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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불쌍하면 낙태 허용? "그런 식으론 안 된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9/04/08 11:05
  • 수정일
    2019/04/08 11:0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원 밖의 여자들 ②] 김지윤 녹색당 정책팀장

19.04.08 08:53l최종 업데이트 19.04.08 10:32l

 

주류 정치판이나 국회라는 '원' 안에서 벗어나, 치열하게 활동하는 여성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원 밖의 여자들'은 개성있는 여성 정치인이나 활동가 등을 조명합니다. 단순히 주류 정치판 밖에 있는 이들이 아니라, 새로운 목소리를 내며 그 '원'에 사소한 균열을 만들어가는 이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지난 3월 30일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에서 참석자들이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위헌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  지난 3월 30일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에서 참석자들이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위헌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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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태죄 폐지 촉구 시위를 하루 앞둔 지난 3월 29일, 제천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 화장실 안에서 영아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다음날 오전, 20대 여성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며 죄책감을 느꼈다"며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영아유기 혐의로 입건됐다.

#.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린 지 약 3개월 뒤, 18살 여성이 인공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그는 수능이 끝난 후에야 인터넷 비밀 상담을 통해 접촉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다 사고를 당했다.


7년의 간격을 두고 벌어진 두 사건은, 한 가지 물음을 남긴다. 만약, 이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헌재는 오는 11일을 선고 기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일 변동 등의 변수가 없다면, 이날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여성들이 절박하게 목소리 높이는 이유다.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일부 사례를 떠나서도, 여성들에게 임신중지는 피부로 와닿는 중요한 문제다. 지난 2월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여성 4명 중 3명(75.4%)은 현행 낙태죄(자기낙태죄, 동의낙태죄)를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임신을 해본 여성 5명 중 1명(19.9%)이 임신중지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 이런 현실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헌재 재판관 구성이 바뀌고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어느 때보다 낙태죄에 관한 '전향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지만, 그 '이후'에 관한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다.

"흔히들 한국 사회가 압축 성장했으며, 빠르게 민주화됐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여성의 권리와 관련해 그 압축 성장을 못할 건 뭔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지윤 녹색당 정책팀장은 "낙태죄 폐지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헌재가 현행 낙태죄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국가가 임신중지를 여성의 권리로 인정하는 대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임신중지 약물 도입, 성교육과 피임 접근성 개선뿐만 아니라 성과 재생산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윤 정책팀장은 지난 3월 30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의 주최 단체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아래 모낙페)에 녹색당 소속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낙태죄 위헌을 촉구하는 헌재 앞 1인 시위에 참여하는 등 낙태죄 전면 폐지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목소리 높이고 있다.  

낙태죄 폐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김지윤 녹색당 정책팀장
▲  김지윤 녹색당 정책팀장
ⓒ 녹색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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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 세계적으로 임신중지 권리는 계속 확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각 국이 차이는 있지만, 이렇게 전면적으로 임신중지를 범죄화하고, 여성을 마치 죄인 취급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여성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을 국가와 사회가 존중해야 한다. 임신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중지할 것인지, 출산할 것인지를 여성이 결정하고 그에 관한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기본권, 인권이다."

-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은 흔히 태아의 생명권이나, 종교적 신념 등을 내세운다. 
"각자 개인의 윤리와 가치관이 있다. 어느 종교인이 그 종교 나름의 신념으로 임신중지를 반대할 수도 있다. 문제는 개인의 도덕률이나 특정 종교의 교리를 전 사회에 강제하고 한 나라의 형법으로 규율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임신중지를 강간, 살인, 사기, 횡령과 같은 범죄로 규율하는 것이 옳은가? 이는 여성의 몸 자체를 범죄화하고 여성의 몸에 낙인을 찍는 것이다. 낙태죄가 존재하는 한 여성은 평등한 시민으로 존중받는 사회일 수 없다."

실제 한국은 임신중지에 극히 엄격한 태도를 보이는 나라다. 우생학적·유전학적 요인, 강간, 근친상간 등 모자보건법이 말하는 특정한 사유 안에서만 예외적으로 임신중지를 허용한다(모자보건법 제14조). OECD 36개국 낙태법을 비교해 보면 한국보다 임신중지가 어려운 국가는 단 한 곳, 칠레뿐이란 분석도 나온다(책 <배틀그라운드> 참조). 36개국 중 30개국은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거나, 본인이 원할 경우 임신중지를 할 수 있다.

- 11일 헌재가 자기낙태죄(형법 제269조 1항, 임부 처벌 조항)와 동의낙태죄(형법 제270조 1항, 의료인 등 처벌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선고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전망하나.
"특별히 전망하고 있지 않고, 다만 전향적이길 기대한다. 언론이야 예측을 내놓을 수 있고 저희도 어느 정도 가늠해 보는 건 있지만, 지금 무어라 말하긴 어렵다. 위헌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사유로 위헌인 것인지, 헌법불합치라면 어떤 부분이 불합치라는 것인지에 따라 판단이 다 달라진다. 결정문이 나올 텐데, 그 문구 하나하나를 뜯어봐야 한다."

지난 2012년 낙태죄 합헌 선고 때는 재판관 의견이 4대4로 나눠졌다. 그때와 달리 이번 선고에서 6명 이상의 재판관들이 위헌 의견을 내 정족수를 넘기더라도, 어떤 형태(단순 위헌, 한정 위헌, 헌법 불합치)와 논리를 택하는지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헌재가 '임신 초기에까지 낙태죄를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논리를 들면서 한정 위헌을 선고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2012년 낙태죄를 두고 위헌 의견을 냈던 4명의 재판관들도 '초기에는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는 내용으로 접근했을 뿐, 전면 폐지를 말하진 않았다. 이는 임신중지를 전면적으로 비범죄화할 것을 요구하는 여성계 입장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 임신중지를 허용하더라도, 주수나 사회경제적 사유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네가 정말 많이 가난하고, 돈도 못 벌면 임신중지를 허락해줄게'라는 식의 관점으론 안 된다. 커리어도 좋고, 연봉도 높은 어느 여성이라도 지금 이 시기에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학생이고 벌이가 어려워도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은 여성이라면 편견과 제약 없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주수나 사유는 '허락'의 요건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보장해야 할 조건이다.

'이만큼 가난해야만 임신중지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뒤집어 생각하면 결국 '이 정도로 가난하면 낳지 말라'는 얘기나 다를 바 없다. 예를 들어 현행 모자보건법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임신중지를 '허락'한다. 이는 장애인이 출산을 하려고 하면 병원에서 '정말 낳으실 거냐?'는 질문을 받는다든지, 시설에서 불임시술을 강제 당한다든지 하는 현실로 나타난다. '허락'을 뒤집으면 '하지 말라'는 강요가 나온다."

권리로서의 임신중지 "여성들은 처벌도 허락도 거부한다"

- 국가가 임신중지를 허락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인가. 
"근본적으로 관점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임신중지는 국가가 처벌할 일도 아니지만, 더 나아가 허락할 일도 아니다. '처벌 안 한다, 다만 허락한 사유 안에서 임신중지를 하라'는 건 임신중지를 여전히 귄리가 아닌 시혜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다. 여성들은 처벌도 허락도 거부한다.

성과 재생산의 권리로서 임신중지의 유일한 기준은 임부의 요청이며, 임부의 건강과 안전만이 제한 조건이 돼야 한다. 낙태죄를 폐지하고, 임신중지는 여성의 기본권이며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여성의 판단으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 단순하고 지당한 명제이지만 이 기조를 명확히 세워야 구체적인 입법을 할 수 있다.

국가는 낙태죄가 전면 폐지되면 여성들이 위험한 선택을 하거나, 문란한 성생활을 할 거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피임 접근성을 높이고, 적절한 피임과 임신중지에 관한 사회적 의료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임신중지는 초기에 하는 것이 좋지만, 이를 '초기에만 허락해 주겠다'는 것과 '어떻게 하면 여성이 초기에 안전하게 중지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지' 국가가 고민하는 것은 다르다."
 
 헌재 앞에서 낙태죄 위헌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지윤 정책팀장.
▲  헌재 앞에서 낙태죄 위헌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지윤 정책팀장.
ⓒ 녹색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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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태죄 전면 폐지는 너무 빠른 변화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소수자들이나 여성의 인권을 말하면 '나중에'라거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 '때'는 언제일까. 한국에서는 성과 재생산 권리에 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 1953년 형법 제정 이래 낙태죄가 개정도 없이 존치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야 말로 여성 시민의 존엄에 심각하게 문제적이다.

다른 나라는 재생산권을 꾸준히 확장해온 역사가 있다. 반면 한국은 피임, 임신, 임신중지, 임신유지, 출산, 양육 등의 전 과정이 건강하고 안전하며 자유롭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 흔히들 한국 사회가 압축 성장했으며, 빠르게 민주화됐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여성의 권리와 관련해 그 압축 성장을 못할 건 뭔가."

이어 그는 "다른 나라들의 선례를 봤을 때 너무나 자명한 건 임신중지를 어렵게 하면 오히려 모성사망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산부인과 의사 윤정원씨도 책 <배틀그라운드>에서 "미국에서는 임신중지가 합법화되면서 1970~1976년 사이 임신중지로 인한 모성사망이 1백만 명 출생 당 40명에서 8명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합법적인 임신중지와 안전한 임신중지 사이에는 유효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임신중지 비범죄화 뿐만 아니라 성교육·의료서비스 등 개선해야  

김 팀장은 "임신중지를 비범죄화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청소년기부터 양질의 성교육을 보장하고 피임 정보 확대와 정확한 피임법의 접근성을 높여 원치 않는 임신 자체를 줄이는 것, 그리고 임신중지를 하려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방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성평등 정책과 성교육을 강화하고, 피임 접근성을 높이고, 의사들에게 임신중지 의료에 대한 적정한 수가를 보장하고, 이를 건강보험 안으로 포섭해내야 한다. 현재 의사들은 수련의 때 임신중지 시술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다. 임신중지가 원칙적으로 불법이기 때문이다. 의료인 교육 시스템 개선, 보완 교육 등 함께 보완돼야 할 것이 많다."

그는 이어 낙태죄가 폐지 되어도 임신중지하는 여성을 비난하는 문화가 잔존하고, 시술하는 의료인을 낙인찍는 분위기가 된다면 여성들이 현실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낙태죄 폐지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낙태죄는 제정 때부터 50년 이상 국가가 맘대로 휘두를 수 있는 도구였다. 국가가 원할 땐 임신 중지가 강요되다시피 했지만, 그렇지 않을 땐 비난하고 낙인찍었다. 여성에 대한 치욕의 역사를 담고 있는 법이다. 낙태죄가 폐지는 한국 사회의 여성 인권 향상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 낙태죄 폐지가 같이 가야 한다.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등이 사회서비스 등에 있어 차별받지 않는 것,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평등한 권리를 갖는 것, 여성의 재생산권이 보장되는 건 전부 맞물리는 문제다. 앞으로 할 일이 너무 많다."

여성들은 낙태죄 폐지 이후 새로운 사회에 대한 거대한 질문을 던졌다. 11일 헌재는 어떤 답을 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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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국가직 전환 외면하는 언론은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중동 외 신문들 ‘소방관 국가직 전환 청신호’ 입 모아… 한전이 책임 물게 될까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2019년 04월 08일 월요일
 

강원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진화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고성군·속초시·강릉시·동해시·인제군 등 5개 시·군은 지난 6일 응급대책, 재난구호, 복구에 필요한 행정 금융 등 특별 지원을 받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이번 산불을 계기로 열악한 소방 인력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SNS에서는 까맣게 그을린 마스크 사진이 공유됐다. 최전선에 나서 산불과 싸운 ‘숨은 영웅’이자 비정규직 노동자, 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원이 착용했다는 방진 마스크다.  

특수진화대원은 산사태, 병해충, 산림 훼손 등 산림 업무 대부분에 참여할 뿐 아니라 큰 산불이 발생했을 때 산 속으로 들어가 진화하는 ‘수색대’ 역할을 한다. 산림청은 지난 2016년부터 특수진화대를 자체 채용하고 있다. 현재 전국 5개 지방청과 20여개 관리소에 소속된 특수진화대는 총 330명이다. 

 

▲ 4월5일자 서울신문 3면.
▲ 4월8일자 서울신문 3면.
 

서울신문은 “특수진화대원은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를 하며 일당 10만원을 받는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수당만 수령하고 별도의 성과급과 다른 수당은 없다. 월급은 200만원도 되지 않고 퇴직금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무엇보다도 이들은 1년마다 새로 모집돼 늘 고용불안 상태에 놓여 있다. 때문에 이번 산불을 계기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산불 특수진화대의 전문성을 키우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분명하다”는 산림청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주세요’라는 청원이 게재됐고 청원 동참 인원은 7일 만에 16만명을 넘어섰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다. 이미 국회에도 관련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으나 지난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넘어서지 못했다. 

 

▲ 4월5일자 국민일보 4면.
▲ 4월8일자 국민일보 4면.
 

국민일보는 “소방공무원 대부분은 지방직 공무원으로 시·도소방본부에 소속돼 있다. 5만명이 넘는 전체 소방공무원 중 국가직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지방직의 문제는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 인력과 장비에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인력도 확보하지 못해 격무에 시달리거나 장비가 부실해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은 주로 인력 확충이나 장비 개선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번 강원 산불은 전국적이고 즉각적인 화재 대응의 효과를 입증하면서 국가직 전환에 또 하나의 명분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등도 관련 소식을 기사나 사설에서 다뤘다. 

한편 언론의 이번 산불 진화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국민일보(소방차·소방관 5배↑… 양양 산불보다 19시간 빨리 진화)는 “강원 고성·속초 산불 진화 대응은 14년 전 같은 기간에 발생한 양양 낙산사 화재와 비교할 때 19시간이나 완진 시간을 단축했다. 파견된 소방 인력과 차량도 5배나 늘었다”며 “신속 대응이 가능했던 것은 2017년 7월 소방청 개청 이후 대형 재난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 체제를 정립했기 때문이란 평가”라고 전했다.  

△소방청은 4일 오후 9시44분 화재 비상 최고단계인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전국 가용 소방력 총동원 명령 △4일 밤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주재 상황판단회의(오후 8시30분, 오후 11시30분)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 본부 가동(0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회의 주재(0시25분) △중대본부장 현장 브리핑(오전 3시) △국가재난사태 선포(오전 9시) △중앙수습지원단 운영(오후 5시) △6일 5개 시·군 특별재난지역선포(오후 12시33분) 순으로 정부 대처가 기민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기 대응의 허술함과 노후 장비 등 재난 대응 시스템 문제도 지적된다. 우선 강풍이 불 때나 야간에 띄울 산불 진화용 헬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초기 진화에 실패한 이번 산불이 고성 천진해변과 속초시내 등 두 갈래로 퍼졌음에도 ‘아날로그식’ 대응”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 4월5일자 경향신문 1면.
▲ 4월8일자 경향신문 1면.
 

한국일보는 “봄철 산불이 연례행사가 됐음에도 현재 강원소방본부가 보유한 헬기는 구조용 소형헬기 2대뿐이다. 전국적으로 산불진화에 가용할 수 있는 헬기는 산림청 소속 47대와 지자체가 민간인으로부터 임차한 66대 등 157대지만, 이마저 정비에 들어가는 헬기가 적지 않아 화재 진화로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특히 이번처럼 해가 지고 난 뒤 산불이 발생했을 때 출동할 수 있는 헬기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했다. 야간침투비행능력을 갖춘 일부 군 헬기 활용의 경우 작전용 헬기를 용도에 맞지 않는 곳에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전했다. 

경향신문도 산불 대응을 위한 새로운 로드맵 필요성을 제기했다. 헬기 등 장비 확충 문제와 더불어, 소나무 등 침엽수가 대형 산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복구 과정에서 활엽수 비중을 늘려 산불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는 방안이 나온다. 이번 산불 피해 지역 80~90%는 소나무 등 침엽수가 밀집한 곳이라는 점에서 산불 등 각종 재해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산림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난 보도 문제점도 거듭 지적되고 있다. 지난 4일 밤 늑장 특보로 뭇매를 맞은 공영방송은 수화 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비판 받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성명을 통해 “4일 밤 화재가 발생한 지역의 청각장애인들은 10시간 가까이 제대로 된 재난 대피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위험에 노출됐다”고 비판했다.

긴급재난문자가 한국어로만 제공돼 외국인들이 산불 관련 정보를 알 수 없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행정안전부 재난정보통신과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긴급재난문자의 경우 해당 지역 기지국 내에 통신 중인 휴대폰에 일괄적으로 문자를 뿌리는 것이라 수신자가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일일이 구분할 수 없다”며 “관계부처 등과 협의해 국내 체류중인 외국인에게 재난 정보를 보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4월8일자 한국일보 3면.
▲ 4월8일자 한국일보 3면.
 

경찰은 5일 국과수에 고성 산불 원인이 된 전신주 개폐기와 전선의 감정을 의뢰했다. 한국일보는 “피해가 컸던 고성·속초 화재 발화장소인 전신주 개폐기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드러날 경우 관리자인 한국전력을 상대로 한 주민들의 줄소송이 이어져 막대한 규모의 손배소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86명이 사망하고 가옥 및 건물 1만4000여채가 소실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의 경우,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이 지난달 28일 발화 책임을 인정하며 “회사 측이 무려 105억달러(11조9490억원)의 배상금을 물어야 할 수 있다”고 주주들에게 공지했다. 

