 만명을 저승으로 보냈었는데, 꿈자리 뒤숭숭하지 않아요?

원자 폭탄 맞을 짓을 해 놓구 진실을 이야기 안 하는 건 불륜이고,

역사에 길이 남을 대량살상 무기 시연을 벌인 건 로맨스랍니까?

 

뒤이어 나오는 북핵 호들갑 뉴스며, 올해 911 추모식 행사 준비 뉴스는 또 어떻구...

부시는 휴가 중에도 친히 라디오 연설로 감세 정책 덕분에 경제가 살아나고, 경제를 살리는 에너지 (막개발) 법안을 내겠다는 헛소리나 해대고....

 

혹시, 내년에 미국을 떠날 때, 반미자주 청년이 되어 있는 건 아닐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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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럴.수.가....

12월에 보스턴 인근에서 한-중-미 전염병 역학 전문가 회의(?)가 열린다고 해서 나도 얼떨결에 가게 되었다. 전문가도 아닌데 말이지.... (그런데 도대체 내 전문은 뭘까????)

 

뭔지 정체도 모르면서, 와서 배우고 구경이나 하라니 얼씨구나 하고 참가한다고 했는데....

 

아까 홈피에 들어가보고 충격 먹었다.

신기술과 관련된 무역 장벽을 없애고 미국의 해외 관계를 돈독히 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

주 정부에서 돈 대주면서 외국 학자들 불러다가 학술을 매개로 흡수(co-opt) 하는....

 

물론, 이름은 매우 학술적이고, 참가하는 한국 역학자들 (외국은 모르니까)은 이 방면에서 빛나는(!) 업적을 쌓아온 훌륭한 연구자들일 뿐 아니라 그 중 일부는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배들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학술 활동이 신자유주의의 포섭 전략이라고 결론 내려버리는 거야 분명 오바질이지만.....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아마 이전의 많은 연구자들, 대부분(?) "순수한" 마음으로 연구하고 일을 해왔을 거다. 순수한 마음으로....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최신 정보를 교환하고...인류의 복리를 증진하고자.... 그리고 그 순수한 학문적 성취로 신자유주의 강화에 (자신도 모르게) 복무하고...

 

사방이 지뢰밭이다. 조심 또 조심...

어쨌든 나로서야 또다른 의미에서 좋은 기회. 자세히, 꼼꼼히 관찰해야지!

 

 As trade in both goods and services accelerates, and capital flows increase, benefits will accrue from new scientific knowledge and from cutting-edge technologies.  Trade will become the middle name of science and technology and depend increasingly on the legal and regulatory frameworks in the US and other nations.

 

The Tech Center is a forward-looking research center and think tank that examines the relationship of the existing legal framework to the rapidly evolving information-based economy.  A solution-oriented organization, The Tech Center works with business and government leaders to remove legal barriers to innovation, streamline the regulatory process, and ensure that the law evolves to keep pace with changes in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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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페이지...

한겨레 신문.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한 번도 바꾼 적이 없었던 시작 페이지를 오늘 바꿨다.

 

종이 신문을 못 봐서 확인을 못하겠다만,

인터넷 메인 화면에 올라오는 기사들을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맛이 갔다고 생각한 건 오래되었지만, 요즘은 정말 지나치다.

 

재창간 무슨 위원에 황우석 교수가 들어있다고 대서특필하지 않나,

한대수씨가 전지현 누드를 찍겠다고 한 마디 한 걸 탑에 올리더니, 오늘은 남자의 눈물이 탑에 올라 있다. 

일전에는 무슨 광고회사 여성 임원을 인터뷰해서 애를 셋 낳고 더 잘나가고 있다는 기사가 버젓이 실리기도 했다. 애 하나 둘 낳고도 쩔쩔 매는 직장 여성들은 다 바보 같다.

연합뉴스 기사 그대로 가져다 실으면서 그나마 관련 사진도 잘못 붙이는 거는 정말 한심한 수준이고....   

속보 기사 위에 광고 창을 덮는 작태도 아주 가관이다.

 

우째, 이렇게까지 되었는가.

기사 내용의 진보/보수를 떠나서 왜 이리 망가졌는지 모르겠다.

보수적 관점이라도 좋으니 제발 중요한 뉴스를 올리란 말이다.

 

그나마 오마이뉴스는 아기자기한 생활 소식지로 전략을 바꾼 듯 싶다...

