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위키리크스 관련 글

 

시민들이 정부 감시하는 역파놉티콘의 시대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2012-01-11  15:00:43)
[서평] 공개와 연대, 위키리크스와 페이스북의 정치학 / 존 김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2010년 4월 우리는 충격적인 영상을 접하게 된다. ‘부수적 살인’이라고 불리는 동영상에는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아파치 헬리콥터 공습으로 로이터 통신기자 2명을 포함해 12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조이스틱으로 게임을 하듯 사람에게 총알을 퍼붓는 미군의 모습은 ‘전쟁’의 잔인한 실상을 보여주면서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리고 한편으론 이 영상을 공개한 위키리크스에 대해서도 사람의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다.
위키리크스는 해당 동영상 공개를 계기로 세계의 치부를 폭로하는 전 세계적인 사이트로 성장했다. ‘위키리크스와 페이스북의 정치학’이란 부제를 단 ‘공개와 연대’는 위키리크스의 탄생에서부터 외교 문제, 저널리즘과의 관계, 혁명의 배경에 이르기까지 신비에 휩싸인 위키리크스를 꿰뚫는 책이다. 특히 위키리크스로 인해 파생된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어 언론인과 IT 관계자, 인터넷 정책을 다루는 정부 부처 관계자들에게도 꽤 유용한 책이다.
저자는 우선 폭로되는 기밀 정보의 양과 정확성, 정보 제공자의 익명성에 대한 철저한 보장이 오늘날의 위키리크스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정보 데이터를 보존하는 서버를 개인정보나 데이터에 대한 법적 보호수준이 높은 스웨덴이나 벨기에 등에 설치하는 치밀함을 보여줬고 위키리크스의 사이트에 올라오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정보를 보존해 공개하는 ‘미러사이트’가 많다는 점도 위키리크스가 고발자에게 환영을 받는 점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천재 해커인 위키리크스의 창시자이면서 편집장인 줄리언 어산지에 대한 평가도 빼놓지 않았다. 어산지는 지난 2010년 강연차 방문한 스웨덴에서 두명의 여성과 지내면서 강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데, 저자는 “어린 시절 37번이나 이사를 다녔던 어산지는 그야말로 유목민적 생활 방식의 소유자로 지금도 집 없이 지인의 집이나 호텔 등을 전전한다고 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것이 위키리크스를 지휘하기에 최적의 생활방식일지도 모른다. 다만 때로는 그런 생활 방식 때문에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며 고 지적했다. 특히 저자는 많은 지면을 할애해 위키리크스와 미디어와의 관계를 조명했다.
위키리크스는 지난 2010년 아프간 전쟁 관련 기밀문서를 공개할 때 영국 <가디언>, 미국 <뉴욕타임즈>, 독일 <슈피겔>과 제휴했다. 저자는 자칭 언론인인 어산지는 위키리크스를 매스미디어로 만들기를 꿈꿨지만 누구나 쉽게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미디어가 될 수 없다는 높은 자존심과 일종의 엘리트 의식을 가진 기존의 보도기관과의 인식 차이로 인해 갈등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나는꼼수다>와 같은 팟캐스트를 언론으로 봐야 하는지 맞닿아 있는 얘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확실히 가장 처음 누설 정보를 손에 넣은 주체로서 매스미디어의 상대적 중요성을 떨어질 것”이라면서 “그러나 한편으로 그런 정보를 분석, 검증, 설명하는 능력을 가진 매스미디어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의 기밀 폭로가 정부에 큰 위협이 되면서 검열 형태도 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아마존은 위키리크스에 제공해왔던 서비스를 중지한 바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적 판매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수천 개의 컴퓨터를 외부에 대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다. 위키리크스는 사이버 공격에 견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아마존 클라우드를 이용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리버맨 상원의원의 전화 한통을 받고 위키리크스에 서비스 중지를 선언해버렸다.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의 가장 큰 고객인 미국 정부 중심인물의 요청이라는 점에서 저자는 민간기업을 통한 정부의 ‘대리검열’이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아마존이 내린 결정은 민간 기업으로서 위법한 행위가 아니다.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규칙도 회사가 정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민간 기업이 자사가 보유한 네트워크나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표현을 통제하는 일도 용인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부의 ‘꼼수’를 통한 검열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결국 위키리크스의 등장으로 새로운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자가 말하는 새로운 사회란 ‘역파놉티콘’ 사회다. 미셀푸코는 ‘감시와 처벌:감옥의 탄생’이란 책에서 감시탑이 중앙에 있는 원형 감옥을 일컫는 ‘파놉티콘’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파놉티콘은 감시탑에서 독방을 볼 수 있지만 독방에서는 감시탑 안의 간수를 볼 수 없게 블라인드가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저자는 “일반적으로 파놉티콘이라고 하면 정부가 감시탑에 있고 독방에 들어 있는 시민들이 감시당하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위키리크스가 불쑥 등장하며 제시한 것은 우리들 시민이 감시탑에서 정부를 감시하는 구도”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이어 “정부나 대기업을 비롯한 기존의 권위는 정보의 점유와 통제를 통해 그 권위를 구축하고 유지해왔다”면서 “하지만 위키리크스나 페이스북이 정보의 투명화를 극단까지 밀어붙여서, 기존의 권위는 붕괴되고 새로운 권위 체제가 재구축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위키리크스와 ‘제국’의 전쟁 이제 시작?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 2011.02.27  15:08:21)
미국의 전방위 반격에 어산지 “지금 우리는 베이스캠프에 있다” 
미국의 외교 전문잡지 <포린폴리시>는 최근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을 축출해 23년이나 장기 집권한 독재정권을 청산한 튀니지 혁명을 두고 “첫 번째 위키리크스혁명”이라고 평가했다. 폭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알리 일족의 부패상을 담은 미국 외교전문이 트위트를 통해 공개되면서 대대적인 시위 사태가 촉발됐기 때문이다.
이렇듯 위키리크스의 잇단 미 기밀문건 폭로의 영향력은 즉각적이고, 결정적이다. <위키리크스 :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의 두 저자, 마르셀 로젠바흐와 홀러 슈타르크는 위키리크스가 “무엇이 비밀에 부쳐져야 하는가를 함께 결정하겠다는 새로운 정치주체”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 기자인 그들은 “위키리크스가 그동안 정부와 기업들이 독점했던 정보 권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그 권력을 시민에게 나눠줬다”고 평가했다.
설립자이자 위키리크스를 사실상 이끌고 있는 줄리언 어산지와 그의 친구들 또한 전 세계의 권력기관들이 장악하고 있는 기밀정보의 공개를 통해 이 세상은 더 투명해질 수 있으며, 시민들이 권력자들을 통제하고 더 나은 세계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이 세계의 질서를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위키리크스가 세계에 미친 영향력만큼이나 ‘제국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다. 미국 정부는 이미 위키리크스와 어산지를 공공연하게 ‘미국의 적’이라고 언명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미군의 아파치헬기가 <로이터> 직원들과 다수의 민간인들에게 무차별적 공격을 퍼부은 ‘부수적 살인’이라는 동영상 공개를 시작으로,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일지, 나아가 전 세계를 뒤흔든 25만 여건의 미 외교전문 공개로 위키리크스와 줄리언 어산지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정부로부터 현존하는 ‘가장 위험한 적’으로 부상했다.
위키리크스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응은 이들의 충격이 얼마나 컸던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백악관이 그렇다. 미 국무부의 외교전문이 공개되자 백악관은 즉각 미국의 모든 공무원과 공직자들에게 위키리크스에 대한 접속을 금지하고, 나아가 외교전문 폭로에 참여한 뉴욕타임스나 가디언, 슈피겔 등의 웹사이트에 접속해 이를 보는 것도 금지시켰다. 미국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검열’이자 ‘통제’다.
미국 정부뿐만이 아니다. 페이팔 등을 비롯한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인터넷 금융서비스 업체들은 위키리크스의 계좌를 해지하기 시작했다. 페이팔은 위키리크스에 대한 후원금이 가장 많이 들어오던 인터넷 결제계좌였다. 아마존은 위키리크스에 대한 서버 공급을 중단했다. 위키리크스 출범 때부터 위키리크스와 외부 아날로그 세계를 연결해주던 유일한 통로였던 멜버른대학의 사서함도 폐쇄되게 됐다. 호주 우체국은 2010년 12월 느닷없이 엘버른대학의 캠퍼스 지점 자체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호주우체국은 그러나 갑작스런 멜버른대 캠퍼스 지점 폐쇄에 대해 그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위키리크스를 무력화하기 위한 전세계적인 압력이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징표들이다.
위키리크스에 대한 이같은 압박과 공격은 위키리크스의 활약이 과연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낙관적일 수 없게 한다. 현대의 모든 국가들은 자국의 기밀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미국은 정보활동을 위해 매년 750억 달러를 지출하며 이는 오스트리아 전체 국가예산의 절반이 넘는 액수다. 각국의 지도자들도 정보독점이 권력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제1요소임을 잘 알고 있다. 후보 시절 ‘내부고발자’ 제도를 적극 옹호했던 오바마 미 대통령도 이전의 태도를 180도 바꿨다. 위키리크스 파장은 이들 정부와 지도자들이 정보를 통제하기 위해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예상케 한다.
영국의 BBC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는 빌 톰프슨은 최근 ‘위키리크스 이후의 세계’라는 칼럼에서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엄청난 기밀 정보의 수집과 그 보안 유지를 통해 권력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정부를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를 경악시킨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 또한 이번 사태를 통해 위키리크스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폭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학습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위키리크스가 정보 공개와 민주주의판 냅스터가 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인터넷 음악 파일 공유 서비스인 냅스터는 한 때 세계음반시장과 그 유통체제를 근본적으로 붕괴시킬 것 같았다. 그러나 세계적인 음반유통업체들이 저작권 소송 등을 통해 기존의 기득권을 유지해나가는 것처럼 세계 각국의 정부 또한 위키리크스 시대에 적응한 새로운 정보 통제 체제를 갖춰나갈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위키리크스와 줄리언 어산지는 보다 투명한 세계의 실현을 목표로 정보 유통의 새로운 장을 열려 하고 있다. 디지털 인권운동단체인 전자프론티어재단의 공동설립자이자 ‘사이버공간 독립선언문’의 작성자인 존 페리 발로우는 위키리크스의 폭로에 대해 “최초의 진짜 정보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줄리언 어센지는 미국 정부의 칼날이 바로 자신의 코앞에 와 있는 것을 실감하면서도 “아직 많은 계획이 있다”며 “우리는 지금 베이스캠프에 있다”고 말했다. 그들의 말처럼 세계를 뒤흔들고자 하는 ‘위키리크스’와 이를 진압하려는 ‘제국’의 전쟁은 이제 막 시작인지 모른다.

