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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혁신안'... 정치권, "아마추어" 맹폭

[진단] 안철수표 '3대 정치혁신안' 포퓰리즘 된서리 맞나

12.10.24 09:59l최종 업데이트 12.10.24 10:19l
장윤선(sunnijang)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인천 남구 인하대학교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 참석, '정치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뀐다'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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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23일 내놓은 '3대 정치혁신안'에 대해 정치권이 거세게 반발해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물론 진보정당까지도 "기대 이하"라는 혹평을 내놓고 있고, 심지어 캠프 내부에서조차 '이 내용을 공약으로 가져가면 그만두겠다'는 극한 발언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안 후보가 던진 '정치혁신 폭탄선언'은 국민적 공감대 속에 정치혁신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까.

안 후보는 이날 오후 인천 인하대 강연에서 정치혁신과 특권 폐지를 위한 3대 제도개혁안을 제시했다. 핵심은 국회의원 숫자, 정당 국고보조금, 중앙당의 축소다. 안 후보는 "정당과 국회가 이 정도 개혁(3가지 제도개혁안)을 이뤄내야 국민이 정치에 다시 희망을 가질 것"이라며 "정당들이 합의하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300명인데 국회의원 숫자를 정한 법률에는 200명 이상으로 돼 있다, 국회가 스스로 의석수를 조금씩 늘려온 것"이라며 "일본은 국회의원 1명당 26만 명의 국민을 대표하고, 미국 하원의원 1명은 70만 명을 대표한다, 우리 국회의원은 16만2000명을 대표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안 후보는 "국회의원 숫자를 현행 300석에서 200석으로 줄이면 4년 동안 2000~4000억 원을 아낄 수 있다"며 "그 돈을 청년 실업을 해결하는 데 쓰거나 국회의원 정책 개발비로 내놓는다면 민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여야 정치권이 진지하게 이 문제를 의논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비례대표 비율을 늘리는 것도 바람직하다"며 "현재 사회의 다양한 요구들을 받아들일 수 있고, 소외 계층이 (국회에) 다수 참여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국회에서 내고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또한 한 해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정당 국고보조금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현행 국고보조금 방식은 양대 정당 타협에 의한 기득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정치권이 스스로 그 액수를 줄이고 그만큼 시급한 민생에 쓰거나 정당이 새로운 정책을 개발할 때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 후보는 "(지난 4월) 19대 총선 기준으로 보면 정당 국고보조금이 344억 원 정도 된다"며 "노령연금이 부족해서 172억 원의 예산이 동결됐는데, 이를 정상화하는 데 쓸 수 있고 무상보육예산에도 쓸 수 있다, 결국 국민을 위해 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당 축소와 당론 폐지도 강조했다. 그는 "중앙당을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패거리 정치와 계파 정치가 사라질 수 있다"며 "국회의원들은 공천권 때문에 당론을 따를 수밖에 없다, 국회법을 위반하는 강제 당론은 폐지돼야 한다, 그러면 싸우고 나눠 먹고 부패한 정치의 문제를 푸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여야는 물론 진보정당까지도 맹비난에 나섰다.

새누리당 "국회 의석 1석인 안철수 무슨 힘으로 정치혁신안 실현?"

'국민 대찬성부터 부작용 우려까지'
트위터에서도 '안철수안' 옥신각신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23일 밝힌 3대 정치혁신안을 둘러싸고 트위터에서도 찬반양론이 후끈 달아올랐다.

트위터 아이디 @Macaren***는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 수를 대폭 줄이는데 국민의 절반이상이 찬성할 거라 생각한다"며 "모든 내용에 비판한 것이 아닌데도 모든 정당이 비판하는 것처럼 속이..."이라고 썼다.

@honesi***는 "안철수의 정치개혁안 의원수 줄이기, 국고보조금 축소, 중앙당 폐지에 대한 사람들의 비판이 재미있다"며 "제대로 된 정치인,학자라면 안철수가 가진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방법적으로 다른 의견을 밝히면 된다 '비판만'하는 모양새는 우습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giustizia11***은 "안철수의 정치개혁안 기본취지는 찬성"이라며 "완전히 근본부터 뜯어 고치자 같은데 잘 되면 그것 만큼 좋을 게 없겠지만 얽히고설킨 이권과 권력들이 절대 가만 있지 않을 것이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분명 있을 것이기에 조금의 우려는 있긴 하다"고 말했다.

‏@tinypen***은 "오늘 대한민국 정당들이 안철수 비판으로 '하나된 날'로 기억되겠네요"라며 "이념은 달라도 이익엔!!!"이라고 밝혔다.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준비위원장(@leesns)은 "정당에 대한 태도가 '불신' 수준을 넘는 것 같다"고 우려하며 "안철수 후보는 '효율성'을 많이 따지는 것 같다. 정치는 논쟁과 타협, 주장과 반론 등의 과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lueberry***은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안.,, 글쎄 보조금도 싹 없애라..."라며 "그럼 정치적 비용을 매번 모금해야 하나? 결국 재벌의 돈이 정치와 국가를 갖고 놀게 될 것이다... 그저 정치혐오에 옳다고 열광할 일이 아니다.., 답답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thezo***은 "안철수의 정치개혁안에 대한 비판은 여야가 같지만 그 비판의 내용은 참 상반되네요"라며 "민주당 및 진보정당은 부작용이나 외국의 사례 등을 근거로 효율성을 문제삼는데 반해 새누리당은 안철수의 '능력 부재'만 강조할 뿐 정책 비판은 없습니다. 수준 보이네요"라고 비판했다.

@nubiara9***는 "틀 안에서만 보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국회의원 줄여. 국민의 명령이다. 그 세비로 학생들 장학금이나 줘"라고 썼다.

@mindg***는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안중 국회의원 축소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3공과 5공의 유산인 중앙당과 국고보조금 폐지는 적극적으로 고려할만한 사항"이라며 "이것마저 반정치라고 주장하면 특권에 동조하며 달이 아닌 손가락만 쳐다보는 격"이라고 썼다.

@gu***는 "안철수의 정치개혁안은, 박근혜 정수장학회 기자회견만큼이나 큰 자충수…"라며 "특히 대중의 감성적 "참을 수 없는 정당의 가벼움"만 골라내 자극한 프로파간다 비판이 쇄도… 이재오가 발의한 국회의원 축소안을 들고나왔다는 점은 역시 새삼스럽지 않은 정체성 고백"이라고 비판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ecoriv)는 "오늘 안철수가 제시한 황당한 정치개혁안은 김성식이 만든 것인 모양"이라며 "지금 의원 수는 인구나 국력에 비해 적다, 중요한 것은 의원을 제대로 뽑고 제대로 일하게 하는 것이다, 안철수가 제대로 분발하기 바란다"고 썼다.

@seoj***는 "安 정치개혁안에..야권도 뜬금없고 황당 부글부글 ▲국회의원 정원축소와 비례대표 확대▲정당 국고보조금축소▲중앙당 폐지와 원내정당화! 안철수 후보님의 정치개혁안은 진단을 잘못한 데서 나온 잘못된 처방이 많은듯"이라고 비판했다.

@minor***는 "안철수 후보 인하대 강연, 정치개혁안 발표. 의원수 축소, 정당 국고보조금제도 개혁, 중앙당중심의 정당개혁 등 전반적으로 책임정치가 아니라 여전히 정치불신에 기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서 아쉬움"이라며 "게다가 구체적인 개혁안이라기 보단 맛보기 수준이었음"이라고 평가했다.

‏@leehanse***은 "안철수의 정치개혁안이 나오자마자 그런 식이면 난 안한다고 말하는 캠프 인사들이 나온다"며 "이게 바로 안철수 캠프의 가장 큰 약점이다. 다 같이 죽을 각오로 해도 될까 말까한 판국에 뭐 하나 맘에 안들면 다 튀어나올 수 있는 사람들의 구성"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안 후보가 내놓은 지역구 의원 축소, 중앙당 폐지,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축소는 선거 때마다 정치개혁안으로 제시됐지만 선거 후 정당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등 여러 현실적 이유로 시행되지 못했던 것들"이라며 "국회 의석을 1석밖에 갖지 못한 안 후보가 무슨 힘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안 후보의 지역구 의원 축소에 민주당 호남 의원들이 찬성할 것 같은가"라며 "선거법을 비롯해 정치관계법을 고치려면 여야의 합의가 필수라는 걸 안 후보는 알긴 아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 후보가) 정치경험이 전혀 없고, 국회에서의 여야 협상과정이나 입법과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급히 정치쇄신안을 내놓으려다 보니 이미 나온 그럴듯한 방안을 차용한 수준"이라며 "안 후보가 아마추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이런 방안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대변인은 "좋은 말들의 모음집만 내놓지 말고 그것들이 현실세계에서 작동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라"고 다그쳤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캠프의 박광온 대변인은 "안 후보의 정치개혁에 관한 고민은 이해한다"면서도 "제시한 방향과 내용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회가 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한 번 논의해볼 수는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고 옳은 일인지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중앙당 폐지 내지 축소에 대해서는 "축소는 논의해볼 수 있지만 폐지는 한국적 정치현실에 맞지 않아 시기상조"라고 평가했고, 국조보조금 축소에 대해서는 "중앙당을 축소하면 보조금을 축소할 수 있겠지만 정당이 보조금으로 겨우 살림살이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후원금이나 정치자금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심상정 "폐쇄된 독식 구조 체제가 문제"

진보정의당(준) 심상정 대선후보도 비판의 각을 세웠다. 심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안에 대해 "한 마디로 기대이하"라며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안은 참 당혹스러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심 후보는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는 충만한데 대안을 찾기 위한 고민은 정말로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며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것은 듣기에는 좋을지 모르나,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치가 민심과 유리된 채 동맥경화 상태가 된 것은 의원수의 문제가 아니라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는 거대 양당중심의 닫힌 정당체제"라며 "폐쇄된 독식 구조의 정당체제를 그대로 두고, 국회의원 수를 아무리 늘리고 줄여봐야 국민의 민의가 정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정치의 병목현상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심 후보는 "국회의원 1인당 포괄하는 국민의 수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의 예를 들었는데 미국은 연방제고 양원제이기 때문에 수평적인 비교가 불가능하다"며 "많은 유럽 나라들의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600명에 도달해야 맞다"고 반박했다.

이어 심 후보는 "서구민주주의 국가 34개국을 평균하면 국회의원 1인당 대표하는 국민의 수는 8만3000명 정도 된다"며 "의원수를 줄이는 문제로 정치개혁에 접근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정치의 역할을 축소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정치 불신에 기대 정치의 역할을 제한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좋지 않은 정치"라고 쐐기를 박았다.

다만, 심 후보는 원내정당 문제와 국고보조금 문제는 충분히 논의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심 후보는 "원내정당화 문제는 지금 같은 지역주의 정당 체제가 존속된다면, 만약, 중앙당이 없다면, 특정정당이 특정지역만을 대표하는 정치의 심각한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안 후보가 국민의 정치개혁 열망에 기대서 출마를 했으나, 정작 본인은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심 후보는 "권력구조, 선거제도, 정당개혁 등 근본적인 정치개혁과제에 대해 구체적 방안과 계획을 내놓고 함께 논의하자"며 "이번 대선에서는 색깔론에 물든 선거나 과거에 얽매인 선거가 아니라 야권이 선도해서 진보적 정권교체와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 국민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뜻에 기반해 '(가칭)정치대전환을 위한 국민회의'를 제안한 바 있다"며 "그동안 정치개혁을 위해 앞장섰던 진보정치세력과 시민사회가 균등하게 참여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정치적 대화 기구를 통해 논의를 본격화 하자"고 제안했다.

같은 당 노회찬 대표도 성명을 통해 "안철수 후보의 '국회의원 수를 줄이겠다'는 이야기는 마치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 학생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와 같다"며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 대표는 "현실정치에 문제가 많지만, 현실정치를 적대시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했던 경우는 과거 쿠데타를 일으켰던 박정희 소장이나, 이명박 과거 후보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라며 "안 후보 자신이 준비가 덜 된 부분에 대해 다른 후보들의 좋은 방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정희 "선거 때 모금파티하는 미국식 금권정치가 눈 앞에 어른"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도 안 후보의 정치혁신안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오늘 안철수 후보의 정치개혁안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국민들은 어디에 박수 칠지만 정하는 엘리트 정치, 선거 때 모금파티하는 미국식 금권정치가 눈 앞에 어른거렸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 개혁안이 만들어낼 정치가 뭘까"라며 "국고보조금 안 받는 깨끗한 정치? 당권 다툼 없는 원내정당? 아니다, 중앙당 없애면 엘리트들이야 언론과 지식인들 의지해 정치할 수 있지만 민중들은 쪽수밖에 더 있나, 조직력 밖에 더 있나"라고 안 후보의 정치혁신안을 비판했다. 이어 이 후보는 "중앙당도 없고, 국고보조금도 없는 정치는 바로 미국 정치"라며 "미국에서는 어떤 후보가 더 천문학적인 선거자금을 모으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안 후보가 이것이 정치쇄신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안 후보 측은 정치권의 반발이 있더라도 국민적 동의를 통해 정치혁신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호기 안철수캠프 정치혁신포럼 대표는 24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국민 눈높이 정치가 중요하다"며 "국민적 눈높이에서 볼 때 낡은 정치로 비춰지는 요소들에 대해 의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민이 좋아한다고 해서 무조건 포퓰리즘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며 "우리 정치가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면 여기에서 규모를 줄여 더 효율적인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정치혁신포럼 관계자 일부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3대 혁신방안이 사실이라면 그만두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과 관련해서는 "최종 회의에 안 나오신 분들 같다"며 "모든 의제에 대해 전부 합의해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 또 우리는 캠프의 외곽조직이기 때문에 '정책네트워크 내일'에서 선대본부에 여러 개의 안을 제안하면 그중 골라서 후보와 본부가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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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NLL 녹취록','청와대 문건 폐기'의 진실이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2/10/24 09:30
  • 수정일
    2012/10/24 09:3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조선일보가 단독이라면서 또 날조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관 회의에서 민감한 문건의 내용과 문건의 목록도 함께 없애버릴 것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기사를 10월23일자 1면에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가 나오자마자 새누리당은 "5천년래 최초 역사 폐기 대통령"이라는 말과 함께 '노무현 정권 영토포기 진상 특위'를 '노무현 정권 영토포기 및 역사 폐기 진상 조사특위'로 확대하는 난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기사는 마치 "내가 영어 수능 시험을 위해 영어사전을 외워서 없애버리겠다."는 말을 '사전을 없애버리겠다'라고 둔갑한 것과 똑같습니다.

'말 잘라먹는 버릇은 여전한 조선일보'

2007년 5월 22일 노무현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차기 정권을 위한 기록물 이전 작업을 놓고 논의를 했습니다. 그날 회의에는 수석 및 보좌관들은 물론 비서관들까지 수십 명이 참석했고, 노 대통령은 공개해야 할 주제 중에 비밀기록이나 지정기록으로 분류해서 공개하지 말아야 할 내용이 연계되어 있을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했었습니다.

정권이 바뀐다고 모든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 재임 기간의 기록에는 비밀기록과 지정기록이 있는데, 이런 비밀 기록이나 지정기록은 철저히 규칙과 원칙에 따라 공개하게 되어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연히 원본 그대로 이관된다는 것을 전제로, 차기 정부에 공개기록을 인계하는 과정에서 목록까지도 공개해서는 안 되는 지정기록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를 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나온 얘기들을 앞 뒤 다 잘라먹고 노무현 대통령이 폐기를 지시했다는 허무맹랑한 기사를 작성하여 사실을 날조한 것입니다.

조선일보와 당시 참석한 비서관들이 증언한 내용의 전체 맥락을 비교한 도표를 보면 더욱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기사만 보면 마치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의 문건을 없애버린 것처럼 비치겠지만, 전체를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지정기록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비서관들과 논의를 하는 대화에 불과했습니다. 대통령기록법에 따른 비공개기록물을 공개하지 않는 방법을 논의하는 대화가 청와대 문건을 없애는 말로 둔갑해버린 것입니다.

'역대정부 전체 기록물 10배, 노무현 대통령 기록물'

무식하거나 세뇌당한 사람들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을 기록물을 폐기했던 대통령으로 보겠지만, 사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기록물을 중요시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정권 ( 이승만 7416건, 허정 권한대행 185건, 윤보선 2040건, 박정희 3만7614건, 최규하 2198건, 박충훈 권한대행 69건, 전두환 4만2535건, 노태우 2만1211건, 김영삼 1만7013건, 김대중 17만190건) 보다 수천 배가 많은 320만건의 기록물을 남긴 인물이었습니다.

어떤 무식한 자들은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생산된 대통령 기록물을 보호 기간 내에까지 비공개하지 말고, 어서 빨리 공개하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국회 동의를 얻어 공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누가 책임질 것이고, 만약 이명박 대통령도 퇴임 후에 그 기록물들을 공개할 수 있을까요?

1978년 미국의회는 대통령 기록물 관련 제도를 도입한 이후 한 번도 열람 결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기록물 공개를 이유로 아예 기록물을 남기지 않으려는 정권의 비리를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떻게 기록물을 남겼는지는 글 더 보기를 누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 기록물 관련 기사 더보기


 

 

▲참여정부 시절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대통령기록관 이관을 위해 포장작업을 마친 기록물들. 출처: 대통령기록관

 


조선일보 기사에 나온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기록물은 법으로 보호되는 비공개 지정기록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런 비공개 지정기록물을 보도했습니다. 내용상은 별문제가 없는 내용이지만, 분명히 법에 명시된 비공개 지정기록물을 어떻게 얻었는지,도대체 누가 유출했는지 반드시 검찰은 수사해야 할 것입니다.

' NLL, 도대체 무엇인지 알고 떠들고 있는가'

요새 NLL 관련 공세를 새누리당이 적극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NLL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우선 문제를 하나 내겠습니다. NLL은 대한민국 영토를 규정하는 선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래서 그 NLL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영토를 포기하는 행동일까요?

만약 NLL을 영토선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모두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자들입니다.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됐습니다. 한반도는 남한만의 땅이 아닌 북한까지도 포함하고 있으며 헌법은 대한민국의 땅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NLL을 영토선으로 규정하면 이것은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NLL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헨리키신저 전 미국국무장관은 NLL을 '북방정찰한계선(Northern Patrol Limit line)' 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즉, UN 군인들과 함정,전투기가 이 선을 넘어가지 않도록 규정해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육지는 군사분계선이 명확하게 규정됐지만, 서해에는 이런 군사분계선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NLL을 '해양경계선'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서해5도는 육지보다 북한 쪽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서로간의 영해 주장이 달랐습니다. 유엔은 3마일, 북한은 12마일을 고집하는데, 이 부분은 아직도 합의가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그동안 서로 협의를 하지 못하고 고착된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 NLL을 '해상불가침 경계선'으로 표현했습니다. 그 이유는 노무현 정권이 만든 것이 아니라 1992년 합의된 '남북불가침합의서'를 따랐기 때문입니다.

 

제3장 불가침 경계선 및 구역
제9조 남과 북의 지상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
제10조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
제11조 남과 북의 공중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지상 및 해상 불가침 경계선과 관할구역의 상공으로 한다.
(1992년 체결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의 '제2장 남북불가침'의 이행 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남북불가침 합의서에 따르면 남과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 즉 NLL은 앞으로 계속 협의하기로 되어 있는 사안이고, 협의가 되기 전까지는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을 유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 노무현 대통령의 NLL 관련 MBC 뉴스데스크 화면, 출처:MBC

 


쉽게 NLL을 규정하면 영토선도 아니고, 해양법,국제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협의해야 할 '해상불가침 경계선'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자국의 영토를 포기하는 대통령으로 표현하는 무식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노무현은 진짜 NLL을 포기했을까?'

그렇다면 새누리당이 말한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은 진짜로 NLL을 포기하거나,북한의 얘기를 다 들어주고 왔을까요?

 


 

▲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평통 연설.출처:KBS

 


정문헌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 NLL을 포기했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11월 1일 제51차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회 연설에서 이처럼 발언했습니다.

“NLL, 안 건드리고 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NLL 자체를 건드리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금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는 김장수 전 국방장관 (참여정부 시절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을 지냈고, 2007년 남북장관회담 남측 대표,정권이 바뀌자 한나라당으로 가서,18대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영입된 인물)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평양으로 가기 전 청와대를 방문하여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다. 국방장관회담의 지침을 얻기 위해서였다. 대통령은 확실히 원칙주의자셨다. 어떤 지침도 주지 않았다. 백지위임이었다. 일체의 훈령이 없었다. 빈손으로 되돌아 올 각오로 평양에 갔다. 회담 결과가 성공적이었다.”
10.4남북정상회담 때 “절대 NLL 양보는 없다. 서해평화협력지대에는 찬성하지만 NLL을 인정하다는 북한의 약속이 전제돼야 한다”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의 중앙일보 인터뷰)


김장수 전 국방장관은 NLL 관련 백지위임을 받고 갔던 사람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아예 NLL을 건드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NLL에 관한 백지위임을 받은 김장수 전 국방장관이자 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책임지거나 거짓을 실토해야 합니다.

“제가 통일정책, 평화번영정책은 국민과 함께 한다고 약속을 했는데, 저 혼자만 가서 덜렁 합의를 해버리면 되겠습니까?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합의 못 하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평화통일 정책을 혼자만이 아닌 국민적 합의를 통해 할 것을 재차 강조했던 사람입니다. 사실 그 이면에는 그가 임기 내내 늘 '좌파 정권''빨갱이'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인 탓도 있었습니다.

"내 맘대로 자 대고 죽 긋고 내려오면, 제가 내려오기 전에 우리나라가 발칵 뒤집어질 것 아닙니까? 내려오지도 못합니다. 아마 판문점 어디에서 ‘좌파 친북 대통령 노무현은 돌아오지 말라, 북한에서 살아라.’ 이렇게 플래카드 붙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NLL도 못 들어줍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NLL 분쟁을 막기 위해 오히려 서해에서 공동어로구역과 해상평화공원,그리고 해주 공단 개발 등으로 북한과 평화 협력을 모색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시했던 것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였습니다. 우발적 충돌을 막고, 평화로운 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그는 아직도 '좌파 친북 대통령'으로 둔갑하여 오물을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 새누리당이 왜곡 주장하는 노무현 대통령 NLL 발언을 마치 포기라고 교묘하게 언론 조작하고 있는 MBC 뉴스데스크,출처:MBC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왜 노무현 대통령을 들먹이며 'NLL' 공세를 펼치고 있을까요? 그것은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펼치고 있는 대선 전략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 문제는 정면돌파하겠다는 속셈으로 김지태를 친일파로 둔갑시켜 물타기 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가장 효과적이었던 '북풍'을 이번에도 활용하겠다고 청와대 문건 폐기라는 언론 조작을 통해 NLL 대화록이 존재하는 것처럼 진실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최악의 패착이 될 것입니다. 김지태를 친일파를 모는 순간 그동안 잊혔던 박정희의 친일행각은 다시 도마위로 올라올 것입니다, 이제 북풍을 믿는 사람은 가스통을 들고 다니면서 정부 지원금을 받는 단체나 식권 받는 재미로 '종북,빨갱이'를 외치는 나이 든 어르신들밖에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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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우익의 주장이 왜 온라인에서 알바 이외의 사람들에게 관심 받지 못하거나 외면받는지 아십니까? 그들에게는 어떤 원칙도 없고, 논리의 타당성도 늘 결여됐기 때문입니다. 친일파들이 독재자들과 힘을 합쳐 언론을 지배한다고 해도, 항상 진실을 감추고 살기에 보편적인 상식조차 그들은 제시할 수가 없습니다.

