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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위기 '정점'... 지금이 미국에 "NO"라고 말할 때

[주장] 박근혜 정부를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조언

13.04.04 17:53l최종 업데이트 13.04.04 17:53l

 

 

박근혜 대통령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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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와 함께 시작된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 위기. 예상보다 빠르고, 파괴적이다. 국정수행 지지율 41%, 역대 대통령들 임기 말 지지율이다. 부패, 부정으로 인선과 동시에 낙마하기 시작한 국무위원들, 17초 '하도급' 사과 성명으로 대표되는 소통 부재, 대대적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복지 공약. 그 중 전쟁 위기는 가히 '백미'라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 원인은 크게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민심이반을 촉발하는 측근들의 '부정부패', 보수우익 진영마저 불만 갖게 만드는 '유신(維新)형 불통 리더십',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빈부격차, 민생파탄'은 내부 요인이다. 그리고 갈수록 노골화되는 '갑을(甲乙) 관계형 한미동맹', 극한대결로 치닫는 '남북관계 파탄', 한층 악화된 '미 국가재정위기', 동아시아 분쟁 부추기는 '일본 극우화'가 외부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두 요인들은 서로 상호보조를 맞춰가며 위기를 심화하고 있다.

2일 보도된 <연합뉴스> 기사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한국 쇠고기시장을 전면개방시킨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동시에 미 무역대표부(USTR) 이름으로 발간된 <2013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비합리적이고 불필요한 규제가 외국 금융업체들을 곤란하게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 국가재정위기'가 '갑을관계형 한미동맹'을 통해 한국의 '민생파탄'을 가속화하는 전형적 사례다.

현재 박근혜 정부를 둘러싼 채 벌어지는 외부 위험 요인들의 증폭은 현 정권이 단순히 '실패한 정권'으로 기록되는 것을 넘어 국가 전체를 파멸로 몰고 갈 것이라는 공포마저 들게 할 정도로 그 양상이 대단히 파괴적이다. 외부 위기 요인들은 현재 상호 복합적 작용을 통해 한반도를 '전쟁위기'라는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또한 이 모든 요인들은 절묘하게도 전통적 우방 미국과 연관되어 있다.

첨단무기 내세우는 미국의 '속내'... 믿었다간 큰일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현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한미관계를 진지하게 돌아봐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 외부 요인들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첫째, 미국 국가재정위기의 심화다. 미국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양적 완화조치'로 대변되는 달러 방출을 통해 경제를 지탱하려 했으나 폭증하는 연방정부의 빚은 결국 미국을 예산자동삭감 '시퀘스터' 상황까지 내몰았다. 최대 20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무급휴가로 사실상 해고당하게 되었으며 미국 내 경제시책들이 차례로 중단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강력한 경제적 잠재력을 가진 동북아를 떠난다는 것은 세계 달러 패권을 영원히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동북아에는 미국과 경제정책 궤를 함께하는 일본이 있으며 미국 연방정부 채권의 최대구매자인 중국이 있다.

결국 미국이 대북제제를 중단하고 위기고조 행위를 멈춘다는 것은 미 달러경제패권의 핵심 기둥을 포기하는 것으로, 미국은 설사 본토가 핵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대두되더라도 순순히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경제위기 돌파를 위해 선택한 '아시아로의 귀환' 정책의 본질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세계 패권국이 외부의 공격가능성 때문에 스스로 패권을 내려놓은 전례는 없다. 독점자본을 주축으로 한 역대 패권 국가들은 합리성이 거세된 무모한 침략과 도발을 통해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곤 했다. 히틀러의 독일과 히로히토의 일본이 대표적 사례다. 이는 패권 국가들을 유지할 물질적 토대가 사실상 군사 침략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인데 현재 미국이 처해 있는 상황이 이와 같다. 미국은 인디언을 학살하며 건설된 이래 520년 동안 2년 이상 전쟁을 중단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둘째, 점차 노골화되고 있는 갑을관계 형태의 한미동맹이다. 미국제 첨단무기가 국내에 들어와 뽐내듯 연습하는 현재의 '핵우산' 정책은 이러한 한미동맹이 결국엔 우리의 목줄을 겨누게 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B-52 출격 하루 전 서울을 방문한 미 국방부 부장관은 이례적으로 B-52 폭격훈련 사실을 밝히며 첨단 무기의 위대성을 설파했다. 하지만 한 발만 쏘아도 수백만 명이 핵 참화 속에서 타죽게 되는 전략핵 타격의 피해는 남한이라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인민군의 요격미사일에 맞아 격추되거나 방해전파에라도 걸려 방향을 잃은 미사일이 한반도 남쪽에 떨어진다면 단 한 발로도 도시 10개 이상이 박살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핵우산 정책의 본질은 '우방국에 대한 보호'가 아닌 '자국 무기의 실험'과 '판매를 통한 이권 획득'에 있다. 이는 80년 전 일본이 '미영귀축(美英鬼畜)의 위협'을 막고, 이 땅에 '대동아공영권'을 건설한다는 미명 아래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뒤, 동북아 패권 확장을 위한 '병참기지'로 삼았던 것의 재판에 불과하다.

온갖 결함에도 불구하고 새로 구입할 차세대 전투기로 거론되는 미국제 F-35, 핵우산 강화의 명목으로 도입한다는 미국산 벙커버스터는 그 구입비용만도 천문학적이며 실제 국방력 강화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역으로 우리 국방력을 무장 해제시키는 길로 이끌게 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F-35의 경우 구매에 총 17조 원이 소모되는데 이는 2013년 국방예산의 절반이며 공군의 5년간 무기도입 예산 전부에 해당한다. 구입 후에는 30년간 운영비로 30~90조 원을 조달해야 하며, 만약 재정난으로 인해 차기전투기사업이 벽에 부딪히기라도 한다면 공군 전력은 2018년에 절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첨단 고가 무기 강매에 의한 자체적 국방력의 '구조적 해체'를 의미한다.

최근 5년간 미국이 한국에 '무기를 팔아 벌어들인 돈'보다 '정비비로 벌어들인 돈'이 무려 5배나 된다는 미 국무부 2012년 연례 보고서는 갑을관계 형태의 한미동맹에 의한 핵우산 정책이 결국은 우리의 국방력을 와해시키며 오직 미국 군수업체의 배만 불리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실제로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잇따른 첨단무기 배치에 대해 "서울에게 가해지는 '독자행동'의 압력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또한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반응은 북한의 반응이 아니다. 주로 동맹국들이 미국에게 의지해 군사충돌을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라고도 말했다. 이는 첨단무기 찬양 일색인 언론 보도에 홀려 현실을 망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개성공단 폐쇄 수순... 북-미 전쟁은 '언제 하느냐'의 문제
 

▲ 합참 대항군 전쟁수행모의본부, 키리졸브 연습에 첫 가동 3월 15일 합동참모본부는 2013 키리졸브 연습기간 중 대항군 전쟁수행모의본부(경기도 수원)를 공개 했다. 이번 연습에 한국측 230여명, 미국측 30여명 등 총 260여명의 중원전력이 참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첫 가동에 들어갔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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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일본의 군국주의 야망이다. 1990년부터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일본 경기의 장기 침체 현상은 현실 자본주의 쇠락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지금도 그 회복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는 '쇼와 시대 부흥'을 기치로 내건 우익 아베 정권이 들어섰다 하더라도 변치 않는 사실로, 결국 아베 정권은 이 국면을 돌파하고,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한국을 대상으로 각종 도발 및 정치적 행동들을 벌일 것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보수우익들이 벌이고 있는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 통합진보당 의원들에 대한 자격심사를 필두로 진행되고 있는 각종 '종북몰이'와 유사한 수법으로 내부의 불만을 외부의 약자 및 정적에게 전가하는 우익 진영 전통의 위기 모면 방식이다. "한국 여자를 강간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는 혐한 시위의 확산 및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교과서 개정 증가 등은 이미 일본이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적 행동들을 개시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일본의 우경화가 우리나라에 실질적, 제도적 피해까지 미칠 지경까지 왔다는 데 있다. 2012년 여름, 뜨거운 논란이 되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추진은 일본의 식민지 강점에 대한 사죄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민족적 분노가 여전한 상황에서 '일본군'과 '군사정보'를 교류하겠다는 반민족적 발상으로, 이명박 정부의 김관진 장관이 이를 비밀리에 추진하다 발각되어 결국 무산된 바가 있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적 반감에도 불구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의 '아시아로의 귀환' 정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을 더욱 견고하게 다지는 것이 선결조건이기 때문이다. 연평도 포격 사건을 계기로 급부상한 김관진 장관은 군부의 대표적 매파이자 친미파로 이 협상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문제는 작년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매개로 한국 정부가 비밀리에 추진하다 실패한 '일본의 한반도 군사개입'이 지난달 체결된 '한미 국지도발 공동대비계획'을 통해 덜컥 실현됐다는 점이다. 마치 미국이 북한의 국지도발 관련해 크게 시혜를 베푼 것처럼 보도된 이 협정은 사실상 '미국이 작전통제권 전체를 행사하게 된다'는 군사주권의 확장된 이양을 뜻하는 것으로, 일본과의 연관을 부담스러워한 한국의 입장을 배제한 채 국지도발을 핑계로 주일미군 개입 조항을 넣음으로서 미국의 전략적 숙원이 달성됐음을 의미한다.

이제 한반도는 우경화하는 일본과 원치 않는 상황에서도 군사적으로 엮이게 됐으며 앞으로 발생할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입지가 좁아져버렸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승리 후 전범국가 일본을 다루는 '샌프란시스코 강화협정'에서 일본의 요청에 따라 일본이 포기해야 할 영토에서 독도를 제외시켰으며, 오히려 무인도로 만들어달라는 일본의 요청에 따라 한국인이 살고 있던 독도를 총 세 차례 폭격, '30여 척'의 배와 '150여 명'의 어민들을 사살해 무인도로 만들어버린 전력을 가지고 있다.

각 국의 손익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국제 관계에서 독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한국의 손을 들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한국전쟁은 신이 내린 전쟁"이라 말한 요시다 전 일본 수상의 말처럼 한국전쟁 후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룩한 일본은 장기 저성장의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한반도 위기를 더욱 부추길 것이 분명하다.

넷째,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입출경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개성공단은 단순한 경제협력지구의 의미를 넘어 남북을 잇는 '평화유지'의 최후 보루였다. 개성공단이 폐쇄 직전의 상황까지 갔다는 이 같은 결정은 북한과 미국의 전쟁이 임박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에 김정은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눈여겨볼 만한 지점은, 북한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강력하게 비난하였지만 박근혜 정부를 향해서는 지금까지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점이다. 김정은의 북한이 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체제보장'과 '평화협정', '경제발전'이다. 60년 넘게 이어지는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을 이제는 청산하고, 한반도에서의 평화협정을 체결한 후 경제 부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워딩만 외쳤을 뿐 남북간의 대화를 위한 그 어떤 행동도 보이고 있지 않다. 또한 북한의 태도 변화만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도발에는 응징이라는 호전적 언사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이번 개성공단 사태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외교의 기본에도 못 미치는 함량미달 대응으로 도대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지, 한반도 안정에 관심이 과연 있는지 의심을 살 정도이다. 2012년 7월에 발간된 중국경제주간에 따르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월급은 11만~17만 원,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월급은 평균 27만 원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개설한 목적이 '돈보다 평화와 교류'라는 데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개성공단이 문 닫을 경우 한국 기업이 입는 피해는 2012년 기준, 5164억 원으로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얻는 수익인 900억 원의 6배에나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위협은 하면서 달러박스인 개성공단은 유지하려 한다"는 조롱을 일삼고, 막상 개성공단 출입경을 통제하자 국가안보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해 한다는 말이 "우리 국민을 억류할 경우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는 정도이다. 북한을 그리도 모른단 말인가? 북한은 북쪽으로의 출입만 막았을 뿐 남아 있는 남측 인력들을 내려가라고 하는 실정이다.

박근혜 정부에게 남은 카드는 바로 '대북 평화특사'뿐

이렇듯 무지에 기초하고, 미국의 입장에 보조만 맞추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마치 불에 기름을 부은 형국으로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다. 북한은 4일을 기준으로 미국과 펜타곤 앞에 선전포고를 한 상황이며 '전쟁이 나느냐 마느냐'가 아닌 '언제 나느냐'만 남아 있다고 발언하였다. 태국과 필리핀은 한국 내 자국민 소개 계획을 수립, 주의 발령을 내렸으며 북한 내 ICBM 이동 움직임을 포착한 중국은 북중 국경지대의 중국 인민해방군에게 경계 태세를 내린 상황이다. 누가 보아도 한반도는 전쟁전야이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내외의 위험 요인들로 인해 사면초가에 몰려 있는 박근혜 정부에게도 기회는 있다. 알렉산더의 일화가 말해주듯 얽히고설킨 실타래는 일일이 푸는 것보다 문제의 중심을 잡고 한 번에 내려치는 것이 때로는 효과적이다. 박근혜 정부와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위기의 중심은 현재 초유의 '전쟁 위기'로 표면화 되고 있으며 그 이면에 '미국이라는 우방'이 자리 잡고 있다.

감정적 반미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경각에 달린 정권의 운명과 민족의 운명에 숨통을 틔우자는 실리적 제안을 하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러했듯 박근혜 대통령 역시 당선 직후 가장 먼저 미국에 '정책협의대표단' 이름으로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파견하였다. 그만큼 미국과의 친선을 중시한다는 의미로 박근혜 정권의 입장에서 쉽사리 미국에 반하는 행보를 벌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운 좋게도 박근혜 정권 앞에는 4월 '한미 원자력 협정'과 5월 '한미 정상회담'이 놓여 있다. 또한 한미 원자력 협정은 핵 재처리를 불허한다는 미국의 일방적 통보 때문에 현재 교착 상태에 빠져 있으며 박근혜 정권도 이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역시 이 문제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이례적으로 존 케리(John F. Kerry) 국무장관 대신 톰 도닐런(Thomas E. Donilo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파견하여 축하의 격을 떨어뜨리는 등 양국 관계에 훈풍만 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잇따라 터진 주한미군 강력 범죄와 그로 인해 높아진 국민적 반감도 박근혜 정권의 대미 협상력을 제고할 계기가 된다. 게다가 한국 문제 관련하여 미국에서 가장 큰 권위를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는 오바마 행정부가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게 '북한 문제와 관련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넘겨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북한 문제와 한국 리더십의 필요성>이란 정책 보고서를 작성해 미국 국무부와 의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반드시 잘 활용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한미 정상회담 전인 4월 중순, 대북 특사를 파견하여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한-미 원자력 협정에서의 고압적 태도', '고가의 무기 강매', '주한미군 범죄', '한반도 위기 고조'와 관련하여 미국에 냉정과 자제를 촉구하며 동맹 관계에 있어서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현재의 위기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평생을 공산주의 반대 이념을 가지고 살아온 백범 김구 선생도 "나는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려다가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의 구차한 안일을 취하여 단독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아니하겠다"고 일갈하며 1948년 4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통일을 위한 남북지도자 연석회의 참가를 위해 38선을 넘어 방북하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러한 김구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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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아마겟돈' 출구는…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4/05 08:13
  • 수정일
    2013/04/05 08:1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정욱식의 북핵이야기] 한미 외교적 노력했는데 北이 도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4-04 오후 2:31:29

 

북한의 벼랑끝 전술과 미국의 무력시위, 그리고 남북한 사이의 설전(舌戰)이 악순환을 그리면서 한반도에 극도의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위기 지수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 위기에서 벗어날 출구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도 위기는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양상이 다르다. 과거에는 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갈등의 직접 당사자들이 대화에 나서면서 위기를 수습하곤 했다. 당사자들의 대화가 여의치 않을 때에는 중재자가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대화는 없고 대결만 난무하고 있다. 마땅한 중재자도 잘 보이지 않는다. 오늘날의 위기가 더욱 심각하게 와 닿는 까닭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외교 무용론'이 득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비핵화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치워버리면서 '전쟁이냐, 평화냐 양자택일하라'며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면서도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며 모호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북한이 먼저 도발적 언행을 중단하고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야 대화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서 달성해야 할 목표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박근혜 정부 역시 미국의 입장과 별 차이는 없다.

