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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스트레스에 지친 여성들을 위한 통쾌한 '19금 유머'

[기획-명절에 몰아보기 '딱' 좋은 OOO] 설 연휴에 챙겨볼 만한 힐링 영화 3편

18.02.15 18:52최종업데이트18.02.15 18:52
명절 연휴는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소중한 기간입니다. 하지만 귀성 전쟁과 차례 준비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때이기도 하죠. 가족 간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불화가 있거나, 마음 안 맞는 친척들과 지내는 것이 힘든 사람들에게는 평소보다 조금 더 버거운 기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2018년 설 연휴를 맞아 명절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영화 세 편을 골라봤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니 부담 없이 즐기면서 건강한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끝없는 엄마 노릇에 지쳤다면, <배드 맘스>(2016)

 
 영화 <배드 맘스>의 포스터. '완벽한 엄마'가 되기를 포기한 세 엄마의 도전기. 화장실 코미디가 난무하지만, '엄마'에게 모든 걸 떠맡기는 세태에 대한 비판이 신랄하다.

영화 <배드 맘스>의 포스터. '완벽한 엄마'가 되기를 포기한 세 엄마의 도전기. 화장실 코미디가 난무하지만, '엄마'에게 모든 걸 떠맡기는 세태에 대한 비판이 신랄하다.ⓒ Netflix


에이미(밀라 쿠니스 분)는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아이들의 학교 통학과 특별 활동 수업은 물론 학교 숙제까지 챙겨야 하고,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직장에서는 정직원 못지않은 업무량에 시달리지요. 모든 것이 완전히 꼬인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만난 다른 학부모 칼라(캐서린 한 분), 키키(크리스틴 벨 분)와 함께 '나쁜 엄마'가 되기로 의기투합합니다. 

미국 중산층 여성들이 주인공인 이 영화는 가정의 돌봄 노동 중 많은 몫이 어머니에게 떠넘겨지는 풍조를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한창 유행했던 미국식 화장실 코미디가 난무하는 '19금' 작품이지만, 찝찝하기보다는 통쾌함을 선사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아버지는 집안일에 거의 신경도 쓰지 않고, 장성한 자녀들도 어머니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각본을 함께 쓰고 연출까지 같이한 존 루카스와 스콧 무어는 과거 '진상 남자들의 숙취 모험기' <행오버>(2009)의 각본을 쓴 인물들입니다. 슬랩스틱도 마다하지 않고 열정을 불사른 밀라 쿠니스, 캐서린 한, 크리스틴 벨의 연기도 좋습니다.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 주요 배우들이 각자 실제 어머니와 함께한 인터뷰 영상도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배드 맘스>는 지난 2016년에 개봉하여 전 세계적으로 2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훨씬 상회하는 1억 8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바 있습니다. 속편으로 나온 <배드 맘스 크리스마스>(2017)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 전편의 주인공들에게 각자의 어머니들이 찾아오면서 더 큰 곤경에 처하는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두 편 모두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뜻대로 안 풀려 속상한 청춘이라면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2011) 

 
 영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의 포스터. 인생이 꼬여만 가던 애니(크리스틴 위그)는 절친한 친구의 결혼식 들러리 준비를 하게 된다.

영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의 포스터. 인생이 꼬여만 가던 애니(크리스틴 위그)는 절친한 친구의 결혼식 들러리 준비를 하게 된다.ⓒ UPI 코리아


애니(크리스틴 위그 분)는 페이스트리(과자, 빵의 한 종류) 가게를 열었다가 말아먹은 후 여러모로 위기 상황에 몰립니다. 자신을 섹스 파트너로만 생각하는 남자친구나, 도저히 같이 살기 힘든 '비호감' 룸메이트도 문제인데, 유일하게 의지하는 절친 릴리안(마야 루돌프 분)까지 결혼 소식을 전합니다. 절박한 상황에서 릴리안의 결혼식 들러리를 서게 된 애니는, 취향과 성격이 전혀 안 맞는 다른 들러리들과 결혼식을 준비하며 '절친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불태웁니다. 

누구나 젊은 시절에는 큰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분투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계획하고 기대했던 대로 되는 일은 많지 않고, 생각하지 못한 문제만 늘어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상황이 안 받쳐줘서, 다른 사람이 잘못해서 그렇다며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기 쉽습니다. 특히 명절에 오래간만에 만난 친척들이 근황을 물으면 그런 식으로 빠져나가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 그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기 시작하면, 곧 모든 걸 남 탓으로 돌리는 게 버릇이 되고 그럴수록 문제는 점점 더 해결하기 어려워집니다. 

무작정 남 탓을 하기 전에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모든 일에 있어서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는 자세'입니다. 서로 문제를 지적하고 들춰내기보다는 상대방이 잘하는 것을 발견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고 나면 우리 자신의 모습이 좀 더 잘 보일 겁니다. 무엇이 아쉬웠고 어떤 것을 잘 하는지,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등이요. 이 영화에서 애니가 다시 시작할 힘을 얻게 되는 과정도 이와 같았습니다. 

2011년 개봉작인 이 작품은 3천 2백만 달러의 제작비로 촬영된 후 전 세계에서 2억 8천만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리며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각본을 직접 쓰고 주연을 맡은 크리스틴 위그는 SNL 출신의 코미디언이기도 한데, 이 영화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죠. 전체 영화 톤과 다소 안 맞는, 독특하고 튀는 개그로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멜리사 맥카시(<스파이>, <고스트 버스터즈> 등 출연)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영예를 얻었습니다. 넷플릭스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내 인생도 소중하다면 <미라클 벨리에>(2014)

 
 영화 <미라클 벨리에>의 포스터. 청각 장애인 부모님과 동생이 있지만 듣고 말하는 데 아무 불편이 없는 폴라(루앙 에메라)에게 새로운 꿈이 생긴다.

영화 <미라클 벨리에>의 포스터. 청각 장애인 부모님과 동생이 있지만 듣고 말하는 데 아무 불편이 없는 폴라(루앙 에메라)에게 새로운 꿈이 생긴다.ⓒ 영화사 진진


부모와 남동생이 모두 청각장애인이지만, 폴라(루앙 에메라 분)는 말하고 듣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파리에서 온 전학생 가브리엘에게 반한 그녀는 그를 따라 합창부에 가입합니다. 그런데, 입 밖으로 소리내 노래하는 게 처음인 그녀에겐 뜻밖에도 아름다운 목소리와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습니다. 이를 알아본 합창부 선생님은 파리에서 있을 음악학교 오디션에 지원해 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고민합니다. 자신은 다른 가족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자신만의 꿈이 생긴 사춘기 소녀가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따라서 전형적인 성장물의 공식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며, 전반적인 분위기도 밝고 코믹합니다. 그러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길을 가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심정, 그런 상황을 뒤늦게 알고 도움이 되지 못해 안타깝고 미안한 부모의 마음이 어우러지면서 좀 더 의미심장한 영화가 됩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부모와 자식 간의 정은 떼래야 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자기 인생은 있는 법입니다. 아무리 사연이 딱하고 힘들어도 부모는 언젠가 자식을 놓아주어야 하며, 자식 역시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는 때가 늦으면 늦을수록 애증만 깊어질 뿐입니다. 

프랑스에서는 2014년 크리스마스 전주에 개봉하여 2015년 상반기까지 장기 상영되면서 무려 7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주인공 폴라 역할의 루안 에메라는 영화 촬영 당시 신인 가수였지만, 놀라운 노래 실력과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프랑스 국민 가수 미셸 사르두의 노래들 역시 좋습니다. 특히 오디션에 참석한 폴라가 객석에 있는 부모를 위해 '비상(Je vole)'을 수화와 함께 부르는 장면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감동을 선사합니다. 왓챠 플레이와 pooq, 네이버 N스토어 등을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권오윤 시민기자의 블로그(cinekwon.com)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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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울려 퍼진 “반갑습니다”

북 응원단 취주악단 거리공연, 2천여 시민들 환호성 (영상)
강릉=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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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5  19: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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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측 응원단 취주악단은 15일 오후 4시 반 강릉아트센터 앞 광장 ‘라이브사이트’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사진-이진석 작가]

평창 동계올림픽 빙상경기가 열리는 강릉 시가지에서 ‘반갑습니다’가 울려 퍼졌다. 2천여 명의 시민들은 북측 응원단의 취주악단 공연에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북측 응원단 취주악단은 15일 오후 4시 반 강릉아트센터 앞 광장 ‘라이브사이트’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영상보기①]

약 80여 명의 취주악단은 빨간색 상의와 모자, 하얀색 바지를 입고 손에 악기를 들고 등장했다. 취주악단장이 “안녕하십니까. 제23차 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에 온 응원단 여성 취주악단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소개하자, 북측 노래인 ‘반갑습니다’가 시작곡으로 연주됐다.