내 마음이 각박한 건지 모르겠다만, 도대체 동식물 키우고 가족들 노래방 가서 재미났던 이야기들, 맛난 음식 먹은 이야기들이 그리 중요한 기사거리인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 개인 블로그나, 동호회 소식지라면야 뭐 문제가 안 되겠지만서도...

 

 

하지만...

시작 페이지를 바꾸고 나서도 맘이 편치많은 않다....

일찍 포기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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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운동 이야기 [3]

[미국 노동운동 이야기 [2]] 에 관련된 글.

* 박노자님의 한겨레 글 : 책 읽고 흘린 눈물 (2005.4.10) 하고도 관련 있음

 

한동안 손 놓고 있던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 13장 "The socialist challenge" 를 어제(!) 읽었다.

 

앞서의 포스트에서도 언급했지만, 미국에서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은 상상초월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연대, 불굴의 의지 또한 장난은 아니었다.

 

1912년, 여기 보스턴 북동쪽에 위치한 로렌스 지역 "아메리칸 방직"이 소유한  4개 공장에서 파업이 일어난다. 노동자들은 영국, 아일랜드, 러시아, 이태리, 시리아, 독일, 폴란드, 포르투갈, 벨기에 등등 세계 각지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 엄청 후지고 위험한 집에 살면서 죽어라 일하는데 일주일에 겨우 8.7달러 밖에 받지 못했다. 당시 지역 의사였던 (여성!) 엘리자베쓰의 기록에 의하면 소년 소녀들 중 상당수가 노동을 시작한지 2-3년 안에 사망하고 공장에서 일하는 젊은이 100명 중 36명이 스물 다섯 살이 되기 사망했다고 한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1월 (한겨울, 여기 진짜 추운 곳) 월급 봉투를 열어본 노동자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지 않아도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일언반구도 없이 월급을 깎아버린 것이다. 노동자들, 당장 일을 멈추고 공장 밖으로 나갔다. 다음 날 다른 공장의 노동자 5천명도 파업에 가세했고 순식간에 만 명이 파업에 동참하게 되었다. 이 소식은 곧장 뉴욕에 있던 IWW 에 전달되었고, Joseph Ettor 가 파업 지도를 위해 이곳으로 급파되었다. 각 인종을 대표할 수 있도록 대표를 뽑고 매일 이 평의회를 통해서 중요한 결정을 해내게 된다. 당시 IWW 에 속한 노동자는 채 천명이 안 되었지만, AFL은 이들 비숙련 노동자 문제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들은 IWW 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당시  IWW는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조직했고 파업 참가자들은 5만명 (당시 로렌스 총인구는 8만 6천명 ㅡ.ㅡ)의 생계를 위한 음식과 연료를 마련해야 했다. 물론 전국 각지, 노동조합, IWW 지부, 사회주의자 그룹, 개인들로부터 온정이 답지했다.

 

그럼 그 동안 정부와 자본은 뭘하고 있었을까. 시장은 지역 민병대 소집하고 주지사는 주 경찰을 동원했다. 파업 수 주일 후 파업 노동자들의 행진이 경찰에게 공격 당했고 그 이후 거의 폭동이 벌어졌는데, 이 와중에 한 노동자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허나, 당국은 IWW 간부인 Ettor와 Arturo를 범인이라고 체포했는데.. 당국의 설명에 의하면 이들이 "이름을 알 수 없는 누군가(??? 이런 희안한)를 교사하여" 이 살인 사건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들이 투옥된 후 IWW는 또다른 간부를 파견하여 파업을 계속 진행시켜 나갔는데... 당시 로렌스 시에는 민병대 22개 중대, 2개의 기병 중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계엄령이 발동되고 길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조차 금지되었다. 많은 노동자들이 투옥되고 심지어 총검에 찔려 살해되기도 했는데, 파업은 여전히 지속되었다. Ettot은 "총검으로 옷을 짤 수는 없다"는 뽀대나는 멘트까지 날렸다.

 

2월, 파업 노동자들은 대규모 피켓 시위를 벌였고 7천~1만개의 피켓들이 끝도 없이 늘어섰다. 하지만, 식량은 떨어져가고 있었고, 아이들은 굶주렸다. 이때, 사회주의 신문이었던 New York Call 에서 파업 가정의 어린이들을 다른 도시의 가족들에게 안전하게 맡기자는 제안을 했다. 이는 이전에 유럽에서도 쓰였던 방법이란다. 사흘만에, 아이들을 맡겠다는 4백통의 편지가 신문사에 도착했다. IWW와 사회주의자 그룹은 아이들의 탈출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2월 10일, 백 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로렌스를 떠나 뉴욕에 도착했는데, 뉴욕의 중앙역에는 5천명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들이 "마르세이유"와 "인터내셔날가"를 부르면서 이들을 맞이했다. 그 다음주에는 또다른 백명이 뉴욕으로, 35명이 버몬트로 옮겨졌다.