대북 외교의 실패, 원인은?

대북 외교가 실패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실패의 원인을 '한미 양국이 충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는데 북한이 도발로 응수했다'는 일방적 인식에 두어서는 안 된다. 북한도 합의를 위반했지만, 한국과 미국도 북한과의 합의를 위반한 사례는 많다. 또한 합의와 이행에 대한 해석의 차이 역시 다반사로 일어났다. 그 차이를 대화를 통해 해소하려는 노력보다는 한미 양국은 대북 제재로, 북한은 도발적 언행으로 응수하려고 했던 것이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오히려 대북 외교의 실패 원인은 외교의 결핍에서 찾아야 한다. 외교의 결핍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평화협정 문제이다.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에서는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기 위해 별도의 포럼을 열기로 했지만, 오늘날까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북한은 여러 차례에 걸쳐 평화협정 논의를 요구했지만, 한미 양국은 철저하게 이를 외면했다. 오늘날 북한의 극단적인 언행의 배경에는 이에 대한 강한 불만이 깔려 있기도 하다.
 

▲ 북핵문제 해결의 이정표를 세운것으로 평가받는 9.19 공동성명이 나온지 7년이 지났지만 북핵 문제 해결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사진은 성명 합의 직후 6자회담 참가국 수석대표들이 손을 맞잡은 모습. 왼쪽부터 당시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알렉산드로 알렉세예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 ⓒ연합뉴스


6자회담도 2008년 12월 결렬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당시 6자회담이 결렬된 데에도 한-미-일의 책임이 크다. 세 나라는 기존 합의에도 없었던 북한의 핵 신고서에 대한 검증을 요구했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북한이 이를 거부하면서 결렬된 것이다. 이후 6자회담은 산소마스크를 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9년에는 북한이, 2010년 이후에는 한국과 미국이 6자회담 개최를 꺼려했다. 남북대화는 사실상 완전히 단절됐고, 북미 대화도 별로 없었다. 이 사이에 북한의 핵과 로켓 능력은 크게 강화되어왔다.

지난 5년간 한국과 미국이 대북 외교에 소극적이었던 본질적인 이유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8월 김정일 위원장이 뇌 관련 질환으로 쓰러지자 '북한은 오래 못 갈 것'이라며 흡수통일 망상에 사로잡혔다. 출범 직후 대북 포용에 적극 나설 조짐을 보였던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4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한-미-일 3각 관계 강화로 방향을 선회했다.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대북 협상에 나서느니, MB 정부는 흡수통일을 추진하고,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김정은과의 '화학 반응' 일으켜야

북한의 도발적인 언행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중차대한 문제가 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금융제재로 응답하라(Answer North Korea with financial sanctions)"고 썼다. 실제로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대북 금융제재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방코델타이시아(BDA)식 제재를 통해 북한 엘리트의 돈줄을 옥죄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BDA의 역효과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만약 미국이 BDA 제재를 부과하지 않았더라면, 9.19 공동성명의 이행은 대단히 빨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대북 제재와 무력시위는 북한의 언행을 변화시키는데 별다른 할 효과가 없다. 북한 지도부가 아픔을 느낄 만큼 압박이 강할 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아픔을 느낀 북한 지도부는 굴복하기보다는 더욱 강하게 주먹을 움켜쥐기 때문이다. 북한의 움켜쥔 주먹을 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도 함께 주먹을 펴겠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미국이 B-52, B-2, F-22 등 막강한 무력을 동원하는 방식보다 특사 파견 등 고위급 회담을 재개해 평화협정을 체결할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한국과 미국의 외교는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을 직접 겨냥해야 한다. 집단 사고(group thinking)에 익숙한 북한 체제의 특성상 북한의 언행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최고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소련의 핵군비경쟁에 정점에 달했던 1980년대 초중반, '글로벌 아마겟돈', '핵 겨울(nuclear winter)' 단어가 지구촌을 배회한 적이 있었다. 소련을 "악의 제국(evil empire)"으로 불렀던 도날드 레이건 대통령과 미국이 핵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 소련 지도부 사이의 불신도 극에 달했다. 그러나 레이건의 변신과 고르바초프의 신사고에 힘입어 두 나라는 총성 한방 울리지 않고 냉전 종식을 선언했다. 두 지도자 사이의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통한 '화학적 작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코리아 아마겟돈'을 막을 수 있는 길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정은과의 화학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외교로 응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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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니머스, 조중동도'우리민족끼리' 회원으로 확인

 


해킹그룹으로 유명한 '어나니머스'가 북한 대남선전용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한 뒤, 회원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했습니다. 어나니머스는 4일 북한 '우리민족끼리'에 회원 정보 9000여개를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아이디,성별,이름,비밀번호,이메일 주소 등이 모두 공개되어 있습니다.

어나니머스는 4월 2일 '북한의 인트라넷, 메일 서버와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를 해킹하여 회원 계정 1만5천개등 많은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어나니머스는 다음과 같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사이버 전쟁을 불사하겠다'며 지속적인 북한 사이트 해킹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 북한 정부의 핵 개발 및 핵위협 중단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사임
▲ 즉각적인 자유-직접 민주주의 시행
▲ 모든 시민의 정부 통제나 검열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인터넷 사용

'어나니머스는 누구인가?'

북한 사이트를 해킹한 어나니머스는 국제적인 해킹 그룹입니다. 일부 국가의 해커들이 아니라 전 세계 해커들이 익명을 사용해 활동하는 대표적인 해커그룹 중의 하나입니다.

2011년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해킹해 사용자들의 명단을 FBI에 넘기기는 식으로 정부가 영장이 없이 할 수 없는 일을 해킹을 통해 정보를 얻어 범죄 행위를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정부기관이나 페이팔,뱅크오브아메리카,소니 등의 기업도 해킹해 FBI와 인터폴의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 인터넷 검열을 반대하고 있는 '어나니머스'

 



어나니머스가 대중의 지지를 받는 이유 중의 하나가 중국 정부의 자국 인터넷 검열에 항의, 중국 정부 웹사이트를 공격하기도 했으며, 인터넷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한 운동도 전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이번 북한 대남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공격하면서 북한에 '모든 시민의 검열 없는 인터넷 사용'을 요구사항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해킹그룹 '어나니머스'에 대한 시각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인터넷 검열과 같은 부분은 '아이엠피터'도 필요한 부분이라 동의하고 있습니다. 물론 해킹 자체를 무조건 옹호하지는 않습니다.

' 조중동도 종북세력으로 국가보안법 처벌받는다?'

대한민국 국민은 정부의 승인 없이 북한 주민을 접촉하거나 방북하는 행위,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하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을 받습니다. 국가보안법은 워낙 범위가 넓어 북한과 관련한 정보를 얻는 행위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 대남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한국에서는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북한의 공식적인 웹사이트를 보지 못합니다. 정부에서 남한에서 북한 사이트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해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자료가 필요한 언론사나 연구소, 대학에서는 우회 아이피를 이용해 북한 사이트에 접속하기도 합니다.

이번 '우리민족끼리'에 회원으로 등록된 사람들이 모두 국가보안법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일부 보수언론의 기사도 있지만, 사실 북한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했다고 무조건 국가보안법의 처벌을 받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런 논리라면 '우리민족끼리' 회원에 가입한 조중동 메일 사용자도 국가보안법의 처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회원 명단을 보면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의 메일 주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북한 대남선전 사이트에 가입한 사람을 모두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거나 이들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한다면 조선,중앙,동아일보도 모두 '종북세력'이자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으로 회원에 가입했다고 해서 처벌하지는 않습니다. 북한에 대한 정보를 무슨 이유로 수집했는지에 대한 과정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학술적인 목적이나 취재, 그리고 단순 관심으로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회원에 가입한 경우는 국가보안법 처벌 대상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민족끼리'에 나온 글과 자료를 다른 곳에 퍼트리거나 글을 찬양하는 행위를 반복했다면 국가보안법상의 '찬양,고무'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결국,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우리민족끼리'에 회원 리스트에 있다고 이들을 무조건 처벌하거나 '종북세력' '간첩'으로 낙인찍을 수는 없습니다.

' 어나니머스의 북한 해킹으로 발생한 억울한 피해자들'

어나니머스의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이 공개되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베'에서는 회원 명단에 올라온 사람들을 '죄수번호'라 부르며, 이들에 대한 신상털기를 시작했습니다.

 

 

▲일간베스트에 올라온 죄수번호 관련 글목록. 출처:일간베스트 캡처 이미지.

 

일간베스트 (일베)에는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회원명단에 나온 메일주소를 근거로 구글링을 시작해 이들이 '종북세력'이고 '간첩'이라고 주장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베가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 회원 자체가 '종북세력'이나 '간첩'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에 들어있다고 본인이 가입했다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민족끼리 회원가입 양식, 주민등록번호 대신에 생년월일과 메일주소만 있다. 출처:일간베스트 캡처 이미지.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회원가입 양식을 보면 이름과 생년월일,전화번호,이메일 주소만 있습니다. 그런데 알다시피 인터넷을 검색하면 이름과 메일 주소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과거 한국에서 수차례 해킹 사건이 일어나 금융정보와 주소,실제 휴대폰 번호까지 돌아다니고 있으며, 메일주소와 이름이 담긴 명단은 마케팅 사이트에 가보면 너무 간단하게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민족끼리' 회원이라고 등록된 메일 주소와 이름이 동일하다고 그 사람이 직접 우리민족끼리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회원 명단에 있다고 일베에서는 실제 전화번호와 학교, 사진까지 버젓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에 있던 사람을 대상으로 이뤄진 일베 신상털기로 공개된 개인 신상정보. 출처:일간베스트 캡처 이미지.

 

일베 사이트에서는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에 있던 메일 주소를 근거로 이들의 싸이월드,SNS를 공개하면서 얼굴이 노출된 사진을 올리거나, 과거 게시판 등에 올렸던 글을 토대로 휴대폰 번호까지 공개하고 있습니다.

저들의 메일주소가 왜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에 있는지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일베 유저들은 저들을 무조건 '간첩'이나 '종북세력'이라고 규정하는데 그 이유들을 보면 단순히 '전남대'에 다닌다는 식의 무분별하고 어처구니없는 사례가 많습니다.

특히 사진뿐만 아니라 과거 평범한 사이트에 올렸던 게시글을 그대로 올리면서 휴대폰 번호를 공개, '카톡으로 연락해라'식의 2차 피해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에 올라온 사람을 국정원에 신고했다고 밝힌 일베 게시물. 출처:일간베스크 캡처 이미지.

 


일베 유저들은 신상털기에 그치지 않고 이들을 국정원에 갑첩,좌익사범으로 신고하고 있는데, 그들이 신고했다면 국정원은 그런 빌미를 계기로 그들을 조사할 것이며, 그럴 경우 메일 주소를 도용당한 사람들은 억울한 3차 피해까지 볼 수 있습니다.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에 올라온 사람들이 단순히 명의를 도용당한 사람인지, 진짜 사이트에 가입했다고 해도 그것이 단순 관심이나 학술적인 이유에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식의 '신상털기'는 철저히 개인의 인권을 유린하고 폭력에 가까운 행위입니다.

 

Enjoy these few records as a proof of our access to your systems (random innocent citizens, collateral damage, because they were stupid enough to choose idiot passwords), we got all over 15k membership records of http://www.uriminzokkiri.com and many more.
(어나니머스 성명서에 나온 무고한 민간인 피해에 대한 문구, 비밀번호 해킹으로 명의가 도용됐다는 사실을 그들도 알고 있다)


진짜 '자유민주주의'에는 개인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하고 인권을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며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이런 행동이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다시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4월 5일자 신문 1면에 '우리민족끼리' 회원으로 통진당,전교조 회원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것을 보면 마치 자신들은 회원 명단에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선,중앙,동아,한나라당도 엄연히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에 있습니다.

철저히 이기적이며 왜곡된 편파적인 기사와 무분별한 신상털기와 공안 수사는 진정한 '민주주의'에서는 발생하기 어렵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며 자행되는 '인권침해'를 오히려 수사 당국이 수사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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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상처입은 '레미제라블' 십자가의 길에서 눈물 흘리다

4.3 상처입은 '레미제라블' 십자가의 길에서 눈물 흘리다

 
조현 2013. 04. 04
조회수 69추천수 0
 

부활절 앞둔 제주 4·3평화공원서
천주교 제주교구 ‘십자가의 길’ 공연
사제와 유가족 등 1천여명 함께해
 
군인 총에 숨진 소년의 죽음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아픔 담아
“비극의 기억, 교훈으로 끌어내야”
 
 
43.jpg
*지난달 29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천주교 제주교구 청소년사목위원회가 ‘십자가의 길’ 공연을 펼치고 있다. 예수의 고난이 1948년 4·3 당시 제주도민들의 과거와 겹쳐졌다. (왼쪽부터) 4·3 당시 군인과 희생자,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 예수와 부둥켜안은 4·3 희생 소년과 소녀, 십자가 위의 예수를 재현한 공연 장면.
 
 
부활절을 앞둔 고난주간인 지난 3월29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언덕 위에 있는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았다. 천주교 제주교구 청소년사목위원회가 준비한 ‘십자가의 길’ 공연을 보러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공원에 새겨진 4·3 희생자 비석 곁을 지나던 60대가량의 한 여인은 위령비에 머리를 비비며 “불쌍한 우리 아버지!”라며 신음을 토했다. 가톨릭 순례자들을 안내해 이곳에 도착한 이창준(68)씨도 비석에서 자기 아버지 이름을 찾아 가리켰다. 그가 5살 때 아버지 ‘이시형’씨는 33살로 세상을 떴다. 예수가 숨질 때와 같은 나이였다. 이씨는 “훗날 아버지가 산 채로 수장을 당한 사실을 들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1949~54년 당시 제주도민의 10분의 1인 3만여명이 숨진 ‘제주 4·3사건’은 요즘 영화 <지슬>로 상영돼 재조명되고 있다. 그런데 희생자 가족들에게 ‘4·3’은 역사나 시나리오가 아닌 현실이었다.
 
한라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거셌다. 하늘은 한치도 어김없이 봄을 가져다주어 제주는 벚꽃과 유채꽃이 만발했지만, 이들의 마음은 여전히 동토다. 눈 위에서 죽어가는 모녀의 모습을 형상화한 ‘비설’(飛雪)상에서 모녀는 여전히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공원 중앙의 위령탑 주위에선 1천여명의 관객이 둘러싼 가운데 야외공연이 펼쳐졌다. 국내에 영화로 상영돼 화제를 모은 대형 뮤지컬 <레 미제라블>을 연상시킬 만한 대작이다. 원래 ‘십자가의 길’은 예수가 사형 선고를 받고 십자가에 매달린 채 숨져 무덤에 묻히기까지 머문 14곳을 차례로 순례하며 묵상하는 예루살렘의 순례길이다. 그러나 이날 ‘십자가의 길’은 예루살렘이 아닌 ‘4·3’ 죽음의 현장인 한라산에서 시작됐다. 동굴 안에 숨어 있기가 너무도 답답해 뛰쳐나간 어린 여동생을 뒤쫓아나간 소년 앞에 총을 든 군인들이 나타났다. 군인이 어린 소년을 보고 발포를 망설이자 상관이 “빨리 쏘라”며 군인의 머리에 권총을 들이댄다. 그 순간 소년이 쓰러진다. 자신이 쏜 총에 맞아 죽은 소년의 주검 앞에서 군인은 “나는 죽이고 싶지않았다”며 머리를 쥐어뜯는다. 예수가 등장한 것은 그때였다. 사형 선고를 받은 예수는 골고다 언덕으로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다. 십자가를 진 예수 뒤를 따르는 이는 성모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만이 아니었다. 죽은 소년과 그 어머니와 딸, 군인과 그 어머니 등 ‘4·3’의 희생자와 가해자들이 함께 뒤따랐다. 또 강우일 주교와 사제·수도자들, 관객들의 물결이 꼬리를 물었다.
 
