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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운동의 긴 여정에서 오아시스 역할

[통일뉴스 창간 20주년, 해외에서 본 통일뉴스①] 재미동포 김동균

  • 기자명 뉴욕=김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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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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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통일뉴스] 그 기사 보셨습니까?”
“어 무슨 기사요? 지금 열어보겠습니다”

종종 조금 이른 어느 아침, 조국 한(조선)반도에 민족과 통일 관련한 어떤 큰 뉴스가 나오면 평소 조국에 대한 염려가 많은 가까운 동포들끼리 놀란, 혹은 기쁜 마음에 서로 전화로 주고받는 대화이다.

6.15남측위원회가 주축이 된 ‘2019 유엔 시민평화대표단’의 뉴욕 현지 활동에 6.15미국위원회 회원들이 함께 했다. 2019년 10월 26일 ‘코리아 평화를 위한 국제회의’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6.15남측위원회가 주축이 된 ‘2019 유엔 시민평화대표단’의 뉴욕 현지 활동에 6.15미국위원회 회원들이 함께 했다. 2019년 10월 26일 ‘코리아 평화를 위한 국제회의’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

다소 진보적 성향의 해외동포들에게 [통일뉴스]는 조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통일 관련 사건과 현안들을 현장성 있게 정확하고 포괄적으로 보도해 주는 매체로 인식되어 있어 동포들이 아침저녁으로 한 두 번은 들어가 보는 인터넷 매체이다.

조국통일에 관심 많은 우리 해외동포들에게 남북 관련 보도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남녘의 매체는 극소수의 인터넷 매체뿐이며 [통일뉴스]가 그 대표적 매체라 할 수 있다.

[통일뉴스]는 6.15가 낳은 통일전령으로서 남, 북, 해외의 통일관련 소식을 상세히 전해주는 전령의 역할과 함께 남북해외 동포들이 활동 소식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통일뉴스]의 이러한 역할은 깊은 인내가 요구되는 통일운동의 긴 여정에서 그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얻게 하는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2013년 7월 24일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6.15미국위원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들이 ‘정전60주년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촉구’ 시위를 벌였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2013년 7월 24일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6.15미국위원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들이 ‘정전60주년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촉구’ 시위를 벌였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더욱이, 해외동포들이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남녘의 지역들과 부문들의 통일운동 현장의 소식들이 취재 혹은 통신원 보도형식을 통해 상세히 소개 되고 있어 해외에 있으면서도 마치 국내의 현장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비록 서로들 만난 적은 없지만 곳곳에서 같은 뜻으로 행동하는 사람들과 단체들이 있음을 알게 되어 보이지 않게 서로를 고무하고 연대감을 갖게 해주는 등 연대의 장으로서의 [통일뉴스] 역할에 고마움이 작지 않다.

이번 <통일뉴스> 창간 20주년 슬로건이 “민족과 함께한 20년, 통일로 함께 갈 20년”이다. 해외동포로서 이 슬로건의 의미를 ‘민족화해’에 방점을 둔 민족통일언론의 지난 20년을 계승함과 동시에 ‘자주통일’에 강조점을 둔 민족통일언론의 새로운 20년으로 전화, 발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싶다.

[통일뉴스]가 해외동포들에게 우리 조국이 우리 스스로의 의지와 힘에 의한 자주적 연방통일과 항구적 평화, 남북 공동번영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민족통일언론사가 되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도 ‘10.4선언 발표 9주년 기념 남북해외 공동토론회’가 2016년 10월 6일 중국 선양(심양)시 칠보산호텔에서 에 남․북․해외 대표단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도 ‘10.4선언 발표 9주년 기념 남북해외 공동토론회’가 2016년 10월 6일 중국 선양(심양)시 칠보산호텔에서 에 남북해외 대표단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통일뉴스]의 새로운 20년, 남북해외 모두로부터 받는 신뢰를 기초 삼아 ‘판문점선언시대’, ‘자주통일시대’를 앞장서 열어가는 민족통일언론사로서 남북해외 가운데 우뚝 서길 성원하고 기대한다.

끝으로, 통일뉴스를 창간한 이계환 대표와 김치관 편집국장 및 기자 분들께 그간의 노고에 해외동포로서 감사를 드리고 그간 얻었을 보람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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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만 보인다 - 조선의 놀라운 군사력

[개벽예감 416] 아는 만큼만 보인다 - 조선의 놀라운 군사력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0/10/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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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격땅크가 나타났다

2. 경사각 포탑에 장착된 125mm 무강선포

3. 장갑자행포와 조종방사포의 엄청난 위력

4. 해수면을 스치며 날아가는 금성-4 

5. 1년 만에 만들어낸 최강의 전략무기

 

1.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격땅크가 나타났다

 

중국 마카오(澳門)의 온라인매체 <마카오 비즈니스(Macau Business)>가 2019년 9월 4일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중국 광둥성 주하이(珠海)에 나가있는 조선수출입회사인 조광무역이 각종 중무기를 국제무기시장에 출시했다는 보도기사였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국제무기시장은 미국, 로씨야, 중국 같은 선진무기수출국들이 치렬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어서 경쟁력이 있는 무기가 아니면 감히 내놓지도 못한다. 그런데 2019년 8월 조선은 각축전이 벌어지는 국제무기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국주의진영으로부터 혹심한 경제제재를 받는 조선은 다른 나라에 무기를 수출하지 못하는데도 각종 중무기를 국제무기시장에 출시했으니,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째든 당시 조광무역 웹싸이트에 실린 무기목록에는 조선이 출시한 각종 중무기가 열거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천마호 땅크와 폭풍호 땅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조선에서는 전차를 땅크라고 부른다. 천마호 땅크는 대당 270만 달러에 출시되었고, 폭풍호 땅크는 대당 420만 달러에 출시되었다. 

 

2013년 6월 5일 나는 평양에 있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중무장전시실을 참관하면서 조선이 1967년부터 자체로 생산하기 시작한 땅크 10종이 전시된 것을 살펴보았는데, 폭풍호라고 부르는 땅크는 없었다. 아마도 미국과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이 천마-216 땅크를 폭풍호라는 자의적인 별칭으로 부르고 있으므로, 조광무역도 해외에 널리 알려진 그 별칭을 그대로 쓴 것으로 보인다. 

 

2004년에 생산된 천마-216 땅크과 2009년에 생산된 선군-915 땅크는 모두 3세대 주력땅크들이다. 천마-216 땅크는 500대가 실전배치되었고, 선군-915 땅크는 900대가 실전배치되었다. 그런데 조선이 3세대 주력땅크인 천마-216을 2019년 8월 국제무기시장에 출시했으니,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의문은 2020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풀렸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설계된 4세대 땅크가 열병식에 등장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던 것이다. 조선은 천마-216 땅크와 선군-915 땅크를 능가하는 4세대 땅크를 2019년 이전에 이미 생산하고 있었기 때문에 천마-216 땅크를 국제무기시장에 출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야간열병식을 보여주는 텔레비전화면에 신형 땅크가 나타났을 때, 그 새로운 모습을 보고 나는 놀랐다. 야간열병식을 해설하던 조선중앙텔레비죤 방송원은 그 신형 땅크를 저격땅크라고 불렀다. 땅크제작기술에서 가장 앞섰다는 몇몇 선진국들이 만든 첨단땅크들의 작전성능을 분석한 기술자료를 가지고 텔레비전영상화면에 나타난 조선의 저격땅크를 분석적으로 고찰하면서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저격땅크는 조선이 1967년에 처음 땅크를 만들어낸 때로부터 자력갱생투쟁 50년 동안 축적한 고도의 땅크제작기술로 쌓아올린 금자탑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땅크제작기술이 응축된 결정체이다. 조선의 저격땅크를 그처럼 높이 평가하는 것이 과장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독자들을 위해 저격땅크의 뛰어난 작전성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저격땅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지도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2010년 1월 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근위서울류경수제105땅크사단 구분대를 시찰하였을 때, 동행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몸소 땅크에 올라 조종간을 잡고 땅크를 몰면서 훈련표적들을 향해 땅크포를 사격했고, 2012년 1월 1일에는 그 땅크사단을 다시 방문하여 첫 현지지도를 시작했다. 이런 사정만 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땅크무력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국방과학원에 신형 땅크 설계과업을 준 시점은 아무리 빨라도 2013년이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로부터 불과 5년 남짓한 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땅크를 자체 기술로 만들어냈으니 세상을 경탄케 하는 일이다.  

 

한국국방과학연구소도 첨단전차를 만들기 위해 힘써왔다. 그들은 1995년부터 K-2 흑표 전차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차제작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자체로 개발하지 못하고, 도이췰란드와 미국에서 도입했다. 한국방위사업청은 2005년부터 근 15년 동안 K-2 흑표 전차의 핵심부품인 1,500마력 디젤엔진, 변속장치, 조향장치, 제동장치, 제어장치, 냉각장치를 자력으로 개발하려고 애썼으나, 결국 독자개발에 실패했다. 그래서 핵심부품들을 도이췰란드에서 수입해서 조립했다. <조선일보> 2020년 10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도이췰란드에서 수입한 핵심부품들을 조립해서 K-2 흑표 전차를 만들었기 때문에 도이췰란드의 허락을 받아야 다른 나라에 수출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저격땅크의 구조적 특징 가운데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지탱바퀴다. 일반적으로, 땅크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무한궤도차량은 맨앞쪽에 향도바퀴가 1개 달렸고, 맨뒷쪽에 추동바퀴가 1개 달렸으며, 그 사이에 지탱바퀴들이 여러 개 달렸다. 조선이 1976년부터 만들어낸 천마 계렬의 각종 땅크는 모두 지탱바퀴가 5개인데, 2003년에 만든 천마-215 땅크, 2004년에 만든 천마-216 땅크, 그리고 2009년에 만든 선군-915 땅크는 지탱바퀴 6개가 달렸다. 로씨야가 만든 3세대 주력땅크 T-90이나 중국이 만든 3세대 주력땅크 99식 전차도 지탱바퀴 6개가 달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저격땅크에는 지탱바퀴가 7개 달렸다. 세계 각국이 보유한 수많은 종류의 전차들 가운데서 지탱바퀴가 7개 달린 전차는 미국의 M1 에이브럼스(Abrams) 전차, 도이췰란드의 레오파르트(Leopard)-2 전차, 로씨야의 T-14 아르마타(Armata)밖에 없는데, 조선이 지탱바퀴가 7개 달린 신형 땅크를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만들어냈으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탱바퀴가 6개에서 1개 더 늘어난 것이 뭐 그리 대단한가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최첨단기술이 없으면 지탱바퀴가 7개 달린 땅크를 만들지 못한다. 땅크에 지탱바퀴가 7개 달린 것은 땅크가 커졌고, 무거워졌음을 의미한다. 땅크가 커졌다는 말은 내부공간이 넓어졌다는 뜻이며, 넓어진 내부공간에 최첨단장비들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조선의 저격땅크에 지탱바퀴 7개가 달린 것은 기존 땅크보다 더 넓어진 내부공간에 최첨단장비들이 들어갔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한 땅크가 커졌다는 말은 포탄적재량이 늘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격땅크는 포탄 40~50발을 적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땅크가 무거워졌다는 말은 엔진출력이 기존 땅크보다 더 강한 새로운 동력장치(엔진과 변속기)를 달았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지탱바퀴 6개가 달린 선군-915 땅크에는 1,200마력 엔진이 들어갔는데, 지탱바퀴 7개가 달린 저격땅크에는 1,500마력 엔진이 들어갔다. 지탱바퀴 7개를 달고 있는 미국의 에이브럼스 전차, 도이췰란드의 레오파르트 전차, 로씨야의 아르마타 전차에도 각각 1,500마력 엔진이 들어갔다. 화성-13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싣고 달리는 거대한 8축16륜 발사대차의 엔진출력이 700마력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저격땅크의 1,500마력 엔진이 얼마나 고급한 기술로 만들어낸 것인지 직감할 수 있다. 세계 정상급 첨단기술이 있어야 1,500마력 엔진을 만들 수 있다. 

 

한국방위사업청은 K-2 흑표 전차에 들어가는 1,500마력 엔진을 개발하려고 15년 동안 애썼으나 결국 실패했다. <조선비즈> 2020년 10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K-2 흑표 전차를 더 이상 생산할 수 없게 되자, 그 전차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을 생산하는 1,100여 개에 이르는 중소기업체들이 파산위기에 몰렸다고 한다. 그와 대조적으로, 조선국방과학원은 불과 5년 남짓한 기간에 1,500마력 엔진을 개발했으니, 군수공업부문에서 남과 북의 격차는 너무 크게 벌어졌다. 

 

미국의 에이브럼스 땅크는 중량이 60~70t으로 무겁고, 도이췰란드의 레오파르트 땅크는 중량이 63t으로 중간급이고, 로씨야의 아르마타 땅크는 중량이 55t으로 가볍다. 그런데 조선의 저격땅크는 가볍고 날렵해 보인다. 저격땅크의 중량은 50t 정도로 추정된다. 천마-216 땅크의 중량은 39t이고, 선군-915 땅크의 중량은 44t이다. 저격땅크의 중량이 50t 정도라고 추정하는 까닭은, 조선은 60t 미만의 가벼운 땅크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삼천리강산에는 크고 작은 하천들에 다리가 많은데, 하천교량의 안전하중은 대체로 60t이다. 그래서 조선은 중량이 60t 이상인 무거운 땅크는 만들지 않는다.   

 

1,500마력 엔진이 달린 땅크를 경량화하면 당연히 땅크의 주행속도가 빨라지고, 기동이 날렵해지고, 주행거리도 늘어나게 된다. 지난 50년 동안 조선은 신형 땅크를 개발할 때마다, 중량을 되도록 가볍게 줄임으로써 주행속도가 빠르고, 날렵하게 기동하고, 주행거리를 더 늘이는 개발원칙을 지켜왔다. 고속돌격전의 주역인 땅크는 주행속도가 빨라야 하고, 날렵하게 기동해야 한다. 주행속도와 기동이 느린 땅크는 교전상대의 공격에 맥을 추지 못한다.  

 

미국의 에이브럼스 땅크는 최고주행속도가 시속 72km이고, 도이췰란드의 레오파르트 땅크는 최고주행속도가 시속 68km이고, 로씨야의 아르마타 땅크는 최고주행속도가 시속 90km로 전 세계 전차들 가운데서 가장 빠르다. 그런데 아르마타 땅크가 시속 80km 이상으로 계속 달리면, 엔진에 무리가 가서 엔진수명이 짧아지기 때문에 그런 속도로 계속 달리지 못한다. 아르마타 땅크는 2015년에 시제품이 나왔는데,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다량계렬생산에 들어가지 못하는 까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땅크에 걸맞는 고출력 엔진을 달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량이 55t나 되는 무거운 아르마타 땅크가 시속 80km 이상으로 계속 달리려면 2,000마력 엔진을 달아야 하는데 1,500마력 엔진을 달았으니, 그 땅크는 최고주행속도를 내지 못하고 시속 80km 이하로 달리는 수밖에 없다.    

 

그와 대조적으로, 중량이 50t 정도로 가벼운 조선의 저격땅크는 1,500마력 엔진을 달고 시속 80km로 계속 달릴 수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더 빠른 속도를 낼 수도 있다. 저격땅크는 그렇게 빠른 속도로 계속 달려도 엔진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의 저격땅크야말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땅크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군사분계선에서 부산까지 거리는 약 400km이므로, 전시에 고속돌격전에 나선 저격땅크가 멈추지 않고 달리면 5시간 만에 부산에 도착할 수 있다. 

 

 

2. 경사각 포탑에 장착된 125mm 무강선포

 

땅크에게서 빠른 주행속도 다음으로 중요한 작전성능은 강한 화력이다. 강한 화력으로 교전상대를 순식간에 타격, 제압하는 강철의 무쇠주먹이 바로 땅크다. 땅크의 화력은 주포에서 나온다. 저격땅크의 주포는 선군-915 땅크의 주포와 마찬가지로 125mm 무강선포다. 무강선포를 활강포라고도 부른다. 일반 화포는 포강 안쪽에 강선(腔線)이 파였지만, 무강선포에는 강선이 없다. 교전상대의 장갑을 관통하는 강력한 철갑탄을 쏘려면 무강선포를 사용해야 하므로, 현대화된 땅크에는 무강선포가 탑재되는 법이다. 

 

이번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저격땅크의 주포는 포신길이가 길어 보인다. 포신이 길면, 포탄을 더 빠른 속도로, 더 강한 에너지로 발사할 수 있다. 포탄을 더 빠른 속도로 발사하면, 그만큼 사거리가 길어지게 된다. 또한 포탄을 더 강한 에너지로 발사하면, 장갑관통력이 더 커지게 된다. 그러므로 땅크포는 포신길이가 길수록 더 강한 화력을 가진다. 저격땅크의 포신길이가 선군-915의 포신길이보다 좀 더 길어진 것은 더 강한 화력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도이췰란드에서 개발된 120mm 무강선포를 각각 탑재한 미국의 에이브럼스 땅크와 도이췰란드의 레오파르트 땅크는 사거리가 4km다. 120mm 무강선포를 탑재한 한국의 K-2 흑표 전차는 사거리가 3km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125mm 무강선포를 탑재한 로씨야의 아르마타 땅크는 사거리가 11.4km다. 이런 사실을 비교하면, 로씨야의 아르마타 땅크가 매우 우월한 작전성능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아르마타 땅크처럼 125mm 무강선포를 탑재한 조선의 저격땅크는 사거리가 10km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엄청난 사거리다. 

 

다른 나라의 땅크들과 다르게, 조선의 저격땅크는 차체 왼쪽 측면에 레이저유도식 반땅크미사일 발사관 2문을 장착했다. 이 반땅크미사일의 이름은 불새-4다. 불새-4 이전에 개발된 반땅크미사일인 불새-3은 2016년 2월 26일에 시험발사되었는데, 불새-3의 사거리는 5.5km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이번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불새-4 레이저유도식 반땅크미사일의 사거리는 7km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엄청난 사거리다. 

 

또한 저격땅크 포탑 위에는 30mm 자동유탄발사기 1문과 30mm 유탄 100발이 들어가는 탄통이 탑재되었다. 이 자동유탄발사기의 사거리는 2km 정도다. 강력한 화력이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사실을 종합하면, 조선의 저격땅크는 전 세계 땅크들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고속돌격전을 전개하면서, 사거리가 10km 정도인 125mm 주포, 사거리가 7km 정도인 레이저유도식 반땅크미사일, 사거리가 2km 정도인 30mm 자동유탄발사기로 교전상대를 타격, 제압하는 천하무적의 땅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저격땅크에는 땅크를 지휘하는 전차장(commander) 1명, 땅크를 운전하는 조종수(driver) 1명, 땅크포를 쏘는 포수(gunner) 1명을 포함하여 모두 3명이 탑승했다. 그와 다르게, 천마-216 땅크에는 포탄을 장전하는 장전수(loader) 1명을 더하여 모두 4명이 탑승했다. 저격땅크에 장전수가 탑승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동화된 사격통제장치가 설치되었음을 의미한다. 자동화된 사격통제장치가 설치된 저격땅크는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사격할 수 있다. 

 

저격땅크에서 돋보이는 또 다른 구조적 특징은 포탑의 장갑이다. 조선이 이전에 만든 각종 땅크의 포탑은 주조(鑄造)기법으로 만든 반구형 포탑이었다. 그런데 저격땅크의 포탑은 용접기법으로 만든 경사각 포탑이다. 이전에 반구형 포탑에는 덧장갑이 씌워졌는데, 저격땅크의 경사각 포탑은 덧장갑이 없어서 표면이 매끈하다. 이것은 저격땅크의 장갑방호력이 더욱 강화되었음을 말해주는 변화다. 

 

저격땅크의 좌우측면에 있는 지탱바퀴들 위에는 두꺼운 집초방어판(side skirt)이 덮여있다. 집초방어판은 로켓발사기(RPG)공격으로부터 바퀴들과 궤도를 방어해준다. 

 

또한 저격땅크 뒤쪽에는 철장장갑(slat armor)을 부착했다. 전투 중에 저격수들은 장갑이 가장 약한 부분인 땅크의 뒤쪽을 로켓포발사기로 공격하는데, 저격땅크의 뒤쪽에 부착된 철장장갑은 그런 로켓발사기공격을 막아준다. 저격땅크의 외부에 드러나 보이는 각종 장치는 다음과 같다. <사진 1> 

 

 

 

▲ 신형 저격땅크


전차장 조준경

조종수 관측기

포수 조준경

포수 열상관측기 

레이저거리측정기

레이저유도장치

레이저경보기

전자광학교란기

풍향감지기

125mm 무강선포

불새-4 반땅크미사일

연막탄발사기

30mm 유탄발사기

집초방어판

철장장갑 

 

 

3. 장갑자행포와 조종방사포의 엄청난 위력

 

1) 이번 야간열병식에서 저격땅크의 뒤를 이어 등장한 무장장비는 신형 자행포다. 지탱바퀴 6개가 달린 무한궤도장갑차 위에 152mm 자행포가 탑재되었다.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들이 운용해온 기존 자행포는 170mm 자행포와 152mm 자행포인데, 지탱바퀴 5개가 달린 무한궤도차량 위에 탑재되었다. 