 

------------------------------------

'진실의 문’ 위키리크스 향한‘이중적 시선’ (미디어오늘, 김상만 기자, 2011.02.24  13:49:47)
[서평] 위키리크스-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 / 마르셀 로젠바흐·홀거 슈타르크 지음
<위키리크스-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21세기 북스)는 세계 정치무대에 깜짝 등장한 위키리크스에 관한 이야기다.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어떤 인물인지, 그는 거대한 이상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폭로 대상이 된 전 세계 정부와 언론은 어떻게 반응했는지 등이 빠르고 흥미롭게 펼쳐진다.
세밀한 묘사와 다방면의 인물들의 인터뷰 등이 충실히 담긴 것은 저자들의 공로가 크다. 이 책의 저자인 마르셀 로젠바흐와 홀거 슈타르크는 ‘슈피겔’의 기자들로 위키리크스와 창립자들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이들은 어산지와 수년에 걸쳐 직접 만나거나 인터넷 채팅을 통해 접촉해 왔으며, 위키리크스의 아프간전쟁과 이라크전쟁 관련 기밀문서 공개 작업에 뉴욕타임즈, 가디언과 함께 직접 관여하기도 했다. 이는 두 기자가 컴퓨터 보안과 정보기관 분야를 오랫동안 취재해 온 것과 연관이 있다. 어산지도 10대 때부터 인터넷과 해킹에 열광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종의 관찰자이자 조력자였던 셈이다.
이들은 어산지에 대해 ‘컴퓨터 귀재’로 묘사하고 있다. 몇 시간이고 자신의 300달러짜리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드리며 다른 세계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개인적 관계를 맺는 것에는 어설퍼 대인관계가 순탄치 못했다. 두 여성과의 성추문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여자가 너무 좋다고 스스럼없이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자유분방함과 매스컴에 주목받기를 좋아하는 성격 탓에 주변사람들은 어산지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뉘었다. 두 기자는 그러나 그는 “결코 오만하거나 비열한 사람이 아니었으며, 비범한 아이디어를 가진 비범한 대화 상대자”라고 평가했다.
2006년 크리스마스 직전 어산지는 “우리 계획은 인류의 창공에 새로운 별을 띄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거창한 이 말은 위키리크스의 본격적인 활동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어산지는 자신과 함께 이 일을 할 조력자들을 모았고, 결국 세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어산지와 그 친구들은 위키리크스를 세계 최강의 정보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단, 정부가 아닌 대중의 정보기관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위키리크스가 세계사에 남긴 업적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이 책에서도 집중 조명한 것처럼 세계 최강국 미국이 위키리크스에 공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일이다.
저자들은 위키리크스의 등장은 미국이 이제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그러나 가장 우려했던 일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에 의하면 현재 약 85만 명의 미국인들이 기밀보유자로 분류돼 정부부처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는 정부가 기밀문서들을 처리하고 보관하는 장소가 1만여 곳이나 되고, 전 세계에서 첩보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가 연간 5만 건 이상 미국으로 모여든다.
이 방대한 정보들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떠받치는 원동력이었다. 지금까지는 러시아 정보국, 탈레반의 불법무기 수입 등이 미국을 위협하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인터넷사이트에 접속해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만으로 미국 전역을 뒤흔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위협국의 스파이가 아닌 개인 양심에 의거한 잠재적 내부고발자들에 의해서 말이다.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야누스와 같은 미국의 양면을 드러내는 촉매제가 됐다. 어느 나라보다 언론자유를 옹호하는 것 같았던 미국은 진실을 폭로한 위키리크스를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적으로 선언했다. 저자들은 인터넷을 통제하는 중국, 북한, 짐바브웨, 베트남, 태국, 중동의 여러 독재국가들을 비난해왔던 미국이 정부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들에게 관련 인터넷 주소의 사용을 금지하고, 심지어 국회도서관에서도 백악관의 지시로 위키리크스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한 것에 주목한다.
FBI는 어산지와 그 협력자들을 상대로 지금은 거의 사문화 된 ‘방첩법’ 적용을 검토 중인데, 미국이 그것도 민주적인 오바마 행정부가 이 법을 어산지와 위키리크스에 적용하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저자들은 위키리크스에 대한 언론매체의 시선 역시 이중적이라고 꼬집는다. 언론매체들은 위키리크스에 집중되는 방대한 자료에 대해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의 정보공개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언론상을 수상한 한스 라이엔데커 기자는 “세상에는 알려져서는 안 되는 비밀이 있다”는 식의 논리를 펼친다. 쥐트도이체차이퉁 국제정치부의 슈테판 코르넬리우스 부장도 어산지에 대해 “테라바이트(컴퓨터 저장 단위, 1024기가바이트) 규모로 신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저자들은 “위키리크스 폭로에 비판적인 논평들에는 체제의 핵심부를 건드리는 공격에 가담하고 있다는 불편한 감정이 표현돼 있다”고 분석한다. 언론매체들은 개혁을 원하지 혁명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현실적인 문제로 정부와 담합하는 언론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위키리크스의 등장은 저널리즘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 국가기밀의 폭로가 정부와 그들이 하는 일에 피해를 줄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그것은 정치를 새롭게 조정하고 정화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들의 말을 그대로 빌리면 “국가기밀의 폭로는 민주주의를 더 강화시킨다”는 말이다.
문제는 위키리크스를 ‘완전히’ 믿을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위키리크스는 아직 불완전한 조직이다. 어산지라는 개인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만들어낸 이 거대한 대중의 정보조직은 현재 수많은 안팎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어산지의 성추문과 재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위키리크스 전반에 장악력을 행사하고 있는 어산지의 운영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위키리크스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어산지가 스스로 외부세력이 위키리크스를 무너뜨리는 것은 어려워도 자신 한 명을 배제하는 것은 쉽다고 말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저자들은 위키리크스의 가능성을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시점을 2010년 중단된 정보 발송 시스템의 복구로 보고 있다. 그때가 돼야 새로 들어오는 정보들의 품질이 그 전까지 폭로했던 자료들에 비견될 수 있는 수준인지 드러날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위키리크스가 계속 존재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 짓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진실의 문을 열어젖힌 위키리크스의 실험을 지금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줄리언 어산지, '자유의 전사' 혹은 '괴팍한 강간범'? (프레시안, 곽재훈 기자, 2011-02-25 오후 6:18:35)
[프레시안 books] 두 권의 <위키리크스>
독일 잡지 <슈피겔>의 두 기자 마르셀 로젠바흐와 홀거 슈타르크는 <위키리크스 :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박규호 옮김, 21세기북스 펴냄)에서 어산지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소개한다.
전 미국 대통령 부시의 최측근 참모였던 칼 로브에게 어산지는 당장 체포해야 할 범죄자지만 브라질 대통령 룰라는 그와의 연대를 촉구했다. 미국 극우파는 그를 악마로 묘사하면서 "왜 어산지는 아직 살아 있는가?"라는 매우 공손한 질문을 제기한 반면 인터넷 정보 자유를 신봉하는 이나 대부분의 반미주의자들에게 어산지는 자유의 전사이며 살아 있는 신이다.
로젠바흐와 슈타르크는 어산지 외에도 많은 위키리크스 활동가들을 만났는데,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도 그 중 하나'였'다. 그는 어산지와의 의견 대립과 그보다 심각한 수준의 개인적인 불화로 인해 위키리크스에서 탈퇴했다. <슈피겔>의 두 기자는 그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위키리크스에) 돔샤이트-베르크의 부재는 큰 타격이었다.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수많은 일들을 처리했을 뿐만 아니라 이성적이고 생각이 잘 정리된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주 기이하고 변덕스럽게 행동하는 어산지의 중요한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 그는 믿음직한 일처리 방식으로 위키리크스가 중요한 인물들과 관계를 쌓는데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런 평가를 받은 돔샤이트-베르크의 시각은 어산지에 대한 양 극단의 평가 사이에 있다. 물론 한가운데는 아니다. 위키리크스에서 활동할 때 '다니엘 슈미트'라는 가명을 사용했으며 그 가명만큼이나 귀여운 외모의 이 독일인은, 인터넷에서의 정보 자유를 신봉하진 않아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특별히 미국에 반대하지는 않아도 모든 억압적 권력에 반대한다.
따라서 돔샤이트-베르크도 어산지를 '자유의 전사'로 평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지금 어산지가 가장 미워하는 인물 중 하나가 됐고, 이는 돔샤이트-베르크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어산지에게는 네오콘의 극우파보다 돔샤이트-베르크가 더 미울지도 모른다.
<슈피겔> 기자들의 책과 동시에 나온 돔샤이트-베르크의 <위키리크스 :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배명자 옮김, 지식갤러리 펴냄)을 읽으면 바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국가의 비밀 독점에 반대하고, 인터넷 검열에 반대하며, 핫팬츠에 롤러블레이드를 신은 한 헝가리 여성에게 동시에 이상형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던 두 젊은이의 활약을 그린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많은 이들의 오해와는 달리 어산지와 돔샤이트-베르크의 불화는 조직 내의 권력 투쟁이나 암투와는 거리가 멀다. 규모가 작고 영향력도 미미했던 조직이 일순간에 세계 정치의 표면으로 떠올랐을 때 조직 내부에는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서로 감정을 다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모든 조직이 이로 인해 (비록 '설립자'는 아닐지라도) 조직의 성장에 중요한 기여를 했던 인물을 내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짧은 시간에 '자유의 전사'로 떠오른 위키리크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위키리크스의 무엇이 문제였을까? <슈피겔> 기자들의 신랄한 설명을 들어보자.
위키리크스 조직은 엄청난 잠재력과 아울러 커다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 둘에는 똑같은 이름이 붙는다. 바로 줄리언 어산지다. 이 호주인의 마니아적 에너지와 지적 호기심이 없었다면, 공공의 피뢰침 역할을 하겠다는 그의 의지와 카리스마가 없었다면 위키리크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산지는 위키리크스에 민주적 구조를 부여할 시기를 놓쳤다. 어쩌면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 어산지는 마치 창업자가 도무지 경영에서 손을 떼려 하지 않는 '중소기업'처럼 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돔샤이트-베르크 역시 이와 비슷한 평가를 좀 더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의 입장에서 내렸다. "나는 줄리언 어산지처럼 그렇게 극단적인 사람은 지금껏 본 적이 없다. 그는 극단적으로 자유로운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극단적으로 에너지가 넘친다. 극단적으로 천재적이다. 극단적으로 권력에 사로잡혀 있다. 극단적 편집증이다. 극단적 과대망상이다."
비단 돔샤이트-베르크뿐 아니라 아이슬란드 의원 버기타 존스토디르 등 적잖은 이들이 어산지가 조직을 비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에 동조해 위키리크스를 탈퇴했다. 돔샤이트-베르크는 '오픈리크스'라는 새로운 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쓴 책에서 "이 사이트가 현재보다 위키리크스의 초기 원칙에 더 충실하다"고 주장한다.
돔샤이트-베르크는 이런 평가를 뒷받침하고자 책의 여러 곳에서 어산지와 연관된 일화를 소개한다. 그는 어산지를 묘사할 때, 그의 순수한 열정과 위키리크스의 이상 자체에 대한 찬사를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바로 그 때문에 이 독일인이 겪어야 했을 마음고생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돔샤이트-베르크와 <슈피겔> 기자는 그의 괴팍함과 사회성 부족, 위생 관념의 결여, 형편없는 식사 매너와 아마도 그가 '테러리스트'라면 적어도 패션에 있어서는 실제로 그럴 것이라는 점 등을 지적하면서도, 한편으로 이런 어산지의 특징이야말로 위키리크스를 존재하게 하고 지금과 같은 거대한 영향력을 지닌 조직으로 키워낸 특성이라고 수긍한다.
