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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할 근거, 촛불에 있다

[장석준 칼럼] 개혁의 장애물은 양당 구도 복원 경향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뜨거운 쟁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다. 지난달 15일에 원내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자유한국당은 금세 말을 바꿨다. 자유한국당 의원 총회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총력 저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오가는 형편이다. 

더불어민주당 쪽도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냈던 더불어민주당이지만, 산하 정책연구소인 민주정책연구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한국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거듭 내놓았다. 자유한국당처럼 이 제도를 대놓고 부정하지는 못해도 공약 후퇴를 정당화하려고 끊임없이 새 논리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반대 논리는 대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한국의 다른 정치 제도, 특히 대통령중심제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한다. 정말 둘은 서로 어긋나는가? 이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반론들이 제출되고 있으며, <프레시안> 지면에도 좋은 글이 여럿 발표됐다. 그러니 이 지면에서 이 논의를 번잡하게 반복하지는 않겠다.  

오히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런 공방이 선거제도 개혁 논의의 핵심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이번 개혁 논의의 출발점은 결코 여러 정치 제도들의 장단점을 가려 가장 좋은 제도들의 조합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대통령중심제에 가장 어울리는 선거제도가 무엇인지 논하는 데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국회 임기 막바지에 매번 정치권만의 옥신각신으로 끝나버리곤 하던 선거제도 논의가 왜 이번에는 이토록 첨예한 관심사가 돼 있는가? 왜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눈길이 잔뜩 쏠려 있고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단식 농성까지 불사하는가? 물론 정의당(더 정확히는 진보정당운동)은 오래 전부터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의 관심과 기대는 단순히 진보정당 주변에 머물지 않는다. 시민사회 상당 부분이 선거제도 개혁에 힘을 싣고 있다.  

이런 변화의 계기는 무엇인가? 단연, 2016~2017년 촛불항쟁이다. 촛불항쟁을 겪으며 우리는 한국 사회에 긴급하게 필요한 개혁 과제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모든 개혁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정치 개혁부터 먼저 이뤄야 함을 확인했다. 바로 이 깨달음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여론이 시민사회 곳곳으로 확산됐다. 그리고 이 흐름이 결국 지금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로까지 이어졌다.  

그렇기에 선거제도 개혁 토론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촛불항쟁의 복기다. 촛불항쟁을 통해 우리가 집단 학습한 정치 개혁 방향이 무엇인지부터 재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촛불 정신 실현에 가장 부합하는 선거제도가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선거제도란 정당 지지율을 국회 의석에 그대로 반영하는 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촛불광장을 닮은 국회를 만들기 위해  

왜 지금 한국 사회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필요한가? 촛불항쟁 경험에서 세 가지 이유를 끌어낼 수 있다.  

첫째, 촛불항쟁의 승리는 광장을 채운 다양성 덕분이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국회가 최대한 이 촛불광장을 닮게 만들자는 것이다.  

사실 촛불항쟁 이전에도 광장은 있었다. 조금은 열려 있었다. 꾸준히 저항하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이 어렵게, 참으로 어렵게 거리 한 구석을 지켰다. 그러나 분명 이들만으로는 항쟁을 만들어낼 수 없었고, 더구나 승리는 불가능했다. 그간 거리에 나서지 않거나 못하던 이들이 합류하면서 비로소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누구였는가? 그 중에는 물론 한때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지지한 중산층도 있었다. 거리에 나서지는 않았어도 투표소와 온라인에서 늘 그 반대편에 섰던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더 새로운 얼굴들도 있었다. 젊은 세대가 대거 참여했다. 20대뿐만 아니라 10대가 거리로 나왔다. 또한 다른 어느 집회보다 더 여성들이 활발히 참가했다. 여성이 많았기에, 그간 집회에서 무심코 반복되던 남성 중심적 관성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대안을 토론하는 낯선 광경도 나타났다.  

촛불광장이 커질수록 광장을 채운 다양성도 커졌다. 그리고 광장이 더욱 다양해질수록 광장의 규모도 더욱 거대해졌다. 그 전까지 거리에 나오지 않았거나 거리에 나오더라도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이들이 자신 있게 광장을 채운 덕분에 광장은 예기치 않은 거대한 힘을 갖게 됐다. 그 힘이 결국 보수 언론과 공안 기관, 정권과 국회를 압도했다.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이 힘은 쿠데타 음모 세력까지 쉽게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놓았다. 

이것이 불과 2년 전의 뜻깊은 기억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제도 정치가 처한 상황은 촛불광장이 열리기 전 한국 사회 모습 그대로다. 광장이 활짝 열리기 전에는 수많은 사회 집단이 투명인간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처럼, 지금 제도 정치권에서도 주역은 단 둘뿐이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이 두 거대 정당이 제도 정치를 양분하며, 두 당 모두 중산층의 이해관계와 이데올로기에 가장 신경 쓴다. 단지 한 당은 중산층 가운데 산업화 세대를 대변한다면 다른 한 당은 민주화 세대에 토대를 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단순다수대표제(소선거구제)에서 지역구 선거 승패의 열쇠를 쥔 것이 중산층 조직과 여론이니 그들로서는 달리 어쩔 수도 없다.  

그 결과, 다른 많은 계층과 집단의 열망과 이해관계는 제도 정치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된다. 선거 때는 양대 정당이 수많은 목소리를 다 받아 안을 것처럼 연기하지만, 여의도에 일단 들어가면 더 이상 연기는 필요 없다. 그래서 이들 아우성은 늘 산업화 세대 중산층과 민주화 세대 중산층의 이해관계라는 두 꼭짓점으로 끊임없이 흡수되고 소멸돼버린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 개혁은 계속 지연되어가며, 더불어 개혁의 난이도는 높아지고 실현 가능성은 낮아진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이런 여의도 정치에 새로운 주역들을 불러들여 광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새 선거제도 아래에서는, 비록 당장은 지역구의 승자 독식 게임에서 승리할 자원은 없어도 한국 사회 전체에서 분명 일정한 흐름을 이루고 있는 이들이 제도 정치 무대에 당당히 오를 것이다. 마치 촛불광장의 다양성이 늘어날수록 세상을 바꾸는 광장의 힘이 강해진 것처럼, 이런 새 주인공이 늘어날수록 국회에서 사회 개혁을 추진하는 힘도 강해질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결국 정의당 같은 소수정당이 의석을 늘리려는 수단 아니냐고. 이런 말에는 이렇게 대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껏 억눌려온 목소리가 기회만 주어진다면 정의당 같은 정당, 그러니까 양대 정당 아닌 정당을 통해 폭발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는 것이냐고.  

더구나 이것은 현존 원내 정당들의 이해관계를 훨씬 넘어선 문제다. 기성 양대 정당뿐만 아니라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도 넘어선 문제다. 이들 정당만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다 받아 안기 힘들 경우에는 지금은 상상하기도 힘든 새 정당들이 등장해 그런 틀이 될 것이다. 그럴 가능성을 만들어 놓자는 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끊임없이 새 주역을 초대할 준비가 돼 있는 정치 말이다.  

탄핵안 통과 때처럼 움직이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둘째, 촛불항쟁의 승리는 광장의 요구에 따라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국회 내 세력균형 덕분이기도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국회가 이렇게 탄핵안 통과 때처럼 움직이게 만들자는 것이다.  

2016년 11월에는 아무도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를 자신하지 못했다. 아니, 대다수가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게 상식이었다. 그런데도 통과됐다. 아마도 이 점이 촛불항쟁을 '혁명'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이유일 것이다. 

아마도 국회에 양대 정당만 있었다면, 정말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우선 정의당이 있었다. 정의당은 의석은 얼마 안 되었지만, 촛불광장의 요구를 가장 먼저 제도 정치 무대에 퍼뜨리는 통로가 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계속해서 탄핵 절차 추진을 미적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의당의 압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국민의당도 있었다. 이 국면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의 경쟁이 더불어민주당을 행동에 나서게 만드는 좋은 자극이 되었다.  

이것이 탄핵안이 제출되기 전까지 과정이고, 제출되고 나서 결정적이었던 것은 새누리당 쪽의 균열과 분열이었다. 탄핵안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의 핵심 근거는 새누리당 의석이 전체 의석의 1/3이 훨씬 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12월 초에 촛불광장의 힘이 절정에 이르자 새누리당 안에서 드디어 균열이 일어났다. 새누리당 안에 대통령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블록이 형성돼 마침내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물론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인 근본적인 힘은 촛불광장에서 나왔다. 그러나 국회가 끝내 이 힘에 맞설 수도 있었다. 그때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다행히도 당시 국회는 원내 정당, 정파들이 만들어낸 독특한 세력균형 덕분에 광장의 요구를 집행하는 도구로서 모처럼 민심에 순응했다. 온건 다당 구도를 만든 그 해 4월 총선이 그 첫 번째 계기였고, 대중 항쟁의 충격에 따른 새누리당의 균열이 두 번째 계기였다. 

어쩌면 이러한 원내 세력균형이야말로 대한민국 국회를 사회 개혁의 수단으로 만들 가장 좋은 구도일지 모른다. 말하자면 탄핵안을 통과시킬 때의 정당 간 세력균형을 한국 사회 개혁의 정치적 조건으로 일반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핵심은 일단 기존 양당 정치가 이완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왼쪽에 이 당보다 더 철저하고 충실하게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정당(들)이 포진해야 한다. 이런 정당(들)의 지분이 늘어날수록 좋다.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 새누리당이 점하던 정치 스펙트럼에 되도록 복수의 정당이 존재하며 서로 경쟁해야 한다. 이 당들이 한국에서 우파 정치의 방향과 내용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놓고 경합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지금 국회가 사회 개혁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은 결코 더불어민주당 의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2/3 동의가 필요한 탄핵안까지 통과시킨 국회다. 그때라고 더불어민주당 의석이 과반수는 아니었다. 모든 문제는 양강 구도 복원에서 비롯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후에 제도 정치와 시민사회 모두에서 촛불연합 유지에 힘을 기울이지 않은 데 반해 자유한국당은 새누리당 이탈 세력을 지속적으로 재흡수해 양강 구도를 부활시키고 있는 탓이다. 바로 이 양강 구도 복원 경향이 지금 개혁을 가로막는 '식물' 국회의 토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이와 반대로 탄핵안 통과 때처럼 작동하는 국회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때처럼 민심을 보다 기민하고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는 원내 다당 구도를 정착시킬 것이다. 한국 사회의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정당들을 진출시켜 더불어민주당과 경쟁하게 할 것이고, 우파의 새 대표가 되려는 세력들이 생산적 경쟁을 벌이게 할 것이다. 이것이 촛불항쟁 이후 처음 실시되는 총선의 결과로서 가장 바람직한 구도다. 

독점과 특권 없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셋째, 촛불항쟁의 기본 정신은 특권 타파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국회의원 특권의 토대가 돼온 거대 양당의 정치 독점을 타파할 것이다.  

특권 세습 사회 타파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촛불항쟁의 근본 정신이었다. 이것이 촛불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아니 그보다 더 최순실-정유라 일가와 삼성 재벌 이재용에게 분노한 이유였다. 최씨 일가와 이씨 일가는 각각 밀실에서 궁정 권력과 경제 권력을 독점하면서 부패를 일삼고 특권을 세습했다. 이게 당연시되는 나라는 더 이상 '민주공화국'이라 할 수 없었고, 그래서 촛불시민들의 극적인 개입은 더 없이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이후 국회에서 이 정신을 누구보다 앞서서 구현한 이는 고 노회찬 의원이었다. 그와 정의당은 국회의원 특별활동비를 시작으로 국회 안의 부당한 특권을 철폐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런데 그간 이런 특권이 대중에게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채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었던 근본 이유는 무엇인가? 기성 양대 정당이 정치를 독점해왔기 때문이다. 

이들 거대 정당이 정치를 독점한 탓에 국회는 두 당만 묵인하면 뭐든 할 수 있었다. 좋은 권력, 나쁜 권력이란 없는 법이다. 오직 감시 받는 권력과 그렇지 못한 권력이 있을 뿐이다. 물론 언론과 시민운동 단체가 밖에서 감시하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컸다. 안으로부터의 감시와 견제가 함께 해야만 했다. 이를테면 특별활동비 폐지를 스스로 결단하는 국회의원들이 있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이런 정치 독점 구조를 약화시킴으로써 국회의원 특권의 기반을 허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촛불항쟁 정신이 국회 안에 생생히 살아 있도록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세 가지 측면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촛불항쟁 이후 한국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선거제도임을 살펴봤다. 물론 찾으면 더 많은 이야기 거리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만으로도 이미 충분하지 않을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 정치 '개혁'의 첫 번째 항목인 이유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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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 위원장과 만남 기대”... 北신년사에 화답

“경제적 잠재력 잘 실현하는 인물”로 긍정 평가... 전격적인 돌파구 마련될지 주목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9-01-02 09:18:20
수정 2019-01-02 09: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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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 사진)ⓒ뉴시스/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기대한다면서 북한의 2019년 신년사에 관해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김정은(위원장)이 핵무기를 만들거나 실험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주지 않겠고,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면서 미 공영 PBS방송 뉴스 내용을 인용하며 언급했다.

그러면서 “나 또한 북한이 위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잘 실현하고 있는(realizes)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만 하루가 지나기 전에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제든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돼 있다”는 발언에 관해 동감을 표하며,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미국이 계속 대북제재와 압박 기조를 이어간다면, 다른 길을 택할 수도 있다는 경고성 발언도 내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핵무기 제조·실험·확산 금지 약속을 높이 평가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의지를 재차 강력하게 피력한 셈이다. 또 김정은 위원장을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깨닫고 있는 인물로 묘사하면서, 거듭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은 셈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북미협상이 새해를 맞아 전격적인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따라서 북미 간의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고위급 회담이 이른 시일 안에 개최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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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대표들 새해 인사 “사회대개혁 앞장서겠다”

진보정당 대표들 새해 인사 “사회대개혁 앞장서겠다”
▲ 2019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강원도 속초시 삼포해변에서 시민들이 일출을 구경하고 있다.

2019년 새해를 맞아 원내외 진보정당 대표들이 국민과 당원들의 건승을 기원하며 평등세상 실현을 위한 적폐청산, 사회대개혁을 다짐했다.

노동당 나도원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신년사에서 “2019년은 전국 단위 공직선거는 없지만 매해 그렇듯 당적 판단과 대외 정치가 시급한 순간들이 많을 것”이라며 “남은 힘을 잘 추스르고 새로 모아내며 당 내외에서 관계를 맺어가는 일에 각자의 자리에서, 각각의 입장을 존중하며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했다.

나 비대위원장은 이어 “그래서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 돈보다 생명이 중한 세상, 빼앗기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 사람과 사람이 평등하고 사람과 자연이 조화로운 세상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민중당 이상규 상임대표는 하루 전 발표한 신년 메시지에서 “2019년은 분단적폐 청산, 재벌적폐 청산, 사회대개혁을 위해 뛰겠다”며 “한 번도 청산되지 못한 친일잔재세력이 분단적폐의 한 축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친일잔재 청산을 위해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상임대표는 이어 “재벌적폐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공정경제를 이룰 수가 없다. 전 세계 최초로 노점상, 철거민이 중심이 되어 빈민당을 창당했다”면서 “노동자 농민 서민이 행복하고 의식주 걱정 없는 대한민국, 평화와 번영이 넘실대는 통일조국을 만들기 위해 민중당은 힘차게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1일 새해 인사말에서 “2019년은 위태롭게 흔들리는 개혁의 방향을 다잡는 한해여야 한다. 몸집을 키워가는 기득권 역풍을 차단하고, 중단 없는 변화의 바람을 재촉해야 한다. 정의당이 그 일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이어 “비정규직, 여성과 청년노동자, 중소상공인들의 삶을 바꿔내겠다. 누구나 바라는 만큼 기회를 누리고, 최선을 다한 만큼 성과를 얻는 한해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한국정치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겠다. 변화를 바라는 평범한 국민들의 한 표가 헛되이 버려지지 않도록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노동당 나도원 비상대책위원장 신년사]

정권교체를 넘어 체제변혁으로!

자랑스러운 당원동지 여러분! 여기 우리 앞에 이름 세 글자가 놓여 있습니다. ‘김용균’입니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그의 이름은 이 사회의 민낯을, 우리의 맨살을 또 다시 드러냈습니다. 기성정치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산업구조가 얼마나 낡았으며, 노동조건이 얼마나 열악한지 또 다시 보여주었습니다. 이미 발의된 법안들을 묵혀두고 있었던 국회가 제 역할을 했다면,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던 문재인 정권이 약속을 지켰다면, 그리고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좀 더 최선을 다했다면 어쩌면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촛불’은 거죽을 바꾸는 데에서 멈춰버렸습니다. 그 결과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지하철역에서, 택배창고에서, 건물 외벽에서, 그리고 발전소에서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현실을 연이어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김용균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지만 정부는 SOC 공공사업에 민자 유치를 가속화하겠답니다. 그것이, 곳곳의 민영화가 비용절감과 외주하청이란 죽음의 사슬이라는 사실, 그것이 수많은 김용균을 만들어낸 주범인데도 말입니다.

문재인 정권의 지지도 하락의 주된 요인인 경기하강과 장기불황은 예고된 것입니다. 여야 정치권이 서로 네 탓 공방을 하고 있지만 신자유주의 한계상황을 보여주는 구조적 현상입니다. 그러나 기성정치권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그들이 자본가이고, 자산가이고, 사법행정 엘리트이고, 상위1%이기 때문입니다. 재벌 지배 경제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금융 수탈 경제체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기성 정치질서를 뒤엎지 않는 한 절대로 이 망가진 수레바퀴에서 탈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노동당은 “정권이 아니라 체제를 바꾸자”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노동당은 한마음으로 ‘촛불’에 앞장섰습니다. 그래서 노동당은 부자정치 강자정치 담합정치를 끝내기 위하여 ‘정치선거제도개혁’에 집중했습니다.