 

지탱바퀴 5개가 달린 가벼운 무한궤도차량에서 자행포를 쏘면, 사격하는 순간, 강한 반동에너지가 발생하여 차체가 흔들린다. 차체가 크게 흔들리면, 정밀조준사격을 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번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자행포는 지탱바퀴 6개가 달린 무거운 무한궤도차량에서 쏘기 때문에 차체의 진동이 억제되고, 따라서 정밀조준사격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또한 조선의 기존 자행포들은 장갑이 없는 차량에 탑재되어 방호력을 갖지 못했는데, 신형 152mm 자행포는 무한궤도식 장갑차에 탑재되었다. 장갑자행포로 변신한 것이다. 신형 장갑자행포는 방호력을 갖추었고 차체중량도 더 무거워졌다. 차체중량이 무거워진 것은, 엔진출력이 큰 신형 엔진을 달았다는 뜻이고, 차체 내부에 자동사격통제장치와 자동장전장치가 설치되었다는 뜻이며, 더 많은 포탄을 적재한다는 뜻이다. 그로써 신형 152mm 장갑자행포가 포를 조준하고 포탄을 장전하는 방렬시간이 단축되었다. 

 

한국군이 운용하는 k-9 155mm 자주포는 도이췰란드가 만든 1,000마력 엔진과 미국이 만든 변속기를 달았지만, 조선의 신형 152mm 장갑자행포는 국산엔진과 국산변속기를 달았다. 한국의 방위산업체들은 외국산 핵심부품을 가지고 만든 첨단무기를 판매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 그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조선군수공업의 강한 자존심은 자기들이 만드는 각종 첨단무기에 외국산 핵심부품을 달아놓는 것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혹독한 제재와 봉쇄를 뚫고 조선을 자력갱생강국으로 일으켜 세운 힘의 원천이다. 

 

신형 152mm 장갑자행포의 포신길이는 종전의 152mm 자행포 포신길이보다 좀 더 길어졌는데, 이것은 사거리가 더 길어졌음을 말해준다. 신형 152mm 장갑자행포의 사거리는 50km 정도로 추정된다. 또한 신형 152mm 장갑자행포에는 30mm 유탄발사기 1정이 포탑 오른쪽 위에 장착되었다. 포수열상조준경 1개가 정면에 장착되었고, 전자광학교란기가 좌우에 1개씩 장착되었으며, 연막탄발사기가 좌우에 4개씩 장착되었다. 포탑 뒤쪽에는 풍향감지기 1개가 장착되었다. 

 

조선이 독자적인 제작기술로 자행포를 처음 만들어낸 때는 1972년이다. 조선은 그때부터 오늘까지 48년 동안 103mm 자행포, 122mm 자행포, 130mm 자행포, 152mm 자행포, 170mm 자행포, 370mm 자행비반충포를 만들어냈다. 이번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152mm 장갑자행포는 지난 48년 동안 축적해온 자행포제작기술의 최고결정체이다. 신형 152mm 장갑자행포는 교전상대에게 발사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무징후불시타격과 고속기동타격을 할 수 있는 무기다. <사진 2>

 

▲ 신형 152mm 장갑자행포  

 

2) 신형 152mm 장갑자행포의 뒤를 이어 등장한 것은 신형 방사포 5종이다. 240mm 22관 방사포, 300mm 12관 방사포, 600mm 4관 조종방사포, 500mm 6관 조종방사포, 610mm 5관 방사포가 위용을 과시하며 행진했다. 

기존 240mm 22관 방사포는 3축6륜 포차에 탑재되었는데, 이번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240mm 22관 방사포는 4축8륜 포차에 탑재되었다. 이것은 신형 방사포가 더 무거워졌음을 의미하는데, 사거리가 더 늘어나고, 화력이 더 강해진 것이다. 이 신형 방사포의 사거리는 50km로 추정된다. 2020년 7월 24일 미국 육군성이 펴낸 ‘북조선의 전술(North Korean Tactics)’이라는 제목의 자료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육군 연대의 횡간공격범위는 3~6km이고, 종심공격범위는 40~50km라고 한다. 전시에 그들은 40~50km에 이르는 작전종심에 240mm 22관 방사포를 집중발사한 뒤에 총진격할 것으로 예견된다. 

 

3) 기존 300mm 8관 방사포는 3축6륜 포차에 탑재되었는데, 이번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300mm 12관 조종방사포는 4축8륜 포차에 탑재되었다. 화력이 더 강해졌음을 의미한다. 이 신형 조종방사포의 사거리는 250km로 추정된다. 

주목되는 것은, 신형 300mm 12관 조종방사포의 포탄 앞쪽에 부착된 조종날개(canard)다. 조종날개는 방사포탄이 날아가면서 비행방향을 바꿀 때 사용하는 것이다. 이 신형 조종방사포에 조종날개와 위성항법유도장치가 장착되었으므로, 정밀타격능력이 고도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신동아> 2020년 1월호에 실린, 한국군이 2014년에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대외비문서에 따르면, 조선은 2012년에 오차범위가 50m인 300mm 방사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벌써 8년 전의 일이다. 지난 8년 동안 조선은 조종방사포에 첨단유도장치를 장착해 오차범위를 크게 줄였다. 그래서 이번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모든 조종방사포들의 오차범위는 6~7m로 크게 좁아졌다. 조종방사포의 타격정밀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져, 마치 눈이 달린 포탄처럼 타격대상을 끝까지 추적하여 외과수술식으로 제거할 수 있다.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충청남도 계룡대에 있는 한국군 육해공군본부를 향해 신형 조종방사포를 쏘면, 주차장에 있는 버스에 명중하고, 경기도 평택에 있는 주한미국군기지를 향해 쏘면, 그 기지 안에 있는 군인가족아파트들과 대폭발위험이 있는 열화우라늄탄무기고를 피해 군사시설과 무장장비만 족집게식으로 골라서 파괴할 수 있다.  

 

4) 이번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600mm 4관 조종방사포는 4축8륜 포차에 탑재되었다. 원통형 발사관에 포탄이 들어있다. 이 방사포의 포탄에도 조종날개가 달렸다. 방사포탄 첨두를 흰색으로 칠했다. 2019년 월에 시험발사한 신형 조종방사포다. 600mm 조종방사포는 견고한 타격대상을 날려버릴 때 쓰는 강력한 무기다. 600mm 조종방사포에 콘크리트관통탄을 장착하여 쏘면, 400km 밖에 있는 강화콘크리트로 견고하게 축조한 반항공레이더시설이나 전투기격납고를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 전술탄도미사일도 그 정도의 화력을 가지고 있지만, 조종방사포는 단거리탄도미사일보다 낮은 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교전상대의 반항공요격망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 

 

5) 이번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500mm 6관 조종방사포는 지탱바퀴가 10개 달린 무한궤도포차에 탑재되었다. 원통형 발사관에 들어있는 방사포탄 첨두에 흰색을 칠했고, 조종날개가 달렸다. 이 방사포는 2019년 월에 시험발사한 신형 조종방사포다. 이 신형 조종방사포의 사거리는 350km로 추정된다.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는 고폭발탄, 열압력탄, 산포탄, 집초탄, 철갑탄, 지뢰살포탄 등 전술목적에 적합한 각종 포탄을 불우박처럼 쏘는 화력타격전을 전개하게 된다. 

 

6) 610mm 5관 조종방사포는 이번 야간열병식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4축8륜 포차에 탑재된 세계 최강의 방사포다. 원통형 발사관에 들어있는 방사포탄 첨두에 노란색을 칠했고, 조종날개가 달렸다. 노란색은 방사능을 표시하는 색이므로, 노란색을 칠한 첨두에는 전술핵탄두가 들어간다. 탄두지름이 600mm 이상으로 커지면,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번 야간열병식에 처음 등장한 610mm 5관 조종방사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강한 핵방사포다. 이 핵방사포의 사거리는 420km로 추정된다. <사진 3>

 

▲ 신형 610mm 5관 조종방사포  

 

그런데 핵방사포는 어디에 쓰는 무기인가? 동족에게는 절대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조선이 스스로 정한 철칙이다. 조선의 핵무기는 우리 민족 8천만의 생명과 안전을 해치려고 덤벼드는 침략군을 징벌하는 응징의 무기이지, 동족을 살상하는 무기가 아니다. 전시에 상황을 오판한 미국이 조선을 공격하기 위해 항모전투단을 앞세운 미일연합함대를 동해작전구역에 출동시키는 경우, 조선인민군은 610mm 핵방사포를 발사하여 미일연합함대 상공에서 거대한 핵폭발을 일으킬 것이고, 그런 기상천외한 전자기파공격은 미일연합함대를 완전히 마비상태에 빠뜨릴 것이다. 항모전투단과 미일연합함대가 마비되어 동해 해상에서 정처 없이 표류하는 대참패를 당하면, 백악관은 전쟁을 중지하고 구조함을 현장에 급파해야 한다. 

 

조종날개가 달린 조종방사포에서 포탄이 발사되면, 위성항법유도장치의 유도비행에 따라 교전상대의 반항공레이더를 피해 낮은 고도로 날아가다가 갑자기 높은 고도로 상승비행을 하였다가 타격대상을 향해 내리꽂히는 변칙비행을 하기 때문에 교전상대의 반항공요격망은 그냥 무용지물로 된다. 

 

위에 열거한 신형 조종방사포들은 무징후불시타격, 초정밀타격, 반항공요격망돌파에 최적화된 무기체계다. 각종 신형 조종방사포를 실전배치함으로써 지금 조선의 화력타격력은 100배 증강되었다. 

 

<중앙일보> 2017년 6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3월 1일 군수공업부문 간부들과 진행한 회의에서 방사포탄에 영상추적장치를 달아 남조선 전역의 10,000개 타격대상들을 조종방사포만으로 타격할 수 있는 준비가 완료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조국통일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오늘 조선인민군은 통합화력타격과 정밀타격에 적합한 장갑자행포, 조종방사포를 전방지대에 전진배치했다.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지 2013년 4월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포병무력의 74%가 군사분계선에서 10km 안에 전진배치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은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들이 무징후불시타격과 고속기동타격을 위한 작전준비를 완전히 갖추었음을 말해준다.  

 

 

4. 해수면을 스치며 날아가는 금성-4 

 

세계에서 가장 강한 방사포의 뒤를 이어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것은 신형 반함선미사일이다. 지탱바퀴 6개가 달린 무한궤도발사대차에 원통형 발사관 8문이 탑재되었다. 

 

조선이 만들어낸 반함선미사일들에는 금성이라는 별이름이 붙어있다. 조선은 1993년 2월 처음으로 금성-1 반함선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이후 27년 동안 반함선무력을 꾸준히 강화발전시켰고, 오늘에는 세계 정상급 반함선미사일을 만들어냈다. 이번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금성-4 반함선순항미사일이 바로 그런 세계 정상급 미사일이다.

 

2020년 7월 4일 조선인민군은 강원도 문천 인근에서 동해 북동쪽 해상에 설치한 가상적함을 향해 반함선순항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하는 것과 동시에 수호이-25 공격기에서도 반함선순항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다. 그날 지상과 공중에서 동시에 발사한 반함선순항미사일의 비행고도는 2km 안팎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순항미사일들이 비행 중에 공중에서 선회비행을 두 차례 하더니 급하강하여 3m 고도에서 해수면을 살짝 스치듯 날아가는 초저공비행으로 가상적함을 향해 돌진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런 놀라운 비행특성은 섬 뒤에 숨어있는 적함을 끝까지 찾아가 타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성-4 반함선순항미사일의 순항비행고도가 2km 정도이고, 선회비행을 하며, 돌진비행고도가 3m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적함의 반항공무기체계를 완전히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뜻이다. 금성-4 반함선순항미사일은 시험발사 중에 200km를 날아갔는데, 도중에 선회비행을 두 차례 하였으므로, 사거리는 300km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처럼 놀라운 작전성능을 가진 금성-4 반함선순항미사일은 어디에 쓰는 무기인가? 전시에 상황을 오판한 미국이 해병대 병력 2,900명을 가득 실은 45,000t급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함(USS America) 같은 거함을 동해에 출동시켰을 때, 조선인민군이 지상과 공중에서 금성-4를 동시다발로 쏘면 그런 거함들은 동해안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300km 밖에서 격침, 수장될 것으로 예견된다. 금성-4 반함선순항미사일을 실전배치한 것은 조선인민군의 반상륙작전능력이 대폭 증강되었음을 말해준다. <사진 4>

 

▲ 신형 금성-4 반함선순항미사일  

 

 

5. 1년 만에 만들어낸 최강의 전략무기

 

금성-4 반함선순항미사일 뒤를 이어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것은 신형 수중전략탄도미사일이다. 조선중앙텔레비전방송 방송원은 방송해설 중에 신형 수중전략탄도미사일을 가리켜 “세계 최강의 병기 수중전략탄도탄”이라고 불렀다. 탄체를 검은색으로 칠한 신형 수중전략탄도미사일은 차체길이가 긴 6축12륜 수송차량에 실려 자기의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탄체에는 북극성-4ㅅ이라는 선명한 글자가 새겨졌다. 자음 시옷은 수중전략탄도탄의 ㅅ을 뜻한다. 

 

조선국방과학원이 신형 수중전략탄도미사일 북극성-3형을 시험발사했던 때는 2019년 10월 2일인데, 그들은 불과 1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북극성-4ㅅ을 만들어 이번 야간열병식에 등장시켰다. 어떻게 그처럼 초고속으로 최첨단전략무기를 만들어내는지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2019년 10월 25일 미국 해군 참모차장 로벗 버크(Robert P. Burke)는 국방기자협회 간담회에서 당시 조선이 시험발사한 북극성-3형을 “판세전환자(game changer)”라고 하면서, 조선의 군사력을 과소평가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1년 만에 북극성-4ㅅ이 등장하여 세상을 또 다시 놀라게 했으니, 미국 군부는 조선의 군사력이 상상을 초월한 속도로 강화발전되는 것을 보고 공포를 느낄 만하다. 

 

세계 각국이 보유한 각종 잠수함들을 분석하는 미국의 온라인전문매체 <은밀한 바닷가(Covert Shores)>는 2020년 10월 15일에 실은 분석자료에서 북극성-4형ㅅ의 탄체길이는 9.8m이고 탄체지름은 1.8m라고 밝혔다. 이런 분석에 따르면, 북극성-4형ㅅ은 탄체지름이 북극성-3형과 같지만, 탄체길이가 북극성-3형보다 0.8m 짧아졌음을 알 수 있다. 

 

나는 2019년 10월 7일 <자주시보>에 실린, ‘놀라움 안겨주는 북극성-3형의 진실’(http://www.jajusibo.com/47420) 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극성-3형의 사거리를 7,000km라고 추정한 바 있다. 그런데 북극성-4ㅅ의 탄체길이가 그보다 0.8m 짧아졌으니, 사거리는 6,500km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이 북극성-4ㅅ을 북극성-3형보다 약간 짧게 만든 까닭이 있다. 북극성-3형은 기존 전략잠수함 함교 내부에 설치된, 길이가 약간 긴 수직발사관 안에 들어가고, 북극성-4ㅅ은 신형 전략잠수함 본체 내부에 설치된, 길이가 약간 짧은 수직발사관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기존 전략잠수함 함교 내부에는 수직발사관을 3~4문밖에 설치할 수 없는데 비해, 신형 전략잠수함 본체 내부에는 수직발사관을 더 많이 설치할 수 있다. 

 

이번 야간열병식에 북극성-4ㅅ이 등장한 것을 보면, 그 미사일을 탑재할 신형 전략잠수함이 건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신형 수중전략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신형 전략잠수함이 없는데도, 신형 수중전략탄도미사일을 만드는 어리석은 나라는 없다.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조선이 최근 신형 전략잠수함을 건조하였다는 사실이다. 2020년 10월 7일 국방부에서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서욱 국방장관은 조선이 4,000~5,000t급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중이라고 답변했다. 조선의 잠수함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그는 그처럼 헷갈리는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조선은 수중배수량이 5,000t 이상인 핵추진잠수함을 이미 건조한 것이 분명하다. 다만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서 신형 핵추진잠수함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 야간열병식에서 신형 핵추진잠수함에 탑재될 북극성-4ㅅ을 공개함으로써 신형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북극성-4ㅅ을 탑재한 신형 핵추진잠수함은 얼마나 큰 잠수함일까? 실물이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다른 잠수함들과 비교하여 추정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 해군이 2022년 1월에 실전배치하려는 3,700t급 도산안창호함은 함체지름이 7.7m인데, 이번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북극성-4형ㅅ의 탄체길이는 9.8m나 된다. 다시 말해서, 탄체길이가 9.8m인 북극성-4형ㅅ이 들어가는 신형 핵추진잠수함의 함체지름은 최소한 10.5m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함체지름이 10.5m인 대형 잠수함은 핵추진잠수함이다. 잠수함의 함체지름이 그렇게 크면, 반드시 핵추진잠수함으로 만들어야 한다. 함체지름이 10.5m 안팎인 핵추진잠수함은 전 세계에 세 종류가 존재한다. 함체지름이 10m인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7,000t이고, 함체지름이 그와 똑같은 로씨야의 빅터급 핵추진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7,250t이다. 함체지름이 11.3m인 영국의 어스튯급 핵추진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7,400t이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조선이 최근 건조한 신형 핵추진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7,000t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인민군 해군은 한국 해군의 최신형 디젤-전동식 잠수함보다 2배나 더 큰 최신형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했으니, 남과 북의 잠수함전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격차가 벌어졌다.  

 

조선이 건조한 7,000t급 핵추진잠수함에는 수직발사관이 한 줄에 5문씩 두 줄로 나란히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신형 핵추진잠수함에 북극성-4ㅅ 10발이 탑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5>

 

▲ 신형 북극성-4ᄉ 수중전략탄도미사일  

 

북극성-4ㅅ에는 각개발사식 핵탄두가 5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탄체지름이 2.11m인 미국의 트라이던트 수중전략탄도미사일에 각개발사식 핵탄두가 8개 들어갔으므로, 탄체지름이 그보다 0.31m 짧은 북극성-4ㅅ에 각개발사식 핵탄두가 5개 들어간다고 보는 추론은 합리적이다.   

 

미국 해군은 수중전략탄도미사일 24발을 탑재한 18,000t급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했고, 조선인민군 해군은 수중전략탄도미사일 10발을 탑재한 7,000t급 핵추진잠수함으로 그에 맞선다. 미국의 핵추진잠수함은 조선의 핵추진잠수함보다 크기가 2.5배 더 크고, 수중전략탄도미사일을 14발 더 탑재했지만, 조선이 각개발사식 핵탄두를 장착한 수중전략탄도미사일을 만들고, 그것을 탑재한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한 것은 제국주의핵무력을 억제하는 능력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나는 이번 야간열병식의 맨마지막에 등장한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위력보다 북극성-4ㅅ을 탑재한 핵추진잠수함의 위력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각개발사식 핵탄두를 5개씩 장착한 수중전략탄도미사일 10발을 싣고 바다속 깊은 곳에서 은밀히 움직이는 핵추진잠수함이야말로 미국의 핵전쟁도발을 50개의 핵탄두로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무기체계가 아닌가!  

 

(조선의 신형 무기체계를 분석한 두 번째 글은 여기서 끝맺고, 세 번째 글은 다음 월요일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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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의 글로벌 리포트] 코로나19 2차 대유행, 다시 한국 방역에 주목하는 나라들

  20.10.26 07:38최종 업데이트 20.10.26 07:38
 

▲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주 나폴리에서 상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야간통행 금지령에 항의하며 촛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 캄파니아주는 이날부터 코로나19 재확산 차단을 위한 야간통금에 들어간다. 시간대는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다. ⓒ 연합뉴스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4천 3백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유럽에서는 2차 유행이 현실화되면서 피해규모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에 따라 해당 지역 방역당국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유럽 언론들이 한국을 비롯한 모범적 방역 국가들의 코로나19 대응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 봄 1차 유행 당시와는 다른 이유 때문이다.

2차 대유행

지난 3~4월 1차 유행 당시 유럽은 효과적인 방역 모델을 갖추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각국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장세는 방역당국의 통제 규모를 훌쩍 넘어서 버렸다.

무엇보다 정책적 판단 착오가 아쉬웠다. 마스크 논쟁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정부는 자국이 마스크 수급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숨겼다. '의무진을 제외하고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부적절한 지침도 내려졌다. 심지어 마스크 판매금지령까지 나왔다. 유럽 국가들이 얼마나 팬데믹 상황을 안일하게 생각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들이다.

시민들도 세기적 전염병의 심각성을 초기에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 동아시아의 마스크 착용 습관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색적인 문화 정도로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록에 따르면 100년 전 스페인 독감 창궐 당시 유럽인들에게도 마스크 착용이 일반화됐었다. 과거의 경험이 매뉴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다.

