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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10/25
    <하롱베이> 조용한 이틀을 보내다.(10)
    제이리
  2. 2005/10/25
    <호아루-땀꼭> 다시 일일투어를 가다.(2)
    제이리
  3. 2005/10/25
    <하노이> 베트남이 점점 좋아진다.(5)
    제이리

<하롱베이> 조용한 이틀을 보내다.

하롱베이로 떠나는 날 아침 숙소 로비에서 한국여행자를 만난다. 아침에 훼에서 올라 온 친구다. 한달 반가량 인도차이나를 여행 중인데 훼에서 라오스로 넘어가려다가 베트남에서 하롱베이를 안 갈 수 없다 해서 하노이까지 올라오는 길이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한마디 한다. 하루만 일찍오지.. (내가 얼마나 술친구가 필요했는지 아냐?) 물론 괄호안은 그냥 생각만 했다^^


빅그룹은 배와 숙소가 열악하다는데 막상 배를 보니 그리 나쁘지 않다. 싼게 비지떡이란 말은 최소한 베트남에선 통하지 않는 것 간다. 가장 싼 걸 선택하는 게 남는 장사인 것 같다. 돈을 더 내든 아니든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다. 뭐 한 백불씩 더 내면 물론 확실히 서비스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배에서 전날 보았던 한국인 가족을 다시 만난다. 하롱베이 투어는 그냥 배타고 갔다가 깟바라는 섬에서 하루자고 돌아오는 투어다. 스몰그룹의 경우 중간에 수영도 하고 카약킹도 한다는데 애초부터 그건 별 관심이 없었으니 대략 만족이다. 다행히 날씨가 흐려 갑판위에서 누워가도 크게 부담이 없다. 하롱베이 가는 4시간 동안 그저 앉아서 바다위에 떠 있는 석회암 봉우리를 바라보거나 누워서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다가 잠시 자거나 하며 한가로운 시간이 흘러간다.


비로소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음악을 듣는다. 이번엔 김광석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꿈에 보았던 길/그 길에 서 있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본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햇살 눈부신 곳 그곳으로 가네/ 바람에 내 몸 맡기고 그곳으로 가네

출렁이는 파도에 흔들려도 수평선을 바라보며/햇살이 웃고 있는 곳 그곳으로 가네


 

나뭇잎이 손짓하는 곳 그곳으로 가네/휘파람불며 걷다가 너를 생각해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도 뒤돌아 볼 수는 없지/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래 그리워도 뒤돌아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 생각하니 조금 뒤 있을 일산반상회도 조금 덜 가고 싶어진다^^ 저녁 무렵 배가 깟바섬에 닿는다. 마치 월미도를 연상케 하는 이 섬은 정말 거대한 관광지다. 일설에는 보트피플로 나갔던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건물을 세우고 장사를 시작했다는데 식당이며 술집분위기가 아무래도 베트남 같지가 않다. 숙소에서 여장을 풀고 한국인 가족과 저녁을 먹는다. 덕분에 게도 한 마리 얻어먹고 바에서 맥주도 한잔 한다. 일가족은 하루를 이 섬에서 더 묵기로 했단다. 나야 예약해 둔 기차표도 기차표지만 한 가족 사이에 끼어 수영할 일 있나.. 그저 예정대로 하노이로 돌아와 훼로 가는 밤기차를 탄다.

 


대략 이렇게 널부러진다. 일가족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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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아루-땀꼭> 다시 일일투어를 가다.

허접하지만 별 수 있나.. 박하에 이어 다시 일일 투어를 간다. 하노이에서 갈 수 있는 일일투어는 호아루-땀꼭 투어와 퍼퓸파고다 둘 정도다. 그중 땀꼭 투어의 경우 신청하니 한국인이냐고 물어 볼 정도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는데 내가 이 투어를 신청한 이유는 순전히 퍼품파고다 투어에 2시간가량의 트레킹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혼자 걸어다니는 건 몇시간이라도 하겠는데 이상하게 자, 지금부터 2시간 걷습니다. 하면 딱 걷기가 싫어지는 건 또 뭐란 말인가. 여튼 그래서 걷는 게 없는 투어를 신청한다.


아.. 그러나 한국인이 가장 선호한다는 이 투어 버스에도 한국인은 없다. 프랑스 커플, 호주 커플, 미국인 여자 그리고 말되게 많은 네덜란드 아저씨 그리고 나 이렇게 달랑 일곱이다. 배는 둘씩 탄다는데 저 말많은 아저씨랑만 안 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일곱시에 온다던 버스는 온 동네를 다 돌아 여덟시가 넘어서야 여행자 거리를 빠져나간다. 그리고 두어시간쯤 달리다 호아루에 도착한다. 호아루는 10세기 후반 베트남 어느 왕조의 도읍이었다는데 그 왕조의 시조를 모셔놓은 두 개의 사찰을 둘러보는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도 이번 가이드는 좀 덜 뺀질거려 이것저것 설명도 하고 제법 살갑게 굴어준다.


