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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창간 66주년 특집]한국사회, 사회계약 다시 쓰자 Ⅱ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0052152275&code=210100
[창간 66주년 특집]한국사회, 사회계약 다시 쓰자 Ⅱ
ㆍ경향신문의 5대 제안

누가 집권하더라도 국정 책임자는 시민의 의사를 배반하지 못하도록 공동체 구성원들의 합의인 ‘사회계약’에 의해 구속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시민들이 각자 자기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를 담아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를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그려야 한다. 특정 세력의 힘과 이익을 우선한 계약은 결코 사회계약일 수가 없다. 어떤 국가를 만들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는 그 사회 구성원 다수가 결정하는 것이다. 각계각층 이익의 균형이 담겨 있어야 한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한국사회, 사회계약 다시 쓰자’라는 제안과 함께 여덟 가지의 의제를 던진 데 이어 올해 다시 다섯 가지 의제를 제안한다. 이 사회를 기초부터 다시 세워야 하고, 그렇게 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 바로 대통령 선거 과정이기 때문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0052126455&code=210100
5대 제안 - 칸막이를 없애자
▲ 학벌·소득·지역 따른 구성원 무리짓기
갈수록 공고화되는 ‘그들만의 리그’로
‘배제’ 양산하는 사회구조 틀 이젠 깨야

때로는 강제적으로 분리가 이뤄지기도 한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저소득층 자녀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지 않도록 학군 조정을 요구하는 일은 빈번하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학벌·지역처럼 과거에 의해 규정되는 칸막이와 소득 수준에 의해 만들어지는 현재의 칸막이가 맞물리면서 칸막이 사회는 더 공고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2012년 신입생의 61.7%가 특목고·자사고·강남3구 출신이라는 통계가 있다. 결국 성적 중심이라는 미명하에 고학력·고소득 계층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경쟁을 시키고 이들에게 다시 학벌을 선사함으로써 그들만의 무리짓기를 공고화시키는 셈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룸살롱 공화국>에서 “칸막이 현상은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핵”이라며 “그걸 이해하면 지역 갈등에서부터 유흥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다”고 주장한다. “은밀한 접대는 칸막이를 필요로 하며, 룸살롱의 가장 큰 장점은 그런 칸막이를 우아하게 구현했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각종 비리사건만 터지면 ‘영포회’니 하는 온갖 ‘칸막이’의 실체가 드러나며 룸살롱도 덩달아 회자되는 까닭이다.
통계청의 2011년 사회조사를 보면 친목·사교단체 참여율은 55.2%에 이르지만, 시민사회단체나 정치단체 참여율은 0%에 가깝다. 이재열·장덕진 서울대 교수가 지난해 ‘사회의 질’을 조사한 논문을 보면 한국은 개인의 경쟁력을 뜻하는 ‘인적 자본’과 어려운 개인들이 서로 돕는 ‘사회통합’ 부문의 순위는 높았지만 ‘사회경제적 안정성’이나 ‘정치 참여’의 순위는 낮았다. 대체로 한국 사회는 사회적 갈등과 문제해결을 공적인 조정보다는 칸막이 속 사적 수단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칸막이를 빠져나오는 사람이 많을수록 칸막이는 초라해진다. 그만큼 더 많은 사회구성원들이 ‘정치’를 변혁하고 ‘사회적인 것’을 재구성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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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제안 - 집은 ‘사는 곳’이다
▲ 부동산 불패신화가 지배해 온 사회
너도나도 불로소득 좇아 ‘청춘을 저당’
▲ ‘몇 동 몇 호’만 기억하는 유목민으로 집으로 돈 버는 시대 사실상 막 내려
이제 ‘소유의 욕망’에서 벗어나자

한국 사회에서 집은 단순히 거주 공간이 아니다. 부를 창출하는 수단이자 신분을 규정하는 소유욕의 결정체다. 집에 대한 소유욕이 커진 것과 별개로 소유를 현실화시키기는 더 어려워졌다. 소유한 주택에서 거주하는 비율인 자가점유율은 1970년 71.7%였지만 2010년에는 54.2%로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처럼 소수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보금자리주택을 분양하는 방식이 아니라, 양질의 장기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불로소득을 적절히 환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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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제안 - 평화가 밥 먹여 준다
▲ 한국, 무기 수입 OECD 국가 중 최고
미사일 1발 덜 쏘면 582명 1년 보육료
한국형 복지국가 ‘평화 정착’에 달려