역사의 의무는 진실과 허위, 확실과 불확실, 의문과 否認(부인)을 분명히 구별하는 것이다,(괴테)
누군가를 지지하고 싫어할 수는 있어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역사의 의무 정도는 고민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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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북측이 보내온 녹취록 없었다"

 

이종석 "북측이 보내온 녹취록 없었다"
문캠프.민주당 합동회의, 서훈 "남북정상회담은 1급비밀"
 
 
2012년 10월 23일 (화) 13:47:15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 문재인 캠프 남북경제연합위원회와 민주당 외통위 위원들의 합동회의가 2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렸다. [사진제공 - 남북경제연합위원회]

“북측이 보내온 녹취록이 없었기 때문에, 이 녹취록이 정상회담 대화록의 기초자료가 되었다는 정문헌 의원의 발언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23일 오전 8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남북경제연합위원회.민주통합당 외통위 위원 합동회의’에서 발표자로 나서 “북한의 통전부가 비밀 합의사항이라며 우리 측 비선라인과 회담녹취록을 공유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남북경제연합위원회(위원장 정동영)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의 담쟁이 캠프에서 외교안보통일 분야를 담당하고 있으며, 임동원, 정세현, 정동영, 이종석,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이종석 전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회담은 배석자가 동석한 공식 단독회담이었으며,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은 없었다”며 “정문헌 의원이 주장하는 ‘비밀합의사항’은 없으며, 있을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 통전부가 작성한 ‘비밀합의사항’ 녹취록은 허구이고, 정상적인 국정기록인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있을 뿐”이라며 “정상회담 이후 국정원이 작성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회담 배석자들이 제대로 작성되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후, 국정원과 청와대에 각각 1부씩 보관했으며 이를 기록물로 다음정부에 이관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새누리당 측의 주장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배석자들이 하나같이 이 주장을 부인하고 있으며, ‘정상회담 대화록’에도 이런 내용이 없다고 대화록 작성자(국정원장)가 증언하고 있다”며 “남북 정상회담 이전은 물론이거니와 이후에도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NLL포기를 지시 받은 참모가 없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당시 NLL 관련 대통령의 지시를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인사들이 현재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의 통일외교 국방 책임자로 있다”며 “이들에게 대통령 지시여부를 물어보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캠프에는 윤병세 당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과 김장수 당시 국방장관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장관은 특히 “정상선언의 구체적인 문안작성을 위한 남북실무회담에서 우리 측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남북공동어로구역을 ‘NLL을 기점으로 남북 간에 등거리, 등면적’으로 하자고 제안했으나 북측이 ‘NLL인접 남쪽수역’으로 주장하여 우리 측이 거부했다”며 “이 문제는 정상선언 합의문 도출 마지막까지 쌍방의 주장이 대립하여 합의 도출에 실패해 이후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이용하여 정상회담 같은 국가 중대문제에 대해 ‘비밀합의사항’을 담은 회담녹취록이 있었다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그 근거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부도덕하며 범죄적 행위”라며 “국정조사가 아니라 정문헌 의원과 새누리당이 북한 통전부가 작성했다는 ‘비밀 합의사항’ 회담 녹취록을 언제 어디서 보았는지 그 실체를 밝혀서 자신의 주장의 근거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한 “정 의원의 행위가 국기문란의 범죄행위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이 범죄행위에 편승하여 북풍 조작을 시도하는 부도덕성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이제는 박근혜 후보가 정문헌 의원이 무슨 자료를 어디서 보고 이런 주장을 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훈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은 토론에 나서 “남북 정상회담은 1급 비밀로 분류되어 있다”며 “1급 비밀은 ‘누설되는 경우 외교관계가 단절되고 전쟁을 유발하며 국가의 방위...정보활동 등의 우려가 있는 비밀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서 전 차장은 “정상회담의 경우 ‘결과’, 즉 ‘최종 합의 사항’만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히 남북관계의 경우, 우리 내부의 정치적 문제 발생은 물론 북한 최고지도자의 언급도 우리 측이 공개하는 결과”가 된다고 공개 불가론을 폈다.

특히 “선거가 임박해 전격적으로 ‘발췌 공개’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며 “최종 선택으로 ‘우리는 이미 밝혔듯이 국익 차원에서 공개에 반대했으나 정부가 공개해서 이 문제를 깨끗이 해소하라’고 정부측 책임을 촉구하는 승부수”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정동영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NLL도 지난 대선의 역사, 유신의 추억에 비추어 보면 철저한 정략이다. 결코 국익의 관점이 아니다”며 “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외통위원 연석회의를 통해서 NLL문제에 대한 전후맥락 사정에 대해 분명하게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종지부를 찍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심재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간사는 “NLL선은 어쨌든 그동안 남북한 간의 경계선으로 작동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남북 양측 혹은 국제 공인되거나 합의해온 경계선은 아니었다”며 “10.4선언, 더 나아가 6.15선언에 이은 10.4합의정신으로 풀어야할 문제임에도 잘 되지 못했는데 갑작스럽게 이번에 선거 국면에서 뭔가 사실과 다르게 정략적으로 이용되고 있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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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착한 이명박' 아냐…최초 '리버럴' 후보"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2/10/23 10:58
  • 수정일
    2012/10/23 10:5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연쇄 인터뷰] 안철수 캠프 유승찬 소셜미디어팀장

곽재훈 기자(정리),전홍기혜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0-23 오전 8:07:26

 

10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대선은 60일도 채 남지 않았다. <프레시안>이 기획한 유력 3후보 측 젊은 전략가들과의 인터뷰도 마지막 순서다. 박근혜 캠프 신동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문재인 캠프 정태호 '전' 전략기획실장과의 인터뷰에 이어 안철수 후보 측의 유승찬 소셜미디어팀장을 만났다.

부소장·실장이라는 직함에 비해 '팀장'이라는 호칭이 가볍게 보일 수도 있으나, 안철수 캠프 자체가 워낙 그런 곳이다. 팀장이라도 후보와 직접 소통하고, 후보가 직접 팀장급 영입을 위해 초면에 먼저
전화를 걸기도 한다. 연쇄 인터뷰 시리즈 전체를 진행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에 따르면 유 팀장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숨은 전략가"다.

유 팀장은 <내일신문> 창간 때부터 기자로 일했고, <TV저널>을 거쳐 <
스크린> 편집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4월 총선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론분석 일을 하며 사실상 야권의 조언자 역할을 했다. 다음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의 안철수 선거캠프 사무실 인근에서 진행된 유 팀장과의 인터뷰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무소속 안철수 후보 선거캠프의 유승찬 소셜미디어팀장. ⓒ프레시안(서어리)

"정치공학으로는 안철수의 존재를 이해도 설명도 못해"

이철희 : (안철수 선거캠프 전략자문을 맡은) 김윤재 변호사가 상대적으로 알려진 사람이라면 유승찬 팀장은 숨은 전략가다. 전략은 상상력이 있어야 하니 아무리 좋은 사람도 선거마다 매번 전략을 짤 수 없고 한두 번이면 소진된다. 안철수 캠프가 좋은 사람을 데려간 것 같다. 캠프 합류는 어떻게 결정됐나?

유승찬 : 유민영 대변인, 김윤재 변호사와 사적으로 알던 사이다. 안철수라는 존재가 시대정신이고 한국사회에서 중요하고 이례적인 현상이다. 제 나이 또래가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설계'로 고민이 많다. 거기 기여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늦게 합류하게 됐다.

이철희 : 캠프 분위기는 어떤가?

유승찬 : 한 달 됐는데 지금까지는 큰 실수 없이 잘 왔다. 후보의 잠재력이 밖에서 우려했던 것보다 낫다. 메시지 컨트롤이나 이런 것들을 정치 처음 하는 분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잘한다. 선거캠프도 10명으로 시작해 200명 가까이 됐다. 2기에 진입할 수 있는 모양을 갖췄다.

지금까지는 '한 달의 성과'가 아닌가 한다. 후보가 출마선언에서 말했던 '국민 접촉면, 소통면 늘리겠다'는 기조와 방침을 그대로 밀고 나왔다. 또 하나, 네거티브는 하지 않겠다 했는데 그 원칙도 지켜 왔다. 밖에서 안 후보를 볼 때 말씀의 이면을 해석하려 하는데, 대체로는 말씀 그 자체다. 정치적 고려 등은 적으신 분이다.

이철희 : 왜 언론이나 관찰자들이 해석을 많이 하느냐, 질문에 맞는 답을 안 하니까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단일화 합니까, 안 합니까' 물으면 사실 예스냐 노냐인데, 묵묵부답이니 추론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 동안 안 후보가 언명으로 공표한 건 적은 반면에 일정은 짧고 결정해야 할 사안은 눈앞에 와 있다. 단편적인 걸 가지고 맞출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귀책사유가 후보한테도 있다. 이걸 과하게 해석하면 소통이 문제라는 말도 된다. 안 후보가 적극적으로 임해서 설명하거나 답해야 할 때가 온 것 아닌가. 지금쯤은 적절한 타이밍이 된 게 아닐까?

유승찬 : 말씀하신 면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안 후보의 문법과, 안 후보를 바라보는 기존 정치의 문법 차이가 존재한다. 민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안 후보의 존재 자체를 공학적으로 본다. 그렇게 보면 이해, 설명되지 않는 측면이 많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문법이 다른데 그 (기존 정치의) 문법으로 답할 수 없는 것이다. 새정치 하겠다고 나왔는데 궁금해 하는 것들은 '선거게임에서 어떻게 포지셔닝(자리잡기)할 거냐'다. 지금은 선거게임보다는 국민 접촉면을 늘리면서, 안철수 현상의 장점인 한국의 낡은 정치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한 달은 그런 기간이다. 안 후보의 스탠스는 정치혁신을 요구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후보가 질문에 즉답을 안한 것은 불가피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 물론 선거 과정에서 모든 걸 할 수는 없으니 어느 순간에는 답을 내놔야겠지. 그런데 그게 어느 시기가 될지는 제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여야, 안철수만 생각하고 안철수 현상은 무시"

이철희 : 새 정치를 내걸었는데 그 내용이 뭔가? 몇 가지 나온 것을 보면 특권을 내려놓으라, (의원들이) 무조건적으로 당론에 따르면 안 된다 이런 것인데 지금까지 제시된 혁신·개혁 방안에서 새로울 게 없다. 과연 '새' 자를 붙일 만한 것인지?

유승찬 : 제가 정치 자체의 문제에 대해 얘기하기는 부적절해 보이지만, 후보의 말도 구체화되고 있다. 프레임 자체가 낡은 정치와 미래의 싸움으로 규정됐다.

또 안철수와 안철수 현상을 구분해야 한다. 민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후보 안철수'만 생각하고 안철수 현상을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 서울시장 선거 때부터 제3후보가 이렇게 1년 동안 30% 가까운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은 유래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그게 뭔지는 몰라도 '새정치'에 대한 열망은 기존 정당 시스템에 버금갈 정도로 강고하다. 거기 대해 고민 많이 하신 것이다. 새 흐름이 나타나 받아들이겠다는 것이고 그 과정인데, 자꾸 공학 속으로 들어오라 한다. 그러긴 어려운 것 아니냐.

(안 후보가 내놓은 방안이 기존 정치권에서 나온 방안과 대동소이하다는 지적에 대해) 세종대에서 말씀하신 '협력의 정치' 같은 것도 안 후보의 입을 통해 나오면 새로운 정치가 된다고 본다. 안철수 현상 때문이다. 같은 언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출마선언 때 보지 않았나. 다른 사람이 했다면 감동이 없었겠지만 그걸 안 후보가 읽었기 때문에 감동이 생겼다. 심지어 저희 집사람이나 어떤 분들은 울기도 하더라. 그만큼 안철수 현상이 가진 새로움의 프레임, 미래 프레임이 언어를 새롭게 만든 면이 있다. 그에 대한 해석이 있었으면 한다.

세종대 강연에서 둘째로 말한 건 직접민주주의다. 대의제가 시대적 요구를 실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측면이 있다. 똑똑한 대중 '스마트몹'이 정치에 참여해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IT, SNS 기술의 발전이 직접민주주의를 형성할 수 있는 토대를 형성한 건 사실인 것 같다. 세 번째는 특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경쟁적으로 총선 끝난 후 불체포특권부터 내려놓겠다고 했는데 된 게 없다. 오히려 세비나 이런 것을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임이 있었다.

정치에서 정말 새로운 게 있겠나? 안철수 현상을 가지고 안철수가 '워딩'(말)을 내놓으면 새로움이 된다. 물론 구체화는 해야 한다.

▲이날 인터뷰는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진행했다. ⓒ프레시안(서어리)

"안철수, 한국 최초의 '리버럴' 대선후보…'착한 이명박' 아니다"

이철희 : 그럼 세비 줄이고 의원 특권을 없애면 정치의 질이 나아지나? 또 하나, 안철수 현상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흐름이지, 안철수가 만든 건 아니다. 정치적 흐름이 돼서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로 가려면 안철수 현상을 넘어 '안철수 운동', 즉 무브먼트로 가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가 있나 하는 것이 약간 의문이다.

유승찬 : 어려운 지점 중의 하나다. 안철수 현상이 가진 특이점 중 하나인데, SNS 여론을 오랫동안 분석해 왔지만 1년 동안 30% 지지율이 유지되면서도 강한 드래프트가 안 일어난다. 독특한 현상이다. 이걸 무엇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안 후보가 출마 이전에 가졌던 스탠스가 있다. 국민들은 '안철수가 출마를 한다는 건가 만다는 건가' 그 스트레스를 견디면서도 온 것이고, 지지는 하지만 정치에 들어가면 망가지니 출마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하나는, 안 후보는 한국에서 '서구적 리버럴'(자유주의자. 미국 민주당 지지자)의 정신을 가진 최초의 후보가 아닌가(하는 점이다). 리버럴이 가진 특징들이 있잖나. '직선제 하자'는 등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일어나지 않지만 뭔가를 원하는 그런 게 있다. 끝까지 이 상태, 조용하지만 강력한 지지로 갈 수도 있다.

이철희 : '조용한 다수'(the silent majority)는 안철수를 지지한다는 것인가?

유승찬 :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지금은 이 소장 말씀이시고. (웃음)

이철희 : (선거에서 중요한 건) 개인이 아니라 집단적 정체성인데, 박근혜는 친박, 문재인은 친노 때문에 부담이 있다. 안철수는 그런 부담은 없지만 개인적 정체성인지 집단적 정체성인지 잘 모르겠다. 후보한테 끌려가는 것 같다. 후보가 한 마디 하면 그걸 해석하는 게 캠프의 역할이 아닌데, 참모들이 너무 소극적인 게 아닌가?

이게 CEO 리더십 아닌가? 선장이 소신을 가지고 끌고 가는. 막말로 결국 안 후보 정체성이 '착한 이명박' 아니냐, 이런 질문도 나올 수 있다. 정치는 실체와 상관 없이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가느냐도 중요하다. 후보를 가까이서 보면 어떤가?

유승찬 : 가까이서 보면 되게 매력 있다. (웃음) 저는 기본적으로 이런 말씀을 많이 드리는데, 기존에 해왔던 언어들로 분석하려 하면 힘들 것이다. 언어가 수평적이다. 쉽고, 단순하고, 간결하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비교는, 둘 다 CEO 출신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언어는 정반대다. 권위적이지 않고, 어렵지 않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 밖에서 그런 (안철수가 착한 이명박이라는) 우려가 있는 건 공학적인 결심을 분명히 안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안철수 캠프는 전체적으로 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인터뷰 이후 안 후보 측은 각 팀별 통합 등 실장 체제로의 중층적 개편을 발표했다 : 편집자) 밖에서 우려할 정도로 수평적이다. 누구나 의견을 개진해서 본부장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따라서) 그룹이나 세력이 형성될 기회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친박이니 친노니 하는 것은 없어서 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제가 캠프에 와서 처음 요구한 게 후보 트위터 계정을 열자는 것이었는데, 바로 됐다.

"안철수, 그동안 트위터 안한 이유는…"

유승찬 : 얘기가 나온 김에 트위터와 SNS 이야기를 좀더 하겠다. 후보가 오래 전부터 계정은 갖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트위터를 안 했던 이유가 '사람들이 멘션을 하면 (SNS상에서 말을 걸면) 일일이 공평하게 답할 자신이 없다'는 거였다. 이해가 안 가지만 실제로 그런 캐릭터다.

어쨌든 (선본 내의) 그런 요구를 받아들이셔서 시작하셨다. 연 지 며칠 안 됐는데 팔로워가 6만 명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멘션이 2만 개 넘게 들어와 있다. 보고를 해야 하는데 A4 용지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다. (소셜미디어 팀에서는) 어떤 요구들이 오는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이나 바람을 갖고 잇는지 분석해 보고하는 작업을 하려 한다.

SNS가 사회 시스템의 전반을 바꾸고 있다. 이미 사람들은 정치에 일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예전과 다르고 참여 방식도 굉장히 구체적이다. 총선 때 보면 사람들이 SNS를 통해 정당의 공천에 개입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SNS가 중요하다고 하고, 특히 저번 문재인 후보 측 정태호 전략기획실장 인터뷰를 보니 캠페인의 50%가 SNS라고 하던데, 정말 그렇게 되려면 단지 홍보나 마케팅 수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 소통을 전략적으로 봐야 한다. SNS 여론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너희들은 떠들어라, 나는 내 길 간다' 이건 과거 방식이다. 여론 흐름을 분석해서 후보한테 보고하고, 이게 다시 메시지 전략으로 나오고 하면서 상호작용하는 게 SNS를 중시하는 태도다.
"안철수의 최대 강점은 세대 불문 '내가 말걸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

프레시안 : 안철수 선거캠프의 집단적 정체성에 대한 얘기를 좀더 해줬음 한다.

유승찬 : 저는 집단적 정체성의 핵심을 이렇게 본다. 핵심적 시대정신을 소통이라고 본다. 안 후보는 세대를 불문하고 '내가 말을 걸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게 박근혜, 문재인 후보와 다른 점이고 안 후보를 떠받치는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뉴미디어, SNS 출현 등의 구조가 짜여져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역사상 지금처럼 소통 요구가 분출된 적이 없었다. 그것을 가장 강력히 받아들이고 있는 후보다. 그게 집단 정체성이고. 그러니 지지율을 유지하는 게 아닌가.

이철희 : 여론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소통인데, 유권자가 안 후보에게 요구하는 게 있으면 받아들일 것인지? 정치의 기능 중 하나는 후보가 유권자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정책 등은 동의를 구하는 게 아니라 후보나 정당이 좀 간명하게 만들어 줘야 하는 게 있다. 그게 리더십인데 안 후보는 좀 소홀히 하는 것 같다. 후보나 캠프가, 본인들이 대변하고 싶어하는 유권자의 열망을 어떤 정책과 대안으로 담아낼 것인가?

이게 단일화와 연관돼 있을 수 있는데, 두 가지 중 하나 아니겠나. 첫째, 단일화되기 전에 어차피 많이 할 수 없다, 단일화되고 나서 해도 된다. 둘째, 곧 단일화가 밀어닥치니 안철수 표 국정운영 플랜이랄까 이런 것을 빨리 해놔야 한다. 이 가운데 어느 쪽인지?

유승찬 : 일단 캠프 내에서 단일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되거나 이런 건 없다. 정책 준비는 자체적으로 하고 있고, 11월 10일에 준비된 정책이 발표될 거다.

이철희 : 11월 10일 이전에는 단일화 프레임으로는 안 들어가겠다?

유승찬 : 그건 제가 모르겠다. (웃음)

이철희 : 후보가 '앞으로 두 달 동안 더 잘하겠다'고 하신 건 뭔가? 완주의 의지?

유승찬 : 그냥 하신 말씀이다. 확대해석 하시면 안 된다. 한 달 동안 잘했으니 더 잘하겠다, 그런 것이다. 출마도 늦게 했는데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다. 정책네트워크 내일 역시 소통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물론 전문가들도 역할을 하지만, 실제 시민사회단체들이나 사람들에게도 탁상공론이 아닌 구체적 현실과 맞는 정책이 있다. 물론 거칠다. 여기에 전문가가 결합해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자는 것이 후보와 캠프의 기본 생각이고, 진행 중에 있다.


▲유승찬 팀장. ⓒ프레시안(서어리)

"기존 대중조직의 결합, 곧 가시화될 것"

이철희 : 안 후보의 정치가 엘리트주의, 전문가 정치에 경도됐다는 비판도 있다. 민주주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한데, 오직 결과만 고민하는 것은 아닌가? 현장의 정책도 어떻게 보면 전문가 손을 거쳐야 한다는 것 아닌가?

유승찬 : 그런 해석은 거꾸로인 것 같다. 오히려 기성 정치권이 그런 게 아닌가? 자기들 좋아하는 교수들 모아 놓고 정책 만들고. 또 노동 관련이면 노총 등 (중간 단체들이 있는데) 그 역시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런 문턱조차 없애는 열린 정책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게 안 후보 생각이고, 집권 이후에도 이렇게 가져가려 하고 있다.

저희에 대해 중간단위가 덜 차있다거나 관계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지 않다는 지적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적 단체나 조직이 없는 건 문을 닫아서가 아니라 관계형성이 덜 돼서다. 폐쇄적이라는 건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기존 정치권이 가진 폐쇄성을 극복하자는 캠페인의 지향과는 정반대다.

이철희 : 하지만 '포럼' 역시 중산층에 맞는 의사수렴 방식 아닌가? 삶의 현장에 긴박돼 있는, 예를 들어 비정규직 등은 어떻게 수렴할 수 있나? 그 동안은 정당이나 노조 같은 사회조직이었다. 안 후보에게는 당은 없고, 그렇다고 노조 같은 조직이 붙어서 밑에서부터 끌어올려 주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후보처럼 청년유니온 같은 단위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포럼이 넓게 꾸려지더라도 중산층이 과잉 대표될 우려가 있다.

유승찬 : 포괄적으로 답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다만 기존 정치권의 민주당 새누리당이 기층과 얼마나 연계돼 있고 민의를 잘 수렴했나 하는 점에서 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인지, 안 후보에게만 너무 가혹한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은 든다.

프레시안 : 포럼이 과연 정당의 역할을 대신할 적절한 통로인지?

유승찬 : 포럼도 있고, 가능한 선에서 하고 있는 작업들이 있다.

이철희 : 노조나 사회단체가 결합되고 있는 것인가?

유승찬 : 부분적으로 결합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곧 가시화되지 않을까 한다. 지역포럼 같은 경우 대외협력실에서 진행하고 있고, SNS 채널도 열고 있다. 오프라인 포럼도 네트워크로 연결시켜서 항상성 있게 수렴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뿐 아니라 카카오톡까지 생각하고 있다. 사실 이 채널 자체가 중요하다. 아무튼 아직 출발한 지 얼마 안 돼서 생긴 문제를 폐쇄적이라서 그렇다고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프레시안 : 보충 질문인데, 4.11 총선에서 SNS상의 여론과 실제 표심은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런 것을 고려하고 있는지? 또 세대 변수도 크다. 스마트폰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온라인 여론흐름에서 빠진 자들의 의견을 흡수할 보완책으로 (오프라인) 포럼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유승찬 : 충분히 일리가 있다. 저쪽(여당)에서는 세대 투표, 네거티브 투표를 하고 있다. 지금도 실제로 기층에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 세대갈등 프레임을 쓰는 것이다. 50대 이상 유권자들에게 (안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우리 캠프의 구성을 보면, 정통적 캠페인을 하시던 분들이 지휘하고 있다. 박선숙, 김성식, 김윤재다. 새로운 것, 소셜미디어 팀은 수십 개 팀 중 하나다. 사회적으로 SNS가 강조되고 소통이 강조되다 보니 착시가 있을 뿐이지, 실제로 캠프 안에 들어와 보면 그렇지 않고 오히려 저로서는 과하다 싶을 만큼 조중동 등 기성 언론들 체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그런 우려는 중요한 지적이다. 지역에 내려갈수록 스마트폰은 일반화됐다 해도 SNS는 다르다. 실제로 사용하는 사용자가 페이스북은 1000만 명 정도, 트위터는 이보다 적을 것이라 본다. 60대 이상은 SNS가 취약하다, 당연한 거다. 공략 방법은? 조직이 없는 한 TV나 기존 매체 광고밖에 없다. 불가피하다. 지역 조직 만들고 이런 것도 가능한 범위에서 할 것이다. 캠페인이 SNS에 치우칠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다.