이 행렬 주위로 ‘4·3’에서 희생된 이들의 비석이 줄지어 있었다. 예수가 지나는 옆 비석엔 희생자가 갓난아이였음을 보여주는 ‘1세’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로마군의 채찍에 예수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부르튼 예수의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새어나왔다. 소년을 죽인 군인은 세상의 죄악과 폭력을 대신해 짊어진 예수를 향해 “주님, 저 때문이라고요? 제발 그만하세요!”라고 절규했다.
몇 걸음 옮기지 못하고 예수가 또 쓰러졌다. 쓰러진 예수를 안아일으킨 것은 ‘4·3’의 상처를 안은 소년 소녀였다. 상처 입은 예수와 4·3의 희생자들이 서로 부둥켜안았다. 뒤따르던 수도자들과 관객들은 남몰래 연신 눈물을 훔쳤다.
 
그러나 예수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머리에 씌워진 가시가 눈을 찌르고, 옷까지 벗겨진 예수는 사형장에서 십자가에 못박혔다. 땅바닥에 내팽개쳐진 개구리처럼 예수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여전히 우리의 대지와 형제자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우리의 폭력에 관객도 가슴에 손을 댄 채 신음했다. 강우일 주교는 이 공연에서 “비극의 기억으로만 가둬둔 4·3을 역사의 교훈으로 남을 수 있게 힘차게 끌어내야만 인간의 탐욕과 무관심·인권유린·파괴·폭력·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정마을 미사-.jpg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현장 옆으로 흐르는 계곡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사제 수도자 신자들
 
 
 
강주교 세족식1-.jpg
한 노인의 발을 씻어주고 있는 강우일 주교
 
 
강 주교는 전날인 28일엔 또다른 ‘고난의 현장’인 해군기지 건설 터인 강정마을 계곡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10년 전 제주교구장으로 부임하면서 제주도민들의 가슴에 대못이 박힌 채 뽑히지 못한 4·3의 아픔을 직시한 그였다. 1901년 ‘신축교안’(이재수의 난)으로 천주교인 수백명이 제주 원주민들에 의해 몰살당하는 박해를 받았음에도, 그는 제주 가톨릭의 대표로서 종단의 원한을 내세우기보다는 4·3 희생자의 아픔을 먼저 보듬고 나섰다. 그는 제주를 동북아시아의 상징적인 ‘평화의 섬’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기도해왔다. 그러나 강정마을엔 대못보다 더욱 거대한 쇠말뚝들이 이미 박혀 있었다. 그는 미사에서 ‘증오를 증오로, 폭력을 폭력으로 극복할 수 없다’며 ‘예수는 자신을 죽이려는 이들이 득실대는 예루살렘으로 스스로 걸어가 증오를 사랑으로 이겨냈다’는 내용의 강론을 했다.
 
강론 뒤 강 주교는 이날 미사에 온 수도자와 주민들의 발을 계곡에서 씻어주었다. 세족식이었다.
모두가 부활의 눈부신 영광에 사로잡혀 있을 때, 자신을 희생 제물로 내놓은 고난과 죽음을 새기며 함께 눈물 흘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 눈물의 계곡에서 이들은 서로 상처와 아픔의 족적을 씻어주었다.
 
제주/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전문 휴심정(we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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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뉴스타파 앵커가 말하는 한국 언론의 길

"퇴임하는 MB에게 4대강 직접 따져 물으니… "

[열린 인터뷰]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가 말하는 한국 언론의 길

이대희 기자(정리)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4-03 오후 5:11:01

 

 

새로운 대안 매체로 떠오른 뉴스타파가 3번째 시즌의 출발을 알린 후 곧바로 주목받고 있다. 국정원의 지난 대선 여론조작 의혹을 집중 보도하고 나섰고, 전 정권의 핵심 사업이었던 4대강 문제를 추적 보도해 성과도 거뒀다.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쉽게 보기 힘들어진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를 집중 부각시킨 것도 성과다.

본격적으로 독립
언론의 길을 걷기 시작한 뉴스타파 시즌3에는 반가운 얼굴도 있다. 지난해 MBC 노조 파업 당시 불분명한 이유로 해직된 최승호 PD가 주인공이다. 오랜 기간 <PD수첩>에서 굵직한 사건을 취재하며 한국 탐사저널리즘의 대표 주자로 손꼽힌 최 PD는 해직 후 뉴스타파에 합류, 2년여 만에 다시금 취재노트를 열게 됐다. 복귀 후 그는 곧바로 뉴스 전달 프로그램인 <뉴스타파N>의 앵커를 맡았고, 스페셜 프로그램인 <뉴스타파S>에서는 <PD수첩> 이후 다루지 못한 '4대강, 수심 6m의 비밀' 2편을 '마침내' 내보냈다.

<프레시안>은 지난 1일 저녁 7시 30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프레시안 1층 강의실에서 4월 '열린 인터뷰'를 최 PD와 가졌다. 인터뷰의 주된 줄거리는 뉴스타파의 성과와 현재, 그리고 김재철 전 사장 퇴임을 전후한 MBC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이를 통해 한국 언론의 안타까운 자화상도 짚어보았다.

최 PD는 한국 언론의 오늘을 "질문이 없는 저널리스트만 있는 시대"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그 공백을 뉴스타파가 메우고 있노라고 자평했다. 실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한 날,
논현동 사저 앞에서 최 PD만이 이 대통령에게 4대강 관련 질문을 던진 모습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 PD는 언론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권력 견제라고도 강조했다. 그리고 자신의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의 이야기를 옮겨 싣기에 바쁜 오늘날 한국 언론의 현실을
고발했다.

공영
방송, 즉 KBS와 MBC 등 지난 정권에서 낙하산 사장 문제가 불거졌던 공중파 방송사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사장 선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최 PD는 말했다. 뉴스타파가 비록 힘을 내고 있고 여러 독립 언론이 언론으로서 소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방송의 영향력이 워낙 커, 이들이 진정 해외 공영방송처럼 정권으로부터 독립해야 한국의 언론이 발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 PD와의 열린 인터뷰는 시종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됐으나, 간간이
웃음이 터지는 장면도 많았다. 웃음의 원인에는 거짓말 같은 한국 언론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인터뷰 진행은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맡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MBC에 있었다면 이런 취재 못 했겠죠." 최승호 PD. ⓒ프레시안(최형락)


"지금 참 좋아요"

프레시안 : 뉴스타파가 지난 3월 27일 뉴스타파가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서 개소식을 가졌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갔습니다. 축하합니다. 최 PD는 뉴스타파 합류로 오랜만에 현업에 복귀하셨죠? 얼마 만입니까?

최승호 : 한 2년 넘게 프로그램을 못 만들었죠.

프레시안 : 참여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알려주시죠.

최승호 : 사실 제가 해고되자마자 바로 '뉴스타파로 오라'는 얘기가 있었어요. 당시는 이근행 PD(MBC 전 노조위원장)가 뉴스타파에 있던 때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당시만 해도 제가 참여를 결정하기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제가 MBC에서 해고됐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때였거든요. 워낙 그 상황이 말이 안 돼서 '금방 사태 회복되고 복귀하겠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대선이 끝나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상당히 사태가 길어지게 됐고, 그 때문에 다시 제의가 왔을 때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참여를 결심했죠.

프레시안 : 작년 6월 해고되셨죠. 사측에서 따로 사유를 알려주던가요?

최승호 : '직장 내 질서문란'입니다. 파업에 참여했다는 것 말고는 그분들이 특별히 저한테 얘기한 건 없어요.

프레시안 : 김재철 사장이 사퇴하셨어요. '조금만 더 버틸 걸'하는 후회, 혹시 안 하셨나요?

최승호 :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물론 새로운 사장이 오면 MBC 분위기도 바뀌겠죠. 설사 좋은 분위기가 조성된다 하더라도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겁니다.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못 만든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후회 안 합니다. 지금 참 좋아요.

프레시안 : 뉴스타파에서는 앵커뿐만 아니라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취재도 하시죠. MBC 때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취재환경이 좀 열악할 것 같네요. 좋은 점과 아쉬운 점, 뭐가 있습니까?

최승호 : 일단 아쉬운 점부터 얘기하죠. 여러 가지로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스태프 구성부터 딸리죠. MBC는 인원이 갖춰져 있으니 각 부문 스태프들이 준비를 다 해줍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한 사람이 여러 일을 해야 하죠. 하다못해 취재 나갈 때도 MBC 때는 운전기사가 있고 렌트카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죠. 차를 준비한다손 치더라도 우리 조연출이 직접 운전까지 해야 하고요.

인터뷰를 거절당하는 일도 아무래도 많죠. '6m의 비밀'을 찍을 때 절실히 느꼈는데, 정부 관계자가 '뉴스타파는 등록 언론사가 아니니 인터뷰를 안 하겠다'고 당당하게 거부하더군요. 참 웃긴다 싶더군요. 자기들이 인터뷰를 안 한 상태로 방송이 나가면 그들에게도 좋을 게 없어요. 저희가 오보를 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상관 없다는 거죠.

좋은 점은 명확합니다. '6m의 비밀'이나 국정원 사태와 같은 걸 취재할 수 있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습니다. MBC에 있었다면 이런 취재를 못 했겠죠. 이런 프로그램을 MBC에서 만들었다한들 바로 사장이나 본부장한테서 직접 압력이 들어왔을 겁니다.

비단 MBC뿐만이 아닙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직접 방송사 경영진에 압력을 가하고, 그 경영진이 취재를 막는 사태가 불 보듯 뻔하니, 기자나 PD들이 질문을 안 해요. 당장 이 전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퇴임식, 얼마나 취재하기 좋은 상태였습니까. 언론사 기자들이 100명은 와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아무도 저 중요한 사람에게 질문을 안 했어요.

프레시안 : 취재도 하고 앵커도 하십니다만, 현재 직접 취재하신 건 '6m의 비밀' 한 편입니다. 다음 <뉴스타파S>는 뭘 준비하고 계신가요?

최승호 : 그건 영업비밀이라서…. (웃음) 준비하는 건 있습니다.

프레시안 : 뉴스타파 시즌3가 벌써부터 이런 몇몇 보도 덕분에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국정원 댓글 관련 뉴스타파 보도를 봤는데요, 뉴스타파 기자들도 해킹 당했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상황을 다시 한 번 설명해주시죠.

최승호 : 최기훈 기자라고, YTN에서 해직된 기자가 관련 보도를 했어요.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사건을 취재하면서 트위터에서 국정원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계정 여러 개가 선거운동을 한 사실을 알게 됐죠. 그 계정들을 조사해보니, 특정 계정이 여당 후보를 칭찬하고 야당 후보를 깎아내리는 식의 글을 올리면 다른 계정이 일제히 이 글을 퍼 나르는 상황이 반복되더라고요.

제가 '국정원이 했다'고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만, 그런 취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특정 세력 혹은 개인이 최 기자 이메일을 해외를 통해 우회해서 해킹하려 했더군요. 이 친구가 평소 보안의식이 철두철미해서 비밀번호를 잘 관리해서 실패했습니다만.

이건 우리 뉴스타파 보도에서도 안 밝힌 내용인데, 저도 해킹 당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시도했더라고요? 제 계정은 접속 성공했더군요. 무슨 정보를 가져간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메일 계정에는 대단한 정보가 있진 않았습니다.

프레시안 : 누가 했는지는 모르신다는 거죠?

최승호 : 그렇죠.
 

▲뉴스타파는 새로운 대안 방송으로의 출발을 알렸다. <뉴스타파N>에서 앵커로 활약하는 최 PD. ⓒ뉴스타파


"박근혜 정부 아래 뉴스타파 잘 될 것 같아요"

프레시안 : 뉴스타파란 이름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진실한 뉴스로 사이비 언론을 타파하자',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그런데 제가 살펴보니, 이 단체 공식 명칭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더군요. 미국에서 퓰리처상을 수상한 온라인 대안 언론 <프로퍼블리카>가 탐사보도를 지향하는데, 뉴스타파도 탐사보도를 기치로 내건 것 같습니다. 뉴스타파의 보도 철학은 뭐죠?

최승호 : 보통 언론의 원칙이랑 같습니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본은 권력 견제입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탐사보도를 지향합니다. 권력이 감추려는 걸 추적해서, 캐내서 대중에게 알리는 거죠.

불행히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은 중계보도에 매몰돼 있습니다. 출입처가 다 정해져 있고, 그곳에서 일방적으로 건네는 정보를 그냥 대중에 옮겨주는 수준이죠. 우리가 굳이 탐사저널리즘센터라고 이름을 정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중계보도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 때문입니다.

프레시안 : 이를 위해 경력이 오래 된 기자들이 뭉쳤죠. 김용진 대표부터 말이죠. 현재 일하는 사람이 몇 명입니까?

최승호 : 현재 28명입니다. 시즌2에 비해 두 배 정도로 늘어났죠. 국정원을 보도한 최기훈 기자도 시즌3부터 합류했습니다. 새로 기자를 뽑았는데, 신입에 더해 경력자도 뽑았죠. 앞으로 우리가 영속하는 체제로 간다는 걸 공표한 겁니다.

프레시안 : 제가 경영자의 입장에서 바로 드는 생각인데 말이죠, 우리나라 언론 대부분이 광고수입에 의존합니다. 광고수입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30명 가까운 식구를 먹여 살릴 수 있을지, 저는 좀 걱정이 되네요.

최승호 : 걱정해주시는 분이 많아서 잘 되지 않겠어요? (웃음) 후원회원들이 굉장히 열정이 넘치십니다. 결국 우리 하기 나름이죠. 저는 앞으로 더 잘 될 거라고 봅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을 굳이 꼽자면,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처럼 하지 않고 언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웃음) KBS와 MBC가 다시 제 자리를 찾는다면 뉴스타파는 힘들어지겠죠. 그러나 현재 정부 상태를 보자면, 뉴스타파는 잘 될 것 같네요.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뉴스타파는 후원회원의 힘으로 운영 됩니다. 현재 2만8000여 명이더라고요. 저희도 후원회원의 도움을 얻고 있어서 그런지 남 일 같지 않습니다. 현재 어려움은 없나요?

최승호 : 현재로서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더 심도 있는 취재를 위해서는 인력이 더 필요한데, 그건 부족해서 아쉽죠. 지금은 기자들이 매주 프로그램 하나씩은 무조건 만들어야 하니 좀 더 깊이 있는 취재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시간이 더 지나서 신입으로 들어온 친구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보다 제대로 된 탐사보도가 가능하리라 봅니다.

프레시안 : 현재 뉴스타파 프로그램은 인터넷과 RTV로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접근도가 좀 낮은 편인데요, 시청자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최승호 : 열화와 같습니다. 방송이 나간 후 일요일에는 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 하루 종일 반응들을 보는데요,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오갑니다. 저희 프로그램을 유튜브에서 구독하시면, 자동으로 저희가 새 프로그램을 업로드할 때마다 이메일을 통해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 구독해주세요.

