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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관련 글

  
투자자들의 은밀한 쿠데타가 시작됐다 (프레시안, 김봉규 기자, 2012-10-01 오전 11:06:47)
[해외 시각] 미국의 민주주의 위협하는 TPP 협상
미국의 외교·안보분야 싱크탱크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FPIP)의 외부 기고자 힐러리 맷페스(Hilary Matfess)는 25일(현지시간) 미국이 주도하는 광역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칼럼을 통해 TPP 협상 과정에서 드러나는 미 정부의 비밀주의에 대해 비판했다. 칼럼은 현재 TPP와 관련한 협정 내용을 의회와 대중에 소상하게 공개하지 않는 한편, 일부 누출된 조항에서는 금융 위기 상황에서도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등 기업의 이익에 치우친 내용이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년 간 논란을 빚다 지난 3월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지적됐던 것처럼 현재 미국의 TPP 협상은 의회와 대중을 무시한 채 강행됨으로써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이익에 편중된 자유무역주의에서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기대됐던 오바마 정부에서 더 큰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우려된다고 강조한 칼럼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편집자>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거대 자유무역지대 구상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노동자·환경·각국의 주권에 해를 미치는 힘을 기업에 부여한다는 게 확실히 알려진다면 위안이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비밀스럽고 불투명하게 협상이 진행되면서 이 중 많은 부분이 알려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TPP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역 차원에서 보면 미국에서 아직 시도된 적이 없는 가장 큰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이 된다는 점이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협상 담당자들은 "광활한 분야의 법과 규범을 비롯해 상품과 서비스, 농산물 무역에서의 장벽"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완전히 낮추려는 의도를 표했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야망에도 불구하고 협상 과정과 협정문 초안에 대한 세부 내용은 고의적으로 의회와 미국 시민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협상 전반에 걸친 비밀주의는 숨이 막힐 지경이다. 지난 7월 미 하원의원 134명은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TPP에 대해) 의회 위원회 측의 자문을 받고 협성문 초안이 공개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원들은 커크 대표에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이 진행되던 1990년대 초 협정문 초안이 회람되고 의회 위원회가 자문을 했다고 상기시켰다. 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1달 뒤, 미 하원은 커크 대표에게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을 논의한 우루과이라운드, 세계무역기구(TWO)의 도하라운드, 수많은 NAFTA 협상 때처럼 의회 사절단이 협상을 지켜볼 수 있게 해달라는 탄원을 냈다. 지속되는 요청에도 의회는 협상을 감시할 수 있는 어떤 중요한 권한도 얻지 못했다.
의회와 언론, 대중이 아쉬운 대로 유출된 일부 협상 내용에 만족하고 있는 동안, 외교안보 관련 단체 '저스트 포린 폴리시'는 600명의 기업 로비스트들이 협정문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고 밝혔다. 대중이나 이들이 선출한 의원들보다 기업이 정부 협상에 더 잘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의 민주주의는 비참한 상태에 놓였다. 미국의 무역정책에 대한 기업의 영향력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의회 감독 기능에 대한 동시적 경고는 더욱더 불안감을 준다.
지난 5월 미국 민주당의 바니 프랭크, 샌더 레빈 하원의원은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에게 자본 자유화를 공고히 하는 TPP 조항에 우려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금융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자본 통제장치를 두는 데 각국이 합의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해 "미국 정책에 관한 공식 입장 문서"를 요구했다. 누출된 초안이 정확하게 협상의 방향을 반영했다면, 자본통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은 민간 기업들로부터 제소를 당하고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수백 명의 경제학자들이 지난해 1월과 2월 이러한 조항에 반대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유출된 투자부분 협정문 초안은 경제학자들이나 프랭크·레빈 의원의 우려가 반영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
유출된 협정문에서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Citizen.org)에 따르면 지금까지 협상은 기업들이 토지·천연자원·혹은 공장을 인수할 때 정부의 심사를 피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있다. 또 협정문은 기업의 이행의무(performance requirement)를 금지하고, "건강·노동·환경 규제로 인해 미래에 기대하는 수익"을 잃었을 때 보상받을 수 있다고 보증하고, "제한 없는 자본 이동" 권한과 관련한 충격적인 조항을 포함했다. 만약 이러한 내용들이 정말로 TPP 조항이라면, 협상은 각국 정부가 기업 활동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행위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사실상 규제로 인한 기업의 어떤 '손해'에 대해서도 정부가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
진보 진영의 많은 이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견고한 자유무역주의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희망한다. 하지만 퍼블릭 시티즌 글로벌 무역 감시부의 로리 웰라치에 따르면 유출된 TPP 조항은 "의회에 충격을 줬는데, 미국의 협상 당사자들이 오래 된 NAFTA 무역 모델을 대체하겠다는 오바마의 공약을 완전히 폐기하고,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가 반대해 핵심 경합 주(州)에서 승리를 안겼던 부시 전 대통령 식의 협상을 사실상 확장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TPP 논란은 미국 정치의 충격적인 흐름을 드러낸다. 기업에 인격(personhood)을 부여한 (보수 시민단체) '시티즌 유나이티드 판결'은 미국 시민과 이들이 선출한 대표들, 혹은 이 협상으로 영향을 받게 된 국가보다 기업이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게 될 무역 협상에 길을 제공했다.
