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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질공원 한탄강 망치는 댐, 두고만 볼 건가

[함께 사는 길] '한탄강 지킴이' 이우형 현강문화연구소 소장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자일리 한탄강 화적연(禾積淵). 강 가운데 볏짚을 쌓아 올린 듯한 화강암이 자리한 이곳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93호로 지정될 만큼 풍광이 좋아 평소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던 곳이다. 그러나 홍수가 지난 다음 사람들을 맞이한 건 걸을 때마다 발목 높이로 푹푹 빠지게 하는 짙은 황갈색 진흙이었다. 며칠 전 내린 비는 한탄강을 황톳빛으로 넘치게 했고, 이때 밀려온 진흙은 화적연 진입로 일대를 두껍게 덮어버렸다. 한 주민은 뻘밭 상태를 '머드 축제'라 비유하며 혀를 찼다. 그는 "사람 손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라며 "(포천)군에서 포클레인을 보내줘야 정리가 될 것"이라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8월 7일 지역 역사문화 전문가인 이우형 현강역사문화연구소 소장과 함께 홍수 후 한탄강을 찾았다. 올해 40일 넘게 지속된 중부지방 장마는 기후위기의 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지만, 한탄강이 겪고 있는 비극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그 원인이 바로 2016년 준공된 한탄강댐이다. 이우형 소장은 "한탄강이 이렇게 침수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특히 한탄강이 침수되면서 진흙이 굉장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한탄강 명승과 관광지 전체가 이런 뻘밭으로 변한 상태다. 이 지역은 접경지라는 특성 때문에 쉽게 정리할 수도 없다. 폭우에 지뢰가 유실될 수 있기에 군부대가 우선 탐사를 해야 한다. 더욱 큰 문제는 한탄강댐으로 한탄강 절경지 전체가 침수에 따른 영향을 받게 되지만, 수자원공사나 지자체가 관리할 수 있는 지점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 경기도 포천 운산리 운산천 하류 구라이현무압협곡 '큰가마소'. ⓒ이우형
▲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93호로 지정된 화적연 일대가 진흙으로 뒤덮였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용암대지 흐르는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지정


 

한탄강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용암대지에 형성된 강이다. 27만 년 전 화산이 폭발하면서 철원평야를 비롯해 포천, 연천 등지로 용암이 쏟아졌다. 오랜 시간 동안 물줄기는 용암대지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면서 물길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한탄강은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현무암 절리(주상절리, 판상절리)가 발달했고,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란 말처럼 깎아지른 절벽의 협곡 지형 절경을 갖게 됐다. 한탄강 상류 지역은 휴전선과 민간인 통제지역으로 사람 왕래가 제한되면서 천연기념물과 역사·문화 유적, 생태계 등이 비교적 잘 보전된 지역이다. 또 지질학적으로는 선캄브리아시대부터 신생대까지 지층을 볼 수 있는 지질학의 보물 창고다.

 

 

한탄강의 가치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지난 7월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09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한탄강 일대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했다. <경향신문>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세계지질공원은 미적, 고고학적, 역사·문화적, 생태학적,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곳을 체계적으로 보전하며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정하는 구역"이다. 한탄강 일대는 비둘기낭 폭포, 포천 아우라지 베개 용암, 재인폭포, 직탕폭포, 고석정, 철원 용암대지 등 총 26곳이 지질 명소로 지정됐다. 앞서 2015년 환경부는 한탄강·임진강 유역 주요 지점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했다.

 

한탄강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은 한탄강의 가치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국가적 경사다. 또 1990년대부터 한탄강 보존을 외쳤던 지역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는 결과다. 그러나 이우형 소장과 같이 지난 20여 년 넘게 한탄강댐 문제점을 지적해온 이들은 세계지질공원 지정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정확히는 한탄강댐과 세계지질공원이 병립 가능한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우형 소장은 한탄강이 세계적 문화유산이 될 거라 가장 먼저 알렸던 사람임과 동시에 이 지역에 댐이 들어서게 되면 세계적 유산이 훼손된다고 경고했던 사람이다.

 

수십만 년 동안 자연 그대로 흐르던 한탄강에 위기가 찾아온 건 1990년대 말부터였다. 한탄강은 임진강으로 유입되는데, 1996년 등 세 번에 걸쳐 임진강 하류 파주 등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1999년부터 정부는 홍수 피해 방지와 수도권 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다목적댐 건설을 추진했다.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확산되고 강원도청이 공식 반대를 밝히는 등 한탄강댐 추진은 쉽지 않은 일이 됐지만, 최종적으로 국무총리실 주관 임진강 유역 홍수대책특별위원회는 2006년 8월 홍수조절댐으로 확정했다. 지역 대책위는 2007년 3월 한탄강댐 건설 기본계획 고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2년 넘게 진행된 소송에서 한탄강댐의 부당성과 대안 비교의 허구성을 지적했지만, 1심(2008. 6)과 2심(2008. 12)에 이어 대법원(2009. 5)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선고됐다.


 

▲ 경기도 포천 관인면 중리 한탄강 '멍우리협곡'. ⓒ이우형
▲ 한탄강구정초(포천구절초). ⓒ이우형

세계지질공원이 지질학적 가치가 없다고? 

 

한탄강댐은 2000년 동강댐 백지화 이후 확정된 유일한 대형 댐이란 점에서 찬반 모두 사활을 걸었다. 반대 측은 한탄강댐의 홍수량과 경제성이 조작되는 등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댐이 들어서게 되면 한탄강 일대의 절경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댐 반대 운동의 중심에 섰던 이우형 소장은 "한탄강댐 수몰 예정지가 생태적, 지질적 핵심지"라고 말했다. 2009년 10월 국무총리실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진복 국회의원은 임진강특위 회의록 분석을 통해 '한탄강댐 추진을 결정한 임진강특위 등이 편파적이었고, 댐 건설을 목적에 두고 움직였다'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러나 건교부와 수공 등은 '담수를 하지 않는 홍수전용댐이기 때문에 영향이 미미하다'라며 반대 측 문제 제기를 수용하지 않았다. 더욱이 댐 추진을 위해 한탄강의 가치를 왜곡했다. 이우형 소장은 "많은 답사 프로그램과 토론회에서 한탄강의 가치를 수없이 얘기해 왔다"라면서 "1, 2심 소송 현장 검증을 하면서 현재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명소를 다 답사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정부 측 전문가는 '한탄강에는 가치 있는 게 별로 없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한탄강댐 1심 소송에서 정부 측 대리인은 2007년 10월 '한탄강홍수조절용댐 행정 소송 변론요지 환경, 문화재 및 보상 쟁점'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첫째, 서울대 등 지질전문가 8인의 현지 조사와 자문 결과 한강탄 유역에는 현무암 특이 지형으로 철원 순담 계곡이 있지만, 댐 수몰지 내에는 현무암 지형지질 특성 발달이 미약하고 희귀성이 높지 않다. 둘째, 2001년 10월 문화재청의 지질광물 문화재 자원조사 결과 보존이 요구되는 주상절리는 대교천 주상절리뿐으로 200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셋째, 2002년 5~6월 환경영향평가 협의 시 다른 주상절리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 없었고, 그 외 다른 지역에 대한 문화재 지정 여부에 대한 원고 측의 견해는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에 불과하다.


 

한탄강 가치에 대한 댐 반대 측의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는 이후 환경부 국가지질공원을 넘어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받았다. 한탄강댐 추진 당시 국가의 논리대로라면 한탄강 세계지질 공원 지정은 어불성설이다. 댐 반대 측이 한탄강댐을 "토건족과 거기에 기생하는 전문가 집단의 협작이자 국가 사기"라고 규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천시 문암동 전망대는 한탄강 수직 주상절리 절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가을철이면 절벽을 따라 붉게 단풍이 지면서 장관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일행이 현장에 갔을 때 전망대로 이어지는 곳은 장화 없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뻘층이 깊게 쌓여 있었다. 여기서 만나 한 주민은 "살면서 한탄강에 이렇게 물이 차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무서울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원래 한탄강은 큰 여울(漢灘)의 강이란 명칭처럼 홍수 때는 바닥에 돌 굴러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유속이 빨랐다. 또 수위도 낮았다. 1996년 상류 철원에 1000mm가 넘는 비가 왔을 때도 강물은 30여 m 높이 문암동 수직 절벽의 3분의 1도 채우지 않고 흘렀다. 그러나 한탄강댐이 들어선 이후인 올해는 그보다 적은 양의 비가 왔음에도 수직 절벽의 거의 꼭대기까지 수몰됐다. 포천시 관인면 영로대교에서도 댐 건설 전후 홍수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1996년 홍수 시 강물은 한탄강 협곡의 4분의 1(옛 영로교)을 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는 협곡 윗부분까지 누렇게 색을 바꿔놓았다.


 

비둘기낭이나 재인폭포 등 진입로에 쌓인 진흙과 쓰레기는 어떻게든 정리가 된다 해도 폭포를 둘러싼 수직 절벽 등 U자형 협곡 지형은 진입로 자체가 없어서 장비가 들어갈 수조차 없다. 그저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절벽에 찌든 진흙과 쓰레기를 씻겨내야 하는데, 조금만 많이 와도 또 침수되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현무암 주상절리 한 덩어리가 붕락하는데 자연 상태에서 보통 70년이 걸린다는 게 이우형 소장의 말이다. 여기에 찌든 이물질은 동결과 해빙 과정을 거치면서 주상절리를 더 빠르고 더 많이 붕락시키는 원인이 된다. 더욱이 주상절리 수직 절벽은 수리부엉이의 둥지가 있는 곳이며, 한탄강구절초(포천구절초) 등 특이 식생의 주요 서식지이기도 하다. 목도리담비 등도 협곡 지형에 살고 있고, 강에는 어름치, 쉬리 등이 한반도 고유종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사람이 간섭할 수 없는 현무암 협곡 지형에 적응해 살아왔지만, 한탄강댐으로 침수가 된 이후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우형 소장은 절벽 식생이 죽어 하얗게 변해버리는 백화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한탄강 망치는 댐 두고만 볼 건가


 

중국 러산시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러산대불이 홍수에 일부 잠겨 훼손이 우려된다는 외신 보도가 있지만, 정작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이 침수되는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조차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한탄강댐으로 인한 세계지질공원 침수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한탄강댐과 세계지질공원은 과연 공존할 수 있을까?


 

▲ 경기도 포천시 문암동 전망대 일대까지 물이 차올라 고추밭 일대를 뒤덮었다. ⓒ함께사는길(이성수)
▲ 한탄강댐 수문 안에 이번 집중호우 때 떠밀러 온 쓰레기들이 가득하다. ⓒ함께사는길(이성수)

한탄강 역사·문화 산증인의 탄식


 

이우형 현강문화연구소 소장의 삶은 한탄강과 불가분이다. 그의 증조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한탄강에 댐을 지으려 하자 이를 막아낸 전설적인 인물이다. 이 소장 또한 평생을 한탄강 지킴이이자 이 지역 역사문화의 산증인으로서 살아왔다.


 

1990년대 말 이 소장은 고향 선배인 이철우 전 국회의원과 함께 철원·연천·포천 지역 인사들과 한탄강네트워크(이하 한타넷)를 결성했다. 한타넷은 정부의 한탄강댐 추진에 맞서 댐 반대 운동을 주도했다. 이 소장은 임진강 하류 지역 홍수 방어를 위해 한탄강에 댐을 만든다는 정부 논리는 가당치도 않았다. 한탄강은 임진강 유역의 15%밖에 되지 않아 홍수 방어 효과가 떨어진다. 효과를 떠나 한탄강이 가진 독특한 인문생태지질학적 가치를 생각하면 댐 건설은 어불성설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홍수전용댐이라는 논리로 댐을 강행했다.


 

10여 년 가까이 이어진 치열한 댐 반대 운동 내내 주민들은 권력과 돈으로 협박당하고 회유에 시달렸다. 더 많은 보상을 수 있다는 온갖 편법과 불법이 횡행하고 이 소장이 관리하던 한타넷 홈페이지에 누군가 고의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일도 있었다. 한탄강댐 건설을 둘러싼 주민 갈등은 이 소장에게 "100년 지나도 아물지 않을 상처"가 됐다.

 

이 소장은 수많은 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한탄강의 가치를 알리고, 각종 토론회와 법원 현장실사에도 참여해 한탄강 지역이 가진 가치를 설명했다. 그의 주장은 2020년 유네스코가 한탄강을 세계지질 공원으로 지정하면서 증명됐지만, 불행히도 한탄강댐 건설을 막진 못했다. 이 소장은 "토건족에 종속된 전문가 집단의 문제점"을 댐 건설의 원인으로 꼽았다. 2004년 철원 대교천 현무암 협곡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당시 문화재 전문위원인 모 교수는 한탄강 다른 지역에 대해선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한탄강 소송 현장 검증에서 정부 측 전문가로 참여한 한국지질자원연구소 모 박사는 그에게 "세상에 이런 데가 있어요?"라며 놀라면서도 "밥줄 끊긴다."라며 정부 측 주장을 되풀이 했다. 지질자원연구소 모 박사는 MB 정부 시절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발탁됐다고 한다. 이우형 소장은 "그들의 제자들이 현재 문화재 판을 점령하고 있다."라면서 "4대강사업 당시 문화재 지표 조사를 날림으로 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들의 카르텔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탄강댐 건설 전후로 한탄강 수위는 극적으로 달라졌다. 댐이라는 인공구조물이 흐름을 방해하자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대규모 현무암 협곡 침수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따른 치명적인 악영향이 예상되지만,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탄강댐과 세계지질 공원이 과연 공존 가능한가?" 이 소장의 질문에 정부는 이제라도 답해야 한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92811360362388#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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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반’ 밖에 안 남은 2022 대선···이낙연·이재명 등 여권 후보 기상도는?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입력 : 2020.10.01 08:07

 

 

2022년 3월 차기 대통령 선거가 이제 1년 반도 남지 않았다. 현재로선 여야를 통틀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두 사람만의 레이스에 모두의 시선이 쏠린 상태다. 총선 전인 올해 초만해도 이 대표의 독주 체제가 그대로 가나 싶었지만 이 지사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민심을 등에 업고 부상했다.