사실 어산지가 그렇게 제 잘난 맛에 사는 인간이 아니었다면 미국과 같은 거대 제국과 맞붙을 생각이나 했겠나? <슈피겔> 기자와 돔샤이트-베르크 모두 어산지가 단지 유명해지고 싶어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위키리크스 활동을 하고 있다는 모함에 고개를 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나온 두 책에 대한 언론 기사와 달리 이 책들은 이렇게 공명한다.
이 두 책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사실 어산지를 비롯한 위키리크스의 주요 인물의 활약상이나 뒷담화가 아니다. 이 두 책은 바로 위키리크스 자체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위키리크스는 왜 자료를 폭로하는가? 그 폭로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조직 구성원의 개인적인 범죄가 조직 전체의 활동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는가?
특히 한때 조직에 몸담았던 돔샤이트-베르크의 증언은 귀 기울일 만하다. 그는 5만 유로(약 7700만 원) 정도 되는 '많지 않은'(자신의 표현이다!) 연봉을 챙겨 주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전업 위키리크스 활동가의 길을 택했다. 이는 단지 어산지의 카리스마와 매력에 끌린 선택이 아니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가능성을 위키리크스에서 보았다.
돔샤이트-베르크가 현재의 위키리크스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초기의 원칙은 두 가지였다. 첫째, 폭로의 투명성이다. 고발 자료에 대해 위키리크스의 판단에 따라 폭로 여부를 결정하거나 그 자료를 편집·가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모든 자료를 받은 시간 순으로 모두 공개한다는 것이다.
돔샤이트-베르크의 주장에 따르면, 정보 공개를 결정하는 권한은 국가에 의해 독점돼서는 안 될 뿐 아니라 위키리크스 자신에 의해서도 독점돼서는 안 된다. 위키리크스는 자료를 제공하려는 사람에게 '왜 이 자료를 공개하기 원하는지'를 묻는다. 이 질문에 대한 고발자의 판단이 무엇보다 존중되어야 하며, 위키리크스는 플랫폼 역할만 한다는 것이다.
위키리크스의 폭로 활동이 기성 언론과 다른 점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어산지는 기존의 언론이 진실을 알리는 것 자체보다 그것을 가공해서 팔아먹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난하며, 기사와 자료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을 주장했다. 돔샤이트-베르크는 이 구상에 어산지 자신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돔샤이트-베르크는 이런 시각 때문에 위키리크스 설립 이래 최대의 히트작이었던 '부수적 살인' 비디오 영상을 비판한다. 미군 헬기가 두 명의 로이터 기자를 포함한 민간인을 학살하는 장면을 담은 이 영상은 고발자가 제공한 26분 길이의 영상을 10분 정도로 편집했고, 중간에 자막이나 해설을 곁들였다. '편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저버린 것이다.
그러나 '기성 언론' <슈피겔> 기자들은 반대로 이 '두 가지 원칙'에 좀 더 회의적이다. 그들은 어산지에게 위키리크스의 폭로 활동이 개인의 사생활 영역을 함부로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위키리크스도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정보를 공개하는 주체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닌지 묻는다.
<슈피겔> 기자들의 시선을 염두에 두면, 어산지와 위키리크스를 둘러싼 또 다른 아이러니가 부각된다. 어산지 자신의 성폭력 혐의가 언론에 공개되자, 그는 매우 화를 냈다. <슈피겔> 기자들은 이런 그의 태도는 정보 공개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위험이 "과장되었다"고 답하는 사람의 대응으로는 부적절하다고 꼬집는다.
돔샤이트-베르크는 이 사건을 놓고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어산지와 여자들만 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미국 정부의 개입 등 일각의 음모론에 동조하지 않는다. 그는 "아마도 그의 남성우월주의가 지금의 불행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이 문제를 논의한 위키리크스 핵심 관계자 4명이 "'어산지가 하루빨리 여자들에 대한 이런 태도를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고백했다.
돔샤이트-베르크가 '어산지를 사형시켜야 한다', '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둥의 주장을 난센스로 취급하면서도, "이 소송은 위키리크스와 전혀 상관이 없는 어산지와 두 여자 사이에 생긴 사적인 소송"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자.
"어산지는 이 소송에서 벗어날 수도 없고 벗어나서도 안 된다. 만약 어산지가 위키리크스의 권력을 방패삼아 소송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권력 남용이다."
돔샤이트-베르크의 이런 주장에는 또 다른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설사 어산지가 파렴치한이라고 하더라도, 위키리크스의 활동은 그것과 전혀 무관하다는 데 있다. 조직의 '설립자'이자 '심장이자 영혼'인 사람이 강간범으로 밝혀졌다고 해서 위키리크스의 폭로 활동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야 할까?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
[책과 삶]‘비밀 없는 세상’ 열려는 위키리크스의 비밀 (경향, 한윤정 기자, 2011-02-18 20:53:13)
ㆍ중동 등 ‘리크스 혁명’ 촉발…부작용보다 기여에 더 무게
타임지는 독자들이 뽑은 2010년의 인물로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대표 줄리언 어산지를 선정했다. 위키리크스는 지난해 4월 미군 아파치헬기가 이라크 민간인을 폭격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으로 세계를 분노시켰다. 7월에는 아프가니스탄전 관련 문건 7만6000건, 10월에는 이라크전 관련 문건 39만건을 공개해 명분 없는 전쟁의 실체를 폭로했다. 이어 11월에는 미 국무부 외교문건 25만1000건으로 외교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위키리크스가 무너뜨린 건 미국의 도덕성만이 아니다. 권력층 비리에 성난 튀니지 민중들은 23년 만에 민주화 혁명을 일으켰고, 이 열기가 이집트로 옮겨붙어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끝냈다.
위키리크스가 설립된 건 2006년 12월이지만 명성과 영향력은 지난해 절정에 이르렀다.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한편 어산지는 스웨덴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스웨덴 법원의 구속영장이 집행돼 런던에서 체포된 뒤 일주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위키리크스가 한 일은 범죄인가, 정의인가. 어산지는 어떤 인물인가.
<위키리크스>란 제목의 책 두 권이 나란히 나왔다. <위키리크스-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박규호 옮김, 1만5000원)는 2007년부터 위키리크스와 협력 관계였던 독일 ‘가디언’지의 두 기자가 이 조직과 어산지를 객관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위키리크스가 한 일은 무엇이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폭로와 관련된 법적·윤리적 쟁점이 무엇인지, 권력과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각도로 분석했다. 또 다른 책 <위키리크스-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배명자 옮김, 1만3800원)은 위키리크스의 2인자였다 어산지와 결별한 독일 출신 IT전문가의 내부 고발이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에서 저자들은 어산지의 개인사와 위키리크스의 탄생을 상세히 소개한다. 1971년 호주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어산지는 히피와 해커의 혼합물이다. 그의 어머니 크리스틴은 히피문화에 경도돼 17세에 가출했으며 혼자 어산지를 키웠다. 그후 사이비 종교집단의 일원인 남자와 살다가 헤어진 뒤 계속 추적을 받았다. 어산지의 유랑 기질은 여기서 비롯한다.
어산지는 10대 초반인 1980년대 중반 코모도어64란 이름의 홈컴퓨터를 통해 모뎀으로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실력을 갖췄고, 곧 해커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추정 IQ 140~180, 멘닥스란 이름으로 유명했던 그는 통신사 노텔 네트워크에 들어갔다 컴퓨터 범죄로 기소된다. 그후 멜버른대학 수학과에 들어갔으나 사막에서 잘 달리는 장갑차 기술을 개발하는 데 염증을 느껴 학교를 그만둔다.
위키리크스의 아이디어는 1996년 존 영이란 뉴요커가 운영하던 크립톰이란 사이트에서 얻었다. 당시 영은 자신이 입수한 비밀문서를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10년 뒤인 2006년 어산지는 영에게 자신의 프로젝트를 설명하면서 도메인 등록을 부탁한다. 이어 진보적 정치관을 가진 대니얼 매튜스를 비롯한 5명의 핵심 멤버가 모인다.
위키리크스는 전 세계 개인들이 연결된 네트워크로, 활동은 메일 교환과 채팅을 통해 이루어진다. 내부고발자의 신변안전을 위해 제보자가 웹사이트의 보내기 단추를 클릭하면 발송된 자료는 암호화되어 50개국의 수많은 서버를 거친다. 메인 서버는 스웨덴에 있으나 웹사이트 입구에서 매복하는 정보기관의 적을 교란하기 위해 스스로 가짜를 만들어내는 장치도 돼있다.
위키리크스 이전에도 내부고발자는 존재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주인공인 ‘딥 스로트’(마크 펠트 FBI 국장)가 그렇고, 1970년대 초반 베트남전 극비문서를 복사해 신문사에 돌렸던 대니얼 엘즈버그도 있다. 고문직을 부탁받은 엘즈버그는 이를 수락하지 않았으나 어산지의 아이디어에 갈채를 보냈다. 어산지는 2007년 1월 NGO모임인 세계사회포럼에서 자신의 계획을 알렸으나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해 말 케냐 전직 대통령의 비리 문건으로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 이어 2008년에는 스위스은행그룹 율리우스 베어의 고객데이터를 폭로했다.
위키리크스의 명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람은 미군병사 브래들리 매닝이다. 심약한 컴퓨터광이자 동성애자로 이라크에서 정보분석 업무를 하던 그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미 국방부와 국무부의 엄청난 정보를 빼돌렸다. 그는 제보자 절대보호라는 위키리크스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깨뜨림으로써 감방행이라는 비극을 초래했다. ‘딥 스로트’가 27년 만에 스스로를 공개했듯이 영원히 비밀을 지키는 건 힘든 법이다. 그는 아주 빠르게 이 사실을 채팅에서 익명의 상대에게 고백했다가 미 당국에 체포됐다.
어산지와 위키리크스의 활동은 아주 획기적인 것이다. 거대 국가권력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정치운동이지만, 본질적으로 언론운동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위키리크스는 3년 만에 워싱턴포스트가 30년간 한 것보다 더 많은 특종을 했다”고 말한다. 이는 언론 엘리트의 능력을 뛰어넘는, 인터넷시대의 다중지능이란 개념으로 설명할 만한 일이다. 위키리크스의 목표가 미국인 것만도 아니다. 오히려 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의 억압적인 정권들이 목표였다. 이들의 원칙은 “정보공개는 투명성을 높이며 이 투명성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위키리크스의 활동은 복잡한 쟁점을 낳는다. 비판자들은 “비밀 유지는 현대국가의 성립 기반”이며 “국가권력이 무너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어산지 1인권력”이라고 지적한다. 최대 피해국인 미국은 어산지에게 방첩죄 적용을 검토했으나 그렇게 되면 정부기밀을 보도한 모든 언론사를 기소해야 한다. 가장 큰 아이러니는 정보의 생산과 유통 자체에 있다. 미국을 경악에 몰아넣은 정보의 작성자는 바로 미국 자신이다. 정부의 기밀 정보를 다루는 자격을 가진 사람이 250만명을 넘어섰고 유출 가능성은 넘쳐난다.
저자들은 위키리크스의 부작용보다 기여에 더 큰 무게를 둔다. 국가기밀의 폭로가 정부에 피해를 주고 그 손실을 만회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나 중장기적 시각에서 그것은 정치를 새롭게 조정하고 정화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어산지는 컴퓨터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낳은 괴짜 천재다. 자유분방한 그는 10대 후반에 동거했으나 아내와 아이가 곁을 떠난다. 지난해 스웨덴에서 며칠 사이에 두 여성과 성관계를 맺었고 콘돔 사용을 거부함으로써 성폭행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이 사건이 터지자 핵심 멤버들은 그에게 2선으로 물러날 것을 요구했지만 어산지는 자신이 “이 조직의 심장이고 영혼이며 창립자고 대변인이고 최초의 프로그래머이고 기획자이고 자금조달자”라며 거부한다.
그런 어산지를 이해했고 비판했던 사람은 위키리크스 독일대변인이자 프로그래머였던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다. 그는 어산지의 독단적인 조직운영, 불투명한 자금관리에 항의해 지난해 10월 결별했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에서 자신이 아는 위키리크스와 어산지를 비판적으로 서술했다. 그러나 위키리크스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분명하다. 그는 ‘오픈리크스’라는 새 네트워크를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 ‘리크스’ 혁명은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국 인권운동가들은 거번먼트리크스를 구축 중이며 발칸리크스, 인도리크스, 브뤼셀리크스등 지역·내용적으로 특화된 리크스들이 출범했다.
  