“5·18 때 공군 수송기, 김해로 ‘시체’ 옮겼다” 

76명의 5·18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를 찾을 수 있을까. 5·18민주화운동 기간 계엄군이 공군 수송기를 이용해 광주 외부로 ‘시체’를 운반한 기록이 담긴 문건이 나타났다. 8일자 경향신문이 ‘소요진압과 그 교훈’이라는 군의 3급 비밀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문건 가운데 1980년 5월25일 ‘김해~광주’를 운항한 수송기 기록 옆에 ‘시체(屍體)’라고 적혀 있다. 경향신문은 “김해로 옮겨진 ‘시체’는 군인 사망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중 영남에 주둔하고 있던 부대는 없었기 때문”이라며 “군은 임무수행 중 사망한 군인은 죽은 사람을 높여 부르는 ‘영현(英顯)’으로 기록하며 ‘시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 문건이 육군본부가 5·18민주화운동 1년 뒤인 1981년 6월 ‘광주사태의 종합분석’이라는 부제로 243권만 만들어졌으며, 문건 110쪽에는 5·18 당시 공군 수송기 지원 현황과 수송 물품 등이 적혀 있다고 설명했다. 

▲ 4월8일자 경향신문 5면.
▲ 4월8일자 경향신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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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변의 산골마을에 울리는 열차의 기적소리

[개벽예감 342] 북변의 산골마을에 울리는 열차의 기적소리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04/08 [09:04]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혜산-만포선이 지나는 산골마을 회중리

2. 현실 속에 존재하는 핵미사일렬차

3. 미국이 두려워하는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

4. 출동명령 대기하는 조선의 핵미사일렬차

5. 마지막 공간이 아직 남아있다

 

 

1. 혜산-만포선이 지나는 산골마을 회중리

 

2019년 4월 1일 미국 국방부는 ‘미국의 핵억제정책’이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북조선은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능력을 보여준 매우 정교한 여섯 차례의 핵시험과 세 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진행하였”고, 그로써 “북조선의 핵능력은 우리 동맹국들과 미국 본토를 위협하고, (로씨야와 중국의 핵능력으로) 복잡해진 전략적 환경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였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2019년 4월 3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미국 북부사령관 겸 북미주항공우주방어사령관 테런스 오셔너시 공군 대장은 2017년에 조선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수소탄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직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생산하여 실전배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에 서술한 두 가지 내용은 조선이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와 수소탄시험을 각각 성공적으로 진행한 2017년 이후 조선의 핵무력에 대한 미국 군부의 평가가 그 이전과 비교하여 완연히 달라졌음을 말해준다. 2017년 이전에 미국 군부는 조선이 미국 동부지역에 도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느니,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대기권재진입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느니 뭐니 떠들면서 제멋대로 사실을 왜곡하고 조선의 핵무력을 얕잡아보았었다.  

 

그러나 2019년 4월 1일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미국의 핵억제정책’이라는 제목의 자료가 명백히 말해주는 것처럼, 조선은 미국 군부가 로씨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핵억제정책을 적용하는 나라로 되었다. 그러므로 미국 본토에 전략적 핵위협을 가하는 3대 핵강국은 로씨야, 중국, 조선인 것이다. 2017년 말에 조선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넘어 핵강국의 지위에 올라섰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월 1일에 발표한 신년사에서 조선을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있는 핵강국”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런데 지난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핵강국 조선에게 핵포기를 요구하는 괴이한 외교문서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했다. 핵강국에게 핵포기를 요구하다니, 지나가던 소가 들어도 웃음보를 터뜨릴 소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강국 조선이 핵무력을 스스로 포기하고, 핵탄두와 핵물질을 미국에게 넘겨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대망상증에 걸렸다. 과대망상증에 걸린 사람과는 협상을 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대망상증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다시 말해서 핵강국 조선에 대한 핵포기 요구를 철회하지 않는 한, 조미정상회담은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과대망상증에서 벗어나 판단력을 회복하면, 조선의 비핵화가 로씨야의 비핵화나 중국의 비핵화처럼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대망상증에서 벗어나려면,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핵강국으로 세계무대에 등장한 오늘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글에 서술된 내용은 그런 현실들 가운데 한 가지를 말해준다.  

 

량강도 혜산에서 자강도 만포에 이르는 북부철길구간을 개건, 보수하는 공사가 2017년 10월 중순에 완료되었다. 그 공사는 산이 많은 조선에서도 손꼽히는 험준한 산악지대에 부설된 252km 구간의 철길에 중량레일을 설치하고, 침목을 교체하며, 차굴 76개, 철교 116개, 역 42개소를 개건, 보수하는 매우 방대하고 어려운 공사였다. 혜산-만포 북부철길은 1988년에 개통되었고, 1993년에 전 구간이 전기철도화되었는데, 2011년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혜산-만포선 개건보수공사가 시작되었고, 6년 만에 완공된 것이다. 

 

그런데 좀 이해하기 힘든 일이 생겼다. 매우 방대하고 어려운 철길개건보수공사를 6년 만에 완료하였으면, 당연히 성대한 준공식이 열렸어야 하는데, 북부철길개건공사준공식이 진행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이해하기 힘든 일은 한 가지 더 있다. 1993년에 전 구간이 전기철도화된 혜산-만포선을 개건, 보수하면서 기존 전철설비를 들어내고 비전철화한 것이다. 그로써 혜산-만포선에서는 전기기관차가 아닌 디젤기관차(조선에서는 내연기관차라고 부름)로 열차를 운행하게 되었다. 험준한 산악지대의 철길에는 경사가 가파른 구간이 많기 때문에 디젤기관차보다 힘이 좋은 전기기관차로 열차를 운행하는 법인데, 조선에서 가장 험준한 산악지대에 있는 혜산-만포선에서는 이전에 운행해오던 전기기관차를 내보내고 디젤기관차를 들여왔으니, 이해하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혜산-만포선은 왜 디젤기관차가 운행하는 철길로 바뀐 것일까? 

 

전국 각지 철길들이 전기철도화된 조선에서 전기기관차를 운행하는 것이 대세이지만, 조선에 디젤기관차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조선에서 디젤기관차는 군수렬차나 특별렬차를 운행할 때 사용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혜산-만포선이 2017년에 군용철길로 개건되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조선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직전인 2017년 10월 중순 혜산-만포선이 군용철길로 개건된 것은 조선의 핵무력완성과 혜산-만포선 개건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사진 1> 

 

▲ <사진 1> 서방측 상업위성이 촬영한 이 사진은 2018년 12월 7일 미국 라디오방송 이 보도한 상업위성사진자료다. 이 사진에 나타난 지역은 험준한 산악지대에 있는 자강도 화평군 회중리 일대다. 회중리는 동서남북이 해발고 1,000m 이상의 높은 산들로 둘러싸였고, 압록강을 사이에 둔 조중국경에서 약 20km 떨어진 북변의 산골마을이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위의 위성사진자료에서 지하미사일기지 출입구가 건설되는 것을 보았다고 하였다. 그런데 6년간의 대공사를 거쳐 군용철길로 개건된 혜산-만포선이 바로 그 산골마을 회중리를 지난다. 이런 사실을 살펴보면, 높은 산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천연방벽 안에 건설된 회중리 지하요새는 군용철길로 개건된 혜산-만포선에 연결된 대륙간탄도미사일기지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 강한 암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를 밝혀준 것은 뜻밖에도 미국 언론보도였다. 2018년 12월 5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과 라디오방송 <NPR>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각각 보도하였다.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원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조선에 있는 영저리 지하미사일기지에서 약 11km 떨어진 회중리 일대에 새로운 지하미사일기지가 건설되었다는 것이다. 회중리 일대를 촬영한 상업위성사진자료를 분석한 미들베리국제연구원 군사전문가는 그곳에서 지하미사일기지 출입구가 건설되는 현장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출입구를 먼저 건설하고, 내부공사를 나중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내부공사를 끝내고 출입구를 맨 나중에 건설하는 법이므로, 회중리 일대에서 출입구건설공사가 진행되는 것은 지하미사일기지가 거의 완료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회중리 지하미사일기지 출입구건설공사현장이 서방측 상업위성에 촬영된 때가 2018년 12월 5일이었으므로,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오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회중리 지하미사일기지에 배비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18년 12월 7일 미국 언론보도에 그 이름이 나오기 전에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산골마을 회중리는 어디에 있을까? 조선지도를 펼치면, 자강도 화평군에서 한 개의 점으로 표시된 회중리라는 산골마을을 찾아낼 수 있다. 회중리 일대의 자연지리적 환경에서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것은 거대한 천연방벽이다. 회중리는 동서남북이 오가산(1119m), 운동산(1334m), 신원봉(1335m), 판자봉(1069m)으로 둘러싸였고, 압록강을 사이에 둔 조중국경에서 약 2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북변이다. 놀라운 것은, 6년간의 대공사를 거쳐 군용철길로 개건된 혜산-만포선이 바로 그 산골마을 회중리를 지난다는 사실이다. 

 

위에 서술된 몇 가지 사실을 살펴보면, 앞에서 제기된 의문들이 저절로 풀린다. 해발고가 1000m 이상인 높은 산들로 사방이 둘러싸인 천연방벽 안에 건설된 회중리 지하미사일기지는 군용철길로 개건된 혜산-만포선에 연결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기지인 것이다. 

 

 

2. 현실 속에 존재하는 핵미사일렬차

 

혜산-만포선과 회중리 지하미사일기지를 서로 연관시키면, 다음과 같은 가상씨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핵미사일렬차를 회중리 지하미사일기지에서 출동시켜 252km 구간의 혜산-만포선 임의의 지점에서, 임의의 시각에 기습적으로 발사하는 전시핵공격씨나리오다. 물론 이런 핵공격씨나리오는 가상적이지만, 그 가상씨나리오에 등장하는 핵미사일렬차는 가공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 속에 존재한다. 현실 속에 존재하는 핵미사일렬차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1)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핵미사일렬차는 외형과 크기가 화물렬차와 똑같고, 차체도색도 똑같이 했기 때문에 미국 정찰위성과 첩보위성의 추적을 따돌릴 수 있다. 완벽한 위장술이다. 그에 비해, 차량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대형 발사대차는 외형과 크기가 화물차보다 훨씬 크고, 차체도색도 다르게 했기 때문에, 발사대차가 지하기지에서 출동하여 발사지점으로 이동하는 동안 미국 정찰위성의 추적을 받을 위험이 있다. 전시상황에서 정찰위성의 추적을 따돌린다는 말은 적국의 선제핵공격을 피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선제핵공격을 완벽하게 피할 수 있는, 가장 우월한 이동식 핵탄발사체계는 전략잠수함과 핵미사일렬차다. 조선은 전략잠수함과 핵미사일렬차를 모두 보유한 핵강국이다. 

 

(2) 지난 시기 소련군 전략군이 핵미사일렬차를 실전배치하여 운용하였던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소련의 핵미사일렬차는 디젤기관차 3량이 끌었다.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너무 무거워 디젤기관차를 3량이나 배치해야 했다. 또한 소련의 핵미사일렬차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각각 1발씩 실은 지붕개폐식 발사차량 3량, 발사통제설비가 설치되고 지휘관과 기술요원들이 탑승한 통제차량 1량, 디젤유와 윤활유를 실은 유류공급차량 1량, 군수물자를 실은 병참차량 1량, 탑승인원들이 28일 동안 먹을 식량을 실은 급식차량 1량, 탑승인원이 교대로 휴식, 취침하는 숙박차량 1량으로 이루어졌다. 지하군사기지를 광대무변한 대평원에 건설할 수 없었던 소련에는 핵미사일렬차가 드나드는 지하미사일기지가 없었기 때문에 핵미사일렬차를 수 천 km 구간의 철도망에서 쉬지 않고 계속 운행하는 식으로 미국 정찰위성과 첩보위성의 추적을 따돌렸다. 그래서 핵미사일렬차에 28일 동안 먹을 식량을 싣고 다니면서 지휘관과 기술요원들이 24시간 열차 안에서 숙식하며 교대근무를 했던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들은 1987년부터 2004년까지 소련군 전략군이 실전배치하여 운용한 핵미사일렬차 몰로데쯔를 촬영한 것이다. 소련은 각개발사식 다중열핵탄두 10개가 장착된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 세 발을 핵미사일렬차에 탑재하였다. 미국은 소련의 핵미사일렬차를 '죽음의 열차' 또는 '유령렬차'라고 부르며 두려워했다. 소련은 핵미사일렬차 12대를 운용하였다. 그런데 소련이 붕괴된 후 로씨야는 2007년에 핵미사일렬차를 폐차하였다. 위의 사진은 열핵탄두와 핵심부품들이 제거된 핵미사일렬차가 철도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전시된 것을 촬영한 것이다. 로씨야는 우월한 핵탄발사체계인 신형 핵미사일렬차를 다시 만들려는 5개년 개발사업에 착수하였지만, 경제난에 발목이 잡혀 긴축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 와중에 로씨야의 핵미사일렬차 개발사업도 중단되고 말았다.     

 

(3) 핵미사일렬차에 탑재된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냉발사체계(cold-launch system)에서 발사되는 고체연료미사일이다. 열발사체계(hot-launch system)에서 발사되는 액체연료미사일은 발사되는 순간 엄청난 화염과 폭풍이 일어나기 때문에 열차에서 발사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했더라도 냉발사체계를 만들지 못하면, 핵미사일렬차를 만들지 못한다.  

 

(4) 지하미사일기지에서 출동한 핵미사일렬차가 임의의 지점에서 정차하면, 개폐식 지붕이 열리고, 열차 안에 눕혀진 원통형 발사관이 유압장치에 의해 수직으로 세워지고, 원통형 발사관에서 원형덮개가 열리고,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원통형 발사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밖으로 튀어 오른다. 냉발사체계 고압가스발생기가 분출하는 고압가스에 의해 원통형 발사관에서 사출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20m 정도 공중으로 솟구쳐 오른 뒤에 점화되고, 각도를 이리저리 꺾어가며 비행궤도에 곧바로 진입해 목표물을 향해 탄도비행을 시작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육중한 하중과 발사후폭풍에 견딜 든든한 중량차체를 만드는 기술과 냉발사체계를 만드는 기술만 있으면, 핵미사일렬차를 만들 수 있다. 조선은 중량차체제작기술과 냉발사체계제작기술을 이미 가졌으므로, 핵미사일렬차를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로 되지 않았다.  

 

(5) 핵미사일렬차에 탑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전투부에는 핵탄두가 아니라 메가톤급 열핵탄두(수소탄두)가 장착된다. 거기에 장착되는 열핵탄두는 여러 개의 타격목표를 향해 제각기 날아가는 각개발사식 다중열핵탄두다. 그러므로 핵미사일렬차를 만들려면, 각개발사식 다중열핵탄두를 만들어야 한다. 조선은 각개발사식 다중열핵탄두를 제작하는 기술을 이미 가졌으므로, 핵미사일렬차를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로 되지 않았다.    

 

(6) 대형 발사대차는 차량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한 발밖에 싣지 못하지만, 핵미사일렬차는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세 발이나 실을 수 있다. 핵미사일렬차는 위장술이나 미사일탑재능력에서 발사대차보다 훨씬 더 우월하다.   

 

 

3. 미국이 두려워하는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

 

지난 시기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미사일렬차를 실전배치하여 운용한 나라는 소련이다. 소련군 전략군은 몰로데쯔라고 부른 핵미사일렬차를 1987년에 실전배치하여 2004년까지 운용하였다. 핵미사일렬차 몰로데쯔에는 각개발사식 다중열핵탄두 10개가 전투부에 들어간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발사차량마다 한 발씩 모두 세 발 실렸다. 그러므로 핵미사일렬차 몰로데쯔 한 대는 각기 다른 타격목표를 향해 각개발사식 다중열핵탄두 30발을 발사할 수 있는 초강력한 핵탄발사체계였다. 만일 열핵탄두 30발을 맞으면, 미국은 완전히 멸망하게 된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미국에게 몰로데쯔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몰로데쯔를 ‘죽음의 열차’ 또는 ‘유령렬차’라고 부르며 두려워했다. 당시 소련군 전략군은 핵미사일렬차 12대를 실전배치하여 운용하였다. 소련군 전략군은 대평원에 펼쳐진 광활한 철도망에 200개소의 발사지점을 설치하였다. 당시 소련의 핵미사일렬차는 임의의 지점에 정차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하고, 지정된 200개소의 발사지점에 정차하여 발사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소련의 광활한 전기철도망에서 전선을 철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련의 핵미사일렬차가 전기철도화된 철길을 달리다가 지정된 발사지점에 정차하면, 철길 옆에 설치된 특수장치가 평시에 전기기관차 운행에 사용되는 철길 위의 전선을 옆으로 밀어놓은 뒤에, 원통형 발사관을 수직으로 세우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정찰위성과 첩보위성이 지정된 발사지점 200개소를 집중적으로 감시하면, 소련의 핵미사일렬차가 추적당할 위험이 있었다. 이런 사실을 간파한 조선은 전기철도화된 혜산-만포선을 비전철화함으로써 지난 시기 소련의 핵미사일렬차가 지녔던 취약성을 완전히 극복하였다. 

 

그런데 소련이 붕괴된 후, 로씨야는 미국과 체결한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핵미사일렬차 몰로데쯔를 2007년에 폐차하였다. 핵미사일렬차 12대 가운데 2대가 열핵탄두와 핵심부품들이 제거된 채 살아남아 쌍끄뜨뻬쩨르부르그에 있는 철도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전시되었다.