가장 진보적인 사상은 언제나 너무 이상적인 상상으로 대접받았습니다(취급당했습니다). 붉은 글씨로 쓰인 사회주의, 노동과 계급, 그리고 평등과 적록과 같은 표어에 대중이 거부감과 거리감을 갖는다고 걱정하는 이들, 실은 그들이야말로 겉으로 대중을 염려하지만 자신들이 거부감과 거리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장 진보’는 혁명(적 변화)을 영원한 기다림이라고 말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고 예전 그대로 ‘처음부터, 묵묵히, 꿋꿋하게’로는 안 됩니다. 자기 평생으로 모자라 이제는 대를 이어가며 ‘다시’를 중얼거리고 있을 순 없는 노릇입니다. 절박함이 필요합니다. 조급함과 다른 절박함이 필요합니다. ‘2019 노동당 당직 재선거’에서 대안을 찾아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당 안팎의 단절을 이어낼 후보를 찾아냅시다. 중앙과 지역, 의제의 단절을 이어갈 후보를 찾아냅시다. 의견과 의견의 단절을 이어줄 후보를 찾아냅시다. 미래전망에 대한 신뢰 여부는 그간의 실천과 성과로 평가합시다.

2019년은 전국 단위 공직선거는 없지만 매해 그렇듯 당적 판단과 대외 정치가 시급한 순간들이 많을 것입니다. 남은 힘을 잘 추스르고 새로 모아내며 당 내외에서 관계를 맺어가는 일에 각자의 자리에서, 각각의 입장을 존중하며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 돈보다 생명이 중한 세상, 빼앗기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 사람과 사람이 평등하고 사람과 자연이 조화로운 세상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갑시다.

2019년 1월1일

노동당 비상대책위원장 나도원

 

[민중당 이상규 상임대표 신년 메시지]

2019년 분단적폐 청산, 재벌적폐 청산, 사회대개혁을 위해 뛰겠습니다

민중당 상임대표 이상규입니다.

2018년은 분단과 대결의 시대에서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시대로 발걸음을 디딘 역사적인 해였습니다. 남북의 군사 적대행위는 중단되고 이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부패와 혼란에 빠트린 적폐세력들의 준동은 여전합니다. 사법적폐의 추악한 실상이 낱낱이 밝혀졌음에도 적폐판사들이 도처에서 저항하고, 분단적폐와 재벌적폐도 머리를 쳐들기 시작했습니다.

감옥에 있어야 할 삼성 이재용은 대통령과 함께 해외 순방을 가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의분식회계 판정에도 주식거래가 재개되었습니다. 미국 최대 에너지기업인 엔론사는 2001년 15억 달러의 분식회계와 주가조작으로 회장이 24년형을 받고 복역 중에 감옥에서 사망하였고, 엔론사는 결국 파산, 당시 회계감사를 맡은 아서앤더슨이라는 회사는 폐업이 되었습니다. 미국과 달리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편법 경영승계를 일삼아 온 삼성은 건재함을 넘어 오히려 정권을 낚아채고 있습니다.

‘더불어 자한당’이라는 신조어가 돌 정도로 집권여당은 촛불정신의 의미를 후퇴시켰습니다. 기껏 올려놓은 최저임금은 최저임금 산입으로 누더기로 만들었고,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은 탄력근로제 확대로 무력화하였으며, 정치개혁을 위한 연동형비례제 역시 공전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위험의 외주화 중단을 계속 외쳐야 하는 현실입니다.

농정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살농정책과 차이가 없습니다. 밥 한끼에 300원 보장하라는 농민들의 요구에도 답이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 적폐 청산과 사회대개혁은 쉼 없이 이뤄져야 합니다.

민중당은 2018년 사법적폐 청산과 자주통일시대를 만들기 위해 모든 당력을 집중하였습니다.

47명의 적폐판사지도를 만들어 전국에 배포하고 1인시위, 정당연설회, 촛불문화제, 시국회의, 대법원 광화문 국회 앞 농성을 이어갔습니다. 결국 임종헌은 구속되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구속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다수 국민의 뜻대로 사법적폐 청산 투쟁은 머지않아 승리할 것입니다.

이 힘을 모아 2019년은 분단적폐 청산, 재벌적폐 청산, 사회대개혁을 위해 뛰겠습니다.

한 번도 청산되지 못한 친일잔재세력이 분단적폐의 한 축입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친일잔재 청산을 위해 나서겠습니다.

재벌적폐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공정경제를 이룰 수가 없습니다.

전 세계 최초로 노점상, 철거민이 중심이 되어 빈민당을 창당하였습니다.

노동자, 농민, 여성, 청년, 빈민의 직접정치를 실현하는 진보정당으로 더욱 힘을 키워가겠습니다.

2019년 황금돼지해가 오고 있습니다.

황금돼지는 행운과 재복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노동자 농민 서민이 행복하고 의식주 걱정 없는 대한민국, 평화와 번영이 넘실대는 통일조국을 만들기 위해 민중당은 힘차게 달려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새해에도 뜻 하시는 바 모두 이루시고,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2018년 12월31일

민중당 상임대표 이상규

 

정의당 이정미 대표, 2019년 새해 인사말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정의당 대표 이정미입니다.

기해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황금 돼지의 해를 맞아 여러분 모두 다복한 한해 되시길 바랍니다.

2018년 대한민국은 환호와 절망이 교차한 시간이었습니다. 반세기 이상 굳건히 이어져온 한반도 냉전에 해체 가능성을 열어내고, 평화의 이정표를 또렷이 세웠습니다. 국민들이 환호했고, 세계가 축하를 건넸습니다.

그러나 60년 냉전마저 녹여낸 그 가능성이 민생개혁 앞에서는 굳건히 문을 닫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굴뚝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비정규직 청년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홀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미투’에서 시작된 ‘위드유’의 열기는 여성의 삶이 변화하기도 전에 빠르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이분들도 2년 전에는 변화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섰고, 내 삶을 바꿀 만한 후보에게 표도 던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변화가 유예되고 개혁이 지체된 사이 국민들이 퇴출을 명했던, 또 역사 속으로 퇴장한 줄 알았던 기득권은 하나둘 결집해 또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촛불 3주년을 맞은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9년은 위태롭게 흔들리는 개혁의 방향을 다잡는 한해여야 합니다. 몸집을 키워가는 기득권역풍을 차단하고, 중단 없는 변화의 바람을 재촉해야 합니다. 정의당이 그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비정규직, 여성과 청년노동자, 중소상공인들의 삶을 바꿔내겠습니다. 누구나 바라는 만큼 기회를 누리고, 최선을 다한 만큼 성과를 얻는 한해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모두가 인간적 존엄을 누리고, 거침없이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한해를 앞당기겠습니다.

한국정치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겠습니다. 변화를 바라는 평범한 국민들의 한 표가 헛되이 버려지지 않도록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습니다.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노회찬 정신을 계승하고 <6411번 버스의 투명인간들>을 힘 있게 대변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정의당은 더 나은 민주주의의 새로운 판을 짜고, 중단 없는 개혁을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2019년 1월1일

정의당 대표 이정미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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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 새해 '교통정리' 해드립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1/01 12:55
  • 수정일
    2019/01/01 12:55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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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풀터널에서 월미은하레일까지... 2019년 개통하는 도로와 철도

19.01.01 11:49l최종 업데이트 19.01.01 11:49l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 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 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2019년에도 다양한 철도와 도로가 개통되어 시민들을 실어 나를 예정이다.
2019년에도 다양한 철도와 도로가 개통되어 시민들을 실어 나를 예정이다.ⓒ 박장식
 
격동의 2018년이 지나가고 2019년, 기해년이 올 차례이다. 2018년에는 교통과 관련된 여러 변동사항이 있었다. 옥산-오창 간 고속도로 등 여러 고속도로가 개통했고, 소사-원시 간 복선전철이 서해선이라는 이름으로 개통했다. 지지부진했던 9호선의 6량화가 완료되고, 3단계 구간이 개통하기도 했다. 말일부터는 분당선도 하루 아홉 번 청량리역까지 다니기 시작한다.

2019년에도 서울 5호선, 김포도시철도 등 여러 철도노선의 개통이 사람들을 기다린다. 지지부진했던 교량과 터널 등 개통을 기다리는 도로 사업이 상당하다. 2019년에는 어떤 대중교통 노선들이 시민의 품에 안길까. 방문객의 편의를 더하고 주민들의 가는 길이 빨라질 새로운 '교통 선물'을 소개한다.

고속도로 개통 소식 적지만... '꼭 필요한 길' 열려
 
 경부고속도로 위로 차량이 시원스레 내달리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위로 차량이 시원스레 내달리고 있다.ⓒ 박장식
 
2019년은 고속도로 개통 소식이 적다. 상당수 인프라가 이미 구축된 데다가 장기 계획을 갖고 고속도로를 공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필요한 고속도로 연결로나 구간, 교량이나 일주도로 등이 개통되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그럼 어떤 고속도로 구간과 도로, 교량, 터널이 개통될까?

경부고속도로와 용인서울고속도로의 교차점에 세워진 금토분기점이 지난 27일 완전개통되었다. 용인서울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사이의 연결로가 양방향으로 확보되면서, 광교와 수원 일대에서 서울 도심으로 편리하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시화멀티테크노밸리의 연결 고속도로는 2019년 말 개통된다. 이 구간은 추후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의 일부로 활용된다. 이에 따라 그간 착공도 하지 못한 채 장기계획으로 묶여 있던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의 안산-인천 구간 추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울릉도 일주도로 역시 2019년 3월, 공사 55년 만에 개통식을 갖는다. 그에 앞서 28일 개통하여 울릉도를 한바퀴 돌 수 있게끔 한다. 뱃길이나 산길, 빙 돌아가는 일주도로 외에는 갈 방법이 없었던 천부와 저동 사이가 차로 20분이면 연결된다. 울릉도 주민과 관광객에게는 '연말 선물'인 셈이다. 

이외에도 신안군의 새천년대교가 2019년 개통을 앞두고 있다. 신안군 일대 10여 개의 섬과 압해도를 잇는 새천년대교의 개통으로 신안군 도서지역이 육지와 가까워질 전망이다. 또한 구 정보사 부지에 건설되는 서울 서초구의 서리풀터널이 2019년 개통되는데, 강남 일대의 교통망을 원활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인선은 완전 재개통, 전철 타고 '임진각'도
 
 수인선 열차가 소래포구 앞을 지나고 있다. 2019년 12월이면 이 열차가 수원을 넘어 분당, 왕십리까지 향할 전망이다.
수인선 열차가 소래포구 앞을 지나고 있다. 2019년 12월이면 이 열차가 수원을 넘어 분당, 왕십리까지 향할 전망이다.ⓒ 박장식
 
수도권 전철로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수인선의 마지막 미개통 구간이었던 한대앞-수원 구간은 2019년 12월 개통된다. 이와 동시에 경의선과 중앙선이 한 노선이 되었듯 분당선과 수인선이 직결되어 왕십리에서 분당, 수원, 안산을 거쳐 인천으로 향하는 커다란 수도권 외곽순환 노선망이 생겨날 예정이다.

수인선이 2019년 개통하게 되면 1974년 인천-송도 구간 운행 중단 이후 무려 45년 만에 수인선이 완전 재개통된다. 산업화 이후 도로교통이 강세였던 인천과 안산, 수원에 새로운 흐름이 생겨나는 셈이다. 또 협궤열차 운행 당시 무려 두 시간 가까이 소요되었던 인천과 수원 사이의 거리는 55분으로 크게 줄어들 예정이다.

12월부터는 경의중앙선 전철을 타고 평화의 상징인 임진각으로 편리하게 향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문산-임진강 사이의 6km 구간의 전철화가 진행되면서, 편리하게 전철을 타고 임진각 평화누리 등을 방문할 수 있게 된다. 도라산역, JSA 등을 관람하는 연계 투어 역시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5호선은 하남까지, 김포에는 도시철도가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서울 바깥 첫 구간인 '하남선'이 2019년 6월 개통한다. 6월 개통하는 구간은 상일동역에서 하남 미사지구를 거쳐 덕풍지구로 향하는 1단계 구간이다. 하남에 들어오는 첫 번째 도시철도인 하남선은 그간 도시철도의 수혜를 입지 못했던 하남 지역의 교통 편의를 크게 증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0년 개통될 2단계 구간인 덕풍역-하남시청역-검단산역 구간은 하남의 도심을 그대로 관통하는 노선으로, 러시아워 및 나들이철마다 정체에 시달리는 미사대로와 올림픽대로로 인한 교통 전쟁에 몸살을 앓던 지역 주민의 고통 역시 덜 전망이다. 

김포에는 첫 번째 도시철도가 들어온다. 2018년 말 개통 예정이었으나, 안전검사 및 시운전 등으로 개통이 늦춰져 2019년 7월 개통을 확정지은 김포도시철도 '골드라인'은 김포공항역과 고촌, 김포 구도심, 그리고 한강신도시를 잇는 노선이다. 버스교통에 의지해야 했던 김포시의 광역교통이 한층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김포공항역에는 환승통로가 설치되고, 역 출입구 역시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는 등 7월 개통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갖춰져 있다. 2량 1편성이라는 작은 열차의 크기로 인해 과한 혼잡이 우려되는 점이 있어, 앞으로의 수요 분산 및 과밀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점은 아쉽다.

정동진행 KTX 가능해질까... 대구선은 복선전철화
 
 경강선과 영동선을 잇는 삼각선이 개통되면 KTX 열차가 진부역에서 바로 정동진역, 동해역으로 향할 수 있게 된다. 사진은 영동선 정동진역의 모습.
경강선과 영동선을 잇는 삼각선이 개통되면 KTX 열차가 진부역에서 바로 정동진역, 동해역으로 향할 수 있게 된다. 사진은 영동선 정동진역의 모습.ⓒ 박장식
 
강원도 원주와 강릉을 잇는 경강선 노선의 마지막 미개통 구간이 내년 말 개통된다. 남강릉신호장과 안인역 사이를 잇는 삼각선이 늦은 토지보상을 마치고 공사에 들어갔다. 1.9km의 짧은 구간이지만, 이 노선이 개통하면 서울역을 출발한 KTX가 진부역에서 바로 정동진역, 동해역 등으로 향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동해선 삼척-영덕 구간이 개통되면 '동해 경유 포항행' KTX도 만날 수 있게 된다.

대구와 영천 사이를 잇는 짧은 철도인 대구선의 복선전철화 사업이 2019년 완료된다. 평행하게 서울과 부산을 잇는 두 철도노선인 경부선과 중앙선을 잇는 대구선은 그간 선로용량 부족 문제에 시달려 왔다. 복선전철화 사업이 완료되면 대구권 광역전철, 중앙선 열차 운용 등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 동해선의 '강 위의 역', 원동역도 뒤늦은 공사를 마치고 2019년 12월 문을 연다. 재송역과 안락역 사이 수영강 교량 한가운데에 지어지는 원동역은 해운대구와 동래구 일대의 지역주민들의 교통 편의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예상 이용객 수에 비해 역사의 크기가 작아 우려된다.

인천의 트러블메이커, 새 삶 찾을까
 
 2018년 1월 찾은 월미도의 월미은하레일 궤도가 쓰임새를 찾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2018년 1월 찾은 월미도의 월미은하레일 궤도가 쓰임새를 찾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 박장식
 
2010년 개통 예정이었으나 궤도가 뒤틀리고 교량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는 등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고 시험운행 중 고장이 발생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월미은하레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랬던 월미은하레일이 월미궤도차량이라는 이름으로 개통의 실마리를 찾았다.

문제가 되었던 궤도를 보강하고 차량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공사가 완료되었다. 현재는 46명 정원의 열차 10대를 반입해 한창 시운전 중이다. 월미궤도차량을 운영하는 인천교통공사는 빠르면 오는 5월 개통해 시민들이 탑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대부분의 철도와 고속도로, 도로 개통은 제 시간을 지키는 경우가 많지 않다. 2018년 개통되어야 할 철도 노선들이 한 해 밀려 2019년 개통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는 3~4년 이상 미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여론의 관심이 크지 않은 시험철도, 화물배후도로 등이 늦춰지는 개통으로 인해 엿가락처럼 개통 시기가 늘어나는 경우도 많다.

2019년에는 예산 수급 문제로 공정률이 낮거나 안전 시설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는 등의 문제로 기반시설 개통 지연이 줄어들었으면 한다. 개통 일자가 한 달씩, 일 년씩 늦춰져 간다며 여러 번 기워놓은 안내 현수막을 보고 싶지 않다.

덧붙이는 글 | 기사의 일부 내용, 개통 정보 등은 한우진 교통평론가의 사이트 '미래철도DB'를 참조하였습니다. 부동산 업체 등의 기사 무단전재를 강력히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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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 새해 '교통정리'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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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1/0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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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1/0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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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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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풀터널에서 월미은하레일까지... 2019년 개통하는 도로와 철도

19.01.01 11:49l최종 업데이트 19.01.01 11:49l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 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 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2019년에도 다양한 철도와 도로가 개통되어 시민들을 실어 나를 예정이다.
2019년에도 다양한 철도와 도로가 개통되어 시민들을 실어 나를 예정이다.ⓒ 박장식
 
격동의 2018년이 지나가고 2019년, 기해년이 올 차례이다. 2018년에는 교통과 관련된 여러 변동사항이 있었다. 옥산-오창 간 고속도로 등 여러 고속도로가 개통했고, 소사-원시 간 복선전철이 서해선이라는 이름으로 개통했다. 지지부진했던 9호선의 6량화가 완료되고, 3단계 구간이 개통하기도 했다. 말일부터는 분당선도 하루 아홉 번 청량리역까지 다니기 시작한다.

2019년에도 서울 5호선, 김포도시철도 등 여러 철도노선의 개통이 사람들을 기다린다. 지지부진했던 교량과 터널 등 개통을 기다리는 도로 사업이 상당하다. 2019년에는 어떤 대중교통 노선들이 시민의 품에 안길까. 방문객의 편의를 더하고 주민들의 가는 길이 빨라질 새로운 '교통 선물'을 소개한다.

고속도로 개통 소식 적지만... '꼭 필요한 길' 열려
 
 경부고속도로 위로 차량이 시원스레 내달리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위로 차량이 시원스레 내달리고 있다.ⓒ 박장식
 
2019년은 고속도로 개통 소식이 적다. 상당수 인프라가 이미 구축된 데다가 장기 계획을 갖고 고속도로를 공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필요한 고속도로 연결로나 구간, 교량이나 일주도로 등이 개통되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그럼 어떤 고속도로 구간과 도로, 교량, 터널이 개통될까?