왜 김재철 사장은 그리 질주했을까


프레시안 : 이제 MBC 얘기로 돌아가보죠. 공영방송이 망가지지 않았다면 뉴스타파도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김재철 사장의 3년, 어땠습니까? 왜 김 전 사장이 그처럼 철저하게 노조와 대결구도를 이어갔을까요?

최승호 : 저도 처음에는 그 정도의 사람일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 분이 현업에 있을 때도 '훌륭한 기자'라는 소리는 잘 듣지 못했지만, 나쁜 사람이라는 얘기도 없었거든요. 오히려 후배들 잘 챙기고, 사람 좋다는 평가 받던 분이에요.

결국 낙하산으로 들어온 다음 자기 생존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나간 것 아닌가 싶어요. 정부가 자신에게 준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한 거죠.

김 전 사장이 그렇게 된 데는 서로 주고받는 부분도 있었다고 봅니다. MBC 구성원의 저항이 워낙 강하다보니 김 전 사장도 웬만한 강압으로는 저항을 무너뜨릴 수 없었던 거죠. 그러다보니 이 분도 끝까지 가 버린 것 아닌가 싶습니다.


프레시안 : MBC에 있는 지인에게 전해 듣기론 김재철 사장이 오시면서 '각 국의 가장 무능한 사람이 국장으로 승진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단순히 MBC 보도가 엇나간 수준을 넘어서 아예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진단이 나오더라고요. 이런 말까지 나올 정도인데, 26년 동안 MBC에 몸 담은 사람 입장에서 어떠신가요.

최승호 : 네…. 그 말씀이 일정 부분 맞아요. 평시 조직원들이 보기에는 한 부서의 장이 되기 어렵다 싶었던 분들이 다 승진했어요. 한편으로는 그런 인사가 이해되는 면도 있습니다.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시는 분이라면, 김 전 사장의 지시에 충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많았거든요.

여기 와주신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직장인이라는 게 다 자식 키우고, 가정생활 걱정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웬만큼만 하면 어느 정도 따라가려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김 전 사장이 그런 타협마저 힘들 정도로 일을 하셨어요. 자연히 정상적인 사람은 보직을 맡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죠.

개인적인 소감을 들자면 '저 사람은 무능하긴 해도 사람은 참 좋다'는 생각을 한 분이 계셨는데요, 그 분이
완장을 찬 다음에는 바로 얼굴이 달라지더군요. 웃던 인상에 주름이 팍 생기면서 눈에 긴장감이 생긴 거죠. '권력이 얼굴을 성형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영방송 독립성을 지키는 방법

프레시안 : 좀 껄끄러운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MBC가 이명박 정부의 표적이 된 결정적 계기가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였다고들 합니다. 당시 여권에서는 'MBC가 노영방송이다' '노조에 점령당했다' 'MBC가 민주당 편이다' 이런 비난이 많이 쏟아졌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승호 :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다만 그런 인상을 주는 부분이 어느 정도는 있었다고 봅니다. 이른바 보수 쪽 분들이 보셨을 때는 MBC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마침 MBC 출신은 정계 진출해도 다 민주당으로만 가고 한 거죠. 그래서 저는 엄기영 전 사장이 한나라당에 갔을 때 '차라리 잘 됐다' 싶더라고요. MBC에서도 한나라당 가는 사람이 있으면 적어도 '민주당 방송'이라는 소리는 덜 듣지 않겠습니까.

광우병 보도의 경우, 제가 할 말은 이겁니다. 기본적으로 <PD수첩>은 노무현 정부 때도 청와대와 굉장히 껄끄러운 관계였습니다. 당장 황우석 사건 때를 기억하시면 될 겁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 여러 차례 신랄하게 비판했죠. 그래서 노무현 정부 당시 홍보수석실의 회의 주제로 '다음 주 <PD수첩> 주제는 뭐냐'는 게 올라올 정도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쪽에서는 마치 MBC가 민주당 방송인 것처럼 분칠하고, 마침 그쪽이 권력을 갖고 있어서 더 확산되니 상당수 국민은 또 그렇게 알아듣고….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황우석 사건이 터졌을 당시 최문순 전 사장이 <PD수첩> 불방 결정을 내리기도 했죠. 확증이야 없지만 당시 저는 '청와대 압력이 있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MBC가 항상 민주당에 협조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제 김재철 사장도 물러났고, 이로써 MBC 정상화의 길이 열렸습니다. 다시 MBC가 공영방송의 소임을 다 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보십니까?

최승호 : 단순히 특정 인물이 한 명 물러난다고 해서 바뀌진 않을 겁니다. 근본적으로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는 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MBC 사장 선임 구조만 보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의 여당 추천과 야당 추천 이사 비율이 6대 3입니다. 과반수만 넘으면 사장이 당선되고요. 이 상황에서는 죽어다 깨어나도 야당 측 주장은 관철 안 됩니다. 어느 정권이 와도 마찬가지예요. KBS도 이런 구조는 마찬가지고요.

이걸 바꿔야 합니다. 공영방송 이사진 배분을 여야 5대 5로 하거나 최소한 6대 4 정도로 한 다음 절대 다수, 예를 들어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때만 사장 선임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합의에 따라 사장이 나올 것 아닙니까. 해외 상당수 공영방송도 이런 규칙을 갖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 저는 개인적으로 제도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당 추천 이사라 하더라도 기자와 PD의 자율성을 확대해주면 문제가 없지 않겠습니까. 김대중 정부 당시 김중배 사장이 적절한 예가 되리라고 봅니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실제로는 김중배 전 사장을 낙점한 건 아니었다고 들었어요. 어찌됐든, 마지막 질문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다른 정책을 펼까요?

최승호 : 달라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새 정부가 정말 달라졌다면, 제 생각에는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일방적으로 방문진에서 통과됐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6명 여당 측 이사 중 두 분 정도가 겨우 독립적으로 판단해서 통과됐습니다. 네 분은 여전히 김재철 사장을 지키려고 한 거죠. 제가 들은 바에 따르면 정부 쪽의 전화를 받은 여당 측 이사도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현 정부의 속마음을 알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긍정적 판단을 내리기는 좀 이르지 않나 싶습니다.

 
 
 

 

/이대희 기자(정리)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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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인질 '특전사 구출' 시나리오,가능할까?

 


 

북한이 4월3일 개성공단 근로자의 서울 입경은 허용하고 있지만, 개성공단 출입은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치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는 위협을 한 지 4일만입니다.

북한은 개성공단 출입에 필요한 출입경 승인 통보를 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려는 남측 근로자 484명과 차량 371대가 개성공단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남측 근로자 861명과 외국인 근로자 7명 등 모두 868명이 머물고 있으며, 조업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위협과 개성공단 출입을 승인하지 않자, 김관진 국방장관은 3일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북핵안보전략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북한) 앞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 있다. 국방부는 국민 신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만약 사태기 생기면 군사 조치와 더불어 만반의 대책도 마련돼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관진 국방장관의 발언과 국방부 군당국자의 말을 인용하면 개성공단에 인질 사태가 발생하면 특전사를 통해 구출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발언과 작전은 실효성이 굉장히 낮으면서 위험한 발상이기도 합니다.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은 인질 구출 작전'

우리가 영화와 인질 구출 작전 성공 사례만 봐서 인질이 억류되어 있을 때, 쉽게 구출할 수 있을 듯 보이지만 실제로 인질 구출 작전은 굉장히 위험하면서 실패할 확률이 높은 작전 중의 하나입니다.

적지를 타격하거나 폭파하는 작전은 최후의 수단으로 동귀어진처럼 자기 목숨을 바쳐 작전을 수행하면 되지만, '인질 구출'이 목적인 경우 전투를 벌이면서 인질을 구출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습니다.
 

 

▲엔테베 구출작전과 뮌헨올림픽 '검은9월단'을 다룬 영화.

 


인질 구출 작전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작전이 '엔테베 구출작전'입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출발한 에어프랑스 139 항공기기 승객 248명과 승객 12명이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 소속 테러범들에 의해 납치돼 우간다 엔테베 국제공항에 기착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육군 최정예인 제35공수여단과 특수부대 ‘사이렛 매트칼(Sayeret Matkal)’ 등에서 선발한 대원으로 특공대를 조직해 1분45초 만에 인질범을 사살하고 인질을 구출합니다.

1972년 뮌헨올림픽에 '검은 9월단' 팔레스타인 무장 게릴라들이 올림픽 이스라엘 선수촌에 난입하여 11명의 인질을 잡았고, 서독경찰의 어설픈 작전으로 인질 9명 전원 (2명은 이미 살해) 경찰관 1명, 범인 5명이 사망하는 참혹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바슬란 초등학교에 폭탄을 설치하며 어린 학생들을 인질로 삼은 체첸 무장괴한 (위) 러시아 특수부대 (아래 왼쪽) 진압작전 중에 희생된 민간인 시신 (아래 오른쪽)

 


2004년 북오세티아 공화국 베슬란의 한 초등학교에 체첸 반군무장괴한 30명이 1,128명의 학생과 교사,주민 등을 인질로 삼고 러시아 특수부대, 경찰과 대치를 합니다. 8시간에 걸친 치열한 인질 구출 작전을 벌였지만, 어린이 186명을 포함 민간인 334명과 인질범 32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집니다.

이 사건으로 693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고, 40명의 어린아이들이 불구가 된 상태로 대규모 인질 구출 작전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주 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을 다룬 영화 '아르고'

 


1979년 이란 테헤란에서는 팔레비 왕의 소환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주 이란 미국 대사관에 난입하여 점거, 미국인 50여명이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를 다룬 영화 '아르고'를 보면 영화 촬영을 하면서 일부 인질을 구출하는 장면도 나오지만, 인질은 1981년 1월까지 무려 444일 동안 억류됩니다.

영화와 다르게 실제 미국은 주 이란 미국 대사관에 억류된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이란 사막에 기지를 설치하고 RH-53D 시 스탤리온 헬기를 동원한 작전명 '독수리 발톱 작전 (Operation Eagle Claw)' 인질 구출작전을 벌입니다. 그러나 기지가 발각당하고 모래바람에 헬리콥터가 고장 나서 구출작전을 펼치기도 전에 철수하고 이 과정에서 오히려 미군 8명만 사망합니다. 결국, 나중에 협상을 통해 인질이 풀려나기는 했습니다.

이처럼 인질 구출 작전은 영화처럼 멋지게 끝날 수도 있지만, 인질이 사망하는 결과도 나올 수 있을만큼 어렵습니다. 그래서 인질 구출 작전은 치밀한 작전과 실제 모형을 토대로 하는 가상 훈련, 외교적인 지원 등이 합쳐지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개성공단 구출 작전은 특전사와 미군이 합쳐도 불가능'

국방부는 개성공단에 남측 근로자가 억류될 경우, 한.미 연합으로 '인질 구출 작전'을 감행하겠다고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아파치 헬기와 특수작전용 MH-47,MH-60 헬기를 이용해 특전사 707특임대와 미군이 지원하여 개성공단 인질을 구출하겠다는 이 시나리오는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868명에 해당하는 대규모 인질 때문입니다. 인질이 소수인 경우 기습작전을 펼쳐 충분히 가능하지만, 868명을 안전한 지대로 구출하기 위해서는 여러 대의 인질 수송용 헬기와 수십 대의 버스를 동원해야 하는데, 이런 작전은 거의 실패합니다.
 

 

▲페루주재 일본 대사관 인질사건은 현장에 있던 카메라로 생생하게 중계되기도 했다. 출처:MBC 뉴스

 


물론 1996년 일어난 페루 주재 일본 대사관 인질 구출 작전처럼 7백여명의 인질을 상대로 펼친 구출 작전이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1996년 12월 17일 아키히토 일본 천황의 생일을 축하 파티가 일본에서 열렸는데, MRTA라는 무장 게릴라 14명이 대사관에 있던 각국 외교관 7백여명을 인질로 잡습니다.(이중에는 한국 대사 이원영씨도 포함)

페루 당국은 많은 인질 때문에 즉각적인 인질 구출 작전을 벌이지 않고 협상을 통해 일부 인질이 풀려났으며, 도청기와 무선 송신기 등을 대사관 안으로 반입하며 대사관과 동일한 모형 세트에서 특수 부대를 훈련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땅굴을 파서 통로를 확보하며 작전명 "차빈 드 완타르"(지하 땅굴에 있는 유적 이름)를 감행합니다. 이 작전으로 인질범 14명이 전원 사살됐고, 인질 1명, 특공대원 2명이 사망하는 등의 구출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칩니다.

페루 주재 일본 대사관 구출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인질범의 규모를 처음 7백명에서 72명으로 줄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적지가 아닌 페루 내에서 벌였기 때문에 장기간 땅굴을 파는 등의 치밀한 구출 작전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즉 최소의 인원이라면 특전사 707특임대가 침투하고 미군이 엄호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구출이 가능하지만, 대규모 인질이 억류된다면 개성공단 인질 구출 시나리오는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개성공단에 숨어 있는 군사적 의미'

개성공단에 남측 근로자가 억류됐을 경우 대규모 인질 때문에 구출작전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미군의 막강한 화력으로 개성을 점령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모합니다.
 

 

▲개성공단에 있던 북한군 위치를 표시한 위성사진.

 


2003년 12월 착공됐던 개성공단은 원래 2군단 6사단이 주둔했던 지역입니다. 개성 시가지를 포함해 이 지역을 관할하는 인민군 부대는 2군단 6사단. 크게 4개 보병연대와 1개 포병연대, 탱크대대와 경보병대대입니다. 이들이 주둔했던 지역이 지금의 개성공단 자리입니다.

북한군이 개성공단이 생겼다고 멀리 간 것이 아닙니다. 개성공단 후방으로 옮기기는 했지만 즉각적으로 개성공단에 투입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개성은 주변으로 북한 인민군 5개 사단이 에워싸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개성 주변에 많은 병력을 배치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서울까지 빠른 시간 안에 돌파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 때문입니다. 이는 개성공단이 북한군의 남한 침략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국전 당시 개성,문산 전투를 담당했던 한국군 1사단 전투 지도와 현재 북한 지상군 배치도

 


개성지역은 군사적 요충지의 하나입니다. 유사시 인민군 지상전력이 가장 빠르게 수도 서울로 내려오는 이동경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판먼점을 사이에 두고 개성,문산 지역은 한반도 전체에서 군사전력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의 하나입니다.