문제는 두 사람 모두 이제 대선 후보로서의 지지율이 정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점이다. 이 대표 측이나 이 지사 측 관계자들 모두 이 부분에 대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제각각 자신의 ‘스타일’과 ‘전략’대로 차근차근 대선 행보를 걷고 있지만 그들이 맞딱뜨린 현실과 민심의 향방은 그들의 마음과 같이 않게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최전방 사령관으로 활약 중인 정세균 국무총리, 사법부의 판결을 앞두고 있는 ‘친문(재인)계 적자’ 김경수 경남도지사, 전당대회 낙선 후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는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호시탐탐 부상을 가늠하고 있다.

“1년 반 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도’ 1년 반이나 남았다”는 민주당 관계자들의 전망은 이 때문에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7월30일 경기도청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7월30일 경기도청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비바람을 뚫고…” 당대표직 선택한 이낙연의 ‘한 수’, 통할까?

“비바람을 뚫고 나가는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묵묵히 나아가고 있다.”(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관계자)

이 대표의 대선 주자로서의 기상도는 좋지 않은 편이다. 4월 총선 이후부터 대선 지지율은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지사에게 1위 자리를 내주기 시작하면서다.

본인으로선 대선을 앞두고 ‘7개월짜리 당대표’를 선택하며 ‘한 수’를 뒀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는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대표가 된 이후 튀어나온 각종 내우외환은 그의 행보에 장애물로 작용했다.

대표적인 것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이다. 지난달 28일 서울동부지검이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일단락되긴 했지만 추 장관 아들 건은 정국을 뒤흔들어놨다. 20~30대 젊은 층의 민심이 이반하고 중도·무당층이 움직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당 지지층뿐만 아니라 이들의 지지가 있어야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대표로선 추 장관 아들 건으로 붙은 불을 끄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사건 초반에만 해도 특유의 신중론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당내 의원들에게 ‘발언 자제령’을 내렸다. 조국 사태 이후 다시 ‘불공정 이슈’에 반응하는 민심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내부를 먼저 다잡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당 소속 의원들의 ‘입’은 가만히 있지 않았고, 각종 설화가 터졌다. 이 대표로선 민망해질 수밖에 없는 터였다.

오히려 이 대표는 계속되던 야당의 공세가 ‘한 방’이 없고 정치공세에만 치중하는 쪽으로 흐르자 입장을 바꿨다. 그는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 장관 입장과 당 소속 의원들 노력으로 사실관계가 많이 분명해졌다”며 “정치공세는 단호하게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 아들 건으로 이 대표와 민주당은 상처만 받았을뿐, 얻은 게 없다는 평가가 많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통화에서 “민주당 지지층만 본다면 영향은 별로 없을 수 있지만, 대선을 생각하는 정당이라면 무당층 등의 마음이 중요하다”며 “추 장관과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그 부분에서 그리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 피해로 인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의 경우에는 이 대표가 스스로 ‘크게 얻으려다 본전도 얻기 힘들었던 판’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차 재난지원금 논의 과정에서 ‘만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공개 건의했으나, 정치권을 비롯해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찬반 양론이 갈리면서 논란 거리가 됐다. 결국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지급 범위가 대폭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당·청 간 엇박자만 노출됐다.

당대표 취임 한 달 동안 뚜렷한 정책이나 의제 설정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각종 돌발 이슈들로 ‘내우외환’을 겪으면서도 윤리감찰단을 띄워 ‘당 내부 장악’을 하기 시작한 점은 일정 부분 성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DJ 3남’ 김홍걸 의원과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을 내쳤지만, 의원직은 유지하게 하면서 솜방망이 징계라는 얘기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대신에 2단계 기강잡기로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해 다주택 보유 문제 등을 전수조사하기로 한 것은 당 안팎에서부터 기대가 나온다.

하반기 남은 정기국회 정국에선 ‘이낙연표 협치’도 예고하고 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원칙 있는 협치”를 주장하기도 했다. 오랜 인연이 있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남다른 협치를 보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는 이 대표로선 이 협치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자신의 대선 행보도 가늠될 터다.

이 대표 측근인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7개월짜리 당 대표 중 이제 첫 달을 보냈지만 정말 복잡하고 많은 이슈들을 다 처리해내면 어렵게 넘어왔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이낙연의 엄중함과 신중함으로 협치에서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찾은 이낙연 대표가 상인에게 꽃을 선물 받은뒤 환하게 웃고 있다. /김영민 기자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찾은 이낙연 대표가 상인에게 꽃을 선물 받은뒤 환하게 웃고 있다. /김영민 기자

■ “민심만 보고 앞으로···” 이재명의 ‘원칙 돌파’, 결과는?

“민심만 보고 굳은 신념과 원칙대로 헤쳐나가겠다.”(이재명 경기도지사 측 관계자)

이 지사는 지난 7월 대법원 판결 이후 강공 전략으로 바꿨다.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그를 옥죄고 있던 ‘족쇄’가 풀리면서다. 특유의 선명성을 무기로 이전보다 더 폭 넓은 주제에 대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더 많이, 그리고 강하게 설파하면서 민심을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이 지사의 민심 공략법은 간단했다. 시민들이 원하는 곳을 직접 찾아가 해결하고 민생체감도가 높은 정책들에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식이다. ‘사이다’라고 불리는 그의 언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실시간 전파됐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일대 계곡 내 불법영업 시설을 전면 철거했고, 올해 초 코로나19 첫 확산 때에는 도내에 있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행정력을 동원했다. 그는 신천지 신도의 명단을 확보하고 이만희 총회장의 검체를 채취하는 등 과단한 정책 실행력을 보였다. 시민들은 신천지 성전 강제진입 전 직접 그 앞으로 찾아가 기자회견을 하는 이 지사의 모습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정착하지 못한 오랜 복지담론이자 숙제인 기본소득을 꺼내 든 것은 이 지사로서는 대선을 향한 ‘정책의 한 수’였다. 이 지사가 “우선 연 20만원에서 시작해 횟수를 늘려 단기목표로 50만원을 지급한 후 경제 효과를 확인하고 점차 늘려가면 된다”고 제안하자, 여당을 비롯해 야당의 대선 주자들까지도 이를 반대하거나 다른 목소리를 내며 논쟁에 ‘참전’했다. 오로지 정책으로서 일합을 겨뤄 이길 수 있다는 그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후부터 이 지사의 ‘정치 참여’는 도정보다도 앞세워진 듯한 분위기로 흘렀다.

이 지사는 대법원 선고 이후인 8월부터는 다양한 정책들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 10%로 인하’,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입법, 기본주택 의제 제안,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부동산 백지신탁제도’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도지사 신분이라서 어려운 부분은 정치권에 공개 제안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 176명 전원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는 식이다. 대선 1~2위를 다투게 된 위상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도 그의 요청을 입법화하는 데 나서며 화답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역점 정책 중 하나인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의 경제적 실효성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이 지사는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에 대해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쓰며 했다가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지사의 ‘이슈 파이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민주당과 국회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는 이낙연 대표와 달리 경기도정에 주력해야 하는 이 지사로서는 정치의 중심에 서기란 쉽지 않은 상황인 터다.

대선 전까지 이 지사만의 승부사적 기질이 이슈 파이팅을 통해 계속 나오겠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논쟁과 토론을 즐겨하다 보니 ‘싸움닭’이라는 별명처럼 언변이 거칠 때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조국 사태 때나 최근 추 장관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 등 민심의 향배가 엇갈리는 현안들에 대해선 말을 아껴온 부분도 지지자들 사이에선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를 출마시킬 지 여부를 놓고 원칙론을 들고 나왔다가 당과 여론 추이에 말을 바꾼 적도 있다. 일각에선 ‘친문(재인)계’와의 껄끄러운 사이를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결국 이 지사로서는 이슈 파이팅을 계속 하면서도 당내에서 이 대표에 대적할 ‘다른 주자’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조언들이 나온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중도층 확장보다는 친문계 지지층의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면서도 이 대표와 달리 좌고우면하지 않으면서 뚜렷한 선명성으로서 당·청에 쓴소리도 할 때는 하는 인사가 돼야 ‘민주당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우철훈 선임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 /우철훈 선임기자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0010807001&code=910402#csidxbfc5db782fdfbdd8bf2d4771afa2d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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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선진국은 어린 학생부터 등교, 한국은 왜 큰 학생부터?

OECD "아동발달 고려해 저학년부터"... '학벌 우선' 한국은 고3부터

20.09.30 19:22l최종 업데이트 20.09.30 19:23l
 코로나19로 인해 개학 연기 후 고3의 첫 등교일인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된 후 고3의 첫 등교일인 5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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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폭풍 속에서도 전 세계의 학교 문은 서서히 열렸다. 원격수업이 이룰 수 없는 등교수업만의 교육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더디더라도 학교 문을 연 것이다.

30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9월에 낸 <OECD 교육지표 2020>을 봤더니 나라마다 등교수업 재개 방식이 제각각이었다. '어린 학생부터 등교시켰느냐, 큰 학생부터 등교시켰느냐'가 서로 엇갈린 것이다.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교육선진국들은 어린 저학년 학생부터 등교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OECD는 "많은 나라들이 아동의 인지 발달과 원격수업 적응 어려움을 고려하여 저학년부터 등교시켰다"고 분석했다. 유치원과 초등 1~2학년의 경우 원격수업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당연히 어린 학생부터 등교시킨 것이다. 반면, 한국은 고3을 0순위로 등교시켰다. 지난 5월 20일부터 그렇게 했다. 이어 3단계에 걸쳐 유초중고 학생들을 학년별로 안배해 3주에 걸쳐 순차적으로 등교시켰다. 당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고3을 먼저 등교시킨 이유에 대해 "진로·진학 준비의 시급성을 고려해 등교수업을 우선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고3 우선주의는 광화문 발 코로나 집단감염 국면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다. 시도별로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몇 차례 상황에서도 고3은 대부분 등교수업을 받았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1/3 학교 밀집도 완화 정책에서도 고3은 예외였다. 날마다 등교시키기 위해서다.

이런 고3 우선주의는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우선주의로 이어졌다. 유 장관은 지난 28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도 수능 응시를 집합금지 예외 사유로 인정하기로 했다"면서 "대학별 평가도 집합금지 예외 사유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3단계 상황이더라도 오는 12월 3일 예정된 수능을 강행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능 강행은 정부 스스로 방역지침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거리두기 3단계에서는 실내외를 막론하고 '1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며 '각종 시험을 위한 집합 금지'도 밝혀왔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지난 8월 6일 '2020년 2학기 학사운영 세부 지원방안'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는 대면수업을 금지하고 '원격수업 또는 휴업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10명 이상 모임도 금지하는데 49만 명이 치르는 수능은 예외라니 수능공화국의 면모가 다시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장관이 이 같은 기존 방역지침과 다른 내용을 발표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나라가 대학입시를 다른 무엇보다 우선하는 수능공화국인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수능공화국 문제는 '명문대학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학벌주의와도 맥이 닿아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확인된 명문대 학벌주의
 
 24일 오전 11시 교사노동조합연맹, 좋은교사운동,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와 국회 교육위 강득구 의원은 국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초등1·2학년 ‘책임등교’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24일 오전 11시 교사노동조합연맹, 좋은교사운동,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와 국회 교육위 강득구 의원은 국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초등1·2학년 ‘책임등교’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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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수능과 학벌 획득을 우선 배려하는 정책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 교육위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교사노조연맹,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국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 좋은교사운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유치원·초등 1·2학년 '책임등교' 실시" 요구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돌봄·학습공백의 문제는 저학년일수록 치명적"이라면서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스스로 원격학습이 어렵기 때문에 보호자가 아이 곁에 상주하지 못하면 원격수업 기간 내내 아이 홀로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관련기사 : "학습 공백, 어릴수록 치명적"...커지는 '유·초1~2' 우선 등교론). 

이 같은 요구에 대해 교육부도 뒤늦게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유 장관은 지난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학교를 좀 더 많이 가서 대면수업을 늘려야 된다는 방향으로 대체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만약 (밀집도) 3분의 2까지 등교할 수 있게 되면 초등학교 1∼2학년은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적어도 3일 이상은 나갈 수 있도록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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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첫 TV토론 '난장판'..."백인우월주의자 비판해보라"에 입 다물어

트럼프의 '난장판' 전략, 바이든에게도 통할까?

"제발 입 좀 다물어!"(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조, 당신이 거짓말장이야!"(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9일(현지시간) 밤 첫 대선후보 TV토론을 가졌다. 이날 밤 9시부터 10시40분까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크리스 월러스 폭스뉴스 앵커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이제까지 본 대선후보 토론회 중 가장 엉망진창(chaotic)인 토론회"(CNN)였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의 노골적인 끼어들기, 말 자르기 전략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시종일관 이런 태도를 유지했고, 사회자의 제지도 통하지 않았다. 바이든은 처음에는 트럼프에게 발언 기회를 빼앗기다가 토론 중반 이후부터는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끼어들었을 때는 말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가는 식으로 대응했다.


 

트럼프는 순발력과 뻔뻔함, 공격성 측면에서는 탁월함을 보였지만, 정책과 관련된 질문에서는 공허함이 드러났다. 전임인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 탓하기, 언론 원망하기, 중국 비난하기 등 '남의 탓'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발언 시간을 채웠다.

 

트럼프는 기후위기, 경제정책, 인종차별 문제 등에 대해 바이든이 자신의 정책을 제시하는 동안에는 거의 끼어들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정책과 대안 부재를 엿볼 수 있게 했다.