로렌스 당국, 아동 학대 법조문을 들이대며 더이상 아이들이 로렌스를 떠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또다른 40명의 어린이들이 필라델피아로 떠나기 위해 2월 24일 기차역에 모였는데... 경찰이 나타나 어린이와 엄마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둘러 순식간에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이 때 한 임산부는 곤봉에 맞아 정신을 잃었는데, 일주일 후 사산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파업을 계속되었다...  노동자들은 하루를 투쟁가와 함께 열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메리칸 방직"은 항복을 선언했고 임금인상에 합의했다. 3월 14일 만명의 파업 노동자들이 광장에 모여 찬반 투표를 통해 이 어려웠던 파업을 승리로 끝냈다. 뿐만 아니라, 9월 말에는 당시 투옥되어 재판을 받게 된 IWW 지도자들 석방하라고 1만 5천명이 참여하여 24시간 한시 파업까지 벌이는 마무리까지..... 결국 이들은 무죄석방되었고 당시 로렌스에서는 만 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축하행사를 벌였단다....

 

이 사회에, 이런 시기가 있었다는 것은 다시 봐도 믿어지지 않는데....

 

 

 



민병대와 방위군의 총질보다 무서운 것은 내부의 분열...

 

AFL은 일찌감치 숙련직, 백인, 남성 노동자들의 조직으로 자리를 잡았더랬다. 이에 비해 IWW 는 "One Big Union"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는데, 하루는 IWW 지도자인 Haywood가 루이지에나 벌목 노동자 투쟁 현장에 가보니 흑인 노동자는 한 명도 없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AFL은 제껴 두더라도, 어쨌든 노동운동이 성장하고 사회주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이들 사이에도 차이가 나타나게 되었다. 사회주의자들은 IWW의  전술인 사보타지와 폭력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지도자인 Haywood를 위원회에서 제명하기도 했다. 당시 헬렌 켈러(!)가 New York Call 에 기고를 통해 이러한 분열상을 통렬이 비판했더랬다. 잠시 샛길로... 헬렌켈러가 사회개혁 운동가에서 분명한 사회주의자로서 정체성을 갖게 되자 그녀를 그렇게 칭찬하던 언론이 발달 과정에 문제가 있어서 그녀의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둥, 별 황당무계한 비난을 늘어놓는데.. 그에 대한 헬렌 켈러의 반격은 진짜 통쾌하다. 너네들이야 말로 "Industrial Blindedness and Social Deafness"닷!!   그녀는 또한 여성 참정권 운동론자들에게, 기껏 해야 이 놈 아니면 저 놈을 뽑는 건데 왜 그렇게 투표권에 목을 매냐. 선거가 우리를 해방시켜주는게 아니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쓰다보니 넘 길어져서 힘들군. 시작은 창대했으나 수습이 안 되는 전형적인... ㅜ.ㅜ

 

W.E.B Du Bois 에 대해서 쓰려고 했는데 그건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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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복한 운명

며칠 전 하버드 서림 (정식 명칭 : Harvard Book Store)에서 제프리 삭스 (Jeffrey Sachs)의 신간 (The End of Poverty: 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Time) 출판 기념 강연이 있다는 공지를 보았다. 오호. 그가 누구던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자문을 맡으며 경제학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빈곤 문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졌던 자 아니던가. 뭐 그의 저서를 읽어본 적이야 없지만, 일단 내가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가 나쁜 듯이건 좋은 뜻이건 경제학자로서 굉장히 남다르다는 증거. 하여, 오늘 저녁에 거기에 갔었다.

 

사진기를 깜빡해서 현장의 분위기를 전할 수야 없지만, 미국 생활 어언 10개월만에 그런 산소 부족 강의는 처음이었다. 300석도 넘어보이는 홀에 좌석이 꽉 찼음은 물론 바닥에도 어디 앉을 틈이 없었다. 겨우 바닥에 삐집고 앉아서 한 시간 반동안 목과 허리의 통증을 감내하며 강의를 들어야 했는데..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분위기는 젼형적인 부흥회 분위기.  아저씨, 미모는 남다르지 않지만, 목소리가 예술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한석규 식 낮은 목소리... 정확한 발음과 느리고 강한 발성... (크자 님도 저녁 내내 목소리 칭찬을 하셨더랬다)...  