경부고속도로와 용인서울고속도로의 교차점에 세워진 금토분기점이 지난 27일 완전개통되었다. 용인서울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사이의 연결로가 양방향으로 확보되면서, 광교와 수원 일대에서 서울 도심으로 편리하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시화멀티테크노밸리의 연결 고속도로는 2019년 말 개통된다. 이 구간은 추후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의 일부로 활용된다. 이에 따라 그간 착공도 하지 못한 채 장기계획으로 묶여 있던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의 안산-인천 구간 추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울릉도 일주도로 역시 2019년 3월, 공사 55년 만에 개통식을 갖는다. 그에 앞서 28일 개통하여 울릉도를 한바퀴 돌 수 있게끔 한다. 뱃길이나 산길, 빙 돌아가는 일주도로 외에는 갈 방법이 없었던 천부와 저동 사이가 차로 20분이면 연결된다. 울릉도 주민과 관광객에게는 '연말 선물'인 셈이다. 

이외에도 신안군의 새천년대교가 2019년 개통을 앞두고 있다. 신안군 일대 10여 개의 섬과 압해도를 잇는 새천년대교의 개통으로 신안군 도서지역이 육지와 가까워질 전망이다. 또한 구 정보사 부지에 건설되는 서울 서초구의 서리풀터널이 2019년 개통되는데, 강남 일대의 교통망을 원활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인선은 완전 재개통, 전철 타고 '임진각'도
 
 수인선 열차가 소래포구 앞을 지나고 있다. 2019년 12월이면 이 열차가 수원을 넘어 분당, 왕십리까지 향할 전망이다.
수인선 열차가 소래포구 앞을 지나고 있다. 2019년 12월이면 이 열차가 수원을 넘어 분당, 왕십리까지 향할 전망이다.ⓒ 박장식
 
수도권 전철로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수인선의 마지막 미개통 구간이었던 한대앞-수원 구간은 2019년 12월 개통된다. 이와 동시에 경의선과 중앙선이 한 노선이 되었듯 분당선과 수인선이 직결되어 왕십리에서 분당, 수원, 안산을 거쳐 인천으로 향하는 커다란 수도권 외곽순환 노선망이 생겨날 예정이다.

수인선이 2019년 개통하게 되면 1974년 인천-송도 구간 운행 중단 이후 무려 45년 만에 수인선이 완전 재개통된다. 산업화 이후 도로교통이 강세였던 인천과 안산, 수원에 새로운 흐름이 생겨나는 셈이다. 또 협궤열차 운행 당시 무려 두 시간 가까이 소요되었던 인천과 수원 사이의 거리는 55분으로 크게 줄어들 예정이다.

12월부터는 경의중앙선 전철을 타고 평화의 상징인 임진각으로 편리하게 향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문산-임진강 사이의 6km 구간의 전철화가 진행되면서, 편리하게 전철을 타고 임진각 평화누리 등을 방문할 수 있게 된다. 도라산역, JSA 등을 관람하는 연계 투어 역시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5호선은 하남까지, 김포에는 도시철도가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서울 바깥 첫 구간인 '하남선'이 2019년 6월 개통한다. 6월 개통하는 구간은 상일동역에서 하남 미사지구를 거쳐 덕풍지구로 향하는 1단계 구간이다. 하남에 들어오는 첫 번째 도시철도인 하남선은 그간 도시철도의 수혜를 입지 못했던 하남 지역의 교통 편의를 크게 증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0년 개통될 2단계 구간인 덕풍역-하남시청역-검단산역 구간은 하남의 도심을 그대로 관통하는 노선으로, 러시아워 및 나들이철마다 정체에 시달리는 미사대로와 올림픽대로로 인한 교통 전쟁에 몸살을 앓던 지역 주민의 고통 역시 덜 전망이다. 

김포에는 첫 번째 도시철도가 들어온다. 2018년 말 개통 예정이었으나, 안전검사 및 시운전 등으로 개통이 늦춰져 2019년 7월 개통을 확정지은 김포도시철도 '골드라인'은 김포공항역과 고촌, 김포 구도심, 그리고 한강신도시를 잇는 노선이다. 버스교통에 의지해야 했던 김포시의 광역교통이 한층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김포공항역에는 환승통로가 설치되고, 역 출입구 역시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는 등 7월 개통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갖춰져 있다. 2량 1편성이라는 작은 열차의 크기로 인해 과한 혼잡이 우려되는 점이 있어, 앞으로의 수요 분산 및 과밀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점은 아쉽다.

정동진행 KTX 가능해질까... 대구선은 복선전철화
 
 경강선과 영동선을 잇는 삼각선이 개통되면 KTX 열차가 진부역에서 바로 정동진역, 동해역으로 향할 수 있게 된다. 사진은 영동선 정동진역의 모습.
경강선과 영동선을 잇는 삼각선이 개통되면 KTX 열차가 진부역에서 바로 정동진역, 동해역으로 향할 수 있게 된다. 사진은 영동선 정동진역의 모습.ⓒ 박장식
 
강원도 원주와 강릉을 잇는 경강선 노선의 마지막 미개통 구간이 내년 말 개통된다. 남강릉신호장과 안인역 사이를 잇는 삼각선이 늦은 토지보상을 마치고 공사에 들어갔다. 1.9km의 짧은 구간이지만, 이 노선이 개통하면 서울역을 출발한 KTX가 진부역에서 바로 정동진역, 동해역 등으로 향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동해선 삼척-영덕 구간이 개통되면 '동해 경유 포항행' KTX도 만날 수 있게 된다.

대구와 영천 사이를 잇는 짧은 철도인 대구선의 복선전철화 사업이 2019년 완료된다. 평행하게 서울과 부산을 잇는 두 철도노선인 경부선과 중앙선을 잇는 대구선은 그간 선로용량 부족 문제에 시달려 왔다. 복선전철화 사업이 완료되면 대구권 광역전철, 중앙선 열차 운용 등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 동해선의 '강 위의 역', 원동역도 뒤늦은 공사를 마치고 2019년 12월 문을 연다. 재송역과 안락역 사이 수영강 교량 한가운데에 지어지는 원동역은 해운대구와 동래구 일대의 지역주민들의 교통 편의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예상 이용객 수에 비해 역사의 크기가 작아 우려된다.

인천의 트러블메이커, 새 삶 찾을까
 
 2018년 1월 찾은 월미도의 월미은하레일 궤도가 쓰임새를 찾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2018년 1월 찾은 월미도의 월미은하레일 궤도가 쓰임새를 찾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 박장식
 
2010년 개통 예정이었으나 궤도가 뒤틀리고 교량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는 등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고 시험운행 중 고장이 발생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월미은하레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랬던 월미은하레일이 월미궤도차량이라는 이름으로 개통의 실마리를 찾았다.

문제가 되었던 궤도를 보강하고 차량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공사가 완료되었다. 현재는 46명 정원의 열차 10대를 반입해 한창 시운전 중이다. 월미궤도차량을 운영하는 인천교통공사는 빠르면 오는 5월 개통해 시민들이 탑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대부분의 철도와 고속도로, 도로 개통은 제 시간을 지키는 경우가 많지 않다. 2018년 개통되어야 할 철도 노선들이 한 해 밀려 2019년 개통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는 3~4년 이상 미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여론의 관심이 크지 않은 시험철도, 화물배후도로 등이 늦춰지는 개통으로 인해 엿가락처럼 개통 시기가 늘어나는 경우도 많다.

2019년에는 예산 수급 문제로 공정률이 낮거나 안전 시설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는 등의 문제로 기반시설 개통 지연이 줄어들었으면 한다. 개통 일자가 한 달씩, 일 년씩 늦춰져 간다며 여러 번 기워놓은 안내 현수막을 보고 싶지 않다.

덧붙이는 글 | 기사의 일부 내용, 개통 정보 등은 한우진 교통평론가의 사이트 '미래철도DB'를 참조하였습니다. 부동산 업체 등의 기사 무단전재를 강력히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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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한겨레 신년사 “온 강토를 광복의 기운으로”

등록 :2019-01-01 07:14수정 :2019-01-01 10:28

 

 

신년에 부쳐-평화와 독립의 원년
1919년 일본에서 2⋅8 독립 선언문을 발표한 도쿄 유학생들. 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
1919년 일본에서 2⋅8 독립 선언문을 발표한 도쿄 유학생들. 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

 

<편집자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숨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기미년(1919) 새해가 밝았다. 하나 신년을 맞이하는 백성들 마음에는 근심만 무량하다.

 

돌아보건대 지난 무오년(1918)은 굶주림과 폭압으로 얼룩진 고통의 시기였다. 쌀 한되에 11전에서 36전, 근 삼년 내리 세곱절이나 폭등한 쌀값에 식민지 조선 민초들은 찰흙에 기장과 조 같은 서속(黍粟) 가루를 섞어 쪄서 먹거나 풀뿌리 나무껍질을 씹으며 겨우 연명하고 있다. 충청·전라·경상 삼남에선 기근 탓에 살아 있는 아이를 땅에 묻는 극악한 일도 벌어진다고 하니 민생이 도탄에 빠졌음을 누가 부인할 수 있으랴. 구라파(유럽)를 휩쓴 세계대전으로 물가가 앙등한데다 가뭄으로 인하여 작황이 부실한 것이 원인이라고 총독부는 주장하지만, 일본 정부가 자국의 쌀값 안정을 위해 조선쌀을 일본으로 반출한 것이 작금의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아는 바다. 일본인이 흙을 파서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말이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국을 감염시킨 독감으로 14만명이나 목숨을 잃은 애석한 사건은 식민통치의 무능함을 일깨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독감으로 숨진 일본인이 조선인의 십분지 일도 아니 된다는 점은 무오년 독감이 정치와 무관한 유행성 질병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이러고서도 내지(일본 본토)와 조선은 차별이 없다고 할 것인가. 일본인이 조선인을 멸시하며 부르는 ‘요보’(여보)라는 말, 조상묘까지도 공동묘지로 옮기라는 반인륜 행정, 조선인에 대한 직장 내 승급과 수당 제외 따위 일상의 차별을 말해 무엇하랴. 오호통재라, 식민지 백성의 설움이다. 나라 잃은 백성에게 신년이 무슨 대수란 말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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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탄에 빠진 민초들의 기근이 
어찌 가뭄 탓이라 하는가
일제의 잔혹한 수탈도
저항정신만은 빼앗지 못하리라

 

 

시선을 밖으로 돌리면 구라파를 덮은 포연은 아직도 자욱하다. 세계대전은 1천만명 넘는 목숨을 앗고 나서야 4년 만인 지난해 11월11일 끝이 났다. 이달 불란서(프랑스) 파리에서는 전범국의 식민지 처리를 두고 영국·불란서 등 전승국들이 강화회의를 연다. 여기에서 조선에 대한 처리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우리는 국제정세에 어두웠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고, 서구 열강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해야 할 터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만백성 뜻을 모아 일본 식민통치의 부당함과 대한 독립의 정당성을 세계만방에 알리는 기미년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서구 열강이 우리에게 독립을 가져다줄 거라 막연하게 믿고 있을 수만은 없다. 세계 모든 나라는 결국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는 사실 또한 국제정치의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조선 스스로 독립을 쟁취할 실력이 없다면 그 누구도 우리를 도와줄 수 없다는 자명한 이치를 잊으면 아니 된다. 이러한 사정에서 의병장 허위(許蔿)의 문하인 박상진(朴尙鎭)을 주축으로 을묘년(1915) 7월 대구에서 비밀결사된 대한광복회의 활동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초 전국 조직망이 발각되어 주요 인물이 체포된 대한광복회는 국권 회복과 공화제 실현을 목적으로 △부호의 의연(기부) 및 일본인이 불법 징수하는 세금 압수로 무장 준비 △만주에 사관학교를 설치하여 독립전사 양성 △중국·노서아(러시아) 등에 의뢰하여 무기 구입 △무력이 준비되는 대로 일본인 섬멸전을 단행하여 최후 목적 달성의 강령을 내세운 바 있다. 외교가 아닌 무력으로 독립을 이루자는 말이다.

 

우리는 무오년이 저항의 시절이었다는 것도 자랑스럽게 기억해야 한다. 일본의 총칼에 나라를 빼앗긴 지 10년이 되는 동안 총독부는 무력으로 우리를 짓밟고 짓눌렀다. 문명국을 자처했지만 조선인에게만 태형이 내려져 숱한 조선인을 반신불구로 만들었으며, 일본도를 찬 헌병들이 길목마다 지켰고 훈도시를 찬 교사들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이렇듯 폭력과 공포가 가중되는 시대였지만 조선인은 무오년에만 50여회 동맹파업을 일으켰고 지방에선 쌀값 폭등으로 인한 폭동이 끊이지 않았다. 일본이 우리 강토를 짓밟고 앗아갔지만 우리 조선인의 저항 정신만은 빼앗지 못한 것이다.

 

기미년 새해, 밖으로는 독립 기운이, 안으로는 평화 기세가 더욱 퍼져나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겨레신문>은 조선 백성의 입장에서 독립과 평화의 길에 함께할 것임을 거듭 선언하는 바이다.

 

 

☞‘1919 한겨레’ PDF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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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76501.html?_fr=mt1#csidx8bc407e967c09049e729ee6c2e341c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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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남북은 통일의 전성기로, 미국에겐 경고

신년사 남북은 통일의 전성기로, 미국에겐 경고
 
 
 
김영란 기자 
기사입력: 2019/01/01 [10:0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1월 1일 오전 9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자주시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1월 1일 오전 9시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는 <우리민족끼리정신>을 확고히 앞세워 나간다면,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갈 수 있다는 것과북미관계에 있어서는 미국이 북의 인내심을 오판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군사분야 합의서는 사실상 불가침선언이라며 중대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난해 남북이 장애와 난관을 극복하고 철도와 도로산림보건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 있는 첫 걸음을 띄었다고 언급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아직은 첫걸음에 불과하지만 북남이 불신과 대결의 상태에서 신뢰와 화해의 관계로 전환된 것은 경의적인 성과이며 대단히 만족하게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귀중한 성과에 토대해 2019년 조국통일에서 더 큰 전진을 이루자고 호소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역사적인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하여 통일의 전성기 이뤄나가자고 밝히면서 군사적 적대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군사훈련을 완전 중단할 것과 교류협력을 전면적으로 할 것과 특히 전제조건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세의 간섭과 개입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남북관계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2019년에는 더 빠른 속도로 우리 민족끼리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고 밝힌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에게는 지난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북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주동적으로 취한 것에 대해서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경고를 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우리의 인내심을 오판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혀미국이 빠르게 행동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병진노선이라는 말은 없었으나,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는 가늠할 수 있다.

 

미국이 북에 상응하는 조치없이제재를 계속 유지한다면북미간 대화는 없을 것이며다시 힘으로 제압하는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북의 전망을 밝히는 부분에서 <국방분야>에 대해서 비교적 뒷부분에서 과제를 제시했다이는 그만큼 북이 <국방분야>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만들지도허용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김정은 위원장이 아직은 신뢰를 보이고 있는 만큼 빠르게 결단을 내려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김정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는 남북우리민족에게는 통일이라는 자신감을미국에게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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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무인 일제, 굶주린 궁민들은 분노한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3·1운동 100주년, 한겨레 ‘1919년 판 지면’… 새해부터 ‘최저임금 폭탄’ 과장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2019년 01월 01일 화요일
 

한겨레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2019년 1월1일 지면을 ‘1919년 판’으로 제작하는 신선한 시도를 보였다.

한겨레는 “100년 전 ‘오늘’로 여러분을 초대한다”며 1일 1~2면 지면에 100년전 편집 양식을 적용했다. “김규식, 파리강화회의 간다”(1면), “일본순사 매질은 조선사람만 골라 때리나”(1면) 등 기사도 100년 전 당대 내용이다.

 

▲ 1월1일 한겨레 1면
▲ 1일 한겨레 1면
 
▲ 1일 한겨레 2면
▲ 1일 한겨레 2면
 

 

“기미년 밝았다, 온 강토를 광복의 기운으로” 제목의 신년사가 한겨레 1면 톱기사다. 기사는 “폭력과 공포가 가중되는 시대였지만 조선인은 무오년에만 50여회 동맹파업을 일으켰고 지방에선 쌀값 폭등으로 인한 폭동이 끊이지 않았다”며 “일본이 우리 강토를 짓밟고 앗아갔지만 우리 조선인의 저항 정신만은 빼앗지 못한 것”이라 짚는다.

‘돌림감기’(전염성 감기)로 1918년 14여만명이 사망한 실태(“해 넘기도록 맹렬한 돌림감기”), 독립운동가 김규식이 1919년 1월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해 조선 독립 정당성을 알리게 될 거란 소식, 일제 쌀 수탈 정책으로 폭등한 쌀값에 대한 국민적 분노(“안하무인 일제, 굶주린 궁민들은 분노한다”) 등도 담겼다.  

한겨레는 “이번 기획을 위해 기획취재팀을 꾸려 3개월 간 당시 ‘매일신보’, 판결문, 심문조서와 같은 1차 사료를 비롯해 100여편 관련 논문, 50여종의 연구서 등을 두루 참고하는 것은 물론 전문가 20여명 자문을 거쳤다”고 밝혔다.  

 

▲ 1일 경향신문 1면
▲ 1일 경향신문 1면
 
▲ 1일 국민일보 1면
▲ 1일 국민일보 1면
 
▲ 1일 한국일보 1면
▲ 1일 한국일보 1면
 

 

9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중 조선일보·중앙일보를 제외한 7개 신문이 3·1운동 100주년 기념 기획보도를 비중있게 실었다. 경향신문은 3·1운동 정신을 기리며 자주적인 한반도 평화 번영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국민일보는 이념·계층·성별 갈등이 깊어진다며 교파·이념을 초월해 민족조선을 초월한 임시정부 통합정신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3·1운동 100주년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모든 학문은 AI로 통하라, MIT의 교육혁명” 1면에 실으며 미국 미국 매사추세츠공대가 “AI(인공지능)는 인문계 학생도 사용해야 할 미래 언어로 규정했다”며 1조원을 투입해 AI관련 단과대를 만든 시도를 소개했다.  

