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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개된 청계천거리가 참 싫기도 해서 아예 가지 않으려했던 때도 있었다.
그건, 공개되어 수십만 인파가 몰렸다던 그날.
왠지 조작된 연극무대, 포퓰리즘으로 무장한 파쇼정치에 동원되는것 같아 그럴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젠 그 거리, 그 중에서도 청계천광장 근처에서 젊음의 거리 건너편까지,
그리고 동대문에서 전태일동상까지 구간을 가장 좋아하고,
종종 가곤 한다. 특히 늦은 밤.
왜 그럴까, 그 동상 옆에 서면 썩혀진 나를 정화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나의 어리석음, 내가 싫은 나의 여러모습들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알 수 없는 자신감을 얻고 온다.
참 고마운 거리다.
아 참, 그 거리는 이명박이 만들지 않았다.
공사하면서 죽기도, 다치기도 했던 건설노동자들이 만들었다.
이명박이 설계하지도 않았다.
우리가 그곳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가는가가 중요하다.
전태일 동상 앞 거리에 락커칠을 하고싶다.
노동해방 이렇게, 큼지막하게, 쓰고 싶다.
저 큰 흉상,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믿는 자들에겐 저 동상이 자신들의 젊은 날의 추억의 사진과 같이 느껴질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겐 그 흉상에 비친 전태일 동지가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그 표정, 그 앞에 감히 아무도 부끄럽지 않게 설 수는 없는 현실.
그러나 저렇게 가득,
피켓을 들고, 마스크를 쓰고 매일같이 외롭고 힘겨운 투쟁을 하고있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처럼
그 외로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것을 이명박이 모르는 것처럼,
저 잘난 386 영웅들도,
강단 위에서만 준엄한 척하는 좌파 '교수님'들도,
우리 학교 총학생회장 출신 국회의원님들도,
절대 모를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항상 적어도 자기만은 잘났다지만, 그것조차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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