 

근데 말이다........

시작은 정말 좋았다.

 

극단적 빈곤 (특히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지역)과 관련한 본인의 체험 (유엔 개발 기구 등에서 일했고, 특히 Milleneum Development Goal 개발의 당사자기이도 하니까), 그리고 너무나 심금을 울리는 자료 사진들....  미국인이 1인당 보건의료에 6천불을 지불하는데 비해 케냐는 겨우 8불을 지불할 뿐이라면서 보여주는 사진. 한 침대에 엄마 세 명과 아이 세명이 걸터 앉아 있는 모습... 평범한 인간의 심성이라면, 누가 가슴이 아프지 않고, 누가 죄의식을 가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많은 국제 기구의  공식 보고서들, 경제학 교과서에는 이렇듯 말도 안 되는 처참한 아프리카의 현실이 단지 "부패" 때문이라고 진단한단다. 부패는 이 땅 어디에도 있고, 경제 발전으로 성가를 드높이는 아시아에도 특히 만연해 있다. 과연 부패가 이들 빈곤의 원인일까? 제프리 삭스는 그렇게 물었다. 부패가 아프리카 가뭄의 원인이냐고, 부패가 말라리아의 원인이냐고....

 

그래서 나는 기대했다. 무엇이 그들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는지 모범답안을 함 들어보자....

 

 



첫째, 아프리카는 아시아가 1960년대에 경험한 녹색혁명 (혁신적인 식량생산 증대)을 경험하지 못했다. 강수 분포와 대유량의 하천이 없었기 때문. 둘째, 아프키카는 고유한 질병 문제, 특히 말라리아 문제가 심각했다. 셋째, 대부분의 거주지가 해안으로부터 떨어진 내륙에 위치해 있는데, 이는 가뭄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한편으로 교통의  장애요인이라 국제 교역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했다. 

따라서, 그들의 가난이, 국가 상층부의 부패 때문이라고 희생자를 비난해서는 (victim blaming) 안된다.....

 

흑.

결국, 그들의 불행한 운명을 탓해야 한다는 말인가?

나는 "넷째, 어쩌구..." 라는 설명이 나올 줄 기대했었다. 식민지배가 어쩌구, 신자유주의가 어쩌구 이런 이야기를 기대했더란 말이다. 아프리카야 말로 인류 문명의 발상지이고, 현재도 엄청난 천연 자원이 넘쳐나는 곳인데... 왜 이들의 터전을 그리 저주받은 곳이라고 이야기하냔 말이다.....

 

그는, 흔히 주류 사회가 이야기하듯, 시장이 좋은 해결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가 강조한 것은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라 여러 방안들 중 한 가지 (just one of tools) 라는 점이다. 그는 개발 혹은 발전(development),  그것도 지역사회가 중심이 된 개발의 중요성, 그리고 적극적인 원조의 중요성을 매우매우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원조 실태를 보면, 국내 총생산의 0.7%, 그러니까 100달러 중 70센트가 해외 원조에 쓰이고 있고, 그 중 16센트는 전략 국가들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파키스탄, 콜롬비아 등), 2센트 정도가 이런 최빈국에 투자되고 있는데 그 중 반이 미국인 파견 인력을 위한 인건비란다 (기억이 정확한가 모르겠네?). 어디 이래서야 쓰겠는가... 이게 오늘의 논지였다. ㅜ.ㅜ

그들의 박복한 운명... 이것이 진정한 문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박복한 이웃을 돌보지 않은 지구촌 이웃들... 나쁜 사람들(ㅡ.ㅡ).....

으으......... 삭스 아저씨..... 여기서 끝나면 안 되잖아요....

 

충격을 접고....

몇 가지 드는 생각...

