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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와 효율

  오늘 원내검진을 하는데 간호사가 물어본다. "근골격계 집단 검진 의뢰가 들어왔는데 어찌할까요?" 메모에 적힌 사업장명을 보니 승용차로 세시간 거리에 있는 '진보적인 교수팀'이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한 곳, N사이다. 첫 조사후 이년이 지난 다음에야 근골격계 환자에 대한 진료를 하기로 결정하다니,



  그 교수팀은 이 회사말고도 몇 개 더 용역계약을 했다. 그 중엔 내가 나가던 회사도 있었는데 조사지 수거하고 나서 함흥차사여서 노조에서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것을 일년인가 지켜본 적이 있다. 나중에 그가 산업의학회에서 그 조사에 관련된 연구결과를 서너개씩이나 발표할 때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버스를 대절하여 자신들을 먼 도시 대학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검사를 해 줄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는 노조간부의 얼굴이 생각이 났다. 개인적으로 그를 알지는 못하지만 아주 훌륭하다고 들어왔기 때문에 더 안타까왔는 지 모른다.

 

    물론 그 때는 근골격계 관련 법 시행 직후라 너무도 일들이 많아서 대부분의 연구팀에서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는 한다. 그런데 그렇게 오랫동안 끌고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다른 병원에 하라고 하지 않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중에 들어보니 일차 조사는 본인이 하지만 그 다음부턴 노선생한테 가보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허걱, 일 벌여놓고 제일 골치아픈 일을 떠넘기다니.

 

  N사는 우리 동네 다른 병원에서 오랫동안 건강관리를 해 왔다. 담당자와 통화하면서 그냥 보건관리하는 병원이랑 하라고 했더니 검진은 우리 병원에서 하기로 노사합의가 되었다고 한다. 내 보기엔 그냥 그 병원에서 해도 되겠구먼. 그 병원 담당 선생님이 뭐 아픈 걸 안 아프다고 하겠어?  검진해서 산재환자나 공상환자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어쨌든 의뢰가 들어왔고 꼭 여기서 해야 한다니, 그럼 누가 할 것인가를 결정할 차례. 쪽지를 건네준 외래 간호사한테 '내가 검진담당의사이니 이 검진은 내가 해야 하는 건가?' 물으니 '그럴 것 같은데요'했다(작년까지는 노선생이 검진담당이었다).  

 

   노선생한테  물어보았더니 자기가 지금까지 해 왔으니 자기가 한단다. 좀 당황스러웠다. 내가 하기 싫어서 물어본 건 아닌데 그렇게 들었나?  노선생이 하고 싶은 것인지, 내가 일 많이 할 까봐 챙겨주는 것인지, 내가 하는 게 못 미더운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물어보고 싶었으나 다른 현안이 많아서 그냥 넘어갔다.

 

  나는 일 무서워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오버는 딱 질색이긴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을 피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이 하고 싶다면 굳이 내가 하겠다고 나서진 않는다. 그 결과 노선생의 일은 점점 많아진다. 이게 또 나의 스트레스이다. 가끔 낙타를 만나면 나와 노선생의 업무량에 대한 질문을 받는데 참으로 난처하다. 공정하지 못한 사람이 되는 것도 싫으니.

 

  사실 이번 3월에 우리 과 과장을 바꾸려고 했었다. 노선생이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으니 그 다음에 바꾸자고 하길래 그러자고 했는데 시간이 점점 지나서 하반기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래서 얼마전에 그냥 노선생더러 계속 하라고 했다. 연수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지금의 방식이 과연 효과적이고 효율적인가? 하는 의문은 계속 남는다. 긴 안목으로 보면 N사 근골격계 질환 관리는 다른 대학병원에서 하는 게 바람직 할 것이다. 내 생각엔 노동조합이 좀 더 자신감을 가진다면 어느 병원에서 하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민주노총이 검증했다는 대학병원과 의사들이 자기 작업장에 줄 수 있는 것과 자기 작업장에 자주 와서 들여다볼 수 있는 의사를 견인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정확하게 저울질 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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