 

그러나 핵미사일렬차가 가장 우월한 핵탄발사체계라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는 로씨야는 핵미사일렬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2014년에 로씨야는 바르꾸진이라고 불리는 신형 핵미사일렬차를 제작하기 위한 5개년 개발사업에 착수하였다. 당시 로씨야가 개발하기 시작한 핵미사일렬차 바르꾸진에는 2010년부터 생산되는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RS-24 야르스가 탑재될 예정이었다. 바르꾸진 설계를 맡은 모스크바열공학연구소는 전술핵폭탄이 몇 백 m 밖에서 터져도 견딜 수 있는 세계 최강의 방탄-방충격-방화염차체로 핵미사일렬차를 설계하였다. 로씨야는 올해 2019년까지 핵미사일렬차 바르꾸진 개발사업을 완료하기로 예정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조치와 국제석유가격 하락으로 악화된 경제난이 로씨야의 발목을 잡았다. 경제난을 겪는 로씨야는 신형 무장장비를 개발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10만톤급 핵추진 항공모함 개발사업을 경항공모함 개발사업으로 대체하였고, 2,300대를 생산하려던 차세대 주력전차 아르마타를 100대만 생산하기로 대폭 감축하는 등 무장장비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는 긴축조치를 취했는데, 그 와중에 휩쓸린 핵미사일렬차 개발사업은 2017년 12월에 중단되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중국의 지하미사일기지에서 전략군 병사들이 핵미사일렬차 앞에 도열한 장면이다. 이 사진을 보면, 중국의 지하미사일기지에 철길이 복선으로 깔렸고, 핵미사일렬차가 원통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련의 핵미사일렬차 몰로데쯔와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2015년 12월 5일 중국은 핵미사일렬차에서 둥펑-41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하였다.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둥펑-14는 각개발사식 다중열핵탄두 10~12개를 장착한 초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중국의 핵미사일렬차에는 둥펑-14가 세 발씩 탑재된다. 만일 중국이 핵미사일렬차에 실린 메가톤급 열핵탄두 30발을 미국 본토를 향해 모두 발사하면, 미국은 완전히 멸망하게 될 것이다. 핵미사일렬차는 상상을 초월하는 초강력한 전략무기다.     

 

경제난에 발목이 잡힌 로씨야는 핵미사일렬차개발사업을 중단하였지만, 로씨야의 뒤를 이어 핵미사일렬차 개발에 뛰어든 중국은 자기의 개발사업을 중단 없이 밀고나갔다. 미국 중앙정보국 정보자료를 인용한 온라인매체 <워싱턴자유횃불> 2015년 12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2015년 12월 5일 중국은 핵미사일렬차에서 둥펑-41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하였다고 한다. 둥펑-41은 각개발사식 다중열핵탄두 10~12개를 장착한 초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2015년 12월 31일 중국 국방부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열차발사식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는 <워싱턴자유횃불>의 보도내용을 확인하였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오늘 중국은 핵미사일렬차를 실전배치하여 운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4. 출동명령 대기하는 조선의 핵미사일렬차

 

조선에서는 핵미사일렬차를 어떻게 개발하였을까?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서 구체적인 상황은 알 수 없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조선에서 핵미사일렬차가 개발되었음을 뚜렷이 말해주고 있다.

 

(1) 2017년 2월 12일과 5월 22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중거리전략미사일 북극성-2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조선에서 전략미사일이라고 하면, 핵탄두 또는 열핵탄두(수소탄두)가 장착된 미사일을 뜻한다. 조선의 전략미사일 동체에는 일련번호가 쓰여 있는데, 일련번호 앞에 적혀있는 ‘ㅈ’은 전략미사일을 표시한 것이다. 핵탄두 또는 열핵탄두가 장착된 신형 중거리전략미사일 북극성-2형은 원통형 발사관에서 냉발사체계로 발사되는 고체연료미사일이다. 조선이 100% 자체기술로 개발한 고체연료미사일을 ‘북극성-2’라고 부르지 않고, ‘북극성-2형’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고체연료미사일이 몇 가지 서로 다른 유형으로 개발되었음을 말해준다. 

 

2017년 2월 12일과 5월 22일에 각각 시험발사된 북극성-2형은 무한궤도식 발사대차(조선에서는 리대식 발사대차라고 부름)에 실린 원통형 발사관에서 발사되었다. 그런데 북극성-2형 중거리전략미사일이 들어간 원통형 발사관은 길이와 지름이 너무 커서 무한궤도식 발사대차에 어울리지 않는다. 발사현장을 촬영한 보도사진을 보면, 무한궤도식 발사대차 앞뒤로 원통형 발사관이 길게 나와 있어서 매우 불균형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은 북극형-2형 중거리전략미사일이 들어간 원통형 발사관이 무한궤도식 발사대차가 아니라 핵미사일렬차에 탑재될 수 있게 설계, 제작되었음을 말해준다. 북극형-2형은 핵미사일렬차에서 발사되는 열차발사식 중거리전략미사일인 것이다. 

   

(2) 탄체길이가 12m인 북극형-2형 중거리전략미사일은 2단형으로 설계되었는데, 핵미사일렬차에 실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탄체길이가 20m 정도 되어야 하며, 3단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미 10여 년 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도 밑에 화성-13 대륙간탄도미사일을 3단형으로 설계하여 제작하였던 조선이 핵미사일렬차에 탑재할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처럼 쉽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7년 5월 22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북극성-2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두 번째로 시험발사하는 장면이다. 탄체길이가 12m인 북극성-2형은 원통형 발사관에서 발사되는 2단형 고체연료미사일이다. 무한궤도식 발사대차가 원통형 발사관을 수직으로 세우고, 원형덮개를 열고, 북극성-2형을 발사하는 순간, 원통형 발사관에 설치된 냉발사체계의 고압가스발생기가 분출하는 고압가스에 의해 북극성-2형이 위쪽으로 사출된다. 사출된 북극성-2형은 20m 정도 공중으로 솟구쳐 오른 뒤에 점화되고, 각도를 이리저리 꺾어가며 비행궤도에 곧바로 진입해 타격목표를 향해 탄도비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2) 2017년 4월 15일 평양에서 성대하게 진행된 태양절 경축 열병식에 여러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등장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조선이 실명과 실물을 모두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화성-13과 화성-15인데, 그날 열병식에는 실물은 공개하였면서도 실명은 공개하지 않은 대륙간탄도미사일도 등장하였고, 실명과 실물이 전혀 공개되지 않은, 처음 보는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도 등장하였다. 그날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태백산’이라는 차종명칭이 차체 앞부분에 선명하게 새겨진 7축14륜 발사대차에 실려 있었다. 7축14륜 발사대차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아직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이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북극성 계렬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화성 계렬은 발사판 위에 수직으로 세워놓고 발사하는 액체연료미사일이고, 북극성 계렬은 냉발사체계로 작동되는 원통형 발사관에서 사출되는 고체연료미사일이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이 북극성-2형이므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북극성-3형이 아닐까? 

 

그런데 놀라운 것은, 열병식에 나타난 7축14륜 발사대차에 거대한 원통형 발사관이 실려 있었다는 사실이다. 원통형 발사관에 들어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차량발사식과 열차발사식으로 각각 제작되는 것이므로,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발사대차가 있으면,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핵미사일렬차도 당연히 있는 것이다. 예컨대, 중국이 실전배치한 최신형 둥펑-41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차량발사식 유형과 열차발사식 유형으로 각각 제작되었고, 따라서 둥펑-41이 들어간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발사대차도 있고, 둥펑-41이 들어간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핵미사일렬차도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이해하면, 7축14륜 발사대차에 실은 원통형 발사관과 똑같이 생긴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핵미사일열차가 조선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경축 열병식에 거대한 원통형 발사관을 싣고 등장한 7축14륜 발사대차들이 행진하는 장면이다. 사진에 나타난 원통형 발사관에는 북극성-3형이라고 불리는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들어간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에 나타난 원통형 발사관은 7축14륜 발사대차에 실렸지만, 그와 똑같은 원통형 발사관은 핵미사일렬차에도 실린다. 중국의 경우를 보면, 둥펑-41이 들어간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발사대차도 있고, 둥펑-41이 들어간 원통형 발사관을 실은 핵미사일렬차도 있다. 조선도 그와 마찬가지로 원통형 발사관을 발사대차와 핵미사일렬차에 각각 탑재한다.     

 

(3) 2017년 7월 26일 조선의 온라인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세계가 예상하는 조미대결전의 승자’라는 제목의 영상편집물을 실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조선의 지하요새 출입구를 촬영한 사진 두 장이 그 영상편집물에 들어있었다. 출입구에 설치된,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미닫이식 강철차폐문이 전기장치로 움직이는 모습이 촬영된 사진이다. 한 눈에 봐도, 매우 견고한 방탄-방충격-방화염시설이 분명하고, 미국의 지하관통폭탄으로 파괴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핵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지하요새로 보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하요새 안으로 두 줄기 강철궤도가 나있다는 사실이다. 사진 속의 지하요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들어있는 원통형 발사관을 탑재한 핵미사일렬차가 드나드는 지하미사일기지인 것이다. 지하요새 출입구를 보여주는 두 장의 사진은 조선이 핵미사일렬차를 실전배치하였음을 세상에 알렸다. <사진 6>   

 

▲ <사진 6> 위의 두 사진은 2017년 7월 26일 조선의 온라인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에 실린 '세계가 예상하는 조미대결전의 승자'라는 제목의 영상편집물에 나오는, 조선의 지하요새 출입구를 촬영한 것이다. 출입구에 설치된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미닫이식 강철차폐문이 전기장치로 움직이는데, 매우 견고한 방탄-방충격-방화염시설이 분명하다. 조선 각지에 건설된 지하요새들은 통신설비, 전력공급시설, 조명설비, 급수시설, 환기시설, 방습시설을 완비하였다. 조선의 지하요새는 미국의 지하관통폭탄으로 파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핵공격에도 견딜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진에 보이는 지하요새 안으로 두 줄기 강철궤도가 나있다는 사실이다. 이 지하요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핵미사일렬차가 드나드는 지하미사일기지인 것이다.     

 

(4) 조선이 북극성 계렬의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들어간 원통형 발사관을 세상에 공개한 때로부터 2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조선은 북극성 계렬의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핵미사일렬차를 회중리 지하미사일기지에 실전배치해놓고 혜산-만포선에서 몇 차례 시험운행을 하였을 것이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2018년 한 해 동안 혜산-만포선에서 핵미사일렬차의 기적소리를 울리며 몇 차례 시험운행을 진행하고, 성능을 판정하였지만, 외형과 크기가 화물렬차와 똑같고 차체도색도 똑같기 때문에, 미국의 첩보위성은 전혀 포착할 수 없었을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월 1일에 발표한 신년사에서 “지난해에 우리 당과 국가와 인민이 쟁취한 특출한 성과는 국가핵무력완성의 력사적 대업을 성취한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국가핵무력완성을 세상에 선포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포한 국가핵무력완성의 의미는 2017년에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와 수소탄시험에서 성공한 것으로만 좁혀서 이해될 수 없다. 국가핵무력완성의 의미는 핵탄발사체계인 핵미사일렬차와 전략잠수함을 완성하였다는 뜻으로도 이해된다. 핵강국들이 보유한 4대 핵전략자산을 손꼽으면 핵미사일렬차, 전략잠수함, 장거리전략폭격기, 핵추진 항공모함인데, 장거리전략폭격기와 핵추진 항공모함은 광활한 영공과 영해를 가진 대국에게 필요하고, 다른 나라를 들이치는 침략전쟁에 동원되는 핵전략자산이므로, 영공과 영해가 좁은 조선에게는 필요하지 않을 뿐더러,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있는 핵강국”인 조선은 침략적 핵전략자산을 보유하지 않는다. 조선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의 핵위협에 맞설 자위적 핵전략자산이다. 오늘도 회중리 지하미사일기지에서 출동명령을 대기하고 있는 핵미사일렬차가 바로 그런 자위적 핵전략자산이다. (조선의 자위적 핵전략자산인 전략잠수함에 관한 설명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우리 공화국은 마침내 그 어떤 힘으로도, 그 무엇으로써도 되돌릴 수 없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전쟁억제력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국가의 핵무력은 미국의 그 어떤 핵위협도 분쇄하고 대응할 수 있으며 미국이 모험적인 불장난을 할 수 없게 제압하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됩니다.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합니다”라고 단언하였다. 조선이 2017년에 자위적 핵전략자산들인 대륙간탄도미사일, 열핵탄두, 핵미사일렬차, 전략잠수함을 모두 완성하였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그처럼 확신성 있게 단언할 수 있었다.  

 

 

5. 마지막 공간이 아직 남아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신년사에서 사용한 표현을 빌리면, 조선의 핵미사일렬차는 “전체 인민이 장구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바라던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검”이다. 그런데 지난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인민이 장구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만들어낸” 자위적 핵전략자산을 폐기하고, 핵탄두를 떼어내어 미국에 넘기라고 요구하였다. 이것은 핵무기개발을 포기하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허황된 감언이설로 리비아의 핵개발사업을 중단시키고, 핵개발장치를 미국 본토로 반출해가고, 화학무기를 폐기시켜 무장해제를 하였을 뿐 아니라, 리비아에게 약속했던 제재조치를 해제하지 않고 되레 반란군을 사주하여 가다피 정권을 전복시킨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을 조선에게 적용해보겠다는 소리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발언은 불법무도한 폭언이며 조선에 대한 모욕으로 들린다. 

 

2019년 4월 6일 일본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핵포기 제안을 듣고 “얼굴을 붉히면서 일방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하고 그 요구를 즉각 거부하였다고 한다. 그 자리가 외교발언이 오가는 정상회담이었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제력을 발휘하여 그 정도의 거부발언으로 끝냈지만, 만일 정상회담이 아니었더라면 격노하였을 것이다. 조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조선에게서 “평화수호의 보검을 빼앗으려는 날강도 미제의 우두머리”로 보일 것이니, 어찌 격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2007년 5월 17일 남북철도련결구간에서 열차시험운행을 하기 위해 남하한 북측 디젤기관차와 열차를 촬영한 것이다. 조선에서는 디젤기관차라고 하지 않고 내연기관차라고 한다. 사진 속의 디젤기관차 앞에 '내연 602'라는 표시판이 붙어있다. 조선의 핵미사일렬차도 위의 사진에 나타난 일반열차와 똑같이 생겼다. 하지만 조선의 핵미사일렬차는 미국의 핵위협을 분쇄하고, 미국의 모험적 무력도발을 제압하는 가장 강력한 자위적 핵억제력을 발휘한다. 조선은 2017년에 자위적 핵전략자산들인 대륙간탄도미사일, 열핵탄두, 핵미사일렬차, 전략잠수함을 모두 완성하였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국가핵무력완성을 세상에 선포하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인민이 장구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만들어낸 자위적 핵전략자산을 폐기하고, 핵탄두를 떼어내 미국에 넘기라는 강도적 요구를 제기하였다. 이것은 미국이 선호한다는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리비아식 해법은 불법무도한 제국의 망상이다. 불법무도한 제국에게 불의 징벌을 예고하는 듯, 열차는 오늘도 혜산-만포선에서 기적소리 울린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리비아식 해법을 제안한 사실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만일 그런 사실이 조선에 알려지면, 분노한 조선인민군과 조선인민들 속에서 반트럼프 감정이 폭발하여 “날강도 트럼프놈을 핵으로 응징하자”는 과격한 요구가 빗발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조선이 대미협상을 완전히 중단하고, 제2차 조미핵대결을 벌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은 조선이 대미협상을 완전히 중단하고 제2차 조미핵대결을 벌일 때가 아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무도한 리비아식 해법에 끝내 매달린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2차 조미핵대결 이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겠지만,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한 충격을 주어 불법무도한 리비아식 해법을 포기하게 만드는 마지막 선택공간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선은 그 마지막 선택공간에 집중되고 있다. 불법무도한 제국에게 불의 징벌을 예고하는 듯, 열차는 오늘도 혜산-만포선에서 기적소리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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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조선학교 학생들이 바라본 한반도 변화

[기고] 일본 조선학교를 다녀오다
 
 
 
Ⅰ.
지난해 12월에 일본 오사카에 있는 동오사카 조선 중급학교와 요코하마의 가나가와 조선 중고급학교를 방문했는데, 고립된 채 유지보수조차 되어 있지 않은 학교 건물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정치인들은 북한과의 연관성을 이유로, 조선학교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하고 폐쇄하라며 지역 사회에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이처럼 일본 내 조선학교는 다른 국제학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의심스럽고 위험한 것으로 취급받고 있다. 

1990년대 도쿄대학교에서 공부했을 때 동료들에게 조선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일본 사회의 엘리트였으며 우정을 바탕으로 소수 공동체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에 상당한 호소력이 있었다. 당시 나는 훌륭한 교육을 받은 동료들에게 감동했다. 내가 일본의 강력한 의사 결정 커뮤니티에 들어간 미국인이 된다는 생각에 고무되어 있었다. 

그들은 조선학교에 대해 아주 낯선, 전체주의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전통 의상을 입은 조선학교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은 채 평범한 일본인과의 교류를 거부한다고 했다. 일본인들 눈에는 조선학교와 학생들이 이데올로기적이고 융통성이 없으며 비밀스럽고 기이한, 마치 북한 음모의 한 부분처럼 묘사되었다. 

이후 조선 고등학교에 다닌 사람을 만나 그들이 일본에서 자신의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겪은 끔찍한 차별에 대해 알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다.  
 