 

우선, 하버드 서림.. 백년 된 서점이라더니만 확실히 저력이 있다. 꾸준한 평론 모임, 저자 특강..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놀라운데, 이런 메가톤 급 인사를 일개 서점 이름으로 불러서 강연을 시킨다는게... 강연료를 떠나 놀랍기 그지 없었다. 안내라고야 자기네 메일링 리스트, 홈페이지, 책방 게시판에 안내문 붙인게 고작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온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

 

좀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주기 바랐던 나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이런 강의가 나름 중요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것이 정치적 수사이건, 부르조아의 여유이건... 현장을 직접 본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그 생생한 울림... 그걸 이제 알았냐 하면서 우습게 볼 수는 없었다. 캄보디아에 여행 갔을 때, 학교와 일반 가정을 둘러보고, 그리고 "one dollar"를 외치며 모여드는 앙코르와트의 아이들한테 받았던 충격...   "least developed country"라는 학술적 호칭으로는 그 현실을 감히 담아낼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다같이 죄의식이라도 갖자는 소리냐...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보자면... 미국인들, 죄의식이라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들이 세계에 어떤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누구의 희생을 발판으로 지금의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지 최소한 미안함이라도 느껴야 한다. 그게 시작이다. 미국에서 아무렇지도 배출한 온실가스가 아프리카의 가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그들이 우습게 생각하는 몇 달라, 몇 센트의 푼돈이 이들에게 얼마나 절실한 금액인지..... 미국인은 (세계인들은) 알아야 한다. 거창한 이론을 떠나, 그게 인간의 도리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프리카 어린이가 어쩌구, 에이즈 문제가 어쩌구.. 하는건 웬지 낯설다. 그동안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너무 다급하여, 그리고 단일민족 신화(?)에 사로잡혀 소위 국제 연대, 혹은 지원의 문제들을 등한시했던게 사실이다. 남들을 잘 모르겠고.... 내가 그랬다는 뜻... 아니, 한국이 지금 난리인데 듣도 보도 못한 말라위가 어쩌구, 탄자니야가 어쩌구.. 이건 너무 오바 아니야.. 이게 솔직한 심정... 

잘 차려입은 하버드 교수들, 혹은 국제기구 고위 관료들이 아프리카 문제를 자신의 일인 것처럼 떠들어대는 것도 어색하지만, "인간 해방"을 종교처럼 떠받들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1달러가 없어 죽어가는 현실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도 앞뒤 안 맞기는 마찬가지...

 

뭐 이래저래 고민많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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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근 교수의 특강

지난 주에 한국학 연구소에서 초청 특강이 있었는데, 바빠서 미처 정리를 해두지 못했더랬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목은 "다시 생각하는 남한 노동계급의 역사"

국내에서도 번역 발간되었던 선생님의 책 [한국노동계급의 형성] 에 담긴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한국 노동계급, 노동운동사를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자리.

서두에, 한국학 연구소 소장이 구해근 교수를 소개하면서 박노해의 시 한 편을 읊었다.

 

" 어쩌면 나는 기계인지도 몰라
컨베이어에 밀려오는 부품을
정신없이 납땜하다 보면
수천번이고 로버트처럼 반복동작 하는
나는 기계가 되어 버렸는지도 몰라 ......"

 

(물론 영어로....I might be a machine ~~~)

 

이상하게 마음이 짠하더라... 내가 박노해 시를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등하교 길. 대학 캠퍼스를 다 지나야 우리 고등학교 건물에 닿을 수 있었는데, 올라가는 길에 수많은 시, 그것도 교과서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다른 시들이 걸려 있었더랬다. 그 때 느낌은 구슬프면서도, 생경하다는.... 어쨌든 대학에 들어가서 서클 룸에 굴러다니는 박노해의 시집을 처음 보고, 아니, 그 때 그사람이잖아.. 를 외치며 무척이나 반가워했었다...   박노해씨가 체포되던 날, 진짜 울적한 마음으로 선배와 술을 마셨던 기억도 난다... 자, 딱 여기까지만... (하지만, 그의 빛나는 창작과 치열했던 활동들에 대해서는 지금도 경외감을!)

 

뭐 선생님의 이야기는 책에 있었던 내용을 그대로 축약한 것이라,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요점이 머리에 가지런히 정리되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몇 가지 주요 논점을 요약하자면...

1) 일대 전환점으로, 혹은 본격적인 시발점으로 평가 받았던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전에, 그 못지 않은 수많은 이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의 피땀과 불굴의 노력이 있었다.

