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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 센 카메라, 옆구리 간지르기

작년 형부로부터 선물받은 나랑 동갑인 카메라 니콘 F2...

이자식이 고집을 부리고 있다.

서울 상경하자마자 고향집에서 공수해온 미놀타 X-700와 친해지는데도 꽤 시간이 걸렸는데...

미놀타의 경우, 쓰는 사람이 영 지식이 없어서 문제였지 생각해보면 참 친절했구나 감탄하게 된다.

F2의 경우 바디가 무겁고 커서 셔터스피드가 느려도 흔들리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하루종일 들고 다니다 저녁쯤 되면 어깨가 저리다. 게다가 나이 먹은 만큼 내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얼마전 고가의 필름 두롤을 사용했는데 다 날려먹었다!!!!!!!!!!!! 으흑흑흑.........

우리집에 오기 전에 전부 손보고 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셔터를 돌리는 내손길이 섬세하지 못해서 퉁명스럽게 구는 것 아닌가 싶다.

"이놈아. 내가 주인할 생각 없으니까 그냥 친구가 되어다오!! 살살 섬세하게 대할테니까!! 쯧!"

 

혹시나 셔터이상인가 해서 시범삼아 내방 옥상에서 한롤 찍었는데 두어장 살았다.

살아남은 두장의 사진 공개!

아래 표현치료워크샵에 만든 내가면

 

내방 옥상! 마른 가지 끝의 빨간 고추가 지난 여름, 여기 살아있었노라 처연하게 말했다.

 

 

<이쯤에서 잘못나온 사진, 뭐가 문제인지..모르겠다. 3장의 사진이 합성된 상태>

나에게 있어서 2005년 최고의 영화, 카페 뤼미에르의 리플렛을 정성들여 찍었건만..

(아사노 타다노부를 좋아하는 마음만은 읽었는지, 그분만 멀쩡하시네..젠장)

 


잘못보면 조그마한 장독에 큰 뚜껑을 씌워놓은 것같지만..합성된 것이다..

눈쌓인 모습이 너무 예뻤는데...그래서 디카로는 찍어낼 수 없는  겨울의 얼굴을 남겨두고 싶었단 말이지.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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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하는 것들

벌써 10년이 다되어가는 기억이다.

에반게리온이 B자로 돌아다니던 그때, 영화동아리에 있던 어떤 선배에게 왕창 빌려서 미친듯이 복사하던 그때...

복사하면서 하루종일 봤던 에바의 앤딩이나 마찬가지인 극장판 앤드오브에바를 얼마전에 보았다. 이제까지 그 끝을 미뤄뒀던 것은 무슨 심보였을까.

지금에 와서는 사실 에바의 끝이나 혹은 감독의 너무나도 선명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데..

신지가 아소카의 목을 조르는 장면에서 절묘하고, 슬프고, 아름답게 시작하는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가 몹시도 훌륭하다는 정도...

여하튼 노래가 머리를 떠나질 않는다. 영상은 벌써 지워지고 있는데...

슬슬 일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바빠지려는 찰나에 내 머리속에서는 다른 영상과 사랑에 빠졌네..

메종 드 히미코의 오다기리 죠...(영화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는 정도이지만 그넘..오다기리 죠만 눈앞에서 오락가락..)일본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백서의 시...한국의 신화 바리데기, 자청비...

또 잠이 안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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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예술치료 과정에서 만든 것들

사진촬영 요청으로 2박 3일 표현예술치료 워크샵에 가게되었는데...

나도 하고 싶은 것을 참다 참다 못해 몇개 프로그램은 참가했다.

 

 

몇년 전에 내얼굴을 가면으로 떠서 꾸미기를 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또 나를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데드마스크를 떴다.

그때도 눈물을 그렸는데 또 우는 얼굴로 만들고 말았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말이다.

전에 만든 것은 참다참다 못해 흘리는 한방울이었다면,

이번 것은 줄줄 흐르는 눈물이다. 뭔가 해소된 것이 있다는 것일까.

여하튼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광목에 만다라 그리기. 만다라의 의미는 설명을 들었지만 까먹었고, 다만 어릴 때 도형을 반복해 그리던 생각도 나고 색깔을 입히는 과정에 몰입하는 것이 상당히 즐거웠다.