동아일보·세계일보·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때리기’를 계속했다. 동아일보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민주당 지지층마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기조에 불만을 드러낸다”며 “민주당 지지층 64.9%가 소득주도성장 기조가 변해야 한다 답했다”고 지적했다.(“여당 지지층서도 ‘소득주도성장 기조 바꿔야’ 65%” 10면)

 

▲ 1일 동아일보 1면
▲ 1일 동아일보 1면
 
▲ 1일 세계일보 2면
▲ 1일 세계일보 2면
 

세계일보도 “(자체 설문한) 경제전문가 50명 중 23명이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중 가장 잘못한 부분으로 꼽았다”며 ‘이념에 빠져 시장에 맞서는 정책을 펴며 경제를 오히려 위축시켰다’는 경제학자 평가를 전했다.(“82% ‘최저임금 인상 가장 잘못… 소득주도성장 수정·폐지해야” 4면) 

‘최저임금 폭탄’ 규정도 계속됐다. 법정 주휴시간(유급 휴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이 기업의 어려운 경영환경과 절박함을 반영하지 않고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란 비판이다. 세계일보는 “새해부터 ‘최저임금 폭탄’… 재계 ‘절박한 외면’” 기사를 2면에 실었다.  

조선일보도 14면에서 “최저임금은 2018년보다 10.9%나 오른(8350원) 반면 산출되는 최저임금 시급은 떨어져 기업들이 이중고를 겪는다”,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0.9%나 오르면서 이에 연동된 실업급여·출산 전후 휴가 급여도 일제히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30년 넘은 시급 책정 관습을 법으로 반영하는 작업인데도 ‘최저임금 폭탄론’이 반복된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비판은 뚜렷한 사설 대립으로 이어졌다. 1일 한겨레 사설 제목은 “‘더불어 잘 사는 사회’로 나아가는 새해되길”이다. 한겨레는 “민생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통해 민간 투자와 소비를 이끌어내고 경제적 약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영세기업과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차질없이 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1일 한겨레 사설
▲ 1일 한겨레 사설
 
▲ 1일 조선일보 사설
▲ 1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2019 文 정부 3년 차, 경제부터 이념에서 실질로” 사설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몰았다. 조선일보는 “2018년은 이념적 가치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운 포퓰리즘이 경제와 민생을 해친 해였다. 낙오한 사람들의 사람들에 대한 안전망과 복지는 다른 차원에서 얼만든지 구축할 수 있다”며 실용주의 정책, 시장 친화적인 정부, 기업을 적대시 하지 않는 정책 등을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과장된 수사를 남발했다.(사설 “경제현장은 벼랑끝인데 與는 ‘지표 나아지고 있다’ 낙관론”) “기업이 최저임금 급등으로 생존 위협에 시달렸다”, “최저임금 인상발 2차 일자리 쇼크와 물가 인상” 등 확인되지 않은 논리가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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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6138#csidx245812ffa1162e8beb19d8eb39bcb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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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위기론, 그 실체는 문재인 정부 죽이기

언론은 근거 있는 논리와 데이터를 통해 보도해야 할 것
 
임병도 | 2018-12-31 08:47:5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지난 12월 25일 JTBC는 <차가운 경기 ‘썰렁한’ 연말…핵심상권에도 빈 상가 ↑>라는 제목으로 경제가 부진하다는 뉴스를 보도합니다.

JTBC 전다빈 기자는 서울의 핵심 상권 중 하나인 홍대 케이크 가게와 종로 고깃집의 사례를 들면서 경기 부진에 거리의 유동인구가 줄면서 매출도 떨어졌다고 보도합니다.

그러나 JTBC 뉴스룸 보도 이후 크리스마스에 홍대에 갔다가 손님이 너무 많아 되돌아왔다는 경험담과 함께 홍대 사진들이 올라왔습니다. 또한, 연말 모임 횟수가 줄어든 이유 중의 하나가 미투 이후 회식이 감소했던 부분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JTBC 뉴스룸의 뉴스는 ‘경제 부진’과 ‘자영업자’의 상황을 보도하려는 의도입니다. 하지만 사회의 모습을 단면만 보여주는 뉴스였습니다.


홍대 상가 월세 15% 인상, 젠트리피케이션에 이미 비었다

JTBC 손석희 앵커는 “홍대 앞이나 종로, 서울의 대표적인 상권들이죠. 웬만해서는 비어있는 상가를 찾기 어려운 곳인데, 지금은 아닙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말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보도였습니다.

▲2016년 조사된 홍대 지역 상가 평균 보증금과 월세

2016년 1월 <젠트리피케이션 충격에 텅 빈 홍대 상가>라는 뉴스 기사가 나왔습니다. 임대료를 자꾸 올려도 승승장구했던 홍대 메인 상권에 텅 빈 가게들이 등장했다는 보도입니다.

보도 이후 마포구청은 2016년 3월부터 두 달 동안 홍대 지역 상가의 임대료 현황을 조사했습니다. 조사해보니 상가 월세는 이전 계약 때보다 평당(3.3㎡)당 1만 7000원(15%), 보증금은 평균 6만 원 (3.2%) 인상됐습니다.

홍대 지역 상가의 평균 보증금은 3.3㎡당 93만 원이고, 월세는 13만 원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로변에 있는 상가 평균 보증금은 392만 원(3.3㎡당), 월세는 20만 원 (3.3㎡당))이었습니다.

▲온라인 임대 사이트에 나온 홍대입구역 상가 임대 광고. 보증금 2억에 월세가 1300만원이고 권리금도 2억이나 된다.

2018년 12월 기준 홍대입구역 상가 임대 현황을 보면 23평 상가의 보증금은 2억이었고, 월세는 1300만 원이었습니다. 여기에 권리금은 2억 원이었습니다.

월세 1300만 원을 내고 여기에 관리비 80만 원, 권리금으로 낸 돈까지 합치면 별다른 계산을 하지 않아도, 엄청난 매출을 올려야 돈을 벌 수 있다고 봐야 합니다.

JTBC 뉴스룸의 보도는 홍대 지역 빈 상가 원인이 2018년 경제 부진이 아니라, 원래부터 치솟는 임대료 때문이라고 보도했어야 합니다.


30년 숙련공으로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는 나라

▲12월 25일 동아일보의 최저임금 관련 기사. 본문을 보면 30년을 일한 숙련공도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 뉴스 화면 캡처

동아일보 염희진, 황성호 기자는 12월 25일에 <“30년 함께한 숙련기술자 내보내… 정부 눈귀 있는지 묻고 싶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합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휴수당 때문에 30년 동안 함께 한 숙련 기술자를 내보낼 수밖에 없다는 봉제공장의 사례를 들면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을 비난한 기사였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자세히 보면 직원 23명 가운데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은 6명에 불과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 6명이 30년, 40년 함께 한 숙련자들이었습니다.

한 직종에서 30년 넘게 일했던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받았는데도 기자는 그 부분에 대한 지적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네티즌이 “30년간 일한 사람이 최저임금을 받는 게 정상인 기업인가?”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30년 숙련공에게 최저임금을 줄 수밖에 없었다면, 대기업에 납품하는 단가가 여전히 낮거나 사장이 엄청난 이득을 취했기 때문으로 봐야 합니다. 사장이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면, 대기업과 하청업자의 문제를 짚어봐야 했습니다.

그러나 동아일보 염희진, 황성호 기자가 작성한 기사에서는 대기업의 하청 단가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자영업자 위기론, 그 실체는 문재인 정부 죽이기

▲2016년 기준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현황

2018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미국 6.3%, 캐나다 8.3%, 스웨덴 9.8%, 독일 10.2%, 일본 10.4%, 프랑스 11.6%, 영국 15.4%, 이태리 23.2%, 한국 25.4%입니다. 2016년과 비교하면 0.5% 낮아졌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하면 높은 편입니다.

숙박업·음식점업·금융보험업·도소매업·건설업·운수업·부동산업·개인서비스업 등은 특별한 기술력이 없다면 망할 수 있는 고위험 업종에 속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유독 고위험 업종에 자영업자가 많습니다.

높은 임대료와 프랜차이즈의 불공정한 관행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가 많으니 건물주와 대기업은 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그저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 이외에는 대안이 없었습니다.

▲2018년 8월 21일 조선일보 1면. 조선,중앙,동아는 물론이고 종편에서도 연일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자가 폐업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조선일보 PDF

최저임금 인상은 부동산을 보유한 건물주와 대기업 입장에서는 언론을 움직여 자영업자의 적은 자신들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라는 프레임을 들고 나올 수 있는 무기가 됐습니다.

갑과 을의 싸움을 을끼리의 싸움으로 만드는 방식은 재벌과 부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전략입니다. 여기에 보수 언론의 문재인 정부 흔들기까지 가세하니 언론마다 경제 정책 실패, 무능한 정권이라는 보도가 이어집니다.

2018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모두 옳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을 정도인가라는 물음에는 과도하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1997년 IMF 이후 증가한 자영업자 문제는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벌어진 위기가 아닙니다. 치솟는 임대료와 대기업 프랜차이즈 관행 등의 복합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언론은 최저임금과 자영업자를 연결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보다는 자영업자의 문제점이 정확히 무엇인지, 근거 있는 논리와 데이터를 통해 보도해야 할 것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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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김태우, 비위 덮으려 희대의 농간...책략은 진실 이기지 못해”

임종석 “민간인 사찰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조국 “블랙리스트 없어”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8-12-31 11:54:17
수정 2018-12-31 11: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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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조국 민정수석은 31일 자유한국당이 제기하고 있는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이 사태의 핵심은 김태우 수사관(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자신의 징계 처분이 확실시되자, 정당한 업무처리를 왜곡해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고, 자신의 비리 행위를 숨기고자 희대의 농간을 부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현안보고를 통해 "이번 사태의 핵심은 김 수사관의 비위 행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위 행위자의 일방적인 허위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마냥 일부 언론에 보도되고 뒤이어 정치쟁점화 됐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 달 전인 11월 29일 조 수석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소속이던 김 수사관 등의 비위 사실이 적발되자 특감반 직원 전원 교체를 요청했고, 임 실장을 이를 받아들여 단행했다.

조 수석은 문제의 김 수사관에 대해 "임용 초기 과거 정부 특감반 활동의 습성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첩보 수집에 대해 경고조치가 내려졌고, 자신을 위한 특혜성 임용시도가 포착된 뒤에는 1개월 근신 조치하는 등 경중에 따라 조치해 왔다"라며 "이후 뇌물죄 수사를 받고 있는 자신의 스폰서와의 유착이라는 심각한 비위가 발각됐길래 민정수석실은 즉시 정식감찰을 개시하고 대검에 정식 조사 및 징계의뢰를 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라고 설명했다. 

조 수석은 "이미 대검 감찰본부의 중징계 결정에 따라 김 수사관 비위의 실체적 진실 일각이 드러났다"라며 "더 나아가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통해 비위 실체가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책략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라며 "왜곡된 주장의 진실이 선명하게 드러나길 희망한다"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조 수석은 "이전 정부와 달리 민간인 사찰을 하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그런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조처해왔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국정농단 사태 를 경험하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실은 모든 업무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왔고, 특감반원의 사찰 의혹도 다단계 점검 체계로 처리했다"라며 "그럼에도 비위 행위가 발생해 국민들께 심려 끼쳐 매우 송구하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조 수석은 "자유한국당에 의해 고발된 당사자이면서 검경 업무를 관장하는 민정수석이 관련 사건에 대해 국회 운영위에 답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이 있었다"라며 "그러나 고 김용균 씨가 저를 이 자리에 소환했다고 생각한다. 민정수석의 운영위 불출석 관행보다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통과가 중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결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하는 건 12년만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조 수석과 함께 운영위에 출석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번 사건의 본질은 비위로 곤경에 처한 범죄 행위자가 자기 생존을 위해 국정을 뒤흔들어보이겠다는 삐뚤어진 일탈 행위"라고 규정하며 "정치적 사찰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민간인 사찰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됐다"라고 강조했다. 

임 실장은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국가정보원의 국내 주요 인물 정보와 기관 동향 정보 기능을 완전히 폐기했다"라며 "민정수석실은 대통령 친인척 등 주변 인사들을 관리하고 청와대를 포함해 정부 및 공공기관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하며, 감찰을 통해 공직자 비리를 상시 예방하고 평가하는 공직기강 확립 기능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정부와 산하기관의 고위 임원에 대한 동향 (파악) 의무와 그에 따른 조치는 민정수석의 정당하고 고유한 업무"라고 강조했다.  

임 실장은 또 "(김 수사관이) 업무과정에서 과거 경험과 폐습을 버리지 못하고 업무 범위를 넘나드는 일탈 행위를 저질렀다"라며 "민정수석실은 매단계 시정명령을 하고 엄중 경고하고 근신조치를 취하는 등 이를 바로 잡으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임 실장은 "그러나 근무 일탈에 멈추지 않았고, 급기야 (김 수사관의) 스폰서로 알려진 건설업자가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경찰청 특수과를 찾아가서 청와대의 관심 사건인 것처럼 위장해 사건에 개입하려 했다"라며 "민정수석은 그를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차제에 검찰에 돌려보내는 강력한 쇄신 절차를 밟았다"라고 강조했다.  

임 실장은 김 수사관에 대해 "그는 자신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결심한 사람처럼 보인다. 동료들의 흠결을 들춰내 (언론에) 넘기고, 직권남용으로 수집한 부정확환 정보를 일방적으로 유포하고 있다"라고 비판한 뒤 "그의 비위 혐의는 이미 대검찰청 감찰 결과에서 모두 사실로 드러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임 실장은 "물론 비서실의 불찰도 뼈아프게 생각한다. 왜 그런 비위 혐의자를 애초에 걸러내지 못했는지, 왜 좀 더 일찍 (원대로) 돌려보내지 못했는지, 왜 좀 더 엄하게 청와대의 공직기강을 세우지 못했는지, 따가운 질책은 달게 받겠다"라며 "저는 비서실의 책임자로서 대통령께 죄송하고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무한한 책임감 느낀다. 언제든 비서실장으로서 필요한 책임을 지겠다"라며 "그러나 민정수석실이 김 전 특감반원에 대해 취한 조치는 운영지침과 원칙에 맞는 합당한 것이었다. 오히려 어물쩍 덮으려 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책임 물어야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실장은 언론을 향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일부 언론이 범죄 행위자가 일방적으로 생산, 편집, 유포하는 걸 객관적으로 검증도 안 하고 보도하는 걸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정치권에서도 민간인 사찰이니, 블랙리스트니 무리한 표현으로 사건을 왜곡하거나 불안을 조장하기보다는 차분히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마음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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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도 철군이고, 저렇게 해도 철군이다

[개벽예감 328] 이렇게 해도 철군이고, 저렇게 해도 철군이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12/31 [09:36]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2년 6개월 전,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2. 미국이 책정협상 벌일 대상은 한국밖에 없다

3. 그는 왜 책정협상을 고의적으로 결렬시켰을까?

4. 저의는 더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다

5. 철군을 가로막을 권한이 없는 연방의회

 

 

1. 2년 6개월 전,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

 

2016년 6월 5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이 방영한 단독회견에서 당시 공화당대선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와 회견진행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회견진행자 - 지난 4월 3일 당신이 <팍스 뉴스(Fox News)>의 크리스 월리스와 회견하는 중에 남긴 이야기가 있다. 회견에서 당신은 “북조선은 핵을 가졌고, 일본에게 그것은 문제로 된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일본이 그것을 큰 문제로 여긴다는 뜻이다. 일본이 북조선으로부터 자기를 방어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는 게 더 좋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자 크리스 월리스는 “핵무기로?”라고 물었다. 그러자 당신은 “핵무기, 그렇다 핵무기를 포함해서”라고 답변했다. 

 

트럼프 - 그렇다. 하지만 당신이 모르는 게 있다. 나는 일본의 자기 방어에 대해 말할 때마다, 그들은 그들이 가져야 할 모든 것을 가지고 자기를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는 일본을 방어해주고 있는데, 일본은 우리에게 매우 적은 비용을 지불한다. 나는 그들이 비용을 제대로 지불해주기 바란다. 

(서로 많은 말을 주고받아서 알아들을 수 없음)

 

회견진행자 - 그것(주일미국군 주둔지원금을 뜻함)은 약 50%다.

 

트럼프 - 실제는 50%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장성 한 사람은 얼마 전에 50%라고 말했다. 그냥 50%라고 쳐준다고 해도, 그들은 왜 우리에게 100%를 지불하지 않는가?

 

회견진행자 - 당신은 100%를 받고 싶은가? 

 

트럼프 - 물론 그들은 100%를 지불해야 한다. 

(중략) 

트럼프 - 내가 일본 방어, 나토(NATO) 방어, 싸우디 아라비아 방어, 그리고 도이췰란드에 대해 말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심지어 우리가 일본과 도이췰란드를 방어해주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싸우디 아라비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처럼, 그 나라는 다른 나라들보다 많은 돈을 가졌다. 그런데 왜 그들은 우리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는가?  

 

회견진행자 - 우리는 그 나라들에 기지를 두고 있다. 군사기지들을...

(서로 많은 말을 주고받아서 알아들을 수 없음)

 

트럼프 - 그렇다.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는 그 기지들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한다. 우리는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는 싸우디 아라비아에서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가? 우리는 그들을 방어해주면서 사용료까지 지불하고 있다. 

 

회견진행자 - 하지만 어째든 내가 말하는 요점은... 