이런 이유로 개성공단이 처음에 생길 때 북한 병력이 북상한다는 사실만으로 수도 서울에 대한 방어가 손쉬워졌다는 평가도 나올 정도였습니다.물론 어떤 이들은 개성공단을 만들면서 수도 서울까지의 거리가 더 빨라졌다는 위험성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말은 개성공단이 어떤 군사적 완충지대로의 역할을 할 때에는 전쟁의 위험성이 줄어들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더 어렵다는 말이 됩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북한군을 개성공단으로 이동한다면 전면전의 위험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개성공단에 남측 근로자가 인질로 억류될 경우 대규모 구출 작전을 벌인다면 전면전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4월2일 청와대에서 김관진 국방장관,류길재 통일부 장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외교안보장관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우리의 안보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라며 "외교,군사적 억지력으로 북 도발을 못하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문제는 지금 외교적인 채널도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군사적 압박은 과거에도 그리 효용성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미사일 발사,장거리 사정포 등의 군사적 위험을 높이지만 한국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상황을 박근혜 대통령이 안다면 그저 말뿐이 아니라 대북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적지에서 벌이는 작전의 위험성은 높습니다. 여기에 대규모 인질 구출 작전은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인질 구출 작전'을 벌이겠다는 강경책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대북 외교 협상력을 조금이나마 회복해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안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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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이든 생화학 무기든 초전에 박살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4/04 08:31
  • 수정일
    2013/04/04 08:3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북, 핵이든 생화학 무기든 초전에 박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보도 제1028호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4/04 [04:51] 최종편집: ⓒ 자주민보
 
 

▲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세군전과 생화학전으로 인해 우리민족이 당한 화는 이루 말할 수없이 컷다. 미군은 몇해전까지만해도 고엽제를 살포해 ㅎ한국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 것도 모자라 또 다시 생화학부대를 배치한는 것은 용납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


조선이 미 육군의 제23 생화학 부대, 의정부 이전을 반대하며 핵무기든, 생화학 무기든 초전에 박살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국평화통일 위원회는 서기국 보도 1028호를 통해 “얼마전 남조선강점 미제침략군 2사단에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에 주둔하고 있던 미육군 23화학대대가 재배치 되고 4일 경기도 의정부 미군기지에서 이와 관련한 공식행사놀음이 벌어지게 된다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평통 서기국은 미육군 제23생화학부대의 연혁과 온갖 악행을 소개 한뒤 “미국이 이러한 화학대대를 남조선에 다시 끌어들인 것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또하나의 용납못 할 도발이며 우리 민족에게 핵참화와 함께 생화학전쟁의 재난까지 들씌우려는 극악무도한 범죄적기도의 발로”라고 규탄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보도 1028호를 전문을 게재한다.

얼마전 남조선강점 미제침략군 2사단에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에 주둔하고 있던 미육군 23화학대대가 재배치되었다.

4일 경기도 의정부 미군기지에서 이와 관련한 공식행사놀음이 벌어지게 된다고 한다.

23화학대대는 2004년까지 미제침략군 19전구 지원사령부 소속으로 경상북도 칠곡의 미군기지에 주둔해 있다가 미국본토로 철수하였던 부대로서 지난 조선전쟁을 비롯한 여러 침략전쟁에 참가하여 수많은 생명을 무참히 살해하였다.

미국이 이러한 화학대대를 남조선에 다시 끌어들인 것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또 하나의 용납못 할 도발이며 우리 민족에게 핵참화와 함께 생화학전쟁의 재난까지 들씌우려는 극악무도한 범죄적기도의 발로이다.

다 아는바와 같이 지난 조선전쟁시기 미제는 우리 인민을 대상으로 세균무기, 화학무기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용하여 세계를 경악케 하였다.

지금 미국은 그러한 반인륜적 만행을 되풀이하려하고 있다.

23화학대대의 남조선재배치는 그와 같은 전범죄악을 또다시 저지르겠다는 것을 공공연히 선포한 것으로 된다.

지금 미국과 괴뢰들은 내외의 비난을 모면해보려고 미군 화학대대의 재배치에 대해 방어적이며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는데 기본목적이 있다.느니, 한미동맹의 억제력강화를 위한 것이라느니 뭐니 하고 떠들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저들의 극악한 범죄적 정체를 가리기 위한 궤변이다.

이번 화학대대의 재배치와 화학전쟁도발기도의 발로는 미국이 말끝마다 대량살상무기사용금지와 확산방지를 떠들지만 실지 그것을 난폭하게 어기는 범죄의 장본인이 다름 아닌 미국자신이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것으로 된다.

더욱이 참을수 없는 것은 괴뢰역적패당이 미국의 화학전쟁책동에 위험한 공범자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외세의 전쟁책동에 적극 추종하여 민족의 머리위에 핵참화를 들씌우게 하는 것도 부족하여 생화학전쟁의 재앙까지 몰아오려고 피 눈이 되어 날뛰는 괴뢰역적패당이야말로 동족이기는커녕 한 하늘을 이고 살수 없는 천하무도한 살인악마 무리임이 분명하다.

우리 군대와 인민은 미제와 남조선괴뢰패당의 무분별한 생화학전쟁책동을 절대로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며 이미 선포한대로 미국이 핵으로 공격해오든, 생화학무기를 가지고 달려들든 초전에 박살 내버리고말 것이다.

미국과 괴뢰역적패당은 전면대결전에 일떠선 우리 천만군민의 드높은 멸적의 기세를 똑바로 보고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

2013년 4월 3일

평 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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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벽이 문인줄 알고 박차고 나가는 것"

 

"역사란 벽이 문인줄 알고 박차고 나가는 것"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 18회 늦봄통일상 수상
 
 
2013년 04월 03일 (수) 01:00:18 조정훈 기자 whoony@tongilnews.com
 

 

   
▲ '18회 늦봄 통일상 시상식'이 2일 오후 서울 수유동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장공기념관에서 열렸다. 수상자인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상임대표가 제18회 늦봄 통일상을 수상했다.

'18회 늦봄 통일상 시상식'이 2일 오후 서울 수유동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장공기념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역사란 벽이 문인 줄 알고 박차고 나가는 것이라는 문익환 목사님의 말씀을 삶의 지표처럼 삼고 있다"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윤미향 대표는 "역사란 아무리 깜깜한 벽이지만 어둠을 곧 새벽을 오는 징조라 여기고 박차고 나간다면 어느 누구보다 먼저 희망, 평화, 통일의 기쁨을 온 몸으로 즐기지 않겠느냐"며 "문익환 목사님의 삶에 비하면 제 삶은 티끌만도 못하지만 그 분의 얼을, 저의 활동을 통해 살려내는 일에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재일동포, 베트남전 피해여성 등을 언급, "어느 것도 주저하지않고 분단도 경계도 벽을 주저하지않고 넘나들며 자유로운 정신으로 살아나셨듯이, 저도 그렇게 살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한 상금은 양심수 후원, 재일조선학교 지원운동, 나비기금 등에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윤미향 대표의 늦봄통일상 수상에, 오영석 전 한신대 총장은 "한민족은 고난의 역사인데 눈물과 피와 땀의 역사 가운데 가장 피눈물을 흘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눈물을 흘린 윤미향 대표의 놀라운 투쟁의 역사는 한민족의 모든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첫 걸음"이라고 축하했다.

 

   
▲ 이창복 통일맞이 이사장이 윤미향 대표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오영석 전 총장은 "양심세력과 함께 노력하는 윤미향 대표의 투쟁정신이 통일운동과 이어지고 세계평화와 이어지길 바란다"며 "문익환 목사의 통일사상과 정대협의 운동사상이 이어지는 것은 평화통일, 자주통일을 위해 남북이 함께 손을 잡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도 축사에서 "윤미향 대표가 처음 우리 문제를 위해 왔을 때 한창 이쁘장한 처녀였다. 세월이 흘러 여기까지 오면서 윤 대표가 흘린 눈물을 담으면 한강만큼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윤 대표가 이제까지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말할 수 없이 가슴 아픈 일이 많았다"며 "앞으로도 힘을 모아서 열심히 싸워주길 바란다. 윤 대표에게 통일상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축하했다.

수상에 앞서 양길승 '늦봄통일상 심사위원회' 심사위원장은 심사보고에서 "이번 심사위원회는 화두를 '늦봄 통일상의 지평을 어디까지 넓힐 것인가'로 두고 토론을 진행하였다"며 "또 수상자에게 단지 영예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천하고 활동하는 사람에게 더 잘하라고 격려하고 고무하는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점도 주요한 토론거리였다"고 말했다.

양길승 위원장은 "올해 수상자는 이런 토론의 방향을 상징한다"며 "앞으로도 늦봄 통일상이 꾸준히 통일운동과 평화운동 그리고 민족화해를 이끌어가는 사람에게 따뜻한 격려의 의미로 자리매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이창복 통일맞이 이사장, 최교진 통일맞이 이사,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18회 늦봄통일상에 선정된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한신대 신학과를 졸업, 1992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간사로 활동을 시작해 2005년 상임대표, 2012년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관장을 맡는 등 20년 넘게 일본군'위안부' 해결운동을 해오고 있다.

늦봄통일상은 1996년 음악가 윤이상, 민가협 공동수상을 시작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우정 여성운동가, 고은 시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사진가 이시우 등이 수상했다.

 

   
▲ '18회 늦봄통일상' 수상자인 윤미향 대표와 통일맞이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한편, 이날 시상식 이후, 늦봄문익환시비 이전 제막식이 한신대 장공기념관 앞에서 열렸다.

'늦봄문익환시비'는 지난 2008년 한신대 운동장 외곽에 설치됐으나, 한달 만에 훼손됐다. 이에 '통일맞이' 측은 한신대 측에 시비를 보호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안전을 위해 한신대 교정 내로 이전됐다.

'늦봄문익환시비'는 고 문익환 목사의 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 글자 하나하나가 가로 1m80cm, 세로 2m40cm의 놋쇠조형물로 형상화됐으며, 임옥상 미술가가 제작했다.

 

   

▲ '늦봄문익환시비' 이전 제막식이 시상식 이후 한신대 장공기념관 앞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시비 가림막을 걷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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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오리 어디 갔나 했더니…삽교호서 32만마리 확인

가창오리 어디 갔나 했더니…삽교호서 32만마리 확인

 
윤순영 2013. 04. 02
조회수 2791추천수 0
 

탐조객 기다리던 천수만 건너뛰어 남해로 직행…`실종' 논란 일어

지난 4~11일 삽교호서 집결 무리 확인, 먹이와 기후변화 영향 받아

 

크기변환_SY3_0503.jpg » 가창오리 무리. 얼굴 무늬를 따 태극 오리라고도 부른다.

 

해질 무렵 가창오리가 펼치는 환상적인 군무를 볼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단 한 곳, 우리나라뿐이다. 전 세계 가창오리의 95%가 한국에서 겨울을 난다. 그 중요성과 가치를 잊어버린다면 가창오리가 빚어내는 장관을 더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

 

크기변환_SY2_6369.jpg » 삽교호에 큰 산을 만든 가창오리 떼.

 

가창오리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인데도 우리 정부는 한반도에 도래하는 개체수가 많다며 최근 멸종위기종에서 제외했다. 많고 적다는 걸 무슨 기준으로 판단했을까. 또 소중한 것과 가치 없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이 지구상에 있는 35만여 마리의 가창오리가 과연 많은 것일까? 해제의 타당성이 무척 궁금하다. 다른 조류와 달리 군집성이 강한 가창오리의 습성때문에 전염병이나 독극물에 노출될 경우 한 번에 절멸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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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30일 탐조가인 김신환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의장은 페이스북에 ‘가창오리를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여기저기서 가창오리에 대한 화제가 만발했다. 가창오리가 우리나라에 오지 않았다거나 가창오리 수가 줄었다는 등의 보도가 잇따랐고, 가창오리에 대한 위기감까지 조성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천수만에 머물지 않고 그곳에서 관찰되지 않았다고 실종된 것은 아니다.

 

크기변환_SY2_7544.jpg » 늦은 저녁 삽교호 위를 먹구름처럼 덮고 있는 것이 가창오리 무리이다.

 

크기변환_SY2_8004.jpg » 구름 띠처럼 보이는 가창오리 무리.

 

천수만에서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은 천수만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예전에도 가창오리가 천수만과 금강을 버리고 남해안으로 향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올해는 바로 해남까지 내려간 것이다. 가창오리의 이동은 기후변화와 특히 먹이 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몹시 추운 해에는 철새들이 시베리아에서 우리나라에 일찍 도래하곤 한다. 철새의 월동을 알리는 첫 손님 기러기가 그런 예이다. 야생동물들은 사람이 갖고 있지 못한 자연변화에 대한 예측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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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을 비롯해 삽교호, 남양호 등에 머물던 가창오리는 11월 말~12월 초 남쪽인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의 금강하굿둑 주변으로 터전을 옮기는 것이 보통이다. 기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좀 더 따뜻하고 먹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더 남쪽으로 전북 고창의 동림저수지, 전남 영암의 영암호, 해남의 고천암호,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에서 1~2월까지 머무르다가 번식지 시베리아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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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철새들은 중북부 지방에서 보름에서 한 달 정도 머물다 남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북상할 때는 내려갔던 길을 되짚어 그 장소마다 징검다리 식으로 들르며 10여 일씩 머물다 간다.

 

이때는 경계심도 적고 인가 근처의 농경지에서 남아있는 낱알을 먹는 습성을 보인다. 조류의 이동 경로 변화는 벼를 베는 시기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고 먹이와 지역 기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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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SY2_7656.jpg » 수면에서 날아 오르는 가창오리 떼.

 

우리나라의 중북부와 산간 지역은 이른 벼(조생종)를 일찍 모내기하고, 남부로 내려갈수록 늦은 벼(만생종)를 늦게 모내기하므로 지역적으로는 중북부 및 산간 지역은 일찍 벼를 수확하고 남부지역으로 갈수록 벼를 늦게 수확한다.


평균적으로 벼 베기 적기는 품종에 따라 다른데, 이른 벼는 9월12~20일 사이, 늦은 벼는10월5일~30일 사이에 수확한다. 특히 강원도 산간 지역이나 철원은 기후 관계로 이른 벼를 심고 9월에 벼를 베기 시작한다. 쇠기러기는 이 시기를 맞춰 도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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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로는 농촌일손 부족과 수확용 장비 일정에 따라 이보다 늦게 수확하는 농가도 많이 있다. 농기계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11월 하순까지 벼를 베는 농가도 종종 있었다. 철새들이 먹이 터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벼 재배 일정이나 방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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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나 벼 베는 시기의 변화는 한반도를 찾아오는 철새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동경로나 서식지 변화를 언제든지 가져올 수 있다. 물론 먹이 터 감소와 주변 환경변화로 인한 영향도 있다.

 

과연 가창오리 수가 줄어들었는지, 북상 이동경로가 바뀌는지 지켜보았다.

 

크기변환_SY2_7996.jpg » 삽교호 다리 위를 먹구름처럼 지나가는 가창오리 무리.

 

지난 3월3일 천수만을 거쳐, 3월4일부터 11일까지 8일 동안 삽교호에서 가창오리를 관찰하였다. 그 결과 관찰된 가창오리의 개체수는 3월4일 15만 마리, 3월6일 18만 마리, 3월9일 25만 마리, 3월10일 28만 마리로 점차 늘다가, 마침내 3월11일에는 32만여 마리로 최대를 기록했다.

 

북상 이동경로는 예전처럼 경남, 전남에서 전북을 거처 충북 삽교호에 북상 중 집결한 것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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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오리를 둘러싼 이번 혼란은 추정을 단정적으로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민감한 조류의 생태는 지속적인 생태 관찰을 통해서만 정화한 변화를 판단할 수 있다. 철새들의 이동경로와 증감을 파악하는 분석 기법이 새롭게 마련되었으면 한다 .

 

평야에는 비닐하우스, 볏짚 수확, 소여물로 쓰는 볏짚 말이, 논갈이 등 철새도래를 저해하는 요인들이 널려있다. 이들은 좀 더 넓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조류가 환경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는 것은 환경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먹이 사슬에 상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기변환_SY1_1330.jpg » 가창오리의 군무가 새 모양을 이뤘다.