그러나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작업이다.

누구나 집에서 슬슬 해보면 좋다. 머리도 좋아지고 치매도 예방된다고 하니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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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에 오르다

산에 가자고 하는 사람들에게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한다.

"산은 말이야. 올라서서 즐기는 것이 아니야. 그저 밑에서 바라보면서 막걸리나 한잔하며 니가 거기 있구나! 이게 제맛이야."

물론 산에 오르는 것이 힘들고 그것을 극복한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자의 변명이라 하겠다.

해가 바뀌니 안하던 짓도 한번 해보자 싶어서 함께 가자는 전화에 망설이다가 따라 나섰다.

결과? 역시...힘들었다. 그렇지만 다시 한번 도전해볼만한 용기는 얻었다는 것.

북한산 정상에 있는 백운산장에서의 잔치국수와 막걸리를 다시 한번 먹고 싶다는 것.

 

초입의 계곡에서 동글동글하게 얼어있는 얼음덩어리를 만났다. 어찌나 귀엽던지..

 

백운봉으로 오르기 전에 통과하는 위문..

성곽과 돌로 쌓은 것들을 마주할 때마다 무한한 애정을 느낀다.

 

정상이 코앞인데, 어이구 힘들어라. 바위로 난 길을 안전줄에 의지해 올랐다.

낑낑거리는 나에게 우근이형이 아래의 풍경을 보라고 했을 때, 덜덜덜 떨면서 "못봐요!"

한발 바위에 걸치면서는 저절로 "내가 왜 이걸 오르는 거야!" 탄식이 절로...


백운대 정상에서 바라본 인수봉(이 맞나? 맞을까?)

파란 하늘과 검은 하늘이 마치 기름과 물 같다.

검은 띠를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내가 사는 서울의 하늘이다.

한마디로..공기가 더....럽....다......


보이는가. 산정상에서 먹는 막걸리...

앞날을 생각지 않고 맛있다고 계속 먹었더니 그만 얼큰하게 취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정상에서 우이동으로 내려가는 빙판길을 두려움 없이 내려갔다.

으흐흐흐...

 

그리고 우이동에서 다시 막걸리를 마시다가 같이 간 선배네 집에서 더 마시고..

그 이후 명절에 집에 내려가서도 팔다리 온전한 곳이 없었다.

빙판길을 내려오면서 다짐했다.

'봄에 꼭 다시 올라와서 이넘의 길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확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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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이...

처음 안경을 쓰게 된 것은 4학년때..

그때 왼쪽 0.9, 오른쪽 1.0

점점 양쪽 시력의 격차가 시작되었다.

뿐만아니라 일어나던 내 엉덩이에 깔려 사망, 학교에서 문틈에 끼어서 사망.

3개월만에 3개를 아작내버린 나를 한심하게 여긴 아버지가

"니는 안경 낄 자격이 없다."는 한마디에 1년여 동안 안경없이 지내다가 잘못된 독서습관이 점점 눈을 망친 나머지 어쩔 수 없이 딸의 교육을 위하여 다시 6학년때부터 안경과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점점더 벌어지는 시력차는 급기야 왼쪽 -0.1, 오른쪽 0.4...

지금은 도대체 내 시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올 봄에 한 안경이 벌써 왼쪽이 잘 안보인다.

왼쪽 시력이 더 떨어진 모양이다.

오른쪽 뇌는 이성과 논리를 주관한다던데, 내가 공부를 많이 했나, 글쎄 그건 아닌데..

눈병이 생겼나 그것도 아닌데...

눈앞이 순간순간 흐릿해지면서 어릴 때처럼 실눈을 뜨게 된다.

실눈을 떠 좁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천지간에 내가 느낄 수 있는 감각이란 이다지도 좁단 알인가.

차라리 한쪽 눈을 감아버릴까.

세수하고 눈꼽 때고 멀끔한 정신이 되면 잘 보이려나.

아니, 애초에 본다고 다 보이는 것이 무엇이며, 내가 본 것이 사실이었나..

