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영혼의 쉼터 울릉도

나를찾아서
나를 찾아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나를 극복하기도 하고, 더 큰 나로 나아가는 마당입니다. 명상과 고전, 영화에 대한 조현의 독특한 시각을 통해 관념의 성벽을 뛰어넘어 비상하려고 합니다.

영혼의 쉼터 울릉도

조현 2015. 09. 04
조회수 866 추천수 0
 

 

 

 “무거운 짐진 자들아, 모두 나에게 와 성인과 바다의 품에서 쉬라.”

독도-.jpg 

독도에서 미사를 올리고 있는 울릉도의 사제와 신자들

 

 

울릉도 현포-.jpg

울릉도 태하등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풍감(왼쪽)과 현포항 일대(오른쪽)

 

 

 울릉도 도동성당과 천부성당,

  ‘영혼의 쉼’인 ‘소울스테이’ .

 올해 5차례 조기 마감해 끝나

 내년에 개별 또는 열명씩 스테이 진행

  산과 해안 걸으며 몸 재충전.

  자연 속에서 기도와 묵상 통해 힐링. 

 도동성당은 독도도 가고,

  천부성당은 영성센터 지어 손님맞이.

 

 

 오랜 세월 파도에 닳고닳아 단련돼 더욱 아름답고 신비로운 섬 울릉도. 동해에 너무 멀리 외따로 떨어진 독도의 모섬으로서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인 울릉도가 관광지로서뿐만 아니라 영혼을 맑히는 ‘소울스테이’의 힐링 처소로 떠오르고 있다. 해발 986.7미터의 산 이름이 ‘성스런 사람’이란 뜻의 ‘성인(聖人)봉’이고, 그 아래 신령스런 물이 솟는 신령수가 있는 울릉도는 섬 전체가 영적인 기운이 감도는 곳이다.

 

 가톨릭 대교대교구 문화융성사업단은 지난 7월부터 경북도내 11곳의 수도원, 공동체, 복지시설 성당 등에서 영혼을 위로하고 마음을 격려할 수 있는 ‘소울스테이(soulstay.or.kr)를 열고 있다. 소울스테이는 불교의 템플스테이와 비슷하다. 경북도와 경북관광공사의 지원으로 식비나 숙박비 정도의 실비만으로 영혼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만 소울스테이는 가톨릭에서 운영하니, 가톨릭적 영성프로그램을 통해 가톨릭적 생명과 사랑에 눈을 뜨고 ‘참자아’와 ‘참하느님’을 체험케하는게 그 목적이다.

 

 울릉도엔 두개의 성당이 있다. 울릉도의 행정관청이 밀집해있는 중심가인 도동에 있는 모교회 도동성당과 반대편 에 있는 천부 성당이다. 이 두 성당의 소울스테이가 조기마감돼 31일까지 2박3일씩 5차례의 프로그램이 모두 끝났다. 도동성당에서는 독도를 다녀오고 도동 인근 전망대 등을 걷고, 천부성당에선 나리분지와 석포 등을 트레킹하는 걷기 치료에 중점을 두었다. 참여자들은 낮엔 천혜의 자연을 걷고 밤엔 미사와 묵상을 하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두 성당은 첫 소울스테이에 대한 호응이 의외로 크자, 하반기에 더 준비해 내년엔 도동성당의 경우 개별적으로 신청을 받고, 천부성당은 10여명 단위로 봄 가을에 10차례의 소울스테이를 마련해 더 많은 참여자들과 함께 할 예정이다. 소울스테이를 이끄는 두 성당을 둘러봤다.

 

성모상 손신부-.jpg 

도동성당 내에서 `독도지키는 성모상'에 오르는 손성호 신부

 

독도지키는 성모님-.jpg 

 

소울-성인봉-.jpg 

성인봉에 오른, 도동성당 소울스테이 참가자들

 

 도동성당

“무거운 짐진자 모두 나에게 오너라.”

  울릉도 인구 1만여명의 대부분이 모여 사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전형적인 달동네를 오르면 십자가를 진 예수상이 이 글귀와 함께 맞는다.

 

 1960년 설립된 도동성당은 지난 2010년 50돌을 맞아 말끔히 새단장을 했다. 울릉도는 오징어잡이로 유명한 곳이다. 따라서 도동성당도 천장을 오징어잡이 배 모양을 땄다. 언듯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한다. 천장에 매달린 전등도 실제 오징이배에서 사용되는 전구를 썼다.

 

 성당 내엔 가파른 언덕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급경사에 설치된 88개의 계단을 오르면 도동항과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이곳에 성모상이 서 있다. ‘독도 지키는 성모상’이다.  이 성모상은 날이 맑은 날이면 87.4킬로미터나 떨어진 독도까지 보인다. 도동성당 신자들과 소울스테이 참가자들은 묵주기도로 한계단한계단 오르며 ‘독도 지키는 성모상’에게 다가간다. 기도를 하면서 서서히 오르내리는데 각각 20여분씩 소요된다. 성모상 왼편 숲길엔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숨지기 전까지 고난을 당한 지점등을 상징화한 ‘십자가의 길’ 14처가 배치돼 묵상하도록 했다. 성모상과 함께 밤을 맞으

면 울릉도 앞바다를 훤히 밝히는 오징어 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3년 전 울릉도에 반해 이곳에 자원해 부임한 손성호(59) 주임신부는 생명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거의 매일 성인봉에 오르다시피하며, 야생화를 사진에 담는 그는 신자들에게 수천만년 이어내려온 울릉도의 자연 가치는 몇푼의 이익과 바꿀 수 없는 것이란 점을 새겨주고 있다.

 

 손 신부는 “울릉도는 옛부터 도둑, 공해, 뱀이 없는 삼무(三無)와 향나무, 바람, 미인, 물, 돌이 많은 오다(五多)의 섬으로 인심과 자연이 최고인 평화로운 섬이었지만, 이젠 꼭 그렇지만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실제 사동항에 들어설 경비행장 공사가 시작되면 처녀봉의 목이 절개될 위기에 처하는 등 난개발로 몸살을 앓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주민들도 울릉도의 개발을 원해 사목자로서 고뇌가 깊다. 더구나 북한으로부터 동해 어엽권을 획득했던 중국 어선들이 쌍끌이 저인망으로 울릉도 인근까지 오징어잡이를 해서 어장의 씨가 마를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그 무엇보다

도 그와 신자들을 아프게 하는 것은 독도에 대한 일본의 야욕이다. 이 평화롭고 신비롭기만 한 울릉도에도 탐욕과 폭력이 목을 죄어오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손 신부와 신자들도 ‘독도지키는 성모상’과 성인봉에 오르며 평화와 생명을 위해 기도한다. 

 

 성모상이 지켜보는 오징어배 불빛은 마치 불나방처럼 달려가는 개발, 폭력, 탐욕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한밤 트레킹길에서 한 신자가 유하 시인의 <오징어>를 읊는다.

 ‘눈앞의 저빛!/찬란한 저빛!//그러나/저건 죽음이다//의심하라/모오든 광명을’

 

독도 미사-.jpg 독도 방문단-.jpg 

독도에서 미사를 드린 도동성당과 천부성당 신자들

 

천부성당

 도동항에서 차로 한시간쯤 돌아 반대편으로 가면 해안절벽 대풍감을 비롯해 송곳봉, 노인봉, 코끼리 바위 등 많은 비경들을 인근해 안은 천부성당이 있다. 

 

 푸르디푸른 바다와 하얀 성당지붕이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케 한다. 울릉도 북쪽 현포와 천부항 인근은 인구 1500명에 불과하다. 천부성당도 한때 공소(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성당)가 됐을만큼 신자수도 30~4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래뵈도 이 마을은 왜관베네딕도수도원 박현동 아빠스(수도원장)와 여러명의 수도자들을 배출한 곳이다. 

 

 천부성당은 2년전에 온 나기정 주임신부가 오면서 영성센터로 거듭 나고 있다. 나 신부는 내년 50돌을 앞두고 본당 건물 신축보다 시간과 비용이 훨씬 더 드는 리모델링을 선택했다. 성당은 해풍에 삭을대로 삭아 벽체 페인트가 벗겨져 너덜너덜하다. 그런데도 나 신부는 성당을 허물지않고 리모델링을 택했다. 이 성당은 왜관베네딕도수도원에 살던 알빈 신부의 작품이고, 50년 넘은 건물이 남아있지않은 울릉도에서 상징성과 역사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가치를 위해 ‘빨리빨리’를 포기한 것이다.

 

 성당 옆과 뒤엔 교육관과 영성센터 2개동을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성당 앞에 짓는 교육관은 천부성당을 찾는 신부나 수녀, 수도사들의 기도실과 숙박시설을 갖춘다. 성당 뒤 언덕에 새로 450평을 구입해 짓는 영성센터는 1층에 주방과 식당을, 2층에는 평신도나 일반인들의 기도실과 숙박시설을 배치한다. 영성센터는 3인실이 3개, 5인실이 6개여서 4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각 방마다, 바다나 주변의 산이 시야에 들어오도록 설계됐다. 특히 식당은 3면이 창이어서 동해 바다와 코끼리바위가 들어온다. 

 

나기종 신부-.jpg 

천부성당 나기정 신부

 

나리분지-.jpg

 현포에서 가까운 거리에 바다가 보이지않게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지형인 나리분지

 

영성센터 신축-.jpg

 천부리 맨왼쪽이 영성센터 신축 현장

 

 

 나 신부는 신축 건물 옥상에 태양열판을 설치해 태양광을 통해 전기를 자체 조달하고, 쌀뜨물발효액을 사용해 마을 전체 하수구까지 정화할 수 있는 오폐수 정화를 꾀하고 있다. 

 

 나 신부는 “어렵게 시작했는데 의외로 전국에서 많은 신자들이 호응을 해줘 오는 10월 영성센터와 교육관 완공을 앞두고 있다”고 감개무량해했다. 천부성당에선 영성센터 건립을 위해 1백만원 이상 도운 기부자에겐 가족들과 함께 숙박하며 쉴 수 있는 혜택을 줄 예정이다. 머지않아 영성센터와 교육관에서 수도자와 일반인들이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인근 나리분지에서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명이와 부지갱이 등의 나물비빔밥을 먹고 기도를 할 수 있는 센터가 탄생하는 것이다. 나 신부는 “내년엔 새 영성센터와 자연 속에서 영혼이 충분히 힐링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손짓했다. 

 

 울릉도·독도/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벼랑 끝 조희연을 구한 말, 말, 말

 

[해설]항소심 재판부, '허위사실 공표' 인정하고도 선고유예 판결한 까닭은?

15.09.04 20:30l최종 업데이트 15.09.05 00:42l

 

 

말 그대로 '기사회생(起死回生)'이었다. 

4일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지난해 교육감 선거 때, 상대편 고승덕 후보 관련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는 혐의를 받아온 조희연 교육감에게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25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재판부는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유죄이지만, 범행 동기 등을 볼 때 2년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없던 일로 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조 교육감은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다.

조 교육감은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고 교육감 직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었다. 1심 재판부는 그가 2014년 5월 25일 국회에서 개최한 첫 기자회견과 5월 26~27일 배포한 보도자료,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승덕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했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판단했다. 전체 내용을 의견 표명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항소심에 들어가자 조 교육감은 전략을 바꿨다. 변호인단은 그의 발언이 사실 공표냐 의견 표명이냐를 따지기 전에, 이 가운데 무엇이 거짓이며, 어디까지가 후보 검증을 위한 의견 제시로 봐야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새로운 주장이 나온 만큼 1심과 다른 각도에서 이 사건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기사 관련 사진
▲ '선고유예' 판결 받은 조희연 교육감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첫 번째 말] "고승덕 후보는 의혹을 사고 있다"

조 교육감은 문제의 기자회견과 보도자료, 인터뷰 내용에 '고승덕 후보가 미 영주권을 보유했다'고 적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은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가 트위터에 쓴 글을 보고 '영주권 보유 의혹이 있다'고 알렸을 뿐이라는 얘기였다

실제로 국회 기자회견에서 조 교육감은 "고 후보의 두 자녀가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고,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본인도 영주권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만약 이 제보가 사실이라면 고 후보는 유권자를 우롱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남겼다. 