 

인간 중심의 판단보다는 새들의 본능과 행동을 세밀하게 살펴본 바탕에서의 판단이 요구된다. 특히 환경문제를 다루는 방송과 신문은 정확성에 좀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한다. 화제가 되면 앞다투어 보도하는 행태가 오류를 낳는다. 오류가 사실이 되고 사실이 오류가 되는 혼란을 막아 주었으면 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관련 기사: 수만마리 군무,가창오리는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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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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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해결 약속하고선 입닫은 박근혜

 

4·3 위원회가 정부에 보낸 건의사항을 기억하길
 
耽讀 | 등록:2013-04-03 09:09:25 | 최종:2013-04-03 09:13:0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제주 4·3 사건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고 많은 분들이 희생되신 가슴 아픈 역사다.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될 일이라고 본다”(2012년 8월 1일,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후보 제주 4·3 평화공원 참배 후 기자들에게)

“평화의 섬, 우리 제주도는 아픈 역사의 상처가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곳이다. 4·3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다. 4·3 희생자와 가족들이 겪은 아픔을 치유하는 일에 저와 새누리당 앞장서서 노력하겠다.”(2012년 10월 17일, 박근혜 대선후보 새누리당 제주도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인사말 중)

“4·3은 제주 도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가슴 아파하는 사건으로 그동안 정부의 많은 관심이 있었지만 부족했다. 국가 추모기념일 제정을 비롯해 제주 도민들의 아픔이 가실 때까지 최대한 노력하겠다.”(2012년 12월 11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제주 유세 당시)

위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후보 시절 당시 제주 4·3사건을 두고 한 발언들이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제주도에 ‘4·3 완전한 해결 새누리당이 해내겠습니다’라는 커다란 펼침막을 내다 걸었다.
 

 

▲ 새누리당이 내건 ‘4·3 완전한 해결 새누리당이 해내겠습니다’는 과연 무슨 의미일까? ⓒ 트위터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와 새누리당이 한목소리로 4·3사건을 해결하겠다고 제주도민과 4·3사건 관련자들에게 약속하는 것을 보고 나는 두 손 들어 환영했다. 특히 그들이 보수 후보이고 보수 정당이라 더 환영했다. 왜냐하면 이들이 4·3사건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선다면 색깔론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4·3사건을 국가공권력 자행한 것이라며 사과하자 보수세력은 색깔론을 제기했다.

4·3사건을 두고 이념 논쟁이 생기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 2012년 '북의 대남 전복 전략' 강연에서 '제주 4·3 사건을 무장폭동 및 반란으로 규정'한다는 식의 발언을 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야당 질의에 대해 남 후보자는 “전체 사안을 얘기한 것이 아니고 (4·3사건에) 참여했던 김달삼에 한정해서 한 이야기”라고 답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육군이 유튜브에 제주 4·3사건을 무장공비의 폭동 진압으로 소개한 동영상이 올라와 파문이 일었다. 이런 사례를 두고 봤을 때 한국 보수세력에게 제주 4·3사건은 공권력에 대한 민간인 학살이 아니라 ‘무장폭동’으로 각인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4·3사건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면 색깔론을 피하면서 ‘완전한 해결’로 나아갈 수 있다. 나는 그 첫걸음을 박근혜 대통령의 4·3 위령제 참석이라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4·3 위령제에 참석한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올해 4·3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박근혜

참석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4·3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4·3 위령제에 참석하는 정부 대표인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모양이다.

제주 4·3평화재단은 4월 3일 오전 11시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리는 제65주기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정부 대표로 정홍원 총리가 참석하게 된다고 밝혔다. 보수 대통령의 첫 4·3 위령제 참석을 바랐던 이들의 바람은 한순간에 무너진 셈이 됐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4·3 위령제에 참석하지 못하는 이유가 왠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제주의 소리>는 “정부 측은 제주도에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대치 상황 등을 고려해 참석하지 못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제주의 소리>는 박 대통령 위령제 불참에 대해 4·3유족회 관계자가 “새누리당 제주도당과 간담회·기자회견, 심지어 청와대까지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의 위령제 참석을 요청했다”며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민주통합당은 박 대통령 불참에 대해 “위령제 불참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한 뒤 “지금이라도 제주도민의 소망을 귀담아듣고 위령제 불참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4·3 위원회가 정부에 보낸 건의사항을 기억하길

대선후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제주에 가서 4·3사건 해결을 강조한 목적이 ‘표’ 때문이 아니라면 10년 전 제주 4·3위원회가 정부에 건의한 7대 사항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 도민과 피해자들에게 정부 공식 사과 ▲ 추모기념일 제정 ▲ 진상보고서 교육자료 활용 ▲ 평화공원 조성 지원 ▲ 유가족에 대한 실질 생계비 지원 ▲ 집단 매장지 및 유적지 발굴사업 지원 ▲ 진상규명 및 기념사업 지속 지원이 바로 그것이다.

이 일곱 가지 중 도민과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 공식 사과는 이미 완료됐다. 그리고 진상보고서의 교육자료 활용과 집단 매장지 발굴작업도 완료된 상태다. 하지만, 평화공원 조성 사업 지원은 2009년 이후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고, 추모기념일 제정은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1일 <한겨레> 대통령이 ‘민간인 학살’ 사과 뒤 10년… 4·3 해결은 아득 기사 참고).

그리고 4·3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화 하나를 보길 추천한다. 지난 3월 31일 6만 관객(배급사 집계)을 돌파한 영화 <지슬>이 바로 그것이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이 영화는 1948년 11월 주민들을 폭도로 몰아 사살하라는 미 군정의 소개령이 떨어진 뒤 제주 큰넓게 동굴에 숨은 제주 주민들의 실화가 담겨 있다.

나는 박 대통령이 <지슬>을 본 관객 중 한 명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니 혼자가 아니라 청와대 참모진과 4·3사건을 아직도 무장반란으로 보고 싶어하는 이들과 함께 보면 더욱 좋겠다. 그렇다면 4·3사건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바뀌지 않을까. 행동은 말이 아니라 인식 변화를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박근혜 후보의 4·3 관련 발언이 헛말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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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이 북한 돈줄? 언론이 위기 불러"

'태풍의 눈' 개성, 입주업체 "현장은 이상무"

13.04.02 17:52l최종 업데이트 13.04.02 17:52l

 

 

도라산 출입사무소에서 남측 사람들이 개성공단으로 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자료 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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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엔 아무 일 없다. 조용하게 열심히 일들 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관계자들이 전하는 개성공단의 현재 상황은 '태풍의 눈'과 같았다. 한반도를 뒤덮은 전쟁위기 먹구름의 한 가운데에 있지만 개성공단은 바람 한 점 없는 '평상시'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이에 따른 UN 안보리의 제재결의, 한국과 미국의 키리졸브 연합 군사훈련, 북한의 정전협정 무효 선언 및 핵전쟁 위협, 북한의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 직통전화 차단, 북한군 최고사령부 전투태세 돌입 지시, 미국의 B-52, B-2 폭격기의 한반도 훈련, 북한의 미국 본토 겨냥 미사일 사격대응 지시 등 한반도의 남북갈등 국면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그러다 갑자기 불똥이 개성공단으로 튀었다. 지난달 27일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 허가에 사용하던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차단하자 관심은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과연 이전처럼 유지할 것이냐에 쏠렸다. 그러나 민간통신선을 통해 북한의 출입 승인이 이뤄지며 '개성공단은 이상무'였다.

이를 두고 '북한이 개성공단을 건드리지 않는 건 개성공단이 외화벌이 창구이기 때문'이라는 일부 보수 언론의 분석이 뒤를 이었다. 3차 핵실험 이후 도발 위협을 이어가면서도 개성공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던 북한은 이에 즉각 반응, "우리(북한)의 존엄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 든다면 공업지구를 가차 없이 차단, 폐쇄해버리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돈 때문에 개성공단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니다'라는 것.

이후에도 개성공단 출입은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한국의 일부 언론은 '개성공단 철수까지도 각오하고 북한에 강경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들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개성공단의 한국 주재원들이 북한의 인질이 될 것', '개성공단 노동인력 5만여 명은 북한의 특수부대'라는 주장들을 내놓으며 개성공단 철수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직접 가 보면 걱정거리 없다는 것 알게 돼"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차량이 입경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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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과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을 닫니 마니 왈가왈부하는 상황인데, 정작 개성공단 안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는 게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업체들의 전언이다.

2005년부터 입주한 개성공단에서 초창기부터 공장을 가동시키고 있는 한 업체의 실무자는 1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공장에서 지금 남북한이 어쩌구 개성공단이 어쩌구 하는 걸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며 "오늘 불량 몇 개 났는지, 원자재는 잘 들어오고 있는지, 이런 얘기들을 하지, 밖에서 돌아가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실무자는 "개성공단엔 정치적인 얘길 하지 않는 분위기가 예전부터 정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출입승인을 받아 개성공단을 들락날락하는 직원들에게서도 불안감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는 얘기도 뒤따랐다. 그는 "북한 노동자들과 예전처럼 '애는 잘 크고 있느냐', '이제 젖은 뗐냐'는 등의 상시적인 대화를 변함없이 나누고 있다"며 "개성공단의 이런 상황을 경험하지 못한 가족들이나 언론을 통해서만 개성공단 상황을 접하고 있는 분들은 굉장히 불안해 하지만, 거기 가서 직접 경험해보면 별로 걱정거리가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기섭 SNG 대표도 "공단 현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남북한 갈등 고조에도 현장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정 대표는 대뜸 '개성공단이 북한의 외화벌이 창구'라는 한국 일부 언론의 보도부터 비판했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 노동자 전체에게 지급되는 돈이 1년에 800~900억 원 정도 되는데 이 중에 북한 당국이 가져가는 걸 3분의 2 정도로 많이 잡아도 500~600억 원이다. 북한이 전쟁불사를 내세우면서도 이 돈 때문에 공단을 못 건드린다는 건 그 사람들(북한) 자존심을 굉장히 상하게 하는 얘기"라고 했다.

정 대표는 "유훈통치를 한다고 할 정도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추앙하는 북한으로선 전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직접 결정한 게 이 개성공단이기 때문에 개성공단만은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며 "북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남한에서 '돈 때문에 개성공단 문을 못 닫는다'고 보도하는 건 오히려 우리 언론들이 '개성공단 문을 닫으라'고 하는 것 밖에 안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돈 때문에 못 닫는다'? 북한을 조롱하는 보도"

많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개성공단 이상무!"를 확인하면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주식회사 개성의 이임동 대표는 약간의 불안감을 표시했다.

이 대표는 "현지 상황은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실질적으로 불안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며 "지금까지 북한이 개성공단을 두고 어떻게 하겠다고 직접 얘기한 적은 없었지만, 이번엔 공단을 관할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나서서 '문을 닫겠다'고 했다. 북한이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면 일시적인 차단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라는 점을 강조해온 북한이 이번만은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이 이전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라는 얘기다.

이 대표는 "그런데, 우리 정부나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일부 언론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더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앞서 정 대표도 지적했듯 '개성공단이 북한의 외화 벌이 창구이기 때문에 문을 못 닫는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지면 개성공단을 진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

이 대표는 "북한을 아주 조롱거리로 만드는 보도였다, 공단 노동자들 월급에 북한의 생사가 걸렸다는 듯한 내용으로 보도하면 북한 입장에서 비참함과 모독을 느끼지 않겠느냐"며 "상황이 계속 이렇게 가면 북한 쪽에서 순간적으로 감정적인 대응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개성공단은 회생불능에 빠지지 않겠느냐"고 성토했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 위협 속에서도 한국 정부의 대응은 잘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가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것 같은데, 일부에서 마치 개성공단을 망하게 하려는 것 같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그런 사람들에게 북한이 자극을 받는 상황이 가장 우려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화인터뷰를 마치며 이 말을 꼭 실어 달라고 당부했다.

"개성공단에 공장을 차린 기업들과 일하러 가는 근로자들은 진짜 용기 있는 사람들이고 애국하는 사람들이다. 철책선을 지키는 군인들 못지 않은 진정한 애국자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개성공단을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개성공단에서 한 달만 살아보라고 하고 싶다. 민족과 통일을 생각한다면 그런 말을 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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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슬'에 나온 마약중독자, 알고보니 '제주4.3' 실존 진압군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에 보면 몰핀에 취해 광기를 벌이며 마을 주민을 무참히 학살하는 '김 상사'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몰핀에 취해 작전 나가는 부하들에게 "계집애도 하나 잡아와"라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설마 하면서, 단순히 극적인 요소였다고만 생각했을 것입니다.

지슬에 나오는 김상사를 혹자는 '지옥의 묵시록'에 나오는 커츠 대령(말론 브랜도)처럼 생각하기도 하고, 지슬을 제작한 오멸 감독은 그가 일제의 잔재로 전쟁을 경험한 아편중독자로 살인에 취해있는 인물이라고 가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김상사와 같은 인물이 제주4.3 사건에 존재했었습니다.

제주 4.3을 진압하기 위해 육지에서 경찰과 군인이 내려왔지만, 경비대로는 제주 모슬포에 주둔했던 제9연대가 있었습니다. 9연대는 처음에는 무장봉기 일어났을 때 단순히 도민과 경찰,서청간의 충돌로 간주했고, 진압작전보다는 '경비 치안'을 위해 10명 이내의 부대원을 제주읍에 파견했습니다.

제9연대 연대장 김익렬은 무장대 총책 김달삼 간의 평화협상을 성사시키지만, 우익청년단원들의 '오라리 방화사건'을 묵인한 미군과 이승만 정부는 강경 진압을 위해 '화평정책'을 추진했던 김익렬을 해임하고, 9연대 연대장을 박진경 중령으로 전격 교체합니다.

제9연대는 수원에서 창설된 제11연대에 합편하며 제11연대 연대장으로 박진경 중령을 임명하는데, 박진경 중령은 취임식 때 "폭동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고 발언하며 무자비한 작전을 펼치다, 1948년 6월 18일 숙소에서 부하 손선호 하사에 사살됩니다.

' 사형권을 가진 마약중독자 성폭행범, 9연대 정보참모 탁성록 대위'

이후 제11연대장에 최경록 중령, 부연대장에 송요찬 소령이 임명됐는데, 경비대총사령부가 경비대 제9연대를 부활시키면서 연대장에 송요찬 소령을 임명하고 제11연대는 수원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이때 제9연대 정보참모가 바로 탁성록 대위입니다.

앞서 장황하게 제주 4.3을 진압했던 제9연대의 연대장들을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연대장에 따라 무자비한 진압과 작전이 전개되기도 했으며, 평화적인 선무공작이 이루어지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제9연대 송요찬도 제주 주민을 무참히 학살했던 인물로, 특히 제9연대 정보참모 탁성록의 만행은 '지슬'에 나오는 김상사는 약과일 정도였습니다.

"연대 정보참모가 탁성록인데 그 사람 말 한마디에 다 죽었습니다. 그 때 헌병에게 잡혀가면 살고, 탁 대위에게 잡혀가면 민간인이고 군인이고 가릴 것 없이 다 죽었습니다. "(당시 9연대 보급과 선임하사 윤태준 증언)

“탁성록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다. 예쁜 여자들만 여러번 바꿔가며 살았는데 나중에 제주를 떠나게 되자 동거하던 여인을 사라봉에서 죽이고 갔다. 그는 사형권을 가진 사람이었다”(최길두 증언)

 

 

▲ 제주비행장 미군수송기 앞에서 기념촬영한 장교들. 뒷줄 오른쪽부터 9연대 한영주 작전참모, 미 군조종사, 김정무 군수참모, 탁성록 정보참모,앞줄은 미고문관과 안광수 경비대 작전과장. 출처:미국립문서관리청

 


탁성록이 마약중독자라는 증언은 구체적이면서 여러 사람이 했는데, 당시 제주도립 제주의원 경리주임이었던 하두용은 그는 제주에 오기 전부터 아편에 중독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탁성록은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와 소위 아편주사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마약은 함부로 취급할 수 없는 것이라 약재과장을 불러와 결재를 받고 주사를 놔 주었습니다. 그는 팔에 주사바늘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지독한 아편쟁이였어요. 안정숙 간호원이 팔뚝에 주사하려 해도 주사 바늘이 들어가지 않자 겨드랑이 밑에 꽂으라고 하더군요. 그는 재임기간 내내 주사를 맞으러 병원을 찾았습니다." (제주도립 제주의원 하두용 증언)

탁성록은 자신에게 아편주사를 놓아달라는 명령을 거부했던 오창흔이라는 의사를 공산당으로 조작해 포로수용소에 가두기도 했는데, 오창흔은 나중에 탁성록이 무서워 석방된 후 서울로 갔다가 제주도로 오지 못하고 부산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탁성록은 마흔이 다 된 사람인데 정보참모의 자격도 없는 사람입니다. 군사영어학교 출신도 아니고 군악대에서 나팔 불던 놈인데 특채됐는지 나보다도 먼저 대위를 달았어요. 이런 저런 구실을 달아 여자들 성폭행을 많이 했어요" (9연대 군수참모 김정무 증언)

제주 4.3을 진압하러 온 장교, 그중에서 작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정보참모가 마약중독자이자, 법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무자비한 살상을 저지르고 성폭행까지 했다는 사실은 제주 4.3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광기에 사로잡힌 학살이었다는 점을 조금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 반민특위를 암살하려던 친일경찰 최난수, 제주에서 고문을 일삼다'

제주는 유독 육지경찰에 대한 반감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제주에 있던 초기 경찰간부들이 거의 친일 경력이 있던 일제 경찰로 채워져 수세에 몰리다가 3.1절 시위에 대비해서 육지에서 온 경찰 100명이 들어왔다가 이들이 발포사건을 유발했기 때문입니다.

