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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주고 '합법적 폭력'을 삽니다

[법이 허락한 폭력 ②] '개인사업자' 집행관이 조장하는 폭력의 현장
2017.12.06 09:02:50
 

 

 

 

"(강제집행 과정에서) 인권 침해적 사례가 벌어진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사태가 재발되지 않아야 한다."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피해자나 관련자 신고를 통해 입건되면 적절히 수사하여 위법행위에 상응하는 처분이 내려질 것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 

 

2016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제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강제집행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하면 안 될뿐더러, 만약 일어날 경우, 처벌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법의 수장, 그리고 법을 이행하는 담당자가 한 말이기에 그 의미는 남다르다.  

 

그로부터 1년 남짓 시간이 흘렀다. 과연 강제집행 현장에서 폭력은 사라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폭력은 여전하다. 지난 11월 9일 강제집행으로 세입자의 손가락 4개가 잘린 서촌 궁중족발이 대표적인 예이다. 왜 폭력은 반복되는 것일까. (아래는 강남 가로수길 곱창집 우장창창 강제집행 영상, 촬영 정용택 감독) 

 

(☞ 관련기사 바로가기 : 국가가 허락한 폭력 ① "나는 손가락이 잘린채 질질 끌려나왔다")

  

 

 

 

 

건물주 주머니에서 나오는 집행관의 '월급' 

 

우선 강제집행을 담당하는 집행관 제도부터 살펴보자. 집행관은 강제집행 현장에서 국가를 대리해서 집행을 지휘하고 감독하는 자를 일컫는다. 부동산 명도소송에서 이긴 사람(건물주 등)이 법원에 집행을 청구하면, 집행관은 해당사건 관련, 강제집행 권한을 법원으로부터 위임 받는다. 즉, 집행관은 강제집행 과정에서 잠긴 문을 철거하는 기술자와 짐을 옮기는 노무자를 고용할 권한이 생긴다. 

 

주목할 점은 이 집행관 신분은 법원 소속 공무원이 아닌 개인사업자라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집행관, 즉 개인사업자인 그들의 급여는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채권자(건물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그 때문에 집행관은 물리적 충돌을 감수해서라도 채권자의 의사에 따라 집행을 완료시킬 유인이 생긴다. 

 

강제집행을 수행하는 집행관은 사건 당 1만5000원 수수료를 채권자로부터 받는다. 근무 시간이 2시간을 넘을 경우 수수료는 1시간 마다 1500원이 늘어난다. 생각보다 많은 수수료를 받지는 않는 셈이다. 두 차례 강제집행이 일어난 서촌 궁중족발 사건 경우에 해당 집행관은 공식적으로는 총합 수수료와 여비를 비롯해 30만1000원을 받았다. 

 

집행관의 수익은 강제집행 이후, 부동산 입찰에서 생긴다. 입찰절차를 진행하는 집행관은 만일 10억 원에 부동산이 팔리면 건물주로부터 수수료 390만3000원을 받는다. 수수료는 10억 원 이전까지는 비례해서 오르나 10억을 초과하면 해당 수수료는 390만3000원으로 같다. 이 수익이 상당하다. 2016년 국세청 자료를 보면 집행관 1인당 평균수입금액은 1억3000만 원이다.  

 

물론, A집행관이 강제집행을 한 B건물 관련, 부동산 입찰 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어제 B건물을 강제집행하면, 오늘은 C건물의 부동산 입찰을 집행하는 식이다. 이렇게 '강제집행→ 부동산 입찰'이 서로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주수입원은 건물주 주머니에서 나오기에 강제집행은 신속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강제집행 현장, 사람 위에 돈이 있다 

 

집행관 제도를 담당하는 김우현 대법원 법원행정처 사법등기국장은 "집행관이 (채권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입을 충당하도록 하는 것은 집행관 업무의 책임성, 신속성을 강화하고 국가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는 입법적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국가의 경제적 부담’은 건물주가 입는 경제적 손해다. 손해를 줄이려 집행관은 신속한 강제집행을 하게 된다. 이때 집행관은 건물주가 사들인 사설용역을 활용하게 된다. 반면, 집행관이 신속하고 책임있게 강제집행을할수록 채무자의 인권은 외면 받는다. 

 

그렇다 보니 부작용이 심각하다. 집행관법 개정안을 발의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집행관이 거둔 강제집행 실적에 따라서 소득이 결정되기에 무리한 집행이 이뤄진다"며 "현재의 집행관 제도는 기본적으로 폭력을 유발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강제집행 현장에 건물주가 고용한 용역이 투입되는 것도 폭력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다. 철거현장에서 폭력을 일으키는 이들은 건물주가 고용한 사설용역이다. 건물주의 의지에 발맞춰, 즉 강제집행을 빠르게 진행하려다 보니, 이를 막는 이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게 비일비재하다.  

 

리쌍 사태로 불리는 우장창창 강제집행에 동원된 용역은 112명. 이들 가운데 집행관이 고용한 용역은 22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90명은 건물주 리쌍이 추가로 고용한 용역이었다. 당시 세입자 측과 건물주 고용 용역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고, 이 과정에서 세입자 측 한 명이 호흡곤란으로 119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서촌 궁중족발은 사장이 손가락 4개가 절단되기도 했다.  

 

경비업법 15조의 2(경비원 등의 의무) 1항에 따르면, ‘경비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2항에는 ‘누구든지 경비원으로 하여금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혀있다. 건물주가 고용한 용역은 경비업법에 적용 되지만 실제 강제집행 현장에서 법은 쉽게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

 

집행관은 이러한 폭력을 막아야 하지만, 가급적 빠르게 강제집행을 마무리하려다 보니 그런 폭력을 외면하거나 묵인하는 식이다. 

 

 

▲ 서촌족발 사장이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상황에서 집행관은 이를 그냥 지켜보고 있다. ⓒ 김은석 감독

 

 

폭력 난무하는 강제집행, 어떻게 막을까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은 집행관의 신분을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본부장은 "공권력은 균질해야 하는데 개인사업자인 한국 집행관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로 공권력을 행사 한다"며 "몇몇의 집행관은 집행과정을 중립적으로 감독하지 않고 상황을 방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본부장은 "국가가 손을 놓으면 폭력사태가 일어난다"며 "집행관은 국가를 대리하는 자로서 개인사업자가 아닌 공무원 신분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경우, 채권자와 채무자 이익을 모두를 지킬 수 있도록 집행관 제도가 설계됐다. 이는 한국과 달리 독일 집행관의 신분이 완전한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공무원의 법적 의무를 그들은 지켜야 한다. 그렇다 보니 채권자 이익만이 아니라 채무자 이익도 보호할 의무가 그들에게는 부여된다.  

 

최 본부장은 집행관이 강제집행만을 하는 게 아니라 집행 전, 조율하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 본부장은 "집행관이 단순하게 집행만 해서는 안 된다"며 "집행에 앞서 여러 차례 임대인-임차인을 만나 설득하고 태도와 의사를 확인하는 신중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독일 집행관은 강제 집행 전, 채권자와 채무자간 조정권한도 부여받았다. 강제집행 전, 양자 간 테이블에 앉혀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 하지만 한국의 집행관에게는 이러한 조정권한이 없는 실정이다.  

 

강제집행을 당한 서촌 궁중 족발 사장 김우식 씨는 "1차 집행 때 집행관이 건물주와 이야기해 보라고 말하였으나 건물주는 이야기 할 필요 없다고 가버렸다"며 "이는 의례적인 협상이었고 이후 단 한 차례도 협상이 시도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집행단계에서 집행관에게는 강제집행 거부권한이나 채무자와 채권자의 이익을 서로 타협하고 조정할 권한이 법적으로 없다"며 "국회는 (집행관이)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해를 조정할 수 있도록 입법적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발의된 집행관법과 경비업법 개정안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경비업법과 집행관법 관련 개정안을 7월에 발의했다. 경비업법 개정안에서는 첫째 건물주, 즉 채권자가 현장에서 사설용역을 고용해 현장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둘째, 집행관이 강제집행을 할 경우, 신분증을 왼쪽 가슴에 달도록 했다. 강제집행 현장에 나온 사람들을 법원에서 나온 사람인지 사설경비업체에서 나온 사람인지 구별하기 위해서다. 위법 행위 발생 시 책임소재를 파악하려는 의도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할 경우, 집행관이 짊어질 법적 책임을 강화했다. 기존 200만 원 이하 과태료, 1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정직 및 면직에서 2000만 원 이하, 6개월 이상 2년 이하의 정직으로 개정했다. 

 

2012년 1월부터 2017년 3월, 약 5년간 이뤄진 총 12건의 집행관 징계는 모두 뇌물수수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폭력사태가 유발되는 강제집행 과정과 관련해서는 단 한 건도 집행관 징계가 이뤄진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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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김홍걸 위원장, 북한 핵완성 선언은 대화의 신호탄

‘블룸버그’ 김홍걸 위원장, 북한 핵완성 선언은 대화의 신호탄 

Posted by: 편집부 in Headline, Topics, 정치 2017/12/05 14:49 0 231 Views

 

 

– 핵실험 멈추고 신년연설에서 한, 미에 대화 제안할 수도 

– 김홍길 위원장, 문대통령 평양 특사의 가장 강력한 후보 

– 민간분야에서 아버지의 과업 지속적으로 수행하길 희망 

 

블룸버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막내아들인 김홍걸 위원장의 인터뷰에서 그가 김정은을 만난 몇 안되는 한국인 중 하나이며 그가 두 번째 만남도 멀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그 시기는 지금이 가장 적절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한 지금 더 이상 미사일 실험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며 신년연설에서 한국과 미국에 대화를 제안할 수도 있고 추측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공식적 협상에 앞서 북한과의 대화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으며 최근 평양을 방문한 비탈리 파신 러시아 국회의원은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일대일 또는 다자간 대화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홍걸 위원장은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완성했다고는 하지만 전세계가 그것을 믿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지금 서로 대화를 함으로써 양국 모두 체면을 세울 수 있다고도 말했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한국의 대화시도를 거부하며 미국이 적대적인 정책을 버리지 않는다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반복해서 주장했다. 김홍걸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김홍걸 위원장은 아버지의 과업을 계속 수행하기를 바라며 남북교류 재개를 위한 사업계획 전달을 위해 북한 관계자들과 3~4개월 전에 대화를 했다고 말한다. 김위원장은 북한 관계자들과 직접 접촉 통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특사를 파견하기로 한다면 김홍걸 위원장이 강력한 후보라고 내다본다. 핫라인과 같은 남북의 대화 수단은 박근혜대통령 정부에 의해 단절되었다. 김홍걸 위원장은 유엔의 제재가 남북교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는 하지만 민간 차원에서 식량과 의약품 지원 등이 좋은 출발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현재 남한의 한국화해협력위원회처럼 북한에도 똑같은 이름의 상대편 조직이 있으며, 지금은 민간부분이 긴장완화를 위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 라고 말한다. 다음은 뉴스프로가 번역한 블룸버그 기사 전문이다. 번역 감수 : 임옥 기사 바로가기 : https://bloom.bg/2AUv6nJ

[저작권자: 뉴스프로, 기사 전문 혹은 부분을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 주십시오.] https://thenewspro.org/2017/12/05/nobel-peace-prize-winners-son-says-missile-may-be-chance-for-north-korea-talks/

 

Nobel Peace Prize Winner’s Son Says Missile May Be Chance for North Korea Talks 

한국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아들, “미사일을 남북 대화의 기회로 삼을 수도” 

 

By Kanga Kong 2017년 12월 4일 오후 8:26 GMT+9 • Kim Hong-gul met North Korea’s leader at his father’s funeral 

김홍걸 씨는 김정일의 장례식에서 김정은을 만났다. 

 

• ‘Both can say to their people that the other surrendered’ 

‘양측 모두 상대방이 굴복했다고 자국민들에게 말할 수 있다.’ 

 

Kim Hong-gul. Photographer: SeongJoon Cho/Bloomberg 

김홍걸 

 

The youngest son of former President Kim Dae Jung is one of just a few South Koreans to have met Kim Jong Un. He hopes a second meeting isn’t far away.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막내 아들 김홍걸 씨는 김정은을 만난 몇 안 되는 한국인 중 하나이다. 그는 두 번째 만남도 멀지 않기를 희망한다. 

 

Six years ago, Kim Hong-gul chatted with the current North Korean leader as part of a visiting delegation attending the funeral of late dictator Kim Jong Il in Pyongyang. He’s now looking for another encounter after he becomes head of the Korean Council for Reconciliation and Cooperation, a non-profit group that promotes exchanges between two Koreas. 

6년 전 김홍걸 위원장은 고인이 된 독재자 김정일 위원장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조문 방문단의 일원으로 평양에서 현 북한 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남북간의 교류를 촉진하는 비영리 단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가 된 후 또 한 번 만남의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 

 

In a Dec. 1 interview, Kim Hong-gul said that a new era of reconciliation might be possible after North Korea declared that it completed its nuclear force. Kim Jong Un made the announcement following the launch of a new type of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with improved technology that he said can deliver a nuclear warhead anywhere in the U.S. 

12월 1일 인터뷰에서 김홍걸 위원장은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한 이후 새로운 화해의 시대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향상된 기술로 만들어진 새로운 형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이를 통해 미국 어느곳이든 핵탄두를 나를 수 있다고 발표했다. 

 

“It could be a flare signaling the start of the negotiations,” said Kim Hong-gul, who is tapped to take on the position next month. “On completion, Kim wouldn’t need to test missiles anymore, so he could suggest a conversation with the South and the U.S., possibly in his New Year speech, while refraining from further tests.” 

다음 달 대표직을 맡게 되는 김홍걸 씨는 “그 발표는 협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완성된 상황에서 김정은은 더 이상 미사일 실험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의 실험을 멈추고 아마도 신년연설에서 한국과 미국에 대화를 제안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While the U.S. has long maintained that North Korea must be willing to abandon its nuclear program for talks to begin, Secretary of State Rex Tillerson said last month he can envision having a conversation ahead of formal negotiations. Russian lawmaker Vitaly Pashin, who recently visited Pyongyang, said Monday that North Korean officials are ready for one-on-one or multiparty talks now that they’ve become a nuclear power capable of striking the U.S. mainland. 

대화 시작을 위해서는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고 미국이 오랫동안 주장해오기는 했지만, 지난 달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공식적인 협상에 앞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평양을 방문했던 비탈리 파신 러시아 국회의원은 월요일,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보유국이 되었으므로 이제 북한 관계자들은 일대일 또는 다자간 대화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Kim Hong-gul said the U.S. and North Korea could both save face by talking to each other now, as the world doesn’t yet believe Pyongyang has completed its nuclear program. Questions remain over whether a warhead could survive reentry into the atmosphere and target specific locations. 

김홍걸 위원장은 전 세계가 아직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성했다고는 믿지 않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이 지금 서로 대화를 함으로써 양국 모두 체면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핵탄두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여 특정 지역을 목표로 삼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Both can say to their people that the other surrendered and came to the path of dialogue,” Kim Hong-gul said. 