"고 후보는 그 자신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의혹이 있다'는 조 교육감의 발언을 그가 '고 후보가 영주권을 보유했다'를 암시한 것으로 인정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며 이 대목은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항소심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각각 감정을 맡긴 언어학자 세 명 모두 조 교육감의 발언과 글을 '의혹을 제기하고 해명을 요구하는 것'으로 본 데에도 주목했다. 결국 재판부는 첫 번째 공소사실, 국회 기자회견은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두 번째 말] "거짓 의혹임이 입증되면 사과하겠다"

하지만 두 번째 공소사실, 5월 26~27일 보도자료와 라디오 인터뷰는 1심과 똑같이 유죄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고 후보가 해명한 뒤에도, 조 교육감이 "고 후보가 2012년 3월경 공천에 탈락한 뒤 자신은 영주권이 있어서 미국에 가면 된다고 말했다는 다수의 증언이 있다"고 한 것은 의혹 제기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또 여기에는 경쟁자인 고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이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조 교육감이 '여지'를 남겼다고 했다. 조 교육감은 두 번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일 (고 후보가) 아주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한다면 저도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조 교육감이 이 발언으로 고 후보의 영주권 보유 의혹이 여전히 확정적인 사실은 아니며 상대방이 반박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판단했다. 조 교육감이 다소 표현을 과장하긴 했지만, '의혹 = 참'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세 번째 말] "잘못했다면 유권자들이 마이너스 줄 것"

재판부는 이 사건이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조 교육감은 기자회견 등에서 자신의 의혹 제기는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또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제가 잘못된 문제 제기를 했다는 것 때문에 유권자들이 저에게 마이너스를 주지 않겠냐"고 했다.

최종적으로 재판부는 '악의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 제3자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조 교육감이 최초 기자회견을 열었고 ▲ 이 기자회견은 유권자들의 판단을 구하기 위해 후보자끼리 서로 공방을 벌인 것이며 ▲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하는 5월 26~27일 보도자료와 라디오 인터뷰도 같은 의도에서 나왔기 때문이었다.

김상환 부장판사는 "형사적 책임 범위를 정할 때에는 범행의 실질적 의미를 엄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피고인의 행위를 상대 후보자에 대한 무분별한 의혹 제기 내지 일방적인 흑색선전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적극 오도하려는 것이라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공직선거법 위반 중 비난 가능성이 낮은 수준이며 이 일이 선거 결과에 직접적이거나 의미 있는 영향을 끼쳤다고 볼 만한 객관적 자료도 없다"고 했다. 

오후 3시 15분, 김 부장판사는 "이러한 모든 사정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주문을 낭독했다.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관련 기사]

검찰, 시효만료 하루 전 조희연 교육감 '기소'
[쟁점 정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다가온 운명의 시간
[1심 선고] 조희연, 1심 '벌금 500만원'... 확정시 교육감직 상실 
[2심 선고] '구사일생' 조희연,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국정교과서 시절, 거짓을 가르치고 배웠다

 
 
교과서 국정화 주장은 기막힌 자기모순과 이율배반
 
육근성 | 2015-09-03 14:23:3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유신독재가 뭐냐고 물으면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답해야 했다. 새마을 운동 노래를 목이 터져라 불러야 했고, 국민교육헌장을 매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암송해야 했다. 박정희 정권 때 그랬다. 그 무렵 박정희가 밀어붙인 또 하나의 ‘역작’이 있었으니, 교과서 편수와 발행을 국가가 완벽하게 통제하는 ‘교과서 국정제’가 바로 그것이다.


교과서 발행까지 ‘독재화’했던 박정희

왜 교과서 발행까지 ‘독재화’했을까? 그때 발행된 교과서 안에 그 답이 있다.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 정권의 태생적 약점은 ‘정통성과 합법성 결여’였다. 또 유신체제로 ‘영구집권’을 꿈꾸던 박정희에게 최대 걸림돌은 ‘독재자’라는 꼬리표였다. 이런 '반란수괴-독재자'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방법으로 궁리해 낸 것이 ‘교과서 국정제’였던 것이다.

그 시절 발행된 국사교과서엔 5.16과 유신체제를 미화하는 내용이 넘쳐난다. 현대사를 다룬 후반부는 더 이상 교과서가 아니다. 박정희 체제를 찬양하는 헌시에 가깝다. 5.16쿠데타를 위대한 구국의 혁명으로, 유신독재 체제를 ‘평화통일과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할 수 있는 지혜’라고 미화한다.

이 수법을 모방한 이가 있다. 전두환이다. 1982년 12.12군사반란을 미화하기 위해 ‘전두환판 국사교과서’를 편찬했다. 이때 발행된 고등학교 국사교과서(하)에는 ‘제5공화국 덕분에 우리나라 장래가 밝게 빛날 것’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전두환 정권을 찬미하는 노래나 다름없다.


거짓을 가르치고, 거짓을 암기했다

교사들은 거짓을 가르쳐야 했고, 학생들은 그 거짓을 암기해야 했다. 박정희 정권은 자신들이 쿠데타 직후 발표한 ‘혁명공약’의 제6조를 날조·왜곡해 교과서에 실었다. 제6조는 ‘쿠데타가 성공하면 민간에게 정권을 이양하고 복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교과서에는 ‘국가의 토대를 굳건히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로 바꿔놓았다.

정권 이양 약속을 내팽개친 탐욕과 부도덕. 이를 가리기 위해 날조라는 파렴치한 방법을 동원한 것이다. 뉴라이트는 이런 박정희를 두둔하기 위해 ‘역사 도려내기’라는 악행도 서슴지 않았다. 2013년 교학사가 발행한 국사교과서에는 문제가 된 제6조가 보이지 않는다. 아예 빼버린 것이다.

OECD 회원국가 중 국정제를 채택한 나라는 없다. 검정제에서 인정제, 자유발행제로 점차 민간영역에 맡기는 게 추세다. OECD 비회원국 대부분도 국정제가 아닌 검정제와 인정제를 혼용하고 있다. 국정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는 북한, 몽골, 스리랑카, 베트남뿐이다.


북한이 하는 ‘국정제’해야 한다… 종북인가?

이런데도 국정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북한이나 몽골처럼 말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황우여 교육부총리가 그 선봉에 서서 “올해 내로 국정화를 추진하겠다”고 목청을 높인다. 시한까지 못 박는 걸 보면 논의·결정 단계가 아니라, 실행단계에 돌입한 모양이다.

‘국정화’의 발원지가 어디일까? 청와대가 확실하다. 지난 7월22일 당·정·청이 회동을 갖고 한국사 교과서국정화 추진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위’를 맡고 있는 새정치연합 도종환 의원도 “상반기 내내 청와대의 강한 압박이 있었던 것 같다”며 “김무성 대표와 황 부총리 뒤에 청와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배후가 청와대라면, 이를 주도하고 있는 이는 박 대통령이 된다. 자신의 임기 내에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져 일선학교에 배포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왜 밀어붙이려는 걸까?

한 세대가 지난 지금, 왜 추세에 역행하는 ‘국정화’를 밀어붙이려는 걸까? 박 대통령이 칩거생활을 하던 시절 방송사와 인터뷰한 내용에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나온다.

“유신에 대해 옳다고 그 불가피성을 주장해야 한다... 5.16과 유신은 매도당해 왔다...부모님에 대해 잘못된 것(국민들이 오인하고 있는 것) 바로 잡는 게 자식의 도리...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런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는 일이다.” (MBC 시사토론, 1989)

5.16은 군사쿠데타, 유신은 영구집권을 노린 독재. 이게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구국의 결단이자 최대 업적으로 재평가되도록 이것들을 포장하는 것이 아버지에게 해야 할 ‘자식의 도리’라고 말한다. 이쯤이면 ‘국정제’로 복귀하려는 이유가 또렷해진다.


기막힌 자기모순과 이율배반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태도는 이미 확고하다. 김무성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뿐 아니라, 자난달 말 방미 때 교민들에게도 ‘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강하게 피력했다. 황우여 부총리는 지난 19일 언론에 나와 “7가지의 다양한 교과서로 가르치는데 혼란스럽다”며 “9월까지는 국정화와 관련된 매듭을 짓겠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가 필요한 이유가 ‘다양성에서 오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란다. 황당하다. 2013년 친일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이 0%대에 그치자, 김무성-황우여 두 사람은 “1% 채택도 어려운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다양성과 자율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목청을 높인 바 있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국사교과서는 단 하나만 있어야 한다”며 ‘획일성’을 주장한다. 자기모순의 극치다.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강조하던 이들이 이젠 입을 모아 ‘국정화’를 외친다. 저들의 주장은 대략 이렇다. 친일이 판치던 일제 때도 발전했고, 부정부패를 일삼던 정권 때도 발전했으며, 유신독재 때에는 눈부신 발전을 했다. 그 덕분에 지금 이 정도가 된 거다. 그러니 친일도 인정하고, 5.16도 인정하고, 독재도 인정해야 한다. 이러면서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미화하려고 수작을 부린다. 기막힌 이율배반이다.


[진실의길. 기고 글&기사제보 dolce42@naver.com]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570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깨달음이 대체 무엇이기에

人터치
조현이 만나는 사람들을 함께 만나보는 마당입니다. 또 '인간은 변하는가, 변하지 않는가'란 인류정신사의 가장 큰 주제를 오해 테마로 한 인터뷰와 이에 대한 목사와 신부, 스님, 주역의 대가와 심리학자 등 10명이 모여 토론한 대담을 선보입니다.

깨달음이 대체 무엇이기에

조현 2015. 09. 03
조회수 1328 추천수 0
 

 

참선하는 신흥사 선방1-.jpg

선방에서 안거에 참석하며 3개월간 참선 정진하는 선승들.  사진 조현

 

흔히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고 한다. 그러면 불교에서 깨달음을 얻으면 어떻게 될까. 완벽한 인격이 될까, 신통력으로 사람들의 고통을 없애줄까. 깨달음이란 같은 말 속엔 미신적인 믿음부터 고준한 지혜까지 포함하고 있다.

 

 조계종 승려들의 교육의 총책인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이에대해 논하는 법석을 연다. 해인사로 출가한 현응 스님은  젊어서부터 문제의식을 가지고, 현대불교의 나아갈 길에 대해 고뇌하고 실천하는 개혁승으로 꼽혔다. 1994년 조계종단을 개혁이 그가 젊은 재자가들 몇명을 모아 불을 지폈다는 얘기는 이제 전설이다. 중진 스님들은 용돈벌이를 위해서도 큰절들에 설법하러 다니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간절한 초청에도 “내가 아니어도 할 분이 많은데…”라며 거의 설법도 하지않기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4일 오후 2~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학술세미나의 주인공으로 발제한다. 어인 일일까. 그는 30대였던 1980년대 중반 <깨달음의 역사>란 책을 써 1990년 출간했다. 이번 세미나는 그 책 발간 25돌을 기념해 후배인 법인스님등이 마련했다.

