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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0/08
    <룽성> 뒹굴뒹굴의 진수를 맛보다.(16)
    제이리
  2. 2005/10/08
    중국음식 이야기(5)
    제이리

<룽성> 뒹굴뒹굴의 진수를 맛보다.

결국 싱핑에서 뒹굴뒹굴 이틀 만에 짐을 싼다. 중심거리가 이백미터 남짓한 동네에서 이만하면 오래 놀았다 싶기도 하고 노트북도 연결이 안 되니 뭐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진 탓이다. 무엇보다 이틀을 뒹굴거리니 좀이 쑤신다. 어차피 버스가 양수오를 들러서 가니 양수오에서 하루쯤 있다 갈까 싶은 마음에 다시 방을 알아본다. 처음 도착했던 날보다 도미토리는 두 배, 싱글룸은 네 배가 올라 있다. 시제 거리는 온통 나들이 나온 중국인들 천지다. 연휴가 맞긴 맞구나 하면서 다시 버스를 타고 구이린으로 나온다. 버스가 다행히 기차역 앞에 선다.


다시 기차표를 끊으러 간다. 연휴가 9일까지고 쿤밍까지는 22시간이 걸린다니 지들도 10일에 출근은 해야 할 테고.. 그럼 대략 9일표는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그래도 혹 몰라 10일, 11일까지 메모한 종이를 들고 길게 늘어선 줄 끄트머리에 선다. 다행히 9일표가 있다. 큰 기대는 안했는데 갑자기 표가 있다니 누구 표현대로 복권에라도 당첨된 것 같다. 하지만 9일까지는 아직 6일이나 남아 있다--;:. 구이린에 처음 왔을 때 묵었던 화만루 영어로는 플라워 유스호스텔로 다시 간다. 거기서 다시 어영부영 이틀을 보내고 -결국 호수에 가서 야경을 봤다. 예쁘더만..- 계단식 논으로 유명한 룽지티텐을 보러 다시 계림을 떠난다.


구이린에서 두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 룽성이라는 마을이 나오고 거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한 한시간쯤 들어가면 룽지티텐이라고 불리는 계단식 논들이 있는 핑안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뭐 논씩이나 보러 그 먼 길을 가나 생각하시는 분들 계실게다. 나도 그랬으니까.. 근데 이 논들이 거의 800m 높이의 산봉우리까지 닿아 있다는데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꽤 볼만한 경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도 예외 없이 입장료가 있는데 이번에는 산 입구 마을 초입에서 버스로 올라와 직접 걷어 가신다. 입장료를 내면서 저 돈은 마을 사람들이 1/n로 나눠 가지는 것일까 아님 국가로 들어가는 것일까 궁금해졌지만 뭐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궁금한 대로 두기로 한다.


룽지티텐의 계단식 논들, 벼가 조금씩 익어가고 있다.


계단식 논들 사이로 보이는 일군의 기와집들이 숙소 집결지인 핑안 마을이다. 누구는 동양 버전의 알프스라는데 그럴 듯 하지?


주차장에서 내려 다시 배낭을 메고 산길을 굽이굽이 올라간다. 처음보다 많이 익숙해지긴 했어도 배낭 메고 걷는 길은 여전히 고난의 행군이다. 주변에 가마꾼도 있고 -앞뒤에서 한명씩 둘이서 대나무로 만든 가마에 사람을 태우고 계단을 오른다- 대나무 광주리에 배낭이나 여타의 짐 따위를 마을까지 실어주는 아주머니들도 계속 따라오지만 가마 타는 일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코미디고 내 배낭 그 광주리에다 실었다간 광주리 뜯어지기 십상이니 그저 죽어라 배낭 메고 오르는 것 이외에는 도리가 없다. 그래도 경관 좋은데 방을 잡아야지 하는 욕심에 꼭대기까지 간다. 욕심은 때로는 고래도 춤추게 한다?! 결국 마을 젤 꼭대기에 있는 숙소에 참대 하나를 쓰기로 하고 3인실 도미토리에 묵는다. 그러나 그후로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 결국 본의 아니게 싱글룸에 묵는 호사를 누리게 된다. 