김홍걸 위원장은 “양측 모두 상대방이 굴복하여 대화의 길로 왔다고 자국 국민들에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뉴스프로, 기사 전문 혹은 부분을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 주십시오.] https://thenewspro.org/2017/12/05/nobel-peace-prize-winners-son-says-missile-may-be-chance-for-north-korea-talks/

 

North Korea so far has rebuffed South Korea’s attempts at talks, and has repeatedly said it won’t give up its nuclear weapons unless the U.S. drops its hostile policy. The U.S. and South Korea on Monday began a large-scale military exercise involving 230 aircraft, a drill that prompted North Korea to warn of “the highest-level hard-line countermeasure in history.” 

지금까지 북한은 한국의 대화 시도를 거부하며 미국이 적대적인 정책을 버리지 않는 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반복해서 주장해왔다. 월요일 미국과 한국은 230대의 항공기가 참가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시작했으며 이에 대해 북한은 “역사상 최고 수준의 강경한 대항조치”에 대해 경고했다. 

 

Father’s Footsteps 

아버지의 발자취 

 

It’s unclear whether Kim Hong-gul would be able to bridge the gap between the two sides. His father was a democracy activist who rose to the presidency after surviving assassination attempts and a death sentence. He became South Korea’s sole winner of the Nobel Peace Prize for his so-called Sunshine Policy that attempted to defuse tension on the divided peninsula. 

김홍걸 위원장이 남북한 간에 벌어진 틈을 연결할 수 있을 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의 아버지는 많은 암살 시도와 사형 선고에서 살아남아 대통령직에 오른 민주주의 운동가였다. 그는 분단된 한반도의 긴장관계를 완화하기 위해 시도했던 소위 햇볕 정책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Kim Hong-gul hopes to carry on his father’s work. He said that he last talked with North Korean officials three or four months ago to present ideas for resuming exchanges, including sending an animal in danger of extinction to a zoo in Pyongyang. 

김홍길 위원장은 자신의 아버지의 과업을 계속 수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평양에 있는 한 동물원에 보내는 것을 포함해 남북교류의 재개를 위한 사업계획을 전달하기 위해 북한 관계자들과 3-4개월 전에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Diplomats and analysts see Kim as a strong candidate should 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in decide to send a special envoy to Pyongyang, in part because he has a direct line with officials in North Korea. Means of communication such as military hot lines were cut off by the more hawkish administration of former President Park Geun-hye, who was impeached earlier this year. 

외교관들과 분석가들은 김 위원장이 북한 관계자들과 직접 접촉 통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만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특사를 파견하기로 결정한다면 김홍걸 위원장이 강력한 후보자라고 보고 있다. 군의 직통 전화와 같은 대화 수단들은 올해 초 탄핵된 박근혜 전대통령의 더 강경한 정부에 의해 단절된 바 있다.

[저작권자: 뉴스프로, 기사 전문 혹은 부분을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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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wless Skin 

흠잡을 데 없는 매끈한 피부 

 

Kim Hong-gul recalled the time he met the North Korea leader, who was then in his 20s. 

김홍걸 위원장은 당시 20대였던 김정은 북한 지도자를 만난 그 시간을 회상했다. 

 

“Jong Un stood out because of his skin that looked as flawless as white jade,” he said in the interview. “The first impression that struck the entire world including myself when he first appeared was that he looked too young to rule. But as it turns out, we all probably underestimated him as a leader.” 

김 위원장은 “김정은은 백옥처럼 흠잡을 데 없는 피부 때문에 눈에 띄었다”고 인터뷰에서 말하며, “그가 처음 등장했을 때 나 자신을 포함해 전 세계가 느낀 첫 인상은 김정은이 국가를 통치하기에 너무 젊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아마도 우리 모두가 그를 지도자로서 과소평가했다”라고 했다. 

 

While United Nations sanctions make it difficult to restart inter-Korean exchanges, Kim Hong-gul sees room for others to play a role. He said sending food and medicine to children in the impoverished nation could be a good start. 

유엔의 제재가 남북 교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긴 하지만 김홍걸 위원장은 다른 사람들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그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에게 식량과 의약품을 제공하는 것이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im Hong-gul said his father created the reconciliation council 20 years ago to do things that government officials can’t undertake. The entity has a counterpart in North Korea with the same name. 

김홍걸 위원장은 20년 전 자신의 아버지는 화해위원회를 창설해서 정부 관료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북한에도 동일한 이름을 가진 상대편 조직이 있다. 

 

“It’s repeating,” he said. “State-to-state communications are cut off, so this is the time for the private sector to play a role to defuse tensions.” 

김 위원장은 “그 일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라고 말하며, “국가 대 국가의 대화 통로가 끊어졌고, 그래서 이제는 민간 부문이 긴장 완화를 위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번역 저작권자 : 뉴스프로, 번역 기사 전문 혹은 일부를 인용하실 때에는 출처를 반드시 밝혀 주십시오.]

[저작권자: 뉴스프로, 기사 전문 혹은 부분을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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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뒤끝버스터'의 뻘쭘한 결말 정세균 "참, 나 기막혀. 이게 무슨 짓?"

법인세법 통과 일등 공신 한국당... 새해 예산안 통과된 본회의 '생생 20분'

17.12.06 02:12l최종 업데이트 17.12.06 08:41l

 

결국 자유한국당의 뒤끝은 이렇게 작렬했다. 주먹을 들어올리며 "의회주의 파괴하는 정세균은 사퇴하라"고 외쳤고, 국민의당은 가차없이 "여당 2중대"가 됐다. 고성과 구호가 난무하는 약 20분 동안을 정세균 국회의장은 "11시간 드렸으면 됐지"란 말에 '버럭', 실소, 그리고 '애교'까지 섞어가며 버텼다.

5일 오전 정회됐던 본회의가 속개된 것은 오후 9시 51분께.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로텐더홀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한 후 해산할 것으로 알려진 상태였다. 본회의장에서는 한국당 의원들 없이 찬반 토론에 이어 법인세법 일부개정안이 133표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보이콧 '덕분에' 예산안 표결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듯 했다. 허나 이와 같은 예감은 얼마 안 가 무너졌다. 그때가 10시 11분. 

정세균 의장의 짜증, 버럭, 애교 섞인 20분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정우택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일5일 밤 열린 2018년도 예산안 및 예산 부수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총회 직후 입장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일방적인 의사진행을 주장하며 의장석 앞에서 항의하고 있다.
▲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정우택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일5일 밤 열린 2018년도 예산안 및 예산 부수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총회 직후 입장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일방적인 의사진행을 주장하며 의장석 앞에서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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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5일 밤 국회에서 재개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인세법 등에 항의하며 의사일정을 막고 있다.
▲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5일 밤 국회에서 재개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인세법 등에 항의하며 의사일정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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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나타났다. 이어 정우택 원내대표와 장제원 대변인이 정 의장에게 다가가더니 항의를 시작했다. 내용인즉슨 왜 더 기다려주지 않고 본회의를 시작했느냐, 당초 오후 9시에 본회의를 속개하려 했으니 고작 1시간 기다려준 것 아니냐는 이야기였다. 

 

정 의장은 "오늘 오전 11시부터 개회했다"며 "한국당 의원총회 시간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몇 시간이냐?"고 지적했다. 다시 한국당발 고성이 튀어나오자, "그건 명분 없는 이야기다. 여러분이 항의하실 입장이 아니"라고 정 의장이 되받았다. "9시 소집인데 1시간 기다려놓고 뭘 그래!"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호소에 이어 강수를 던지는 정 의장.

"오전 11시부터 11시간 기다렸지 않습니까? 11시간 동안 뭐하셨어요? 11시간 동안 뭐 하셨냐고요. 여러분들 주장이 옳지 않아요. 자, 자, 자, 다음은, 소득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해서는... (중략)... 김종민 의원(더불어민주당) 나오셔서 수정안에 대한 제안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국회의장 앞 한국당 의원들 숫자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고성의 가짓수도 다양해졌다. 황당하다는 반응, "이건 아니잖아요? 어떤 의장님이 이렇게 합니까?", 자존심 내세우기, "의장님! 한 시간 기다리십니까? 제1야당을?", 또는 "그만하십쇼!"란 손가락질. 이어 다음은 짜증, 버럭, 애교까지, 정 의장을 중심으로 당시 상황을 옮긴 것이다.

"얘기 안 들으실랍니까? 나도 안 들어요(털썩)"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밤 2018년도 예산안 및 부수 법안 처리를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정우택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밤 2018년도 예산안 및 부수 법안 처리를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정우택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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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5일 밤 국회에서 재개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인세법 등에 항의하며 입장하자 국무위원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5일 밤 국회에서 재개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인세법 등에 항의하며 입장하자 국무위원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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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시다가 지금 와 가지고 그런 얘기하세요? 자, 자, 자, 아이(짜증), 여러분들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에요. (나경원 의원 등장) 아니, 그럼 언제까지 기다립니까? (몰려온 한국당 의원 60여명으로 불어남)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세요. 자,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세요. (고성 또 고성에 실소하며) 참, 나, 기가 막혀 갖고. 이게 무슨 짓이에요, 이게? 아니, 이게 무슨 짓이에요? 예? 하, 참, 나."

(한국당 의원들 정회를 요구하자 버럭) 아니, 왜 정회를 합니까? 왜 정회를 해요. 의사 일정 다 합의해 가지고, 합의한 의사 일정을 진행하는데 왜 정회를 해야 되죠? 에이, 그건 말이 안 되는 소리야. (이 와중에 끊이지 않는 고성) 저...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어. 좀, 좀, 안 돼, 안 돼, 그거. 11시부터, 의총을 11시간씩 하시고 뭘 지금 또 의총 때문에 이렇다는 거예요?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지.

예? 9시에 의사일정이 합의된 거예요, 오늘 아침에. 예? 합의된 의사일정에 따라 의사진행을 하는데, 왜 방해하는 거예요? 에이, 할 것도 없어. 얘기 다 했어, 얘기 다 했다니깐. (다시 안 되겠다는 듯) 아니, 자, 얘기 좀 합시다, 얘기 좀 합시다, 제가, 예? 얘기 좀 합시다. 얘기 안 들으실랍니까? 나도 여러분, 얘기 안 들어요(정 의장 털썩)."

자리에 앉았던 정 의장이 다시 일어나 강경 모드로 전환했다.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 표결 진행, 와중에 애타게 "의장님"을 찾는 장제원 의원 목소리가 도드라졌다. 수정안 가결을 선포하며 정 의장, 땅, 땅, 땅. 함께 울려 퍼지는 "이건 무효입니다!", "뭘 가결돼!", "이건 반칙입니다!"라는 외침. 정 의장이 "에유"란 반응과 함께 원내대표들을 불렀다. 기세가 오른 듯 한국당 의원 누군가 "염치가 있어야지!"라고 외쳤다. 이어 민경욱 의원의 선창.

한국당 '뒤끝버스터'의 뻘쭘한 결말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5일 밤 국회에서 재개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인세법 등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5일 밤 국회에서 재개된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법인세법 등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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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의장! 사퇴하라! 사퇴하라! 사퇴하라!", 졸지에 2중대 된 국민의당, "국민의당 물러가라!", "여당 2중대 물러가라!", '밉상'도 함께 소환, "정세균, 우원식 사과하라! 사과하라! 사과하라!", 선창과 구호 사이로 "물러나라! 김동철 빠져라! 에잇!",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소환됐다. 다시 30분간 정회가 선포됐다.

오후 11시 5분, 본회의가 속개됐다. 428조8339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 수정안이 재석 178명, 찬성 160명, 반대 15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고 "사회주의 예산 반대" 등 문구가 적힌 피켓과 함께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6일 오전 12시 56분 산회가 선포됐다.

그로부터 약 3시간 전, 법인세법 표결 결과는 이랬다. 재석 177명, 찬성 133명, 반대 33명, 기권 11명.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과반의 찬성으로 통과되는 상황이었다. 한국당 의원들이 모두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다면 법인세법 부결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이날 오전 한때 필리버스터 이야기까지 꺼냈던 한국당으로서는 '뒤끝버스터'의 뒷맛이 아주 씁쓸하게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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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25년 새 28곳 땅밀림 현상…무인감시 시스템 전국에 2곳뿐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입력 : 2017.12.05 06:00:04 수정 : 2017.12.05 10:43:20

 

ㆍ전화·방문으로 ‘늑장’ 통보 …경보체계 등 매뉴얼 정비 시급
ㆍ‘포항 땅밀림’ 발생 6시간 지나 주민 대피령…대응 체계 ‘구멍’

[단독]25년 새 28곳 땅밀림 현상…무인감시 시스템 전국에 2곳뿐
 

지난달 15일 오후 2시29분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났다. 7분 전 규모 2.2와 2.6의 전진이 있었고, 본진 이후 오후 3시23분까지 11차례 여진이 계속됐다. 국내 관측 사상 두 번째로 컸던 이번 지진은 지축을 흔들었고, 포항시 용흥동 야산에 설치된 땅밀림 무인감시 시스템에도 이상이 감지됐다. 두 차례 전진과 본진, 11차례 여진이 지나고 난 뒤 땅이 본래 위치보다 66.65㎜ 밀린 현상이 측정됐다. 

그나마 땅밀림 무인감시 시스템이 있는 용흥동 야산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전국의 땅밀림 취약지역에는 무인감시 시스템조차 없어서 언제 산사태 같은 사고가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이 산림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1993년 이후 25년 새 국내에서 땅밀림이 발생한 곳은 포항 용흥동 야산을 포함해 모두 28곳으로 확인됐다.

이런 ‘땅밀림 취약지역’은 경기·충남·충북·경남·경북·강원·부산·전남·전북 등 9개 시·도에 산재해 있다. 이 중 무인감시 시스템이 설치돼 있는 곳은 포항 용흥동 야산과 경남 하동 야산 등 2곳뿐이다. 나머지 26곳은 지진 등으로 다시 땅밀림이 발생하는 경우 바로 실태를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황 의원은 “땅밀림 무인감시 시스템을 전국의 모든 땅밀림 취약지역에 설치해 상시 감시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땅밀림은 산비탈 등의 토층이 어느 정도 원형을 유지한 상태로 서서히 낮은 곳을 향해 미끄러져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진에 따른 땅밀림이 생기면 뒤이어 산사태 등 2차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급격하게 높아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016년 4월 일본 구마모토(熊本) 지진 당시 구마모토현 아소(阿蘇)지방에서 땅밀림에 의한 대규모 산사태가 났다.

땅밀림이 발생하면 즉시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산사태에 따른 인명피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항 지진 때는 땅밀림이 처음 측정된 시점(오후 2시37분)부터 6시간 이상 지난 오후 9시쯤에야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이 내려진 사실이 드러났다.

황 의원 자료를 보면 땅밀림 무인감시 시스템을 관리하는 산림청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 땅밀림 발생 사실을 보고한 시점은 오후 6시25분이었다. 또 포항시 담당자들이 땅밀림이 발생한 용흥동 야산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알린 시점은 오후 9시쯤으로 확인됐다. 당시 포항시 직원은 땅밀림 위험지역 거주 주민 7명의 집에 전화를 걸거나 방문해 주민들을 대피시킨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처럼 늑장 대응이 빚어진 이유는 땅밀림 발생 시 경보체계가 정부나 지자체 안에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용흥동 야산에서는 지난 21일 여진으로 28㎝ 규모의 땅밀림이 추가로 발생했으며 주민들은 피난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땅밀림 발생 경보 발령 기준 등 세부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 땅밀림 발생에 따른 대응 경보를 주의, 경계, 피난, 출입금지 등 4단계로 나눈다. 하루에 1㎜ 이상의 땅밀림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주의’, 하루 10㎜ 이상이면 ‘경계’, 시간당 2㎜의 땅밀림이 두 차례 발생하거나 시간당 4㎜ 땅밀림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피난’ 경보를 내린다. 시간당 10㎜ 이상인 경우에는 해당 지역에 출입금지 조치까지 취하도록 한다.


