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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 인터뷰 및 강연 (2012년)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5386
장하준의 딜레마 “1인1표와 재벌 빅딜은 공존 불가능하다” (미디어오늘, 김성구 당인리대안정책발전소 소장(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2012-10-08  16:12:02)
[바심마당] 김성구 당인리대안정책발전소 소장 “재벌과 타협 이전에 재벌의 사회화 요구하는 게 우선”
우리나라 경제민주화 논쟁은 좌우에 걸쳐있다. 경제민주화론은 참여연대, 개혁연대 등이 주도적으로 제기하였고, 장하성, 김상조 교수가 그 대표적 인물이다. 이들의 오른쪽 전선에서는 ‘경제민주화 대 자유시장경제’가, 그리고 왼쪽 전선에서는 ‘경제민주화 대 복지국가’가 대립하고 있다.
우파 전선의 논쟁 상대는 재벌과 재벌연구소들이다. 이 전선이 현재 경제민주화 논쟁의 주요 전선이다. 양자는 여기서 첨예하게 다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경제민주화론자와 재벌 모두 이상과 목표는 동일하다. 자유시장경제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즉 이 전선은 자유주의 또는 신자유주의 전선이다. 다만 방법은 상이하다.
재벌 쪽에서는 시장경쟁에서 진화적인 방식으로 재벌을 지양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경제민주화론자는 정부규제를 통해 재벌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유지분에 비례하는 기업지배와 자유경쟁질서라는 자유주의의 이상은 자본주의의 지나간 역사에 속하는 것이다. 20세기 이래 독점자본주의 100년의 역사가 그것을 말해준다. 시장경쟁을 통해서도, 또 정부규제를 통해서도 독점자본주의는 지양될 수 없고, 자유시장경제는 결코 달성될 수 없다. 양자는 모두 바꿀 수 없는 독과점의 현실을 자유시장경제로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왜곡한다는 점에서, 이 논쟁은 기만적인 이데올로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좌파 전선에서는 장하준 교수 등이 복지국가의 관점에서 경제민주화론을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재벌개혁은 경제민주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이른바 재벌과세와 복지국가 실현을 경제민주화의 핵심으로 파악한다. 이를 위해서 재벌의 지배구조와 경영권 장악을 용인할 수 있다며 이른바 재벌과의 대타협 또는 빅딜을 제기한다. 이는 말하자면 사민주의 전선이다. 1원1표주의를 표방하는 재벌개혁론이 한국자본주의를 주주자본주의로 재편하려는 신자유주의 기획이라는 이들의 비판은 정곡을 찌르는 것이다. 1원1표주의가 아니라 1인1표주의가 진정한 경제민주화라고 장하준 교수는 주장한다. 이것 또한 경제민주화의 핵심을 지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를 위해 재벌지배구조와 복지국가의 빅딜을 주장하는 순간, 장 교수의 경제민주화론은 신자유주의 재벌개혁론만도 못한 재벌변호론의 구상으로 전락되고 만다.
재벌지배구조를 용인한다는 것은 재벌의 특권적인 1원50표주의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장 교수가 진정한 경제민주화라고 주장하는 1인1표주의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일 뿐 아니라 자신이 비판하는 1원1표주의 경제민주화만도 훨씬 못한 것이다. 장 교수는 단지 경제민주화론을 비판하기 위해서만 1인1표주의라는 민주적 원리를 들이댈 뿐이고, 복지국가 주장으로 넘어갈 때는 재벌의 1원50표주의를 용인하자고 한다. 그에 있어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쾌도난마는커녕 뒤죽박죽으로 엉켜있고, 따라서 경제민주화도 복지국가도 허공의 신기루를 쫓는 꼴이 되고 만다.
장 교수는 자본주의 하에서 1인1표주의 경제민주화가 어떻게 가능한지, 그 조건을 이해하지 못한다. 경제에서 1인1표주의가 확립되기 위해서는 주식회사 소유를 사회적 소유, 국가적 소유로 전환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공동의 소유에서만 비로소 1인1표주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교수처럼 재벌의 사회화를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1인1표주의 경제민주화를 운운하는 것은 뜬구름 잡는 소리나 다를 바 없다.
나쁘게 말하면, 재벌과 화해하면서도 진보교수로서의 명망을 유지하려는 기회주의적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주식회사의 사적 소유를 전제한 위에서는 1인1표주의를 도입하거나 강제할 방도가 없다. 주식 지분에 관계없이 1인1표로 기업의 의사결정을 강제한다면, 어느 자본가도 주식회사에 자본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고, 주식회사 제도는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1인1표주의 경제민주화는 불가피하게 소유의 사회화와 결합되어있다. 장 교수가 진정으로 1인1표주의 경제민주화를 추구한다면, 재벌과의 타협이 아니라 재벌과 은행의 사회화 요구부터 먼저 제기해야 한다.
재벌의 사회화를 관철할 수 있는 정치적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경제민주화는 1인1표주의의 이념이 아니라 현실적으로는 재벌에 대한 사회적 통제와 제한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는 재벌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을 통째로 규제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오늘날 재벌의 소유구조를 해체하고 자유경쟁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또 위험한 길이기도 하다. 주식회사의 소유 집중과 독점적 시장지배는 독점이윤 획득의 필수적인 조건이긴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자본주의 하 생산력 발전과 위기의 심화에 대한 자본의 불가피한 적응형태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경제개입이 불가피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장하준 교수가 신자유주의 경제민주화론자와 달리 독점자본주의의 현실을 인정하고 복지국가에서 경제민주화의 길을 찾고자 하는 것은 분명 그의 사상의 진보를 표현한다. 그러나 진정한 경제민주화는 재벌과의 경영권-복지국가의 빅딜이 아니라 재벌의 경영권도 통제하고 증세와 복지국가도 강제해야 하는 것이다. 좌파전선은 좌파전선답게 재설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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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20923194718
장하준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공동구매" (프레시안, 김덕련 기자, 2012-09-24 오전 8:15:00)
[<프레시안> 창간 11주년 특별 강연회] 경제 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
"<프레시안>은 한국 매체 중 제일 믿고 보는 매체"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한 장 교수는 "경제 민주화가 왜 이렇게 갑자기 유행하게 됐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일어난 구조조정, 신자유주의의 결과"라는 것이 장 교수의 생각이다.