 

 최근 신흥사 조실 오현 스님이 하안거 해제법문에서 “한국불교의 선승들이 천년전의 죽은 화두만 붙잡고 있다”며 “불교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교가 아니라 깨달음을 실천하는 종교”라고 말해 불교계 안팎에 큰파장을 몰고 왔다. 더불어 현응 스님이 30대부터 고뇌해온 바를 발표하는 ‘깨달음의 역사, 그 이후’가 불교적 깨달음에 대한 미신을 깨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응스님-.jpg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

 

 현응 스님은 발제문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여름 겨율 3개월씩 조계종단 2천여명의 스님들이 수행을 하는데, 선불교에서 깨달음은 세수하다 코 만지기보다 쉽다고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도 없고 그렇게 한 사람도 볼 수 없는데,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평생을 노력해도 성취할 수 없는가”라고 물었다. 당연히 물어야하지만 거의 묻지않은 상처를 건드린 것이다. 그는 이와 함께 “깨달음이란 ‘이해했다’는 뜻으로 말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면 화두를 반복적으로 성철하다보면 마음과 참나를 알게 된다는 것인가”라며 “깨달음이 이렇게 모호하게 설정해서선 이를 얻기 

위한 노력의 방법도 불분명하고, 깨달음의 성취 또한 어느 수준의 어떤 것을 말하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부처님의 보리수 아래의 깨달음을 서술한 <마하박가>를 보면 ‘삶의 괴로움을 연기적으로 즉 원인, 조건, 결과, 생성, 소멸의 관점으로 파악해 통찰로 이해로 해결하는 것”이라며 “부처님은 깨달음을 고도로 수련된 높은 정신세계를 이루는 것이라 하지않고, ‘잘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녹야원 첫 설법에서도 5명의 비구들ㅇ게 자신의 깨달음의 세계를 설명해 납득시키는데 불과 며칠이 걸렸을 뿐이며, 그 방법도 밤낮 없는 대화와 토론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 연기의 가르침은 부처님시대부터 1500년간 변화가 이어졌고, 7세기에 그 변화를 멈췄다”면서 “농경사회와 왕권사회였던 그 때는 현대와 비교할 수 없는 문화적 수준이었는데 그 때의 연기론의 수준에만 머문 불교인들의 태만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의 간화선은 앉아서 선정삼매 속에서 무념의 참선 경지를 이루거나, 특정어구를 의심하는 방식이지만 현대사회에선 경전과 어록, 다양한 독서, 자연학 진화론 생물학 뇌과학 심리학의 공부도 불교의 연기와 공, 자비에 대한 이론을 대폭 확장시켜주고 구체화시킬 수 있다”며 “기독교를 살펴보는 것도 대승불교의 불보살신앙을 정립하고 펼치는데 참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응 스님은 “‘이루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실제 현실에서 곧바로 스스로의 괴로움을 없애버리고, 모든 중생들의 괴로움도 없애버릴 것이지만 그러나 그런 경우를 보지도 못했고, 그런 깨달음을 이룬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윤리 정의 평화 같은 자비의 영역인 ‘사트바’와 깨달음인 ‘보디’가 결합했을 때 이를 보디사트바(보살)”라며  연기와 공에 대한 이해(깨달음)을 바탕으로 이를 실천해가는 보살을 불교적 이상형으로 제시했다.

 

 이 세미나엔 조성택 교수(고려대학교 철학과), 홍창성 교수(미국 미네소타주립대학교 철학과) 교수와 정경일 새길기독교사회연구원 원장이 함께 참여해 스님과 토론을 펼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유럽 난민 위기, 미국의 전쟁이 불렀다

 
[주간 프레시안 뷰] "파도에 밀려온 세 살배기 시신"
 

 

서유럽이 난민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7~8월 두 달 동안 22만 명의 난민이 몰려들었습니다. 특히 독일의 난민 망명 신청자는 지난 해 20만 명에서 올해 80만 명으로 4배 가량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8월 24일 시리아 출신 난민은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또한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독일, 아이슬란드, 스페인의 일반 시민들도 난민 돕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난민 위기가 해소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내전 5년째인 시리아에서 해외로 탈출한 난민만도 430만 명에 이르며 이중 안전하게 정착한 숫자는 30만 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난민 위기에 대한 국제적인 대처가 시급합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난민 위기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따져보는 겁니다. 난민 위기의 근원은 전쟁입니다. 냉전 이후 구유고연방, 이라크 등 중동 지역, 그리고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에서 미국이 벌여온 전쟁이 초래한 것입니다. 이번 주에는 난민 위기의 실태와 원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파도에 밀려온 세 살배기의 시신, 세계를 울리다

2일 오전(현지시각) 터키의 휴양지 보드룸 해변에서 남자 어린이가 해변 모래에 얼굴을 묻은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감청색 반바지에 빨간 티셔츠를 입은 이 아이의 이름은 에이란 쿠르디, 나이는 세 살입니다. 쿠르드계 시리아 난민으로 가족과 함께 터키 해안을 떠나 유럽으로 가려다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다섯 살짜리 형 리틀 갈리프도 변을 당했습니다. 터키 경찰은 쿠르디의 가족을 비롯해 모두 23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작은 보트 2척에 나눠 타고 그리스로 향하던 중 보드룸 앞바다에서 배가 뒤집히면서 여성과 어린이 등 모두 12명이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기사: 파도에 밀려온 3살 시리아 난민 아이의 시신…전세계가 '공분')

 

 

▲ 터키 보드룸 해변에서 시리아 난민 에이란 쿠르디가 죽은 채 발견됐다. ⓒAP=연합뉴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더욱 슬픈 것은 이런 비극이 에이란 등 몇몇 가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2011년 이후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는 현재까지 33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430만 명이 국외로 탈출했고, 760만 명이 국내 난민이 됐습니다. 시리아 인구는 약 1800만 명입니다. 인구의 2%가까이가 목숨을 잃었고, 3분의 2가 삶의 터전을 잃은 것입니다. 그야말로 생지옥입니다. 

하지만 시리아 난민은 최근의 사례일 뿐입니다. 2001년 부시가 시작한 중동 전쟁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도 수백만의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1995년 이후 클린턴 행정부가 개입한 유고 내전의 여파로 조국을 떠나는 난민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독일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코소보의 15~29세 청소년 중 절반 이상이 해외로 나가길 원한다고 합니다. 인구 7만의 부치트른이란 도시에서는 10%가 해외로 떠났습니다. 코소보의 인구는 180만 명, 그런데 지난 1년 간 10만 명이 조국을 떠났습니다. 인구의 5%이상이 외국행을 택한 것입니다. 전쟁의 여파입니다.

나이지리아, 에리트리아 등 아프리카에서도 유럽행을 택하는 난민이 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보코 하람의 테러를 피해, 에리트리아에서는 소말리아 내전 때문입니다. 물론 모두가 전쟁과 테러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보다 나은 경제적 기회를 잡기 위해 난민이 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원인은 전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쟁의 배후에는 항상 미국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따져보기 전에 우선 난민의 실태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시리아 난민보다 더 많은 발칸 난민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올해 지중해를 건너 서유럽으로 간 난민이 35만 명, 이 중 터키에서 그리스를 거쳐 서유럽으로 유입된 숫자가 20만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시리아 난민이 69%를 차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그리 믿을 만한 게 못 됩니다. 유엔이 관리하는 난민촌의 현황만을 반영할 뿐, 수많은 밀입국자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난민의 추세와 실태를 파악하기에는 독일 이민망명청의 통계가 더 유용합니다. 대부분의 난민들이 일자리 기회가 많은 독일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말까지 독일에 망명 신청을 한 난민은 19만6000명입니다. 이 가운데 시리아 난민은 4만2000명(21.5%)입니다. 코소보(3만 명) 알바니아(2만9000명) 세르비아(1만1000명) 마케도니아(5000명) 등 발칸 출신이 약 7만5000명으로 39%를 차지합니다. 그 다음이 이라크와 아프간 출신으로 각 1만 명쯤 됩니다(10.5%: 전쟁이 시작된 지 10년 이상이 지나 그런대로 안정이 된 결과입니다).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출신은 8000명 정도입니다. 발칸 출신 난민이 시리아 난민의 2배 가까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메르켈 총리의 무제한 수용 방침으로 앞으로 시리아 난민은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하지만 발칸 출신 난민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슈피겔>은 경제적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습니다. 일례로 코소보 국민의 4분의 1이 하루 1.2유로(1500원) 이하의 생활비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30세 이하 인구가 전체의 3분의 2인데, 이중 70%가 실업자입니다. 해외로 나간 가족들이 보내주는 송금(연간 6억 유로, 약 8000억 원)이 주요한 수입원으로 이는 코소보 1년 GDP의 절반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발칸 출신의 독일 망명 신청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2014년의 경우 세르비아인의 망명 신청 중 0.2%만이 허용됐습니다. 코소보인 1.1%, 알바니아인은 2.2%입니다.

발칸 국가의 경제가 피폐해진 근본 이유는 전쟁입니다. 1995년 보스니아내전과 1999년 코소보 전쟁을 통해 유고연방이 해체된 데다 경제가 완전히 파괴됐기 때문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측은 유고 사태에 대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군사개입이 세르비아에 의한 인종청소를 막기 위한 인도주의적 조치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진실과는 한참 거리가 먼 얘깁니다. 코소보 전쟁이 이를 잘 말해줍니다. 

현재 코소보 집권세력은 코소보 전쟁 당시 미국과 함께 싸웠던 코소보해방군(KLA) 출신들입니다. 이들은 1998년까지 미국 국무부가 테러단체로 지정했던 폭력조직으로 마약 밀매를 일삼았으며 알카에다와도 연계돼 있는 조직입니다. 당시 미국은 슬로보단 밀로세비치가 이끄는 유고연방을 해체하기 위해, 코소보의 독립을 도와준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주도했습니다. 미국은 1999년 3월 24일부터 6월 9일까지 무려 78일 간 세르비아와 코소보에 3만8000회의 공습을 가했습니다. 2만 톤의 폭탄을 퍼부어 어린이, 부녀자 포함 3000명을 학살했습니다.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말입니다. 5월 중순에는 세르비아 전력 공급의 85%가 끊길 정도였습니다. 말이 전쟁이지, 압도적 화력을 지닌 미국의 일방적 학살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밀로세비치는 몰락했고 코소보는 세르비아로부터 독립했습니다. 

미국은 인도적인 이유로 코소보 전쟁에 개입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개입 이유는 첫째, 미국과는 다른 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독자 노선을 걷는 유고연방을 해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는 네오콘의 숙원 사업이었습니다. 냉전이 끝난 직후 1991년 폴 워포위츠는 앞으로 미국이 손봐야 할 나라로 러시아, 중국과 함께 이란,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그리고 유고를 꼽았습니다. 둘째, 탈냉전 이후 미국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을 붙잡아두기 위해서였습니다. 코소보 전쟁은 나토가 유엔 승인 없이(Out of Charter), 회원국 외 지역에서(Out of Area) 벌인 최초의 군사행동이었습니다. 이 전쟁이 끝난 직후 클린턴 행정부는 소련과의 약속을 저버린 채 폴란드, 헝가리, 체코를 나토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 나토의 동진을 시작했습니다. 셋째, 중동과 카스피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자원을 서유럽으로 운반할 송유관 설치 지역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일부 진보적 언론이 이같은 지적을 했으나 대부분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4년 12월 28일 영국 BBC의 보도로 진실임이 확인됐습니다. 코소보 미군기지의 남쪽을 지나는 송유관을 건설하겠다는 것이었죠. 이른바 남발칸개발계획(South Balkan Development Initiative)이 그것입니다, 이 송유관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코소보를 미국 영향권 안에 묶어두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자신들이 테러단체로 지정했던 KLA와도 손을 잡은 것입니다.

<슈피겔>은 코소보 전쟁의 추악한 진실을 적시하지 않습니다. '발칸 난민의 행렬은 아직 발칸 전쟁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탓'이라고 에둘러 말할 뿐입니다. 다만 코소보가 나라다운 나라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지적합니다.