한반도 분단 상황에서 군의 논리 역시 쉽게 논박하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 있다. 하지만 한국이 국방비와 복지비의 비율 면에서 지나치게 국방비 지출이 높다는 점 역시 엄연한 사실이다.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적 지출 가운데 공공지출은 9.7%로 최하위 멕시코(8.5%) 다음으로 낮은 33위다. 이는 OECD 평균 22.1%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반면 각국의 군비 지출에 관한 권위 있는 통계를 담은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연감을 보면 한국은 OECD 국가들 중 2007~2011년 무기 수입 1위였다. 중국, 인도 등 OECD에 가입하지 않은 모든 나라들과 비교할 경우 한국은 2011년 한 해 무기 수입액에서 6위를 차지했다.
고든 애덤스 아메리칸대 교수는 F-35 전투기나 버지니아급 잠수함 배치 같은 낭비적 요소가 강한 프로젝트를 중단 또는 축소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이 이러한 목표를 일부라도 실행에 옮길 경우, 당장 내년에 시작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한국은 더 많은 비용 부담을 요구받을 것이 확실하다. 이는 한국에 국방예산 증액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평화체제를 만들지 못해 들어가는 경제적 비용, 한반도의 긴장과 그로 인한 막대한 국방예산의 실상은 이제 우리가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더 많은 신무기를 사들여 압도적 힘으로 구축하는 평화보다 다자간 평화체제 논의를 통해 군비축소와 국방예산 감축이 이뤄질 수 있는 평화에 한 발 더 다가가야 한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0052135005&code=210100
5대 제안 - 증세를 얘기하자
▲ 복지 확대 요구에 정부는 늘 예산 타령
정치권도 “표 떨어진다” 세금 얘기 꺼려
복지 체감 국민 오히려 “세금 더 내겠다”

박민식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은 “대도시 가정 상당수는 이번에 처음으로 보육료 지원을 받아본 뒤 복지를 체감했다는 사람들이 많고, 세금을 더 내도 되겠다는 쪽으로 인식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정치권이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을 정말 펴고 싶다면 보편적 복지를 유지하되 누구에게나 세금을 걷는 보편적 증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에서 내논 복지 공약 기준으로 볼 때 새누리당은 연 27조원, 민주당은 45조원 정도 추가재원이 필요하다. 이는 증세 없이는 도저히 마련할 수 없는 규모다. 증세 중에서도 소득세나 법인세 등 주요 세금을 건드려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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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화려한 복지정책을 내놓고 재원 마련 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포퓰리즘”이라며 “증세는 정책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으로, 의지가 있다면 정치권이 좀 더 진정성 있게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0052141425&code=210100
정치권 꺼리는 ‘증세론’ 55%가 동의… 수도권·고학력·젊은층일수록 많아
ㆍ[대선 여론조사]문재인 지지자 68%가 증세에 동의 최다
ㆍ안철수 지지자 61%·박근혜 지지자 47%

20대는 65%, 30대는 61.1%, 40대는 54.2%가 증세에 동의했다. 젊은 세대는 증세를 해서라도 복지를 확대하자는 입장이 강한 반면, 현실적으로 세원을 충당하고 있는 기성세대는 증세에 대한 반감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소득별로는 월 평균 소득 200만원 미만에서 증세에 대한 반대가 53.8%로 찬성 45.4%보다 많았다. 반면 400만원 이상 고소득층에서는 찬성이 59.9%로 반대 49.8%보다 많았다. 40~50대 화이트칼라의 다수가 증세에 동의한 결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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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제안 - 보육은 사회적 책임이다
▲ 사회 구조는 맞벌이가 필수인데 육아를 보는 시각 여전히 전근대적
개별 가정·여성의 문제로 바라봐
▲ 영·유아 양육 부담 덜지 못하면 출산 기피 풍조 못 벗어나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가파른 고령화 속도, 이로 인한 사회 전체의 복지 부담은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 사회문제다. 찬반 양론이 격하게 대립했던 무상급식에 비해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의 필요성이 대체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맥락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비록 정부가 제동을 걸긴 했지만 ‘경제적 부담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구조는 깨뜨려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근시안적 접근 방식이다.
보육을 위한 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육아를 개별 가정의 문제, 특히 여성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는 시각이 우리 사회에는 강하게 남아 있다. 사회·경제 구조는 이미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맞벌이가 필수인 쪽으로 바뀌었는데도, 육아를 보는 관점은 아직도 전근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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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는 민간부문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보육시설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시장 중심으로 형성된 현행 보육체계에서 정부가 보육비 지원액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전체 보육예산 2조5600억원 가운데 79%가 보육료 지원과 양육수당 등 현금 지원에 들어간 반면, 공공시설 설립에는 불과 0.46%밖에 쓰이지 않았다. 국가가 장기적 차원에서 보육정책 수립의 책임을 방기하며 민간 영역에 의존해 온 결과, 국공립 시설은 전체 보육시설의 약 5%에 불과한 구조가 형성됐다. 지난 2월 보육료 인상을 요구하며 전국의 민간 어린이집이 집단 휴업에 돌입해 보육대란을 일으킬 뻔했던 사태는 지금 같은 과도한 시장 의존형 체계에서는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정책 당국이 보육비 지원 대상을 어디까지로 해야 할지를 놓고 책상에서 씨름하는 동안 맞벌이 부부와 혼자 된 엄마는 한 푼을 더 벌기 위해 아이를 위험 속에 던져 놓고 문을 잠근 채 집을 나서야 한다. 부모만이 아이를 키우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한 명의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는 사회 전체의 돌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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