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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문재인 지지' 소식에 국민을 반으로 나눈 자들


 

 

 



"안철수 후보가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해주신다고 한다, 이제 새정치를 바라는 모든 국민은 하나가 됐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오늘은 대선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안철수 전 대통령 예비후보)


안철수 무소속 전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서울 중구 한식당 '달개비'에서 전격 회동을 했고, 이날 안 전 후보는 발표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선언했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문재인 후보 지원에 나섭니다. 단일화를 완성하고 대선승리를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이 국민의 뜻을 받드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제가 후보직을 사퇴한 이유도 후보단일화 약속을 지킴으로써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여망을 온전하게 담으려 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이 두 가지 모두 어려울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오늘 문 후보께서 새정치 실천과 정당혁신에 관한 대국민 약속을 하셨습니다. 정권교체는 새정치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저는 그 길을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제 힘을 보탤 것입니다.

국민이 제게 주신 소명, 상식과 선의의 길을 가겠습니다. 저를 지지해주신 분들도 함께 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안철수 드림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선언을 놓고 많은 얘기를 합니다. 대선이 패배로 이어질 경우의 책임론, 위기론,실기론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옵니다. 그런 논점도 있겠지만, 저는 안철수 전 후보의 마음이 결국 '정권교체'를 향한 국민의 요구가 얼마나 강하고 간절한지를 먼저 생각했다고 봅니다. 너무 감성적인가요? 아니면 너무 안일한 생각인가요?

대한민국 정치는 이미지입니다. 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정치인 자신도 있겠지만, 그럴 수밖에 없도록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을 정치인이 따르는 상황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피터는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이 지금 가는 길이 스스로 만드는 것보다 국민의 채찍질과 요구, 주문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아이엠피터'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의 만남을 너무 똑똑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12월7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오늘자 1면에 '사퇴 13일만에 문재인 손잡아준 안철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큼지막하게 올렸습니다. 이 제목만 보면 안철수 전 후보가 어쩔 수 없이 문재인의 손을 잡아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싫은데 억지로 했다는 식의 표현에서 '국민'이 있었다면 괜찮았지만, 조선일보에서 '국민'은 빠져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안철수 전 후보의 문재인 지지를 아예 영혼을 팔았다는 식으로 곡해하기도 합니다.

 

 

▲12월7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기사

 


조선일보 정치면만 보면 안철수가 변절자처럼 느껴집니다. 안철수 전 후보가 말했던 발언을 재해석(?)하는 아주 뛰어난 머리를 가진 조선일보의 모습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국민'의 소리는 빼버린 조선일보의 친절함을 볼 수 있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를 바라보는 국민의 소리는 단순히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만이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탈정당화'와 정당정치의 변화 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 중의 하나입니다. 즉 새로운 정치, 기존에 것을 깡그리 무시하고 나가는 현상이 아니라, 점점 정치가 발전하기 원하는 국민적 흐름과 시대적 요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꾸 기성언론들은 이런 현상은 절대 국민에게 알려주지 않고, 기성 정치 풍토와 현상으로 안철수-문재인 후보의 만남과 지지, 현상을 해석하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대선 정치판을 예전 대선판과 똑같이 만들려는 이유 때문입니다.

 

 

▲12월7일 동아일보 1면과 조선일보 정치면

 


동아일보는 안철수 전 후보의 문재인 후보 지원 소식을 '보수-진보연합 대격돌'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범우파연합VS범좌파연합..1:1 총집결 선거'라면서 이번 대선판에서 국민을 칼로 무 자르듯이 나눠버렸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은 '보수와 진보의 차이를 아십니까?' 정치 글을 쓰고 있지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론적으로 말하라고 하면 무수히 많은 논문과 자료를 찾아 여러분에게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보여 드릴 수 있지만, 스스로 잘 모르겠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나 현실적인 '사람'들 속에서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자신이 말하는 것을 듣고 '넌 진보다'라고 하는 때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은 그냥 '상식'을 말할 뿐입니다.

정치가 분열되면 국민이 분열되니 '국민 대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새누리당도 안철수 문재인 지지 선언을 깔아뭉개고 있습니다.

 

 

▲12월7일 중앙일보 정치면 기사

 


새누리당은 "문재인 구걸정치,안철수 적선정치"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이들이 구걸하고 적선했다고 칩시다. 왜 했을까요? 두 사람이 무조건 정권을 잡기 위해서? 단순히 그것만을 위해 40% 이상의 국민들이 이 두 사람을 지지하고 있을까요? 피터는 아니라고 봅니다. 앞서 말했듯이 탈정당화의 시대적 흐름에 따른 국민의 요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피터의 생각이 지금 무엇인지 아실 것입니다.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가 공약과 정치 쇄신을 말하고 있지만, 국민의 머릿속에는 그들의 정책은 별로 없습니다. 오로지 그 두 사람이 어떤 정치를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와 그 두 사람은 다를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아무리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고 있지만, 그의 모든 공약을 믿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정권이 바뀐 뒤에 그 정책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을 더 심하게 할지도 모릅니다. 단순히 정치인의 공약을 무조건 믿는 행위는 대한민국에서 없어져야 합니다. 왜냐구요? 국정운영이 그렇게 무 자르듯이 편하게 공약을 밀고 나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만만치 않은 일이 늘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무엇을 믿어야 하나요? 국민의 기대와 요구를 저버리지 않는 인물이라는 사실만을 믿어야 합니다. 어떤 정치를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요구와 기대가 아니라면 포기할 수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그뿐입니다.

 

▲안철수 문재인 후보가 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안철수 문재인 후보가 서로의 등에 손을 대고 있는 장면을 '마지못해' 라고 표현하는 신문들과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보기도 합니다.

안철수-문재인 후보의 만남과 그 두 사람의 행보를 '탈정당화'와 '정치 변화'의 흐름으로 읽는 사람은 이번 대선을 '상식 VS 비상식'으로 볼 것이고 기존의 구태의연한 정치적 시각으로 보는 사람은 '보수 VS 진보'의 대결로 규정할 것입니다.
 

 

 


'아이엠피터'는 문재인,안철수라는 인물들이 정치 때문에 고통받고 힘들었던 국민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들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모든 것을 주고 마지막에는 나무 밑둥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국민'에게 진보와 보수가 무에 그리 필요하겠습니까?

국민은 진보와 보수의 개념조차 없는데, 자꾸 언론과 기성 정치인들은 국민을 반으로 자꾸 나누려고 합니다. 국민은 정치를 통해 쉴 곳을 찾을 뿐이지, 나무 색깔이 무엇인지 이제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냥 아무나 와서 저 나무에 쉬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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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720원에 목숨을 건다

그들은 720원에 목숨을 건다

[기업살인 사회를 넘어]<7> 배달부 목숨은 헐값

희정 집필노동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2-07 오전 7:59:11

 

 

요즘은 죽음이 트렌드가 된 것 같다. 계속되는 죽음은, 한국 사회 불안정성의 결과이자 경향이다. 1964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시행된 이래, 일터에서 죽어간 노동자 수는 8만1393명이다. 2010년 '활동하는 의사 수 8만4489명'과 비슷한 숫자다. 의사가 그렇게 죽어나갔다면 세상은 멈췄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죽음은 어쩔 수 없는 것, 일하다 죽을 수도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경각심이 없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에서 화재참사로 40명이 목숨을 잃었을 때, 법원이 해당 기업에게 내린 벌금은 죽은 노동자 1명당 50만 원이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수가 우리나라의 14분의 1(2010년 기준)에 불과한 영국은 2007년 '기업살인법'을 제정했다. 일터에서 발생한 죽음에 대해 '살인 행위'에 준하는 처벌을 하지 않는다면, 재해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영국은 기업살인법을 제정한 후, 노동자 1명의 사망사고를 발생시킨 기업에 약 7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제 노동자의 목숨 값이 낮은 한국 사회에, 일하다 죽은 이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왜 '기업살인법'이 필요한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 노동건강 공동행동


-기업살인 사회를 넘어

<1> 우리는 일터에 죽으러 가지 않았습니다
<2> 기록도 없이 사람 죽어나가는 그곳엔 무슨 일이…
<3> '빽'없는 윤식이들은 '찍'소리 못하고 죽었다
<4> 순식간에 5명이 열차에 치여 사망, 단 한사람이 없어서…
<5> 그녀를 미행한 범인은 회사직원, 몰래 찍힌 사진 속엔…
<6> 우체국 제복 입은 그들은 우체국 직원이 아니다


남자를 따라잡으려 뛴다. 불과 몇 걸음 차이인데, 따라잡았다 싶으면 또 저만치 앞선다. 계단을 오를 때는 두 칸씩, 내려갈 때는 잘게 발을 놀려야 한다. 마음이 급하니 자꾸 발이 엉킨다. 앞서 가던 남자가 나를 돌아본다. "저 때문에 뛰는 거예요?" 그럼에도 보폭은 좁히지 않는다. 남자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다. 나는 남자를 쫓느라 뛰고, 남자는 시간에 쫓겨 뛴다.

5층 건물을 성큼 오른 그는 문을 두드리며 외친다.

"택배요!"

조용하다. 다시 쾅쾅. 조용. 남자가 숨을 내쉰다. "없네." 전화를 건다. 상대방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남자는 준비해둔 '부재중 방문' 스티커를 문 앞에 붙인다. 지체한 시간은 고작 1분. 하지만 남자가 종종걸음을 치며 아껴보려 했던 시간은 사라졌다.

택배노동자 김성일

그는 택배노동자다. 이 일을 3년 했다. 다니던 회사가 위장폐업을 하고, 직원들은 부당해고라 소송을 걸었다. 소송이 6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다. 복직을 기다리느라 따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택배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직업이 되어 버렸다.

그는 택배 일을 두고 이리 말했다.

"정직한 직업이지요. 일한 만큼 가져가니까."

그러나 누군가 이 일을 한다고 하면, 말릴 것이라 했다. 이 정직한 직업은 택배상자 한 개당 720원을 내놓는다. 이를 수수료라 부르는데, 얇은 종이상자도 무게가 20kg가 넘는 쌀 포대 수수료도 모두 같다.

수수료(택배 물건을 배송함으로 받는 수당을 이들은 수수료라 부른다) 단가가 낮으니 더 많은 물품을 배송해야 한다. 그래야 돈이 된다. 그러니 쉴 새가 없다.

"원래는 이것보다 더 빠르죠. 운전을 이렇게 부드럽게 못 해요."

인터뷰를 하느라 시간이 지체될 것 같아 원래보다 물품을 적게 들고 왔단다. 가져온 물품이 150여개. 평소에는 200개 넘게 배송한다. 8, 9시나 되어야 일이 끝난단다. 이쪽은 아홉시 뉴스가 문제가 아니다.

그를 쫓으며 시간을 계산한다. 힘들이지 않고 들 만한 물품은 2분에 하나 꼴로 배송된다. 그 말은 2분에 한 번씩 차에서 내려 짐칸 문을 열고 짐을 꺼내 나른다는 것이다.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일반 차보다 높은 탑차를 오르내리기 위해 엉덩이와 다리에 힘을 준다. 이것이 수분 간격으로 반복된다. 뒤편 짐칸 문은 몸에 멍을 입힌다. 혼자 하는 택배일,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문이 짐을 찾기 위해 수그린 몸을 쳐댄다. 문짝이라 하지만 쇠철판이다.

짐칸에서는 뛰어내리기 일쑤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시간을 아낀다며 뛰어내리기 일쑤다. 내려서는 짐을 들고 뛴다. 어깨에 무게를 짊어진다. 계단을 오른다. 이 과정을 종일 반복한다. 그를 따라나선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엉치뼈가 아프고 허리가 뻣뻣하다. 이 일을 하면 어디가 아프냐? 물어볼 필요도 없다.

게다가 요새는 김장철이라, 절인 배추가 배송된다. 시골에서 올라온 감, 대추, 쌀 등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보통 상자 당 10~20kg정도 나간다. 절인배추가 11박스가 있다며 씩 웃던 성일 씨는 그것도 4층이라고 덧붙인다. 그 빌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성일 씨는 배송 직전, 담배 한 개비를 문다. 마음의 준비다. 상자 두 개를 등짝에 진다. 짐을 이고 계단을 오르다 3층에서 멈춰 선다. 4층까지 한 번에 올라가면, 다른 상자는 옮기지도 못하고 뻗는단다. 이 상자 또한 하나당 수수료는 720원. 파스 값이 2000원이다. 상자를 3개 옮겨야 파스 값이 나온다. 이미 파스는 성일 씨 무릎에 잔뜩 붙어 있다.

왜 그들은 불친절해지나

수를 세어보니, 택배 노동자가 2분에 하나 꼴로 배송을 한다면 30분에 한 번꼴로는 싫은 소리를 듣는다.

"차를 왜 여기에 대 놨어!" "왜 연락 안 하고 오세요?" "배송이 왜 이렇게 늦어?" "짐 안 맡아줘요. 가져가요."

정당한 요구도 있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도 있다. 다들 한 마디씩만 한다. 종일 거리를 돌며 백여 명의 사람들을 대면하는 택배 노동자는 이 한 마디들을 듣는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열 마디고 스무 마디다.

나 역시 택배 노동자에게 한마디 했을 것이다. 문을 왜 쾅쾅 두드리지? 목소리를 저리 높이지? 연락 없이 오지? 불만이었다. 그런데 빠른 걸음에 숨이 차보니 알 것 같다. 숨이 차니 언성이 높아진다. 목소리가 안 나오니 더 크게 소리를 낸다. 사람이 없으면 짜증부터 밀려온다. 꾸물거리는 고객들을 보면 뒤에서 궁시렁대는 나를 깨닫는다. 이 일 며칠하면, 성격 버리겠다.

시간이 마음의 여유를 빼앗는다. 친절을 베풀고 싶어도 한정된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조금 느긋하게 굴고 친절 몇 가지 베풀다보면 50개나 배송할 수 있을까? 50개를 배송한다 치면, 일당 3, 4만원이다. 이걸로 차 할부금도 내고, 기름도 넣고 대고, 점심도 사먹어야 한다. 심지어 '부재중 방문' 스티커 또한 자비를 들여 만든 것이다. 개인사업주인 그에게 택배 회사는 수수료를 제외한 어떤 것도 제공하지 않는다. 남은 돈으로 어떻게 사나. 남은 돈이 있기나 할까. 그러니 뛴다.

이 정도면 감정노동 수당을 받아도 될 만하다. 내 말에 콜센터 직원들도 못 받는 것을 어떻게 택배노동자가 받을 수 있겠냐고, 그는 웃고 만다. 그래도 자기들은 나은 편이란다. 우체국 위탁 택배처럼 고객 친절을 심하게 강요받지 않는다 했다.

우체국 위탁 택배에는 삼진 아웃제가 있다. 3번 이상 VOS(고객의 소리)에 불만 사항이 접수되면 다음해 재계약이 거부되는 제도이다. 위탁이라면서, 간섭이 심하다. 수수료로 200원을 더 받는 대가이다. 사기업은 수수료가 너무 저렴하고, 국가기관은 지나치게 친절을 강요한다. 어느 쪽이든 허울 좋은 개인사업주 택배노동자들이 받을 보호는 없다.
▲택배노동자는 모두 '사장님', 그러니까 개인사업자다. 그들의 노동에 대한 대가가 싸기에, 사실상 고용관계이지만 누구도 그들을 보호하지 않기에, 우리는 싼값에 물품을 배송하고, 배달받는다. ⓒ정성희


어떤 병보다 더한 마음의 허기

몸 쓰는 일이니 금방 지친다. 음식 냄새에 예민해진다. 군고구마 냄새, 호떡 냄새, 된장찌개 냄새, 생선 굽는 냄새. 계단을 오르내리며 그와 나는 음식에 대해 말한다. 냄새를 놓치는 법이 없다.

"저녁에 돌 때 식당에서 나는 삼겹살 냄새, 그게 죽음이죠."

끼니로 먹은 것은 길거리 노점 핫도그 하나. 점심때가 한참 지났지만 밥을 챙겨먹을 시간이 없다. 핫도그조차 나 때문에 굳이 챙겨 먹은 모양새다. 모든 시간은 택배물품 수수료로 치환된다. 밥 한 끼 먹는데 드는 30분의 시간은 택배물품을 10개 이상 옮길 시간. 그가 그 시간동안 벌 수 있는 돈은 적어도 7200원. 이 돈을 버릴 수가 없어 굶는다. 저녁도 운전석에서 먹는 빵이나 김밥이 전부라고 했다.

"저녁에 가정집에 배달을 가면, 가족들이 다 앉아서 식사하는 게 보여요. 그때 서글프죠.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식구들하고 다 같이 밥 먹어본 적이 언젠가…."

위장병은 당연하고, 마음의 허기도 크다. 그깟 저녁 밥상에 초라해지게 한다. 먹고 살아가는 일이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하게 한다. 사람을 왜 이리 만들까.

720원 수수료 받아 600만 원 떼이고

몇 백 원을 지키고자 허기지게 돌아다니지만, 동시에 택배노동자 중 몇 백만 원 손해를 안 본 이가 없다. 택배 물품을 만 개 쯤 배송해야 벌 수 있는 돈. 이 돈을 성일 씨는 택배 일을 시작한 몇 달 만에 잃었다. 600만 원 넘는 액수의 월급을 떼인 것이다. 그가 일한 영업소 사장이 돈을 들고 사라졌다.

택배 회사는 각 지역마다 영업소를 두는데, 영업소는 개인택배회사에 하청을 받아 운영하는 식이다. 그 영업소에서 일을 받는 택배노동자는 개인사업주로 등록되어 있다. 고객들이 택배회사로 보낸 물품을 배송하는 일인데, 도통 배송과정에서 택배회사 소속 정식 직원은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역마다 있는 작은 영업소니 망하거나 사장이 돈을 들고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손해는 온전히 택배 노동자들에게 온다. 사라진 임금을 구제받을 곳은 없다. 택배 회사는 모르쇠다. "회사는 단 돈 100원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한다." 그들 입장에서는 영업소와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주들의 손해까지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CJ, 로젠, 대한, 현대택배 등 크고 작은 기업이 택배 사업에 손을 대고 있지만, 어느 하나 택배노동자들과 직접적인 고용관계를 맺고 있는 곳 없다. 소사장님 택배노동자들의 병과 피로도 어떤 손해도 조금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 2, 3000원 금액에 택배가 배송될 수 있는 이유다. 누군가 큰 손해를 보고 있기에. 그리고 이상하게 그 누군가는 늘 노동자다.