장 교수는 행복도 조사, 자살률, 출산율, 비정규직 비율, 가계부채 비율 등에서 한국이 안 좋은 쪽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1, 2위를 다투면서 "국민의 불만이 쌓일 대로 쌓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고용 불안과 복지 부족인데, 모두 "IMF 체제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자영업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과 관련, 장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에서 떨려난 사람들이 갈 곳이 없어 하는 치킨집"이 늘면서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세계 10위 정도인데 치킨집 수는 세계 1위"라는 심각한 현상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과당 경쟁으로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몰려 있는데, 재벌들이 그것마저 먹겠다고 뛰어오는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장 교수는 "처음부터 유지가 불가능한 것을 경제학에서는 자기 착취라고 하는데, 이젠 그것도 어려운 지경"이라고 말했다.
불안정한 일자리에 더해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복지 태부족" 현실이다. 장 교수는 "한국은 복지 지출이 국민소득 대비 10% 될까 말까 한 수준으로 OECD 국가들 중 밑에서 2번째"라며 "복지가 없다고들 하는 미국도 국민소득 대비 20%는 복지에 지출하고, 스웨덴 등은 30-35%에 이른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런 체제가 만들어진 것은 IMF 위기 직후인데 왜 이제 와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까?"
장 교수는 역대 정부가 거듭해서 놓은 "마약 주사"에 주목했다. 신용카드를 남발하도록 부추겨 "성인 7명 중 1명을 신용불량자"로 만들고, 재테크 열풍에 편승해 "빈곤과 실패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렸다"는 비판이다. 이 대목에서 장 교수는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비판했다.
"일자리는 자꾸 불안정해지고, 떨어지면 받쳐줄 복지 제도마저 없어 너무나 불안한 상황이다. (…) 이런 체제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 중 하나가 이헌재 전 부총리다. 그런데 다시 정계에 등장했다. 제발 그 양반, 어떻게 해주세요. 이런 나쁜 체제를 만들어놓고, 사과도 없이 다시 나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아닌가?(청중 박수)"
장 교수는 노무현·이명박 정부도 비판했다. "한미 FTA, 금융 허브 등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 잡아놓은 방향을 이명박 대통령이 불도저처럼 몰고 갔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한국이 그래도 운이 조금 있어서, 금융 허브를 하기 전에 세계 경제 위기가 왔다"고 말했다. "그때 한국이 벤치마킹했던 게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두바이"였는데, 만약 세계 경제 위기가 늦게 터지고 그 사이에 한국이 아일랜드 등처럼 금융 규제를 다 풀어버렸으면 경제가 박살났을 것이라는 말이다.
장 교수는 역대 정부가 놓은 "마약 주사"가 다 떨어지고 이제 "국민이 '도대체 이걸 왜 했는데? 부자 된다며?'라고 묻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노무현 대통령 말기에 대통령이 '주가 2000 됐다'는 걸 굉장한 치적이라고 이야기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그게 샘나니까 '난 주가 5000을 만들겠다'고 했다. 온 나라가 다 이것에 홀렸다. 주식 사고, 재테크 해볼까 하는 식이었다. 이제 그 바닥이 드러났다. 그래서 요즘 경제 민주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국가"
장 교수는 경제 민주화의 개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장 교수가 생각하는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민주주의 원리인 '1인 1표'로 '1원 1표'의 시장 원리를 제약하는 것이 경제 민주화라는 이야기다. 장 교수는 시장 원리에 대해 제약업계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매년 100만 명씩 말라리아로 죽는데, 선진국에서는 말라리아 연구 기금이 살 빼는 약 연구 기금의 20분의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어 장 교수는 "주주권을 강화해서 재벌을 통제하자는 것은 경제 민주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건 '1원 1표' 원리를 더 철저하게 관철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나쁘게 말하면 삼성과 외국 금융 자본이 싸우는데, 지금 삼성에 더 유리하게 돼 있으니 '1원 1표'를 확실히 해서 외국 금융 자본에 더 유리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 자본 분파 간의 싸움이다. (…) 국민의 삶과 연결된 '1인 1표'의 경제 민주화와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이다. 관계가 있다면, 거기서 외국 자본이 이길 경우 국민이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삼성) 이 씨, (현대) 정 씨네는 (국민들이) 얼굴도, 이름도 알지만 국제 금융 자본은 (국민들이) 가서 싸울 실체가 없다"며 "금융 자본에 의한 잠식을 걱정하는 건 재벌이 예뻐서가 아니라 국민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재벌 문제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거기에 묻혀 더 중요한 것이 이야기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를 경제 민주화 논의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장 교수는 "이재용이 쫓겨나 쪽박 차는 것을 보면 하루 기분이 좋겠지만, 복지국가를 잘못 만들면 일생 고생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복지국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왜 출산 파업을 하겠나? 탁아 시설, 교육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고령화가 되면 이민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난 이민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나도 이민 노동자다. (그런데) '여성은 집에서 애나 더 낳아라'라고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이민을 제일 반대한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물어야 한다. 나중에 혈통적으로 한국인의 30%를 방글라데시나 필리핀 출신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복지국가를 만들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또한 장 교수는 "복지국가가 약하니 계층 상승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장 교수는 "복지가 강한 나라일수록 사회적 이동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 스웨덴 등은 부모와 자식의 계층 상관관계가 매우 낮은 데 반해 '기회의 땅'과는 거리가 멀어진 미국과 포르투갈은 90% 가까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장 교수는 복지국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재기의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보수화한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의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것도,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가 강하게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장 교수는 구조조정과 경제성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한미 FTA와 한-EU FTA로 인해 생겨날 희생자들을 위해서도 복지국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공동 구매…담세율 높여야"
장 교수는 이렇게 "복지국가를 만드는 게 핵심인 시대가 왔다"며, 복지 개념을 잘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공구'(공동 구매)"라고 강조했다.