“권력자들의 수프에 침을 뱉는 게 나는 좋다” (세계일보, 정승욱 선임기자, 2011.02.18 (금) 17:46)
위키리크스와 관련된 두 권의 책 동시에 출간
정규 교육 받은 ‘범생’과는 거리가 먼 어산지
“권력자들 상대로 한 폭로는 계속 이어질 것”

“권력자들의 수프에 침을 뱉는 게 나는 좋다. 이 일은 정말 재미있다.” 스웨덴에서 성폭행이란 파렴치한 죄목으로 기소된 호주 출신 줄리언 어산지가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어산지는 21세기 첨단 IT 기술의 ‘파생상품’ 격인 해킹으로 지구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시한폭탄’이 됐다. 그는 천재적인 해커 기술로 어느 나라 어떤 조직의 메인컴퓨터에도 침투할 수 있다. 한 국가 정도는 간단히 뒤집을 수 있는 해킹의 파괴력은 입증되고도 남는다. 국가 기간망을 구성하는 컴퓨터망을 교란하거나 해킹으로 치명적인 정보를 확보하면 인명 손실 없이 훨씬 효율적으로 국가나 사회를 전복시킬 수 있다.
최근 북아프리카에 이어 중동, 중앙아시아로 거세게 옮아붙은 민주화 열풍이 좋은 사례다. 어산지의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부패상을 폭로하면서 시민 혁명을 촉발시켰고 23년간의 독재 정권을 뒤집었다. 민주화 열풍은 아프리카의 맹주 이집트로 번졌다. 어산지는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 정권의 비리와 부패상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전문들을 공개하면서 시민혁명으로 이어져 결국 무바라크 정권 종식과 민주 정부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련의 독재 정권 붕괴 사태를 두고 미국의 외교 전문 잡지 ‘포린폴리시’는 “첫 번째 위키리크스 혁명”이라고 명명했다. 위키리크스가 가져올 두 번째 혁명은 무엇이 될 것인가. 이에 때맞춰 ‘위키리크스’와 관련된 두 권의 책이 동시에 출간됐다.
‘위키리크스-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는 어산지와 밀접하게 접촉한 독일 일간 슈피겔지의 현직 기자들이 썼다. 이들은 2년여 전부터 어산지와 접촉하면서 각국의 중요 인물들과 연관된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폭로하기로 계획했다. 이 책은 그 어떤 저널리즘도 시도한 바 없고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사이트와, 이 사이트를 만든 기이한 해커 줄리안 어산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어산지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어산지의 생활은 단란한 가정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범생’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어린 시절은 제멋대로 먹고 자고 뒹굴면서 스스로 성장한 ‘어린 톰 소여’의 생활 그 자체였다. 어산지를 18살에 낳은 어머니 크리스틴 어산지만이 아들을 걱정하고 돌보는 정도였다. 37차례나 이사하는 집시 생활이었기에 학교 교육은 아예 엄두를 못냈고 마을 공공도서관에 파묻혀 스스로 깨우쳤다. 11살 무렵 컴퓨터 재능을 알아본 크리스틴은 조그만 코모도어 컴퓨터를 어산지에게 사줬다. 하루 종일 컴퓨터만 갖고 놀면서 성장한 어산지는 15살 무렵 해커 동호 모임에 가입하는 수준급 실력을 보였다. 어산지는 호주 정보당국 컴퓨터에 침입해 정보를 빼내는 실력을 보였고 그 덕분에 사회 교란 혐의로 경찰에 체포·기소돼 벌금을 물기도 했다.
위키리크스라는 폭로 사이트는 5∼6년 전 어산지 등 해커 전문가 5명이 모여 결성했다. 어산지는 이들을 이끌고 각국 정부의 비밀 컴퓨터에 침입했고, 결국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에 접근하기에 이르렀다. 예컨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각국 정부 요인은 물론 주요 기업인들에 대한 도청을 지시하고 명령서에 서명한 사실도 폭로됐다. 미국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에 대한 도청은 물론이고 동선 정보, 생체 정보 등 해당 개인들에겐 치명적인 사생활을 거리낌없이 수집했다. 어산지 일행은 미 국방부 컴퓨터 침입 결과 이라크 침공에 대한 부당한 공격, 미군들의 민간인 살해, 미군기의 오폭에 의한 민간인 살상 등 미 정부를 궁지에 몰아 넣은 메가톤급 정보를 쏟아내 주요 언론사에 배포했다. 옛 소련이나 중국 같은 폐쇄적인 국가들이 하는 도청, 정보 도둑, 미행 같은 행태를 미국 정부도 똑같이 행했던 사실이 낱낱이 드러났다. 급기야 미국은 어산지를 체포해 입을 막도록 스웨덴 정부에 요청했고, 스웨덴 정부는 어산지를 성폭행 혐의로 체포하기에 이른다.
책에서는 클린턴 장관이 미국 외교 기밀 문서가 폭로되기 이틀 전 영국, 독일, 캐나다, 스웨덴, 스페인 외무 장관들과 긴급 협의를 갖고 ‘어산지 대책’을 논의하는 내용이 현실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 어산지가 슈피겔, 가디언 등 굴지의 언론들과 비밀 폭로를 협의하는 과정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의 이중 인격적인 태도도 묘사된다. 저자들은 “어산지가 저질렀다는 성폭행이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남녀 간에 흔히 있는 합의 성관계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어산지는 정규 교육은 받진 못했으나 독서와 어머니의 교육으로 교양을 갖추고 있으며, 권력자들을 상대로 한 폭로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기득권 향한 사이버 봉기 “싸움은 지금부터” (한겨레, 한승동 선임기자, 2011-02-18 오후 08:03:13)
인터넷 주권·표현의 자유 둘러싼 주류세력과 ‘디지털 좌파’의 투쟁
언론·기업 앞세운 미국의 반격에 “정보전쟁은 시작됐다” 독립선언

“이것은 단지 위키리크스와 미국 정부 차원에만 머무는 싸움이 아니다. 이것은 이미 오래전에 매닝과 국가기밀 유출의 차원을 넘어서 위키리크스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인터넷 주권의 미래가 달린 문제로 발전하고 있었다. 이것은 많은 새로운 가능성들을 제시하는 싸움이자 고전적 국민국가의 권력을 뒤흔드는 인프라를 둘러싼 21세기의 거대한 싸움이었다.”
<위키리크스-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의 공저자인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기자 마르셀 로젠바흐와 홀거 슈타르크는, 그것은 또한 인터넷에서 출판과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라고도 했다. “여기서는 두 세계가 대립하고 있다. 한편에는 정부, 형사소추기관, 기업 등이 지닌 기존의 권력구조가 있고, 또 한편에는 자신들을 디지털 엘리트이자 아방가르드라고 생각하는 활동가 집단이 있다. 그들은 네트워크 세계에 대한 전통적 권력의 요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위키리크스의 경우처럼 도전을 받았다고 느끼면 즉각 투쟁에 나섰고, 필요하면 불법적인 방법도 마다하지 않았다. 위키리크스를 둘러싼 전투는 네트워크에서 누가 발언권을 갖고 누가 통제력을 손에 넣는가 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요란하던 그 싸움이 갑자기 잠잠해졌다. 미국 국무부 비밀 외교전문 등 수십만건의 정부 문서들을 시디(CD)로 빼돌려 위키리크스에 넘긴 이라크 파병 미군 정보분석병 브래들리 매닝(24)은 지금 버지니아주 콴티코 교도소에 갇혀 있다. 개인 사물도 소지할 수 없는 독방에서 체조도 할 수 없고 낮잠도 금지된 그에겐 책과 잡지 한 권씩만 허용돼 있다. 면회조차 사슬에 묶여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해야 하는 그는 어쩌면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할지 모른다. 매닝한테서 받은 기밀문서들을 <가디언> <슈피겔> <뉴욕 타임스> <르몽드> <엘파이스> 등 유력 매체들과 합작해 폭로하고 위키리크스에 전재한 줄리언 어산지(40)는 요령부득의 스웨덴 여성들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가 조건부 보석으로 석방돼 런던 동북쪽 노퍽주의 지인 집에 전자발찌를 차고 매일 경찰에 연락을 해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리하여 “아날로그 세상과 디지털 세상, 현실 정치와 인터넷 속 도전자들 사이의 한판” 거대한 싸움은 권력 쪽의 승리로 끝난 듯이 보인다. 어산지와 위키리크스를 ‘국가의 적’ ‘초국가적 위협’으로 규정한 미국 주류사회는 사이버 세계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을 정비하는 한편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집중 공격해 접속 불능의 마비상태에 빠뜨렸다. 서버를 임대해주고 있던 아마존도 정치적 압박 때문에 임대를 철회했다. 머니부커스와 스위스 우체국 자회사 포스트파이낸스 등이 위키리크스 계좌를 정지시켰고 지불서비스업체 페이팔도 협력 해지를 통보했다. 마스터카드와 비자 역시 위키리크스로 들어가는 돈의 송금업무를 중단했다. 이제 남은 자금조달원은 독일 헤센주 국스하겐의 비영리단체 ‘바우 홀란트 재단’ 하나뿐이다.
백악관은 정부 부처와 기관, 하원 도서관 컴퓨터의 위키리크스 및 폭로협력 매체 사이트 접속을 원천 차단했다. 위키리크스 활동 중에 ‘불법’으로 확정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는데도. 지은이들은 유죄 판결을 받은 적 없는 위키리크스에 대해 무죄추정주의를 적용하지 않겠다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개인신상 정보와 외교관들 아이티(IT) 정보까지 수집하는 명백한 불법 ‘간첩활동’을 하도록 지시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계좌는 왜 정지시키지 않고, 꼭같이 기밀문서를 보도한 <뉴욕 타임스> 등 유력 매체들은 왜 그냥 두느냐고 힐난한다.
하지만 대다수 기성 언론들은 위키리크스 활동을 불법으로 몰아붙이면서 “새로 밝혀진 건 거의 없다”는 권력의 김빼기 작전을 재빨리 수용하고 비아냥거렸으며, 미국 동맹국들 역시 워싱턴이 제시한 모범답안을 그대로 따랐다. 친미로 올인한 한국 언론들한테서 예외를 기대할 수 있을까. 서방의 대중매체와 정치권의 이런 굴종적인 자세를 두고, 지은이들은 만일 모스크바나 베이징에서 중국이나 러시아 기밀문서가 유출되었을 때도 과연 그런 논조를 취할까 하고 되묻는다.
기성 매체들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함으로써 사회가 자신의 실존적인 문제들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게 하겠다는 위키리크스의 파격적인 도전이 이미 자신들이 기득권자인 기성체제의 안전성을 깨뜨릴까 두려워 정부를 편드는 것이라고 요약한다.
그러나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어산지는 이제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을 뿐,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최초의 진짜 정보전쟁이 시작되었다. 전쟁터는 위키리크스이고 당신들은 전투병력이다.” 디지털인권운동 ‘전자프런티어재단’ 공동설립자이자 ‘사이버공간 독립선언문’ 작성자인 존 페리 발로는 수많은 인터넷 유저들을 향해 그렇게 외쳤다. 탄압자 못지않게 저항자들도 나름 군대와 지지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탄압이 시작되자 페이스북과 트위터 지지자와 팔로어 숫자가 가파르게 치솟는 거대한 국제연대 물결이 일어나고 바우 홀란트 재단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엄청난 기부금이 몰려들었다.
베트남전 개입 구실을 조작한 정부 문서를 폭로한 대니얼 엘즈버그는 공개적으로 “아마존의 비굴함에 구역질이 난다”며 아마존을 탈퇴했고 정부 조처를 수용한 다른 기업들에 대한 계약 해지와 불매운동도 거세졌다. 위키리크스의 ‘콘텐츠 미러링’ 호소에 발맞춰 불과 며칠 만에 세계 곳곳에 1200개 이상의 미러 서버가 생겨나기도 했다.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 사이트가 위키리크스 지지자들의 공격으로 다운되고, 공화당 리더 세라 페일린과, 어산지를 기소하려던 스웨덴 검찰청 사이트 등이 디지털 집중포격을 당했다. 사상 최대의 사이버 국제봉기가 벌어진 것이다.
“이것은 1970~80년대 좌파들이 벌이던 소요와 가두시위의 디지털 버전이자, 사이버 공간의의 분노한 활동가들이 내린 상징적인 처벌이었다.” 어산지 자신이 바로 전형적인 ‘68세대’였던 부모의 기질과 체험을 물려받았다.
어산지는 집단지성의 지원을 받는 인터넷 플랫폼 위키리크스가 기성 매체를 대체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300달러짜리 노트북 하나 달랑 들고 전세계를 누빈 그의 꿈은 그러나 그 자신이 지목한 거대 매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비로소 일부나마 이룰 수 있었다.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은 것이다. 그 개인 중심의 1인체제와 비공식 구조의 한계를 지적하는 소리도 있다. ‘인격권’ ‘사생활 보호’에 대한 좀더 깊은 사색이 필요하며 과대망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반성의 소리도 있다.
그 한편에선 중국 인권운동가들이 ‘거번먼트리크스’라는 이름의 사이트를 만들고 있고, 돔샤이트 베르크는 위키리크스 비판자들과 함께 ‘오픈리크스’를 만들고 있다. 발칸리크스, 인도리크스, 브뤼셀스리크스, 트레이드리크스 등 지역적 내용적으로 특화된 많은 대안들은 이미 떴다. 민주주의와 인터넷 주권의 미래는 이런 수천 수만의 위키리크스들이 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상을 바꿀 새로운 분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

“위키리크스 지지인사 신상정보 달라” 미국 정부 트위터에 ‘수사 협조’ 요청 (한겨레, 길윤형 기자, 2011-01-09 오후 08:13:38)
IP 주소·신용카드 정보도 요구  
위키리크스 처벌을 향한 수순인가?

