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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자유무역협정과 노동자 건강, 어려워.

  오늘 마지막 방문했던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노조 부지회장과 이야기를 하면서 가슴이 콱 막히는 것 같았다. 아산 현대차에서 NF 소나타 생산을 중단하게 될 지 모른다는 소문의 진상에 대해 물어보았다.  관련 업계 사측 인사들로 부터 우리가 들은 이야기는 힘쎈 울산공장 노동조합이 요즘 일이 없어 야간근무만 하기 때문에 힘없는 아산 물량을 끌어가려한다는 것. 그러나 부지회장의 말을 들어보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부지회장 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삼년 전에 노조가 처음 생겼다.  현장 노동자들은 이십대 초중반의 젊은 남자들이었고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군대식 노무관리가 심각했다고 한다. 처음엔 현장 폭력과 점심시간 강제 특근에 시달리다가 더 이상 못 참겠다 하여 몇 명이 용기를 내서 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을 하러 갔었다고 한다. 거기서 사업주가 특근 수당을 주는 한 강제로 특근 시키는 것은 위법이 아니므로 우리 소관이 아니라는 답변을 듣고 기가 막혀서 노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사측 몰래 조심조심 작업하여 현장직원 전원을 가입시켜 노조설립을 한 뒤로 현장 폭력도 없어졌고 강제 특근도 없어졌다. 

 

  사측에서는 노조사람들이 뭘 몰라서 대화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했었다. 예를 들면 노사대화중에 어려운 말이 나오면 노조에서 일단 휴회하자 해 놓고 사무실에 올라가서 여기저기 물어보고 의논하고 내려와서 다시 회의를 재개한다는 것이다. 나도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설명때문에 노사협의회에 몇 번 들어갔었는데 지회장, 부지회장, 산안부장이 어찌나 어리고 연약해보이던지 내가 다 안타까울 정도였다.   

 

  부지회장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관련 업계 노동자들이 19만명이다, 지금도 중국에서 작은 부품 실은 배 한 척이 들어오면 영세 사업장 두 세달 놀다가 망하는 상황이다, 소나타 라인이 울산으로 가면 1차 밴드인 이 회사 노동자들도 반도 안 남고 짤릴 것이다, 대책이 없다". 그러나 그는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투쟁보다 더 큰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들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그의 얼굴이 굳어진다. 평소 생글생글 잘 웃는 부드러운 사람인데 웃음기 없는 까칠한 얼굴이 되었다.   

 

  한미자유무역협정!

참세상 특집 기사를 뚫어져라 읽어보기도 하고 FTA 반대 블로그를 기웃거려 보기도 하지만 그날 그날의 일에 허덕이다 보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나한테 정말 어려운 단어이다. 노동자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공부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속에만 맴돌고 있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노건연에서 기획세미나를 한다고 해서 신청해놓았는데 아직 소식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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