그러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모델이 혁신적이고, 무엇보다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서 유럽이 주시하기 시작했다. 영국과 스웨덴처럼 방임 수동적이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중국처럼 강압적이고 권위적이지도 않은 새로운 방역모델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 모델이 서구사회에 적용 가능한지 논쟁도 이어졌다.

▲방역당국의 공격적인 검사와 추적 ▲이를 위한 대대적 진단키트 생산 ▲첨단 정보기술(IT)의 활용 ▲정부의 투명한 프로세스 공유 ▲시민들의 능동적 참여. 이 요소들이 어우러진 것이 한국식 방역 모델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적 의료체계와 첨단산업,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정부와 주권의식을 발현하는 시민의식이 필수적이다.

한국형 모델에 눈 뜬 여러 나라에서 이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도 1차 유행 당시 초반에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던 진단키트와 마스크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수급되기 시작했다. 방역당국은 좀 더 적극적 검사에 돌입했고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도 점차 일반화를 거쳐 의무화 단계까지 이르렀다.

국가 차원의 집단봉쇄까지 경험한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서유럽 국가들은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되자 점차 봉쇄를 해제했다. 특히 여름철 바캉스 시즌에 맞춰 대부분의 엄격한 조치들이 완화됐고, 시민들은 모처럼 코로나19의 피로감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2차 유행에 대한 경고는 늘 제기돼 왔고, 9월을 지나면서 그 경고는 현실화됐다. 가을철이 되면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신규 확진자가 급증가하기 시작한 것. 정부, 방역당국, 전문가 그룹은 역학분석과 대책마련에 나서지만 둘 중 어느 것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계절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같은 북반구에서 한국과 같은 나라는 오히려 8~9월보다 10월 들어 신규 확진자가 줄었다.
 

▲ 유럽대륙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유행이 가속하는 가운데 10월 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임금인상과 노동여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한국의 코로나19 역학관계를 유럽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우선 규모가 다르다. 그리고 8~9월 신규 확진자 급증 이유에는 정부 지침에 반하는 종교행사, 대규모 집회의 상관 가능성이 열려 있다. 어떻든 가을 들어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의 계절 영향은 현재까지는 크지 않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일본에서는 여전히 하루 신규 확진자가 4백~6백 명 발생하는 등 한국보다 피해규모가 크다. 한국에 비해 누적 확진자는 네 배 가까이, 사망자는 세 배 이상 많다. 하지만 일본 역시 7~8월에 피해가 더 컸고 가을 들어 오히려 신규 확진자는 줄어드는 추세다. 결국 유럽의 확진자 급증 요인을 계절에서만 찾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왜 한국처럼 안 되지?

그렇다면 유럽발 2차 유행의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코로나19에 대해 발생경로를 포함해 관련 정보가 현저하게 부족한 현 상황에서 병리학적 원인규명은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방역당국의 정책적 판단과 시민의 생활방역으로 수렴되는 결과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을 벤치마킹한 나라들의 경우 한 동안 선방하는 듯 보이다 왜 다시 악화되는지 이유를 파악하는 게 해당국에게도 또 한국에게도 중요하다. 어쨌든 우리는 생활방역으로 2차 유행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구 언론들이 한국에 다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같은 모델을 사용한다 해도 결과에 차이가 난다면 그 원인을 알아야 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지난 13일 영국의 <가디언>은 영국이 코로나19 관련 검사와 추적을 했음에도 미미한 효과밖에 얻지 못한 이유를 분석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영국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진단검사와 추적 프로그램을 가동하는데 120억 파운드(약 17조 7천억 원)가 소요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왜 미미한 효과밖에 얻지 못했을까?
 
한국과 달리 영국에서는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불신이 끝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동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이 신문은 지적한다. 세계적 대유행 확산 초기에 앱이나 하드웨어를 통한 모니터링을 포함해 진단과 추적이 큰 화두로 떠올랐지만 영국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두려움이 효과적 방역을 막았다는 것.

게다가 앱 다운로드와 사용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 신문은 지적하고 있다. 격리 수칙 준수 문제 역시 영국의 효과적 방역을 방해하는 문제로 제기됐다고 이 신문은 밝히고 있다.

정부 역량에서도 문제가 지적됐다. 이 신문은 영국의 검사 인력이 부족해 진단검사를 하고 결과를 받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는 까닭에 검사·추적 시스템의 유용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 지난 13일 영국의 <가디언>은 영국이 코로나19 관련 검사와 추적을 했음에도 미미한 효과밖에 얻지 못한 이유를 분석했다. ⓒ 가디언 기사 캡처

 
외신들의 지적

<가디언>은 영국이 검사와 추적에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와 관련해 이 모델로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나라로 한국을 꼽고 있다. 왜 같은 모델이 한국과 달리 영국에서는 실패했을까? <가디언>의 지적과 앞서 언급한 한국형 방역모델의 다섯 가지 요소를 비교하면 몇 가지 문제점이 노출된다.

우선 영국에서는 충분한 검사를 위한 인력이 부족했다. 정부의 책임에 귀속되는 문제다. 그리고 역학조사에 필수적인 추적을 실패했다. 첨단 정보기술이 충분히 사용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 문제는 사생활 침해 우려 문제와 관련된다.

이와 관련해서 <가디언>은 한국의 경우 사생활 침해 우려 문제는 재난상황을 규정한 해당 법률이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위기에 대응하는 정치권의 순발력이 요구되는 문제인데 이 역시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에 해당한다.

정부와 시민 사이에 수준 높은 주권민주주의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 사생활 침해 우려 문제도 관련이 되지만 정부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공개해야 하고 시민은 이에 대해 감시를 전제로 하는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가디언>은 란셋 보고서를 인용해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정부가 내놓는 공중보건 지침이 명확한 나라들이 검사와 추적을 잘 활용한 나라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한 나라는 독일,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코틀랜드, 한국이었다고 밝혔다.

그 밖에 마스크 착용 여부가 방역 성공 여부의 차이였다고 지적하는 언론도 있다. 미국의 월간 <애틀랜틱>(The Atlantic)은 10월호 기사 'The COVID-19 Fall Surge Is Here. We Can Stop It.'에서 '한국은 광범위한 봉쇄를 실시하지 않고도 코로나19 대응에 매우 성공적'이었다면서 대신 보편적인 마스크 착용과 감염 의심자 식별을 위한 추적, 핀셋 격리 등의 조합을 활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역시 미국의 <시엔엔>(CNN)은 13일 '코로나19에 대한 서구의 많은 국가, 특히 미국의 실패가 아시아인들의 관점에서 놀라운 것처럼 보이지만 마스크 착용만큼 코로나19 대응 방식의 차이를 부각시키는 것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밖의 많은 서구 언론들도 유사한 지적을 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어떤' 모델을 적용하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철저하게' 적용하느냐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원론적 이야기임에도 세계적 대유행과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마저 지켜지기 쉽지 않은 명제다. 하지만 백신과 치료제가 원활하게 공급되기 전까지 이번 겨울을 생활방역으로 이겨내야 하는 이상, 지속적으로 반복할 수밖에 없는 명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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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악했고, 정부는 약했다”

[인터뷰]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0-10-25 16:35:35
수정 2020-10-25 17: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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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열린 '의료4대악 정책추진 반대 전국의사 총파업 궐기대회'에 참가한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충, 원격의료, 공공의대 설립 등의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2020.08.07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열린 '의료4대악 정책추진 반대 전국의사 총파업 궐기대회'에 참가한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충, 원격의료, 공공의대 설립 등의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2020.08.07ⓒ김철수 기자  
 
"의사들의 속마음이 다 들켜버린 거죠. 그동안 도도하게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체면도 집어던지고 싸우다 보니 천박하고 속물적인 속성이 드러난 거죠"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공동대표는 지난 8월 중순부터 보름간 진행된 '의사 파업'에 대해 "의사들의 속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사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을 반대하며 시작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의사파업'을 주도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정부, 여당의 합의로 일단락됐다.

의사파업 이후 의사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분노와 불신으로 바뀌었다. 이는 의사 파업에 동조했던 의대학생들의 의사면허 국가고시 재시를 반대하는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아직 의협과 정부가 합의한 '의정협의체'에서 진행될 '의사정원 확대' 등 의료정책에 대한 논의도 과제로 남아있다.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공동대표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공동대표가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철수

"의사 집단은 기득권을 위해 저항했고, 정부는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공동대표는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의사파업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미흡한 의료 개혁 마저도 무산시킨,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는 의사들의 집단 행동이었다"고 평가했다.

앞서 인의협은 의협이 주도한 의사 파업에 대해 "명분 없는 이익집단행동"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의사정원 확대안'에 대해서도 '의사 증원'이라는 방향은 합의하나 공공의료 강화가 빠진 미흡한 정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공동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대 신설안이나 의대정원 확대안이 엄청나게 진보적인 정책도 아니지만, 이런 미흡한 정책도 기존 의사 집단이 받아 내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의사 집단이 결국 사회 기득권층이란 것을 드러내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저항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파업에 대형병원 응급실마저 정지된 상황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정부를 향해서도 "정부가 꼼짝 못 하고 타협할 수밖에 없는 허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전문가 집단의 집단행동으로 국가 주요 시스템인 의료 체계 전체가 흔들린 현상은 의료 인력의 양성 및 운영을 시장에 맡긴 비정상적인 의료체계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공동대표는 "의료 시스템을 정부가 주도할 수 있을 만큼 공공병원 등 공공의료 인력들이 많았다면 좀 더 정부가 밀고 나갈 수 있을 텐데 민간집단의 파업 하나로 의료 시스템이 스톱된 상황이었다"며 공공의료 강화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의사들의 자본가적인 인식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봤다. 그는 "의사들 자체가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면서 "국립대병원, 공공의료원 등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중에서도 일부가 파업에 참가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전국의사 2차 총파업( 집단휴진)에 돌입한 26일 오전 서울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한 전임의가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전임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2020.08.26
전국의사 2차 총파업( 집단휴진)에 돌입한 26일 오전 서울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한 전임의가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전임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2020.08.26ⓒ김철수 기자

특히 이번 의사파업에서는 파업에 참가한 의사들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가 적극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과거 의약분업을 반대한 의사파업 등 과거 의사들의 집단행동에서 특별한 국민 여론이 나타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특이한 일이다.

이 공동대표는 엘리트주의를 가진 의사들이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한 것을 원인으로 봤다.

실제로 그동안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가혹한 노동 환경에 시달려 온 전공의들이 오히려 의사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의사정원 확대를 반대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문류분류 인원을 늘려 주지 않아 택배 노동자들이 연이어 과로사하는 일이 일어난 것을 생각해보면, 일반적인 임금 노동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었다.

이 공동대표는 "필수진료 영역에서도 진료거부한 전공의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알린다면서 전교 1등의 잘난 체 같은 것들만 있고 설득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왜 투쟁하는지 설명한다면서 '우리가 똑똑하고 우리가 이만큼 노력했으니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못하게 됐다'는 걸 납득시키려 하니 이상한 비유를 들고 그러다 보니 반응이 싸늘해 진거 같다"고 분석했다.

자극적인 표현과 가짜 뉴스를 이용해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한 것도 국민들에게 반감을 샀다.

이 공동대표는 "공공의대를 만들어서 시민단체 자제를 입학시키려 한다든지, 의사들을 북한으로 보내려고 한다든지 설득력 없는 주장을 하면서도 '왜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하냐'고 오히려 분노하는 모습들이 의식있는 시민들에게는 이해가 안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의사파업이 주장한 의사정원 확대 반대, 공공의대 반대 등 논점에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정치 논쟁화 한 것도 문제였다. 실제로 공공의대와 관련한 대부분의 가짜뉴스들이 진보세력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들이었다.

국민 여론이 국시 재시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의대생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공동대표는 "의협과 정부, 여당이 합의를 하면서 상황이 끝났고 한차례 국시가 연장되기도 했는데 계속 거부하는 명분이 뭔지 알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안 그래도 채용 같은 공정성에 민감한 국민 여론이 의사파업으로 의사를 실체를 알게 되면서 반응이 싸늘해 진 것"이라고 봤다.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공동대표가 진료를 보고 있다.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공동대표가 진료를 보고 있다.ⓒ김철수

"결국 공공의료 강화...의사들이 공적인 시스템에서 일하게 해야"

의사파업으로 드러난 의사들의 인식은 오랫동안 공공의료를 무시해 온 비정상적인 의료 구조에 기인한다. 공공의료를 책임질 공공병원이 부족하니 민간병원 위주로 의료체계가 운영되고, 의사들은 자본을 쫓아 민간병원과 개원가로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공동대표는 비정상적인 의료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공공의료가 강화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공공병원이 늘어나서 의사들이 영리적인 목적이 아닌 의사 본연의 의무를 다하면서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병원이 많아져야 한다"면서 "지금은 의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해야 되는 구조인데 공공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존경받을 수 있는 구조가 돼야 (의료 구조가) 바뀔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 의사가 늘어나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에도 의사들이 반대하는데, 독일에서는 의사들이 나서서 의사 증원을 환영하기도 한다"면서 "공적인 시스템에서 의사들이 일하면 상식적인 게 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공동대표는 의협과 정부만으로 구성되는 '의정협의체'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국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의료정책을 이익을 앞세운 전문가집단과의 논의로만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의정협의체에서 국민 건강을 좌지우지할 의료정책을 결정해선 안 된다"면서 "이익집단과 정부와의 거래가 의료체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의사정원 확대를 반대한 의협과 미흡한 의사정원 확대안을 냈던 정부가 논의할 경우, 의사정원 확대 정책이 정부안보다 더 후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를 막기 위해 의료서비스의 또다른 주체인 국민이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이 공동대표는 주장했다. 그는 "보건 의료, 국민 건강의 문제는 의사와 국민이 주체"라며 "정부가 국민을 완전히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으니 정부와 의사에게만 맡겨선 안 되고 시민사회 분야에서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사회단체가 포함된 협의체를 구성해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하고 있다. 사진은 사진은 왼쪽부터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 윤동섭 연세대의료원장,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 2020.10.13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하고 있다. 사진은 사진은 왼쪽부터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 윤동섭 연세대의료원장,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 2020.10.13ⓒ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이 공동대표는 반대 여론이 높은 국시 재시와 관련해서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재시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의료체계에 가해지는 충격을 우려했다.

그는 "내년 의대 졸업생 중에 일정 정도는 군의관, 공중보건의로 충원돼야 하는데 한 해에 수가 부족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또 다음 해에는 병원에 들어오는 인턴 규모가 2배가 되니까 인턴과 레지던트에 의존하는 수많은 병원은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의대생들이 현재 의료체계에서 전문성을 가진 강자라는 걸 알고 이 같은 집단행동을 벌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시는 실기기험으로 응시 대상자 중 14%만이 응시했다. 내년 1월에 치러지는 필기 시험에는 응시 대상자 대부분이 응시한 상태다. 이에 올해가 아닌 내년 상반기에 실기 시험을 한번 더 진행해 인턴 부족·몰림 현상을 완화할 방안도 거론된다.

이 공동대표는 이번 국시에 응시한 의대생들의 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의대생 사이에서 국시 거부에 반대 입장을 보이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라는 말들이 들려온 만큼 국시에 정상적으로 응시해 먼저 병원에 가게 될 인턴들이 의사 사회에서 차별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그는 "올해 시험을 보고 정상적으로 올해 의사면허증을 받은 학생은 3월에 인턴으로 출근하게 될 텐데 현재로서는 극소수가 될 것 같다"면서 "이 인턴들은 병원에서 보기에 '파업에 열심히 참여 안 했겠지'라는 시선으로 보여서 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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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경영자 이건희, 글로벌 삼성을 키워낸 힘

등록 :2020-10-25 10:37수정 :2020-10-25 10:40

 

이건희 회장 별세
2003년 10월10일 이건희 회장이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메모리 연구동 전시관에서 황창규 사장으로부터 차세대 메모리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이 회장은 25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 만이다.
2003년 10월10일 이건희 회장이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메모리 연구동 전시관에서 황창규 사장으로부터 차세대 메모리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이 회장은 25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 만이다.
한국 사회에서 삼성은 기업 이상의 특별한 존재였다. 그 특별함은 상당 부분 이건희 회장에 기인한다. 긍정적으로, 그리고 부정적으로.2019년 삼성전자 매출액 230조원이 그해 정부예산 469조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현실은 한국 경제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국외 매출액 규모는 우리나라 수출총액의 20% 안팎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 티브이(TV), 디스플레이, 가전 등의 분야에서 세계 1위 제품을 만드는 한국의 대표기업이다.

■ 45살 때 총수 취임…“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제너럴일렉트릭(GE), 필립스, 모토롤라, 노키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엘피다, 인피니온, 후지쓰, 히다치....후발주자 삼성전자는 숱한 선도 기업들을 따라잡거나 제물로 삼으며 정상으로 질주했다. 인터브랜드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611억달러(약 71조원)로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코카콜라에 이은 세계 6위다. 종합전자기업으로는 세계 최고이자, 미국 이외 기업으로는 맨 앞자리에 있다. 직·간접적으로 삼성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드물고 전세계인은 삼성을 알고 있다.