 

트럼프 - 아니, 그런 게 아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도대체 그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가 하는 거다. 왜 그들은 최소한의 경비도 지불하지 않는가? 잊어서 안 되는 것은 비용문제다. 우리는 엄청난 후원과 그 밖의 다른 일들을 해주고 있다. 우리는 (동맹국들을 위해) 엄청난 봉사를 해주고 있으나, 지금 우리나라는 파산상태에 있다. 우리는 19조 달러의 빚더미를 안고 있는데, 곧 21조 달러로 늘어날 것이다. (중략) 그래서 나는 일본이나 도이췰란드나 싸우디 아라비아에 대해 말할 때마다, 나는 그들이 전액을 지불하지 않으려면 그들이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고 언제나 말하는 것이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6년 6월 1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대선후보가 의 제익 태퍼가 진행하는 회견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이 회견은 2016년 6월 5일에 방영되었다. 그 회견에서 트럼프 대선후보는 미국군이 주둔하는 동맹국들이 주둔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는 동맹국들이 미국군 주둔비용 전액을 부담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들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스스로 방어한다는 말은 미국군을 철수시킨다는 뜻이다. 이것은 지금으로부터 2년 6개월 전에 이미 트럼프가 동맹국들에게 전액부담이냐 자력방어냐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를 제기하였음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의 회견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당시 트럼프 대선후보가 중동주둔미국군현황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에 당선되어야 군사정보를 보고받을 수 있는데, 당시에는 대선후보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선후보는 미국에게 주둔비용을 전액 지불해야 할 동맹국들을 열거하면서 중동에서 싸우디 아라비아를 지목했지만, 그 나라에 주둔하는 미국군은 고작 323명밖에 되지 않는다. 중동에서 미국군이 가장 많이 주둔하는 동맹국은 바레인이다. 바레인주둔미국군은 4,214명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는 주둔비용 전액을 지불해야 할 동맹국들을 지역별로 열거할 때, 아시아태평양에서는 일본, 유럽에서는 도이췰란드, 중동에서는 바레인을 각각 지목했어야 한다. 

 

어쨌든 지금으로부터 2년 6개월 전, 공화당대선후보였던 트럼프가 <CNN>과의 회견에서 미국군 해외주둔비용을 동맹국들이 100%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을 때, 사람들은 현실을 모르는 웬 떠버리가 후보경선마당에 나타나서 횡설수설하는 것으로 여기면서 그다지 귀담아 듣지 않았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뭐가 뭔지 몰라 횡설수설하는 떠버리가 아니었다. 위에 인용된 <CNN>과의 회견이 진행된 때로부터 2년 6개월이 지난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미국군 해외주둔비용 전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꺼내놓았다. 원래 트럼프 대통령은 충동적이고 파격적인 발언을 늘어놓아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지난 2년 6개월 동안 그가 펼쳐놓은 복잡다단한 행적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가 자기 결심을 언젠가는 반드시 행동에 옮기는 사람이라는 또 하나 색다른 모습이 돋보인다.     

 

 

2. 미국이 책정협상 벌일 대상은 한국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액지불이라는 예리한 비수를 문재인 정부에게 겨누었다. 트럼프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할 때마다 통화 중에 종종 “재인아”라고 이름을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했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근감을 표시한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게서 주한미국군 주둔지원금을 왕창 뜯어내기 위한 사탕발림 속임수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서 말 쓰임새를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방위비분담금이라는 이상한 말을 거리낌 없이 쓰지만, 미국은 동맹국을 지켜주기 위해 미국군을 해외에 주둔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쟁도발위험과 핵위협을 불러일으키며 제국주의군사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군을 해외에 주둔시키는 것이므로 방위라는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방위비분담금이라는 말 대신에 주둔지원금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    

 

위에 인용된 <CNN>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군 해외주둔비용 전액을 부담해야 할 동맹국들을 열거할 때 일본, 도이췰란드, 싸우디 아라비아를 지목하면서도 한국은 언급하지 않았었다. 이것은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주한미국군 주둔비용 문제에 우선적인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러했던 그가 2018년 3월 해외주둔미국군들 가운데서 주한미국군의 주둔비용 문제를 가장 먼저 협상탁자에 올려놓았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주둔지원금 책정협상을 벌인 첫 번째 상대가 문재인 정부였던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 사연을 파악하려면, 우선 해외주둔미국군 배치현황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해외주둔미국군 배치현황을 세계지도 위에 표기한 것이다. 이 도표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 177개 나라에 미국군을 배치해두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외부에 공개한 해외주둔미국군 병령수는 약 165,000명인데, 어느 나라에 주둔하는지 밝히지 않은 해외주둔미국군 비밀병력은 약 40,000명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약 205,000명에 이르는 대병력을 세계 각국에 주둔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미국군이 1,000명 이상 주둔하는 주요동맹국은 11개국인데, 일본, 한국, 도이췰란드, 이딸리아, 영국, 바레인, 에스빠냐(스페인), 쿠웨이트, 뛰르끼예(터키), 오스트레일리아, 벨지끄(벨기에)가 그런 나라들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 국방부가 외부에 공개한 해외주둔미국군 병력수는 약 165,000명인데, 어느 나라에 주둔하는지 밝히지 않은 해외주둔미국군 비밀병력은 약 40,000명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약 205,000명에 이르는 대병력을 세계 각국에 주둔시키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가 외부에 공개한 해외주둔미국군의 대륙별 배치현황을 주둔병력수에 따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아시아태평양 7개국 - 82,677명 

유럽 12개국 - 63,985명

중동 6개국 - 9,510명

남북아메리카 5개국 - 2,425명

아프리카 - 1,234명 

 

전 세계에서 미국군이 1,000명 이상 주둔하는 주요동맹국은 11개국인데, 주둔병력수에 따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 - 54,281명

도이췰란드 - 35,116명

한국 - 25,813명 

이딸리아 - 12,703명

영국 - 9,137명

바레인 - 4,214명

에스빠냐(스페인) - 3,602명

쿠웨이트 - 1,863명

뛰르끼예(터키) - 1,695명

오스트레일리아 - 1,496명

벨지끄(벨기에) - 1,049명

 

위의 통계자료가 말해주는 것처럼, 오늘 미국은 각종 전쟁장비로 무장한 205,000명 대병력과 대규모 군사기지들을 세계 곳곳에 조밀하게 배치해두고 전 세계를 지배, 억압하고 있다. 아메리카제국은 로마제국이나 몽골제국보다 훨씬 더 견고해 보이는 제국주의세계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군이 주둔하는 여러 동맹국들 가운데서 이른바 주둔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막대한 현금을 미국에게 지불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미국군이 35,000여 명 주둔하는 도이췰란드는 미국군 주둔지원금을 현금으로 지불하지 않고, 간접비용만 지불한다.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미국군 주둔지원금에 대해 언급할 때 지불이라는 말을 쓰지만, 상납이라는 말이 적확한 술어다. 무릇 지불이라는 말은 상호대등한 관계에서 거래한다는 뜻인데, 한국과 일본은 각각 미국과 대등한 관계에 있지 않고 하위종속관계에 있으므로, 주둔지원금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 상납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근래에 진행된 주일미국군 주둔지원금 책정협상은 오바마 행정부 시기인 2015년 12월 15일에 끝났다. 그 협상에서 일본 정부는 2016년부터 5년 동안 주일미국군 주둔지원금 16억3,357만 달러를 상납하기로 약속했다. 미국군 주둔지원금을 현금으로 상납하는 두 나라 가운데서 일본이 2015년 12월에 주일미국군 주둔지원금 책정협상을 끝냈으므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군 주둔지원금 책정협상을 벌일 대상은 한국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국은 얼마나 많은 주한미국군 주둔지원금을 미국에게 상납해오고 있을까? 미국 의회조사국(CRC)이 2017년 8월 10일에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5년에 주한미국군 주둔지원금 8억2,336만 달러를 상납하였고, 2016년에는 8억1,441만 달러를 상납하면서, 130억 달러에 이르는 평택미국군기지 건설비 가운데 무려 97억4,000만 달러를 상납하였다고 한다. 2018년에 상납한 주한미국군 주둔지원금은 8억5,934만 달러다. 한국 언론매체들은 2018년에 상납한 주한미국군 주둔지원금이 6억 달러라고 보도하였지만, 그것은 상납금을 실제금액보다 줄여놓은 왜곡보도다. 

 

 

3. 그는 왜 책정협상을 고의적으로 결렬시켰을까?

 

미국 일간지 <월스트릿저널> 2018년 12월 7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주둔지원금을 현재 금액보다 두 배로 증액하라고 문재인 정부에게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3월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주둔지원금 책정협상에 파견한 미국 협상단을 통해 상납금을 연간 17억 달러 선으로 대폭 증액하라고 압박한다는 뜻이다. 한국이 주한미국군 주둔지원금을 연간 17억 달러씩 상납하면, 주한미국군 주둔비용은 한국이 전액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상기해야 하는 것은, 이미 2년 6개월 전에 트럼프가 공화당대선후보로 등장하였을 때, <CNN>과 회견하면서 전액부담문제를 분명하게 제기하였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협상단을 앞세워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한미국군 주둔비용 전액을 부담하라고 요구하였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상납요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에 있다. 그러지 않아도 한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침몰위기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판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처럼 막대한 현금을 해마다 상납하라고 요구하였으니 누가 그런 터무니없는 요구를 받아줄 수 있겠는가!  

 

그래서 2018년 3월 7일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에서 진행된 주한미국군 주둔지원금 책정문제를 논의한 제1차 협상은 아무런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되었고, 2018년 1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제10차 협상도 결렬되고 말았다. 주한미국군 주둔지원금 상납기간은 2018년 12월 31일까지이므로, 올해가 지나기 전에 제10차 협상에서 어떤 합의점을 찾았어야 하는데, 한국 협상단과 미국 협상단은 아무 것도 합의하지 못한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3월 7일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에서 진행된 주한미국군 주둔지원금 책정 제1차 협상을 시작하면서 장원삼 한국 협상대표와 티모시 베츠 미국 협상대표가 악수하는 장면이다.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3월부터 12월까지 무려 열 차례나 협상을 벌였지만,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결렬되고 말았다. 협상결렬내막을 들여다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협상단을 앞세워 문재인 정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전액부담요구와 책정유효기간 단축요구를 제기하는 바람에 결렬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고의적으로 결렬시킨 것이다. 그가 협상을 결렬시킨 내막에는 복잡한 사연이 얽혀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주둔지원금 책정협상이 2018년 3월부터 12월까지 무려 열 차례나 진행되었으나 결렬되었다고 간단히 말하면, 결렬내막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지나치는 것이다.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8년 12월 27일 보도기사에서 책정협상이 결렬된 내막을 엿볼 수 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 협상단은 2018년 1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제10차 협상에서 주한미국군 주둔지원금 책정유효기간을 현행 5년에서 1년으로 줄일 것을 제의하였다고 한다. 책정유효기간을 정하는 문제는 주둔지원금액을 정하는 문제와 더불어 책정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쟁점으로 된다. 

 

지난날 오바마 행정부는 이전에 1년이었던 주일미국군 주둔지원금 책정유효기간을 5년으로 늘여주었는데, 오늘날 트럼프 행정부는 정반대로 현행 5년을 1년으로 줄이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책정유효기간을 현행 5년에서 1년으로 줄이자고 제의한 것은 책정협상을 해마다 벌여놓고 주둔지원금을 더 많이 받아내겠다는 ‘갈취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 의도를 뻔히 아는 한국 협상단은 책정유효기간을 1년으로 줄이자는 미국 협상단의 제의를 당연히 거부하였다. 

 

미국 협상단은 2018년 3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되어온 아홉 차례 협상에서는 책정유효기간을 변경하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2018년 12월에 진행된 제10차 협상에서 느닷없이 그 문제를 들고 나왔다. 왜 그랬을까?   

 

한국 협상단이 거부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갈취의도’를 드러낸 것은 제10차 협상을 결렬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령에 따른 것이었다. 주둔지원금액을 정하는 문제와 책정유효기간을 정하는 문제는 미국 협상단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반드시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중대한 외교사안들이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10차 협상에서 책정유효기간을 1년으로 줄이자고 제의함으로써 그 협상을 결렬시킨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흥미로운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보도내용들이 눈길을 끈다. 

 

2018년 11월 13일부터 나흘 동안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에서 진행된 제9차 협상에서 문재인 정부는 굴욕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주둔지원금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약속하였다. 협상내막을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이 전해준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8년 12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 협상단과 미국 협상단은 제9차 협상에서 의견차이를 상당히 좁혀 주둔지원금을 연간 9억 달러 안팎으로 정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제10차 협상에서 주둔지원금 문제가 연간 9억 달러 선에서 타결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런데 제10차 협상에서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연합뉴스> 2018년 12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양측 협상단이 제9차 협상에서 합의한 9억 달러 책정안을 “미국 수뇌부”가 거부하는 바람에 그 동안 협상노력이 물거품으로 되었고, 협상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이다. 보도기사에 나오는 “미국 수뇌부”라는 말은 트럼프 대통령을 뜻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 협상단은 주한미국군 주둔지원금을 연간 9억 달러 선에서 합의하려고 하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것을 거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간 17억 달러 선을 생각하고 있는데, 연간 9억 달러 선에서 합의하려고 하였으니 그것을 어찌 용납할 수 있었겠는가!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9억 달러 책정안을 거부하였을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책정유효기간을 단축하자는 또 다른 제의를 느닷없이 꺼내놓았다는 사실이다. 9억 달러 책정안을 거부한 것도 협상을 결렬시킬 충분조건으로 되는데, 거기에 더하여 책정유효기관 단축제의까지 꺼내놓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고의적으로 결렬시켰음을 말해준다.  

 

위와 같은 협상내막을 알게 되면, 좀 심각한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주한미국군 주둔지원금 책정협상을 고의적으로 결렬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저의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가 최근에 꺼내놓은 다음과 같은 공식발언에서 그 저의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2018년 12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주둔 미국군기지를 방문하였을 때 미국군 장병들 앞에서 연설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은 많은 경우에 아무런 배상도 받지도 못한 채 지구 위의 모든 나라들을 위해 싸워줄 수는 없다. 미국이 계속 싸워주기를 바란다면, 동맹국들도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것은 금전적 대가를 뜻한다. 우리는 세계의 호구(sucker)가 아니다. 우리는 더 이상 호구가 아니다. 사람들은 우리는 호구로 보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는 이라크주둔 미국군기지를 방문한 직후, 동행한 취재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수리아 주둔 미국군 철수결정을 놓고 미국에서 제기된 비판론을 논박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은 언제까지나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 없다. 우리는 세계의 호구가 아니다. 우리는 더 이상 호구 노릇을 하지 않는다. 부유한 나라들이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을 더 이상 이용해먹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점에서, 그 나라들은 엄청나게 부유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중동에 대해서만 말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8년 12월 26일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가 이라크주둔 미국군기지를 전격적으로 방문하여 미국군 장병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날 이라크주둔 미국군기지를 방문하면서 미국은 언제까지나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 없고, 세계의 호구 노릇도 할 수 없다고 하면서, 동맹국들이 해외주둔미국군 주둔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그가 해외주둔미국군 주둔비용 전액을 동맹국들에게 떠넘기려는 확고한 결심을 지니고 있음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에 인용된 트럼프 대통령의 이라크 현지 발언들은 그가 해외주둔미국군 주둔비용 전액을 동맹국들에게 떠넘기려는 확고한 결심을 지니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 결심을 지녔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전액부담요구와 책정유효기간 단축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상을 결렬시키라는 지령을 내렸고, 미국 협상단은 그 지령에 따라 제10차 협상을 결렬시킨 것이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령에 따라 행동하는 미국 협상단은 2019년에 재개될 제11차 협상에서 문재인 정부를 이전보다 더 강하게 밀어붙이며 전액부담요구와 책정유효기간 단축요구를 관철하려고 날뛰게 될 것이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친미굴종의 운명을 타고난 문재인 정부는 바로 그 불우한 운명의 사슬에 스스로를 칭칭 묶어놓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부당한 요구를 변경시킬 그 어떤 수단이나 능력도 가질 수 없다. ‘한미동맹’이라는 허울을 쓴 친미굴종은 전혀 예상치 못한 미증유의 위험 속으로 문재인 정부를 떠밀어 버린 것이다. 

 

2019년 새해가 오면, 문재인 대통령은 전액부담이냐 자력방위냐 하는 양자택일의 궁지에 내몰리게 된다. 그렇게 믿고 따랐던 트럼프 대통령의 음흉한 계략에 걸려들어 딱한 신세가 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어서 자력방위라는 선택은 주한미국군 철수를 뜻하는 것이므로, 그가 철군에 따른 자력방위를 선택하는 것은 전연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문재인 대통령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전액부담요구와 책정유효기간 단축요구를 모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2019년에 제11차 협상이 재개되면,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두 가지 요구를 굴욕적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4. 저의는 더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두 가지 요구를 굴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해서 문제가 전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게 굴욕을 강요하는 두 가지 요구를 제기하여 제10차 협상을 고의적으로 결렬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저의는 더 깊은 곳에 있다.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저의를 살짝 드러내 보인 사람은 2018년 12월 19일부터 22일까지 한미실무단 2차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서울에 나타난 스티븐 비건(Stephen E. Biegun) 미국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였다. <중앙선데이> 2018년 12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내가 관여하는 일은 아니지만, 진행 중인 협상의 디테일(세부내용을 뜻하는 외국어)은 잘 알고 있다”고 하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북핵 이슈(문제를 뜻하는 외국어)와 매우 연관된 사안”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고 한다. 이 중대한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주둔지원금 책정문제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직접적으로 연관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서로 연관되지 않을 것 같이 보이는 주둔지원금 책정문제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이 연관시키고 있다는 비건의 말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에 공개한 사진 한 장에서 그 뜻을 헤아릴 수 있다. 

 

2018년 12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백악관 대통령집무실 책상 앞에 앉아 비건 특별대표와 지나 해스펄(Gina C. Haspel) 중앙정보국 국장으로부터 받은 보고서를 읽고 있는 모습이 촬영된 사진 한 장을 트위터를 통해 세상에 공개하였는데, 그는 다음과 같은 사진설명까지 친절하게 덧붙였다. 