"멋지게 날라갔다니까"

택배 탑차에서 내려, 다른 이들을 만나러 간다. 더 아프고 더 쉽게 죽는 직종을 찾아간다. 퀵서비스 노동자들을 만나기로 했다. 두 바퀴 오토바이와 속도가 만나니, 사고가 안 나려야 안 날 수가 없다. 정규직 집배원은 사망자 수라도 나오지, 몇 명이 근무하는지조차 집계되지 않는 퀵서비스 노동자는 죽어도 그 죽음이 알려지지 않는다. 많이들 다치겠구나 하는 정도다.

그리고 인터뷰 직전 전화를 받는다. 인터뷰를 해주기로 한 퀵서비스 노동자다. 일행 중 한 명이 교통사고가 났단다. 신호를 기다리는데 택시가 와서 받았다고 한다. 사고 수습을 해야 해서 늦을 거라는 전화다. 사고는 내 눈에 띌 정도로 잦다.

얼마 후, 인터뷰를 해준 이들이 왔다. 사고 난 당사자도 함께 왔다. 내 쪽에서 난리가 났다.

"병원 안 가세요?"

정작 그는 덤덤하다.

"지금 가도 안 받아 줘요. 응급 환자가 아니니까."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면 응급환자가 되겠지만, 그는 그러지 않는다. 교통사고로 인해 다쳤다 하면 의료보험 처리가 되지 않는다. 보험처리가 안 되니 치료비가 서너 배 더 든다. 산재를 받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닌데 치료비에 그만한 돈을 쓰고 싶지 않다. 사기업 보험을 들려고 해도, 퀵서비스는 위험 1등급이다. 그만큼 보험료가 높다. 안 다칠 수는 없는데 병원비는 비싸니, 결국은 치료를 받지 않는다.

같이 온 동료가 말한다.

"허리가 지금 상당히 아플 거예요. 그런데 내일 되면 더 아파요."

무서운 말이다.

"지금은 사고가 난 충격으로 몸이 긴장되어 있어서 덜 아파요. 내일 아침 되어서 긴장 풀리면, 진짜 아프죠."

이를 아는 이유는 그 또한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경기 선수였기도 한 김현 씨지만 이 일을 시작하고 초기에 3번이나 사고를 겪었다. 도로를 달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도 있지만, 짐 챙기랴 걸려오는 고객 전화 받으랴 집중을 할 수 없는 조건 때문이었다.

"블랙박스 보니까, 아예 뒷바퀴가 들렸더라고."

"멋지게 날라 갔다니까."


인터뷰 자리에 온 이들 모두 서너 차례의 사고 경험이 있다 한다. 단순히 넘어지는 사고가 아니다. 몸이 공중에 들렸다 떨어지는 것은 예사다.

"오토바이 핸들은 항상 잡지 않으면 쓰러져요. 바퀴가 두 개라. 두 바퀴는 무조건 넘어가게 되어 있어요. 넘어가면 우리 옆에는 문이 없다는 말이죠. 그냥 몸이 다쳐요."

▲퀵서비스 기사는 노동자도, 직원도 아니다. 모든 것을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목숨도 마찬가지다. ⓒ뉴시스

반쪽짜리 산재

신속한 배송을 위해 오토바이가 등장했지만, 위험한 수단이다. 그런데 오토바이를 이용해 종일 일을 하는 이들은, 산재보험조차 들 수 없었다. 이들은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이다. 올해 5월이 되어서야 특수고용직에 제한적으로 적용되었던 산재보험이 퀵서비스 노동자들에게도 주어졌다. 이것이 어디냐 감지덕지 할 일이 아니다. 실제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퀵서비스 노동자는 한줌도 되지 않는다.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이는 소수의 전속기사들뿐이다.

퀵서비스는 크게 업체에 소속된 전속기사와 그렇지 않은 비전속기사로 나눌 수 있다. 둘 사이의 차이는 크지 않다. 업체소속이라 하지만, 전속기사도 이제는 PDA 프로그램을 통해 배송 주문을 받기 때문에 업체 소속감이 크지 않다. 임금이 수수료가 아닌 사납금 방식으로 지급된다는 차이 뿐이다.

업체에 소속되어 있어도 퀵서비스 기사는 노동자도 직원도 아니기에, 모든 것이 자비 부담이다. 오토바이는 물론 PDA 기계, 몸 보호대 등을 모두 자비로 사야 한다. PDA 프로그램 사용료, 보험료도 지불한다.

업체로부터 지원받긴커녕 오히려 생돈을 내고 다니는 예도 있다. 한 전속 기사는 회사에 출근비를 낸다고 했다. 출근하면 하루에 1000원이 업체에 가는 것이다.

"아니 왜 출근을 한 사람이 돈을 내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근비도 아니고? 결근비도 있단다.

"결근을 하게 되면 1만 원이 마이너스에요. 거기다가 입사할 때 5만 원 정도 내야 해요. 권리금 이런 게 아니라, 나중에 퇴직해도 못 찾는 돈이에요."

이 이상한 논리가 가능한 것은 "가진 자들의 횡포", 업주들의 횡포다. 이 횡포는 산재보험에도 적용된다. 업주와 퀵서비스 노동자들이 산재보험비를 반반씩 나누어 부담한다. 업주들은 손해라 느낀다. 사고가 나도 업주가 그 치료비용을 물 필요가 없었으니, 산재보험 가입이 생돈 나가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한다. 사납금을 올려 받는 것이다.

"업주들이 자기 부담인 산재보험료 3만 원만 사납금에서 올릴 것 같죠? 아니요. 10만 원을 올리겠다는 거예요. 꼴랑 3만 원 지원받자고, 내가 회사에다가 10만 원을 내는 거예요."

김현 씨는 그 일을 계기로 업체를 그만두었다. 다른 업체를 구하고자 하였으나, 이제 전속기사를 구하는 곳은 없다. 전속기사가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어차피 PDA에 주문이 뜨고, 공동기사를 둘 수 있으니 업체 소속 기사가 필요 없어진 것이다. 그는 이제 비전속기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현재의 산재보험을 반쪽짜리라 했다. 법은 있으나, 그 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이는 없다. 반쪽짜리 산재라, 그마저 너무 후하게 준 점수가 아닐까.

"이거는 우리 목숨 값이죠."

기술 발달로 생겨난 PDA. 프로그램마다 소속 업체가 다르기에,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보다 많은 배송주문을 받기 위해 이 기계를 2개, 3개씩 가지고 다닌다. 달리며 PDA를 본다. 액정화면에 주문이 뜨면 먼저 누르는 사람이 임자다. 정신이 없다. 이것을 보다가 사고가 나는 일도 잦다. 그럼에도 물량 경쟁이 심해 비가 오면 자신은 젖더라도 PDA는 비닐로 싸매고 또 싸맨다.

업주들이 배송물품마다 가져가는 수수료는 23%. 업주들의 담합으로 나날이 오른다. 배송에 들어가는 비용도 손해도 모두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데, 수수료까지 오르니 돈이 모이지 않는다. 그래서 악착같이 하나라도 더 배송하려 든다. 겨울철 눈이 오는 날에는, 더 일을 나간다. 날씨로 인해 요금이 더 비싸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고율도 더 높다.

위험은 늘 도사리고, 대우는 부당하다. 그래서 퀵서비스 일을 하는 이들은 대다수 4, 50대다. 사업을 망하거나 직장에서 내몰린 사람들이 자본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아 들어온 곳. 그들은 말한다.

"퀵서비스를 하는 모든 사람한테 물어보세요. 앞으로도 퀵서비스 하실 생각이세요? 다들 나 이거 평생 할 생각은 없다, 그럴 걸요."

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깨질 위험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신의 일에 대한 비하.

"큰 건물에요, 비 오면 우리는 못 들어가요. 밖에 비가 쏟아지는데, 아예 1층 로비를 못 들어가게 해요. 밖에 서서 물건은 비 맞을까 품에 안고, 떨고 있으면. 막상 당해보면 내가 무슨 거지새끼도 아니고. 저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건데. 서로 같이 사는 건데. 우리는 너무 사람대접 못 받는다."

종일 도로를 달리고 건물로 들어서 슬쩍 거울에 얼굴을 비쳐보면, 검다. 스스로가 불쌍하게 검다. 그래도 내 룰을 지키며 고객과 정당한 계약을 맺어 일한다 생각하는데, 이런 일들은 이들을 작아지게 만든다.

법상으로는 없는 직업. 주문 한 건에 절절 매어 일하지만 노동자는 아니라는 직업. 사람들 필요에 의해 이리저리 불려 다니지만, 아무도 그들의 필요는 들어주지 않는다.

빨리 와달라는 고객의 요청에, 퀵서비스 노동자는 기본요금보다 높은 가격을 부른다. 그러면서 말한다.

"이거는 우리 목숨 값이죠."

그들이 그만 목숨을 놓았으면 한다. 배달노동자들이 시간과 목숨을 맞바꾸지 않았으면 한다. 모든 노동자들이 목 내놓고 일하지 않기를 바란다.

 

 
 
 

 

/희정 집필노동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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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 긴급회동... "대선 이후에도 긴밀하게 협의" 합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2/12/07 08:37
  • 수정일
    2012/12/07 08:3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문재인 "안 후보가 적극지원 약속"
안철수 "많은 분들 열망 담아 최선"

문-안 긴급회동... "대선 이후에도 긴밀하게 협의" 합의

12.12.06 15:24l최종 업데이트 12.12.06 20:28l
특별취재팀(235jun)

 

특별취재팀
글: 최경준 이승훈 이주연 기자
사진: 권우성 남소연 조재현 기자

안철수 무소속 전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전폭 지원을 약속했다. 안철수 전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모 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단독회동을 마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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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신 : 6일 오후 5시 49분]
문재인-안철수 '거국 내각' 합의?... "문구 그대로 해석해달라"
안철수의 문재인 지원은 7일부터 시작

문재인 후보에 대한 안철수 전 후보의 지원 활동은 7일부터 시작된다. 유민영 대변인은 6일 문재인 후보와 안 전 후보의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안 전 후보의 지원 일정은 저희들이 상의를 해보고 결정이 되면 말씀 드리겠다"며 "안 전 후보의 오늘 일정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문 후보에 대한 지원 방식과 수위에 대해서 안 전 후보 쪽 방안을 먼저 정한 뒤, 문 후보 쪽과 상의를 거쳐 향후 계획을 확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 대변인은 안 전 후보의 지원 방식이 철저하게 개인 차원임을 분명히 했다. 안 전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공동선대위에 합류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 대변인은 "안 전 후보는 (사퇴 선언 당시) 백의종군 하겠다고 말했고, 그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안 전 후보가 오늘 전격적으로 문 후보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힌 배경에 대해 "그동안 안 전 후보의 지지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며 "문 후보가 (국민연대 출범식에서) 새정치와 정당혁신을 약속했다는 점 등이 자연스럽게 연결됐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가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은 새정치를 위해서 대선 이후에도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한 것이 대선 이후 거국 내각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는 "두 후보가 합의한 것이어서 누가 제안했는지, 어떤 내막이 있는 지 모른다"며 "문구 그대로 해석해주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범한 국민연대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식당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가진 회동에서 '전폭적인 지원'과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약속한 뒤 문 후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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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 지원 방식은 안철수식이 될 것"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지원 방식과 관련 캠프의 한 관계자는 전날(5일) 기자와 만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의 (유세) 방식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 전 후보가 (단일화 과정에서) 반값 선거운동을 얘기하면서 유세차량 등을 쓰지 말자고 했기 때문에 문 후보의 유세에 합류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전 후보의 장기인 강연이나 토크콘서트에 대해서도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서 "지금은 (문 후보 지원에 대한) 짧은 메시지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안 전 후보가 마이크를 잡고 쉴 새 없이 많은 얘기를 쏟아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안철수는 현장에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현장을 찾는 방식이 가장 안 전 후보다운 지원 방식"이라며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안 전 후보가 가장 잘하는 방식이고, 오히려 많은 국민들도 그런 안 전 후보를 반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신 : 6일 오후 5시 7분]
"모든 국민 하나"..."오늘 대선의 분수령"
문재인-안철수 "대선 이후에도 긴밀하게 협의" 합의

"안철수 후보가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해주신다고 한다, 이제 새정치를 바라는 모든 국민은 하나가 됐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오늘은 대선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안철수 전 대통령 예비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전 대통령 예비 후보가 두 손을 맞잡았다. 만나는 데까지 오래 돌아왔지만 만남은 짧았다. 6일 오후 4시 20분에 만난 두 후보는 20분 만인 오후 4시 40분께 모습을 드러냈다.

안철수 무소속 전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전폭 지원을 약속했다. 안철수 전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모 식당에서 10여분 간 배석자 없이 단독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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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해주시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감사하다"며 안 전 후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오늘 오전 국민연대가 출범했다, 이제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바라는 모든 국민들이 하나가 됐다"며 "그 힘을 받들어서 정권교체, 새로운 정치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 전 후보는 "오늘이 대선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많은 분들의 열망을 담아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발언이 끝난 후 두 후보는 어색한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두 후보가 떠난 직후 양 측 대변인은 "두 사람은 새정치를 위해서 대선 이후에도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공통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더불어 "두 사람은 새정치 실현이 이 새대의 역사적 흐름이라는 인식을 굳건히 했다"며 "우리 두 사람은 국민적 여망이 정권교체와 대선 승리를 위해 더욱 힘을 합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 전 후보는 오는 7일 문 후보의 부산에 함께 하냐는 질문에 "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만 말했다. 이에 앞서 안 전 후보는 회동 장소에 입장하며 "새정치와 정권교체는 제 출발점이자 변함없는 의지"라며 "그런 국민적 소망 앞에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고 말했다.

[2신 : 6일 오후 4시 35분]
안철수가 문재인 지원에 나선 까닭은?

안철수 전 대선 예비후보가 6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게 단독 회동을 제안하고 선거운동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전날(5일)까지만 해도 문 후보 지원 방안에 대한 발표가 예정됐다가 연기되고, 결국 취소되는 등 안갯속 행보가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 후보는 안 전 후보를 만나기 위해 자택까지 찾아갔다가 헛걸음을 해야 했다. 안 전 후보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시내 모처에서 참모들과 만나 문 후보에 대한 지원 방식과 시점 등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캠프 관계자는 "원래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지원 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지원하기로 했다가 안 하기로 한 것이 아니라, 하기로 했던 것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와 정권교체 어려울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 높아"

안철수 무소속 전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전폭 지원을 약속했다. 안철수 전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모 식당에서 10여분 간 배석자 없이 단독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 앞에 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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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안 전 후보는 유민영 대변인을 통해 전한 메시지에서 문 후보 지원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제가 후보직을 사퇴한 이유는 후보단일화 약속을 지킴으로써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여망을 온전하게 담으려 한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이 두 가지 모두 어려울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3~5% 차이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50% 선을 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안 전 후보도 정권교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평소 각종 강연 등에서 '정치개혁'을 '정권교체'보다 상위 개념으로 규정했던 안 전 후보이지만, "정권교체 없이는 새정치도 불가능하다"는 대원칙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실제 안 전 후보는 "오늘 문 후보께서 새정치 실천과 정당혁신에 관한 대국민 약속을 하셨다"며 "정권교체는 새정치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민주통합당과 진보정의당, 재야 시민사회 세력이 힘을 합쳐 결성된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위한 국민연대'가 출범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후보'로 추대된 문재인 후보는 안 전 후보가 강조했던 여러 가지 정치혁신 과제들을 꼭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후보는 "정당혁신, 개파정치 청산, 편가르기 정치구도 해소, 정당을 민주화하고 국회를 정치의 중심에 세우기, 일체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 보복정치 종식,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그동안 제기된 비례대표 확대, 의원정수 축소 조정, 독일식 또는 비독일식 정당명부제, 중앙당 권한과 기구축소 등도 책임지고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문 후보는 국민연대에 불참한 안 전 후보를 의식, "안 후보와, 그 분을 지지했던 분들의 힘과 마음을 모으는데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단일화 과정에서의 입장차이 때문에 생긴 상심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나무라 주시고, 이제는 힘을 함께 모으자는 간곡한 부탁을 드린다"고 말해, 재차 안 전 후보 지지층의 지원을 요청했다.

앞서 문재인 후보 캠프는 지난 5일 안철수 전 후보가 지난 3일 해단식에서 문제 제기한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사실상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중앙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자제하자고 당부하며 안 전 후보와 합의한 '새정치공동선언'도 책임지고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또 지난 4일 밤 열린 대선후보 첫 TV 토론회에서도 박근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전혀 취하지 않아, 오히려 존재감을 상실했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이는 안 전 후보가 조기에 등판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회동 불발 이후 캠프 내 '위기론', '실기론' 팽배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식당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회동을 마친 뒤 전폭적인 지원을 밝히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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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후보가 전격적으로 문 후보 지원 결정을 하게 된 데에는 전날 두 후보 회동불발 이후 캠프 인사들 사이에서 확산된 우려와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캠프 일각에서는 그의 리더십에 대해 '결단력이 부족하다' '애매모호한 태도가 문제' 등의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적절한 타이밍을 놓칠 경우 정작 지원에 나서도 반전 효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실기론'까지 제기됐다. 이런 안팎의 압박 속에서 안 전 후보도 마음을 굳혔다는 것이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지난 4일 안 전 후보가 대선후보 TV 토론을 지켜본 뒤 금주 내에 문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설 것이라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안 전 후보 쪽 핵심 관계자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지원 시점에 대해 '이번 주 안에는 시작해야죠'라고 말했다"며 "안 전 후보가 수요일(5일)이나 목요일(6일)에는 문 후보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의 모 식당에서 안철수 무소속 전 대선후보와 회동을 마친 뒤 환한 표정으로 나서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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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경기 고양시에서 유세를 벌이다가 안 전 후보로부터 회동제의를 전달받은 문 후보는 '회동을 환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 그럼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문 후보에 대한 안 전 후보의 지원 방식과 수위는 이날 두 사람의 회동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가 전격적으로 문 후보 지원 활동에 나설 경우 18대 대선은 불과 13일을 앞두고 또 다시 반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신 수정 : 6일 오후 4시]
안철수-문재인 오늘 오후 4시 20분 단독 회동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예비 후보가 6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대한 전격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안 전 후보는 이날 "지금부터 문재인 후보 지원에 나선다"며 "단일화를 완성하고 대선승리를 이루기 위해서이다"고 말했다고 유민영 대변인이 전했다.