 
국외매출 비중이 86%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2018년 영업이익 58조원은 그해 국내 무역흑자액 705억달러(약 85조원)의 68%에 해당하는 규모다. 무역수지, 산업경쟁력, 고용, 투자, 국가이미지 등 한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삼성전자가 담당하고 있다. 2019년 62개 삼성 계열사들의 전체 자산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이 절반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국가 경제에서 삼성의 비중은 막대하다.이병철 선대회장이 1938년 삼성물산(삼성상회)을 창업하고, 이후 삼성전자를 설립해한 뒤 1983년 선도적인 반도체 투자로 터전을 닦았지만, 한국의 선두 기업에 불과하던 삼성을 전자·디지털 분야 최고의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낸 경영자는 이건희 회장이다. 3남으로 태어난 그는 24살인 1966년부터 동양방송·삼성물산 등에서 10여년간 후계자 수업을 받다가 부친 이병철 회장 사망 12일 만인 1987년 12월1일 삼성그룹 회장에 올라 그룹을 물려받았다. 45살의 그룹 총수는 취임사에서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약속했다.■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이 회장은 공개적 자리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말을 아껴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다. 그의 역할과 말이 널리 알려진 순간은 1993년 6월 독일에서의 선언이다. 그는 프랑크푸르트 한 호텔로 그룹 핵심 경영진 200여명을 불러모았다. 이 자리에서 ‘신경영 선언’을 하고 그룹 간부들과 함께 68일간 유럽과 일본의 산업현장을 돌아보며 자신의 경영철학을 설파하는 ‘벤치마킹 그랜드투어’를 했다. 그는 “(회사 미래를 생각하면) 밤에도 잠이 오지 않아 1년 전부터 하루 3~5시간 밖에 못잤고 깨어나면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고 위기론을 설파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앞선 기업들의 제품을 빠르게 모방해 저렴한 가격과 무난한 기능을 경쟁력으로 삼는 게 기본전략인 기업이었다. 그는 수원사업장 세탁기 조립라인에서 작업자들이 금형 사출 불량으로 닫히지 않는 세탁기 뚜껑을 손으로 일일이 깎아서 조립하는 모습을 고발하는 사내방송 영상을 보여준 뒤 “마누라와 자식빼고 다 바꾸자”고 주창했다. “국제화시대엔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잘 해봐야 1.5류다”라고 말하고, 양적 경쟁 위주에서 질 위주로 변할 것을 주문했다.이때부터 이 회장은 불량품이 나오면 해당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라인스톱제’를 도입하는 등 품질 제고에 온힘을 쏟았다. 1995년 3월 구미공장 ‘무선전화기 화형식’은 상징적이다. 당시 무선전화기 불량률이 11.8%까지 치솟자, 이 회장은 질책하며 불량제품 15만대(150여억원어치)를 수거해 공개 화형식을 가졌다. 품질 경영을 향한 비장한 각오였다. 1995년엔 닐 암스트롱, 찰스 린드버그 등 역사적 인물들을 내세워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는 시리즈 광고를 진행하며 ‘세계 일류’만이 생존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신경영 선언’이 내건 대로, 삼성은 품질 우선으로 혁신했고 많은 제품이 ‘세계 1위’에 올랐다.
20일 서울 한남동 소재 승지원에서 이건희 삼성회장(사진 오른쪽)이 한국을 방문한 주바치 일본 소니 차기 사장(사진 왼쪽)을 맞아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삼성그룹제공
20일 서울 한남동 소재 승지원에서 이건희 삼성회장(사진 오른쪽)이 한국을 방문한 주바치 일본 소니 차기 사장(사진 왼쪽)을 맞아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삼성그룹제공
■ 영화·자동차에 마니아적 취향삼성이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최고의 자리에 오른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성공에는 이 회장의 통찰력있는 리더십과 과감한 결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첨단기술과 제품 전환주기가 빨라 신속한 기술개발과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이 분야에서 ‘이건희 경영’이 주효했다. 서울대 송재용·이경묵 교수는 <삼성웨이-이건희 경영학>에서 대규모 조직이면서도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 ‘패러독스 경영’이 이건희식 경영의 특징이라고 봤다. 주력제품인 디(D)램 반도체의 경우 개발과 양산·출시가 경쟁사보다 배 이상 빨라 경쟁자가 모방하기 힘든 방식으로 경쟁력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1992년 세계 최초로 64MB D램을 개발하면서 1위로 올라선 뒤 이후 D램 세계시장에서 40% 넘는 점유율로, 28년째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절대강자다.이 회장은 영화, 전자제품, 자동차 등에 마니아적 취향을 갖고 젊을 때부터 직접 분해조립해 보며 기술적 지식과 통찰력을 키웠다. 2002년 이 회장이 디자인에 깊이 관여해 ‘이건희폰’으로 불리는 조약돌 모양의 휴대전화(모델명 ‘SCH-X430’)은 단일 모델로 1000만대 넘게 팔리는 기록을 낳기도 했다.이 회장은 인재 육성을 강조하고 “21세기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천재경영론’을 펼쳤다. 삼성은 학벌, 지연 아닌 철저한 실적 위주 인사가 자리잡은 기업으로 통한다. 그는 1990년부터 1년 이상 국외에서 현지 문화와 언어를 익히는 지역전문가 제도를 도입해 글로벌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며 국제화시대를 대비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2011년 “지역전문가 제도는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빠르게 성공한 핵심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한국의 삼성을 세계 속의 삼성으로 키워냈고, 한국사회가 단기간에 글로벌화에 적응하고 수혜를 누리게 만드는 데도 기여했다.■ 안기부X 파일 등 정경유착의 상징하지만 이건희 회장 자신과 삼성의 일부 모습은 ‘글로벌 표준’의 예외일 뿐더러 국내 법과 시민의 상식을 무시한 일탈과 퇴행의 연속이었다. 삼성은 세금없는 승계를 노린 탈법·편법 경영, 노조 설립을 방해·탄압해온 무노조 경영, 뇌물과 정치자금으로 권력을 관리하고 대가를 누려온 정경유착 재벌의 상징이었다.이건희 회장은 전두환·노태우 특검 재판에서 노태우 대통령에게 100억원 뇌물 제공이 밝혀져 1996년 징역 2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07년엔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삼성의 광범하고 조직적인 불법 비자금과 로비, 차명재산 의혹이 드러났다. 이듬해 ‘삼성비자금 특검’을 거치면서 이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삼성 경영에서 물러났다.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았지만 1년 뒤 유례없는 대통령 단독사면을 받았다. 2005년 언론 보도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이학수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간 대화를 도청한 ‘엑스파일’이 알려졌다. 삼성이 ‘떡값’과 ‘정치자금’으로 정·관계 주요 인사들을 ‘삼성장학생’으로 포섭하고 관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쪽의 뇌물 공여자는 무사했지만 ‘삼성 떡값 검사’를 공개한 노회찬 의원은 통신비밀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었다. 삼성의 무소불위 권력을 실감한 순간이다.■ 편법·탈법 승계…후계자의 발목 잡는 짐삼성의 탈법·초법적 행위는 기본적으로 세금없는 상속·승계와 총수 일가의 변칙적인 계열사 지배력 유지 욕구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 자신도 공익법인을 통한 변칙 증여를 받았다.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삼성그룹의 경영권(11조5000억원)을 넘겨받을 때 낸 증여·상속세는 181억원이다. 이 회장은 아들 이재용 부회장 등 세 자녀에게도 ‘세금 없는 대물림’을 이어갔다. 이재용 부회장이 글로벌 기업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든 돈은 60억원이다. 이 회장은 아들에게 1995년 60억8000만원을 증여했고 이재용 부회장은 이에 대한 증여세 16억원을 냈을 따름이다. 44억원을 종잣돈으로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배정 등의 편법·탈법을 통해 회사와 주주의 몫을 자식들에게 빼돌린 것이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는 삼성의 일상이었다.이건희 회장은 삼성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내며 막대한 경제적 기여를 한 탁월한 경영자다. 거인이었지만 사회적 책임에는 소홀했다. 이 회장은 2008년 비자금 특검으로 퇴진하면서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회사 전환을 약속했다. 숨겨왔던 차명 재산도 실명전환 뒤 벌금과 세금을 내고 남은 조 단위의 돈을 사회환원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숨지면서 풀지 못한 채 남긴 과제가 됐다. 편법과 탈법을 통해 최소한의 돈으로 경영권 승계를 이뤄내려던 비책도 결국엔 후계자의 발목을 잡는 짐이 됐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67091.html?_fr=mt1#csidxe44e2b1ab282822a106f5974de2fa6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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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의 대전환, 기후위기를 말하다

[인터뷰] 정성헌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환경단체나 국제기구가 아니다.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지난 6월 선포한 '생명살림국민운동' 선언문 중 일부다.

 

알다시피 새마을운동은 군부독재시절 관변 운동단체다. 특히 5공 시절에는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이 회장을 맡으면서 온갖 비리의 온상이었다. 이후 5공 청산의 일환으로 전경환이 처벌되고 새마을운동은 지역봉사단체로 거듭났지만 여전히 민주화운동과는 대척점에 있는 곳이었다.

 

그런 새마을운동은 지난 2018년 정성헌 회장이 취임하면서 큰 변화를 맞이한다. 정성헌 회장은 1970년대 가톨릭농민회부터 1987년 6월 민주화운동, 이후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인제 평화생명살리기 운동본부 등 재야에서 활동해 온 민주화운동의 원로다.


 

정성헌 회장은 지난 6월 '생명살림국민운동'을 선포하며 새마을운동을 기후위기 극복 운동단체로 탈바꿈한다. 정성헌 회장은 선포대회에서 "운동은 그 시대의 가장 근본적이고 절실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70년대의 시대적 과제가 절대가난 극복이었다면 지금은 기후위기 극복"이라며 "새마을운동은 절대가난을 극복한 역사적 경험과 성취를 바탕으로 우리 시대의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문명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새마을운동의 생명살림국민운동이 특별한 이유는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바로보기 : 생명살림국민운동 다큐멘터리)


 

<프레시안>이 지난 16일 정성헌 회장을 만나 새마을운동이 대전환을 맞이하게 된 배경과 이유, 그리고 '생명살림국민운동'이 목표로 하는 '1건(建)·2식(植)·3감(減) 운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터뷰는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이 진행했다.

 

▲정성헌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새마을운동은 올해 코로나19 사태에 100만 개 이상의 마스크를 제작해 배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새마을운동, 농촌부흥운동에서 생명살림운동까지


 

프레시안 : 2020년 올해는 새마을운동 50주년이다. 새마을운동은 정부 주도의 농촌부흥운동이었으나 위상과 역할이 크게 달라졌다.


 

정성헌 : 새마을운동은 처음부터 정부가 주도한 운동이 아니었다. 새마을운동이란 말을 처음 도정 목표로 쓴 곳은 1963년 경상남도였다. 자생적인 농촌운동으로 시작했다. 이미 경북 청도, 전남 영광, 경북 포항에서는 대표적인 자생 새마을운동이 전개되고 있었다. 지역사회에서 퍼지던 새마을운동을 1970년 박정희 정부가 포착해서 전국적인 '농촌 잘살기 운동'으로 발전시켰다. 그래서 1970년 새마을운동을 창립했다고 안 하고 '제창했다'고 표현한다.

 

민주화이후 새마을운동은 국민봉사운동체로 바뀌었다.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집중해왔다. 의성 새마을은 플라스틱 농약병을 수거해 1억에 달하는 수익을 얻었다. 이 수익금을 다시 지역의 소외된 노인들을 위해 썼다. 성남 새마을은 가로수나 전봇대 옆에 깃발 꽂는 일을 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품이 많이 들고 귀찮은 일인데 꾸준히 그런 봉사를 해오고 있다.

 

세월호 침몰 당시에 팽목항에서 유가족 곁을 지키며 처음부터 끝까지 봉사활동을 해온 건 진도 새마을부녀회였다. 올해는 코로나19가 퍼지면서 2월부터 추석 전까지 45만 명의 회원들이 13만 회 이상의 방역활동, 마스크 100만 개 이상을 제작·배포 했다.


 

프레시안 : 올해는 생명살림국민운동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생명살림국민운동은 무엇인가

 

정성헌 : 생명살림국민운동은 기후위기와 생명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국민참여운동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이에 대응하는 실천운동이다.


 

기후위기가 이대로 이어진다면 2040년대 중반에 한반도는 기후이탈이 되어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된다.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인 위기다. 지구의 온도가 1℃만 올라도 가뭄이 계속되고 육상 생물은 10% 이상 멸종한다.

 

이에 따라 2015년 채택한 파리 기후협약에서는 지구의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보다 훨씬 아래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 1.5℃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하기로 했는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없다. 이건 정부만 주도해서도 안 되고 국민 참여가 절실한 운동이다.


 

프레시안 : 생명살림운동은 환경단체가 해야 할 것 같다. 새마을운동이 이를 핵심 목표로 삼게 된 이유가 있나.

 

정성헌 : 운동은 그 시대에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해결하는 방법은 자기가 처한 조건과 가진 힘에 맞는 방식으로 찾아야 한다. 새마을운동은 18개 시·도, 288개 시·군·구 조직, 3200개 읍·면·동 조직을 가진 200만 명 규모의 큰 대중운동 단체다. 행동으로 실천해왔다는 것이 새마을 운동의 가장 큰 특징이나 장점이다.

 

70년대는 가난하니까 그걸 해결하고자 했고 지금은 환경과 생태계를 살리는 생명살림운동이 필요한 때다. 지금 기후위기에 대처하지 않으면 절멸할 것이다. 이 명제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미세먼지 문제만 하더라도 도시나 농촌 할 것 없이 밖에 빨래를 널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졌다. 2018년에 최대 폭염과 열대야가 왔다. 그러다 올해 코로나19까지 왔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새마을운동의 생명살림운동은 지역사회 곳곳이 뿌리내린 새마을운동 조직을 바탕으로 국민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환경을 넘어 생명으로, 평등을 넘어 평화, 인권을 넘어 공경' 새마을운동이 새로 목표로 하는 '생명·평화·공경'이다.


 

프레시안 : '생명·평화·공경'은 새마을운동의 표어였던 '근면·자주·협동'과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환경운동과 생명살림운동은 어떻게 다른가.


 

정성헌 : 그 두 질문이 가장 많이 나온다. 우선 근면·자주·협동은 운동에 임하는 자세다. 이 자세를 가지고 생명·평화·공경의 가치를 실현하자는 거다.


 

생명·평화·공경은 '환경을 넘어 생명으로, 평등을 넘어 평화, 인권을 넘어 공경으로'라고 설명한다. 보다 높은 차원을 이야기 하자는 거다. 어떤 문제는 좀 더 높은 차원의 가치를 지향할 때 해결된다. 인권만 외치면 고소·고발로 끝나고 평등만 외치면 자본과 노동자간 싸움에서 그치는 것처럼. 환경도 마찬가지다. 환경만 외치면 지금의 기후위기나 전체 생명질서의 붕괴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생명살림운동은 환경운동보다 더 큰 개념이다. 지금은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로 생명질서가 붕괴의 위험에 처해 있다. 환경운동이 인간의 관점에서 생태계를 바라본다면 생명살림운동은 생태계를 전일적으로, 유기체적 관점으로 바라본다.

 

농민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원로 정성헌에게 생명운동이란


 

프레시안 : 농민운동(가톨릭농민회), 민주화운동(6월민주항쟁 전국상임집행위원장) 거쳐 현재는 생명운동에 몸담고 있다.


 

정성헌 : 70년대 중반에 농민회에 참여하면서 농민운동을 시작했다. 그때 농약으로 인한 피해를 알리며 '농약공해'라고 했다. 그 대안농법으로 효소농법을 배우고 실천했다.


 

80년대 신군부 쿠데타 이후 변화기를 겪으며 민주화운동을 병행하게 됐다. 현대 과학기술 자본주의 거대문명 자체가 폭력의 뿌리라는 문제의식에서였다. 이걸 극복하려면 농민운동만으로도, 민주화운동만으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생명공동체'라는 말을 80년대 중반부터 쓰기 시작했다. 생명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 건 6월민주항쟁 후다. 유기농, 도·농 공동체 운동을 하면서 대중운동은 90년대 우리밀 살리기 운동으로 발전했다.


 

프레시안 : 2018년 봄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맡게 됐다. 진보 운동권 원로가 어쩌다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을 맡게 됐나.


 

정성헌 :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후에 당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제안이 왔다. 새마을운동이 농촌에서 시작된 대중운동이니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라 대중운동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네 달을 거절하다가 결국 해보겠다고 하고 회장 선거에 후보 등록 했다.


 

중앙회 내부에서는 진보운동권 원로가 출마한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래서 소통을 많이 하려고 했다. 그때 회장에 출마하려던 분이 또 계셨다. 새마을운동중앙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부녀회장도 하셨던 분이었다.

 

그분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분이 나에게 "내가 출마하려고 했던 건 중앙회가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당신이 훨씬 잘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생각하는 중앙회의 잘못된 점과 고쳐야 할 방향 20가지 정도를 적어서 줬다. 나도 대부분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결과적으로 찬성 79%로 내가 당선됐다. 회장 취임 후 110일, 네 달 정도를 많은 모임과 토론을 거쳐 이런 생명살림국민운동으로의 대전환에 합의했다. 내가 추천한 이사들 뿐 아니라 기존의 이사들도 지지해줬다. 시작이 좋았다.

 

"하나를 세우고 두 개를 심고 세 가지를 줄이자"


 

프레시안 : 목표인 1건(建)·2식(植)·3감(減)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정성헌 : 1건(建)은 생활현장에 유기농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것이다. 2식(植)은 나무와 케나프(양삼)를 심는 운동이다. 케나프는 기후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되는 식물이다. 나무는 자라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케나프는 1년생이라 금방 자라고 광합성도 활발해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3감(減)은 화석 에너지, 비닐과 플라스틱, 수입 육고기를 30% 줄이는 운동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간이 멈추니까 지구가 살아났다'는 걸 알게 됐다.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화석 에너지, 비닐과 플라스틱, 수입 육고기를 당장 멈출 수는 없지만 줄여나가자는 거다.


 

1·2·3 운동이라고 했지만 실천은 3·2·1로 하자고 한다. 무슨 뜻이냐면 3가지를 줄이는 것, 2가지를 심는 것은 개인이 할 수 있다. 유기농 태양광 발전소 하나를 세우는 건 개인이 혼자 하기 어렵다.


 

프레시안 : '유기농 태양광발전'은 뭔가.


 

정성헌 : 유기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함께 하는 거다. 태양광 발전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이 없는 신재생 에너지다. 그런데 지금 농지에서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게 법으로 금지돼 있다. 농지 잠식을 이유로. 환경에 이로운 유기농법을 하는 농민들에게 태양광발전을 제한적으로 허가해주는 정책을 제안하고 싶다.


 

프레시안 : 기후위기 극복과 유기농이 무슨 상관인가.


 

정성헌 : 현재의 관행농은 화학비료를 사용하고 유기합성농약을 사용한다. 비닐 같은 농자재도 석유로부터 만들어진다. 화석연료를 엄청나게 쓴다는 말이다. 유기농으로 전환을 유도해야 화석연료 사용을 죽이고 기후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


 

2017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가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이 7억 900만 톤이다. 그중 농업에서 나오는 게 2000만 톤이다. 7억 톤 중에 2000만 톤이면 별거 아니다 싶은데 2000만 톤 중에 58% 정도가 메탄가스다. 화학비료를 쓰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농업이기 때문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의 21배의 온실효과를 발생시킨다. 1000톤의 메탄은 실제로 2억1000만 톤의 역할을 하는 거다. 물론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100년 있다면 메탄은 몇 년 만에 없어지긴 한다. 근데 문제는 지금 몇 년이 시급하다는 거다. 획기적인 농업 대전환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태양광 발전과 유기농법을 동시에 하려면 별도의 태양광 패널이 필요하다고 본 것 같다.

 

정성헌 : 독일에서 많이 하는 방식으로 직립형이 있고 일본에서 많이 하는 공중형이 있다. 쉽게 할 수 있는 건 공중형이다. 태양광 패널을 높이 설치해서 햇살 투과도 되고 그 아래에서 농기계도 움직일 수 있다.

 

문제는 태양광 발전이 중요하다고 말로만 했지 우수한 국내 태양광 패널 기업들을 육성하지 않았다는 거다. 농지 잠식을 이유로 태양광 발전 건설 허가를 안 하니까 수요가 적어지고, 그러니 우수한 태양광 패널 업체가 자꾸 문을 닫는다. 법을 개정해 태양광 발전을 육성하고 수요를 늘려야 한다.


 

프레시안 : 1건, 유기농 태양광 발전 다음으로 중요한 건 무엇인가.


 

정성헌 : 케나프 심기를 강조한다. 2년 정도 직접 심어봤다. 케나프는 1년생이라 나무에 비해 금방 자란다. 지금 키우는 것 중 제일 크게 자란 게 5미터가 넘었다. 올해 있었던 폭우나 강풍도 다 견뎌냈다.


 

기후위기 극복에 케나프가 좋은 점은 빨리 큰다는 것도 있지만 광합성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많다. 통계로 봤을 때 상수리나무의 10배, 소나무의 9배, 나무 평균으로 4배가 조금 넘는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케나프를 심는 건 국제적인 움직임이기도 하다. 후진타오 전 중국 주석은 2008년에 80만 헥타르에 케나프를 심자고 했다. 우리나라 논 전체 면적 정도이다. 미국도 마리화나를 이유로 케나프를 불법화했다가 재작년에 법을 바꿔서 대대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케나프는 쓰임새도 많다. 목포 새마을회는 케나프를 이용해 화장품을 만들었다. 부산 새마을회는 지팡이를 만들어서 노인회에 기증도 하고 케나프를 이용한 요리경연대회도 했다.


 

케나프는 또 좋은 종이의 원료다. 지폐를 만들 때도 사용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량을 수입하고 있다. 소의 사료로도 쓸 수 있고 퇴비로도 이용할 수 있고. 일본에서는 천연 플라스틱을 만들어 자동차 내장재 소재로도 쓴다. 중앙회차원에서 시도해볼 생각이다.


 

▲정성헌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프레시안(최형락)

"3년간 500만 명의 생명살림운동 참여자를 육성하겠다"


 

프레시안 : 생명살림운동 지도자 1만 명, 활동가 10만 명, 참여자 500만 명 확보. 각자의 역할은.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정성헌 : 지금 새마을운동중앙회 지도자가 17만 명이 있다. 주로 봉사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대중운동의 경험은 적다. 우선 이 17만의 지도자를 상대로 대중운동이 뭐고 생명살림운동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교육할 생각이다. 그중 1만 명을 선발해 생명살림운동 지도자로 육성할 계획이다.
 

 

한 명의 지도자가 10명의 활동가를 만들고, 한 명의 활동가가 50명의 시민을 만나 참여를 독려한다면, 3년이면 가능할 거라 본다. 

 

프레시안 : 3년간 500억 기금 모금을 목표로 했다. 정부 지원은 없나. 어디에 쓸 계획인가.

 

정성헌 :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사단법인이지만 특별법 단체다. 행안부 소관이다. 다만 1999년부터 정부에서 운영비 보조를 전혀 받고 있지 않다. 회원들에게 회비를 걷고 교육수입이나 시설 임대수입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작년 11월에 당시 이낙연 총리를 만났을 때 생명살림국민운동을 설명하니까 좋은 생각이라고 하면서 지원을 해야겠다고 했다. 나는 자원은 안 받는다고 했다. 처음부터 지원을 받으면 운동의 자발성이 떨어진다.

 

기금을 만든다는 건 참여하는 시민이 운동과 구체적으로 결합하는 것이다. 기금을 모금하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하지 못하는 시급한 생명살림운동부터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했을 때를 비춰보면, 100명의 사람을 만나면 25명이 후원을 한다. 4분의 1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점점 느끼고 있기 때문에 참여하는 시민 참여가 활발할 거라 생각한다. 생명살림국민운동 모금을 시작한 지 20일 정도 됐는데 생각보다 모금이 많이 됐다. 대략 40% 정도가 기금을 내더라. 우선은 케나프를 활용한 천연 플라스틱 공장을 만들 생각이다.


 

그린뉴딜, '생명'이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 생명살림운동에서 '농업'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아직 석유농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유기농으로의 대대적 전환 가능할까


 

정성헌 :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다. 유럽이나 쿠바도 사실상 정부가 끌고 갔다. 최근에 농민수당이나 농민 기본소득 이야기가 나왔는데 적게는 친환경 농업, 크게는 유기농업 하는 사람들에게 지원하면서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내가 계산해 봤을 때 그렇게 1년에 7조 원을 투자하면 7년 반 정도 됐을 때 우리나라 농림축산업의 80%가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바뀐다. 정부가 그린뉴딜을 사면서 5년 간 73조 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고 풍력발전소를 세운다고 한다. 이건 효과가 바로 나온다. 정부와 기업이 하는 거지 국민의 자발적 참여는 없다.