 

트럼프는 토론회 말미에 또 '우편투표 사기론'과 '선거 불복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제기하면서 우편투표 관련 근거 없는 '음모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토론회는 '난장판'이 됐고, 트럼프는 2016년에 비해 더 공격적이고 뻔뻔해진 모습을 보였다. '어게인 2016'을 기대하는 트럼프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의 위치가 야당 후보에서 대통령으로 바뀌었고, 경쟁자도 힐러리 클린턴에서 조 바이든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내 임기는 4년, 대법관 지명할 수 있어" vs 바이든 "배럿, 오바마케어와 낙태 끝낼 것"

 

엉망진창이 됐지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연방대법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경제 △인종차별 △선거의 완전성 등 주제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의 뚜렷한 차이는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연방대법관 임명 문제. 트럼프는 지난 18일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지난 26일 지명했다. 공화당은 10월 둘째주에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대선 직전인 10월 29일께 인준 표결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2016년 2월 대선 9개월을 앞두고 대법관 공석이 생겼을 때 '대선 직전'이라는 이유로 후임 임명을 반대했던 공화당이 안면몰수하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트럼프는 "우리는 이미 선거에서 이겼고, 백악관과 상원 모두 공화당이 잡고 있기 때문에 대법관 지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이든은 "지금 이미 선거가 진행 중이므로 선거 결과가 나온 뒤에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난 3년 임기로 임명된 게 아니라 4년 임기로 임명됐다"고 반박했다.

 

바이든은 강경 보수인 배럿 판사가 임명됨에 따라 대법원 구성인 '보수 6 대 진보 3'으로 바뀌는 것과 관련해 "배럿은 좋은 판사지만 그녀는 오바마케어, 로 대 웨이드(낙태를 합법화한 판결)를 끝내는 것에 투표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나도 필요할 땐 마스크 써" vs 바이든 "팬데믹에 대규모 유세 무책임"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는 '중국'과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또 코로나19로 2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도 대응을 잘한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는 사회자가 마스크 착용에 대한 입장을 묻자 양복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보이며 "나도 필요할 땐 마스크를 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든에 대해 "200피트 떨어져 있어도 엄청나게 큰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비아냥 거리면서 마스크에 대한 거부 입장을 숨기지 못했다.


 

바이든은 코로나19 대응 실패의 책임이 트럼프에게 있다고 강조하면서 경제회복 문제에 있어서도 트럼프와 인식 차이를 강조했다. 그는 빠른 경제회복(V자형)을 주장하는 트럼프를 향해 "트럼프가 관심이 있는 것은 부자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백만장자들은 오히려 자산이 증가했다. 하지만 노동자 가정을 보라"고 비판했다.

 

한편 팬데믹 상황에서 왜 대규모 유세를 하냐는 질문에 트럼프는 "사람들은 내 말을 듣고 싶어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답했다. 이에 바이든은 "완전히 무책임하다"고 비판했고, 트럼프는 "당신은 관중을 끌어들일 수 없어서 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난 세금 내기 싫어. 세금 혜택 준 건 오바마 정부" vs. 바이든 "교사 소득세보다 적어"

 

이날 트럼프는 바이든의 둘째 아들 헌터 바이든 관련 의혹에 대해 물고 늘어졌고, 바이든은 지난 주말 뉴욕타임스가 특종한 트럼프의 세금 문제에 대해 물고 늘어졌다. 사회자가 트럼프에게 "2016년과 2017년 각각 소득세를 750달러 냈다는 게 사실이냐"고 질문하자 트럼프는 "그 두 해에 나는 수백만 달러의 소득세를 냈다. 신문이 지어낸 얘기"라고 답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재차 구체적으로 얼마를 냈냐는 질문에 "수백만 달러"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답하지 못했다. 이어 트럼프는 "나는 세금을 내고 싶지 않다. 나는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개인 사업가였고 개발업자였다. 나는 법에 따라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런 혜택을 준 게 오바마 정부"라고 해명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세금 문제에 대해 "교사보다도 소득세를 적게 냈다"고 비판했다. 한편, 아들 헌터 관련 트럼프의 공격에 처음에는 '가족 문제'는 사적인 이슈로 TV토론에서 논의할 주제는 아니라는 식으로 답을 회피하다가 트럼프가 헌터의 약물 중독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서자 "내 아들은 마약 문제가 있었지만 그는 이를 극복했고 나는 그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하며 더이상의 문제제기를 차단했다.


 

트럼프 "바이든은 사회주의자" vs. 바이든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 
 

 

트럼프는 의료보험 문제, 인종차별 시위 관련 대응 등과 관련해 바이든을 "사회주의자"라고 비난하며 "좌파들에게 끌려다닌다"고 몰아세웠다.


 

바이든은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전국적으로 번진 인종차별 항의시위 등 인종 문제에 대응하는 트럼프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사회자가 트럼프에게 "바이든이 안티파(좌파 단체) 등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데 당신은 백인우월주의자나 무장단체들에 대해 비난할 수 있냐"고 질문하자 트럼프는 사실상 답변을 회피했다. 트럼프는 "내가 본 거의 모든 일은 좌파 때문에 일어났지 우파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하자 바이든은 "말 해봐라(백인우월주의자를 비난해보라)"며 트럼프를 압박했다.


 

트럼프 "웨스트버지니아에서 투표용지가 강에 버려지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우편투표 사기론'을 주장하면서 근거 없는 발언들을 쏟아냈고 선거 패배시 선거 불복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시사했다.

 

 

트럼프는 "전국에 수백만장의 투표용지가 보내지는 사기가 벌어지고 있다", "몇몇 사람들이 우연히 트럼프를 찍은 (버려진) 투표용지를 발견했다", "우편배달부들이 투표용지를 팔고, 웨스트버지니아에서 투표 용지가 강에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등 주장했지만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선거 패배시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묻자 "나는 우리가 그들(대법원)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도 소송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29일 밤 첫 TV토론을 했다. ⓒAP=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93013212000639#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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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B정부 ‘4대강 자전거 구급대’, 유명무실로 5년 전 사실상 폐지

김영배 “법적 근거도 없는 4대강 후속 ‘졸속’ 사업, 혈세 낭비 시시비비 가려야”

김도희 기자 doit@vop.co.kr
발행 2020-09-30 10:14:28
수정 2020-09-30 10: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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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0월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가운데 하나인 북한강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 이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사진을 게시하며 “탁 트인 한강을 끼고 달리니 정말 시원하고 좋다”며 “여러분도 한번 나와보세요”라고 말했다.
지난 2013년 10월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가운데 하나인 북한강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습. 이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사진을 게시하며 “탁 트인 한강을 끼고 달리니 정말 시원하고 좋다”며 “여러분도 한번 나와보세요”라고 말했다.ⓒ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이명박 정부에서 예산을 대거 투입해 전국 소방서에 발족한 ‘119자전거 구급대(이하 자전거 구급대)’가 운영실적 저조로 5년 전 사실상 폐지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 소방서의 자전거 구급대 운영 현황과 운영 실적은 꾸준히 감소했다.

한때 전국에 110대를 웃돌던 자전거 구급대 수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96대를 유지하다 2018년 83대로 감소했다. 이후 2019년에는 45대로 급감했고, 2020년 현재 전국에 남은 자전거 구급대는 단 한 대도 없다.

‘자전거 타기 장려’ 정책을 펼친 이명박 정부는 임기 중 자전거 도로를 급설하고 이를 뒷받침할 후속 정책으로 자전거 구급대를 앞세웠다.

자전거 구급대는 구급차량 운행이 제한적인 비좁은 도로에 구급 장비와 무전기를 탈착한 자전거와 소방공무원들을 투입, 응급 환자에 대한 조치를 신속하게 하겠단 취지로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정책 ‘무용론’에도 자전거 구급대의 몸집을 꾸준히 키웠고, 임기 말인 2012년에는 2,5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4대강 자전거길’을 만들어 주요 지점마다 신규 자전거 구급대 70개소를 배치했다. 자전거의 친환경적 이미지를 활용해 4대강 사업의 ‘환경 파괴’ 논란도 덮으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자전거 구급대’의 운영 실적은 저조했다. 당시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은 “자전거길 안전을 전담하는 자전거 구급대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며 자랑스럽게 홍보에 나서기도 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한 것이다.

2015년 집계된 전국의 자전거 구급대의 출동 건수는 149건, 순찰 및 주변 행사 지원 등 기타 지원은 177건이다.

그러나 이듬해 2016년에는 출동 건수가 26건, 기타 지원이 0건으로 대폭 감소했고 2017년에는 구급 출동이 9건, 기타 지원이 12건으로 나타났다. 2016년과 2017년 전국에 운영 중이던 자전거 구급대가 96대인 것에 비교하면 3분의 1 이상의 자전거 구급대가 2년 동안 바퀴 한 번 안 굴린 셈이다.

사용실적 저조는 이후에도 지속됐다. 2018년 자전거 구급대의 출동 건수는 9건, 기타 지원은 10건에 그쳤고 2019년에는 구급 출동과 기타지원 모두 ‘제로(0)’를 기록했다. 2020년 현재까지도 자전거 구급대는 아무런 업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2년 8월 16일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이 경기도 남양주 능내역 광장에서 119자전거 구급대 발대식을 개최한 모습. 맹형규(가운데)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과 119자전거 구급 대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2년 8월 16일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이 경기도 남양주 능내역 광장에서 119자전거 구급대 발대식을 개최한 모습. 맹형규(가운데)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과 119자전거 구급 대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스1 (소방방재청 제공)

‘정책 무용론’에도 4대강에 끌어들인 자전거 구조대
“법적 근거 없는 졸속 사업, 혈세 낭비 시시비비 가려야”

소방청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에서 자전거 구급대를 본격 도입한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새 자전거와 전용 유니폼, 구급 장비 구입 등에만 약 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기동성이 떨어져 구입한 장비들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니 2015년 이후에는 해당 정책에 추가 예산이 편성·투입조차 되지 않았다. 정책이 일회성에 그친 채 자연스럽게 폐지 수순을 밟은 것이다.

소방청은 자전거 구급대가 운용되지 않는 이유로 ▲전국 119구급차에 ‘구급대원 3인 탑승 원칙’이 적용돼 운영인력이 부족한 점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119구급차도 자전거 도로에 진입이 가능한 점 ▲자전거 구급대로 응급환자 구조에 한계가 명확한 점 등을 꼽았다.

아울러 애초에 자전거 구급대 단일로는 출동이 어렵고 환자 이송도 불가능해 기본적으로 구급차와 함께 움직여야 하는 구조도 불편함으로 작용했다.

자전거 구급대 운영을 위해 이명박 정부가 구입한 소모품 위주의 장비들은 노후화하거나 내용연수가 경과해 현재 불용 처리된 상태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자전거 구급대는 지금 운영 폐쇄했다. 자전거 구급대 자체를 운영하는 곳은 전국적으로 없다”며 “자전거 도로에 구급차 진입이 다 가능하고 현재로서는 구매한 자전거가 다 오래돼 운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자전거 구급대가 실제로 위급 상황에서 역할을 한 사례가 있느냐’는 물음에 “없다”고 답했다.

이에 김영배 의원은 이명박 정부를 겨냥, “사업의 효용성은 검토하지 않은 채 4대강 사업의 후속으로 맞지도 않는 졸속 사업을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법적 근거도 없는 졸속 사업 추진으로 혈세를 낭비한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며 “눈치보기성 사업은 앞으로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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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준동에 박 대통령 탄핵…그걸 모르면 국민의힘 미래 없어”

등록 :2020-09-30 05:59수정 :2020-09-30 09:55

신승근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I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지금 나온 공정경제 3법, 박근혜 정부 때 나온 안보다 완화한 것
세계에서 없는 걸 한다지만, 우리처럼 재벌구조 가진 나라도 없어