미국 경제의 수많은 분야에 막대한 잠재적 충격을 가할 무역협상이 비밀스럽게 추진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문제가 있다.
협상 당사자들이 고의로 전문가와 의원들을 무시하고 기업의 이익에 치우쳐있다는 점은 미국 민주주의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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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소송, 미국선 “폐지” 한국선 “유지” (경향, 김지환 기자, 2012-09-12 03:00:08)
ㆍ미 주의회연합, 공공정책 훼손 이유 반대 입장 발표
미국 주의회 연합체인 주의회전국회의(NCSL)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빼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공공정책 도입을 위한 주의회의 입법권이 투자자-국가소송으로 인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한국의 외교통상부는 투자자-국가소송제의 유지를 전제로 미국과의 재협상을 위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미국 주의회전국회의는 지난 7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주의회전국회의는 투자 챕터에 ‘투자자-국가소송이 포함돼 있는 어떠한 양자간 투자보장협정(BIT),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호주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의 적용을 받지 않기로 한 선례를 미국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주의회전국회의는 공개서한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는 주의회의 의원이 공공보건, 복지, 환경, 노동자 건강 등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을 만드는 권한을 훼손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미국 무역대표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를 제외한다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FTA 그리고 다른 무역협정에서 발생한 투자자-국가소송제의 문제점이 반복되는 것을 예방할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주의회전국회의는 또 미국 법체계하에서 미국 기업들이 누리는 권리보다 외국 기업에 더 많은 권리를 부여하는 조항이 포함된 투자보장협정, FT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내부에서도 주의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투자자-국가소송제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일부 수정만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의 재협상을 위해 지난 3월 구성된 ‘투자자-국가소송 민관 태스크포스(TF)’는 현재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외교부는 투자자-국가소송제에 대해 제기된 의견을 검토하고 미국과의 협의 추진과 관련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태스크포스 작업은 90% 이상 진행됐다. 지금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는 단계”라며 “마무리되는 대로 국회와 보고서를 공유하고 우리의 입장을 정한 다음 미국에 최종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종 보고서가 국회에 제출되면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투자자-국가소송제가 사회적 논의의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지난해 한·미 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처리 전에 “투자자-국가소송제는 표준 약관같이 거의 모든 협정에 다 들어 있는 제도”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야권 후보들은 한·미 FTA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를 꼽으며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론스타의 중재의향서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투자자-국가소송이라는 실체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며 현실적인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이번 대선 정국에서 투자자-국가소송이 중요한 쟁점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태평양협정서 투자자소송 제외를”
 (경향, 김지환 기자, 2012-05-21 00:00:00)
ㆍTPP회원국 법률가 100여명 “사법주권 침해” 서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회원국 법률가 등 100여명이 “TPP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조항을 제외시켜야 한다”고 발표했다. 투자자-국가소송제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외교통상부의 설명과 달리 일본의 집권 민주당 TPP 특별위원회와 인도 정부도 투자자-국가소송제에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투자자-국가소송제에 대한 국제적인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뉴질랜드, 호주, 미국, 캐나다, 페루 등 TPP 회원국의 법률가 100여명은 지난 8일 TPP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회원국 정부의 통상관료들에게 “TPP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가 배제돼야 한다”는 공개 서한을 발송했다. TPP 회원국의 전직 판사, 국회의원, 법학자, 변호사 등이 이 서한에 서명했다.