남측에도 잘 알려진 노래여서인 듯, 2천여 명의 관중들은 취주악단의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이어 취주악단은 ‘아리랑’, ‘옹해야’, ‘뱃노래’ 등의 민요를 편곡해 장중하면서도 흥겹게 들려줬으며, 북측 노래 ‘내 나라 제일좋아’, ‘통일무지개’ 등이 연주됐다.

   
▲ 북측 응원단 취주악단의 공연 모습. [사진-이진석 작가]
   
▲ 작은 북과 큰 북을 치는 북측 취주악단 단원들. [사진-이진석 작가]
   
▲ 지휘자의 안내로 취주악단이 연주하고 있다. [사진-이진석 작가]

악기를 다루지 않은 응원단은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불렀고, 일부 시민들은 곡에 몸을 맡긴 채 흔들기도 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영상보기②]

30여 분의 공연 마지막 곡은 ‘안녕히 다시 만나요’. 곡이 연주되자,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아쉬움을 달랬고, “다시 만나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공연을 본 강릉의 한 시민은 “우연히 왔다가 너무나도 기쁘게 공연을 보게 됐다. 너무 행복하다”며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매우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른 시민도 “북측 취주악단의 공연은 처음 본다. 뭉클했다”며 “이런 기회가 자주 있어야 한다. 함께 어울리고 함께 기뻐하는 자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북측 취주악단의 연주 모습. [사진-이진석 작가]

북측에서 온 <조선중앙통신> 기자는 남측 시민들의 관람 모습을 보고, “좋은 일이 앞으로 더 많이 있어야 한다”며 “언론들이 이런 일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평창올림픽 응원을 위해 방남한 북측 취주악단의 공연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8일 북측 선수단 입촌식에 이어 지난 13일 강릉 오죽헌에서 깜짝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북측 응원단은 이날 오전 강원도 용평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알파인스키 여자 대회전 경기와 피겨스케이팅 페어 경기를 응원했으며, 이날 밤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리는 남자 아이스하키 한국과 체코 경기에서 남측 선수를 응원할 예정이다.

   
▲ 북측 취주악단. [사진-이진석 작가]
   
▲ 북측 취주악단. [사진-이진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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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모르면 좀 가만히 계시라

[기고] 조선일보 김민철 사회정책부장이 알아야할 철도의 눈물
 
 
오영식 코레일 신임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철도해고자들을 복직시키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이후 조선일보 같은 언론들의 악의적 공격이 예상대로 시작됐다. <조선>의 김민철 사회정책부장은 오영식 사장에게 보내는 충고의 형식을 빌려 신임 사장의 철도 개혁 정책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철도에 대해 아는 척 하면서 휘두르는 펜은 칼이 되고 있다. 김민철 사회정책부장은 한국철도의 문제가 100년 독점체제와 강성노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철도의 문제를 진단할 때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한국철도는 일제 식민지 철도로 시작됐다. 1899년 일본에 의해 완공된 경인선의 역사가 한국철도의 시작이었다. 이후 45년 해방될 때까지 46년간 철도는 수탈과 침략의 간선이었다. 해방이후 분단은 한국전쟁으로 이어졌다. 
 
철도는 미공군 전략폭격의 최우선 목표물 중 하나였다. 한국전쟁 동안 철도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전쟁이후 극심한 빈곤 속에서 철도와 같은 거대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이후 경제개발 시기에 시작된 도로교통의 확장으로 철도는 주력 교통수단으로서의 지위를 잃었다. 식민지를 거친 후 전쟁과 가난의 시기를 국민의 발이 되어 달린 세월 70년이다. 100년 독점으로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비효율적 집단이란 규정은 민영화를 밀어붙인 신자유주의 세력의 왜곡이고 낙인이었다.  
 
 
철도노조가 강성이어서 비효율이란 말도 사실과 다르다. 과거 수 십 년 철도노조는 어용노조의 대명사였다. 1988년 기관사들이 2박 3일 이어지는 장시간 노동에 항의해 파업을 했을 때 진압경찰들에게 특식 도시락을 제공한 노조였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일어나고 개헌에 대한 열망이 전국을 뒤덮었다. 이때 전두환 대통령의 호헌선언에 대해 지지 성명을 냈던 철도노조였다. 이 같은 철도노조가 현장의 노동자들에 의해 개혁된 게 2000년이다.  
 
이후 철도노조는 시민을 위한 철도,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철도를 위해 어렵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조선일보는 비정규직 외면하는 정규직 노조를 규탄하고 공격한다. 철도노조는 자회사나 비정규직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노조 가입의 문을 열어 함께 하고자 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규탄하는 정규직 이기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철도노조를 칭찬하고 응원해야 하지 않는가?  
 
배설하듯 쉽게 독점이나 강성의 낙인을 찍기엔 선로 마디마디 침목 하나하나에 수많은 철도노동자들의 땀과 시민들의 꿈이 녹아있는 소중한 철도가 한국철도다.  
 
철도해고자들은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파업에 나섰다가 해고됐다. 그 기간이 벌써 15년이다. 해고될 때 5살 이었던 아이가 20살 청년이 되었다. 꿈에서도 열차를 운전했다는 해고 노동자는 옳다고 생각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15년이란 세월을 유배당했다.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막았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었다. 조선일보는 그동안의 반노동 정책을 청산하고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그토록 배 아픈 것인가? 
 
사실관계의 심각한 왜곡도 있다. 김민철 부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영국 연수 시절 철도 개혁을 목격하고 공기업 민영화를 적극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김대중 정권은 출범 때부터 전임 김영삼 정권이 야기한 IMF 구제 금융을 극복해야하는 과제를 안았다. 당시 IMF는 지원 조건으로 기업 구조조정과 공기업 민영화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철도, 가스, 발전을 비롯한 수많은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추진되었다. 김대중 정권의 민영화 추진은 개혁도 아닐 뿐 더러 IMF의 구제 금융을 받기 위한 자구 노력이었다.  
 
또한 영국의 철도 개혁이란 영국 철도를 유럽 최악의 철도로 만든 민영화 정책이었다. 경쟁을 통해 효율화를 추진한다며 수많은 민간 철도 회사가 등장했다. 시설회사는 선로정비보다 주주들의 이익을 우선시 했다. 운영회사는 안전장치 투자에 소흘히 했다. 결국 끔찍한 참사가 연이어 일어나고 선로정비를 위한 전국적 운행 중단사태 까지 벌어졌다. 세계 2차대전 때도 다녔던 철도를 민영화가 멈춰 세웠다고 언론과 시민들은 철도 민영화 정책을 비난했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높은 요금을 받는 철도가 영국철도다. 민간 철도회사들의 요금 인상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연례행사처럼 벌어진다. 조선일보는 이런 현실을 한국철도가 가야할 개혁의 길이라 보는 것인가?   
 
심각한 문제는 또 있다. 김민철 부장은 해고자 복직은 양보해도 오영식 사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코레일과 수서고속철도(SR)의 통합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철도의 적자와 비효율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 적자와 비효율을 양산하는 현 체제를 놔두라고 한다. SR개통으로 코레일은 연간 4천억의 매출 손실을 기록하게 됐고 흑자 4년 만에 영업적자로 전환됐다. 코레일의 적자 누적은 일반철도에 대한 투자를 막아 서민들의 발인 새마을호 무궁화호나 지방 적자 노선들의 운영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선 김민철 부장은 SR출범으로 이제 막 요금 인하와 서비스 향상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수서고속철도의 요금인하는 박근혜 정권 국토부 관료들의 경쟁체제 선전용 정책적 결정이었다. 대신 한국철도 적자는 국토부의 호언장담과 무관하게 쌓이고 있다. 향상 됐다는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도 궁금하다. 가장 약자인 청소노동자들을 승강장에 도열시켜 열차에 허리 굽혀 인사시키는 것이 조선일보식 서비스 향상인가?  
 
조선 김민철 부장에게 진심으로 충고하고 싶다. 모르면 좀 가만히 계시라. 함부로 쓰는 글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주먹보다 아프고 사회는 그만큼 나빠진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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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망언’ 해설자, 트위터에 뒤늦게 사과글 올려

‘NBC 망언’ 해설자, 트위터에 뒤늦게 사과글 올려

등록 :2018-02-15 11:40수정 :2018-02-15 11:45

 

 

일 식민지배 두둔한 조슈아 쿠퍼 라모
“한국, 고유한 경험으로 특별한 발전” 
1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조슈아 쿠퍼 라모의 사과 글.
1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조슈아 쿠퍼 라모의 사과 글.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을 중계하면서 일본의 식민 지배를 두둔한 미국 NBC의 해설자 조슈아 쿠퍼 라모가 뒤늦게 SNS를 통해 사과했다.