황 의원은 “이번 포항 지진 당시 땅밀림은 일본 기준을 적용하면 피난은 물론 출입금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땅밀림 정보를 주민들에게 바로 알리는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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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노 재미동포, 푸틴 중재로 북미대결전 매듭지을 수도

이흥노 재미동포, 푸틴 중재로 북미대결전 매듭지을 수도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12/05 [12:19]  최종편집: ⓒ 자주시보
 
 

 

화성-15형 발사 이후 러시아가 긴급하게 나서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그 중재역할을 자청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해 이흥노 재미동포가 흥미있는 관점에서 분석한 글을 인터넷에 소개하였다.

이흥노 선생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온 국제정세전문가이며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국제사회 지위와 역할의 변화에 대해 깊은 식견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북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와 군사적 위협 제거 또한 강하게 주장해온 나라이다.

이흥노 동포는 글에서 '화성-15형 발사 전에 북-러가 서로 조율을 했던 것이 아닌가' 라는 분석을 내놓았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는 다소 과도한 분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의 분석처럼 러시아 의회 대표단의 평양 방문 중에 전격 발사가 단행되었고 발사 직후 러시아가 바로 나서서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북의 화성-15형 발사를 유발하였다면서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모습 등을 보면 북러밀월이 매우 깊은 단계로 접어든 것만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특히 이흥노 선생은 중국은 북의 반대로 중재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빠졌는데 북이 믿어주는 러시아의 푸틴대통령은 트럼프가 야유나 조롱을 전혀 하지 않고 가장 존중하는 유일한 지도자라며 푸틴이 북-러 대화를 중재하는 것에 대해 반대할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였다.

 

한반도 정세가 더욱 위험한 전쟁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대화로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이 글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고 그 전문을 아래 소개한다.

 

▲ 2017년 11월 29일 새벽 전격 발사 성공한 북의 화성-15형     ©

 

                          러시아의 북핵 대응에 특별히 주목해야

                                                                                 이흥노/벌티모아, Md. 

북한이 지난 11월 29일, 새로운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마루리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쪽에서는 연일 축하의 노래소리가 울려퍼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미일은 경기를 일으키며 완전히 이성을 잃은 것 같이 논다. 이들은 북의 목줄을 끊겠다고 복수의 칼날을 예리하게 갈면서 지구촌도 동참할 것을 집요하게 강요하고 있다. 미국이 얼마나 다급하고 절박한가를 적라나하게 보여주는 처사라고 하겠다.

 

▲ 재미동포 이흥노 선생 


미국은 중국이 열쇄를 쥐고 있다며 중국의 적극 동참을 애걸하고 있다. 중국의 북핵에 대한 시각은 미국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걸 몰라선 안된다. 중국은 북핵이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결과물이고, 그것은 북미 간에 해결돼야 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중국이 줄곧 주장하는 북핵 해법은 <쌍중단>→<쌍궤병행>이다. 미사일 발사 다음날 (11/30), 중국 외교부는 “대화∙협상의 평화적 방식을 통해서 해결이 가능하다”고 했다. <환구시보> 사설도 미국이 크게 실패했다며 어떤 제재도 통하질 않는다고 충고했다.

 

그런데 러시아가 이번에는 각계각층으로 부터 일제히 적극적, 구체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게 예사롭질 않다. 그래서 러시아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더구나 푸틴 대통령에게는 트럼프가 예의와 범절을 갖추고 대하는 지구상 유일한 지도자다. 러시아의 목소리만은  트럼프가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평양은 75일이나 미국의 후속조치를 기다렸다. 그러나 돌아온 건 “테러지원국” 딱지였다.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강조하는 평양은 끝내 <화성-15>를 성공리에 발사했다.

 

러시아에선 라브로브 외무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스푸트닉> (11/30) 보도에 의하면 러시아 외무상은 “모스크바는 평양에 제재와 압박을 더 강화하려는 시도를 결연히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그간 제재 압박과 동시에 필연적으로 해야 할 정치적인 협상이 미국에 의해 깡그리 무시된 것은 큰 실책이라고 했다. 또 그는 미국의 최근 행위는 “북한으로 하여금 새로운 일을 벌리도록 인행을 걸자는 게 목적었다”고 잘라 말했다. 바꿔 말하면 미국은 북이 사고를 치도록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헤일리 미유엔대사의 말과 같이 북한 괴멸이 목표라면 이를 미지도부가 확인하라고 라브로브 외상은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면 우리가 거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미사일 발사직후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장이 “미국의 경고와 제재 강화도 효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2개월 이상 평양이 자제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미국의 기조가 바뀌지 않은 것에 대한 반응이 새 미사일 발사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카우보이식 방법이 아니라 협상 뿐이라고 했다.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소속 코바티디 의원은 “유일한 해법은 협상테이불에 앉는 것이라며 한미는 북의 군사적 대응을 불러일으키는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의회 4개 정당 대표단이 11월 26일 부터 한 주일, 평양에 머무는 동안 <화성-15>가 발사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대표단은 북 외무성 부상과 리수용 당 부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로 돌아온 대표단은 북미 간 ‘힘의 균형’이 완성돼 안보 걱정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대표단장을 맡았던 따이사예브 의원은 “한반도 핵위기를 끝장내기 위한 러시아의 중재 회담에 평양이 참여할 준비가 돼있다”는 것을 <스푸트닉> 뉴스 매체에 밝혔다고 했다. 그는 평양은 러시아 외엔 아무도 믿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러시아가 중제자로 나설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대표단 성원의 일원이었던 체파 의원은 과거와 차별화 되는 새로운 조건이 제시되면 핵 마시일을 완성한 평양이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이번에는 유별나게 러시아 외무성, 언론, 그리고 의회가 한결같이 입을 모아 미국의 초강경 대북 제재 압박이 완전히 실패했다면서 오로지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나섰다. 러시아 의원 대표단 방북 기간에 미사일이 발사된 것은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 꼭 눈여겨 볼 필요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북러 간 사전 조율된 행사가 분명한 것 같다. 시 주석의 특사 방북에서 신통한 결과가 도출되지 못하자 미사일로 중국에 화답하고는 러시아와 신혼여행에 들어간 느낌을 준다.

 

과거에 볼 수 없던 북러 밀월관계가 조기에 구축된 것은 독특한 평양의 외교적 수완이라고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핵미사일 개발을 완수한 평양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러시아에 중제 역할을 위촉한 것 같다. 러시아의 중제를 반대할 주변열강들은 거의 없을 듯 하다. 특히 트럼프와 푸틴의 관계가 원만하다는 점에서 기회를 잘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화성-15> 성공은 북미 간 게임의 끝을 의미한다. 지금 트럼프가 벌리는 전쟁소동은 장사꾼의 최후 발악적 상술이지 오래 갈 수 없다.

 

수사망이 좁혀들자 쫓끼고 있는 트럼프가 불장난을 벌려서 위기를 모면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전면전 불가라는 건 이제 상식이고, 있다면 작은 국지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멀지 않아 북핵은 일단락 될 것이다. 이제 핵미사일이 완성됐고 미국과 ‘힘의 균형’이 이뤄진 건 현실이다. 제아무리 혹독한 제재 압박에도 평양은 굴하지 않을 것이고 핵폐기는 물건너 갔다고 봐야 옳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풀을 뜯어먹어도 북은 핵폐기를 않을 것”이라고 한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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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2400만 세입자를 위한 약속 잊었나?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주거는 권리이고 집은 인권이다

 

 

지난 11월 30일 주거복지 로드맵이 발표되었다. 일부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실망이 크다. 가장 큰 문제는 주거복지의 기본 조건을 형성하는 주거인권 보장 제도가 빠졌다는 점이다.  

세입자가 인구의 절반에 이른다. 세입자 가운데 민간주택 거주자가 90%이다. 계속거주권(계약자동연장)과 전월세상한제, 표준임대료 제도가 빠져 있다. 이들 제도는 민간임대 거주 세입자의 주거안정과 주거인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주거는 복지다'는 기조는 의미 있는 방향이지만 '주거는 권리다', '집은 인권이다'가 빠져 있어 '주거는 복지다'는 외침이 공허하게 들린다.  

또 빠진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 갱신제 

과거에 야당 유력 정치인으로서 또는 야당 대표로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 제도 도입과 주거권 보장을 수없이 약속했다. 이번에 발표된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이들 주거안정 제도가 빠졌다는 것은 2400만 세입자를 절망케 하는 일이다. 

세입자들과 주거비 때문에 분가를 못하는 자식 세대들이나 남의 집에 얹혀사는 사람들은 정권이 바뀐 의미를 못 느끼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세입자들의 생활은 여전히 고통스럽고 앞이 캄캄하다.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했기 때문에 더욱 절망한다. 자신이 약속한 주거정책안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의 주거 공약은 매년 "공적 임대주택 17만호 공급"이다. 우선, 공적 임대주택'이라는 말은 족보가 없는 말이다. 신조어의 남발은 인식의 혼란을 가져 온다. 구체적 내용은 장기 공공 임대주택 13만 호, 공적 지원 민간임대 4만 호다. 임기 동안 장기 공공 임대주택을 65만 호 공급한다고 공약했는데 이번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장기 공공 임대주택(30년 이상 임대하는 주택을 말함)은 28만 호에 불과하다.  

또한 분양 예정 단기 임대주택인 '5년·10년 임대주택'은 공급을 줄인다고 하지만 계속 공급할 예정이고, '민간주택 전세자금 융자 지원 제도'인 전세임대를 연 3만-4만 호 공급할 예정이다. 전세임대는 공공 임대주택이 아니다. 민간주택을 얻을 때 전세자금을 융자해 주는 제도일 뿐이다. 2년마다 이사 불안에 떨어야 하고 임대료 인상폭에 대한 공적 규제가 작동할 수 없는 민간임대의 한 유형이다. 전세임대주택은 공공 임대주택이 아닐 뿐만 아니라 장기 공공 임대주택은 더더욱 아니다.  

결국 연 13만호 내역은 박근혜 정부가 공약하고 추진한 '공공 임대주택 11.5만 호'와 성격이 같은데 왜 국민에게 '장기 공공 임대주택 13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말해 국민에게 희망고문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 국민을 속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주거복지 로드맵이 왜 대통령 공약과 다른지 해명을 해야 한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월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자곡동 더스마티움에서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무주택 서민에게 주택 100만 호 공급"을 말한다. 하지만 내용에 허수가 많고 조삼모사의 수치놀음마저 하고 있다. 정부는 5년 동안 공공 임대를 65만 호, 공적 지원 임대주택을 20만 호, 공공 분양주택을 15만호 공급해서 임기 중에 서민주택 10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분양주택은 저소득 서민에게 그림의 떡이다. 저소득층 주거 문제가 심각한 이 시점에 그린벨트까지 헐어서 분양주택을 지을 일은 아니다. 그린벨트를 허는 경우에는 장기 공공 임대공급 용지로 써야 한다.  

적은 양의 장기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면서 특정 계층에 더 많이 공급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눈속임용 조삼모사 정책이다.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집중해서 공급하겠다고 하는데 이들에게 관심을 더욱 기울이는 건 필요하다. 하지만 공급될 공공 임대주택 물량이 적기 때문에 다른 계층에게 공급될 물량이 대폭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공적지원 임대주택'으로 변신한 뉴스테이 

이번 주거복지 로드맵을 보면 '공공지원 임대주택'은 80% 이상을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를 통해 채우겠고 한다. 말은 똑바로 해야 한다. 지금까지 쓰던 뉴스테이를 이름만 바꾼다고 성격이 다른 주택으로 변화되지 않는다. 그대로 뉴스테이라고 쓰지 왜 '공적 지원 임대주택'이라는 새로운 작명을 해서 사람의 눈을 속이려 드나? '공적 지원 임대주택'이라고 하면 마치 공공 주택처럼 느껴진다. 뉴스테이는 이름을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대개는 대기업 소유 민간임대다. 정부가 재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건설기업에게 엄청난 특혜를 제공한 반면에 공공성은 미미해서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주거 적폐로 인식된 게 바로 뉴스테이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 차원에서 뉴스테이를 중단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외면하고 뉴스테이를 계승을 하면서 이미지 변신을 목적으로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게 바로 '공적 지원 임대주택'이다.  

국토부는 뉴스테이 업자에게 공공 토지 제공은 중단하겠다고 하고 초기 임대료를 시세보다 5-10% 낮게 책정하겠다면서 이름을 바꾸고 성격도 바뀌었다고 한다. 이미 토지를 제공한 물량이 상당한데 이는 어쩔 셈인가. 5-10% 낮게 책정한다는 건 기술적으로 쉽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수치가 미미해서 비판 회피용 생색내기일 뿐이다. 8년 동안 임대료 상한을 연 5%로 한다는데 실제로는 5% 꽉 채워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물가가 1-2% 오르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5%는 무지 높은 수치이다.  

국토부가 말하는 '개선된 뉴스테이'는 서울 기준으로 90만 원 대의 임대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서민은 꿈도 못꾸고 중산층 대부분도 접근할 수 없으며 상류층 일부만 득을 보는 주택 형태이다. 토지를 제외하고 세제, 금융, 용적률 등에서 특혜를 계속 제공하겠다고 하는데 이들 자원은 저소득층과 평균소득 이하 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장기 공공임주택 건설에 쓰여야 한다. 대기업과 고스득층을 위해 저소득층 서민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더욱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공적지원 임대주택이라는 이름으로 대기업에게 특혜를 제공해 뉴스테이 물량이 늘어나면 대기업이 민간임대 영역에서 막강한 임대료 통제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대자본에게 민간임대료 인상에 대한 칼자루를 쥐어 줄 가능성이 높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 공공 자원을 퍼주는 행위는 즉시 중단해야 한다. 주거 공공성을 망각한 행위다.  

또 다른 문제점은 '공적 지원 임대주택'의 경우 '부지 확보'를 하면 공급되었다고 본다는데 실제로 집이 지어지는 것도 아니고 언제 준공될지도 모르는데 임대주택 통계에 포함시키는 것 역시 눈속임용이다. 임기 중 공약대로 공급했다고 뻥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세임대와 매입임대는 주택 총량의 증가 없이 추진하는 정책이어서 서민들 주거난 해소에 근본적 대안이 아니다. 특히 전세임대 거주자는 2년마다 이사 불안과 '인상되는 전세금' 마련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전세임대는 서민용 전세 주택의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정책이다. 그동안 저렴한 민간 임대주택 상승의 원인 가운데 하나다. 임대인이 임대소득 노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집을 안주려고 하고 집을 주더라도 상태가 안좋은 집을 보여주거나 시세보다 훨씬 높여서 값을 부르고 있어 전세임대 당첨자 가운데는 입주를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집 구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세임대는 지양하고 장기 공공 임대주택 또는 매입임대를 확충하는 게 중요한 이유이다.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전세자금 대출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가계부채 증가를 가져오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전세금 인상을 부추기는 정책이다. 전세임대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주거급여 인상 또는 대상층 확대는 월세 인상을 부추긴다. 제도 간에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되어야 전세금 또는 월세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전월세 상한제는 주거 안전벨트다. 민간주택 거주자의 주거인권 보장과 주거안정 장치 마련이 시급한 또 다른 이유이다.  