지난 7일 아이슬랜드의 국회의원 버기타 존스도티르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정부를 비난하는 짧은 글 하나를 올렸다. 그는 트위터에서 “미국 정부는 2009년 11월부터 내가 올린 모든 트위터 글을 알기 원한다”며 미 정부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마이크로 블로그 사이트 트위터 쪽에 그의 신상정보 제공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로이터> 통신도 9일 “미 정부가 트위터 쪽에 위키리크스의 활동을 도운 이들의 트위터 접속시간, 아이피(IP) 주소, 이메일, 거주지 주소, 영수증 기록,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정보 등 온갖 개인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며 “미 정부는 이번 공개요청이 ‘현재 진행 중인 범죄수사와 관련된 것’이라고 명시했다”고 전했다.
미 정부가 정보 공개를 요구한 이들은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미 외교전문을 유출한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브래들리 매닝 미 육군 일병, 그동안 위키리크스의 지지자로 활동해 온 컴퓨터 보안전문가 제이콥 애플바움과 존스도티르 아이슬랜드 의원 등 다수였다. 미 정부는 애초 트위터에 정보 공개를 요청할 때 당사자에게 정보 제공사실을 알리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트위터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산지의 변호사이자 위키리크스의 대변인 역할을 맡아온 영국의 마크 스티븐스 변호사는 “위키리크스는 미국 정부의 이번 조처를 강하게 비난한다”며 “이번에 미 정부의 표적이 된 이들의 4분의 3은 위키리크스의 활동을 지지한 평범한 이들”이라고 지적했다. 
 
美 법원, 트위터에 ‘위키’ 5명 정보 요구 (경향, 이지선 기자, 2011-01-09 21:15:11)
ㆍ다른 SNS에도 소환장 보내
위키리크스의 범죄 혐의에 대한 미 사법당국의 공식수사 착수 사실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미국 변호사 글렌 그린왈드가 입수해 온라인미디어 살롱닷컴에 올린 미 법무부발 소환장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동부법원은 트위터에 어산지와 매닝 일병, 트위터 활동가였던 버기타 존스도티르 아이슬란드 의원, 미국 출신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제이콥 아펠바움 등 5명의 이름 등 신원, e메일 주소, 집주소, 접속 기록과 시간, 전화번호, 신용카드나 은행계좌 같은 결제 수단 정보 등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소환장은 지난달 14일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미국법의 섹션 2703(d) 명령에 의해 발부됐으며 “진행되고 있는 범죄 수사와 관련한 자료와 기록 등 다른 관련 정보를 (트위터 측이) 갖고 있을 만한 합리적인 배경이 있다”고 적시돼 있다. 트위터에는 법원의 명령이나 수사 사실 등을 법원의 허가가 있을 때까지 공개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트위터는 해당 정보를 공개했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인 페이스북과 구글에도 비슷한 내용의 소환장이 보내졌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위키리크스는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고, 존스도티르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법원 결정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뜻을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위키리크스 활동 의원 정보 왜 요구하나” 아이슬란드, 美대사 불러 따져 (경향, 이지선 기자, 2011-01-10 21:37:35)
ㆍ트위터에 소환장 송부 논란
미국 정부가 위키리크스에서 활동했던 자국 의원의 개인정보를 트위터 측에 요구한 것과 관련, 아이슬란드 외교부가 10일 미국 대사를 소환했다. 아이슬란드 외교부는 미국 관료들로부터 자료 요구 경위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수도 레이캬비크에 있는 미국 대사를 소환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위키리크스에서 활동했던 아이슬란드 버기타 존스도티르 하원의원은 전날 직접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미국 정부가 2009년 11월 이후 나의 모든 트윗 내용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아이슬란드 외흐뮌뒤르 요나손 내무장관은 아이슬란드 RUV 방송에 출연해 “외국인 미국이 아이슬란드인, 그것도 선출직 관료에 대한 개인정보를 요구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요나손 장관은 이어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봤을 때 이것은 훨씬 심각한 문제이며 일반적인 개인의 자유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는 트위터 외에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대해서도 미 사법당국으로부터 비슷한 조사를 받고 있는지 여부와 함께 정보공개 소환장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구글과 페이스북은 아직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어산지의 변호인 마크 스티븐스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미국 정부가 사람들을 괴롭히고 프라이버시나 기자의 취재원 보호와 같은 문제를 야기하는 식의 ‘깡패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그런 식의 조사는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지난 7일 “(해외 정보제공자를 비롯한) 소수 인사들이 위키리크스의 실명 공개로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에 더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 정보제공자 법정에 선다 (경향, 이지선 기자, 2011-01-11 00:01:56)
3년 전 스위스 은행이 고객들이 세금을 회피하도록 돕고 있다는 내용의 기밀 문서를 위키리크스에 공개한 스위스 남성이 재판에 서게 됐다고 10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위키리크스의 정보 제공자가 법정에 서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위스에 기반을 둔 줄리우스 베어 은행 직원이었던 엘머는 지난 2008년 은행이 고객들의 해외 비밀 계좌를 만들어 세금을 회피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내용의 내부 뮨서가 담긴 파일을 위키리크스에 제공했다. 당시 줄리어스 베어 은행의 제소에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위키리크스 사이트의 도메인을 관리하는 회사인 다이나닷에 해당 사이트를 폐쇄하고 서버에서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라고 명령했었다. 이후 은행은 미국 소송을 취하했다.
엘머는 위키리크스에 정보를 넘겨 스위스 은행 비밀법을 위반한 혐의로 취리히 지방법원으로부터 오는 19일 출두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만약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3년의 징역형이나 벌금형이 부과된다. 그는 AP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이 제공한) 데이터는 스위스 은행 비밀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엘머가 공개한 파일은 스위스가 아닌 케이먼 제도 위치한 지사의 정보였고, 자신도 케이먼 제도 지사에 소속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스위스 경제지인 캐쉬에 줄리우스 베어 은행에 대한 보도가 나온 것과 관련, 해당 신문에 문서를 넘긴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 
위키리크스가 아닌 뉴욕타임즈가 기밀문건을 폭로했다면? (미디어스, 2011년 01월 06일 (목) 17:05:39  김완 기자)
공공미디어연구소 포럼, 위키리크스 사태 진단 "시민권력vs국가권력"
만약,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25만 건에 달하는 미국 국무부의 기밀전문들이 줄리안 어샌지가 아닌 뉴욕 타임즈의 수석 편집장에게 유출되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공공미디어연구소(소장 조준상)가 6일 개최한, "위키리크스, 혁명의 언론 혹은 국가의 위험" 포럼은 흥미로운 질문으로 시작됐다. 발제를 맡은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교수는 이렇게 단정했다. "만약, 그랬다면 결코 '간첩죄'를 적용하진 못했을 것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위키리크스의 활동을 간첩죄로 규정짓고, 줄리안 어샌지에 대한 처벌을 강제하려 하고 있다. 최진봉 교수는 이를 두고 "비단, 위키리크스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및 인터넷 전반에 대한 공세"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현재, 그 공세가 정부와 집권당의 실력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상원의원인 조 리버만은 위키리크스에게 서버를 제공하는 아마존(Amazon)에 압력을 가하여 서버 제공을 중단시켰고, 국무부는 위기리크스의 기부금 창구 가운데 하나인 PayPal에게 후원계좌 접근 차단 조치를 했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및 인터넷 전반에 대한 공세'가 남의 나라 문제로 보이지 않는 것처럼 위키리크스를 향한 강제적 조치들 역시 국내 상황과 비슷한 양상이다.
하지만 최 교수는 위키리크스의 활동이 일반적인 언론 활동일 뿐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미 수정헌법 1조의 정신은 "자유로운 언론은 민주사회를 이루는 기반 중 하나"이며 위키리크스의 행위야말로 "미국 내 다른 미디어들이 일상적으로 행해 왔던 일일 뿐"이라는 것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정부 관료들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자료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막고 있는데, 이는 알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흔히 미국의 표현의 자유가 상당한 수준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위키리크스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점도 주요한 분석의 대상이었다. 최 교수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건을 접한 사람들 가운데 60% 정도가 이러한 폭로가 공익을 저해한다고 응답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38%의 사람들은 뉴스기관이 기밀자료를 보도하는 것이 도를 넘는 행위라고 답했다"고 한다. 최 교수는 이러한 응답 분포는 미국 언론의 편향성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고 정리했다. 이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이 도입될 경우 국내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문제라는 경고도 이어졌다. 보수 언론의 지배력이 높아진 미국 사회에서 보수적 여론이 증가하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라면 국내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추론이다.
위키리크스와 관련한 미국 언론의 시각과 관련하여 최 교수는 '폭스뉴스(Fox News)'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폭스뉴스는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미국의 외교 활동에 큰 상처를 입혔다"는 논조의 보도를 이어갔고, 이는 미국 내에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이 약화됐다"는 여론으로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현재 미국 내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폭스뉴스의 경우 노골적인 보수 편향성을 보이고 있지만 뉴스를 오락으로 소비하는 패턴을 강화시키며 보수층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여론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위키리크스의 활동에 대해 뉴욕타임즈(NewYork Times) 등이 "외교 전문 폭로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미국 정부의 외교목표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지지하고 있지만, 이미 보수 언론이 방송을 지배한 상황에서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토론에 나선 경희대 이택광 교수는 위키리크스의 활동을 "몇 십년간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신자유주의 정치적 흐름에 일종의 균열을 낸 것"으로 평가했다. 위키리크스 사건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근본적 질문이 던져졌다"는 인식이다. 관련해 이 교수는 위키리크스가 "공익적 성격을 지니고 시장과 패권의 논리에 포섭되지 않은 시민의 목소리"라는 점을 주목했다. 신자유주의 패권 국가인 미국이 "시민의 목소리를 굉장히 위험한 것으로 규정한 상황"은 그 자체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 역시, 위키리크스와 폭스 뉴스의 관계와 이후 형성된 미국의 여론 반응과 관련하여 한국의 상황 역시 다를 바 없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위키리크스와 폭스 뉴스의 관계가 종편 이후 한국에선 더욱 끔찍하게 재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하여 위키리크스 같은 상황이 한국에서 왔을 때의 상황을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있었을 때 이미 한국 사회는 대체로 그를 비난했고 대다수의 지식인들과 언론인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해관계를 지키는 것을 '공익'과 '정의'로 인지하며 침묵의 공범이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극단적 보수 이데올로기와 신자유주의 편향성을 갖는 종편까지 등장한다면 더욱 참혹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두 번째로 토론에 나선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은 위키리크스 사태를 "전 세계를 사찰해 온 미국의 행태가 한 개인에 의해 드러난 것에 대한 불쾌감"으로  규정했다. 폭로된 정보의 실체를 볼 때, "국가의 위험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간첩죄를 적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위키리크스 폭로의 경우 "미국의 일병도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였는데 이것을 '국가적 비밀'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내용은 "국가적 기밀과는 상관없이 정권의 안전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사찰 정보에 관한 것"일 뿐이었다는 지적이다.
위키리크스 사태와 관련하여 패널들은 모두 비슷한 맥락의 결론을 맺었다. 이택광 교수는 위키리크스가 던진 메시지를 읽어 내며,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공익을 지지하는 '시민적 양심'을 사회적으로 적극적으로 인준해 줄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진한 사무국장 역시 정보와 기록의 통제와 보존을 둘러싼 "시민권과 국가 권력의 본격적인 충돌이 시작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진봉 교수는 굳이 표현의 자유 확장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현행 법제도적 테두리 안에서도 위키리크스의 활동은 충분히 합법적"이란 점을 강조하며, "공적 토론은 그 자체로 정치적 의무이며, 민주 정부를 이루는 근간"임을 환기해야 하고 "독립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원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권력에 대항한 위키리크스, 혁명의 언론” (참세상, 김도연 기자 2011.01.07 18:01)
공공미디어연구소 포럼 열려...“어샌지는 언론행위 했을 뿐
발제를 맡은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위키리크스 사건을 표현의 자유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다른 제공자에 의해 얻은 정보에 대해서는 보도할 수 있다는 게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대한 법조계의 해석”이라며 “일부러 정보를 빼내지도 않았고 타정부를 위해 일하지도 않은 줄리안 어샌지에게 간첩죄를 적용한 것은 수정헌법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며 이는 명백한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론의 자유는 특별한 권한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일원으로서 태생적으로 얻게 되는 자유”이며 “정보를 입수하고 공개할 권한은 국제협약인 세계인권선언에서도 규정하는 내용으로 이번 줄리안 어샌지의 정보 공개는 세계시민으로서의 행위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또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아 행사하는 것인 만큼 위키리크스가 취득한 정보가 미국정부의 잘못된 관행을 고발하는 내용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밝힐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정부가 잘못된 행위를 하는 것을 국민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며 “주인인 국민에게 잘못이 밝혀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 않고 종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정보를 가지고 국민의 알권리 충족시키는 모든 단체를 언론이라고 한다면 그들의 모든 행위를 억압하는 것은 언론자유에 대한 심대한 탄압이자 반민주적 행위”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일깨웠다.
토론자로 자리한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위키리크스와 미 정부의 대립을 “시민권과 국가권력 간의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정보는 이라크전에 참가했던 일병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비밀자료로서 가치가 없고 미 정부의 정권안전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사적기록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미 정부가 이렇게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미국의 치부를 드러내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공개한, ‘옷 벗긴’ 행위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일 뿐 간첩죄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위키리크스의 보도를 그대로 받아 쓴 뉴욕타임즈 같은 거대언론에 대해서는 미 정부가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는 것.
전 사무국장은 이어 위키리크스 사건이 “정보를 이용해서 권력을 행사하려는 세력과 그 정보를 나누려는 세력의 충돌, 즉 시민권과 국가권력 간의 싸움이고 전 세계적으로 시민권력과 미국권력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력은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그 속성상 정보를 통제하고 감추려고 하기 때문에 이 행태는 정권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보공개센터가 최근 겪은 사례를 전했다.
“우리 정보공개센터에서 서울시에 ‘각 언론사에 제공한 광고단가를 공개하라’고 끊임없이 정보공개청구를 했더니 서울시가 답변서를 보내 왔다. 거기에는 우리 센터가 ‘받은 자료를 온갖 언론에 서울시를 비난하는 자료로 사용하는, 권리를 남용하는 센터’라고 써 있더라. 이 역시 정보공개청구권을 통해 ‘니들이 만든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는 시민권과 그런 우리를 비난하는 국가권력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위키리크스가 그동안 경제가 은폐해 왔던 정치성을 부활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정보들에 대해 미 정부가 국익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는데,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서 미국의 ‘국익’이라 불리는 건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라며 “위키리크스의 공개는 미국이 ‘국가를 해체하는’ 국익 추구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고 말했다.
경제, 언론, 문화적 상황에서 끊임없이 은폐되고 소용없는 것처럼 간주되어 왔던 정치가 실상은 이런 것들과 관련 없지 않고 오히려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렸으며, 기업 중심의 경제·시장 이름으로 행해지는 독과점 강화 등 경제논리로 민주주의를 대체하려 했던 전지구적인 상황에 위키리크스가 타격을 가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또 “이 과정에서 시민이라 불리는, 존재하는 시민들이 시장의 논리, 국가의 논리, 외교의 논리를 벗어나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라고 불리는 권력이 하는 일은 자신들이 대중의 목소리를 수렴해서 마치 대변하는 것처럼 얘기함으로써 대중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일인데 위키리크스는 그렇지 않았다”며 “이러한 위키리크스에 대한 탄압은 시민의 정치라 불릴 수 있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탄압하고자 하는 의지가 기본적으로 국가권력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인터넷이 공론의 장 역할을 하고 있어 개별주체들이 언론 역할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 있는 한국에서 위키리크스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쥐 하나 그렸다고 탄압하지만 그만큼 이 정부는 두려운 게 아닐까. 한국이라는 곳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역동적인 곳이다. 우리에게 민주주의 원칙들의 구현이라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위키리크스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검열 반대” 사이버전사들, 미국에 맞짱뜨다 (한겨레, 길윤형 기자, 2010-12-28 오전 08:32:14)
위키리크스 지지 해커들 탄압 맞서 보복 공격
전세계적 반향 불렀지만 ‘표현의 한계’ 고민
“사이버 세계대전” “찻잔속 태풍” 평가엇갈려 
[2010년이 던진 21세기 화두] ⑤ 위키리크스, 사이버 공간의 정치선언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 전문 공개로 시작된 ‘위키리크스 사태’는 폭로의 내용만큼이나 ‘핵티비스트’(해커와 액티비스트의 합성어로 사이버 행동주의자를 뜻함)들의 활동으로 지구촌 전체에 적잖은 정치·사회적 충격을 남겼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핵티비스트라고 불리는 ‘익명의 시민들’이 ‘미국이라는 세계 초강대국을 대상’으로, ‘언론의 자유라는 자유 민주주의의 핵심가치를 위해’, 반대파들에게 실제로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이버 공격이라는 ‘사실상의 폭력’을 행사했다는 데 있다.
그 때문에 영국 <가디언>은 지난 11일 이번 사태를 “(미국 정부와 그 압력에 굴복한 거대 기업들이라는) 기존 체제와 인터넷이라는 자생적인 풀뿌리 문화의 첫번째 충돌”이라며 이를 ‘사상 첫번째 사이버 세계대전’이라고 명명한 한 블로거의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물론 그동안에도 이런 사이버 행동주의는 사회·문화 등의 영역에서 진행됐지만 이번처럼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가히 사이버 공간의 본격적인 정치 선언이라 부를 만하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가 세계인들에게 사이버 공간을 통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그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둘러싼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프라인의 디도스 공격이라 부를 수 있는 건물 출입구를 막는 ‘연좌 농성’의 경우, 시위대가 건물 출입을 방해하고 교통체증을 일으켜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위해 이런 피해를 기꺼이 감당하고 있다. 잡지는 “(그런 의미에서) 핵티비스트의 활동을 보호할 것인지 처벌할 것인지는 극히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영국에서 사이버 공격은 최대 10년형이 부과될 수 있는 범죄다.
사이버 행동주의가 나아가 대의 민주주의의 쇠퇴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메일·동영상·사이버 공격 등을 통한 정치적 의사표현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국회 등의 대의 기관의 역할이 줄어드는 대신 정부와 시민이 직접 충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줄리언 어산지는 그동안 “미국의 유엔 고위 관리들에 대한 사찰이 사실이라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오바마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고, 많은 핵티비스트들은 자신을 ‘사이버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라 부르는 데 동의한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 폴리시>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 등은 그동안 “사이버 민주주의가 확장될수록 국회나 정당의 역할이 줄어들어 결국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
한쪽에선 이번 사태를 ‘전쟁’이라 부르는 것은 지나친 의미 부여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미국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23일 “(위키 사태를 둘러싼) 수천개의 트위터 글, 언론 기사, 요란스런 선전에도 어노니머스의 디도스 공격은 소규모가 참여한 세련되지 못한 것”이었다며 “사이버 전쟁이라기보다는 대학 수준의 사이버 연좌농성에 가까웠다”고 분석했다.
연말 핵티비스트들의 공격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을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기성 권력과 사이버 행동주의가 더 자주, 더 첨예하게 대립하리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변화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