 

라모는 1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잊어서는 안 될 한국 역사의 한 부분을 축소하거나 무례한 언급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있었던 제 발언에 불쾌감을 느꼈을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적었다. 지난 9일 NBC의 평창올림픽 개막식 중계에 아시아 전문가로 출연한 라모는 일본 선수단이 입장하자 “일본이 한국을 1901년부터 1945년까지 점유했지만 모든 한국인들은 일본이 문화·기술·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본보기였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한국 지배를 정당화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한 것이어서 파문이 일었으며 NBC는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 사과 서신을 보낸 뒤 라모를 이번 올림픽 해설진에서 제외했다. <뉴스위크> <타임> 기자 출신인 라모는 중국 베이징에서 유학했으며 현재는 컨설팅업체인 키신저 어소시에이츠의 최고경영자이며 스타벅스와 페덱스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라모는 트위터에서 “한국은 수년 간의 여행을 통해 소중한 친구와 추억이 있는, 개인적으로 깊은 인연이 있는 나라”라고 강조한 뒤 “평창올림픽은 개최국 한국이 그동안 이룬 성과와 미래에 대한 찬사다. 한국은 고유한 가치와 경험을 바탕으로 특별하고 강력하며 중요한 발전을 이뤘다”며 자신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만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라모는 “평화와 화합의 정신을 상징하는 성공적인 올림픽이 되길 바란다”며 글을 마쳤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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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해지고 있는 남북관계 발전의 전환적 국면

확실해지고 있는 남북관계 발전의 전환적 국면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2/15 [07:14]  최종편집: ⓒ 자주시보
 
 

 

▲  평창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     © 청와대

 

 

♦ 지지부진 북미대화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북한과) 무엇에 대해 이야기할지 의제를 설정하기 위해, 아마도 그 논의가 어떻게 될지에 관한 예비대화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화 의제는 아마 비핵화가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간 미국은 비핵화 의제가 아니라면 대화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여전히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예비대화'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인 것이다. 예비대화가 애매하기 짝이 없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기존 비핵화 의제 대화 고집에서 물러선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그러면서 헤더 노오트 대변인은 "펜스 부통령은 최대 압박과 (외교적) 관여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며 "최대 압박은 우리의 대북 정책에서 핵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언젠가 우리는 마주 앉아 대화를 할지 모른다. 그것은 우리가 비핵화의 지점에 도달하려 한다는 의지에 관한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그 지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못 박았다.

 

노오트 대변인은 이렇게 귀국길 펜스 부통령의 말을 풀어서 설명한 것인데 듣는 이들에게 더 헛갈리게만 하고 있다. 분명한 점은 그간 고집해온 압박만이 아니라 관여 즉, 대화도 병행하겠다는 마음을 내비친 것은 분명하다. 물론 당장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입장을 종잡을 수가 없다. 예비대화도 알고 보면 그간 북미 막후접촉에서 해오던 일이다. 그리고 그간에도 압박만이 아니라 2-3개의 비공개 경로를 통해 북과 꾸준히 대화를 해오고 있다고 틸러슨 국무장관이 직접 밝힌 바 있다. 관여정책을 안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 2018년 2월 13일 라트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석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의 북미대화 희망 사실을 공개하였다.     © 청와대

 

그런데 미국은 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말을 이렇게까지 비비꼬아가며 부통령과 같은 비중있는 인물의 입을 통해 전하는 것일까. 

답은 13일 라트비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석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 놓았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과 대화를 원하고 있다."고 라트비아 대통령에게 전한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겨우 한 달 전인 지난 1월 10일 한미정상 전화통화 직후 똑 같은 말이 모든 언론사를 도배했었다.

 

▲ 트럼프의 북과 대화 희망 보도들 

 

결국 미국은 북과 거의 미치도록 대화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대화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굳이 비핵화를 의제로 올려 북의 반발을 사서 대화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궁색한 입장을 덮기 위한 연막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핵을 완전히 보유한 나라에게 비핵화를 약속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대화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 또 그런 방식으로 대화를 하다보니 결국 북이 국가핵무력완성을 선포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트럼프는 전임대통령들의 그런 실수를 한두 번만 지적하지 않았다. 이제는 새로운 방식으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다 떠나서 대화를 통해 달성한 목표를 대화 시작의 전제로 삼는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핑퐁이야기, 날씨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점점 궁극적 목표로 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대화의 순리이다. 미국의 두뇌들이 그것을 정말 모를까!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북과 미국 어느 한 쪽에서 대화를 위한 대화, 한반도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한 대화가 아니라면 아예 관심이 없다고 단호하게 잘라버리는 쪽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북이 미국의 대화제의를 거들떠 보지도 않은 것은 미국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막후접촉에서 상호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는 북이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거의 매달 한 두 차례씩 어마무시한 수소탄과 각종 전략미사일 시험발사를 연발로 쏘아댄 걸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물리력을 과시하면서 대화하자고 했겠는가. 

 

지난해 북이 한 발만 더 나아갔더라면 괌 포위타격 나아가 미국 본토 포위타격도 단행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었다. 만약 그것이 단행되었다면 미국의 지배세력들은 악몽이 현실로 되는 장면을 목격했을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만하기에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 북 김정은 위원장은 12일 제23차 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 개막식에 참가하기 위하여 남측지역을 방문하였던 고위급대표단 성원들을 만났다. 김정은 위원장은 보고를 받고 당장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실무대책을 추진하하고 지시했다. 

 

 

♦ 심상치 않은 남북관계 발전

 

그런데 올 신년사에서 북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전향적 조치를 예고했다. 그리고 실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북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다 취해주었고 김정은 위원장을 제외한 북의 가장 높은 두 고위 간부를 남측에 특사로 보내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했다.

돌아간 김여정 특사의 보고를 받고 당장 실무적 조치를 취하라는 지시를 구체적으로 주었다고 한다.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진행하는 동안 북이 핵과 위력적인 미사일 공개발사와 같은 일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미국이 한미합동군사훈련 등으로 북을 위협하고 압박한다면 북은 주저없이 물리적 압박을 단행할 것이다. 특히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방해하고 가로막는다면 한반도 정세는 볼장 다 본 셈이다. 

하지만 미국이 그런 물리적 압박만 가하지 않는다면 북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군사적 조치를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에게 절실한 일이다.

 

그렇다고  공개적인 북미대화가 진행될 것인가. 

회의적이라고 본다.

비공개 대화는 진행되겠지만 공개적 대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실무급이나 간부급 차원에서 공개적인 북미직접대화가 진행되는 것만으로도 온 세계 언론들이 난리가 날 것이며 세계 정치지형지세는 심각한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된다. 미국은 사전 정지작업을 통해 그런 충격을 최대한 완화시킬 수 있게 준비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기에 미국의 입장에서 급격하게 추진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론 미국은 내심 북과 대화를 진척시켜 북이 더 이상의 핵무장력 공개라도 안 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헤커, 디트라니, 클래퍼 등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그런 바람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오고 있다. 어떻게든지 북의 군사적, 물리적 조치를 쉬어가게 하는 것만은 절박한 상황이다.

그래서 미국의 방송사에서 가장 많은 돈을 내 운영되고 있는 IOC에서 그렇게 여자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에 목을 맸는지도 모른다. 바흐 IOC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평창올림픽을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그 누구보다 애를 쓰고 있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미국은 남북관계라도 발전시켜서라도 어떻게든지 북의 무시무시한 핵무장력공개를 막고 싶은 것이다.

 

한편, 미국은 그 틈을 이용하여 어떻게든지 북의 핵과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으려 할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성패를 떠나 군산복합체의 생존을 위해서도 일단 방어기술 개발에 총력을 집중할 것은 자명하다. 실제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서 2019년 관련 예산을 결정하였다.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두 배나 되는 거대한 액수를 승인한 것이다. 

 

북의 입장에서도 급할 것은 없을 것이다. 

북미대결전이 치열해질수록, 미국의 제재와 압박이 도를 더해갈수록 북의 과학자 기술자들의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가속도가 붙고 북 주민들의 건설의지도 더욱 뜨거워져가고 있다. 미국이 그렇게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음에도 북의 경제는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코트라의 발표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북에서 보도된 사진을 보면 이건 하루아침 상전벽해, 천지개벽이 따로 없다.

그러니 미국의 경제제재를 북의 기술 국산화 등 저력을 더욱 높여가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 2018년 2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김여정 제1부부장 

 

대신 북은 남북관계 개선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남북관계 개선과 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전환적 국면을 만들기 위해 북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 문재인 정부의 길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지렛대로 북의 물리적 조치를 막고 한숨 쉬어가려 할 것이며 북의 미사일을 막기 위한 방어기술 개발에 목숨걸고 매달릴 것이다.

북은 북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여내는 경제발전 추진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어갈 것이다. 