 

“북조선에 관련한 일을 맡아보는 실무단으로부터 성탄절 전날 보고를 받았다.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을 만나는 차기 정상회담을 고대하고 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8년 12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대통령집무실 책상 앞에 앉아 스티븐 비건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와 지난 해스펄 중앙정보국 국장으로부터 받은 보고서를 읽고 있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진을 트위터를 통해 세상에 공개하면서, 조미협상에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낙관하는 사진설명을 덧붙여놓았다. 이것은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라는 조선의 요구를 받아들일 뿐 아니라, 앞으로 조미 쌍방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동시적, 등가적, 단계적인 상응조치들을 추진할 준비를 끝내고 조선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중대한 사실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무응답으로 조미협상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있는 현 국면에서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복잡한 사연을 위에 인용된 짤막한 세 문장으로 단순명쾌하게 설명해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단순명쾌한 설명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들려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 특별대표와 해스펄 국장의 보고서를 읽고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낙관하였다. 조미협상 교착상태가 전혀 변동되지 않고 여전한 데도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니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뚱딴지같은 낙관론을 폈는지 엿볼 수 있다. <동아일보> 2018년 12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는 보도당일 한미실무단 2차 회의를 마친 직후 취재기자들 앞에서 “북한과 비핵화 프로세스(과정을 뜻하는 외국어)에 착수하는 동안에 검토하고자 하는 몇 가지 새로운 계획(initiatives)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비건 특별대표는 비공식적인 발언을 통해 미국 국무부가 작성한 몇 가지 새로운 계획이 무엇인지 다음과 같이 그 윤곽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중앙선데이> 2018년 12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한미실무단 2차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 서울에 나타난 비건 특별대표는 “미국은 비핵화 협상 로드맵(추진경로를 뜻하는 외국어)을 완성했으며, 북한에 설명할 기회를 찾고 있지만 아직 북한이 호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로드맵에는 북한의 단계적인 비핵화 조치와 연동된 미국의 상응조치가 담겨 있으며, 여기엔 대북제재이슈도 담겨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위에 인용된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은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라는 조선의 요구를 받아들일 뿐 아니라, 앞으로 조미 쌍방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동시적, 등가적, 단계적인 상응조치들을 추진할 준비를 끝내고 조선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중대한 사실을 말해준다. 바로 그런 까닭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월 24일 트위터의 사진설명에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낙관한 것이다. 

 

그러므로 2019년 어느 시점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주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동시적, 등가적, 단계적인 상응조치들을 정식으로 제의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의할 상응조치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조선이 미국에게 요구해온 상응조치들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가 받아들일 상응조치들은 무엇인가? 

 

2018년 6월 12일에 성사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조선은 미국에게 한반도 비핵화를 동시적, 등가적, 단계적으로 실현할 때 미국이 취해야 할 상응조치들을 제시하였었다. <한겨레> 2018년 4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된 조미실무접촉에서 조선은 미국에게 “미국 핵전략자산 한국에서 철수, 한미연합훈련 때 핵전략자산 전개 중지, 재래식 및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북미수교”를 제시하였다고 한다.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조선이 미국에게 요구하는 상응조치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라는 것이다.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요구는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기 위한 조치들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이제는 비건 특별대표의 서울발언으로 다시 돌아가서,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서로 연관되지 않을 것 같이 보이는 주둔지원금 책정문제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연관시켰다는 비건의 말은 주둔지원금 책정문제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직접적으로 연관시킨다는 바로 그 뜻이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전액부담요구와 책정유효기간 단축요구를 문재인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겠다는 뜻이다. 2016년 6월 5일 <CNN>이 방영한 단독회견에서 당시 공화당대선후보였던 트럼프가 “나는 일본이나 도이췰란드나 싸우디 아라비아에 대해 말할 때마다, 나는 그들이 전액을 지불하지 않으려면 그들이 스스로를 방어해야 한다고 언제나 말하는 것”이라고 역설하였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설령 문재인 정부가 굴욕적으로 전액부담요구와 책정유효기간 단축요구를 다 받아들여도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국군 철수는 불가피하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협정체결과 조미국교수립이라는 철군의 충분조건을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추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철군을 두려워하고 극력 반대하는 문재인 정부가 어떤 묘수를 쓴다 해도 철군은 불가피하다. 이렇게 해도 철군이고, 저렇게 해도 철군이다.  

 

<연합뉴스> 2018년 12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2019년에는 한국군이 전구작전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초기작전능력(Initial Operation Capability)을 검증하게 된다고 한다. 이 검증은 주한미국군이 철수하기 전에 한국군에게 작전통제권을 반환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보인다. 

 

그런데 검증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만일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녕변핵시설단지에 대한 검증을 허용하면, 그에 대한 상응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철수준비를 지시할 것이다. 이렇게 해도 철군이고, 저렇게 해도 철군이다. 

 

 

5. 철군을 가로막을 권한이 없는 연방의회

 

미국 정치체제에 대해 무지한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2018년 8월 2일 연방상원 본회의에서 채택되고, 8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여 발효된 국방수권법(NDAA)이 마치 주한미국군 철수를 금지하는 법안인 것처럼 왜곡보도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국방수권법은 철군을 금지하는 법안이 전혀 아니고, 어떤 경우에도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저들의 상투적인 왜곡보도에 속아 넘어가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아야 한다. 

 

(1) 미국의 수정헌법 제2조는 철군을 미국군 총사령관인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명시하였으므로, 연방의회가 제아무리 철군을 가로막고 싶어도 헌법을 위배하면서 가로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은 2019년 9월 30일에 효력이 정지되는 한시법안인데, 연방의회가 1년짜리 한시법안을 가지고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계획을 가로막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헛소리다. <사진 6> 

 

(2)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은 주한미국군 철수가 미국의 안보이익에 부합하고 지역의 안보동맹을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 국방장관의 보증이 없이는 주한미국군을 22,000명 이하로 감축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주한미국군을 22,000명 이하로 감축한다는 말은 전면철수 제1단계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연방의회는 철군 자체를 금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철군에 필요한 예산을 트럼프 행정ㄹ부에게 배정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방의회가 철군예산을 배정해주지 않아도,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 되지도 않는 철군경비를 특별비로 마련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 국방장관이 주한미국군 철수가 미국의 안보이익에 부합하고 지역의 안보동맹을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증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기만 하면,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국방장관의 보증서 한 장이면 전면 철수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해도 철군이고, 저렇게 해도 철군이다. 

 

(3) 2019회계년도 국방수권법에 따르면, 미국 국방장관이 보증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지 않아도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6,500명을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다. 이것은 주한미국군 3단계 철수계획에서 제1단계 철수에 해당하는 6,500명 철수를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 언제든지 실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해도 철군이고, 저렇게 해도 철군이다.     

 

희망과 기대를 싣고 밝아온 새해 2019년은 주한미국군 3단계 철수의 문이 70년 만에 열리는 대망의 철군원년이다. 점령군이 한반도에서 떠나가면, 8천만 우리 민족은 위대한 자주통일강국을 세계가 보란 듯이 이 땅에 건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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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멍청한가? 물총고기 보면 생각 달라진다

물고기는 멍청한가? 물총고기 보면 생각 달라진다

조홍섭 2018. 12. 31
조회수 50 추천수 0
 
입을 ‘움직이는 노즐’로 물줄기 세기 정밀 조절해 ‘백발백중’
가까운 먹이는 점프로 사냥, 바닥 퇴적층에 쏘아 먹이 잡기도
 
1a.jpg» 물총고기는 맹그로브에 사는 작은 담수어이지만 포유류를 뺨치는 ‘지적’ 행동을 하는 물고기로 유명하다. I. 첨프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으려다 허탕 쳐 본 사람이라면 물과 공기의 굴절률 차이를 안다. 보이는 것과 실제 있는 곳은 많이 다르다. 그러나 물총고기는 물속에서 물줄기를 뿜어 물 밖 1∼2m 떨어진 풀잎의 곤충을 정확하게 맞춰 떨어뜨린다.
 
바람을 고려해 화살을 날리는 양궁선수 같은 솜씨다. 그러나 물총고기는 사격능력 못지않게 뛰어난 인지와 학습 능력을 지닌 ‘똑똑한’ 물고기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스테판 슈스터 독일 바이로이트대 동물생리학자는 과학저널 ‘실험 생물학 저널’ 10일 치에 실린 리뷰논문에서 물총고기가 보이는 놀라운 능력을 최근 이뤄진 다양한 연구를 통해 분석했다. 물총고기는 사람과 비슷한 방식으로 목표를 찾는 시각능력을 지닌 데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물줄기를 뿜는 것이 아니라 먹이와의 거리 등을 고려해 정밀하게 물줄기 세기와 형태를 조정한다. 물에 떨어진 먹이를 남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며, 호기심과 학습 능력도 뛰어나다. 그는 “왜 3만5000종이 넘는 물고기 가운데 물총고기만이 물줄기를 쏘는 전략을 진화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능력이 먹이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다른 기술이 함께 진화하도록 추동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2a.jpg» 물총고기가 서식하는 맹그로브 습지. 물이 탁하고 물결이 일어 물 밖 곤충을 쏘아 잡는 일은 매우 어렵다. 스테판 슈스터, ‘실험 생물학 저널’ 제공.
 
슈스터 박사는 물총고기의 거친 서식환경이 이런 능력 진화에 중요한 배경이 되었을 것으로 보았다. 길이 12∼18㎝인 이 물고기는 인도부터 동남아와 호주 북부까지 맹그로브의 담수에 10종이 사는데, 조류에 따라 매일 수심이 크게 변한다. 게다가 물이 혼탁하고 바람으로 물결이 일어 잎에 앉은 곤충이나 거미를 조준하는 일이 쉽지 않다. 또 영역이 따로 없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익숙한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것도 아니다.
 
물총고기는 파리에서 작은 도마뱀까지 사냥하는데, 실험실에서 잘 훈련한 배고픈 개체라 65㎝ 거리에서 100%의 적중률을 보일 정도로 정확하게 물줄기를 쏜다. 그 비결은 입을 ‘움직이는 노즐’처럼 이용하는 데 있다. 표적의 크기와 거리를 고려해 적당한 세기의 물줄기를 발사한다. 앞서 뿜어져 나간 물방울 속도보다 뒤에 발사된 물방울 속도가 빠르게 때문에 먹이에 도달할 때쯤엔 커다란 물 덩어리가 돼 타격한다.
 
ar2-1.jpg» 맹그로브 잎 뒷면에 앉은 파리(위)와 물속에서 본 모습. 사냥의 어려움을 실감할 수 있다. 스테판 슈스터, ‘실험 생물학 저널’ 제공.
 
이 물고기는 경험과 관찰로부터 배우는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 움직이는 표적을 이용한 실험에서 물총고기는 적중률을 차츰 높여갔는데, 표적이 움직이는 방향 앞으로 물줄기를 쏘는 기술을 터득했다. 놀라운 것은, 직접 해 보지 않더라도 옆에서 이런 모습을 본 동료 물총고기의 성공률도 함께 높아졌다.
 
잎에 앉은 벌레를 쏘아 떨어뜨린다고 다 입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이 물고기 서식지에는 다른 물고기들도 공중에서 떨어지는 먹이를 늘 노린다. 그런데 물총고기는 떨어뜨린 먹이의 98%를 차지한다. 그 이유를 슈스터 박사는 “먹이가 잎에서 떨어지는 순간 물총고기는 떨어지는 수직과 수평 속도, 방향, 높이 등을 고려한 다음 포식자로부터 급박하게 피할 때 취하는 동작으로 급가속해 먹이에 달려든다”고 밝혔다.
 
1b.jpg» 물총고기는 1개 속에 10종이 있다. 그러나 3만5000여 종 가운데 물줄기를 쏘아 사냥하는 다른 물고기는 없다. 바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문제는 비슷한 추적능력을 보유한 같은 종 사이의 경쟁이다. 슈스터 박사는 “실험 결과 물총을 쏜 물고기는 특별한 이득이 없고 먹이는 물총고기 무리 전체에 고루 돌아갔다”고 밝혔다. 실제로 야생에서 물총고기는 가까운 먹이를 발견하면 물줄기를 쏘는 대신 물 밖으로 점프해 직접 잡는다. “사격은 에너지가 덜 들고 연속 발사도 가능한 이점이 있지만 먹이 확보가 불확실한 반면, 점프는 힘들지만 먹이를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서는 득이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물총고기는 이밖에 물줄기를 물 밖 먹이를 사냥할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바닥 퇴적층에 쏘아 숨어있는 수생동물을 사냥하기도 한다. 또 상당수 물총고기는 늘 구할 수 있는 새우 등 물속생물을 주 먹이로 삼는다.
 
물총고기의 정교한 물줄기 발사 행동은 정교한 거리와 타이밍 조정 등에서 “투수가 공 던지는 행동”과 견줄 만하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그러나 슈스터 박사는 “독을 2m 밖에 뱉는 코브라나 혀를 먼 거리에 ‘뱉어’ 사냥하는 카멜레온 등 뉴런이 사람처럼 많지 않은 동물도 비슷한 행동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왜 수많은 물고기 종 가운데 물총고기에게서만 이런 행동이 진화했는지는 수수께끼”라고 덧붙였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tefan Schuster, Hunting in archerfish – an ecological perspective on a remarkable combination of skills,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18 221: jeb159723 doi: 10.1242/jeb.15972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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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쫓겨난지 10년, 다시 돌아가는 '그들'

31일, 해고자 119명 중 71명 공장 복직...쌍용차지부 "존중받는 일터 만들것"
2018.12.30 13:50:07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공장을 떠난 지 10년 만에 다시 돌아간다. 31일 해고노동자 119명 중 60%인 71명이 복직한다. 해고노동자들은 이날 아침 7시30분 공장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출근할 예정이다. 이번에 복직하지 않는 나머지 48명은 합의서에 따라 2019년 상반기에 복직할 예정이다. 
 
이번에 복직하는 노동자 중에는 2012년 서울 대한문에 분향소를 차리고 40일 단식농성을 벌였던 김정우 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정리해고가 아닌 징계해고자로 지난 10년 동안 싸운 윤충열 수석부지부장, 2015년 공장 안 굴뚝농성으로 노사교섭을 끌어낸 김정욱 사무국장 등이 포함돼 있다. 
 
김득중 지부장은 이번 복직자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앞서 김 지부장은 조합원들이 모두 복직한 후 가장 마지막에 복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김 지부장이 이번 복직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그 약속 때문이다.  
 
2019년 상반기 말까지 나머지 해고자 복직키로 
 
쌍용차 노·노·사(쌍용차노조·금속노조 쌍용차지부·쌍용차 사측)는 지난 9월 13일 저녁, 쌍용차 해고자 119명 전원을 내년 상반기까지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 
 
당시 합의문을 보면 회사는 2018년 말까지 해고자 119명의 60%를 채용하고, 나머지 40% 해고자를 2019년 상반기 말까지 단계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행여 2019년 상반기 대상자(40%) 중 부서배치를 받지 못한 복직 대상자가 있을 경우, 2019년 7월 1일부터 2019년 말까지 6개월간 무급휴직으로 전환한 후, 2019년 말까지 부서배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합의 이후 회사를 상대로 한 일체의 집회나 농성(2009년 구조조정 관련)을 중단하고, 이와 관련된 시설물과 현수막 등을 자진 철거하기로 했다. 또한, 사측이 이번 합의를 위반하지 않는 한 회사를 상대로 집회나 시위, 선전 활동을 포함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해고자 복직으로 발생하는 회사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방안과 경영정상화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프레시안

해고자가 119명이 된 이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대량해고에 반대하며 2009년 77일간 대규모 공장 옥쇄파업까지 벌였다. 하지만 사측은 음식물 반입을 막고 가스를 끊었고 경찰은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강제진압에 나섰다.  
 
결국 980명의 정리해고 대상자를 무급휴직 462명, 희망퇴직 355명, 정리해고 165명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노사협상이 타결됐다. 그러던 중 2010년 인도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돼 이듬해 기업회생절차를 마친 쌍용차는 2015년 12월 노(기업 노조)·노(금속노조 쌍용차지부)·사 3자간 합의안을 마련했다. 2017년 상반기(6월)까지 전원 복직을 위해 노사가 최선을 다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기술직 신규인력 채용 수요가 있을 때마다 입사지원자 가운데 해고자 3, 희망퇴직자 3, 신규채용 4의 비율로 단계적으로 채용하되 복직점검위원회를 구성, 진행과정을 매달 점검하기로 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노사가 최선을 다한다'는 두루뭉술한 합의안은 사측이 합의 이행 책임에서 회피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줬다.  
 
결국, 쌍용자동차는 165명의 해고자 중 45명만을 복직시켰고 나머지 120명은 여전히 복직을 기다리게 됐다. 노사 간 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그렇게 기다린 복직자 120명 중 한 명은 지난 6월 27일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주중 씨다. 복직에 합의한 해고자 숫자가 119명인 이유다.  
 
쌍용자동차지부 "존중받는 일터를 만들겠다" 
 
그렇게 지난한 과정을 거쳐 합의된 해고자 119명 중 71명이 31일 공장으로 복귀하는 셈이다. 쌍용자동차지부는 "2018년 12월31일 쌍용차 해고노동자 119명 중 60%인 71명이 공장으로 돌아간다"며 "2009년 6월8일 정리해고 이후 10년 만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해고노동자들은 아침 7시30분 공장 정문에 모여 기념인사와 기자회견을 갖고 출근할 예정이다.  
 
쌍용자동차지부는 "너무도 긴 시간을 견뎌온 노동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카네이션을 건네고 따끈한 떡 한 덩이 선물한다"며 "10년 만에 일터로 돌아가는 노동자들은 품질 좋은 명품 자동차를 만들고, 존중받는 일터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도 산적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약속한 손배소 취하, 그리고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등이 대표적이다. 쌍용자동차지부는 "국가손해배상, 가압류 취하가 경찰 내부 반발로 진행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살인 폭력진압에 대한 책임자 처벌도, 대법원의 박근혜 청와대 재판거래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진실을 밝히는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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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최고의 장사다"

[전쟁국가 미국·1강-④] 1차 대전, 'JP모건을 위한 전쟁
2018.12.29 11:59:08
 
 

 

 

 

"최고로 신뢰할 만한 회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차 대전 때 군인 1명을 죽이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만 5000달러였다. 그런데 유럽의 어떤 대기업도 정부가 저지른 이런 극도의 낭비에 대해 단 한 차례도 항의하지 않았다. 살인을 개별 조폭들에게 맡긴다면 건당 비용은 100달러를 넘지 않을 텐데 말이다. 