"새누리당, 이보다 더 못하긴 어려워…앞으로는 상승할 것"

이철희 : 문재인과 안철수, 누가 나가든 박근혜가 붙으면 이길까? 아니면 안철수만이 이길 수 있나?

유승찬 : 박근혜 후보는 (지지세가) 결집하는 후보다. NLL 문제 놓고도 상당히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면에서 박 후보는 못해도 40%를 가져간다. 또 지금보다 더 못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웃음) 그런 면에서 앞으로는 더 나아질 것 같다. 표로 환산하면 1200만 표는 가져갈 것으로 예상한다.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을 쇄신하는 과정에서 리더십을 보이지 않는다면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돼도 이기기 어렵지 않나 싶다. 자꾸 '없다'고만 하지 말고 '친노 프레임'을 벗을 수 있는 방법과, 당 쇄신을 선거 전에 다 할 수는 없더라도 방향(제시하는 것)을 통해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만에 하나 단일화를 한다면 문 후보가 이길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

이철희 : 그렇게 보면 문 후보는 아직 기회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늦었나?

유승찬 :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돌직구 토론회'도 하는 것 같고. 그런데 중요한 건 레토릭(수사법)이 아니다. 사람들은 다 안다. 이철희 소장이 저번 인터뷰에서 했던 지적에 동의하는데, 단순해져야 한다. 또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전략적 기반인 광주·호남의 마음을 풀지 않고는 이길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

이철희 : 단순 지지율로 보면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지지율이 대략 4:3:2라고 하지만 안 후보 지지층 가운데는 중도·무당파 층이 많고 이들은 투표율에서 정당 지지층과 현격한 차이가 난다. 투표율 변수를 집어넣으면 문재인 대 안철수가 2:3이 아니라 잘 해 봐야 2:2라는 말도 있다.

유승찬 : 공감한다. 실제로 양자대결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와도 그렇다. 박선숙 본부장이 하신 말인데 이번 선거에 없는 세 가지가 있다. TV토론이 없고, 여론조사 판별분석이 없고 단순 지지율 조사만 하고 있다. 판별분석하면 진다는 시뮬레이션 다 나오고 있다.

셋째로는 정책의 차이가 없다. 박근혜 후보가 창조경제 얘기했는데, 우리 후보도 옛날에 <전자신문>에 창조경제 얘기한 바 있다. 또 경제민주화든 뭐든 다 하겠다 하지 않나.

이철희 : 실제로 쟁점이 없는 것인가, 야당 후보가 무능해서 차이를 못 만드는 것인가?

유승찬 : 저는 거기에는 대답을 못 하겠는데. (웃음)

"안철수, 부동층 흡수에는 성공…민주당 지지자들로 확장해야"

▲이철희 소장. ⓒ프레시안(서어리)
이철희 : 또 문재인으로 단일화되면 안철수 지지자는 투표장에 안 나가고, 안철수로 단일화돼도 문재인 지지자는 투표장 나간다는 얘기도 있다.

안 후보의 강점은 지지층이 취약해서 갖는 역설적 강점이다. 원래는 투표를 열심히 하는 층에서 지지율이 높은 게
유리한 게 맞고 그게 박근혜의 경우인데 야권은 거꾸로다.

그러면 안 후보 입장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에 대해서는 더 겸허하게 껴안으려 하고 다가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민주당 지도부와 지지층을 구분하지 않은 것은 실책인 것 같다. 단일화 여부와 상관 없이 민주당 지지층에 애정과 관심을 표해야 하지 않나?


유승찬 : 당을 구성하는 낡은 정치체제와 지지층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부동층이 거의 사라졌다 하는데, 그만큼 안 후보가 많이 흡수한 것이다. 안 후보도 그러면 이제 30%에서 확장을 더 해야 하니, 민주당 지지층이 와야 하나 새누리당 지지층이 와야 하나 그런 고민도 있다.

그런데 안 후보가 당선되려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그건 훨씬 섬세하게 가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의 특권의식과 낡은 체제를 공격하는 것과는 별도로…. 그래서 저는 김대중기념사업회 주관 토론회
축사가 감동적이었다. 후보 자신이 공들여 쓴 흔적이 역력하더라.

프레시안 : 아까 안 후보에 대해 '한국에서 처음 등장한 리버럴 대선후보'라는 말을 했다. 동의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안 후보에게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게 양극화 문제인데, '리버럴'이라는 정체성으로 해소가 가능한가?

유승찬 : 격차사회와 민생을 얘기하지 않고 대통령 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질문 요지는 '진보적이지도 않고 리버럴인데, 어떻게 격차 해결할 거냐?' 이거 아닌가. 후보가 재벌개혁에 대해 강력한 얘기 했다. 재벌개혁 아젠다는 안 후보가 선점한 것 같다.

새누리당도 경제민주화 한다 하는데, 누가 더 진심을 갖고 하느냐 하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기존 정당시스템이 가진 재벌과의 유착관계가 있다고 본다. 누가 더 재벌과 유착됐는가, 상대적으로 새누리당이 강하고 민주당이 약할 텐데, 안 후보는 상당히 자유롭다. 더 추진력 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것 아닌가.

또 이건 제가 처음 하는 얘기인데, SNS를 보면 출마선언 전에 나돌던 안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를 방어해 주던 것이 무당파여서 발언을 잘 안 하는 안 후보 지지자들보다 오히려 통합진보당 지지자들이었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에는 그런 게 있다. 국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지 못한 게 단지 정책적 잘못이냐 아니면 이미 기득권 체제에 편입됐기 때문이냐 하는 것은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쇄신하라, 그래서 같이 가자"

프레시안 : 단일화 문제인데, 근데 물어보면 답 하실 건가? (웃음) 이 소장은 어차피 답 안 할 거라 생각해서인지 별 질문을 안 했지만, 안 후보 측 사람 만나서 단일화 문제를 안 물어봤다고 하면 우리가 이상한 사람들 된다.

유승찬 : (답) 못하죠. (웃음) 아까도 얘기했는데, 안철수를 볼 것이냐 안철수 현상을 볼 것이냐 하는 문제다. 안철수 현상은 국민이 준 숙제다. 안철수 현상을 만든 국민은 '양대 정당은 왜 제3후보에게 이렇게 많은 지지를 받게 했는가?'라는 숙제를 준 것이다. 정치쇄신 요구도 안 후보가 안철수 현상을 빌어 한 말이라 생각한다. "바꿔라, 쇄신하라, 그래서 같이 가자" 이 얘기다.

그런데 그걸 안 하면서 단일화 얘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 그런 식의 단일화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끼리 공학적으로 룰을 만들어, 그래서 가위바위보 해서 단일화, 그렇게 이길 수 있느냐? 아니다. 쇄신을 요구하는 사람과 요구당하는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있어야 할 게 아닌가. 서로 그런 노력을 하자는 것이고, 그렇다고 끝까지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언젠가는…. 그래도 안 후보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든가 로드맵이라도 좀 내놓고…(그래야 하지 않을까?)


이철희 : 그런데 출마 당시에는 '안 후보에게 한 달 정도 시간을 줘야 한다' 여론도 그런 반응이었는데, 지금은 단일화 논의를 회피하는 게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 불안감 때문에 야권의 두 후보 지지율이 동반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유 팀장이 얘기하는 자세는 옳지만, 단일화 프레임을 거부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가 어느 시점엔가는 가부에 대한 답을 줘야 하고, 그건 머지않은 시점이어야 한다. 불안감이 너무 깊어지면 '예쁜 단일화' 해도 안 될 수도 있고 시너지를 죽이는 게 될 수 있다. 이제 얘기할 타이밍이 돼 간다고 보는데?

유승찬 : 이 소장님 의견을 캠프에 잘 전달하겠다. (웃음)

 

 
 
 

 

/곽재훈 기자(정리),전홍기혜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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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유신 40주년 시국미사

유신의 시위꾼, 40년째 외치다..."다시 민주주의"

[현장]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유신 40주년 시국미사

12.10.22 21:55l최종 업데이트 12.10.23 10:36l
조재현(bleedspiral)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관으로 '유신 40주년에 민주주의를 외친다' 전국시국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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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동안 사람들도 많이 죽었고 산천도 무너졌습니다. 악과 거짓은 날로 번창하며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약자들의 눈물과 통곡은 일상이 됐습니다. 그런데도 민심의 절반은 악의 미소에 이끌리고 있습니다. 하느님, 이 모든 것이 마귀의 소행임을 깨닫게 하소서. 유신 40년을 맞아 저희의 마음부터 맑고 향기롭게 하옵소서."

하루종일 쏟아진 비에 흠뻑 젖은 서울 중구의 서울광장. 비가 그쳤지만 찬바람 부는 날씨에도 촛불을 들고 선 이들이 있다. 40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에 강력히 맞섰던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다.

사제단은 22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그들을 '시위꾼'으로 만든 유신시대를 회고하며 '10월 유신 40주년에 대한민국을 다시 생각한다'는 이름의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이날 시국미사는 유신선포 40년을 맞아 오는 28일까지 계속되는 '유신독재 알리기 위한 집중행동주간'의 주요 행사 중의 하나다. 엄혹한 유신 시대가 떠오르듯 찬바람이 불었지만 시국미사에 참가한 이들로 서울광장은 후끈했다.

시국미사라고 해서 엄숙하지 않았다. 미사는 노래 공연과 참가자들의 함성으로 서울광장을 가득 채웠다. 먼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축하 공연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참가자들이 부른 노래는 사제단답게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대표적인 민중가요 <지금 우리가 만나서>, <광야에서>, <행복의 나라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 서울광장에 울려 퍼졌다.

사제단은 지학순 천주교 원주교구장이 유신에 의해 탄압받자 이에 대항해 1974년 9월 26일에 창립됐다.

사제단의 신부들은 당대의 시위꾼으로 불렸다. 사제단이 탄생한 당시 제1시국선언이 "인간의 위대한 존엄성과 소명을 믿는다"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사제단의 문정현, 문규현 신부 등이 용산참사와 4대강 사업, 쌍용차 사태, 제주해군기지 등 첨예한 사회 갈등의 현장에서 소명을 실천하고 있다.

이날 문규현, 문정현 신부를 비롯해 사제단 소속 150여 명의 신부가 무대에서 미사를 주도했으며 서울·인천·광주·부산·청주·전주 교구 등에서 온 신도와 시민 1000여 명이 미사에 함께했다. 신도들은 '유신체제 궁금하면 용산참사 다시보자', '산목숨 죽이지 말고 죽어가는 생명 되살려 내시오'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관으로 열린 '유신 40주년에 민주주의를 외친다' 전국시국기도회에 신자들이 촛불과 손피켓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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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40년, 더 이상 미혹함에 빠져서는 안 돼"

시국미사를 주재한 전종훈 사제단 대표 신부는 유신 40년을 인간의 40, 미혹(迷惑)에 비유하며 "국민들이 더 이상 미혹함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았던 분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함세웅 신부의 특별 강론도 이어졌다. 함 신부는 1970년대 사제단 창립을 주도하고 군부 독재하에서 두 차례 옥고까지 치르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신부다.

그는 "비는 멎었는데 날씨가 춥고 바람이 부는 것이 시대의 상징은 아닐까 묵상했다"며 "40년, 유신의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직도 유신의 잔재들이 어둠의 그림자들이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모두 마음속에 되새기면서 시대의 개선을 위해, 유신 타파를 위해 애썼던 분들의 열정을 모으자"고 말했다.

그는 "항일독립투쟁 순국선열들과 이 땅의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을 위하여 애쓰다가 숨져간 모든 이들, 특히 익명의 동지들을 기억하며 정성된 기도를 올린다"며 "하느님, 우리 시대에 정의와 평화를 실현해 달라, 저희 모두 평화의 도구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그는 "저희 모두 정의로운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시고, 조중동 거짓 언론과 불의한 정치 세력들을 모조리 타파해 달라"고 덧붙였다.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관으로 열린 '유신 40주년에 민주주의를 외친다' 전국시국기도회에서 함세웅 신부가 유신체제에 대해 강론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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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신부는 대선을 위한 당부의 목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함 신부는 "유신 40년을 기억하며 불의한 독재 타파를 실현하고 다짐하는 우리는 거룩한 선택의 순간에 와 있다"며 그 선택은 바로 올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신 40주년의 청산 작업과 민족의 미래를 위한 창조적 작업은 현실적으로 대통령을 잘 뽑는 일"이라며 "바른 민족사관, 민주주의와 평화통일 원칙을 지닌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주해군기지 현장에서 온 문정현 신부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자 참가자들이 환호했다.

"강정의 평화와 쌍용차의 평화와 용산의 평화를 외칩시다. 평화를 빕니다. 평화를 빕니다. 평화를 빕니다."

시국미사는 신부와 신도 모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마쳤다.

23일에는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영화 <유신의 기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를 최초로 공개하는 상영회가 열린다. 다카키 마사오는 일본에 충성을 맹세하는 혈서를 쓰고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가 관동군 장교가 됐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창씨 개명 이름이다. 이 영화는 5·16 쿠데타로 집권해 유신 선포로 영구집권을 꾀하다 피살되기까지 박정희 독재 18년을 돌아보는 다큐멘터리다.

2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관으로 '유신 40주년에 민주주의를 외친다' 전국시국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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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나팔수 KBS'가 받은 1,837억 어디 썼나 보니

 


그동안 '정권 나팔수'라는 이름으로 MB정권 홍보에 열을 올렸던 KBS가 정부 및 공공기관으로부터 수천억 원의 협찬금과 광고비를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민주통합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경민 의원(영등포을)이 KBS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KBS가 정부 및 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캠페인 및 공익광고 협찬금이 1,231억 원, 일반 프로그램의 제작 협찬금은 606억 원으로 총 1,837억 원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는 공영방송입니다. 그래서 공영방송에 투입되는 재원의 상당수는 국민이 낸 수신료이고, 정부가 지원했던 각종 협찬금과 공익광고 제작비 또한 국민의 세금입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KBS가 정부로부터 얼마나 많은 지원을 받았고, 그 돈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반드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았는가?'

KBS는 정부 기관 및 공공기관으로부터 협찬캠페인과 공익광고 제작비로 지난 5년간 1,231억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KBS가 협찬캠페인과 공익광고 제작비로 받은 금액을 보면 이명박 정권 초기 2008년부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부,공공기관 협찬캠페인 및 공익광고 제작비는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2백5십억 원이던 제작비는 2009년 3백억 원을 넘어섰고, 2010년은 다시 2백8십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단순한 공익광고나 캠페인에만 정부가 KBS를 지원한 것은 아닙니다.

 

 

 


MB정권은 2008년부터 다큐멘터리,예능,드라마,교양프로그램에 협찬을 했는데, 프로그램 제작 협찬금만 606억 원입니다. 이와 같은 협찬금 규모(제작비 협찬,공익광고 등)는 매년 400~500억 원 정도로 협찬금이 가장 적었던 2011년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2011년 협찬금액 313억 원은 2011년 사업 총이익의 16.6%, 당기 순이익 48억 원의 6.5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결국, KBS는 사업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와 짜고 돈을 주고 받음으로 순이익을 늘렸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꼴이 됐습니다. 이렇게 국민에게 나온 돈으로 제대로 프로그램이라도 만들었으면 모르지만, 현실은 편파적이고, 정권 홍보에 치우친 방송 프로그램만 난무했습니다.

' 무조건 정권 홍보를 위해 애썼던 KBS'

KBS가 정부로부터 돈을 받으니 프로그램들은 오로지 정부의 입장과 주장을 되풀이하거나, 정부가 벌이는 사업을 홍보하면서 언론보다는 광고대행사와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4대강이나 G20 같은 행사가 있으면 KBS는 연일 '특별 생방송','특집 기획' 등을 쏟아냈습니다. 특집 방송 출연자와 진행자들은 방송 내내 MB정권이 벌이는 정책이 얼마나 우수한지, 그리고 대단한 업적인지를 서로 앞다퉈 칭찬하기에 경쟁까지도 벌입니다.

 

 

▲ G20 관련 KBS 특집기획 프로그램과 연예인을 동원한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출처:KBS,스타뉴스

 


2010년 G20 정상회의 경우, 관련 협찬금은 총 6억2천7백만 원이었습니다. G20의 경우 협찬프로그램 외에도 KBS는 자체적으로 2010년 7월3일 ‘G20특별기획-희망로드 대장정’ 시리즈를 시작으로 ‘특별기획 국가탐구 G20’(총 12편), ‘G20 특별기획 세계정상에게 듣는다’(총 7편) 등 각종 특별방송프로그램을 방송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아침마당>, <책읽는 밤>, <도전골든벨> 등 정규프로그램에서도 ‘G20특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관련 내용을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G20 정상회의를 쓰나미 수준으로 홍보했습니다.

 

 

▲ KBS의 4대강 특별생방송과 4대강 지역 축제에 맞춰 진행된 열린 음악회,출처:KBS,남한강 가을 축제 홈페이지.

 


2011년~2012년 4대강 완공을 앞두고 진행된 4대강 홍보 협찬 방송에만 무려 9억3천3백만 원을 받았습니다. KBS는 2011년 ‘여주남한강 가을축제’ 행사에 맞춰 여주군으로부터 2억5천만 원을 받고 <열린음악회>를 열었으며, 부여군으로부터 1억8천1백만 원을 받고 제작된 <콘서트 7080>은 부여 금강 축제에 맞춰 진행됐습니다. 이렇게 4대강 관련 지역 축제를 프로그램을 통해 홍보함으로 마치 4대강이 지역을 살리는 계기가 된 것처럼 여론을 조작했습니다.

또한 ‘생방송 오늘 –21세기 이제는 물 전쟁이다’등을 통해 4대강 사업으로 수질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2011년~2012년 사이 한국수자원공사가 협찬한 프로그램 협찬금만 총 5억1백여 만 원이었습니다.

 

 

▲ 핵안보정상회의 특집 열린음악회와 원전의 경제성을 홍보한 프로그램, 출처:KBS

 


세계적으로 원전사태에 대한 심각성이 우려되고 있지만, KBS는 '핵안보정상회의' 특집 프로그램을 1억 원을 받고 5번에 걸쳐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KBS는 이처럼 MB 정권의 핵정책 홍보 방송을 해주는 대가로 프로그램 협찬금 15억 원, 캠페인 및 공익광고 17억1천6백만원, 총 32억3천2백여 만원을 받았습니다.

원자력이 무조건 나쁜 에너지는 아닙니다. 그러나 원자력의 경제원리만을 강조하지, 원전 사고로 발생할 수도 있는 천문학적 피해 비용을 말하지 않는 이런 보도 행태는 국민들에게 착각 내지는 원전 안전 불감증을 가져올 수도 있게 만듭니다.

이처럼 KBS는 MB정권의 정책의 장점만 강조하고 문제점 내지는 우리가 대비해야 할 위험 요소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 식으로 언론을 장악하고 국민을 바보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 역사까지 왜곡하는 KBS와 MB정권'

KBS가 정부의 협찬금이나 프로그램 지원금을 받아 정부 정책 관련 방송을 하는 일을 보면서, 우리는 KBS가 공영방송이라는 대수롭지 않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저 광고만 하면 그런 주장이 먹혀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교묘하게 일부 대다수 시청자와 학생들이 보는 프로그램에서조차 역사 왜곡을 저지르니 문제입니다.

 

 

▲2008년 열린 KBS 도전골든벨 대한민국60년 특집, 출처:KBS

 


KBS는 2008년 8월17일 "대한민국 60년 특집도전 국민골든벨"을 방송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여기서 대한민국 60년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람들은 몰랐던 사람도 많았습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의 원래 명칭은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특집 도전 골든벨'이었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건국,건군,제헌 60주년 행사'를 본격적으로 벌이고, 2008년 8월15일 광복절을 건국절로 부르는 등의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왜 이것이 만행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지는 대한민국 헌법에 정확히 명시되었기 때문입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을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고 명시했습니다. 물론 1919년 4월13일이나 9월16일 등의 날짜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지금 대한민국의 시작임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건국 60주년이라는 말 자체가 맞지 않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든 건국60주년 기념 대학생사이버 건국내각 블로그.

 



이렇게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프로그램을 대놓고 하다가 논란이 빚자, 명칭은 '대한민국 60주년'이라는 이상한 명칭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명칭만 바뀌었지, 실제로 그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의 역사의식을 왜곡하는 행위는 여전했습니다.

 

 

▲ 도전골든벨 참가신청서

 


'도전 골든벨' 참가 신청서를 보면 건국 60주년이라는 표현이 그대로 나와 있습니다. 이 참가신청서를 작성한 일반인이나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에도 존재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사라진 60년짜리 나라에 불과합니다. 도전 골든벨은 학생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인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역사를 바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를 왜곡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KBS가 공영방송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KBS는 '한국인의 밥상' 추석특집편을 방송하면서 김윤옥 영부인이 관여하는 '한식재단'으로부터 4천5백만 원의 협찬금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생방송 4대강 새물결 맞이'에서 MC석으로 직접 출연해 마이크를 잡고 4대강을 홍보했습니다. 지난 10월3일 중소기업청과 교육과학기술부가 협찬하는 '스카우트' 프로그램에 생뚱맞게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정책방송이나 토론방송 같은 경우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여과할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대중이 보는 방송 프로그램에 정책 홍보가 숨겨져 있다면 일반인들은 인식을 잘 못 하고 그저 방송에 나오는 그대로를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생뚱맞게 밥상에 숟가락 얹고 밥상 주인인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이런 언론과 정권의 행태를 올해까지만 볼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TV를 바보상자로 만드는 자들이 누군지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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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공과(功過)? - 무슨 공?

 

박정희의 공과(功過)? - 무슨 공?
<칼럼> 이활웅 (통일뉴스 상임고문, 재미 통일연구가)
 
 
2012년 10월 23일 (화) 10:55:33 이활웅 hwl91344@yahoo.com
 

이활웅 (본사 상임고문, 재미 통일연구가)

 

12월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 간에 치열한 공방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언론은 연일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평을 소개하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결국 박 후보의 부친이자 “새누리당”으로 이름만 살짝 바꾼 정치세력의 원조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있는 것 같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박정희에게는 공(攻)도 있고 과(過)도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으로는 산업화의 성과를 꼽고 있지만 과로는 5.16 군사반란, 영구집권을 위한 유신체제, 가혹한 국민탄압과 정보공작, 그리고 혹독한 고문정치 등이 열거되고 있다. 다만 공이 과를 상쇄 내지 압도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듯하다.

나는 박정희에게 공과가 다 있다는 논리에 수긍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집권 18년 동안 한국경제가 발전한 것을 오로지 그의 공으로 돌리는 것은 지나친 견강부회라고 생각한다. 35년간의 일제식민통치에 과도 있었겠지만 공도 있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에서다.