"'무상급식' 논쟁에서 '왜 이건희 회장 손자와 가난한 아이들이 똑같이 돈을 안 내고 밥을 먹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 적이 있다. (…) 실제로는 공짜가 아니다. (…) 이 회장은 누진세 원칙에 따라 세금을 많이 냈다. 그 손자는 더 비싸게 먹는 것이다. 돈 없는 사람들은 부가가치세를 냈고. (…) 이걸 두고 '부자 복지'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예컨대 가난한 사람에게는 1000원, 부자에게는 5000원을 받으면 '부자 구박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 두 가지는 논리적으로 똑같은 것이다."
장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닥에 떨어진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는 잔여적 복지가 아니라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옳을 뿐만 아니라, 그래야만 정치적으로 지속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장 교수는 가난한 사람에게만 선별적으로 복지를 하자는 건 "폭동이 안 날 정도로만 밥을 먹여주자는 것"으로서 "복지국가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선별적 복지를 하면, 행정 비용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생각하는 것만큼 많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복지와 성장은 상충한다"는 신화를 깨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언론 등에서 걸핏하면 '복지병'을 운운하고 '경제 위기인데 무슨 복지냐'는 반응을 보이지만,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복지와 성장이 그렇게 상충하는 것이라면 스웨덴, 핀란드가 어떻게 미국보다 성장률이 높겠나?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그렇게 좋은 것이면, 불평등한 미국은 왜 성장률이 떨어졌나? 유럽은 복지로 망하고 미국은 복지가 없어서 (경제가) 잘된다? 1990년대 후반에 미국에 거품이 들어왔을 때를 제외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더 성장률이 높았다."
장 교수는 복지국가 시스템을 충실히 갖추려면 담세율(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지금의 20%에서 최소한 40%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핀란드는 50-55%다. 말하자면 (한국도) 지금보다 세금을 두 배 이상 올려야 제대로 된 복지를 한다는 뜻이다. 누진세 원칙에 따라 부자가 더 많이 내야 하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낼 각오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금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장 교수 생각이다. 미국과 달리 스웨덴 등에서 '복지국가를 없애자'는 말이 안 나오는 것은 세금을 내면 복지 제도를 통해 그 혜택을 "다 내가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육아, 교육, 건강, 실업, 노후 등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에 대비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 교수는 "정부가 세금을 거둬 태워버리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세금이 길이고 병원이고 학교"이라며 "세금이 낮은 게 그렇게 좋은 것이면, 왜 세계의 부자와 기업들이 세율 5%인 자메이카나 법인세율 10%인 알바니아로 안 가겠나"라고 물었다. 다만 장 교수는 정부가 세금을 거둬 "강바닥 파는 것 같은 일을 하지" 말고 잘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상품은 무서운 무기…자본시장 통제해야"
이와 함께 장 교수는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위해 자본시장 통제, 노동권 강화, 작은 경제 주체들(노조, 소비자, 소생산자 등)의 '민주적 담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원 1표'의 핵"인 자본시장 통제와 관련, 장 교수는 2008년 금융 위기를 통해 그 위험성이 만천하에 드러난 투기 행위(공매도, "이해 불가능한" 파생상품, 내부자 거래 등)를 제약하거나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런 버핏조차 파생상품을 "금융계 대량 살상 무기"로 규정하고 시장주의의 본산인 IMF마저 '후진국은 자본 통제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그 폐해가 심각하다는 말이다.
"'계약의 자유가 있는데 어떻게 금지한다는 말인가'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선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약은 안전성을 입증해야 팔 수 있다. 그런데 금융 상품은 왜 그렇게 안 하나? 얼마나 무서운 건데. (…) 이번 금융 위기로 전 세계에서 8000만 명이 실업자가 됐다. 그중에서 가정이 깨지고 자살한 사람이 얼마나 많겠나. 그런데 이런 '무기'를 (규제 없이) 그냥 판다? 통제해야 한다."
장 교수는 노동권 강화와 관련, 정리해고를 어렵게 하고 비정규직 대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려면 복지국가를 잘 만들어야 하지만, 그 이전이라고 해서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또한 "어떤 식으로든 기업 경영에 노동자가 참여하게 하는 것이 민주화"라고 말했다. 법적으로는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지만, 실제로는 "언제든 떠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주인의식이 가장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노동자처럼 "기업을 간단히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줘야" 하며 그것이 기업에도 좋은 일이라는 것이 장 교수의 판단이다.