 

 

코소보는 유엔의 승인을 받지 못한 나라입니다. 유럽연합 국가 중에서도 코소보를 승인하지 않은 나라들이 있습니다. 코소보 국민은 비자 없이 유럽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월드컵 축구에도 출전하지 못합니다. 코소보의 권력은 코소보해방군(KLA) 출신들이 잡고 있습니다. 인구의 5%가 넘는 공무원 10만 명 가운데 대부분이 KLA와 연관이 있는 자들입니다.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습니다. 코소보에서 행세를 하려면 공무원이 되든가 마피아가 돼야 하는데, 이 둘은 대체로 같은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벌인 미국의 코소보 전쟁은 이런 괴물국가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리암 니슨이 주연한 영화 <테이큰>을 보면 알바니아 마피아들이 가장 악랄한 인신매매범인 것으로 나오는데, 코소보 마피아가 바로 이 부류입니다. 코소보 주민들은 알바니아계입니다.

 

(☞관련 기사: Mass Migration: What Is Driving the Balkan Exodus?)

카다피 제거 이후 유럽 난민 폭증

시리아 내전에 대해서는 긴 설명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말씀 드린 대로 2003년 부시의 후세인 제거가 모든 혼란의 단초였고, 미국은 지금도 아사드 정권 제거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월포위츠가 꼽은 일곱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시리아죠. 미국은 이른바 '온건 이슬람 무장세력'을 지원해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려 합니다. 시리아 국민들이 겪는 참상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유럽에 난민 유입이 폭증한 이유 중 하나는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몰락(2011년 11월 20일)입니다. 카다피가 제거되면서 리비아를 거친 난민 유입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서방 언론 대부분이 난민 증가의 근본적 원인인 전쟁을 거론하지 않는 데 반해 스위스 출신의 한 난민 전문가가 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20년간 유엔 난민기구에서 일했던 학자 겸 언론인 알렉산더 카셀라라는 분이 "미국의 대중동 정책이 초래한 피해를 유럽이 떠안고 있다"라는 기사를 통해 이 문제를 지적한 것입니다. 

리비아는 북아프리카 난민들의 유럽 밀입국 통로입니다. 리비아 해안에서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까지가 매우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카다피가 생존했을 때는 이탈리아와의 협정을 통해 유럽으로의 밀항을 억제했습니다. 2009년에는 밀항하다가 체포된 난민들을 리비아로 환송하는 협정을 맺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카다피가 제거되고 리비아가 무정부상태가 되면서 리비아 정부의 난민 억제를 기대할 수 없게 됐습니다. 2010년 이탈리아가 지중해에서 구조한 난민이 4만 명이었던 비해 카다피 제거 이후인 2013년에는 12만 명으로 3배가 됐습니다. 아마 지금은 훨씬 더 늘어났을 것입니다.

카다피 제거에 앞장선 것은 프랑스와 영국입니다. 2011년 3월 '아랍의 봄' 여파로 리비아에서도 민중봉기가 일어나자 두 나라가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카다피 제거에 나선 것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프랑스 경제권에 속해 있던 리비아가 카다피 주도 아래 독자적인 북아프리카 경제권을 형성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카다피 정부군의 제공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오바마는 한 술 더 떠 1백여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로 리비아 방공망을 초토화시켰습니다. 그리고 8개월 후 카다피는 살해됐고, 이후 리비아는 1700개의 무장단체가 난립하는 무정부상태가 됐습니다. 따지고 보면 미국만이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도 난민 증가에 일조한 셈입니다. 서유럽이 미국 탓을 할 처지가 아니라는 겁니다.


(☞관련 기사: Europe’s bearing the cost of Washington’s Middle Eastern policy)


전쟁이 지속되는 한 난민은 계속 늘어난다

시리아 난민이 늘어나자 독일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아이슬란드, 스페인 등 서유럽의 일반 시민들이 난민들을 돕겠다고 발 벗고 나섰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수백만, 아니 수천만에 이를지도 모를 난민들을 일반 시민들이 구제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입니다. 난민 발생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전쟁입니다. 세계 지배를 위해 미국이 벌이는 무모한 전쟁을 막아야 합니다. 그런데 서방 언론은 문제의 근원을 외면합니다. 그저 인도주의적 한탄을 할 뿐입니다. 

(☞관련 기사: 뮌헨역 도착한 난민 수백명 "고마워요, 독일!")
(☞관련 기사: 헝가리도 오스트리아도 통과 묵인 열차타고 독일로 밀려드는 난민들)

미국 국무부에서 일하다가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태에 분노해 1967년 국무부를 나온 이후 비판적 언론 활동을 하고 있는 윌리엄 블럼이란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이 쓴 책 중에 <미국의 가장 치명적인 수출품, 민주주의>라는 책이 있습니다.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벌이고 외국 정권을 무너뜨리지만 그 속내는 제국주의적 착취란 것이 책의 요지입니다. 이라크와 시리아, 리비아와 우크라이나 등에서 벌어진,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전쟁과 정권 전복 공작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니까 민주주의란 미국의 세계 지배를 위한 매우 치명적인 수출품이란 얘기죠.

북한과 대적하고 있는 우리는 그저 북한의 군사력이 가장 위협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김정은 정권은 가련한 존재입니다. 밀로세비치나 후세인, 카다피 등 독재자이긴 했지만 자주적 노선을 걷다가 미국에게 살해당한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죠. 북한이 핵무기에 집착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핵무기가 애당초 없었던 후세인, 핵무기 개발을 포기했던 카다피 모두 미국에 의해 몰락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난민 증가를 비롯해 오늘날 세계를 위협하는 위기의 상당 부분이 바로 미국의 일방적 군사주의가 초래한 것입니다. 이러한 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다면 우리 시대의 위기는 해소되지 못할 것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내부고발자 스노든이 한국 사회에 보내는 경고

 

[게릴라칼럼] EIDF에서 만난 문제작 <시티즌포>... 정보기관을 되돌리기가 얼마나 힘든가

15.09.03 21:14l최종 업데이트 15.09.03 21:45l

 

 

기사 관련 사진
▲  영화 <시티즌포>의 한 장면.
ⓒ EIDF

관련사진보기


"(특수 활동비가) 투명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 200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말

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기억 상실증이 하루 이틀 사이에 치료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그럼에도, 되짚을 건 되짚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당 대표 시절이던 불과 10년 전, 국정원의 특수 활동비는 지금과 정반대 상황에 놓였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야당인 한나라당이 공개와 감시 강화를 요구했다. 

이런 공방만 놓고 봐도, 쉽사리 예상 가능하지 않은가. 국정원이 그간 얼마나 정권에 충성(?)하고, 해외 공작이 아닌 국내 공작에 열을 올려 왔을지를.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비호와 공방이 난무할 순 없다. 

이대로는 놔둘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목도하고, 반환점을 도는 사이 우리는 본의 아니게 국정원이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너무나 잘 알게 돼버렸다. 댓글이나 달고, (국내 누리꾼을 겨냥해) 사이버 공작을 하고, 가짜 간첩을 생산하고, 국민을 상대로 해킹을 일삼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 국정원이 막대한 특수 활동비를 지급받아야 할 권리? '수틀리면 종북'과 같은 케케묵은 논리를 들이대는 그들이 해외 정보를 다루고 대북 첩보를 관리하는 등 본연의 임무만 충실했다면 어땠을까. 비밀리에 움직여야 마땅한 정보 조직(이라고 알고는 있는) 국정원을 두고, 10여 년 전과 정확히 여야만 바뀐 논란이 벌어질 일이 있었겠는가. 

에드워드 스노든, 카메라 앞에 서다 
 

기사 관련 사진
▲  영화 <시티즌포>의 에드워드 스노든.
ⓒ EIDF

관련사진보기


이른바, 스노든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스노든 시대'다. 독일 메르켈 총리를 감청한 NSA(미 국가 안보국)의 활약(?)상까지 폭로되며, 정보 윤리와 인권, 국가 이익 간의 상충이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된 지 벌써 2년 여가 흘렀다. 그 사이 미 정보 기관들의 개혁은 답보 상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리 국정원이 '쟤네도 저렇게 시민 감청 프로그램을 어마어마하게 돌렸잖느냐'라며 핑계를 댈까 무섭다.  

이 와중에, '전 세계 1등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전을 벌였던 상황과 내막을 상세히 조명한 다큐멘터리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지난 8월 30일 폐막한 제12회 EBS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EIDF 2015) 상영작인 <시티즌포>가 바로 그 작품이다. 

실제 스노든이 카메라 앞에 선 '주연'작인 이 다큐는 미국 정부가 범죄자로 몰았던 그가 어떻게 전 세계를 들썩인 내부 고발자가 됐는지를 긴장감 있게 다룬다. 거기서 우리가 확인하게 되는 것은 미국 정보국이 왜 그토록 기록적이고 무차별적인 시민 감청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기본적인 전후 맥락이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라크 전을 다룬 <나의 조국, 나의 조국>을 찍었다는 이유로 미 정부로부터 감시를 당하고 억류와 심문을 당했던 로라 포이트라스 감독. 관타나모와 테러와의 전쟁에 관한 <서약(The Oath)>으로 선댄스와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유수의 국제 영화제에 초청받았던 그에게 은밀한 익명 메일이 도착한다. 자신을 '정보 기관의 상급자'라고 소개한 '시티즌포'로부터.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가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기 한참 전, 스노든은 로라 포이트라스에게 먼저 익명의 이메일로 접촉을 시도했다. 이후 아주 조심스레 정보를 교환하는 동시에 영국 <가디언> 기자인 글렌 그린월드와 접선에 성공한다. 미 정보 기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자기 검열은 접촉을 더디게 만들었지만, 결국 세상을 뒤흔든 폭로는 스노든과 영화 감독, 그리고 기자, 세 사람이 만난 홍콩에서부터 시작된다.   

"오바마 정부의 약속 불이행,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기사 관련 사진
▲  영화 <시티즌포>의 한 장면.
ⓒ EIDF

관련사진보기


"결국 정책의 변화가 있어야지만 국가(의 불법 행위)를 제지하고 바꿀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단순한 반대는 의미가 없어요. 아주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죠. 어떤 뛰어난 개인이나 집단이 가능한 수단과 능력을 동원해도 힘들어요. 그리고 드론 공격의 강화를 예로 들 수 있듯, 오바마 행정부가 처음의 약속을 배신하고 계속 이탈해 가는 걸 보면서 놀랄 수밖에 없었죠."

홍콩의 한 호텔에서 만난 스노든은 행동에 나선 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NSA의 세계 최대의 통신 감청 시설 건설, NSA 국장의 청문회, NSA의 전설적인 암호 수학자의 윌리엄 비니의 강연, NSA의 통신사 AT&T 도청 관련 재판 등 미 정보 기관의 대 시민 감청과 관련한 정황들을 차곡차곡 설명하던 영화는 스노든의 일주일간의 인터뷰와 그 이후를 직접 카메라에 담으면서 전개에 급물살을 탄다.

이미 스노든의 책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가 2014년 출간된 마당이지만, 다큐멘터리 영화, 그것도 감독이 직접 폭로 전에 연루된 작품으로 만나는 스노든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생생하다. 영화는 글렌의 기사가 CNN을 비롯해 전 세계에 타전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긴박한 상황과 스노든의 상황과 심리, 그리고 폭로 이후의 변화상을 냉정하고 묵직하게 담아낸다. 

여기서 우리가 목도하게 되는 것은 냉철한 '이성'과 그럼에도 지켜야 할 '당위'다. 스노든의 미세한 심정적 떨림을 놓치지 않는 감독의 카메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냉정을 잃지 않는다. '스노든은 왜?'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가져가는 동시에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국제적인 스케일로 폭로 이후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오바마 정부의 모르쇠와 정보 기관의 좁혀오는 봉쇄망과 방해 공작은 이 다큐를 더욱 긴장감 넘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 같은 상황을 모두 예상하고 있던 스노든은 이렇게 말한다. 