나 자신의 경험이 혹 참고가 될는지 모르겠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1945년 8월 15일 우리가 일제의 잔혹한 식민지배에서 해방되었을 때, 나는 우리말과 글이 매우 서툴렀다. 그때까지 학교에서 주로 일본인 선생으로부터 일본말과 일본글로 교육을 받아 왔기 때문이었다. 다행이 우리말과 글로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게 되는 데 여러 해가 걸리지는 않았다. 그것은 비록 일본인 선생들을 통해서 배운 것이었지만, 그래도 셈 세는 법이나 글 짓는 요령과 아울러 인류의 역사, 문화와 예술의 발전 및 동식물계와의 상호관계 등에 대해서는 물론 태양계의 원리, 지구의 형태와 기상변화의 현상 등 기본적인 지식을 이미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나에게 그런 기본지식을 직접 가르쳐주신 일본인 은사들 한분 한분을 인간적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자신의 이익과 야욕을 위해서 한반도 식민지교육정책을 수립하고 그 실시를 우리 민족에게 강요한 일본정부나 조선총독부는 물론 그 고위 간부들에게도 감사하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 오히려 나는 그것 때문에 그들을 싫어하고 미워한다.

우리는 박정희 집권 18년 동안 정치군인들에게 욕먹고 매 맞고 돈 뜯기는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회사를 설립하고 공장을 건설하고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하느라 애쓴 기업인, 관리인, 기술자 그리고 노무자들의 노고를 높이 평가하는데 인색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결과로 이루어진 성과를 박정희독재체제의 공으로 돌리는 것은 천만번 부당한 일이다. 그것은 마치 일본의 식민지배정책이 한반도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구보타 망언을 시인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박정희 소장의 반란군이 1961년 5월16일 발표한 소위 “혁명공약” 제4항은 “절망과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고 국가 자주경제재건에 총력을 경주한다”고 했는데, 이는 그때 그들의 머릿속에 나중에 한국 경제발전의 유형이 된 “외자유치와 수출진흥을 통한 경제발전”과 같은 것은 개념으로도 존재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그들이 그 이듬해 초 발표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울산공업센터계획”은 모두 그들이 뒤집어엎은 장면 정부에서 준비해 놓은 것을 표절한 것이었다.

경제발전은 오로지 박정희의 비상한 지도력으로 말미암아 가능했다는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가 비명횡사한 후에 전두환 같은 인물의 통치하에서도 한국 경제는 계속 발전해 갔다.

끝으로, 한국의 여러 전문가들은 박정희의 과오 중에서도 가장 으뜸인 남북관계 파탄의 과오를 전혀 지적하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는 6.25 전쟁과 이승만의 반북대결정책으로 오랫동안 꽁꽁 얼어붙은 상태였지만, 1960년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리고 4.19혁명을 이룬 민주세력은 그때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라는 구호를 외치며 분단체제 해체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런데 박정희의 반란 군부는 “반공”을 국시의 제1로 삼는다면서 이들을 짓밟고 분단체제를 더욱 굳게 다져나갔다. 그 결과 5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우리는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동족끼리 물고 뜯는 추태를 멈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정희의 군사독재는 18년으로 끝났지만 한국군부의 정치지배는 그 후에도 14년을 더 버티었다. 지금 한국의 정치는 일단 문민정치의 틀은 갖추었지만 군사독재의 잔재는 아직 말끔히 치우지 못한 상태이다. 금년 대선은 아직도 남아있는 박정희군사독재의 뿌리를 완전 제거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가늠하는 선거다.

 

이활웅 (<통일뉴스> 상임고문)
 

 

   
 

 

북간도 용정 출생. 함경북도 선봉 및 나진에서 성장.
해방 후 월남해서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
6.25때 육군정훈장교로 입대. 1955년 대위로 예편.
1955년부터 1971년까지 외무부 재직.
1972년부터 1991년까지 LA에서 제조업체 설립, 경영.

1984년부터 현재까지 통일문제 관련 기고활동.
1995년 재미동포통일단체 ‘통일마당’ 창설회장.
현재 <통일뉴스> 상임고문.
뉴욕대학 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저서로 『통일의 뜻과 통일의 길』(1993), 『그렇다! 그들도 우리들이다』(1996), 『비기는 통일의 구상』(1999), 『미군이 나가야 통일이 된다』(2002) , 그리고 『평화통일은 비기는 통일이다』(2007, 통일뉴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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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파문’이 못내 안타까운 ‘조중동’

 

‘정수장학회 파문’이 못내 안타까운 ‘조중동’
 
[뉴스브리핑] 박근혜 질타하다 하룻만에 딴 얘기... 의제 전환 노린 듯
 
편집부 | 등록:2012-10-23 10:44:55 | 최종:2012-10-23 11:01:2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이 정도면 필사적입니다. 오늘자(23일) 조중동 지면을 보고 하는 얘기입니다. 대다수 신문이 1면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정수장학회 파문을 얘기하고 있는데 이들 세 신문만 딴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는 ‘정수장학회 파문’을 1면이 아닌 4면에 배치했지만 포인트는 조중동과 전혀 다릅니다. ‘박근혜 후보의 독단과 불통’을 질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22일) 지면과 사설에서 박 후보에게 ‘날선 비판’을 가했던 조선·중앙일보는 오늘(23일)자에선 ‘순한 양’이 돼 버렸습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에 대한 비판여론이 제기되고 있고, 기자회견 한 지 하루 만에 갑자기 태도를 바꿔 “언론사 지분매각(정수장학회의 MBC·부산일보 주식)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는 데도 이에 대한 지적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오늘자(23일) 정수장학회 파문을 신문들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한번 보시죠.

조중동, 공동편집회의 한 듯 제목까지 엇비슷하게 보도

먼저 조중동을 제외한 신문들이 보도한 정수장학회 관련 기사들입니다.

<정수장학회, 박정희 미화사업 해왔다> (경향신문 1면)
: 2-3-4면에 ‘정수장학회 논란’ 집중 배치

 

   
 

<“거부한다고 해결될 일 아니다” 박, 최필립 사퇴 직접 촉구> (국민일보 1면)
: 4-5면에 관련기사 배치 / 박근혜 독불장군식 결정 비판

 

<박 ‘정수 오발탄’ … 대선 중반 판세 뒤흔든다> (서울신문 1면)
: 관련기사 3면에 배치

<박 회견내용 핵심 참모조차 몰라 … ‘독단·불통’ 다시 도마 위> (세계일보 4면)

<박근혜 하룻만에 … “언론사 지분매각 의혹 밝혀야> (한겨레 1면)
: 관련기사 3-4면에 배치 / 사설에서 박근혜 후보 비판

 

   
 

<‘정수장학회 박 회견’ 여도 비판론> (한국일보 1면)
: 관련기사 3-4면에 배치

 

언론사마다 지면배치나 논조가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박근혜 후보의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을 비판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독단과 불통을 질타하는 지면배치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오늘자(23일) 조중동은 마치 공동 편집회의라도 한 듯이 판박이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1면에서 관련 기사가 없는 것도 거의 똑같고, 기사배치와 제목까지 엇비슷합니다. 더 이상 정수장학회 논란이 확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나 할까요. 한번 보시죠.

<박 “최필립 사퇴 거부로 해결될 일 아니다”> (동아일보 4면)
<박근혜 “사퇴 거부한다고 해결될 일 아니다”> (조선일보 4면)
<박근혜 “사퇴 거부로 해결될 일 아니다” … 최필립 압박> (중앙일보 5면)

오늘자(23일) 조중동의 지면이 흥미로운 건 어제(22일)와는 너무 다른 논조 때문입니다. <박측, 최필립 1주일 설득 실패 … 발빼려다 더 꼬였다>(조선일보 10월22일자 3면) <박 후보 참석한 당 공식회의에서 장학회 문제 결판내라>(조선일보 10월22일자 사설) <과거사 지탄, 사과는 없었다>(중앙일보 10월22일자 1면) <박근혜의 정수장학회 설명 논란만 키웠다>(중앙일보 10월22일자 사설) 등 하루 전만 해도 박 후보에게 ‘날선 비판’을 가했던 조선과 중앙일보가 오늘은 갑자기 엉뚱한 소릴 합니다.

하루 간격에 지면배치가 극과 극인 조선과 중앙 … “달라도 너~~~무 달라”

정수장학회 파문으로 대선 정국이 계속 요동치면 새누리당의 대선 승리가 힘들겠다고 판단을 한 모양인지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회의에서 청와대 문건 목록을 없애기로 지시했다’는 내용을 1면에 올렸습니다. 또 중앙일보는 쌀쌀해진 날씨 관련 사진과 함께 ‘일하다 그만둔 전업주부가 다치거나 숨지면 연금이 0’이라는 기사를 톱기사로 배치합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 마디 덧붙이면 중앙일보가 보도한 1면 톱기사가 의미 없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대다수 신문들이 1면에 기사를 배치할 만큼 정수장학회 문제가 여전히 핫이슈임에도 오늘자(23일) 조선과 중앙은 이를 외면하는 듯한 지면배치를 보였고, 저는 여기에 의문점을 찍고 있는 겁니다. 또 그런 지면배치의 배경에 ‘박근혜 정수장학회 파문’을 다른 의제로 돌리려는 의도가 있지 않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과 어제만 해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을 비판했던 이들 신문이 이렇듯 하루 간격으로 갑작스럽게 ‘지면전환’에 나선 이유를 선뜻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 이런 느낌입니다. ‘우리가 이 정도 비판하면 박 후보가 태도 변화를 보일 줄 알았는데’ 별다른 태도변화가 없으니까 포기하고(?) 대중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작전에 돌입했다고 할까.

아무튼 조선·중앙일보의 ‘박근혜 쿠데타’는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된 것 같습니다.

조선·중앙 따라하다 ‘머쓱해진’ 동아일보

사실 오늘(23일) 조중동 가운데 가장 ‘머쓱해진’ 신문은 동아일보입니다. 어제(22일) 다른 신문들과 달리 1면에서 “박(근혜)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내내 야당의 공세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정수장학회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와 같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친박 기사’를 선보인 동아일보가 오늘은 조금 다른 태도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어제(22일) 9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중에서 유일하게 사설을 게재하지 않았다는 점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조선·중앙일보마저 어제(22일) 지면과 사설에서 박 후보를 강하게 질타하는 것을 보고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아무튼 동아일보는 오늘자(23일) 지면에서 갑자기(!) <인혁당과 정수장학회, 박 후보 법인식의 ‘방황’>이라는 사설을 게재합니다.

 

   
 

“정수장학회 문제는 형식적인 법 논리만으로 따질 일은 아니다. 5·16 군사정권이 부산의 사업가 김지태 씨의 부일장학회를 사실상 빼앗다시피 해 만든 정수장학회의 탄생배경이나 측근인 최필립 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박 후보와 결코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 박 후보가 기왕에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정적 유산을 털고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정수장학회 문제도 협소한 법적 논리를 넘어서 현실적 판단을 해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 -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왠지 공허하게 울리는 것 같습니다. 어제(22일)는 ‘친박스러운 기사’를 내보내고 오늘자(23일) 사설에선 박근혜를 비판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이중적인 태도를 보일 거라면 조선·중앙일보처럼 ‘치고 빠지는’ 방식이 조금 낫지 않을까 싶네요. ‘타이밍’ 놓친 언론의 비판처럼 맥 빠지는 건 없기 때문입니다.

[기사제휴-사람사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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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수장학회'기자회견을 반박해주마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논란에 대해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어제 10월 22일 오후 3시, 박근혜 후보는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에서 정수장학회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다르게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에 관한 자신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주장을 펼쳐 '사회 환원' 등을 예상했던 많은 국민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와 다른 장학재단이고, 김지태가 부정부패자라 재산을 헌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유족 측에서 강압에 의해 강탈당했다고 주장하는 데 사실은 강압적이지 아니기 때문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함으로, 재산 헌납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어제 박근혜 후보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 이유는 일개 블로거조차 명백히 역사적 사실로 증명된 여러 가지 일들을 알고 있는데, 그런 사실을 그녀가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왜곡했던 진실을 하나씩 알려드리겠습니다.


■ 2012년에야 시행됐던 정수장학회 감사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가 공익재단이기 때문에 정부와 교육청의 관리 감독을 받기에 전혀 문제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운영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정수장학회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시 교육청의 감사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매년 교육청의 감사를 받지 않았던 것입니다. 또한 2005년 서울시 교육청은 박근혜 후보가 이사장으로 있던 1998~2005년 받은 보수 11억 3천만 원에 대해 장학사업이란 목적사업에 비추어 과다하다는 감사결과처분서를 냈고, 정수장학회는 주의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 부산일보가 부실기업?

박근혜 후보는 김지태의 재산 헌납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펼치기 위해 당시 부산일보는 당시 자본이 무려 980배나 잠식된 부실기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박정희가 강탈한 부산일보 주식은 총 2만주(발행주식 100%)로 액면가 10환(총20만 환)이었는데 당시 감정가로 1억9,285만6,49환으로 평가됐습니다. 자본이 980배 잠식당한 주식이라면 주식 감정가 자체가 나올 수가 없습니다.

■ 김지태가 4.19 부정부패자?

어제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후보는 김지태가 자유당 시절부터 부정부패에 연루된 인물이었음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역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김지태를 그렇게 매도할 수는 없습니다.

김지태는 3.15 마산시위 당시 부산MBC 라디오로 현장을 중계방송했습니다. 모든 언론이 침묵하고 있었을 당시 그가 직접 진두지휘한 라디오 방송은 부산MBC의 청취율을 높이는 동시에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부산일보는 3.16 부정선거 규탄 시위 참가 후에 실종되었다가 1960년 4월12일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마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당시 마산상고 김주열군의 참혹한 사진을 보도했습니다. 이 한 장의 사진으로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누구나 인정하는 바였습니다.

김지태의 부산일보가 4.19 혁명에 얼마나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박근혜 후보가 김지태를 왜 자꾸 부정부패자로 몰고 가려고 하는지 알 수 있지만, 제대로 역사를 알지 못하는 자들이라면 그저 박근혜의 거짓말을 그대로 믿을 것입니다.

■ 김지태가 친일파?

박근혜 후보의 기자 회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 인터넷과 보수우익 게시판과 새누리당 SNS 전문가들은 김지태를 친일파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우리는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 구창환 새누리당 소셜지원센터장이 올린 김지태 친일 주장 트윗. 출처: 구창환 트위터 화면 캡쳐,

 


우선 김지태가 동양척식주식회사에 근무했다는 사실 자체로 그를 친일파로 모는 것은 친일파가 도대체 어떤 자들인지조차 모르는 무지한 주장입니다. 김지태가 동양척식주식회사에서 어떤 대단한 권력을 행사한 사람도 아니고 부산상고 졸업 후에 말단 직원으로 부산지점에서 단 5년간 근무한 것이 전부입니다.

김지태가 동양척식 울산지사가 소유한 농지 2만 평을 분양받은 것이 특혜라는 주장도 있는데, 10년 분할 상환조건으로 받은 것과 은사금과 같은 명목으로 공짜로 엄청난 부를 소유한 친일파들과는 달리 봐야 합니다.

그가 조선지기(紙器) 회사를 설립하고 부산부동산주식회사,조선주철공업 등을 통해 돈을 번 것은 명백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친일파를 일본 강점기에 돈을 벌었던 사람을 모두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을 한 돈으로 일제에 충성하고 협력하고, 비행기를 헌납하는 등의 적극적인 친일행위를 했던 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 삼양그룹 김연수와 그의 국방헌금 헌납을 보도한1938년 11월27일자 동아일보 기사.

 


삼양그룹 창업자 김연수는 1938년 11월 경성방직 사장 시절, 경성군사후원연맹에 삼천원을 후원합니다. 그는 경성군사후원연맹이 결성될 때부터 총 2만 원가량을 국방헌금으로 내놓았던 인물입니다. 경성군사후원동맹은 말 그대로 일본의 전쟁에 군자금을 대는 것입니다.

김연수는 일본의 중국침략 직후부터 시작된 '성심 국방헌금'을 주도했고, 경성일보 등의 "조선의 학도들,빛나는 내일에 입대하라"는 글을 통해 조선인들의 학병 입대를 권유했습니다. 또한 전쟁기간 중 국민총력조선연맹','조선임전보국단','조선국민의용대' 등의 친일 단체에서 간부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이런 공로로 1935년 조선총독부가 편찬한 '조선공로자명감'에 경성방직 사장이라는 직함과 함께 수록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일본 강점기에 기업활동을 했다고 모두 친일파로 비난하지 않습니다. 기업활동을 통해 번 돈으로 일제에 협력하고, 같은 조선인을 일본에 넘겼던 행위를 친일 행위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친일파 후손들은 오로지 일본 강점기에 있던 모든 사람은 친일파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진짜 자신들의 친일 행위를 감추는 것입니다.

 


 

 


주철공장을 했던 자가 친일파라면 도대체 총을 들고 직접 일본군으로 복무하면서, 독립군을 잡으러 다녔던 박정희를 우리는 도대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김지태가 완벽한 사람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를 친일파라고 주장하려면 최소한 박정희의 혈서나 만주군 경력, 삼양그룹 김연수(삼양라면을 생산하는 삼양식품과 다른 회사입니다.) 처럼 국방헌금을 낸 경력 등을 제기하면서 그를 친일파라고 매도해야 할 것입니다.

친일파들은 생존을 위해 살았던 일본 강점기 사람들과 다릅니다. 그들은 철저히 부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친일을 했고, 이는 명백히 범죄행위입니다.

■ 5.16 장학회의 김지태 재산은 5.6%?

정수장학회가 장물로 만든 재단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박근혜와 이정현 공보단장은 다시 또 역사를 왜곡했습니다.

이 단장은 "연세대 스코필드 박사가 국가재건최고회의를 찾아와 인재육성에 써달라며 25만 환을 내놓았는데, 이것이 종잣돈이 돼 장학회 설립 결정이 내린 것이고, 그때부터 많은 해외교포와 국민성금이 답지했다, 김지태가 헌납한 규모는 전체 5.8%인 6천7000여만 원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스코필드 박사가 내놓은 성금은 25만 환이 아니라 정확히 372,500환이었다. 출처:국정원과거사위원회.

 


이런 주장은 당시 외부 장학금의 규모와 김지태의 재산을 비교하면 나올 수 없는 엉터리 주장입니다. 김지태가 뺏긴 부산일보,한국문화방송,부산문화방송 주식만 3억 4,875만960환이었습니다. 이 주식에 대한 감정평가는 조흥,국민,제일은행 등 3개 시중은행에서 실시한 자료입니다. 여기에 부일장학회 소유 토지만 무려 100,147평이었습니다.

박근혜 후보와 이정현 공보단장이 주장하는 외부 성금의 규모를 보면 삼성물산 이병철 회장의 1억환과 경제인 연합회장의 3,000만 환을 빼면 거의 미비합니다. 이런 재산 규모를 놓고 비교해보면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이 말한 5.6%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 줄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인간개조를 외쳤던 '5.16 장학회'

박근혜 후보는 '5.16 장학회'를 통해 불우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줬던 박정희의 뜻을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5.16 장학회' 설립을 지시한 박정희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1962년 6월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은 5.16쿠데타 직후 고원증 법무부 장관에게 "김지태 기부재산이 유출되고 있으니 장학회를 설립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무슨 대단한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김지태에게 뺏은 재산이 외부로 유출됨을 우려해서 장학회를 서둘러 설립한 것입니다.
 

 

▲1962년 7월11일자 동아일보 기사

 


5.16 장학회 설립 명령을 받은 고원증 상임이사는 5.16 장학회의 설립 목적을 '5.16 혁명을 계기로 국가재건과 인간개조의 혁명정신이 세대를 이어가며 청소년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 흐르는'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치 히틀러가 어린 소년,소녀들을 자신의 친위대로 만들었던 것처럼 인간개조의 혁명정신을 청소년들에게 주입시키기 위한 목적을 보면 5.16 장학회를 그 누가 올바른 장학재단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 정수장학회 연인원 3만8천명 VS 부일장학회 1만2,364명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가 마치 엄청난 큰일을 해낸 것처럼 말하면서 연인원 3만 8,000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는 정확히 검증이 필요한 것이 현재 상청회 회원이 3만 8천명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어떤 계산으로 연인원 3만8천명이 이 나왔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일장학회는 박정희에게 빼앗기기 전 4년간 총 1만2,346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는데, 당시 보통의 장학재단 규모의 열 배가 넘었다는 사실에 부일장학회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수장학회의 자산은 2005년 248억 원에서 2010년 273억 원으로 25억 원이 증가했는데, 이 증가한 자산은 부산일보가 매년 납부하는 8억원의 기부금에서 5억 원을 재단 자산으로 적립하고, 나머지 3억 원만 지급해서 생긴 결과입니다. 결국 정수장학회는 MBC가 내는 기부금과 부산일보 기부금으로만 장학금을 주고 그마저도 일부 기부금을 자산으로 빼돌리고 있는 재단이었을 뿐입니다.

■ 언론장악을 위해 운영됐던 '정수장학회'

정수장학회를 통해 박정희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았습니다. 철저하게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을 장악했고, 그 재산을 통해 자신의 사유 재산화를 노렸던 것입니다. 정수장학회가 어떻게 언론을 장악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 정수재단 정관 관련 국회 공방 1988년 7월21일 동아일보 기사.

 


1988년 정한모 문공부 장관은 "재단법인 정수장학회의 설립 목적이 장학금지급연구비 등이라며 신문사 경영은 설립목적으로 명기돼있지 않다"고 답변했다가 하루만에 "정수장학회 설립 목적 제2항은 1항(장학금지급등)을 위한 수익사업으로 방송신문업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번복했습니다.

이런 정수장학회의 정관에 따라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에 깊숙이 관여했고, 부산일보가 '정수장학회를 말한다'라는 특집기사를 보도하려고 하자, 사측이 아예 기사를 막앗습니다. 또한 '정수재단 사회 환원 요구'기사를 1면에 게재한 이정호 편집국장을 대기 발령했다가 2012년 10월 19일 해고했습니다.

삼양그룹의 친일이 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동아일보 김성수 때문입니다. 김연수의 친형이었던 김성수가 언론을 장악함으로 그의 친일 행위는 보도자체가 되지 않았고, 이는 아직도 사람들이 김성수와 김연수 두 형제의 (김성수는 큰 아버지 김기중의 양자로 갔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사촌형) 친일 전력을 교묘하게 감출 수 있는 배경이 됐습니다.

이처럼 언론을 누가 어떻게 장악하느냐에 따라 진실이 감춰지게 됩니다. 그리고 역사적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도 없이 그저 조작된 언론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진실처럼 보이는 어마어마한 오류가 발생하게 됩니다.
 

 

 


2005년 박근혜 후보가 이사장을 그만둔 후 최필립 현 이사장은 부산일보 노조위원장과 면담 자리에서 본인 입으로 "박 대표가 장학회를 좀 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했습니다. 공익재단이 박근혜의 말 한마디에 이사가 바뀌고 이사장이 임명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 감사가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정수장학회는 자산이 257억이나 되는 거대 공익법인이었지만 교육청 직원 3명,외부 회계사 1명이 단 3일간 조사하고 끝이 났습니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정수장학회의 MBC 주식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모두 불발로 끝났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왜 새누리당과 보수우익, 그리고 친일파와 독재자의 유산을 물려받은 자들은 인정하지 않고 있을까요? 강탈이 아니라고 해놓고, 잘못 말했다고 기자회견장을 폭소로 만든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어떻게 정수장학회에 대한 올바른 기자회견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권언유착'이라는 말로 저는 정수장학회의 문제의 핵심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권력이 사유재산을 강탈하여 언론을 지배하고 자신의 후손들에게 그 지배구조와 유산을 배분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사는 한, 이 세상은 권력과 언론을 지배한 자들의 거짓말이 진실로 둔갑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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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의 자주화투쟁과 21세기 미국의 세계침략정책

 

 

 

차베스의 승리와 심상찮은 제3세계 반미운동
 
[제3세계 눈으로본 서구열강](15) 제3세계의 자주화투쟁과 21세기 미국의 세계침략정책
 
유태영 박사
기사입력: 2012/10/22 [09:04] 최종편집: ⓒ 자주민보
 
 

중남미 반미자주독립국가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 지난 10월 7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4선에 성공하여 2019년까지 6년 더 연임하게 됐다. 베네수엘라의 역사를 생각해 보자. 1500년대에 베네수엘라는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 서구 열강들의 침략을 받기 시작하여 400년 동안 농산물과 금광석 등 막대한 자원을 착취당했으며 침략자들은 원주민들을 살해하여 거의 전멸시켰다.