구이린으로 다시 오면서부터 제법 날씨가 선선해진다 했더니 이곳은 한낮을 제외하고는 긴팔을 입어야 할 만큼 쌀쌀하다. 짐을 풀고 마을 안내판에 적혀 있는 대로 뷰포인트 2지점에서 1지점까지 천천히 걷는다. 계단식 논들 사이로 만들어 놓은 좁은 돌길이다. 한여름에는 온통 푸르렀을 이 논들도 조금씩 황금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걸을 때마다 마른 풀 향내가 난다. 풀이 마르면서 나는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는가? 마른 풀에서는 뭔가 따뜻하면서 쓸쓸한 내음이 난다. 나 역시 뭐 고향이랄 것도 없는 서울 변두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기는 했지만 방학 때마다 들렀던 외가집이며, 그 유년 어느 언저리에서 느꼈을 법한 향수가 아련히 떠오른다. 걷다가, 앉아서 마냥 산등성이를 바라보다가 다시 걷다가 하다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진다.


 

다시 달력시리즈. 이건 9월 달력


그냥 10월로 하지 뭐


다음날도 그저 그렇게 하루가 간다. 간만에 늦잠을 자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뒹굴 거리다가 여행 시작하고 처음으로 낮잠도 잔다. 괜시리 베트남 가이드북도 꺼내서 읽다가 오후에는 다시 마을로 잠시 산책을 나갔다가 들어온다. 어제보다 훨씬 한산해진 것이 이제 국경절 연휴가 끝나가나 싶다. 산에서는 해가 빨리 진다. 저녁 먹고 맥주까지 한 잔 마셨는데도 고작 8시다. 도미토리에서 못해 본 짓을 재빨리 시작한다. 노트북에서 음악을 틀어 놓고 받아온 e-book을 읽는다. 하루끼의 단편들 몇 개 그리고 산울림.. 뭐 스피커 없이 듣는 노래는 노트북 전 주인의 말대로라면 딱 AM 라디오에서 듣는 노래 같다는데 뭐 산울림 노래랑 비교적 잘 어울리는 듯도 싶다. 어제까지만 해도 손님들도 번잡하던 숙소 앞 식당도 10시가 조금 넘자 조용해진다. 창 밖으로 쏟아질 듯한 별들이 보인다. 조금씩 행복해진다. 


웰빙 아침식사. 여기서 파는 고구마랑 이름을 알 수 없는 감자 비슷한 뿌리 식물, 삶은 달걀과 계림에서 사온 사과 그리고 일회용 커피


 

저녁식사. 두부가 떨어졌다고 해서 시킨 쇠고기구이.. 로스구이 같은 건데 중국식 양념이 되어 있어 꽤 맛있다. 그리고 뒤에 저 문제의 맥주. 이 지역 맥주라고 해서 시켰는데 맛이 맥주가 아니다. 캔을 유심히 살펴봤더니 헉 11도다. 저거 두 캔 먹으면 소주 한 병 먹은 거랑 같다는 말씀. 어쩐지 알딸딸하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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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음식 이야기

혼자 여행다니면 좋지 않은 점 중의 하나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한 끼당 한가지 밖에 맛볼 수 없는 데다가 끼니를 때우는 수준이 아니라 요리를 먹겠다 생각하면 둘이나 셋이 먹을 때보다 비용은 두세 배 더 들지요, 먹다가 반쯤은 남길 용기도 있어야 하지요, 음식점에서 뻘쭘한 분위기 견딜 수 있는 뻔뻔함은 기본이지요, 이런 삼박자를 두루 갖춰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이거야 사실 여행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바 그간 쭈욱 혼자 밥 사먹은 경험에 의하면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어지간한 전골류는 기본 2인 이상이고, 피자는 마트에서 파는 조각 피자 이외는 언감생심이며, 심지어 중국요리도 짜장면과 짬뽕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혼자서는 그저 김치찌개나 비빔밥이나 먹어야 하는 신세인 것이다.