 

기업과 정부의 그린뉴딜에서 끝나지 않고 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생명사회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국민 참여는 효과를 보는 데 시간이 걸린다. 경험상 농업에서 비료농약을 쓰지 않으면 3년 뒤에 반딧불이가, 7년이면 구렁이가 돌아온다. 10년이면 내가 있던 강원도에서는 산양이 새끼를 낳아서 돌아왔다. 생태계가 복원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생명의 열쇠로 평화의 문을 열고 평화의 들판에 통일의 집을 짓는다'고도 했다. 생명살림운동과 남북통일과도 연관이 있나.


 

정성헌 : 생명운동은 남북문제에도 연결된다. 'DMZ평화생명살리기'도 생명운동을 바탕으로 한다. 기후위기로 모든 생명체가 절멸의 위기에 있는데 그때가 되면 북한의 핵이 무슨 소용인가.


 

진짜 평화를 위해 북한과 함께 환경과 생태를 살리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유엔이 제재한다면 국제사회를 설득해 제재를 뚫고서라도 해야 한다.


 

남북문제는 시간이 걸려도 한반도 생명공동체, 생태공동체를 만드는 걸 기본으로 해야 한다. 지하자원을 쓰고 철도 연결하고 하는 건 근사한 얘기인데 그보다는 22만 평방 킬로미터의 땅과 233만 평방 킬로미터의 바다를 어떻게, 어떤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정부의 그린뉴딜은 생명운동에서 시작해야 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02117014511036#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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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3법 쟁취, 노동개악 저지 ‘투쟁’으로 이룬다”

  • 기자명 조혜정, 선현희 기자
  •  
  •  승인 2020.10.24 19:57
  •  
  •  댓글 0
 
 

민주노총, ‘전태일 3법 쟁취! 노동개악 저지!’ 전국동시다발 선포대회

100만 조합원, 제1노총 민주노총의 ‘전태일 3법 쟁취’, ‘노동개악 저지’ 투쟁이 본격 시작됐다.

24일 국회가 있는 여의도 일대를 비롯해 재벌을 상징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관 등 곳곳에서 “전태일 3법 쟁취”, “개악이면 투쟁”이라는 총파업·총력투쟁의 결심이 선포됐다.

지난 9월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모든 노동자의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10만 노동자·국민의 동의를 얻어 ‘근로기준법 11조’와 ‘노조법 2조’ 두 개의 법을 개정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는 ‘전태일 3법’을 입법 발의한 민주노총.

이와 반대로 정치권에선 ILO 핵심협약 비준을 명분으로 한 정부발 노동개악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는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단체교섭권에 대한 최소한의 국제기준을 지키겠다며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면서 핵심협약에 위배되고 헌법에도 위배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아 노동기본권을 후퇴시키는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내놨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엔 특수고용·간접고용노동자와 해고자․실업자의 노조활동 제약,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산별노조 활동 제약,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제도 통제, 직장 점거 금지 등이 담겨 있다.

국민의힘과 경총 등 경영계는 정부 개악안의 내용도 모자라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과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배제’ 등 더 큰 개악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의 투쟁은 전태일 3법은 ‘모르쇠’, 또는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는 정부여당과 보수야당의 ‘역대급 개악안’을 단호히 거부하는 투쟁으로, 노동개악을 저지하고, 전태일 3법의 온전한 입법을 결심하는 투쟁이기도 하다.

오후 2시, 서울지역본부의 여의도 일대 선전전과 함께 국회를 향한 투쟁을 알리는 행진이 시작됐다.

영등포역에선 노동법 개악을 막기 위한 파업 및 총력투쟁 방침을 결의한 민주일반연맹을 비롯해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전경련회관을 거쳐 국회 앞까지의 행진이다.

전경련회관 앞에서는 국회를 향해 자전거 행진이 출발했고, 여의도역에선 사무금융노조 등 조합원들이 깃발을 들고 여의나루와 마포대교 남단을 거쳐 국회에 도착했다.

이 피켓, 깃발, 자전거의 행진은 국회 앞에 한데 모였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전태일 3법' 상징물을 들고 있었다. 50년 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산화한 전태일 열사에게 민주노총이 스스로 쟁취한 ‘전태일 3법’을 선사하는 상징의식으로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김재하 비대위원장은 국회를 바라보며 “국회 안에서 정치권력을 놓고 여야 할 것 없이 싸움하고 있을 때, 국회 담벼락 밖에서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해고되고, 목숨 건 단식 투쟁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인 누구 하나 심도있는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면서 정치권의 행태를 꼬집었다.

이어 “이런 때에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에게 ‘최고의 사회안전망’인 노동조합을 깨기 위해 노동법 개악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노동자를 탄압해 재벌에게 이익을 주려는 악법”,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감히 시도되지 않았던 악법”이라고 규탄하곤 “노동법 개악안을 당장 철회하고, ILO 핵심협약 비준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국회를 향해선 “국회의원 10명이 법안을 발의하면 즉각 심의하면서, 10만 명 국민의 입법 발의는 왜 무시하는가”라고 따져 묻곤 “국회 환경노동위, 법제사법위원회는 전태일 3법 심의에 즉각 착수하라”고 소리 높였다.

건설노동자는 김용균 하청 비정규직노동자의 죽음 이후 지난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언급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산재사망 사고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자를 처벌해 달라는 목소리엔 눈도 깜짝하지 않더니, 노동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벌떼처럼 들고 일어서자 산안법 양형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한다”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만이 하루 7명씩 산재 사고로 죽어가는 현장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영찬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위원장도 회견에 참석해 “국민의힘이 아닌 ‘국민의적’을 비롯해 여야 가릴 것 없이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을 옥죄며 진흙탕 싸움만 하는 정치권”을 규탄하고 “오로지 투쟁만이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노동자들의 투쟁에 강하게 연대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한편, 서울대회 외에도 민주노총 각 지역본부도 경기·인천·대전·충북·세종충남·광주·전남·전북·대구·부산·울산·경남·강원·제주에서 동시다발 결의대회로 투쟁의 결심을 높였다.

각 산별연맹은 국회 일대 행진 외에도 서울 각지에서 결의대회와 행진, 선전전을 벌이며 ‘정부와 국회, 재벌의 개악안이 아닌 모든 노동자를 위한 전태일 3법을 쟁취하겠다’는 결심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이미 대의원대회에서 노동법 개악에 맞선 총파업 총력투쟁을 결의한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역 서부역 앞에서 총파업·총력투쟁 선포대회를 열었고, 역시 노동법 개악 시 총파업·총력투쟁을 결의하고 지난 14일 중앙위에서 주·야간 2시간 이상 파업을 만장일치로 결의한 금속노조는 종로3가역 인근에서 집회와 선전전을 열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노동개악은 우리 삶을 파괴하고 노조 활동을 근본적으로 제약할 것”이라며 “금속노조가 국민들과 함께 노동자 서민을 위한 전태일 3법 입법투쟁에 나서자”고 외쳤다.

건설산업연맹은 마포역 인근에서 모여 건설노동자를 상징하는 장비를 몰고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까지 행진하며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노조는 오후1시부터 국회 앞에서 선전전을 벌였다. 공무원노동자는 단결권은 있지만 단체교섭권에 제약을 받고, 단체행동권은 아예 없으며, 정치기본권 역시 제약당하고 있다. 이들은 ‘전태일 3법 제정’과 ‘정치기본권 보장’을 촉구했다.

서비스연맹은 경총회관 앞에서 ‘전태일 3법 쟁취! 선포대회’를 열었다. 서비스연맹 소속 노조들은 조합원 수와 자신의 일터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담긴 피켓을 들고나와 ‘전태일 3법’ 통과를 위한 노동조합의 결의를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앞에서 ‘공공의료 강화, 보건의료인력 확충, 전태일 3법 입법’을 위한 공동행동을 벌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공공의료 강화를 강조하며 전태일 다리(버들다리)까지 약 1km 구간에서 대시민 선전전을 진행했다.

사무금융연맹과 전교조는 하루 전(23일), 여의도 현대캐피탈 본사와 서대문사거리 일대에서 각각 결의대회와 대국민 선전전을 벌였다. 사무금융연맹 소속 현대캐피탈지부 현대카드-커머셜지부도 현대카드 자본의 단체교섭 시간 끌기,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단협안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

국감 이후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악법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부여당, ‘노동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자본의 요구를 담은 추가 개악을 노리는 국민의힘에 맞서, 정치권에 기대어 법안 통과를 읍소하는 것이 아닌, 노동자와 국민의 힘으로 전태일 3법을 입법 발의한 민주노총. 이제 그 힘으로 전태일 3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노동법 개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총파업·총력투쟁은 이렇게 시작됐다.

* 사진 제공 : 민주노총 서울본부, 건설노조, 공무원노조, 금속노조,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교육공무직 법제화 촉구’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공동행동

이날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로 구성된 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는 초·중등교육법과 지방교육자치법에 교육공무직(학교비정규직)과 방과후학교(돌봄교실 포함) 법적 근거, 채용, 복무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라는 ‘교육공무직 법제화’와 ‘집단교섭 승리’를 위한 권역별 차량시위(드라이브스루)와 온라인 랜선 집회 등의 공동행동을 벌였다.

전체 교직원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교육의 한 주체가 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신분이다. 교육부, 그리고 17개 시·도교육청과 집단교섭을 진행한 지 4년째가 됐지만 올해 뒤늦게 시작된 교섭에서도 법적 근거도 없이 차별 받고, 코로나 대책에 대한 요구에도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는 교육당국으로 인해 노사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어려운 단체교섭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드라이빙·언택트 시위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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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모든 경제제재 일시 해제 촉구...미,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 요구 거부

 

  • 기자명 류경완 KIPF 대표
  •  
  •  승인 2020.10.23 13:20
  •  
  •  댓글 0
 
   

 

류경완의 국제평화뉴스 20.10.23(466)

 

1.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멸망을 기다리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 "우리는 그들의 장례식에서 감기에 걸리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만 걱정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동시에 심각한 코로나-19 대역병 상황에 처한 국가에 대해 서방이 부과한 경제제재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러시아는 유엔의 다른 회원국들에게 적어도 일시적으로, 인도주의적 이유로 모든 경제 제재를 해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저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관없어요. 우리는 살아남을 것입니다. -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많은 국가들에 외부 지원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인도주의적 영역에서 의료용품, 대출, 장비 및 기술 이전에 대한 제한을 해제하기만 하면 됩니다." _ 푸틴 <Sputniknews>

2. 미 국무부가 '대북제재 재평가와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는 퀸타나 유엔 북인권특별보고관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국무부는 그동안 중국, 러시아 등의 대북제재 완화 주장에 대해 북의 인도적 상황은 북 정권이 자초한 것이라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해 왔지만, 유엔 인권 관리의 공식 권고를 일축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VOA>

3. 쿠바 로드리게스 외교장관은 트럼프 정부 들어 더욱 강화한 미국의 경제봉쇄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피해액이 55억7천만달러(약 6조3천억원)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1959년 쿠바혁명 이후 쿠바와 국교를 단절하고 1962년 쿠바에 대한 금수 조치를 단행한 이후 총 피해액은 1천440억달러라고 로드리게스 장관은 주장했습니다. 유엔은 1992년 이후 지난해까지 28년 연속으로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봉쇄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해왔습니다. <연합>

4.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해 내년에 시행하기로 했던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평가'를 '준비 부족'을 이유로 보류하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의 전작권 조기 전환 방침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겨레>

5. 특전사는 유사시 북 정권 수뇌부를 제거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자폭형 무인기(킬러 드론)'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자폭형 무인기는 특전사 특임여단(일명 참수작전부대)에 약 100억원어치가 1~2년 내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스라엘제 2개 기종이 최종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연내 기종이 선정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선>

6. 스미스 미 하원 군사위원장은 최근 열린 연례 미-한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문구가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미국의 안보 이익에 매우 중요한 한국과의 동맹이 흐트러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7. 한국과 중국이 사드 문제로 갈등을 겪을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중국과 소위 '3불(不) 합의'를 주도했던 남관표 주일 대사가 국정감사에서 약속도 합의도 아니라고 밝힌데 대해 중국이 사드 문제에서 합의를 달성했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자오리젠 중 외교부 대변인은 "중한 양국은 2017년 10월 단계적으로 사드 문제를 처리한다는 합의를 달성했다"면서 "양국은 당시 양국관계를 다시 개선과 발전의 정상궤도로 돌려놓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과 중국의 전략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데 반대한다"며 "또 지역의 전략 균형을 깨뜨리는 데 반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연합>

8. 미국과 러시아 간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 감축협정'(New START) 연장 문제를 두고 양국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푸틴 러 대통령은 현재 양국이 보유한 핵탄두 수를 동결하는 조건으로 협정을 1년 연장하자고 20일(현지시간) 제안했습니다.

2010년 4월 당시 오바마 미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러 대통령이 체결한 뉴스타트는 양국이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천550개 이하로, 이를 운반하는 ICBM·SLBM·전략폭격기 등의 운반체를 700기 이하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2011년 2월 5일 발효한 10년 기한의 협정은 2021년 2월 5일 만료되지만 양국이 합의하면 5년 간 연장될 수 있습니다. <연합>

9.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핵무기 금지를 위한 유엔 조약을 비준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AP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7년 7월 유엔총회에서 122개국의 찬성으로 의결된 핵무기금지조약(TPNW) 서명국들에 이 같은 서한을 돌렸습니다. 서한은 이 조약이 "검증과 군축과 관련해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라며 50년 넘은 기존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연합>

10.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극초음속 활강미사일 등의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는 데 대해, 궁극적 목표는 미군의 역내 진입 차단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미국이 역내 미군기지의 생존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할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판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특히 러시아는 이미 전략적 차원에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뚫을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도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진기지는 유사시 본토 증원병력이 도착하기 전까지 적군을 막는 '교두보' 역할을 해왔지만, 적성국들은 최근 이를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적성국들의 반지역/접근거부 (A2/AD) 역량 강화는 주한미군처럼 고도로 밀집된 전진기지의 효용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 판다 "지상기반 전진기지의 생존성 강화 위해서는 지상병력의 이동성을 무제한에 가깝도록 늘릴 필요 있어"

11. 미국 대 러시아·중국의 '신냉전' 구도 속에서 푸틴 러 대통령이 중국과의 군사 동맹 체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주목됩니다. 푸틴은 러시아와 중국 간 군사 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이론상으로는 꽤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의심의 여지 없이 (러시아와) 중국과의 협력은 중국군의 방어 능력을 강화시켜 주고 있다"며 향후 두 나라 간 군사 협력이 더욱 밀접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합>

☞ 푸틴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 전례 없이 높은 수준 달성...서로 매우 깊은 신뢰 가져"

12. 시진핑 중 국가주석이 23일 중국군의 한국전쟁 참전 70주년 기념식에서 직접 연설한다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중국은 한국전쟁에 참전해 한미 연합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둔 1950년 10월 25일을 ‘항미원조 기념일’로 지정하고 기념행사를 열어왔습니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중국의 승리라고 평가하며 중국이 세계 최강국 미국을 이겼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한국전쟁에 대해 평화를 지키기 위한 위대한 전쟁이자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며 무기나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중 양국 인민과 군대가 단결함으로써 이 전쟁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뉴스1>

☞ 시진핑 "이 전쟁은 제국주의 침략자들이 중국 인민에 강요한 것...중국 인민지원군이 승리를 거둠으로써 세계 평화 및 인류의 진보에 커다란 공헌" <국민/동아>

☞ 김정은, 시진핑 축전에 답전…"조중친선 새 활력기 들어서, 더욱 공고 발전"

☞ 김정은,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과 평양 우의탑 참배…심양 항미원조 열사릉에도 화환 전달 "중국 참전은 위대한 승리에 역사적 기여...희생정신 잊지 않을 것"

13. <가짜 '유엔사' 해체를 위한 국제캠페인(이하 국제캠페인)>은 22일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국제연합의 날 75주년-유엔사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국제캠페인은 "미국의 통합사령부(Unified Command)가 유엔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란 이름을 달고 유엔의 군대인 것처럼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패권국이 누리는 특권 중의 하나였다"라며 "모든 나라가 유엔헌장을 준수하도록 강제되었지만, 오직 미국만은 자신들이 필요할 때 유엔 밖에서 어떤 규제도 없이 행동했다"라고 미국의 행태를 지적했습니다.

국제캠페인은 1993년 12월 24일 비무장지대의 남·북 간 경계선을 넘은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은 "자신은 판문점에 유엔기를 게양할 수 있는 권한을 승인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며, "한국군 시설에서의 유엔기 사용은 유엔헌장 상의 법적 근거도 없고 심지어 정전협정이나 정전협정부속합의서 어디에도 해당 근거가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주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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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이번 달 베들레헴 지역의 자바 마을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올리브 나무 300그루를 자르고 파괴했습니다. 10월은 팔레스타인에서 올리브 수확의 달입니다. 그러나 이 평화의 상징은 이스라엘 군대의 보호 하에 있는 불법 극단주의 불법 거주자들에 의해 공격 받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문화에서 올리브 나무는 식량과 수입의 원천일 뿐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UN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경작지의 약 57%가 올리브 나무로 가꿔집니다.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에는 약 890만 그루의 나무가 있습니다. 올리브는 팔레스타인 농업 수입의 15%, GDP의 5.5%를 차지합니다. 80만 그루 이상의 올리브 나무가 이스라엘에 의해 파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BBC>

15. 윌리엄스 유엔 리비아 특사가 리비아의 휴전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윌리엄스 특사는 지난 19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 중인 리비아의 두 정파가 내부 육로와 항공로를 열기로 합의했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아울러 구금자 교환과 선동적인 언어 사용의 중단 필요성, 석유 증산을 보장할 수 있는 조치의 유지 등에 의견을 모았다고 윌리엄스 특사는 덧붙였습니다. <연합>

16. 트럼프 미 대통령은 수단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수단이 제외되면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에는 북과 이란, 시리아만 남게 됩니다. 수단은 1993년 당시 알바시르 정권이 무장단체를 지원한다는 미국의 판단에 따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지난 27년 간 강력한 제재를 받았습니다. AP는 대선을 2주 가량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 사례처럼 이스라엘과 수교하는 중동 국가군에 수단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연합>

17. 타스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전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를 지지하는 루이스 아르체 전 경제부 장관이 52.4%의 득표율로 당선되었습니다.

볼리비아는 지난해 대선에서 모랄레스가 승리했지만, 서방 제국주의 연합세력들의 조종을 받는 야당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대규모 시위와 폭동을 일으켜 당선자였던 모랄레스를 축출했습니다. 원주민인 모랄레스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사회주의 정책을 시행했으며, 중남미에서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구아, 에쿠아도르와 함께 강력한 반제 자주적 국가로 일어섰습니다. <자주일보>

18.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미 비축해 놓고 있는 막대한 플루토늄만으로도 핵연료로 소비하는데 충분하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핵연료 재활용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현재 국내에 8.9t, 영국과 프랑스에 36.6t 등 총 45.5t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약 6000개의 원자폭탄을 만들기에 충분한 양입니다. 일본은 원자폭탄을 만드는데 사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화적 목적을 위해 플루토늄을 분리하는 것이 허용된 유일한 비핵무기 국가입니다. <뉴시스>

19. 나라 밖 군사활동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야금야금 보폭을 넓혀 온 일본 정부가 이번에는 호주와 긴밀히 손을 잡았습니다. '집단적 자위권'을 근거로 유사시 자위대를 통해 호주 군대를 지켜주기로 했습니다. 노부오 일 방위상과 레이놀즈 호주 국방장관은 자위대가 호주 함정과 군용기에 대해 상시적인 방호 체계를 갖춘다는 데 합의했습니다. 자위대가 다른 나라 군대에 대한 보호 임무를 맡는 것은 미국에 이어 호주가 두 번째입니다.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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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인도네시아는 P-8 정찰기의 착륙과 재급유를 허용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P-8 포세이돈 해상감시기의 자국 상륙과 재급유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습니다. <Sputnik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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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은 위기 돌파의 유일한 수단... 방역을 정치로 보면 안 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10/24 10:05
  • 수정일
    2020/10/24 10:0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긴급 인터뷰]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20.10.23 17:56l최종 업데이트 20.10.23 18:57l
 2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 백신을 맞기 위해 접종실로 들어서고 있다.
▲  2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 백신을 맞기 위해 접종실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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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인플루엔자)백신 접종을 한 뒤에 사망한 사례가 연이어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과 다수의 감염병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의 연관관계가 낮다며, 백신 접종을 중단할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독감 백신을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날 경우, 독감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하는 한편 코로나와 인플루엔자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역시 '백신 공포'가 퍼지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인플루엔자 백신접종 후 사망한 사례에 대한 보도가 경쟁적으로 올라오고 있지만, 이는 큰 논리적 결함을 갖고 있다"라며 백신 안전성에 대한 의혹을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글은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 퍼지며 큰 화제가 됐다.