위키리크스 거울을 통해본 전복된 세계 (레디앙, 2010년 12월 24일 (금) 10:05:33 박노자)
위험한 진실의 '편린'들 그리고 모국에 대한 순진한 생각들
우리는 대개 우리가 속하는 공동체를 '도덕적 공동체'라고 전제하고 세계를 인식하게 돼 있거든요. 우리가 속하는 공동체란 깡패의 소굴이라는 앎을 짊어지고 살기가 버거운 것도 그렇지만, 본인이 속하는 공동체를 일단 긍정하는 것은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의 우리에게 길러진 습관인지도 모르죠.
우리는 커서도 어머니와 같은 의미축에 속하는 '모국' 등에 대해서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하게 돼 있는 것은 정말 큰 문제에요. '나'의 공동체, 나의 문화, 나의 나라라면 일단 선하다고 전제하고 들어가죠. 그리하여 내가 속하는 모든 공동체들을 '거꾸로' 한 번 보는 것은, 유치한 '소속집단의 무조건적 긍정심리'를 벗어나게 하는 묘약이라 하겠어요. 제게 있어서는, '익숙해진 것들을 낯설게 보는' 것이야말로 프란체스코 성인의 그 위대한 꿈의 의미에요.
그러한 면에서는, 이번 위키리크스 사태는 우리에게 귀중한 성숙의 기회를 안겨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산지씨가 어떤 인간이든 간에, 그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결과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죠. 우리는 그 덕택에 세계촌을 한 번 거꾸로 본 셈입니다.
그 소감은 어떤가요? 우리가 우리들의 모든 '모국, 모체'들에 대해서 가졌던 생각들이 아주 순진한 발상으로 판명되고 만 것이죠. 예를 들어서 절대 다수의 노르웨이 사람들이 노르웨이를 이 세계의 가장 도덕적 국가로 인식합니다. 아니, 국민총생산의 1%나 제3세계에 '인도적 지원 및 개발' 예산으로 주는 나라인데 그 도덕성을 누가 의심하겠습니까?
뭐, 1960년대 초반의 중국은 대외지원 예산으로는 국민총생산의 5~6%를 주었는데, 그 사실을 중국사를 공부한 노르웨이인들도 잘 모르죠. 알아도, '전체주의자 모택동'이 어차피 도덕적일 수 없다고, 대부분이 생각하겠지요.
우리와 본질적으로 다른 전체주의자가 그저 그 본질상 선할 수 없으니까요. 선한 우리들과 본질상 다르니까요. 뭐, 그 '국민총생산 1% 지원 예산'의 약 삼분의 일이 사실 노르웨이 회사들에게 수주로 돌아간다는 사실, 즉 노르웨이 국가가 그저 그 자본을 살찌우고 그 NGO들에게 할 일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여기에서도 드물죠. 안다 해도 자국의 도덕성을 전혀 의심 못합니다. 우리가 세계 제일의 도덕적 백성인데, 수주를 좀 하면 어때요?
그러면, 위키리크스가 전해준 노르웨이의 '거꾸로 본' 모습, 즉 진짜 모습은 어떤 것인가요? 2006년, 주노르웨이 미국 대사를 만난 노르웨이의 노동당(사민주의적 정당) 출신의 외무부장관 요나스 갈 스터레는 관타나모라는 무법 수용소의 폐쇄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그게 노르웨이의 소망 사항이 아니라고 강조까지 했다는 게 우리가 이제 안 진실에요. 노동당과 함께 연립내각을 꾸리고 있었던 사회주의좌파당과 국제사면위원회가 관타나모라는 커다란 고문실의 폐쇄를 요구했음에도, 노르웨이 사회는 이 문제로 여론이 비등했음에도, 우파 사민주의자인 외무부장관은 나 몰라라 하고 미국 측과의 '친선' 다지기에 주력했던 것이죠.
이렇게 위키리크스의 도움을 받아 약간의 논리적 사고를 펼친다면 우리는 노르웨이라는 사민주의적 국가의 실체를 약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과연 노르웨이의 선량한 국민들 중에서 이 위험한 진실로의 여행을 하려고 하는 이들이 몇 명이나 될까, 라는 부분이죠.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들여다보는 '모험'을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한반도에 관계되는 위키리크스의 폭로에 대해서도 던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중국의 젊은 지도자들이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이고, 이권을 나누어주면 찬성할 것이므로 북한정권이 붕괴되면 흡수통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한민국 관료들의 모습을 직시해주시기를. 북한에 대한 이 사람들의 태도를, '제국주의'와 '침략주의' 이외에 과연 어떤 용어로 묘사할 수 있을까요? 과연 이 자들의 바람대로 북한 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북한영토와 인구가 남한에 흡수되면 남한 사회에서의 북한 주민들의 처지는 어떻게 될 것인가요?
'큰형' 미국이 언제나 뒤를 봐주겠다고 믿고 사는 벼락부자의 오만 말고는, 이 남한 관료들의 태도를 달리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우리는 지금도 대개 우리 아닌 북한을 '도발자'로 보지 않습니까? 한번 위키리크스 자료를 참고하면서 거꾸로 봐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여간, 우리는 위키리크스 덕분에 이 세계에 대한 '위험한 진실'의 몇 개의 편린을 흠쳐보게 된 셈입니다. 우리는 위키리크스라는 거울을 통해 한 번 우리 세계촌을 거꾸로 본 뒤로는 우리의 깨달음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인지, 바로 그 다음의 가장 중요한 문제죠.