베네수엘라는 400년 동안 제국주의 침략자들과의 투쟁 끝에 식민지통치를 끝장내고 1800년대말과 1900년대초에 들어서서 드디어 베네수엘라는 미제국주의자들을 물리치고 최초로 자주독립을 쟁취했던 것이다. 베네수엘라 민중의 투쟁의 승리로 인하여 키프리아노 카스트로가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베네수엘라는 반제반미 자주독립 투쟁을 승리하여 처음으로 자주독립의 역사를 성취했다.

하지만 그 후로부터 베네수엘라는 또 다시 100여 년 동안 외세에 시달림을 받았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령이 1992년에 반미 쿠데타를 시도했으나 실패하여 2년간의 감옥생활을 했다. 차베스는 1997년 ‘제5공화국운동’이라는 정당을 창당하여 대선에 출마하였으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2006년에 차베스는 75%의 유권자들이 참여한 선거에서 63%의 높은 지지율로 재선됐으며 2012년 10월 7일에는 54.42%의 득표(경쟁후보 44.47%)로 4선에 또 다시 당당히 성공하여 2019년까지 6년간 연임하게 됐다.

베네수엘라의 자주화 과정은 미국이 주장하는 이원론적 이데올로기 체제가 절대로 아니다. 베네수엘라의 자주화 과정과 그 결과는 순전히 베네수엘라의 선조들이 서방의 침략자들에 대항하여 반서방 투쟁을 수백년 동안 어떻게 전개했던가를 토대로 삼고 있으며 선조들이 자기 해방을 위해 투쟁한 역사적 실마리를 찾아서 자주화투쟁을 전개한 순수한 역사적 발자취를 따르는데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주화투쟁의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오늘의 순수한 베네수엘라 민중의 투쟁의 과정에 대하여 미국은 베네수엘라 민중의 자주화투쟁을 ‘좌경’, ‘공산주의’, ‘독재정권’이라고 하는 이데올로기로 규정하여 강대국의 모략적인 패권을 마구 남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자주화투쟁의 승리가 제3세계에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제3세계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강대국의 침략과 죽음의 논리를 완강히 거부하여 자주와 민족해방의 새로운 역사를 스스로 개척해 나아가야할 것을 분명히 제시해 주고 있다. 제3세계의 민족해방운동은 정치적 독립을 기초로 하여 경제, 사회, 문화적 분야에 있어서 민족해방과 구조적인 평등한 사회를 성취하기 위한 운동이다. 제3세계의 투쟁과정은 민중이 역사의 주체가 되는 민중, 민족해방의 과정인 동시에 또한 인간해방의 과정이 되기도 하다. 이러한 인간해방의 논리는 평등주의, 평화주의, 주체의식, 나눔의 공동체를 이룩하여 총체적으로 제국주의를 배격하는 새로운 민중들의 시대를 여는 자주화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제3세계의 자주화 과정은 어디까지나 결사적 투쟁에 의하여 구축되고 성취하는 것이다. 미제국주의자들이 제3세계에게 호의를 베풀어 제공해 줌으로서 자주화가 가능한 것이 절대로 아니다. 사실에 있어서 미제국주의자들은 제3세계가 쟁취한 자주화에 대하여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관찰하여 공산주의국가를 건설하고 있다고 무조건 단정하고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미제국주의자들은 제3세계의 민족해방운동이 민중의 승리로 어렵게 쟁취한 인간해방의 논리를 악의적으로 이데올로기의 논리로 둔갑시켜 양자대립의 세계적 이념투쟁의 구조를 조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미제국주의자들의 악의적 흉계는 제3세계의 순수한 민족해방과 자주화 운동을 흑백논리로 규정하고 선과 악의 대립과 공산주의자들의 운동이라고 악선전을 하고 있다.

제3세계의 민족해방 자주화 과정은 절대로 이원론적으로 대립하는 이념투쟁의 문제가 아니다. 제3세계의 자주화투쟁은 역사적으로 수백년 동안 계속한 선조들의 자주화투쟁이 어떻했는가를 인식하고 선조들의 자주화투쟁의 유산을 토대로 삼으면서 21세기의 자주화투쟁을 전개하고 있을 뿐이다.

오늘 제3세계의 모든 자주화 과정과 진로는 선조들이 개척한 민족해방 투쟁의 전통적인 토대와 그 진로를 기본으로 삼고 자주화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 제국주의, 식민주의, 패권주의, 관료주의, 침략적 폭정, 살인적인 과학기술, 정치적 매수, 교조적인 종교의 위선 등 미국의 죄악에 대하여 제3세계의 선조들이 어떻게 싸우고 극복하여 해방과 평화로운 세계를 구축하였던가 하는 것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21세기 제3세계 자주화 운동의 중요한 과제이다.

1. 제3세계에 대한 1950년대 이후 미국 침략정책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의 모든 나라들이 제국주의 식민지통치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할 것을 세계 인민들에게 호소하는 국제적 연대가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1950년대의 국제적 연대는 아시아지역 관계회의(1948년 3월)를 선두로 하여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서 해방운동의 토대를 세계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제3세계 해방운동에 대한 미국의 기본적인 침략정책은 미국의 이익과 미국의 세계지배와 패권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주화운동을 미국의 적으로 규정하면서 반식민투쟁을 저지하고 제3세계를 미국의 이념체제 아래 묶어두려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었다.

미국은 미국과 동일한 이념체제의 서방국가들인 서독, 프랑스, 영국, 캐나다와 일본 등 여러 서방 나라들과 동맹체제를 구축하였다. 그리고 미국은 제3세계에 대하여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세 가지 정책을 활용했다. 첫째는 제3세계 국가들을 선별적으로 미국의 종속국가로 유인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민주화의 명목으로 반정부 쿠데타를 일으켜 친미정권을 수립한다. 셋째는 봉쇄정책과 무조건적인 착취와 탈취를 강행하는 억압 정책이다.

미국의 제3세계에 대한 기본적 전략은 그 나라의 권위주의 정권을 고무하고 원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만일 그 나라에서 민중세력이 등장할 경우 보수대연합을 지원하고 강화하여 민중세력을 약화시키고 재편성하도록 하여 흡수시킨다.

미국이 쿠데타로 세운 친미군사정권을 끝까지 유지하려 하다가 민중세력의 반대로 인하여 위험하게 보이면 그 때 미국은 재빠르게 문민정부를 명목으로 하여 친미적인 민간정부를 세운다. 이와 같은 미국의 침략정책은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 전매특허식으로 1950년대 이후 줄곧 진행했다.

미국의 침략정책은 제3세계에 대하여 경제협력, 군부원조, 정보교환 공작 등을 포함하여 총체적 대중전략 (Total Grassroots Strategy)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제3세계에서 민중의 반미세력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친미적 성격의 정치, 사회, 문화를 구축하려는 저강도 전략(Low Intensity Strategy)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제3세계의 평화운동은 ‘제3세계 죽임의 무기’를 무진장 구축해 놓고 온갖 전략적 계획을 확대시키는 것을 뜻한다. 1980년대의 미국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연간 5,500억 달러가 군사비로 소모됐다. 하루에 20억 달러, 한 시간에 6,000만 달러, 1분에 100만 달러가 미국의 침략 군사비로 소모됐다.

미국의 군사비는 제3세계를 살리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와는 정반대로 제3세계에 대한 살해의 길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제3세계를 위협하기 위하여 핵무기를 소유할 뿐만 아니라 핵무기 전략기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그 기지를 지킬 수 있는 미국의 대리정부인 군사독재정권을 세워 놓고 있다. 핵무기로 무장한 미국은 제3세계에게 흑백논리를 강요하여 친미우방은 선한 나라이며 반대로 민중이 지배하는 나라들은 악한 나라라는 선악의 이원론을 가르침으로써 동서냉전 시대를 조성하고 있었다.

1950년대 이후 미국의 제3세계 정책은 불안정한 민주정권보다는 안전한 독재정권을 더욱 선호하는 국제적 체제를 주로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저개발국가에게 적응시킴으로써 급진적인 혁명운동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었다.

미국은 제3세계에서 급진적인 혁명운동을 사전에 방지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선제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 예로 1960년대 이래로 미국은 라틴아메리카에서 18개국 이상의 민중이 세운 민주정권들을 미국이 지원하는 군사쿠데타를 일으켜서 전복시켰다. 이러한 미국의 제3세계에 대한 개입정책은 라틴아메리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나 미국의 안전을 위하여 전개되고 있었다. 1950년대 이후 제3세계에 대한 미국의 개입정책을 수행하는 방법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ㄱ. CIA 공작은 막대한 달러를 투자하여 정권의 고하를 막론하고 지방행정기구에 이르기 까지 매수작전을 하여 친미적 독재정권을 지원해 준다.
ㄴ. 미국의 대기업체들이 그 나라의 경제적 구조를 완전히 장악하여 정권의 정책과 민중의 삶을 지배하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제한하고 봉쇄한다.
ㄴ. 언론의 자유를 완전히 봉쇄한다. 라틴아메리카 브라질의 예를 들어 말하면 전국에 80개의 방송프로그램을 독점하여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미리 제작하여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그리고 신문 보도와 선전 팜플렛을 통하여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민심을 조정한다.
ㄷ. 라틴아메리카에서 종교를 이용한 CIA 공작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특히 카톨릭 신부들과 수녀들까지 이용하여 풀뿌리 민심을 친미와 군사정부를 지지하도록 반공주의를 주입시키고 있었다.

1950- 2000년에 이르는 미국의 3세계에 대한 침략정책에 대한 세부적 기록은 지면상 제약으로 이것으로 마친다. 다만 결론을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미국의 정치, 군사, 경제의 안보를 위하여 라틴아메리카를 비롯하여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오직 미국의 주도권 하에서 이념적인 정치적 안정을 유지한다. 둘째 제3세계에서 미국이 구축한 친미적 국가에 공산주의적 반미정권의 등장을 원천 봉쇄하여 반정부 게릴라 세력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낸다. 셋째 미국의 전세계적인 시장의 확대와 원자재 공급의 안전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어느 때나 군사적 개입을 추진한다.

2. 제3세계 자주화투쟁과 21세기 미국의 침략정책

21세기에 있어서 제3세계를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봉사하는 하부조직으로만 생각하는 미국의 침략정책은 옛날에나 21세기에 있어서나 조금도 변함이 없다. 21세기 미국의 세계전략은 미국에 대한 일체의 경쟁과 도전을 허용하지 않는 정책이며, 그 추진 방식은 핵무장을 강화하는 정책이다. 미국의 이러한 정책으로 인하여 핵억제력을 갖추지 못한 제3세계 군소국가들은 국가의 주권과 생존이 중대한 위협에 봉착해 있다. 그리고 미국의 침략정책에 순순히 복종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하고, 고립 압박, 봉쇄 포위, 공격과 점령, 정권 교체 등으로 21세기형 식민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9.11사태 이후에 이른바 ‘국가안보전략’을 제정했다. 2002년 9월에 미국이 공개한 이 ‘국가안보전략’에 의거하여 미국은 선제공격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선제공격한 것은 바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에 의거하여 21세기형 식민지 침략정책을 실현한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므로 미국의 이라크침공은 침략정책이라고 하는 미국의 국가정책의 핵심이라고 하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

미국의 21세기 국가안보전략의 근원적인 뿌리는 미국독립역사에서부터 찾아야 마땅하다. 미국의 독립전쟁을 자유의 쟁취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에 있어서 미국이 영국의 제국주의 통치체제에서부터 이탈하여 미국의 독자적인 경로를 통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제국주의적 국가를 1760년대에 아메리카 대륙에 건설한 역사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은 역사적 인식이다.

미국의 독립을 설계한 토머스 제퍼슨은 건국 초창기부터 ‘자유의 제국(Empire of Liberty)’이라고 하는 침략적 정책이 내포되어 있는 선언문을 작성했다. 이것을 증명하는 역사적 사건이 바로 미국의 백인들이 아메리카 토착민에 대한 대량 학살행위였다. 그런데 말이 대량이지 사실은 거의 전멸학살이었다. 그러므로 미국의 국가 창건의 기원은 문자 그대로 피로 물든 역사이다.

그리고 미국은 백인우월주의(white supremacy)와 근본주의 기독교 논리에 따라서 선택받은 나라라고 주장을 하면서 끝을 모르는 침략의 야욕으로 경계선을 확정하여 팽창주의적 미국이라는 나라를 창건했던 것이다. 그 후의 미국의 침략에 대한 기록은 지면상 제약으로 여기서 마친다.

21세기에 들어서서 미국의 지배체제에 대항하는 제3세계로부터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그 한 예가 미국의 이라크침공의 논리가 거짓인 것이 드러남으로써 미국의 국가안보 전략의 정당성이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라크전쟁의 과정에서 미국이 저지른 거짓과 악행에 대하여 중동의 아랍권을 비롯하여 전세계적으로 제3세계의 반격과 저항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퇴진한 이유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베트남전쟁 증후군과 동시에 또한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침략전쟁에 대하여 미국 내부에서 대중의 신뢰를 상실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유럽의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미국의 여전한 침략정책에 대한 반감이보다 깊어지고 있다.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지배점령정책에 대한 저항이 이란을 비롯하여 널리 확산되고 있다. 제3세계를 미국의 통치기준에 맞추어 지배하려고 하는 미국의 오만한 전략은 오히려 전세계적으로 거꾸로 반미 투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미국의 침략정책에 대한 제3세계의 저항의 힘이 아직은 충분하지 못하다고 미국은 오판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3세계의 반제반미 저항세력의 무한함은 제3세계의 잠재력의 문을 세계적으로 보다 크게 활짝 열어 놓고 있다.

3. 미국이 돌이키지 않으면 제3세계 심상치않다

제3세계의 국제기구인 상하이협력기구(SCO)는 2001년 7월 14일에 창설되었는데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즈스탄 그리고 타지키스탄 등 6개국을 정회원국들로 두고 있다. 그리고 준회원국으로 인도, 이란, 몽골, 파키스탄 등 4개국들이 있다. 그 다음에 SCO의 협력 파트너국으로 벨라루스, 스리랑카, 아프가니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이 있으며 그외에도 독립국가연합과 동남아시아연합도 초청국가들로서 연합된 국제적 기구이다.

SCO는 도대체 무엇하는 국제적 기구인가? SCO 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서방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맞서는 위상을 갖는 또 하나의 국제기구이다. 이 SCO 정상회의에 이란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아프카니스탄의 대통령 등이 반드시 참석한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세계적으로 중요한 뉴스거리가 된다. 이란과 미국은 서로 사활을 걸고 대립과 대치를 하고 있는 나라이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패배를 인정하고 2014년까지 물러날 것을 선언하고 있다.

SCO는 미국의 아시아 침략의 야욕을 약화시키고 있는 구체적인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중국의 후진타오가 SCO에게 100억 달러를 지원해 주고 있다는 사실과 그리고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 G8정상회의에는 불참하고 중국방문을 선택했다고 하는 사실은 SCO의 중요성을 잘 설명해 주고 있는 명확하고 강력한 대미공세인 것을 잘 말해 주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의 나라들에게 정치적으로 정직하지 않으면 이제는 국제적 관계에서 절대로 설 자리가 없다. 미국의 악마적인 CIA의 국제적인 공작과 공화당 네오콘의 제국주의적인 술수가 제3세계를 앵무새와 원숭이로 길들여놓고 마음대로 지배해 왔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서 미국은 제3세계를 더 이상 속일 수 없다. 이제는 제3세계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19-20세기에 있어서 지구촌에 살고 있는 제3세계를 미국이 서구문명과 기독교의 전통으로 뒤덮는 산업화의 이름으로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를 식민지로 만들어 놓고 마음대로 지배했다. 미국은 지구촌을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붙이는데 있어서 선봉에 달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미국은 과학적인 기술을 통하여 인류의 평화와 지구촌의 생태문제를 해결하는데 대하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1969년에 미국은 인간 역사상 최초로 인간을 태운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발사하여 달에 착륙시키는데 성공했다. 1969년은 인간 역사에 있어서 미국은 최대와 최고의 과학 문명의 절정에 도달하는 것을 전세계에 과시하는 1969년 이었다.

하지만 1969년은 미국에게 또 어떠한 해였을까? 1969년에 미국 뉴욕주의 한 작은 시골마을에서 ‘우드스탁 페스티벌 1969’를 8월 15일 부터 3일간 개최했는데 50만명이 모여서 세계적인 반전시위를 전개한 유명한 해이기도 했다. 우드스탁이라고 하는 이 작은 마을에서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큰 평원을 꽉 메운 50만명이 미국 전역에서 운집하여 ‘우드스탁 페스티벌 1969’을 개최했는데 이 모임의 주된 목적은 월남전 반대와 혼탁해진 자본주의 체제의 부패 그리고 미국의 인종주의적 불공정한 사회제도에 대한 시대적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미국의 새시대를 향한 역사적 청년문화 창건을 위함이었으며 이에 대한 커다란 이정표를 세우는 행사였다. ‘우드스탁 페스티벌 1969’의 뜻과 교훈은 미국 사회의 저변에 존재하고 있는 대량 소비문화, 물질주의, 종교적 위선의 도덕주의, 약소국가들에 대한 침략정책으로 인하여 미국이 오만에 빠진데 대하여 젊은 지성인들이 항의하는 대표적인 반전평화운동이었다.

미국은 제3세계의 혼란을 이유삼아 혼란에 빠진 제3세계의 정권을 도와준다는 명목 하에서 미국이 직접 혹은 간접으로 그 나라의 내정간섭을 정정당당하게 착수 하면서 친미정권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미국 CIA의 공작 정략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과 동남아시아 제3세계에 속하는 100여개의 나라들에서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제3세계 나라들에 침투하여 공작하고 있는 CIA 비밀 요원들의 수는 대략 2000명 정도라고 추산한다.

하지만 미국의 제3세계에 대한 침투 공작은 절대적 만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만일에 미국이 옛 로마가 멸망한 것처럼 패망하는 운명을 자초하지 않으려면 이미 무력으로 과시하고 있는 강대국의 오만을 하루 속히 버리고 평화를 추구하는 선량한 나라로 변신해야 한다. 한국 속담에 끝이 좋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역사란 시작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끝에 의미가 있는 것이며 과거와 현재와의 연결과 대화가 정당 해야만 역사는 값있는 인류의 소산이 될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서서 미국의 제3세계에 대한 CIA 침투공작과 침략정책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미국의 변함없는 침략정책에 대하여 제3세계의 대응은 단호하고 결정적이며 심상치 않다. 미국의 공작 침략행위에 대한 제3세계의 대응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ㄱ. “아랍의 봄”이라고 하는 전 세계로부터 이목의 집중을 받고 있는 반미 시위가 2010년 이래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산불처럼 일어났다. 알제리, 바레인, 이집트, 이란, 요르단, 리비아, 모로코, 튀니지, 예맨 등 중동지역 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반제반미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아랍의 봄”이라는 명칭 외에도 중동과 북아프리의 반미운동에 대하여 “중동의 겨울” 또는 “아랍의 자각” “아랍인들의 반란” 등 여러 명칭으로 아랍세계의 반제반미 운동을 부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하여 서방의 언론들은 혁명적인 아랍의 봄에 대한 봄소식을 제대로 전하지 않고 위선적으로 축소와 왜곡보도만을 일삼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과 서방 언론의 병든 왜곡보도에 대하여 미국의 유명한 석학 노암 촘스키는 논평하여 말하기를 봄이 오면 꽃이 피는 것을 언론이 막을 수 없다라고 논평했다.

특히 튀니지와 리비아 그리고 이집트에서 발생한 대중적 반미 반독재 투쟁은 분명히 장기적인 미국의 패권에 대하여 파열구를 낸 민중의 승리를 보여 주었다. 미국의 오래된 침략에 대항하여 아랍국가들이 미국에 덤벼드는 항쟁이었다.

ㄴ. 인도에 대한 미국의 전략이 실패하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인도를 미국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하여 인도를 21세기의 강국이 되도록 돕는 것이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라고 주장하면서 “인도 키우기”를 선언했다. 미국은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인도를 이용하려는 포섭정책이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취임 후 제일 첫 번째 미국의 국빈으로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를 백악관에 초청하여 인도와 차원 높은 협력을 다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인도와의 관계는 21세기에 가장 결정적인 파트너십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이 “인도 키우기”를 주장했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인도 달래기”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미국이 그 후에 중국과 정상회담에서 발표하기를 완전히 이율배반적인 성명을 발표했는데, “미국과 중국은 남아시아의 평화를 위하여 함께 노력하는데 있어서 중국은 미국의 유일한 파트너이다”라고 했다. 미국은 남아시아에서 인도를 완전히 제외시킨 성명을 발표했던 것이다.

미국에 대하여 인도는 즉각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인도는 미국의 들러리 노릇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또 “전략적 동반자”라는 말장난도 허구인 것을 절실히 느끼면서 인도는 미국과 동반자 관계를 폐기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2014년에 실시되는 인도의 총선에서 친미정권이 집권하도록 하기 위하여 인도 내부에 침투하여 인도의 중앙정부와 주정부 사이를 이간시키는 공작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CIA는 인도의 선거에 틀림없이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와 중국은 2007년과 2008년에 두 번 합동군사훈련을 했는데 미국의 반대로 중단됐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2012년 9월 4일 중국의 량광례가 인도를 방문하여 인도와 중국의 합동군사훈련을 또 다시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ㄷ. 미국에 맞서는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이 심상치 않다.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중남미와 라틴아메라카의 여러 국가들이 이제는 미국에 대항하여 제각기 서슴없이 반제반미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19-20세기까지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그동안 미국이 뒷마당 국가들에게 저지른 죄악적 침략과 착취 행위는 드디어 역사적 심판에 직면하고 있다. 어쨌든 남미는 미국의 달러 횡포에 너무 시달려서 이제는 중남미 “공동통화”를 도입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미국의 자유무역지대(FTAA)에 맞서 라틴아메리카에 볼리바르동맹(ALBA)이 창설되어 23개 국가들이 가입하고 있는 것이 오늘 라틴아메리카의 실정이다.