서한 발송은 TPP 회원국 가운데 아직 미국과 투자자-국가소송제가 포함된 자유무역협정(FTA)에 연루되지 않은,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인 뉴질랜드의 주도로 진행됐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의 제인 켈시 교수(법학)는 “10일 만에 100명이 넘는 법률가들이 투자자-국가소송제에 대한 우려에 동의했다”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많은 경험을 한 캐나다의 변호사들이 빠르게 지지 의사를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우리는 TPP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보호를 위해 최근 체결된 FTA와 양자간 투자협정(BIT)에 투자자-국가소송제가 포함된 것이 TPP에서 반복돼선 안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투자자-국가소송제가 TPP 회원국의 사법주권을 침해하고 외국인 투자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의 확산은 법률 분쟁의 공정한 해결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투자자와 국가 그리고 이해 관계자들의 힘의 균형을 변형시킨다”고 밝혔다.
이들은 투자자 국가 분쟁의 중재판정을 진행하는 재판부의 독립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변호사들이 국제중재판정부의 중재인과 투자자를 위한 변호사 역할 사이를 오갈 수 있도록 허용돼 있다”며 “투자자의 대리인으로 선임된 변호사들이 중재인이 될 경우 비윤리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한 말미에서 “우리는 TPP 회원국 모두가 투자자-국가소송제를 거부하고 있는 호주의 사례를 따라야 한다고 요구한다”며 “국내 사법체계의 온전함을 다시 주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변호사 20여명이 모여 발족시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임(민변) 외교통상위원회도 이 서한을 지지하는 연대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 민변 외교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투자자-국가소송제에 반대하는 국제적 연대를 위해 한국에서도 곧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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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도 ‘밀실 추진’…연구용역 결과 대부분 비공개 (경향, 박효재 기자, 2012-05-13 22:01:03)
정부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대부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14일 중국과 첫 FTA 협상을 시작한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한·중 FTA의 부작용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13일 연구용역 포털 ‘프리즘’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부 5개 부처가 2005~2011년 발주한 한·중 FTA 관련 연구용역 27건 중 24건(88.9%)이 비공개 처리됐다. 이는 한·미 FTA 관련 연구용역 결과 비공개율(84%)보다도 높은 수치다.
10건으로 가장 많은 연구용역을 발주한 외교통상부는 결과를 모두 비공개처리 했다. 2건을 발주한 지식경제부와 7건을 발주한 농림수산식품부, 2건을 발주한 보건복지부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5건 중 3건을 공개했다. 공개된 연구용역 3건은 FTA의 전망과 가능성, 한·중 및 한·일 FTA 세미나 등 별다른 쟁점이 없는 내용이다. 한·중 FTA 추진 시 예상되는 문제와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는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다른 부처들도 민감한 내용은 모두 함구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중 FTA 체결 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28~3.04%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반면 한국의 농수산업은 값싼 중국 농산물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교통상부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발주한 연구용역 중 한·중 FTA 체결이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농림수산식품부는 8500만원의 비용을 들여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한·중 FTA 협상 대비 품목별 영향 분석 및 대응 방안 연구를 맡겼지만 결과는 비공개로 했다.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소장은 “FTA로 인해 손해를 보는 계층들도 있을 텐데 무조건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식의 결과만 공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시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그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소장은 “FTA는 항상 서명을 하고 발효가 되어야만 결과를 아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이후 정책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투자보장협정 국회 비준 관행적으로 무시 (경향, 김지환 기자, 2012-05-15 03:00:11)
ㆍ86건 중 2개만 받아
외교통상부가 그동안 국회 비준 동의를 받지 않은 채 투자보장협정을 맺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보장협정은 외국인 투자자의 재산권 침해에 대해 보상하는 ‘간접 수용’을 포함하고 있어 새로운 입법사항에 해당한다. 우리 헌법은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에 대해 국회 비준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외교부가 이를 관행적으로 무시한 셈이다. 외교부는 ‘한·중·일 투자보장협정’에 대해서는 국회 비준을 받기로 했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이 14일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한국 정부가 지난 1월 현재 체결한 86개 투자보장협정 가운데 국회 비준을 거친 것은 한·독 투자보장협정(1964년), 한·일 투자협정(2002년) 등 2개다. 나머지 84개는 “헌법 제60조 1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회 비준을 거치지 않고 발효됐다.