북미 사이의 획기적인 대타결과 같은 일은 아직은 시기상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세를 너무 조급하게 보면 지칠 수 있으며 치명적으로 오판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남북관계를 개선할 유리한 국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그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발전이 실질적으로 남측 경제발전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경제에 치명상을 줄 수도 있다. 아파트 값이 계속 오르자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이 너무 많다. 1년 전 2.5%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지금은 거의 4%를 넘어서고 있다. 5%를 넘어선 은행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100만원 이자를 내던 사람들이 200만원을 내야 한다. 두배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만큼 소비를 줄일 것이고 내수 위축이 찾아온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게 되는데 하강국면에서 누가 집을 사려고 하겠는가. 서로 팔려는 급매물이 속출하게 되고 결국 집값이 폭락하면서 깡통아파트로 전락, 그 깡통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은행들도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미국에서 맹위를 떨친 서브프라이모기지 사태가 한국에서도 발생할 우려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 수출로 버텨온 한국경제인데 미국의 보호무역정책과 전세계적 생산과잉으로 수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핸드폰, 자동차 수출은 벌써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게 단순히 사드보복 때문일까.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쏟아내는 저가품도 문제인데 베트남, 인도 등에서도 엄청난 저가의 그럭저럭 쓸만한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차별화된 고급기술 개발, 가격경쟁력있는 수출품 개발을 한 방에 해결할 길이 북과의 경협이다. 북의 소프트웨어실력은 추종불허이다. 미국을 압도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중국 대기업 전자제품 설계에 북 두뇌들이 많이 진출해있다는 것은 이미 비밀이 아니다. 

 

미국은 자기들도 먹고 살기 힘들어 한 푼이라도 한국에서 뜯어가기 위해 온갖 덤핑판정을 내리고 FTA까지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 의존하던 시대는 갔다. 이제는 죽으나 사나 자력갱생해야 한다. 답은 남북경협이다. 

남북경협, 시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실있게 빨리 추진하여 당장 성과를 내와야 한다. 그것만이 청년실업도 구제하고 우리나라 경제를 다시한 번 세계적으로 도약시키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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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대통령님~, 이것 좀 해 주세욧!” 청와대 청원게시판은 ‘소통 놀이터’

등록 :2018-02-15 09:38수정 :2018-02-15 09:58

 

지난해 8월 청와대 누리집 국민청원 게시판 개설
2월 중순 현재 11만7000여건…하루 평균 660여건 쏟아져
눈물겨운 청원에서부터 애교 섞인 제안까지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분야 현안 의견 봇물
##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청원에 대하여 심사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26조 1항과 2항)

 

## ‘국회의원 급여 최저 시급으로 주세요’ ‘시댁 호칭 개선 촉구 성평등(아가씨, 도련님) 국민청원’ ‘청와대에서 도시락 이용해 주세요’ ‘개성공단 재개해 주세요’….(청와대 누리집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제목들)

 

 

이번 설 연휴엔, 세배 마치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국민청원’을 화제로 삼는다 해도 어색하지 않겠다. 부모도 자식들도, 며느리도 조카도, ‘꼰대’들도 ‘초딩’들도 국민의 권리 ‘청원권’을 행사하는 시대다. 그만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뜨겁다는 얘기다.

 

청와대 누리집 ‘국민소통 광장’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24시간 끊임없이, ‘나라님’에게 들이대며 직언하는 청원이 쏟아져 들어온다. ‘청원할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면서, 나라에는 ‘심사할 의무’를 제대로 지라는 국민들의 요구다. 때로는 후련하고, 때로는 안타까운, 그리고 가끔은 씁쓸하기도 한 사연들이 담겼다.

 

한 편의점 알바생은 ‘오천원과 오만원(권) 색깔 구분시켜 주세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지폐 색깔이 비슷해 5000원짜리를 받고 4만5000원을 거스름돈으로 내준 뒤 채워 넣어야 했던 경험을 적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상태로 남북이 통일을 이뤄야 유리하다는, ‘핵무기가 필요하다’ 청원, ‘동성결혼 합법화’ 청원, ‘정치인들은 국민모독죄를 만들라’는 청원도 있다.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는 ‘아베 옆자리에 소녀상을~’, ‘아베 옆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좌석을’ 요구하는 청원들이 쏟아져 눈길을 끌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해 8월19일 개설 이래, 무려 11만7000여건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2월14일 현재). 국민들이 정부를 향해 하루 평균 660여건의 청원을 쏟아낸 셈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하루 1000여건을 훌쩍 넘기는 날이 대부분일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특히 새 쟁점이 국민 관심사로 뜨거나, 공분을 자아내는 사건·사고가 생길 때 청원이 봇물을 이루면서 게시판이 달아오른다. 같은 사안의 청원이 며칠 새 수백건에 이를 때도 있다.

 

게시판에 오른 청원이 한 달간 20만명 이상의 추천을 받을 경우, 청와대는 추천 마감일로부터 한 달 안에 해당 사안에 대한 답변을 하게 된다. 2월14일 현재까지 20만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은 모두 13건이다. 이 가운데 ‘청소년보호법 폐지’ 청원과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 등 7건에 대해선 답변이 나왔고,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위원직 파면’ 청원, ‘국회의원 급여 최저 시급 책정’ 청원 등 6건은 답변 대기 중이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추천받은 청원은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이다. 무려 61만5354명의 국민이 동의했다. 가장 빨리 20만명을 돌파한 건 ‘정형식 판사 판결 특별감사’ 청원이다. 지난 2월5일 올라온 지 사흘 만에 20만명을 넘어섰고 계속 추천자가 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청원 중 추천자가 가장 많은 것은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위원직 파면’(14일 현재 35만여명) 청원이다.

 

이렇게 많은 국민의 의견·주장들이 시시각각 이 나라 정부를 향해 쏟아졌던 적이 있을까. 그것도 아무 제약 없이, 즉각적으로, 본인이 쓰고 요구하는 날것 그대로 고스란히 노출돼 다수의 국민과 실시간으로 공유된 적이 있을까. 지금 우리는 초유의 ‘국민청원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셈이다.

 

실효성 측면에서 보자면 ‘국민청원’을 통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민의 요구대로 당장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민들의 호응은 뜨겁다. 부담 없이 손쉽게 자신의 의견을 정부에 전할 수 있고, 추천인 20만명이면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을 보장받으며, 답변을 못 받더라도 여론화에 일정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청와대 누리집은 이미 국민 토론방으로 떠올랐다. 진지하게 정책 대안을 제시하거나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달라는 청원이 대부분이지만, 애교 섞인 개인 소망이나 장난기 서린 청원 글도 적지 않다. 편견과 욕설로 범벅이 된 비방글도 버젓이 올라온다.

 

청와대 누리집이 세상 돌아가는 일을 도마에 올려놓고, 지지고 볶고 싸우며 스트레스 풀고 노는, 일종의 ‘국민 소통 놀이터’로 자리잡은 셈이다. 이는 지난 정부들이 얼마나 대국민 소통에 소홀히 해왔는지, 국민들이 응답 없는 정부에 얼마나 스트레스 받고 지치고 응어리져왔는지를 드러내는 증거이기도 하다.

 

평소 정부 현안에 대해 할 말 많았거나, 뜨거운 현안이 뭔지 알고 싶은 분이라면 오늘 당장이라도 ‘국민청원’ 게시판에 들어가볼 만하다. 뒤적여보면 추천하고 싶은 청원도 많고, 눈물겨운 청원도 많고, 미소 짓게 하는 청원도 많다.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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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 올릴 때는 어떻게 써야 좀더 효과적일까. 추천 많이 받은 청원들을 살펴보니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다수가 격하게 공감할 수 있는 사안이 주목도가 높다. 요점을 간추리고 사례를 들어 설득력 있게 써야 한다. 청원 제목은 핵심을 한눈에 알 수 있게 되도록 짧게 쓴다. 비방·비속어·욕설은 쓰지 않는다.

 

한번 올린 청원은 수정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최초 청원 내용이 나중에 엉뚱하게 바뀌는 일을 막기 위한 장치다.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국민청원, 그것이 알고 싶다

 

투명성은 정부 몫이요, 궁금증은 국민 몫이다. 물으면 응답하는 게 국민 소통이다. 의견을 내면 살펴보고 상황을 설명해줘야 한다. 아픈 데 매만져주고, 가려운 데 긁어주는 것까지 포함된다. 국민청원 열풍이 불면서, 시시각각 새 청원이 쏟아지는 게시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방문자가 하루 평균 20만~30만명에 이른다. 청와대 누리집을 관장하는 정혜승 뉴미디어 비서관을 통해 ‘국민청원’과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 ‘국민청원’ 게시판을 만든 계기는?

 

세월호 참사 뒤 ‘세월호 특별법’ 입법 청원에 600만명의 국민이 참여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국민이 뜻을 모으면 정부가 관심을 갖고 응답하는 게 도리 아닌가. 응답하는 정부가 되자, 이런 고민을 담아 시작했다. 기존 여러 소통 통로가 있으나, 소셜미디어 시대인 만큼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공간을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 답변 조건을 ‘20만명 이상 추천’으로 정한 이유는?

 

게시판 운영 초기엔, 추천인 수를 정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호응을 받을지 막연했다. 그러다 “청원 답변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대통령 말씀이 있었다. 검토 끝에 20만명 이상 추천이면 ‘국민적 관심사’라고 판단했다. 미국 백악관은 추천인 10만명 이상, 핀란드는 5만명 이상이면 답변에 나선다. 처음엔 20만명이 너무 높은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반응이 이렇게 폭발적일 줄 몰랐다. 5개월 남짓 만에 20만명 넘은 청원이 벌써 12건이다. 업무가 버거울 지경이다.