"투옥된다거나 다른 안 좋은 결과가 나올지라도, 저나 다른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자유, 지적인 자유가 위협받고 축소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하지만, 자기 희생이 아니에요. 선한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기분 좋은 일입니다."

홍콩 인권 단체에 정치적 난민 신청을 하고도, 추방을 걱정하며 국제 미아 신세를 거론하는 스노든. 위키리스크의 줄리안 어샌지가 그를 돕겠다고 나서지만, 잘 알려졌듯 그는 여전히 도망자 신세다. 며칠 전엔 러시아 망명설이 떠돌았다. 그를 범죄자 취급하고, 궁지에 내몰면 내몰수록, 9·11 테러 이후 국가 안보를 무기로 불법적인 정보 활동을 강화해온 미 정부는 정보 기관의 대시민 감청을 자임하는 꼴이 된다. 이것이 과연 미국만의 문제일까. 스노든과 미국 내 그의 지지자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미국에 '9·11'이 있다면 한국엔 '종북'이 있다
 

기사 관련 사진
▲  지난 16일 오후 대법원 대법정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관련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가 진행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지난 2010년 국무총리실의 김종익씨 불법 사찰이 드러났을 때만 해도 충격적이지만, 그 연원은 그저 구습을 답습하는 이명박 정부의 독단일 것으로 여길 수도 있었다. 틀렸다. 이번 국정원 해킹 사태는 이명박 정부의 독단이 아닌 국정원의 주요 임무일지 모른다는 심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미국에게 9·11 테러가 있다면, 우리에겐 '종북'이 있다. 그러나 정보가 곧 권력인 시대, 국정원 불법 감청 사건은 스노든의 폭로가 고도로 정보화된 미국의 사례일 수만은 없다는 선전 포고와 다를 바 없었다. 문제시 되면, "대북 활동을 위해 필요하고 정당하다"는 변명이면 그만이다. 

이에 한 술 더 떠, 정권과 여당은 걸핏하면 '종북'을 핑계 삼는 그 국정원의 활동을 보장하는 특수 활동비를 인정하고 두둔하는 중이다. 애꿎은 실무자만 자살로 몰아간 불법 감청 논란에도 아랑곳없이 말이다. 이건 불법과 정치 개입을 반복해도 처벌받고 단죄받지 않아 생긴 국정원의 관성이 문제일까, 그도 아니면 거듭돼 온 국정원의 전횡에 지친 국민의 내성이 문제일까. <시티즌포>에 등장한 한 암호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이렇게 개탄한다.     

"이전에 자유와 자유권이라 부르던 것들을 이제는 사생활이라고들 한다. 동일한 관점에서, 이제 그 사생활은 사라졌다. 작금의 세대에서 진짜 우려되는 건, 이제 (이런 상황에 대해)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솔직히, <시티즌포>를 보며 다시 한 번 놀랐다. 스노든과 그의 협력자, 지지자들이 그렇게 부르르 떠는 자유와 자유권 침해에 대해 우리가 너무 둔감한 건 아니었는지. 이 문제를 야당이나 진보 진영의 정권 흠집 내기 정도로만 인식하는 국민이 있다면,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게 맞다. 권력이 개인을 감시하는 행위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인간성을 얼마나 훼손하고 말살할 수 있는지를. 경험한 뒤에야 깨닫는 건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는 걸. 예컨대, 박근혜 대통령의 '2014년 4월 16일의 7시간'이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이라면, 국정원의 해킹 행위야말로 심각한 자유권 훼손 행위라는 것을.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도, 총선 준비에 여념이 없는 여당도 이 <시티즌포>를 거울삼아 다시 숙고하기를 바란다. 정권은 바뀔 수 있다. 그리고 5년 뒤엔 또 선거가 있다. 국민에게 인정받고 결과를 뒤집으면 된다. 그게 민주주의다. 국정원을 선거에 이용하는 짓은 이제 좀 그만하자. 

심각히 훼손된 자유권과 이에 주력하는 정보 기관을 되돌리는 건 엄청난 사회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진리에 가깝다. 스노든의 경고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 상을 안기며 작품성을 인정 받은, 그리고 오는 10월 개봉을 준비 중인 영화 <시티즌포>가 주는 교훈이다.  


○ 편집ㅣ조혜지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조평통, <남측집권자의 무책임한 발언 ... 매우 심각한 사태>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5/09/04 08:59
  • 수정일
    2015/09/04 08:5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조평통, <남측집권자의 무책임한 발언 ... 매우 심각한 사태>
  •  

     

     

    조선중앙통신은 3일 조선중앙통신사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북남관계에 다시 복잡성을 조성하고있는 남조선당국을 규탄>을 실었다.

     

    통신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대변인은 해외행각중인 남조선집권자가 최근 비무장지대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두고 <북의 도발사태>니,그 누구의 <건설적 역할에 감사를 드린다.>느니 하는 온당치 못한 발언을 늘어놓은것과 관련>하여 그 대답하였다고 하면서 그 내용을 보도했다.

     

    조평통대변인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진상을 왜곡>하고 있으며 <우리를 심히 모욕하는 극히 무엄하고 초보적인 정치적 지각도 없는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평통대변인은 <아래급에서 이러저러한 온당치 못한 망발들이 튀여나오고있는것도 문제이지만 집권자까지 북남합의정신에 저촉되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무책임한 발언들을 서슴없이 내뱉고있는것은 당면한 북남관계일정마저 가늠할수 없게 하는 매우 심각한 사태>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사실 지금의 북남관계는 언제 어떻게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장>이며 <남조선집권자가 초보적인 정치적 안목이 있다면 이런 예민한 시기에 관계개선의 판을 깰수 있는 언동을 심사숙고해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질문이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북남관계에 다시 복잡성을 조성하고있는 남조선당국을 규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해외행각중인 남조선집권자가 최근 비무장지대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두고 《북의 도발사태》니,그 누구의 《건설적역할에 감사를 드린다.》느니 하는 온당치 못한 발언을 늘어놓은것과 관련하여 3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지금 온 겨레는 최근 북남사이에 조성되였던 일촉즉발의 무력충돌위기가 수습된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북남고위급긴급접촉에서 합의된 공동보도문이 성실히 리행되여 관계개선과 조선반도평화의 새로운 환경이 마련되기를 한결같이 바라고있다.
        이번 북남합의에 따라 며칠후인 7일에는 흩어진 가족,친척상봉을 진행하기 위한 적십자실무접촉이 예정되여있으며 관계개선을 위한 향후일정들도 준비되고있다.
        그런데 최근 남조선당국자들이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망발을 거듭하면서 다시 북남관계에 복잡성을 조성하고있다.
        특히 지난 2일에는 해외행각에 나선 남조선집권자가 《북의 비무장지대도발사태》니,《언제라도 긴장을 고조시킬수 있다.》느니 하면서 최근 조성된 사태의 진상을 외곡했을뿐아니라 그 누구의 《건설적역할》까지 운운하며 우리를 심히 모욕하는 극히 무엄하고 초보적인 정치적지각도 없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내외가 일치하게 평하고있는것처럼 우리는 이번에 우리 민족의 근본리익과 온 겨레의 념원을 반영하여 철저한 자주적립장에서 주동적으로 북남고위급긴급접촉을 제기하고 성의있는 노력을 기울여 조선반도평화와 북남관계개선을 위한 극적전환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남조선집권자가 이러한 엄연한 사실을 날조하면서 해외에 나가서까지 추파를 던지며 속삐뚤어진 소리를 늘어놓은것을 보면 말로는 화해와 협력을 운운하지만 진짜속심은 그 누구에게 기대여 동족대결만을 추구하고있다는것을 여실히 보여주고있다.
        아래급에서 이러저러한 온당치 못한 망발들이 튀여나오고있는것도 문제이지만 집권자까지 북남합의정신에 저촉되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무책임한 발언들을 서슴없이 내뱉고있는것은 당면한 북남관계일정마저 가늠할수 없게 하는 매우 심각한 사태이다.
        사실 지금의 북남관계는 언제 어떻게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장과 같다고 할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남조선당국에 어렵게 화해와 완화의 길로 돌려세운 북남관계를 잘 유지하고 관리해나가야 한다고 충고도 주고 북남관계개선을 달가와하지 않는 세력들에 대해 각성을 가지고 특별한 주목을 돌릴것을 강조도 하였다.
        남조선집권자가 초보적인 정치적안목이 있다면 이런 예민한 시기에 관계개선의 판을 깰수 있는 언동을 심사숙고해야 할것이다.
        더우기 북남관계개선을 추동하고 조선반도평화를 지키는 힘은 그 어떤 외부세력에 있는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자신에게 있다는것을 똑똑히 명심하여야 한다.
        만일 남조선당국자들이 지금처럼 민족내부문제를 밖에 들고다니며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언행을 일삼는다면 북남관계는 또다시 대결의 악순환을 되풀이할수밖에 없을것이다.
        어렵게 마련된 북남합의가 실속있게 리행되여 관계개선의 길이 열리는가,아니면 또다시 정세가 악화되여 극단으로 치닫는가 하는것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다.

     

    조선중앙통신 2015.9.3

     

     

     

     

     

    이수진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싫다던 국립공원 지정, 이제는 너도나도 요청

 
김정수 2015. 09. 02
조회수 1167 추천수 0
 

22번째 국립공원은 태백산 유력, 신안·무안은 첫 갯벌국립공원 후보

공원구역 해제 민원은 옛 일, 국비 지원·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커

park1.jpg» 태백산 정상의 주목 군락. 설악산-오대산-소백산을 잇는 백두대간의 핵심이지만 군사훈련기지와 주민의 반대로 국립공원에서 빠졌던 태백산이 마침내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우리나라엔 모두 21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1967년 지정된 지리산국립공원이 맏형이고, 무등산국립공원이 막내다. 스무번째 국립공원이 지정되고부터 2013년 무등산이 스물한번째 국립공원으로 이름을 올리기까지 25년이 걸렸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모양이다. 강원도 태백산, 전남 신안·무안갯벌, 대구·경북의 팔공산 등 국립공원 지정을 희망하는 지역이 줄지어 있기 때문이다. 
 

보호지역 면적을 늘려야 하는 환경부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CBD) 총회 결의에 따라 현재 국토의 10.3%인 육상 보호지역 면적 비율을 2020년까지 17%로 늘려야 한다.

 

거론되는 국립공원 후보지 대부분은 이미 도립공원 등으로 지정된 곳이지만,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는 과정에서 보호지역 지정 면적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무등산의 보호지역 면적도 도립공원 때는 30.2㎢였으나 국립공원이 되며 75.4㎢로 늘어났다.
 

지방자치단체나 주민들이 자기 지역을 자연공원 가운데서도 특히 관리가 엄격한 국립공원으로 지정해달라고 나서는 현상은 과거엔 없던 일이다. 오히려 공원 구역에서 풀어달라는 요구가 단골 민원이었다.

 

이런 변화에 대해 국립공원관리공단 미래전략실 남태한 차장은 “2010년부터 국립공원 안의 개발지역·주민밀집지역·숙박상업지역 등을 공원 구역에서 제외해 규제를 줄이고, 공원 주변 주민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식으로 국립공원 운영이 바뀐 것이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국비를 투자해 국가를 대표하는 공원의 하나로 전담 관리해주고 명품마을 지정 등을 통해 주민 소득 증대로 연결짓는 방안까지 챙겨주자, 국립공원 지정이 오히려 지역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유지 비율이 75%나 돼 과거 같으면 어려웠을 무등산국립공원의 탄생이 이런 변화의 증거로 꼽힌다.