장 교수는 '1인 1표' 원칙과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경제 민주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의 하청기업 착취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로 놔두면 한국 기업이 업그레이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일본이 결정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던 계기는 1950년대 말에 하청기업법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이 강화되자 도요타 등의 대기업이 하청기업에 투자도 하고 기술도 이전하면서 함께 도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장 교수는 중소기업고유업종을 지정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가정할 경우 치킨집과 두부공장을 영세업자만 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과거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경제적 약자들이 특정 업종에 몰려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말이다. 장 교수는 "30년 후 복지국가가 잘 이뤄지고 산업구조가 더 좋아지면 그때는 재벌이 치킨집을 해도 되지만, 그런 세상이 오지 않는 한 제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주변에 계속 이야기해서 복지를 정치권의 최고 의제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청중에게 요청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장 교수와 청중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질의응답 내용은 <"타협도 안 하는 재벌이 백기투항하겠나?"> 참조).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20923152620
"타협도 안 하는 재벌이 백기투항하겠나?" (프레시안, 김덕련 기자, 2012-09-24 오전 8:14:54)
[질의응답] 여고생부터 회사원까지 장하준에게 묻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21일 오후 7시 30분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경제 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프레시안> 창간 11주년 기념 특별 강연회'를 했다. 1시간에 걸친 이날 강연에서 장 교수는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연 후, 장 교수와 청중 사이의 질의응답이 다시 1시간여 동안 이뤄졌다. 우선 참가자들이 사전에 보낸 약 850개의 질문 중 핵심 사항들을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장 교수에게 물었다. 그 다음에는 여고생, 대학생, 회사원 등 다양한 청중이 무대에 올라 장 교수와 즉석에서 문답을 주고받았다.
박인규 : 정치 할 뜻은 없나?
장하준 : 없다. 정치는 굉장히 중요하고 뜻있는 직업인데 적성에 맞아야 한다. 난 책 보고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고 남들이 안 하는 생각을 하는 게 좋아서 교수가 됐다. 그걸 버리기 싫다. 그리고 무엇보다 잠이 많다. 4시간 이상 자면 정치인으로서 도태된다. 부친은 정치인으로서 잘했지만 난 잠이 많아 못 한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이건 지킬 자신이 있다.
박인규 : 장 교수는 재벌의 긍정적 측면을 살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벌이 법 위에 있는 상황에서 재벌과 타협이 되겠나?
장하준 : 재벌들을 규제하고 혼낼 게 많이 있다. 그런데 그걸 하기 위해서 지배구조를 바꿀 필요가 없다. 골목상권을 침입하면, 못하게 하면 된다. 왜 자꾸 복잡하게 순환출자로 문제를 돌려 시간을 낭비하나? 탈세하면, 잡아넣으면 된다. 걸핏하면 '경제가 어렵다'는 핑계 대고 풀어주는 그런 짓을 안 하면 된다. 순환출자가 문제가 아니라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 고치려면 몇 십 년 걸릴 수도 있고 그 사이에 자칫하면 국제 금융 자본이 접수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한 가지 이해하지 못하겠는 게 있다. 왜 (재벌에게) 백기투항을 하라고 하나? 저쪽(재벌 개혁론자) 이야기는 백기투항을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재벌을 국민이 한판에 잡아 누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무엇 하러 타협하자고 하겠나. 누가 순진한 건지 잘 모르겠다. 나도 순진하지만 그런 이들이 더 순진한 것이다. 타협도 안 하는 재벌들이 무엇 하러 백기투항을 하겠나?
박인규 : 재벌과 대타협,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
장하준 : 재벌이 국민경제의 이익을 위해 쓰이는 게 중요하다. 재벌들의 형태가 어떻게 되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그 사람들이 투자를 많이 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노동자를 제대로 대해주고 무엇보다 세금을 많이 내서 복지국가 만들어주고 법을 잘 지키고 하면, 어떤 구조로 갖고 있건 상관없다.
몇 년 전 어떤 신문에 대타협론에 대해 썼더니, 한 독자가 댓글로 '사카린 밀수한 놈들과 무슨 타협이야'라고 하더라. 그 댓글 보고 '안 되겠다' 싶어 그 다음 달에 다시 칼럼을 썼다. 더 화난 건, '장 교수가 외국에 오래 살아서 삼성이 얼마나 나쁜지 모르는 모양인데' 하는 것이다. 내가 왜 모르겠나. 그래서 '사카린 밀수는 물론 더 나쁜 짓도 많이 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근원을 따지면 깨끗한 자본은 없다'(는 글을 썼다).
미국과 영국의 자본에 비하면 삼성은 천사다. 노예 썼지, 아동노동 시켰지, 제국주의 했지, 사설 탐정단을 고용해 파업하는 노동자들 쏴 죽였지, 미국 원주민들 다 쫓아내고 죽였지…. 비교가 되나? 삼성을 용서해주자는 게 아니다. 지금 가능하고 필요한 게 뭐냐(를 보자는 것이다). 어떻게든 이것(한국 기업)이 국제 금융 자본에 접수되지 않도록 하고, 국제 금융 자본과 야합을 못 하게 해야 하는데, 지금 하고 있다. 그전에 빨리 그걸 떼어내 '너희는 국민의 기업이야, 너희 일부는 국민 것이야'라고 하고, 어떻게 하면 국민 경제에 묶어 국민에게 진 빚을 갚게 할 것인지 그 방법을 모색하고 싶은 것이다.
"미국·영국 자본에 비하면 삼성은 천사…잘못 용서하자는 건 아니다"
박인규 :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안철수 후보의 경제 민주화 방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장하준 : 자세히 나온 게 아직 없어서…. 안철수는 이헌재를 옆에 앉힌 것 말곤 특별히 발표한 것도 없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의 정책들은 큰 틀에서 비슷한 것 아닌가? 순환출자 제약 등인데 미흡하다. 민주통합당이 복지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재원 확보를 위해 세금을 올리겠다는 말은 안 한다. 조금 올리겠다고 하는 정도다. 그러나 복지국가를 하겠다고 하는 당이라면, 30-40년 목표치를 제시하고 그에 맞춰 매년 1%씩이라도 올리겠다고 해야 한다.