이 당을 창조적으로 파괴해야 국민 편하게 살 수 있어 도우러 온 것
3040세대, 탄핵 뒤에도 반성 안 보이자 ‘구제불능 아니냐’ 외면

안철수, 자꾸 군불 때면 뭔가 돌아갈 것이라 착각…합당 절대 안해
대선주자, 기성정치인은 국민이 짜증…내년 3월 나올 사람 있을 것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국회 본청 비대위원장실에서 &lt;한겨레&gt; 신승근 논설위원과 인터뷰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국회 본청 비대위원장실에서 <한겨레> 신승근 논설위원과 인터뷰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오늘날 왜 국민의힘이 이 모습이 됐는지 생각해보라. 사실 재계의 준동에 의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받은 것 아니냐? 그걸 모르고 간과하면 국민의힘은 미래가 보이질 않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정경제 3법(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 반대하는 당 소속 의원과 재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때는 지금 나온 공정거래법이나 상법보다 더 강력하게 공약을 했다. 그때보다 더 완화된 측면이 있다”며 “우리 당 상당수 의원들이 과거에 집착하는 경향 때문에 지금 법안 내용에 대해 검증도 안 해보고 언론에서 반시장적이다 반자본주의적이다 그러니까 덩달아서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 재계가 특이한 사항을 만들지 않았으면 그런 법이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스스로 자책할 필요가 있다”며 재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유를 두고선 “이 당을 창조적으로 파괴해야만 국민이 편안하게 살 것이라 생각하고, 도우러 온 것”이라며 “21세기를 끌고 갈 3040세대에 맞게 다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론에는 “그게 우리 야당 하는 사람들의 못된 관습”이라며 선을 그었다. 특히 안철수 대표에 대해 “안철수 그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이상한 꿈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자꾸 밖에서 군불만 땐다고 본인에게 뭔가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그건 착각”이라며 “그 사람은 당대당 합당하기를 바라지만, 나는 그런 걸 절대로 안 한다”고 밝혔다.김 위원장 인터뷰는 지난 25일 국회 본청 비대위원장실에서 했다.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120여일을 자평한다면?“지금까지는 정강·정책, 당명을 바꾸고 당색과 로고를 바꾸는 형식적인 변화였다. 정강정책에 저소득층과 약자를 보호·동행하겠다고 했으니 이제 그 실체를 보여줘야 한다. 종전에 가졌던 개념과 사고에서 벗어나 변화를 선도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5·18 계승을 정강정책에 넣은 것도 그런 실체적 변화 노력인가.“5·18도 그동안 우리 당과는 관계없는 걸로, 호남 사람에 대해선 어느 정도 차지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렇게 해서는 정권을 장출할 수 있는 정당이 될 수 없다. 과거 영호남 지역선거가 많았지만, 이제 수도권에서 국민 50%가 산다. 수도권을 끌어안지 못하면 정권을 창출할 수 없다. 서울에서 야당이 지난번 선거(총선)처럼 패배한 적이 없다. 과거 서울에서 여당이 완패하면 정권이 무너졌다. 그걸 거꾸로 대입하면 된다. 야당이 완패를 당해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3040세대가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3040세대는 정보화 사회인 21세기를 끌고 갈 사람이다. 이들의 특징이 뭔가? 지식수준이 높다. 공정, 불평등, 민주주의에 대단히 관심이 많다. 자꾸 정치적으로 소란을 피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하나로 뉴스를 다 찾아본다. 유튜브까지 정보의 양이 상당해 속일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그러니 정직하게 거기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하는데, 과거 국민의힘의 전신 정당들을 보면 항상 부자만 좋아하고, 기득권층만 보호하려 하는 정당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 외면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뭐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반성의 뜻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3040세대가 ‘저 사람들은 구제불능이 아니냐’, 이런 감각을 갖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 사회를 주도하게 될 테니까, 다 뜯어고쳐 거기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상법 개정안 등 ‘공정경제 3법’으로 논란이 많다. 국민의힘 의원들조차 위원장과 생각이 다른 것 같다.“그런 의문을 갖는 분들을 보면, 솔직히 얘기해서 그러면 오늘날 왜 국민의힘이 이 모습이 됐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받게 됐나? 그 연유를 보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사실 재계의 준동에 의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받은 것 아니냐? 그걸 모르고 그것을 간과하면 국민의힘은 미래가 보이질 않는다.”―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약속을 뒤집지 않았나?“내가 과거 19대 총선 전에 여기 비대위에 들어와 그 당시 정강정책을 바꿨고, 그래서 19대 선거 때 당시 새누리당이 기대하지도 않았던 의석을, 152석이나 차지한 것 아니냐. 그때도 그렇고, 내가 지금 여기 와서 비대위원장을 하는 것도 이 당을 창조적으로 파괴해야만 결국 국민이 편안하게 살 것이라 생각하고, 도우러 온 것이다. 그때도 정강정책 바꾸는 과정에서 여러 의원들이 상당히 많이 비토했다. 그래서 그때도, 2012년 1월 초에 1월31일까지 이 당의 정강정책을 제대로 변경 못 하면 더 이상 비대위 안 하겠다고 하니까 마지못해 다 수용한 것이다. 그리고 선거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오니까 대통령 선거까지 도와달라고 사정을 한 것이다. 그렇게 경제민주화를 앞장세워 결국 선거를 한 것 아니냐. 그랬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그것에 합당한 짓을 했어야 하는 것이다.”―그때 이미 했어야 하는 것을 안 해서 지금 다시 하고 있다는 말인가?“사실 지금 나와 있는 상법 개정안이라는 것이 그때 법무부가 박근혜 대통령 선거 공약을 참작해서 냈던 것이다. 그런데 재계가 작동을 해서 그걸 밀어버려, 지금까지 온 것이다. 지금 나온 상법 개정안이 그때나 별로 차이가 없다. 오히려 어느 정도 더 완화된 측면이 있다. 지금 전세계가 자본주의의 맹점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이 보수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다. 우리 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과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사실 지금 법안으로 나와 있는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증도 안 해보고, 왜 그 조항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모르고 그냥 막연하게 언론에서 반시장적이다 반자본주의적이다 그러니까, 거기에 덩달아서 얘기를 하는 것이다.”―의원들이 끝까지 반대해도 국회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나?“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재계가, 자기들이 아무런 특이한 사항을 만들지 않았으면 그런 법이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자기들 스스로 자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상법 같은 게 새로 만들어진다고 해도 기업 경영에 엄청난 압박을 가하거나 하는 게 아니다. 새로운 도전이 두렵고, 누가 자기한테 도전을 할 것 같으니까, 자꾸 거부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 당내에서도 제대로 설득하면 될 것이라고 본다. 그 사람들은 우리가 세계에 없는 걸 한다고 말하지만, 세계에 우리나라 같은 재벌구조를 가진 나라도 없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lt;한겨레&gt;와 인터뷰에서 신승근 논설위원의 질문에 답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신승근 논설위원의 질문에 답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개천절 집회, 계속 연기를 당부했는데 그래도 하겠다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우리는 여하튼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는 게 일반 국민으로 당연한 처사라고 생각하는데, 죽어도 그걸 못 지키겠다고 하는 사람은 법에 따라서 처벌받을 수밖에 없다.”―집회 자제를 호소하면서 3·1만세운동에 비유한 게 논란이 됐는데.“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하려 하니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걸 말씀을 드린 것이었다. 내가 무슨, 마치 그 집회를 3·1운동으로 본다, 태극기 부대와 같이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건 지나친 해석이다.”―김진태·민경욱 전 의원 등이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제안하고, 주호영 원내대표도 그건 그들의 권리 아니냐고 말한다.“그분들은 그렇게 하고 싶어서 자동차 타고 지나가는 걸 막을 수 없는 것 아닌가. 가급적이면 자제해 주길 바라는 건데 방역에 협조하는 의미에서 밖으로 안 나오고 차 타고 지나가겠다는 걸, 그걸 억지로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국민의힘은 수구 정당과 다르다고 하지만, 말뿐이고 어정쩡한 줄타기를 한다고 의심한다.“우리 당이 어정쩡하게 줄타기해서는 집권이 불가능하다. 지난 총선에서 ‘보수 대통합’만 하면 뭐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 결과를 우리가 봤는데 그런 식으로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박덕흠 의원이 자진 탈당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안타깝다며 민주당에 의한 여론 물타기라고 했는데, 위원장 생각은 무엇인가?“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런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이 된 사람은 공인 아니냐. 공인이면 다른 사람에게 의심받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자기 사업과 직접 연관 있는 상임위에 가서 더군다나 간사란 위치까지 갖고 있었다. 본인이 그걸 기피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불상사가 생겨난 것이다.”―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 유관 상임위원회를 제척하자는 논의가 있다.“말을 안 들으면 그런 방지법이 필요하겠지. 그러나 일단 각자가 다 스스로 알아서 국회의원을 뭣 때문에 하는지 알면 그런 짓을 안 해야지. 그리고 사실 지도부 자체도 그런 걸 알면 (상임위) 배정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요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계속 대립하고 있다.“나는 그 사람에 대해선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뭐 그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이상한 꿈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 국민의힘이 필요하다고 하면 국민의힘에 개인적으로 들어오면 된다. 자꾸 밖에서 군불만 때면 본인에게 뭔가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착각이다.”―안철수 대표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데?“나는 그 사람에게 부정적일 이유가 없는 사람이다. 나는 그래도 그 사람을 관찰하고 만나서 과거 여러 얘기도 해보고 했으니까, 그 사람이 국민의힘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내가 쫓아가 사정이라도 하지. 내 판단이 그렇지 않은데, 그 사람에 대해 특별하게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지 않나.”―하지만 당내에선 재보선과 대선을 고려하면 안철수 대표와 연대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그게 우리 야당 하는 사람들의 못된 관행이다. 항상 야당은 단일화를 하고 서로 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그게 한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다. 합당하는 건 분란만 생긴다. 서로 지분을 차지하겠다고. 그래서 뭘 할 수 있나. 주류가 있는 정당이 뭐가 답답해서 지엽적인 정당과 합하려고 하나.”―안 대표와 합당은 안 된다는 것인가?“그 사람은 당대당 합당을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안 한다.”―총선 무소속 당선자 가운데 권성동 의원은 입당을 받았는데 홍준표 등 다른 의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네 사람이 무소속 당선됐는데 사실 권성동 의원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그다음날로 복당 신청을 했고, 다른 사람들은 신청도 한 적이 없다. 우리 의원들이 권 의원에 대해선 감정이 좋고, 5개월이나 됐으니 심사를 해서 이견 없으니 복당한 것이다. 아직도 당이 변혁을 하는 과정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 조금이라도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면 할 수가 없다.”―홍준표는 분란을 일으키니 안 된다는 얘기인가?“아니, 당내에서도 바깥에 있는 분들이 와서 당이 안정되기보다 소란해지지 않나 그런 염려를 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어떻게 전망하나?“낙관도 비관도 안 한다. 다만 지금 국민의힘이 실질적 변화를 이루고 후보를 내면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관심은 결국 사람인데?“이것만 말씀드리겠다. 부산시장은 좀 별개고, 서울시장은 과거 2011년 오세훈 시장 사퇴하고 보궐선거 때 양상과 비슷하다고 본다. 그때 서울시민들 생각이 민주당도 싫고 한나라당도 싫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새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결국 박원순 같은 사람이 된 것 아니겠나. 이번에도 그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염두에 둔 인물이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외부에서 박원순처럼 불쑥 나오는, 그런 사람이 하나는 있을 것이라고 본다. 늦가을, 11월쯤 가면 조금은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나.”―위원장께선 초선들이 적극적으로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한다는데.“초선뿐 아니라 재선이고 삼선이고 가장 (당선이) 유력한 사람이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다만 초선이라고 해서 배제는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국민들이 뉴페이스를 바란다. 유권자들이 옛날부터 이름이 많이 떠도는 사람보다 서울시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새 인물이 더 좋다고 본다.”―민주당의 후보, 서울시장 선거 상대는 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나.“그동안 추미애 박영선 우상호가 주류를 이뤘는데, 지금 누구라고 확정하기는 힘들지만 지난번 (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박주민 같은 사람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대선 주자는 언제쯤 가시화할 것인가?“우리가 2002년 대선 놓고 보면 1년 전까지 노무현씨가 대선에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나. 그런 사람이 튀어나와서 대통령까지 됐다. 지금 어디 박혀 있어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내년 3월쯤 내가 대통령 출마하겠다고 국가 장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나올 수 있는 사람도 있다.”―기성 정치권 인물보다 외부 인물이 더 낫다는 얘기인가?“기성 정치인은 일반 국민들이 짜증을 많이 내니까. 항상 일반 국민은 새로운 걸 선호하는 경향이 많지 않은가.”―문재인 정부 4년을 어떻게 보는가?“4년 동안에 뭐, 실질적으로 한 게 아무것도 없다. 경제정책, 대북관계, 외교도 제대로 성과를 낸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 엔엘엘(NLL)에서 대형 사고가 났는데 수습하려면 굉장히 힘들 것이다.”―문 대통령 임기가 1년7개월 남았는데,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임기 마지막 1년에 가면 그전에 희미하던 퇴임 날짜가 환하게 보인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임기를 마치고 편안하게 지낼 것인지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쓸데없이 무리를 하지 말고, 너무 사람에 집착하지도 말라고 하고 싶다. 사람에 집착해 봐야 그만두고 나면, 아무 의미가 없다.”―후임 대통령을 만들겠다고 하지 말라는 뜻인가?“그렇다. 현직 대통령이 후임을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면 큰일 난다. 거기서 쓸데없는 무리를 가하다 보니 전직 대통령들이 문제로 남게 된 것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lt;한겨레&gt;와 인터뷰 도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겨레>와 인터뷰 도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비대위원장 임기가 내년 4월까지다. 목표가 무엇인가?“목적의식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나도 가끔 내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왜 여기서 이걸 하고 있는 것이냐고. 다른 게 아니다. 국민의힘을 종전 방식대로 방치하면 한국에서 야당이라는 것은 굉장히 왜소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쪽이, 여당이 너무 비대해져 자기들 마음대로 끌고 갈 것 같으면 정치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민주주의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 그것에 상대할 정치세력이 제대로 성립되어야만 대한민국이 70년 동안 쌓아온 경제 성과, 민주주의도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이 정당이 정상화될 때까지만 하겠다고 한 것이고, 그 기간을 잡은 게 내년 봄까지다.”―야당다운 야당을 만드는 걸로 역할을 끝내겠다는 것인가?“다음에 집권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2016년 민주당에 갈 때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그 당시 새누리당이 20년 집권하느니 어쩌니 할 때다. 이러다 나라가 진짜, 한국 정치가 큰일 나겠구나 해서 민주당에 갔던 것이다. 지금도 생각이 그때나 거의 비슷하다. 내가 무슨 내 목적이 있다, (다음 대선에서) 한판 한다, 바깥에서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니다.)” skshin@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964141.html?_fr=mt1#csidxb7f05a 4c5f38ee4a7901cd27de143b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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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노동자만 보호하는 법, 이젠 뜯어 고치자

[기자의눈] 20만 시민이 입법 청원한 전태일3법, 공은 국회로

실제 한국노동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통합적 노동시장정책 패러다임>을 보면, 대기업 정규직 노조사업장 노동자 시간당 임금을 100으로 놓을 때 중소기업 비정규직 무노조사업장 노동자 임금은 2003~2017년 내내 40~50% 정도였다. 근속연수도 2014년 기준 정규직 6.95년, 비정규직 2.07년, 대규모기업 11.44년, 영세규모기업 3.31년으로 사업장 규모나 고용형태에 따른 차이가 컸다.

 

법이라도 중소 사업장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두텁게 보호하면 좋으련만 현실은 반대다. 외려 중소 사업장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는 법적 권리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예컨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와 달리 아무 이유 없이 해고돼도 법적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특수고용, 간접고용 등 비정규직 노동자는 직접고용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노조 가입이나 노사 교섭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한국사회의 노동 관련법은 큰 사업장 노동자에게 더 많은 권리를 주고 작은 사업장 노동자에게 더 적은 권리를 준다. 정규직에게 더 많은 권리를 주고 비정규직에게 더 적은 권리를 준다. 이러니 사용자는 비정규직을 쓰는 게 편하다. 근기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5인 미만으로 쪼개서 사업장을 등록하는 사용자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 민간에서의 정규직 일자리 증가나 노동시장 분절 해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노동계가 꺼내든 전태일3법은 이를 바꾸려는 시도다. 전태일3법에는 '법이 중소 사업장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더 두텁게 보장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비슷한 수준의 권리는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가 담겨있다. 작은 사업장에서 일한다고 더 쉽게 해고되거나,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노조를 만들지도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24일 국회 앞에서 전태일 3법 쟁취 사업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전태일3법은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자'는 근로기준법(근기법) 11조 개정,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조합법을 적용하자'는 노동조합법(노조법) 2조 개정,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사용자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가리킨다.


 

근기법 11조는 근기법 적용 배제 조항이다. '휴가, 해고 등 근기법 조항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가사 사용인에게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가산수당이나 연차휴가를 받을 수 없다. 이들을 이유 없이 해고하는 것이 가능한 것도 이 조항 때문이다.