자.. 뭔 서론이 이렇게 긴고 하니 먹는 얘기를 쓰려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국수랑 만두랑 볶음밥 이외에는 먹은 게 없다는 고백을 하기 위해 변명이 길어졌다. 게다가 군것질 안 즐기는 버릇이 고쳐질 리 없어 뭐 크게 길거리 음식 먹은 것도 없고, 술은 거의 맥주 한 병이 전부이니 안주 먹을 일도 없고 그래서 사실 뭐 먹을 것에 대해서 쓸 게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지금 집 떠난 지 한 25일 됐으니 그래도 한 60끼니쯤은 먹었을텐테 특별히 떠오르는 음식도 없고, 그렇다고 음식 때문에 크게 고생한 적도 없고, 아직은 한국 음식 먹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안 드니 그저 맹숭맹숭할 따름이다.


북경에서 먹은 국수. 처음 시킨 국수라 잔뜩 긴장하고 먹었는데 나름 고기도 있고,야채도 있고, 면발도 쫄깃해 맛있게 먹었다.


 상해 예원에서 먹은 샤오 뭐 라는 만두.. 워낙 유명한 집이라 한 30분 줄서서 산 뒤 길거리에서 먹었다. 만두에 야채가 하나도 없고 고기만 똘똘 뭉쳐 있다. 양이 너무 많아 반만 먹고 놔두니 반은 어떤 할머니가 달라고 해서 그냥 드렸다.


황산 기차역에서 먹은 계란 볶음밥, 볶음밥이 아무리 맛있으면 뭐하냐구요.. 김치도 하다못해 단무지도 없이 저거 먹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중국 음식 심하게 입에 맞는다. 누구는 상차이 때문에 입에도 댈 수 없다고 하고 누구는 느끼해서 한숟가락 뜨기도 괴롭다는데 첫날부터 어 맛있네.. 했으니 아무리 걸어도 살이 빠질 리가 있냐 말이다. 흑흑.. 게다가 양은 또 좀 많이 주냔 말이다. 그저 좀 괴로운 건 국수면 국수, 만두면 만두, 볶음밥이면 볶음밥 이외엔 단무지 한조각도 안나온다는 건데 일식 삼찬이 그립긴 하지만 이것도 그럭저럭 적응이 된다. 게다가 어떤 유스호스텔에서는 나름 세트 메뉴 같은 걸 만들어서 밥이랑 요리 조금, 반찬 두어 가지, 국 등을 한세트로 팔기도 하고,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반찬가게 같은 데서 이것저것 골라서 먹을 수도 있으니 맨날 단품만 먹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저냥 먹고 다닌다.


주로 시장이나 기차역 혹은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파는 골라먹는 음식이 정말 맛있는데 문제는 영어 메뉴가 없는 것은 당연지사요, 주인은 100% 영어를 못하니 시키는 것이 대략 난망이다. 그래서 생긴 요령은 대략 이러하다. 무지 먹고 싶다는 표정을 짓고 옆에 서 있는다. 그냥 서 있으면 안되고 대략 밥의 위치와 먹고 싶은 음식을 찍어두어야 한다. 그러고 서 있으면 중국어로 뭐라 뭐라 물어본다. 물론 못 알아듣는다. 그때 밥의 위치를 손으로 가리키며 반찬들을 애절한 눈으로 바라보며 영어로 몇 마디 해 준다. 뭐 그냥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 단지 밥을 그냥 얻어먹을 요량은 아니라는 것만 사실만 확인시켜주면 되는 것이다^^. 그럼 백이면 백 다 알아듣는다. 먼저 반찬을 고르게 하고 고른 반찬 숫자에 따라 돈을 받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돈을 표시하면서 칩 같은 걸 사오라고 하기도 하지만 여튼 못 먹은 경우는 없다. 이 경우 고기 두어 가지에 나물이랑 두부 부침 가끔 계란 후라이도 먹을 수 있어 단품 식사의 괴로움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해서 대략 오원(650원) 정도다. 