 

 

△ 대통령도 게시판을 직접 챙겨 보나?

 

규칙적으로 게시판을 챙기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참모회의 때 가끔 ‘이러이러한 청원도 올라왔더라’ 하는 것으로 보아 수시로 확인하는 건 확실하다.

 

 

△ 답변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나?

 

추천이 크게 늘면, 관련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펴본다. 20만명이 넘으면 청원 마감 한 달 안에 답변을 한다. 답변은 분야별로 각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비서관, 특별보좌관 등이 맡는다. 답변자는 상황을 파악해 어떤 논의가 필요한지, 해결이 가능한지, 어떤 답변이 가능한지 검토한다. ‘권역외상센터 추가 지원’ 청원의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국종 교수를 장시간 면담한 뒤 답변에 나섰다. 답변은 누리집·블로그·페이스북·유튜브·트위터 등을 통해 공개한다. 영상을 편집해 올리기도 하지만, 사안에 따라 월~금요일에 진행하는 누리집 라이브 방송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를 통해 생방송으로 공개하기도 한다.

 

 

△ 실제 문제 해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원 내용을 즉시 해결하거나 요청을 다 들어드리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다만, 국민의 관심사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리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한지 실태를 알아보아,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진정성 있는 답을 하겠다는 취지다.

 

 

△ 매일 1000건이 훌쩍 넘는데 다 검토하나?

 

일단 올라오는 것들은 다 체크한다. 특별한 내용이 없는 것들도 많아, 요즘엔 추천인 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들 위주로 관심을 갖고 들여다본다.

 

 

△ 비방·욕설이 섞인 것들도 있던데?

 

일부 사적인 일에 대한 청원이나 일방적 비방이 섞인 내용도 있다. 그런 것들도 웬만하면 그대로 둔다는 게 원칙이다. 그런 글에는 추천이 달리지 않는다.

 

 

△ 운영 방식 개편 계획은?

 

이제 6개월도 안 됐다. 고칠 점이 드러나면 고쳐나간다. 수십, 수백건씩 올라오는 비슷한 내용의 청원을 한데 묶어 보여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특정 청원을 따로 묶어 돋보이게 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대로 두고 있다.

 

 

■국민청원

 

청원(請願)이란, 국민이 법에 따라 손해의 구제, 법률·명령·규칙의 개정 및 개폐, 공무원 파면 따위를 청구하는 일을 말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26조에 국민의 청원권이 명시돼 있다. 서양에서는 전제군주 시대에 국민 구제 방법으로 청원제도가 처음 등장했다.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이 나라에 직접 호소하는 방법으로, 우리나라엔 조선 태종 때부터 실시한 신문고(申聞鼓) 제도가 있었다.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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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채굴에 싱가포르 규모 전력 쓴다

가상화폐 채굴에 싱가포르 규모 전력 쓴다

김찬국 2018. 02. 14
조회수 896 추천수 1
 

대규모 채굴업체, 세계 53위 국가 수준의 전기 소비

중국선 석탄 화력발전소로 채굴, 미세먼지 등 원인

 

연합.JPG» 가상화폐를 지구 환경문제와 관련해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나오고 있다. 채굴 과정에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 가상화폐를 둘러싼 뜨거운 논란

 

요즘 가상화폐(이하 암호 화폐와 병용)가 세계적으로 화제이다. 특히 우리나라 20~30대가 투자수단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최근 이루어진 규제와 요동치는 시세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가상화폐의 하나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2017년 약 20배 뛰었다. 작년 초 비트코인 하나에 100만 원 수준에서 연말에는 2500만 원까지 뛰었다가 올해는 다시 폭락하여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그래도 사용할 곳이 많지 않은 비트코인 하나가 800만원이 넘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비트코인은 그 가치를 매길 현실적인 연결고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용도가 매우 한정되어 있다고 보았다(뉴욕타임스 2018.1.29).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지폐나 동전(신용화폐, 불 태환 화폐)도 옛날과 달리 금으로 가치를 보증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각국 중앙은행이 공급을 조정한다. 한화로 오천 원이나 만 원이면 소박하지만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고, 미화로 3~4불이면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그렇지 않다.1) 세계적으로 활발한 가상화폐 이용자는 290만~580만 명에 불과하고(Hileman & Rauchs, 2017), 우리나라에만 약 200만 명이나 된다는 가상화폐 투자자도 아직 일상에서 가상화폐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폴 크루그먼이 비트코인에 대해 글을 쓰면서 우려한 것처럼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은 상당히 많은 항의 메일을 받을 여지가 있다. 가상화폐를 옹호하는 분이라도 이 글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적어도 가상화폐의 가격 전망을 다루거나 그 가치를 온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방식으로 가상화폐를 채굴하면 얼마나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지 환경적 측면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 가상화폐(암호 화폐): 암호를 풀어라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공간에서 거래되는 디지털 화폐로 세계적으로는 ‘암호 화폐(cryptocurrency)’라고 주로 부른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지폐나 동전과 달리 구체적인 실체가 없고 컴퓨터에 저장된 디지털 정보로 존재한다. 은행 계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특정 금융기관의 서버에만 있는 정보가 아니라 전 세계 이용자 컴퓨터 여러 곳에 분산되어 존재한다는 점이다. 누구나 쉽게 계정을 만들 수 있고 별도 거래 비용이 없어 이용자 간의 직접 송금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특히 이 암호 화폐는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밝힐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소유권은 비밀암호를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하였는지를 증명하는 데 달려있기 때문에(PoW: Proof of Work, 작업증명 방식)2), 이 암호를 갖기 위해 수많은 컴퓨터가 온종일 복잡한 연산을 하게 된다. 

 

b1.jpg» [그림 1]아이슬란드에 있는 가상화폐 채굴장(mining farm). 가상화폐 채굴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값싼 전기와 공간, 효율적인 연산 기능이 가능한 컴퓨터 장치가 필요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대규모 작업장은 거대한 데이터센터와 비슷한 모양이다. 수많은 컴퓨터가 뜨거운 열기를 내면서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컴퓨터 장치는 가상화폐를 얻는 ‘채굴(mining)’ 작업에 사용된다. 복잡한 수학 연산을 풀어 가상화폐를 얻는 사람을 ‘채굴자(miner)’라 부르는데, 광산에서 금을 캐는 과정에 비유한 것이다.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2009년 처음 등장했으니 채 10년도 지나지 않았다.3) 비트코인은 앞으로 100년 동안 발행되는 코인 수를 2100만개로 제한하고, 2140년이 되면 통화량 증가를 멈춘다는 내부 규정이 있다. 이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비트코인 하나를 얻는 데 필요한 암호를 풀려면 더 많은 연산을 할 수밖에 없다. 즉 점점 더 연산 효율이 높은 컴퓨터 장비를 사용하거나,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 세계 최대 가상화폐 채굴장, 중국 내륙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대안 금융센터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비트코의 58%를 중국에서 채굴하고 있다(Hileman & Rauchs, 2017). 거대한 화력발전으로 생산된 저렴한 전기 공급을 쫓아 가상화폐 채굴업체가 중국 내륙의 신장 위구르와 네이멍구(내몽고) 지역에 몰려든 것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현재 비트코인 한 개를 채굴하는 데 약 3000~7000달러(약 330만~770만원)의 전기료가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니 가능하면 전기값이 싼 곳이 유리하다. 또한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격히 높아지면 다소 비싼 전기료를 지불하더라도 컴퓨터에 연산 작업을 시켜 ‘채굴’하려는 곳이 늘어나게 된다. 

 

b2.jpg» [그림 2] 세계 가상화폐(암호 화폐) 채굴 지도 (Hileman & Rauchs, 2017).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채굴에 얼마나 많은 전기가 사용되고 있을까? 2017년의 비트코인 가격 폭등으로 최근 6개월간 비트코인 에너지 소비 지수(Bitcoin Energy Consumption Index)는 2배 이상 급증하였다(그림 3). 2018년 2월 현재 수준이 유지된다면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되는 전력량은 연간 약 48TWh(테라와트시, 테라는 1조를 가리킴)로 추정되는데, 이는 연간 페루나 홍콩이 사용하는 한 국가의 전력량을 넘어서 포르투갈이나 싱가포르에 맞먹는 규모이다(그림 4). 이 중 약 75%가 중국에서 소비되는 전력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저렴한 전기요금을 좇아 가상화폐 채굴업체가 몰린 신장 위구르와 네이멍구에서 ‘채굴업체 폐쇄명령’을 내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b4.jpg» [그림 3] 최근 6개월간 비트코인 에너지 소비 지수(Bitcoin Energy Consumption Index) 추이: 2017년 8월~2018년 1월 추정치. digiconomist.net 제공.

 

b3.jpg» [그림 4] 비트코인 생산에 소비되는 연간 전력량(2018년 2월 현재 연간 48TWh 규모). 국가 단위와 비교하면 페루, 이라크, 홍콩이 사용하는 연간 전력량을 넘어 포르투갈, 우즈베키스탄, 싱가포르에 맞먹는 규모이다. digiconomist.net 제공.