 

00967823_R_0.JPG» 태백산 정상 천제단의 서쪽 사면에서 바라본 영월군 상동읍 천평리 필승사격장의 모습.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스물두번째 국립공원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는 것은 태백산이다. 태백산의 국립공원화 작업은 4월 태백시의 건의를 받은 강원도가 환경부에 국립공원 지정을 공식 요청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태백산은 설악산~오대산~소백산국립공원을 연결하는 백두대간보호지역의 핵심 지역으로 생태적 가치가 높고 예로부터 하늘에 천제를 올린 신령한 산으로 인식돼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공원계획을 수립하려고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강원도 태백·영월·정선·삼척과 경북 봉화에 일부 걸쳐 있는 태백산국립공원 후보 지역은 산양·기생꽃 등 멸종위기종 26종을 비롯한 2837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해 생물다양성 면에서는 전국 17개 육상형 국립공원 가운데 11위인 북한산과 비슷하다. 자연경관 자원은 9위인 소백산국립공원, 문화경관 자원은 12위인 덕유산국립공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00967874_R_0.JPG» 태백산에 분포하는 북방계 희귀식물 기생꽃.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환경부는 애초 면적 17.4㎢의 태백산도립공원과 인근 함백산과 대덕산·금대봉 생태경관보전지역 등을 포함한 126㎢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계획 면적 가운데 91%가 국공유지인데다, 대부분 이미 백두대간보호지역·상수원보호구역·문화재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돼 있는 곳이어서 산림청 등 관계 기관과 협의만 잘되면 이르면 올해 안에도 국립공원 지정이 가능하리라는 것이 환경부의 계산이었다.

 

하지만 영월·정선군 일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고, 공원 지정을 건의했던 태백시에서도 일부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는 탓에 지정되더라도 면적이 무등산국립공원 규모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태철 환경부 공원생태과장은 “9월 중으로 공청회를 하고 관계 기관과 협의를 하려고 하는데 처음에 찬성한 쪽에서 반대 의견을 내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스물두번째 국립공원이 지정된다면 태백산이 가장 유력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park2.jpg» 국립공원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신안 갯벌의 일부인 전남 신안군 압해읍 가룡리 갯벌의 모습. 사진=조홍섭 기자

 

전남 무산·신안 갯벌의 국립공원 지정에 대해서는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이다. 2008년 무안·신안 갯벌 144㎢를 도립공원으로 지정한 전남도는 도립공원 지역을 포함한 갯벌 181㎢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고 5월부터 1년 기한으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무안·신안 갯벌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국내 최초의 갯벌국립공원이 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을 만하다. 현재 국립공원은 바다와 섬을 포함한 해상공원인 다도해와 한려해상국립공원, 해안형인 태안해안국립공원, 사적공원인 경주국립공원 등 4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산악형 공원이다.

 

park3.jpg» 대구시 팔공산도립공원 갓바위 주변의 모습. 사진=대구시
 

경상북도와 대구시에 걸쳐 있는 팔공산도립공원의 국립공원 승격 논의도 2013년 광주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것을 계기로 힘을 얻고 있다. 팔공산은 자연자원 외에 특히 갓바위와 같은 문화자원이 풍부하고 대구시에 인접해 이용 수요가 많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밖에 부산 금정산, 전남 광양시의 백운산 등에서도 지역 민간단체들을 중심으로 국립공원 지정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진정 정권교체를 갈망한다면

 
모두를 링 위에 올려 피터지게 싸우도록 하라
 
김갑수 | 2015-09-02 14:00:0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진정 정권교체를 갈망한다면,
모두를 링 위에 올려 피터지게 싸우도록 하라


최근 새정련 박영선 의원이 손학규 전 대표의 복귀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야권 신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간 발언을 했다. 천 의원은, “손학규 전 대표는 참으로 큰 정치인”이며 “지리멸렬한 야권에서 꼭 좀 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월 2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한 천 의원은, “손 전 대표는 새정치연합뿐 아니라 한국 정치 전체에 귀한 지도자”이고 “다시 정치에 나오신다면 한국 정치를 전면 재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일련의 발언들은 손학규 전 대표를 또 하나의 유력한 야권 대선후보로 옹립하려는 기류로 읽힌다. 나는 일단 이런 기류를 고무적으로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지금의 분위기와 야권의 후보 인력으로 차기 정권교체를 이루기는 비관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질주의와 반공주의 그리고 왜곡언론에다 지역의식까지 첨예하여 이미 불공정하게 기울어져 있는 정치지형에서 민주개혁세력이 정권을 잡으려면 네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1)야권 총 단합 2)뛰어난 지도자 3)호남 몰표 4)제3지대와의 연대이다.

지난 2012 대선을 반추해 보자면, 위 네 가지 중에서 1)야권 총 단합과 3)호남몰표의 두 가지 요건밖에는 충족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문재인 후보가 선전한 것은 박근혜가 사상 최약체 후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냉정히 말해서 문재인의 득표 자체가 대단한 선전이었다고 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지금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를 셋만 들자면,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의원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중에서 누가 후보가 되어도 위에 제시한 네 가지는커녕 한 가지도 제대로 갖출 수 있는 후보라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이 세 사람은 모두 영남 출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군을 더 늘려서 치열하게 경쟁을 시키는 수밖에 없다.

지금은 고만고만해 보이는 인물일지라도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성장하는 법이며, 이 과정에서 숨겨진 강점이 드러나게 되면 비로소 국민에게도 큰 지도자감으로 부상되는 것이 정치의 속성이다. 우리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서로 고소고발까지 하면서 피터지게 싸웠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진정으로 정권교체를 원한다면 지금의 근시안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전방위적으로 전략적인 신사고를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정련의 세 사람 말고도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라면 모두 링 위에 올려야 한다.

 

 

손학규가 되었건 정동영 천정배가 되었건 일단 사심을 버리고 그들을 받다들여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모두를 공정하게 링 위에 올려서 피 터지게 싸운 연후 패자가 깨끗한 승복을 했을 때 승자는 국민적 지도자로 부상되는 것이고 동시에 야권 총 단합을 이룰 수가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사실 이렇게 해도 정권교체를 이룬다는 보장이 없을 정도로 한국의 정치지형은 불공정하다. 그러므로 여기에다 제3세력과의 연대까지 보태져야 한다. 비유적으로 말해서 김종필 박태준 부류 제3자와의 연대도 마다하지 않아야 성공할 수가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 수구보수세력은 야권보다 더 심한 인물난에 봉착해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김무성은 사상 최약체 후보였던 박근혜보다도 더 심각한 약체 후보다. 이런 점에서 차기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문재인 지지지 중 극렬한 일부는 문재인 외에 그 누구도 부각되는 것을 허용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경쟁 후보가 링 위에 오르는 것에조차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인다. 이렇게 하는 것은 문재인 당사자를 위해서도 이롭지 않을 뿐더러 차기 정권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근시안적이고도 반시대적인 작태에 불과하다.

특히 일부 지식인, 언론인이 문재인만을 감싸고돌며 경쟁자를 배척하는 데에는 무언가 개인의 정치적 야심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가 되었다. 좀 더 원대한 곳에 착목하라. 일단 정권교체를 이루고 보자는 말이다. 그러니 손학규가 링 위에 오르는 것을 혐오하지 말라. 적극적인 지지는 단일후보 확정 이후에 해도 충분하다.


[진실의길. 기고 글&기사제보 dolce42@naver.com]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4&table=c_booking&uid=240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세월호 그만" 뒤틀린 당신에게

 

단원고 고 박수현군 아버지가 한 말씀 드립니다

15.09.02 19:57l최종 업데이트 15.09.02 19:57l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많은 국민을 슬픔으로 몰아넣었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500일(8월 28일)이나 지났습니다. 이 정도면 그날의 상처가 치유될 법도 한데, 피해자의 상처는 아물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부 사람들의 악담과 진상규명 활동에 대한 의도적인 방해 등으로 인해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과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저는 이 참사의 직접적인 피해자로서, 그들의 언어폭력 등에 대하여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먼저 간 아들의 죽음을 욕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들의 잘못된 견해를 바로 잡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이 나라에 더 이상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도해 봅니다. 
 
기사 관련 사진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7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찾아 피해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우선 세월호 참사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헌법 조문 등을 거론하며 대통령과 국가의 책임을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그렇다면, 지난해 5월 16일 유가족 면담은 왜 하였으며, 같은 달 5월 19일 담화문에서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라고 왜 고백한 건지 궁금합니다. 대통령은 이 참사와 관련, 유가족과 국민을 상대로 몇 가지 약속을 했으나, 현재까지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하여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으로 책임질 사람은 엄벌토록 할 것이며, 이 자리에서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물러나야 한다." - 2014년 4월 17일 진도체육관 방문 당시 

"특별법은 만들어야 하고, 특검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진상 규명에 유족 여러분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 (중략) 언제든 다시 만나겠다." - 2014년 5월 16일 유가족 청와대 초청 당시

"그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중략)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는 국가가 먼저 피해자들에게 신속하게 보상을 하고, 사고 책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특별법안을 정부입법으로 즉각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 2014년 5월 19일 대국민 담화

그러나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좋지 않은 눈길로 바라보는 당신들이, 대통령을 감싸고 보고하고 싶더라도 최소한 대통령이 약속을 이행했는지 여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우리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은 당신들과 굳게 맹세한 약속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미 대통령의 고백이 이어진 부분에 대해 "교통사고"라 고집하는 일부 몰지각한 국민과 여당 정치인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왜 저항과 오해를 감수하며 버티나

좋습니다. 백번 양보하여 교통사고가 확실하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교통사고에 준해 조사한 뒤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면 끝날 일인데, 정부는 왜 많은 오해와 국민들의 저항까지 감수하면서 버티는 겁니까. 왜 대통령과 여당 다수 국회의원들은 특조위 설립과 조사행위를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있습니까. 

교통사고든 재난이든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국가는 빨리 상황을 수습하고, 주어진 법과 제도 내에서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합니다. 이것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그리고 납세자의 너무나 당연한 권리에 해당합니다. 

당신들의 일상은 안전합니까? 악담으로 피해 당사자들을 욕보이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들에게는 절대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나도 그런 부류 중의 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안전불감증은 생활화 되어 있었고, 대문 밖을 나서면 곳곳에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세월호 유가족이 되고 난 후에야 알았습니다. 이 사건을 경험하고 나서야 국가조직이 위부터 아래까지 썩어 문드러져 있었고 시스템은 정지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식 있는 많은 국민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러한 구조 문제를 개선하고, 개혁하는 방법을 찾자고 외쳤던 것이고,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여 다시는 이 나라 이 땅에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고 외쳤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외침에 피로를 느끼고, 지치고, 환멸을 느낀다면서 "이제 그만 좀 하자"고 야유를 퍼붓는다면 그들은 이 나라 이 땅에서 안전하게 살 권리가 없습니다. 문제점을 찾아내어 원인을 제거하고,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똑같은 경험을 되풀이하자는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이 땅은 저승사자가 상주하고 있는 정글과도 같은 곳입니다.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1995년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 1999년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고, 2013년 해병대 캠프 사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2014년 10월 17일 판교 공연장 환풍구 붕괴사고... 모두 우리의 일상과 매우 밀접한 곳과 관련돼 있으며, 대다수가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자리에 있었거나 그곳을 지났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 사고가 발생할 때 당신들이 그 자리에 없어서 화를 면했던 것일 뿐입니다. 
 