서민의 주거권이 보장돼야 '나라다운 나라' 

'장기 공공 임대 13만호' 공약의 절반 이상이 허언이 되고 있어 화도 나고 실망도 크지만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발표한 것이라도 잘 지키기 바란다. '공적 임대주택 85만호 공약(공공 임대주택 65만 호 + 공공 지원 임대주택 20만 호)'이 실현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 이후 2년이 흐른 지금까지 '매년 장기 공공 임대주택 15만호 공급'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없고 지금도 여전히 의지가 미약하다. 

공공 임대주택 공약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부실한 공약마저 실현하는 흉내만 낸다면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안철수, 유승민, 그리고 홍준표 후보 등 다른 대선 후보들도 대부분 공공 임대주택 공약을 했다. 공약만 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자신의 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후보는 없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자신의 대선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 증표가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 임대주택 공약이행에 발목 잡지 말고 공공 임대주택 확충에 발 벗고 나서기 바란다. 

"못살겠다, 갈아보자"고 외친 국민의 촛불항쟁 덕에 문재인 정부는 탄생할 수 있었다. 2년마다 이사 불안에 시달리고 마을 주거 공동체에서 떨려 나게 만드는 제도가 온존하는 대한민국이다.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제대로 바꾸는 게 문재인 정부의 사명이다. 인권을 우선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주거 인권을 외면서면서 인권을 말하면 곤란하다. 언행일치하는 대통령이 되기 바란다.  

어른들이 만든 잘못된 제도로 인해 이사를 해야 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친구와 헤어짐을 강요받는다. 이사한 할머니는 새로운 집을 찾아오기도 힘이 든다. 전월세는 계속 올라 식비, 의료비까지 줄여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말을 공허하게 만든다. '인권우선 정부'가 선거용 슬로건으로 전락해서는 안될 일이다.  

정부는 계속 거주권(계약 자동 연장)을 보장하고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적극 나서라. 그동안 세입자와 예비 세입자들은 불안한 삶을 살아 왔다. 삶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대한민국,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세입자 대중의 입에서 "이게 나라냐?" 하는 외마디 신음이 더 이상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주거 인권 보장과 주거 안정 제도 도입은 촛불 정부, 문재인 정부의 책무다. '국민 앞에 약속'이 천금처럼 소중하다는 걸 생각하고 촛불항쟁의 의미를 잊지 말기 바란다. 초심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 
 

(최창우 '집걱정없는세상' 대표는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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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상되니 재벌이 해외로 떠날 거라고? 웃기는 소리!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12/05 12:24
  • 수정일
    2017/12/05 12: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완배 기자 peopleseye@naver.com
발행 2017-12-04 21:57:39
수정 2017-12-04 22: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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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예산안이 4일 밤 극적으로 타결됐다. 경제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전직 대통령 이명박이 ‘비즈니스 프렌들리’ 한답시고 깎았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다시 원상회복(22%→25%)한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법인세와 관련된 내용에는 동의하지 못한다는 차원으로 합의문에 유보를 명시한 것은 전혀 아쉽지 않다(원래 그런 자들이다!). 정작 아쉬운 대목은 야당과 협상을 거치면서 최고 법인세율을 적용받는 대상이 과세표준 2000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익 규모가 2000억 원을 넘지만 3000억 원에 못 미치는 기업들은 25%의 법인세율이 아니라 종전처럼 22%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이 점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결과는 매우 훌륭하다. 법인세율 인상(사실은 원상회복이지만)으로 늘어나는 세수만 2조 3000억 원이다. 모두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될 소중한 재원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야간 잠정 합의된 2018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기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여야간 잠정 합의된 2018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기 위한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세수 부담이 늘어나는 기업도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과세표준이 3000억 원으로 높아지면서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기업도 고작 77개로 한정됐다. 하지만 이번 법인세율 인상이 더 돋보이는 대목은 따로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보수 국가들이 법인세를 내리는 와중에 우리나라만 법인세율을 올리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대목을 두고 보수언론들은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내리는 추세인데 우리만 역행하고 있다”면서 분통을 터뜨리거나 “최고 법인세율 인상으로 기업들이 전부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협박을 늘어놓는다.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다.

OECD는 왜 조세회피와의 전쟁을 선포했나?

최근 미국 상원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인하하는 ‘트럼프 감세안’을 통과시킨 것은 맞다. 일본 정부도 2020년까지 임금인상 및 투자에 협조적인 기업들의 법인세율을 20%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8월 현행 33.3%인 법인세율을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25%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까지 들으면 ‘선진국들은 다 법인세율을 인하하는데 우리만 역행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당연히 든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각 나라가 법인세를 인하하는 이유는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국적 기업들이 세금 낮은 국가를 찾아 이리저리 떠도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며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OECD는 “가뜩이나 재정이 부족한 유럽 국가들이 다국적 기업을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감세 조치를 펼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른바 BEPS(Base Erosion & Profit Shifting·세원 잠식과 소득 이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글로벌 기업의 배만 불리는 ‘유해한 조세 인하 경쟁(harmful tax competition)’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게 무슨 뜻일까? 미국이 불을 지피고 프랑스와 일본이 따라하는 감세 정책이야말로 각 나라의 재정을 거덜 내는 치킨 게임이라는 뜻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당장 어느 나라가 법인세율을 낮춘다고 결코 그 나라로 이전하지 않는다. 더 나은 조건(더 낮은 법인세율)을 제시하는 나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유유히 조세피난처를 돌아다닐 것이다.

이미 애플이나 구글, 스타벅스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끊임없이 세율이 낮은 국가를 돌아다니며 세금 쇼핑을 즐겼다. 지금 법인세 인하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는 ‘신의 한수’가 아니라 OECD의 조언처럼 국가 재정만 거덜 내는 ‘유해한 악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재벌은 결코 한국을 떠나지 못한다

“최고 법인세율 인상으로 기업들이 해외로 다 이전할 것”이라는 협박은 실소마저 자아내게 한다. 일단 그 말이 맞다 치고, 재벌들이 높은 법인세율에 질려서 해외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고 가정해보자. 어느 나라로 갈 건가? 보수 세력의 천조국으로 불리는 미국?

웃기는 이야기다. 트럼프 감세안으로 미국의 최고 법인세율이 20%로 낮아져도 양국의 실효세율은 여전히 비슷한 수준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국의 실효세율은 34.9%였다. 반면 한국의 실효세율은 18%에 불과했다. 트럼프 감세로 미국의 최고 법인세율이 크게 하락해도 실효세율은 역전되지 않는다.

그럼 천조국 대신 보수 세력이 좋아하는 일본으로 가볼까?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임금인상 및 투자에 협조적인 기업들의 법인세율을 20%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그런데 이 방안에 붙은 조건을 잘 봐야 한다. ‘임금인상 및 투자에 협조적인 기업’에게 이런 혜택을 준다는 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재벌총수들이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1차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재벌총수들이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1차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공동취재단

한국 기업들이 일본에 가서 임금 인상에 협조적 태도를 보일 자신은 있고? 많이 약화되긴 했지만 일본은 전통적으로 평생직장 개념이 강한 나라다. 도요타의 회장은 “실적이 나빠졌으니 노동자들을 해고합시다”라는 임원들의 권고에 “가족을 해고하느니 내가 먼저 죽겠다. 내 배를 갈라라”라고 일갈했다. 그 나라에 가서 한국 재벌들이 ‘임금 인상과 투자 활성화에 협조적인 기업’으로 승인받겠다고? “부디 아서세요”라고 권하고 싶다.

미국이나 일본 외에 다른 나라로 가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도 어불성설이다. 이미 지금도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조세 회피처는 여러 곳 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재벌들은 본사를 그 나라로 이전하지 못했을까?

법인세 몇 푼 아끼겠다고 그 나라로 본사를 이전하면, 장담하는데 한국 재벌들은 대부분 구속된다. 도대체 땡전 한 푼 안 내고 일감 몰아주기로 재산을 10조, 5조로 불리는 일이 가능한 나라가 대한민국 외에 어디 있단 말인가?

대통령과 짜고 국민연금을 동원해 3세 승계를 구상하는 게 가능한 나라(이재용 씨, 당신 이야기입니다)는 또 어디에 있고? 횡령과 배임으로 전과가 2범이나 되는데, 경제 살린다고 총수를 풀어주는 나라(최태원 씨, 당신 이야기에요)도, 횡령을 했는데 병에 걸렸다고 버텨서 형기의 8분의 1도 안 채우는 나라(이재현 씨, 듣고 있나요?)도 세상에는 없다.

운전기사에게 폭행을 휘두르는 대림산업 이해욱과 현대B&G스틸 정일선, 이륙하는 비행기를 세우는 대한항공의 조현아, 술만 마시면 주먹질을 일삼는 한화그룹 3남 김동선…, 이런 사람들은 해외에서 경영자가 아니라 상습 잡범으로 취급받는다.

장담하는데 한국 재벌들은 결코 한국을 떠나지 못한다. 존재 자체가 범죄자가 대부분인 이들은 법인세 몇 푼 아끼겠다고 해외로 튈 배짱조차 없다. 한국은 OECD의 경고를 무시하고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면서까지 법인세 인하 경쟁을 펼치는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와 입장이 다르다.

그래서 지금이 법인세 인상의 적기였다. 미국, 일본, 프랑스가 재정을 거덜 내면서 별 효과도 없을 법인세 인하 경쟁으로 골골거릴 때, 우리는 적정한 과세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의 기틀을 닦아야 한다. 최고 법인세율이 인상된 것은 2017년 겨울, 그 어느 나라보다도 대한민국이 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훌륭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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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디테일에... '셀프 조사' 안 먹히는 국정원

[연속기고-국정원, 이렇게 개혁하자⑦]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17.12.04 15:28l최종 업데이트 17.12.04 17:51l

 

현재 국정원개혁발전위에 의한 국정원 적폐 청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적폐청산은 국정원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다만 그것만으로 국정원 개혁이 완성될 수는 없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국정원 9대 적폐 사건 집중분석'에 이어 국정원감시네트워크와 함께 가장 중요한 '국정원 8대 개혁과제'를 제시한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에는 민들레-국가폭력피해자와 함께 하는 사람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 한국진보연대가 참여하고 있다. [편집자말]
긴장감 흐르는 국정원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서류조작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15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한 관계자가 출입문을 지나고 있다. 2014.4.15
▲ 긴장감 흐르는 국정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서류조작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지난 2014년 4월 15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한 관계자가 출입문을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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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범죄수사권을 내려놓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간첩이나 국가보안법 위반자에 대해 수사할 수 있는 권한, '대공 범죄수사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보기관의 임무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국정원이 내놓은 개혁안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는 '집행통제 심의위원회'다. 특수사업비 등 예산집행의 투명성 제고와 내부통제를 위해 '집행통제 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감독과 통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정원이다. 그동안 국정원이 이런 비판에 대해 내놓은 입장은 '국정원의 활동은 비밀에 부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국정원이 예산집행 분야에 한정하기는 했지만, 감독과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점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국정원의 내부통제기구,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런데 문제는 '통제'를 누가 하느냐이다.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이 밝힌 '집행통제 심의위원회'는 국정원장이 좌우할 내부통제 방안에 그친다.

국정원에는 지금도 내부통제기구가 있다. 바로 '감찰실'이다. 국정원의 감찰에 대해서는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내부자들은 국정원의 감찰은 지독하다고 종종 말한다. 감찰을 받다가 자살을 하거나 괴로워서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다고 말하는 내부자들도 있다. 

문제는 그 내부통제기관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운영되지 않고, 국정원 지휘부의 의중에 따라 이리저리 왜곡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그동안 내부감찰 기능이 없어서 국정원에서 불법행위를 했는가? 특수활동비를 엉뚱한 데 쓰고 뇌물로 바쳤는가? 아니다. 

'집행통제 심의위원회'의 구성방법과 운영규정은 국정원장에게 맡긴다는 게 국정원의 제안이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고 했다. 내부통제기관의 핵심마저 국정원장이 알아서 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름에서도 강력한 조사기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심의위원회'인 만큼 제출된 자료를 검토하는 기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내부통제 기구를 하나 더 만들고, 또 잘 운영하겠다는 다짐을 '거짓말'이라고 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국정원 정치개입과 불법행위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지금의 '서훈 국정원장'과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 영원히 국정원장과 대통령인 것은 아니다. 국정원장과 대통령은 시간이 지나면 바뀐다. 따라서 지휘부와 국정원에 대한 최고책임자의 '선한 의지'에 매달려 있을 수 없다. 

정보기관에 대한 외부통제는 국제적 모범 관행

그래서 외국에서도 정보기관에 대한 외부통제시스템 마련을 각별히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2010년 5월에 발표된 유엔 보고서 <테러리즘 반대와 관련하여, 정보기관이 감독을 포함하여 인권존중을 보장하는 법적·제도적 틀에 대한 모범 관행 모음>에서 소개하는 국제관행 6번은 다음과 같다. 

"정보기관은 내부, 행정, 국회, 사법 및 전문화된 감독기관의 감독을 받으며, 이들의 권한과 권력은 공법에 기반한다. 효과적인 정보 감독 시스템에는 정보기관과 행정부와는 관계없는 민간 기관이 최소한 하나는 포함된다."

이것은 제안이 아니라, 모범적 관행, 그러니까 이미 시행되고 있는 일반적 현황을 말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CIA(중앙정보국)를 감찰하는 기관인 CIA감찰관(Inspector General)이다. 

미국 중앙정보국 감찰담당자도 초기에는 CIA 국장이 임명했다. 우리로 따지면 국정원장이 감찰실장을 임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어 1989년부터 CIA감찰관 제도가 마련되었다. CIA에 소속되고 CIA 국장에게 보고하지만,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확정하는 자가 감찰관이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해임도 대통령만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감찰관은 조사 결과와 권고 사항을 CIA국장에게만 알리는 것이 아니라, 미국 의회 정보위원회에도 신속히 알려야 한다. 종합해보면 정보기관의 감찰관이지만, 그 정보기관의 책임자(CIA국장)의 부하가 아닌 셈이다.

내각제 국가인 캐나다에도 비슷한 외부감독기관이 있다. 캐나다 정보보안기관감찰실 OIG-CSIS(Office of the Inspector General of the Canadian Security Intelligence Service)은 내각이 지명하고 공공안전부 소속이라고 한다. 캐나다 보안정보심의위원회는 캐나다 정보보안기관의 통제하에 있는 어떤 정보에도 접근할 권한을 부여받고 있으며, 위원회에 제기된 민원에 대한 조사도 직무 범위에 포함되어 있다. 

