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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사후관리 판단의 고충

  오늘 특검하는데 어떤 이가 절삭유와 관련된 피부가려움과 재채기, 코막힘, 수돗물처럼 나오는 맑은 콧물 등을 호소했다. 그래서 절삭유 사용이 적은 부서로 가면 어떻겠냐 했더니 근골산재후에 부서이동을 한 결과라고 하면서 난처한 표정이다. 사무직 포함 90명밖에 안되는 회사에서 허리부담도 없고 절삭유도 취급하지 않는 부서를 찾을 수 없으니. 비염쯤은 감수하고 살 수 밖에 없다......이렇게 문제가 생길 때 마다 부서를 바꾸는 것은 작업자에게 큰 부담이 된다. 고로 작업전환은 정답이 아닐 때가 많다. 

 



  이 회사는 외국계 회사로 민주노총 소속의 지역노조가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고 산업공학과 출신에 경영학 석사를 했다는 담당 과장이 합리적으로 일을 풀어나가고 있어 다른 회사보다 먼저 근골격계 질환 관리를 해 왔다.

  공정도 꾸준히 개선을 했고 생산물량도 본사에서 요구하는 것의 2/3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작업자들한테는 체력단련비를 지급하여 운동을 장려한 결과 상당수의 직원들이 헬스클럽을 이용하는 등 노력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 번 검진은 노과장이 했는데 작업자들의 운동실천률이 매우 높고 근골격계 증상호소자가 거의 없다고 아주 모범적인 곳이라고 칭찬을 했었다. 오늘 보니 두 세명 증상이 심한 사람이 있었지만 사측에 이야기 할 생각은 없다, 자가치료해보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담당 간호사는 구조조정 가능성때문에 현장이 술렁거린다고 했다. 

 

 이런 데서 특검 2차 검사를 내면 문제있는 이로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검사를 안 할 수도 없어서 천식관련 증상 호소자 몇 명은 기도유발폐기능 검사를 냈다. 비염 호소자들이 좀 있기는 하지만 심하지 않아서 노출감소, 금연 등을 권고했다.

 

  특검을 하다보면 사후관리란에 무엇을 쓸까 고민 할 때가 많다. 일반검진과는 달리 작업에 대한 조정을 권고해야 하는 데  효과적이고 (노사 양측에서) 수용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운 경우가 꽤 있다. 

 

  어제는 판정을 하는데 다른 회사의 유기화합물에 간헐적으로 순간 고농도 노출되는 도장부서에서 8년째 근무하고 있고 반장을 맡고 있는 30대 초반 남자에게서 기도유발검사 양성이 나왔다. 작업장에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뚜렷하지 않아서 반응성 기도장애증후군(비면역성 직업성 천식)으로 유소견자 판정을 냈다. 사후관리란에 마땅히 작업전환이라고 써야 하지만 일단 본인의 의견을 물어보아야 한다. 전화통화를 했더니 절대 작업전환은 원하지 않는다, 그냥 이렇게 기침하면서 일하는 게 낫다고 펄쩍 뛴다. 하긴 반장이 어딜 가겠는가. 그에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일단 3개월간 유기화합물 노출을 최대한 회피하고 약물치료도 좀 하고 증상을 본 뒤에 사후관리에 대해 다시 결정하자고 썼다.

 

  이럴 때 나의 원칙은 모든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작업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명백한 고용상의 위협이 아니라 타 부서에 가서 새로 시작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염려와 장기적으로 영구적인 폐기능의  장애가능성이 있는 호흡기 질환이라는 고통중에서 후자를 선택할 경우에 그 편을 들어주어야 할 지 고민스럽다. 

 

  점심시간에 이 포스팅을 시작했는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아, 또 판정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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