 

근기법 11조 개정은 근기법 적용 배제 조항을 삭제해 모든 노동자에게 근기법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가 개선될 여지가 생긴다. 특히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근기법의 해고 조항 적용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키우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노조법 2조는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의 정의를 담고 있다.

 

노조법 2조 개정은 이 정의를 넓혀 노조법 상 노동자에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하고, 노조법 상 사용자에 원청 사용자를 포함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특수고용노동자는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간접고용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조건을 두고 '진짜 사장'인 원청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다.


 

이 중 간접고용노동자에게 원청 사용자와의 교섭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업규모에 따른 격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규모가 더 큰 원청업체 이윤이 하청업체 임금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는 사용자의 산재 예방에 대한 책임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산재 발생 시 최소 형량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이 없어 처벌이 가볍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하청 노동자 안전에 대한 원청 사용자의 책임은 제한적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최소형량 도입 등 중대재해 발생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하청 노동자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원청 사용자도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요컨대, 전태일3법은 사업장 규모나 고용형태에 따른 근기법, 노조법, 산안법 상의 차별을 해소하려는 법안이다. 국가가 사업장 규모나 고용형태에 따라 노동자의 법적 권리를 차별해 노동시장 분절이 강화되는 상황을 그대로 둘 거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 대리운전노조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등을 요구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 친 천막. ⓒ대리운전노조

지난 22일 전태일3법 입법은 국회에 청원됐다. 근기법 11조 개정과 노조법 2조 개정에 10만 명,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10만 명 등 20만 명의 국민 동의를 얻은 결과다. 전태일3법은 이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사를 받게 된다.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황에서 이 법에 관심을 보이는 정당은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등 몇몇 진보정당 뿐이다. 한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꺼내들며 노동시장 분절 해소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보이던 정부와 입법의 키를 쥔 174석 거대여당 민주당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에서도 노동시장 분절 해소를 꾀하려면, 비정규직 노동자와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전태일3법은 괜찮은 출발점이다. 법적 권리는 시험으로 획득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른바 '공정' 논란에 시달릴 일도 없을 것이다. 정부, 여당에서 전태일3법에 관심을 기울이길 바라는 이유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92913022454353#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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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달랐다... 법원, 개천절 집회 막았다

경찰 집회 금지에 보수단체는 집행정지 신청... 법원은 기각 "후속 감염 사태 발생 위험"

20.09.29 18:22l최종 업데이트 20.09.29 18:29l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  지난 8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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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를 막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는 29일 보수단체들이 오는 10월 3일 서울 광화문 인근 집회를 금지한 경찰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 16일 '자유민주국민운동', '8․15 참가자 국민비대위' 등 보수단체는 10월 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와 3개 차로에서 '서민경제 국민기본권 압살하는 코로나 계엄 철폐 촉구 및 8·15집회 마녀사냥 정치방역 규탄'을 주제로 한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 단체는 참가 인원으로 1000명으로 예상하고, 질서유지인 102명을 두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튿날 "집회·시위는 다수인원 운집, 전국에서 참가자 집결, 비말 전파가능성 등으로 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이 높으므로 이를 개최하는 것은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여 '금지통고'한다"면서 집회를 금지했다.


이에 이들 단체는 법원에 경찰 처분의 집행 금지를 신청했다. "옥외에서 이루어지는 집회로 인한 코로나19의 감염 우려가 훨씬 낮다", "지난 광복절 이루어진 집회와 2020. 8.~9.경의 코로나19 감염자 증가 사이의 인과관계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등의 이유를 댔다.

하지만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래는 재판부 판단이다.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역 대책 없이는 연좌 시국 강연회 등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이 사건 집회에서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이 추가로 감염되는 것은 물론, 위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소속된 시민사회단체, 그들이 주소지를 두고 있는 서울 및 수도권 각지에서 후속 감염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략)

전문 의료진이 아닌 질서유지인이 수십 명에 이르는 집회 참가자를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에 대한 효과적인 방역 수칙인 기침 예절 준수와 손씻기가 집회 참가자 개개인의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준수 되어 코로나19의 확산 위험이 조절되리라고 예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재판부는 경찰의 집회 금지를 두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일괄적으로 모든 집회를 금지함으로써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는 아니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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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독재정권에 맞서…총 대신 예술로 민주주의를 지키다

[여성, 정치를 하다](11)그리스 독재정권에 맞서…총 대신 예술로 민주주의를 지키다

장영은

입력 : 2020.09.29 06:00 수정 : 2020.09.29 08:30

 

 

멜리나 메르쿠리 

멜리나 메르쿠리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정치가 필요하다”는 믿음을 가진 정치인이자 예술가였다. 문화와 예술로 군사정권에 맞섰고, 약탈 문화재 환수는 물론 ‘민주주의라는 그리스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멜리나 메르쿠리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정치가 필요하다”는 믿음을 가진 정치인이자 예술가였다. 문화와 예술로 군사정권에 맞섰고, 약탈 문화재 환수는 물론 ‘민주주의라는 그리스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이 세상에서 내가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그리스, 그런데도 그리스의 바다, 그리스의 언덕, 그리스의 태양 그리고 그리스의 산등성이에 부딪혀 반사하는 그 찬란한 햇살을 나는 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그리스에 돌아갈 수 없는 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쓰고 있다. 이 이야기는 나에 관한 일,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일이다. 그리스와 그 정치 이야기, 외국의 지배라든가 외국의 지배 세력에 이용된 비열한 정치가들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려다가 수없이 좌절한 우리들 그리스 국민의 이야기를 쓰려는 것이다.”

1967년 4월, 그리스의 대령들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1960년, 40세에 영화 <일요일은 참으세요>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세계적인 배우로 이름을 떨친 멜리나 메르쿠리는 1967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군대가 그리스를 점령해 버렸다”는 소식을 미국에서 듣고 현기증이 났다. 약 1년 전, 멜리나 메르쿠리는 한 파티에서 “악명 높은 극우파” 니코스 파르마키스와 마주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대뜸 “멜리나, 나는 파시스트인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랑스럽습니다. 유행이니까요. 우리 편에 가담하지 않겠습니까? 그리스 정치의 주도권은 우리가 잡게 될 것입니다”라고 했을 때 그를 “천치와도 같은 자”로 치부했던 자신의 안일한 태도와 어리석음을 자책했다.

메르쿠리는 배우이자 가수로서
문화와 예술의 파급력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확신은
더욱 강해졌다

 

그리스 민주주의의 위기를 수수방관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그리스의 지인들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대사관은 단호하게 통보했다. “그리스와의 교신은 안 됩니다.” 라디오에서는 “그리스는 부활되었다. 참다운 자유가 도래했다”는 거짓 프로파간다가 연이어 흘러나왔다. “깡패 같은 군인 패거리”는 그리스의 민주주의를 일순간에 파괴시켰다. 그들은 바로 학교를 폐쇄하고, 일체의 집회를 금지시켰다. 예금 인출 및 야간 통행도 통제했다. 누구라도 법적 절차 없이 체포될 수 있었다. 전 국민에게 상시적인 압수수색과 더불어 모든 언론에는 검열이 적용된다는 골자의 선언문이 배포되었다.

쿠데타 세력은 교활했다. 그들은 멜리나 메르쿠리를 선전 도구로 이용하고자 했다. 군사정권이 발행한 신문에 그녀의 뉴욕 진출 소식이 실렸다.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었다. “우리의 멜리나!”라는 축하 기사가 그녀의 사진과 함께 “버젓이 나와” 있었던 것이다. “우리”라는 단어에 모멸감을 느꼈다. 불면의 밤들이 이어졌다. 결단을 내렸다. “나는 내 의견을 말하고 군사정권을 탄핵하고 그들을 괴롭혀 줄 수 있는 일을 해야만 되겠다.”

언론 인터뷰를 할 때마다 “그리스의 몇몇 섬에는 감옥이 있는데 거기서는 고문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그리스에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군사정권에 반대합니다”라고 국제사회에 쿠데타 세력들을 고발했다. 협박 전화와 편지가 쇄도했다. “귀가 찢어질 듯이 큰 목소리! 그 내용은 매춘부 같으니! 공산주의자의 매춘부!” 가짜뉴스도 떠돌기 시작했다. “여배우 멜리나 메르쿠리와 그녀의 유태인 남편은 미국 공산당으로부터 경제적 원조를 받고 있다.” 사실무근이었다. 멜리나 메르쿠리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텔레비전은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적극적으로 방송에 출연했고, 여러 대학을 순회하며 강연회를 가졌다.

1967년 7월12일, 영국 신문기자가 전화를 걸어 왔다. “멜리나 메르쿠리, 그리스의 내무부 장관 파다코스는 당신이 그리스 국민의 적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당신의 재산은 몰수되었습니다. 국적도 박탈되었습니다.” 기자는 그녀에게 “무슨 할 말이 없습니까”라고 질문했다. 멜리나 메르쿠리는 “나는 그리스인으로 태어나서 그리스인으로서 죽겠습니다. 파다코스는 파시스트로 태어나 파시스트로 죽겠지요.” 멜리나 메르쿠리는 그리스에서 추방되었지만, 위축되지 않았다. 멜리나 메르쿠리의 발언은 미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뉴욕의 여러 가게에서 ‘멜리나는 그리스인이다’라는 슬로건이 든 배지가 팔리기 시작했다.” 오리아나 팔라치는 그리스 민주화운동 특집기사를 실었다.

군사정권의 폭정은 더욱 악랄해지고 있었다. 민주화운동 인사들은 수감되거나 가택 연금을 당했다. 의문사도 늘어갔다. 그러나 그리스에는 “악마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천사도 존재했다”. 보수 성향 언론사 사주였던 헬레니 부라고스는 “자기의 신문을 모두 폐간해버리는 쪽을 택했다”. 그녀는 “자택 구금 상태”에서 “대담하게 영국으로 탈출하여” 민주화운동을 전개했다. 정치적 지향점은 달랐지만, 진정한 보수 언론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멜리나 메르쿠리는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신중하게 검토했다. “범(凡)헬레니즘 해방전선”에 참여했다. “최대의 굴욕은 자기 자신 속에서 일어나는 공포심이다. 그 공포심은, 총을 가지고 자기들을 억압하는 자들을 타도할 수가 없다는, 바로 그곳에서부터 비롯된다.” 총을 든 자들에게 총으로 맞서는 대신, 문화와 예술로 사람들의 공포심을 잠재우고 민주주의의 정신을 되살리기로 한다.

[여성, 정치를 하다](11)그리스 독재정권에 맞서…총 대신 예술로 민주주의를 지키다
[여성, 정치를 하다](11)그리스 독재정권에 맞서…총 대신 예술로 민주주의를 지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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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나 메르쿠리는 총을 든 자들에게 총으로 맞서는 대신 문화와 예술로 민주주의 정신을 되살리고자 했다. 위 사진부터 메르쿠리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일요일은 참으세요>의 한 장면, 1955년 칸영화제에 참석한 멜리나 메르쿠리, 그리스 군사정권 몰락 후 국회의원으로 선출돼 의정활동을 하는 모습.

멜리나 메르쿠리는 파리로 망명한 후, 유럽 전역을 다니면서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영어, 스웨덴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그리스어로 노래를 불렀다. 그녀는 배우이자 가수로서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예술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예술은 정치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그녀를 압박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문화와 예술의 파급력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확신은 더욱 강해졌다. 스위스 로잔에서는 군부독재에 조직적으로 저항하기 위해 국제적인 연대를 시도했다. 1970년에는 자서전 <나는 그리스인으로 태어났다>를 출간하며, 그리스의 암울한 정치적 상황과 저항운동의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도 겪어내야 했다. 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접했다. 속수무책이었다. 군사정권과의 불화로 그리스 입국이 불가능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하는데도 나에게는 울 틈도 없었다. 나는 공연을 끝냈다. (…) 아무도 무대 뒤에 오지 못하게 했다. 들어온 것은 오직 하나, 이탈리아인 친구이며 저널리스트인 오리아나 팔라치뿐이었다. 오리아나는 ‘아버지의 영혼이에요’ 하고 아름다운 식물을 가져다 주었다.” 우정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멜리나 메르쿠리는 정치적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하면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정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그리스의 유산을 지키자고
당부했다
 

1974년, 군사정권이 몰락했다. 7년간의 망명 생활을 마치고 멜리나 메르쿠리는 그리스로 돌아갔다. 진보진영 결집에 나섰다. 멜리나 메르쿠리는 그리스에서 가장 낙후되고 가난한 지역인 피레우스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33표 차로 낙선했다. 절치부심의 세월을 보냈다. 1977년, 멜리나 메르쿠리는 전국 최다 득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4년 후인 1981년에는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여배우가 장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여론을 조성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멜리나 메르쿠리는 침묵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삼류배우만 되어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데 그리스의 유명 여배우가 문화부 장관이 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문화부 장관에 취임한 멜리나 메르쿠리는 아크로폴리스로 가는 길을 보행자 전용도로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리스 문화의 자부심이자 민주주의의 출발점인 아크로폴리스로 향하는 길. 멜리나 메르쿠리는 아테네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아크로폴리스까지 직접 걷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 걷는 속도와 방식은 오로지 개인에게 달려 있었다. 각자의 보폭으로 자유롭게 걷다보면 민주주의가 조금씩 성장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문화부 장관으로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낼 수만은 없는 형편이었다.