▲ 일본 조선학교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우리학교>(김명준 감독, 2006) 스틸컷.


Ⅱ. 
나는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서 12년 이상 살고 있다. 도쿄대에서 공부했던 시절과는 다른 시각으로, 조선학교를 찾은 셈이다. 특히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에는 능숙하지만 일본어는 그렇지 못한 딸 레이첼과 같이 조선학교를 방문했다.  

우리가 동오사카 조선 중급학교에 도착했을 때 나는 도쿄대의 오래된 기숙사가 생각났다. 1987년 당시 도쿄대 기숙사는 수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지만, 사려 깊고 창의적인 학생들로 가득했다(비록 지금은 다들 뿔뿔이 흩어졌지만). 

동오사카 조선 중급학교 역시 제대로 수리되어 있지 않았다. 건물 외벽의 페인트가 벗겨졌으며, 내부 콘크리트는 갈라져 있었다. 학교는 조선인 교육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우익세력에 의해 정부의 지원이 중단된 채 학교 학생들과 가족들의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지키고자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투쟁 의지는 강했다. 최근 한국과 일본 간 긴장이 높아지면서 한국에서도 조선학교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한국인을 적대시하는 우익세력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일본 내 조선학교의 투쟁 의지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다.  

우리가 방문한 시간은 토요일 오후였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과외 활동에 집중하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학생들은 몇 시간에 걸쳐 축구를 하고 그림을 그리며 전통 한국 무용과 한국 음악을 연습하는 등 자신들의 활동에 몰입했다. 

Ⅲ. 
나는 조선학교와 학생들의 모습에 엄청난 교감을 느꼈는데,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학교만의 특징이 눈에 들어왔다. 

학교에는 상업적인 시설이 전혀 없었다. 어디에도 광고가 없었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이미지는 상업 디자이너가 제작한 것도 아니었다. 화장을 하거나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입은 학생도 없었다. 학교의 장식물은 오롯이 학생들이 활동의 일부로 직접 만든 것이었다.

학교는 협동을 통해 운영되는 소규모 공동체였다. 그것은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 헌신적인 몇몇 사람에 의해 한국 문화가 보존되었다는 사실뿐 아니라, 1987년 처음 일본에 왔을 때 봤던 문화가 그대로 느껴졌다. 이에 지난 30년 동안 과도하게 상업화된 소비문화로 사라진 것을 조선학교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12명의 중학생들과 마주 앉아 아시아의 평화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하고, 일본 사회가 조선학교와 학생들에게 적대적인 압력을 가할 때 대응 방법 및 그들의 생각을 들었다. 학생들은 비교적 개인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말했다. 

학교의 기본 주제는 협력이었다. 학교는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는 곳이라기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팀의 일원으로 협력하는 곳이었다. 이런 태도는 개인을 파괴하는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날 나르시스트적 소비문화에 의한 인간성 파괴를 감안할 때 그들의 문화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레이첼은 학생들과 한국어로 대화했다. 레이첼은 그들과 점심을 먹은 뒤 오사카 시내를 구경하고, 저녁 8시가 다 되어서야 돌아왔다. 레이첼은 학생들과 오사카 시내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 주었다. 레이첼은 그들이 열린 마음으로 자신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배력하는 모습에 감동받은 것처럼 보였다. 
 

▲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아시아인스티튜트 소장(가운데)과 레이첼(가운데 왼쪽), 그리고 동오사카 조선 중급학교 학생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Ⅳ. 
그리고 며칠 후, 우리는 요코하마에 있는 가나가와 조선 중고급학교를 방문했다. 김찬욱 교장과 조선대학교를 졸업한 그의 딸이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왔다. 아버지와 딸은 지역사회에 기반한 교육 시스템 속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한일 양국의 대안 역사를 바로잡는 일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또 지금까지 학교가 어떤 압력을 견디며 살아남았는지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나와 레이첼은 우리를 위해 다코야키를 만들어온 15명 정도의 학생들과 함께 앉았는데, 레이첼은 나는 아랑곳없이 그들과의 대화에 빠져들었다. 

나는 김 교장과 함께 그의 사무실에서 한 시간 동안 일본에서 한국어로 교육을 하고, 일본 및 전 세계에 걸친 제국주의와 식민 통치의 유산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데에 따르는 엄청난 어려움에 대해서 대화했다.  

김 교장은 일본의 심각한 사회 및 경제 문제에 관한 공개 세미나 자료의 사본을 보여주었다. 나는 조선학교가 당면한 실질적인 문제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면서 예술·음악·작문 등을 과외 활동이 아닌 필수 항목으로 교육하는 학습법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인상을 받았다.

Ⅴ. 
몇 달 뒤, 내 친구 가와나카 요가 가와가나 조선 중고급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여학생 3명, 남학생 1명 등 총 4명을 각각 A, B, C, D로 표시)을 인터뷰했다. 

학생들은 노래방과 프리쿠라를 좋아하는 여느 일본 학생들과 똑같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이라는 정체성과 '분단'이라는 현실을 이해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조선학교의 교육 방식과 일본에서의 생활 방식이 나름의 조화를 이룬 것이다. 

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터뷰 내용을 전한다. 

- 조선반도(한반도)에 통일과 평화의 징조가 보이는데, 학생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나

학생 A : 북남 수뇌회담이 진행되었을 때 이야기지요? 역사를 배우는 사람으로, 기쁜 일이지만 '겨우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벅차다.  

학생 B : 우리가 조국을 방문할 땐 보통 중국을 경유해서 간다. 그런데 '만약 통일된다면 남한을 거쳐 평양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수업 중에 했다. 

학생 C : '조선(북한)은 사회주의이고 한국은 자본주의사회이니까, 통일되면 어떤 사회가 될까?' 같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학생 D : 우리 자신이 특별히 변한 것은 없지만, TV나 신문에서 '북조선, 북조선' 하고 방송하던 게 눈에 띄게 적어졌다. 우리가 '통일의 한길로 걸음을 때기 시작했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분위기다.  

- 일본 사람들이 조선을 더 많이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나? 

학생 A : 글쎄요. 직접 만나고 교류하면, 선입관이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인식 등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내 여러 고등학교와 교류하고 있는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지막에는 '평범한 보통 고등학생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된다. 

사실 우리는 조선을 잘 아는 조선 사람은 아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그렇다고 일본 사람도 아닌 조선과 일본 중간에 있는 느낌이랄까? '조선인'이 맞지만, 스스로를 '조선 사람'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좀 복잡하다. 경우에 따라 '조선 사람'이라고 규정되는 건 어색할 때도 있다. 다만, 이런 배경을 정확히 알고 편견 없이 평범한 한 사람으로 대해줬으면 한다. 

- 뉴스를 볼 때 어떤 미디어를 주로 이용하나. 일본의 주요 미디어가 보도하는 내용은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나 

학생 A : TV에서 정보를 얻는다.  

학생 B : '라인 뉴스'(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이 일본에서 제공하는 뉴스 서비스)에서도.

학생 C : 학교에 있는 조선(북한) 쪽 신문도 본다. 

- 다들 근처에서 사는지. 조선 학교와 지역 주민 간 교류도 궁금하다 

학생 A, B, C, D : 대부분 전차를 타고 통하교를 한다. 다소 먼 거리다. 

- 그렇다면 지역 주민과 교류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 

학생 D : 학교 행사가 있을 때면, 선전 포스터를 전달한다.

학생 A : 평상시에는 학교 앞 긴 계단길을 정기적으로 청소하며, 지역 주민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 우익 단체 사람들에게 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일본 사람 중에도 재일교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진 이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경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학생 A : 우리도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다. 자기 생각이 없으면, 작된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기 쉽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자기 생각'을 가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들과 교류할 때도 마찬가지다.  

- 일본에서의 생활, 만족하나? 노래방이나 프리쿠라('Print Club'의 일본식 발음으로,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도 좋아하나?  

학생 C : 좋다.  

학생 A, B : 일본의 평범한 보통 고등학생들과 같다.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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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교착의 장기화-압박과 통제의 강화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 (5)
▲ 코리 가드너 미국 상원의원(공화당)이 지난 3월 7일(현지시간)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관련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미국 및 국제사회의 기준을 준수할 때까지 완벽한 제재 집행과 강력한 군사 태세, 북한 정권의 체제 고립 등을 포함한 최대 압박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 : 뉴시스]

5. 북미교착의 장기화-압박과 통제의 강화

양립할 수 없는 북미입장

북미 모두 협상의 여지는 남겨두었으나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상대에게 공을 넘겼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하노이 합의무산은 북미협상의 향배를 좌우하는 근본입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때문에 어느 한쪽이 굴복하지 않는 한 해결될 수 없다. 단계적 동시이행을 통한 새로운 북미관계를 추구하는 북의 입장과 최고압박을 통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강제라는 트럼프정권의 대북정책은 양립할 수 없다. 북미협상은 상당기간 교착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트럼프는 북의 비핵화 댓가로 평화협정과 주한미군철수 등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의 길로 갈 생각이 추호도 없다.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을 통한 이남에 대한 군사적 지배력을 유지한 가운데 '경제부흥'을 미끼로 북을 무장해제시키고 베트남식 개방으로 끌어내려한다. 따라서 북미협상이 재개되고 일정한 진전이 있더라도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근본적으로 폐기되지 않는 한 더 근본적인 쟁점에 부딪히게 되어있다.

문재인 정부는 포괄적 로드맵 합의와 단계적 실천을 중재안으로 내놓았으나,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는데서 역할 이상으로 북미간 의미있는 합의안으로 작동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제 강화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를 강화하지는 않겠다고 했으나 거짓말이다.
지난 3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북에 대한 '추가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올리고, 29일 “북한이 이미 굉장히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현시점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미국내 강화되는 대북제재강화 움직임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동을 걸고 유화책을 쓰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쇼에 불과하다.

오히려 향후 1년 동안 미국은 대북제재에 올인할 것이다.
미의회는 하노이 회담 직후 '초강력세컨더리보이컷'을 상정했다. 트럼프는 '세컨더리보이콧'을 대중 무역전쟁의 카드로 쓸 것이며, 이를 고리로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을 더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 이미 미 의회는 지난달 26,27일 집중적으로 대북관련 청문회를 열고 대북제제강화목소리를 높였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광범위한 추가제재안을 철회”시켰다고 언급한 미국 독자적 세컨더리 보이콧에 해당하는 추가제재를 발표했다. 제재 명단에는 중국의 ‘다롄 하이보 인터내셔널 화물 회사’와 ‘랴오닝 단싱 인터내셔널 포워딩 회사’가 포함되었다. 또한 같은 날 국무부와 해안경비대와 공동으로 대북 해상거래 주의보를 발행하여 북한(조선) 선박과 환적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18척의 이름과 국제해사기구(IMO) 번호, 선적 정보를 공개했다. 한국 선박 ‘루니스호'와 ‘피 파이어니어호' 역시 환적의심 선박으로 지정되었고, ‘피 파이어니어호’는 한국정부가 억류중이다. 노골적인 제재강화움직임이다.

4월 2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핵확산금지조약(NPT) 장관급 회의를 열고, 불법으로 핵을 개발한 북한(조선)을 향해 성토하는 자리를 조직했다.

인권공세도 더욱 강화할 것이다. 
3월 21일 국무부는 북 인권개선 예산으로 6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발표하고, 다음 날 유엔인권이사회는 17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계 미국인 모르스 단 북일리노이대 법대 교수를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ambassador at large for Global Criminal Justice)에 지명했다. 단 교수의 그간의 북한관련 연구활동에 대해서는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와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 주미 한국대사, 북한과 협상하는 (동아태) 차관보 등이 주목해 왔으며, 단 교수의 지명에 대해 미국 내 북한 인권 단체들과 미국내 탈북민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이다.

남북관계 통제 노골화

미국은 남북관계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압박도수를 높일 것이다.
남북사이 군사적 대결해소와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에 대해 유엔사를 앞세워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올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는 “DMZ 올레길 개방”에 대해서도 언제 무슨 트집을 잡아 제동을 걸고 나올 지 알 수 없고, 보다 전면적인 평화정착노력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을 것이다.
또한 '워킹그룹'을 통해 남북사이 철도, 도로연결은 물론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를 제외하고는 민간교류조차 원천봉쇄하려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정부는 미국이 유엔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영변핵시설폐기 등을 끌어내는 카드로 쓰라고 제안했으나 트럼프정권은 이를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4월 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부는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쓸 것이나 미국은 오히려 한국정부에게 제제유지강화를 압박하는 공간으로 사용할 것이다. 이미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4월 5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와 관련해) 모호한 적이 없었고, 미 행정부의 정책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대북제재 예외 결정을 내려달라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호소에 대해 미 국무부는 대북제재이행을 거듭 촉구하는 것으로 답했다.
한 마디로 4.27판문점선언과 9월평양선언 이행은 중대한 도전에 부닥칠 것이다.

한미일 동맹 복원과 한일관계 개선 압박

미국은 최근 악화되고 있는 한일관계 복원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벌어진 갈등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일 미 국무부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 자료에서 “양국이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과 한미일 협력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히고, 하루 뒤 국무부 관계자는 “일본과 미국은 한국과 함께 국제 압박 캠페인의 최선두에 있다”고 밝혔다.

4월 5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한·미‧일 3국 간의 유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상원 결의안(S. Res. 67)을 가결시켰다. 결의안은 "북한(조선) 문제 해결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와 평화, 안정을 위해 세 나라가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통된 위협으로 “북한(조선)의 지속적인 국제법과 인권 위반”을 지목하고 “3국 간 외교,안보 공조 강화를 위한 전략 마련과 실행이 중요하다”고 명시했다. 또한 대북제재와 관련해 “제재의 완전하고 효율적인 시행과 추가적인 대북 조치 평가를 위해, 3국이 공조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을 비롯한 다른 회원국들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친미보수세력의 친미반북대결 공세 강화

이에 따라 남측내 친미보수세력의 반북대결공세와 세력결집 움직임 또한 더욱 강화할 것이다. 그간 주로 경제문제에 집중했던 반문재인 공세는 북미교착국면이 본격화함에 따라 대북정책에 대한 공세-남북공동선언파괴 공세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황교안의 등장에 따라 보수세력 내부에서 반북극우세력의 헤게모니가 강화되면서 반북대결공세는 더욱 기승을 떨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 정권의 대북정책이 총선을 앞두고 한국내 친미보수세력의 부활과 재결집을 통해 친미보수연합을 획책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차기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목표로 시간이 흐를수록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트럼프행정부 내부에서조차 '한국정부가 미국과는 다른 길을 가려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요컨대, 북미관계 교착상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대북제재 강화, 남북관계 통제, 한일관계복원 압박, 친미수구세력에 대한 음성적 지원방식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노이 2차북미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의 정세를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한국민의 반발과 분노를 자아낼 것이나, 그것이 어떤 형태의 행동과 저항으로 이어질 지는 전적으로 한국민 자신의 몫이다.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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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야기 그만하자는 사람들에게

현장] 4·16 세월호·김용균·황유미·대구지하철·춘천봉사활동·스텔라데이지호 산재 및 사고 유가족들과 함께한 영화 ‘생일’ 상영회

박서연 기자 psynism@mediatoday.co.kr  2019년 04월 06일 토요일
 

“먹지 마. 네 오빠는 밥도 못 먹는데 너는 지금 반찬 투정할 때야? 나가! 나가라고”

수호 엄마 순남은 오빠 옷만 사 와서 토라진 동생 예솔이 반찬 투정을 하자 나가라고 소리쳤다. 내복만 입고 집 밖으로 쫓겨난 예솔은 목 놓아 울었다. 수호 엄마도 식탁 앞에서 가슴을 쥐고 내쫓아버린 딸과 함께 울었다. 수호네 가족은 아직도 2014년 4월16일을 살고 있다.

▲ 산재 및 사고로 고인이 된 분들을 위해 영화 ‘생일’을 관람한 유가족들이 함께 일어나서 묵상하고 있다. (왼쪽부터 대구지하철 참사로 딸을 잃은 전재영씨, 세월호참사로 딸을 잃은 윤경희씨,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 생명안전 시민넷 활동가, 춘천봉사활동 산사태 사고로 딸을 잃은 최영도씨) 사진=박서연 기자.
▲ 산재 및 사고로 고인이 된 분들을 위해 영화 ‘생일’을 관람한 유가족들이 함께 일어나서 묵상하고 있다. (왼쪽부터 대구지하철 참사로 딸을 잃은 전재영씨, 세월호참사로 딸을 잃은 윤경희씨,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 생명안전 시민넷 활동가, 춘천봉사활동 산사태 사고로 딸을 잃은 최영도씨) 사진=박서연 기자.
 

 

수호 엄마 순남, 아빠 정일, 동생 예솔, 옆집에 사는 친구 우찬, 우찬이 엄마, 수호가 물 밖으로 밀어줘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은빈, 단짝 성준 등 영화 속 수호와 관련된 많은 사람이 아직도 수호를 잊지 못한 채 산다. 

하지만 영화는 한 번도 ‘4·16 세월호 참사’라는 단어를 구체적으로 꺼내지 않는다. 그날의 참사를 자세히 묘사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날 이후’ 수호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지 ‘담담히’ 보여준다. 

영화 속 수호네 가족처럼 ‘그날 이후’ 시간이 멈춰버린 사람들이 지난 5일 저녁 7시 CGV용산아이파크몰에 함께 모여 영화 ‘생일’을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상영회는 생명안전 시민넷과 반올림, ‘생일’ 영화사가 마련한 자리였다. 