우선 두 사람은 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단독 회동을 갖기로 했다. 유 대변인은 "오늘 오후 4시 20분에 안철수 전 후보와 문 후보 두분이 회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오후 1시에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에게 전화를 드렸고 두 분간 회동이 합의됐다"며 "이후 비서실장 간 실무회동을 통해 달개비에서 회동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후보 캠프 진성준 대변인도 "오늘 오후 1시경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에게 전화를 해와 두 분이 통화했다"며 "두 분 통화가 끝난 후 비서실장간 실무적 협의를 거쳐 회동 계획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진 대변인은 "두 분 회동은 배석자 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회담 후 발표할 사항이 있다면 대변인을 통해 합의문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지금부터 전격 지원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 말했다"며 안 전 후보의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낭독했다. 다음은 안 전 후보의 메시지 전문이다.

저는 지금부터 문재인 후보 지원에 나섭니다. 단일화를 완성하고 대선승리를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이 국민의 뜻을 받드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제가 후보직을 사퇴한 이유도 후보단일화 약속을 지킴으로써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여망을 온전하게 담으려 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이 두 가지 모두 어려울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오늘 문 후보께서 새정치 실천과 정당혁신에 관한 대국민 약속을 하셨습니다.

정권교체는 새정치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저는 그 길을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제 힘을 보탤 것입니다. 국민이 제게 주신 소명, 상식과 선의의 길을 가겠습니다. 저를 지지해주신 분들도 함께 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안철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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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혈 토해낸 조오현 스님의 시조

어혈 토해낸 조오현 스님의 시조

 
조현 2012. 12. 05
조회수 845추천수 0
 

 

현대시학201009_조오현-.jpg

조오현 스님

 

 

 

캉캉한 시골 노인이 절 원통보전 축대 밑에 쭈그리고 앉아 헛기침하며 소주를 홀짝거린다. 이를 본 스님이 “여기서 술을 마시면 지옥간다”고 쫓아내려 한다. 전쟁 때 승려들이 모두 도망가고 절이 ‘무장공비’들의 은신처가 되어도 떠나지 않고 절을 불태우지 못하게 막았던 노인은 “그때 불구경이나 했어야 하는데…”라고 더듬거리며 주저리 주저리 욕을 한다.

 

 조오현(80) 스님의 시조집 <적멸을 위하여>에 나오는 ‘절간 이야기’다. 절간 이야기는 ‘절 밖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가 백담계곡에서 만난 늙은 석수는 더는 망치를 들 수 없다고 한다. “이제 눈만 감으면 바위 속에 정좌한 부처가 보여서”란다. 주막에서 만난 늙은 어부는 “시님(스님)도 하마(벌써) 산(山)을 버리셨겠네요?” 묻는다. 만경창파를 헤맨 지 30년 만에 자신이 노와 상앗대를 버린 것처럼.

 

 또 곡차 한 잔 드시라고 5천원을 쥐어주며 둘째 아이 태기가 있게 해 달라고 애원하는 자갈치 어시장의 ‘아지매 보살’, 40년 동안 염을 하다보니 주검만 보면 후덕하게 살았는지, 남 못할 짓만 하고 살았는지, 지옥에 갔는지, 극락에 갔는지 다 보인다는 염장이….

 

절간 이야기의 주인공은 적멸한 고승보다는 오히려 술주정뱅이에 말더듬이인 촌로이거나 축생과 벌레들이다. 공자에게 구슬을 꿰는 법을 가르쳐준 것은 밭에서 일하던 아낙네였고, 소크라테스에게 영감을 준 것은 곱사등이 이솝이었고, 문수보살을 깨닫게 한 것은 병든 유마거사였다. 저자는 중생이란 방망이로 승과 부처를 깨우며, 축생을 들어 금수만도 못한 인간을 깨운다.

 

 

적멸을 위하여--.jpg

 

 

 

이 시조 속에선 허리께만큼 눈이 쌓여 오가도못하는 암자에서 홀로 우는 노승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시장바닥에서 발가벗고 춤을 추는 괴승의 헛헛한 웃음이 보이는 듯도 하다. 조오현 스님은 시조 ‘내가 나를 바라보니’에선 “온갖 것 다 갉아먹으며 배설하고 알을 슬기도 하는 벌레 한 마리”가 된다. ‘산에 사는 날에’서는 하루는 풀벌레로 울고 하루는 풀꽃으로 웃는다,

 

짧막한 시조 한 수 속의 블랙홀에 들어가면 억겁 동안 쌓인 자신의 한을 만나게 된다. 그러다 시조 ‘어미’에 이르러서는 설움을 토해내며 울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조의 어미소는 죽도록 일하다 힘이 떨어지자 미처 젖도 못 뗀 새끼를 두고 도살장으로 끌려가다가 당산 길 앞에서 주인을 떠박고 헐레벌떡 뛰어와 새끼에게 젖을 먹여준다.

 

어린시절 소머슴으로 절에 들어가 살기 시작해 파란고해를 거친 스님은 지금 고통 중생을 적멸로 이끄는 ‘설악산 신흥사’ 조실이다. 만해상과 만해축전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해마다 만해축전에서 시인학교와 시낭송회 등 시인잔치가 빠지지 않는다.

 

 이 책은 문학평론가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가 엮었다. 만해축전에 참가했다가 저자와 첫만남에서 ‘쓸데없는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는 핀잔을 들었다는 권 교수는 서문에서 지난 2005년 ‘세계평화시인대회’ 만찬장에서 오현 스님이 예정이 없이 즉흥적으로 발표한 시조를 소개한다.

 

삶의 즐거움을 모르는 놈이

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

 

어차피 한 마리

기는 벌레가 아니더냐

 

이다음 숲에서 사는

새의 먹이로 가야겠다.

 

 이번 책 ‘적멸을 위하여’는 이 시조의 제목이다. 권 교수는 그때 이 시조를 들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월레 소잉카 시인이 “이 시 하나에 ‘평화’라는 우리의 주제가 다 압축되어 있다”면서 “대단한 인물”이라고 감탄했던 사실을 전한다.

 

 “끝없이 기침을 하며 비릿비릿하게 살점 묻은 피를 토해내는”(‘천만’) 그의 시조는 우리 몸속에 켜켜히 쌓인 어혈을 쏟아내게 하는 마중물이다. 고통이 없는 행복이, 비움이 없는 충만이, 집착이 없는 적멸이, 죽음이 없는 삶이 있을 것인가. 한 차례 추위가 뼈에 사무치지 않고 어찌 이처럼 코를 찌르는 매화향기를 얻겠는가.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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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의 추억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의 추억
 
[정운현 칼럼] ‘TV토론’에서 불거진 박정희의 창씨개명 등 ‘화제’
 
정운현 기자 | 등록:2012-12-05 20:23:08 | 최종:2012-12-05 21:09:3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군관학교 예과 졸업 당시 박정희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제 말기 창씨개명한 일본식 이름이다. 이 말은 동시에 박 전 대통령의 일본군(만주군) 전력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말은 이제는 세간에 제법 알려졌지만 한동안은 박정희 연구자 등 몇몇 사람들만 아는 정도였다.

그런데 어제(4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정희 후보가 거론하면서 갑자기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TV토론 후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 검색어 상위 순위에 오르는가 하면 언론에서도 이를 재조명하고 있다. 마치 ‘죽은 박정희’가 되살아나기라도 한 듯하다.

어제 TV토론에서 분위기를 주도했다는 평가를받고 있는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의 외교분야 1:1토론에서 돌연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를 거론했다. 얼핏 보면 부적절한 언급같지만 발언내용의 흐름으로 보면 전후관계가 그리 부적절한 것도 아니다. 이 후보의 발언 가운데 관련 대목을 옮겨보면,

“충성혈서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누군지 알 것이다. 한국이름 박정희. 군사쿠데타로 집권하고 한일협정을 밀어붙인 장본인이다. 유신독재를 하고 철권을 휘둘렀다. 뿌리는 숨길 수 없다. 박근혜-새누리당이 한미FTA를 날치기해서 경제주권을 팔아넘겼다. 대대로 나라주권 팔아먹는 사람들이 (오히려) 애국가를 부를 자격이 없다.”
 

4일 열린 TV토론에서 토론중인 이정희(왼쪽)-박근혜 후보

오늘 오후,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에 대한 문의전화를 두 통 받았다. 하나는 모처에서, 또 한 군데는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였다. 두 사람 모두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에 이어 박정희의 또다른 창씨개명으로 알려진 ‘오카모토 미노루(岡本 實)’에 대해서도 진위 여부를 물었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오카모토 미노루’는 근거가 미약해 인정하기 어렵다.

 

먼저 ‘창씨개명’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면, 일제는 징병제 실시에 앞서 1940년 2월 11일 일본의 ‘기원(紀元) 2600년’을 맞아 조선 전역에서 실시했다. 접수마감은 이로부터 6개월간인 동년 8월 10일까지. 이 제도가 실시되자 초창기 조선민중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우리 속담에 ‘성을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인들은 성씨에 대해 강한 집착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대구사범학교 졸업 후 문경보통학교(현 초등학교)에서 교사를 하던 박정희는 군인이 되기 위해 만주행을 꿈꿨다. 교사 3년차인 1939년 가을 만주로 가서 군관학교 입교 시험을 본 그는 이듬해 4월 입교하였다. 조선에서는 그의 입교 2개월 전에 창씨개명이 시행됐으며, 같은 일제의 식민지였던 만주국에서는 그로부터 얼마 뒤에 시행됐다.
 

만주국 소위 임관 직전의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

일제의 강압으로 불가피하게 창씨개명을 하게 되더라도 한국인들은 자신의 ‘뿌리’를 남겨두려고 애를 썼다. 성씨를 가문의 상징으로 여겨온 한국인들은 ‘문중회의’를 열어 거기서 집안의 ‘창씨(創氏)’를 결정하였다. 한 예로 김(金)씨의 경우 ‘원래 김씨였다’는 의미에서 ‘金’을 ‘金原’, 또는 ‘본래 김씨였다’는 의미에서 ‘金本’으로 창씨했다.

 

더러는 본관을 따서 씨(氏)로 삼기도 했다. 예를 들어 안동(安東) 권씨 화천군파 종중은 서울에서 각 파 종손이 모여 협의한 결과 본관과 성에서 한 자씩 떼내 ‘安權’으로 창씨하기로 결의했다. 또 전주 이씨의 경우 조선왕가의 일가라 하여 대개 궁본(宮本), 국본(國本), 조본(朝本) 등으로 창씨 하였다.

그럼 박정희와 그의 형제들은 집안은 어땠을까?

박정희 집안도 이런 예를 따랐다. 박정희의 창씨개명(‘高木正雄’) 가운데 창씨 ‘高木’의 경우 ‘高’는 ‘고령(高靈) 박씨’에서, ‘木’은 ‘박(朴) 씨’에서 나무 목(木)을 따온 것이다. 또 개명(改名)인 ‘正雄’의 경우 ‘正’은 본명 ‘정희(正熙)’에서, ‘雄’은 일본식 남자이름의 어투에서 따온 것이다. 참고로 박정희의 맏형 박동희(朴東熙)는 ‘高木東熙’인데, 창씨만 하고 개명은 하지 않았다.

박정희의 창씨개명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는 말로만 전해온 것이 아니라 공식문서 등에서 확인된 바 있다. 지난 97년 박정희의 만주 시절 행적을 취재 중이던 필자는 그의 군관학교 동기생이 소장하고 있던 신경군관학교 예과 졸업 앨범에서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를 확인한 바 있다. 또 일본 육사 졸업생 명부에서도 역시 확인됐다.
 

박정희 '병적기록표'. 오른쪽은 '高木正雄'은 박정희, 왼쪽 '高木東熙'는 그의 큰형 박동희임.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2월 <연합뉴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병적기록표를 입수해 공개했다. ‘임시육군군인군속계(臨時陸軍軍人軍屬屆)’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박 전 대통령의 큰형 박동희 씨가 박 전 대통령의 병적사항을 알리기 위해 1945년 3월 작성해 경북 구미 면사무소에 제출한 것으로 공식문서인 셈이다.

이 문건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1940년 4월 1일 만주국 육군군관학교에 입교해 예과 2년을 마친 뒤 1942년 10월 1일 일본 육군사관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본과 2년을 마친 뒤 1944년 12월 23일에는 보병 소위로 임관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기록은 사실과 약간 차이가 있다. 박정희는 1944년 7월 1일 소위로 임관했고, 만 1년 만에 중위로 승진했다.)

한편, 박정희는 만주군관학교 입교 ‘혈서’를 쓴 적이 있다. 1939년 3월 31일자 <만주신문>에 실린 ‘혈서 군관지원(血書 軍官志願)’ 제하의 기사에 따르면, 박정희는 당시 입교 연령이 지나 입교가 불가능하자 군관학교로 혈서를 써서 보내 ‘충성맹세’를 하였다. <만주신문>에 실린 그의 혈서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계 군관모집요강을 받들어 읽은 소생은 일반적인 조건에 부적합한 것 같습니다. 심히 분수에 넘치고 송구하지만 무리가 있더라도 반드시 국군(만주국군)에 채용시켜 주실 수 없겠습니까…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큼의 정신과 기백으로서 일사봉공(一死奉公)의 굳건한 결심입니다. 확실히 하겠습니다. 목숨을 다해 충성을 다할 각오입니다…한 명의 만주국군으로서 만주국을 위해, 나아가 조국(일본)을 위해 어떠한 일신의 영달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멸사봉공(滅私奉公), 견마(犬馬)의 충성을 다할 결심입니다.”
 

박정희 '혈서' 기사(만주신문, 1939.3.31)

 

‘혈서 편지’에 이어 주변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군관학교에 입교한 박정희는 우수한 성적으로 예과를 졸업한 후 일본 육사로 진학해 57기로 졸업했다. 그리고는 견습사관을 거쳐 만주군 보병8단에 근무하다가 임관 1년1개월만에 해방을 맞았다. 일제 패망으로 중국군에게 무장해제 당한 박정희 일행은 북경으로 나와 ‘해방 후 광복군’에 잠시 몸을 의탁했다가 그 이듬해(1946년) 5월 중국 톈진에서 미군 수송선 LST를 타고 귀국했다.

박정희는 ‘제2의 반민특위’랄 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선정한 ‘국가공인 친일파’ 1006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해방 당시 박정희는 중위였으니 ‘소위 이상’을 대상으로 한 특별법의 조사대상자에 포함됐다. 그러나 백방으로 찾아봐도 ‘전투일지’ 등 박정희의 친일행각을 입증할 구제척인 자료를 찾지 못해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제외시켜야만 했다. (‘혈서 편지’ 역시 선정작업이 끝난 직후에야 발견돼 아쉬움을 남겼다)

2012년 대선 정국에서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가 등장한 것은 분명 돌발적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군 장교의 딸이 집권여당의 대선후보로 출마하였으며, 현 시점에서는 당선이 유력시 되고 있다는 점이다. 친일과 독재로 얼룩진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가 남긴 유산은 아직도 한국사회에 깊은 상흔으로 남아 있다. 그의 딸 박근혜 후보로서는 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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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던진 '쟁점 세 가지'

박근혜 '전두환 6억', 정말 은마아파트 30채 값일까?

[오마이팩트]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던진 '쟁점 세 가지'

12.12.05 20:15l최종 업데이트 12.12.06 10:30l
사실검증팀(ysku)

 

 

대통령 선거운동이 본격 궤도에 오른 가운데 대선 후보와 참모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의 공약과 주장을 쏟아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 사실검증팀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날마다 후보와 핵심 참모들의 발언을 모니터해 신뢰할 만한 각종 데이터를 통해 검증할 것입니다. 사안에 따라 누리꾼이 직접 참여하는 '함께 검증하는 뉴스'도 운영할 것입니다. 대선후보 사실검증 '오마이팩트'에 누리꾼 여러분의 적극적 참여(이메일 politic@ohmynews.com, 트위터 @ohmy_fact)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취재 : 사실검증팀] 구영식 김도균 홍현진 박소희 기자 / 그래픽 고정미

[쟁점①] 박근혜 후보는 "장물로 월급받고 사신 분" 맞나?

서울 중구 정동 정수장학회 사무실 입구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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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 : "박근혜 후보가 권력형 비리근절을 말하는데 평생 권력형 비리, 장물로 월급 받고 지위를 유지하면서 살아오신 분이 말씀하시니까 잘 믿기지 않는다. 정수장학회도 박정희 대통령이 김지태씨를 협박해 뜯어낸 장물 아닙니까?"

'장물'이란 '부당하게 취득한 타인 소유의 재물'을 뜻한다. 지난 4일 열린 첫 번째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도 이 장물이 이슈로 떠올랐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두고 "장물로 월급받고 살아오신 분"(동영상 5분)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이 후보가 거론한 "장물"이란 박 후보가 10년간 이사장을 맡았던 정수장학회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와 삼화고무 등을 운영하던 사업가 김지태씨가 지난 1958년 설립한 '부일장학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5·16 쿠데타 이후 <부산일보> 주식 100%, 부산문화방송 주식 100%, 서울문화방송 주식 100%, 토지 33만여 ㎡(10만 평)를 박정희 정권에게 헌납했다. 박정희 정권은 이를 토대로 지난 1962년 '5·16장학회'를 만들었고, 20년 후인 지난 1982년 '정수장학회'로 이름을 바꿨다.

문제는 정수장학회의 토대가 된 '재산 헌납'의 성격이다. 재산을 헌납하기 전 김지태씨와 그의 부인은 부정축재와 해외재산 도피, 밀수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혐의들이 충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박정희 정권은 김씨 등을 압박해 재산을 강제로 헌납받았다.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에서도 재산 헌납을 "공권력에 의해 강요된 행위"(부일장학회부일장학회 재산 등 강제헌납의혹 사건 진실규명 결정 요지)라고 결론내렸고, 김씨의 유족들이 관련소송에서 시효문제로 패소하기는 했지만 부산고등법원조차 "강압에 의해 재산이 넘어갔다"는 사실만은 인정했다(한국경제). 정수장학회가 '강탈된 장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박 후보는 "김지태씨가 부패혐의로 처벌받지 않기 위해 (재산을) 헌납했다"며 '장물 주장'을 반박했다(한겨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지난 95년부터 2005년 2월까지 약 10년 동안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을 역임했다. 박 후보는 상근직으로 근무한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억대의 연봉을 받았다. 2000년과 2001년에는 연 2억3520만 원,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연 1억3000만~1억4000만 안팎의 연봉을 받았다는 것이다(한겨레). "장물로 월급받고 살아오신 분"이라는 이정희 후보의 지적이 전혀 빈말은 아니었다.

'장물'은 더 있다. 지난 1967년 설립된 영남대의 전신인 대구대(1947년 설립)와 청구대(1950년 설립)도 박정희 정권에 의해 강탈됐다. 이러한 '대학 강탈' 과정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후락 청와대 비서실장이 깊숙이 개입했다.

