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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시인을 따라 찾아 떠나는 예술 여행-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곽재구

시인의 눈으로 봐서 어디인들 예술적이지 않을까마는, 곽재구의 눈에 비치는 세상은 이 책의 제목대로 사람이 있는 풍경이며 풍경으로 비롯된 사람의 예술적인 이야기이다.

미조포구에서 곽재구는 아마도 첫사랑인 듯 싶은 여인(소녀?)을 떠올린다. 누구에게나 그림같은, 동화같은 첫사랑이 있기 마련이지 않나. 그런 기억을 아름다운 포구에서 떠올리는 곽재구는 어떤 마음일까?
"사랑한 다음에 남은 적막처럼 / 내 저 깊숙한 휴식처로부터 / 달콤하게 머문, 희미한 포구의 불빛처럼 스러진 그대 곁으로 / 난 엉금엉금 기어오르나니......"


섬진강에서 역사의 아픈 흔적도 만나고, 전설만이 되어버린 화개장터, 평사리의 돌담길... 곽재구는 이 때마다 시를 읊조린다.
"돌각담 길에 들면 /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 저렇듯 예쁜 돌각담 길 내어 주며 / 끊어진 세상의 길을 잇는 듯 싶습니다."

미당을 찾아 선운사에서 질마재로 넘어서는 곽재구는 미당의 반역사적 행위들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다만 미당의 시만을 얘기한다. 처음 안 사실은 미당의 '자화상'에 "애비는 종이었다"는 문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당의 집은 최소한 자신의 동네에서는 제일 부자였단다. 그런데, 왜 '자화상'이지?

이 글을 읽으면서야 금강을 찾으며 당연 신동엽이 떠올라야 문학하는 사람이겠지 싶었다. 그런데 난 '금강'을 갈 때면 기껏 금강휴게소밖에 안 떠오르는 속물이니... 신동엽의 시와 신동엽을 기억하는 이들을 찾아 신동엽을 재구성하는 이런 사람이 금강 여행의 가이드라면 '관광'도 품위가 있을 듯 싶다.

공재 윤두서와 다산 정약용. 잘 알려진대로 공재는 다산의 외가쪽이다. 고산 윤선도도. 다산의 외가가 남인 계열이었다. 영산포에서 공재와 다산의 흔적을 찾아간다. 공재와 다산의 일화들도 간간히 이야기하는 곽재구의 박식함이라니...

김환기 - 잔남 신안군 기좌도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리

진도 소리를 찾아서 곽재구는 두 번의 기행문을 싣고 있다. 두번째 기행문이 씻김굿이 주된 내영이라면 첫번째 글은 진도 사람들에게 소리가 일상임을 만남을 통해 보여준다. 그래서 난 첫번째 기행문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통영, 많은 예술인을 배출한 정말 말 그대로 예향이다.

박인환,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교통사고로 죽은 아내와 자식을 따라 자살해버린 남편, 시인이기도 했다는데.. 잘 모르겠다.

천관산에서 회진 포구까지... 이청준의 <눈길>의 배경이 되었다는 진목 마을의 돌아가는 길을 찍은 사진만으로도, 집도 없으면서 돌아서는 소설 속의 어머니의 발길이 그려진다.

서역으로 가는 길...

박달재에 가면 이철수의 집이 있다는데,,, 작년에 박달재를 갈 때 한번 찾아볼 걸 그랬다. 올해 증평의 한 갤러리에서 이철수의 판화 전시를 봤는데, 이철수의 판화는 곽재구의 표현대로 '화엄으로 가는 은밀한 꿈'이 딱이다. 품위 있는 달력의 그림만으로 쓰이기는 아깝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내가 제일 먼저 미술품 하나를 구입한다면 이철수의 판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시인을 따라간 기행은 흥청거리지는 않았지만, 많이 아주 많이 낭만적이었다. 그래서 시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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