대기업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살인이 이들 대기업의 주업이기 때문이다. 무기는 그들이 자랑하는 상품이다. 정부는 그들의 고객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그들이 만든 제품은 아군이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적군도 사용해왔다. 하지만 그런 건 문제가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매 순간 터지는 포탄 파편이 전선에 나가 있는 한 인간의 뇌와 심장과 내장을 파고드는 동안, 2만 5000달러의 대부분인 이윤은 무기 제조업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의 1934년 3월자 기사 '무기와 인간'의 첫 부분이다. 다음 달 별도의 소책자로도 발간된 이 기사는 유럽 무기산업의 추악함을 고발한다. 그러나 이 고발 기사는 유럽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1차 대전 당시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이 전쟁이 '민주주의에 안전한 세계를 만들기 위한 전쟁'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라며 참전을 단행했다. 나아가 민족 자결, 국제연맹 창설 등 14개 평화 원칙을 내세우며 미국의 주도로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건설하겠다고 다짐했다. 윌슨의 평화 원칙은 지금까지도 미국 외교의 대원칙으로 추앙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미국의 참전은 민주주의를 위한 것도, 평화를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파산 위기에 빠진 미국의 은행가와 무기 제조업자들을 구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보다 정확하게는 금융재벌 JP모건을 구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당시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국 측의 무기 구입 및 차관 획득을 위한 유일한 대행자였던 JP모건은 연합국 측의 패배 가능성이 보이면서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거액의 전쟁물자 외상 대금과 대출금을 모두 떼일 판이었다. 미국이 참전한 진정한 이유다. 이 때문에 어떤 이는 1차 대전을 '세상을 JP모건에 안전하게 만들어준 전쟁'이라고까지 말한다. 그 실상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제국주의 열강의 자살극, 1차 대전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 황위계승자 프란츠 페르디난드 대공이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한 세르비아 인에게 암살된다. 7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이 세르비아에 선전포고하면서 1차 대전이 발발한다. 독일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그리고 오스만제국을 한편으로(Central Powers : 중부세력),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일본을 다른 한편으로(Allies : 연합국) 4년 3개월여 동안 자본주의 열강 간에 참혹한 전쟁이 벌어진다. 1815년 나폴레옹전쟁이 끝난 이후 100년간 지속됐던 유럽의 평화가 깨진 것이다.

1918년 11월 11일 전쟁이 끝났을 때 군인 사망자가 1000만 명, 민간인 사망자는 2000만 명으로 무려 3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쟁 비용은 자그마치 1860억 달러. 미국 등 연합국이 1230억 달러를 사용했고 독일은 390억 달러를 썼다. 연합국 중에서는 영국이 540억 달러, 미국이 220억 달러를 지출했다. 

전쟁 발발 당시 이미 영국은 노쇠한 제국이었다. 전쟁 비용 540억 달러의 36%를 국민 세금으로, 64%는(352억 달러) 외부 대출로 충당했다. 대출의 주요 공급원은 미국이었다. 1914년 3월부터 1920년 3월까지 영국이 지출한 540억 달러는 그 이전 225년간의 정부 지출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전쟁 직전 7억 1100만 파운드였던 영국의 국채는 종전 즈음에는 82억 파운드로(390억 달러 ; 당시 1파운드는 4.76 달러) 6년 만에 정부 부채가 1150% 증가한다. 사실상 국고가 파산 상태에 이른 것이다.  

한마디로 영국은 미국이 제공하는 무기와 미국에서 빌린 돈으로 전쟁을 치렀다. 이에 따라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은 전쟁이 끝난 후 전쟁 부채를 갚느라 몰락의 길을 걷는다.

반면 미국은 1917년 4월 2일 참전을 결정했지만 실제 전투에 참여한 것은 종전 6개월 전인 1918년 5월이었다. 미군은 연 인원 200만 명이 참전해 11만 6000명이 전사하고 20만 4000명이 부상을 당했다(반면 4년 이상 전쟁을 치른 프랑스는 100만 명 이상이 전사했고 영국 전사자 역시 100만 명에 육박했다).  

그러나 미국은 전쟁 중 영국, 프랑스 등에 제공한 군수물자와 신용 대출 덕에 전쟁 이후 세계 최대의 채권국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최대 채권국이라는 지위를 바탕으로 향후 세계의 진로를 좌우하는 핵심적 지위를 차지한다. 전쟁 기간 미국 대기업과 정부는 유례없이 긴밀한 결탁 관계를 맺었다. 경쟁을 통제하고 대기업의 이윤을 보장하면서 은행과 군수기업들은 크게 번창했다. 

이처럼 연합국 측에 전쟁 물자를 공급하고 전쟁 자금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2만 1000명의 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생겨났다. 반면 미국의 공공부채는 1913년 10억 달러에서 1919년 말 250억 달러로 2500% 늘어난다. 미국 국민 1인당(1억 3000만 명)의 200달러의 전쟁 부채를 진 셈이다. 국민들의 혈세와 수십만 군인의 목숨을 대가로 2만 1000명의 거부가 태어난 것이다. 

한국전쟁으로 단숨에 경제 부흥을 이룩한 일본, 베트남전쟁에 참여해 경제 개발의 기반을 닦은 한국의 경우와 비교해 보라. 1차 대전 당시 세계 최강의 국가들이 벌이는 전쟁에서 연합국 측의 군수물자 공급 및 신용 대출을 독점한 JP모건은 도대체 얼마나 벌어들였을까. JP모건에게 1차 대전은 '최고의 장사' 기회였던 셈이다. 

'죽음의 상인' 

사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대다수 미국인들은 관심이 없었다. 1차 대전은 구대륙 제국주의 열강의 추악한 이권 다툼이었을 뿐이다. JP모건이 군수물자 공급과 신용 대출로 영국과 결탁하지 않았다면 미국이 참전할 이유도 없었다.  

이러한 전쟁의 실상, 즉 대다수 국민이 혈세와 목숨을 희생하는 동안 미국의 군수기업과 은행들은 떼돈을 벌었다는 추악한 진실은 1930년대 이후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그 진실이 소상히 밝혀진 것은 1934년 4월부터 2년간 지속된 미 상원 군수산업조사특별위원회의 조사에 의해서였다.(나이위원회에 대해서는 올리버 스톤, 피터 커즈닉 공저 <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현대사 1권 138~158쪽과 스메들리 버틀러 <전쟁은 사기다> 참조) 
 

▲ 스메들리 버틀러(1881∼1940년) 장군의 저서 <전쟁은 사기다>(War is a Racket) ⓒFeral House

공화당 소속의 노스다코타 주 상원의원 제랄드 나이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조사위원회는 일명 나이위원회, 또는 '죽음의 상인' 조사위원회로 불린다. 군수기업을 '죽음의 상인'으로 지칭한 것이다. 조사위원회는 조사관과 회계사 80명을 동원해 1차 대전 당시 미국 대기업들의 회계장부를 샅샅이 조사했다. 특위 위원들은 그 결과를 보고 경악했다. 

특위 위원 중 한 명인 제임스 포프 상원의원은 앞으로 청문회를 통해 "그 탐욕과 음모와 전쟁 공포를 조장하는 선전과 로비의 실태가 공개되면 국민은 경악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관련 정보가 공개되는 순간 온 나라가 충격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참전 이유는 민주주의도 평화도 아닌, 미국의 제국주의적 영향력 확대와 대기업의 이윤 때문이었다. 

나이위원회가 소집되기까지는 다음과 같은 과정이 있었다. 1917년 11월 러시아에서 소비에트 혁명에 성공하며 정권을 잡은 볼셰비키는 차르 치하 당시 외무장관의 비밀서류를 발견해 이를 공표했다. 그것은 전쟁이 끝난 후 전승국들이 전체 오스만제국의 영토를 적절히 나누어 갖는다는 내용이었다(사이크스-피코 협정). 

이 비밀협약은 1916년 2월에 수립되었고 같은 해 5월 관련 국가 정부들로부터 비밀리에 비준을 받았다. 당시까지 명목상 중립을 지켰던 미국 정부도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여타 국가들은 물론 관련 국가의 국민들도 이 비밀협약의 내용을 알지 못했다.

1920년대 후반부터 일단의 수정주의 역사가들이 전쟁 당시 비밀 외교 등을 연구하면서 미국이 참전한 진짜 이유는 민주주의나 세계 평화가 아니라 영토 획득과 기업의 이윤 때문이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또한 1929년 대공황이 시작되고 1933년에는 히틀러가 집권하면서 유럽에 새로운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민주주의에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전쟁',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라는 윌슨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나이 의원은 1934년 2월 상원 외교위에 무기, 탄약 등 전쟁 장비 제조 및 판매에 관련된 개인과 기업들에 대한 조사를 제안했다. 미국이 새로운 해외 전쟁에 말려드는 것과 미국 군대가 기업인들의 해외투자 보호수단으로 쓰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1934년 4월, 상원 군수산업조사특별위원회가 설립됐고 군수품재벌 관련 청문회가 시작됐다. 조사위원회의 활동 목적은 전쟁을 통한 부당이득 취득이 있었는지, 무기 제조업자들이 선전 활동을 통해 정부를 전쟁으로 몰아갔는지를 조사하는 한편 앞으로 전쟁 수행 과정에서 대기업의 이윤 추구가 일절 없도록 정부가 모든 무기 제조에 대해 독점권을 행사해야 하는지 등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청문회 시작되기 직전 미 군수산업을 고발하는 두 권의 책이 같은 날 발간됐다. H. C. 엥겔브레히트와 F. C. 해니건 공저의 <죽음의 상인들>, 그리고 언론인 조지 셀드스가 쓴 <철, 피, 이윤>이 그것이다. 두 책은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고 특위 조사관들에게 많은 기초 자료를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서두에 말한 <포춘> 3월자 '무기와 인간' 이 별도의 소책자로 발간됐다.  

영국과 JP모건의 결탁 

1차 대전 발발 당시 중립을 표방했던 미국은 어떻게 전쟁에 끌려들어 간 것일까? 그것은 미국의 금융재벌 JP모건이 영국 정부와 결탁한 때문이었다. 

석유, 금융, 식량 등 주요 국제 문제에 대해 30년 넘게 비판적 글을 써온 윌리엄 엥달은 저서 <화폐의 신>(Gods of Money)에서 "월가의 머니트러스트는 전쟁에 참여해야만 유럽에 재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파산한 영국이 남겨놓은 공백을 치고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것이 이른바 '미국의 세기'를 창출한 첫 걸음이다"라고 지적한다. 

1936년 2월 24일 발표된 나이보고서는 "조사 대상이 된 군수업계는 때로 비정상적인 편법, 미심쩍은 특혜와 커미션 같은 방법을 써먹었다. 그들은 일이 되게 하기 위해 외국 정부 관료나 그들의 절친한 친구에게 뇌물을 먹이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발발 직후 JP모건은 영국이 군수품, 무기, 군복, 화학물질 등 현대전을 치르는 데 필요한 모든 물품을 구매하는 데 영국 정부를 위한 유일한 거간꾼 노릇을 하게 된다. 더욱이 영국 정부는 JP모건을 미국 민간은행에서 빌리는 모든 영국 전쟁부채의 독점적인 금융대행사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JP모건은 전시 구매를 조직하고 거기에 자금을 조달하는 일, 그리고 어떤 회사가 공급처가 될 것이며 물품 가격은 어떻게 책정할지 따위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었다. 모건가와 연계된 기업들은 모건이 눈치 빠르게 벌인 이 사업에서 가장 큰 이득을 챙겼다. 

1915년 1월 금융회사 JP모건의 수장 J. P. 모건 2세는 백악관에서 윌슨 대통령을 만나 JP모건과 영국의 결탁 문제를 논의했다. 그 자리에서 윌슨은 모건그룹이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행하는 그 어떤 조치에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다. 

1916년 한 해에만 미국 업계는 12억 9000만 달러 상당의 군수품을 영국과 프랑스에 수출했다. 미국이 참전을 결정하기 직전인 1917년 4월 JP모건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50억 달러어치(현재 시세 900억 달러) 군수품을 수출했다. 만일 그 대금이 상환되지 않으면 심각한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JP모건의 동업자 토머스 라몬트는 1915년 4월 필라델리아에서 열린 정치사화과학아카데미에서 행한 "전쟁이 미국의 금융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는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쟁 관련 품목을 취급하는 우리나라 제조업체와 상인들은 사업을 통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중략)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진척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미국이 국제적인 금융대출시장에서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무역이나 금융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문제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할 것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전쟁을 끝내지 않고 질질 끄는 것입니다. 지금이야 독일의 수출무역이 거의 완전히 바닥상태지만, 만약 전쟁이 조기에 끝나버리면 우리는 십중팔구 독일이 재빠르게 기사회생해서 다시 경쟁국으로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1917년이 되면서 별안간 상황이 좋지 않게 굴러갔다. 1917년 2월 러시아 군부가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러시아 황제가 폐위되었다. 러시아 군 지도부는 반란을 진압할 힘이 없었다. 만일 러시아 군대가 전쟁에서 손을 뗀다면 독일은 더 이상 동부전선과 서부전선을 동시에 감당하느라 기진맥진할 필요 없이 오로지 서부전선에만 전력을 집중할 수 있을 터였다. 그것은 곧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국의 패배를 의미했다.

JP모건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에 15억 달러가 넘는 전쟁 차관을 주선해주고, 유럽 교전국에 제공된 50억 달러어치의 군수물자에 관한 인수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니만큼 끝내 독일이 전쟁에서 승리는 거두는, 그들로서는 전혀 뜻하지 않은 사태가 일어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이런 상황에서 1917년 3월 5일 월터 하인스 페이지 영국주재 미국 대사가 윌슨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은 밀서를 보낸다. 그는 록펠러 가문과 가까운 사이였다. 영국 대사로 부임하기 직전 록펠러재단 산하 일반교육위원회의 위원을 맡기도 했다.

"저는 우리를 서서히 압박해오는 이 위기에 대처하려면 JP모건의 역량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다고 봅니다. 일개 민간기관이 담당하기에는 너무 엄청나고 급박한 상황입니다. (중략) 그렇지만 우리가 독일과의 전쟁에 직접 참가한다면, 연합국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은 아마도 신용이 될 겁니다.  

그렇게 될 경우 우리 정부는 얼마든지 영국과 프랑스에 차관을 제공하거나 아니면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을 겁니다. (중략) 우리가 독일과 전쟁을 벌이지 않는 한 우리 정부는 당연히 그러한 직접적인 신용을 제공할 수 없을 겁니다."

4주 후인 1917년 4월 2일, 윌슨은 의회에 선전포고를 요청한다. "민주주의에 안전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참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명분이었다. 그러나 윌슨이 참전을 선택한 진정한 동기는 참전을 해야만 전후 협상 과정에서 발언권이 보장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그는 2월 28일 백악관을 방문한 민간 지도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쟁에 참여한 국가의 수반이라면 미국 대통령은 평화협상 테이블에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중립국 대표로 간다면 기껏해야 '문틈으로 떠드는' 정도밖에 할 수 없겠지요. 미국 대통령의 말이 먹히려면 협상 테이블에 참가해서 우리의 외교정책을 밀어붙이고 옹호해야지, 안 그러면 아무것도 될 수 없어요."  

윌슨의 선전포고 요청에 대해 상원에서는 단 6명만이, 하원에서는 50명이 반대했다. 반대 의원들은 윌슨을 '월스트리트의 앞잡이'라고 공격했다. 조지 노리스 상원의원 "우리는 이제 성조기에 달러 문양을 그려 넣게 될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로버트 라폴레트 상원의원은 참전 문제를 놓고 국민투표를 한다면 반대가 10배 이상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미국 국민들은 유럽 열강들이 벌이는 전쟁에 관심이 없었다. 정부는 자원병 100만 명 확보를 호소했지만 참호전과 독가스의 참상이 알려지면서 열기는 식어갔다. 자원병 모집 공고 6주 만에 입대를 자원한 사람은 7만 3000명에 불과했다. 결국 의회는 징병제를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선전포고 이후 1918년 11월 11일 종전까지, 이번에는 미국 정부가 연합국에 93억 8631만 달러를 대출해 준다. 영국이 41억 3600만 달러, 프랑스가 22억 9300만 달러를 빌렸다. 그러나 사실 영국 정부나 프랑스 정부는 그 돈을 만져보지도 못했다. 그 돈은 연합국에 공급되는 전쟁물자 대금으로 미국 재계가 부리나케 쓸어갔다. 미국 재계는 대부분 모건그룹, 아니면 록펠러가와 연결되어 있었다.  

나이위원회 활동은 성공했는가? 

나이위원회의 근본 취지는 미국이 새로운 해외 전쟁에 말려드는 것, 그리고 미국 군대가 기업인들의 해외투자 보호수단으로 쓰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1차 대전 동안 군수기업 등의 부당한 이득 취득이 있었는지, 무기 제조업자들이 선전 활동을 통해 정부를 전쟁으로 몰아갔는지를 조사하는 한편 앞으로 전쟁 수행 과정에서 대기업의 이윤 추구가 일절 없도록 정부가 모든 무기 제조에 대해 독점권을 행사해야(무기산업 국유화) 하는지 등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1936년 4월 3차 보고서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마친 나이위원회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공하지 못했다. 첫째, JP모건과 록펠러, 듀퐁 등 미국 대기업들이 전쟁을 통해 어마어마한 이윤을 취했다는 사실은 밝혀냈다. 

둘째, 무기업자가 정부를 전쟁으로 몰아갔는지에 대해서, 즉 윌슨의 참전 동기가 JP모건 구하기였는지에 관해서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했으나 정치, 언론, 대학 등 제도권세력의 물타기 작전에 희석됐다. 즉 '미국 이상주의 외교의 위대한 선구자, 윌슨'이라는 신화는 큰 타격을 입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셋째, 전쟁으로부터 이윤을 제거하겠다는 노력은 완전히 실패했다. 나이 의원을 비롯한 위원들은 한때 무기산업 국유화라는 근본적 개혁까지 고려했고, 현실적으로는 전쟁 이윤에 대해 중과세하는 법안을 제출했으나 이 모든 노력은 5년간 미 의회 내에서 잠자고 있다가 1941년 12월 미국의 2차 대전 참전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930년대 대중들의 분노에 전전긍긍했던 대기업들은 2차 대전이 시작되면서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취한다. 전쟁부 장관 헨리 스팀슨이 "자본주의 국가에서 전쟁을 하려면 전쟁 수행 과정에서 기업들이 돈을 벌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들이 움직이려 하지 않을 것이므로"라고 말할 정도였다. 미국 대기업은 2차 대전에서 1차 대전보다 훨씬 더 큰 이윤을 취했으며 이후 미국에는 군산복합체가 정착되면서 영구 전쟁 국가로의 길을 걷게 된다.