정 교수는 "국가 예방접종률과 시기를 따졌을 때 매일 전체 인구의 약 1% 정도가 예방접종을 받는다면, 평균 사망건수 1000건의 1%에 해당하는 값인 약 10명이 예방접종 후 1일 이내 사망자로 나타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기저질환이 명확하지 않는 사인 불명에 해당하는 사망이 평균 10%이므로, 10명 중 1명은 사인 불명이다"라고 추정했다. 현재 보도되는 수준의 사망이 백신과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21일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사망자 관련 잠정 역학조사 결과를 살펴보고 ▲ 제조공정상의 문제 ▲백신 대량 운송과정에서의 문제 ▲백신 소규모운송, 보관에서의 문제 ▲백신 자체의 부작용 등이 있는지 분석하고 아래와 같이 말했다.

"예방접종 이상반응 역학조사를 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현재 자료로 판단하기에 백신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또한 그는 미국 백신안전자료원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인구집단 전체에서 백신 접종 이후 일주일 이내 사망률은 백신접종 10만회 당 약 6명에 이른다. 특히 65~74세 인구집단은 백신접종 10만회 당 약 11.3명이며, 75~84세는 10만회 당 약 23.2명이다"라며 언론보도를 통해 나오는 사망 건수가 '이례적인 수치'로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가 올린 글은 대한의학회지(JKMS)에도 <COVID-19 유행시기 중 보고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사망 사례에 대한 역학적 평가 및 위험 위험소통>이라는 이름으로 실렸다. 유진홍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이 글에 동의의 뜻을 표했다. 

정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인플루엔자 백신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질병청이 국민들이 만족할만한 근거를 제시하고, 계속 설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이례적으로 사망자가 많다? 전형적인 언론의 과장 보도"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 지난 22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회원들에게 접종을 유보하라고 권했다. 국민들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발표한 내용 자체는 문제가 없다. 현장의 혼란을 감안했을 때 기다렸다가 접종을 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현장에서 진료하는 분들은 난리라고 한다. 접종한 분들이 전화나 방문해서 (안전성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진료가 마비될 정도라고 하더라. 시기를 두고 천천히 접종하는 것을 권유할 수는 있다고 본다.

다만 공중보건학적 문제에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정보가 전문가들 합의를 거쳐서 단일창구로 일관되게 나아가야 한다. 정은경 질병청 청장이 '접종 유보가 필요 없다'고 한 날에 의협에서 반대되는 의견을 냈다. 의협은 의사들 사이에서 권위 있는 단체가 아닌가. 이렇게 되면 상황이 논쟁처럼 비치면서 '접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가질 수 있다. "

-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은 정말 안전한가? 여전히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많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백신이고,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백신이다.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연구가 돼 있다. 흔히 이야기되는 아나필락시스는 면역체계가 외부물질에 반응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인데, 독감 백신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 인정이 된 게 거의 없다. 길랑-바레증후군에 대한 위험도도 굉장히 낮은데, 접종 후 길랑바레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백신 때문인지 다른 병 때문에 겪는 것인지 불명확할 때도 있다."

정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 보고되는 사례에 대해서도 "아나필락시스라고 보기에는 너무 시간이 길고, 길랑-바레증후군은 증상의 진행을 관찰할 수 있는데, 현재 사례들은 급성 사망이며 해당 증상에 대한 보고가 없다"라고 밝혔다.

-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사망자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전형적인 언론의 '오버 리포팅'(과장 보도)다. 지금은 접종 후 3~4일이 지난 것까지 사례로 넣고 있다. 아나필락시스나 길랑바레도 아니다. 만약 변질이 되어서 세균이 있는 경우라면 맞자마자 숨진다. 3~4일이 지난 경우는 인과관계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접종한 사례를 모두 찾아서 보고하면 '올해 돌아가시는 노인들의 80%가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았다'는 보도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서, 지난해 백신을 맞은 이후에 몇 명이 사망했는지 알려준다. 미국과 유럽은 20~30년 전부터 '백신은 위험하다'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를 설득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게 됐다. 하지만 한국은 이때까지 그런 자료를 구축하지 못해서 국민들 설득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질병청, 과학적 근거 갖고 계속 국민 설득해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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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기존에 '상온노출' 등 백신에 관한 논란이 있었던 것 때문에 더욱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 같다.

"상온 노출된 백신은 효과가 없어지지, 독약이 되는 건 아니다. 지금 국민들이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느끼는 불안감이 기저에 깔린 상황에서, 백신의 콜드체인 유통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 하나는 방역과 의학·과학을 정치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있어서다. 방역과 의학·과학을 정치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안 된다. 보건복지는 현재 정부나 정권의 업적과 철저하게 분리가 되어야 한다. 지금은 '과학과 정치를 분리할 수 있냐'는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지금은 과학의 입장에서 하는 정책들이 너무 큰 규모가 되다 보니까, 경제와 정치와도 연결되어있다. 원래 떨어져 있던 것들이 합쳐진 것이다. 그래서 한 쪽에서는 정은경 청장을 흔들고, 한쪽에서는 자신들의 업적을 내세우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면 안 된다." 

- 일부 사망자들이 로트 번호(제조 번호)가 동일한 독감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2일 정 청장은 동일한 로트번호에서 추가 사망자가 나오면 "독감 해당 로트는 봉인 조치하고, 접종을 중단하면서 식약처에 재검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

"사망자가 맞은 백신의 로트 번호가 두 개씩 혹은 세 개씩 겹치는 것은 확률적으로 봤을 때 정상이다. 정 청장은 상당수의 환자가 한 루트에서 나온 사례를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 백신 로트 번호는 약 200개가 있고, 사례 20개만 있으면 겹치는 사례가 무조건 나오게 된다. 정 청장이 말씀을 더 잘해주셨으면 좋겠지만, 그 말 자체만 꼬투리 잡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 백신 공포가 가중되면 독감 백신 접종률도 낮아지고, 장기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도 낮아질까봐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 너무 힘들고 경제도 어렵다. 그런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백신이다. 현대 백신의 제조 공정은 굉장히 엄밀한 과정을 거치고 안전성 평가도 잘 이뤄진다. 반 지성주의, 반 백신주의는 안 된다."

- 질병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과학적 근거'와 '정성'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설명한다고 끝이 아니다. 국민들이 이해할 때까지 계속 설명을 해야 하고, 만족할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현재는 국민의 만족할 만큼의 근거가 없는 거다. 사망자의 부검 결과, 그리고 과거에는 백신 접종 이후에 몇 명이 죽었는지에 대한 외국의 데이터 등을 공개해야 한다. 계속 설명드려야 한다. 그거 말고는 답이 없다."

- 언론의 보도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백신 논란'을 보도할 때 언론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중요한 것은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다. 그리고 적어도 '백신이 안전하고, 백신이 이 위기를 돌파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합의된 틀 안에서 보도를 하는 게 옳지, 단순히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서 경마 레이스 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건 위험하다."
 

태그:#독감백신, #코로나19, #정재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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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선언들, 제주도청앞 천막촌 700일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35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연재 바로가기


 

제주도청앞 천막촌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막아내고자 2018년 끝자락 제주도청 맞은편 길가에 천막을 치고 모여든 사람들의 기이한 마을이다.


 

길에 천막을 세운 지 700일에 다가가는 나날. 그러나 사람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곳에 있었고, 실은 도처에 있었다. 타자화의 역사에 내몰려 오래전에는 감옥이 된 섬에서 살고 또 죽었고, 이윽고 관광산업에 동원되어 미소를 팔고 손을 흔들어야 했다. 착취는 점점 거대해져 쓰레기 똥물 다 받아내고도 감사해야 하는 섬이 되었다.

 

그리고 제2공항이라는 이름의 역대 최고 난개발이 예고되었다. 이에 거대한 착취의 대오에 서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질문은 하찮게 버려졌고, 드디어 오만한 관청 앞에 도민이 천막을 세워 마을을 옮겨왔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마을의 주민이 되어 추운 겨울 문밖에서 기다렸다. 그러나 돌아온 건 대답이 아니라 폭력. 수백의 공권력이 질문하는 자들의 몸을 들어 팽개쳤다. 그것은 금방 끝날 한바탕의 소란일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은 끝나지 않았다. 길 건너로 던져진 사람들은 다시 올라갔다. 올라가고, 올라가고, 올라가고, 또 올라갔다. 그렇게 밤이 새고, 날이 밝았다. 그밤, 빗속에서 천막이 다시 세워졌다. 더 많이 세워졌다. 사람들이 몰려왔다.


 

사람들은 쌓인 질문을 거두지 않기로 했다. 이제 사람들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였다. 이 서러운 추위와 멸시가 어렵게 얻은 기회라는 걸 알았다. 그렇게 첫 겨울이 가고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그렇게 700일. 

장기농성하는 도청앞 천막촌 사람들은 매일 아침, 맞은편 제주도청을 응시하며 차 지나는 도로를 목소리로 가로질렀다. 그 중 네 번의 날의 네 차례 선언을 기록으로 남긴다. 제주의 생명과 평화와 정의를 염원하는 이들에게 가닿길 바라며.

 

▲2019년 1월 7일. 공권력에 의해 끌려가던 시민들은 일제히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 처럼 조율 한 번 해주세요."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우리는 부당한 공권력에 분노하는 얼굴입니다. 이 섬에서 일어나는 모든 학살의 당사자입니다.

 

이 성명은 우리의 첫 성명이며 선언이다. 2019년 1월 7일, 제주도와 제주시가 수 백명의 공무원을 동원해 물음을 던지는 시민들을 강제로 끌어내린 날, 그 긴박한 시간 속에 외쳤던 목소리다. 당시 우리는 스스로 이름을 갖지도 못한 사람들이었다. 선언의 주체가 <민주주의 사수 도청 앞 제주도민 일동>이라고 되어 있다. 이 선언처럼, 이날 밤 천막이 다시 세워졌고 더 세워졌고 시민들이 모여 ‘우리’의 이름을 생겨났다.


 

이것은 학살입니다. 제주는 지금 거대한 학살 앞에 서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평화가. 공명정대한 절차가, 인간이, 뭇 생명이, 그리하여 마침내 미래가 학살되고 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는 이곳에서 한 번도 허락된 적 없습니다. 평화로운 피케팅은 늘 밀려나고, 막히고, 고착되었습니다. 우리는 당연하게 떠밀렸습니다. 부당한 항의는 폭력으로 둔갑했고 죽지 못해 곡기를 끊고도 조롱당했습니다.

 

그래서 여기 있습니다. 사람 하나 죽는 것쯤은 눈 하나 까딱 않는 제주도청에 있습니다. 소통하겠다는 그 도민의 목소리를 귓등으로도 안 듣는 그 사람 앞에 섰습니다. 더는 방법이 없고, 더는 밀려날 곳이 없고, 더는 시간이 없어서 추운 밤을 새웁니다. 지금은 이렇게 싸워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사라진 미래에 대해 두려움으로, 모여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용기이며, 목적입니다.


 

우리는 부당한 공권력 앞에 분노한 얼굴들입니다. 이 섬에서 일어나는 모든 학살의 당사자입니다. 도청 중앙 현관 계단 위에 올라온 것이 처음이란 걸 알고 한없이 절망했던 시민입니다. 모멸을 견디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들입니다.


 

제주도에 책임을 다해야 할 도지사는 제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제주도민의 질문을 대리하지도 않았습니다. 국토부라는 이름의 작전은 제주를 우롱하며 속전속결로 제2공항을 내리꽂고 있습니다. 원희룡은 국내 제1호 숙의민주주의 파괴자가 되었습니다. 이 광경 뒤에 더 큰 무엇이 있다는 두려움은 현실이 되가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실험실, 아시아군사요충지, 소모형 관광지, 더러운 토호정치의 텃밭, 이것이 지금 제주도입니다. 

 

결국, 핵추진항공모함이 들어온 제주 강정을 겪고도, 신화를 값싼 여흥으로 뒤바꾼 신화역사공원을 보고도, 곳곳에서 훼손된 곶자왈과 환경수용력을 초과해 쓰레기 똥물 섬이 되는 걸 알고도 권력은 멈추지 않습니다.

 

정치적 언어를 부착한 차량은 큰 차로 가로막히고, 먹지도 못하게 해서 음식을 공중에서 받아먹었습니다. 추위를 피할 인도주의적 요청조차 외면했습니다. 이틀 지난 밤에야 국가인권위원회의 당부로 심야 텐트를 허가받았을 뿐입니다. 시위자들과 그 친구들은 제주도청 주차장에 주차도 할 자격도 없었습니다. 이동하는 차 바퀴 아래에 발을 넣은 자해공 갈다는 공무원은 너무도 떳떳했습니다. 제주도청은 성역에 다름없었고 제왕적 도지사는 이런 풍토를 양분 삼아 자랐습니다. 이 모든 민낯의 언어는 바로, “가만있으라.” 나서지 말고, 질문하지 말고, 반대하지 말라는 협박이란 걸 우린 압니다. 하여, 더는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제주는 누구의 것입니까?


 

우리는 다시 묻습니다. 제주는 누구의 것입니까?


 

지금은 우리가 도청 앞 천막을 지키고 있지만, 이것은 제주도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되찾는 일이라고 합시다. 지금은 우리가 모멸을 견디며 추위에 떨고 있지만, 언젠간 이곳에서 모두가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며 공공이 시민과 소통할 것이라고 믿읍시다. 공동의 운명을 나누어 가진 운명 공동체로서 함께 싸워주십시오. 최소한의 민주주의, 최소한의 목소리라도 내기 위해 공권력이 더는 성역이 되지 않도록 싸우겠습니다.

 

제주도청은 시민 협박 중단하고 평화로운 집회시위 보장하라! 

시민이 곡기 끊고 면담을 요구한다. 원희룡은 면담 요구 즉각 수용하라! 

국토부의 일방적 제2공항 기본계획수립 용역 착수에 대해 도지사는 중단을 요구하라!

- 2019년 1월 7일 “민주주의 사수 도청 앞 제주도민 일동”


 

 

제주도민 자기 결정권 선언



 

제주도가 방임하는 사이 제주 제2공항 문제는 국토부의 일방 강행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공공은 짐짓 ‘도민 갈등’이라는 이름을 덮어씌우고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언어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기 시작했다. 2019년 6월 19일, 국토부는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 최종보고회>를 제주시 농어업인회관에서 열려 했고, 이전의 절차에 문제가 있음을 말하던 시민들은 국토부의 행위가 기만적임을 근거로 들어 보고회 무산을 외쳤다. 당시 농어업인회관은 성난 반대 시민들이 원천봉쇄한 것처럼 알려졌으나, 실제로 시민들보다 먼저 들어간 국토부 측이 발표장 문을 잠근 상태로 발표자 1명과 영상기록자 1명 외 관계자 1인, 단 세 사람이 모여 행사를 진행하는 장면이 발각된 것이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바깥 문을 잠그고 회관 내부에서 격렬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절차적 하자를 은폐하고 미리 잠근 문 뒤에서 요식행위를 강행하던 공공의 책무는 문제시되지 않았다. 이제까지 제2공항 문제에서 도민의 목소리는 무시되었다. 이에 도민들 스스로 제주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체임을 밝히는 ‘자기결정권’을 선언했다.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제주. 이것은 제주도민 자기결정권 선언의 주요 언어다. 제주도민자기결정권선언을 알리는 웹자보 이미지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국토부의 기본계획 최종보고회 날, 우리는 제주도의 미래를 위해 국토부가 일으킨 제2공항 문제를 제주도민이 스스로 해결할 것임을 선언한다.


 

2015년 11월 10일. 제2공항 문제는 그날 갑자기 시작되었다. 국토부는 제주도민의 민주적인 의사수렴 과정을 일절 생략한 채, 최소한의 알 권리도 보장하지 않은 채 성산읍 일원에 제주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주도민은 자신의 미래가 걸린 일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토부가 제2공항을 짓겠다고 거쳐온 모든 과정은 일방적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기만’이라 부른다,

 

애초 제2공항 추진의 근거가 된 「사전타당성 용역보고서」에서는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의 「제주국제공항 인프라 확충 용역보고서」 내용이 은폐되었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성산을 선정하기 위해 편의적이고 편향적으로 평가기준을 세우고 비교 후보지를 골랐다. 이후 기본계획은 착수보고회부터 오늘의 최종보고회까지 모두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기본계획 착수보고회는 사전에 장소를 알리지 않고 세종시 국토부 건물에서 비공개로 진행했다. 기본계획 중간보고회는 성산에서 제2공항을 찬성하는 사람만이 모인 가운데서 한 시간도 안 되게 진행했다. 오늘의 최종보고회 역시 제주도민이 참가하지 못하도록 장소 공개를 최대한 늦췄다. 국토부는 어찌하여 제주도민을 이렇게까지 무시할 수 있는가. 하지만 제주도민은 그 사이에 국토부 주장의 기만성을 알게 되었다. 

 

국토부는 2015년 11월 10일, 크게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성산을 제2공항 최적 입지로 정했다고 밝혔다. 공역이 중첩되지 않고, 기상 조건이 좋고, 환경 훼손이 적고, 소음지역 거주민 수가 적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모두가 거짓임이 드러났다. 성산의 예정부지는 군공역과 중첩된다. 타후보지와 달리 성산만이 안개일수가 조작되어 기상평가에서 만점을 받았다. 성산은 제주에서 오름의 보고로 여기에 공항을 지으면 대대적인 자연 파괴가 따른다. 성산의 소음피해지역은 실제보다 대폭 축소되어 평가되었다.


 

이처럼 제주도민은 국토부의 기만성을 알게 되었다. 또한 제주도민은 그 사이에 새삼 의식했다. 제주도는 섬이다. 섬은 환경수용력이 관건이다. 국토부는 제2공항을 추진하면서 제주도의 환경수용력을 고려한 바 없다. 국토부는 최대치로 추정한 항공수요를 충족시키고자 제2공항 건설을 추진했으나, 그 많은 사람이 실제로 제주도에 들어올 때 벌어질 일은 고려한 적 없다. 현재 제주도는 하수처리능력이 포화상태로 하수를 그대로 바다로 방류하고 있다. 쓰레기처리능력도 한계에 달해 압축 쓰레기를 몰래 필리핀으로 보냈다가 반입을 금지당했다. 교통체증 문제도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이 들어온다면 어찌될 것인가. 얼마나 많은 난개발이 이어질 것인가. 제주도는 몇 년 사이 관광객 수가 늘었지만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어떻게 제주도의 소중한 자연과 제주다움을 지키고, 어떻게 제주사회를 인간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곳으로 가꿀 것인가. 제주도민은 국토부가 저지른 제2공항 문제를 겪으며 이 문제를 고민했다. 그리고 의사를 밝혔다.

 

제주도민의 압도적 다수는 제2공항을 불허한다. 제주도민의 압도적 다수는 국토부의 일방추진에 항의한다. 제주도민의 압도적 다수는 제주도의 자연 훼손을 우려한다. 제주도민은 지속 가능하고 정의로운 제주를 원하다. 이렇게 제주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주도민이 함께 고민하게 한 것으로 국토부의 역할은 끝났다.

 

자! 이제, 제주도민의 시간이다. 따라서 오늘은 지난 국면의 마지막 날이자 새로운 국면의 첫 날이다. 제주도민은 제2공항 추진 여부를 결코 국토부와 제주도정에 맡겨두지 않겠다. 제주도민의 뜻으로 결정하겠다. 그로써 장기간의 제2공항 건설과정 동안 일어날 제주사회의 갈등을 막겠다.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고 국제자유도시가 아닌 제주사회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겠다. 제주도민을 배제하는 권위주의적 의사결정 체제를 바꿔내겠다. 제주도의 민주주의를 새롭게 만들겠다.


 

이제, 우리의 시간이다! 

이제, 제주도민의 시간이다! 

제주도민의 미래는 제주도민이 정한다! 

2019년 6월 19일. 이제 제주도민의 시간임을 선언한다 

-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제주사회를 바라는 제주도민,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국토부 장례식을 치르며


 

국토부는 6월 19일에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강행하려던 제2공항 기본계획 용역수립 최종보고회라는 요식행위가 발각되어 무산되자 결국 세종시 국토부 청사에서 기어이 진행하고 말았다. 행사 하루 전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은 하루 전에 모여 고민을 나눴다. 그리고 이제까지 오랫동안 국토부가 실제로는 국토의 파괴를 일삼아왔고, 이런 방식으로 현재의 위기를 가속화하여 미래를 삭제하고 있음을 근거로 국토부에 경고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로 했다. 기자회견 중 도청 경비를 맡은 직원에 의해 시민이 계단에서 굴러 부상당하는 사고가 났지만 결국 경찰 조사를 받은 건 참석했던 시민들이었다.


 

이것은 세종시 정부청사 국토부 골방에서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용역 최종보고회를 하겠다는,


 

즉 앞으로도 계속 자기들 맘대로 하겠다는 국토‘파괴’부를 향한 

제주도민의 마지막 경고다.