우리와는 정부 체계가 좀 다르니 단순비교하기가 어렵지만, 우리의 감사원 소속 정보기관 감찰 책임자가 국정원의 모든 활동을 감독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감사원에는 국정원 감찰 책임자가 있지도 않고 설령 감찰을 하려 해도 국정원에서 자료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역할도 못 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 국정원의 RCS를 이용한 불법 해킹사찰 의혹 사건 당시 황찬현 감사원장은 당시 야당 국회의원들이 국정원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자, 국정원에서 자료제출을 안 하므로 감사를 실시하기가 어렵다고 답변한 바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감독기관 또는 정보감찰관 도입

우리나라에서도 국정원 또는 국정원장으로부터 독립적인 감독기관 또는 통제기관은 꾸준히 제안된 바 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원감시네트워크에서는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의 정보기관 감독전문기구를 제안한 바 있다. 

이 기관의 구성원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민간인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산하에 정보 및 인권 분야 전문가로 구성한 감독기구를 설치해 의원들로 구성된 정보위원회의 감독 기능을 강력히 뒷받침하자는 것이다. 

이 기구는 국회 정보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국정원에 대한 감독과 조사를 한 후 국회에 보고한다. 물론 정당한 조사를 위해서는 국정원의 자료와 시설에 모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다. 비밀엄수 의무는 당연하다. 

이런 유형의 의회 소속 정보기관 전문감독기구와 달리 행정부 소속 정보기관 전문감독기관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하는 정보감찰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미국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방안은 시민단체들뿐만 아니라 지금의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일찍이 제안한 적이 있다. 

2006년 3월에 한나라당 소속 정형근 의원 등 19인이 '국가정보활동기본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정보기관 및 관계기관의 정책 및 활동에 대한 감찰·조사, 정보역량의 효율적 배분, 통합정보체계구축에 대한 감독을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3년 단임의 정보감찰관을 두도록 하고,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치도록 하며, 정보감찰관은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하며 대통령과 국회에 대해서만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당시 발의했던 의원들이 진심을 가지고 제안했는지 의심되지만, 지금에서라도 도입할 만한 좋은 제안이었다. 

이런 외부감독 또는 통제기관에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맡길 수 있다. ▲ 국정원의 활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법 사항에 대한 조사 ▲ 국정원의 운영 개선에 관한 사항 조사 ▲ 국회 또는 국회 정보위원회가 요청한 구체적 사항 등에 대한 조사와 감사 ▲ 국정원으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의 진정 또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국민의 감사(감찰)청구에 따른 조사 활동을 맡긴다. 

그리고 정기 감독보고서를 국회 정보위원회와 대통령에게 제출하고, 현안이 발생했거나 조사를 요청받았을 경우에는 수시 감독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다. 자료나 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은 비밀엄수 의무와 함께 전면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개혁의 큰 기준점, 셀프조사와 감찰에서 벗어나기

이런 방안을 국정원 스스로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 그래서 국정원은 내부통제부서, 그것도 예산집행 부문에 한정된 기구이고, 조사기관도 아닌 '심의'기관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물론 이것도 어디냐,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개혁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법적 권한 내에서 활동하는지, 조금이라도 의심나는 점이 있다면 국정원 자체 조사가 아닌 독립적인 조직에서 철저하게 조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두어야 한다. 수사권을 없애 정보수집 기관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외국과 연계된 국가안보 침해 정보로 제한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동안 국정원은 외부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기에 법에서 금지한 활동을 감행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제 국정원을 '셀프조사'와 감찰에 맡겨두지 말자. 이것을 국정원 개혁의 가장 큰 기준점으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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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 한미연합 공군훈련 중단하라!

역대 최대 규모 한미연합 공군훈련 중단하라!
 
 
 
편집국
기사입력: 2017/12/04 [13:39]  최종편집: ⓒ 자주시보
 
 
▲ 평화행동 소속 회원들이 역대 최대규모의 한미연합 공군 훈련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평화행동)     © 편집국

 

오늘(4)부터 8일까지 역대 최대라고 하는 한미 항공기 240여 대가 동원되는 한미연합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이 진행되는 가운데한반도 긴장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이하 평화행동소속 회원들은, 4일 오전 11시 미 대사관 인근의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군사훈련 중단과 평화협상 시작을 촉구했다.

 

평화행동은 이번 훈련과 관련해 동원되는 항공기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이며전략폭격기와 스텔스전투기 등 전략자산이 총동원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며 한 국가의 항공력과 맞먹는 규모의 전투기와 항공기를 동원해, 최대 규모의 공격훈련정밀타격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전쟁위기를 계속 격화시키는 위험천만한 조치라고 규정했다.

 

평화행동은 최근 미국이 B-1B, F-35를 동원한 폭격훈련을 진행하고핵항공모함 전단을 3대나 동원해 해상훈련에 나서는 등 군사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이런 미국의 무력시위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 미국의 한반도 군사행동을 규탄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 평화행동)     © 편집국

 

평화행동은 한미군사훈련이 최대 규모최고 수위를 갱신하며 계속되고,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을 재지정하고 최고수준의 제재를 이어가자, 그동안 핵미사일시험을 중단했던 북한은 최근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행동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평화행동은 현 한반도 상황의 해법으로 제재와 압박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실패한 전략적 인내’ 정책의 재판일 뿐한반도 갈등의 해법이 결코 될 수 없다며, 대북적대정책의 철회와 평화협상 시작을 촉구했다.

 

평화행동은 이날 저녁 7시에는 비질런트 에이스훈련 중단을 촉구하고, 미국의 한반도 군사행동을 규탄하는 미 대사관 항의행진을 진행할 계획이다미 대사관 항의행진은 훈련이 진행되는 8일까지(11시 30분 혹은 19진행된다

 

▲ 평화행동은 저녁 7시 이번 훈련과 미국의 군사행동을 규탄하는 미 대사관 항의행진을 진행할 계획이다.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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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항공모함 최대 동원에 이어 항공기 최대 동원 공격훈련!

전쟁위기 격화시키는 군사훈련 중단하고 이제는 평화협상 시작하라!

 

오늘(4)부터 8일까지 한국 전역에서 한미 항공기 240여 대미 해군과 해병대 1만 2천여 명의 병력과 함께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진행한다이번 훈련에는 사상 최초로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F-22 와 F-35A, 전략폭격기 B-1B가 동시에 투입되는 한편역대 최대규모의 항공기 240여 대가 동원될 예정이라고 한다국방부는 이번 훈련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이동식 발사대 등 주요 표적을 타격하는 훈련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에 동원되는 항공기 규모는 지난 해에 비해 2배 이상이며전략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 등 전략자산이 총동원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F-22와 F-35, B-1B 한 종만 전개되어도 군사적 긴장이 매우 고조되는 한반도에서한 국가의 항공력과 맞먹는 규모의 전투기와 항공기를 동원해 최대 규모의 공격훈련정밀 타격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전쟁위기를 계속 격화시키는 위험천만한 조치이다.

 

미국은 최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여러차례 B-1B, F-35를 동원한 폭격 훈련을 진행하는 한편, 11월에는 핵항공모함 전단을 무려 3대나 동원하는 최대 규모의 해상훈련을 이어갔고이제 역대 최대규모최고 수위의 공중훈련으로 이어가고 있다한미군사훈련이 최대 규모최고 수위를 갱신하며 계속되고,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을 재지정하고 최고수준의 제재를 이어가자 그동안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했던 북한은 최근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행동에 나섰다.

대북 군사훈련무력시위의 수준이 실전단계로 격화됨으로써 그에 상응하는 북한의 군사적 대응 역시 상호 계단식으로 강화되는 등 한반도 군사적 갈등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이러한 시기에 역대 최대 규모로 전투기를 동원하고강도 높은 폭격훈련을 진행하는 한편불과 수 분이면 군사분계선을 넘을 수 있는 전략폭격기들의 폭격훈련이 이어지는 등 최고수위의 한미 공군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우발적 충돌위험을 한층 높이는 것은 물론한반도 전쟁위기를 더욱 격화시키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한미 정부가 공식 인정했듯 전략적 인내’ 정책은 실패하였다제재와 압박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실패한 전략적 인내’ 정책의 재판일 뿐한반도 갈등의 해법이 결코 될 수 없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일방적인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고 상호 안보위협을 공정하게 해결하는 자세에 설 때미사일 문제 등 한반도의 군사적 갈등을 해결할 길이 열리고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안팎의 권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미 당국은 한미 군사연습을 중단하고평화협상을 즉각 개시해야 한다.

일방적인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고 관계정상화를 실현하는 데로 과감히 정책을 전환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의 길을 열어야 한다.

 

2017년 12월 4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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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논의에서 드러난 기울어진 운동장

예산안 처리 '키' 쥔 국민의당… 진보정치 무기력 돌아봐야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12.04 09:20
 

지난 2일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가 실패했다. 여야는 4일 처리를 위한 협상을 다시 시작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별도 조찬회동을 가졌고 이후에는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의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도 진행된다.

예산안을 둘러싼 협상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자유한국당의 구도로 진행되지만 결국 ‘키’는 국민의당이 갖고 있는 상태이다. 국민의당과만 합의를 이루면 국회의장이 자동부의권을 행사해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산안 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되도록 교섭단체 3당이 합의를 이뤄달라는 주문을 계속하고 있으나 여의도 정치의 생리상 그것이 매끄럽게 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자유한국당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해서 얻을 게 많지 않다. 정당이 예산안 처리를 통한 정상적 정부 운영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려면 지지층이 그것을 원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바라는 중도적 합리적 유권자들은 더 이상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다가오는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자유한국당이 중도층 지지를 회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정부 여당에 각을 세워 자기 지지층의 단결을 모색하는 게 공학적으로도 유리할 수 있는 국면이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나오는 이런 저런 말들을 보아도 같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현재 경선 구도는 구 친박, 홍준표-김무성 연합, 중립의 3분구도로 요약할 수 있다. 애초 지배적 프레임은 ‘친박 심판’에 가까웠으나 홍준표 대표의 막말 및 경선 개입, 사당화 논란 등이 확대되자 ‘홍준표 견제론’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중립적 성향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 상황이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지향을 중도화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심재철 국회 부의장이 내란을 운운하며 대여투쟁론을 설파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상식적 차원에서라도 정부 여당과 잘 협의해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도록 만들겠다는 주장을 하는 인사는 없다. 당내 기류 자체가 대여투쟁론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걸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재의 원내지도부가 예산안 처리 합의를 모색할 공간이 크지 않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는 개별 의원들의 통제권을 상실한 상태에서 본회의에 참여해 반대 표결을 하는 정도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비공개 조찬회동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 남는 문제는 국민의당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찬성 표결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위해 무안공항을 경유하는 KTX 노선 확정 등 호남예산을 고리로 한 우회전략까지 동원하고 있다. 국민의당 입장에선 ‘받을 것’을 최대한 받아 내고 찬성 표결을 통해 정부 운영에 협조해주는 게 가장 좋다.

실제 논의는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내년 예산안 논의에서 가장 큰 쟁점이 형성되고 있는 공무원 증원 문제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1만명 규모를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은 7천명 수준의 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9천명 수준에서 합의를 모색해볼 수 있다는 입장인데 결국 1만명 아래여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뜨거운 쟁점인 일자리 안정자금 지출 부분도 타협점이 형성되는 분위기가 보인다. 이미 최저임금 인상은 이뤄졌기 때문에 여당 입장에선 일자리 안정자금 지출 예산은 포기할 수 없다. 예산 자체의 합의가 불가능하다면 기한이라는 점에서 타협점을 찾아봐야 한다. 내년 1년은 일자리 안정자금 지출을 용인하지만 이후 이를 유지할 것인지는 경기를 보면서 판단한다는 정도의 수준에서 합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법인세 인상 부분도 마찬가지다. 정부 여당은 과표 2천억 초과 구간 신설과 세율 25%로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과표 2천억원 초과 구간 세율은 23%로 하고 과표 2억~200억원 이하 중소기업 세율은 1~2%포인트 인하안을 주장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의 입장은 과표구간 신설에 반대하지만 최고 구간 법인세율은 24%로 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본다면 결국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선에 가까운 부분에서 타협점이 모색되고 이게 예산안 표결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중심이 된 합의 모델이 유지될 것인지에도 변수가 있는데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중도보수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른정당은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 무산 사태의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대표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예산이 하루 이틀 늦어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환상과 미망에 사로잡히는 게 문제”라면서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를 떠나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증원과 일자리 안정자금은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고리 중 하나다. 통합을 추진하는 안철수 대표로서는 유승민 대표 등 바른정당 내 인사들의 이런 주장에 그냥 눈을 감고 있기도 어렵다.

물론 원내 협상은 결국 원내지도부가 책임지는 것이고 안철수 대표가 명시적으로 예산안 처리에 반대한 일은 없으므로 국민의당 내 중도보수통합론이 예산안 처리 과정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종의 돌발변수로서 제기될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통해 되짚어볼 것은 예산안 처리 국면 자체가 한국 정치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어쨌든 국민 다수의 지지를 획득해 정권교체를 이룬 세력이다. 대선 당시의 득표만을 놓고 보자면 이 세력이 중도를 넓게 형성하고 좌와 우 양쪽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치열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불거진 정책적 논의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개 정부 여당의 안을 오른쪽으로 잡아당기는 것에 집중돼있다. 실제로 예산안의 아동수당이나 기초연금 관련 부분은 정부안보다 후퇴하리라는 것이 기정사실이 돼있는 상태다. 일련의 과정에 소수에 불과한 진보정치세력은 제대로 된 영향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와 관련된 정책 이슈는 진보정치세력이 가장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놓고 상황을 주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대목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현재의 진보정치세력은 이 대목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국민들로부터도 최소한의 대안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명확한 자기평가와 이를 통한 혁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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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입대, 군사재판 받게 되겠지만 떳떳합니다

총선시민네트워크 낙선 투어는 선거법 유죄, 기쁘게 항소하겠습니다

17.12.04 09:19l최종 업데이트 17.12.04 09:19l

 

 지난 1일 이 사건의 1심이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반쪽짜리였습니다. 총선넷이 진행한 낙선대상자 온라인 투표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낙선투어 기자회견은 유죄랍니다. 낙선 목적의 불법집회라는 겁니다. 형사27부는 검사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말았습니다.
▲  지난 1일 이 사건의 1심이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반쪽짜리였습니다. 총선넷이 진행한 낙선대상자 온라인 투표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낙선투어 기자회견은 유죄랍니다. 낙선 목적의 불법집회라는 겁니다. 형사27부는 검사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말았습니다.
ⓒ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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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과 섬을 오가는 물탱크는 이제 그만! 디 코시모에게 한 표를 주십시오." 주민들이 항의합니다. "2년 전에도 찍어주면 섬에 수도를 놔준다고 약속했잖소." 정치인은 태연합니다. "2년 전에 약속한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그 전단에 쓰여 있는 건 약속이 아니라 서약입니다. 하느님께서 그 증인이십니다."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모티브로 한 영화 <일 포스티노>의 한 장면입니다. 이 섬마을의 현안은 물 부족이었습니다. 이 지역의 정치인은 선거철마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요. 선거 열기가 뜨거워지자 인부들도 부르고, 공사를 하는 이미지도 연출합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그가 선거에서 승리하자 공사는 또 흐지부지 됩니다. 

"곧 다시 시작할 겁니다." 
"언제요?" 
"나도 모르죠. 경우에 따라 달라요." 