청구대의 경우 지난 67년 대학 확장공사 도중 일어난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대학이 박정희 대통령의 손에 들어갔다. 이후락 비서실장이 주도해 "청구대는 박정희 대통령을 최고고문으로 뫼시고 학교의 운영이나 이사의 진퇴에 대해 그 지도를 받아 지시에 따른다"는 결의문을 발표하면서다. 대구대도 설립자 최준 선생이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에게 넘겼지만 이후락 비서실장이 대구대를 정부에 넘기라고 요구해 박정희 정권에 강제로 헌납됐다. 이렇게 강탈된 두 대학을 합쳐 설립된 영남대의 정관 제1조에는 '교주 박정희'라고 새겨졌다.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은 지난 1980년 4월 박 대통령이나 박 후보가 영남대 설립에 출연한 자금이 전혀 없는데도 '영남대 교주'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만로 박 후보를 영남대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학내 반발로 인해 같은 해 11월 평이사로 물러났다. 이후 박 후보는 평이사로 활동하다가 1988년 부정입학사태에 책임지고 평이사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박 후보가 영남대 이사를 맡으면서 받은 연봉 액수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쟁점②] 박정희 때 제정된 영해법에는 서해5도가 빠져 있다

영해직선기선을 나타낸 지도.
ⓒ 국립해양조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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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 "이정희 후보는 10월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이 사실이라면 박수치고 싶다'고 얘기했다. NLL은 영토(해)선이 아니라고 얘기했는데 목숨을 걸고 수호한 장병에 대한 모욕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 : "박정희 정권 때 처음으로 영해법이 제정됐다. 서해 5도 수역에는 초기 영해선이 없었다."

박근혜 후보는 "NLL이 영토선이 아니라고 얘기했는데 목숨을 걸고 수호한 장병에 대한 모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공격(동영상 15분)하자 이정희 후보가 "박정희 정권 때 처음으로 영해법이 제정됐는데 (제정 당시) 서해 5도 수역에는 초기 영해선이 없었다"고 반격(동영상 15분40초)에 나섰다.

영해법은 대한민국 영해의 범위와 관할을 규정하기 위해 지난 1977년 12월 31일 공포된 법률로, 1995년 '영해및접속수역법'으로 확대·개정됐다. 이 법에 따르면 영해는 기선(基線)으로부터 측정해 그 외측 12해리의 선으로 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남·서해의 최외곽에 위치하는 육지 또는 섬의 끝점으로 통상기점과 직선기점(동해안 4점·남해안 9점·서해안 10점)을 선포했다. 우리나라 영해기선은 이러한 영해기점을 연결해 동해안은 통상기선이, 서·남해안은 직선기선이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총 23곳의 기점 중 서해상의 영해 최북단 기점(기점 23)은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에 속해 있는 소령도다. 세계측지계좌표 기준으로 이 섬의 위치는 북위 36도 58분 56초로 서해5도 중 최북단 섬인 백령도의 북위 37도 52분에 견줘 보면 한참 남쪽에 있다. 실제 국토해양부와 국립 해양조사원의 영해기선도에도 서해5도 지역은 NLL만 표시돼 있을 뿐 영해선과는 이어져 있지 않다.

그렇다면 박정희 정권 당시 우리나라의 영해를 정하면서 왜 서해5도 지역을 빼놓았을까.

그 이유는 영해법이 제정하던 당시의 신문 보도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1977년 9월 24일자 <경향신문>은 "정부는 독도 및 서해5도와 기타 우리 주권의 효력이 현실적으로 미치지 못하는 북한 수역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 및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의 규정을 준용, 명시적 획선을 피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 1977년 8월 4일자 <동아일보>도 "기술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를 준용, 서해5도와 독도 등은 해도에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분쟁의 소지를 막을 것 같다"고 전하고 있다.

외교안보전문지 <디펜스21> 김종대 편집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영해법을 제정할 당시 서해5도 해역을 영해에서 제외한 당사자가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며 "이미 이 때 부터 NLL 분쟁의 씨앗이 뿌려졌다"고 지적했다. 김 편집장은 또 "당시에도 신민당 등 야당은 '서해5도 해역이 분쟁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했다"고 말했다.

[쟁점③] 전두환에게 받은 6억으로 '은마아파트 30채' 살 수 있다

1977년 육사에 재학중이던 박지만 생도를 박 대통령 가족이 면회하던 날 기념사진. 당시 육사 교장이었던 정승화 장군(오른쪽), 경호실 작전차장보였던 전두환 장군(왼쪽에서 세 번째), 차지철 경호실장(박 대통령 오른쪽) 등이 눈길을 끈다
ⓒ 남산의 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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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 : "박근혜 후보는 평생 장물을 받고 살아온 분이다. 전두환 군사정권이 6억 원을 줘서 받았다고 고백하지 않았나. 당시 은마아파트 30채 살 수 있는 돈이다."

지난 1979년 전두환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은 당시 청와대 비서실을 압수수색해 찾은 두 개의 금고에 있던 현금 가운데 6억 원을 박근혜 후보에게 전달했다. 박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아버지도 그렇게 흉탄에 돌아가시고 나서 어린 동생들과 살 길이 막막했다"며 "(전 합동수사본부장이) '아무 문제 없으니 배려하는 차원에서 해주겠다' 할 때, 경황없는 상황에서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정희 후보는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에게서 받은 6억 원이면 (이때 시세로)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었다"고 주장(동영상 5분 20초)했다. 이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쪽에서 제기했던 주장이다.

1979년 9월 5일 <동아일보>에 실린 은마아파트 분양 광고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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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9월 5일 <동아일보>에 실린 은마타운(옛 이름) 광고에 쓰인 평당가는 68만 원이었고, 크기는 31평형(102.479m²)과 34평형(112.397m²) 두 가지였다. 이 가격대로 계산하면 31평형 아파트 1채 값은 2108만 원, 34평형은 2312만 원이었다. 1979년에 6억 원을 가지고 있었다면 실제로 31평형짜리 은마아파트를 약 29채 살 수 있었다.

또한 박근혜 후보가 받은 6억 원의 현재 가치는 얼마일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화폐가치계산'에서 따져보니 1979년 6억 원은 2011년 33억9000만 원에 달했다. 5일 오후 부동산전문사이트 '부동산114'에서 찾은 가장 저렴한 은마아파트 31평형 매물의 가격은 6억 8401만 원. 초기 분양가보다 32배나 뛴 셈이다.

만약 박 후보가 당시 받은 6억 원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가 2012년 12월 공인중개업소 문을 두드렸다면, 은마아파트 31평형을 최대 5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1979년 6억 원을 모두 아파트에 투자했다면, 예상 수익은 192억3629만 원으로 훨씬 커진다. 박 후보가 대선후보로 등록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은 21억8104만 원이다(뉴스원).


각 후보의 '피노키오 지수'를 보시려면 위 이미지를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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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주석, 문선명 총재에게 당부한 말은?

 

 
김일성 주석, 문선명 총재에게 당부한 말은?
 
남북 정상 회담은 커피나 마시고 헤어져서는 안돼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2/12/06 [08:34] 최종편집: ⓒ 자주민보
 
 


▲ 김일성 주석이 문선명 총재와 부인 한학자 여사와 찍은 기념 사진 ©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의 기관지인 우리민족끼리가 1991년 12월 6일 김일성 주석과 세계평화연합 문선명 총재와의 조국통일에 대한 대화를 보도했다.


우리민족끼리는 6일 머리기사 ‘민족의 대단결로 조국통일을 이룩하자’라는 제목으로 김일성 주석이 문선명 총재의 방북 당시 조국통일에 대한 방안을 이야기한 내용을 보도했다.


김일성 주석이 문선명 총재를 만나 이야기 한 시점은 1991년으로 남한에서는 노태우 대통령 집권 시절이었다.


김일성 주석이 문선명 총재를 만나 이야기 한 내용은 ▲1972년 남북이 합의한 조국통일 3대원칙에 의한 통일 ▲ 조국통일의 획기적 국면을 열기 위한 남북 정상회담 ▲ 미국의 분열 통치에 대한 비판 ▲ 적화도 승공도 아닌 서로의 제도를 인정하는 연방제 통일 ▲ 다당제 방식은 제국주의의 통치수법 ▲ 미국의 2개 민족 분열책에 대한 배격 ▲ 평화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한미일 3국에 전해 줄 것 등 크게 7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신문은 김일성 주석은 당시 남북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분위기가 조성 된 여건을 고려해 남북 정상회담이 이루어 져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지만 “남북 정상의 만남은 커피나 마시고 헤어지는 회담이 되어서는 안 되고 조국통일을 위해 큰일을 해 놓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며 조국통일의 의제가 명확하고 당당하지 않은 이상 정상 회담을 하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남측에서는 공화국이 적화통일을 하려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누가 누구를 먹거나 누구에게 먹히지 않는 평화적 방법으로, 《승공》도 《적화》도 아닌 연방제방식으로 조국을 통일 할데 대한 방안을 여러 번 내놓았다.”며 연방제 통일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김 주석은 “우리가(조선) 평화적 통일을 원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과 미국, 일본에 전해 조국통일을 방해 하지 말고 적극 지지 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일성 주석이 문선명 총재를 만난 이야기 한 대화 발취 전문을 게재한다.  


<민족의 대단결로 조국통일을 이룩하자>


나는 문선명 총재 선생이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부인과 친우들을 데리고 조국을 방문한데 하여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나는 총재선생과 이렇게 만나 낯을 익히고 또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숙해지게 된 것 자체가 조국통일을 위하여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어제 우리의 해외동포원호위원회 위원장과 세계평화연합 총재선생이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는데 나도 그에 대하여 찬성합니다. 나는 공동성명에 밝혀진 내용들을 서로 성실히 이행하리라고 믿습니다.


방금 총재선생이 조국통일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말하였는데 나는 이에 대하여 환영합니다.


우리나라의 통일문제는 우리가 1972년에 남측과 함께 발표한 7. 4공동성명의 3대원칙 즉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 의하여 해결 되어야 합니다.


조국을 자주적으로, 평화적으로 그리고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통일하자고 북과 남이 합의하였지만 그 후에 그것이 제대로 실천되지 못하였습니다. 물론 그렇게 된데는 여러 가지 원인과 이유가 있었지만 그에 대하여 구태여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명백히 말하여야 할 것은 조국통일은 반드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3대원칙에 입각하여 실현 되어야 하며 특히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온 민족이 조국통일이라는 하나의 목표 밑에 사상과 이념의 차이를 초월하여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두 사람이 단결하면 그 힘이 한사람의 힘보다 더 클 것이며 이렇게 전체 조선민족이 단결하면 통일은 반드시 실현됩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민족의 대단결을 주장하여왔습니다. 1945년 10월 14일 우리의 조국개선을 환영하는 10여만명의 평양 시민들 앞에서 나는 힘 있는 사람은 힘을 내고 지식 있는 사람은 지식을 내고 돈 있는 사람은 돈을 내어 우리 민족의 대단결로 새 민주조선을 건설하자고 호소하였습니다.


4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우리가 통일되고 부강한 자주 독립국가를 건설하지 못한 것은 민족의 대단결을 이룩하지 못 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금이라도 민족의 대단결을 이룩하면 90년대에 조국통일을 실현 할 수 있습니다.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족의 대단결을 이룩하여야 합니다. 단결은 힘입니다. 힘 가운데서도 제일 강한 힘이 사람의 단결된 힘입니다.


나는 얼마 전에 민족의 대단결을 이룩 할데 대하여 우리 일군들과 한 담화문을 발표하였는데 사상과 정견, 신앙의 차이를 초월하여 민족의 대단결을 실현하자는 것이 그 담화문의 기본사상입니다.


민족의 대단결을 위해 애쓰는 사람은 통일을 원하는 애국자이고 민족의 대단결을 방해하는 사람은 통일을 반대하는 매국자입니다.


우리 민족의 대단결은 어디까지나 우리 민족자체에 달려있습니다. 지금 우리 민족이 대단결을 이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세력은 외부에도 있지만 내부에도 있습니다. 우리 민족내부에 대단결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도 바로 그런 세력을 부추기고 우리 민족내부에 쐐기를 쳐서 우리가 단결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내부가 짬이 없이 다 단결 되어 있으면 아무리 외부세력이 그것을 방해하려고 하여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나는 이런 의미에서 총재선생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만나서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도 하고 함께 통일의 길도 모색하니 우리들은 이미 단결되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여러번 말하였지만 우리는 과거지사를 묻지 말고 서로 단결하여 조국통일을 실현해야 하며 힘 있는 사람은 힘을 내고 지식 있는 사람은 지식을 내고 돈 있는 사람은 돈을 내어 부강조국건설이라는 민족공동의 목표를 달성하여야 합니다.


우리가 조국의 통일을 실현하자면 반드시 해결하여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총재선생이 방금 전에 《정상회담》에 대해 말하였는데 우리는 이미 여러번 북남최고위급회담을 하자고 제기도 하고 공식적으로 남측의 최고당국자를 초청하기도 하였습니다. 노태우《대통령》도 말로는 《정상회담》을 바라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북남최고위급회담을 하자는 목적이 우리와 다릅니다. 나는 온 민족이 통일을 열망하고 있는 것만큼 두 최고위급이 마주앉아 하는 회담은 조국통일을 위한 결정적인 국면을 실지로 열어놓는 그런 회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노태우대통령은 그런 것이 없이 그저 만나자고 합니다.


온 민족이 조국통일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때에 북과 남의 두 최고위급이 마주앉아 커피나 마시다가 헤어져서야 되겠습니까. 뚜렷한 목적과 대안이 없이 그저 마주 앉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내가 총재선생과 이렇게 만나는 것과 북과 남의 두 최고위급이 만나는 것은 그 성격과 의미가 같지 않습니다. 총재선생과 이렇게 만나서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는 것은 열 백번을 만나도 일없지만 《정상》을 만날 때에는 문제가 다릅니다.


공화국을 대표하는 국가주석과 남조선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서로 만나면 통일을 위해 무엇인가 큰일을 해놓아야 합니다.


북과 남의 최고위급이 만나는 것만큼 만나는 이유가 당당해야 합니다. 조국을 평화적으로 통일하자는데 서로 뜻을 같이해야만 만나는 것이 의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하나의 국가를 만들자고 하고 남에서는 《두개 국가》를 만들자고 하니 최고위급회담자체가 성사되기 힘들게 되여있습니다.


통일할 생각이 있어야 의사가 소통되겠는데 남에서 분열에 생각을 두고 있으니 서로 의사가 통하지 않습니다. 통일할 생각이 없으면 부당한 구실과 억지주장만 나오기 마련입니다.


만일 우리가 통일된 하나의 국가를 세우지 못하고 《두개 국가》의 공존체제를 만들어놓는다면 그것은 후대들에게 《두개 국가》를 물려 주는 것으로 되며 그렇게 되면 우리 민족은 영원히 《두개 국가》로 갈라져 살게 됩니다. 우리는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우리 민족은 둘로 갈라져 사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조선의 분열을 꾀하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세력입니다.


옛날 중국 청나라 때에 증국번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이이쯔이》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이것은 오랑캐로써 오랑캐를 다스린다는 말인데 분열하여 통치하라는 뜻입니다.


지금 미국사람들은 우리 조선을 두개로 만들어 조선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게 함으로써 어부지리를 얻으려 하고 있습니다. 조선민족은 예로부터 용감하고 슬기롭고 지혜로운 민족이기 때문에 조선이 하나로 통일되면 세계적인 강국으로 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세계에 강대국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 겁나서 우리나라의 통일을 한사코 반대하여 나서는 것입니다. 우리는 온 민족이 단결하여 반 통일세력의 방해책동을 짓 부셔버리고 하루빨리 조국을 통일하여야 합니다.

조국통일을 하는데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 남쪽에서는 우리가 《적화통일》을 하려고 한다고 거짓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가 누구를 먹거나 누구에게 먹히지 않는 평화적 방법으로, 《승공》도 《적화》도 아닌 연방제방식으로 조국을 통일 할데 대한 방안을 여러 번 내놓았습니다.


우리의 통일방안은 북과 남에 서로 다른 제도와 정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하나의 민족으로서 하나의 통일적인 국가를 세우자는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이고 따라서 국가도 응당 하나로 되여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북과 남에 서로 다른 두개의 제도 즉 사회주의제도와 자본주의제도가 있으며 정부도 두개가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나라의 통일문제를 해결하자면 누가 누구를 먹거나 누구에게 먹히는 방법이 아니라 북과 남에 있는 두개 제도, 두개 정부를 그대로 두고 연방제방식으로 하나의 민족통일국가를 세워야 합니다.


나는 우리나라의 통일문제를 걱정하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서도 우리의 연방제통일방안을 설명하여 주군 합니다.


연방제로 통일한 다음 인민들이 어느 제도를 선택하겠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 후손들이 스스로 결정하게 하면 될 것입니다.


북과 남에 있는 서로 다른 두 제도를 하나로 통합하는 문제는 후대들에게 맡겨도 되지만 하나의 연방국가를 세워 통일된 조국을 후대들에게 물려주는 일은 반드시 우리 대에 우리들 자신이 해야 합니다.


올해에 북과 남은 유엔에 가입하였습니다. 우리는 나라의 통일을 위하여 유엔에 하나의 의석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수차 강조하고 서로 회담도 하였지만 남쪽에서 우리말을 듣지 않고 자기들 혼자만이라도 유엔에 들어가겠다고 고집하기 때문에 통일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하여 우리도 유엔에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유엔에 들어가서도 북과 남이 응당 하나의 의석을 차지해야 하며 나아가서는 연방제통일이라도 하여 하나의 유엔성원국이 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남측에서는 유엔에 북과 남이 따로따로 들어갔으니 이제는 《두개 국가》이라고 떠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나라의 분열을 영구화하려는 잘못된 주장입니다. 조국을 둘로 갈라놓는 것은 민족 앞에 천추를 두고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됩니다.


우리는 남조선당국자들에게 연방제통일방안이 싫으면 그보다 더 좋은 안을 내놓고 우리를 찾아오라고 하는데도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두개 조선》을 계속 주장하고 있습니다.


총재선생이 남측에서 연방제통일방안을 받아 물기 힘들어하면 한 지역씩 점차적 방법으로 통일해보는 것이 어떤가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기 어렵습니다. 하나의 민족인 우리 민족이 연방제를 하지 못할 아무런 조건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그런 식으로 조국통일을 무한정 끌고 가겠습니까.


남측이 우리 민족을 둘로 갈라놓고 《두개 국가》로 공존하게 할 것을 아무리 주장한다 하여도 《두개 국가》의 공존이 오래가지도 못합니다. 역사와 문화, 언어와 풍습이 같은 하나의 우리 민족이 무엇 때문에 《두개 국가》로 갈라져 살겠습니까.


