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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7

  < 밤>

   모교에 '자유의사'라는 이름의 사회봉사 동아리가 있다.  그 친구들과 성수동 사업을 함께 하기 위해서 지난 토요일에 사업설명을 하러 서울에 갔었다.  그리고 오늘 그 친구들이 성수동에 왔다.   검진중간에 마구 마구 떠들면서 장난치는 그 발랄함 앞에서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얘들아 좀 프로페셔날 한 척 좀 해봐~ 하고 타일렀으나 그 순간이 지나고 삼 분이 되지 않아서 다시 떠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애고, 내가 이런 꼬맹이들을 믿고 일을 한다고 한 거지? 하는 한숨이 살짝 나오기도 했고, 그래도 뭔가 해보겠다고 자기 시간내서 나온 아이들이 이쁘기도 하고 그랬다.  아이들이 뭐라도 배워가는 것이 있어야 할 것 같아 근처 제화공장을 보여주었는데, 아유, 구두 만드는 게 참 신기하다 하는 천진난만한 반응들......끝나고 맥주를 한 잔 샀다. 

 

 <저녁>

   몇달전 성수동에서 하는 방문보건사업을 내가 할께, 라고 선뜻 대답했을 때는 내가 아주 사소한 일들까지 준비하고 여러 사람들을 연락하면서 일을 해야 할 줄은 몰랐다.  직장에서 일할 때는 다른 사람들이 준비해놓은 환경에서 '의사'로서의 일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역시 누군가 준비해놓고 나를 기다릴 줄 알았던 것이다.  전공의를 시작할 때 스승님께서 무엇이든 잘 하는 사람이 되거라 교시를 내린 뒤, 그렇게 하려고 애썼고, 그 결과 일이 무섭지 않은 사람에 가까와 졌다고 생각했는데, 엉덩이가 점점 무거워지는 것은 느낀다.  이게 나이먹는 거구나. 쩝.

 

  <오후>

  발암물질 감시 네트워크(이게 공식이름이 맞는 지는 자신이 없음) 회의에 다녀왔다.  진지하고 의욕있는 연구자/활동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즐겁다.  어떻게 저렇게 훌륭한 생각을 했을까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다.  회의끝나고 먹은 일본식 라면은 좀 느끼하긴 했으나 맛있었다.  소주 한 잔 같이 해야 할 것같았으나 저녁에 있는 검진때문에 마실 수 없어 아쉬웠다.

 

 <점심시간>

   전에 같이 일했던 이한테 무려 삼만원짜리 밥을 얻어먹었다.  연수다녀와서 한 번 보자고 했으나 서로 바빠서 못 보다가 일년이 지나서 보는 것인데, 얼굴이 편안해 보여서 좋더라.  중간 중간 전화를 했을 때는 직무스트레스가 하늘을 찌른다 하더니 좋은 사람이 들어와서 일도 수월하고 마음도 편하다 한다.

 

 <아침>

  서울에 가려는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덕분에 아침내내 기분이 저조했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 할 일 중의 하나는 내일로 미루게 되었다.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 할 일은 모레로 미루면서 사는 건 그만하려고 했는데, 감정조절이 쉽지 않구나.

 

<새벽>

  일찍 눈을 떴다.  누운 상태로 오랫동안 가만히 있었다.  생각보다 덜 피곤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피로가 풀리지 않는 날들이 계속 되었었는데, 역시 잠이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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