 

주인공인 우편배달부 마리오 루오폴로가 항의합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다니요?" 
"사업이란 게 좀 복잡하지..." 
"사업 같은 건 잘 모릅니다. 하지만 난 멍청이가 아니오. 우린 모두 당신이 선출되면 공사가 끝날 줄 알았어요." 

무안해진 정치인은 마리오의 아내에게 빈정거립니다. "남편 성질이 불같군요." 이 대목에서 선거 때만 주권자로 칭송받는 대한민국 시민들의 처지가 떠오르더라고요. 심지어 우리나라는 공약을 어긴 정치인이 오리발 내미는 걸로 끝나지 않습니다. 투표 이상의 권리를 요구하면 탄압도 받습니다. 표적수사·기소·재판까지! 그게 무슨 말인가 싶으시죠? 

[관련기사 : 박근혜 정부 '표적수사' 받은 나, 군사재판도 각오하는 이유]

대표적인 케이스가 총선시민네트워크(아래 총선넷) 탄압사건입니다. 총선시민네트워크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1000여 의 시민단체들이 함께 만든 연대기구입니다. 

지난 1일 이 사건의 1심이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반쪽짜리였습니다. 총선넷이 진행한 낙선대상자 온라인 투표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낙선투어 기자회견은 유죄랍니다. 낙선 목적의 불법집회라는 겁니다. 형사27부는 검사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말았습니다. 

1심 선고까지 13개월이 걸린 것 같습니다. 첫 공판이 작년 11월에 시작되었는데요. 도중에 김진동 재판장이 이재용 회장 뇌물사건도 맡으면서 6개월 가량 연기되었기 때문이고요. 

2016년 4월 총선에서 패한 박근혜 정부는 시민사회단체들을 표적수사 했습니다. 선관위는 선거 다음날에 총선넷 공동대표 2명을 고발했고요. 7월에는 소환대상을 4명까지 늘리고 압수수색도 하더니, 8월에는 소환장을 남발해 결국 22명까지 불어났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남긴 '캐비넷 문건'들은 이러한 정황들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게 해줍니다.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 결과 보고서에는 관변단체들에 대한 지원 뿐 아니라, 낙선운동을 주도한 총선넷을 비판세력으로 규정하며 예의주시하라는 지시도 있었기 때문이지요. 

박근혜 정부는 20대 총선에서 '진박'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불법여론조사를 벌였습니다. 국정원 활동비를 상납 받아 100회 이상 말이죠.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기무사도 2012년 19대 총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더군요. 

지난 9년간 민심을 왜곡시키려는 정권차원의 불법 선거공작이 이제야 드러나고 있으니,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게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공익의 대표자 검찰은 집권세력의 심각한 선거범죄를 방치하고, 하명사건만 집중했습니다.
 

기울어진 공익의 대표자 검찰 지난 9년간 민심을 왜곡시키려는 정권차원의 불법 선거공작이 이제야 드러나고 있으니,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게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공익의 대표자 검찰은 집권세력의 심각한 선거범죄를 방치하고, 하명사건만 집중했습니다. 총선넷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박근혜정부가 탄핵되고서도 그대로였습니다.
▲ 기울어진 공익의 대표자 검찰 지난 9년간 민심을 왜곡시키려는 정권차원의 불법 선거공작이 이제야 드러나고 있으니,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게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공익의 대표자 검찰은 집권세력의 심각한 선거범죄를 방치하고, 하명사건만 집중했습니다. 총선넷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박근혜정부가 탄핵되고서도 그대로였습니다.
ⓒ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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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참담합니다. 표적수사의 피해자인 총선넷이 유죄라니요. 20분 남짓 되던 짧은 선고가 끝나자 허탈함이 밀려왔습니다. 재판장은 총선넷의 낙선투어 기자회견을 '공정한 선거를 저해할 수 있는 죄질이 무거운 행위'로 규정하더군요. 

구멍 뚫린 피켓을 들었다. 현수막을 잡았다. 마이크와 앰프를 썼다. 발언을 한 것 모두 처벌해야 한다네요. 오직 가치중립적인 '3분 총선'이라는 피켓만 죄가 없답니다. 선거법을 어겼다는 판단의 근거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집권세력이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선거에 불법개입해도, 실정을 벌여도 시민들은 그저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건가요? 

박근혜정부의 표적수사로 공동정범이 되어버린 활동가 22명 모두에게 벌금형이 떨어졌습니다. 300만원 1명, 200만원 2명, 70만원 6명, 50만원 12명.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주권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한 대가로 총 1720만 원이 청구되었네요.

물론 사법부의 독립과 판단은 존중합니다. 하지만 이 말이 '아무말 대잔치'를 벌여도 된다는 건 아니겠지요.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합니다. 판결은 단순한 형량 자판기가 아니라 고차방정식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피고인의 법 위반사실 뿐 아니라, 조각사유, 선고가 우리사회에 미칠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생각할 게 많을 겁니다.

형사27부 김진동 재판장, 우배석 이필복 판사, 좌배석 권은석 판사의 판단을 기억하겠습니다. 비슷한 사건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한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은 무죄를 받았지요. 그래서 조금 찜찜합니다. 법복을 입은 판사와, 평범한 시민들이 느끼는 법 감정의 격차일까요. 

형사27부 김진동 재판장·우배석 이필복 판사·좌배석 권은석 판사는 역사의 심판를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주권자들의 참정권을 후퇴시켰다는 사실은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판사들은 돈과 권력이 있는 이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재벌들에게 죄 값을 치르라고 하면,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미사여구도 동원했지요. 그런 식이라면 헌법이 보장하는 주권자들의 참정권 행사에 미칠 여파도 생각해야 하지 않나요.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고, 경영권 승계가 피고인(이재용)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말이 이해가 되시나요? 분명 한글인데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8월에 나온 형사27부의 '맞춤선고'는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집행유예를 위한 큰 그림이었을까요. 적어도 스스로는 잘 알고 있겠지요.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했는지, 또 다른 잣대가 있었는지 말이에요. 

이재용 부회장 사건에서 보여준 섬세하고 디테일한 노력들은, 총선넷 탄압사건에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가 봅니다.

하루 종일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도, 술을 한잔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 노력해도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더군요. 

"6월 7일의 선거결과에 따라 이 나라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그러니 투표하러 가십시오. 상공업과 전문직이 발달한 이탈리아 각기에서 선거기간 중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정치집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의구심이 있다면 투표하십시오. 확신이 있다면 투표로 확인하십시오."

앞서 언급한 영화에 나온 과거 이탈리아의 선거안내 방송입니다. 극장 사전광고 형태로 시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배경이 아마도 60년대~70년대 초반일 것 같은데요. '선거기간 중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정치집회가 개최되었다'는 안내멘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계가 거꾸로 간 것 같습니다. 단순히 뺄셈만 해봐도 무려 50년이 훌쩍 넘은 일이죠. 그런데 2017년의 대한민국 공직선거법을 앞서가는 면이 있습니다. 주권자인 시민들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투표정도 해라. 이게 우리의 현주소니까요.

참 이상하지요. 기자회견이냐 집회냐가 왜 핵심쟁점이 되어야 할까요. 물론 낙선투어가 기자회견인 건 분명하지만요. 시민들이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집회는 왜 불온한 것이며, 통제가 먼저인가요. 2명 이상 모이면 집회라는 판례의 낡은 논리는 언제까지 따라가야 하나요. 

헌법이 보장하는 주권자들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선거법이 방해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주권자들의 목소리와 참정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실질적인 변화는 언제쯤 가능할까요.   

"명심하게 시인은 사람들에게 해로울 수 있어!" 극 중 정치인의 의미심장한 말처럼 주인공은 폭력적인 진압으로 희생됩니다. 이 장면을 보며 무수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떠올랐습니다. 사익보다는 공익을, 나 하나보다는 우리 사회를 위해 앞장서다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름도 없이 스러져간 이들이 얼마나 많았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쁜 마음으로 항소하겠습니다. 만인을 위해 일할 때, 만인을 위해 싸울 때 나는 자유, 만인을 위해 몸부림칠 때, 피와 땀을 나눠 흘릴 때 자유롭다는 김남주 시인의 시 '자유'를 좋아합니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들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게 되어 영광입니다.  

4일 입대합니다. 20대 민간인으로서 마지막 주말이 흘러가고 있네요.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서, 육군 현역병으로 나라를 잘 지키고 오겠습니다. 아마도 2심은 군사재판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 위헌적인 소지가 많은 군 사법제도의 개혁 또한 희망합니다. 주권자들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군사법원에서도 당당히 맞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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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예산안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선거’ 때문

정부예산안, 재정지출 확대에도 세수 증가로 국가채무는 오히려 개선
 
임병도 | 2017-12-04 08:47:4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첫 예산안이 무산됐습니다. 지난 12월 2일 오후 2시 소집된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는 예산안 처리를 위한 협상을 밤늦게까지 이어 갔습니다. 그러나 법정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하고 예산안 통과를 무산시켰습니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새해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도대체 왜 야당은 국회법이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의 새해 예산안을 반대하고 있을까요? 쉽게 정리해보겠습니다.


‘내년도 지방선거 때문에 반대하는 야당’

 

▲자유한국당은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인상을 내년도 지방선거 이후인 10월에 도입하자며 예산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새해 예산안에는 만 0~5세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과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에 월 20만6050원 지급하는 ‘기초연금 인상안’이 있습니다.

복지 관련 수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단독으로 추진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지난 19대 대선 때 여야가 공동으로 제시한 공약입니다. 그런데 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반대하고 있을까요?

내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기초연금은 내년 4월부터 아동수당은 내년 7월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도입 시기가 지방선거 전후라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만약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이 지급된다면 지방선거에서 여당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자신들이 제시했던 공약마저 시기를 늦추자고 예산안을 반대하는 모습은 국민을 위한다는 말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지키는 일에 반대하는 야당’

언론과 야당은 새해 예산안 반대 이유가 ‘공무원 증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무원 증원보다는 ‘충원’에 가깝습니다. 증원은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 의미이지만, 충원은 부족한 인원을 채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 예산안에 포함된 공무원 충원 인력. 대부분 국민의 안전과 안보 등에 집중돼 있다.

 

문재인 정부의 예산안에 포함된 인력 충원은 1만2,221명입니다. 세부 충원 내역을 보면 경찰이 2.779명이고, 해경이 672명, 생활안전 4,228명, 시설,장비 운영은 292명입니다.

경찰의 충원 인력을 보면 ‘파출소 24시간 순찰인력 2,028명’,’112상황실. CCTV 관제인력 181명’,’학대 예방,범죄 피해자 보호인력 174명’ 등 국민의 안전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에서 축소됐던 해경도 ’24시간 순찰 및 상황실 351명’.’VTS, 함정 운용 174명’ 등으로 안전에 집중돼 있습니다.

4,228명이 충원되는 생활안전을 보면 집배원이 1,000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집배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사망하는 사례를 막고 국민의 편의성을 높이는 충원입니다. 불법체류 단속이나 어업지도 단속, 재외국민보호, 119특수구조대 등도 모두가 국민의 안전과 직접 연결돼 있습니다.

군대 부사관을 충원하는 이유는 인구 감소 등 직접적인 병력이 감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예 부사관을 통해 군대 병력을 질적으로 높이겠다는 의도입니다. 당연히 국가 안보에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충원은 단순한 공무원을 늘리는 것이 아닙니다. 안전과 안보 등의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중요한 인력 보강입니다. 안전과 안보를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야당이 반대할 명분으로 부족해 보입니다.


‘정부예산안, 재정지출 확대에도 세수 증가로 국가채무는 오히려 개선’

새해 예산안 통과가 무산되자 자유한국당은 “시한 내에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했으나 국민을 대표해 문재인 정부의 ‘무차별적 퍼주기 예산’을 저지하고, 나라 곳간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주먹구구식 공무원 증원 예산 등 포퓰리즘 예산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국민이 져야 할 부담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시중 증권회사에서 발행한 경제 동향 보고서. 2018년도 정부 예산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다르게 경제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예산안을 다르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자를 위한 증권사의 경제 동향 보고서를 보면 ‘재정지출 확대에도 세수 증가로 국가채무는 오히려 개선됐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증권사는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철저하게 경제 중심으로 투자에 대한 전망을 알려줍니다. 보고서에서는 ‘인적투자와 재정 혁신 등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근거인 ‘퍼주기식 예산’은 실제 전문가들과는 다른 주장으로 봐야 합니다.

문재인정부의 2018년 새해 예산안이 완벽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법정 시한을 넘길 정도로 엉터리 예산도 아닙니다. 오히려 19대 대선 때 여야가 합의했던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선거’라는 정치적 목적 때문에 공약마저 포기하고 예산안의 처리를 넘긴 야당의 모습을 보면, 국민들의 속은 타들어 갈 지경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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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 급유선과 충돌 전복...13명 사망, 2명 실종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7/12/04 09:24
  • 수정일
    2017/12/04 09: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폭이 좁은 협수로에서 서로 피하지 못해 충돌...해경, 실종자 수색
2017.12.03 13:37:21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되면서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인천해양경찰서는 3일 브리핑을 통해 "오전 6시께 영흥도 진두항을 출발한 사고 낚시어선(선창1호, 9.77t)이 오전 6시 9분께 진두항 남서방 1마일 해상에서 급유선(336t)과 충돌, 전복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영흥도 선창1호 사고 선박에는 선장·선원 등 승무원 2명과 낚시객 20명 등 총 22명이 타고 있었다. 충돌로 인한 전복 이후, 선창1호 승선원 중 한 명이 112에 신고했고, 해경 영흥파출소 구조보트가 신고 접수 33분 만인 오전 6시 42분께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그 사이 낚싯배와 충돌한 상대 선박인 급유선의 선원들이 바다에서 낚싯배 승객 4명을 구조했다. 사고 당시 뒤집힌 낚싯배 안에는 13명이 갇혔고, 나머지 9명은 바다에 빠졌다.
 
현재까지 총 22명의 승객 중 2명이 실종된 상태다. 해경은 해경·해군 함정 19척, 항공기 5대를 동원해 나머지 2명에 대한 수색·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 전복된 선창1호. ⓒ연합뉴스

이번 전복사고는 낚싯배가 출항한지 단 9분 만에 발생했다. 영흥대교 다리 밑을 지나던 낚싯배와 급유선이 폭이 좁은 협수로에서 마주보고 달려오던 중 서로를 피하지 못해 충돌한 것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고 당시 인근 해역에는 흐리고 비가 내린 것으로 알려져 악천후가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당시 목격자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바다상황은 매우 어두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복된 낚싯배는 간조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선미 부분이 갯벌에 얹혀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초속 8~12m의 바람이 불고 있고, 파고는 1~1.5m로 구조 작업에 악조건은 아닌 상황이지만, 구조당국은 나머지 실종자 2명이 조류에 떠내려갔을 것을 우려해 수색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진두항을 비롯해 인근에 정박해 있던 어선들도 실종자 수색에 협조하고 있다.
 
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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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망친 대통령제, 시민 100명이 뽑은 대안은?