4·16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춘천봉사활동 산사태 사고,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현장실습 사고,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유가족 어머니 김미숙씨,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가족 아버지 황상기씨, tvN 고 이한빛 PD 유가족 등 총 140여명의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흐느꼈다.

영화가 슬픔을 ‘담담히’ 그려낸 것처럼 관객들도 120분의 시간 동안 ‘내내’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관객들은 슬픈 감정을 영화가 끝난 후에도 지우지 못했다. 서로를 토닥여 줬다. 영화가 끝난 직후 ‘작은 이야기 마당’이 마련돼있었지만, 15분 정도 감정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어쩌다 유가족이 됐을까? 

세월호 참사로 딸 김시연 양을 잃은 윤경희씨는 “두 번째 보는 거라 안 슬플 줄 알았는데 또 울어버렸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발언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윤경희씨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 세월호 참사로 딸 김시연 양을 잃은 윤경희씨가 영화 ‘생일’을 관람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세월호 참사로 딸 김시연 양을 잃은 윤경희씨가 영화 ‘생일’을 관람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윤경희씨는 “‘내가 어쩌다 세월호 유가족이 돼서 마이크를 잡고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자체가 너무 서럽다. 5년이 다 되도록 한 명의 책임자도 처벌하지 못한 채 아이들의 5주기를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다른 참사 유가족분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 말하며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윤씨는 “저희 아직도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못 했다. 아직도 싸우고 있는데 그런 장면이 이 영화에 없어서 아쉽긴 해도 우리 가족들의 마음을 잘 담아줘서 감독에게 고맙다. 어려운 영화 찍어준 배우들도 고맙다. 우리 아직 안 끝났다고 이제 시작하는 거라고 국민에게 이 영화를 통해 알리고 싶다”고 말하자 관객들은 큰 박수로 응원해 줬다.

유가족은 우는 게 맞나요 웃는 게 맞나요?  

대구지하철 참사로 딸을 잃은 전재영씨도 “두 번째 보는 거라 눈물 안 흘릴 줄 알았는데 눈물이 나왔다”며 “세월호 영화임에도 감독이 많이 절제한 것 같다. 나도 저랬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감정 이입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재영씨는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수호 동생인 예솔이가 물에 안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저는 사고 후 4년간 지하철을 못 탔다”면서 “제3자가 볼 땐 유가족들이 ‘울어야 할까요? 웃는 게 맞을까요?’”라고 물었다.  

전씨는 둘 다 맞다고 스스로 답하며 “본인이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는 게 맞다. 제3자는 그렇게 안 본다. 울면 운다고 웃으면 웃는다고 뭐라고 한다. 같이 슬퍼해 주지는 못 해도 가족 잃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이 많았으면 한다. 많은 사람이 영화를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애가 죽으면 거기서 시간이 멈춘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영화를 보낸 내내 제가 당하고 있던 것들이 다 생각나서 마음이 너무 참담했다. 유가족들은 애가 죽으면 거기서 다 멈춰버린다”며 “4개월이 지났는데 용균이 영정사진을 보면 내가 용균이 같고 용균이가 나 같은 마음이 든다”고 토로하며 눈물을 흘렸다. 

김미숙씨는 “진상규명이 꼭 제대로 돼야 한다. 책임자들을 꼭 처벌받게 하겠다. 서부발전 그 기업만의 잘못이 아니다. 나라 정치가 잘못돼 자식들이 죽었다. 저는 사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제가 행복해지고 싶지도 않다”고 밝혔다. 

 

▲ 영화 ‘생일’을 함께 본 유가족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 영화 ‘생일’을 함께 본 유가족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는 “4월22일 유미 생일이다. 수호 엄마가 우울증에 걸려 자식에 대한 사랑을 보여줬는데 유미 엄마도 우울증에 걸려 똑같이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황상기씨는 “반올림에 접수된 피해사례가 상당히 많다. 엄청 많은데 피해자를 낳은 공무원은 한 명도 처벌 안 했다. 정부에서는 이렇게 많은 수천 명의 피해자를 낳은 삼성에 천억이 넘는 돈을 지원하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을 지적했다.

최영도씨는 2011년 춘천봉사활동 산사태 사고로 딸을 잃었다. 최영도씨는 “저 역시 이 자리에 나올 줄 몰랐다. 제 딸도 경우 없이 사고를 당했다. 힘겨운 과정을 통해 4년간 싸우며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임을 밝혀냈다”며 “영화는 사건의 기록이자 결국엔 치유가 이뤄지는 과정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치유하는 과정은 다들 다르다. 누구든 재난 참사를 당할 수 있다. 주위 사람들이 희생자 가족들을 잘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영화 ‘생일’ 포스터. 사진=NEW
▲ 영화 ‘생일’ 포스터. 사진=NEW
 

 

2015년부터 안산을 방문해온 이종언 ‘생일’ 영화감독은 “참사로 인해 무너졌던 마음과 변해버린 일상들에 대해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한다. 더 많이 보고 주목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영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영화 관람을 직접 신청해 보러온 고등학생들은 퉁퉁 부은 눈으로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재범(15)씨는 “저는 프랑스에서 살다 한국에 왔다. 세월호 가족분들이 프랑스 와서도 이런저런 활동을 하셨다. 제 어머니가 번역으로 활동을 도왔다. 한국에 와서 세월호 참사 학생들이 다녔던 학교도 방문했었다. 영화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태건(15)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에서 보도하고 그랬던 게 기억난다. 지나고 보니 진상도 안 밝혀지고 있다. 솔직히 세월호 이야기가 지겨웠던 적도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영화를 많이 봤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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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마드리드 대사관 급습에 ‘중차대한 테러 공격’ 수사 요청

북미 2차 회담 앞두고 발생, 반북한단체 스스로 범행 밝혀
 
뉴스프로 | 2019-04-05 14:44:4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북한, 마드리드 대사관 급습에 ‘중차대한 테러 공격’ 수사 요청 
– 북미 2차 회담 앞두고 발생, 반북한단체 스스로 범행 밝혀 
– 훔친 자료 FBI와 비밀유지 조건으로 공유, 조건 깨진 듯

NBC뉴스가 North Korea calls Madrid embassy raid ‘grave terrorist attack,’ demands investigation (북한 당국 마드리드 대사관 급습은 ‘중차대한 테러 공격’이라며 수사 요청)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급습에 대한 북한 당국의 입장이 담긴 뉴스를 전했다.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급습 사건은 2차 북미회담을 앞두고 발생했으며, 그들이 미국 FBI와 훔친 정보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 배후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이다.

NBC는, 이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찰관계자가 FBI가 그 정보를 입수한 사실이 맞음을 확인해 주었다고 밝혔다.

기사에 따르면 급습한 조직은 자유조선, 혹은 자유한국이라는 반체제 단체로서 자신들이 대사관을 침입했다고 밝히면서 “부도덕적이고 비합법적인 정권”으로부터 북한을 해방시키는 활동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2월 22일 거짓핑계로 대사관에 진입해 직원들을 묶고, 구타했으며 북한 외교관의 탈북을 설득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컴퓨터와 디지털 파일을 훔쳐서 급히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조직들은 자신들은 폭행을 하거나 재갈을 물린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고 전한다.

기사는, 스페인이 이 사건에 대해 비밀 유지 명령을 해제하고 침입한 10명의 혐의자들 중 7명의 신원을 공개했다고 밝혔으며, 그 중 미국 거주 멕시코 국적의 아드리안 홍창과 미국 시민권자 두 명에 대해서는 국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사는, 스페인 정부의 자체 수사를 통한 용의자 신원 확인인지, 아니면 미국 당국으로부터 침입자들의 이름을 전달받았는지의 여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급습 단체는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상호 합의한 비밀유지 조건으로 미국 FBI와 엄청난 잠재적 가치를 지닌 특정한 정보를 공유했다” 고 밝혔으나 ” 비밀 유지 조건은 깨진 것 같다 ” 고 덧붙였다.

북한 국영 매체는 이 사건에 대해 외무성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서 “외교공관에 대한 불법 침입과 재외공관 점거와 강탈 행위는 국가 주권에 대한 중차대한 위반이자 극악무도한 국제법 위반” 이라며, “이런 행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며 수사를 요청하고 있다. (글, 박수희)

다음은 뉴스프로가 번역한 nbc 뉴스의 보도 전문이다. 
번역 감수: 임옥

기사 바로가기: https://nbcnews.to/2HOG8hK

North Korea calls Madrid embassy raid ‘grave terrorist attack,’ demands investigation

북한, 마드리드 대사관 급습은 ‘중차대한 테러 공격’ 수사 요청

A group calling for the overthrow of Kim Jong Un has given the FBI data seized in the raid, a law enforcement source told NBC News.

김정은 체제 전복을 촉구하는 한 단체가 급습으로 확보한 자료를 FBI에 넘겼다고 한 경찰 관계자가 NBC 뉴스에 전했다.

A member of the North Korea’s embassy tells reporters not to take pictures of the diplomatic building in Madrid, Spain. on March 13, 2019.Bernat Armangue / AP file 
2019년 3월 13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북한 대사관 직원 한 명이 기자들에게 외교관 건물의 사진을 찍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있다.

March 31, 2019, 4:35 PM ‎KST 
By Associated Press

North Korea said Sunday it wants an investigation into a raid on its embassy in Spain last month, calling it a “grave terrorist attack” and an act of extortion that violates international law.

일요일 북한 당국은 지난 달 스페인 주재 자국 대사관 급습에 대해 “엄중한 테러 공격”이자 국제법을 위반한 강탈 행위라며 수사를 원한다고 밝혔다.

The incident occurred ahead of President Donald Trump’s second summit with leader Kim Jong Un in Hanoi on Feb. 27-28. A mysterious group calling for the overthrow of the North Korean regime has claimed responsibility.

그 사건은 2월 27일-28일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생했다. 북한 체제 전복을 촉구하는,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한 집단이 이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The group says it handed over data stolen from the raid to the FBI, and a law enforcement source familiar with the matter confirmed to NBC News that the bureau has received the information.

그 단체는 이번 급습에서 확보한 자료들을 FBI에 넘겼다고 밝히고 있으며 그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FBI가 그 정보를 받았음을 NBC뉴스에 확인해 주었다.

The North’s official media quoted a Foreign Ministry spokesman as saying that an illegal intrusion into and occupation of a diplomatic mission and an act of extortion are a grave breach of the state sovereignty and a flagrant violation of international law, “and this kind of act should never be tolerated.”

북한 국영 매체는 외무성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서 “외교공관에 대한 불법 침입과 재외공관 점거와 강탈 행위는 국가 주권에 대한 중차대한 위반이자 극악무도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런 행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He claimed an armed group tortured the staff and suggested they stole communications gear.

외무성 대변인은 무장한 조직이 직원을 고문했다고 주방하며 그들이 통신 장비를 훔쳤다고 말했다.

FBI has data stolen from North Korea embassy by anti-regime group : 
https://nbcnews.to/2Uq7CQJ

Spanish authorities have accused a 10-member gang of entering the embassy on Feb. 22 under a false pretext, beating and tying up the staff, trying unsuccessfully to persuade an accredited North Korean diplomat to defect, and making off with computers and digital files.

지난 2월 22일 스페인 당국은 10명의 일당이 거짓 핑계를 만들어 대사관에 진입해 직원들을 구타하고 묶고, 공인된 북한 외교관의 탈북을 설득하려 했으나 실패했으며, 컴퓨터와 디지털 파일을 훔쳐서 달아났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The anti-regime group, Free Joseon, or Free Korea, has claimed responsibility for the intrusion, though it denies beating or gagging any of the embassy personnel. The group, also known as Cheollima Civil Defense, portrays itself as a movement to liberate North Korea from an “immoral and illegitimate regime.”

자유 조선 혹은 자유 한국이라는 이름의 이 반체제 단체는 그 침입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대사관 직원을 폭행하거나 재갈을 물린 것을 부인한다. 천리마 민방위라고도 알려진 그 단체는 스스로를 “부도덕적이고 비합법적인 정권”으로부터 북한을 해방시키기 위해 활동한다고 묘사하고 있다.

The group said on Tuesday it had no contact with any foreign government before the intrusion but said it had offered information of “enormous potential value to the FBI” after the raid.

지난 화요일, 그 조직은 침입 이전에 외국 정부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급습 이후 “FBI에 엄청난 잠재적 가치 지닌”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Spain has issued two international arrest warrants in the case, one for a Mexican national residing in the U.S., Adrian Hong Chang, and the other for an American citizen. After lifting a secrecy order in the case, a Spanish investigating judge revealed the identities of seven of the alleged 10 intruders in a court document on Tuesday.

스페인은 그 사건에 대해 두 명의 외국인에게 국제 체포 영장을 발부했는데, 하나는 미국에 거주하는 멕시코 국적의 아드리안 홍 창이고 또 다른 한 명은 미국 시민권자다. 이번 사건의 비밀 유지 명령을 해제한 스페인 수사 책임 판사는 화요일 법원 문서를 통해 10명의 침입자 혐의자들 중 7명의 신원을 공개했다.

It remained unclear if the Spanish government identified the suspects in the raid through their own investigation or whether U.S. authorities had passed on the names of the alleged intruders.

스페인 정부가 자체 수사를 통해 급습 사건의 용의자들 신원을 확인했는지, 아니면 미국 당국이 혐의를 받고 있는 침입자들의 이름을 전달했는지 여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The group has alleged the U.S. betrayed its trust after members approached the FBI. 그 단체는 조직원들이 FBI에 접근한 후 미국이 신뢰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The organization shared certain information of enormous potential value with the FBI in the United States, under mutually agreed terms of confidentiality,” the group said on its website. “This information was shared voluntarily and on their request, not our own. Those terms appear to have been broken.

그 단체는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조직은 상호 합의한 비밀유지 조건으로 미국 FBI와 엄청난 잠재적 가치를 지닌 특정한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혔고, “이 정보는 자발적으로 그리고 그들의 요청에 따라 공유된 것이지 우리의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그 조건들이 깨진 것 같다”고 말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9&table=c_sangchu&uid=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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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대혁명 정신·자주적인 자세로 나라 다시 설계해야"

임정기념사업회 등 '3.1대혁명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 학술회의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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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5  18: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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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와 헌법이론실무학회가 공동주최한 '3.1대혁명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민주공화국 100년의 평가와 과제'주제의 학술회의가 5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외적으로 지금 우리는 의존을 줄여야 한다.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결정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보다 더 자주적이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주요 정책 결정에 국민들이 가급적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1대혁명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민주공화국 100년의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학술회의가 열린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컨벤션홀.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1대혁명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의 탄생'이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3.1대혁명의 위대한 정신, 즉 정의·자유·민주·평화의 정신을 기초로 자주(독립)적인 자세로 대한민국을 다시 설계함으로써 순국 선열들의 피에 보답하는 것이 3.1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오등(吾等)', 즉 '우리 대한국민'의 책무"라고 밝혔다. 

3.1대혁명정신이 지금 우리에게 부여한 가장 중요한 책무는 무엇인가라고 묻는 토론자의 질문에는 '2016년 촛불혁명은 대한민국 전 지역에서 거의 2천만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비폭력적·평화적 방법으로 참여하고 정권을 교체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건설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3.1대혁명과 가장 유사한 패턴이라며, '대외 자주'와 '국민주권'을 열쇠말로 제시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와 이번 학술회의를 공동주최한 헌법이론실무학회 회장이기도 한 김 교수는 발제를 통해 3.1운동의 혁명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4.19혁명, 6월 시민혁명, 촛불혁명과도 구별된다며 '3.1대혁명'이라는 헌사를 바쳤다.

   
▲ 김선택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 교수는 먼저 "3.1운동은 1919년 3월 1일부터 동년 5월 말까지 세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남녀와 노소, 빈부와 귀천, 종교와 사상을 가리지 않고 200만명 이상의 한국인들이 한반도 전역과 해외 각지에서 대대적으로 벌인 '독립만세운동'을 일반적으로 널리 부르는 중립적인, 즉 서술적인 명칭"이라고 정의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계 질서의 재편과정에서 패전국 식민지의 해방을 목적으로 하는 민족자결주의가 대두되고 이를 논의하기 위해 파리강화회의가 소집되는 것을 포착한 젊은 독립지사들이 일본과 같은 전승국의 식민지도 독립시켜야 한다는 공론화를 시도하기 위해 조선대표단 파견과 함께 조선민 대다수가 독립을 원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하기 위해 만세운동을 기획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3.1운동 참가자들의 재판기록에 따르면, 당시 독립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했다기 보다는 조선민족의 독립의지를 대대적으로 과시하여 파리강화회의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또 3.1운동은 "조선이 국가로서 독립하는 것만을 지향한 것이 아니라, 개국 이래 수천년에 걸쳐 전승되어 온 전제군주국을 민주공화국으로 급격하게 변경하는, 즉 국체변경을 기도"한 것이며, "만세를 부르는 방식의 평화적 시위였지만 일제는 내란죄로 의율하려고 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혁명적 성격을 부각했다.