헌법은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 등은 국회 비준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교부가 한·중·일 투자보장협정에 대해 국회 비준을 받기로 한 것은 협정 내용에 새로운 입법사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법제처 역시 “한·중·일 투자보장협정이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조약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박주선 의원이 법제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한·중·일 투자보장협정 제11조 1항은 직접 수용과 간접 수용을 다루고 있는데 간접 수용 및 보상에 관한 일반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간접 수용에 해당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예정하여 국내 법률이 보상 규정을 두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간접 수용은 정부의 조치로 외국인 투자자가 몰수 등 직접 수용에 상응하는 정도로 재산권을 침해받는 것을 뜻한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에서 토지의 효용이 감소하는 등의 경우, 투자자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중·일 투자보장협정이 규정하고 있는 모든 간접수용에 대한 보상을 할 수 없다. 결국 한·중·일 투자보장협정상의 간접 수용 규정은 국내법에 대한 특례를 정한 것으로 입법사항에 해당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국회 비준을 받지 않고 발효된 84개의 협정에도 대부분 간접 수용과 관련된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는 2010년 펴낸 <한국의 투자협정 해설서>에서 “간접 수용이란 의미는 우리 법제상 없는 개념”이라며 “간접 수용은 우리의 법제로 보면 결국 보상 규정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투자보장협정이 발효될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보상을 해야 하는 특례가 생겼지만 외교부는 국회 비준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정부가 투자자-국가소송제(ISD)로 제소된 사례가 없어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부분이 한·중·일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되면서 드러난 것”이라며 “외교부가 조약 집행 체제를 잘 가다듬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간접 수용에 따른 보상이 이뤄지는 것이 불평등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투자자는 기본적으로 국내법에 보상 규정이 있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고 투자보장협정의 간접 수용 조항에 의해서는 보상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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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소송, 노동권과 인권 위험에 빠뜨려” (경향, 김지환 기자, 2012-03-04 21:28:00)
ㆍTPP 협상 토론회서 주장
뉴질랜드는 2010년 10월 영화 <반지의 제왕> 후속편 <호빗>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렀다. <호빗>의 제작사인 미국 워너 브러더스가 “배우 노동조합의 단체협약 요구로 작업 환경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촬영장소를 외국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는 당시 미국 워너 브러더스와 <호빗>을 뉴질랜드에서 촬영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호빗>의 촬영을 국내에 묶어두는 대가로 노동법을 개정해야 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영화산업 종사자들을 특별한 경우에만 노동자로 인정하는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영화산업 종사자들은 사실상 노동자가 아닌 독립 계약자로 간주되면서 집단교섭, 파업, 최저임금 보장 등의 권리를 잃게 됐다.
만약 뉴질랜드 정부가 앞으로 이전의 노동권을 회복시키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뉴질랜드 무역노동조합’의 빌 로젠버그 정책국장은 지난 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투자협상에 대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토론회는 TPP 11차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멜버른에서 국제 시민사회단체들의 주도로 마련됐다.
로젠버그 국장은 “만약 TPP가 체결된 뒤 이 노동법이 재개정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간접수용 등에 해당해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노동권과 인권은 투자자-국가소송제(ISD)로 인해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의 제인 켈시 교수(법대)는 “와이탕기 조약도 자의적이고 정당하지 않은 차별로 여겨져 외국인 투자자들의 문제제기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와이탕기 조약은 1840년 마오리 원주민과 영국 왕실 사이에 맺어진 것으로 뉴질랜드에 대한 영국의 실효적 지배를 공식화한 조약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최근 마오리족의 조상이 살던 목장 16필지를 중국 회사가 사도록 허용했다. 이 땅을 되찾으려던 마오리족은 정부를 상대로 와이탕기 조약을 근거로 들며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화상전화를 통해 패널로 참여한 민주통합당 천정배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투자자-국가소송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한국의 뼈아픈 경험이 교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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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동아시아 신냉전 최전방 되나 (레디앙, 노동사회교육원 <연대와 소통> 12월호, 2011년 11월 30일 (수) 09:44:03 임영일 / 한국노동운동연구소장)
진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아래로? 