2) 우리 사회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봉건적 문화)이 노동자 계급의 자기 정체성과 문화 창조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3) 노동운동의 성장이 빨랐던 만큼 그 쇠퇴도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현상. 신자유주의의 팽창은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특히 이 문제가 심각한 것은 물론 IMF 라는 초단기 충격이 강한 탓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노동자의 계급의식이 생산 과정 그 자체로부터 형성되었다기보다 한과 분노에서 촉발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 일정 수준의 경제적 성과를 통해 이것이 소실되자 동력이 상실되고, "중산층"이데올로기의 확장은 노동자의 계급의식과 연대에 심각한 장애를 가져오고 있음. 또한 정치 투쟁, 민중 운동과의  결합이 한국 노동 운동의 특징 중 하나 였는데, 시민운동이 분화해나가면서 사회/공공 이슈에 대한 선점이 어렵게 된 것도 한 이유. 

4) 본인은 그저 학자일 뿐이라 감히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경제적 투쟁을 넘어선 사회적 정의를 위한 투쟁, 도덕성에 기반한 투쟁에서 다시금 동력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

 

 




예전에.. 책을 읽으면서, 이론 서적을 이렇게 감동적으로 쓸 수도 있군... 하면서 혼자 감격했었다. 어줍잖게 이것저것 한다고 돌아다니면서 어느 하나 제대로 안 하는 것보다, 이 정도만 할 수 있다면, 공부란 것도 할 만 하다.. 는 생각을 했더랬다.

 

진보, 보수를 망라하여 너나할 것 없이 한국 노동운동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과연 무엇이 정확한 진단이며 처방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론적 평가나 전망과는 별도로, 가장 밑으로부터 끊임없이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과거에도 그래왔고, 억압과 착취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바람이 돌더러

 

모래 위에 심은 꽃은
화창한 봄날에도 피지 않는다
대나무가 웅성대는 것은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갈대가 두 손 쳐들며 아우성치는 것도
바람이 휘몰아치는 까닭이다
돌멩이가 굴러 돌사태를 일으키는 것은
바람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함이다

대나무나 갈대나 돌멩이나
바람이 불기에 소리치는 것이다

우리는 조용히 살고 싶다
돌아오는 건 낙인찍힌 해고와 배고픔
몽둥이에 철창신세뿐인 줄 빤히 알면서
소리치며 나설 자 누가 있겠느냐
그대들은 우리더러
노동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우리 돌처럼 풀처럼 조용히 살고 싶다
다만 모래밭의 메마른 뿌리를
기름진 땅을 향해 뻗어가야겠다
우리도 봄날엔 소박한 꽃과 향기를 피우고 싶다
우리로 하여금 소리치게 하고
돌사태를 일으키게 하는 것은
바람이 드세게 몰아쳐
더이상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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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민중복지]에 실린 글

가정의 달을 기념하야 글 하나 써보라는 최 모 샘의 꼬드김에 ...
억지로 허접한 글 하나를...
 
 
[ 극단적인 시장 사회야말로 아이 없는 사회]
 
 
올해도 어김없이 가정의 달이 돌아왔다. 영험하신 구글님께 ‘가정의 달’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백화점, 여행사, 은행, 우체국 등 민관(民官)이 총 출동하는 특별 이벤트들을 보여주셨다. 오호! 모두들 축복해 마지않는 소중한 가정이라니.... 허나, 이렇게 신성한 가정, 따뜻한 가족 이야기에 어김없이 따라오는 불길한 그림자가 있으니, 이름하여 “저출산/고령화 시대”라는 재앙!

임박한 위기를 맞이하여 각지의 고수들이 나름의 절세 무공들을 펼쳐 보였지만, 독창성과 깜찍함에서라면 1 2 3 운동이 단연 군계일학. 자, 결혼 1년 안에 임신해서 두 명의 건강한 자녀를 서른이 되기 전에 낳아보자. 쉼 없이 노력(?)한다면, 30세 둘째 출산 ← 29세 둘째 임신 ← 28세 첫째 아이 수유 ← 27세 첫째 아이 임신과 출산 ← 26세 결혼이라는 일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여고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78% (통계청 2004)에 이른다고 하니 대학을 졸업하면 대략 23-25세. 하지만 ‘공식적’인 청년 실업률이 8% (통계청 2004)에 이르고, 첫 일자리 진입 기간이 15.5개월(한국노동연구원 2002)이라는 통계 수치를 고려한다면 운 좋게 취업한다고 해도 25-26세는 기본. 일단 취직이 되면 하루 빨리 청첩장을 돌리고, 부리나케 첫 번째 출산휴가, 첫째 아이 돌잔치, 그리고 두 번째 출산 휴가까지 밀어붙여야 한다. 직장 동료들과 상사들, 국가 경제를 떠받들 이 ‘여’사원의 애국적 행위를 진심으로 경하할 것이다. 의대 학장으로 재직 중인 여의사께서 하셨다는 다음의 이야길랑은 염두에도 두지 말자. “간혹 여의사들이 수련기간 중 두세 명의 아이를 출산하면서 전공의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본인과 가족 입장에서는 대단히 자랑스럽고 축하 받아야 할 일... 그러나 ... 이 여의사가 아이 두셋을 낳는 동안 얼마나 많은 주위의 여자, 남자 동료의사들이 이 여의사 때문에 고생하였을까...” (청년의사 2005.4).