 

■ 우리나라도 가상화폐 채굴을 위해 산업용 전기 몰래 사용 

 

이 글을 읽고 혹시라도 가상화폐를 채굴해볼까 생각한다면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흥미를 위해 경험 삼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가상화폐를 채굴하는데 최적화된 소위 ‘채굴기’는 가정용 컴퓨터와는 달리 효율적으로 빠른 연산을 하도록 제작된다. 예를 들어, 그래픽카드를 6개 장착한 채굴기(소비 전력 약 600W)를 24시간 내내 가동하면, 가구당 월평균 전력 소비량인 225kWh보다 많은 전력량(439kWh)을 한 달에 소비하게 된다. 누진한 가정용 전기요금을 적용하면 배보다 배꼽이 클 여지가 많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나라에서도 개인에게 채굴기 단위로 투자를 받아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업체가 생겨났다. 이와 함께 엄청나게 필요한 전기를 싸게 사용하려고 산업단지에 채굴장을 두는 사례도 늘어났다(전기신문 2018.1.17). 문제는 이들 업체가 허가받지 않은 방식으로 산업용 전기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기업체의 산업 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사실상 비싼 가정용 전기요금으로 원가 차이를 보조한다고도 볼 수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여부를 떠나 가상화폐 채굴에 산업용 전기요금이 적용되는 현상만큼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에 불과하지만,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20%를 차지하고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 사람이 2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듯이 우리가 얻는 것이 공짜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면서 가상화폐를 채굴하는데 드는 전기가 어디서 왔는지 한 번 정도만 생각해보면 어떨까? 

 

■ 중국 내륙과 우리나라 산업단지를 잇는 고리: 가상화폐와 미세먼지

 

중국 내륙의 석탄 화력발전소와 우리나라의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잇는 연결고리는 가상화폐 채굴 외에 하나 더 있다. 끊임없는 전기 공급과 이를 위한 석탄 화력발전소 운영은 미세먼지의 발생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유난히 심한 미세먼지를 경험하면서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에 큰 관심을 가졌고, '물바람숲'에서도 여러 필자가 이 주제를 다룬 바 있다.

 

●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과 동경대엔 주차장이 없다 (물바람숲 2018.02.01. 김정욱) 

● 주고받는 중국발 미세먼지 피해, 3만 죽고 4만 죽이고 (물바람숲 2017.07.10. 이동수)

● 대기기준 강화만으론 맑은 공기 못 마신다 (물바람숲 2017.09.20. 장영기)

● 낡은 석탄화력 폐쇄로 지역주민 고통 던다 (물바람숲 2017.06.13. 이수경)

● 부산, 인천에 상쾌한 바닷바람? 선박 미세먼지 심각 (물바람숲 2017.04.27. 육근형)

 

2017년 한 해 동안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된 20.5TWh의 전력량은 세계적으로 동전과 지폐를 만드는 데 연간 소모되는 에너지 11TWh나 금 채굴에 사용되는 에너지 132TWh보다 월등히 많지는 않다(참고로 구글 데이터센터가 연간 5.7TWh의 전력량을 사용한다). 하지만 전 세계 70억 인구 중 활발한 가상화폐 이용자가 겨우 290~580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채굴’ 방식으로 세계에서 통용되는 가상  화폐’를 얻는다는 것은 환경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중국 네이멍구에 있는 40MW 규모의 비트코인 채굴장은 이 지역의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생성된 전기를 사용한다. 이 채굴장이 작동하는 24시간 내내 보잉747 항공기가 400명 이상의 승객을 가득 태우고 그 위를 날고 있을 때 필요한 에너지를 쓰는 셈이다.4) 무엇보다 이 지역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저효율인 데다 미세먼지를 대량으로 발생시킨다는 점도 놓칠 수 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석탄 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결국 값싼 전력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다. 가상화폐 채굴에 산업용 전기를 사용해도 될 것인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것과 아울러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가 어디에서 왔고 생산 과정에서 어떤 환경적 영향을 끼치는지도 함께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산업용 전기를 싸게 공급하여 도달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도 다시 점검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 나가며: 가상화폐 ‘채굴’ 방식의 변화 가능성에 대하여

 

이 글은 가상화폐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환경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가상화폐를 채굴하느라 소중한 전기를 소모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종종 제기되었다(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규제 여부를 논의하느라 환경적인 측면은 충분히 살펴보지 못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 자리에 가상화폐를 옹호하는 이가 있다면, 아래와 같은 논거를 들며 가상화폐 채굴로 인한 환경 영향을 줄일 여지가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 가상화폐의 가격이 높아지고 채굴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 연산 속도가 빠른 컴퓨터 장비를 사용하게 되어 전력 소비의 증가를 상쇄하게 될 수도 있다. 

● 채굴에 사용하는 전력을 더욱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하면 환경 영향을 줄일 수 있다. 

● 가상화폐 획득 방식을 바꾼다면 지금과 같은 전력 소비가 필요 없게 된다.  

 

일부 수긍이 되는 면이 있다. 이미 비트코인과 같이 복잡한 연산을 풀어 암호를 획득하는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 방식이 아니라, 현재 소유자에게 추가로 가상화폐를 지급하는 지분증명(PoS: Proof of Stake)이나 활발히 거래할수록 보상하는 중요성 증명(PoI: Proof of Importance) 방식도 사용되고 있다. 지난달 일본 거래소에서 약 5600억 원 규모의 해킹을 당한 넴(NEM) 코인이 바로 중요성 증명(PoI) 방식으로 발행되는 것이다. 

 

하지만 고성능 채굴 장비를 이용하여 신규 채굴을 ‘독점’하는 대규모 채굴업체는 대세를 이룬 비트코인의 작업증명(PoW)이 더욱 안전한 가상화폐 획득 방식이라고 보고 있어 변화에 동의하지 않는다(Hileman & Rauchs 2017). 왜냐하면 이 방식이야말로 이미 국가 단위로 전력을 사용하는 대규모 채굴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 가상화폐는 많은 도전에 직면해있다. 그중에서 가상화폐의 채굴 과정이 미치는 환경 영향을 어떻게 줄여나갈지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 참고 문헌

 

● 허영섭 (2018). 가상화폐가 도대체 뭐길래. 대한토목학회지, 66(1), 68-69.

● 윤정일. 가상화폐 채굴과 산업용 전기료. 전기신문 2018년 1월 17일자.

● 박순찬. 채굴기 한대로 月 0.4개 생산, 하루 24시간씩 1년 돌려야 본전. 조선비즈  2018년 1월 31일자.  

● Paul Krugman. Bubble, Bubble, Fraud and Trouble. The New York Times 2018.1.29. 

● Hileman, G., & Rauchs, M. (2017). Global cryptocurrency benchmarking study. Cambridge Centre for Alternative Finance.

● 비트코인 에너지 지수 https://digiconomist.net/bitcoin-energy-consumption

 

김찬국/ 한국교원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 환경과공해연구회 운영위원

 

1) 현실적으로 가상화폐가 가장 많이 이용되는 곳은 마약, 매춘, 밀수 등 범죄와 관련된 영역으로 추정된다(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2018.1.29).

2) 가상화폐를 얻는 방법은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 외 지분증명(PoS: Proof of Stake)이나 중요성 증명(PoI: Proof of Importance) 등이 있지만, 여기서는 가장 큰 규모인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논의한다. 

3)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가 누구인지 이름대로 일본 사람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4) A Deep Dive in a Real-World Bitcoin Mine. https://digiconomist.net/deep-dive-real-world-bitcoin-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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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타마 야키토리가게 이야기>, 조선학교 지킨 이들에게 바치는 오마주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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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8/02/15 12:26
  • 수정일
    2018/02/15 12:2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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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사 최초 동포가극 제작
  • 이철주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18.02.14 14:47
  • 댓글 1
▲ 지난달 28일 사이타마예술극장에서 재일 동포가극 <사이타마 야키토리가게 이야기>가 성황리에 무대에 올랐다.[사진제공 : 김도형]

지난달 28일 사이타마예술극장에서는 북측의 가극 양식을 바탕으로 제작된 동포가극 <사이타마 야키토리가게 이야기>가 초연되었다. 북측의 혁명가극을 전습 받은 이래 민족가극을 제작한 경험이 있지만 벌써 십수 년 전 얘기고, 더욱이 중앙도 아닌 지역의 동포사회에서 자체로 창작하고 발표한 최초의 사례여서 의의가 대단히 큰 작품이었다.