 

-------------------------------------

미국 정부 신뢰 추락시킨 위키리크스 (미디어오늘, 2010년 12월 16일 (목) 14:47:29 이정환 기자)
낮아진 정보 문턱… 탐사 보도 새지평
이른바 펜타곤 페이퍼 사건은 30년이 지난 최근 위키리크스 사태와 비교해 여러 가지 시사점을 남긴다. 내부 고발자였던 엘스버그는 온갖 정치 공세에 휘말렸지만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아프가니스탄·이라크 기밀 문서는 여전히 제보자가 누군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상 최대의 기밀 문서 유출이라는 미국 외교부 문서 폭로 역시 마찬가지다. 엘스버그는 평소 친분이 있던 기자를 찾아갔지만 위키리크스는 직접 터뜨리고 언론사들이 받아쓰도록 만든다.
지금까지 특종 보도는 내부 고발자의 제보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흔히 '빨대'라고 부르는 핵심 취재원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취재원을 보호하는 게 탐사·고발 보도의 기본 원칙이었다. 그러나 기밀 정보일수록 출처가 쉽게 드러나고 그만큼 내부 고발자의 신원이 노출될 위험이 크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엄청난 정치적 부담과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고 때로는 직장을 잃거나 목숨을 잃는 것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위키리크스는 이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했다. 제보자 보호가 법적으로 보장된 스웨덴에 서버를 두고 있고 파일을 업로드하는 동시에 자동으로 네트워크 정보를 삭제해 운영자들도 누가 제보자인지 알 수 없다. 세계적으로 수천명의 해커들이 지원하는 시스템인만큼 외부 추적이나 해킹을 완벽하게 방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키리크스를 거세게 비난하고 있는 미국 정부도 아직까지 위키리크스의 첨단 보안 장벽을 뚫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키리크스에는 미국과 세계 여러 나라의 온갖 기밀 문서가 집중되고 있다. 기업 비리에 대한 제보도 쏟아지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 건 위키리크스가 진실을 거부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엄격한 제보자 보호와 철저한 사전 검증, 그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이를 폭로하는 용기, 여기에는 어떤 타협도 거래도 없다. 다만 그것이 옳은가 그른가를 따질 뿐이다. 위키리크스는 집단지성과 미디어가 결합한 대안적인 미디어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정부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정부와 기업들이 위키리크스를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것도 그들이 숨기고 싶은 추악한 진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샌지는 최근 인터뷰에서 "자유와 정의가 결핍된 곳에서는 윤리적으로 무장된 시민의 저항이 불가피하다”면서 “원칙있는 폭로는 역사의 물줄기를 좋은 쪽으로 바꿨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용기에는 전염성이 있다"는 위키리크스의 구호도 의미심장하다. 위키리크스에서 독점적으로 자료를 넘겨 받은 뉴욕타임즈와 가디언, 슈피겔 등이 연일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미국 외교부 문서는 일부일 뿐이다. 주미 한국 대사관이 작성한 문서도 1980여건이나 되지만 이 가운데 공개된 것은 80여건 밖에 안 된다. 2007년 대선 직전에 작성된 문서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이명박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 건인 BBK 관련 문건도 포함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안 어샌지가 최근 성폭행 등의 혐의로 영국 검찰에 구속된 상태지만 위키리크스가 폐쇄되더라도 또 다른 위키리크스가 나올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어샌지의 동업자들이 오픈리크스라는 사이트를 만들기도 했고 세계적으로 어샌지를 지지하는 해커들이 수많은 미러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어샌지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암호를 걸어 배포한 '최후의 심판' 파일에 무엇이 담겨있을까도 초미의 관심사다.
저널리즘 전문 블로그인 넥스트제너레이션닷컴은 "지금까지 기자들은 왜 이런 사건을 고발하지 못했을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기자들은 우편함에 들어있는 걸 꺼내서 멋진 문장으로 다듬는 사람이 아니다. 진실을 찾고 이를 보도하는 게 언론의 역할 아닌가. 아마도 취재 역량의 한계와 정부의 폐쇄적인 정보 공개 마인드, 그리고 정치적 보복 등의 우려 때문이겠지만 위키리크스는 이런 모든 한계를 넘어 탐사 보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뉴욕대 저널리즘스쿨의 제이 로젠 교수는 "위키리크스는 저널리즘에서 '미들맨(중개인)'을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위키리크스는 내부 고발자가 익명으로 불특정 다수의 대중과 직접 만나는 통로를 제공한다. 과거에는 뭔가를 알리려면 주류 언론의 기자를 찾아가야 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도 진실을 말할 수 있게 됐다. 언론이 끼어들 틈이 없다."
주목할 부분은 이처럼 기밀의 문턱이 낮아지고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날 것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시대에 주류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가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외교부 기밀문서 폭로 이후 뉴욕타임즈 사이트에 1800만명이 방문할 동안 위키리크스에는 35만명이 방문했다. 위키리크스가 뉴욕타임즈 등을 파트너로 잡고 엠바고를 걸어 기밀문서를 사전에 공개한 것도 여전히 주류 언론의 영향력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 편집국장 빌 켈러는 "위키리크스가 쏟아내는 엄청난 정보 꾸러미는 훈련된 저널리스트가 아니라면 거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위키리크스 같은 소셜 미디어와 주류 언론의 영역이 다르며 여전히 주류 언론의 역할이 남아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하버드대 부설 니만저널리즘연구소는 "정보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데이터 저널리즘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면서 "소셜 미디어와 주류 언론의 결합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위키리크스 폭로, '파괴적 활동'인가 '알 권리' 인가 (프레시안,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2010-12-05 오후 5:54:34)
[최진봉의 뷰파인더]<59> 전세계에 드러난 美 외교의 '뒷담화'
최근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WikiLeaks)'가 미국 국무부의 외교 전문 25만 건을 폭로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미국 정부가 곤혹스러운 지경에 처하게 됐다.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국제적인 인사들의 치부를 다룬 내용과 외교라인에서 비밀스럽게 나눈 대화가 모두 폭로 되면서 미국 국무부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게 된 것이다.
지난 4월, 위키리크스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헬기가 <로이터통신> 기자 두명을 포함해 12명의 민간인을 무참히 사살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인터넷에서 공개하면서 높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기밀문서 7만 7000여 건을 공개했고 이어 미 국무부의 외교전문 25만 건을 공개한 것이다.
이번 미 국무부 외교 전문 폭로 사태가 세계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몰고 오면서 위키리크스의 이러한 비밀 문서 폭로활동이 과연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 일이었는지, 또 위키리크스의 외교 전문 폭로가 과연 민주사회에서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표현의 자유의 범주에 속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위키리크스의 폭로에 대해 미국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미 국무부는 이번 사태는 정부기관이나 공직자들의 비리나 비행을 폭로하는 행위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선을 확실하게 긋고, 국가간의 평화로운 관계를 파괴하고 방해하는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위키리크스의 대표인 줄리안 어샌지(Julian Assange) 를 간첩죄로 처벌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이러한 입장에 동조하는 보수인사들은 '위키리크스의 이번 폭로는 국제사회에서 미국 정부를 위험에 빠뜨린 반정부 행위'라며 '공익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고 비난했다. 또한 이들은 위키리크스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무정부주의자'로 규정하면서 '위키리크스의 폭로가 국제적인 안보와 개인의 사생활, 그리고 지적 재산권 등을 고려하지 않은 매우 파괴적인 행동'이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이에 대해 줄리안 어샌지 대표는 '비밀문서를 폭로하기 전에 자체적인 검증을 통해 공공에 이익에 부합한 내용만을 폭로한다'고 주장하면서,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 활동으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위키리크스의 폭로를 보도한 <뉴욕타임스>는 이번 외교 전문 공개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미국 외교의 목표들과 성공, 타협, 그리고 좌절들을 그 어떤 자료 보다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위키리크스의 폭로를 지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두 가지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위키리크스의 폭로활동은 정당한 표현의 자유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장되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한면, 위키리크스의 폭로활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표현의 자유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번 미 국무부 외교 전문 폭로의 주 내용을 살펴보면 국제적인 안보를 심각하게 해치는 내용보다는 외국 정상들과 국제기구 인사들의 치부나 사생활에 관련된 내용들, 그리고 각국의 외교 담당자들이 미국 외교 당국자들과 비밀스럽게 나눈 이야기들이 많다. 특히 이번 폭로로 미국 외교관들이 외국 정상들이나 국제기구 인사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수집해 본국에 보고한 것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처럼 외교관들이 정상적인 업무범위를 벋어나 첩보활동을 하도록 지시한 미국 정부의 행위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위키리크스의 이번 폭로는 국제사회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이러한 미국의 잘못된 외교 활동을 바로잡는데 기여할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 위키리크스의 이번 폭로가 없었다면 미국 국무부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첩보활동을 계속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번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각국의 외교 담당자들은 다른 나라 외교 담당자들과의 정보 교환에 좀더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밀실에서의 '뒷담화'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정부기관의 외교 활동은 국가안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은 정부의 외교활동에 대해 알 권리가 있고, 이를 위해 언론단체에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의 자유에는 반드시 공공의 이익 실현이라는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언론단체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위키리크스', 폭로를 옹호한다" (프레시안, 조동원 미디어운동 활동가이면서 문화연구자, 2010-09-23 오전 9:16:10)
[인권오름] "정보는 자유롭기를 원한다"
유출 - '정보는 자유롭기를 원한다!'
특히, 오늘날의 정보자본주의 체제 - 정보가 자본의 운동과 권력의 작동에 핵심적인 요소가 된 구조에서 정보 유출은 별 문제 없이 평화로워 보인 이 세계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었는지, 어디가 썩고 있었는지를 느닷없이 싹뚝 잘라 드러나는 사건이 된다.
산업 기밀 유출, 음원 유출, 영화 파일 유출, 화보 유출, 개인정보 유출과 같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정보의 유출 역시 정보의 상품화, 비밀주의의 보호, 또 그에 대한 위반의 감시체계로 점철된 오늘날의 정보자본주의가 얼마나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들이다. 그리고, 썪어가는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서 인권과 양심조차 옴짝달싹 못하게 갖혀 밖으로 흐르지 못하고 막혀 표출되지 못할 때 결국 그 내부에서 터져나오는 정보의 유출이 있다. 이런 유출은 내부고발, 폭로, 정보공개, 정보자유라고도 한다.
위키유출(wikileaks, 위키리크스)은 지난 몇 개월간, 특히 7말 8초의 무더운 아열대를 지나는 날들에 가장 흥미롭고 무서운 국제 뉴스였다. 지난 2010년 4월 5일에 공개된 '부수적 살인'(collateral murder)은 2007년 이라크의 바그다드에서 어린이들이 포함된 민간인 10여 명과 서방 기자 2명을 미군이 아파치 헬기에서 기총소사로 무차별 사살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다. 그에 이어 7월 25일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주도하는 (한국군도 포함된) 연합군이 저지른 무려 144건의 민간인 학살 사례가 담긴 20만 페이지 분량, 9만 2201 건의 비밀 문건, '아프가니스탄 전쟁 일지'(Afghanistan War Logs)가 공개되어 파장을 일으켰다.