호아루의 사원 두개 중 하나. 이름은 가이드북에 나와 있으나 둘중 어딘지 모르겠음^^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또다른 버스에 실려 온 한국인 일가족을 만난다. 부부와 아이 둘, 일가족이 패키지가 아니라 자유 여행으로 왔다는데 알고 보니 아저씨가 대한항공에 다니는 덕에 이곳저곳을 많이 여행한 가족이다. 이 가족이 하롱베이 투어를 18불에 신청하셨다길래 일행이라고 하기로 하고 여행사 명함을 받아둔다. 내가 아는 최저 가격이다. 게다가 같이 신청하면 최소한 하롱베이 1박 2일 동안은 외로움에 치를 떨지 않아도 될 테니 이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근데 이분들 정작 땀꼭 투어는 15불에 오셨단다. 참 베트남 투어는 요지경 속이다.


오후에는 배를 탄다. 땀꼭 수로를 따라 삼판이라는 노젓는 나룻배를 타고 두시간을 왕복하는 코스인데 물은 그리 깨끗하진 않지만 양수오에서 본 것 같은 동글동글한 석회암 봉우리들이 제법 운치있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일단 두 커플이 먼저 배를 타고 떠나고 셋이 남는다. 어쨌든 미국 여자랑 타야 할텐데.. 하며 옆을 떠나지 않고 안되는 영어로 수다를 떨고 있는데 가이드 왈 셋이 타란다. 뭐 셋이 타는 거 까지는 그럭저럭.. 근데 이저씨 두시간 내내 떠들어댄다. 다행히 미국인 여자가 적당히 받아주어 화살이 나한테까지 오지는 않는다. 아니었으면 좀 조용히 경치구경이나 할 텐데.. 지나친 명랑과 쾌활도 때로는 남에게 방해가 된다.


배타는 곳, 저 배를 타고 수로를 따라 올라갔다 오는 것이 코스다.


반환 지점에서 배위에 물건을 올려놓고 파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엄청난 바가지다.


그리곤 버스에 실려 다시 하노이로 돌아온다. 참 점심밥도 포함된 투어였는데 밥이랑 반찬 4가지가 나오는 식단이다. 간만에 밥이랑 반찬이랑 먹으니 좋더구만.. 서양애들 서툰젓가락질로 께작거리는 사이에서 혼자만 두 그릇이나 먹었다. 나물도 있어 고추장 넣고 비비면 딱 비빔밥이겠더구만, 차마 고추장을 꺼낼 수는 없었다는 슬픈 현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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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베트남이 점점 좋아진다.

기차가 사파를 떠나자마자 이를 악문다. 지금까지는 예행연습이요, 시행착오였으며 이제부터 다시는 어리숙하게 당하지 않을 것을 혼자서 국기도 없는데 굳게 다짐한다. 바가지가 바가지를 넘어서면 그때부턴 자존심이 상하기 시작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오래간다. 예컨대 오천동짜리 물건을 대략 외국인에게는 만동쯤 받는 바가지야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다. 근데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그 만동짜리조차 삼만동 받겠다고 설치니 이거야 신경이 쓰여서 어디 맘편히 여행이나 하겠는가 말이다. 게다가 잔돈도 다르게 줬다가 아니라고 해야 제대로 주지.. 뻔한 물값 만동 불렀다가 그냥 뒤돌아서야지만 오천동으로 내려가지.. 여튼 잔신경이 무척 쓰이는 나라인 것이다. 아마 지나친 긴장감이 빚어낸 감정이겠지만 사파를 떠나올 때만해도 베트남 비자를 왜 받았을까 그냥 확 호치민으로 내려가서 이 나라를 떠나버릴까 뭐 이런 저런 생각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가장 괴로운 건 도무지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다는 일이다. 숙소에서도, 길에서도, 투어에서도 내내 이게 정상적으로 끝이 날 것인가에 온갖 신경이 집중되니 도무지 맘이 편치를 않다.


이래저래 불편한 맘으로 하노이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반경이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하노이역에는 예외없이 삐끼님들이 진을 치고 있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 버스를 물색해 본다. 그러나 항박거리로 간다던 15번 버스는 6시반이 넘도록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오토바이 기사와 흥정에 들어간다. 대략 오천동 정도가 정가라는데 만동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일단 만동에 가기로 하고도 얘가 제대로 데려다 줄라나.. 엄한데로 가서 여기라고 우기거나 만동이 아니라 십만동이었다고 우기면.. 별 생각이 다난다. 그러나 별일 없이 원하던 숙소까지 간다. 뭐 잔돈이 없다는 제스쳐를 한 번 쓰기는 했지만 단호하게 노를 외치며 거스름돈을 주기 전에 돈을 미리 건네주지 않으니 알아서 잔돈을 꺼내 준다. 슬며시 웃음이 난다. 이런 거였구나..