김 교수는 최근 스테판 가드봄(Stephen Gardbaum) 미국 UCLA 로스쿨 교수가 발표한 '정치적 변혁을 혁명으로 분류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날 것 그대로 인민의 헌법제정권력이 직접 나타나는 진정한 형태의 대중운동 △점진적인 것과는 구분되는 급격히 빠른 속도의 변혁 △개혁과는 다른 근본적인 변화 △법외적인 또는 비상규적인 방식 또는 절차의 사용 등 기준에 비추어 3.1운동은 '혁명'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폭력이냐 비폭력이냐가 혁명의 본질적인 징표는 아니며, 오히려 "3.1운동에서 명시적으로 내세운 비폭력·평화적 운동방식이야말로 그 전까지의 혁명과는 비교되는 태도였고 이를 통해 3.1운동이 혁명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는 찬사를 듣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제 강점기에도 3.1운동을 혁명으로 규정한 예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1944년 대한민국(임시)헌법 제5차 개정헌법(대한민국임시헌장) 전문에서 '삼일대혁명'이라고 명명하고 1948년 헌법 제정 당시 초안이었던 '유진오-행정연구회 공동안'에도 '3.1혁명'으로 표기되어 있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끝에 3.1운동으로 개명된 역사를 소개하면서는 '참으로 괴이쩍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3.1혁명을 넘어서 3.1대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해서는 "본시 '대혁명'이라 부르는 것은 혁명들 가운데서 특히 중요한, 역사적으로 분수령이 될만한 커다른 의의를 가지는 '혁명'에 바쳐지는 헌사와 같은 것"이라며 "3.1운동은 혁명이며, 혁명 중에서도 '대혁명'이라고 불리울만한 혁명이다. 그러나 특별히 평가절하적인 뉘앙스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3.1운동이라는 범칭을 써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지사들이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건립하고 그 헌법으로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제정하며, 이에 따라 국가를 운영할 임시정부를 수립하면서 △정의 △자유 △민주 △평화로 요약되는 3.1대혁명 정신은 '대한민국 임시헌장'에 체화되었으나 분단이라는 비극적 현대사를 염두에 두고 보면 "100년전 우리가 소원했던 형태의 근대적인 국민국가는 아직도 미완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 김형성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좌장(가운데)으로 하여 김선택 교수(왼쪽 세번째)가 제1주제에 대한 발제를 하고 김재영 변호사, 전종익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자로, 김광재 변호사(오른쪽 세번째)가 제2주제에 대한 발제를 하고 이영록 조선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홍석노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부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가보훈처와 광복회 후원으로 개최된 이번 학술회의는 1,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으며, 김형성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하여 김선택 교수가 제1주제(3.1대혁명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의 탄생), 김광재 변호사가 제2주제(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과 제헌헌법의 연속성),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제3주제(민주공화국 100년의 과제와 현행 헌법), 정태호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제4주제(민주공화국 완성을 위한 헌법개정)에 대해 각각 발제를 했다.

전종익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재영 변호사, 이영록 조선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홍석노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부장,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한주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연구교수,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정인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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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불탄 농장의 소 울음과 눈물 삼키는 주인 “울면 뭐해”

대형 산불 피해 본 강원도 고성군, 불길은 잡혔지만..막막한 주민들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19-04-06 07:43:31
수정 2019-04-06 07: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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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때문에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용촌1리
산불 때문에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용촌1리ⓒ민중의소리
 
 

“여기서 죽겠구나 싶었어. 앞에 차에 불이 붙고, 불붙은 트럭이 나뒹굴고, 버스 바퀴에도 불붙어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 대피하고 난리가 아니었어.”

강원도 속초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택시기사 조성근(63) 씨의 말이다. 속초시에 산불이 완전히 진압되고 난 뒤인 5일 오후 5시30분경, 조 씨는 기자를 태우고 산불 피해가 가장 심했던 곳으로 이동하면서 전날 자신이 겪은 일을 생생하게 쏟아냈다. 속초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았다는 그는, 격양된 어조로 “평생 이런 산불은 처음”이라고 혀를 찼다.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용촌1리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용촌1리ⓒ민중의소리

비명에 가까운 소 울음소리 
새까맣게 그을려 힘없이 앉아있는 백구 
폐허가 되어버린 용촌 1리 마을
 

택시기사 조 씨는 전날 밤 8시10분경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군인을 태우고, ‘공현진항’ 근처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산불과 마주쳤다. 산불이 발생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빨리 해안가 쪽으로 내려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공현진까지 왕복 해봐야 20분밖에 안 걸리거든. 그런데 갔다 오니까, 이미 불이 도로변까지 넘어 온 거야. 거기 도로에 갇혀서 죽는 줄만 알았어. 앞은 연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이지. 차는 막혀서 도무지 앞으로 안 가지. 앞차는 불이 붙었지…그나마 매일 다녀본 길이라서 겨우겨우 빠져나왔어. 산불이 그렇게 무서운 줄 처음 알았다니까.” 

실제로 그가 전날 공포를 느꼈던 강원 고성군 용촌1리 근처 도로변에 다다르자, 전소된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로변에 위치한 4층짜리 ‘영동극동방송’ 건물은 새까맣게 불타 있었고, 용촌1리에 다다르자 탄 냄새가 코를 찔렀다. 도로변 주택들은 대부분 시멘트로 된 기둥과 벽만 남기고 폐허가 돼 있었다. 곳곳에, 불타 앙상한 뼈대만 남은 차량들이 보였다. 불탄 차량의 배터리가 녹았는지 수은처럼 보이는 물질이 피처럼 흘러나와 굳어 있기도 했다.

완전히 전소된 영동극동방송 건물
완전히 전소된 영동극동방송 건물ⓒ민중의소리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용촌1리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용촌1리ⓒ민중의소리

마을 안쪽은 더욱 심각했다. 산불은 산등성이를 타고 마을을 덮쳤다. 마을사람들에 따르면, 전날 바람은 가만히 서 있는 차량을 좌우로 흔들 정도였다고 한다. 산불은 천천히 옮겨 붙은 게 아니라, 커다란 불똥이 날아와 마을을 덮쳤다고 한다. 그렇게 태워버린 집이 30여 채가 넘는다고 용촌1리 마을사람들은 말했다. 

산등성이 바로 밑에 위치한 교회는 불길이 할퀴고 지나간 듯 한쪽만 까맣게 그을린 채 였다. 그렇지만 교회 다음부터 위치한 주택들은 완전히 전소돼 벽돌까지 무너져 있었다. 불타버린 집 앞엔, 온 몸에 그을음을 뒤집어 써 흰 털이 회색털이 되어버린 백구가 힘없이 앉아 있었다. 다리를 다쳤는지,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를 고수했다. 

또 어디선가 비명소리에 가까운 소 울음소리가 여러 차례 들리기도 했다.

그을음을 온 몸에 뒤집어 쓴 강아지
그을음을 온 몸에 뒤집어 쓴 강아지ⓒ민중의소리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용촌1리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용촌1리ⓒ민중의소리

농장을 잃은 60대 농장주의 허탈한 웃음 
“울면 뭐해. 웃어야지. 먹어야지. 살아야지”
 

완전히 불타버린 농장 앞에서 60대 농장주를 만났다. 그나마 그에게 다행인 것은 그의 붉은 벽돌집은 불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집 앞 농장과 주변 주택들은 모두 불타 무너졌지만, 용케 그의 집은 멀쩡했다. 

“마을회관에서 피신하라고 방송하고 난리였어. 어제 마을사람들 모두 피신했었어. 그러고 돌아왔는데, 우리 집은 타지 않았더라고.” 

하지만 그가 키우던 6마리의 소 중 2마리가 죽었다고 했다. 살아남은 소조차 온전하지 못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아있는 소들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고, 등이 모두 까지고 그을렸다고 했다. “살아 있는 게 살아있는 게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살아남은 소에게 줄 먹이도 모두 불타버렸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통스러워 했다. 

기자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안부를 묻는 지인의 전화였다. 그는 지인의 걱정에 ‘허허’ 웃으며 “살아있는 게 다행이지”라고 애써 밝게 답했다.

“울어서 소용 있어? 웃어야지. (밥) 다 먹었지, 먹어야 살지. 안 먹으면 죽는데. 에이 전화만 해줘도 얼마나 고마운데. 고마워. 고마워.” 

그렇게 그가 통화를 하는 동안에도, 소의 울음소리가 몇 차례 더 들려왔다. 고통에 겨워 내는 소리 같았다. 차마 소의 상태를 확인하러 갈 순 없었다. 지인과 통화하며 웃었지만, 그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고, 언제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가득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그에게 조심스럽게 성(姓)을 물었다. 하지만 그는 하루 종일 기자들에게 시달렸다며 “알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아까도 ○○일보 기자가 와서, 이름하고 나이를 계속 알려달라고 하더라고. 그게 왜 필요해. 피해 받은 사람들의 마음이 이런데, 이렇게 얘기를 해주면 됐지, 왜 이름과 나이까지 밝히라는 거야. 기자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지들 편리하려고 하는 거잖아. 신문이고 방송이고 뭐고 내 이름 나오기만 해 봐, 가만 안 둔다고 했어.”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건물들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건물들ⓒ민중의소리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민중의소리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
산불로 불타버린 강원도 고성군ⓒ민중의소리

펜션, 공장, 연구소, 대조영 촬영지 모두 탔다 

최초 산불발생지로 추정되는 장소로 향했다. 용촌천을 따라 고성군 토성면 일성설악콘도가 있는 곳까지 올라갔다. 콘도가 있는 곳까지 올라가는 길에도 전소된 펜션, 공장, 연구소, 폐차장, 택배회사 등이 눈에 들어왔다. 

드라마 ‘대조영’ 촬영지도 폐허가 돼 있었다. 촬영지 앞 체험관과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쉼터까지도 새하얗게 불타 재만 흩날렸다. 드라마 촬영 시 사용했던 공성전 투석기, 주변 잔디와 나무 등도 모두 불에 타서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멀쩡한 것은 커다란 비석인 ‘설악씨네라마광개토대왕비’뿐이었다 

한 방송국 기자가 최초 산불이 발생됐다고 추정되는 지점에서 방송을 찍고 있다.
한 방송국 기자가 최초 산불이 발생됐다고 추정되는 지점에서 방송을 찍고 있다.ⓒ민중의소리

산불 최초 발생지는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주유소인 것으로 추정된다. CCTV에서 불꽃이 튀는 모습이 잡힌 것이다. 한전 관계자 또한 “개폐기와 연결된 전선에 이물질이 날라와 스파크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감식 결과는 10일 뒤에나 나올 예정이다.

주유소가 불타진 않았지만, 주유소 담장 옆 ‘광케이블 매설지역’ 푯말이 세워진 들판과 숲이 모두 검게 그을려 있었다. 현장에 도착했을 무렵, 한 방송국 기자가 불탄 흔적을 가리키며 ‘산불 최초 발생지로 추정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산불 최초 발생지서 용촌1리까지 직선거리는 약 7km다. 중간엔 도로가 있었고, 용촌천이 흐르고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불길은 바다 방향으로 마을을 향해 거의 일직선 형태로 내려왔다. 강한 바람이 불길을 바다 쪽으로, 마을 방향으로 옮겨붙인 모습이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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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항복 문서' 들이민 미국, 이면엔 '행정 쿠데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4/06 11:15
  • 수정일
    2019/04/06 11:1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정욱식 칼럼] 미국의 의도를 묻는다
2019.04.05 15:20:10
 

 

 

 

3월 30일 <로이터> 통신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비핵화 정의 문서'를 입수해 그 내용을 전했다. 여기에는 눈을 의심케 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여기에는 상상할 수 있는 요구가 거의 망라되어 있다. 북한이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에 넘기고, 핵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과 생물무기 및 화학무기도 폐기해야 하며, 생화학무기 개발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시설도 폐기하라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여전히 이를 두고 '빅딜 문서'라고 하지만, 엄밀한 말하면 이는 '항복 문서'에 가깝다. 이는 곧 북한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도 이를 모르지 않았을 터이다. 그래서 묻게 된다. 도대체 미국의 의도는 무엇인가?

미국이 일단 최대치를 제시해 협상 과정에서 이를 조율해 핵심적인 목표, 즉 북핵 폐기를 받아내겠다는 심사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반대로 미국이 상기한 내용을 모두 받아내겠다는 생각이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표면적으로는 대화의 시늉을 하면서도 북한의 거부를 구실삼아 다른 이익이나 목표를 추구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확신범' 볼턴과 '정치적 야심'의 폼페이오 

주목할 점은 '비핵화 정의 문서'에 존 볼턴 백악관 안보 보좌관의 지론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것이다. 그는 작년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운운해 정상회담의 좌초시킬 뻔한 적이 있었다. 이에 분개한 트럼프가 그를 한동안 대북정책 결정 과정에서 밀어냈을 정도로 말이다.  

그랬던 그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전후해선 전면에 등장했다. 볼턴은 일종의 '확신범'에 가깝다. 북한과의 협상은 불필요하고 또한 협상도 붕괴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의 영향력이 커진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찰떡궁합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선 흔히 볼턴은 강경파로 폼페이오는 협상파로 일컬어지지만 이는 결코 정확한 분석이 아니다. 하원 의원 및 CIA 국장 재직 시 폼페이오도 볼턴 못지않은 강경파였다. 

하지만 국무장관으로 기용되어 북미협상 총괄 임무가 주어지면서 협상파로 인식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작년 7월 방미 때부터 강경파로서의 본색을 또다시 드러내기 시작했다. 북한이 폼페이오를 줄곧 불신하면서 트럼프와의 담판을 원했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더구나 폼페이오는 정치인이다. 그는 2020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캔자스주 상원의원으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또한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 하마평에도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 이는 본인의 정치적 야심에 도움이 되느냐의 여부가 대북 협상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3월 18일 자 <중앙일보>에 따르면, 그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후에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정권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하노이 회담이 볼턴 보좌관 때문에 '노딜(No deal)'이 된 것처럼 돼 있지만 사실 회담장에서 볼턴보다 폼페이오의 입장이 강경했다. 폼페이오는 향후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이루는 데 북한과의 안이한 타협은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봤다" 

행정적인 쿠데타가 벌어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워싱턴 소식통을 인용해, '비핵화 정의 문서'는 국무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재무부, 에너지부 등의 핵심 관계자들이 모여 누락 사안이 있는지 꼼꼼히 검토하면서 작성된 것이라며 "이 문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충동적으로 어정쩡한 타협을 하지 않도록 제어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 내용은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 9월에 출간된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나라는 놀랍게도 '북한'이다. 또한 이 책의 결론은 미국의 현직 관료들이 대통령을 상대로 "행정적인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함축하는 바는 전쟁도, 김정은과의 담판도 불사할 수 있는 트럼프에 대해 현직 관료들이 공포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한반도에서 전쟁도 평화도 아닌 현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미국 관료들이 '비핵화 정의 문서'를 작성하면서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것이라곤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시에 트럼프에겐 제재를 비롯한 최대의 압박을 가하면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설득했을 것이다.

그 타이밍이 절묘했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헨의 의회 증언이 하노이 정상회담 일정과 정확히 일치하고 만 것이다. 트럼프는 호텔 방에서 코헨이 자신을 "거짓말쟁이", "사기꾼"으로 칭하는 게 미국 방송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을 보고는 모종의 결심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노이에서 '노딜'을 선택해 미국 언론의 헤드라인을 바꾸겠다고 말이다. 동시에 김정은과의 노딜을 중국과의 무역협상 및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상업적 욕구도 작용하고 말았다. 

하여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에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따져 물어야 한다. 왜 결정적인 순간에 북한이 거부할 것이 뻔한 문건을 들이밀어 협상을 결렬시켰냐고 말이다. 첫째 날(27일) 논의된 북미 양측의 제안을 조율하는 데 보냈어야 할 둘째 날을 왜 문건 들이밀기로 파탄시켰냐고 말이다.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최대 피해자는 다름 아닌 한국이다. 그래서 당당해져야 한다. 미국에 사정하는 태도로는 결코 미국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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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가 보여준 가짜뉴스 대응법

[미디어오늘 1194호 사설]

미디어오늘 media@mediatoday.co.kr  2019년 04월 06일 토요일
 

가짜뉴스의 역사는 길다. 유언비어에 시달려온 로마 황제들은 유언비어 감시자를 임명해 매일 시중의 소문을 듣고 궁정에 보고토록 했다. 64년 폭군 네로가 미쳐서 로마를 불태웠다는 뉴스도 반대파들이 조작한 가짜뉴스였다. 가짜뉴스는 소크라테스까지 죽였다. 그는 그리스 청년들을 타락시키고 반역을 선동했다는 가짜뉴스의 희생양이 됐다.

징기스칸은 항상 공격에 앞서 첩자들을 적지에 먼저 보내 몽골 병력 수와 그들의 잔혹·무모함을 과장해서 퍼뜨렸다. 실제 징기스칸 부대는 기동력 있는 소규모 기마대에 불과했다.  

뉴욕타임스는 1964년 3월14일자 1면에 새벽에 귀가하던 28살 여성 키티 제노비스가 살해되는 걸 목격한 이웃 주민 38명 누구도 신고도, 돕지도 않았다고 보도했다. 전날 새벽 3시30분께 약 30여분 동안 뉴욕 퀸스의 한 아파트 앞에서 제노비스가 여러 차례 흉기에 찔려 숨졌다. 뉴욕타임스는 첫 공격 뒤 누군가 ‘그녀를 혼자 내버려두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범인이 잠시 도망갔다가 아무도 키티를 도우러 나오지 않자 다시 나타나 키티를 흉기로 난자했다고 썼다.  