서울 성북구 개헌 공론조사 참가자 절반은 ‘4년 대통령 중임제’ 선호

17.12.02 20:19l최종 업데이트 17.12.02 20:19l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성북공론조사. 참가자들이 테이블에서 정치 구조 개편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성북공론조사. 참가자들이 테이블에서 정치 구조 개편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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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중임제를 추천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좋아하는 분들 계실 텐데, 선거 이벤트 공약이었어요. 지금 정의당보다 훨씬 좋은 복지 공약이 많았는데, 5년 안에 다 하겠다고 국민을 현혹했어요. 촛불집회 때 영하 날씨에 나가서 집회하는 거 힘들었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정경훈씨) 

"권력구조의 장단점 있다 생각해요. 안보 의식이나 정치 풍토를 봐서 5년 임기제를 더 추천합니다. 다 좋은 점이 많지만, 안보나 이런 실정에 맞게 하는 것으로 추천합니다. 효율적 국정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광자씨)

70여 명의 시민들이 2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성북평생학습관 대강당에 모여 권력구조 개편 개헌 법안 마련을 위한 성북 공론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10개의 원탁 테이블에 6~7명씩 모여 앉은 시민들은 4시간에 걸쳐 '개헌' 이야기를 나눴다.  

시민들은 저마다 대통령 중임제, 의원내각제 등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시민들은 숙의민주주의와 분임형 권력 등 대학교 강의에나 나올 법한 단어를 인용하면서 자신이 바라는 정치 체제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대통령제 개헌에 대한 시민 의견 수렴, '박근혜 같은 실패 어떻게 막을까?'

 

이날 개헌 공론 조사는 대통령제 개헌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들으려고 마련됐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가진 공통된 문제 의식은 '어떻게 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였다. 

지난달 25일 1차 모임에 이어 이날은 2차 모임이었다. 공론조사에는 총 100명의 시민이 선정됐다. 성북구가 자체적으로 선정한 시민참여단 50명과 지역정당 추천 50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참여한 사람들은 총 70명, 정확히 70%의 높은 출석률을 보였다. 

공론조사는 우선 권력 구조에 대한 4가지 입장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과 질의 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전문가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권력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저마다 20분동안 판촉 활동하듯 시민을 설득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현행 5년 단임제 유지, 고원 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4년 중임제 대통령제, 강상호 국민대 겸임교수는 혼합이원집정부제, 박동천 전북대 교수는 의원내각제를 각각 주장했다. 첫 번째 순서를 맡은 박동천 교수가 의원내각제 장점을 설명하자, 시민 3명이 질문하려고 동시에 손을 들었다. 

질문자들은 국내외 역사를 거론하면서, 박 교수 주장에 반박했다. 고광식씨는 "의원내각제는 제2공화국에서 실패를 맛본 제도"라며 "과반을 몰아줘도 내부 갈등, 대통령과 총리 불화로 비극적 최후을 맞는다"라며 의원내각제에 회의적인 의견을 밝혔다. 

정치 전문가 4명, 시민들의 반박성 질문에 진땀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평생학습관에서 열린 '권력구조 개편 개헌방한 마련 성북 공론조사'에는 총 70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평생학습관에서 열린 '권력구조 개편 개헌방한 마련 성북 공론조사'에는 총 70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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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성 질문을 받은 박 교수는 자신의 논리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박 교수는 "제2 공화국이 넘어진 것은 박정희 때문"이라며 "스페인이 최근 연립정부가 구성 안돼 선거를 3번 했는데, 혼란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안정적인 정치 변화가 가능한 게 의원내각제"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를 비롯해 나머지 전문가 3명도 역사와 정치이론을 동원한 시민의 날카로운 질문에 진땀을 뺐다. 전문가들 설명을 모두 들은 시민들은 잠깐의 휴식 후 테이블 토론을 이어갔다. 시민 1명당 1분 동안 자신이 지지하는 개헌 구조를 이야기하고 토론했다.

종합토론서 의원내각제 두고 논박 이어지면서 분위기 절정

토론 분위기는 종합 토론으로 접어들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의원내각제를 주장하는 정주원씨와, 이에 맞서 홍광희씨는 단상 앞에서 5분 넘도록 토론했다. 의원내각제가 안보에 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는 홍씨의 지적에 전혀 상관 없다는 정씨의 반박이 쉴새 없이 오갔다. 

홍광희: "안보 위기가 쟁점입니다. 의원 내각제를 하면 의회를 열고, 과반이 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안보 위기 상황에서) 과반이 과연 신속하게 참여할 수 있을까요?"

정주원: "의원내각제는 정책이나 방향을 의회가 다 결정하는 게 아니라 다수 정당이 내각을 꾸려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형태 자체로는 (대통령제와) 다를 게 없습니다."

논쟁이 치열해지면서 두 사람 모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지만, 의원내각제를 위해서는 더 많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마무리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한 시민이 "국회의원 임기를 2년으로 줄여야 한다"라고 하자, 테이블에선 박수 갈채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조사에 참여한 박준식(24)씨는 "정치 소식은 대부분 신문이나 에스앤에스(SNS)로 단편적, 일방적으로 접했는데, 지금처럼 쌍방향으로 토론하니 더 배울 점이 많았던 것 같다"면서 "토론하면서 직접민주주의 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시민들, '4년 대통령 중임제' 가장 선호, 현행 유지도 29%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평생학습관에서 열린 '권력구조 개편 개헌방한 마련 성북 공론조사'에는 총 70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평생학습관에서 열린 '권력구조 개편 개헌방한 마련 성북 공론조사'에는 총 70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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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 끝난 뒤 참석자 설문 결과도 흥미로웠다. 공론조사 참여를 전후한 시민들 생각의 변화가 뚜렷하게 읽혔다. 일단 선거 제도 개편에 공감한 시민들의 비율은 조사 참여 전 45%에 불과했지만, 조사 참여 이후 64%로 크게 늘었다.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하락했다. 국회의원을 '매우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사전 조사에선 49%였지만, 조사 참여 이후 59%로 늘어났다. 

시민들은 4가지 권력구조 가운데 4년 대통령 중임제를 가장 선호했다. 전체 참가자의 51%가 4년 중임제를 선택했고, 현행 5년 대통령 단임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비율이 29%로 뒤를 이었다. 반면 의원내각제는 10%, 이원집정부제는 6%에 그쳤다. 

공론조사를 주관한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은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국내 최초로 기초 지방자치단체인 성북구에서 개헌과 관련한 공론 조사를 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이라며 "개헌 공론 조사의 역사적인 물꼬를 튼 것"이라고 자평했다. 

곽 이사장은 이어 "사실 참여 시민들에게 2만 원 수준의 교통비 정도만 지급했을 뿐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걸 방증한다"면서 "공론 조사 결과를 국회 등에 전달해 개헌 논의 불씨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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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정교회가 스탈린을 높이 평가하는 까닭?

[유라시아 견문] 모스크바 : 혁명의 고층(古層)
2017.12.03 01:39:07
 

 

 

 

1. 부활 

1991년 소련이 붕괴한다. 12월 25일, 성탄절이었다. 구세주가 오신 날, 무신론 국가가 사라진 것이다. 예수님이 부활하셨다. 혁명가를 대신하여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 백성 맞으라. 온 교회여 다 일어나 다 찬양하여라. 구세주 탄생했으니 다 찬양하여라. 이 세상의 만물들아 다 화답하여라. 은혜와 진리 되신 주 다 주관하시니, 만국 백성 구주 앞에 다 경배하여라." 

 

일국 사회주의가 무너진 자리, 만국과 만인과 만물을 주관하는 주님이 재림하셨다. 백성들은 찬양하고 화답하고 경배하였다.


1991년 이전 1988년이 있었다. 988년으로부터 1000년이 되는 해였다. 988년은 러시아가 출발한 때이다. 러시아의 옛 이름, 루시가 세례를 받았다. 크림반도에서부터 기독교를 수용했다. 지중해 북쪽 슬라브세계가 정교문명에 입문한 것이다. 비잔티움제국의 콘스탄티노플에 온축되었던 그리스고전과 성경이 키릴문자로 전수되어 러시아문명의 근간이 되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그 천주년을 기념하야 종교 해금을 단행했다. 신앙의 자유, 포교의 자유를 공인한 것이다. 페르스트로이카가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즉 페레스트로이카의 요결은 시장화나 자유화가 아니다. 서구화는 더더욱 아니다. 이성의 독재에서 영성을 해방시킨 것이다. 근대의 독재에서 전통을 회복시킨 것이다. 타는 목마름, 탈세속화와 재영성화를 수긍한 것이다. 과학과 합리만으로 체제가 온전히 굴러가지 않음을 뼈아프게 후회한 것이다. 겸허하고 겸손한 인간을 재발견한 것이다. 고개를 빳빳하게 쳐드는 인간보다 기꺼이 무릎을 꿇을 수 있는 거룩한 용기를 승인한 것이다. 그 본질을 보지 못하고 겉만 살피는 '교조적 민주주의자'들이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에 승리했다며 '역사의 종언'을 선포했던 것이다. 그 진단을 비웃기라도하는 양 21세기 러시아는 나날이 정교국가, 정통국가, 전통국가로 복귀하고 있다.


1988년 이전 1982년이 있었다. 11월 브레즈네프 서기장이 사망한다. 국영방송을 통하여 장례식이 소련 전역에 전파되었다. 놀라운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된다. 미망인이 남편을 보내며 십자가를 긋는 모습이었다. 신의 가호와 가피를 빌어준 것이다. 천국행을 소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흑해부터 극동까지, 북극부터 초원까지, 소비에트인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데올로기의 왕국은 더 이상 지속될 수가 없었다. 과연 1980년대 태어난 내 또래 이름들이 흥미롭다. 재차 기독교 전통에서 따온 이름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이름만 살펴도 세대 차이, 역사의 귀환을 짐작할 수 있다. 소련 해체 이후 고르바초프를 비롯한 공산당 고위 간부들조차 비밀리에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졌다. 생애를 걸쳐 무신론을 설파했던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의 편집장마저도 1994년 사망하자 정교의 예법을 따라 장례식이 엄수되었다. 과학은 형이하(形而下)만 다룬다. 영물(靈物)로서 인간은 형이상(形而上)을 갈구한다. '프롤레타리아트의 아편' 이념만으로는 충족이 되지 않는다. 신학 없는 과학 왕국은 백년도 못가 주저앉았다.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이병한

 


그 성/속 대반전의 상징이 바로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이다. 크렘린의 서쪽에 자리한다. 1812년 나폴레옹에 맞선 조국전쟁 승리를 축하하며 만들어졌다. 1931년 스탈린의 명령으로 파괴되었다. 기도할 시간에 노동을 하라고 했다.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부가가치를 올리라 했다. 유물론을 신봉하고 물신을 섬기라고 했다. 그래야 과학적 인간, 합리적 인간 프롤레타리아트가 될 수 있었다. 성당의 종과 탑을 녹여 총과 칼, 낫과 삽을 만들었다. 생산력을 더욱 중시한 것이다. 복리와 복지를 따질 뿐 복음은 팽개친 것이다. 성당을 허문 자리에는 50m 크기의 레닌 금동상과 소비에트궁전을 세울 계획이었다. 천만다행으로, 불행 중 다행으로 실행되지 않았다. 히틀러 덕분이다. 제2차 세계대전, 독/소전에 급급했다.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 또한 복원된 것이다. 소련 해체 직후인 1992년부터 성금을 모금하여 1994년부터 복구가 시작되었다. 2000년, 예수가 태어난 지 두 번째 천년에 맞추어 완성된다. 바로 그 밀레니엄에 집권한 이가 푸틴 대통령이다. 2009년, 새 구세주 성당에서 취임식을 올린 첫 총주교가 키릴이다. 현재 성/속 양면에서 러시아를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이다. 


2017년 외부에서는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조망한다. 21세기하고도 17년이 흘렀건만 여전히 20세기 시각으로 러시아를 접근한다. 정작 러시아인들은 시쿤둥하다. 공산혁명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그보다는 2018년을 훨씬 더 고대한다. 모스크바 (재)천도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수도를 되돌렸다. 그 뜻 깊은 해를 맞이하여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도 개최한다. 모스크바를 '제3의 로마'로 간주하는 러시아의 세계관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키예프에서 모스크바로 러시아의 중심이 옮아간 때가 16세기이다. 몽골세계제국의 영향이 지대했다. 몽골 치하에서 중국의 중심이 남방에서 북방, 오늘의 북경으로 이전된 것처럼, 러시아 또한 서쪽에서 동쪽으로 정치의 중심지가 전이한 것이다. 몽골의 대칸이 유라시아의 동서남북으로 구축했던 물류망의 상당부분을 모스크바가 물려받았다. 언어에서부터 뚜렷한 흔적이 남아 있다. 길은 울리짜(у́лица)이요, 돈은 뎅기(де́ньги)이다. 전자는 국가를 의미하는 몽골어 '울루스'에서 왔고, 후자는 발음에서 따온 것이다. 화폐와 도로, 러시아의 하부구조는 명백하게 몽골의 유산이다.  


몽골의 육체에 로마의 영혼을 얹은 곳이 모스크바이다. (동)로마의 카이사르와 몽골의 칸이 합류하여 모스크바의 차르가 등극한 것이다. 모스크바가 정교의 성지(聖地)로서 자부심을 더욱 고취하게 된 계기에는 비잔티움의 몰락도 있었다. 오스만제국이 들어서면서 콘스탄티노플이 이스탄불로 대체된 것이다. 지중해가 이슬람의 바다가 되었다. 이제 모스크바가 기독교문명을 수호해야 했다. 즉 모스크바는 정치적, 군사적 위상보다 종교적 권위가 훨씬 더 높다. 북방의 예루살렘을 자처한다. 명장 에이젠슈타인 감독의 <이반 대제>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반 대제가 모스크바 귀족들을 앞에 두고 두 개의 로마(로마와 콘스탄티노플)가 모두 몰락하고, '제3의 로마'가 섰음을 선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에이젠슈타인을 <전함 포템킨>의 감독만으로 기억하는 것 또한 편향이다. 


2017년 3월 16일, 성도 모스크바에서 또 한 번의 획기적 장면이 연출되었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정교회의 이단으로 간주되었던 '고의식파'의 모스크바 주교와 정식으로 회동한 것이다. 2020년에는 고의식파의 태두로 불리는 아바쿰 장사제의 탄생 400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동상도 세우기로 했다. 외신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고의식파를 낯설어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좌/우를 막론하고 고(古)가 부재함이 고질병이다. 허나 러시아 문명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했다면 충격적인 사태가 아닐 수 없었다. 350년 만에 국가권력과 이단파 사이 갈등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기 때문이다. 실은 러시아 정교회도 신교와 구교가 갈리어 오래 반목해왔다. 러시아의 프로테스탄트가 고의식파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러시아판 종교개혁과 신/구 갈등이 20세기 러시아혁명과 소련 해체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끼쳤다. 마침내 그들의 존재가 수면 위로 부상하여 공식서사로 편입되고 있는 것이다. 혁명 전후사의 재인식, 러시아 혁명사를 다시 써야한다.  