여하튼 왼쪽 상당히 시력이 떨어져버렸다.

당분간 실눈이로 세상을 보고 있을 것이다.

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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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크리스마의 기억

크리스마스 이브를 조치원에서 보냈다.

저기 몇개의 게시물 밑에 공산성에서 보냈다는 내용과 더불어

내카메라에서 한달가까이 잠들어 있는 사진을 꺼냈다.


조치원역의 크리스마스 트리와 조각상...

 


촛불 켜주고 표효하듯 웃는 희연~ 땡스...

 

크리스마스날 아침 공산성에 다녀와서 서울로 같이 올라왔다.

생각보다 덜 북적거리는 종로의 좋은 카페 뎀셀브즈에서 명아를 만났다.

내 디카로 찍은 그녀의 사진은 조명문제로 영 거시기 했다.

필카를 뽑아보면 훨씬 다른 느낌이리라 추측하며 그녀가 찍어준 사진들..


이브날 기차에서 읽기 위해 산 페미니즘동화..삽화가 짱이다.

내용도 재밌고...

 


내 시집을 강탈하면서 마치 선물을 주듯 문서위조를 하도록 종용했다.

그러나 기꺼운 마음으로, 오랜 세월 동무해 준 그녀에게~~

아끼는 허수경의 시집을 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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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 풍경

지난 12월 어느날, 소리없이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밤에 뛰쳐나가 소주한병 가득히 마시고

옥상위의 눈을 맘껏 누렸다.

다음날 햇빛에 반짝거리던 눈에 눈이 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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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든다

오랜만에 일찍 일어났다.

잠이 들고 일어나는 리듬이 깨지면서 늘어져 있었던 몇주간, 미혹의 시간이 이제 끝났나 보다.

(그러나 단언하기 힘들다. 내일은 또 어떨지.)

제시간에 일어나서 오늘 외출해서 먹을 차도 끓여놓고, 미뤄뒀던 카메라 정리도 했다.

컴앞에 앉아 있어도 불안하지 않고,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 쫓기지 않고, 너무 좋다.

기념으로 광석이 아저씨 음반을 크게 틀었다.

20대를 음악으로 표현하라면 두개의 큰 기둥이 눈앞에 떡하니 나타난다.

광석이 아저씨와 꽃다지(로 대표되는 민중가요).....

마음이 두꺼운 옷을 벗은 것 같다. 가벼워...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 있건만.

포수에게 잡혀온 잉어만이 한숨을 내쉰다...(따라부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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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복장으로

오늘은 날씨가 가을 같아서..오랜만에 내복도 벗어던지고..

많이 걸어다녔다.

누구 말처럼 할려고 생각한 일들은 많은데, 심심하다.

이런저런 여행 계획만 잔뜩 세우고..가지는 못하고..

읽으려고 꺼내놓은 책은 많은데 페이지는 안넘어가고..

저녁에 먹은 피자는 아직 뱃속에서 꿈틀꿈틀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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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나가 술사오다

적당하게 취하면 세상이 모두 나의 것, 모두가 나의 친구..

과하게 취하면 부끄러운 나자신,

인사불성이 되면 깨어나서 자괴감..

이 아리까리한 줄다리기를 하게 만드는 액체..

어떤 시집을 뒤적거리다 포기할 수 없는 그놈을 만나기 위해

새벽길을 박차고 뛰어나가 한손에 술병을 달랑달랑 흔들며

차가운 공기에 입김이 호호 났다.

한병이면 족하리라 생각했으나 쉽게 취하지 않고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주절주절 글자 한자씩 마시면서 삭히는 중이다.

누군가 혼자 술마시면 알코올 중독의 길에 접어들었으니 자제하라고

점잔케 혹은 단호히 말하던 때가 있었다.

혼자 술마시는 내 술잔에 차곡차곡 쌓이는 기억과 기억 사이를  터벅터벅 걸어보면

그들이 왜 혼자 술을 마셨는지 알 것도 같다.

그때 말리던 내 무의식도 왜 그것을 말렸는지 알 것도 같다.

술아, 너는 10여년을 나와 더불어 있었으니

나보다 니가 더 나를 알 것을...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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