[기고] FTA와 TPP, 그 낯선 세계의 도래와 진보의 대응

한미 FTA의 한국 국회 통과는 미국이 현재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진행을 급가속할 것입니다. TPP는 애초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의 4개국 간 협정으로 출발했으나(2005년), 2008년 미국이 여기에 참가를 선언하면서 호주, 베트남, 페루가 뒤를 따랐습니다. 2010년에는 말레이시아가 참가하기로 했고, 2011년 들어서는 캐나다와 멕시코, 이어 최근에는 일본이 참가를 전격 선언했지요.
미국은 이 협상을 향후 1년 내에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중국이 급해졌지요. 중국은 TPP 참가를 원하고 있으나 미국에 발목을 잡혀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무역과 투자, 환율정책 등에서 이 협정에 참여할 전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사전 조치, 특히 중국 정부의 환율 통제 폐지(위안화 절상)를 요구하고 있지요. 중국의 WTO 가입을 미국이 막아 온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 환태평양 자유무역협정 체제의 구축에 있어 관건이 되었던 것이 한미 FTA였습니다. 만일 한미 FTA의 비준이 한국에서 저지되었다면, 일본의 전격적인 TPP 참여와 중국의 급박한 움직임도 없었을 것입니다.
한미 FTA는 그 자체 커다란 사안이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 경제권 구축이라는 커다란 전략의 일환이었던 것입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자유지대가 중국을 포위·압박하는 구도로 형성되는 것이지요.
이 흐름이 동아시아에서의 신냉전체제 형성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보는 논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즉 미국과 한·일·대만으로 이어지는 군사동맹을 축으로 정치군사적으로 중국을 포위하고 여기에 TPP로 경제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며, 중국이 이에 반발하는 가운데 결국 동아시아에서 미·중 간의 정치·군사·경제적 대립이 격화되는 신냉전체제가 구축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런 흐름에 주목하는 분석에 따르면 한반도의 ‘휴전선’은 이제 남북 분제를 넘어서서 동아시아 냉전체제의 최전방 경계선이 되고, 결국 남북의 분단은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는 진단으로 이어집니다. 중국이 이미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되어 있고, 미국 경제 역시 중국의 제조업이 공급하는 공산품에 깊숙이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직 신냉전체제 구축이라는 분석은 좀 과잉된 것이라 여겨질 수 있습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동아시아 냉전체제까지는 아니며, 그보다는 중국으로 하여금 FTA 체제가 의미하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가치와 제도들을 수용하도록 압박하는 데에 있고, 중국이 이 압력에 굴복하여 미국이 요구하는 제도 개혁을 실시하면, 미·중간의 대립 격화보다는 중국의 WTO 가입, 중국의 TPP 참여로 이어지면서 동아시아 전역에 거대한 자유무역지대가 구축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는 당연히 축적위기에 처한 미국의 거대 금융(및 첨단산업)자본들에게 엄청난 새로운 축적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될 것입니다.
중국이 어떤 선택을 할까요? 중국의 선택을 미국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아직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있어서는, 그리고 북한까지 포함한 한반도 민중의 입장에서는, 신냉전체제나 거대 자유무역지대나 ‘서로 다른 색깔의 재앙’일 뿐이 아닐까요?
이 글을 쓰는 어제 오늘 사이에 외신들은 중국과 일본의 외교장관들이 한·중·일 투자협정의 조속한 체결에 합의했다는 뉴스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중·일 투자협정(1989), 한·중투자협정(1992), 한·일 투자협정(2003년)을 묶어 삼국 간의 한 세트 협정으로 정리하자는 것으로, 삼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나아가는 중간다리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이미 세 나라 정상들 사이에서는 올해 5월 원칙적인 합의가 있었던 일이지요.