 

▲ 1964년 3월14일 ‘뉴욕타임스’ 기사. 사진=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 1964년 3월14일 ‘뉴욕타임스’ 기사. 사진=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 1964년 뉴욕타임스 도시판 편집자 로젠탈
▲ 1964년 뉴욕타임스 도시판 편집자 로젠탈
 

이 사건은 목격자가 너무 많으면 ‘나 아니라도 누군가 신고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 방관자가 되고 만다는 심리학 용어 ‘방관자 효과’의 대표 사례로 50년 넘게 인용돼왔다. 이 사건은 미국 100여개 심리사회학 교과서에 사례로 실렸고, 이 사건으로 911 신고전화가 가동됐다. 그러나 동생 빌 제노비스가 십수년을 추적한 결과 뉴욕타임스 보도는 가짜뉴스였다.

 

 

피해자의 남동생 빌 제노비스는 2004년부터 누나 죽음의 진실을 추적했다. 12년 조사 끝에 남동생은 2016년 뉴욕타임스 보도가 가짜였다며 다큐멘터리 영화 ‘목격자’를 통해 이 사실을 공개했다.

 

애초 38명이나 되는 목격자는 없었다. 범인이 제노비스를 흉기로 공격하는 걸 본 주민은 6명에 불과했다. 피해자 비명에 4명은 가정폭력이라고 생각했고, 2명은 경찰에 전화로 신고했다. 특히 소피아 파라르라는 여성은 키티를 도우러 뛰어 내려왔고, 키티가 숨질 때 그녀를 안고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처음엔 이 사건을 단신처리했다가 주민들이 방관했다는 얘기를 들은 데스크 손에 커졌다. ‘도시의 방관자’라는 프레임을 고집했던 데스크 로젠탈은 자기가 듣고 싶은 팩트만 끌어 모으다가 대형 사고를 쳤다.  

수천년 계속된 가짜뉴스에 대응법은 두 가지다. 더 큰 가짜뉴스를 만들어 기존의 가짜뉴스를 덮거나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는 거다. 전자는 대부분 권력자들이 애용했다.

궁지에 몰린 네로는 자기보다 더 큰 증오의 대상이었던 기독교인이 불을 냈다고 가짜뉴스를 퍼뜨려 위기를 모면했다. 늘 여성과 이주민 같은 소수자가 더 큰 가짜뉴스의 희생자였다. 

 

▲ 가짜뉴스.
▲ 가짜뉴스.
 

뉴욕타임스는 후자를 택했다. 뉴욕타임스는 2016년 52년만에 제노비스 오보를 인정하는 사과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아직도 뉴욕타임스가 해야 할 사과기사는 많이 남아 있다. 불황에 일자리 잃은 노동자들의 생존시위에 붉은 칠을 하고 모두가 이탈리아 놈들이라며 총알 밥을 먹여야 한다고 퍼부었던 섬뜩한 사설은 지금도 선명하다.

 

그런 만큼 뉴욕타임스의 사과는 그냥 나오지 않았다. 제노비스 동생과 1인 미디어의 집념과 함께 미국민들의 높아진 인식이 더해졌기에 가능했다. 제 아무리 팩트체크 매체가 늘어도 이를 비웃듯 늘어나는 가짜뉴스 홍수를 막으려면 국민들 인식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7639#csidx36065f9de4f40998193434a941e67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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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새로운 길'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 (4)

하노이 회담 불발 이후 북미, 남북관계, 국제정세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라는 제목으로 6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
1.트럼프식 빅딜론이 가져오는 위험한 후폭풍
2.패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제국주의는 없다
3.트럼프정권의 동북아 정책과 한반도
4.북의 ‘새로운 길’
5.북미교착의 장기화, 남북동시 압박과 통제의 강화
6.어디로 갈 것인가

 

▲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사진 : 구글지도 캡처]

4. 북의 '새로운 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공언한 '새로운 길'은 무엇일까? 하노이 회담이후 북의 정책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직 없기에 현시점에서 이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다만 북이 일관하게 추진해왔던 정책에 비추어 추론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길'은 미국과의 협상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새형의 전략국가가 전개하는 반제평화전략

먼저, 북은 핵을 보유한 '새로운 형의 전략국가'로서 '반제평화전략'을 일관하게 밀고 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핵보유국들이 핵을 무기로 패권강화와 약소국에 대한 지배를 추구하였다면, 북은 핵보유국의 위상을 바탕으로 제국주의 세력의 지배와 패권에 반대하고, 세계비핵화를 선도하는 반제평화전략을 펴려고 한다. 북이 더이상 핵무기를 실험, 생산, 사용, 전파를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4불정책'을 대내외에 표방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 온 것은 단순히 대미협상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세계평화세력을 향한 메시지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4불선언'은 북미협상의 결렬 여부와 관계없이 견지할 전략적 입장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주변 나라들과 국제사회는 조선반도의 긍정적인 정세 발전을 추동하려는 우리의 성의 있는 입장과 노력을 지지하며 평화를 파괴하고 정의에 역행하는 온갖 행위와 도전들을 반대하여 투쟁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나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자주, 평화, 친선의 이념에 따라 사회주의 나라들과의 단결과 협조를 계속 강화하며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 나라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공위성'발사는 북이 일관하게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자주적 권리'임을 분명히 해왔고, 정지위성발사 등 '우주강국'을 위한 준비를 해왔던 점에서 비추어 기술적 준비가 완료되면 언제든 쏘아 올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북이 미국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놓았고 미국이 북미협상교착의 책임을 북에 전가하려는 선전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만큼 가까운 시일안에 이를 단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북이 인공위성을 발사할 경우 유엔안보리에서의 새로운 대북제재를 결의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따라서 그 시기는 조중, 조러 관계 등의 진전과 맞물려 있다.

하노이 합의는 무산되었지만 북은 세계 앞에 비핵화와 평화의지를 과시했고, 합리적 협상안을 내놓음으로써 누가 진정으로 평화를 원하는지 분명히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과 북에 대한 영상은 크게 달라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중, 조러관계가 강화되는 가운데 유엔에서 대북제재를 해제,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전략국가의 지도자로서 세계 외교무대에 강하게 등장했다. 베트남정상회담은 김정은 위원장이 향후 여러 나라들과의 정상회담을 의욕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제국주의 패권에 맞서는 반제평화외교를 전략적으로 밀고 나갈 것을 시사한다.

우리민족끼리정책에 의한 남북관계 진전 노력

다음으로, 북은 북미협상의 교착에도 '우리민족끼리정책'에 따라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며, 특히 9월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남북사이 '평화정착'과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재개, 철도 도로연결사업 등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남북사이 사회문화교류, 국제 체육행사 등에서 단일팀 구성과 공동응원 등 남북사이 단결과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미국의 남북관계통제정책과 충돌한다는 점에서 문재인정부가 얼마나 자주적 입장을 견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자력자강에 의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 총력

다음으로, '자강자력'의 기치 아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해 총력을 경주할 것이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은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고 밝혔다. 북이 미국의 최고수준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자력으로 경제발전을 이루어낸다면 트럼프정권의 최고압박정책은 사실상 그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은 반제평화전략, 우리민족끼리정책에 기초한 남북사이 평화정착, 자강자력의 경제발전전략을 일관하게 밀고 나갈 것이다. 이는 본질에서 핵보유국의 길이며, 이것이 '새로운 길'이다. 사실 이는 전혀 새로운 길이 아니라 '예비된 길'이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고 북미사이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룰 수 있는 길을 걷어찼다. 최선희 부상이 "미국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한 것이 이를 두고 한 말이다.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icon관련기사icon트럼프정권의 동북아정책과 한반도icon패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제국주의는 없다icon트럼프식 빅딜론이 가져오는 위험한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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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불량배라면, 기후변화는 핵폭탄"

[인터뷰]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2019.04.04 21:49:05
 

 

 

 

올 봄 한국 최대의 화두는 미세먼지다. 그간 우리는 인간이 바꾼 지구 환경이 실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좀처럼 체감하기 쉽지 않았다. 이상 기온은 아주 먼 과거에도 있기 마련이었으므로, 엘니뇨, 라니냐 등의 용어도 '과거에도 있었던 일'로 치부하기 쉬웠다. 미세먼지 사태는 직접적이다. 인간이 배출한 유해먼지가 안개와 섞여 대기 중에 짙게 끼자, 대중은 인류의 생산 활동이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인지하기 시작했다. 
 
기분까지 우울하게 만드는 미세먼지가 걷히고 봄기운이 실감났던 지난 3일, 서울 삼청동 과학책방 갈다에서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초대 원장)을 만났다. 조 전 원장은 최근 저서 <파란하늘 빨간지구>(동아시아 펴냄)에서 기후변화가 어떤 파생 효과를 낳는지, 인류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기후변화가 인류 문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통합적으로 거론했다.  
 
국립기상과학원에서 30년간 공직자로 일한 조 전 원장은 책모임에서 만난 이들과의 우연한 계기로 <중앙선데이>, <한겨레>, <경향신문> 등에서 대중을 상대로 알기 쉬운 기상 과학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조 전 원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관해 여태 밝혀진 과학적 사실을 나열하며 인류가 지금이라도 지구적 차원의 시스템 변화에 나서야만 기후변화로 인한 파멸을 막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대기과학자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미세먼지 위험을 골목 불량배에, 지구 온난화를 핵폭탄에 비유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미세먼지 사태는 환경부 정책 실패" 
 
프레시안 : 올 봄 미세먼지가 그야말로 국가적 이슈가 됐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미세먼지란 '중국에서 불어오는 나쁜 먼지' 정도로 이해하는 듯하다. 
 
조천호 : 미세먼지에 관해 언론 보도 내용과 인식이 조금 다르다. 
 
우선 미세먼지와 황사를 구분해야 한다. 황사는 자연먼지다. 우리 옛말로는 '흙비'다. 일제 강점기 일본이 '황사'라는 단어를 썼지만, 고비사막의 흙이 날아온 기상현상이니 흙비가 더 정확하다. 고비사막이 사하라사막처럼 모래만 있는 게 아니다. 예전부터 황사는 있었다. 황사에 유해물질이 섞임에 따라 미세먼지의 위험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프레시안 : 미세먼지 사태의 주원인은 중국인가? 
 
조천호 : 2007년 당시 충남 안면도의 기후감시센터에서 근무했다. 거기서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든 대기 질을 관측하는데, 중국에서 한국으로 공기가 훅 들어올 때 고농도 미세먼지가 관측됐다. 주로 석탄을 태웠을 때 나오는 황산화물 관측량이 늘어났다. 반면,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미세먼지량은 늘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미세먼지의 모든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는 건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다.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보통 햇빛을 받으면 금방 파괴된다. 공장에서 1㎞ 정도만 떨어져도 오염물질을 관측하기 어렵다. 서울이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해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지만, 보통의 경우 강원도만 가도 공기가 다르다고 느끼지 않나. 그런데 한국과 중국 거리는 그보다 훨씬 멀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미세먼지가 들어오려면 여러 기상조건이 맞아야 한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공기는 지상으로부터 3㎞ 정도 위에 있다. 따라서 △중국의 미세먼지 수준이 고농도일 때 △이들 물질이 중국 내 고기압에 의해 높이 치솟아 오른 상황에서 △때마침 편서풍이 불 때 한국으로 넘어 들어올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되지 않을 때 중국의 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국 내에 머무르고, 설사 한국 쪽으로 날아온다손 쳐도 오는 도중 다 사라진다. 
 
프레시안 : 올해가 미세먼지 관측사상 최악이었다. 올해 특별히 고기압, 편서풍 영향이 강했나? 
 
조천호 : 미세먼지 고농도 사례일 경우는 기상조건이 그렇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환경부 기준으로 고농도 사례는 10% 정도, 즉 열흘 중 하루가량이다. 물론 봄에는 닷새 중 하루 정도일 테고, 여름은 더 드문드문 관측될 것이다.  
 
이 정도 기준을 제외하면 항시적으로 한국 미세먼지가 중국 영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프레시안 : 저서 <파란하늘 빨간지구>에서 서울 미세먼지 농도는 2000년대 초반이 지금보다 더 짙었다고 했다. 최근 미세먼지에 관한 대중의 우려는 지나친 건가?
 
조천호 :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서울의 대기오염 수준은 꾸준히 개선됐다. 그런데 디젤차 관련 정책에서 큰 실수를 범한 일이 있다. 디젤차에 ‘클린’ 이미지가 붙어 디젤차 보급률이 크게 치솟았다(디젤차가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를 적게 뿜는다는 명목에 따라 정부는 2010년 유로5 기준을 만족하는 디젤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해줬다.). 이 때문에 그간 개선되던 서울 대기오염 수준이 2010년 이후 정체됐다.  
 
이와 관련해서 환경부의 정책 실패를 거론할 필요가 있다. 2004년 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세계와 한국에서 '연무(Haze)', '스모그(Smog)', 그리고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의 검색 횟수를 구글 트렌드를 이용해 산출해봤다. 우리가 말하는 '미세먼지'는 교과서에서나 사용하는 과학 용어고, 일반적으로 쓰이는 단어는 연무나 스모그다. 
 

▲ 2004년부터 2019년까지 구글 트렌드로 검색한 세계인의 미세먼지(연무, 스모그) 관련 검색 현황. 한국이 환경부 발표 이후인 2012년 이후 유독 '미세먼지'라는 전문용어를 대중이 사용함을 알 수 있다. ⓒ동아시아 제공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세계인들은 '연무'나 '스모그'로 미세먼지를 검색한다. 한국인도 2012년에는 '연무'나 '스모그'를 해당 기상현상을 확인하는 데 사용했다. 그런데 한국인은 2014년부터 '미세먼지'로 해당 현상을 검색하고, 특히 봄철에 주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왜 유독 한국인만 일반인은 전혀 사용하지 않은 과학 전문 용어로 해당 현상을 확인할까. 
 
세계보건기구(WHO)가 2013년 10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이 소식이 나온 후 환경부가 미세먼지 예보제 시행 등 미세먼지 대응 방안에 나서겠다고 홍보한다.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대중은 이에 충격을 받아 전 국민이 '미세먼지'라는 전문 용어를 알게 된다. 미세먼지 농도를 시간 단위로 체크하는 나라는 한국뿐인 걸로 안다. 미국만 해도 이 정도 정밀 자료는 일평균으로 낸다.  
 
그런데, 이전해인 2012년에는 WHO가 디젤자동차 배기가스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이때는 디젤차 배기가스에 관한 어떤 위험 인식도 개선되지 않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선택적 대응에 따라 대중의 위험 인식이 크게 흔들렸다. 
 
그 결과, 실제로는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대중의 미세먼지 위험 인식은 오히려 과거보다 더 커졌다. 사실과 위험 인식이 반비례하는 형국이 됐다. 환경부의 정책 실패다. 대중에게 미세먼지 위험을 인식시켰다면 정부가 할 일은 하나다. 미세먼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그간 정부는 제대로 된 해결도 하지 못하고 그저 중국만 바라보는 꼴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을 그간 안 했다. 과학 문제를 과학으로 대응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대응하다 수습이 제대로 안 되는 모습이다.  
 
프레시안 : 디젤차가 미세먼지를 많이 유발한다고 했는데 왜 그런가? 휘발유차나 LPG차는 괜찮나? 
 
조천호 : 물론 휘발유차나 LPG차도 미세먼지를 배출하지만 디젤차가 더 많이 배출한다. 디젤차가 내뿜는 배기가스에는 '낙스(NOx, 질소산화물)'가 포함돼 있다. 공기에는 매우 안정된 가스인 질소가 있다. 평소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그런데 디젤차의 실린더 안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산소와 질소가 결합해 낙스가 생성된다. 디젤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매우 높은 온도에서 폭발이 일어나므로 낙스도 훨씬 많이 생성된다. 낙스는 오존과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최근 정부가 디젤차 퇴출 등을 추진키로 했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일본의 경우 비록 극우주의자이긴 하지만, 이시하라 신타로 도지사 당시 강력한 디젤차 퇴출 정책 등을 추진해 대기 질을 개선했다.  
 

▲ 인류가 일으킨 지구 온난화로 인해 세계는 대멸종 시기에 접어들었다. 이는 온난화 효과의 겨우 문턱에 불과하다. ⓒpixabay.com

지구 온난화는 정의의 문제 
 
프레시안 : 미세먼지도 결국 인간 활동으로 인해 생긴 오염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지구 온난화, 즉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가? 
 
조천호 : 미세먼지도 위험하지만, 기후변화와 같은 종류의 위험이라고 보기는 무리다. 미세먼지가 뒷골목 폭력배의 위험 수준이라고 하면, 기후변화는 핵폭탄 수준의 위험이다. 
 
미세먼지 사태와 같은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게 런던 스모그나 로스앤젤레스 스모그 사태다. 이들 사태가 사회 시스템을 바꾸지는 않았다. 충분한 정책적 규제로 문제를 해결 가능했다. 기후변화는 다르다.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는 우리 사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바꿔야만 해결 가능하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차량 배기가스 등 대기오염물질은 어느 정도 투자하면 금방 잡을 수 있다. 배출 후 길어도 일주일 정도면 햇볕과 반응해 사라진다. 하지만, 온실가스는 한번 배출되면 수백 년 간 대기에 남아 계속 축적된다.  
 
온실가스는 정의의 문제도 일으킨다. 온실가스를 유발했고, 유발하는 나라는 대부분 선진국이거나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나라다. 하지만 그 피해는 투발루, 방글라데시 등 전혀 책임이 없는 나라에 일방적으로 전가된다.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 폭염 피해 등도 가난한 사람만 일방적으로 입는다.  
 