계림 칠성 공원 앞 식당에서 고른 뷔페식 식단, 근데 아직도 그 고기가 뭔지 궁금하다. 뼈는 닭이었는데 고기 맛은 닭이 아니었던 것이다 --;:


룽성 버스터미널 앞의 가게. 이것저것 고르면 죄다 섞어 기름 듬뿍 넣고 다시 볶아 주신다. 그래도 맛있다.


그래도 아직 음식 고르는 일은 무지 어렵다. 처음엔 대도시만 다닌 탓에 사진보고 골라먹을 수 있는 집이나 영어 메뉴판이 있는 집이 많아서 그나마 좀 수월하게 다녔는데 대도시를 지나니 온톤 한자투성이인 메뉴판만 덜렁 나온다. 중국 음식은 재료와 조리법으로 되어 있다는데 아무리 봐도 뭐가 재료고 뭐가 조리법인지 구별도 모호한데다 면이랑 밥이랑 탕 정도는 구별하겠는데 구별해도 별 소용이 없는 것이 이게 항상 생각하는 거랑 다른 종류가 나와 주신다는 특징이 있다. 다행인건 다른 게 나와 주셔도 대부분 입맛에 맞긴 한다^^ 게다가 과일이 무지 흔해서 대략 사과며 복숭아 뭐 그 비싼 커다란 포도까지 대략 한 십원만 주면 무지 많이 사서 며칠동안 먹을 수 있다.


그나마 아는 요리, 싱핑에서 먹은 마파두부


여기서 먹은 최악의 음식은 우습게도 스파게티였다. 양수오에서 여행자 거리를 만나니 느닷없이 서양 음식이 먹고 싶어지는데 태국이며 라오스에서 먹었던 맛난 음식들이 눈에 아른아른 하더라는 것이다. 거리도 비슷하니 맛도 그만저만 하겠지 싶어 적당한 카페를 골라 들어선다. 대낮부터 스테이크는 오버질이고 피자는 뭐 피자헛 크기만큼은 안 되도 대략 어린애 얼굴만하니 다 먹기 어렵고 그래서 낙착을 본 것이 스파게티였는데...  이것이 면을 덜 삶았는지 혹은 덜 볶았는지 뚝뚝 끊어지는데다가 위에는 치즈요, 아래는 기름으로 흥건하니 아무리 비위 좋은 나도 두 젓가락 먹고 더는 입에 대지를 못 하겠더라는 거다. 결국 스파게티는 먹지도 못하고 느끼함을 달래려 커피까지 마시고 나왔다는 뭐 대략 그런 야그다.


싱핑장의 볶음국수. 김박사의 볶음 국수보다야 못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맛있다.


싱핑장의 찰떡. 노란색에는 설탕이, 흰색에는 깨가 들어있다. 1원(130원)에 네 개인데 두 개만 먹어도 배부르다.


여튼 제대로 된 음식 못 먹는 이런 사정은 다른 나라를 간다 해도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 인도차이나에서도 국수나 볶음밥 그리고 만두 대신 스프링롤이나 오지게 먹고 다닐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리고 과일 대신 과일 쥬스나 마시고 다닐테고.. 자.. 이 난국을 타개할 묘안들을 제시해 주시라.. 뭐 현지남을 사귀라는 둥 여행남를 꼬시라는 둥의 현실 불가능한 대안은 절대 사양이다. 뭐 그런 남들 있으면 음식이 문제겠는가? 안 먹어도 배부르지 않겠는가 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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