제작 전부터 화제였던 작품인 만큼 동포사회의 관심은 뜨거웠다. 800여 좌석은 사전 예약이 끝난 상태였고, 입석까지 메운 1000여 명이 관람을 했다. 본 공연 외에도 지역의 요구가 강해서 관통(리허설)은 조선학교 학생들과 조청 일꾼 등의 단체관람으로 사전 공연해야 할 정도. 눈물과 박수가 이어지며 공연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사이타마조선초중급학교 응원을 겸해 진행된 이번 공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총련중앙 배익주 부의장, 김성훈 선전문화국장, 송근학 교육국장, 서충언 국제통일국장, 총련사이타마현본부 신민호 위원장, 총련도꾜도본부 조일연 위원장, 조선신보사 박구호 사장, 문예동중앙 김정수 위원장과 문예동 각 지부 위원장들, 조청중앙 김용주 위원장 등 지도급 인사들도 대거 관람을 했다.

▲ <사이타마 야키토리가게 이야기> 공연을 보기 위해 줄 서있는 관람객들.[사진제공 : 김도형]

이번 공연은 제작 과정부터 본받을 만했다. 대본부터 작사, 작곡, 연출, 지휘, 안무, 무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동포들의 순수한 창작열과 조선학교를 지켜야 한다는 강한 열망이 모여 이뤄졌다. 3년간의 준비를 거쳐 무대에 오른 가극의 출연자수는 애호가부터 전문가를 망라해 10살부터 71살까지 130여 명에 달했다. 사이타마조선초중급학교 예술소조 출신을 주축으로, 특히 출연과 연주 등에 재학생이 포함돼 의의를 더 높였다.

“사이타마에서는 2006년 문화예술 애호가의 모임인 <얼싸>를 조직해 2년에 한 번씩 공연을 개최했는데, 이번 동포가극은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실재하는 야키토리가게의 이야기를 소재로 해서 동포의 이야기를 담은 가극을 만들자는 기획이 쉽지는 않았지만, 어려운 현실 속에 있는 동포사회에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모두가 한마음으로 성사시킬 수 있었습니다.” 주홍문(63) 공연실행위원장이 밝힌 심경이다.

작품의 무대는 1990년대 후반의 사이타마현 히가시마쯔야마시(東松山市). 단골손님들로 흥성거리는 야키토리가게 ‘옹헤야’에는 사이타마초중 1학년생이 된 영희가 있다. 여주인인 봉순은 일찍 남편을 여의고 시아버지와 함께 가게를 경영하면서 어린 영희를 키우고 있다. 영희가 학교까지 통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어느 날 함께 등교하던 중학생 언니가 통학길에 치마저고리를 찢기는 사건이 발생하자 겁먹은 영희는 통학길이 무서워서 학교에 가기 싫다고 눈물을 흘린다. 그러자 동포 언니와 오빠들이 서로 영희의 통학길을 지켜주겠다고 나서고 동포사회의 관심과 애정 속에서 영희도 다시금 학교생활에 적응해 결국 무사히 졸업을 마치고 평소의 목표였던 민족학교의 교원이 된다는 줄거리다.

▲ <사이타마 야키토리가게 이야기> 공연의 한 장면.[사진제공 : 김도형]
▲ <사이타마 야키토리가게 이야기> 공연의 한 장면.[사진제공 : 김도형]

너무나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모든 드라마가 그러하듯 그 주제와 메시지가 너무나 선명해 더 공감할 수 있었다. 이는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노래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리말을 가르치고 민족혼을 지키자는 일념에 먼 통학길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을 소재로 한 ‘버스를 타고 전차를 타고’의 노래가 그러하고, ‘우리를 보시라’는 당당하게 조선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심정을 들려주고 있다.

“그 언제나 나를 보는 눈길들/ 내가 서는 자리마저 하나 없듯이/ 마음을 숨기고 발자취를 감추고/ 세상에는 저 혼자라 알아왔네/ 단 하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동무들이/ 나를 나를 이루어주고/ 두 팔 크게 벌려 여기 오라고/ 안아주는 나의 학교/ (후렴) 우리를 보시라/ 그 어디 부럼 있으려/ 마음껏 살아가는 이 행복 넘치네/ 아침 해빛이 아름답고 고은/ 그 모습만 그려 살리라.... 굽이굽이 돌아드는 이 길을 함께 가니/ 푸른 하늘이 열리여 있네/ 조선옷 입고서 얼굴 바로 들고서/ 날마다 학교가는 이 기쁨아/ 불리우는 이름을 몰랐었네/ 자란 곳이 다른 줄을 몰랐었네/ 더는 헤매지 말고 웃어보라고/ 안아주는 우리학교 ”

어려운 조건에서도 아이를 조선학교에 보내는 어른의 심정은, 학부모이기도 한 재일동포 강명숙 시인의 시에 곡을 붙여 널리 알려진 “조선의 꽃으로 너를 피우리”에서 고스란히 들려주고 있다.

“어린 딸아 언제면 네가 아는 지/ 멀리멀리 기숙사로 보내는 이 마음/ 아침마다 너의 머리 빗어주지 못해도/ 저녁마다 숙제공부 보아주지 못해도/ 내 작은 가슴에 민족의 넋을 심어/ 조선의 꽃으로 피우리 / 너를 피우리”

구성은 서장 서곡으로 시작해, 제1장 동포사회의 모임 장소인 야키토리가게와 구성원들을 소개하는 ‘오아시스’, 제2장 빨간 란도셀을 메고 등교하는 영희를 그린 ‘머나먼 통학길’, 제3장 백색테러 등이 횡횡하는 현실을 다룬 이역의 ‘칼바람’, 제4장 서로서로 통학길을 같이 하겠다며 동포애를 나눈 ‘온기’, 제5장은 조선학교 학예회를 배경으로 재일조선인 공동체를 보여준 ‘해살아래’, 그리고 영희가 성장한 20년 후를 다룬 ‘종장’으로 이뤄졌다.

“동포 어른들이 세우고 지켜준 우리학교를 지켜가겠다는 마음,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생활은 불편해도 여전히 ‘조선적’을 유지하며 통일된 한반도로 돌아가겠다는 마음, 바로 그 신념으로 캐릭터에 집중했습니다.” 주인공으로 열연한 가수 렴민화의 얘기처럼, 이 작품의 일관된 주장은 분명했다. 그것은 김정수 문예동위원장이 작시(作詩)하고 최성학이 곡을 붙인 ‘이어갈 한마음’에 그대로 녹아 있다.

“사이타마 동포동네 자랑도 많아/ 지부마다 분회마다 노래소리 울리네/ 애국일세 발자취가 곳곳마다 빛나니/ 그 마음 이어가며 한맘으로 살아가네/ 사랑하자 이어가자 다같은 마음으로/ 아 찌찌부 산발들도 감격하며 설레네.... 세월이 날과 달을 우리조국 우러러/ 손과 손을 굳게 잡아 시련을 이겨왔네/ 아이들의 밝은 미래 통일조국 앞당기리/ 그 마음 이어가며 한맘으로 살아가네/ 사랑하자 이어가자 다같은 마음으로/ 아 아라까와 강물도 감격하며 설레네”

재일에서 가극은 남다른 인연이 있다. 1973년 당시 재일중앙예술단이 평양을 방문해 북측의 각별한 배려로 남포예술극장에서 혁명가극 ‘금강산의 노래’를 전습 받았다. 같은해 6월27일 평양대극장에서 절찬리에 공연을 마치고, 그 결과 중앙예술단은 현재의 북측 유일의 국립해외예술단인 금강산가극단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 <사이타마 야키토리가게 이야기> 공연의 한 장면.[사진제공 : 김도형]
▲ <사이타마 야키토리가게 이야기> 공연의 한 장면.[사진제공 : 김도형]

1973년 7월30일부터 9월17일까지 열린 만수대예술단의 일본 순회공연에서 친견한 혁명가극 “꽃파는 처녀”에 대한 감동은, 금강산가극단의 1974년 9월 가극 “금강산의 노래”(동경 아사쿠사국제극장) 피로(개최)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후 1981년 “한길을 따라”와 서승 형제의 이야기를 다루어 크게 호평을 받은 “어머니의 소원” 제작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북측 예술을 계승 발전시켜온 재일사회는 민족학교의 정연한 체계 속에서 민족혼을 지키는 수단으로 민족예술소조 활동을 강화한 결과, 예술을 체계화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많은 훌륭한 무대예술인들과 애호가들의 인력풀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전통과 역사가 남아 오늘의 동포가극이 가능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주연배우의 등장이었다. 재일 최고의 민요가수 중 한명인 렴민화의 열창은 탄탄한 성악적 기초와 진솔한 연기로 객석을 압도했고, 자신의 삶을 투영한 어머니의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관객과 교감을 이뤘다.

등장 그 자체로도 가슴 뭉클했던 것은 금강산가극단을 퇴단한 황기렬 공훈배우의 오랜만의 출연이었다. 1970년 학생경연대회 독창부문 1위로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낸 황기렬 배우는 피바다가극단의 신원철 선생과 평양음악무용대학의 김영철, 장명숙 교수에게 사사를 받아 바리톤 성악가로 이름을 날렸을 뿐 아니라 1983년 가극 ‘어머니의 소원’에서 주인공을 맡아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노래와 연기 외에도 호남형의 잘생긴 외모로 북측의 예술영화에도 다수 출연해 인기가 높았다. 1995년 1월 가수생활 20주년을 기념한 황기열리사이틀 “조선가요의 저녁”을 개최하기도 했다.