지금 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는 30년 전에 배출된 오염물질이다. 당장 우리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편익을 얻지만, 30년 후 우리 후손은 우리가 누린 편익의 피해를 일방적으로 입는다. 세대 간 정의의 문제도 발생한다.  
 
온실가스 수요 자체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류의 욕망을 통제해야 한다. 문명의 생존방식을 통째로 뒤집어야 한다.  
 

▲ 온실가스를 전혀 저감하지 않은 경우 2100년 지구 대기의 모습 가정도. 국립기상과학원이 만든 자료다. ⓒ조천호 제공


인류는 더 더운 지구에서 생존한 경험이 없다 
 
프레시안 :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매우 무섭다고 하지만,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쉽게 와 닿지 않는 문제다. ‘온난화된다면 여름에 더 더워지겠네’ 정도에서 대부분 사람의 생각이 멈추는 게 현실일 것이다. 하지만 책을 보면 온난화가 말 그대로 지구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지구가 따뜻해지면 지구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나?
 
조천호 : 지구에 아주 긴 시간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됐다. 두 기간의 지구 평균 기온 차이는 4~5도에 불과하다. 이런 기온 변화가 1만 년에 걸쳐 이뤄졌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약 100년 만에 사람이 지구 평균 기온 1도를 끌어올렸다. 어마어마한 변화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지구 기온이 변화하면 생태계가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지질학적으로 볼 때 지구 역사에서 신석기 혁명부터 이어진 현 시기는 '홀로세(Holocene)'인데, 많은 학자들이 산업혁명 이후 시기를 따로 떼어 '인류세'로 부르자고 하는 이유다. 인류가 일으킨 온난화로 인한 지구 대멸종 시기를 따로 설명해야 할 정도다. 여태 지구에서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는데, 현재 지구가 과거 대멸종 시기의 언저리에 이미 도달했다. 
 
그린란드 빙하의 공기방울 안 먼지를 조사하면 빙하기 당시 날씨를 알 수 있다. 빙하기 때 날씨는 홀로세, 즉 인류 문명 시기보다 매우 안 좋았다. 이런 시기를 지나다 약 1만 년 전 날씨가 드라마틱하게 안정되고, 그때 농업혁명으로 이어지는 인류사가 시작된다. 빙하기 때는 기후가 워낙 불안정하니 농사를 못 지었고, 기온이 안정되고서야 농사가 가능했던 것이다. 인류는 오직 홀로세의 안정된 날씨에서만 문명을 존속시켜 왔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 안정이 깨지고 있다. 1만 년 간 인류가 쌓아온 기본적인 생존 패턴이 변화하게 된다. 
 
기후 변화가 인류 문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안다. 14세기에서 19세기 중반까지 소빙하기가 이어졌다. 이 시기에 전 지구적으로 폭동과 분쟁, 기아, 질병이 만연했고 그로 인해 인류사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유럽에서 기근이 횡행해 마녀사냥이 이어졌고,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났으며, 명나라가 멸망하고 조선은 경신대기근을 겪었다. 지구 평균 기온의 아주 작은 변화가 사회를 송두리째 바꿨다. 
 
이미 우리는 기후 변화가 야기하는 영향력을 직접 받고 있다. 시리아 내전 사태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기후 변화다. 2010년 러시아는 가뭄으로 인해 밀 생산량 감소가 우려되자 밀 수출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식량 가격이 폭등했다. 식량 폭등은 선진국보다 가난한 나라,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에게 더 큰 타격을 입힌다. 결국 민주적 체계가 불안정했던 북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아랍의 봄 사태가 일어났고, 이는 시리아 내전으로까지 이어졌다.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기후 변화의 무서움을 언급하며 이 사건을 예로 들었다.  
 

▲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pixabay.com

금세기 안 북극 얼음 사라질 수도 
 
프레시안 : 지구 온난화가 해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바닷물의 이동이 왜 지구 온난화 영향을 받나? 
 
조천호 : 온난화로 인해 북극 해빙이 녹으면, 북극의 시커먼 바다가 햇빛을 흡수해 해양 온도가 올라간다. 그로 인해 북극권 전체의 기온이 상승한다. 앞서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올랐다고 했는데, 북극권은 3~4도가량 올랐다.  
 

▲ 지구 기온 상승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이를 더 가속화하는 움직임(양의 되먹임)이 일어난다. 이 상황이 되면 이제 인류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지구 온난화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프레시안(최형락)

이로 인해 해빙이 녹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북극권은 더 가열된다(양의 되먹임 현상). 그 결과 바닷물의 흐름 자체가 변화해 생태계와 세계 기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유럽 상당 국가는 위도가 높은데도 한국보다 겨울이 따뜻한데, 그 이유는 멕시코 만류가 가져온 따뜻한 바닷물 덕분이다. 이 같은 흐름이 깨질 수 있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존 북해는 물이 차갑기 때문에 내부의 메탄하이드레이트(일종의 메탄 얼음)가 공기에 노출되지 않았다. 그런데 북극해 물이 따뜻해짐에 따라 메탄하이드레이트가 공기 중으로 노출되면서 메탄이 방출될 수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만큼 치명적인 온실가스다. 
 
시베리아 동토는 여름 시기 자란 풀이 썩기 전에 얼어버린 땅이 수만 년에 걸쳐 층층이 쌓인 구조다. 이 안에 담긴 탄소량이 현재 대기 중 탄소량의 두 배가량 된다. 북극이 따뜻해짐에 따라 시베리아 동토도 녹으면, 이들 탄소가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가 되어 온실화를 더 강화할 수 있다(양의 되먹임).  
 
이 지경이 되면 사람이 만드는 이산화탄소는 이제 의미가 없다. 지구 자체가 이산화탄소를 직접 내뿜는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과거 사람이 살지 않던 때 지구가 이랬다. 지난 80만 년 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80~280ppm(공기 분자 100만 개 중 이산화탄소 분자가 180~280개)을 유지했다. 산업혁명 후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짙어지기 시작해 현재 수준은 405ppm이고, 매년 2ppm씩 오르고 있다.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과거에서 찾으려면 300~5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상황이 이어지면 앞으로 지구에 빙하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이대로 지구 기온 상승을 못 막는다면 금세기 안에 북극 해빙이 완전히 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천호 :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6~7m 상승한다. 남극 빙하까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60~70m가량 상승한다. 지금 탄소 배출 수준을 인류가 전혀 저감하지 않는다면 2100년경 해수면이 1m 정도 상승한다는 게 현재 기후 예측 결과다. 그런데 이는 기온이 선형적으로 상승한다는 가정에 기반했다. 북극해 메탄하이드레이트 노출, 동토 내 탄소 노출 등의 영향은 예측 모델에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로는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기온 상승이 비선형적으로, 가속화된다.  
 
2020년대,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시간 
 
프레시안 :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관한국가간협의체(IPCC) 제48차 회의에서 세계는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종전의 2도 목표보다 기준이 더 엄격해졌다. 그만큼 세계가 기후변화 위기감을 절실히 깨닫는 중인 듯하다.  
 
반면,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기후변화 자체를 허구로 치부하는 움직임도 있다. 당장 한국도 IPCC 목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만일 1.5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되나? 
 
조천호 : 현 추세로 인류가 탄소 저감을 하지 않을 경우, 지구 기온이 1.5도 상승하는 시점은 2040년경이다. 2040년 지구 기온이 1.5도 오르면 지구의 모든 장소에서 항상 변화한 기후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2도 이상 오른다면, 예측이 아예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지난 500만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오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인류는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이상 오른 지구에서 생존해 본 경험이 없다. 현재 인류는 전혀 미지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다만 예측 가능한 건, 2도 이상 기온이 오를 경우 지구가 탄성력, 자기 복원력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인류를 번영케 한 안정된 기후로 지구가 스스로 자기 복원할 힘을 잃어버린다. 파국적인 상태로 돌입할 수 있다.  
 
프레시안 : 한국은 지구에서 일곱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지구 온난화에 큰 책임이 있지만, 당장 국내의 경제 발전 압력 등으로 인해 지구촌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 국민적 공감대 수준도 매우 떨어진다. 중국, 베트남 등 신흥 국가도 경제발전을 위해 탄소배출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연 지구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이 가능할까? 
 

▲ <파란하늘 빨간지구>(조천호 지음) ⓒ동아시아

조천호 :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등은 보통 사건이 먼저 일어나고 과학자들이 후속 역학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낸다. 당장 미세먼지만 하더라도 스모그, 즉 안개가 끼니 사람들이 공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 기후변화는 과학자들이 먼저 밝혀냈다. 사람이 기후변화를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후변화의 무서움을 대중이 체감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결국 꾸준히 대중이 기후변화 위협을 인식하는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대응하기 매우 어렵다. 정부와 언론, 정치권, 학계가 꾸준히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당뇨병과 같다. 한 번 병에 걸리면 온갖 합병증이 발생한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온도의 문제가 아니다. 식량 부족, 물 부족, 날씨 변화 등이 수반되고, 그로 인해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가 함께 일어난다. 
 
2006년 런던정치경제대학교 니콜러스 스턴 교수가 '스턴 보고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지금껏 인류가 경험한 가장 큰 시장 실패가 기후 변화다. 지금 기후 변화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면, 금세기 중반 인류가 지불해야 할 기후 비용은 세계 총생산(GDP)의 5~20퍼센트에 이른다. 어떤 나라도 이 정도 돈을 지출하면서 재정을 꾸릴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선다면  기후변화 대응 비용은 GDP의 1퍼센트 수준으로 막을 수 있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너무 풍족해서 일어났다. 결핍이 아니라 과잉으로 인해 발생했다. 과잉생산 체계가 기후변화의 주원인이다. 이 체제를 지구적 차원에서 바꿔야 한다. 바꾸는 건 너무 어렵다고들 하겠지만, 이대로 대량생산체제를 놔둔다면 인류는 더 큰 파국에 직면할 것이다. 현재 예측 모델에 따르면 2020년대가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시간이다. 이 시간 안에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인류가 이기심을 버리고 지구적으로 협력해야 시스템의 전면적 변화를 꾀해야만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불가능하리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단 한 번 이 같은 사례가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그랬다. 전시 체제에 돌입하면서 남성들이 모두 징발되자, 미국은 국가 전체를 전시 체제로 돌리고 여성들이 나와 산업 현장을 떠받쳤다. 이 같은 총체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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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났다" 속초까지 번진 고성 산불, 주민들 '발 동동'

주민들은 인근으로 대피 중... 소방당국 '변압기 폭발' 화재 원인으로 추정

19.04.04 21:50l최종 업데이트 19.04.04 22:54l

 

 

고성 산불…식당 삼킨 불길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한 주유소 맞은편 도로변 변압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한 식당이 불타고 있다.
▲ 고성 산불…식당 삼킨 불길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한 주유소 맞은편 도로변 변압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한 식당이 불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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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버스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산에서 난 산불이 확산돼 속초시 한 도로에서 버스가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 불에 탄 버스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산에서 난 산불이 확산돼 속초시 한 도로에서 버스가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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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건물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불이 확산돼 건물이 불에 타고 있다.
▲ 불타는 건물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불이 확산돼 건물이 불에 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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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뒤덮은 고성 산불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불이 확산되고 있다. 불길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2019.4.4  [강릉산림항공관리소 제공]
▲ 하늘 뒤덮은 고성 산불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불이 확산되고 있다. 불길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2019.4.4 [강릉산림항공관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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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산불 진화작업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에서 불이나 소방대원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019.4.4  [강원도 소방본부 제공]
▲ 고성 산불 진화작업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대 산에서 불이나 소방대원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019.4.4 [강원도 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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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강원 인제군 남면 남전리 약수터 근처 44번국도 주변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강풍이 불고 건조했던 이날 오후 2시 45분 무렵 산불이 신고됐으며, 오후 9시까지 약 10헥타르를 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양양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도 지난 밤부터 행정안전부와 강원도청으로부터 "동해안 전 지역 대형산불주의보, 강풍경보, 건조주의보 발령, 소각금지 등 산불조심하시기 바랍니다"란 경보 문자를 연속해서 받고 있다.

필자는 인제 산불이 빠른 시간에 진화되기를 바라며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원에서도 오후 7시 20분 무렵 산불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4일 오후 9시 25분 속초에서 친구가 촬영한 사진을 보내왔다. 산불은 넓은 범위에 거쳐 속초시내를 향해 접근하는 위급한 상황이다.
▲  4일 오후 9시 25분 속초에서 친구가 촬영한 사진을 보내왔다. 산불은 넓은 범위에 거쳐 속초시내를 향해 접근하는 위급한 상황이다.
ⓒ 박승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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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암리엔 친구 아버님이 거주하시기에, 속초 시내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친구는 다급한 목소리로 "우리 아버지 집도 걱정된다. 근처인 거 같은데…"라고 말했다. "연락은 드렸니" 묻자, "지금 전화가 들어왔다. 다시 통화하자"는 얘기를 끝으로 연락이 끊겼다.

20분가량 지나서 친구와 전화가 다시 연결됐다. "아버님은?" 하고 안부를 물었다. "지금 (아버님 집에) 가다 돌아왔는데 접근할 수 없다. 큰일 났다. 아버지는 일단 다른 마을로 피신했다는데, 집이 어떻게 됐는지 가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친구는 숨이 찬 목소리로 말한 뒤 다시 "전화가 왔다"며 끊었다.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속초 시내까지 위험한 상황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재를 빠르게 진압하기엔 강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도로 주변 변압기 폭발이 고성 산불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  고성과 속초 시내에 번진 산불
ⓒ 김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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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과 속초 시내에 번진 산불
ⓒ 김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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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립니다.

태그:#고성산불#주민소개령#강풍주의보발령#속초시 위험#인제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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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관계, 단순한 선의만으로 안돼 강력한 핵억제력만이

[목요집회] 북미관계, 단순한 선의만으로 안돼 강력한 핵억제력만이
 
 
 
박한균 기자 
기사입력: 2019/04/04 [17:2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1216회차 민가협 목요집회가 오후 2시 탑골공원 앞에서 진행되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1216회차 민가협 목요집회.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참가자가 '공안탄압중단하라'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 조영건 구속노동자후원회 회장, 김영승 통일광장 장기수,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 자주시보, 박한균 기자

 

“한반도 평화시대, 국가보안법 철폐하라!”

“국가보안법 철폐하고 모든 양심수를 석방하라!”

"북미관계 개선은 단순한 선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1216회차 민가협 목요집회가 오후 2시 탑골공원 앞에서 진행되었다.

 

꽃샘추위가 지나고 따뜻한 봄기운을 맞이하면서 이 땅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서 이날도 민가협 어머니들과, 원로 인사들이 어김없이 ‘양심수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영건 구속노동자후원회 회장은 여는 발언에서 “만물이 소생하는 이 봄날 태양광선의 자연은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산천초목을 다 소생시키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만든 이 세상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다 활짝 피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묻고는 이를 가로 막고 있는 것이 ‘국가보안법’이라고 주장했다. 

 

조영건 회장은 “가장 나라를 걱정하고 촛불정부가 잘하길 정말 빌어주고 있는 이 인사들이 여기에 계신 분들”이라며 “5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양심수를 석방하고 국가보안법 폐지하라”고 문재인 정부에 촉구했다.

 

사회자는 얼마 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대표들을 청와대에 초정한 간담회를 언급하고 진보인사를 배제한 것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하면서 탑골공원에서 울려 퍼지는 (양심수 석방, 국가보안법 철폐의)목소리에 청와대가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민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으로 김영승 통일광장 장기수는 “미국이 남측 정부를 좌지우지하기 위한 정책을 취하기 위해서 탄압의 수단으로 국가보안법을 유지시키고 있다. 모두가 국가보안법을 철폐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발언을 이어갔다.

 

김영승 장기수는 북미관계에 있어서 “현재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만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비핵화는 남북(한반도) 전역에 해당된다. 미국이 핵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세계 패권을 위해서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판문점 선언, 9.19평양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가 개선되었으며, 북한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용의를 밝힌 상황에서 남북 간의 합의가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미국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미워킹’ 그룹을 만들어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기기 위한 ‘제국주의 근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승 장기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유해송환, 평양과 워싱턴 연락사무소 설치로 북미관계 정상화, 비핵화문제’ 등 실무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언급하고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합의를 무산시킨 장본인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를 상기시켰다. 결국 합의 무산은 미국이 ‘리비아식 비핵화(선비핵화 후 경제지원)’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하노이 회담의 교훈은 북미관계 개선은 단순한 선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강력한 핵억제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는 “미국의 내정간섭을 반대하고 주한미군을 철수를 외쳐야 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밝혔듯이 ‘민족자주, 민족자결’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셔 주인된 자세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정권들이 국민들을 통제하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악법이 국가보안법이다. 독립운동가들을 잡아 가둔 일제강점기 ‘치안유지법’의 명을 이어오면서 민주, 통일인사를 때려잡은 악법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성환 위원장은 “최근 들어 ‘자유한국당 해체하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남한 사회에 민주주의가 들어서고 재벌들을 비호하고 있는 ‘수구보수정당’이라는 자유한국당을 끝장내자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러한 국가권력과 정당의 비호 하에 삼성재벌은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을 유린하고 온갖 불법비리를 자행했다. 무노조 경영을 위해 노동자들을 납치, 감금하고 미행하는 등 ‘마피아’ 범죄 조직임을 스스로 들어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러한 재벌들의 반노동 반사회적인 경영 자태를 끝장내기 위해서 국민들을 간첩으로 몰아서 죽이고 감옥에 보내는 반민주 악법부터 철폐되어야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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