나이위원회의 활동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미 국민의 지지는 차고 넘쳤다. 출범 1년이 채 안 된 1934년 12월 말 현재 나이위원회 활동을 지지, 격려하는 편지가 자그마치 15만 통이나 접수됐다. 위원회 활동이 끝나가던 1936년 3월 7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사적인 이윤을 위한 무기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82%가 '그렇다'(18% '아니다')고 대답했다.  

이 여론조사에서 펜실베이니아주 서부의 한 잡화상은 "지난 수 세대 동안 무기 관련 이윤 시스템이 우리를 전쟁으로 몰아갔다"고 지적했다. 이는 윌슨이 JP모건을 연합국 전담 금융거래자로 허용했을 때 이미 "참전으로 가는 길은 뚫렸다"는 나이 위원장의 발언과 정확히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게 전쟁이란 국민을 속여 대기업을 배불리는 수단이다"(노엄 촘스키), 또는 "외국과의 전쟁은 부르주아계급이 생각하기에 이득이 생길 것 같을 때만 일어난다"(조지 오웰)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더글라스 맥아더보다 더 용맹했고, 그보다 훨씬 군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스메들리 버틀러 장군의 반전 고전 <전쟁은 사기다>가 출간된 것도 이때였다(1935년). 이 책에서 버틀러 장군은 다음과 같이 전쟁의 실상을 고발한다.  

"전쟁은 사기다. 언제나 그래왔다. 전쟁은 아마도 가장 오래됐고, 손쉽게 가장 큰 이윤을 남길 수 있으며, 그리고 확실히 가장 사악한 사업이다. 나아가 (한 나라의 국경을 넘어) 국제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사업이다. 또한 이윤은 돈으로 계산되지만 손실은 인간의 목숨으로 지불되는 유일한 사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사기'야말로 전쟁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라고 믿는다. 전쟁이 실제로 무엇인가 하는 것은 '(권력) 내부'의 극소수 사람들만이 알 뿐이다. 전쟁은 극소수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가 희생하는 사업이다. 전쟁을 통해 극소수의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다."  

"나는 현역 군인으로 33년 4개월을 복무했으며 그 대부분을 대기업과 월가, 은행가들을 위한 고급 조폭(a high class muscle man)으로 일했다. 한마디로 나는 자본주의를 위한 사기꾼, 조폭이었다.  

1914년 나는 멕시코, 특히 탐피코를 미국 석유업계가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아이티와 쿠바를 내셔널시티뱅크가 돈을 긁어모으기에 적당한 장소로 변모시키는 것을 도왔다. 월가의 이익을 위해 중미 6개 국가를 침탈하는 것을 도왔고, 1902∼1912년에는 브라운브라더스국제은행을 위해 니카라과 소탕을 도왔다.  

1916년 미국 설탕업계가 도미니카공화국에 진출하는 것을 도왔으며, 1903년에는 온두라스를 미국 과일 기업들이 활동하기에 적당한 곳으로 만들어주었다. 1927년에는 스탠다드오일이 아무런 방해 없이 중국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알 카포네에게 한마디 조언을 해줄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기껏해야 시카고의 3개 구역에서 사기 행각을 벌였지만, 나는 세 대륙에 걸쳐 그 짓을 했으니 말이다." 

나이위원회는 1936년 4월 발표한 3차 보고서를 통해 전쟁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기심을 추구하는 조직(기업)이 국가로 하여금 군사행동에 나서도록 선동하고 겁박하는 행위를 방치하는 것은 세계 평화에 반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 국민의 염원, 나이위원회의 지적을 미국의 지배엘리트는 교묘하게 회피하고 거부했다. 일례로 <뉴욕타임스>는 위에 말한 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뿐만 아니라 <워싱턴 포스트>, <시카고 트리뷴> 등 유력 언론, 월터 리프먼 등 저명한 언론인들도 나이위원회 활동에 대해서는 거의 모두 회의적, 또는 적대적 태도를 취했다. 즉 대기업을 비롯해 미국의 제도권 세력은 전쟁을, 전쟁을 통한 이윤 획득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J. P. 모건, 나이위원회에 출석하다 

1936년 1월 7일, 미국 금융계의 최고 거물 J. P. 모건이 나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세기의 격돌이라고 할 만한 빅 이벤트였다. 만일 윌슨의 참전 결정이 JP모건의 군수물자 외상 대금 및 대출금 회수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 입증된다면 미국 정부와 대기업의 도덕성과 정당성은 추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위원회 측은 1년 가까이 금융회사 JP모건의 각종 문서 200만 건을 조사했다. 나이 위원장은 라디오 방송에 나가 국민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대기업의) 상업적 이익 보장을 위해 미국의 중립정책을 연합국에 대한 대출을 허용하는 수준까지 밀고 갔습니다. 연합국들은 미국이 결국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대해(결국은 참전할 것이라는) 일말의 의구심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잘 몰랐지만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치부책을 누가 쥐고 있는지, 그래서 결국은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를 말입니다." 

J. P. 모건은 이런 추정을 부인하는 9쪽짜리 성명을 발표했다. 연합국들에 대한 대출은 (전쟁의 승패와 관련 없이) 회수에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들이 '대출금의 안전 회수'를 위해 정부에 압력을 넣어 참전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판타지 같은 허구의 이론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1월 7일 청문회에서 위원회 측은 전쟁이 일어난 1914년 윌슨이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국무장관의 강한 반대를 물리치고 로버트 랜싱 전쟁장관 편에 서서 미국 은행가들이 교전 당사국에 대출하는 것을 허용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공개했다(이 결정 직후 브라이언은 장관직을 항의 사퇴했다). 전쟁의 한쪽 당사국에 전쟁 자금을 대출해주면서 중립을 주장하는 것은 사실 '눈 가리고 아웅'이나 다름없는 짓이다.  

또한 나이 위원장은 윌슨이 참전 이전에 이미 연합국들의 밀약을(연합국이 이길 경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등 동맹국 영토를 분할 지배한다는) 알고 있었으며, 상원 외교위원들에게는 나중에(1919년) 베르사유 평화회담에서 비로소 알게 됐다고 '허위' 증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윌슨이 의회와 국민을 기만했다는 얘기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현대사>의 공저자 올리버 스톤과 피터 커즈닉은 1차 대전 당시 윌슨의 행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나이 위원회 조사는 윌슨이 사실상 국민을 속이고 전쟁에 참전했음을 보여주었다. 윌슨은 연합국들에 대한 대출과 기타 지원을 허용함으로써 중립정책을 해쳤고, 독일군의 만행을 의도적으로 과장했으며, 연합국들 간의 밀약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은폐했다. 1차 대전은 민주주의 확보를 위한 전쟁과는 거리가 멀었고. 제국의 전리품을 나눠먹기 위한 전쟁이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현대사> 153쪽)  

그러나 우드로 윌슨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민주당 의원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이 사태를 두고 당시 <워싱턴 포스트>는 "항의와 분노의 회오리바람이"이 몰아쳤다고 표현했다.  

상원의원 톰 코널리(텍사스)가 공격을 주도했다. 그는 1월 17일 상원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나는 특위에서 주장하는 혐의들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악랄하기 그지없는 주장이니까요. (중략) 특위 위원장이라는 자가 우리를 평화로 안내하겠다고 하면서 돌아가신 분(윌슨)에 관한 역사의 기록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그분은 위대했고 선하셨으며 살아생전에는 적들과 감연히 맞선 분이었습니다."  

그는 이어 나이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1차 대전 관련 미국 역사 기록에 먹칠을 하려는 가증스러운 짓거리"라고 비난했다. 

다음날에는 윌슨 행정부 말기 재무장관을 역임한 카터 글래스 상원의원(버지니아)이 공격에 나섰다. 그는 나이에 대해 "악랄한 중상모략, 돌아가신 대통령에 대한 말로 다할 수 없는 비방, 윌슨의 무덤에 오물을 뿌리는 짓거리"라고 비난했다. 주먹으로 탁자를 얼마나 세게 두들겼는지 들고 나온 문건에 마구 피가 튀었다. 글래스 의원은 이렇게 고함쳤다.

"아니 이런 악의적인 선전선동이 어디 있습니까. 거짓 주장입니다. 모건 가문이 우드로 윌슨의 중립정책을 바꿔놓았다니 말이나 됩니까!" 

나이 위원장은 차분하게 반박했다. "정말 놀라운 일은 특위 활동을 잠시 중단하기 위한 '사전 조율' 같은 것이 없었는데, 모건과 그 일파들이 출석하면서 특위에 대한 적대감이 분출됐다는 사실"이라며 사과 발언을 하는 대신 관련 서한과 문건들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미국은 전리품을 나눠 먹기로 한 사실을 알면서 참전했다. 그런데 우리는 연합국들 간에 비밀협약이 있었다는 사실을 베르사유 평화회담에 가서야 비로소 폭탄 같은 뉴스로 알게 됐다"(5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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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끝에 잡았지만... 애인 말고 두목을 잡는 법

[보이스피싱의 모든 것 ⑤] 지난해 붙잡은 피의자 중 '총책'은 0.3%뿐... 어떻게 뿌리뽑을까

18.12.30 10:59l최종 업데이트 18.12.30 10:59l
그래픽: 고정미(yeandu)

 

 

 

개그 소재로도 종종 쓰이는 보이스피싱, 하지만 현실에서는 결코 만만치 않다. <오마이뉴스>는 총 일곱차례에 걸쳐 보이스피싱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고, 범죄조직의 실체를 분석하는 한편, 현장에서 보이스피싱과 대면하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문제해결의 방법을 찾아봤다. 이 기사는 다섯번째다.[편집자말]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검찰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로 억대를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이모(23)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범죄수익금을 들고 웃는 모습을 찍어 서로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  2016년 3월 22일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검찰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로 억대를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이모(23)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범죄수익금을 들고 웃는 모습을 찍어 서로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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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신원불상으로 기소중지를 할 때마다 '이러려고 검사가 됐나' 싶었다."

검찰 내에서 '보이스피싱 저승사자'로 불리는 박경세 부산지방검찰청 검사(변호사시험 2기)는 자신이 악착같이 수사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소중지는 피의자의 소재불명 등으로 수사를 더 이상 진행 할 수 없을 때 내려지는 결정이다.

<오마이뉴스>가 취재 중 만난 판사는 한 지방법원 영장판사로 근무했을 때 보이스피싱 피의자들을 상대로 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떠올리며 "두목 애인은 있었는데, 두목은 없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보이스피싱 범죄 피의자 상당수가, 특히 총책으로 불리는 거물급 피의자는 결국 수사망을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검거자 중 절대다수는 현금인출팀 말단

 보이스피싱 직책별 검거인원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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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은 완전체 조직이다. 피해자를 낚는 '콜센터팀'과 낚인 피해자들 대면하는 '현금인출팀'으로 나뉘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그 위에는 우두머리인 '총책'이 최정점에 있다(관련 기사 : "조폭보다 훨씬 무섭다" '완전체 기업' 대해부).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검거된 보이스피싱 범죄 피의자 2만 5473명 가운데 총책은 72명에 불과하다. 피라미드식 구조로 이뤄지는 범죄 특성상 총책보다 콜센터팀이나 현금인출팀의 검거인원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극소수의 총책만 검거되고 있다는 게 김 의원실의 설명이다.

수사기관에 붙잡히는 보이스피싱 범죄자 대다수는 피해자에게 현금을 받아 전달하는 현금인출책이다. 콜센터는 주로 해외에 위치한 데다 최근에는 1차 콜센터, 2차 콜센터 등으로 분화돼 더욱 검거가 쉽지 않다. 현금인출책의 경우 은행이나 대면 현장에서 검거가 가능하지만 콜센터의 경우 신고가 사후적으로 이뤄진다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현금인출팀 역시 점 조직으로 운영돼 검거되더라도 수사가 보이스피싱 조직 전반으로 확대되기 어렵다. 현장에서 검거되는 말단 조직원은 상위 지시자 한 명 외엔 윗선과 소통하지 않는다. 한 검사는 "현금인출책을 검거하고 거기에 한 명을 더 검거하는 경우도 운이 좋을 때"라고 설명했다.

[해법 ①] 머리를 잡으려면 : 국제공조
 
 27일 오전 서울 마포 경찰서에서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 수사관들이 제주에서 대만인이 운영한 중국인 상대 대규모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검거하고 압수한 증거품을 조사하고 있다.
▲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2017년 12월 27일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대만인이 제주에서 운영한 중국인 상대 대규모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검거하고 압수한 증거품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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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까지 일망타진을 위해서는 먼저 콜센터팀을 잡아야 한다. 현금인출팀은 조직원이 사실상 개별적으로 움직이지만, 콜센터는 상호 관계가 두터운 경우가 많다. 주로 가족·친척·지인 소개로 합류한 조직원들은 해외에 거점을 둔 콜센터로 건너간다. 조직원 한 명을 잡거나 콜센터 위치정보 등을 알아낼 경우 조직의 상당 부분을 잡아낼 수 있다. 그렇기에 콜센터가 위치한 국가와의 국제공조가 중요하다.

지난 2015년 경찰은 중국 공안과 공조 수사를 벌여 처음으로 중국 내 보이스피싱 총책과 조직원 45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수사에 참여한 경찰 관계자는 "콜센터 위치가 중국으로 확인되면 통상 수사를 종결했었는데, 당시에는 경찰청 고위 간부가 직접 중국을 방문해 공안부의 수사 책임자를 설득한 끝에 중국 조직원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인을 상대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로 확산돼 벌어지는 것으로 수사기관은 파악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과의 협조가 어려워 총책 등 조직 일망타진이 어려웠지만, 공조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또 중국인 보이스피싱 피해자도 늘어나는 추세라 중국 공안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할 것으로 수사기관은 내다보고 있다.

[해법 ②] 범죄 도구를 없애라 : 대포통장과 대포폰 차단 
 
 전남 여수경찰서는 30일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수억원을 가로챈 조선족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2개 조직원 14명을 붙잡아 그 중 7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경찰이 압수한 증거품.
▲  전남 여수경찰서는 2015년 6월 30일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수억원을 가로챈 조선족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2개 조직원 14명을 붙잡아 그 중 7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경찰이 압수한 증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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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조수사가 사후 처벌을 통한 예방방법이라면 애초 범죄에 쓰이는 도구를 차단하는 사전 예방방법도 있다.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대표적 도구가 대포통장과 대포폰이다. 이 두 도구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수사망을 피해 숨을 수 있게 해주는 '무기'다. 금융범죄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범죄 도구인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없애는 게 근본적인 방안이라고 말한다.

건수는 점점 줄고 있지만 대포통장은 여전히 보이스피싱 범죄의 주요 수단이다.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의 자료에 따르면, 대포통장을 이용한 사례는 지난 2016년 약 4만 6천 건(월평균 3885건)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약 2만 건으로 월평균 3497건으로 감소했다.

이런 감소세는 금융당국이 신규 계좌 개설 절차를 강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에서 새로운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분증, 주민등록등본을 지참하는 동시에 계좌 개설 목적 등을 자세히 밝혀야 한다. 그러나 대포통장만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보이스피싱 조직에 유통하는 일당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대포통장에 비하면 대포폰은 제재가 훨씬 덜 하다. 1인당 개설할 수 있는 휴대폰 개수에 사실상 제한이 없다. 주요 이동통신사 3사(SKT·KT·LG)와 알뜰폰 약 30개 사를 포함해 사용자 한 명이 휴대폰을 100대 넘게 개통할 수 있다. 휴대폰을 개설하면서도 개통자가 직접 대면할 필요도 없다.

박경세 검사는 범죄 도구 마련에 많은 자금이 들게 하는 방식으로 범죄 이익의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포통장과 대포폰에 많은 돈을 사용한다"라며 "대포통장, 대포폰의 시세가 올라야 조직이 적자가 본다, 그렇기 위해선 대포통장, 대포폰 양도 사범들을 엄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타인에게 팔아넘기는 범죄자의 형량을 높이면 그에 따라 시세도 올라간다는 주장이다.

[해법 ③] 엄벌을 위하여 : 걸리면 '조직 범죄'로
 
 충북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일 중국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으로부터 사기 수법을 배워 국내에서 서민들을 등친 한국인 일당이 무더기로 적발했다. 사진은 경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들.
▲  충북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5년 6월 2일 중국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으로부터 사기 수법을 배워 국내에서 서민들을 등친 한국인 일당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사진은 경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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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보이스피싱이 성향하는 것은 법이 관대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바로 양형의 문제다. 대포통장·대포폰을 만들어 보이스피싱 범죄에 건네고 그 대가로 돈을 챙기는 범죄자는 보통 무죄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미국의 경우에는 징역 수십 년을 받을 수 있는 범죄다.

총책 등 주범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지난 2015년부터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피고인에게 징역 5년 이상을 구형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지만, 재판부마다 다르게 판단하고 낮게는 징역 1년을 선고하는 사례도 있다.

한 판사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적용되는 '사기죄'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한 사람이 수억 원 이상 피해를 당하는 게 아니라 수십 명의 사람이 각각 수백만 원의 피해를 본다"라며 "사기죄로는 기껏해야 징역 10년 이하고, 상습 사기로 걸어도 형량이 높지 않다, 상한선 10년도 총책을 기준으로 하면 나머지 공범들의 형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 사람이 5억 원 이상을 손해 본다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재판부가 가중처벌을 내릴 수 있지만, 개별 사건이 여러 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 사기로밖에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검찰은 보이스피싱 조직 윗선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기도 했다. 형법 제114조인 범죄단체조직죄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했을 경우 성립하며, 이전까지는 조직폭력배에게 주로 적용돼왔다.

그러나 지난 2016년 8월 수원지검 안산지청이 기소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조직원만 110명에 달하는 '기업형 조직'으로 피해자들에게 총 약 54억 7천만 원을 가로챘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조직 핵심 간부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기소한 건 전국적으로 처음"이라고 밝혔다.

박경세 검사는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경우, 양형이나 구속 여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범죄단체조직죄로 재판에 넘겨진 총책에게 징역 20년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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