하긴, 여성 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이니까 출산 휴가 운운하며 옆 동료에게 민폐 끼칠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그저 조용히 계약 해지하면 그만 아닌가. 든든한 비정규 예비군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람.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던 ‘고참’ 여성 노동자들의 상황은 다를까?)

행여 “우리 정규직 되면 결혼하자”던 포스터에 공감하여 스스로 정규직이 될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여성이 있다면 이건 말리고 싶다. 자칫하다가는 ‘독신세(獨身稅)’를 물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LG 경제연구원이 독창적인 고견을 내놓지 않았던가. “...결혼을 유인하는 정책과 함께 독신 상태에 대한 불이익을 확대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고대 로마도 저 출산으로 고전하다가 독신세를 신설하여 일정한 효과를 거둔 바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배우자나 자녀가 없는 일정한 연령이상의 독신 근로자에게 독신세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기 참으로 어렵다. 나라 경제가 어려우면 장롱 속의 금반지도 내다 팔아야 하고,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면 비정규직의 설움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감내해야 하고, 이제 최선을 다해 ‘건강’한 자녀를 출산하여 국가의 미래를 대비해줘야 한다. 모자보건학회는 1 2 3 운동의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30~35세 이전에 정상적이고 건강한 난모세포에서 태어난 건강한 신생아를 잘 키워서 차세대의 건강한 인구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하여 미래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튼튼한 기본이 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함에 있다...”

애국주의와 경제 개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화려한 깃발이 저만치 혼자 달려가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장애인, 성적 소수자들은 (심지어) 쫓아가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단어들 - 국가 경쟁력, 건강, 결혼, 전통적인 가족의 중요성, 윤리의식, 여성 - 이 모처럼 함께 등장하여 서로의 본질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시장 자본주의의 동력과 가정생활 사이에는 근본적인 대립이 존재한다며, “극단적인 시장 사회야말로 아이 없는 사회”라던 율리히 벡 (1992)의 이야기, 이제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국민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나, 깊이 반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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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의 메이데이

보스턴 이웃들이 나만 쏙 빼놓구 모두 걷기 대회( [Walk for Hunger 2005] )에 가버렸다.

흥!!! 

나는 혼자서 보란듯이 씩씩하게 (ㅜ.ㅜ) 이주 노동자 집회에 갔다. 

속한 조직도 없이, 사진기 하나 달랑 들고 구경꾼으로 서 있자니 기분이 참.....

 

여기 미국은 9월 첫째 월요일이 공식적인 노동절이고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니다. "International Workers' Day"라고 부르면서 뉴스에서는 외국의 노동절 행사 소식을 보여주는 정도... 오늘 행사도 여기저기에서 열리는데, 중앙 단위에서 기획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지역 조직들이 함께 모이는 정도...

 

행사가 열리는 코플리 광장(Copley Space) 맞은 편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공공 도서관. 광장 주변에는 튜울립 꽃이 예쁘게 피어있고 사람들은 한가로이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서 쉬고 있다.

 


 

행사장 앞에는 이 근방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는 트리니티 교회가 떡하니 버티고 있고, 시작 시간이 이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썰렁한 풍경이다.

 




집회장이면 빠질 수 없는 각종 선전물 판매 코너... 구경하고 있자니 신문 팔던 아저씨가 친절하게 다가와 자기네 기관지 구독하란다. 1불 아끼려고 커피도 싸가지고 다니는 사람한테 그건 좀 너무한 요구가 아닐까 싶어서 정중하게 거절하고... "당"으로 활동하냐고 물어봤더니만 자기는 "사회당" 소속이란다. 그러면서 다음 의회 선거에서 지지를 부탁한다며 찌라시를 나눠주길래, 이 후보자가 사회당 후보냐고 했더니, 그건 아니고 "사회주의 노동자당" 후보란다.  알고보니 보스톤에도 정치적 입장이 다른 수많은(?? 좌파 정당이 존재한단다. 거 참....... 