박인규 : 한국은 스웨덴과 달리 사민주의 정당도, 노조도 약해 복지국가를 추진할 주체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장하준 : 보기 나름이다. 스웨덴도 처음부터 그렇게 전망이 좋은 건 아니었다. 1920년대에 스웨덴은 세계에서 파업률 1위였다. 노사관계가 세계에서 제일 나빴다. 그때 노조 조직률이 30% 정도였다. 지금의 한국보다는 높지만, 오늘날 스웨덴(80%)보다는 훨씬 낮다. 하나하나 해 간 것이다. 시간을 갖고 하면 할 수 있다. 국민소득 80불짜리 나라가 20000불이 됐는데 복지국가 못 만들겠나? 하려고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 노조가 없어서? 노조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박인규 : 세계 경제 위기 상황에서 한국만의 경제 민주화가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고 세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장하준 : 위기라서 더 어려운 면도 있지만, 더 가능한 면도 있다. 2008년 금융 위기가 날 때까지는 신자유주의를 대세로 봤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안다. 얼마나 엉터리인지도 드러났다. 그러니 더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다. IMF가 후진국 자본통제를 이야기하는 것도 IMF에서 미국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졌기 때문이다. 위기라서 새 틀을 짤 수 있다.
세계 경제? 많은 부분이 미국 선거에 달렸다. 롬니는 사실 무원칙주의자다. 돈이 된다면 무조건 하는 사람이다. 더 무서운 건 극단적 시장주의자인 부통령 후보 폴 라이언이다. 롬니가 요즘 속된말로 '닭짓'을 많이 해서 (당선이) 안 될 것 같긴 한데, 만약 되어서 미국 재정을 급격히 삭감하면 세계 경기가 냉각될 수 있다. 이게 당장 제일 큰 문제다. 그 다음에 유로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독일이 '유럽중앙은행을 강화하고 재정 통합을 하지 않으면 유지가 안 되겠다'는 것을 점점 인식하는 듯한데, (그래도 여전히) 어렵다. 시간 싸움이다. 잘 해결되더라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같은 시간이 10여 년 지속되지 않을까 한다.
"업그레이드 다각화와 다운그레이드 다각화 구분해야"
박혜민(광주 대성여고 2학년) : 얼마 전 삼성에 가서 기업 다각화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런데) 우리 동네만 봐도 이마트가 들어온 후 다 망했다. 서민 경제를 파탄시키고 승자 독식 사회를 고착화하는 데 (재벌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업 다각화의 사회적 악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책을 보면 그런 주장을 할 분이 아닌 듯한데….
장하준 : 다각화에 분명히 좋은 점이 있다. 사람들이 자꾸 오해하는데, 내가 이야기하는 건 업그레이드하는 다각화다. 다각화가 없었으면 삼성은 계속 양복점을 하고 현대는 길 닦고 있었을 텐데, 그걸 전자, 자동차에 넣어 기업도 크고 나라 경제도 잘됐다는 이야기였다. 재벌들이 또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에 (역량을) 써야 한다. 신소재산업이 됐건 생명공학이 됐건 태양열 전지가 됐건 해야 하는데, 그건 안 하고 치킨집 잡아먹고 소매업 같은 걸 자꾸 하려는 건 문제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도, 재벌 측은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듣고 '다각화가 무조건 좋다더라' 이렇게 쓰고, 날 싫어하는 재벌 개혁론자들은 '골목상권 침해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더라' 이렇게 반응한다.
참 어렵다. 흑백 논리를 이야기하면 쉬운데…. 내가 말하는 건 '적당량의 음식과 함께 적당량의 알코올을 섭취하면 몸에 좋을 수 있습니다'인데, 한쪽은 '알코올 중독 권장하는 거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다른 쪽은 '아무 규제 없이 알코올을 다 마셔도 된다는 이야기다'라고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어떤 때는 '나도 흑백 논리를 개발하면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도 하는데, 학자로서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업그레이드하는 다각화와 다운그레이드하는 다각화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차동욱(회사원) : 경영자가 읽어야 할 책 중에 <나쁜 사마리아인>이 있더라. 우린 버스에 탄 건가, 아니면 사다리를 걷어차인 건가.
장하준 : 버스에 아직 탄 건 아니고 뒤에 매달린 상태다. 어떻게든 창문으로 기어들어가려 하면서, 발 하나 정도는 넣은 것 같다. 강조한다. 한국은 세계 역사적으로 그러지(사다리 걷어차기) 않을 의무가 있는 나라다. 지금까지 선진국들은 선진국이 된 후 다 사다리 걷어차기를 했다. 식민지에서 독립한 후 버스에 올라탈 정도가 된 게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이다. 이 중 후진국의 설움과 선진국이 되면 좋은 게 뭔지 알면서 국제무대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한국뿐이다. 이런 역사적 사명을 망각하고 '우리도 차버리자', 그렇게 안 살면 좋겠다.
김유경 :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고, 저개발국에 관심이 많다. 아까 복지와 성장이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저개발국은 경제 민주화와 성장이 같이 가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성장을 하고 나서 민주화로 나아가야 하는 것인가?
장하준 : 좋은 질문이다. 한국은 기술이 많이 발전해, 복지를 제대로 안 하면 구조조정과 성장이 안 되는 단계가 됐다. 이것은 후진국에 적용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이 다르다. 예컨대 인도는 문맹률이 30%인데, 이걸 고치지 않으면 성장이 안 된다. 유아 사망률 등 여러 문제도 있다. 어느 시대든 그런 것들이 최소한 갖춰지지 않으면 성장을 할 수 없다. 저개발 상태일 때도 그런 것의 기초를 차근차근 쌓아야 한다.