언론에서는 해커였고 기자였던 호주 출신의 줄리안 어샌지(Julian Assange)가 마치 위키유출을 다 책임지고 있다는 듯이 말하지만, 유출 문서의 편집자이자 대변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그뿐만 아니라, 부정 부패에 대한 정보의 수집 및 편집, 보도자료 작성, 주류 언론이나 대중에 공개하는 일을 맡는 정보 활동, 내부고발자와 위키유출의 정보 활동에 대한 법적 보호, 내부고발과 문서 공개를 익명성과 프라이버시가 보호된 상태로 온라인 네트워크 상에서 가능하게 하는 기술 개발 및 활용 등의 분야에 전세계적으로 천 여 명의 자원활동가들이 결합하고 있다. 이를 후원하는 사람들은 훨씬 많다. 반체제 인사, 인권 활동가, 연구자, 변호사, 해킹활동가 등이 오랫동안 의견을 나누며 토론을 벌이다가 2006년 12월에 위키유출을 설립하기에 이르렀고, 이 후 위키유출은 전세계 곳곳의 부정 부패 혹은 기밀의 정보들이 공개되는 것을 도왔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문건 2개와 2008년 촛불시위 당시 경찰의 폭력진압을 증거하는 사진들이 포털 사이트 등에서 삭제되면서 위키유출에 올려져 공개되기도 했다.
이 참에 위키유출은 국가와 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그것들의 내부에서 썩고 있는 문제들을 만천하에 드러내기 위한 내부고발 사이트이자 정보공개 운동 네트워크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것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보면, 마치 멕시코만을 시꺼멓게 뒤덮으며 유출된 석유처럼(만약 한국에서였다면?) 지구 전체를 뒤덮은 검은 어떤 것으로부터 무언가 유출되며 보다 맑은 지구가 만들어지고 있다. 어떤 액체적 물질성(이를테면 내부고발자의 존재)과 정보적 비물질성(지구적 정보 네트워크)의 결합이 갖는 위력이 암시된다. 
위키 - 위키경제에서 위키정치로!
내부고발 성격의 정보 유출에 위키 방식이 결합된 것이 위키유출의 중요한 특징이다. 위키백과(wikipedia.org)나 위키유출(wikileaks.org) 모두에 사용되고 있는 미디어위키(mediawiki)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고 누구나 곧바로 그것을 고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위키위키'는 하와이어로 '빨리빨리'라는 뜻인데, 웹기술에 적용된 이 말은 편집자와 같은 어떤 권위적 매개물을 거치지 않고 누구나 정보와 지식을 생산하는데 참여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신속성과 직접성을 가리킨다 하겠다.
2001년에 탄생한 위키백과는 지난 10여 년간 인터넷문화 혹은 네트워크사회의 핵심 열쇠말의 하나였다. 위키백과를 통한 또래간(p2p) 협력적 지식 생산이 보여준 폭발적인 정보 생산력과 공유지 희극의 생산관계는 그 어디보다도 네트워크경제, 지식기반경제 주창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아예 위키경제(wikinomics)로 불릴 정도였다. 그에 필적할 지는 더 두고봐야겠지만, 위키백과에서 검증된 위키 방식이 이제 정보의 정치 영역에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위키유출가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협력하며 국가 권력을 감시하고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키유출은 위키백과를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소개 내용에 따르면, 위키백과에 글 올리는 것처럼 아주 쉽게 유출문서를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위키유출이라는 제목이 불여졌다. 위키유출에 제출된 문서는 그러나 곧바로 공개될 수 없다. 한편으로 내부고발자나 제보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한 보안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악의적인 정보 유출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문서의 신뢰성을 먼저 검증해야하기 때문이다. 보안의 경우, 문서 내용에, 보호받아야할 사람들에 대한 식별과 추적이 가능한 정보들이 있는지 검토해야할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흔적들에도 주의해야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부조리한 현장을 목격하고 마침 가지고 있던 사진기로 촬영을 한 후 그 사진을 포함한 증거 문서를 위키유출에 올렸다고 할 때, 만약 그 사진 파일을 있는 그대로 공개한다면 그 사진 파일에 기록되어 있는 사진기 고유번호를 통해 인터넷에 공개된 수많은 사진들의 고유번호와 비교하여 바로 그 사진기로 찍혀진 다른 사진들이 수집되고 분석되면서, 그 제보자의 신원이 쉽게 파악될 수 있다. 따라서 프라이버시 보호와 익명성 보장을 위한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또한, 허위정보 유출과 정보남용의 가능성도 크다. 일반 언론도 수없이 많은 오보를 통해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빈번해서 언론피해 구제 제도가 있기 마련인데, 위키유출의 경우는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이 그렇듯이(리누스 법칙), 위키백과가 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올리고 고칠 수 있어서 누군가에 의해 그 정보가 왜곡되거나 훼손될 위험성이 높지만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신속하게 바로잡을 수 있는 가능성도 크다. 마찬가지로 위키유출에 올려진 유출된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검증은 그 사안과 관련한 여러 단체들과 공동체가 원천 문서를 살펴보고 분석하는데 참여할 수 있고 동시에 누구나 의견 제시할 수 있게 개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유출된 문서의 정치적 적합성과 신뢰성은 전문가들만의 감정 평가를 통해서가 아니라 그 문서와 관련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온전히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위키유출에서 위키 방식이 갖는 의의는 기존 언론과 다르게, 아주 쉽게 내부고발을 위한 유출 문서를 올릴 수 있다는 점, 추적을 거의 불가능하게 하는 익명성 보장의 프라이버시 기술의 사용, 그 문서의 신뢰성을 공동체의 힘, 이른바 집단지성을 통해서 검증한다는 점에 있다. 국가안보(혹은 국가보안)라는 논리 하에, 기밀 보호를 위한 법에 따라, 혹은 자체 검열에 의해 주류 언론 미디어는 어떤 사안들을 보도하지 않기도 하지만, 위키유출은 직접성, 익명성, 집단지성이라는 인터넷의 논리에 따라 그런 제약없이 공개하는 것이다. 권력의 작동과 자본의 운동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정보의 흐름은 그 자체로 전쟁을 방불케하고, 이 정보 전쟁의 한편에서 위키유출은 권력 감시를 위한 초국적(무국적) 정보 네트워크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위키유출 - 역감시의 기술
내부고발자가 쉽게 추적되어 보복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 위키유출에 문서를 올리는 순간부터 익명의 인터넷 접속을 보장하기 위한 기술이 가동된다. 그 중 하나가 '양파 라우터'(onion router) 혹은 '토르'(tor, torproject.org)다. 인터넷 자체가 애초에 핵공격을 받더라도 두절되지 않는 군사적 목적의 통신망으로 설계되고 개발된 것처럼, '토르'는 적군에 노출되지 않는 통신을 위해 미해군이 개발하다 중단한 것을 해커들이 재활용한 것으로 한 때 미국의 전자개척자재단(EFF)의 후원 하에 개발되기도 했다. 중국이나 이란에서는 위키유출을 포함해 정치적 이유로 차단되는 웹사이트들이 많은데 '토르'는 이런 국가의 인터넷 검열을 우회하며 익명으로 정치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접속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위키유출에 올려진 유출 문서는 또한 정교하고 암호화되어 프라이버시와 익명성의 보장을 기한다. 이를 위해 '아주 잘 보호되는 프라이버시'(Pretty Good Privacy)라는 뜻의 '피쥐피'(PGP)가 응용되어 사용된다. '피쥐피'의 개발자인 필 지머만(Philip R. Zimmermann, philzimmermann.com)은 애초 인권을 위한 도구로 이를 디자인해서 1991년에 전자우편 암호화 소프트웨어 꾸러미 형태로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했다. 오늘날 암호화는 인터넷 뱅킹이나 온라인 상거래에 널리 쓰이고 있지만, 이것이 공개될 당시만 해도 암호화는 첩보기관 정도에서만 사용했고 정부는 이를 무기로 분류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위험한" 기술이 일반 이용자들을 위해 개발되고 공개된 것에 대한 엄청한 반발이 있었고, 지머만은 미국 정부의 범죄 수사 대상이 되어 박해를 받았다. 그런 탄압에도 '피쥐피'(PGP)는 인권운동의 현장에 퍼져나갔고, 1990년대 후반에는 암호의 국가독점에 반대하고 공개키 방식의 암호화 정책을 채택하기 위한 운동의 일환으로 '피쥐피' 사용 운동이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전개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위키유출에서 내부고발자의 신변 보호를 위해 활용되는 중이다.
위키유출의 온갖 문서들이 저장되고 있는 서버의 경우, 위키유출 활동을 막기 위한 불의의 접속 차단에 대비하기 위해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강력한 정보공개법이 있는 스웨덴, 벨기에, 덴마크 등에 서버를 두고 있다. 그에 더해 알려지지 않은 전세계 각 곳에 분산된 여벌 서버들이 배치되어 있고, 올라온 문서는 암호화되어 자동으로 이들 서버에 복제된다. 그 외에도 위키유출에 자원활동하고 있는 여러 분야의 해킹활동가들이 직접 디자인한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위한 소프트웨어들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위키유출의 소개 내용에 보면, 초국적 정보공개운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이 모든 안전 장치들을 '프라이버시 기술' 혹은 '문서유출기술'이라고 부르는데, 또 다르게는 역감시의 기술이라고 할 만하다. 이번 '부수적 살인' 비디오나 '아프간 전쟁 일지'의 공개 사건이 부패하고 억압적이 체제에 맞선 정보공개와 투명성의 중요성, 진정한 정보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익명성의 중요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투명성과 익명성의 결합이 갖는 잠재적 위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명백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할 때, 역감시 기술을 위한 해킹행동주의야말로 그러한 결합을 가능하게 한 또 하나의 사회운동인 셈이다.
수많은 위키유출들이 필요하다!
물론, 위키유출의 정보 정치 혹은 위키정치에 대해 그렇게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 위키유출을 통한 폭로로 충분한가? 충격적 사실의 폭로 방식은 또 다른 미디어 스펙타클 효과에 그치고 마는 것은 아닌가? 아무리 충격적인 정치적 사건도 다른 미디어 스펙타클 속에 묻혀, 혹은 감당이 되지 않아, 어느새 잊혀지고 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충격적인 학살 증거나 내부 문서가 없어서 파병이 중단되고 전쟁이 멈추지 않았던가? 오히려 사회정의와 인권, 반전 평화를 위한 사회운동은 그런 충격적인 진실의 일회적 폭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지속적인 자기 조직화와 일상의 공동체에서부터 변화를 일구어나가는 실천만이 유력한 방식이 아닌가? 또, 사실상 위키경제가 실시간으로 네트워크된 수많은 이용자들의 대량의 참여, 공유, 협력을 이용해 집단지성이나 군중외주생산(crowd sourcing)이라는 이름으로 노동 비용을 줄이려는 기획이기도 하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든 것처럼, 위키유출과 같은 위키정치는 기성 정치권이나 지배적 정보 구조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역감시의 기술 정치로 계속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인가? 1세계 나라들에 민주주의가 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며, 위키유출은 주류가 되고, 전쟁은 계속되고, 그러는 사이 내부고발자를 추적하는 기술은 더욱 정교하게 되는 악순환의 시작은 아닌가?
위키유출에 결합하고 있는 한 해킹활동가의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해킹하자"는 말처럼, 지구적으로 생각할 때 제기될 수 있는 이런 (암울하기까지 한) 쟁점들을 지역적으로 변화시켜나가며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그 한계와 제약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길은 수많은 위키유출들이 나타나고 더 많은 실험과 시도로 헤쳐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법제도의 개선과 개혁을 통한 정보운동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고, 투명성과 익명성과 프라이버시를 위한 보다 더 강력한 기술 개발 운동도 필요하다. 역감시의 기술의 경우, 이번 위키유출의 편집자는 상당한 개인적 위험 상황에 처하기도 했는데, 위키유출에서 더 나아간 역감시 모델이 더 많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미 보다 더 분산되고 또래 간(p2p) 네트워크 방식에 대한 토론이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전자와 관련해 볼 때, 아이슬란드의 최근 입법 사례는 놀랍다(immi.is). 2010년 6월 17일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국가안보와 관련한 내부고발자에게 '국제 피난처'(가장 강력한 사법적 보호)를 제공한다는 정보자유법을 50명의 국회의원의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수상까지 지지를 보내도록 만들었다(이렇게 된 과정에 위키유출도 일정하게 기여했다). 정보자유와 내부고발을 통한 사회변화의 기획에서 가장 진보적인 법을 제정한 셈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참조하면서 김동춘 교수의 제안대로 유명무실한 우리의 정보공개법을 새로 개정하고 기밀과 의문에 붙여진 현대사의 진실을 중단없이 밝혀내기 위한 정보공개운동의 새로운 전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고발' 사건을 통해 경험한 내부고발의 위력이 현대사 전반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천안함을 둘러싼 비밀주의에 대해서도 집단지성이 참여하여 속시원히 해결할 수 있는, 한반도를 무대로 한 전쟁 사업이 파산하도록 하는 뭔가 평화의 장치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 참고 자료
김동춘, 정보공개운동을 제창함, 따뜻한 정의, 2010.8.6
위키유출 소개(한글): wikileaks.org/wiki/WikiLeaks:About/ko
Jacob Appelbaum,Keynote Address ? Wikileaks(기조연설: 위키유출), The Next Hope, 2010.7.17
Jay Rosen, The Afghanistan War Logs Released by Wikileaks, the World's First Stateless News Organization(세계 최초의 무국적 뉴스조직, 위키유출이 공개한 아프가니스탄 전쟁 일지), PressThink, 2010.7.26
Paul Marks, How Wikileaks became a whistleblowers' haven(어떻게 위키유출은 내부고발자의 피난처가 되었나), New Scientist, 2010.7.27
(이 글은 "위키유출(wikileaks): 집단지성의 정보정치와 역감시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도 실렸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