그것은 우리 민족자체가 바라지 않습니다. 민족은 뗄 수 없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습니다. 이런 운명공동체를 두개로 토막 치겠다는 그자체가 잘못 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반대합니다.


지금 아프리카에서는 다당제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것은 다 미국의 작간에 의해 그렇게 된 것입니다. 아프리카나라들은 거의 모두가 여러 종족들이 모여 국가를 이루고 있는 나라들인 것만큼 다당제는 결국 그 나라들을 분열과 싸움에로 몰아가게 될 것입니다.


나는 한나라, 한민족 안에 서로 대립되어 싸우는 여러개의 정당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족의 의사를 대표하고 민족의 이익을 위하여 사회를 영도하는 하나의 당이 있고 다른 정당들도 그 당과 단결하고 협조하여야 민족이 원하는 부강한 나라를 건설 할 수 있습니다.


단결과 협력은 인간의 생존방식입니다. 또 민주주의는 파쟁이나 정쟁이 아니라 인민대중의 의사를 집대성한 정치입니다. 이런 의미에서도 분렬을 주장하는 다당제는 저지되어야 하며 인민대중의 이익을 옹호하는 정당을 중심으로 단결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당제는 나라와 민족의 번영을 위한 정치수단이 아니라 분열하여 통치하려는 제국주의자들의 통치수법입니다. 제3세계나라들을 비롯한 모든 나라의 정치지도자들은 다당제의 이러한 본질을 알고 이에 경각성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다당제는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민족이 단결하여 조국을 통일하자는데 대해서는 총재선생도 우리와 뜻을 같이하리라고 봅니다. 우리 민족은 누구나 조국통일이 빨리 되기를 절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8. 15해방 50돐이 되는 1995년까지는 조국을 통일하여야 하겠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안팎의 정세를 보면 1995년까지 통일을 할 것 같지 못합니다.


방금 총재선생이 겨레의 단결을 이룩하면 내일에라도 통일 할 수 있으니 주석께서 전민족의 단결을 위해 더 노력해달라고 말하였는데 우리는 오래전부터 북남간의 신뢰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단결된 힘으로 조국을 통일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협상도 제기하고 북남최고위급회담도 제기하였지만 잘되지 않습니다.


이미 말하였지만 우리는 남조선에 공산주의를 강요할 생각이 없다, 그러니 남조선에서도 북의 공산주의를 소멸할 생각을 하지 말라, 북과 남이 서로 다른 제도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하나의 민족으로서 하나의 연방국가를 세우는 방법으로 통일을 하는 것이 좋지 않는가하고 계속 주장하는데 남쪽에서는 우리의 연방제통일방안을 받아 물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조국을 《두개 국가》로 영영 갈라놓으려하고 있습니다.


나도 이제는 79살이고 선생도 72살입니다. 우리는 하루빨리 조국을 통일하고 후손들에게 통일조국을 물려주어야 합니다. 선생이 이제 돌아가면 우리가 이러한 원칙에서 북남최고위급회담도 하고 나라의 평화적 통일을 이룩하자고 한다는 것을 미국사람들한테도 이야기하고 남조선당국자들에게도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본사람들에게도 조선의 통일을 방해하지 말고 적극 지지하여달라고 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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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25개국 지식인 "박근혜 집권은 초국경적 위협"

아시아 25개국 지식인 "박근혜 집권은 초국경적 위협"

[기고] "한국 대선, 아시아 민주주의의 시험대"

이대훈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국제연대위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2-05 오후 3:41:20

 

오늘(5일) 아시아 지식인 333명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유신독재를 기억하는 아시아 지식인 연대 성명"을 발표하였다. 여기에는 일본,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25개국의 원로 학자, 저명한 지식인들의 대거 참여하였다.

5개국 발언자가 직접 참여한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이 연대 성명은 '독재자 2세의 권력도전에 대한 범아시아적 우려'를 담았다. 성명은,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통령선거는 한국의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아시아 민주주의의 미래를 가늠하는 의미심장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고, 독재자 가문의 2세들이 쉽게 유력한 정치지도자가 되는 많은 나라에서처럼, 이제 한국에서도 독재자의 2세가 국가권력에 도전하는 것을 충격적이라고 표현했다.

성명은, 박정희 통치와 유신독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아시아의 지식인들에게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이 민주주의의 미래에 매우 암울한 전조라고 밝히면서, 박정희 독재시기가 매우 불안한 정치적 위기의 연속이었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일본제국주의 시대를 연상시키는 전체주의적 통제와 희생을 강요되었던 점을 상기하고 있다.
 

▲ 아시아 지식인들이 박근혜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여연대 강진영

또, 국제적인 맥락에서, 한국에서 구 독재자의 2세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당선 가능선에 있다는 것은 다시 보수적인 정부가 들어선다는 의미를 뛰어넘어,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경제위기와 정치불안을 이용하여 과거로 회귀하는 초국경적 파급력을 만들어낼 우려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성명은, 한국의 시민들 다수가 독재의 추억을 회귀시키는 흐름을 저지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이러한 아시아적 관심이 한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목소리를 모아 여러 나라에서 독재 추억이 부활하는 것을 같이 막아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번 성명은 유신독재의 2세가 권력을 승계했을 때 아시아 다른 나라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와, 한국과 일본의 가족파벌 정치가 가져올 국제적 파장을 아시아 지식인들의 함께 지적하고 공동대응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성명에 참여한 세계적인 석학 무사코지 킨히데 교수(일본, 전 유엔대학 부총장)는 오늘 기자회견에 이러한 서면 메시지를 보냈다.

"이 성명은 동아시아에서 반민주, 반평화 경향이 점점 드세지는데 대한 우리의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반민주, 반평화의 파고는 '동아시아 공통의 집'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취해왔던 화해라는 목표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전 도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가 함께하는 유신당의 창당과 함께 일본에서 우익의 위험스러운 부상을 경함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의 재일한국인, 재일조선인에 대해 인종주의적 정책을 추구한다. 일본의 우익 정치는 가족주의와 결합되어 있다. 아들을 자민당의 유력한 정치인으로 두고 있는 이시하라 뿐만 아니라 자민당 총재 아베 신조 자신이 자민당 아베 가문파벌의 2세이다. 아베 신조는 일본 헌법을 수정해서 일본의 군사력을 부활시키고 동아시아에서 신식민지적 세력확장을 추진하려 한다.

나는 동아시아에서 신자유주의적-전면전(total war) 태세의 국가들이 부상하면서 가족주의 정치와 결합하는 이 경향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무사코지 교수와 아울러 일본에서는 이번 성명에 많은 지식인들이 특별한 관심을 표했는데, 일본에서 극우의 부상과 한국에서 유신 후계세력의 부상을 일종의 공조현상으로 보는 듯 했다.

또 한국에서 아시아 이주민과의 사목활동을 오래해온 아일랜드 출신 패트릭 커닝험 신부는, 기자회견에서 박정희 시대를 회고하면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권력을 유지했던 유신독재와 군사정권이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국민들의 손으로 끝이 났지만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우리 곁에 다가오려"한다고 우려하면서도, "저는 사람들의 힘을 믿습니다. 아무 것도 변할 것 같지 않은 암흑의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결국 옳은 방향으로 변화를 시켰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도네시아의 인권문제 연구자 아딧 샤트리아는, 독재의 책임자들이 새로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볼 때, "오랜 노력을 통해 성취한 민주주의와 정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책임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자각과 책임의식이 필요하며, 민주적인 나라를 건설하는데에는 국민의 인권에 대한 보장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방글라데시의 인권-개발문제 전문가 파르자나 악터는, 방글라데시 역시 군부통치 기간에 경제개발을 강조했으나 서민들의 경제와 생활을 파탄에 이르렀으며, 그 원인은 정치적 자유와 인권,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억눌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한국에서 유사한 독재권력의 2세가 현 시기에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성명에 참여한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많은 메시지를 직접 보내오기도 하였다. 아시아의 저명한 시민사회 지도자이자 아시아무슬림네트워크 의장인 모하마드 압두스 사부르는, 독재자 2세의 부상에 대해 크게 우려하면서 "한국인들이 투표를 통해 잔혹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 이번 선거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가 보장되는 결과가 나오도록" 촉구했다.

파키스탄 시민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파키스탄사회연구소 소장 보니 멘데스 신부는 "(박정희의) 연속 집권은 그로서 충분하다. 그의 가까운 일가친척이나 다른 강력한 권력 가문의 일가친척이 통치하거나 선거에 도전하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허용하지 않는 것이 아시아 다른 나라들에게도 갈 길을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태국의 에크라지 사부르 국제평화연구소 소장은 "박정희 통치기의 잔혹한 기록을 기억할 때, 그의 딸 박근혜가 대통령선거에 나선다는 것은 역설이자 도전이다. 자유를 위해 목숨을 읽은 순교자들의 꿈과 정치적 전망을 살리는 방향으로 한국의 시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통치와 민주주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그들의 의무이다"라고 호소했다.

파키스탄의 전국적인 시민사회단체연합기구의 대표 파루크 칸은, "한국에서 악명 높은 독재자의 2세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에 놀랐고 우울해졌다. 한국을 방문해서 민주주의 회복기에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묘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는 한국인들이 독재자와 그 후손들을 다시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으나, 이제 독재자의 후손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니"라고 충격을 표시했다.

이 성명은 앞으로 10일간 전 세계로 확대해 지지서명을 받을 예정이며, 유신독재를 기억하는 세계 지식인 성명으로 15일경 발표될 예정이다.

다음은 성명 전문

유신 독재를 기억하는 아시아 지식인 연대 성명

아시아 민주주의의 귀감으로 받아들여지는 한국에서 매우 중요한 선거가 12월에 열린다.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열리는 이번 대통령선거는 한국의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아시아 민주주의의 미래를 가늠하는 의미심장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유는 한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집권보수당의 후보로, 군사쿠데타를 통해 집권하여 잔혹한 철권통치를 했던 독재자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0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두 차례 민주세력의 정부를 경험하고 한 차례 보수정부를 경험한 다음, 한국의 보수권력은 박정희의 딸이자 박정권 당시 사실상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다. 박근혜 후보는 구 독재자의 치적을 앞세우며 독재자의 복권을 추구하면서 상당한 지지를 누리고 있다.

독재자 가문과 명문 가문의 2세들이 쉽게 유력한 정치지도자가 되는 많은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 이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87년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바라는 강력한 민의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문과 재력과 영향력에 힘입어 쉽게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2세승계의 관행을 허용하지 않아왔다. 심지어 전직 대통령의 자녀들까지 사업이나 정치활동에서 매우 엄격한 법적 여론적 검증을 받고 심지어 처벌까지 받았을 정도이다.

박정희 통치와 유신독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이 민주주의의 미래에 매우 암울한 전조라고 생각하며 우려하고 있다. 박근혜 측근들이 미화하는 것과 달리, 박정희 독재시기는 매우 불안한 정치적 위기의 연속이었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일본제국주의 시대를 연상시키는 전체주의적 통제와 희생을 강요하였다.

60-70년대 한국은 비극적인 시대였다. 아시아와 세계의 지식인들은, 전 일본군 장교 박정희가 만든 체제에서 무고한 시민들과 야당 정치인에게 가해지는 납치, 감금, 고문, 협박, 세뇌 등 거대한 폭력을 목격했고, 한국 사회가 부패와 밀실정치로 무너져가고 국가 전체가 거대한 병영으로 변하는 과정을 아직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우리의 이 기억은 충격이었고 경종이었고 함께하는 행동과 연대성의 계기였다. 다행히 우리는 그후 한국 시민들이 엄청난 저력을 가지고 군부독재 세력을 권좌에서 몰아내고 아래로부터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우리의 각 현장에서 민주화를 위해 함께 노력했다. 이는 필리핀, 타이완, 인도네시아 등의 민주화와 결합하여 아시아에서 거대한 민주주의 영감과 파도를 이루어내었다.

한국에서 구 독재자의 2세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당선 가능선에 있다는 것은 다시 보수적인 정부가 들어선다는 의미를 뛰어넘는다. 아시아에서의 민주화는 그 훌륭한 진보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과두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매우 불완전한 민주화였다. 한국에서 구 독재자의 2세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이것은 아래로부터의 민주화가 이룩했던 것을 모두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박정희시대와 그 전통을 잇는 과두독점 세력들의 화려한 부활을 의미한다. 아시아에서 아래로부터의 민주화가 국경을 넘는 파급효과를 가졌듯이, 이제 신•구 과두세력의 부활은 국경을 넘는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의 경제위기와 정치불안과 결합하여 과거로 회귀하는 파급력을 만들어낼 우려도 있다.

우리는 과거 군부독재가 그 억압적인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안보위협을 과장하여 군과 군사주의를 비대화하고, 국내 비판 세력의 비판을 위협을 과장하여 탈법적 폭력을 정당화하고, 이를 명분으로 부와 권력과 언론을 독점하여 평민들의 생활을 파탄에 빠지게 한 것을 기억한다. 이런 면에서 독재의 추억을 간직한 과두세력의 부활은 21세기 한국과 아시아에 매우 불길한 전조를 드리우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시민들 다수가 독재의 추억을 회귀시키는 흐름을 저지할 것이라 믿지만, 독재/과두 가문의 2세정치가 불가능했던 한국에서 새롭게 유신독재의 계승자가 세력화되는 것에 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유신독재를 기억하는 우리에게 이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우리의 이러한 관심은 한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생길 때 함께 우려를 표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실질적으로 정의를 가져오는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그리고 국경을 넘어 민의 행복과 권리 증대를 위해 서로서로 힘을 모으는 새로운 아시아를 만들어가는 취지로, 우리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유신의 추억이 부활하는 것을 다같이 막아내자고 호소하면서 위와 같이 뜻을 모은다.

 

 
 
 

 

/이대훈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국제연대위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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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단일화는 됐지만

후보 단일화는 됐지만

 
2012. 1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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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모두들 대선 이야기다. 이럴 때 나는 한발 물러서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러자니 나만 혼자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엉뚱한 소리나 할 것 같아 선뜻 내키지 않는다. 맨 그게 그거겠지만 다시 대선 이야기다.

 

한동안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를 놓고 누가 됐으면 좋겠느냐, 누가 더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나는 “글쎄요, 둘이 약속했으니 결정해주지 않겠습니까?”라는 다소 애매한 대답으로 자칫 벌어질지도 모를 상대와의 불편한 말다툼을 슬그머니 피했다. 그건 ‘둘 중에 누구’가 아니라 ‘박근혜는 아니’를 훨씬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의 어정쩡한 태도는 정권교체의 막중한 책임을 두 후보에게만 떠넘김으로써 그들의 어깨를 더 무겁고 힘들게 만든 치사한 짓이었는지도 모른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다 박 후보처럼 일찍부터 오로지 대통령이 되겠다고 별러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 두 사람에게 멍석을 깔아주고 협상을 하든지 대결을 하든지 하나만 남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잔인하리만큼 끈질기게 요구했다. 끝내 하나가 못 된 양 김이 죽 쒀서 남에게 준 1987년의 어처구니없는 절망을 회상했다.

 

두 사람은 마침내 약속을 지켰다. 나는 보았다. 그리고 오래오래 잊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후보 사퇴를 선언하는 눈물 그렁그렁한 거룩한 모습을.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국민과의 약속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라는 사퇴 이유도 분명히 했다. 그 순간 나는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큰 사랑을 가르치고 실천한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연상했다. 그는 자기를 내려놓음으로써 우리의 심려와 불안을 일소하고 단일화를 이루어냈다. 아름다웠다. 그러면 문 후보의 승리는 이제 따 놓은 당상인가? 아니,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는 이명박을 찍겠다든가 찍었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는 큰 표 차이로 대통령이 되었다. 참 이상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다 거짓말쟁이였나? 나의 대인관계가 그만큼 편협했다는 게 오히려 맞는 대답이겠다. 내가 봐도 나의 대인관계 폭이 5년 동안 획기적으로 넓어진 건 아닌데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박근혜를 찍겠다는 사람들을 꽤 여럿 본다. 특히 여성 대통령을 말하는 여성들이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는 보나 마나 압도적인 표차로 여성 후보가 승리하지 않을까?

 

그래서다. 안철수는 민주당에 죽비를 내리치고 문재인을 승산 있는 단일후보로 내세운 일등공신이다. 그에게 더 무엇을 주문하랴? 나는 정치 전문가도 아니요 당원도 아닌, 도시 변두리 성당의 한 사제로서 먼저 안철수를 사랑하는 분들께 감히 말씀드린다. 그가 손을 들어준 문재인 후보가 비록 밉고 마음에 안 든다 하더라도 아예 외면하고 돌아선다면 결과적으로 누구에게 득이 될까? 그런다고 안철수가 기뻐할까? 문재인의 승리가 바로 안철수의 승리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당신들이 잘 알고 계신다.

 

민주당의 대선과 총선 경선에서 애석하게 떨어진 분들과 그 지지자들에게 한번 더 말씀드린다. 새누리당은 대선 역사상 처음으로 보수대연합을 이루었다고 하는데(도덕성 여부는 차치하자) 민주통합당은 그만한 단결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체면상 유세장에 얼굴 내미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말로만 백의종군 외치지 말고, 당신들의 정치생명을 걸고 적극 나서라. 당신들의 그런 모습이 우리를 감동시키고 당신들의 앞날을 보장할 것이다. 이 나라, 이 땅과 사람이 계속 죽어갈 것인가, 소생할 것인가가 결정되는 날이 불과 20일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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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인수 인천 부개동성당 주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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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이명박은 ‘자웅동체’... 실패한 MB정권의 파트너

 

 
칼럼홈 > 임병도  
 

 
박근혜가 숨기고 싶은 ‘불편한 진실’
 
[집중분석] 박근혜와 이명박은 ‘자웅동체’... 실패한 MB정권의 파트너
 
임병도 | 2012-12-03 07:39:1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대통령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드디어 전략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일입니다. 그동안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와 차별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던 인물입니다. 특히 올해 초만 해도 "현 정권과 인위적 차별은 없다"고 했는데, 선거를 불과 15여일 앞두고 갑자기 이명박 정부를 실패한 정부로 몰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도 양적 성장을 중시하는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며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박근혜 후보의 선거전략이 놀라운 이유는 그녀가 전혀 예상치 않은 "정권교체'라는 전략을 들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새누리당과 이명박, 박근혜는 하나의 정권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박근혜는 아예 이명박 정권을 부정하고 나와버렸습니다. 이렇게 그녀가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서입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MB정권 심판과 정권교체'를 내걸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대응은 아예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권을 하나로 묶어 '실패한 정권'으로 만들어 놓고, 문재인 후보를 '실패한 정권의 계승자'로 규정해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그녀의 방법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지만, 대단히 효과적입니다. 그 이유는 일부 유권자들은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 또한 정권교체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2월3일자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 출처:한겨레 신문

 

한겨레 신문이 11월30일~12월1일까지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답변이 53.5%였습니다. 그런데 이 정권교체에서 박근혜 지지층의 14.0%도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들은 '박근혜 집권'도 정권교체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야권 성향의 지지자들로서는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가능한 일입니다. 그것은 대다수 언론이 새누리당을 한나라당과 동일시하지 않고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을 아예 박근혜 후보와 대결구도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후보는 한 몸과 다를 바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무서운 보수 세력의 결집'

이명박 대통령의 친이계와 박근혜 후보의 친박계는 2007년 대선 경선부터 경쟁 관계에 있던 인물들입니다. 그래서 늘 공천과 한나라당 주도권을 놓고 다툼을 벌였습니다. 특히 지난 4.11 총선에서 친이계는 친박계에 학살당했다고 할 정도로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진수희 의원과 안상수 전 대표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4.11 총선에서 이재오계인 진수희 의원이 친박계 김태기 단국대 교수에게 밀려 공천에 탈락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친이계 의원이 공천탈락하자, 일부에서는 '비박근혜 연대'를 구상해서 탈당하겠다고 나섰지만, 김무성 의원이 "보수분열의 씨앗이 될 수 없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하자, 탈당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을 비롯해, 조전혁,이경재,박종근,정해걸,이동관,권오을,김해진 등 친이계 인사들도 무소속 출마와 탈당을 선언했다가 뜻을 접기도 했습니다.