"새누리당 영입설? 홍사덕의 자가발전"
김인산(서강대 경제학과) :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미친놈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멍청한 놈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중소기업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장하준 : 중소기업은 한국의 현 단계에서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부품소재 산업은 한국이 제일 취약한 지점이다. 이건 세계적으로 중소기업 고유 업종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혼자서 클 수는 없다. (중소기업에는) 특히 연구개발 자금이 없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쥐어짜지만 말고, 1950년대 일본처럼 중소기업이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서강대 대학원생 :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지원을 요청하면 어느 쪽을 택할 생각인가?
장하준 : 내 방식으로 지난 10년간 강연 등을 통해 정치 참여를 해왔다. 어느 한 군데에 매이고 싶지 않다. 부친은 민주당 의원이었지만, 내가 민주당에 들어간다 해도 재벌 문제에서 엄청나게 대립할 것이다. (좁은 의미의) 정치를 할 생각이 없기도 하다. 지금처럼 밖에서 이야기하고, 남들이 취할 게 있으면 취하게 하는 게 내가 한국 정치에 도움을 주는 길이다.
박인규 : 사전에 들어온 850개 정도의 질문 중 30-40개가 '새누리당 영입설의 내막을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장하준 : 홍사덕 전 의원의 자가발전이다. 홍 전 의원과는 옛날에 새누리당에 강연을 갔을 때 인사한 적이 있다. (얼마 전)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다. 그때 홍 전 의원이 '내 생각엔 우리 당에서 장 교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야 하는데…'라고 덕담을 하더라. 그래서 '감사합니다' 하고 헤어졌는데, 갑자기 그런 기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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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9192212045&code=920100
장하준 “주주 논리에 의한 재벌개혁 반대” (경향, 홍재원 기자, 2012-09-19 22:12:04)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49)가 19일 삼성 사장단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주제는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 진보적 경제학자가 한국 재벌의 상징인 삼성 경영진을 상대로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등 민감한 현안을 얘기했다는 점에서 강연은 주목을 끌었다.
장 교수는 재벌개혁을 강조해온 진보적 경제학자들과는 달리 재벌체제를 인정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해왔다. 장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도 소액주주운동 등 주주권익 확보나 지분구조 개선 등을 통한 재벌개혁 움직임에 대해 “경제민주화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주 자본주의 논리에 기초한 재벌개혁은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시민권에 기초한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라며 “주주 중심의 내부구조 개혁론보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복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재벌 스스로도 국민과 국가에 의존해 성장한 ‘의존적 역사성’을 인식하고 사회적 요청을 겸허히 수용해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대기업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벌들이 국민의 지원으로 성장한 게 사실 아니냐”며 “관세 혜택 등의 형태로 국가와 국민이 재벌을 보호해준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벌의 사업다각화 논란에 대해 “외환위기 이후 재벌에 대한 비판이 급속히 강화됐다”며 “초점은 사업다각화와 왜곡된 소유구조인데, 이런 시각은 ‘주주 자본주의’에 입각한 비판이어서 맞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예컨대 사업다각화 없이 핵심역량만 강조하면 삼성은 아직도 양복과 설탕만 만들고 있어야 한다”며 “특히 사업다각화 배경엔 국가의 요구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런 역사성을 무시한 채 이제 와서 비판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최근 매주 한 차례 열리는 사장단 회의에서 진보학자의 강연을 부쩍 늘리고 있다. 지난 4월엔 김호기 연세대 교수를 초청해 처음으로 진보인사의 강연을 청취했다. 김 교수는 당시 강연에서 “복지국가라는 화두가 시대정신이 됐다”며 “대기업이 정부와 노동조합 등과 상생을 위한 사회적 협약을 맺어야 한다”고 밝혔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80342
삼성 간 장하준 "재벌, 사회적 대타협 받아들여야" (오마이뉴스, 12.09.19 16:09, 김종철(jcstar21) 기자)
19일 삼성사장단 회의서 강연..."경제민주화, 시민권 기초한 보편복지국가 만드는 것"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삼성에 갔다. 장 교수는 19일 오전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최근 정치권에서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쟁에 대해 특유의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장 교수는 "대기업에 대한 경제민주화의 논의는 역사적 뿌리를 두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성장한 것은 국민과 국가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이는 사실이다, 기업들도 인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지난 정부 주도의 개발경제 체제에서 재벌이 사실상 특혜를 받으며 성장해 온 점을 분명히 지적한 셈이다. 그는 "대기업 스스로 경제민주화 논의가 왜 나왔는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민적 지원 위에서 큰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충고를 하기도 했다.
대신 주주자본주의에 따른 재벌개혁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장 교수는 그동안 주주자본주의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주주자본주의는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며, '1주당 1표의 의사결정권을 줘야 한다'는 것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또한 소액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이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장기 투자보다는 사업 구조조정 등 단기 이익에 집착해, 고용불안과 양극화 등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장 교수는 재벌의 사업 다각화, 지배구조 등을 둘러싼 재벌개혁 논의가 주주자본주의 논리에 입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맞지 않다"며 "재벌의 사업 다각화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위 (대기업의) '핵심역량'만 강조하면 삼성은 아직도 양복과 설탕만 만들고 있을 것이고, 현대는 아직도 길만 트고 있었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 "현재 재벌의 사업 다각화는 기업의 성장 의지와 함께 정부의 의지도 반영됐다"며 "사업 다각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순환출자밖에 없었는데, 이제 와서 하루아침에 바꾸라는 것은 역사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이에 따라 "주주자본주의를 이론적 기초로 두고 대기업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대기업이 커 온 과정의 역사성을 봐야 하며, 하루아침에 제도를 뜯어고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나는 점진론자"라며 "때문에 재벌개혁 논의는 사회적 대타협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다만, 대기업 스스로 경제민주화 논의가 왜 나왔는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재벌개혁이 아닌 "시민권에 기초한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 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문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보편적 복지국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낮은 출산율을 두고 "여성의 입장에서 이는 '출산 스트라이크' '출산 파업'"이라고 강조했다.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에 대해서도 자신의 과거 입장을 재확인했다. 장 교수는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위해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를 위한 세금 증가 우려에 대해서도 "얼마나 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잘 쓰여진다면 성장의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장 교수는 밝혔다.