 

▲ 부활절. ⓒ이병한

▲ 부활절. ⓒ이병한


2.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의 명작, <죄와 벌>이 있다. 출간된 해가 중요하다. 아무 때나 출판한 것이 아니다. 도스토예프스키 또한 정교사상가였다. 1866년에 발표한다. 1666년으로부터 200년이 흐른 해였다. 1666년은 러시아 정교회의 분열을 상징한다. 종교논쟁이 일어난 해이다. 당시 니콘 총주교는 '근대화'를 추진했다. (서)로마교황과 동방정교 사이 동/서 합작을 추구했다. 지중해의 패자로 군림하는 강성한 오스만제국에 공동 대처하여 이스탄불로 전락한 콘스탄티노플을 되돌리기 위해서였다. '북방의 십자군', 성지 탈환을 위해 정교회 개혁을 촉구한 것이다. 서로마적, 라틴적 의례를 도입함으로써 가톨릭 세력이 우세한 우크라이나 서쪽까지 합병하는 정치적 기초를 놓을 수 있었다. 러시아의 제국화에 이데올로기적 기반을 제공한 것이다. 여기에 동방정교의 정통성과 순수성을 옹호하며 저항한 세력(프로테스탄트)이 바로 '고의식(古儀式)파'이다. 문자 그대로 옛 의례를 고수하는 세력이다. 선봉에 선 사람이 장사제 아바쿰이었다. 의미심장하게도 <죄와 벌>의 주인공 이름이 바로 '라스콜니코프'이다. 라스콜(раско́л)은 분열이라는 뜻이다. 고의식파에 대한 속칭, 멸칭이었다. 보수파라고도 불리지 않았다. 분열파로 치부되었다. 신의식파가 러시아제국의 주류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일등공신이 표토르 대제이다. 러시아의 제국화, 서구화, 근대화에 일로매진했다. 고의식파의 아성인 모스크바마저 버렸다. 새로운 제국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한다. 성도(聖都)에서 제도(帝都)로 천도를 단행한 것이다. 고의식파의 눈에는 불경한 짓이었다. 천박하고 위엄 없는 새파란 신도시를 '그리스도의 적'으로 성토했다. 표토르 대제 또한 정교회의 적으로 간주했다. 동로마식 차르라는 명칭마저 서로마의 황제로 바꾸어버린 그를 '독사의 자식'으로 쏘아붙였다. 봉합되지 않는 갈등 끝에 표토르는 국가가 직접 종교를 관리키로 한다. 총주교직을 폐지하고 종무원을 설치하여 성당을 통제했다. 주목적은 고의식파들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이에 고의식파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물론이요 모스크바마저 등지기로 한다. 볼가강을 지나고 우랄산맥을 넘어 시베리아 일대까지 망명을 선택했다. 고독하고 고아하게 고립되어서 성스러운 러시아를 고수키로 한 것이다. 20세기 초, 러시아제국 인구의 얼추 3할, 3500만이 고의식파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알음알음 살금살금 러시아판 '태평천국운동'을 도모한 것이다. 절치부심, 와신상담, 호시탐탐했다.  


기회는 1905년에 열린다.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한다. 제국이 흔들거렸다. 휘청거렸다. 그러자 대항국가, 대안국가가 자태를 드러내었다. 종무원 관할 밖에 있는 고의식파는 무교회 운동, 독자적인 민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일종의 '인민 교회'를 세운 것이다. 제국의 탄압 속에서 고난과 수난을 겪으며 단련이 되었다. 주류문화에 맞서는 저항문화, 하위문화도 형성했다. 엄격한 종파인 만큼 청교도처럼 근검절약과 근면성실과 성심성의를 덕목으로 쌓았다. 공권력 밖에서 자조하고 부조하며 경제기구, 협동기구, 금융기구도 만들어내었다. 독자적인 산업도 일구고 기업 활동도 전개한다. 고의식파 윤리를 갖춘 자본가들을 배출한 것이다. 국회에 맞서는 민회 또한 작동시켰다. 시민사회를 이룬 것이다. 두마의 마주 편에 섰던 그 민회의 이름이 바로 '소비에트'이다. 고의식파 신도들이 영성생활과 물질생활을 공동으로 영위했던 민간 조직이 소비에트의 기원이다. 즉 소비에트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주장처럼 파리 꼬뮨을 복제한 것이 아니다. 레닌의 <국가와 혁명>은 사후 합리화였을 따름이다. 소비에트는 철두철미 러시아적 현상이었다. 제국 아래 복류하던 거대한 뿌리, 정교문명의 고층(古層)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그래서 1917년 러시아제국이 붕괴하자 이듬해 곧바로 수도를 옮긴다. 제3의 로마, 북방의 예루살렘, 모스크바로 되돌아간 것이다. 문자 그대로 되돌리기(re-volution), 회심(回心)의 회향(回向), 혁명(革命)이었다.  

 

▲ 성 바실리 성당. ⓒ이병한


3. 이바노보 소비에트 

'세계를 뒤흔든 열흘'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1917년 러시아제국 인구 1억 가운데, 노동계급은 고작 200만 남짓이었다. 도무지 프롤레타리아트 혁명이 될 수 없었다. 끼워 맞추기 억지논리를 구사하면 더덕더덕 잔말과 군말이 붙는다. 볼셰비키 또한 소수파였다. 불과 5000명에 그쳤다. 한 줌 모래였다. 그 중에서도 레닌은 극소수파, 티끌이었다. 멘셰비키는 제국의 서남부가 근거지였다. 유럽 지향적인 세력이었다. 볼셰비키는 동부와 북부를 중심으로 포진했다. 볼가 강과 우랄 산맥 일대가 터전이었다. 고의식파가 오래 진을 치고 있던 장소이다. 700만 농민병들이 볼셰비키와 결합한다. 러시아판 의병들이었다. 결정적으로 고의식파도 합세한다. 무려 3000만이 넘었다. 토착파가 외래파에 승리한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혁명이 아니라 '러시아적' 혁명이었다. 그리하여 레닌은 '모든 권력은 소비에트로!' 라고 외쳤던 것이다. 공산당으로! 가 아니었다. 고의식파의 민간 네트워크가 국가를 접수한 것이다. 1918년 '제3 로마' 모스크바 천도에 이어, 1919년에는 '제3 인터내셔널'이 출범한다. 선민사상이 전위사상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세계선교가 세계혁명으로 업데이트되었다. 1918년 테러 이후 레닌이 은거하며 지낸 별장 또한 고의식파 마을에 자리했다. 1924년 레닌의 사망 이후 사체를 방부 처리키로 결정한 것 또한 마르크스주의와는 일말의 관련이 없었다. 트로츠키와 부하린 등 과학적 공산주의자들은 줄곧 반대했다. 왜 혁명 지도자를 '정교의 성인'처럼 기념한단 말인가? 반박하고 반발했다. 정곡을 찌른 것이다. 레닌은 고의식파의 전통에 따라서 성인으로 추앙된 것이다. '빈자의 차르', '프롤레타리아트의 신'이 되었다. 레닌이 안치된 곳 근방에는 이반 대제 등의 유체들도 보존되어 있다. 모스크바 천도도, 소비에트연방 국명도, 레닌의 시신 처리도, 종교의 입김이 지대했던 것이다. 일종의 '기독교 사회주의'에 방불했다고 하겠다. 

 

 

 

▲ 붉은 광장. ⓒ이병한

▲ 붉은 광장. ⓒ이병한


소련의 탄생 밑바닥에 종교가 자리함을 가장 날카롭게 간파한 이가 스탈린이다. 제국의 남부 조지아 출신이었다. 조지아 정교회, 신학생이었다. 종교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줄도 알았다. 철저한 무신론자 트로츠키를 누르고 후계자로 부상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다. 스탈린 별장에서의 최측근 모임에서는 종종 성가도 울려 퍼졌다. 소련을 구하는데도 종교를 이용한다. 1941년 독소전, 나치의 탱크가 레닌그라드와 스탈린그라드까지 밀고 들어왔다. 스탈린은 러시아 정교회의 애국주의에 호소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우랄 산맥 동편, 시베리아와 몽골과 만주와 극동에서 총동원된 병사들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응당 고의식파 신도들이 다수였다. '제3의 로마'를 수호해야 한다는 성전(聖戰)을 수행한 것이다. 그래서 1943년 스탈린은 러시아 정교회와의 화해를 선언했던 것이다.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을 파괴한 것이 착오였음을 인정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명명 또한 '대조국전쟁'이었다. 불과 20년에 불과한 신생국가 소련를 위해서 헌신했던 것이 아니다. 소비에트인이 아니라 정교도 신자로서, 러시아문명을 호위하기 위하여 분투한 것이다. 오늘날 정교회(의 보수파)가 유독 스탈린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이다. 

 

 

스탈린 사후, 우크라이나 군산복합체 출신의 후르시초프와 브레즈네프가 집권하면서 성당은 재차 트랙터 보관소로 전락해버린다. 이성이 영성을, 이념이 종교를, 과학이 신학을, 속이 성을 압도했다.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약 200km, 이바노보가 있다. '어머니의 강' 볼가 유역에 자리한 지방도시이다. 한때는 '러시아의 맨체스터'라고 불렸던 신흥공업도시였다. 19세기 중반 방직산업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소비에트'가 가장 먼저 출연한 도시로 유명하다. 소비에트연방, 소련의 발원지이다. 과연 20세기 초 시민의 2/3가 고의식파였다. 러시아 상징주의의 카리스마적 존재, 시인 블로크가 혁명을 포착하여 써내려 간 시 <12>(1918)가 상징적이다. 12란 명백하게 예수의 열 두 제자를 의미한다. 혁명병사가 곧 예수의 사도였다는 것이다. 복음서를 들고 혁명에 나섰지, <공산당 선언>을 읽은 것이 아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읽은 것은 런던과 파리 등 서유럽의 대도시에 유학 갔던 극소수 엘리트뿐이었다. 혁명을 설파했던 <이스크라> 또한 고의식파 자본가가 자금을 댄 잡지였다. 그러고 보니 <이스크라>(и́скра)도 <프라우다>(пра́вда)도 종교적 메타포로 가득하다. '불꽃'과 '진리'이다. 진리의 불꽃을 전도하는 신심 깊은 열 두 제자의 후예들이 성상을 들고 구체제를 전복시킨 것이다. 세속화를 당연한 전제로 삼아 종교를 탈색시켜버린 기왕의 혁명사관이야말로 러시아 문명에 대한 커다란 무지에 기반한 교조적 해석이었던 셈이다. 

 

 

▲ 이바노보의 부활절.ⓒ이병한


2017년 이바노보를 둘러보면서 뜻밖의 사실도 접하게 되었다. 학창 시절 사랑했던 영화감독 타르코프스키의 고향이 바로 이바노보였다. 비디오로 소장까지 했던 <희생>과 <노스텔지아>, <솔라리스> 하나 같이 원죄와 구원을 주제로 삼은 수작들이었다. 고의식파였음에 틀림이 없을 듯하다. 펜을 든 19세기의 도스토예프스키와 카메라를 멘 20세기 타르코프스키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백년을 넘어 천년이 한 줄에 꿰어지는 듯했다. 콘스탄티노플에서 모스크바로, 동로마에서 북로마로. 1500년 '다른 기독교'의 유산이 바로 이바노보에 착근되었던 것이다. 이반(Ива́н)은 요한(John)의 러시아어식 표기이다. 즉 이바노보는 '사도 요한의 도시'이다. 

 

 

▲ 모스크바 지하철 역. ⓒ이병한

▲종교화가 그려진 모스크바 지하철 역. ⓒ이병한


4. 승천 

본래 이름이 이바노보가 아니었다. 스탈린이 집권 초기 바꾸어버린 지명이다. 1932년 스탈린 체제에 저항하며 노동자들이 가두시위를 벌였다. 응당 성화를 들고 투쟁했다. 이바노보 이전에는 '이바노보 보즈네센스크(Ива́ново-Вознесе́нск)'였다. 요한의 '승천'(вознесе́ние)이라는 뜻이다. 사도 요한이 하늘로 오르는 곳이었다. 요한마저 지울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천상 대신 지상에 묶어둔 셈이다. 2032년 다시 '이바노보 보즈네센스코'로 복귀할지도 모르겠다. 정교문명 대국을 표방하는 푸틴-키릴 체제 아래서 능히 가능한 일이다. 2009년 키릴 총주교의 취임 연설이 흥미롭다. '탈-세속사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본디 정치와 종교의 심포니, 성과 속의 교향(交響)을 추구했던 동로마제국의 원리를 복권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포스트-투르스(Post-Truth) 시대, 교조적 계몽주의 시대와의 작별과도 정합적이다. 

 


2014년 푸틴의 대통령 취임식도 인상적이다. 맨 앞줄에 총주교가 섰다. 사실상 2인자이다. 이미 준국교로서 위상을 누린다. 공교육에도 '정교문화의 기초'라는 과목이 도입되었다. 모스크바 국립대학을 비롯한 주요 대학에도 정교회 사원을 가지고 있다. 군대에도 종군성직자 제도가 마련되었다. 사령관을 보좌한다. 외교부와도 갈수록 밀접해지고 있다. 외교부 직속의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에도 정교회 대외관계 지도자가 교육을 맡는다. 여론 또한 호의적이다.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신뢰받고 있는 제도는 대통령, 더 정확히 말해 푸틴 대통령이다. 두 번째가 정교회이다. 키릴을 국가 지도자로 여긴다. 세 번째가 군대이다. 네 번째가 외교부이다. 정당과 언론과 은행과 노조는 최하위에 속한다. 적폐로 취급된다. 이미 정교국가의 틀에 상응하는 꼴을 상당 부분 갖춘 것이다. 고로 오늘날 러시아를 알고자 한다면 천 년 전 비잔티움에 비추어보는 편이 유익하다.  

 

 

▲ 러시아 외교부 청사.ⓒ이병한


21세기 정교국가의 수장 푸틴과 20세기 혁명국가의 지도자 레닌의 인연이 오묘하다. 레닌은 1918년부터 고의식파 마을에 은닉했다. 1922년 발작 이후로는 언어기능을 상실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말년의 레닌을 수발하며 보살펴 준 요리사가 한 명 있었다. 그의 이름이 바로 푸틴이다. 러시아에 푸틴(Путин)이라는 성, 흔치 않다. 지금도 대략 3000여 명, 희귀성이다. 우랄 산자락에 위치한 집성촌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1770년 볼가 강을 따라 이주한 이들의 후손들이다. 그 푸틴이라는 요리사가 바로 현직 대통령의 할아버지다. 즉 레닌과 푸틴 또한 혈연과 종교로 연결된다. 레닌 묘를 철거하지 않고 보존해야 한다며 논란을 종식시킨 사람 역시 푸틴이었다. 자연스레 푸틴을 탐구해볼 차례가 되었다. 2000년 이래 17년째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다. 2020년대에도 변함없이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21세기 전반기를 상징하는 지도자로 세계사에 기록될 것임에 틀림없다. 민주냐, 독재냐? 20세기형 적폐적 관점일랑 폐기처분한다. 그 모든 선입견을 청산하고 지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70억분의 1' 블라디미르 푸틴을 직시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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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동아시아 현대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논문보다는 잡문 쓰기를 좋아한다. 역사가이자 언론인으로 활약했던 박은식과 신채호를 역할 모델로 삼는다. 뉴미디어에 동방 고전을 얹어 아시아 르네상스를 일으키는 'Digital-東學' 운동을 궁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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