민족주권과 민중주권을 분리시키지 않고 동일시하는 자유해방운동이 남미의 여러 나라에서 정치적 화두가 되고 있다. 미국이 남미에 자유무역지대(FTAA)를 창설하여 남미를 미국이 신탁통치하려 하고 있다. 이것을 분명히 인식한 오늘의 남미의 민중들은 미국에 결사적으로 반제반미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ㄹ. “아프리카의 눈물”이라는 시사교양용 다큐멘터리영화가 있다. 지구의 눈물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써 아프리카의 빈곤과 기근 그리고 문화의 후진성으로 인한 비참한 원시적인 삶의 모습을 흥미로운 흥행거리로 보여주고 있는 영화가 바로 “아프리카의 눈물”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프리카의 눈물”이라는 영화는 백인들의 관점에서 흥미로운 오락영화일 뿐이다. 이 ”아프리카의 눈물”이라는 영화는 진정으로 아프리카 검은 대륙의 흑인들의 역사적인 눈물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영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모욕이 되는 작품이 되고 있다. 백인들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노예무역을 419년 동안 했는데 956만 6,100명이 넘는 많은 흑인들을 노루 사냥하듯 붙잡아 미국 등으로 팔아 넘겼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에 54개국이 명목상 독립국으로 UN의 회원국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 54개 국가들의 연간 GDP를 모두 다 합한 총액이 6천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 6천억 달러는 코리아반도 남녘 한국의 연간 GDP 6천억 달러와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아프리카 대륙에 “아프리카연합(AU)”이 창설되어 반제반미투쟁을 반세기 동안 줄기차게 계속하고 있다. 오늘 북아프리카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반미항쟁으로 인하여 미국은 아프리카 정책에 있어서 큰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미국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홍수처럼 또 산불처럼 꺼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반미항쟁에 대하여 매우 뼈아프게 느끼고 있다. 지금 아프리카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반미항쟁에 대하여 미국은 제대로 대처하는 곳이 하나도 없으므로 대아프리카 정책에 있어서 총체적 파국에 봉착해 있다.

미국이 그래도 버티고 있는 유일한 곳은 UN이다. 아프리카 지역에 54개 국가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주하는 아프리카 대표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래서 남아공의 제이콥 주마 대통령이 안전보장이사회에 아프리카 대표로 한 명의 자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은 아프리카 나라들의 수없이 많은 요청들을 UN의 테이블 아래로 묵살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미국의 아프리카 위기관리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아프리카연합(AU)은 어두운 땅에서 “화려한 대륙의 미래”를 꿈꿨던 마틴 루터 킹 목사처럼 단지 갈망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아프리카를 백인의 눈으로 보지 말아야 하며 또 아프리카에 대하여 말을 할 때 백인들의 입으로 말하지 말고 아프리카인들이 스스로 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ㅁ. 끝으로 미국의 침략주의에 대하여 제3세계의 대응이 심상치 않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말인가? 이것은 제3세계 반미국가들이 장거리미사일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말이다.

러시아는 미국에게 미사일 협정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오만방자하게 러시아의 요청을 무시하고 유럽에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단독 구축했다. 러시아도 미국에 맞대항하여 서유럽을 향해 미사일 전진배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찌하여 강대국들만 미사일을 소유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러시아는 미국과 맞대응을 하기위하여 미사일을 소유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또 그 외에 제3세계의 군사강국이 미사일과 핵무기를 소유하는데 대하여 손을 잡고 미국에 대항하면서 제3세계를 위한 평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정면으로 미사일과 핵무기 대결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히 여기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중국과 인도 그리고 북조선(북한)과 손을 잡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인도와 함께 합동군사훈련을 논한다는 최근의 뉴스도 있다. 러시아는 제3세계와 손잡는 넓은 정책을 명백히 과시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인도의 3자 연대는 아시아와 세계평화의 핵심이 된다.

미국은 제3세계 국가들이 이란을 비롯하여 속속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대하여 공포증에 걸린 환자가 되고 있다. 게다가 북조선이 2010년 5월에 핵융합반응에 성공했다고 발표함으로써 미국은 대북조선 정책에 있어서 진퇴양난의 곤경에 빠져있다. 북조선이 핵무기를 소유하고 있으며 또 장거리 미사일발사를 한다고 해도 미국은 북조선에 대하여 저지른 과거의 죄과로 인하여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미국의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외교안보정책의 원리와 세계전략의 핵심은 부시의 외교정책의 실패로 인하여 폐기될 수밖에 없게 됐다. 오바마 정권은 중국과 북조선의 핵무기의 부상으로 인하여 변화된 아시아의 상황에 대처하여 지금까지의 부시의 일방주의적 형태를 버리고 제3세계와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글을 맺으며

2012년 10월 19일 국제 뉴스에 의하면 미국의 CIA가 지원하는 시라아의 반군이 시리아 정부군과 전투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웃 나라 터키도 역시 미국에 동조하여 시리아 국경에서 시리아 정권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시리아 정부에 대하여 공격적인 발언을 마구 퍼붓고 있으면서 시리아가 미국에 항복할 것을 강요했다. 또 UN은 코리아반도의 남녘 한국을 유엔안보리에 진출시켰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오늘의 모든 국제 뉴스들은 무엇을 말해 주고 있는가? “뼛속까지 친미”라고 하는 이명박의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미국의 안보정책이 MB의 안전을 끝까지 보장해 줄 것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 미국 CIA의 역할이 박근혜의 대통령 출마에 대하여 미국의 지원을 위하여 어떤 모양으로 가능할 것인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 재선의 당락을 좌우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영원한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어떤 손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손이 분명히 한국의 대통령선거에 대하여도 어떤 형태를 통하여 작용할 것이다. 미국의 비밀의 손이 한국의 3인의 후보에 대하여 결정적인 관계와 감시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고 확실하다.

김상일 전 한신대 교수가 지적한 바대로 5.16, 유신, 인혁당사건 등으로 중범죄자인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한국의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사실 자체가 미국의 관여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또 정기열 박사가 통일뉴스에 기고하여 밝힌 바대로 MB의 연속인 “이명박근혜”로 이어지는데 대한 논의에 대하여 필자는 두 말하면 잔소리로 미국 CIA의 결정사항에 속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세상의 비밀은 반드시 역사적 오해도 낳을 수 있는 것이 비밀의 법칙인 것이다. 그러므로 비밀은 때로는 진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비밀이 불의한 악마와 저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것을 인류의 역사는 분명히 가르쳐 주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CIA의 비밀공작에 이용당하지 말고 오직 한국의 고질적인 망국병인 지방색을 배격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오히려 지방색을 아름다운 민족적인 민속으로 승화시켜서 아름다운 역사를 창출하는 선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2012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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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창 "누구든 1% 승부…안철수 무너지면 문재인 손해"

[열린인터뷰] "혁신 없는 정당하고 합치면 못 이겨"

서어리 기자(정리),전홍기혜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0-21 오후 12:16:16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대변인에서 제1야당의 초선 의원으로, 다시 무소속 대선 후보 캠프의 선대본부장으로…. '정치인' 송호창의 첫 해는 그야말로 파란만장이었다. 스스로도 "팔자가 아주 드세다"고 했다. 그러나 누구도 이런 역정을 강요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본인의 선택이었다.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지 반년 만에 당을 나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쪽으로 간 것도 온전히 그의 선택이었다. 문재인 후보는 그의 탈당 소식에 "아프다"고 했다.

송 의원은 15일 <프레시안> 독자들과 함께 한 '월요살롱-열린인터뷰'에서 그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절박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제 가까운
가족까지 바보 같은 짓이라고 하는데도 이런 결정을 하게 됐다"며 "(선택이 옳았는지는) 최종적으로 결과가 말해줄 거라 본다. 이 문제는 옳고 그른 문제는 아니고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을 만드느냐가 답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가 밝힌 선택의 이유는 결국 '정권교체'다. 문재인과 안철수 두 후보 모두와 각별한 친분이 있는 만큼 그는 인터뷰 내내 두 후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상처 없는, '깨끗한 단일화'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본인의 역할, 초선 의원으로서 바라본 '여의도 정치'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아울러 최근 펴낸 저서 <같이 살자>에서 언급한 대안 도시, 대안 정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를 통해 그가 추구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어떤 정치인을 꿈꾸는 지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송 의원과의 '열린 인터뷰' 가운데 주요 내용이다. 인터뷰는 전홍기혜 정치팀장이 진행했다. 편집자주

▲송호창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집권하면 '인혁당' 사건 재현될 수도…"

프레시안 : 우선 지난 9월에 출간한 저서 <같이 살자>에 대한 질문부터 가볍게 드리겠다. 책 소개글을 문재인, 안철수, 조국 이분들이 썼다. 어떤 인연으로 소개글을 써준 건가.

송호창 : 작년 여름에 미국에서 귀국할 때 이미 원고를 다 써놓은 상태여서 기회 되는대로 추천사 쓰실 분들을 찾았다. 조국 교수는 미국 뉴욕에 있는 코넬대 방문연구원을 할 때부터 여러모로 도와주셔서 제일 먼저 부탁했다. 문(재인) 후보님은 민변에서 오랫동안 같이 지내면서 존경하는 선배이기 때문에 부탁했다. 안(철수) 후보님도 비슷한 시기에 말씀드렸던 것 같다. 원래 귀국하자마자 낼 계획이었는데 조금 있다가 서울시장 선거가 있었다. 그러다 2월에 북콘서트를 열까 했는데 또 이번엔 제가 총선에 나가게 돼서 그렇게 미뤄져서 이제야 나오게 됐다.

프레시안 : 책을 읽어보니 대단한 감수성의 소유자시더라.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어떤 마음으로 쓰게 됐는지.

송호창 : 10여 년 간의 변호사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면 다른 일을 하려고 스스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쓴 책이다. 그땐 정치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당선된 후에 (책이) 나오는 바람에 '정치인의 책'이 되어버려서 억울하다.(웃음)

제가 미국에서 살았던 '이타카'는 뉴욕주 코넬대학이 있는 작은 대학도시다. 거기서 저는 주민들이 여러 공동체를 만들면서 작은
가치들을 보호하고 협력하면서 도시 공동체를 풍요롭게 만드는 걸 봤다. 책을 다 쓰고 보니, 제가 어릴 때 살았던 한국의 공동체와 비슷하더라. 생각해보면 이 책의 내용보다 훨씬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었다. 그대로 복원만 시키더라도 세계에서 어디에 남부럽지 않은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거다. 공동체를 복원하고 지역공동체가 안전하고 풍요로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레시안 : 책에서 2011년 빈 라덴 사살 당시 얘기가 나온다. 당시에 오바마 정부가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관련자들 물고문을 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최근 대선국면 관련해서 추재엽 양천구천장의 고문 사실이 확인돼서 구속됐는데, 일각에선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시대가 역행하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송호창 : 오바마 대통령을 좋아해서 전기도 몇 번 읽었다. 그런데 빈 라덴 사살작전을 할 때,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벙커 상황실에 앉아서 특공대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찍힌 영상을 온라인 비디오 게임하듯이 봤다고 한다. 지금 미국도 대선이 진행 중인데 오바마가 '빈 라덴을 잡은 사람이 누구냐'며 자기의 가장 큰 업적으로 얘기하고 다닌다. 그걸 보면서 오바마라는 사람에 대해 한편으론 존경하지만 또 한편으론 상당히 실망했다. 그 나라 사람들의 특징이라면 그럴 수도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우리에겐 익숙한 건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어떤 목적을 위해서 고문을 가하거나 그런 식의 인권침해를 하면서 권력을 남용하는 일이 과거에만 있었고 지금은 없다고 본다. 그런데 사실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게 제일 중요한 문제다. 특히 박근혜 후보가 유신시대 인혁당 사건을 얘기하면서 '두 개의 판결이 있지 않았느냐'고 했는데, 저는 상당히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단적인 예로, 대법관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유신 당시 억울한 사람들한테 사형 판결을 내린 사람들이 살아있는데, 만일 박 후보가 대통령되면 그 사람들이 대법관이 될 수 있다. 인혁당 사건을 재현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긴다.

"모든 걸 다 던지지 않으면 아무 것도 구할 수 없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책에 마틴 루터 킹 목사 이야기를 길게 썼다. 킹 목사가 서거한 해에 미국 대선이 치러졌는데, 킹 목사 암살 뿐 아니라 로버트 케네디의 암살, 거대한 반전 시위 등 야권 지지자들이 결집할 계기가 있었음에도 결국 공화당의 닉슨이 1%차로 당선됐다. 올해 한국 대선을 떠올리게 하는 면도 많다. 현재 단순지지율 여론조사 봤을 때 새누리당이 높지만, 야권에선 역사적 시대적 요구를 어느 쪽이 담보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송호창 : 우리나라에서 보수의 힘은 참 강고하다. 시대와 나라를 초월한다. 진보세력은 이기면 겨우 1%, 지면 10% 이상 차이가 난다. 단순 통계만 보더라도 97년에 김대중 당선인이 37만 표로 이겼다. 그게 1%다. 2002년도 50만 표 정도 차이였다. 그런데 2007년은 500만 표 이상으로 졌다. 10%이상 차이다. 2002년에 (대선이) 얼마나 극적이고 드라마틱했었나. 바로 전날 정몽준 후보가 지지 철회하니까 전국에 여행 갔던 젊은이들이 투표하자고 다들 문자메시지 보내고 난리가 났었다. 그렇게 있는 힘을 다해서 이겼는데 겨우 1% 차이 승리였다. 그게 진보와 보수의 세력관계다.

누군가는 진보와 보수 관계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비유한다. 항상 보수가 위에 올라가있고 진보가 아래 있어서 보수는 발끝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쉽게 골을 넣는데, 진보는 웬만한 강슛이 아니면 골대 근처에 공이 가지도 않는다. 이변이 아닌 이상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승부는 너무 뻔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더 급해졌을지도 모른다.

이번 선거는 올봄 총선이나 5년 전 선거나 10년 전 선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역사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한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기회다. 기울어진 운동장 판을 바꿀 수 있는 기회다. 작년에 있었던 서울시장 선거 이후 박원순, 안철수 바람이라고 다들 애기하는데, 전 세계 정치사에서 이런 유례를 가진 나라가 없다.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수십 년 동안 전국정당이 있는 제1야당 후보를 무소속이 (야권단일후보 경선에서) 이겼다. 그리고 박 후보가 지난 4년간 차기 대통령으로 당연히 당선되리라 다 믿고 있었는데 (박근혜 대세론이) 뒤집어졌다. 그때 뒤집어진 상태를 1년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상대방은 정부 여당을 가지고 150명의 국회의원을 거느린 전국정당의 후보다. 그런데 안철수는 단 한 명의 개인이다. 그 개인과 전국정당인 여당의 대표와 지지율이 비슷한 상태를 1년 이상 끌고 온다는 건 전 세계 정치사상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박원순이나 안철수가 미사여구로, 하기 쉬운 얘기로만 "국민들이 날 불러냈다"고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종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조건을 만들었다는 것이 지금의 우리 상황이다. 그게 바로 시대정신인 것이다.


프레시안 : 9월 19일(안철수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날)과 10월 9일(송호창 의원이 안철수 후보 캠프에 합류한 날) 중 언제가 더 긴장됐나.

송호창 : 희생이 필요한 것 같다, 정말 누군가의 목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불가피하게 제가 그 제물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제 처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말하더라. '그건 희생이 아니라 바보 같은 짓이다'라고.

그런데 서울시장 선거, 이번 봄 총선을 경험하면서 시대정신을 본 것 같다. 이제 새로운 변화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가 살 수 없다는 것을 작년부터 뼈저리게 느꼈다. 시장과 거리에서 직접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이 변화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오피니언
리더'라면서 적극 발언하는 사람들 모두가 역사의 죄인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울시장 선거를 도왔고 총선에 나선 것도 이 변화를 성공시켜야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낡은 용어로는 '정권교체'.

여당 후보가 또 다시 대통령 됐을 때 그 이후가 어떨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정도다.
극단적으로 필리핀이나 캄보디아와 같은 그런 사태를 우리도 맞을 수 있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 사실 다 아시는 것처럼 두 분(문재인, 안철수)이 나와 있고, 두 사람 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훌륭한 분들이라서 두 사람 사이에 딱 끼어있다. 팔자가 아주 드세다.(웃음)

어쨌든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제가 이번에 이런 결단 내리기 이전에 계속
중간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서 두 사람이 편안하게 힘을 합치는 과정을 생각했었고, 그런 여지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캠프가 만들어지고 본격화하면서 그 여지가 없어졌다. 사실 지지율이 떨어진 상태에서 단일화가 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최대한 끌어올려 단일화를 했을 때에만 1%의 여지를 갖고 이길 수 있다.

그런데 문 후보는 128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전국정당조직을 갖춘 정당의 후보이고 안 후보는 현역 의원이 아무도 없다. 국정감사 때도 안철수 개인 신상털기에 새누리당 150명이
전력을 쏟았다. 안 후보가 계속 공격받게 되고 주저앉으면 가장 피해를 입는 건 민주당과 문 후보다. 여기가 주저앉으면 같이 주저앉는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런 일방적인 공격을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지역구나 이런저런 문제를 결정하고 발표하는데 여러 분들과 상의하지 못한 게 둘의 긴장관계가 심해져서였다. 이런 식으로 양쪽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갈등관계가 만들어진 상황에선 제가 더 이상 제 개인의 정치적인 미래를 안전하게 보장받으면서 메신저 역할을 할 사정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노 대통령도 '모든 걸 다 던지지 않으면 아무 것도 구할 수 없다'고 하셨다. 저도 제가 가진 모든 걸 던져야 이 상황에서 뭔가 역할을 하리라 봤다. 그래서 주변 모든 분들이, 심지어 제일 가까운 가족까지도 바보 같은 일이라 해도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단일화 실패하면 어쩔 셈이냐고 하는데, 저는 꼼꼼하게 미래를 체계적으로
고민하지 않고 당장 할 일만 생각한다. 실패 이후는 정말 제 머릿속엔 없다. 그렇기에 단일화하는 데 제가 할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6개월 간 본 민주당의 문제는…"


ⓒ프레시안(최형락)
청중 1 : 금태섭 변호사 기자회견 할 때 깜짝 출연해 놀랐다. 왜 그 자리에 함께 섰나. 당 지도부와 상의한 거였나.

송호창 : 당시 민주당 의원이 같이 서 있지 않았다면 그 문제는 안철수 개인만의 문제가 됐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캠페인이 시작되기도 전에 네거티브를 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것이었다. 후보도 아닌 사람에 대해 네거티브를 한다는 건 민주당에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일 오전에 급박하게 연락이 와서 민주당 지도부와 짧게 회의하고 갔다.

청중 2: 송 의원이 중간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한쪽을 버리고 다른 한쪽으로 갔다. 저로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꼭 그래야 하셨나.

송호창 : 최종적으로 결과가 말을 해줄 거라고 본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기에 제가 그런 판단한 이유 정도만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어느 한 쪽이 상처를 받고 계속 지지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단일화 됐을 땐 절대 이길 수 없다. 잘 보면, 제가 나온 시점이 문 후보 지지율이 쭉 올라가고 안 후보는 계속 국정감사에서 얻어맞으면서 지지율이 떨어지던 때였다. 떨어지는 사람을 빨리 구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청중 3 : '단일화'보다 '융합'이라는 표현은 어떤가. 사실 단일화 논의는 이른 감이 있고, 문 후보 쪽에서 조국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치혁신위 구성제안했다. 실무진 차원에서 아젠다 별로 하나씩 협의해나가는 게 어떤가.

송호창 : 그 문제는 제가 민주당 있을 때도 계속 얘기를 했던 거다. 조국 교수와도 당분간은 단일화논의 해선 안 된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단일화 논의를 먼저 하는 순간, 다른 어떤 행동과 정책을 발표하건 하나도 기사화되질 않는다. 국민들의 관심 밖에 놓인다. 그래서 (단일화를) 블랙홀이라고 한다.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그렇기에 시점과 방법이 아주 중요하다는 건 조 교수나 문 후보나 안 후보나 공히 인정하는 바다. 우선 각자 후보가 어떤 장기가 있는지, 어떤 리더십이 있는지, 정책은 어떤지 보여주는 기간이 당분간 필요하다. 그 점에서 공히 다 동의하는데, 아마 지난주 서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조국 교수와 문 후보 측에서) 조급해진 게 아닌가 싶다.

청중 4 : 민주당에도 계셨고 지금은 안 후보 캠프에 있는데. 정당 없이 국회의원도 안 한 학자 출신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송호창 : 경험이 있기에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이 있느냐, 경험이 없기 때문에 더 잘 할 수 있는가. 사실 이건 말장난인 것 같다. 그보단 어떤 철학과 원칙을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대론 안 된다는 문제의식. 어떤 식으로든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 또 이 사람이 자신의 철학과 원칙을 얼마나 말대로 지켜왔는가. (이런 것들이) 과거 경력에서 보인다고 본다. 일단 문 후보나 안 후보나 두 분 다 한 편으론 훌륭하지만 완벽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완벽하기 때문에 지도자 자격이 있는 건 아니다. 변화하고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의지와 원칙을 갖느냐 아닌가의 차이다.

최소한 한 가지는 얘기할 수 있다. 그간 살아온 궤적을 보면 말했던 것과 행동이 크게 불일치한 적은 없다. 이루겠다는 것 다 이뤄왔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들으면서 어떻게 하면 제대로 답을 할까, 그런 자세라면 기존 정치경험 없다 하더라도, 오히려 없기 때문에 훨씬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적합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

청중 5 : 정수장학회 녹취록 이슈가 오래갈 것 같은데 안 후보에게는 호재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기회에 내세울만한 게 있는지.

송호창 : 아직은 국정감사에 주력하고 있다. 캠프 회의나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적응하는 단계다. 아마도 전략을 갖고 있으리라 본다.

청중 6 : 6개월 간 본 민주당의 문제는 뭔가.

송호창 : 지금 말씀드리긴 미묘한 문제들이 있는데 그걸 빼고 말씀드리겠다. 문 후보가 항상 얘기하는 것 중 하나가 여의도 정치를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여의도정치가 정말 획기적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아무런 전망도 만들어낼 수 없다고 하신다. 그런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게 현 정치권의 실정이다. 그런 상태에서 다시 정당과 함께 가야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모순 아닌가. 변화한 정치권이 하나의 힘을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우리가 한 번 해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는 게 정답 아닌가.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면서 당선시켜주면 변화하겠다고 하면 못 믿는 거다.

정당이 없으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하는데, 지금 그대로의 정당하고 합치면 그래도 못 이긴다. 정당도 필요하지만 그 정당의 혁신도 필요하다. 그 두 가지를 다 이루지 못하면 결국 우리는 이길 수 없다. 정당의 혁신과 변화가 둘을 합치도록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쟁점으로 가지 않고 (서로의) 발목을 잡는 논란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정당후보론을 국민들이) 불편해하고. 또 낡은 논쟁이 아닌가 생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정당 없인 못 이기지만 지금 정당하고 합쳐도 못 이겨"

청중 7 : 의원님께선 감시영역에 오래 계시다가 제도권 영역에 안착했고, 또 새롭게 무소속 후보를 지지한다. 새로운 영역 개척한다고 생각한다. 시민사회영역이 제도권으로 가는 데 대한 비판이 있다. 시민사회가 이제 제도권 정치를 바꿔야한다고 생각하신 건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가?

송호창 : 시민단체가 바깥에서 제도권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건 당연하고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거기에만 국한돼있어선 안 된다. 현실적으로 얘기하면 시민사회정치권 모두 새로운 인물들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물이 고여있는 거다. (정치인으로) 있었던 사람들도 교체가 돼야 시민사회에 있던 사람들이 또 들어오고, 그러면서 서로 상호보완 작용을 할 수 있다.

청중 8 : 야권 지지자 중에도 이질적인 두 종류가 있다. 문재인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세력과 안철수로 대표되는 미래 세력이다. 그런데 사실 문 후보로 단일화 됐을 때는 미래 세력들이 기권할 가능성이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송호창 : 누가됐든 결국 '1% 승부'다. 모든 힘을 끌어 모으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후보 상관없이 문 후보 뿐 아니라 같이 있는 사람들. 안 후보와 같이 있는 사람들 모두가 힘을 모으도록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다짐하는 수준밖엔 얘기 못한다. 힘을 하나로 모으기 힘들어진 상황이 됐을 때, 그럴 때 어떤 판단하느냐가 중요할 거다.