멜리나 메르쿠리는 영국이 1801년 약탈해간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 조각 ‘엘긴 마블스(Elgin Marbles)’를 그리스로 되찾아 오고자 국제사회에 파문을 던졌다. 문화재 반환운동을 적극 주도했다. 영국이 그리스의 박물관 수준을 문제 삼아 반환을 거부하자, 멜리나 메르쿠리는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건설을 위해 국제 설계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의 거절 사유는 핑계에 불과했다. 제국주의 문화 정책을 일관되게 비판한 멜리나 메르쿠리는 유럽연합(EU)에 “유럽 문화수도”를 건의한다. 1985년 6월 EU는 유럽 문화수도를 공식 행사로 즉각 채택했다. 1986년 그리스 아테네는 첫 유럽 문화수도로 선정되었다. 문화를 통한 유럽 통합과 상호교류를 목표로 한 멜리나 메르쿠리의 ‘문화축제’는 매해 ‘수도’를 이전하며 현재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1989년까지 8년 임기 동안 문화부 장관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멜리나 메르쿠리는 배우 시절 이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1993년에는 문화부 장관 복직 요청을 받을 정도로 그녀의 기획력과 추진력은 탁월했다. 1993년 문화부로 돌아온 멜리나 메르쿠리는 에게(Aegean)해(海) 문화공원 조성을 추진했다. 그러나 건강이 악화되고 있었다. 폐암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갔다. 1994년 3월, 멜리나 메르쿠리는 뉴욕의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리스의 모든 방송은 정규 프로그램을 잠시 중단하고, 멜리나 메르쿠리의 죽음을 슬퍼했다. 한편, 수백만명의 아테네 시민들은 그녀의 장례식을 위엄 있는 축제로 만들었다. 멜리나 메르쿠리가 “고통 없는 신의 나라”로 편안하게 떠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그리스인들의 방식으로 건넸다.

그리스 국민들은 그녀를 ‘인간적인’ 정치인으로 기억한다. 합당한 평가이다. 멜리나 메르쿠리는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하면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정치가 필요하다”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그리스의 유산을 지키자고 당부했다. 그녀는 무엇이든 쉽게 단념하지 않았다. “내가 죽기 전에 파르테논 신전의 대리석 조각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내가 죽은 후에라도 그리스의 유산이 원위치로 돌아오기만 한다면 나는 잠시 무덤 밖으로 나올 것이다.” 2019년 8월31일, 키라이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영국 옵저버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조각상 반환 요구는 변함이 없다. 영국은 결국 이 전쟁에서 지게 될 것이다. 압박은 고조될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옥스퍼드대 재학 시절이던 1986년 이미 멜리나 메르쿠리 장관과 문화재 반환을 주제로 공개 토론을 가진 바 있었다. 귀추가 주목된다. 멜리나 메르쿠리는 그리스의 문화를 지키고 있다. 문화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장영은
 
[여성, 정치를 하다](11)그리스 독재정권에 맞서…총 대신 예술로 민주주의를 지키다

성균관대학교에서 <근대 여성 지식인의 자기서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 비교문화연계전공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을 엮고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를 함께 썼고,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를 썼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야기하는 여성들에게 관심이 많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분투해온 여성들의 생애를 복원하고, 그들의 말과 글을 차근차근 모아 널리 전하고자 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9290600025&code=910100#csidxd0775a15adc715d9e48125e58778d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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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직을 돈벌이에 활용"...NYT 폭로 TV토론 쟁점으로

[2020 美 대선 읽기] 첫 TV토론 앞두고 대형 악재 터진 트럼프...바이든 "교사가 트럼프보다 세금 더 내"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자체 입수한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의 세무자료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가 지난 2000년부터 15년간 연방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으며, 지난 2016년과 2017년 연방 소득세로 750달러(약 87만 원)를 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TV 쇼 출연만으로도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였지만 자신의 사업이 전체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고 보고함으로써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오는 11월 3일 대선을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터진 이런 '대형 폭로'가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트럼프는 기존 대선 후보들의 관행을 깨고 끝까지 세금 공개를 거부해 왔다. 스스로도 가장 큰 약점으로 인식해왔다고 보여진다.


 

우선 두 가지 영향을 예측해볼 수 있다.


 

첫째, 당장 29일(화) 저녁에 열리는 첫 번째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TV토론에서 트럼프에게 다소 밀릴 것으로 예상되던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주요한 공격거리가 생긴 셈이다.

 

둘째,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계층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세금 문제'는 탄핵 사태를 야기한 '우크라이나 스캔들' 등 외교 및 국가안보, 섹스 스캔들, 인종차별 발언 등 이전에 트럼프가 공격당하던 이슈와 결을 달리한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고 당장 자신과 비교 가능한 사안이다. 2016년 트럼프 당선을 가능하게 했던 '러스트 벨트'(펜실베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 등 중공업 지대)의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핵심 관건이다.


 

NYT "트럼프, 수입보다 손실이 더 크다고 신고해 세금 회피...대통령직 돈벌이에 활용"


 

NYT는 27일 트럼프와 그가 소유·운영하는 가족 기업 트럼프 그룹(Trump Organization)의 20년 치가 넘는 세금 환급 자료를 입수해 심층 보도했다. 앞으로 관련 보도를 이어가겠다고도 예고했다.


 

트럼프는 TV 출연 등 만으로도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자신의 소유 기업들이 대규모 적자를 냈다고 신고해 세금을 회피할 수 있었다. 그는 TV쇼 '어프렌티스' 진행자로 얻은 인기와 인지도를 토대로 2018년까지 4억2740만 달러(약 5022억 원)를 벌어들였다. 

 

또 사무용 건물 두 채를 성공적으로 투자해 1억7650만 달러(약 2074억 원)의 수익도 올렸다. 하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지속적인 손실이 있었다고 신고해 연방소득세 대부분을 면제 받았다. 이 신문은 "셀러브리티로서 번 돈으로 고위험 사업체를 산 뒤 거기서 발생하는 손실을 세금을 피하는 데 활용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 재정 연금술의 핵심 공식"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세금 회피에는 자녀들도 동원된 정황이 보인다. 트럼프 그룹이 익명으로 지불한 '컨설팅료' 74만7622달러와 동일한 액수가 장녀 이방카가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공개한 재산 내역에서 발견됐다는 것. 이방카에게 별도로 컨설팅료를 지급한 것은 사업 경비로 처리해 세금을 줄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트럼프는 개인 비용을 사업 경비로 처리해 세금 혜택을 받기도 했다. 음식값, 주유비 뿐 아니라 '어프렌티스' 촬영 당시 헤어 스타일링비 7만 달러(약 821만 원), 딸 이방카의 헤어 및 메이크업 서비스 비용 9만5000달러(1억1150만 원)도 사업 경비로 처리했다.


 

트럼프는 각종 '꼼수'로 미국에서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지만, 2017년 인도에 14만5400달러, 필리핀에 15만6824달러를 세금으로 냈다. 게다가 이는 대통령 취임 당시 공약을 어기고 대통령직을 돈벌이에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후 첫 2년 동안 외국 기업과 거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이런 세금 회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재정 상태는 매우 위험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트럼프가 이런 '꼼수'로 세금을 환급 받은 것과 관련해 국세청으로부터 10년 넘게 감사를 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1억 달러 이상을 벌금으로 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판결이 현실화될 경우 트럼프는 파산할 수도 있다 한다.

 

트럼프 "가짜뉴스" 반박...언론들 "트럼프 2년간 소득세가 머리 손질 비용보다 적어"


 

트럼프는 NYT 보도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앨런 가튼은 성명을 내고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사실이 부정확한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가 지난 10년간 수백만 달러의 개인 세금을 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측에서는 아직 이 보도가 "가짜뉴스"임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출마 당시부터 자신의 세금 기록 공개를 거부해왔던 트럼프의 탈세 의혹에 대한 충격적인 보도가 나오자 언론과 전문가들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비밀에 부치려고 했던 금융정보를 NYT가 상당 부분 폭로했다"고 평가했다. <CNN>은 트럼프의 '사기꾼'(sham)으로서의 면모가 드러났다면서 "대통령으로서 이해 상충에 자신을 노출시킬 수 있는 엄청난 부채에 짓눌린 무능한 사업가와 지속적인 세금 회피자가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자서전 <협상의 기술>의 대필 작가인 토니 슈워츠는 <CNN>과 인터뷰에서 "수억 달러의 소득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가짐이 드러났다"며 "그 무도함과 뻔뻔함에 놀랐다"고 비판했다.

 

CNN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과 2017년 750달러의 연방소득세를 납부했는데 이는 극심한 불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숱한 미국인들이 내는 세금보다 훨씬 적은 액수"라면서 "트럼프는 자신의 머리 손질을 위해 쓴 7만 달러도 세금을 공제 받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TV토론에서 활용할 듯..."이번 대선은 부자 후보 대 노동자 후보"


 

첫 TV토론을 앞두고 터져나온 이 보도는 당장은 바이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대선후보 TV토론은 29일 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폭스뉴스의 크리스 월리스의 사회로 진행된다. 바이든은 이번 선거는 자신이 태어난 펜실베니아주 스크랜턴 대 파크 애비뉴의 대결로 규정하고 있다. 스크랜턴은 백인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며, 파크 애비뉴는 뉴욕의 초고층 빌딩이 밀집한 지역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8일 NYT 보도에 대해 "이번 선거가 노동자 계층과 부유한 엘리트들 사이의 선택이라는 바이든의 메시지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캠프에서는 28일 영상 광고를 통해 교사(7239달러), 소방관(5283달러), 간호사(1만216달러) 등의 연간 소득세와 트럼프의 세금을 비교했다. 바이든 측은 또 "나도 트럼프보다 세금을 많이 냈다"고 쓰여진 스티커를 만들어 판매에 나섰다.


 

공화당 출신이지만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바이든 지지 연설을 했던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는 "나는 블루칼라 출신이며 평생 열심히 일해왔다"며 "트럼프의 변명이 무엇이든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힘들 것"이라고 CNN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바이든 측은 특히 이 보도가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층이 두터운 '러스트 벨트'(미시간,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오하이오 등)의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전국 지지율에서 바이든에게 뒤지고 있는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선거인단 선거에서 역전을 꾀하는 것 밖에 없다. 미국은 단순 득표가 아니라 선거인단 선거(총 538표)에서 270표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이기는 간접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단순 득표에서는 300만 표 가량 뒤졌지만, 선거인단 선거에서 이겨서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 골수 지지층은 흔들리지 않을 듯


 

트럼프 측은 NYT 보도에 대해 아무런 증거 없이 "가짜뉴스"로 몰아세우고 있다. '트럼프를 저격하는 주류 언론의 가짜뉴스'는 열성 지지자들에게 매우 익숙한 메시지다.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들은 기존 정치권, 주류 엘리트들에 대한 강한 불신과 불만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한다. 트럼프가 자신들을 대리해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틀을 깨기를 바란다. 따라서 트럼프 개인의 도덕성은 이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가 각종 스캔들 뿐 아니라 탄핵, 코로나19 대응 실패 등 여느 평범한 정치인이라면 일찌감치 날라갔을 대형 이슈들에도 건재한 이유다.


 

물론 '세금 도둑'이라는 비판은 다른 정치적 어젠다와 달리 추상적이지 않고 '내가 직접 피해를 보는' 문제라는 점에서 지지층 균열을 다른 이슈들에 비해 기대할 수는 있다고 할 수 있다.


 

TV토론에서 바이든의 공격을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92907275357767#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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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국회와 정부가 수상하다

우리는 '폐지'라는 진전을 원한다

본문듣기 등록 2020.09.29 08:24 수정 2020.09.29 08:24
 
2012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에 나는 심드렁한 기분이 들었지만 위기의식이 생기진 않았다. 내게 낙태죄는 단순히 시대착오적이고 불평등한 법안 정도로만 느껴졌다. 그래서 낙태죄가 유지된다는 소식을 듣고도 딱 이 나라에 어울리는 정도의 구린 판결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사실 위헌 판결이 내려지리란 희망도 그다지 없었다.

그리고 그해 11월 임신중단 수술을 받던 10대 여성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 사건을 한 청소년의 일탈처럼 묘사하거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 가십처럼 소비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사망한 이의 부모가 인터넷을 통해 비밀상담이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 했다는 기사의 한 문장을 읽은 후 심장이 덜컥 주저앉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병원을 찾을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게 무엇일까. 접근성·친절·병원의 설비 등등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병원에서 우리는 의사에게 그 무엇도 아닌 스스로의 몸을 맡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의사가 실력이 좋은지, 되레 몸에 안 좋은 과잉 처방은 하지 않는지 등을 수소문 한 후에 병원을 찾을 때가 많다. 비용이 더 들어가도 그건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건에서 사망한 이의 부모들은 다른 무엇보다 비밀 유지가 가능한지를 먼저 물었다. 무려 수술을 해야 했는데 말이다. 왜 그랬을까. 딸이 낙태죄로 처벌을 받고 사회적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뉴스를 읽고 곰곰이 생각했다. 만일 임신중지가 죄가 아니라면 그 부모들은 무엇을 가장 먼저 질문했을까.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비로소 위기감이 느껴졌다. 낙태죄는 정말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조항이었다.

겨우 가능성 열자 들려온 소식
  

▲ 낙태죄 완전 폐지 촉구 기자회견이 28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이어진 임신중지 시술 병원 고발,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합헌 판결, 그리고 비극적인 죽음까지 이 일련의 상황들에 충격을 받은 것은 나뿐만이 아닌 듯했다. 점차 낙태죄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슈로 부상했고 많은 이들이 속속 낙태죄 폐지 운동에 합류했다.

이후 거의 해마다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고 그 규모는 점점 커져갔다. 추운 날에도 더운 날에도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면서 집회에 함께했고 그만큼 낙태죄 폐지를 향한 염원은 커졌지만, 낙관적인 결과를 확신할 순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를 계속 내면 사회가 조금씩이라도 움직이는 걸까.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라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

당시에 낙태죄 폐지를 간절히 염원해온 동료들과 기뻐했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헌법재판소는 위헌이 아니라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고, 이는 2020년 전에 국회가 대체법안을 통과시키거나 혹은 그 기간이 지나 낙태죄가 자동으로 사라지게 두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즉 낙태죄는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었다. 그리고 새로운 낙태죄 관련 법률이 처벌조항은 그대로 둔 채, 임신중지가 가능한 예외적인 조건이나 허용 기간을 두는 식으로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그리고 이 불길한 가능성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얼마 전 들려왔다.