어떻든 지금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전체에 걸쳐서 양자간, 다자간 자유무역협정들이 서로 엮이면서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거의 2/3를 점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치·경제 지형의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미 FTA의 비준이 바로 그 결정적 방아쇠(trigger) 역할을 한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반 ‘아세안+3(한·중·일)’이라는 틀로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모색한다는 외교 전략을 추진했었습니다. 이 구상은 미국(+일본)과 중국의 대립구도가 형성되기 전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양자 사이에 중간적 균형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한편으로는 동아시아에서의 신냉전체제 형성을 방지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남북의 화해 협력을 통해 남북 공영과 통일로의 길을 열어간다는 전략과 결합된 것이었지요.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이 전략을 정교하게 가다듬어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어느 날 갑자기 ‘한미 FTA’ 추진을 전격 제안하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이 협상을 불과 14개월 만에 마무리 지었지요. 이는 스스로 내걸었던 ‘동북아의 균형자’ 전략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참으로 뜬금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로써 국내적으로 FTA를 둘러싼 격심한 갈등을 빚었을 뿐 아니라 대중국, 대일본, 나아가 대북 등 한국의 동아시아 외교정책과 대북정책 전체가 완전히 방향을 잃고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뒤늦게 상황의 심각함을 느끼고 임기 말인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10.4 선언’을 발표합니다.
이 선언의 핵심은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가장 높은 서해 지역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임기말 레임덕에 쫓기고 있는, 그리고 거듭된 실정으로 차기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갈 것임이 분명해진 상태에서 추진된 ‘10.4 선언’이 그냥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는 점은 누가 보기에도 분명했습니다.
결국 한국의 외교정책은 다시 급속하게 한·미 동맹 위주로 내달을 수밖에 없었지요. 이명박 정부의 외교 정책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정면으로 대립하고, 그 결과 노무현의 비극적인 죽음까지 이어졌다는 것도 사실이겠지만, 그 이면에서 적어도 집권 후반기 이후 노무현 정부는 경제·사회·외교의 거의 모든 정책들에서 ‘종속적 신자유주의’를 추구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발판을 만들어준 것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나로서도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납득되는 설명이 어디에도 없어요. 이라크 파병도, FTA 추진도 그저 “국익을 위해 그랬다”는 정도입니다. 이라크 파병도 그렇지요. 국익을 위해서는 미국의 이해와 대립할 수 없었고, 그래서 미국 요구를 받았더니, 그 대가로 미국이 북핵 위기 때 전쟁 등 최악의 선택을 안 했다, 얼마나 다행인가, 이런 설명입니다. 이해가 됩니까?
관료들에게 밀렸다는 이야기도 많이들 하는데, 그것도 사실이 아닌 듯합니다. 예컨대 FTA 협상 과정 어디에도 노무현 정권의 핵심 브레인들이 개입하고 견제하고 그러다가 밀리고, 그런 과정이 없어요. 전체 과정을 그냥 관료들에게 내맡겨 두었던 것이고, 그 결과만 보고받고 넘어가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지금 문제가 되는 ISD에 대해서도 "별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거나, "내용을 잘 몰랐다"거나, "그땐 괜챃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큰일 나겠다"거나, 이런 헛소리들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결국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 하나는 MB처럼 ‘뼛속까지’는 아니라 해도 그들 역시 ‘종속적’ 신자유주의자이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일 것입니다(‘자주적’ 신자유주의자들도 있나요?). 그들의 신념과 가치대로 한 일들이라는 뜻이 되지요.
그걸 인정하자니 지금 ‘반MB’가 잘 설명이 안 되고, 그러니 그냥 얼버무리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상 확신범이었거나, 지금도 그럴 거라는 뜻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바보들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뭐가 뭔지 몰랐고,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있었던 셈입니다.
사실은 무엇일까요? 확신범이 절반, 바보들이 나머지 절반이었다고 보면 어떨까요? 이번 국회 FTA 비준 과정에서 민주당은 이 두 그룹의 환상적인 콤비네이션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한다면, 내가 좀 지나친가요?
흠,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를 보니, 이런 식으로 민주당을 씹지 말랍니다. 그건 정말 바보같은 짓이니 그냥 놔두고 MB나 열심히 씹자는 것이지요. 그게 대중의 정서에도 맞는 것인데, 진보는 그런 정치적 감수성이 없어서 항상 문제라 합니다.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본격화된 한국사회의 글로벌 신자유주의 체제로의 급속 편입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한국도 TPP에 참가하게 되겠지만, 그와 무관하게 한국은 이미 EU, 미국과의 FTA만으로도 사실상 글로벌 신자유주의 자유무역지대의 한 가운데에 들어 서 있습니다. 한국의 FTA 이행법안은 모두 특별법이 아닌 ‘일반법’이고, 따라서 한국과 FTA를 따로 체결하지 않은 나라의 자본들도 한국 안에서는 FTA의 틀 속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니까요.