청중 9 : 안 후보가 '이념은 낡은 것'이라고 명제를 뒀다. 안 후보의 '탈이념' 성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송호창 : 진보와 보수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버리라는 게 아니라 각각의 가치를 과거 방식으로 끌고 와선 아무도 설득할 수 없다. 저도 지금까지 한 번도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마찬가지로 한 번도 보수주의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환경문제에 있어선 아주 보수적인 사람이고 경제나 사회문제에 대해선 아주 진보적이다. 영역별로, 분야별로 사람의 생각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 하나로 뭉뚱그려서 진보, 보수. 이렇게 규정하고 싸워선 안 된다.

청중 10 : 안 후보 쪽에서 민주통합당에 숙제를 내줬다. 정당혁신이 주 내용인데, 잘할 것 같나.

송호창 : 안 후보가 내준 숙제가 아니라 국민이 정치인들에게 던진 숙제다. 그걸 박근혜 후보는 혼자 풀고 있는 거고, 이쪽(야권)에선 두 사람이 같이 풀어야한다는 것이다.

청중 11 :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선배 정치인으로부터) 어떤 건 본 받고, 어떤 건 본받지 말아야할 지 얘기한다면?

송호창 : '300명의 정치인이 다 똑같다'고들 얘기한다. 근데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정치에도 희망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시대와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더 기성 정치인 같은 멘트가 되어버렸네요. 하하(웃음)

프레시안 : 결코 쉽지 않은 자리였는데,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번 대선에서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 (끝)

 

 
 
 

 

/서어리 기자(정리),전홍기혜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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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박근혜, 고작 장학회 이름 바꾸는 게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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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주장, 정치공세" 비판... "다시 과거사문제 여는 단초될 듯" 당내 우려

12.10.21 21:27l최종 업데이트 12.10.21 21:34l
이경태(sneercool)

 

 

(왼쪽)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수장학회' 문제를 정치적 공세로 규정하며 정면돌파를 택한 박근혜 후보. (오른쪽)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를 세운 고 김지태씨 부인 송혜영씨가 19일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의 결단을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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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변하지 않았다. 그는 2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 관련) 야당의 주장은 공익재단의 성격을 모르고 말하는 것이거나 알고도 주장하는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그는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 헌납 과정에 강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거듭된 '강압 여부'에 대한 질문에 "유족 측에서 강압에 의해서 (정수장학회를) 강탈당했다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이 그에 대해 법원이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2월 고 김지태씨 유족이 제기한 주식반환 청구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김씨가 1962년 당시 박정희 정부의 강압으로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문화방송·부산일보·부산문화방송 주식을 증여하게 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김씨가 의사결정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에서 주식을 증여할 정도로 강압이 심했다고 보긴 힘들어 증여를 무효로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식 증여를 무효화 할 정도는 아니지만 강압이 있었다고 본 것이다.

결국 박 후보는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연설대에 오른 셈이었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 그는 이정현 공보단장이 건네준 법원 판결 기사를 읽어본 뒤 다시 마이크를 잡고 "제가 '강압이 없었다'고 했나? 잘못 말한 것 같다"며 "강박의 정도가 의사결정할 여지를 박탈할 만큼의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결이었다"고 번복했다. 유족의 주장은 주식 증여를 무효화할 조건에 미치지 못한다는 부분만 본 셈이다.

"김지태는 부정부패로 지탄 받은 분, 헌납 재산도 일부에 불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정수장학회 관련 입장을 발표하는 가운데, 프롬프터에 박 후보가 발표할 원고 내용이 표시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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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박 후보가 주식 증여 과정에 강압 여부를 인정했더라도 기본 입장은 변할 게 없었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가 (정수장학회로) 이름만 바꾼 것으로 알고 계신 분이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게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김씨가 헌납한 재산이 (정수장학회에) 포함돼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국내 독지가와 해외 동포들의 성금과 뜻을 더해 새롭게 만든 재단이었다"며 "안타깝게도 당시 김씨는 부정부패로 많은 지탄을 받았던 분으로 4·19 때 부정축재자 명단에 오르고 집 앞에서 분노한 시민들이 시위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5·16 때 부패혐의로 징역 7년형을 받았는데 처벌을 면하기 위해 먼저 재산 헌납의 뜻을 먼저 밝힌 것"이라며 "당시 부산일보는 자본 잠식이 980배나 됐던 부실기업이었고, 문화방송 역시 라디오방송만 하던 작은 규모였다, 오히려 너무나 견실히 성장해 규모가 커지니 지금과 같은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생각들 정도"라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김씨가 처벌을 면하기 위해 자발적인 재산헌납을 했고 당시 헌납했던 재산수준도 극히 미미했다는 논리다.

이정현 공보단장도 기자회견 후 브리핑에서 "법원이 강압 여부를 인정한 사실을 후보가 미리 알았다면 다른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을 수 있나"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 그 부분은 박 후보가 밝히고자 하는 입장을 전혀 좌지우지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공보단장은 또 "(군사 정부가) 혁명을 일으키고 나서 탈세·밀수·부정축재·불법정치자금 제공·3·15 부정선거 개입 등을 5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관련자들을 일제 검거해 수사에 나섰다, 김지태씨도 그중에 해당된 것 같다"며 박 후보의 주장을 보강 설명했다. 특히, "1962년부터 1972년까지 박정희 대통령이 생존하는 동안 (정수장학회의) 재정이 늘어나게 되는데, 약 11억3600여만 원이다"며 "그중에 김씨가 헌납한 돈은 전체의 5.8%로 약 6700여만 원뿐이다"고 강조했다.

"설립자와 가깝다고 물러나는 건 옳지 않아... 오해사는 명칭 변경해달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 한겨레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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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는 '정수장학회와 자신은 무관하다'는 입장도 그대로 유지했다. 무엇보다 그는 "(재단은) 설립자의 뜻을 잘 아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게 당연하다, 대부분의 재단이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며 "현재 운영진이 부정부패와 관련됐다면 물러나야 하지만 설립자와 가깝다는 이유로 물러나는 건 옳지 못한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비호하는 어조였다. 최 비서관은 1978년 당시 '큰 영애'인 박 후보의 공보비서관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지난 2005년 박 후보의 이사장 사퇴 이후 후임으로 7년간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박 후보보다 먼저 이사장직을 맡았던 인사들도 이관구 재건국민운동본부장·김창환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관장 등 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었다.

다만,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계속되면 재단을 설립한 본래 취지나 장학생들의 자긍심이 훼손될 수 있다"며 "이사장과 이사진은 정수장학회가 더 이상 정쟁도구가 되지 않도록, 국민적 의혹이 조금도 남지 않도록 국민 앞에 모든 것을 확실하고 투명하게 밝혀 국민에게 해답을 내놓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더불어 "아버지께서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것도 제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것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며 "더 이상 의심받지 않고 공익재단으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장학회 명칭 (수정)을 비롯해 이사진이 잘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어머니 육영수씨의 이름을 따 만든 '정수장학회' 이름이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인식을 근거로 한 '해법'이었다.

박 후보가 내놓은 해법은 이게 끝이었다. 간접적으로 최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의 자발적 퇴진을 '요청'한 것으로도 보이나 명백하게 말하지는 않았다. 박 후보는 질의응답에서 "정수장학회에 운영상 문제가 없다면 이사진의 판단을 요구할 필요가 없지 않나"라는 질문에 "중요한 건 설립취지나 정신이지 명칭이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에서 굳이 명칭 대문에 오해받는다면 이사진에서 판단을 잘 해보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명칭 변경'에 초점을 맞춰 답했다.

"최 이사장을 포함해 이사진들이 사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란 질문에도 박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말씀드린 내용 그대로"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사진에서 현명하게 판단을 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반면, 정수장학회 논란이 재점화된 언론사 지분매각 추진 논란에 대해서는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규정했다. 민주통합당은 정수장학회가 언론사 지분매각 추진을 논의하며 부산일보 지분매각금을 대선 격전지로 예상되는 부산·경남지역 복지사업에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에 대해 '대선용 이벤트'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정수장학회가 경영진과 논의 없이 문화방송의 지분매각을 논의한 사실은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공익재단으로서 국민들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결정이 나도록 하는 게 당연하다"며 "야당이 그동안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제 장학회가 지분을 매각하겠다니깐 안 된다고 한다, 무엇이 제대로 된 주장인지 종잡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입장 밝힌다더니 국민 눈높이 못 맞추는 발언만 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정수장학회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질의응답을 위해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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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같은 박 후보의 '정면돌파'에 예상외란 반응이 나온다. 당초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추진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정수장학회는 저나 야당이나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며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그러나 사흘 만에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다시 여지를 남겨, 최 이사장 등 현 이사진 전원에 대한 자진 사퇴를 직접 촉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당내 인사들이 직접 최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안대희 정치쇄신특위원장은 "이사장이 자진사퇴하고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인 분을 이사로 선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고, 심재철 최고위원도 "최 이사장이 사퇴할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 캠프 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지태씨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시는 건 아니냐"는 질문에 "그럴 리 있겠냐, 전향적인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다만, 이정현 공보단장 등 친박 핵심 인사들은 "박 후보가 이미 '관계없다'고 밝혔고 직접 사퇴를 요구하는 건 월권행위로 본다"며 "크게 다른 내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들의 관측이 맞은 셈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박 후보가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혔는데도 정수장학회 문제를 깨끗이 털어내지 못했다는 우려가 공공연히 나온다. 박 후보가 5·16 쿠데타 당시 김지태씨의 주식 증여 과정의 '강압성' 부분을 사실상 부정하고 나서면서 역사인식 논란이 그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상돈 정치쇄신특위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가뜩이나 5·16 당시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은데 (이번 기자회견이) 과거사 문제를 또 다시 여는, 단초가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도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후보가 직접 입장을 밝힌다고 해서 최 이사장의 퇴진 및 중립적 이사진 구성을 요구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였다"며 "아무리 장학회와 무관한 입장이라고 하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후보가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안철수 일제히 비판... "실망 넘어 분노"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정수장학회 사무실 입구가 굳게 닫혀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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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 후보의 기자회견에 대해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도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박 후보의 발언은 '역사 왜곡'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선대위의 진성준 대변인은 "국민은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 잡는 차원에서 박 후보의 진솔한 사과와 반성, 강탈된 재산의 사회적 환원을 박 후보에게 주문하고 기대했지만 이런 국민적 기대와 요구와 동떨어지다 못해 정반대 되는 입장을 밝혔다"며 "실망을 넘어서 분노스럽다"고 밝혔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도 "강탈된 장물에서 숱한 편익을 얻어왔던 장본인으로서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주장을 반복했다"며 "국민들은 박근혜 후보가 보여준 이전 유신에 대한 사과나 과거사에 대한 변화된 태도가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선거 전술의 일환이었을 뿐임을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박 후보가 당초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 헌납 과정에 강압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역사인식 부재다, 대통령 후보로서 부적격하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진성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가려던 박근혜 후보가 참모들의 충고를 받고, 자신의 발언 일부를 수정했다고 한다"며 "정수장학회가 강탈이 아니라 헌납이며 장물이 아니라 선물이라는 게 박 후보의 일관된 입장임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정수장학회는 군사쿠데타 세력이 강탈한 장물"이라며 "박 후보는 시인하기를 거부하고 있지만 진실과화해위원회 그리고 법원의 판결, 국민적 인식 모두가 강압에 의해 강탈된 재산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 등 박근혜 후보 측근 이사들의 퇴진, 고 김지태 회장 유족 등에 대한 피해 배상과 정수장학회의 사회적 환원을 거듭 촉구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도 이날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 "국민의 상식과 사법부의 판단에 반하는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또 "김지태씨가 주식을 강박에 넘겼다는 점을 사법부는 적시했다"며 "이를 부인하는 것은 대통령 후보로서 중대한 인식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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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돌파구를 여는 개성공단

 

한국경제 돌파구를 여는 개성공단
<연재> 곽동기의 통일경제 (8)
 
 
2012년 10월 22일 (월) 00:14:34 곽동기 dkkwak76@naver.com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목차

1. 경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 세계자원전쟁, 남북협력으로 극복하자
3. 에너지 위기 돌파할 서해유전협력
4. 식량주권 시대, 이제는 통일농업이다
5. 민족 공동 번영의 토대를 마련할 SOC 경협
6. 통일의 열차 경의선
7. 대륙경제시대를 여는 남북물류 혁명

8. 한국경제 돌파구를 여는 개성공단
9. 정체된 조선업, 남북협력으로 돌파
10. 재벌에 맞설 중소기업의 필살기

11. 우주강국 통일코리아
12. 눈앞에 펼쳐질 통일 관광대국
13. 새롭게 주목할 북한경제특구

14. 경제회생의 보검 6.15/10.4 선언

 

한국경제 돌파구를 여는 개성공단

2012년 1월,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가 처음으로 5만 명을 넘어섰다. 북측 근로자 통근버스도 200대가 넘었다고 한다. 지난 2004년 말 본격적인 공장가동 이후 7년 4개월만이다. 가동 기업체도 2005년 18개 업체에서 2012년 123개로 증가하였다. 통일부 통계에 의하면, 개성공단은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 단절 선언인 ‘5.24조치’가 발효된 이후에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어렵고 남북관계가 냉랭한 상황에서도 개성공단이 이만큼 성장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공단이 가진 경쟁력이 크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 <그림 > 개성공단 생산액 및 북한 근로자 현황(자료 : 통일부, 단위 : 천달러)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민주통합당 심재권 의원실은 2012년 10월 국정감사를 대비하며 2005년부터 2010년 9월까지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생산활동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여 발표하였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현재 한국 내 협력업체가 약 6,000여개에 달하고 이들 사이의 거래규모만 연평균 48억 달러나 된다. 개성공단 업체들과 남측 기업들 사이의 연계가 깊다보니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생산 활동이 한국 경제 전체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생산유발효과는 47억 4368만 달러에 달하고, 부가가치는 같은 기간 동안 13억 7817만 달러에 이르렀다. 취업에 대한 파급 효과도 상당했다. 개성공단에서 북측 근로자가 1만 명 늘어날 때 개성공단과 연계된 남측기업의 고용이 5천 명 증가하였다. 개성공단이 이미 한국 경제와 때려야 땔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다.

 

 

누적 생산유발효과

누적 부가가치유발효과

누적 취업유발효과

47억 4368만 달러

13억 7817만 달러

27547명

 

<표 > 2005년~2010년 9월 기간 개성공단 사업으로 인한 국내 경제 유발효과
(자료 : 민주통합당 심재권 의원실, 2012년 국정감사 자료)

사정이 이렇다보니 남북관계 전면 단절을 선언했던 이명박 정부도 개성공단만큼은 전면적으로 가동 중단시킬 수 없었다. 대선 후보들이 앞 다퉈 개성공단의 발전방안에 대해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만큼 개성공단이 가진 잠재력과 영향력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저임금’을 활용한 중소기업 수출단지에 머물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일각에서 향후 개성공단을 노동집약적 공단으로 계속 활용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유턴(U-turn) 특구’ 전략이다.

‘최저임금 63.8달러’만큼이나 저평가된 “유턴(U-turn) 특구” 계획

한국 중소기업의 현황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현대경제연구원과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최근 개성공단에 대해 이른바 ‘유턴(U-turn) 특구’를 제시하고 나섰다. ‘유턴 특구’는 “중국ㆍ베트남 등지에 진출한 중소제조업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유턴, U-turn) 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이용하자”는 개념이다.

이는 개성공단의 사용비용이 중국 칭다오공단이나 베트남 딴뚜언 공단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노동자의 월 최저임금은 2012년 기준 63.8달러로 중국 칭다오공단의 33%, 베트남 딴뚜언공단의 67%에 불과하다. 토지 가격도 ㎡당 39달러 수준으로 청도 100~200달러, 딴뚜언 200~260달러보다 현저히 낮다.

이 정도 비용이면 한계에 봉착한 중소 제조업체들이 개성공단을 “사막의 오아시스”로 여길 만하다. 그러나 북한이 남북관계를 고려해 사실상 “특혜” 수준으로 책정한 개성공단 최저임금과 토지비용은 앞으로 얼마든지 상승할 수 있다. 최근 북한이 중국과 합의한 ‘나선 경제무역지대’의 최저임금은 80달러 선이다. 또한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2012년 2월 현재 123개 입주기업의 수요를 파악한 결과, 2~3만 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한다. 개성공단에 노동집약적인 입주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난다면 자연히 임금 인상 압력도 거세질 것이다.

이른바 ‘유턴’전략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값싸게 대량으로 생산해 수출하자는 낡은 성장 전략을 그대로 고집하는 것이다. 저렴한 노동력에 기초한 단순 가공, 그리고 수출로 이어지는 한국경제는 서민들에게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한다. 이러한 시각에 기초한 ‘유턴 특구’ 대안은 ‘민족의 부강 번영을 이루기 위한 대안’과는 거리가 멀다. ‘유턴 특구’ 주장은 ‘63.8달러 최저임금’만큼이나 개성공단을 저평가하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순직 동북아분석팀장의 보고서에 따르면, 본래 개성공단은 2012년까지 총 면적 2000만평에 전기전자, 의료 정밀기계, 자동차 부품, 생명과학, IT분야 등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분야의 2000개 기업을 육성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남북이 애초에 합의한 개성공단 개발계획은 실제 추진되지 못하였다. 남북경협의 표본인 개성공단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의 문제는 남북경협 전반의 방향을 규정할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한국 경제 문제점을 타개할 실마리, 개성공단
 

 

   
▲ <그림 > 개성공단 개발 계획도 (자료 : 이데일리)

 


개성공단이 남북 모두에 이익이 되는 공단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제시되어야 한다.

첫 번째로, 개성공단은 향후 단순가공 후 외국에 수출하는 업종보다 북한기업과의 합영, 합작 기업을 우대해야 한다. 북한과의 합영, 합작은 여러 장점이 있다. 한국기업은 북한 내수용품 수요를 할당받을 수 있어 안정적인 상품판매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북한과의 합영, 합작은 북한 원자재를 생산에 활용할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내수 중심의 합영 합작’ 원칙으로 8000만 경제공동체의 내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한국중소기업도 탄탄해진다.

둘째, 개성공단에 유치할 산업은 경공업에서 점차 첨단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테면 의료정밀기기, 신소재 개발, 자동차 부품, 소프트웨어, 대체에너지 개발, 생명 공학 같은 분야가 해당될 수 있다. 첨단 산업을 장려해야 더 많은 부가가치가 발생되고 남과 북에 많은 이익이 돌아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중소기업을 우대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산업에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을 우선 입주시켜 우량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문제는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한국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는 문제이자 새로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다. 임금과 토지임대료 등에서 사실상 특혜를 제공받는 개성공단 육성을 통해 향후 재벌 중심 경제를 탈피할 단서를 마련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원칙을 반영한 개성공단 개발은 “1%를 위한 대외의존 재벌경제”를 “99%를 위한 자립성 튼튼한 경제”로 변화시킬 주춧돌이 될 것이다.

실현 가능성 높이는 북한 경제의 변화

최근 북한 경제의 변화상을 볼 때에도 ‘2000개 첨단분야 중소기업 육성’ 계획은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다. 북한 산업이 일정한 성장궤도에 올랐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북한 최고인민회의 결과를 보면 북한 정부 예산 수입 내역이 2005년 3885억 원(북한 원)에서 2012년 5739억 원으로 연평균 7%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상 정부예산이 증가한다는 것은 사회 전체 구매력이 향상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또 잡지 민족21이 노동신문을 인용하여 보도한 바에 의하면 북한 공업총생산액이 “2010년 11월 말까지 2009년 같은 기간에 비하여 1.3배 장성(30% 성장)”했다고 한다. 노컷뉴스 보도에 의하면 북한은 “최근 들어 평양시내 전기사정이 상당히 좋아져 24시간 전기 공급체제를 준비”한다는 소식도 있다.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 폭증 현상도 주목된다. 자유아시아방송 2011년 11월 14일 보도에 의하면, 북한 휴대폰 가입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이집트 ‘오라스콤’사는 2011년 9월 말 현재 북한주민 3G 가입자가 “1년 전 30만 명에서 현재 8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 <그림 3> 평화자동차의 연도별 차량 판매 현황. 2009년부터 1,000대를 넘어서 흑자로 전환됐다. (자료 : 통일뉴스)

 

기존 남북합작기업의 실적도 계속적으로 발전추세이다. 2000년부터 북한의 승용차량 생산, 구매, 중고차 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평화자동차’는 그 동안 한 해 300대 내외의 판매 실적을 올리다가 2009년부터 판매량이 급증하여 1000대를 넘은 데 이어 2012년 2000대 판매 목표로 영업 중이라고 한다(그림 3). ‘평화자동차’는 북한 조선민흥총회사와 7:3 합작을 통해 설립된 대표적인 ‘남북합작기업’이다.

물론 이것이 북한 경제의 모든 사정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경제가 개선추세에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남북 간 기술협력의 미래도 밝다. 2009년 9월 21일에 있은 평양 국제상품전람회에서는 북한 CNC 정밀공작기계인 ‘연하기계’가 출품, 전시되었으며 2012년 9월 25일 열린 평양 국제상품전람회에서는 북한이 자체 개발한 태블릿PC도 공개되었다. 특히 태블릿PC는 북한이 자체 제작했다는 리눅스 기반의 OS가 깔려있다고 한다. 북한 IT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남북 합작기업은 이미 씨앗을 뿌렸다. 대표적으로 2004년부터 삼성전자가 북한의 우수 IT인력을 활용한 합작투자를 시작하여 모바일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2000개 첨단분야 중소기업 육성’ 전략은 한반도 통일과 민족 공리공영의 실마리이다. 중소기업 중심의 창조적 기술혁신, 고용창출, 내수활성화로 경제의 자립적인 토대가 튼튼해지고 서민을 살리는 경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 향후 개성공단 2, 3단계 개발과정은 10.4 선언에서 합의된 해주 경제특구, 서해 평화협력지대 등 전면적 남북경제협력을 이끌 중요한 사업이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개성공단은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의 주춧돌이라 볼 수 있다.

‘개성공단’ 활성화도 결국 미국문제

이제 남은 문제는 단 하나, 전면적인 남북경협을 가로막는 미국의 대북경제봉쇄이다. 지금도 미국의 봉쇄조치로 컴퓨터 등 사소한 전자장비도 북으로 들고 가기가 어렵다. 대결보다 협력, 분단보다 통일을 확고히 지향해야 남북경제협력을 외세의 개입없이 본궤도로 올려놓을 수 있다. 개성공단을 명실상부한 민족경제의 ‘대안’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 기 위해서는 외세의 개입을 반대하는 것이 필수불가결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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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드레퓌스 사건' 강기훈 "나는 무죄다"

1991년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 강기훈 "나는 무죄다"
(블로그'사람과세상사이' / 오즈르디 / 2012-10-21)

 

“참모본부 전체가 기소되지 않은 한 드레퓌스 혐의는 물리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국방부를 고발합니다. 여론을 오도하고 죄악을 은폐할 목적에서 <에코 드 파리>와 <레 끌레르>를 위시한 언론들이 저열한 정치선전을 주도했음을 고발합니다. 나는 군사법정을 고발합니다. 피고인에게 증거를 비밀로 하고 유죄 판결을 내려 인권을 침해했음을 고발합니다....

나의 불타는 항의는 내 영혼의 외침일 뿐입니다. 이 외침으로 인해 내가 법정으로 끌려간다 해도 나는 그것을 감수하겠습니다.”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L'Aurore> 1898.1.13)

드레퓌스 사건 뒤집은 한 편의 글

1894년 프랑스 군부가 유대 인이었던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위에게 간첩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한다. 그로부터 2년 뒤 프랑스군 정보국 피카르 중령이 다른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레퓌스가 범인이 아니라 페르디낭 에스테라지 소령이 간첩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파카르는 드레퓌스가 무죄라는 사실을 상부에 보고한다. 하지만 드레퓌스가 무죄로 밝혀지는 것을 꺼려한 군 고위층은 에스테라지를 무죄로 방면하는 대신, 피카르를 군사기밀 누설죄로 체포한다. 일부 언론이 드레퓌스가 무죄라는 증거를 보도하자 프랑스는 드레퓌스에 대한 재심요구 여론과 반대여론이 충돌하며 격량에 휩싸인다.