 

▲김영삼,이재오와 만난 박근혜. 출처 뉴시스.연합뉴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대권도전을 선언했던 박근혜 후보를 향해 "사자가 아니다, 그건 아주 칠푼이야, 사자가 못 돼"라고 혹평을 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11월30일 김무성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에게 전화해 '박근혜 후보를 적극 지지'하겠다고 했습니다.

친이계의 행동대장이었던 이재오 의원도 지난 12월2일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이처럼 그동안 박근혜 후보와 대립각을 가졌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보수세력이 정권 연장을 위해서라면 적과도 동침할 수 있는 뻔뻔함을 보여주는 무서움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야권은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정부패로 망한다는 말처럼 보수세력은 절대로 분열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의 노림수는 정권 연장만 하면 당연히 그들에게 기득권 분배가 잘 이루어지리라는 믿음과 신뢰(?)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와 이명박은 자웅동체'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정권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존재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새누리당이라는 하나의 정당 속에서 그들이 원했던 법과 정치를 함께 이루어 나갔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둘 사이의 갈등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언제나 힘을 합쳤고, 그들만을 위한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경향신문 2009년 7월 23일자 6면.

 

지난 2009년 한나라당은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이 있었던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여야 간 합의처리'를 강조하면서 언론플레이를 하다가 돌연 한나라당의 최종미디어법 수정안이 ' 이정도면 국민들이 공감해주실 것이라고 본다'는 말로 미디어법 날치기 강행에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갈등은 있었어도 법안 통과에 대해서는 박근혜 의원이 친박계 의원을 동원해 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2011년 11월 23일자 5면.

 

한미FTA 비준안에 대한 국민의 반발과 야당 의원의 반대가 있었던 2011년에도 FTA 비준안에 찬성 표결을 했습니다. 그녀는 찬성표에 대해 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었지만, 한나라당의 지도부가 박근혜 전 대표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말 한마디면 통과되지 못했던 법안도 통과됐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 당심','당 지도부 결정'이라는 말로 교묘하게 자신의 책임론은 늘 피해 갔습니다.

 

 

▲친이계와 친박계가 협력하여 통과시킨 법안들. 출처:민중의 소리

 

친박계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표의 말과 의중에 따라 표를 던지는 것이 뻔한 상황에서 그동안 이명박 정권의 수많은 법안이 어떻게 통과됐습니까? 박근혜 전 대표가 찬성했고, 동의했기 때문에 그 법안들이 통과된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실패한 정권이라고 연일 말하는 박근혜 후보가 거느린 친박계 의원들이 법인세법,소득세법,종부세법에 모두 찬성했습니다.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조세 관련 법안을 박근혜 후보가 통과시켰고,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지대한 협력을 한 것입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MB정부 임기 내내 함께 힘을 합쳐 실패한 정권을 유지했던 파트너였습니다.

'정권 심판론 VS 정권 재창출'

정권 심판론을 가지고 현재의 박근혜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한 보수세력을 무너뜨리기는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보수세력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성향의 인물이 대통령이 되는 것만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이들에게 박근혜와 이재오,정몽준,홍준표 등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들 중 누가 됐든 새누리당처럼 보수 인물이 되기만 하면 그걸로 투표는 누구에게 할지 정해진 것입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경제대통령론과 '이명박근혜' 포스터.출처:뉴시스.선관위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사람이 오로지 친이계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따라 수많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세력들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동참했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의 주위 인물과 세력들은 대부분 공통적인 분모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은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실패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한나라당과 박근혜 후보를 이상하게 따로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철저히 이명박 정부를 새누리당 정권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있는 언론들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적은 새누리당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몰아서 공격하는 언론이 별로 없습니다. 18대 대선에서 언론들은 박근혜 후보만 강조하고 새누리당은 쏙 빼놓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심판' 프레임을 연일 언론이 때리고 그 효과는 아주 제대로 먹혀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정권 심판론'보다 새누리당을 장악한 박근혜 후보가 뒤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도와줬던 일들을 가지고 철저히 '새누리당'을 공격해야 합니다. 이명박을 심판하겠다고 나서봤자, 이명박과 박근혜를 다른 사람으로 보고 있는 유권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그런 전략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2010년 8월23일 조선일보 1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경선에서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자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를 했습니다. 이 독대 전인 2010년 8월23일 조선일보는 당시 11개월만에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정권 재창출 위해 노력"하겠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공보단장인 이정현 의원은 "앞으로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임을 잘 얻어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대화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의 비공개 회동은 이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어쩌면 박근혜 후보는 당시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두 사람 간의 합의 사항이 지금 시점에서 알려지기 싫어할 것입니다.
 

2007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나라당을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한나라당만이 해낼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에게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준비했던 많은 것을 실천하여 성공하겠습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던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기호 1번을 사용하는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이 대선을 앞둔 2012년 2월13일 당명만 바꾼 정당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일 년도 안 된 일들을 모두 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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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추천도서]천안함은 좌초입니다!

[서프추천도서]천안함은 좌초입니다
천안함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선박 전문가 신상철의 비망기

(서프라이즈 / 편집국 / 2012-12-03)


 

 

책소개

항해사이자 해군 장교 출신의 해운 전문가 신상철은, 일찍이 신조선 감독으로 배를 13척이나 만들어 내보낸 조선 전문가이다. 그런 그가 천안함 사고 민관합동조사단에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다가 본의 아니게 그만 ‘투사’가 되고 말았다.

그 합조단이라는 게 “천안함은 (북한군 어뢰 공격에 의한) 폭침”이라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그에 아귀를 짜 맞추는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최종 조사보고서를 (합참의장의 지시로) 40여 군데나 날조하여 발표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기에 이른 것이다. 게다가 감사원은 그런 범죄 사실을 적발하고서도 ‘기밀’이라는 미명 아래 대부분 덮고 말았으니, 역시 새누리당 정부답다는 조롱을 들을 만하다.

이에 신상철의 전문 능력이 한껏 발휘되어 정부의 거짓말이 속속 들통 나고 진실이 백일하게 드러나게 되자 당황한 정부는 국방장관(대장 출신의 김태영 장관) 이하 무려 별 14개의 이름으로 신상철을 고소(고발)하여 법정에 세웠다. ‘곽노현 사건’에 이어 또 하나의 ‘드레퓌스 재판’이 재연된 것이다.


목차

여는 글 / 프롤로그 - 국방장관에게 보낸 공개서한

제1장 속보 - 최초 보고 “천안함은 좌초입니다!”
“해군 초계함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반파 후 침몰 중”
천안함 침몰은 한 번이 아닌 두 번에 걸친 일련의 ‘사고’

제2장 의문 - 좌초는 검토 대상이 아니란 말이오!
합동조사단에 민간 조사위원으로 참여하다
천안함 첫 조사 그리고 ‘짜고 치는 고스톱’
“당신, 자격 있어?”
나는 박사도 아니고 논문 한 편 쓴 적 없다

제3장 흔적 -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흔적을 남긴다”
최초 보도와 최초 보고서의 중요성
천안함 함수 사진의 진실을 밝히다
국방부는 침몰된 천안함 수색을 고의로 회피했다
제3의 부표와 한주호 준위의 죽음

제4장 추적 - 천안함은 어떻게 좌초 후 충돌하여 세 동강났을까
해작사 작전처장, “천안함 9시 15분 좌초라고 보고했다”
해도 ‘수심 분석’으로 살펴본 천안함 사고의 진실
천안함 선체에 나타난 좌초의 증거
일련의 두 사건 중 최초의 사건을 ‘좌초’로 결론 내린 배경
프로펠러가 관성으로 휘어졌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
어선도 피해 다닌다는 백령도 해역의 그 위험한 지점
제1의 사고 ‘좌초’ 후 발생한 ‘제2의 사고’는 무엇인가

제5장 허구 -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끝도 없는 거짓말
폭발의 가능성은 존재하는가
‘폭발’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천안함 ‘폭발’의 허구를 말해주는 10가지 증거

제6장 증거 - 사실을 조작하고 진실을 은폐하기에는 증거가 너무 많다
천안함은 ‘좌초’에 이어 ‘충돌’했다
천안함이 ‘좌초 후 충돌’했다는 증거
분명히 뭔가와 충돌하여 침몰한 것으로 ‘확인’된 천안함

제7장 뒷이야기 - 도대체 국민들 모르게 무슨 일들이 벌어진 걸까
‘빙고?!’
합참 오병흥 준장의 고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연’의 퍼레이드
과학의 이름으로 과학을 더럽힌 과학자들
합조단 구원투수로 나섰던 송태호 교수


책속에서 & 밑줄긋기

P.35 : 나는 그날 중간조사 결과를 두고 토론하는 회의로 알고 있었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선체검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갔었는데 회의실에 앉혀놓고 일방적으로 브리핑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국 대표단이 먼저 브리핑을 하고, 이어서 미국 대표단, 마지막으로 영국 대표단이 브리핑을 했는데, 그 내용은 모두 “이러저러하기 때문에 결론을 어뢰 폭발”이라는 것이었다. 듣다못해 나는 손을 번쩍 들고 일어서서 질문을 던졌다.

문 - 왜 좌초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가?
답 - 좌초는 없다. 이미 끝난 얘기다.
문 - 무슨 얘기냐. 선체 인양 시 외판하부에 보였던 깊은 스크래치는 명백히 좌초의 증거가 아닌가?

그러자 해군 준장 계급장을 단 분이 벌떡 일어나 언성을 높여 외쳤다.
“좌초 이야기 하지 마시오. 좌초는 검토 대상이 아니란 말이오!”
그가 외치자 내가 다시 따지고 들어 상황이 어수선해지자 다른 장성이 나서서 장내를 안정시킨 후 차분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그러지 말고 회의가 끝난 다음에 몇몇 전문위원 분들이 신 위원에게 폭발에 대해 설명을 해드리면 어떻겠습니까?”
내가 말했다.
“폭발에 대한 설명이라뇨. 저는 조사하러 왔지 강의 받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차라리 선체로 갑시다. 가서 선체를 보면서 함께 조사를 합시다.”
그래서 점심식사 후 국방부 조사위원, 미국 및 영국 조사위원 등 15명이 함께 천안함으로 가서 선체를 조사하기로 하고 오전 회의를 마쳤다.

- 알라딘

P.206~208 : 천안함 사고 직후 최대한 사실에 입각한 ‘천안함 사고에 관한 보고서’가 작성되자 오병흥 준장은 그 내용을 이상의 합참의장에게 보고했다. (중략) 이후 이 합참의장은 오 준장을 불러 합참 참모들이 작성한 ‘천안함 사고 조사보고서’에 대하여 무려 40여 군데를 수정(조작)할 것을 직접 지시한다. 그 내용 가운데에는 ‘북한’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조사보고서 내용 가운데 무려 40여 군데나 수정(조작)하라는 지시를 받고 나온 오 준장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합참 내에 자신과 동기생이지만 아직 장군 진급을 하지 못한 류 대령에게 이 문제를 맡아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류 대령은 ‘그것은 진실을 조작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단호하게 거절하고 두 동기는 그 문제로 대판 싸웠다고 한다. 난감해진 오 준장은 류 대령을 제외한 다른 합참의 영관급 장교들을 데리고 보고서를 수정(조작)한 후 다시 이상의 의장에게 보고하고 그것이 국방부의 공식 발표가 된다.

그러나 5월 초 감사원의 국방부에 대한 감사가 시작되고 합참에서의 조작 사실이 감사요원에 의해 적발되지만 감사원에서는 극히 일부분만 언론에 공개하고 대부분의 조작 내용은 ‘기밀’이라는 이유를 들어 발표에서 누락시킨다. 하지만 감사원은 합참의 조작에 대하여 책임을 묻기 위해 조작 관련자들에 대해 징계를 상신한다. 그에 따라 오 준장 외 몇몇 영관급 장교들이 징계 대상자가 된 것이다. 오 준장은 상부에서 시킨 대로 했을 뿐인데 징계 대상이 되니 억울했을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명령에 따라 조작에 가담했던 부하 장교들 모두가 징계 대상이 되었으니 그들 볼 낯도 없는 꼴이 되고 말았다.

- 알라딘

저자 및 역자소개

저자: 신상철

최근작 : <천안함은 좌초입니다!>

소개 :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2년 한국해양대학 항해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한국함대 해군 소위로 임관하여 1984년 중위로 전역했다. 1984년 대한선주(현 한진해운)에 입사하여 컨테이너선 항해사, 삼성조선소(거제) 신조선 파견 감독, 대한조선공사(부산) 파견 수석감독으로 일하다가 1992년 퇴사하면서 조선해운업계를 떠났다. 2010년, 천안함 사고 직후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으로 천안함 사고 조사에 참여한 이후로 지금껏 천안함 사고 진실 규명에 전념하고 있다.

1992년 의료법인 한솔의료재단 산하 의료기관에 입사하여 1999년까지 전산실장, 심사과장, 기획실장 등으로 일했다. 그 기간에 마산대학 보건행정과 겸임교수로서 병원전산학, 원무관리, 의료보험청구 등을 강의했다. 1999~2004년에는 병원 전산시스템 관련 사업 및 IT 사업에 뛰어들어 부산?경남 일대 10여 개 병원의 전산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코리아닷컴 및 서울닷컴 사업본부장을 지냈다. 2002년부터는 서프라이즈 및 조인스닷컴 개혁 논객으로 활동했으며, 2004년에는 서프라이즈 사업본부장, 2006년에는 서프라이즈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다. 2011년에는 인터넷언론 ‘진실의길’을 창립하여 현재 대표이사로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합참은 조사보고서의 40여 항목을 날조했으며, 감사원은 이를 적발했으나 ‘기밀’이라며 대부분 덮고 말았다.”

천안함 사고에 관한 한 정부의 발표를 미심쩍어하는 말 한마디라도 할라치면 대번에 ‘빨갱이’로 내몰리는 야만의 시기에 정부의 발표를 전면부정하고 “천안함은 좌초”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책이 나왔으니, 조선해운 전문가로서 합조단에 민간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신상철이 까놓은 《오만가지 거짓말로 덮어버린 하나의 진실, “천안함은 좌초입니다!”》이다.

항해사이자 해군 장교 출신의 해운 전문가 신상철은, 일찍이 신조선 감독으로 배를 13척이나 만들어 내보낸 조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천안함 사고 민관합동조사단에 민주당 추천 조사위원으로 참여했다가 본의 아니게 그만 ‘투사’가 되고 말았다. 그 합조단이라는 게 “천안함은 (북한군 어뢰 공격에 의한) 폭침”이라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그에 아귀를 짜 맞추는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최종 조사보고서를 (합참의장의 지시로) 40여 군데나 날조하여 발표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기에 이른 것이다. 게다가 감사원은 그런 범죄 사실을 적발하고서도 ‘기밀’이라는 미명 아래 대부분 덮고 말았으니, 역시 새누리당 정부답다는 조롱을 들을 만하다.

이에 신상철의 전문 능력이 한껏 발휘되어 정부의 거짓말이 속속 들통 나고 진실이 백일하게 드러나게 되자 당황한 정부는 국방장관(대장 출신의 김태영 장관) 이하 무려 별 14개의 이름으로 신상철을 고소(고발)하여 법정에 세웠다. ‘곽노현 사건’에 이어 또 하나의 ‘드레퓌스 재판’이 재연된 것이다.

이 책은 ‘언론인’ 신상철을 넘어 ‘과학자’ 신상철의 이름과 양심을 걸고 쓴 ‘진실의 기록’이다. 천안함과 그 사고에 관련된 거의 모든 흔적과 허구와 증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제시함으로써, 새누리당 정부와 ‘과학의 이름으로 과학을 더럽힌’ 과학자들이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은이의 말대로 이 책은 “오로지 진실만을 위해 씌어졌다. 누구를 비난하기 위함도 아니요 누구를 두둔하기 위함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한다는 그 간단한 이유 하나만을 생각하며 기록했다. 진실을 밝히는 것, 그것은 이 불행한 사건을 겪어야만 했던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작지만 가장 커다란 과제다. 그래야 우리는 이러한 불행을 다시 겪지 않을 것이며 이 사건을 통해 얻게 될 소중한 교훈은 앞으로 이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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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소후보' 이정희, '3자 토론' 앞두고 존재감 급부상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2/12/04 09:54
  • 수정일
    2012/12/04 09:54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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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가 문재인 도우미? "문 후보 하기에 달려"

[오마이공약] '군소후보' 이정희, '3자 토론' 앞두고 존재감 급부상

12.12.04 09:22l최종 업데이트 12.12.04 09:22l
고정미(yeandu)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지난 10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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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집중 공략 대상은 박근혜 후보다."

4일 저녁 대선후보 첫 TV토론을 앞두고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이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양자 대결로 압축된 이번 대선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TV토론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좋은 기회다.