한편, 삼성은 장 교수의 강연 배경에 대해 "평소 (장 교수가)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뚜렷한 소신이 있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초빙하게 됐다"고 전했다.
 
http://news.hankooki.com/lpage/economy/201209/h2012092002332821540.htm
장하준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본질 아니다" 정치권 비판 (한국, 최연진기자, 2012.09.20 02:33:28)
삼성 사장단 회의 강연 "사업 다각화 등 비판은 압축성장 정책의 역사성 무시한 것"
"경제민주화의 본질이 잘못됐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가 요즘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민주화 논쟁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장 교수는 19일 삼성그룹이 매주 수요일 개최하는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 초청돼'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경제민주화를 통해 재벌들의 사업다각화와 선단식 경영, 왜곡된 소유구조를 비판하는데 이는 역사성을 무시한 잘못된 지적"이라며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 교수가 말하는 역사성이란 우리나라가 1970~80년대에 펼쳤던 압축성장 드라이브 정책. 그는 "과거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해 재벌들에게 여러 사업을 떠넘기면서 사업다각화가 이뤄졌고 지주회사와 교차투자를 금지하다 보니 순환출자 밖에 할 수 없었다"며 "사업다각화 대신 핵심 역량만 강화하면 삼성은 여전히 양복지와 설탕만 만들고 현대는 길만 닦아야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재벌기업에 대해서는 국민 지원을 업고 성장한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정부와 국민들이 높은 관세를 통해 산업을 보호해 주는 등 대기업 혼자서 성장한 게 아니라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 교수는 개방만을 강조하는 신자본주의와 세계화를 비판하면서 한국형 발전모델을 높이 평가하는 입장. 세계적 석학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며, 최근엔 정치권으로부터 영입제의를 받기도 했다.
장 교수는 현재 정치권에서 쏟아내는 경제민주화 정책들이 자본주의의 근간인 주주자본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그는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이 1주당 1표를 행사하는 주주자본주의에 입각해 재벌 개혁을 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여기서 벗어나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대타협이란 재벌들이 성장할 수 밖에 없었던 과거 역사성을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 이는 장 교수가 주장해온 '시민권에 기초한 보편적 복지국가'론으로 귀결된다. 그는 "스웨덴처럼 복지와 성장이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 곧 보편적 복지국가"라며 "1,2년이 아닌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만큼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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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209
"복지 비중 낮을 때, 국민은 필연적으로 보수화" (미디어스, 김완 기자, 2012.08.21  17:38:01)
장하준의 경제민주화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인 문재인 의원의 지지모임인 ‘담쟁이 포럼’은 21일 성공회 서울주교 대성당에서 장하준 캠브리지대학 교수를 초청해 강연회를 가졌다. 이날 강연회에는 문재인 캠프에 관여 중인 관계자들은 물론 참여정부 인사, 전현직 국회의원과 기관장, 대학교수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한국 경제가 나아갈 길’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한 장 교수 역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것과 복지를 둘러싼 현안을 설명하고 비판하는데 많은 시간이 할애했다.
'민주당, 책임 인정하는 자세 보여야'
장 교수는 경제 민주화 논의에 앞서 주최 측을 의식한 듯 “한국이 OECD 최고의 자살률과 자영업 비율을 갖게 된 데에는 시장의 자유화와 금융 개방화 노선을 택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정부 10년 동안 복지 지출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계층 간의 이동이 어려운 경제적 구조를 갖게 된 점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책임을 인정하고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주요 유럽 국가의 현황과 한국의 상황, OECD국가들의 평균을 비교하며 복지 문제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장 교수는 “GDP 대비 10% 수준의  한국의 복지 수준은 OECD 국가 중 가장 가난한 나라인 멕시코 보단 조금 높지만 미국의 절반, 스웨덴의 1/3수준으로 OECD 평균 복지에는 갈 길이 멀다”며 “복지 수준이 낮으면 계층 간 이동이 어렵고, 계급 구조가 고착된다”고 강조했다.
복지는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
복지에 관한 가장 흔한 오해 가운데 하나인 ‘복지=반성장’ 논란에 대해서도 장 교수는 “신화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시장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복지가 잘 되어있으면 구조 조정이 더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고 성장률도 높일 수 있다”며 “성장을 위해 반드시 복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장 교수는 “복지는 공동구매와 같은 것으로 사기업에 맡겨 놓으면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을 세금을 통해 공동으로 싸게 구매하는 것”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복지와 계층 고착의 상관에 대해 “과거, 기회의 땅이라고 불렸던 미국은 복지 비중이 낮기 때문에 계층 이동이 어려워 계급구조가 고착화되어 가고 있는 반면 스웨덴 등 복지 비중이 높은 국가는 상대적으로 부모와 자식 간의 계층적 상관관계가 낮아 기회 실현이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의 자동차 노조들이 조합원의 이익에 목숨을 걸고 싸우며 쟁의를 벌이는 이유 역시 미비한 복지 제도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경우 모든 것을 잃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시민권에 기초해야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경제민주화’ 관련해 장 교수는 가감 없는 의견을 표명했다. ‘사다리 걷어차기’를 통해 전 지구적 차원의 경제 민주화 문제를 이미 거론했던 바 있는 장 교수는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시민권에 기초한 보편적 복지 국가”라고 규정한 뒤 “기본적으로 1원 1표의 원리에 의해 작동할 수밖에 없는 시장의 논리를 민주주의의 논리인 ‘1인 1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장 교수가 규정하는 경제민주화의 수준은 ‘주주자본주의’로 대표되는 ‘1원 1표’의 수준을 뛰어넘는 것으로, 장 교수는 “‘1원 1표’의 주주자본주의는 상식적인 것일 뿐”이라며 “이 정도 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경제적 불평등의 상황을 진전시키지 못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추진 과제로 ‘자본 거래세 도입’, ‘인수합병에 대한 규제’ 등을 포함한 ‘자본 시장의 통제’와 기업 경영에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해당사자 자본주의’ 등을 꼽았다.
