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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지난 주에 출장 검진을 마무리했고,  그저께로 고입 검정고시 도우미 역할도 끝나서 좀 홀가분한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방학기념으로 연구실 대청소를 해볼까 했는데 어쩌다보니 하루가 훌쩍 지나가 아직도 귀신나올 것 같은 공간이다. 

 

    과에 가보니 대부분의 직원들이 휴가라 한산하다.  판정이 밀린 것이 없나 물어보았더니, 많이 밀려있단다.  이유는 흉부방사선 촬영 판독이 7월15일부터 나오지 않았기 때문.  원내 수검자들이 결과 통보지연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는데, 영상의학과 담당 선생은 휴가중.  민원이 들어온 사람만 일단 추려서 응급 판독을 받았다는데 그중의 한 명은 종양같은 게 보이니 컴퓨터 단층촬영을 해보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허거덕.  결과를 보자 마자 전화로 결과 설명하고 호흡기 내과 진료를 보도록 했다.

 

    일반 검진결과는 법적으로 열흘안에 보내주어야 한다.  최소한 7월 20일 수검자까지는 결과지가 발송되어야 맞는 것이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결과통보지연이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핵심멤버들이 모두 휴가를 가는 것은 좀 심하지 않은가?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그럴 수 없을 것 같은데.  상반기 검진이 힘들었다고, 그래서 회식이고 뭐고 일단 휴가부터 갔으면 좋겠다던 직원들의 마음을 이해못하는 건 아니다.  어린 아이들 유치원이 모두 8월 초에 방학이니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낼 수 밖에 없는 사정도 이해못하는 게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인계를 하고 일이 진행되도록은 해야 하는 것인데, 내가 물어보기 전까지 아무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손 놓고 있다는 게 좀 황당하다.  출장 특수검진 판정도 밀려있었다.  검진결과는 다 나왔는데 담당자가 휴가중이라 목요일이 되어야  진행이 된단다.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오늘 내일 중 다 판정할테니 준비해달라고 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담당자에게 거의 매일 판정 넘길 것이 있냐 물어보고 확인을 했는데, 밀린 것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었다.  내가 검진흐름까지 챙겨야 하나 회의가 들 때가 많은데 챙겨도 문제가 자꾸 생기니  짜증이 난다.  에잇. 

 

   원장이 불러서 다녀왔다.   과장 발령장을 주면서 딱 한 마디 하더라.  원래 웃는 얼굴은 아니지만 뭐가 그렇게 못 마땅하신가 모르겠다.  전임 과장이 차기 과장으로 나를 추천했을 때 '민노당 아니야?' 했단다.  민노당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모욕적인 발언이다. ㅎ

 

   교실에 커피타러갔다가 옆방 선생님이 새로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목이 R-commander를 이용한 통계분석 - 의약보건학 자료의 적용이다.  지난 번 교실회의때 공동 운영하는 통계학 수업 교재를 수정하고 R을 예제로 해서 책을 내자 했는데, 다들 미지근... 혼자서 후딱 작업을 하신 모양이다.  부럽다.  나도 쓰고 싶은 책 있는데......쩝.  이 대목에서 우스운 이야기가 생각났다.  언제가 교수식당에서 밥먹을 때 사람들이 시간이 없고 연구비가 없어서 연구를 못한다 한니까 어떤 사람이 말했다. 연구비도 많고 시간도 있으면 큰일나. 진짜 연구 열심히 해야 하잖아. ㅎ

그게 내 모습일 수도 있겠다.  위대한 작품은 다 역경을 이기고 탄생하는 법. ㅎㅎㅎ 

 

   홀가분한 마음으로 출근했는데, 거시기하게 하루가 지나갔다.  좀 차분하게 앉아서 논문을 쓰려고 했는데, 일단 밀린 판정부터 하고, 이번 주말까지 쓰기로 한 문서 쓰고, 약속 못 지킨 원고 마침표 찍고 연구실 청소하고... 엥, 이러다간 이번주에도 논문작업을 시작도 못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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