<드레퓌스와 에밀 졸라>

에스테라지가 무죄 석방된 이틀 뒤인 1898년 1월 13일 언론사상 기념비적 양심선언인 에밀 졸라의 ‘J'accuse...! Lettre au President de la Republique(나는 고발한다-프랑스 공화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이 <L'Aurore(여명)>지 1면에 게재된다. 애당초 에밀 졸라는 이 서한을 <르 피가로>에 발표하려 했지만, 드레퓌스 재심 반대를 외치는 보수세력의 압력에 밀려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드레퓌스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군 수뇌부는 드레퓌스가 유대인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해 반유대 정서를 촉발시켰다. 보수 언론들은 이 작업을 충실하게 거들며 여론을 호도해 갔다. 에밀 졸라는 군법정을 모독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영국으로 망명했고, 보수언론들은 드레퓌스 사건 재심요구를 “군부와 프랑스를 전복시키려는 유대인 국제조직의 음모”라고 떠들어댔다.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

반유대주의 촉발시켜 진실 은폐하려 했던 프랑스 군부

진보 지식인들의 끈질긴 투쟁과 영국 등 유럽 주변국의 비난 고조로 마침내 드레퓌스에 대한 재심이 이뤄진다. 하지만 군사법원은 자신의 체면과 군 수뇌부의 입장을 지키는 데 급급했다. 종신형에서 10년형으로 감형됐을 뿐 유죄판결을 뒤집지 않았다. 1904년에야 제대로 된 재심이 이뤄져 드레퓌스에게 무죄가 선고(1904년)된다. 그 사이 에밀 졸라는 난로 가스 중독으로 사망한다. 당시 누군가 굴뚝을 막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드레퓌스에게 무죄가 선고됐지만 프랑스 군부와 정부의 공식사과는 사건 발생 100년이 지난 뒤에야 이뤄진다. 1995년 무뤼 장군은 드레퓌스 사건이 ‘반유대주의 정서에 편승해 무고한 군인을 간첩으로 몰아세운 군사적 음모’라는 점을 인정했다. 1998년 1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 발표 100주년을 맞아 드레퓌스와 졸라 가족에게 공식 사과 서한을 전달했다.

100년 전 포르 대통령 당시 군부의 잘못을 정부를 대신해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사과한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드레퓌스 사건과 흡사한 일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이른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다. 1991년 4월 명지대생 강경대씨가 경찰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노태우 정권을 규탄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격렬해지며 5월 8일에는 김기설 전민련 사회부장이 서강대에서 분신 뒤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시위는 불에 기름 붓듯 더욱 격렬해졌다.

분신자살 조장 배후설로 위기 모면하려 했던 노태우정권

다급해진 노태우 정권은 민주화운동에 타격을 줘 시위의 명분을 약화시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드레퓌스 사건을 유대주의와 연결지었던 프랑스 군부처럼, 노 정권은 분신자살을 ‘배후설’과 연결지었다. 보수언론이 노 정권을 거들었다. “순번을 정해 놓고 분신을 시도한다” “시위대를 조종하는 세력에 자살특공대가 있다” “죽음마저 혁명 도구로 사용한다”등의 선동적인 기사가 쏟아졌다.

이때 눈부신 활약을 했던 인물이 있다. 바로 서강대 총장이었던 박홍이다. 분신자살이 북한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며 “죽음의 배후에 죽음을 선동하는 검은 세력이 있고, 주사파 배후에 김정일이 있다”고 주장했고 ’‘조선일보’는 그를 ‘용기 있는 지식인’으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당시 시위의 심각성을 보도한 동아일보/1991.5.19>

검찰도 나섰다. 분신자살을 조장하는 배후가 있다는 ‘증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검찰은 분신자살을 한 김기설씨의 유서가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 누군가 대신 써준 것이라며 같은 단체에서 활동했던 강기훈씨를 지목한다. 공안정국의 폭압에 의해 동료의 죽음을 사주한 범인이 돼 3년 동안 옥고를 치러야 했다.

분신자살 사주 세력 있다 ‘증거’ 필요했던 검찰

2005년 경찰청 과거사위원회가 1991년 당시 국과수의 필적감정 결과에 의혹을 제기했지만 검찰은 유서의 원본 필정감정을 허용하지 않았다. 2007년 11월 진실화해위가 필적감정을 통해 “유서 작성자는 김기설씨”라고 밝히면서 강기훈씨에 대한 국가의 사과와 재심 등의 조처를 하라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의 권고에 따라 강기훈씨는 2008년 1월 서울중앙지검에 재심을 청구했고, 2009년 9월 15일 서울고법은 재심 개시를 결정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에 반발해 그해 9월 21일 대법원해 항고를 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대법원은 3년 동안 결정을 미뤄왔다.

어제(19일)서야 재심을 개시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이중적이었다. 당시 유죄인정의 근거였던 국과수의 필적감정이 허위였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유서 작성자가 강기훈씨가 아닌 고 김기설씨라는 진실화해위의 판단에 대해서는 예단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심 결정 됐지만 내용은 드레퓌스 1차 재심과 흡사

사건은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대법원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강기훈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처음부터 재판을 다시 하자는 것”이라며 “고등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검찰이 상고하면 또 대법원에 가야한다...이제 본안을 다루는 것이니까 부지하세월이고, 10년도 걸릴 수 있다."

최근 간암 수술을 받은 강씨는 “(암 투병으로) 시간이 별로 없으니 재심 진행을 서둘러줬으면 좋겠다”며“내가 바라는 것은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의 진솔한 사과”라고 밝혔다. 당시 강씨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 중 한 사람이 박근혜 후보 캠프의 클린정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기춘 변호사다.

재심 결정까지 결린 시간은 모두 4년 9개월. 서울고법 결정까지 1년 8개월 걸렸고, 대법원의 결정 지연으로 또 3년 1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시간을 질질 끌다가 내린 결정이란 게 진실화해위의 무죄 취지를 인정하지 않은 채 사건을 원점으로 돌려놓은 것이었다.

<암과 싸우며 속히 진실이 규명돼 억울한 누명을 벗기 원하는 강기훈씨>

“진실은 전진하고 있다”

드레퓌스 사건이 반유대주의 정서를 촉발시켜 진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던 것이라면, 강씨 사건은 민주화운동을 용공세력의 난동으로 왜곡시기 위해 사건 자체를 날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차 재심에서 드레퓌스를 여전히 범인으로 봤던 프랑스 군부처럼, 우리 사법부도 재심결정을 하면서 진실화해위를 판단과는 달리 유죄 취지의 입장을 보였다. 드레퓌스 사건과 참 유사하다. 에밀 졸라의 말이다.

“진실이 전진하고 있고, 아무 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이다”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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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 협의 없이 의무후송헬기 예산 ‘싹둑’

방위사업청, 협의 없이 의무후송헬기 예산 ‘싹둑’

 
김동규 2012. 10. 18
조회수 493추천수 0
 

발목 잡힌 의무후송 전용헬기 사업
 
2018년까지 의무후송 전용헬기 8대를 도입하기로 했던 국방부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9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한 2013년도 국방예산안에서 의무후송헬기 개발 관련 예산 33억 원이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번 예산 삭감은 방위사업청이 장비 운용 효율성 제고를 위해 타부처에 개발 예산 분담을 요구한 것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전문장비를 갖춘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없어 응급의료체계의 부실함을 지적받아온 군은 당분간 기존의 부실한 의무후송헬기에 의지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과연 군은 야간 비행이 불가능하고 간이 구급키트에 불과한 장비를 실은 헬기로 꺼져가는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까.
 
 
“박 하사! 일어나! 정신차려 임마!”
고지 낙하훈련 중 사고로 추락한 박 하사는 이미 의식이 없었다. 박 하사를 가장 먼저 발견한 김 대위는 즉시 훈련 지휘소에 의무후송헬기 지원을 요청했다. 지휘소는 급히 항공작전사령부에 헬기를 요청했지만 박 하사가 추락한 지점은 헬기 착륙이 불가능한 고지대였다. 이 때문에 환자를 공중에서 바로 끌어 올릴 수 있는 호이스트 장비가 장착된 헬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군에 그런 헬기는 없었다. 지휘소는 호이스트 장비가 있는 지역 119 헬기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동안 김 대위는 호흡이 정지된 박 하사에게 계속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김 대위를 절망에 빠뜨리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시야가 좋지 않은 탓에 119 헬기가 사고 지점으로 접근할 수가 없어 회항했다는 것이다. 결국 김 대위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박 하사를 업고 산을 뛰어내려왔다. 무릎이 부서져라 내달린 김 대위 덕분에 박 하사는 사고가 발생한 지 3시간을 넘긴 시각 겨우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병원에 들어서기 전 박 하사의 심장은 이미 굳어버린 상태였다.
 
위 상황은 실제 사고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다. 2011년 6월 9일 정보사령부 소속 모 하사가 낙하 훈련 중 추락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지만 제때 후송하지 못해 사망에 이른 사건이 발생했다. 악천후 비행이 가능한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날아와 호이스트 장비를 이용해 제시간에 후송했다면 사고자가 살아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군에는 그런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없어 앞으로 이런 사건이 발생해도 환자의 생존성을 보장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 동안 발생한 각종 사고에서도 의무후송 전용헬기 부재의 문제가 드러난다. 2010년 11월 발생한 연평도 포격 당시 현장에 있던 김지용 상병은 온 몸에 포탄 파편이 박히는 등 중상을 입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8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김 상병은 이러한 중상에도 불구하고 고속정과 초계함을 이용해 후송하는 바람에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4시간 이상이 소요됐고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다른 부상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부상 장병들의 가족은 군이 헬기를 이용해 부상자들을 후송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1년 7월 벌어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때는 총상을 입은 故박치현 상병이 사건 발생 1시간이 지난 후에야 강화병원에 후송된 뒤 다시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 3시간이라는 귀한 시간을 공중에 날려버렸다. 결국 박 상병은 국군수도병원에 후송된 지 25분 만에 숨을 거뒀다. 강화도와 국군수도병원은 헬기로 30분 거리에 불과해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즉시 투입됐다면 박 상병은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밖에도 군에서 신속한 후송에 실패해 목숨을 잃은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군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방관하고 있지는 않다. 2009년 4월 21일 김옥이 전 국방위원(새누리당)이 주최한 ‘군 응급의료체계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군 관계자들이 본격적으로 의무후송 전용헬기에 관한 논의를 나눈 뒤 헬기 도입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국군의무사령부는 합참으로 소요를 요청했고 2010년 6월 의무후송 전용헬기 신규 중기소요 결정이 완료됐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총 8대의 의무후송 전용헬기를 도입하되 기종은 수리온 기동헬기를 개량한 국산으로 결정됐다.
 
2011년 11월에는 사업 타당성 분석을 통해 예산과 전력화 일정 등의 타당성이 입증됐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19대 총선 공약에 의무후송 전용헬기 도입을 포함시켜 헬기 도입은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난 6월 열린 방위사업청 정책기획분과위에서 오간 논의를 신호탄으로 순조로웠던 의무후송 전용헬기 도입 사업은 어두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의무후송 전용헬기란?

박스기사 사진. hh-60m.jpg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환자후송은 물론 후송 도중에도 응급 진료가 가능한 하늘을 나는 앰뷸런스를 말한다. 환자의 생존성을 확보하고 영구 장애가 남는 것을 막기 위해 간이 응급실 수준의 의료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또한 전시에 극한 환경에서 운용되는 만큼 각종 항법장치나 레이더도 고성능 장비를 탑재한다.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긴급의무후송 헬기와는 다른 개념이다. 긴급의무후송 헬기는 일반기동헬기가 부여받은 긴급대기임무 중 하나인 긴급의무후송 임무를 맡은 헬기를 말한다. 현재 한국군은 UH-1H, UH-60 등에 기본적인 의무키트를 장착해 긴급의무후송 헬기를 운용 중이지만 악천후와 야간에 비행이 불가능해 후송 능력에 제한을 받고 있다.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후송이 부임무인 긴급의무후송 헬기와 달리 오로지 응급후송에만 이용되고 전문 인력이 전시를 대비해 응급후송 관련 집중 훈련을 받는다. 현재 한국에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없다. 필요시 119헬기나 미군 헬기의 지원을 받기도 한다.
 

국방부가 도입하기로 한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을 개량한 기종이다. 전시 임무는 전상자 응급후송, 의료진 운송, 의료물자 보급 등이고 평시 임무로는 대민지원에 관련된 응급환자 후송, 재난 구제, 민간 의료지원, 의료물자보급 등이 부여된다. 조종사 2명, 의료요원 3명, 환자 6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주요 의료장비로는 들것 지원장치, 흡인기, 의료용 캐비넷, 심실제세동기, 인공호흡기, 정맥 주입기, 외부장착 환자인양장치 등이 장착된다. 포화가 빗발치는 전장과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정밀항법장치, 전방감시적외선장치(FLIR), 다기능레이더를 탑재한다.
 

 


부처간 협의없이 예산부터 깎은 방위사업청
 
6월 열린 정책기획분과위에서 방사청은 8월말까지 국방부·보건복지부·소방방재청의 상호지원협의 종결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한 군에서 도입할 의무후송헬기가 평시에는 대민지원 활동도 하니 보건복지부와 소방방재청이 총 개발비 337억 원 중 절반인 169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러한 결정을 근거로 방위사업청은 기획재정부에 개발비 절반을 삭감한 예산안을 제출했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예산 삭감이 다른 부처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위사업청만의 입장만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이 애초 예산을 삭감하려면 최소한 개발비 분담에 대한 사전 협의를 한 차례라도 거친 뒤 보건복지부와 소방방재청의 입장을 반영했어야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소방방재청은 방위사업청에서 어떠한 공식적인 협조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말이다.
 
“개발비 분담에 관한 협조 요청을 공식적으로 받은 적은 없다. 예전에 국방부 측에서 의무후송헬기가 도입되면 군인들만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대민지원 목적으로도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야 군이 이렇게 나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119를 통해 군용 헬기를 동원하는 과정 등을 논의한 적은 있지만 개발비 분담에 관한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
 
만약 보건복지부가 예산을 분담할 의도가 있었다면 2013년도 예산에 군 의무후송헬기 예산이 반영돼 있어야 하지만 관련 내용은 전무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도 개발비 분담에 관한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우리에게 개발비를 일부 부담하라는 협의 요청이 들어온 적은 없다. 소방방재청은 이미 운용 중인 헬기를 더욱 잘 활용하고 재난 구조용 헬기를 더 도입하는 게 목표지 군의 후송헬기까지 신경 쓸 수는 없다.”
 
두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결국 방위사업청은 타부처와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일단 예산부터 잘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위사업청에 예산 삭감이 사전 협의 하에 이뤄진 일인지 질문했지만 “의무후송 전용헬기 사업 관련 부처간 협의회 주관을 국방부로 요청했으니 국방부로 확인하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국방부 측에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국방부도 이 부분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오지의 응급환자 후송을 위해 닥터헬기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의사가 직접 탑승해 현장으로 날아가는 ‘에어 앰뷸런스’인 닥터헬기는 현재 인천과 목포 두 곳에서 운영 중이며 강원도와 경북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이미 응급 헬기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군용 의무후송헬기 사업에 비용을 쏟을 이유가 없다. 구조헬기를 운영 중인 소방방재청도 마찬가지다. 소방방재청의 경우 빠듯한 예산으로 인해 재난 구조헬기 추가 도입도 그리 순탄치 않은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타부처 예산이 투입되면 예산을 낸 부처에서도 헬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권한이 생기기 때문에 더 이상 군용헬기가 아니라 ‘공용’헬기가 돼 버린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방위사업청은 의무후송 전용헬기의 부수적인 임무에 불과한 대민지원 활동 때문에 사업을 아예 취소에 이르게 만드는 무리수를 던졌을까. 방위사업청에 직접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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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에서 반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 주민을 후송 중인 미 해병대. © USMC
 
방위사업청, “효율성 확보가 중요”
 
방위사업청에 타부처에 개발비 분담을 요구한 이유를 질문하니 “의무후송헬기를 군 전용으로 사용할 경우 현재 운용 중인 항공의무후송 실적 고려 시 가동률 저하로 인한 비효율 발생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항공의무후송 실적이 새로 도입할 의무후송 전용헬기의 가동률 저하를 증명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되지 못 한다는 점에서 이 답변에는 문제가 있다. 먼저 낮은 후송 실적은 실제 응급환자 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현재 군에서 운용 중인 의무후송헬기의 뒤떨어진 성능 때문에 후송이 필요한 환자를 소화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현재 군에서는 노후한 일반기동헬기인 UH-1H 7대와 UH-60 3대에 임시로 최소한의 응급의료장비만 탑재해 의무후송헬기로 운용 중이다. 이 헬기들은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갖춰야할 야간 및 악천후 항법장비와 각종 생존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후송 능력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 2008년 2월 19일에는 환자 후송을 마치고 돌아오던 UH-1H 의무후송헬기가 악천후로 인해 경기도 양평 용문산 인근에 추락해 탑승 장병 7명 전원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추락한 헬기는 60년대 말에 생산돼 도태가 시급한 기종이었다. 육군 항작사 603대대 UH-60의 경우 2008년 전체 의무후송임무 실적이 겨우 2회에 불과할 정도로 후송 능력에 제한을 받고 있다.
 
군에서는 매년 전방병원 응급실 환자가 2만 명 이상 발생한다. 이중 5,000여 명은 응급후송이 필요한 환자이고 1,500명은 헬기후송이 필요한 환자지만 의무후송헬기의 연간 후송실적은 50여 명에 머물고 있다. 수많은 장병들이 헬기가 없어 제때 후송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연간 50여 명이라는 숫자에만 매몰 돼 효율성을 앞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임시회에서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이 발언한 내용을 짚어보면 방위사업청이 의무후송 전용헬기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임시회 당시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은 노대래 청장에게 “응급환자의 신속한 후송 또는 후송 시 처치 같은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데 예산이 다 반영돼 있지 않다.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노 청장은 질문에 “군에서 의무후송헬기를 개발할 필요성은 알겠지만 환자 수가 연간 50명 정도밖에 안 나오고 있어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효율성 부분은 이미 합참에서 소요를 결정할 때 운용개념을 검토했고 국방연구원이 총사업비 타당성 조사를 수행하며 검증된 것들로 지금에 와서 방위사업청이 소요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항공업체 관계자는 노대래 청장의 답변을 두고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도입하는 의무후송 전용헬기를 효율성으로만 판단하는 인식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노대래 청장의 주장과 달리 의무사령부는 2008~2010년 응급환자 분석결과 군 병력 중 주요부대가 위치한 경기 및 강원지역에서 항공의무후송 잠재수요는 연평균 약 1,0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계산에 고려되지 않은 나머지 지역과 대민지원 요소까지 고려하면 의무사령부 예측보다 훨씬 많은 수요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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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동안 군은 119헬기의 협조를 받아왔기 때문에 군 의무후송 전용헬기도 대민지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체제를 마련했다.
개발비 분담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타부처 개발비 분담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국방부, “예산 삭감없이 반영돼야”
 
의문스러운 점은 방위사업청이 “개발비 분담이 없을 경우 의무후송 전용헬기 개발을 포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타부처에서 개발비 분담이 없을 경우 국방비로 전액 부담하여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미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던 방위사업청이 왜 반쪽짜리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을까.
 
더욱이 지난 8월 28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임시회에서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방위사업청이 예산을 제대로 올렸다면 2013년 예산에 반영해줄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사전 협의도 하지 않았고 타부처 예산에 군 헬기 예산이 반영된 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삭감안을 고수했다. 결국 기재부는 반쪽 예산을 부처 간 협의가 없는 비정상적인 예산으로 판단해 전액 삭감했고 사업은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방위사업청의 이러한 행태는 어떤 이유 때문에 고의로 사업을 지연 혹은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국방부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국방부는 사실상 개발비 분담을 강력히 요구하는 입장이 아니다. 타부처와 의무후송헬기 대민지원에 관한 공동 활용 협약서를 체결한 바는 있지만 국방부 차원에서 이들 부처에 개발비를 요구한 적은 없다. 국방부도 방위사업청처럼 타부처 개발비 협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인지 질문하자 국방부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국방부에서 보건복지부 및 소방방재청과 공동개발의 가능성을 논의했으나 공동개발이 불가능해 단독개발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올해 3월 국방부 단독개발 필요성을 방위사업청으로 통보했다.”
 
국방부 측은 또 “의무사령부는 최초 총사업비 2,699억 원이 삭감없이 예산에 반영돼 원활한 사업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방위사업청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밝혔다.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방위사업청보다 국방부의 입장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방위사업청의 논리대로라면 해군 고속정도 부수적 임무로 응급후송과 같은 대민지원 활동을 벌이기 때문에 고속정 개발에 타부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국방부는 긴급 상황 발생 시 119헬기를 지원받아 장병 후송에 이용해왔지만 소방방재청에 헬기 구입 예산을 지원한 적은 없다. 이와 달리 보건복지부는 재난구조 헬기 도입에 비용을 분담했다. 이제 와서 국방부가 이들 부처에 대민지원을 빌미로 예산을 내놓으라고 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부가 입장이 다른 부분은 의무후송 전용헬기의 효율성 예측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국방부는 효율성에 문제를 제기한 방위사업청과 달리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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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타린 코트 지역에서 작전 중인 미 육군의 의무후송헬기 © US ARMY
 
의무후송 전용헬기, 왜 한시가 시급한가?
 
국방부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현재 의무후송 전용헬기 12대를 운용하며 연간 680여 명을 후송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자료와 주한미군의 의무후송 전용헬기 운용 실적을 종합해 판단할 때 우리 군 전체의 연평균 후송소요는 약 8,700명에 달하므로 효율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마지막으로 “장병의 생명보존은 사기와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효율성만으로 접근하기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장병들의 귀중한 생명을 지키는 장비라는 점에서 볼 때 방위사업청보다 국방부의 접근 방식이 옳은 것으로 보인다. 일선 전투원의 생명 가치는 장비 운용 효율성의 측면으로만 재단할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현재 700여 대에 이르는 헬기를 운용하고 있다. 규모로는 세계 5위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헬기 가운데 의무후송 전용헬기가 한 대도 없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태 직후에도 이상의 당시 합참의장이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에게 의무후송 전용헬기 지원을 직접 요청해야 했다. 또한 그 동안 군은 불가피한 경우 민간 헬기를 이용해왔지만 여기에도 많은 문제가 지적돼 왔다. 기본적으로 119헬기는 구조가 주목적이라 의료진이 동승하지 않을뿐더러 야간 비행이 가능한 헬기가 전국을 통틀어 한 대밖에 없다. 특히 접적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할 시 119헬기나 보건복지부 닥터헬기는 군 항법사가 동승하거나 선도 헬기가 붙지 않으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의무후송 전용헬기의 필요성은 오랜 시간 제기돼 왔다. 하나 공격형 무기체계가 아닌 장비에 인색한 한국군에게 있어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중요한 고려요소가 아니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군에서 1년 동안 대대급 인원이 죽어나가던 90년대 초와 달리 연간 사망자 숫자는 140명대로 떨어졌고 전투원 하나하나의 생명가치가 여느 비싼 장비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왔다. 싸우면 이기는 전투형 군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강한 훈련도 중요하겠지만 군이 전투원의 생명 가치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 일선의 전투원들은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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