지난 11월 말 선대위 안에 TV토론팀을 꾸린 이 후보는 3일 유세 활동을 잠시 중단한 채 토론 준비에 나섰다. 김미희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토론회 집중 공략 대상은 물론 박근혜 후보"라며 "새누리당이 거악의 본산이고 후보 본인이 정치쇄신 대상임을 강조하고 맹공을 퍼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문재인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도를 만들 계획은 아니"라면서 "두 후보는 한미FTA 협정문 전문을 읽고 토론회에 참석해야 할 것"이라는 토론팀 관계자 말을 전했다. 두 후보 모두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미FTA 폐기 문제를 직접 거론해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는 의미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10대 핵심 공약과 박근혜-문재인 공약 비교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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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따라하는 건 좋은데... 박근혜는 '무늬만 반값등록금'"

이상규 통합진보당 정책기획위원장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 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 후보가 민중의 삶을 지키겠다고 했는데 골목상권 지키기, 친환경 급식, 농업 문제 등은 모두 한미FTA와 관련돼 있다"면서 "두 후보 모두 회색적 입장인데 한미FTA 폐기 없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건 거짓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달 22일 700쪽에 이르는 '18대 대선 정책공약집'을 발표했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한미FTA 폐기부터 재벌개혁, 무상복지, 정치개혁에 이르기까지 20대 부문 108대 세부 과제들의 구체적 실천 방안과 재원 마련 방안까지 담았다.

이정희 후보는 요즘 '4가지 50%' 공약을 앞세운다. 현재 1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노조 조직률을 50%로 높이는 한편 최저임금을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로 만들고 쌀, 배추, 마늘, 사과, 배, 한우육 등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로 식량 자급률을 50%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월소득 4천만 원이 넘는 고소득층에게 50% 소득세율을 적용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민주통합당은 물론 새누리당 같은 보수정당까지 경제민주화,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등 '진보 정책'을 따라하는 상황에서 한발 더 치고 나가겠다는 의미다. 실제 이정희 후보가 지난달 20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10대 핵심 공약을 박근혜-문재인 후보 공약과 비교해 보면 0∼5세 무상 보육과 국공보육시설 확대, 반값등록금 등 복지 관련 공약은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

특히 문재인 후보와는 한미합동군사연습 중단이나 주한미군 철수 등 한미 관계에서 큰 시각차를 드러냈을 뿐 경제민주화 정책이나 '최저임금, 평균임금 50% 인상', '의료비 연간 100만 원 상한제' 같은 노동-복지 정책에서 구체적 목표치까지 일치했다.

이정희가 문재인 도우미? "문 후보 하기에 달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29일 부산을 방문했다. 이 후보는 부산 서면에서 거리 유세를 진행 한 후 경부고속철도 부산차량기지 등을 방문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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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위원장은 "복지 확장,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등을 진보정당이 선도하고 기성정당이 따라하는 건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들 비슷해 보이지만 박근혜 후보 '무늬만 반값등록금'은 국가 예산으로 사채놀이해 대학생 채무자를 양산하겠다는 것이고 검찰 개혁도 기소권 독점은 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토론회를 통해) 그런 정책 차이들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돼 있어 (진보 진영에) 하나의 꽃놀이패가 될 것"라고 덧붙였다.

실제 3자 구도로 진행된 지난 2002년 대선 TV 토론 당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사이에서 '진보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이정희 후보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박근혜 후보가 '색깔론'을 앞세워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상규 위원장은 "선명한 진보 목소리가 나와 3자가 차별화되면 박근혜 후보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비쳐 문 후보에게 유리할 수도 있지만 그건 우리 의도가 아니라 문 후보에게 달린 문제"라면서 "이 후보는 토론회에서 민중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상대가 박근혜든 문재인이든 잘못을 지적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3자 구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해 지지를 늘릴지 여부는 문 후보 자신에게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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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캠프 해단식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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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 림
  • 등록일
    2012/12/04 09:36
  • 수정일
    2012/12/04 09:3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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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후보가 대선캠프 해단식을 했습니다. 안 전 후보의 캠프 해단식을 놓고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시민이 바라보는 눈길과 해석이 전혀 다르게 나오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가 부족했다고 하기도 하고, 현재의 안철수 전 후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지였다고 하기도 하고, 차차기를 노리는 정치공방 내지는 안철수식 안개화법이라는 등의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이하 존칭생략)의 대선캠프 해단식을 둘러싼 언론의 반응과 앞으로 어떤 모습이 대선 정국에 도움이 될지 고민해봤습니다.

' 안철수 비틀기에 나선 언론'

우선 우리가 꼭 확인해야 할 곳이 있습니다. 바로 언론입니다. 대부분 언론이 대선 여론을 주도하고 있기에 우리는 언론이 어떻게 안철수 캠프 해단식을 바라보고 있는지 확인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12월3일 방송된 MBC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는 처음 멘트부터 여야 정치권과 안철수의 싸움을 붙이기로 작정한 듯 보였습니다. 앵커는 안철수 캠프 해단식 멘트를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안철수 전 후보가 캠프 해단식을 갖고 대선정국이 잘못 가고 있다며 여야 정치권을 모두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새 정치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의 말이 끝나고 기자가 멘트를 하면서 다시 '후보 사퇴 이후 열흘 만에 지지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안철수 전 후보는 지금 대선이 국민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여야 정치권을 동시에 비판했습니다.'라는 말로 기성정치권과 안철수의 싸움을 부추깁니다.

 

[전문] 안철수 해단식 발언

감사에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나온 여정 돌아보니까 저는 여러분께 평생 다 갚지 못할 빚을 졌습니다. 아직 저는 여러분의 아름다운 열정을 제 가슴속에 다 새기지는 못했습니다. 아직 저는 여러분들 얼굴 하나하나를 제 가슴속에 다 담지 못했습니다. 오늘 진심캠프는 해단합니다만 지나간 나날을 감사하며 살아도 모자랄 것임을 이미 저는 절감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의 주역이었던 지지자여러분들 팬클럽 회원여러분들, 또 어려운 여건 이겨내면서 성심으로 뛰었던 캠프의 일꾼들, 전국에서 정성을 다해 민심을 모아내던 지역포럼 회원 분들, 밤새 공약 토론하고 다듬던 정책포럼 회원 분들, 지혜를 주셨던 국정자문단, 국민소통자문단, 노동연대센터를 비롯한 많은 자문위원분들, 그리고 생업을 뒤로하고 궂은일들 도맡아 주셨던 시민자원봉사자 여러분. 지난 66일 바로 여러분들이 안철수였습니다. 저는 여러분들 진심어린 눈빛, 헌신적인 손길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 번 더 감사인사 드립니다.

여러분들 고맙습니다. 여러분들 사랑합니다.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셨던 새 정치 물결 그리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고 저는 더욱 담대한 의지로 정진해 나갈 것입니다. 제 부족함 때문에 도중에 후보직을 내려놓아 많은 분들에게 상심을 드렸습니다. 미리 설명 드리지 못하고 상의 드리지 못해서 참으로 죄송합니다. 이번 기회를 빌어서 깊이 용서를 구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국민들에게 드린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11월 23일 제 사퇴기자회견 때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하겠습니다. 이제 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저와 함께 새 정치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어 오신 지지자 여러분들께서 이제 큰 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저는 더 이상 대선후보가 아니지만 국민적인 우려를 담아서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 대선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국민여망과는 정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새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고 싸우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흑색선전, 이전투구,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대립적인 정치와 일방적인 국정이 반복된다면 새로운 미래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가 국민을 편 가르지 않고 통합하는 선거, 국민들에게 정치혁신, 정치개혁의 희망을 주는 선거, 닥쳐올 경제위기를 대비하고, 사회 대통합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간곡하게 호소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지지자 여러분, 캠프 자원봉사자 여러분 안철수의 진심캠프는 오늘로 해단을 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국민들께서 만들어 주시고 여러분이 닦아주신 새 정치의 길 위에 저 안철수는 저 자신을 더욱 단련하여 항상 함께 할 것입니다. 어떠한 어려움도 여러분과 함께하려는 제 의지를 꺾지는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계시기에 저는 항상 감사하며 더욱 힘을 낼 것입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안철수가 말한 해단식 발언 전문을 보면 단일화 관련 발언과 지지, 그리고 대선의 문제점 지적은 거의 비슷한 분량이었습니다. 그러나 MBC뉴스데스크는 마치 안철수를 통해 정치혐오증을 유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안철수가 원하는 것은 가열되는 대선에 대한 자성의 촉구이자, 그가 해단식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발언을 통한 지지였습니다.

조중동 언론은 어떠한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12월4일자 조선일보 1면


오늘 조선일보 1면은 '안의 문지지, 한발짝도 더 안나갔다'라는 제목으로 시작됐습니다. 이 제목만 보면 마치 안철수가 문재인을 지지하는 일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더 안나갔다'라는 부정적인 단어와 문구를 사용함으로 읽은 독자에게 문재인 후보를 향한 안철수의 지원은 더는 없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더하게 만들었습니다.

 

 

▲ 12월4일자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이어 자세한 안철수 캠프해단식을 다루면서 '문재인 후보 지원 발언은 20초뿐, 나머진 자기 갈 길만 말했다'면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간의 틈새 벌리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런 조선일보의 모습을 보면 일부러 안철수가 문재인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발언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같은 보수 신문인 동아일보가 그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12월4일자 동아일보 2면 기사

 


동아일보는 '문돕기' 마음만 먹으면.. 안 거의 모든 선거운동 가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해놓고 실제 그가 할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이중적인 기사를 올립니다.

안철수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면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능력은 '청춘콘서트'나 초청강연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입니다. 그러나 그 자체가 선거법 위반이 됩니다. 선거기간에는 누구든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을 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제 열린 12월 3일 해단식도 집회로 보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상세한 문재인 후보 지지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어제 안철수가 문재인 후보 지지발언을 강력하게 했다면 선거법 위반이 됐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지지 발언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해놓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안철수를 비난하고 나서고 있습니다. 이것이 조중동 프레임의 절묘한 왜곡과 사건 비틀기입니다.

' 안철수에게 자유를 주자'

안철수측은 어제 문재인 후보 지지발언이 미흡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자 두 가지 일을 했습니다. 유민영 대변인은 해단식이 끝난 지 2시간여 만에 기자브리핑을 자청해 "안 전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번 더 밝히고 지지자들에게 문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안철수의 트위터에는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로 시작하면서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라는 트윗이 올라왔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이 정도면 안철수 후보가 어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문재인 후보 지지는 다 했다고 봅니다.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지발언을 했고, SNS에서는 가능한 지지 트윗도 올렸습니다.

이 정도면 됐습니다. 처음부터 안철수에게 많은 것을 요구할 필요도 그에게 부담감을 줄 이유도 없습니다. 대선 운동 기간이 별로 남지 않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는 분명히 많은 것을 열심히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참지 못하고 자꾸 그에게 부담을 준다면 오히려 단일화의 작은 상처가 더 크게 덧날 수도 있습니다.

그가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시간과 자유를 줘야 한다고 봅니다.

' 문재인과 안철수와의 관계'

문재인 후보 지지자 중에서 안철수의 모습에 실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소수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안철수와 문재인은 동지와 파트너가 아닌 정치적 합의점을 찾아가는 정치인들이라는 사실을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피터는 안철수에게 자유를 주자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안철수라는 인물이 나온 배경은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혼합되어 나왔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기성 정치권을 모두 무너뜨리고 새로운 도화지 위에 새로운 그림을 무조건 쓸 수는 없습니다. 아마 앞으로 안철수라는 인물도 자신이 가진 도화지를 기성 정치 도화지에 덧붙여 얼마큼 그 범위를 넓혀나가느냐에 그의 정치적 역량이 달려있다고 봅니다.

 


 

 


안철수와 문재인, 이 두 사람이 따로따로 가진 장점을 서로 인정하고 그것을 공유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문재인과 안철수 간의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지지는 그리 큰 효과도 없거니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라는 인물로 투영되고 있는 기성 정치를 바라보는 지지층의 생각을 겸허하게 읽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국민이 기성 정치를 바라보는 생각을 서로 나누고, 상호 간의 정치 협의체를 구성해서 분열과 대립이 아닌 협력체제로 정치 체제를 구성해 나가야 합니다.



 

▲ 안철수의 얘기를 듣고 있는 문재인 후보. 출처:연합뉴스


안철수는 이런 협력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넓혀 나가고, 문재인 후보는 기성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춰주는 행보를 진행하면서 대선은 물론이고 앞으로 정국을 운영해야 합니다. 그래야 거대 보수세력이 집권하고 움직이는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고쳐나가고 개혁할 수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문재인 후보 지지자이지만 안철수 후보를 존중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문재인이라는 인물만 바라보지 말고, 대한민국 정치를 넓게 바라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한 사람이 대한민국 정치를 모두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문재인,안철수와 같은 사람이 각자가 가진 장정을 서로 나누고 배우면 협력하면서 때로는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향해 노력해야 합니다.

 

 


 

▲12월4일자 신문 1면에 나온 안철수의 사진, 좌측:동아일보,우측:한겨레

 


안철수와 문재인을 각각 하나의 개체와 세력으로 서로 인정해야 합니다. 만약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자꾸 요구하거나 대립적인 갈등으로 끌고 가는 다른 세력의 프레임으로 그들을 왜곡하면 안 됩니다.

안철수와 문재인을 바라보고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인물 고유의 품성과 자격을 인정하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문재인,안철수는 뛰어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지켜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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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대선보도, 새누리당의 전략하에 있어"

 

"방송사 대선보도, 새누리당의 전략하에 있어"

 

[인터뷰]장지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
이승욱 기자 | sigle0522@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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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2.02 21:23:40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한 지지자가 울음을 터뜨리며 다가와 손을 잡으려 하자 "손이 아프다"며 악수를 사양하고 있는 모습. 자신에게 불리한 이 사진에 대해 박 후보는 딱 집어 거침없이 "악랄하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18대 대선이 17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후보들의 방송 토론도 전무하며 언론을 통한 정책 검증도 없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후보들이 유세장에서 하는 말만을 듣고 뽑아야하는 실정이다. 또 방송사들이 교묘한 방법으로 편파보도를 일삼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9월부터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이하 대선공실위)를 꾸려 이런 문제점들을 비판하고 있다. 대선공실위는 매주 보고서를 통해 한 주간 있었던 불공정 사례를 지적하고 트위터리안과 누리꾼이 뽑는 최악의 대선보도를 선정하고 있다. <미디어스>는 대선 공실위를 총괄하고 있는 장지호 언론노조 정책실장을 지난달 29일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대선공실위는 대선을 앞두고 언론노조 정책실, 교육선전실과 각 지·본부 인사들이 모여 구성됐다. 대선공실위는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모여 현재까지 10차례의 회의를 열었다. 공정보도실천보고서 7호까지 나왔다. 장지호 정책실장은 "매주 모이다 보니 각 지·본부에서도 편파나 불공정 보도에 대해 더 신경을 쓰게된다"면서 "또 좋은 사례들은 서로 공유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지호 실장은 이런 문제제기를 함에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최근의 대선보도에 대해 장지호 정책실장은 "철저히 새누리당 선거 전략 하에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새누리당 전략은 집토끼를 지키고 정치 무관심을 불러일으켜 투표율을 낮추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실장은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처럼 안하던 것을 하니 말이 꼬이고 내부 분열도 생겼던 것"이라며 "지금 대선 예상 투표율 65%인데 새누리당은 이 정도 투표율이면 집토끼만 잡아도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토론이 전무한 것에 대해서도 "언론보도가 적은 것과 같은 이유"라면서 "얼마 전에 했던 송지헌 쇼(박근혜 후보의 단독 토론이었지만 사회자인 송지헌 씨가 지나치게 개입해 '송지헌 쇼'였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같이 대본이 있음에도 그런 식으로 밖에 못하는 것을 보면 일부러 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유세장에서 후보들이 하는 말만 듣고 사람을 뽑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기자들 정책 검증 전문성 떨어져…특별취재팀 구성해야

정책 검증 보도가 부족한 것에 대해서 장 실장은 "기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장지호 실장은 "캠프를 정치부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경제민주화 같은 정책은 경제부에서 다뤄야하는데 모두 정치부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언론사에서 사전에 정책검증단과 특별취재진을 구성해야한다"면서 "사회, 경제, 복지, 노동 등의 분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기자들을 모아서 취재를 해야 냉정하고 객관적인 취재가 가능하다. 안에서 접점을 찾아주는 역할로 한두 명 정도 정당 출입기자들이 합류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 실장은 "팩트체커팀과 정책 검증을 위한 전문가 집단도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트위터리안들이 뽑은 최악의 대선보도에 7번중 5번이나 선정된 MBC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장지호 실장은 "지금은 조중동이 무색할 정도"라며 "국민들이 느끼기에도 MBC는 나쁜 놈이 돼 버린 것"이라고 전했다. 장 실장은 "지금 MBC는 보도의 ABC가 안 돼 있다. 스트레이트 기사임에도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본부장들이 자기들의 생존을 위해 MBC를 사유화 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 장지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 ⓒ미디어스

 

언론보도의 편파성 국민들에게 더 많이 알려야

대선공실위는 국민들이 이런 보도 행태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들을 고민 중이다. 장지호 실장은 "국민들이 우리의 지지자가 돼 주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들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보고서 내용을 바꾸고 그 보고서를 확산시킬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편파보도가 심한 곳은 직접 항의 시위를 통해 대국민 선전전을 할 예정이며 '최악의 대선보도' 같이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획 코너도 마련할 계획이다.

대선공실위에서 매주 발행하는 공정보도실천보고서는 'http://goo.gl/d2r4h'에서 볼 수 있으며 트위터리안·누리꾼 선정 최악의 대선보도는 'http://goo.gl/gxeJl'에서 추천할 수 있다.

다음은 장지호 정책실장과의 일문 일답

-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가 지난 9월에 꾸려졌다. 기존의 민실위가 대선을 앞두고 확대된 것이라고 보면 되나?

기존 민실위 인원이 뉴스타파 쪽으로 합류했다. 민실위 주목표가 내부 보도투쟁이었는데 계속 좌절돼 이러한 투쟁을 외부로 알려야겠다는 취지에서 뉴스타파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내부로 진행되는 영역도 필요한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있어 대선을 앞두고 언론노조 정책실, 교육선전실과 각 지·본부에 속한 분들은 모아서 대선공실위를 꾸리게 된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장착한 두 날개인 뉴스타파,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 운영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나. 각각의 팀에 참여인원은 어떻게 되나,

뉴스타파는 언론노조에서 3명 포함에 총 15명 정도 되며 대선공실위는 언론노조 6명 포함해 16명이다. KBS, MBC, SBS, OBS, YTN, 연합뉴스, 뉴시스, 한겨레, 경향신문, 국민일보, 서울신문 지·본부에서 참여하고 있다. 둘 다 잘 운영되고 있다. 대선공실위는 매주 수요일에 정기적으로 모이는데 지금까지 10차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으며 보고서도 7호까지 나왔다. 매주 모이다 보니 각 지·본부에서도 편파나 불공정 보도에 대해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고 좋은 사례들은 서로 공유하는 자리가 돼 의미 있게 잘 굴러가고 있다.