기사 관련 사진
▲ 세월호참사 500일 추모국민대회 2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세월호참사 500일 추모 국민대회'가 유가족과 시민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참가자들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미수습자 9명을 가족품으로" "세월호특조위 탄압중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광장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을 지나 2년을 향해 가고 있는 이 마당에, 세월호에 대한 관심을 끄고, 당신들이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을 굳이 욕할 국민들은 전혀 없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당신들의 그 뒤틀린 잘못된 관심 때문에 오히려 많이 피로해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당신들의 잘못된 생각을 국민이란 이름으로 위장하지 마십시오.

한편으로 전 당신들을 이해합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몇 억 원이라는 돈을 한꺼번에 받는다고 하니, 마치 로또 맞은 사람들처럼 보이겠지요. 그러나 자기 자신보다도 더 소중하고 사랑하는, 자식과 가족들의 죽음입니다. 아이가 품고 있었던 원대한 꿈의 나래를 단 한 번도 펼쳐보지 못했고, 열매를 맺기는커녕 아직 꽃봉오리도 터트리지 못한 열일곱 청춘들의 한 많은 죽음입니다. 결코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원통하고 억울한 죽음입니다. 

이 사건의 본질을 금전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사람들은 이미 삼류입니다. 이 사건은 아주 많은 피해자가 존재하니 단정적으로 말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많은 유족들은 여전히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안전한 나라 건설"을 간절히 원하고 있으며, 그것이 성취된 후에야 배상 문제를 논하고 싶어 합니다. 엄격히 말해서 현 시점에서 배·보상을 논하는 것은 정부의 의지이며, 이는 유가족을 분열시킬 불순한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게 다수 유가족들의 입장입니다. 

거짓 위로, 이제는 사양합니다

작년 희생자의 형제자매들 중 특례로 대학에 입학한 사람들은 단 1명도 없습니다. 아니 특례입학제도 자체가 없었습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지난 11년 동안 대학 입학을 목표로 달려 왔고, 가장 중요한 시기에 국가의 잘못된 개입으로 삶의 방향이 바뀌었는데, 국가가 그것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검토했다면, 그것은 특혜가 아니라 당연한 배려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학입학제도에는 비난받아도 마땅할 특례제도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예인 특례입학, 외교관 자녀 특례 입학 등. 차라리 비난을 하고 싶으면 지금까지 사회적 강자에게 당연하게 그리고 부당하게 주어졌던 그러한 특례제도에 대하여 강력하게 항의를 하십시오. 

지금도 그렇지만 지난해 특별법 제정과 관련하여 풍찬노숙을 할 때 고맙게도 매우 많은 국민들이 우리를 지지하고 응원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매우 많았습니다. "법을 공부하는 학생인데 세월호 참사는 안타깝지만 법치국가에서 기소권과 수사권을 달라는 유족들의 요구는 잘못되었다. 유족들이 법에 있어서 비전문적이라 부당한 요구를 감정에 휩쓸려 하는 것", "세월호 유가족의 마음은 알겠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위로, 이제는 사양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하는 이들에게 거짓된 위로의 말을 듣고, 위안을 받을 생각도 그리고 도움을 청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당신들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하여 우리는 지치지 아니하고 계속해서 싸울 것입니다.  

2004년 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절 고 김선일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가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하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며, 국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됐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매우 멋진 말입니다. 적어도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세월호 침몰사고가 없었다면 말입니다.
 
기사 관련 사진
▲ 세월호참사 500일 추모합창문화제 2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00일 추모합창문화제' 마지막 순서로 참석자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나는 박 대통령의 이 발언이 아직도 유효한 것이며, 이 발언을 기억하고 있는지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적어도 김선일씨 피살사건은 한 사람의 생명권과 국가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도저히 회피할 수 없는 선택의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국가의 이익이 있었습니까. 아니면 외교적인 문제가 있었나요. 그냥 정상적인 구조시스템을 가동하여 구조만 하면 되는 문제였고,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하면 끝나는 문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0여일이 지나도록 왜 계속 버티고 있는 것일까요. 

제 블로그를 방문한 분이 어느 날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법은 있는 자들의 편에서 항상 유리하게 작용하고, 대단한 권력 앞에선 속수무책하며, 한없이 나약한 힘입니다. 하지만 한 방울의 빗방울이 땅을 패게 하고, 작은 개미 한 마리에 의해 거대한 기둥이 무너지는 법이니, 힘겨워도 지치지 아니하고 계속 싸우다보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입니다. 그들의 권력이 다하는 날, 맺혔던 한은 반드시 풀어질 것임을 굳게 믿습니다. 진실은 학생들이 죽음을 앞두고 남긴 사진과 동영상 속에 모두 있으며, 못된 자들이 혼란은 줄 수 있으나 은폐나 조작으로 진실을 결코 가릴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과 권력의 중심에 있는 자들이 국민들을 버렸습니다. 국민의 이름으로 그들을 반드시 심판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위기 때마다 나라를 살린 건 모두 국민이었습니다. 세월호를 시작으로 대한민국은 가라앉고 있습니다. 이를 다시 끌어올리려면 국민들의 굳은 의지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야 하며, 눈을 크게 뜨고 정부를 감시해야합니다. 학생들의 억울한 죽음을, 숨넘어가는 고통을, 바닷속 깊은 곳에서 느꼈을 고통을 결코 잊지 말고 진실을 꼭 밝혀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한 세월호의 진상은 꼭 밝혀져야 합니다. 이것은 유가족의 몫이 아니라 이 나라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몫입니다. 오늘 통치자의 압력이 두려워 이것을 포기한다면, 내일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약자를 짓밟고 얻는 쾌감보다 거대권력에 맞서 싸워서 정의를 수호한 성취감이 훨씬 더 크고 값지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박수현군의 아버지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비통함을 비장한 다짐으로 승화시킨 김승교열사 추모식

[사진] 비통함을 비장한 다짐으로 승화시킨 김승교열사 추모식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9/03 [03:2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민권연대 청년의 김승교 열사에 대한 눈물의 추모사     ©자주시보
▲ 김승교열사 추모식, 300석이 꽉 차서 에워쌌는데도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 자주시보


인권변호사로 수없이 많은 민중들과 통일운동가들을 헌신적으로 변론을 해 오면서도 몸소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상임공동대표, 통합진보당 최고위원으로 통일운동, 진보운동을 정열적으로 개척해온 김승교 변호사가 너무도 일찍이 세상을 떠났다.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산천초목도 비통함으로 몸부림치던 9월 1일 강남세브란스 병원 3층 대강당에서는 500여명의 추모객이 운집하여 김승교열사 추모식을 엄숙히 거행하였다.

 

추모곡을 부르러 나온 가수도, 추모시를 낭송하던 시인도. 추모사를 하러 나온 후배들도 동료 변호사, 대학교 친구들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이 없었으며 추모객들 속에서도 대성통곡 소리가 터져나왔다.

 

마흔여덟 너무 이른 나이가 서러워서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어린 아들과 여고생 딸과 부모 형제와 아내에게는 늘 시간을 내지 못하면서도 동지들을 위해서는, 가진 것 다 털어주고도 더 주지 못해 늘 안타까워하던 그 따뜻한 미소 때문이었다.

맡겨진 임무를 위해서 자신의 몸이 과로로 망가져가는 것도 모르고 바보같이 시간이 없어 못하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김승교 열사가 눈을 감고서야 깨달은 동지들의 한의 눈물이었다.

 

그 눈물은 그래서 또한 다짐의 눈물이기도 했다.

 

김승교 열사가 그렇게 강조했던 무명전사정신!

누가 알아주건 말건 이름 내세우지 않고 가장 어려운 일을 맡아 몸을 던지자는 무명전사정신!

그 스스로 무명전사정신으로 무장하고 민중 속으로 들어가 민중을 조직화해내기 위해 아글타글 노력했던 그 실천정신!

그런 정신을 체현한 소중한 청년들을 한없이 귀중히 아끼고 사랑했던 그 후대사랑정신을 기어이 이어받아 민중이 주인이 된 세상, 강성부흥할 자주통일조국을 기어이 건설하겠다는 뜨거운 눈물로 결의를 다지고 또 다진 추모식이었다.

 

다음은 추모식 사진들이다.

 

▲ 후배의 다짐     © 자주시보
▲ 김승교열사가 동지들에게 남긴 편지     © 자주시보
 
 
활동비도 거의 받지 못하고 일하는 청년 후배들을 늘 안타까워했던 김승교 변호사. 유언 삼아 남긴 편지에도 "단 하루라도 후배들이 사고픈 것, 하고픈 것 마음 껏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는데.."라며 후배들 걱정의 마음이 절절히 녹아있었다. 통일의 그날 바람으로라도 빗물로라도 내려와 함께 기뻐하겠다는 마음도 편지에 남겼다.

 

▲ 김승교열사 추모곡을 열창하는 박성환 가수     © 자주시보
▲ 같은 학교 동기로 함께 민주화와 자주통일을 위해 싸웠던 손병휘 가수의 김승교열사 추모곡     © 자주시보
▲ 김승교 열사와 오랜 인연을 맺어오며 격려도 많이 받았던 노래패 우리나라의 추모곡     © 자주시보

 

▲ 함께 민변활동을 하고 있는 하주희 변호사의 추모사     © 자주시보
▲ 고려대 86친구들의 추모사     © 자주시보
▲ 유선희 전 통합진보당 최고위원의 눈물의 추도사     © 자주시보
▲ 김승교변호사와 함께 오랜 동안 인권변호사 활동을 해온 심재환 변호사가 추모사를 하다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 자주시보
▲ 황선 시인의 추모시     © 자주시보
▲ 강상구 사회자도 사회를 보며 울먹이기를 반복했다.     © 자주시보

 

▲ 비통함에 젖은 추모식장     © 자주시보
 
 
▲ 김승교 변호사의 초등학생 하들도 추모영상을 보다가 아빠의 음성을 듣고 엄마 품에 안겨 엉엉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 자주시보

 

▲ 아빠의 추모식 시작 전에 아빠의 추모집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김진강 아들     © 자주시보

 

▲ 김승교열사 가족들의 인사     © 자주시보
▲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김승교열사 아내 황정화 변호사     © 자주시보
▲ 아빠의 담배를 뺏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는 초등학생 아들 김진강군     © 자주시보
▲ 늘 바쁜 아빠에게 섭섭한 것이 많았는데 오늘 추모식을 보면서 아빠가 왜 그랬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며 공부 열심히 해서 아빠의 뜻을 이어가는 딸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큰 딸 김진아 양 , 김진아 양의 꿈도 인권변호사라고 한다.    © 자주시보

 

▲ 김성건 화백이 그린 김승교열사의 추모화     © 자주시보
 
 
트위터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측의 조언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5/09/03 06:49
  • 수정일
    2015/09/03 06:4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통일죽비> 북측의 조언
데스크  |  tongil@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15.09.03  01:38:33
페이스북 트위터

설전(舌戰)은 단순히 ‘세치 혀’만의 싸움이거나 ‘말 대 말’의 싸움으로 치부될 수 없다. 특히 한반도에서 남과 북의 설전은 곧바로 군사적 충돌이라는 실전(實戰)을 야기할 수 있기에 가볍게 넘길 수가 없다. 오죽하면 남과 북이 만나면 합의문에 ‘상호 비방 중상 금지’가 꼭 들어가야 했겠는가? 서로 폄하하는 게 일상사인 남북 사이에, 모처럼 북측이 남측에게 비난 아닌 ‘조언’을 하겠다며 나서 신선함을 더해 주고 있다. 다름 아닌 북측 국방위원회가 2일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원칙적이고 동포애적인 조언’을 한 것이다.