하노이 여행자거리. 여행자거리는 어디나 다 비슷하다.


이곳에서는 팬룸 싱글가격이 대략 중국의 도미토리 가격이다. 뭐 방에 따라 다르겠지만 5불 정도면 묵을 수 있다. 5불짜리 싱글룸에 짐을 푼다. 조금 안정이 되는 느낌이다. 방에서 한참을 뒹굴거리다 여행자거리로 나서본다. 날씨가 의외로 선선하다. 아직까지 동남아 특유의 무더위는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거리는 듣던대로 오토바이의 행렬이 장난이 아니다. 중국도 만만치 않았지만 여긴 정도가 좀더 심하다. 4차선 정도의 거리를 하나 건너고 나면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그러다가 식당에 들어가 생과일쥬스도 마시고, 아이스커피도 마시고, 거리에서 국수도 사먹어 본다. 음식에 기름기가 쫙 빠져 맛은 중국보다 훨씬 담백한데 양이 너무 적다. 그새 중국의 양에 익숙해졌는지 그게 원래 정량이었는지 여튼 국수를 먹어도 볶음밥을 먹어도 뭔가 허전하다. 그래도 음식은 뭘 먹어도 맛있다.


하노이 쌀국수 퍼보, 그릇이 너무 적다^^


그러다가 투어를 물색해본다. 숙소에 있는 킴카페 호아루-땀꼭 일일투어가 15불, 하롱베이 1박2일 투어의 경우 스몰그룹만 취급하는데 대략 28달러에 싱글차지가 5불이란다. 신카페로 가보니 호아루-땀꼭이 13불, 하롱베이 1박2일의 경우 스몰그룹은 비슷하고 빅그룹은 20불에 싱글차지가 4불이다. 몇군데 더 가봐도 비슷비슷하다. 인터넷에서 본 것보다 3불에서 5불정도 비싼 가격인 것 같아 그냥 호아루-땀꼭만 13불에 신청하고 하롱베이는 투어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정보를 얻기로 하고 신청을 유보한다. (그러다가 결국 땀꼭 투어에서 만난 한국인 가족의 도움으로 싱글차지 없이 빅그룹을 18불에 신청한다.) 


다음날은 뚜벅이 투어에 들어간다. 먼저 버스를 타고 호치민묘로 간다. 그리도 없던 한국인들이. 그것도 단체 관광객들이 득시글득시글한다. 덕분에 옆에 살짝 껴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다. 호치민 시신은 방부처리를 위해 러시아에 가 있어서 지금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 기간이란다. 북경에서는 월요일이라 모택동묘에 들어갈 수 없었는데 뭐 이래저래 방부처리된 시신들과는 인연이 없나 보다. 호치민이 만년에 살았던 생가를 지나 호치민 박물관, 문묘까지 그냥 길을 따라 걷는다. 하노이 시내야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없지만 관광지들 사이는 그저 쥬스 한잔씩 마시면서 걸어다닐만 한 거리다. 그리곤 전날의 뼈아픈 기억을 되새기며 하노이역에 가서 후에행 기차표를 직.접. 예매한다. 중국보다 사람도 적고, 영어도 통해 쉽게 예약이 된다. 그 뒤로 호아후 미군수용소, 역사박불관, 혁명박물관까지 다시 걷는다. 그러다보니 다시 호엔끼엠 호수가 보인다. 저녁엔 수상인형극도 함 봐주고..


호치민묘


호아루미군포로수용소


호엔끼엠호수, 어째 죄다 호자돌림일세^^


쎄옴과 실갱이없이 그저 걸어다니면서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니 점점 익숙해지는 느낌이 든다. 호수에서, 길에서, 버스에서 만난 베트남 사람들은 친철하다. 호수에서 누가 앉아도 되냐길래 또 뭐 팔러온 앤가 앉으라고 해놓고선 뜨악하게 있었더니 신문을 이리저리 들추며 축구 얘기를 시작한다. 안정환이며, 이천수며 이름밖에 모르는 축구선수들이 나열되다가 월드컵으로 얘기가 빠지더니 한국축구가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알고보니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란다. 회화연습 상대치고는 좀 부실해서 미안한 마음은 들지만 이삼십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또다른 청년은 길을 물었더니 지도를 이리저리 뒤적여보다간 도저히 설명이 안되는지 결국 목적지인 역사박물관 앞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선다. 그래..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자. 다 사람사는 곳이 아닌가.. 조금씩 긴장이 풀린다. 하노이에서의 또다른 하루가 저물고 베트남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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