제주출신 일부 경찰들이 육지경찰의 발포에 항의하며 사임하자, 육지에서 경찰을 지원받아 제주 경찰력의 75%를 육지경찰로 채우는 등 지속해서 제주출신 경찰은 배제하고 육지경찰이 경찰력을 장악하며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했기 때문입니다.

1948년 조병옥 경무부장은 각 지역 경찰서에서 차출한 응원경찰 450명과 수도경찰청 최난수 경감이 지휘하는 형사대를 제주도로 보내는데, 이들은 '제주는 빨갱이의 섬'이라는 인식만 하고 내려와, 일제 고등계 형사와 같은 만행을 그대로 저질렀습니다.
 

"제주출신을 믿지 못하겠다고 해서 서울에서 특별수사대가 내려왔는데 최난수 경감이 대장이었습니다. 최 경감은 왜정 때 고등계형사 출신으로 그 때 버릇이 남아 고문을 일삼았기 때문에 나와 마찰이 잦았습니다.

하루는 내가 제주경찰서에서 숙직을 하는데 여자의 비명소리가 나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취조실로 가보니 여자를 나체로 만들어 거꾸로 매달아 놓고는 고문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내가 일본도를 들고 가 화를 냈더니 수사대원이 도망쳤어요.

난 이튿날 홍순봉 청장에게 “최난수가 너무 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제주사람들은 점점 더 육지사람들에게 등을 돌리게 된다. 그러면 사태진압이 어려워진다”고 따졌습니다. 그래도 최난수는 막무가내였어요. 그런 고문을 받으면 안 한 일도 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별수사대는 또 스스로 삐라를 만들어 특정 마을에 몰래 뿌려놓고는 그 마을 사람들을 잡아다 고문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돈도 나오고 여러 가지가 나오거든요. 자유당 시절의 소위 ‘관제공산당(官製共産黨)’인 셈이지요." (김호경 당시 제주 경찰 특별수사대원 증언)


최난수는 악명높은 일제 고등계 형사처럼 고문을 일삼으며 제주도민을 탄압했는데, 그는 이런 와중에도 자신의 친일 범죄를 반성하기는커녕 도리어 무서운 일을 벌입니다.

서울에서 '반민법'이 만들어지면서 친일파들이 법의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하자 친일경찰로 유명한 노덕술과 최난수 등은 국회의원을 납치 38선 부근으로 끌고 가서 살해한 후 '조국을 배신하고 월북하는 것을 발견, 즉결처형했다'는 용공조작 시나리오를 가지고 테러리스트 백민태를 고용합니다.
 

 

▲반민특위 습격사건과 반민특위 요인 암살 사건을 주도했던 친일경찰 출신 노덕술(앞줄 왼쪽 첫번째)최난수 (앞줄 왼쪽 세번째)

 


백민태는 최난수로부터 무기와 자금, 암살 대상 명단을 받았는데, 명단에는 반민특위 관련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청렴결백한 대법원장이었던 김병노와 신익희 국회의장, 권승렬 검찰총장 등이 포함되어 있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수했고, 결국 최난수는 1949년 6월 살인예비죄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반민법 제5조에는 ‘일본치하에 고등관 3등급 이상, 훈 5등 이상을 받은 관공리 또는 헌병, 헌병보, 고등경찰의 직에 있던 자는 본법의 공소시효 경과 전에는 공무원에 임명될 수 없다. 단, 기술관은 제외한다.’라는 조항이 있었는데, 만약 반민법이 적용된다면 노덕술,최난수와 같은 친일 경찰은 절대 경찰을 할 수 없어서 이들은 테러리스트를 고용해 반민특위 관련자들과 대법원장,검찰총장까지 암살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해방되면 독립군들을 고문하던 친일 경찰이 사라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이들은 해방된 조국에서도 여전히 고문과 암살,용공조작을 일삼으며 살았습니다.

' 하루에 한 명 이상 죽이지 않으면 밥맛이 없다던 서청 경찰'

이승만은 서북청년회를 각별하게 여겼습니다. 반공이라는 무기로 정권을 유지하려던 그에게 공산당이 싫어서 (실제로는 재산을 몰수당한 지주와 친일 세력) 넘어와 기댈 곳 없는 이들은 말 잘 듣는 깡패 조직의 행동대원으로 써먹기 딱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경찰에 특채하기도 하고, 군대의 특별 조직으로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서청이 처음 제주에 들어온 것은 유해진 지사가 제주로 부임하면서 호위병으로 서청단원을 활용한 것이 시작인데, 4.3 전까지 당시5백~7백명 가량의 서청이 들어왔는데 일자리가 없자, 태극기나 이승만 사진 등을 강매하면서 테러와 폭행을 일삼아 이들이 제주 4.3 발발 원인의 하나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제주도 토벌에 나섰던 경찰과 서청단원,군인을 격려하는 이승만.

 


제주 4.3이 나자 서청은 대거 제주에 오는데, 당시 이승만은 서울시 공관에서 열린 서북청년회 총회에서 ‘제주도 4‧3사태와 여수‧순천 반란사태로 전국이 초비상사태로 돌입했다. 이 국난을 수습하기 위하여 사상이 투철한 서북청년회를 전국 각지에 배치하겠다’고 말했고, 서청단원 200명이 경찰로 급조되 제주로 내려와, 이들을 '2백명 부대'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들 서청은 보급을 자체조달하라는 이승만의 지시에 의해 제주도민의 집에 들어가 쌀과 돼지 등을 강제로 약탈하기도 했으며, 또한, 제주도 행정2인자였던 제주도 총무국장 김두현이 서청에 보급을 잘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무실에서 매질을 하고 실신한 그를 밖으로 내버려 죽이기도 했습니다.

서청은 자신들의 활약상을 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문사 사장을 구타하는 등 인간으로는 도저히 보여주기 어려운 잔혹한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외도지서 특공대 생활을 할 때 서북청년단 출신 경찰 이윤도(李允道)의 학살극은 도저히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날 지서에서는 소위 ‘도피자가족’을 지서로 끌고 가 모진 고문을 했습니다. 그들이 총살터로 끌려갈 적엔 이미 기진맥진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할 지경이 됐지요. 이윤도는 특공대원에게 그들을 찌르라고 강요하다가 스스로 칼을 꺼내더니 한 명씩 등을 찔렀습니다.

그들은 눈이 튀어나오며 꼬꾸라져 죽었습니다. 그때 약 80명이 희생됐는데 여자가 더 많았지요. 여자들 중에는 젖먹이 아기를 안고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윤도는 젖먹이가 죽은 엄마 앞에서 바둥거리자 칼로 아기를 찔러 위로 치켜들며 위세를 보였습니다. 도평리 아기들이 그때 죽었지요. 그는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그 꼴을 보니 며칠간 밥도 못 먹었습니다" (외도지서 특공대원 고치돈 증언)



서청 경찰 중에는 악명이 높던 삼양지서 주임 정용철이 있었는데, 정용철은 "하루에 한 명 이상 죽이지 않으면 밥맛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고 합니다.
 

"서북청년회 출신 정 주임은 너무도 잔인했어요. 여자들 옷을 벗겨 더러운 행위를 하는 것도 다 봤습니다. 그리고 그 추운 겨울날 여자들의 옷을 벗긴 채 망루 위에 오랜 시간 앉혀 놓았습니다. 난 벌벌 떠는 그들이 불쌍해 코트를 벗어 덮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날이 밝으면 삼양지서 옆 밭에서 남자고 여자고 수십명씩 잡아다 죽였습니다. 차라리 총으로 쏘아 죽일 것이지 그 마을 대동청년단원들에게 창으로 찌르도록 강요했습니다. "(김제진 제주경찰학교 10기생 증언)

"정기보고를 하러 지서에 갔더니 남편이 입산했다는 이유로 젊은 여자 한 명이 끌려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 주임은 웬일인지 총구를 난로 속에 넣고 있더군요. 그리고는 젊은 여자를 홀딱 벗겼어요. 임신한 상태라 배와 가슴이 나와 있었습니다. 정 주임은 시뻘겋게 달궈진 총구를 그녀의 몸 아래 속으로 찔러 넣었습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정 주임은 그 짓을 하다가 지서 옆 밭에서 머리에 휘발유를 뿌려 태워 죽였습니다. 우리에게 시신 위로 흙을 덮으라고 했는데 아직 덜 죽어있던 상태라 흙이 들썩들썩 했습니다." (고봉수 대한청년단 분대장 증언)



'사람을 죽이지 않으면 밥맛이 없다며 사람을 죽여야 밥을 먹던 경찰'은 삼양지서 정용철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봤던 증언이 과연 아프리카와 같은 나라에서 벌어진 일인지, 불과 65년전 대한민국 땅에서 일어난 일인지 구분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참담합니다.

저런 만행을 저지른 자들은 아직도 제주 4.3으로 희생된 자들이 모두 빨갱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승만의 대통령 담화문에서조차 이들이 무고한 사람이었음을 증명하는 역설적인 표현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전략) 귀화한 공산분자가 남녀 합하여 2,800명에 달하였으나 아직도 겁이 나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수효가 몇 천명 된다는데 가장 곤란한 것은 여러 촌락이 불에 타서 의지할 곳도 없고 먹고 입을 것이 없어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중략) 무식한 남녀들이 공산당 선전에 속은 자도 있고 또는 집이 다 불에 타 갈 곳이 없어 도로 올라간 자도 있었으나 산상에서 살 수도 없고 식물은 더 도적할 수도 없어 형용이 말 아닌 남녀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내려온 것이 2,800여 명인데 이 사람들을 다 넓은 공청에 칸을 나눠서 거처시키며 하루 두 끼씩 밥을 먹이는데 반찬이 없음은 물론이오…. (朝鮮中央日報, 1949. 4. 13. )


'귀화한 공산분자가 2.800명'이라고 했지만 중간에는'형용이 말 아닌 남녀, 어린아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결국 입산자 대부분이 좌우익의 대립과 굶주림, 서청의 만행을 피해 도망간 단순 양민이었지만, 이들을 '폭도,무장대'로 규정하고 무차별 학살했던 것입니다.
 

 

 



제주도에 있던 스위니(Austin Sweeney) 신부는 서울의 한 신부에게 “만약 여기가 문명화된 나라라면 광범위하게 ‘제주도를 돕는’ 계획을 당장 실시할 것이다. 주민들은 짐승같이 살고 있으며 평균 하루에 고구마 한 개를 먹고 있다”고 전하면서 당시 제주의 암담한 상황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제주 4.3 특별법'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서청,대청,민보당 등 우익단체원들이 '국가유공자'로 정부의 보훈대상이 되고 있었습니다.

고문과 폭행,약탈,성폭행을 일삼고 아이와 여자를 칼로 찔러 죽이고 학살했던 자들은 국가유공자로 연금을 받고, 억울하게 죽었던 이들은 수십년 간 4.3을 입밖에도 꺼내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문명화된 세계는 문명에 맞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에 충성했던 자들이 해방된 조국에서 굶주림에 고생하는 양민을 학살하고 부녀자를 성폭행하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아직도 '애국청년,애국자'라고 불립니다.

국가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과 학살도 '범죄'로 처벌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최소한 역사의 진실이 무엇인지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줘야 합니다. 제주4.3이 보여준 국가의 폭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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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역사를 끝장내기 위한 최종결단

 

 

 

북, 바야흐로 개시 될 최후 결전은?
 
도발 역사를 끝장내기 위한 최종결단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4/03 [08:57]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은 원수와 군민의 조미대결전에 대한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정세론해설은 전했다. ©
조선이 바야흐로 개시되게 될 그 최후의 결전에서 침략자, 도발자들은 수치스러운 파멸을 면치 못할 것이며 위대한 우리 민족은 조국통일의 찬연한 새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강격 발언을 내 놓았다.

조선로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3일 정세론 해설을 통해 “우리의 자주권을 유린하고 나라의 최고이익을 침해하기 위한 미제의 반공화국침략책동이 최악의 단계에 들어섰다.”며 “원수들은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전략폭격기 B-52를 연이어 남조선지역 상공에 들이민 것도 성차지 않아 미본토의 스텔스전략폭격기 B-2A》를 출격시켜 우리의 지상목표타격훈련까지 감행했다.”고 크게 반발햇다.

로동신문은 “이것은 단순히 우리의 강경입장에 대응한 무력시위가 아니라 조선반도에서 기어이 핵전쟁을 일으키려는 무분별한 망동이다. 미제의 반공화국적대행위는 위협공갈단계를 넘어 무모한 행동단계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조선반도에 조성된 사태는 이제는 이 땅에서 세기를 이어온 전쟁도 평화도 아닌 비정상적 상태를 단호히 끝장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도발에는 즉시적인 대응타격으로,침략전쟁에는 정의의 조국통일대전으로!〉,이것이 우리의 원칙적립장이며 확고한 의지”라는 김정은 원수의 단호한 말을 실었다.

이 신문은 “미제에 의하여 핵전쟁의 도화선에 불이 달린 첨예한 정세와 관련하여 우리의 최고사령관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조선인민군 전략로켓군 화력타격임무수행과 관련한 작전회의를 긴급소집하시고 가증스러운 원수들의 소굴에 대한 화력타격계획을 최종검토, 비준하셨다”면서 “미제가 방대한 전략무력을 끌어들여 무모한 불질을 한다면 그 아성인 미국본토와 하와이, 괌도를 비롯한 태평양작전전구안의 미제침략군기지들, 남조선주둔 미군기지들을 사정을 보지 말고 타격하여야 한다.”고 공격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신문은 “선군영장의 이러한 단호한 의지에 따라 우리의 전략로켓무력이 임의의 시각에 미국본토와 하와이, 괌도를 비롯한 태평양작전전구안의 미제침략군기지들, 남조선주둔 미군 기지들을 타격할 수 있게 사격대기상태에 들어갔다.”면서 “원수의 아성을 향해 날아가는 전략로켓들의 불줄기가 금시 보이는 듯 하고 필승의 신심에 넘친 천만군민의 원수격멸의 함성이 이 땅을 진감하고 있다.”고 격정 된 심정을 토로했다.