 

좋겠다. 국토부는 좋겠다.


 

무슨 짓을 해도 국책사업이니, 국토부는 좋겠다.


 

믿고 따르라. 믿으라. 국토부는 좋겠다. 정말 좋겠다.


 

제주 섬에 공항 들인다면서


 

제주도의 수용 능력은 고려하지 않아도 되니 

국토부는 좋겠다.


 

지도 놓고 맘대로 선 긋기 색칠 놀이


 

제주도에 사람이 사는지, 그 땅에 주민이 있는지 

그 부지가 동굴인지, 그 하늘이 군 공역인지


 

아무것도 상관없이 그냥 하고싶은 일을 한다니 

국토부는 좋겠다.
 

 

하도리 나는 새도 국토부를 비켜갈꺼라니 

정말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국토부야 정말 좋겠다.


 

국토부야? 아니, 국토파괴부야? 

그런데, 정말 좋으냐? 좋으냐?


 

파괴를 일삼고, 분열을 획책하고, 미래를 박탈하고도 

너는 괜찮으냐?


 

네가 부숴버린 세계를 매일 만나는 넌, 괜찮으냐?


 

질문을 받아야 할 공공인 주제에 

도민으로 구성된 검토위원들에게 자료를 내놓으라 윽박을 하고 

중요한 보고서 은폐하다 뒤늦게 내놓고


 

끝까지 은폐할 생각이면 그 문서를 지금 왜 내놓겠냐는 말을 

공개토론회에서 할 수 있는 그 배짱


 

중간보고회 발표는 달랑 36분


 

최종보고회는 미리 들어가서 문 걸어 잠그고 둘이 셋이 옹기종기 

발표하고 경청할 수 있어서


 

그러고도 공무 수행이라서, 전문가라서 

너는 마냥 좋았느냐? 너는 괜찮으냐?


 

학살을 위해 제일 먼저 학살된 건 바로 너희 국토부 자신인데 

정녕 두렵지 않느냐?


 

공군기지 들어서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국토부야. 

4.3으로도 모자라 강정으로도 부족해


 

해군기지 만드니까 공군기지도 필요해서 

그 거 만들어주느라 애쓰는 국토부야.


 

제주도지사 꼬봉으로 만들어 신이 난 국토부야.


 

이제 더는 갈 곳 없고 부서질 곳 없는 이 섬이 

너희들의 기만을 불허하노니


 

국토부야! 파괴부야! 

개발이란 말 함부로 가져다 때려부수는 데 사용하는 국토파괴부야!


 

후손에게서 빌려온 산 땅 물 모두 밀고 깎아 

빌딩 물려주고 싶은 국토부야!


 

숲을 가꾸는 일은 어찌 개발이 아니냐. 

망가진 당을 회복하는 건 어찌 개발이 아니더냐. 

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 그 아래 좁고 천천한 길 

자연 그대로의 굽어진 냇물은


 

어찌 개발이 아니냐.


 

너희도 푸른 언덕 위에 낮은 울타리 집을 꿈꾸고 

아이들도 나무 아래 멍멍이와 뛰어노는 그림을 그리는데 

어쩌면 너는 그것들을 학살해 왔느냐?


 

지금 여기, 인류로서의 책무를 

외면하느냐?


 

그러니. 너희는 죽어 마땅하다.


 

미래를 위해, 너희는 사라져 마땅하다.


 

백번 해롭고 이로움 하나 없는 너희는 

미안하지만, 오늘, 사라져 마땅하다. 

2019년 6월 25일 오후 2시.


 

오늘을 기억하겠다. 

너희들이 골방에서 국가의 이름으로 행하는 

모든 거짓 은폐 사기 조작 

 

이 시간을 잊지 않겠다. 지금 여기 우리의 시간도 

2019년 6월 25일 오후 2시.


 

이 세계를 위해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지금 여기. 국토파괴부야!


 

멈춰라. 살고 싶으면, 지금, 죽어라. 살고 싶으면, 지금 여기서 당장 죽어라. 

다시는 만나지 말자.


 

2019년 6월 25일 오후 2시. 

- 국토부의 기만적인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수립용역 철회를 요구하며, 온몸으로 싸웠고, 앞으로도 싸워갈 ‘제주 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국토부 장례식을 치르며 우리는 그간 국토부라는 이름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국토를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이 없다. 그 결과로 국토부는 철저히 개발주의에 포섭된 구태의 방식으로 국토를 파괴하고 있는것이다. 그렇게 다시는 만날 수 없게된 것들의 이름을 부르는 천막촌의 운동은 '운동들의 운동'이기도 하다.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은 이제 제주에서 그리고 우리가 사는 곳곳에서 일어나는 파괴행위에 제도정치가 부역하고 있음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여기 천막촌의 목소리는 단순히 사건으로서의 제2공항이나 난개발 사안에 반대를 외칠 뿐 아니라 근본적 물음을 제기하게 되었다. 제주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국책사업에서 보전지역 1등급 구역만이라도 도의회가 심의하라는, 최소한의 도민 자기결정권 행사를 위한 조례가 도의회에서 부결되었다. 그 전에 도의회는 “우리는 힘이 없다”며 의견을 유보했고 이에 천막촌 사람들이 제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도의회는 그 기회를 걷어찬 것이다. 그리고 해당 임시회는 폐회되었다. 마음이 실신한 사람들은 해당 임시회 페회사에서 도의회 의장이 했던 말을 그대로 받아쳤다. 마땅한 과정이 부정당하는 광경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사람들은 오래 울었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제주도의회 제37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폐회사. 이제 목 놓아 통곡하노라. 이 말은 1905년 11월 20일 <황성신문> 주필이었던 장지연이 을사늑약에 관해 쓴 논설 제목이다. 목 놓아 통곡하겠다던 그는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일에 동조하고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대신들을 향해 이렇게 일갈하며 을사오적을 호명한다. 

“저 돼지와 개만도 못한 소위 우리 정부의 대신이란 자들이 영달과 이익만을 바라고 위협에 겁먹어 머뭇대거나 두려움에 떨며 나라를 팔아먹는 도적이 되기를 감수했다.”


 

제주 보존지역 관리조례 개정안을 부결시킨 2019년 7월 11일, 여기 제주도의회는 스스로 통곡하기 전에 이 말부터 들어야 했다.


 

“ 돼지와 개만도 못한 소위 제주도민을 대표하고 도정을 견제한다는 자들이 영달과 이익만을 바라고 제주를 팔아먹은 도적이 되었다.”(돼지야, 개야, 비교해서 미안해)


 

봄이 오기 전 제주도의회는 국토부의 제2공항 질주에 맞서 최소한의 도민 자존심을 지킬 결의안을 냈었다. 당시에도 그 당연한 결정이 나기까지 많은 도민이 속을 앓아야 했다. 국토부의 기본계획용역수립 절차들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제주가 이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유를 찾아냈다. 제주도 보존지역 관리조례 개정안은 대체 무엇이었는가?


 

제주특별법 제5장엔 제주의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제355조 절대보전지역, 제356조 상대보전지역, 제357조 관리보전지역의 지정, 제358조 관리보전지역에서의 행위 제한 원칙이 정해져 있다. 세세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도 조례(보전지역 관리)로 정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조례는 절대보전지역에서는 항만 공항 등 대규모 원형 훼손 시설은 도의회 동의절차를 가지는 데 반해, 특별법상 절대보전지역과 같은 관리보전지역 1등급에서는 그 절차가 없었다. 이번 조례안 개정 내용은 바로 이 1등급 지역도 절대보존지역처럼 대규모 훼손 행위에 대해 도의회 동의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현재의 제주 보전조례는 헌법상 ‘환경보전의무’와 제주특별법상 '환경의 보전' 목적에 부합하는 조례가 아니었다.


 

최소한의 내용이었다. 제주 전 지역도 아니고 절대보전지역과 관리보전지역1등급 지역에 국한되어 있었다. 대규모 국책사업 등을 반대하라는 것이 아니고 심의하라는, 다시 말하지만 최소한의 도민 자기결정권 행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도의회는 자신들의 책임은 물론 권리이기도 한 이번 개정안을 거부했다. 대체 왜? 왜?

 

묻는다. 제주도의회는 왜 있는가? 뭐하러 있는가? 무엇 하는 곳인가? 이 조례안 개정에 제2공항 사안을 붙여놓고 프레임을 작동시키는 주체들은 누구인가? 이 조례개정이 불발에 그침으로써 이익을 보는 자들은 대체 누구인가? 국책사업에 따른 도민 간 갈등을 제도권 안에서 다룰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정도 의지도 없는 도의회는 왜 때문에 있는 건가?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제주도의회 개원 1년 인터뷰에서 ‘집행부의 의견 수렴기관이 아닌 치열한 논쟁과 협의를 통해 도민주권을 펼치는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겠다’라고 했다. 그 약속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


 

대체 얼마나 힘을 가져야 이 당연한 일을 할 수 있는가? 권한이 없다고 해서 <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은 짧은 기간 동안 시장과 공항 터미널 등을 돌아다니며 3275명의 도민 서명을 모아서 힘을 실어주었다. 길에서 만난 많은 도민이 ‘정말 이것이 통과되면 제주도 난개발 억제할 수 있는가’를 물으며 기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내주었다. 그런 안이 5월 22일 상정보류 되었었다. 쓰린 속으로 기다렸다. 그러나, 6월 10일 또 상정보류 되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항의하는 시민들 도의회 출입을 막고 문 걸어 잠그고 폐문 표시를 한 것이었다. 이 표시는 나중에 통제 표시로 바뀌었다. 문을 두드리며 문 걸어 잠근 이유를 묻는 도민들을 채증하고 협박했다. 도의회 도민의 방 이용을 불허하거나 제한했다. 그들이 견제한다던 원희룡 제주도정과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제주도민을 대의 하는 기관이 그 책임과 권한을 포기했다. 아니 거부했다. 이것을 우리는 무엇이라 말해야 할 것인가?

 

을사오적이 있었다. 이제 기해년, 제주를 팔아먹은 제주의 적폐를 호명하겠다. 당신들은 누구인가?

 

제주 정치엔 원칙도 없고 상식도 없고 최소한의 정의도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야당도 없고 여당도 없고 죄다 도둑들만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도민이 그토록 갈망하는 도민의 ‘자기결정권’이 제도정치에서 가로막힌 오늘, 우리는 이제 목 놓아 통곡하겠다. 통곡하겠다. 그리고 오늘 이 통곡은 반드시 횃불 되어 영달을 바라고 책무를 저버린 제주 정치를 향해 봉기를 일으키고 말 것이다. 개, 돼지만도 못한 제주도의 적폐들은 그 폐쇄된 의회 안에서 아예 나오지도 말라. 지켜보겠다. 제주도의회는 똑바로 하라.


 

- 2019년 7월 12일. 2019년 7월 11일의 부끄러움을 함께 떠안는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600일을 맞이한 제주도청 앞 천막촌은 원희룡 지사와의 공식 면담을 요청합니다.


 

시간은 예상했던 날을 훌쩍 넘겨 다음 해 여름이 되었다. 그사이 코로나19 펜데믹이 번졌고,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위기를 살게 되었다. 기후위기는 언젠가부터 오래된 일상어가 되었지만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여전한 한국 정치의 위기를 확인해야 했다. 미래를 위한 현재 인류의 의무를 각성하며 천막촌 사람들은 자신의 현장에서 매일 싸웠다. 그러나 원희룡 도지사는 퇴행하고 있었고, 결코 시민들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600일을 맞아 천막촌 사람들은 공식 문서를 통해 도지사의 면담을 다시금 요구했다. 물론 우린 아직 도지사를 만나지 못했다. 2년을 도청 앞에서 기다렸지만, 여전히 제주도청의 문은 ‘질문하는 시민’을 가로막는다.


 

1. 2018년 12월부터,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강행을 막기 위한 절박감에 제주도청 앞으로 모여들어 천막들을 세운 사람들의 공간이자 관계인 도청앞 천막촌은 2020년 8월 9일로 600일을 맞이했습니다.

 

2. 600일 동안 제주 제2공항 문제는 환경수용력, 도민결정권의 문제의식이 도민사회로 확산되며 국토부의 일방 추진이 어려워지는 새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3. 또한 도청앞 천막촌은 제주도가 추진 내지 관리 주체인 비자림로 확장공사, 선흘동물테마파크 사업, 서귀포시 우회도로, 송악산뉴오션사업 그리고 노동, 생태, 교육 등 갖가지 제주 현안에 목소리를 내려는 자들이 모이는 제주 정치의 광장이자 공론장으로 거듭났습니다.


 

4. 지난 7월 24일 도의장과의 면담에서도 도청앞 천막촌 사람들은 비자림로 시민모임, 선흘2리 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5. 그 중 제2공항 사업은 비자림로 확장공사, 서귀포시 우회도로 사업 등과 직결되어 있으며, 사업 추진 여부가 제주의 생태-환경-사회-문화-경제를 좌우할 제주 최대의 현안입니다.


 

6. 제2공항 사업은 7월에 진행된 ‘제주 제2공항 쟁점 해소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거치며 스무 개 넘는 첨예한 쟁점이 드러나 이에 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며, 제2공항 사업의 추진에 관한 도민의 숙의를 거쳐야 할 상황입니다.


 

7. 국토부 측은 “제주도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도민 의견을 수렴해 국토부에 건의할 경우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민주당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도 “중앙정부가 나서서 하는 것은 어긋난다. 도민의 의견을 최대한 따르겠다”고 발언했으며, 김부겸 후보 역시 “다시는 중앙정부가 밀어부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민 의견이 모아질 때까지 인내하면서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돕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제2공항 사업을 검토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8. 제주도 내에서도 제주도의회는 도민의견 수렴에 관한 모색을 이어가고 있으며, 제주도의 여러 언론은 제주도정이 제2공항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입장을 취할 것을 거듭 요구하고 있습니다. 백여 개 단체가 연합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자체적으로 보고서 검토, 현지 조사를 하며 도민공론화를 주창하고 있습니다.


 

9. 「공항시설법」 3조에는 “국토교통부장관은 종합계획을 수립하거나 제3항에 따라 종합계획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의견을 들은 후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야 한다”라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의견’은 도지사의 개인 의견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서의 의견’, 즉 제주도민의 집합적 의견이어야 합니다.


 

10. 또한 「주민투표법」 8조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폐치(廢置)·분합(分合) 또는 구역변경, 주요시설의 설치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주민투표의 실시구역을 정하여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11. 지금 시점에 첨예한 쟁점들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도민의 숙의를 거치지 않고 제2공항 사업이 강행된다면, 장기간의 건설과정 동안 성산 지역의 주민간, 제주도 전역의 도민간에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갈등이 초래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12. 이에 도청앞 천막촌 사람들은 제2공항 사업의 정당성, 제2공항 문제의 해결방안, 생태환경위기에 직면한 제주사회의 지속가능성, 도민이 주체가 되는 제주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해 원희룡 도지사와 면담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합니다.


 

13. 도청앞 천막촌은 이미 600일 동안 제주도청 앞에서 의견을 밝혀왔습니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일 아침집회를 통해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도청앞 천막촌이 제2공항 문제와 관련해 제주도가 속히 만나야 할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임은 부언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14. 이미 비자림로 시민모임,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강정평화네트워크, 서귀포시우회로도 시민모임 등이 저마다 시급한 사안을 두고 원희룡 도지사와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15. 만일 원희룡 도지사가 대선 도전 준비 작업에 분주해 제주도에서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면담이 성사될 수 없는 것이라면, 원희룡 도지사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는지 전국적으로 수소문하고자 합니다.

 

16. 원희룡 도지사가 제주도의 여러 현안을 방치하고 대선 도전에 나선다면, 제주도와 전국의 시민들을 위해 현 도정의 문제, 현재 제주도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차분하고 낱낱이 밝힐 것입니다. 

 

17. 여기에는 원희룡 도지사 개인에 대한 원망은 없습니다. 살려야 하고 살아야겠다는 절박감 그리고 원희룡 도지사가 말했듯이 “우리를 이어갈 다음 세대에게 ‘공존불가의 자연, 거주불능의 지구’를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우리로 인해 피해 당사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거주불능의 지구를 넘겨줄 수는 없다」)라는 의무감에 도청앞 천막촌은 움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18. 만일 원희룡 도지사가 자신의 대권 욕망으로 제주도에서 많은 문제와 분란을 일으킨 채 도지사로서의 책무를 방기하고 전국(결국은 서울) 행보에 몰두한다면, 도청앞 천막촌은 원희룡 도지사의 전국 행보를 제주도의 문제와 문제의식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매개로 삼을 것입니다. 

 

19. 지난 600일 동안 제2공항 사업만이 아니라 비자림로 확장공사, 선흘동물테마파크, 서귀포우회도로, 송악산뉴오션사업이 지체되거나 난항을 겪거나 추진이 어려워 졌습니다. 도청앞 천막촌은 코로나 시대가 시작된 2020년을 난개발의 광풍이 끝나고 제주도가 생명과 생존과 생활을 위한 새로운 시대로 들어서는 전환점이라 선언하고자 합니다. 더 이상은 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 추세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20. 원희룡 도지사가 진정 ‘거주불능 지구’를 우려한다면, 더욱이 면담 요청을 수용해주길 바랍니다. 우리의 문제 제기에는 어쩌면 원희룡 도지사의 의도를 오해한 대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제주도청 앞에서 자리를 잡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따금 마주쳤을 뿐 대화할 기회가 없었던 탓입니다. 600일 동안 말입니다. 대권 주자를 욕망하기에 앞서 도지사로서의 책무에 부디 충실하기를 바랍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요구하는 도민, 시민들과 만나길 바랍니다.


 

- 2020년 8월 9일 제주도청 앞 천막촌 600일


 

▲우리는 오늘도 길 위에 있다. ⓒ제주 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천막촌은 제주도청과 제주지방경찰청 맞은편에 있다. 천막촌 양 옆으로는 제주도의회와 제주교육청이 있다. 천막촌은 콘크리트 관청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공권력에 겹겹이 에워싸인 그 한복판에서 흔들리며 존재한다. 싸우며 일어난다.

 

그런데 이곳을 천막촌, 즉 천막들의 마을로 부르는 것은 단지 천막이 여러 개여서가 아니다. 여기, 다른 과거와 사연의 사람들이 있다. 생성되는 관계가 있다. 의지가 있다. 긴 약속과 결심이 있다. 분노가 있다. 분노는 절규로 고립되지 않고 공분으로 승한다. 놀람이 있다. 자신 그리고 타인에게서 새로운 발견이 일어난다. 성장이 있다. 사고와 행동과 언어가 자라난다. 상상력이 있다. 상상력이 향하는 미래가 있다. 시도가 있다. 시도가 수놓는 역사가 있다. 이러한 ‘있음’들이 일어나고 있다.

 


 

2020년 10월 23일 제주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02317225241667#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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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권 발동한 추미애 vs 인정 못한다는 윤석열, 누구 말이 맞나?

강경훈 기자 qa@vop.co.kr
발행 2020-10-23 16:20:25
수정 2020-10-23 17:21:02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라임 로비 의혹 등과 관련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한 것을 두고, 윤 총장과 검찰 내부에서 ‘위법·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은 ‘위법·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시비를 가리려면 쟁송(소송)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우니 수사지휘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결과적으로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받아들이는 효과를 가져오긴 했지만, ‘부당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윤 총장의 태도는 국정감사를 지켜본 국민들에게 찜찜함을 남겼습니다.

윤 총장을 특정 사건 수사지휘에서 배제하는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과연 위법·부당한 것인지, 법률과 과거의 지휘체계 경험에 비춰 문답 형태로 정리해봤습니다.

질문)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위법·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답변)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 범위를 규정한 ‘검찰청법 8조’입니다. 해당 법률 조항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질문) 그렇다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법적으로 문제없는 것 아닌가요?
답변)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배제’가 법률에 명시된 장관의 ‘지휘·감독’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해석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추 장관은 총장 수사지휘권 배제도 장관의 정당한 지휘권에 해당한다고 보는 반면, 윤 총장은 총장의 수사지휘를 전제로 장관이 총장을 한정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질문) 법률 해석이 충돌한다면, 그동안 이런 논쟁이 없었나요?
답변) 현실에서 논쟁의 필요가 없었습니다. 과거엔 정치권력과 검찰권력이 충돌하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검사 출신 청와대 민정수석, 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이 사실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관계였으므로, 정치권력의 의중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규제하는 식의 지휘권 행사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질문) 과거 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특정 사건을 수사하지 말라고 지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답변) 그런 일은 비일비재했습니다. 철저한 상명하복에 의해 암묵적으로 이뤄졌으니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입니다. 과거 법무부 장관은 매일 아침 검찰로부터 개별 사건을 보고받고 강제수사 여부뿐 아니라, 수사 개시 등과 관련해 일일이 수사지휘를 했습니다.