세계 최고의 복지 국가로 꼽히는 스웨덴 사민당의 구호 가운데 ‘생활이 안정된 사람이 더 모험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가난한 사람만 도와주는 ‘잔여적 복지’가 아닌 시민권에 바탕 한 ‘보편적 복지’가 실현될 때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사회적 창발성이 높아질 수 있단 선언적 구호이다.
장 교수는 “우파들의 주장대로 가난한 사람만 도와주는 복지 정책을 펼칠 경우 중산층의 반발로 복지 문제의 정치적 지속성이 떨어지고, 이는 복지의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며 “복지 비중이 낮은 국가의 국민은 필연적으로 보수화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415
장하준, “경제민주화 기본은 1원1표 아닌 1인1표 원칙” (미디어오늘, 허완 기자, 2012-08-22  11:18:42)
담쟁이 포럼 강연, 지배구조 문제 넘어 민주적 통제로…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공동구매 개념”
장하준 캠브리지대학교 교수는 21일 “재벌개혁 논의가 지배구조 문제에 치중되어 있다”며 “재벌들이 더 큰 민주적 통제를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으로 이야기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이 같이 덧붙였다.
장 교수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외곽 싱크탱크인 담쟁이포럼(대표 한완상) 주최로 이날 오후 서울 정동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재벌이 주주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경제민주화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흔히 논의되고 있는 주주자본주의 원리를 뛰어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배구조 문제는 재벌개혁 논의의 단골 소재다. 삼성이나 현대 등 재벌 대기업의 총수 일가가 소수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마법’을 가능하게 하는 순환출자를 규제하자는 논의도 활발하다. 총수 일가의 과도한 권력 남용을 막자는 취지다. 그러나 “그건 경제민주화라고 할 수 없다”는 게 장 교수의 생각이다.
핵심은 ‘1원1표’가 아니라, 사회적 통제다. 장 교수는 “재벌이 주주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강조해야 한다”며 “어떻게 사회 전체가 재벌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인가로 (논의가)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배구조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건 “주주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주주들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것”에 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재벌들은 국민들이 피땀 흘려서 키워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보조금을 줘가며,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국산품’ 소비를 권장하면서, “국민이 키워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기업들에 대해 국민이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주주들 사이의 싸움’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1인1표’의 원리의 회복이다. 장 교수는 “시민권에 기초한 보편적복지야말로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며 “시장을 견제하는데 가장 잘 부합하는 정책은 결국 시민권에 기반한 보편적복지”라고 말했다. “시장과 민주주의가 다 필요한데 시장에만 맡겨 놓으면 ‘1원1표’의 원리에 따라 굴러가기 때문에 그걸 (시민들이)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복지의 개념을 재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왜 이건희 회장 손자하고 가난한 아이들하고 똑같이 공짜 밥을 먹어야 되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건 사실 틀린 말”이라며 “부잣집 아이들은 세금을 더 내니까 같이 무상급식을 먹어도 그게 사실 무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복지를 ‘공짜’라고 생각하지 말고, ‘공구(공동구매)’라고 생각하자”는 것이다.
복지를 하면 성장이 안 된다는 ‘신화’도 반박했다. “복지가 잘 돼 있으면 해고에 대한 저항이 적고 노동자의 재교육이 더 잘 돼서 경제가 더 신속하게 구조조정할 수 있고, 성장을 더 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장 교수는 “‘성장에 방해가 되지만 그래도 복지를 해야 한다’가 아니라, ‘정장을 위해서라도 복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제안했다.
양극화와 고착화된 계급구조도 ‘복지’가 해법일 수 있다고 장 교수는 덧붙였다. 그는 “복지가 강한 나라일수록 계층 간 이동성도 높다”며 “‘믿을 구석’이 있는 사람이 모험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번 실패하면 재기가 어려운 사회에서, 국민들은 ‘안전제일’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복지가 ‘믿을 구석’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한편 장 교수는 참여정부의 ‘실정’도 언급했다. 강연 초반부에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훑어 나가던 그는 “이렇게 된 데에는 자의반 타의반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개혁들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 개방 및 자유화, 정리해고제·파견제 도입 등 일련의 구조적 변화가 민주정부 10년 동안 진행됐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이걸 극복하고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 때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 청중은 ‘노무현 정부는 이미 선거 패배로 심판을 받은 것 아니냐’며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장 교수는 “다른 후보들한테는 아버지가 한 일까지 책임지라고 하면서, 몇 년 전에 한 일을 책임 못 지겠다고 하면 안 되겠죠”라는 말로 ‘응수’했다.
‘나쁜 FTA’와 ‘좋은 FTA’를 구분하려는 민주당을 향해 쓴 소리도 내놨다. “그걸 털고 가지 않으면 국민들이 납득을 안 한다”는 것이었다. 장 교수는 “정확히 뭐가 잘못됐는지 알아야 뭘 어떻게 고치겠다는 게 나오지 않겠냐”며 “그걸 알아야 국민들이 이번엔 한 번 맡겨보자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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