또한 “지금껏 다지고 다져온 무적의 군력으로 일제사격의 불소나기를 악의 소굴들에 쏟아 부어 60여년세월 서리고 맺혔던 울분의 응어리를 풀수 있게 되였다는 생각으로 누구나 가슴후련해하고 있다.”면서 “반면에 분별없이 헤덤비던 원수들은 지금 기절초풍하여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애하는 김 정 은원수님께서 내리신 전투명령은 세기를 넘어 이어온 미제와의 대결역사에 영원한 종지부를 찍고 악의 소굴을 송두리 째 들어낼 백두영장의 무비의 담력이 어린 불벼락선언이며 정의의 최후결단”이라고 말하고 “미제의 대조선 정책은 우리를 해치기 위한 범죄적인 적대시 압살정책이다. 미제는 조선반도에서 항시적인 대결상태를 유지하면서 우리를 힘으로 압살하기 위한 반공화국전략실현에 광분하여 왔다. 그로 하여 조선반도는 세계최대의 열점지대로 화한지 오래다.미제의 끊임없는 핵전쟁위협으로 우리 민족이 당한 고통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고 미국을 성토했다.

아울러 “미제의 날강도적 횡포는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인 인공지구위성발사까지 그 무슨 《도발》로 매도하면서 유엔의 거수기들을 사촉하여 악랄한 《제재》소동을 벌리고 핵타격수단들을 동원하여 공공연히 우리에게 핵전쟁위협을 가하는데 까지 이르렀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로동신문은 “강성국가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총적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우리 당과 인민에게 있어서 평화는 더없이 귀중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민족의 존엄과 자주권, 조국통일이 더없이 귀중하고 절박하다.”며 “유엔무대에서 초보적인 공정성의 원칙은 고사하고 약육강식의 법칙이 판을 치고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책동이 각 방면에서 날로 심화되고 있는 이 엄혹한 사태를 단호히 끝장내지 않고서는 통일강성국가건설은 물론 인민들의 생명안전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이 우리가 찾은 최종결론”이라고 역설했다.

신문은 “바야흐로 미제와 총결산할 때가 도래 하였다. 지금 철천지 원수 미제에 대한 우리 인민의 원한은 뼈에 사무쳤으며 우리의 인내성도 한계를 넘어섰다.”며 “반세기이상이나 복수를 다짐하며 조국통일을 위한 최후결전의 시각만을 기다려온 우리의 천만군민은 지금 최대의 격동상태에서 백두영장의 최후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적들이 할애비 처럼 믿고 있는 전략폭격기며 핵항공모함,핵잠수함 따위들이 우리를 향해 대가리를 돌리는 첫 순간에 파리잡듯 잡아치우고 천하의 역적무리들을 모조리 벌초하여 항복서에 도장을 찍을 놈도 없게 씨종자까지 없애치우자는 것이 우리 군대와 인민의 확고한 의지”라고 자신했다.

정론해설은 “우리에게는 그럴만 한 충분한 군사적 힘이 있다. 오늘 우리 인민군대는 백전백승의 김일성-김정일 전략전술과 대담무쌍한 공격방식, 완벽한 실전능력을 체득한 일당백의 최정예 강군으로, 현대적인 공격수단과 방어수단, 다종화된 핵억제력까지 다 갖춘 천하무적의 전투대오로 튼튼히 준비되었다.”며 미국과의 일전에서 승리 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준것은 우리 인민이 지닌 무적의 힘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

정세론 해설은 계속해 “오늘 익측도 인접도 없이 제국주의연합세력과 단독으로 맞서야 하는 최악의 조건이지만 우리는 승리를 확신한다.”며 “우리의 초강경대응은 그 어떤 허세나 용어전쟁이 결코 아니다. 우리는 지금껏 적들과의 싸움에서 그 어떤 가식과 허세를 부린 적이 없다. 나라의 최고이익을 짓밟고 자주권을 침해하는 원쑤들에 대해 우리는 언제나 무자비한 철추를 내리곤 하였다. 그 단호한 대응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말이 아닌 실질 행동을 취 할 것임을 암시했다.

특히 “조선민족의 명예를 걸고 우리 군대와 인민이 곧 터치게 될 수호와 격멸의 포성은 가증스러운 미제와 남조선괴뢰들을 더는 헤어 나 올 수 없는 멸망의 구렁텅이에 처박을 것”이라는 위협적 발언과 함께 “지금 우리 군대와 인민은 나라와 민족의 운명에 대한 숭고한 책임감과 반미대결전의 최후승리에 대한 확신을 안고 조국통일과 인류의 평화위업을 위한 판가리 결사전에 총돌입 하였다.”며 “우리의 조국통일대전은 선군조선의 민족사에 분열이라는 말, 전쟁위협이라는 말을 영원히 없애버리는 그 최후의 결전에서 침략자, 도발자들은 수치스러운 파멸을 면치 못할 것이며 위대한 우리 민족은 조국통일의 찬연한 새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조국통일 의지를 강하게 내보였다.

로동신문은 “정의의 위업을 위해 일떠선 인민의 앞길을 막을 자 이 세상에 없다. 이 역사의 진리를 우리 천만군민은 성스러운 최후결전의 실천으로 확증해보이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편 조선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북적대정책과 한미 합동군사 연습에 대해 반발하며 다계단으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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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앞뒤 안 맞는 언론의 '성 스캔들' 보도, 그리고 대중

JTBC는 속옷 벗기고 <중앙>은 선정성 비판하고

[기자의 눈] 앞뒤 안 맞는 언론의 '성 스캔들' 보도, 그리고 대중

박세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4-01 오후 7:11:18

 

 

공교롭게도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을 전후해 낯 뜨거운 '성(性) 스캔들'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연예인 박시후 씨 성폭행 고소 사건이 터졌고, 3월에는 사회 고위층 별장 성 접대 의혹이 언론을 뒤덮었다. 그 와중에 인권운동가 고은태 씨의 성희롱 발언 논란과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의 본회의장 '누드 사진' 검색 파동이 트위터를 달궜다. 이를 두고 한 칼럼니스트는 "야설에 빠진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누군가에겐 인권이 걸린 문제이고 어떤 면에서 심각한 사회 부조리의 단면이 드러난 일일 수 있지만 그 본질은 온데간데없다. 건설업자의 정관계 로비 의혹과 같은 본질보다는 성 스캔들에 대한 전 사회적 관심 자체가 하나의 현상이 됐다는 느낌마저 든다. 언론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낯익은 문구가 떠오른다.
 

▲ 사회 고위층 성 접대가 이뤄졌다고 지목된 강원도의 한 별장 ⓒ연합뉴스


도 넘은 언론 보도, 알면서도 보는 대중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 등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박시후 씨가 A씨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건 지난 2월 15일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의 동시에 박 씨의 실명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기소 후 법정 다툼 과정에서 실명이 드러나는 경우는 있지만,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특정인의 실명이 공개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 후 언론은 박 씨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했다. 거짓말 탐지기 보도 논란까지 생겼다. 한 언론이 거짓말 탐지기 조사 결과가 나온 것처럼 제목을 달고 본문에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 '낚시'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많은 언론이 '성폭행'과 '임신', '약물 투약설'과 같은 단어에 집착했다. 그 과정에서 박 씨는 만신창이가 됐다.

박 씨 사건을 둘러싼 언론 보도가 집중 소비되던 시점과 맞물려, 그간 풍문으로 떠돌던 '사회 고위층 성 접대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18일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후, <조선일보>는 21일자 지면에 김학의 법무부 차관 연루설을 실명 보도했다. <SBS>는 그날 저녁 '8시 뉴스'에 반라의 남성이 여성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그래픽을 내보냈다.

하이라이트는 그다음 날(3월 22일 금요일) 밤이었다. <중앙일보>가 대주주인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JTBC> '9시 뉴스'에서 한 남성이 회색빛 줄무늬 팬티를 벗어 내렸다. 세상을 달군 '강원도 별장 성 접대 논란'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였다. '별장 성 접대 낯 뜨거운 동영상 2분, 뭐가 담겼기에'라는 꼭지의 뉴스 속 주인공은 재연 배우다.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조선일보>의 실명 보도로 사표를 냈지만, 언론은 이렇게 더 자극적인 것을 원했다. '성 접대', '동영상', '환각 파티', '난교' 등의 키워드는 포털과 신문지상을 덮었다. 대부분의 언론은 '성 접대 의혹' 별장을 찾아 확인되지 않은 인근 주민들의 증언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인권운동가 고은태 씨의 경우도 주목을 받았다. 한 여성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성희롱 논란이 일었다. 본인이 직접 사과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고 씨가 피해 여성에게 사용한 자극적 단어들의 의미가 부각되거나 고 씨의 특정 정치 성향이 강조됐다. 그의 행동이 왜 부적절한지에 대한 논쟁보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성희롱을 했는지가 주요 관심 사안이었다.

온 나라가 '야설'을 강요당하던 차에, 언론은 틈틈히 "도 넘은 '선정성·폭로' 경쟁(<KBS> 보도)"이라는 자체 비판 꼭지들을 내놓으면서 '면피'를 시도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중앙일보>는 1일자에 "선정성에 사회 매몰된 2주"를 주제로 분석 기사를 냈다. 계열사인 <JTBC>는 선정적인 보도를 내보내고, 모회사인 <중앙일보>는 사회적 '관음증'을 비판하는 '모순적 상황'이다. 언론은 "대중의 선전성"을 비판하고 대중은 "언론의 부추김"을 비판한다. 이쯤 되면 대중의 '알 권리' 논쟁은 별 의미가 없어진다.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억압된 대중의 심리가 발현된다는 분석이나, 전 세계적으로 성추문은 언론의 단골 소재라는 '선진국형' 분석도 눈에 띈다. 한발 더 나아가 '그들처럼 행동하고자 하는 일반 대중의 욕망이 반영됐다'는 이론도 소개된다. 하지만 이게 정말 최근에 연이어 터진 사안들의 본질일까?

평범한 사건 사고도 성(性)적인 요소가 가미되면 단박에 '대형 스캔들'이 된다. 이 간단한 공식을 언론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알 권리', '모를 권리' 논쟁도 익숙하다. 분석은 자유이나 실체 없는 '놀음'은 이제 그만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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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총결산의 시간은 왔다.

 

 

 

북, 총결산의 시간은 왔다.
 
"미제와는 반드시 피의 결산해야"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4/02 [08:15]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조선은 세계의 어떤 강적도 물리 칠 수있는 무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무기는 과연 무엇일까? ©
조선이 총결산의 시간은 왔다며 미제와는 반드시 피의 결산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중앙방송은 2일 “나라의자주권과 최곤 존엄을 수호할 우리군대와 단호한 대응의지를 실제적인 군사행동으로 과시하게 될 것이라고 내외에 엄숙히 선언한 조선인민군최고사령부 성명에 접한 천만군민이 멸적의의지로 심장의 피를 더욱더 세차게 끓이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1호근무전투태세에 들어 간 인민군군인들이 침략자들을 모조리 무주고혼의 신세로 만들기 위해 멸적의 투지에 넘쳐 모든 타격목표들에 조준경에 조준을 마쳤다.”고 전해 모든 미사일이 타격 목표들을 향해 조준되었음을 시사했다.

중앙방송은 “용광로 앞에 쇳물을 끓이는 용해공의 근엄한 얼굴과 포전기를 달리는 농장원들의 격노한 눈빛에도, 붉은 넥타이를 날리는 소년단원들의 작은 가슴에도 원수격멸의 불꽃이 펼펼 일고 있다.”며 “온 나라가 판갈이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선군조선의 존엄과 명예를 걸고 정의의 성전, 무지비한 복수의 성전을 벌려 항복서에 도장을 찍을 놈도 없이 없게 만들어 놓고야 말 멸적의 의지가 천민군민의 심장에 끓어 넘치고 있다”고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방송은 “민족의 자주성과 평화를 귀중히 여기는 우리 인민족은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자기의 존엄을 유린당하면서 까지 평화를 구걸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주의기치를 높이 들고 나가는 우리공화국을 없애버리려고 미제는 끊임없는 도발책동과 갖은 침략전쟁연습을 다 벌리며. 조선반도에 항시적으로 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왔다. 프에블로호 사건과 판문점 시건 때를 돌이켜 보라. 그 때만이 아니다. 미제는 인공위성 지구위성 발사하면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고 우리를 걸고 들며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그에 대한 자위적인 핵시험을 유엔안보리이사회까지 끌고가 그 무슨 제재결의를 채택하며 우리의 전진을 막아보려고 우리의 모두의 행복의 요람인 공화국을 어찌해보려고 미친 듯이 날뛰고 있다. 바로 그래서 우리의 행복을 빼앗으려는 미제와는 반드시 피의결산을 할 것을 신천 땅의 그 원한을 반드시 풀 것을 우리 천만 군민은 억척불변의 의지를 다지고 또 다졌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전 어록을 실었다.

또한 “우리는 미제와 결산할 것이 너무도 많다 오늘도 신천땅은 지난 조선전쟁시기 미제의 야수들이 저지른 몸서리치는 만행을 전하며 분노의 치를 떨고 있다.”며 미국이 6.25 전쟁 시기 신천에서 벌인 학살 행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미제 원수들의 그 몸서리쳐지는 만행을 천년이가도 만년이 간들 우리 어찌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원수들의 만행에 두 눈을 부릅뜨고 숨진 수천수만의 무고한 인민들이 오늘도 우리들의 가슴을 쾅쾅 두드리는 그 통렬한 울부짖음, 그것은 미제와 한 하늘을 이고 살수 없다는 돌탕을 치고 갈탕을 치어서 그 야수들의 피를 받은 그 족속들까지 철저하게 가차 없이 징벌해 달라는 피타는 절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천만군민은 신천의 그 영혼들의 울부짖음을 뼈에 새겼다. 지금 우리의 심장은 비상히 격동되었고 이 나라의 하늘과 땅 이 원수에 대한 분노로 치를 떨고 있다. 결전의 이 순간을 기다려 수십년 동안 무적의 힘을 다지고 다져온 무적필승의 백두산혁명 강군이 멸적의 투지에 넘쳐 모든 타격목표들을 조준경안에 넣고 최고사령관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 우리에게는 미제와 추종세력들을 단호히 씨종자도 없이 징벌할 강 위력한 힘이 있다, 우리에게는 강철의 영장이신 긴정은 동지께서 계시고 세계에 그 어떤 강적과도 싸워 이길 수 있는 총폭탄의 정신과 조국수호 정신으로로 만장약 된 영웅적인 인민군대가 있으며 당과인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굳게 뭉쳐진 불패의 일심단결의 힘이 있다.”고 일전불사의 의지를 다졌다.

특히 “역사의 시련 속에서 다지고 축적해온 우리조국의 무진 막강한 힘이 무섭게 폭발할 분화구를 찾고 있다. 때는 왔다”며 “경애하는 최고사령과 김정은 동지께서는 미제가방대한 전략무기를 끌어들여 무모한 불질을 한다면 그 아성인 미국본토와 하와이 괌도를 비롯한 태평양 작전전구 안에 미제침략군 기지들, 남조선 주둔 미군 기지들을 사정을 보지 말고 타격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조선인민군 전략로켓군의 화력타격 계획을 검토하시고 우리군대와 인민은 미제가 불질을 한다면 절대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민족의 가슴에 쌓이고 쌓인 미제에 대한 원한을 풀고야 말 것이며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이룩하고 야 말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조선중앙방송은 “상대가 누구인지 아직도 모르고 헤덤벼 치는 미제와 침략자들을 격멸할 확고한 의지가 넘쳐있다. 최후결전의 시간을 기다리는 우리에게는 우리의 존엄과 행복을 헤치려는 원수에 대한 단호하고도 무자비한 징벌만이 남았다.”며 “조국을 사랑한다면 자기의 후대와 미래를 사랑한다면 원수를 무자비하게 징벌하라”고 추동했다.

한편 미국은 조선의 초 강경 입장에 군사적 무력으로 맞대응 하고 있어 한반도 전쟁 상황은 시간문제로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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