우리는 후퇴한 논의를 원하지 않는다

최근 몇몇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3일 낙태죄 조항의 개정을 논의하기 위해 국무총리실의 주재로 법무부·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등 5개 부처 장관들이 모인 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입법 시한을 겨우 3개월을 남겨놓고 부랴부랴 회의를 연 것도 실망스러운데 논의 내용이라도 긍정적이라면 모르겠다. 하지만 이조차도 그렇지 못하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기사에 인용된 정부 관계자들의 말대로라면 진행된 논의 결과 처벌조항은 존속하되 허용 기간과 예외조항을 두는 방식으로 결론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관계자의 전언이라는 것이 아주 명료한 정보도 아니고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볼 수도 없기에 섣불리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보도의 내용이 사실임을 가정한다면 이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도의 개정으로는 임신중단과 관련된 여러 사회문제들을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불필요한 혼란까지 야기될 위험까지 존재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법무부의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한 권고에도 매우 상세히 드러나 있다. 위원회는 지난 8월 발표한 권고에서 신체적 조건과 상황이 개인마다 다르고 정확한 주수를 인지하거나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임신 주수를 기준으로 형벌을 면제하거나 부과하는 것은 형사처벌 기준의 명확성에 어긋나 타당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당사자들조차 처벌 여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기준이 무슨 쓸모가 있나.

'낙태죄'의 존치는 인권 탄압이다
 

▲ 모두의페미니즘 회원들, 낙태죄 폐지 촉구 기자회견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학생연합동아리 모두의페미니즘 회원 및 관계자들이 낙태죄 전면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몰래 임신중지 시술을 받기 위해 암암리에 병원을 알아보고 그 과정에서 높은 비용을 치르는 일, 보다 안전하게 시술을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하고 의사 앞에서 환자로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 임신중단을 이유로 이미 헤어진 배우자나 파트너에게 고발하겠다는 협박을 당하는 일까지 이 모든 상황들은 임신중단이 범죄인 때에 계속해서 발생해왔다.

누군가 자신의 몸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필요한 정보 속에서 최선의 의료적 선택을 할 권리를 박탈당한 채 도리어 범죄자 취급을 받고 그게 약점으로 잡히는 일 말이다. 특정 인구집단이 이런 일에 처하거나 혹은 그럴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대규모의 인권 억압이 자행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게 지금까지 한국의 현실이었다.

국회와 정부는 이런 끔찍한 상황을 수십 년간 방치해 왔다. 그런데 낙태죄를 완전히 폐지시킬 기회 앞에서 이를 유지하는 선택을 한다면, 이제는 방치 정도가 아니라 상황을 조장하는 게 아닌가.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임신중단과 관련된 유일한 사회적 문제는 집단적인 기본권 박탈과 인권 탄압이며 이로 인해 개인의 삶이 파괴되는 것이다. 그 외에 고민되고 검토되어야 할 시급한 문제란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는 추석 이후에 개정된 법안을 입법예고 했다고 한다. 부디 그 법안이 낙태죄에 대한 제대로 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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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지원 불법으로 매도한 가짜뉴스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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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0/09/29 10:02
  • 수정일
    2020/09/29 10:02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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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 국회 앞에서 지성호 의원 항의 기자회견
이하나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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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28  21: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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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레하나는 북민협 및 민주노총과 함께 28일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남북관계 ‘가짜뉴스’ 폐단이 심각한 가운데, 대북지원사업마저 불법행위라고 규정하는 가짜뉴스까지 배포되자 시민단체들이 항의하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얼마 전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은 시민단체 겨레하나의 2016년 북한수해돕기모금사업이 위법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성호 의원은 해당 자료에서 “통일부가 불법기부금 모금 진보단체, 기부금품법 위반 친여성향 법인은 놔둔 채 애꿎은 단체만 감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겨레하나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및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함께 28일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성호 의원은 대북인도적지원사업마저 불법으로 매도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지성호 의원은 가짜뉴스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통일부 비판 위해 시민단체 이용”

   
▲ 신미연 겨레하나 사무총장 직무대행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기자회견에서 신미연 겨레하나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지성호 의원의 가짜뉴스에 담긴 정치적 의도를 지적했다.

“지성호 의원이 현재 통일부가 진행 중인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 있는 25개의 탈북자단체 감사를 막고 싶은 심경은 알겠다. 그러나 최소한 가짜뉴스까지 동원해서 시민단체를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겨레하나는 위법단체가 아니다. 2016년 북한수해모금사업 대부분은 겨레하나 회원 및 단체회원의 모금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기부금품법 위반이 아니다. 지성호 의원은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고 겨레하나를 ‘불법단체’로 낙인찍는 가짜뉴스를 배포했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북지원단체를 이용한 것이다.”

또한 지성호 의원의 과거 행적을 언급하며 “지 의원은 가짜뉴스 제조기나 다름없던 과거 행각에 대해서도 사과한 적이 없다”며 “국회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가짜뉴스를 배포, 양산하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북민협 이주성 사무총장은 “북민협은 55개의 진보-보수, 불교-기독교 등 다양한 단체가 모여 있다. 우리는 대북인도적지원사업은 우리 자신의 정치적 이해와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북민협은 2016년 북한수해모금 돕기 사업에 국제적십자사와 연대했고, 겨레하나도 회원단체로 함께 했다. 국회가 이런 인도적 활동을 인정하고 존중하기는 커녕 가짜뉴스를 만들어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가짜뉴스 진원지인가

   
▲ 이주성 북민협 사무총장은 국회가 가짜뉴스 진원지가 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지성호 의원이 문제삼은 2016년 북한수해모금사업에 겨레하나와 함께 참여했던 민주노총의 엄미경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이주성 사무총장은 국회가 가짜뉴스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점 역시 지적했다.

“우리가 바로잡아야 할 것이 있으면 겸허히 수용하겠다. 그러나 순수한 인도적 지원에 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가짜뉴스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가짜를 선별하여 진실을 만들어내야 할 국회가 오히려 가짜뉴스 진원지가 된 것이다. 국회의원은 정의를 세우는 사람이고, 부정한 것에 대한 날선 비판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가짜뉴스에 대한 사과를 요청한다. 지성호 의원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면 용기를 내주길 바란다.”

2016년 북한수해모금사업에는 민주노총, 전농, 전교조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참여했다. 이날 민주노총 엄미경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의 많은 조합원들이 그 동안 겨레하나를 비롯한 시민단체들과 남북협력사업에 꾸준히 한마음으로 함께 해 왔다”고 확인하고 “그런데 이렇게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뉴스, 시민단체에 대한 부당한 정치 공세가 계속된다면 민주노총도 이를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공당의 국회의원이라면 가짜뉴스를 만들게 아니라 남북화해에 대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성호 의원을 비판했다.

지성호 의원 측 “사과할 일 아냐, 통일부 편향 비판 위한 것”

   
▲ 지성호 의원 측과의 면담 결과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할 뜻이 없음”이 확인됐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기자회견 이후 겨레하나측은 지성호 의원실 항의면담을 진행했다. 신미연 직무대행은 의원실 면담 결과에 대해 “지성호 의원실은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며 “도리어 이번 일이 탈북자 단체를 보호하고 ‘통일부의 편향’을 비판하기 위해 시민단체를 이용한 것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고 전했다.

신미연 직무대행은 “이번 일로 대북인도적지원 모금이 위법이고 겨레하나가 불법단체인 것처럼 매도되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 북녘 동포들과 함께 하겠다는 마음이 정치적으로 훼손되었다”며 “이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고 더욱 단호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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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쟁 위기, 어떻게 해소되었나

[아침햇살96] 한반도 전쟁 위기, 어떻게 해소되었나

 

문경환 | 기사입력 2020/09/2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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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7년 전쟁위기

 

밥 우드워드는 신작 『격노』에서 2017년 북미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뻔하였다고 밝혔다. 우드워드는 “이것은 진짜 위기였다”라고 적었다. 

 

그해 8월 8일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11월에는 항공모함 3척을 한반도 주변 해역에 투입해 훈련을 하도록 했다. 12월에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을 향해 발사될 경우 요격미사일로 격추할 권한을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에게 부여했으며 2017년 4월과 2018년 1월 “한국에 있는 미군 가족을 전부 데려오라”라며 비전투원 후송 작전(NEO)을 지시했다. 

 

이처럼 당장 북한을 공격할 것처럼 큰소리치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자신이 전쟁을 막았다며 대표적인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려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막았다’거나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려 했는데 아쉽게도 하지 못했다’라고 해야 말이 맞는데 ‘내가 전쟁 하자고 했는데 내가 막아서 기쁘다’라고 하니 말이 안 된다. ‘전쟁을 하고 싶다’와 ‘전쟁을 막아 기쁘다’ 사이에 뭔가 있어야 한다. 

 

그 답은 『격노』에 실린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이 보여주었다. 그는 당시 핵전쟁에 대한 공포로 워싱턴 국립대성당 2차 세계대전 추모 예배실을 여러 번 찾아 기도를 올렸다. 북한은 국가 핵무력을 완성했고 미국은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과거에도 미국은 여러 차례 북한을 공격하려 하였다. 하지만 끝내 전쟁을 개시할 수 없었다. 모두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만 살펴보자.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그에 대한 유엔 대북제재, 한미연합훈련 키리졸브 실시, 그리고 이에 맞선 북한 조선인민군의 3월 30일 전시상황 돌입 선언으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맞았다. 그러다 4월 15일 케리 국무장관의 대북특사 파견 제안, 5월 1일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제안, 5월 7일 북한의 1호 전투근무태세 해제로 전쟁 위기가 누그러졌다. 

 

▲ 2013년 전쟁위기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전략회의에서 미국 본토 타격 계획을 검토하였다.   [출처: 인터넷]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2013년 4월 1일자 USA 투데이에 “전쟁 시뮬레이션에선 결국 우리가 승리하지만 1차 세계대전 수준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왔다”라고 밝혔다. 1차 세계대전의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의 군 병력 사망자는 438만 명, 부상자는 838만 명, 그리고 실종자는 362만 명, 민간인 사망자는 314만 명에 달한다.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의 피해는 군 병력 사망자 552만 명, 부상자 1283만 명, 실종자 412만 명, 민간인 사망자는 360만 명에 달한다. 종합하면 4천만 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마 핵전쟁을 가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정도 피해를 감수하며 전쟁을 할 수 없었다. 

 

2002년 부시 정부도 전쟁을 준비했다. 북한 정권을 교체한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이를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전쟁 시뮬레이션을 실시하였는데 구체적 결과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2003년 5월 30일에 진행한 1차 워게임에 입회한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의 기자는 2003년 8월 18일 영국의 BBC 텔레비전에 출연해 “결국 참가자들은 중대 결단을 내리려다가 중단하고 말았다. 유효한 군사적 선택카드가 하나도 없다는 점 때문에 그들은 좌절감을 맛보았다”라고 밝혔다. 2차 워게임은 7월 중순에 진행되었는데 2003년 8월 1일자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기사에 따르면 “우리가 패배한다(we’re doomed)”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이 시뮬레이션 결과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2005년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북한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선제공격 계획을 승인했다. 하지만 중앙일보 2020년 9월 19일자 보도 「“서울 불바다 되지만 北선제공격"” 美대통령마다 준비한 카드」를 보면 “북한을 제압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라고 한다. 

 

1994년 클린턴 정부는 영변 핵시설만 제거하는 ‘외과수술식 정밀 폭격’을 준비했다가 포기했다. 앞의 중앙일보 보도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국은 당시 모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면전 상황도 예측해 봤다. 그 결과 90일 이내에 주한미군 5만2000명, 한국군 49만 명이 다치거나 죽는 것으로 나왔다. 민간인을 포함해 100만 명의 사망자가 예상됐다. 당시 결국 선제타격을 포기한 배경이다.”

 

물론 이 결과 역시 북한에 핵무기가 없다는 가정 아래 나온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68년 1월 23일 발생한 푸에블로호 사건이 있다. 미 해군의 최신예 전자첩보함 푸에블로호가 북한 영해인 원산 앞바다에서 첩보활동을 벌이다 북한 해군 함정에 나포된 사건이다. 미국 존슨 정부는 즉각 세계 최강이라 자부하는 제7함대 주력 기동부대와 항공모함 3척을 비롯해 핵잠수함과 전투기 수백 대를 한반도에 급파하였다. 

 

그러자 2월 8일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우리는 전쟁을 반대한다. 그러나 전쟁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한다. 그러나 평화를 구걸하지는 않겠다”라고 선포하면서 동시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보복에는 보복, 전면전에는 전면전으로”라며 북한인민군과 각급 준군사조직, 전 인민에게 전시동원체제를 명령했다. 사태는 전쟁으로 치달았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미국은 푸에블로호의 영해 침범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문을 발표하였다. 1968년 12월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배는 북한의 전리품이 되어 아직도 북한에 남아있다. 

 

▲푸에블로호     ©자주시보

 

당시 상황을 다룬 북한 소설을 보면 미국이 항공모함을 집결시켜 북한을 위협할 때 북한 지도부가 항공모함을 격침시킬 수 있는 미사일을 미국 정찰자산이 볼 수 있게 노출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뿐 아니라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핵공격에 대비해 주요 군사시설을 지하 깊이 마련하고 전국 곳곳에 지하 방공호를 건설했다. 또 군부대는 물론 주요 건물과 심지어 열차에까지 엄청난 수의 대공포를 배치해 폭격기의 접근을 막았다. 해안선을 따라 바위지대 속에 포와 미사일기지를 잔뜩 배치해 군함의 접근도 차단했다. 이런 상황을 정찰기와 정찰선으로 확인한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수 없었다. 

 

1976년 판문점 도끼사건 때도 미국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F-111 전투기 20대를 포함해 대규모 폭격기, 항공모함 등을 투입해 북한을 위협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당시 북한은 유감성명을 발표했다. ‘유감’은 참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은 유감성명이 잘못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며 거부했지만 결국 수용하고 사태를 종결지어야만 했다. 미군 대위 1명, 중위 1명이 사망하고 병사 4명이 중상을 입었지만 미국은 아무런 보복도 응징도 못하고 나무를 자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북한과 전쟁을 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북한을 공격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끊임없이 반복됐지만 그때마다 이를 좌절시킨 건 북한의 군사적 능력과 의지, 즉 전쟁능력이었다. 북한은 자신의 핵무력이 수많은 전쟁 위협을 막아낸 ‘평화의 보검’이라고 주장하는데 위의 과정을 보면 이런 북한의 주장에 객관타당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 

 

2. “한반도에 대한 무력 사용은 우리의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격노』에서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 사용을 검토했다는 내용이 나오자 청와대는 “한반도에 대한 무력 사용은 우리의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역사적 사례들을 보면 한국정부는 전쟁위기 고조와 해소 과정에 어떤 책임적인 개입을 할 수 있는 상황이나 여지가 전혀 없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 1994년 전쟁 위기 당시 자신이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해서 전쟁을 막았다고 썼다. 하지만 미국 정부나 평론가 중 김영삼 전 대통령 때문에 전쟁이 나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사람 단 한 명도 없다. 앞의 중앙일보 보도는 “클린턴 행정부의 선제타격 방안 검토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배제됐다. 김영삼 정부는 미국에서 선제공격 논의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라고 하였다. 