◆ 북측은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된 공동보도문을 통해 어렵게 마련된 남북관계의 개선 분위기를 남측이 어지럽히고 있다며 두 가지 차원에서 조언을 했다. 하나는 남측이 이번에 조성된 한반도 안보위기의 주범이 마치 북측인 듯한 여론을 계속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북측은 그 예로 박근혜 대통령이 “북의 지뢰도발과 포탄발사로 이번 위기가 산생되었다”고 공언했으며, 고위급 접촉에 나왔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은 “북이 주체로 되는 사과를 받아냈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이번 기회가 북으로부터 확실한 사과를 받아낸 첫 번째 사례”라고 궤변을 늘어놓았다는 것이다.

◆ 이에 북측은 ‘괴이하다’는 표현을 쓰며 남측이 공동보도문에 나온 북측의 ‘유감’ 표현을 ‘시인’이고 ‘사과’인 것처럼 여론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동보도문에서 쟁점이 됐던 ‘유감’과 ‘사과’에 대해 친절한 해석까지 붙였다. 즉 “사과란 저지른 잘못에 대해 피해자에게 용서를 빈다는 뜻”이라면서, 그 예로 미국이 북한 영해침범을 사과한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을 상기시켰다. 반면, ‘유감’에 대해서는 ‘문병을 한 셈’이자 ‘그렇게 당해서 안됐습니다’ 하는 식의 표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북측은 지뢰폭발 사건과는 관계가 없으며 다만 남측 군이 목함지뢰 사고를 당한 것에는 ‘동포애적’ 유감을 표했다는 것이다.

◆ 북측은 이번 남북 고위급 합의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 들어 최고치인 거의 50%에 육박한 것을 의식해서일까. 또 하나의 대남 조언으로 남측이 공동보도문 채택을 두고 ‘원칙론의 승리’라고 자축하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즉, “지금 남조선 정계는 이번 위기의 신관(信管)을 해체하는데서 저들은 ‘득점’을 하고 북은 ‘실점’을 당한 한판 승부수였다고 크게 떠들어대고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에 북측은 “북과 남이 한자리에서 합의한 공동보도문을 놓고 어느 일방의 승리로 묘사하는 것보다 더 천박하고 비루한 일은 없을 것”이라며 조언을 넘는 점잖은 충고까지 곁들었다.

◆ 두 가지 대남 조언을 한 북측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화를 복으로 전환시킨 이번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꾸어나가자’는 덕담도 상기시켰다. 이쯤 되면 북측이 이번 공동보도문을 금과옥조처럼 여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겠다. 물론 북측도 “공동보도문 채택의 성과가 핵무력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강위력한 방위력과 군대와 인민의 일심단결의 위력에 의하여 이룩되었다고 평가한다”고 했지만, 다소 의례적이다. 어쨌든 북측은 이번 담화를 통해 상투적인 대남 비난이 아닌 충고와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 의미 있는 조언을 했다. 북측의 인내심이 느껴진다. 남측 당국이 북측의 조언을 상투적으로 넘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문재인 “김무성 연설 참 걱정스럽다…아주 극우적”

등록 :2015-09-02 12:34수정 :2015-09-02 13:04

 

“유승민 연설과 너무 대조”…김 대표 국회 연설 신랄하게 비판
“노동 현실 너무 몰라…노조에 적대적 태도 아주 우려스러워”
“국정교과서 주장은 일본 극우파 주장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일 오후 국회의사당 계단에서 여의도 국회 개관 40돌을 맞이해 국회의원 전원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기에 앞서 각각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일 오후 국회의사당 계단에서 여의도 국회 개관 40돌을 맞이해 국회의원 전원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기에 앞서 각각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김무성 대표의 2일 국회 연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문 대표는 이날 본회가 끝난 뒤 김 대표의 연설을 평해달라는 기자들 요청에 “참 걱정스럽다. 여러 대목에서 아주 극우적이고 수구적인 인식을 보여줬다”며 작심한듯 날을 세웠다. 지난 4월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견주며 “지난번 유 원내대표 연설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정반대의 연설이었다”고도 했다. (▶ 관련 기사 : 김무성 “노조가 쇠파이프 안 휘둘렀으면 소득 3만불 됐을 것”)

 

다음은 문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김 대표 연설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여러 대목에서 아주 극우적이고 수구적인 그런 인식을 보여줬다. 참 걱정스럽다. 지난번 유승민 대표의 연설과는 너무도 대조되는, 정반대의 연설이었다. 특히 노동조합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아주 우려스럽다.”

 

- 노동시장 개편에 대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다.

 

“노동조합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아주 우려스럽다. 10%에 지나지 않는 노동조합의 기득권 때문에 나머지 90% 노동자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인식은…. 우리 노동 현실을 너무나 모르고, 또 정부의 노동정책 실패를 노조에 전가하는 위험한 주장이다. 우리 노동자들 삶이 어려운 이유는 노조 조직률이 너무나 낮기 때문이다. 노조 조직률이 10%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부끄러워 해야 한다.”

 

- 역사교육에 대한 발언도 있었다.

 

“정말 일본 극우파 주장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역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꾸로 가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발상이다.”

 

- 노동개혁과 재벌개혁을 병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다.

 

“(큰 틀에선) 옳은 주장이나, 전체 내용에 비춰볼 때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이 너무 빈약하고 구체성이 없다. 그냥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문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과 관련해서는 김 대표의 여야 대표 회담 제안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김 대표가 주장하는 오픈프라이머리뿐 아니라 야당이 요구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 오픈프라이머리만 논의하자는 제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얘긴가?

 

“자기 할 말만 하자는 회담은 있을 수 없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중요한 제도이며, 나도 찬성한다.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배분 문제도 정개특위에서 합의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함께 (논의해) 타결해야 한다. 김 대표가 회담의 의제를 넓힌다면 언제든지 응하겠다.”

 

문 대표가 이날 김 대표의 연설을 작심 비판한 것에 대해 문 대표의 성격과 발언 스타일을 고려할 때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상대당 대표의 연설을 비판을 하더라도 대변인 논평의 형식을 빌리는 정가의 관례에 견주더라도 이례적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호남 민심 이탈과 당 안팎의 ‘흔들기’로 고전하고 있는 문 대표가 ‘선명성’과 ‘단호한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위기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시비를 가리는 사람’ 은 나쁜 사람?

‘시비를 가리는 사람’ 은 나쁜 사람?
 
 
 
김용택 | 2015-09-02 09:47:5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지 ‘시비(是非)를 건다’는 것은 나쁜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어학사전을 찾아보면 시비란 ‘①옳으니 그르니 하는 말다툼  ②서로 자기가 옳으니 그르니 하면서 말다툼하다.’고 적어놓았다. 사람들이 살다 보면 언어에 대한 오해로 자주 시비에 휘말릴 때가 있다. 시비에 휘말리거나 옳으니 그르니 하는 말다툼이나 하는 나쁜 사람들 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비(是非)’의 뜻을 분명히 가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니 ‘시비(是非)’란 ‘옳음과 그름’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그대로 적용해 보자. ‘시비를 가리는 사람’은 ‘옳음과 그름을 가리는 사람’이니 우리가 알고 있던 ‘시비를 거는 도발적이고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는 다른 뜻임을 알 수 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지 ‘시비를 가리려는 사람’을 일컬어 ‘깐깐한 사람’이나 ‘까다로운 사람’으로 상종을 못할 사람으로 취급해 왔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리리라

 
‘하여가’로 너무나 잘 알려진 태종 이방원의 시조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아들로 후에 조선의 3대왕이 된 태종으로 등극한 방원이 지은 시조다. 그는 아버지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일으키자 아버지를 도와 고려 왕조 유지 세력을 제거한다. 이 과정에서 고려왕조에 세력들을 제거하고 마지막 남은 충신 정몽주를 자기 세력으로 만들려고 그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지은 시조다. 만고의 충신이 역적(?)의 회유를 들을 리 없다. 그에게 돌아온 화답은 그 유명한 ‘단심가’다.

이 몸이 죽고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줄이 있으랴.

 
역사는 승자의 편이라서 그럴까? 결국 방원은 그를 회유한다는 게 불가하다는 것을 확인, 결국 선죽교에서 정몽주를 제거하고 만다. 다시 하여가로 돌아가자. 이런들 ‘어떠하리…’라는 좋은 게 좋다는 논리다. 짧은 인생, 복잡한 세상에 ‘좋은 게 좋지 않으냐’ 시비를 가리고 따져서 덕 될 게 뭐 있는가 ‘우리함께 역적(?)이 되자’ 그런 악마의 속삭임이다. 정몽주가 그런 유혹에 넘어 갈 위인이 아니다. 결국 역사는 후에 태종이 될 방원의 손을 들어주고 정몽주는 선죽교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시비를 가리는 사람이 왜 나쁜 사람이 됐을까? 불의한 사회에서는 정의로운 사람은 죄인취급을 받거나 고통을 겪기도 한다. ‘시비를 가리는 사람’을 가장 싫어했던 장본인은 일제강점기 왜놈들이었다. 그들은 시시콜콜(?)하게 따지고 덤비는 사람을 제일 싫어했다. ‘시키면 시키는대로’로 말 잘 듣는 사람, 피땀흘려 농사지은 곡식을 공출이라는 이름으로 빼앗아 가는 걸 눈 시퍼렇게 뜨고 불평불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의료를 민영화하자고 한다. 교육도 철도도 민영화하자고 한다. 정부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함께 사는 세상이 아니라 부자들, 자본가의 손을 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때 주권자인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가 하는 일이니까 순종하는 게 옳은가? 아니면 누군가가 반대해 좋은 쪽으로 결정 나겠지… 하며 구경꾼이 되는 게 옳은가? 아니면 시위도 하고 사람들에게 여론을 형성해 내 권리 국민의 권리를 지키자고 나서야 하는가?    
 
교사들에게 거짓말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라고 한다. 지난 세월, 박정희 정권은 유신헌법을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라고 했다. 이때 교사라면 ‘어떻게 2세 국민들에게 진실이 아닌 거짓을 가르칠 수 있느냐’고 시비를 가리는 게 옳은가, 아니면 정부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순종하는 것이 옳은가? 나라에서 하는 일인데… 국민된 도리(?)로서 순종하는 것이 옳은가? 정몽주가 방원의 말을 들으면 부귀영화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모를리 없다. 그러나 그는 고난의 길, 죽음은 길을 선택한 것이다.
 
국사교과서를 검인정제가 아닌 ‘국정교과서제’로 바꾸겠다고 한다. 박근혜정부가 왜 검인정교과서인 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꾸겠다고 할까? 새누리당 김무성대표도 국사교과서를 반드시 국정교과서로 바꾸겠다고 한다. 박근혜대통령은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다. 김무성은 일제강점기 A급 친일파 김용주의 아들이다. 5·16은 4·19혁명정부를 무너뜨린 쿠데타다. 10월유신은 한국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박정희가 종신집권을 위해 만든 악법 중의 악법이다. 친일파는 아무리 세탁해도 애국자가 되는 게 아니다. 시비를 가리자. 그것은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이요, 정의를 세우는 길이 아닌가?


[진실의길. 기고 글&기사제보 dolce42@naver.com]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195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묵묵히 가는 사람, 김승교 변호사

[▦추모 특집] 이마팍도사- 묵묵히 가는 사람, 김승교 변호사
 
 
 
주권방송 
기사입력: 2015/09/02 [03:34]  최종편집: ⓒ 자주시보
 
 

 

[▦추모 특집] 이마팍도사 – 다시보기

자신의 사명은 인권과 주권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김승교 변호사.
우리 사회 양심을 대변했던 그의 고민을 들어봅니다.

 

이제는 직접 들을 수 없는 김승교 변호사의 육성을 영상으로나마 들으면서 그가 얼마나 사람들을 사랑했던 사람인지, 자신 몸이 망가지는 것도 모르고 동지들에게 더 해주지 못해 늘 가슴아파하던 김승교 변호사의 그 동지애,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굳은 일에 앞장선 그의 무명전사정신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창기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