질문)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 지휘를 거부한 경우는 전혀 없었나요?
답변) 통상 면담 보고 단계에서 이견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보통 검사 선배인 법무장관이 권력으로 검찰총장을 찍어누르는 식으로 정리가 됐습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난 정치권력과 검찰권력의 충돌 사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채동욱 찍어내기’ 사례가 대표적이었죠. 박근혜 정부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에 의지를 갖고 있던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를 문제 삼아 망신주기를 하고 감찰을 지시해 채 전 총장이 스스로 옷을 벗게 했었습니다.

질문) 채동욱 전 총장 사례처럼 정치권력이 총장을 노골적으로 찍어누르면 되지 않나요?
답변) 그런 방식은 이번 정부 핵심 과제인 검찰개혁 기조와도 맞지 않습니다. 검찰개혁의 여러 과제 중 하나가 법무부의 ‘탈검찰화’입니다. 법무부 탈검찰화를 실현하고, 검찰에 대한 정치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에서 법무부 장관은 과거처럼 검찰총장으로부터 개별 사건에 대한 보고도 일일이 받지 않는다는 원칙에 기초해 민주적 통제 차원의 최소한의 지휘권 행사만 하고 있습니다.

질문) 최소한의 지휘권 행사 범위를 넘어 위법·부당한 지휘권 행사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답변) 검찰의 시각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관행에서는 이러한 충돌이 없었기 때문이죠. 관행과는 달라서 이례적인 건 맞습니다. 그러나 관행에 어긋나기 때문에 위법·부당하다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질문) 이번 사안에서 최소한의 지휘권 행사가 필요한 근거는 무엇인가요?
답변) 라임 로비 의혹의 경우 윤 총장의 수사지휘 적절성과도 연관된 사안이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당 의혹 사건에 대한 총장의 개입이 배제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진위는 불분명하지만, 라임 로비 의혹 리스트에는 여·야 정치인들과 검사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해당 의혹과 관련한 보고가 대검찰청 반부패부를 거치지 않고 서울남부지검장이 검찰총장에 직보하는 형태로 이뤄졌고, 이에 따라 검찰총장의 선택적 수사지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입니다. 해당 리스트의 진위 여부는 물론 여·야 정치인들이 모두 거론된 의혹에 대한 윤 총장의 취사선택 여부를 규명하는 일도 필요한 상황이 됐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질문) 윤 총장은 자신이 ‘장관 부하가 아니다’는 논리로 추 장관 지휘의 부당함을 역설하는데요?
답변) ‘부하’라는 말 자체가 봉건적 사고에 근거한 것인 만큼, ‘부하 논쟁’을 차치하고 ‘상급자’ ‘하급자’ 개념으로 이해해봅시다. ‘부하가 아니다’는 말을 ‘장관의 하급자가 아니다’는 뜻으로 이해한다면, 정부조직법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를 규정한 정부조직법 32조 2항은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고 돼 있습니다. 법률상 검찰총장은 법무부 외청 소속이며, 장관의 하급자입니다. 정부조직법은 검찰청법보다 상위법입니다. 또한 국가공무원법 57조는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질문) ‘직무상 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때 이의제기를 할 수 있지 않나요?
답변) 검찰청법 7조는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장관의 이번 지휘권 행사가 ‘직무상 부당한 명령’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나요?
답변) 검사윤리강령 9조 1항은 ‘검사는 취급 중인 사건의 피의자, 피해자 기타 사건 관계인과 친족관계에 있거나 그들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을 때 또는 당해 사건과 자신의 이해가 관련됐을 때 그 사건을 회피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례는 윤 총장이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건을 스스로 회피하지 않는 상황에서 직무상 상급자인 법무부 장관의 사건 회피 지휘에 해당합니다.

강경훈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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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제조번호’ 사망자 나왔는데…독감백신, 맞아야 할까?

등록 :2020-10-23 04:59수정 :2020-10-23 07:14

 

문답으로 알아본 독감백신 궁금증

왜 사망신고 사례 늘었나
어르신 19∼21일 330만명 몰려
날씨 쌀쌀, 뇌졸중 등 빈도 높아
동일 제조번호 백신 56만명 맞아
‘스카이셀플루’각각 2명씩 4명 숨져

백신에 문제는 없나
상온 노출·백색 입자와 무관
배양 방식 등 원인 가능성 낮아
질병청 “백신 자체 문제는 아냐”

그래도 백신 접종해야 하나
고령층·기저질환자 접종 필수지만
쌀쌀한 날씨 장시간 대기 피해야
22일 오전 전남 장성군보건소에서 직원이 냉장 보관 중인 독감백신 비축분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전남 장성군보건소에서 직원이 냉장 보관 중인 독감백신 비축분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감 백신을 둘러싼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에는 동일한 제조번호 백신을 접종했다가 숨진 사례까지 나왔다. 그동안 질병관리청은 사망 의심사례마다 백신 제조사, 제조번호, 접종 의료기관 등이 다르기 때문에 “제품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해왔다. 제조번호는 동일한 조건에서 제조된 백신 제품에 붙는 고유번호다. 독감 백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질문과 답 형식으로 궁금증을 풀어봤다.

■ 독감 예방접종, 중단해야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동일한 제조번호 백신을 맞은 추가 사망자가 나오면 해당 제조번호는 봉인하고 접종을 중단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재검증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접종한 백신의 제조번호는 모두 달랐다. 하지만 이날 저녁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사망자 25명 가운데, 동일한 제조번호 백신을 맞고 숨진 사례가 나왔다. 질병청이 부여한 번호로 11번째와 22번째 사망자는 ‘스카이셀플루4가’ 제조번호 Q022048을, 13번째와 15번째 사망자는 제조번호 Q022049 백신을 맞았다. Q022048 백신 접종자는 7만4천여명에 이른다.

 

접종 지속 여부는 해당 백신의 안전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날 0시 기준으로 신고된 사망 사례 12건과 동일한 제조번호의 백신을 맞은 사람은 약 56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이상반응을 신고한 접종자는 20명 이하이고, 이상반응도 모두 경증이라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해당 백신의 제조사도 5곳으로 다르다. 22일에는 수입 백신을 접종했다가 숨진 사례도 나왔다. 모든 백신 제품에서 사망 의심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인과성이 떨어진다고 질병청은 보고 있다. “예방접종엔 적정한 시기가 있어서 일정 기간 중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 올해 백신이 문제다?

앞서 백신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됐거나 흰색 침전물이 나온 백신 등 106만도스를 회수·수거하면서, 독감 백신에 대한 불안이 커진 것은 맞다. 하지만 사망 의심사례 12건은 이와는 무관하다는 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12건 중 3건은 국가예방접종 물량 조달을 맡았던 신성약품이 1차로 유통했던 물량이지만, 상온 노출된 제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머지는 2차 배송 또는 유료접종 물량이라고 한다.

이날 국감에서는 ‘무균 상태인 달걀이 문제 아니었냐’는 등의 의혹도 제기됐다. 독감 백신은 대부분 유정란에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 때문에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된 백신을 맞으라고 권한다. 그런데 사망자는 두 종류의 백신 접종자에게서 모두 나왔다. 배양 방식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

■ 사망 신고 사례는 왜 늘어나나?

독감 백신에 문제가 없다면 사망 의심사례는 왜 예년보다 많이 신고되고 있는 것일까. 먼저, 너무 단기간에 접종 인원이 집중되면서 대기시간이 길어진 문제가 고령층 건강상태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00만명이 넘는 어르신(만 62살 이상)이 예방접종을 받았다. 무료접종 첫날인 19일에만 180만명이 접종했다. 무료접종이 298만6천여명, 유료접종이 30만9천여명이다. 백신이 부족할지 모른다는 초조함에 인원이 몰린 셈이다. 날씨 탓에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데다가, 대기시간까지 길어지면서 백신을 접종한 고령층의 건강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신고된 사망 사례 대다수가 만 65살 이상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감에서 “지난해 70살 이상 노인이 20만5천명 숨졌는데, 하루로 나눠보면 560명”이라며 “과거에 (사망 원인이) 질환으로 분류될 분들이 상당수 백신과 관련 있는 것처럼 발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 부작용? 예방접종 해야 하나?

예방접종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따질 때 중요하게 판단하는 두가지가 있다. 첫째, 백신의 독성물질 때문인가, 둘째, 백신 접종의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나 길랭-바레 증후군과 연관됐는지 여부다. 아나필락시스는 접종 이후에 면역체계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해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증상이 30분 안에 나타나기 때문에 접종 뒤 15~30분가량 의료기관에서 대기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100만명당 0.7명꼴로 일어날 정도로 흔하지는 않다. 급성 마비성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은 감염 뒤 2~3주가 지나서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유일하게 독감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돼 피해 보상을 받은 1건(2009년 접종)의 사망 사례는 길랭-바레 증후군의 변형인 밀러 피셔 증후군이 나타난 경우였다. 2004~2016년 사이에 예방접종 때문에 길랭-바레 증후군이 생겼다며 피해 보상 심의를 받은 사례는 모두 50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33건에 대해 보상이 이뤄졌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고령층, 만성질환자 등은 예방접종을 꼭 받아야 한다. 독감으로 인해 기저질환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감에 걸려 폐렴 등의 합병증이 생겨서 숨지는 사람이 1년에 3천명이 넘는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966928.html?_fr=mt1#csidxd8a0256c75aadf5b29accd5a3ab69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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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먹거리 선택이 기후위기를 극복한다

[기후위기와 농업: 먹거리 전환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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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짧은 기사... 몇달 후 국군이 이상해졌다

[김종성의 히,스토리] 여순사건 전후 무슨 일이 있었나

 
  0.10.23 09:07최종 업데이트 20.10.23 09:07
토착왜구나 친일파가 해방된 나라를 자신들의 나라로 만드는 데는 경찰 다음으로 국군의 조력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국군은 1946년 1월 15일 남조선국방경비대로 창설돼 '조선경비대', '국군', '대한민국 육군'을 거쳐 1948년 11월 30일 '대한민국 국군'이라는 명칭을 갖게 됐다. 당시의 국군이 친일파를 돕는 반역사적 행적을 남기게 된 데는, '대한민국 국군'이란 이름을 갖기 1개월 전에 벌어진 사건이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1948년 10월 19일, 여수와 순천에서 여순사건이 발생했다. 이승만 정권이 민간인 학살로 응수한 이 사건은 정부군이 22일 순천을 장악한 데 이어 24일 여수를 장악하면서 일단락됐다.

국군의 타락

제주 4·3항쟁에 대한 진압 명령을 거부한 양심적인 군인들의 궐기로 발생한 여순사건은, 이에 맞선 친일파들이 반공을 빌미로 단결을 강화하는 동시에, 그 달 12일 구성된 국회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계기가 됐다. 여순사건 자체는 역사의 퇴행을 막고자 일어난 일이지만, 이에 대한 진압은 친일파의 지배권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

여순사건 진압이 현대사에 끼친 악영향을 구체적으로 파고들어가면, 갓 출범한 당시의 국군이 이 일로 인해 타락에 빠진 사실을 접하게 된다. 국군은 '국민의 군대'로 해석돼야 하는 단어이지만, 여순 진압은 당시의 국군이 '국가의 군대'로 전락하는 계기가 됐다.

국민이 실질적 주인인 나라에서 군이 국가의 군대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 시기의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의 정부가 아니라 보수 친일파의 집행위원회였다. 그래서 여순 진압을 계기로 '국가의 군대'가 된 당시의 국군은 보수 친일파의 이익에 봉사하는 도구로 악용되기 시작했다.

해방 직후의 군대는 경찰과 달랐다. 광복군 출신들을 포함해 진보적 인물들이 상당수 섞여 있었다. 보수파들에 의해 좌파 빨갱이로 매도된 이들은 실상은 친일청산과 분단반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미군정과 보수파가 장악하는 군대에 들어갈 수 있었던 데는 당시의 모병 방식이 큰 영향을 끼쳤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경품을 쌓아놓고 책상에 앉아 고객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해방 직후의 모병 풍경도 비슷했다. 군인들이 길거리에 책상을 놓고 지원자를 기다리는 식이었다.

길거리 모병

여순사건 5개월 전에 발행된 1948년 5월 29일자 <경향신문>에도 그런 풍경이 보도됐다. 길거리에 놓인 책상에 정복 군인이 앉아 있고 그 옆에 또 다른 군인과 민간인 2명이 서 있는 모습이 사진에 실려 있다. 그 밑에는 '우국 청년은 오라'는 짤막한 기사가 게재돼 있다. '가두의 모병 광경도 위위(威威, 씩씩하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기사의 본문은 아래와 같다. 요즈음에는 안 쓰이는 '요지음' 같은 표현이 들어 있는 기사다.
 

▲ 본문에 인용된 신문 보도. ⓒ 경향신문

 
국방경비대에서는 요지음 대원을 대량으로 모집 중인데, 서울 거리 요소에 접수소를 설치하고 응모를 취급하고 있어 조국 방비의 간성이 되려는 젊은이들의 씩씩한 모습은 서울 거리에 한 개 이채를 띄고 있다.

'가두 모집'이나 '가두 모병'으로 불리는 이 풍경은 '길거리 징병'이나 '길거리 모병'으로도 부를 수 있다. 토크쇼에 나온 연예인들이 데뷔 과정을 무용담처럼 소개할 때 종종 언급하는 '길거리 캐스팅'이란 말로도 바꿀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군인을 모집했기 때문에, 분단문제나 친일문제에 관한 지원자의 견해를 제대로 확인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2016년에 <군사발전연구> 제10권 제1호에 실린 신종태 전쟁과평화연구소 연구위원의 논문 '6·25전쟁 이전의 한국 국방정책 분석'에 언급된 아래와 같은 양상이 출현하기 쉬웠다. 논문 저자는 1984년에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가 발행한 <국방사 1>의 내용을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더욱이 미군정 3년간의 민주화 시책을 기화로 공산주의자들이 정부의 각 주요 기관 또는 경비대에 아무런 제한도 받지 않고 채용되거나 입대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하여 경비대 내부에도 이들 세력이 침투, 동조 세력을 규합하여 조직망을 확대해 나갔다.

극우단체의 대거 군입대

여순 진압은 진보적 청년들이 '길거리 캐스팅'으로 입대하는 일을 막고자 모병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지난 5월에 <사총(史叢)> 제100권에 실린 노영기 조선대 교수의 논문 '여순사건 이후 한국군의 변화와 정치화'에 따르면, 여순 진압을 계기로 당시의 국군은 서북청년단(서북청년회) 같은 극우단체들에게 모병 권한의 상당부분을 넘겨줬다. 이들의 추천과 신원보증을 통해 국군을 보수파 군인들로 채우려 했던 것이다.

위 논문은 "여순사건이 터지자 우익 청년단체들은 다시 군의 재편을 주장하며 정부에 무기 대여를 요청하고 국방부도 청년단체를 포섭시키는 방안을 계획했다"고 한 뒤 "군에서는 청년단체 책임자의 (피)추천자를 우선 선발할 것을 결의했다"고 하면서 이렇게 설명한다.
 
(1948년) 12월 20일 200명의 서북청년회 회원들이 비밀리에 대전의 제2연대에 입대했다. 이것은 제2여단 참모장과 서북청년회 부단장 간의 비밀 회합에서 결정됐다. 또한 여순사건 이후 우익 청년단체에서 추천하는 자들로 사병들을 선발하는 신원보증제를 실시했다. 즉 군은 이전의 향토연대 창설 과정에서 나타난 길거리 모병을 폐기하고 우익 청년단체가 신원을 보장하는 세력들을 받아들였다.

이로부터 1년 반 뒤에 발발한 한국전쟁에서 국군에 의한 국민 학살(민간인 학살, 양민학살)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됐다. 여순사건 직후부터 극우단체들과 국군의 제휴가 강화되고 이 단체들이 국군의 주요 조직을 장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순 진압은 이승만 정권이 숙군이라는 명분하에 친일청산 지지자들을 쫓아내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이 시기의 숙군 작업이 표면상으로는 반공을 명분으로 했지만 그보다는 친일청산 저지를 더 많이 목표로 했다는 점은, 공산주의자 박정희가 여순사건 때문에 숙청되는 듯하다 되살아난 데서도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박정희는 1948년 11월 11일 체포됐다가 1개월 뒤 석방되고 석방 1주일 만에 다시 출근했다. 그는 공산주의자였지만 친일청산론자는 아니었다. 이런 사람은 숙청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은 그의 신속한 복귀로 증명된다.

그날 이후 군이 변했다

여순 진압은 국군 지도부가 갓 출범한 반민특위를 압박하는 명분으로도 작용했다. 반민특위 등장으로 긴장했던 친일 군인들은 여순 진압을 계기로 일치단결해서 반민특위에 공세적 태도를 취했다. 이들은 반민특위 활동을 무력화시키라고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까지 했다. 위 논문은 이렇게 말한다.
 
반민특위의 활동이 성과를 올리며 그 예봉이 점차 자신들에게 향하게 되자, 국방부와 육군의 최고 수뇌부에는 그에 따른 위기감이 높아졌다. 일본 육사 출신의 육군참모총장 채병덕 대령은 원용덕·정일권 등과 의논해 자신이 육군참모총장을 그만두면 원용덕·정일권 등 군 수뇌부가 모두 물러나겠다는 뜻을 정부에 전달했다. 결국 이들은 군을 정치에서 독립시키는 데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며 친일파 숙청을 무력화시켰다.

여순 진압은 해방 뒤 반목했던 군과 경찰이 단합하는 기회로도 작용했다. 여순 진압 뒤에 국군과 경찰은 겉으로는 반공을 명분으로, 속으로는 친일청산 반대를 명분으로 단결했고, 이는 이승만 정권과 친일파가 공고한 군사적 기반을 갖는 데 기여했다.

여순 진압은 또 다른 측면으로도 당시의 국군을 더럽혔다. 국군이 외적이 아니라 국민을 적대시하도록 만드는 데 기여한 것이다. 군의 국민 사찰, 민간인 사찰을 정당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위 논문에 이런 대목이 있다.
 
군 사찰기관은 공공연하게 민간인 사찰을 확대·강화시켰다. 그중에서도 헌병사령부와 육군본부 정보국이 민간인 사찰을 주도했다. 헌병사령부와 육군본부 정보국은 숙군과 함께 좌익 세력을 색출한다며 국회의원·공무원 및 일반 국민들을 무차별 연행했다.

이처럼 여순사건에 대한 진압은 당시의 국군이 친일청산 저지뿐 아니라 민주주의 파괴에까지 연루되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부조리가 청산되지 않았기에 훗날 대한민국은 5·16 쿠데타, 12·12 쿠데타, 5·17 쿠데타를 피할 수 없었다. 1948년 10월 19일 이후의 여순 진압을 계기로 당시의 국군은 그처럼 부조리한 집단으로 전락했다. 국군은 그날 이후로 이상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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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택배노동자 죽음 위에 택배회사 막대한 영업이익 누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발행 2020-10-22 16:47:28
수정 2020-10-23 08: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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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국회사진취재단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잇따르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택배회사들이 분류작업에 추가인력만 투입했더라도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택배회사들은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막대한 영업이익을 챙기고 있다.

22일 또 한 명 노동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CJ대한통운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2020년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19년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뛰어올랐다. 2020년 상반기에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CJ대한통운의 택배부문 매출은 2019년 대비 27.3%나 오른 1조5,706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늘었다.

2020년 상반기 CJ대한통운의 택배부문 영업이익은 830억 원으로 2019년 상반기의 232억 원에 비하면 2.58배 늘었다.

CJ 대한통운 택배부문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세

CJ 대한통운 택배부문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세
CJ 대한통운 택배부문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세ⓒ기타

얼마 전 또 다른 택배노동자가 사망한 ㈜한진의 택배부문도 마찬가지이다. ㈜한진의 택배부문 매출액도 2019년 상반기에 비해 상당히 늘었다. 2020년 상반기 매출액은 23.3% 늘어난 4,765억원에 달했다. 2020년 상반기 영업이익도 2019년 상반기보다 92.2% 늘어난 223억원에 달했다.

 

㈜한진 택배부문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세

㈜한진 택배부문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세
㈜한진 택배부문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세ⓒ기타

한마디로 택배회사들은 늘어난 택배 물량 덕분에 수백억 원대의 추가이익을 챙기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택배회사들은 ‘과로사를 막기 위해 분류작업에 추가인력을 투입’하는 등 대책을 세워달라는 노동자들의 요청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 그래서 택배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는 참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고도 무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입에 담는가?

21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각계 대표들이 참석한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끊기 위한 각계 대표단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김재하 비대위원장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분류인력 별도투입과 노동시간 단축조치를 즉각 실시할 것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0.21
21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각계 대표들이 참석한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끊기 위한 각계 대표단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김재하 비대위원장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분류인력 별도투입과 노동시간 단축조치를 즉각 실시할 것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0.21ⓒ김철수 기자

지금 벌어진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는 택배회사들의 무분별한 이윤추구에서 비롯된 ‘기업 살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지만, 정말 해도 너무 한다. 이런 상황을 방치한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예고된 죽음도 막지 못하는 정부가 무슨 존재가치가 있는가?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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