 

 


 

한 젊은이, "삐딱하니 자꾸 질문하는 할배"(낯익은 설정)에게 미국 의료보험의 문제점을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의료보장 문제.. 역시 단연 이슈다. 공공 부문, 서비스 업종 노동자들로 구성된 SEIU 소속 노동자들이 노조 잠바를 입은 채 현수막을 들고 있다. 등에는 "모든 이를 위한 의료 Healthcare for All" 이라고 써 있다.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지나서 본 행사 시작. 그에 앞서 잠깐 Tufts 대학 학생들의 문화공연이 있었다. 아프로 쿠반 스타일의 음악과 춤이라는데 흥이 나더구만...

 


 

행사라고 해야 뭐 특별한 것은 없고 여러 단체에서 기념사와 결의 등을 밝히는 것이었는데, 특이했던 것은 이주 노동자 행사고 특히 중남미 노동자들이 많은 관계로 사회자가 2개국어를 하더라는... ㅡ.ㅡ 영어도 힘든데 스페인어까지 쏼라쏼라...

이주노동자들의 사회보장 문제와 정당한 법적 지위 획득이 가장 큰 문제이고, 특히 미국 사회에서 이민자에게 운전면허를 발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무지 심각한 이슈였다. 운전면허가 없다는 것은 신분 증명을 할 수없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무런 법적 보호와 지위를 가질 수 없다.

AFL-CIO 간부를 비롯하여 각종 이주 노동자 단체들에서 나와 연대사를 했는데.. 놀라운 것은 보스턴 시장인 Manino (사진 속의 뚱뚱한 아저씨)가 나타난 것이다. 이민자에게도 운전면허를 발급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도록 지원을 해 달란다. "심지어" 유타 주(보수적이라고 널리 알려진)에서도 이를 했는데, 우리가 못 한다는게 말이 되냐고.... 작년인가? 재작년? 대의원대회에서 여성할당제에 관한 토론이 한창일 때, 한 대의원이 "한나라당도 한다는데 민주노동당이 못한대서야 말이 되느냐"하면서 논란을 종식시켰던 기억이 새삼 ㅎㅎㅎ

어쨌든 노동자들... 큰 함성으로 화답했다.

 

 

 


 

연설자 중에는 브라질 출신의 신부님도 있었다. 첨 인사말만 영어로 하고 나머지는 포르투갈어로 해서 뭔지 알 수가 없지만, 그 전의 인사말로 미루어보건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어디로 지원을 요청해라.. 이런 안내 겸 격려인 듯...

 


 

뭐 하여간...

분위기는 슬렁슬렁.. 뭔가 조직되지 못하고 엉성해보이면서 웬지 치열함과 긴장이 없어보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참가자들이 정말 즐거워하고 자유로운 연대를 구축해나가는 모습이 신선하기는 했다. 역시 마지막에는 투쟁기금함이 돌아다녔는데, 거금(ㅜ.ㅜ) 10불을 투척하면서 혼자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이제는 돈으로 운동한다. 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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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

시간 되면 같이 가요

제 핸드폰으로 연락을...

 

 

MAY DAY 2005: BOSTON CONVERGENCE AGAINST CAPITALISM

Sunday, May 1

No Bosses, No Borders:
Into the Streets for Freedom for Immigrants & All Working People!

On International Workers Day, we call for people of Boston and greater New England to take to the streets in opposition to capitalism. Capitalism is the enemy of the working class, the enemy of the immigrant, the enemy of all freedom loving people. We reject its wars, its governments, its immigration laws, and its exploitation and degradation of all life.

We stand for a world free of bosses and borders. One day we will abolish them and take control of our own lives, workplaces, and communities. In the meantime, this May Day, we will take back the streets of this city and stand in solidarity with the struggles of immigrant workers. We will make anti-capitalist resistance visible again. We will give new life to the new world that's in our own hearts and the hearts of working people everywhere.

12:30 - Converge at Boston Common at Park & Tremont St
1:00 - Anti-Capitalist March through Downtown Boston
2:00 - Immigrant Rights Rally at Copley Place
5:00 - Cultural Festival at 45 Mount Auburn St
11:00 - Reclaim the Streets in Harvard Square

Bring friends and fellow workers. Bring pots and pans, drums and instruments, songs and banners and flags. Bring creativity and defi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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