미국의 자유주의 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The Cato Institute)는 몇 년 전에 미국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원 435명 중 15명, 상원의원 100명 중 22명만이 ‘자유무역주의자’였다고 합니다. 좀 많이 ‘의외’지요? 그러나 이번 한미 FTA의 미국 의회 처리 결과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미국 의회는 상하원 모두 사실상 만장일치로 한미 FTA 이행법안을 가결시켰는데, 그 내용이 무엇이었나요? 이 자유무역협정을 현행의 미국법(연방법과 주법)의 하위에 구속시킨 것이 핵심이었지요. 그렇다면 미국 정치가들의 대부분은 자유무역주의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의연히 미국 국가주의자들일 뿐입니다.
한국의 국회는 정반대로 헌법과 국내법을 이 협정에 종속시켰을 뿐아니라, 이행법안은 모두 일반법 개정안으로서 이 협정의 효력을 더 확장시키는 것으로 했습니다. 흠, 한국이야말로 ‘자유무역주의’의 나라임을 여실히 천명한 셈이로군요.
IMF 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자, 민중, 진보진영은 신자유주의의 전면화에 대항해 격렬한 투쟁을 벌였고, 벌여 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 적어도 유사한 위기를 경험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는 많은 것을 방어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은행은 못 막았지만 공기업의 민영화(사유화)는 꽤나 잘 막은 편입니다. 도로와 철도, 항만, 공항 등 SOC 분야에서도 부분적으로 민영화되거나 내외 민간자본 진출이 늘기는 했지만, 기간 도로망이나 철도망, 공항 등은 아직 우리의 방어망 안에 있습니다. 의료, 교육 등의 분야도 대체로 그렇지요. 그런데 이런, 막다 보니, 우리도 모르게 ‘재벌’까지 막아준 것은 아닐까요? 이제 이 방어의 교두보가 아예 흔들리는 상황에서 미국 이전에 재벌들의 미소가 먼저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제 우리 모두 또 하나의 선택을 앞두고 있습니다. 더 어려워진 조건 속에서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우리들의 삶, 우리의 자식과 그 자식의 자식 세대의 삶을 지키기 위한 싸움의 선택입니다. 이 싸움을 위해서 좀 더 오른쪽으로 포지션을 바꾸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민중진영, 진보진영에서도 지금 이 논리가 대세가 되고 있는 듯합니다. 그게 맞을까요? 아니면 지금이야말로 한 걸음 왼쪽으로 성큼 나서는 것이 맞을까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그건 모두 ‘공중전’의 논리에 불과하고, 중요한 것은 이제 ‘지상전’의 전개를 준비하기 위해 아래로 향해야 할 때라는 소수의 목소리도 있는 듯합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나는 자꾸 ‘왼쪽 아래’가 땡깁니다. 가장 좁고 가장 팍팍한 길이라고들 하는데, 어쩐지 ‘널널한 길’은 경험상 그 뒤끝이 별로일 듯합니다. 습관적으로 좁은 길만 눈에 보이는 병증인 듯도 합니다만, 여러분도 대부분 그런 습관성 고행증 증세가 좀 있지 않나요? 그런데, 좁은 길, 넓은 길이 어디 원래 따로 있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면 좁은 길도 곧 넓은 길이 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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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美와 FTA 표류하는데… 日 ‘FTA 승부수’ (세계일보, 도쿄=김동진 특파원, 2011.11.10 (목) 19:36)
“잃어버린 20년 뛰어넘자” 美와 경제동맹 추진
노다총리, 반대여론에도 강행…11일 TPP 참여선언

국회에서 야당의 물리적 봉쇄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가 표류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기 위한 발판으로 다자간 FTA 협의에 나선다.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11일 미국 등 9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의 참가를 공식 선언한다. 일본이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이 포함된 TPP 참여를 선언한 것은 세계 무역전쟁에서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절차를 밟고 있는 우리나라와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TPP는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페루, 칠레, 브루나이 등 9개국이 참여하는 광범위한 FTA로,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3위인 일본이 참여할 경우 세계 최대 자유무역권이 된다. 참여국 전체 GDP 중 미·일 비중이 90%에 달해 사실상 미·일 FTA나 마찬가지다.