-뉴스타파 활동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 뉴스타파가 노력하고 있지만 기존 언론들의 편파보도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은가.

시즌 1에 비해 반향이 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건 사회적 분위기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이전에 기존의 보도들이 다루지 못했던 것을 다루는 나꼼수, 이털남 등이 SNS상에서 활성화 됐을 때 뉴스타파가 나왔고 또 제작진이 해직기자라는 점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었다. 지금은 사회적 파급력을 줄 아이템을 발굴하기도 초기에 비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대선이 끝나면 시즌3이 될 것 같은데 그땐 기성 매체들과 함께 경쟁하며 비판하고 감시하는 탐사 전문 보도 매체로 충분히 기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부적으로 유료회원들을 모집해 재정적 독립성도 이루는 등 기본적 운영이 될 수 있는 체계들은 잘 갖춰져 있어 점점 더 발전할 것이다.

-외부 언론들이나 시민사회, 그리고 내부 노조가 열심히 문제를 제기하지만 정작 방송보도는 전혀 달라지고 있지 않은데.

편파, 불공정 보도가 대선이 막바지로 갈수록 노골화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불공정 보도 테크닉이 굉장히 교묘해졌다. 예를 들면 보도 가치를 획일화 시키는 것이다. 단일화가 이슈가 됐을 때 당연히 단일화를 많은 비중으로 다루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 1대1로 보도하라고 항의방문까지 갔다. 정치인이 보도의 편집권, 제작권을 침해한 것이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순서로 뉴스를 편집하다 보니 단일화 구도가 뒤로 가고 박근혜 후보 동정을 먼저 보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 또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들은 문-안-박 식으로 보도한다. 초두효과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올바른 선거정보를 국민에게 줌으로써 제대로 된 선택을 하도록 보도를 해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고 있다.

현재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남은 기간 동안 북풍, 유세과정에서 돌발 사건들이 터졌을 때 뉴스 가치보다 훨씬 많이 재생산되고 크게 다루는 부분이다. 이런 점에 대해 지·본부들에 대한 내부 대비를 촉구하고 있고 대선공실위 차원에서도 논의를 하고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선공정보도실천위원회가 매주 발행하는 보고서 화면 캡쳐 http://goo.gl/d2r4h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언론노조의 대선공정보도투쟁에 성과가 있다고 보나?

지난 총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진 곳이 많았다. 그런 곳은 언론장악의 효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 때는 파업 중이어서 기자들이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마음대로 해버린 것이다. 지·본부들도 대선을 앞두고 이제는 언론이 어떻게 된다는 차원이 아니라 국가 자체가 휘청거릴 수도 있겠다는 절박감에서 올바른 선거정보를 주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쉽게 대선공실위도 구성이 됐고 참여율도 높았다.

또 하나는 예전에는 보도 모니터를 내부에서 했는데 이번에는 외부 교수분들과 시민단체에 의뢰해 진행하고 있다. 노동조합만 문제제기하는 게 아니라 외부의 다른 사람들이 봐도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준비하는 시간이 촉박했다. 지난달 10일에 공정보도투쟁 계획안이 중집에서 통과 됐는데 두 달 남짓 남은 시간이었다. 지역 시민단체들과 공정보도를 위한 미디어연대 협의체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것을 구성할 시간이 촉급했다. 그 당시에는 모니터에 대한 부분도 세팅이 안 된 시기였다. 그래서 포기한 사업들이 많았다. 다음에는 이런 게 반복되지 않게 백서 같은 기록물을 남겨 다음에 넘겨줄 생각이다.

-대선공정보도투쟁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근본적인 한계는 방송사 또는 신문사 지배구조 자체가 새누리당의 통제 하에 있기 때문에 노조 힘만으로 싸우기 힘든 부분이다.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지만 저쪽에서는 ‘알았다’는 식으로 보류해 버리거나 기계적 균형을 내세워 방어하고 MBC는 ‘너네 야당편이잖아’라는 진영 논리로 회피해 버리는 부분이 있다.

어려움이 많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냐. 결국은 국민들이 우리의 지지자가 돼 주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내부적 기반은 충분히 다졌다고 보고 국민들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보고서 내용을 바꾸고 그 보고서를 확산시킬 방안을 찾을 것이다. 또 최근에 경남MBC가 편파 보도가 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런 곳에는 항의 시위도 갈 예정이다.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트위터로 최악의 대선보도를 뽑는 게 있다. 이런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획코너를 하나 더 만들 예정이다. 이런 것들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

 

 

   
▲ 20일 MBC <뉴스데스크> 톱 기사

 

-MBC가 최악의 대선보도에 5차례나 뽑혔다. 유독 MBC 보도에 몰표가 가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지금은 조중동이 무색할 정도다. 조선이나 중앙은 최소한의 저널리즘의 기본은 지켜가면서 교묘한 방법으로 편파적으로 보도한다. 하지만 지금 MBC는 보도의 ABC가 안 돼 있으면서 노골적으로 왜곡, 편파 보도를 한다. 스트레이트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보도하는 대표적 저질 기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저널리즘 기본 영역은 사실보도가 아니라 진실보도다.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기본적인 기자의 시각이나 관점이 들어가지만 기자적 양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접근해야하기 때문에 보도에 관점이나 시각을 부인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보도의 ABC는 있어야 할 것 아니냐. 그러니 조중동을 능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들이 느끼기에도 MBC는 나쁜놈이 돼 버린 것이다.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본부장들은 자기들의 생존을 위해 MBC를 사유화 시킨 것이다.

- 영향력이 큰 지상파들의 대선보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우선 '매우 적은 보도량'으로 보인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27일 저녁 방송 3사의 대선보도량은 5년 전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더라.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대선기간에 3꼭지, 4분 30초가 나온다. 지금 대선 보도는 철저히 새누리당 선거 전략 하에 있다고 본다. 새누리당은 집토끼를 지키는 전략으로 바꿨다. 예전에는 산토끼들 잡기 위해 경제 민주화 쇼도 했지만 자꾸 안하던 짓 하니까 내부의 분열도 있고 말도 꼬이니까 전략을 바꾼 것이다. 지금 새누리당 전략은 집토끼를 지키고 정치 무관심을 불러일으켜 투표율을 낮추자는 두 가지 양대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선거 전략하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대선 보도 양이 준 것이다. 그것을 가장 확실하게 볼 수 있는 게 MBC인데 만약 20분 분량을 한다면 15분은 화끈하게 해 줄 것이다. 그런데도 안하는 것은 그런 플랜하에 있기 때문이다.

-KBS가 3사가운데 유일하게 '대선후보 진실검증단'을 가동하고 있으나,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서인지 별다른 검증보도를 내놓지 못하고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나열하는 선에만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장, 본부장, 국장들이 수직계열화로 조직적으로 장악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일선 기자들이 운신의 폭이 좁은 부분이 있다. 보도 게이트키핑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심지어 데스크가 기사를 고칠 수도 있다. 또 하나는 또 하나의 문제는 국민들이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 공약이 그 동안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를 안 하는 것이다. 그래서 후보들의 공약도 없다.

방송사 내부의 문제는 기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치부에서 캠프를 담당하고 있는데 경제민주화 같은 것은 경제부에서 담당해야한다. 정책 보도는 사전에 정책검증단과 특별취재진들을 구성해야한다. 캠프를 취재할 때 사회, 복지, 노동, 경제를 다 아우를 수 있는 기자들을 모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냉정하고 객관적인 취재가 가능하다. 안에서 접점을 찾아주는 역할로 한두 명 정도 정당출입기자들이 합류할 수 있겠지만 지금 처럼 정치부가 전담하니 당연히 정책보도가 안되는 것이다. 팩트체크팀도 만들어야한다. 후보자들이 한 말들이 맞는지 틀린지에 대해 국민들은 알권리가 있다. 박근혜 후보가 줄푸세이야기 하다가 경제민주화로 갔다가 왜 다시 줄푸세로 가려는지 국민이 알아야한다. SBS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같이 하는 것처럼 정책 검증을 위한 전문가 집단을 미리 확보해 공동으로 해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대선 후보 토론이 전무하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나

언론보도가 적은 것이랑 똑같은 이유다. 박근혜 씨는 토론을 못하는 사람이다. 얼마 전에 했던 ‘송지헌 쇼’ 같이 대본이 있음에도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면 일부러 안하는 것이다. 2007년 대선 때도 대담, 토론회를 44번 했다. 그 당시에도 MB가 회피를 했었지만 지금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은 유세장에서 하는 말만을 듣고 사람을 뽑아야 되는 상황이 됐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언론관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권력을 잡으면 언론을 통제하고 싶어진다. 누가 자기한테 나쁜 소리하는 것이 좋겠냐. 그런 속성이 있는데 대통령이 되는 사람이 얼마나 자기를 객관화시켜 바라 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런 것이 언론을 대하는 방법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후보는 절대 아니다. 이명박이 해왔던 관성이 있는데 이명박 보다 더할 것이다. 후보들이 권력을 대하는 방식이 언론을 대하는 방식과 같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권력이 항구적이거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다른 목소리의 수용도도 클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생각이 편벽돼 있다. 그 생각을 바꿀 수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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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부담으로만 보는 까닭은…

통일을 부담으로만 보는 까닭은…

[특별 기고] KDI의 통일비용 산출에 대해

정세현 원광대학교 총장, 전 통일부 장관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2-03 오전 7:54:58

 

지난 12월 1일, KDI가 통일비용과 관련된 보고서를 발간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북한경제 리뷰: 남북통일을 위한 재정조달'이라는 보고서라고 한다. 언론(연합뉴스 12월 1일자)이 보도한 요지는 다음과 같다.

"통일이 되면 북한주민들의 기초생활 보장 때문에 정부지출이 지금의 10배로 늘어나고, 북한주민 의료비 때문에도 GDP 2∼3%의 추가지출이 필요해진다. 결과적으로 정부부채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날 수 있다. 민간부문만으로는 통일재원을 모두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증세가 불가피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외 채권도 발행해야 한다."

연구보고서 내용이 언론이 보도한 대로라면, 우선 통일은 겁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래가지고서야 감히 통일을 꿈이라도 꿀 수 있겠는가? 이 기사를 읽으면서 김영삼 정부 시절 우리 사회가 '북한붕괴론 대두-흡수통일론 유행-경쟁적 통일비용 계산-통일공포증 만연'이라는 열병을 앓던 상황이 상기되었다.

그래서 그동안 30년 이상 통일문제 현장에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몇 가지는 짚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풀려진 통일비용은 통일공포증, 통일기피증 심어준다

첫째, 통일비용의 기능과 역할에 관한 것이다. 통일비용, 이거 잘못된 전제 하에 잘못된 기준으로 계산하면 국민들에게 통일기피증, 통일공포증을 심어 준다. 연구자는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고 미리미리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통일비용을 넉넉하게 계산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민들이 분단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수가 있다. 분단이데올로기를 이론적으로 보강해준다는 뜻이다.

1990년대 초중반 난데없이 북한붕괴론이 나오고 흡수통일론이 유행을 하면서 학자들 사이에 통일비용 계산 경쟁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동독처럼 북한이 갑자기 붕괴한 뒤 통일을 위해서 '10년 동안 남한이 매년 얼마나 돈을 들여야 하느냐'라는 것이 당시 통일비용의 개념이었는데, 매년 GDP의 14∼15%를 북한에 투자해야 한다는 계산부터 그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계산도 나왔었다.

그 때 누가 이런 통일비용 계산의 군불을 지폈는가? 국내학자나 기관이 아니었다. 일본장기신용은행이었다. 그리고 GDP 14∼15%의 통일비용이 필요하리라는 것도 일본장기신용은행의 계산 결과였다. GDP 15%면 당시 우리나라 국가예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친절하게도 한국의 경제능력으로는 힘이 부치기 때문에 일본이 도와주어야 한다는 단서까지 달았었다.

여기에 뒤질세라 국내 학자들이 애국애족심을 발휘하다 보니 일본이 계산한 것보다 더 많은 통일비용이 언론에 경쟁적으로 보도된 적도 있다. 북한이 갑자기 붕괴할 경우라는 전제하에 잘못된 기준을 적용하여 경쟁적으로 계산된 엄청난 규모의 통일비용은 그때부터 국민들에게 통일기피증, 통일공포증을 심어주면서 분단이데올로기 노릇을 했다.

이번 KDI의 연구보고서도 국민들에게 통일을 준비하자는 메시지를 주기보다 통일공포증과 통일기피증을 심어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독자들도 보고서를 분석적으로 그리고 비판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통일비용에서 분단비용은 빼고, 통일편익은 보태야 한다

둘째, 통일비용 계산 방법에 관한 것이다. 과거 대부분의 학자들이 그랬듯이, 통일 후 투자비용만 계산해놓고 그걸 통일비용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그러면 국민들은 통일에는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생각밖에 못하게 된다.

통일이 되면 분단상황에서는 지불하지 않던 추가비용이 당연히 나온다. 그런데 분단이 끝나서 그런 추가비용, '통일비용'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바로 그 순간부터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쓰지 않을 수 없었던 비용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 분단이 끝나면 '분단비용'이 안 나간다는 얘기다. 통일비용이 분단비용보다는 많을 수밖에 없지만, 분단비용을 통일비용으로 돌려 쓰면 '순(純)통일비용'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순통일비용이 진짜 통일비용이라고 해야 상식에 맞지 않겠는가?

통일비용을 계산하는 데 있어서 통일비용과 분단비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통일편익이다. 우리는 지금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 바꾸어 말해서, 통일된 국가였더라면 갖출 수 있는 위상과 국가경쟁력을 못 가지고 있다. 그런데 통일이 되면 누릴 수 있는 편익이 상당히 커질 것이다.

우선 인구가 7천만 이상이 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통해 통일한국의 국제경쟁력이 급상승할 것이다. 분단상황에서 분단비용을 지출해가면서 4천8,9백만의 인구로도 G-15반열에까지 올랐는데, 분단비용 더 이상 안 나가고 인구가 7천3,4백만이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국제경쟁력 있는 상품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수 있다. 더구나 TKR-TSR(시베리아횡단철도)과 TKR-TCR(중국횡단철도)을 통한 물류비 절감(시간상 선박의 3분의1 소요)으로 인한 수출품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북한의 지하자원과 노동력을 남한의 자본과 하이테크에다가 결합시키면 경쟁력 있는 상품이 추가로 개발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통일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두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 통일한국은 G-6, G-7반열로 올라갈 수도 있다.

앞으로 우리 학자들이나 기관이 통일비용을 계산하려면, 통일비용과 분단비용을 상계(相計)하는 것은 물론이고 통일편익도 계산해주면 좋겠다. 통일 후 실제로 지출되는 돈과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을 모두 합산해서 제시하면 국민들이 통일을 두려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통일을 바랄 것이다. 왜? 지금까지 말한 방법대로 계산하면 '통일은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순통일비용과 통일편익은 각각 얼마나 되나

셋째, 수치로 보는 통일비용, 분단비용, 통일편익의 규모에 관한 것이다. 필자는 경제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통일비용 전문 경제학자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신창민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는 1990년대 초반부터 통일비용을 연구해온 분인데, 근년에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로부터 통일비용 연구 위촉을 받아 그 연구결과를 국회에 제출했다. 신 교수의 <통일비용과 통일편익>이라는 연구보고서의 핵심 수치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2015년을 통일 시발점을로 삼고 그로부터 15년간 북한경제를 일으키면서 남북통합을 해나가려면 매년 GDP의 6.0∼6.9% 정도 비용이 투자되어야 한다. 한편 분단기간 중 지출되었던 GDP의 4.35∼4.65%에 해당하는 분단비용은 더 이상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 분단비용을 통일비용으로 돌려 쓸 수 있기 때문에 순통일비용은 결국 년간 GDP의 1.65∼2.35% 정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통일 후 통일편익은 매우 클 것이다. 자본의 회임기간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통일 직후부터 통일편익이 바로 나오는 건 아니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GDP가 년평균 11.25%씩 성장할 수 있다. 년 평균 GDP 성장률 11.25%에서 순통일비용인 GDP의 1.65∼2.35%를 빼면 년간 9% 전후의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년 3∼4%대에 머물러 있던 점을 생각하면 통일의 편익은 참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A) 통일비용 : 연간 GDP의 6.0~6.9%
(B) 분단비용 : 연간 GDP의 4.35~4.65%
(C) 순통일비용 : (A)-(B) = 연간 GDP의 1.35~2.55%

(D) 통일편익 : 통일시 연 11.25% 성장
(E) 순성장 : (D)-(C) = 8.7~9.9%

*통일편익(D)에서 통일비용(A)만 빼는 방식으로 계산해도 (D)-(A) = 4.35~5.25% 성장

북한붕괴 쉽지 않고, 북한주민이 소비주체만은 아니다

끝으로, 통일비용을 계산할 때 범하기 쉬운 전제나 가정의 오류에 관한 것이다. 남북통일비용 계산은 동독이 서독에 흡수통일되는 것을 보면서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시작되었다. 사회주의 동독이 붕괴했다고 해서 북한도 붕괴할 거라고 전망하는 것은 일종의 '희망적 관측'이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오래 하다 보면 그렇게 될 거라고 믿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북한붕괴론은 그와 유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대외적으로, 북한에게는 동독의 후견국이던 소련이 무너지는 것 같은 일도 일어나기 어렵게 되어 있다. 북한의 후견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은 날로 부국강병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 국가마다 체제붕괴 요인과 체제유지 요인이 함께 있는 법이다. 대내적으로, 북한에는 체제붕괴 요인도 있지만 체제유지 요인도 만만치 않게 강하다. 북한 붕괴를 쉽게 예단하는 건 정책적으로 현명치 않은 일이다.

통일비용 계산과정에서 통일 후 북한주민은 남쪽에 손만 벌릴 것처럼 전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도 잘못이다. 소비주체 중 상당수는 생산주체이기도 하다. 북한주민 전체를 통일한국 정부가 전적으로 먹여 살려야 한다고 전제하고 통일비용을 계산하면 되겠는가? 북한주민들의 노동력과 두뇌가 통일한국에 자산이 된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통일 이후 통일비용을 사전에 줄여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길을 외면하고 엉뚱한 길로 돌아가려 하면서, 잘못된 전제와 잘못된 방법으로 통일비용을 계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프레시안

 

 
 
 

 

/정세현 원광대학교 총장, 전 통일부 장관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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