 

2017년 위기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으로 사람이 죽어도 한반도에서 죽는다”라며 전쟁 위기를 고조시켰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에 호응해 반북공세를 펴며 위기를 부추겼다. 하지만 미국이 실제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파악조차 못했다. 

 

“당시 주한미군에 미 본토와 해외 미군 기지로부터 참모 인원을 중심으로 한 증원이 이뤄졌다.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들어왔다. 미군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 한국군이 오면 입을 다물곤 했다. 그리고 한국군을 뺀 채 자기들끼리 비밀회의를 자주 열었다.” (중앙일보 9월 27일 보도 중)

 

미국은 결국 핵전쟁 피해를 감당할 수 없어 전쟁을 포기했다. 물론 이 과정에 문재인 정부가 영향을 미쳤다는 그 어떤 자료나 평가도 존재하지 않는다. 앞의 19일자 중앙일보 보도는 “한국은 이처럼 한반도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논의할 때 단 한 번도 초대받지 못했다. 미국은 전략무기인 핵무기에 관해선 사용 계획을 동맹국과도 협의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보면 이번에 청와대가 얘기한 “한반도에 대한 무력 사용은 우리의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라는 소리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저 ‘나도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외마디 비명일 뿐이다. 비참하지만 이게 우리 현실이다. 

 

이런 비참한 현실을 나타내주는 징표는 여기저기 널려있다.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핵무기 반입 여부를 모른다. 심지어 미군이 몇 명 있는지도 모른다. 세균무기 실험을 하는지도 모르고 택배로 살아있는 탄저균을 반입해도 모른다. 주한미군이 국내에 들어올 때 코로나19 검사도 못한다. 이태원에 코로나19가 갑자기 확산됐을 때도 주한미군 연관설이 파다했지만 파악조차 못 한다. 경기도 포천에서 주한미군이 안전조치를 위반해 자국민이 4명이나 죽었지만 미군에 아무런 책임도 묻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미군 책임을 묻는 대학생의 입을 틀어막느라 여념이 없다. 

 

▲ 경찰은 진상규명단이 캠프 케이시에 면담요청하러 가는 것조차 매일 가로막고 있다.     ©김영란 기자

 

이런 걸 놓고 볼 때 한미 관계는 동맹관계가 아니다. 독일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해당 국가 정부의 승인 없이는 미군이 한국에서처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 독일 같은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식민지라고 누가 비난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미국 관련 일들은 식민지에서나 있을법한 일이다. 그래서 비참하고 참담하다. 

 

문재인 정권은 미국의 ‘승인’을 추구한다. 하지만 『격노』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를 거칠게 대하는 상대를 좋아한다고 한다. 이 말 뜻은 줏대를 가지고 자기 주장을 강력하게 제기하는 그런 상대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트럼프 앞에 가면 기가 죽어 아부하고 굴종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개돼지로만 보고 그렇게 취급한다. 트럼프에게 저자세를 보인 아베 전 일본 총리는 미일정상회담 자리에서 레드카펫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기자들이 모두 보는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레드카펫에 못 올라오게 막아 망신을 준 것이다. 

 

2019년 2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한국이 전화 두어 통으로 방위비 분담금을 5억 달러 더 내기로 했다”라며 한국을 개돼지 취급했다. 2019년 8월 9일에는 “브루클린의 임대아파트에서 114.13 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 받는 것이 더 쉬웠다”라며 또 한국을 모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비참하고 참담한 현실을 제대로 알고 이를 혁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주권국가임을 과시하고 우리 동의 없이 누구도 한반도에서 전쟁 못한다는 것을 확립해야 하는데 그 시작으로 정부는 한미워킹그룹과 동맹대화를 해체하는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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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의사 성범죄 686건… 강간·강제추행에도 의사 면허 유지

 
최근 5년간 의사 성범죄 686건… 강간·강제추행에도 의사 면허 유지
 
 
 
임병도 | 2020-09-28 08:51:1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최근 5년간 의사 성범죄는 686건이었고, 그중 90%가 강간이나 강제추행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전남 목포시)이 국정감사를 위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의사로 인한 성범죄는 686건으로 매해 평균 137건이나 됐습니다.

2015년 114건던 의사 성범죄는 매년 꾸준히 늘어 2018년엔 163건 발생했으며, 지난해에도 147건의 의사 성범죄가 발생했습니다.

의사에 의한 성범죄 유형을 보면 686건 중 613건이(89.4%)이 강간이나 강제 추행이었습니다. 불법촬영이 62건(9%), 통신매체 이용음란이 10건 (1.5%), 성적목적 공공장소 침입이 1건(0.1%) 등이었습니다.

의사, 성범죄 저질러도 면허 계속 유지

▲최근 3년간 면허 취소된 의사들의 재교부율은 89.3%이고, 승인 받은 의사 면허의 취소 사유는 대부분 의료행위에 국한됐다. ⓒ최혜영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비례)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면허를 다시 받았던 의사들의 면허 취소 사유를 보면 ‘성범죄’가 없습니다. 대부분 ‘마약류 관리법 위반’, ‘무면허 의료행위’, ‘진료기록부 허위작성’ 등이었습니다.

최근 5년간 평균 130건이 넘는 의사에 의한 성범죄가 발생해도 의사들은 면허를 취소당하지 않고, 의사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냅니다.

2000년 의료법 개정 이전에는 의료관련 범죄행위 이외에도 모든 형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결격 사유로 의사 면허 취소가 됐습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를 포함해 의료인들이 성폭행이나 불법촬영 같은 성범죄를 저질러도 의료행위와 연관성이 없다면 의사 자격이 유지됩니다. 또한, 성범죄 의사의 범죄이력도 공개되지 않습니다.

2000년 “보건의료와 관련된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만 면허취소가 가능하다”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의사 출신 김찬우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이었습니다.

2018년 KBS <추적60>이 보도한 ‘범죄자가 당신을 진료하고 있다, 불멸의 의사 면허’ 편에는 자신의 병원에서 일하는 19살의 간호조무사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의사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해당 의사는 12년간 강간과 협박을 일삼았지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이후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몰카 범죄를 저질렀던 의사는 면허를 박탈당하지 않았고, 수백 명의 몰카를 다시 찍다 걸리기도 했다.

미국은 형사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의사면허 발급 자체가 안 되고 범죄사실도 반드시 이력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의료 업무를 볼 수 없습니다.

김원이 의원은 “의사가 강력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면허를 유지하게 하는 현행법은 특정집단에 대한 과도한 특혜”라면서, “범죄 의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들이 이미 21대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만큼 국민의 상식 수준에 부합하도록 법 개정에 앞장서겠다”고 밝혔습니다.

2000년 의료악법 개정 요구하는 시민들

▲지난 8월 3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2000년 의료악법 개정 청원글. 35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 캡처

코로나 사태에도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한 의료계의 파업이 이어지던 지난 8월 청와대 홈페이지에 의료법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인은 ‘의사집단을 괴물로 키운 2000년 의료악법의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코로나19 위기가 극에 달해 시민들이 죽어가는 시기에도 의사들이 진료 거부를 할 수 있는 이유는 2000년 개정된 의료악법 때문”이라며 “당시 개정된 의료 악법으로 의료인은 살인, 강도, 성폭행을 해도 의사면허가 유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지금의 의사집단은 의료법 이외의 어떠한 범죄를 저질러도 면허를 유지할 수 있으니, 3년 징역이나 3000만 원 벌금 정도의 공권력은 전혀 무서울 게 없는 무소불위의 괴물이 된 것”이라며 “이후 이 악법을 개정하기 위해 2018년 11월까지 총 19건이 발의됐지만 의사들의 반발로 단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의료악법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정하여, 시민들의 안전과 국가 질서를 공고히 하기 바란다”는 의료법 개정 청원은 28일 현재 35만여 명이 넘게 동의했습니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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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덕흠이 담합 지시” 판결문 명시…검찰은 기소도 안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0/09/28 10:25
  • 수정일
    2020/09/28 10:2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20-09-28 04:59수정 :2020-09-28 07:33

 

2008년 짬짜미 적발에도 처벌 모면
박덕흠, 직원 시켜 입찰금액 등 전달
17개업체 가담 514억공사 담합 주도
검찰, ‘업체 대표’ 아니라고 기소 제외
공정위선 대표 아니라며 조사도 안해
당시 판사 “혜영건설 실경영주 지시”
가담업체 “인맥 총동원 수사 피해…”
검찰·공정위, 박덕흠 비리의혹 한 몫
법조계 “수사 안 한 검찰의 봐주기”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입장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입장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박덕흠 무소속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이 대주주인 건설회사가 과거 입찰 담합 행위로 적발된 사건에서 당시 박 의원이 다른 건설사들 쪽에 직접 입찰 담합을 지시한 정황이 판결문을 통해 확인됐다. 그러나 박 의원은 명목상 업체 대표가 아니라는 이유로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조차 받지 않았고, 다른 업체들과 이들한테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만 처벌됐다. 업계에서는 “당시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신분으로 담합을 지시한 그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박덕흠은 의원이 될 수 없었다. 지금의 그를 만든 데에 검찰과 공정위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2008년 3월 서울시가 추진한 ‘구의 및 자양취수장 이전 건설공사’(공사 금액 514억원)에서 발생한 입찰 담합은 혜영건설 대주주인 박 의원의 주도 아래 진행됐다. 이 사건은 취수장 이전 공사와 관련해 혜영건설과 대지종건·재현산업 등 17개 업체가 입찰 담합을 모의하고, 서울시 공무원들이 이 업체들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 등으로 경찰에 구속되면서 불거졌다.

먼저 수주전에 뛰어든 혜영건설은 상하수도 건설업체인 대지종건, 재현산업과 함께 입찰 짬짜미를 하기로 모의했다. 이들이 입찰 담합을 위해 처음 모인 곳이 바로 혜영건설 사무실이었다. 이어 이들 업체들은 담합을 돕기 위한 ‘들러리’ 업체 15곳을 모았다. 혜영건설은 이후 회사 사무실로 대지종건 직원을 불러 사전에 조작된 투찰내역서가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건넸고, 이 자료는 사흘간에 걸쳐 각 들러리 업체에 차례로 전달됐다. 일부는 입찰 당일 퀵배달 서비스를 통해 전달됐고 들러리 업체 쪽은 이 내역서대로 입찰가를 입력했다.

이 사건을 재판한 재판부는 박 의원이 직원들을 시켜 담합에 참여하기로 한 회사들에게 입찰금액과 산출내역서를 전달하고 그대로 투찰하도록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2009년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홍승면)가 선고한 이 사건 판결문을 보면 “박덕흠은 그 무렵 ○○○(당시 혜영건설 부장) 등에게, 혜영건설, 태원건설, 대경기업, 재현산업 등 10개 업체의 입찰에 관련하여 위와 같은 방식으로 투찰을 지시하고, 위 10개 업체는 각 회사별 입찰 금액 및 산출내역서를 등록·전송하여 투찰하였다”고 적혀 있다. 재판부는 당시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이었던 박 의원에 대해 “혜영건설의 실경영주”라고 표현했다. 혜영건설 직원 등에게 전달받은 입찰 금액대로 들러리 업체들의 투찰이 이뤄진 과정은 2012년에 나온 공정위 의결서에서도 확인된다.

재판부는 박 의원이 구체적인 담합 지시를 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그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12개의 회사들을 들러리로 세운 최아무개 대지종건 대표와, 업체들로부터 뇌물과 향응을 제공받은 공무원들이 구속돼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지만, 박 의원은 혜영건설의 명목상 대표가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만 받았다. 박 의원의 지시대로 10개 건설사에 담합 수법을 전달한 혜영건설의 손 본부장도 검찰에서 벌금형에 해당하는 구약식처분을 받는 것에 그쳤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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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박 의원이 담합을 주도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는데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는 “판사가 증거들을 바탕으로 담합을 지시했다고 판단한 것인데 검사가 여죄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건, 최소한 직무태만이거나 봐주기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재판에 참여한 ㅇ검사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판부 소속으로 재판에만 참여했다. 사건 수사를 맡지 않아 잘 모른다”고 해명했다. 2017년 박 의원의 입찰 담합 등 비리 의혹에 대한 진정이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됐지만, 당시에도 검찰은 진정인 조사만 하고 수사를 벌이지 않았다.

당시 입찰 담합에 참여했던 한 업체 대표 ㄱ씨는 “박 의원이 입찰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입찰 업체들은 다 알고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입찰 업체 대표 ㄴ씨는 “당시 담합을 주도했던 최씨도 ‘박덕흠 회장이 해결해 줄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당시 수사를 피하는 데 박 의원의 화려한 인맥이 총동원됐다는 얘길 들었다”고 했다.

오히려 박 의원이 대주주인 혜영건설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자진신고를 하고 “조사에 적극 협조”했다는 이유로 담합 주도 업체 중 유일하게 과징금의 30%를 추가 감면받았다. 이로 인해 혜영건설은 다른 담합 주도 업체보다 4억원가량 과징금을 적게 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담합을 입증하는 데 기여를 해 감면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검찰과 공정위가 철저하게 수사해서 처벌했다면 사상 최악의 이해관계 충돌은 없었을 것이다. 박 의원이 입찰 담합 삼진아웃법을 무산시킨 건 결국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임이 드러난 만큼 국회 차원에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 윤리위 제소를 적극 추진하는 한편, 담합 제재 강화 법안을 재발의하겠다”고 했다.

오승훈 강재구 채윤태 조윤영 기자 vino@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63856.html?_fr=mt1#csidx93d1fc89875df438782a42f81513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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