노다 총리는 10일 일부 언론에 공개된 TPP 협의 참가 표명 연설 원문에서 “(TPP 찬반을 놓고) 여러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으나 논의가 성숙된 단계에서는 일정한 결론을 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잃어버린 20년으로 악화된 경제상황을 다시 바로 세우려면 TPP 교섭에 참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선언은 일본의 농업·의료단체는 물론이고 야당과 심지어 상당수 여당 의원들까지 TPP 반대운동을 벌이는 상황에서 노다 총리가 정치생명을 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된다.
노다 총리는 오는 12일부터 하와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관계국들에 TPP 협의 참가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TPP 협의 참가국들은 이번 에이펙을 기점으로 상품, 관세, 원산지, 무역구제, 금융서비스 등 21개 분야에 대한 구체적 협상에 나서 내년 가을까지 타결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이 TPP 참여를 추진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일본은 무역라이벌인 한국의 적극적인 FTA 추진에 적지 않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엔고와 대지진 등으로 무역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FTA마저 뒤질 경우 한국 제품과의 경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견제의 목적도 깔려 있다. TPP를 통해 미국과 하나의 자유무역권으로 묶임으로써 ‘경제동맹’뿐 아니라 미·일군사안보동맹의 심화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일본이 TPP에 참여할 경우 FTA 열등생에서 단숨에 우등생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日 TPP 협상 참가 선언..사실상 美日 FTA(종합) (도쿄=연합뉴스, 김종현 특파원, 2011/11/11 20:12)
세계 최대경제권 출현 예고..내년 가을 타결
일본이 11일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를 선언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이날 오후 당정 3역 회의와 각료 회의를 잇따라 열어 TPP 협상 참여를 위한 관련국과의 협의 방침을 확정한 뒤 밤 8시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공식 발표했다.
노다 총리가 협상의 즉시 참여 대신 '협상 참여를 위한 관련국과의 협의' 방침을 밝힌 것은 TPP에 신중해야 한다는 민주당 내부 의견과 야권의 반발을 감안한 것이다.
일본의 참여로 TPP 협상 국가는 미국과 일본 외에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페루, 칠레, 브루나이 등 10개국으로 늘어났다. 예외없는 관세 철폐를 내건 TPP는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3위인 일본이 참여하기 때문에 사실상의 미·일 FTA다. 따라서 TPP가 실현되면 세계 최대 자유무역권이 출현하게 된다.
노다 총리는 이날 오전과 오후 중의원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TPP 협상 참여 문제와 관련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력을 흡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광범위한 국가들과 높은 수준의 경제 제휴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TPP에 참여하면) 일본이 실현하고자 하는 (통상의) 룰을 한꺼번에 여러 나라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2개국 간 FTA와는 다른 메리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2일과 13일 하와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일본의 TPP 협상 참여 방침을 전달할 계획이다. 일본이 TPP 협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미국 의회에 90일간의 통고 기간이 필요해 실제 협상 참여는 내년 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노다 총리는 당초 1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TPP 협상 참여 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 내 반발과 야권의 강한 저항을 의식해 결정을 하루 미뤘다. TPP에 대한 민주당 내 의견을 조율해온 경제제휴프로젝트팀은 지난 9일 총회에서 도출한 '제언'에서 당내 반대파를 배려해 노다 총리에게 TPP 협상 참여와 관련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다.
정권을 받치고 있는 민주당이 TPP 참여 여부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피한 채 총리에게 결정을 일임함으로써 TPP 협상 참여를 주도한 노다 총리의 정치적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됐다. 민주당 내 반대 의원들은 TPP에 신중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을 무시하고 총리가 TPP 협상 참여를 강행할 경우 탈당도 불사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을 비롯한 TPP 협상 참여국들은 하와이 APEC 정상회담에서 협상의 내용과 일정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이룬 뒤 내년 가을까지 타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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