한편 이 가극의 실재 모델이 된 야키토리가게의 배정희 여사도 공연장을 찾았다. “나는 초급부 2학년부터 사이타마조선초중급학교에 다녔고 조선대학교까지 졸업했다. 조선에서 건너온 아버지는 매대(屋台)부터 시작해서 야키토리가게 하나로 나를 키웠다. 아버지는 일찍 가셨지만 나도 아이도 손자들도 모두 야키토리가게에서 자라났다. 그리고 3대에 걸쳐 히가시마쯔야마에서 1시간 반 넘게 걸리는 우리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 <사이타마 야키토리가게 이야기> 공연 음악연주 장면.[사진제공 : 김도형]
▲ <사이타마 야키토리가게 이야기> 공연의 한 장면.[사진제공 : 김도형]

재일 1세들의 일본 생활은 차별과 혐한의 험지에서의 고전분투이자 생존의 처절한 기록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상징하는 게 바로 ‘호루몬’과 ‘야키토리’이다. 오사카에서 발달한 ‘호루몬’ 즉 곱창은 일본인이 버리던 내장이었고, 이 가극에 등장하는 야키도리는 사실 닭꼬치가 아니라 돼지머리 꼬치로 역시 일본인이 회피하던 부위였다. 그럼에도 동포들은 자존심을 굽히지 않아 ‘야키돈’이 아니라 ‘야키토리’라 굳이 명명하며 가게를 열렸고, 예의 그 강한 생명력으로 민족학교를 기반으로 재일조선인 대가족을 일궈 민족교육과 민족예술을 지켜온 것이다. 바로 그 7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이 가극에 담아, “나는 조선사람이다”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래서 사이타마동포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야키토리가게 이야기>는 민족교육과 조선학교를 지켜온 모든 재일조선인들에게 바치는 ‘오마주’인 것이다.

이철주 편집기획위원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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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중형’ 미끼로 ‘이재용의 삼성’ 앞에 또 무릎 꿇은 사법부

강경훈 기자 qa@vop.co.kr
발행 2018-02-13 19:26:06
수정 2018-02-13 19: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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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0년형,  벌금 180억 원을 선고 받은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0년형, 벌금 180억 원을 선고 받은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민중의소리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에 이어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도 ‘이재용의 삼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수백억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선고 공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관련한 제3자 뇌물죄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이 부회장의 뇌물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같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가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은 정형식 부장판사가 오히려 측은해 보인다. 그 이유는 당시 판결의 초점은 오로지 이 부회장에 맞춰져 있었던 반면 이번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말 그대로 최순실의 ‘형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 모두 똑같은 ‘삼성 봐주기’ 판결이지만, 이번 재판부의 경우 최순실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이라는 중형을 선고함에 따라 이 부회장에 면죄부를 준 부분은 자연스럽게 희석됐다.

요약하면 서울중앙지법 김세윤 부장판사는 최순실 중형에 기대어 ‘이재용의 삼성’에 다소 편하게 면죄부를 준 셈이다.

 

‘이재용의 삼성’ 지켜주려 재판부가 내세운 해괴한 논리

삼성 면죄부 판단의 과정을 살펴보자.

우선 최씨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와 달리 두 사람의 핵심 혐의들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는 오로지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들을 압박해 거액의 재단(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내도록 했다는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는 근거로만 이용하는 데 그쳤다.

같은 자료의 증거능력에 대한 두 재판부의 상반된 입장은 각각 이 부회장과 최씨의 주요 혐의에 대한 판단 근거가 됐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배척해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고, 최씨의 1심 재판부는 같은 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결국 두 재판부는 ‘이재용 집행유예’, ‘최순실 중형’이라는 각각의 정해진 결론을 도출해내고자 핵심 자료의 증거능력을 매우 주관적으로 판단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두 재판에서의 핵심 쟁점은 이 부회장과 최씨가 주고받았다는 수백억원과 관련한 제3자 뇌물혐의 성립 여부였다. 결과적으로 두 재판부 모두 이 혐의를 일괄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두 사람의 뇌물 범죄 액수는 크게 줄었다.

법리상 제3자 뇌물 혐의가 인정되려면 ‘부정한 청탁’이 존재했어야 했다. 이 사건에서 ‘부정한 청탁’의 존재가 인정되려면 이 부회장이 부친인 이건희 회장에 이어 삼성 지배력을 세습하기 위한 ‘승계작업’이라는 청탁의 배경도 입증돼야 했다.

특검은 ‘부정한 청탁’의 배경인 ‘승계작업’의 개별 현안으로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 ▲삼성SDS 및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시장 상장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삼성테크윈 등 4개 비핵심 계열사 매각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등을, 포괄적 현안으로는 ‘이 부회장이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해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들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두 재판부는 이 현안들을 ‘승계작업’의 일환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개별 현안들을 두고,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현안들의 진행 과정에 따른 결과를 놓고 평가할 때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에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지, 이런 사정만 갖고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순실 재판부도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개별 현안들의 진행 자체가 ‘승계작업’을 위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비슷한 논리를 내세웠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건넨 뇌물의 결과물로 ‘그룹 지배력 확보’라는 이 부회장의 현실적 이익이 있음을 명백히 인지한 상태에서, 형식적인 법리로 이를 무시해버린 것이다.

온 국민이 알고 있고 특검도 한국사회의 고질적 ‘정경유착’ 현상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던 재벌 세습을 위한 ‘승계작업’이 포괄적이고 복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현실’ 자체를 사법부만 눈 감고 있는 꼴이다.

이 두 재판을 거치면서 이 부회장과 삼성은 뇌물죄 피고인에서 부정한 정치권력의 직권남용·강요의 피해자로 둔갑될 수 있었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으로서는 정유라 승마 지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두 사람(박근혜·최순실)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해 수동적으로 뇌물공여로 나아간 것”이라고 했고, 최순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와의 오랜 사적 친분을 바탕으로 권력을 이용해 뇌물을 수수하고 기업들을 강요했다”고 친절히 두 사람의 처지를 규정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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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사표’와 ‘졸혼’ 선언하고 새로운 삶 찾아나선 김영주씨

시월드를 퇴사하다, 며느리 사표

등록 :2018-02-14 09:00수정 :2018-02-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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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결혼 뒤 24년을 며느리·엄마·아내로 그림자처럼 살다 
그의 사표로 서로에게 마이너스였던 가족은 어떻게 변했을까
며느리가 됐다. 어머어마한 ‘시월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부모, 시아주버니 등 새로운 가족이 생겼고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늘어났다. 명절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를 뼈저리게 체험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시간이 됐다.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부엌데기가 됐다. 남편의 반대편, 항상 일하는 자리에 있었다.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묵묵히 나를 지워야 하는 순간이 많았다.

 

24년 동안 며느리로 살아온 김영주씨는 추석을 앞두고 시부모님에게 ‘며느리 사표’를 냈다. 김씨는 며느리를 그만두고 김영주라는 온전한 ‘나’로 살기로 결심했다. 김씨가 시월드를 향해 던진 사표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시월드를 퇴사한 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며느리 김영주’가 아닌 ‘김영주’의 목소리로 전하는 ‘나의 이야기’를 전한다.

 

 

김씨의 며느리가 되는 2030세대 여성들의 삶은 어떨까. 웹툰 <며느라기>의 민사린, 다큐멘터리영화 《B급 며느리》의 김진영씨를 통해 ‘이 시대 며느리’의 모습을 분석했다. 제사 없애기 등 명절 문화를 바꾸는 남편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_편집자

 

 

“맏며느리 역할 그만하겠습니다.” 53살 김영주씨가 ‘며느리 사표’를 냈다. 김진수 기자
“맏며느리 역할 그만하겠습니다.” 53살 김영주씨가 ‘며느리 사표’를 냈다. 김진수 기자

 

‘사표’.

 

 

김영주(53)씨는 ‘사표’라는 두 글자를 흰 봉투 겉면에 썼다. 2013년 추석 이틀 전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사표를 들고 그가 향한 곳은 회사가 아닌 시댁이었다. 김영주씨는 시댁 초인종을 누르고, 당황스러워하는 시부모님께 ‘며느리 사표’를 전했다.

 

 

“맏며느리 역할을 그만두겠습니다.”

 

 

단단한 결심이었지만, 목소리도 손도 흔들렸다. 김씨는 인생의 첫 24년을 어머니의 착한 딸로 살았고 이후 24년을 며느리, 엄마, 아내로 살았다.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그는 더 이상 내 뜻과 관계없이 강요된 역할로 살고 싶지 않았다. 며느리 사표는 그가 김영주라는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누군 며느리 하고 싶어서 하니?”

 

김영주씨는 며느리 사표를 내고 자아를 되찾는 과정을 그린 책 를 펴냈다. 김진수 기자
김영주씨는 며느리 사표를 내고 자아를 되찾는 과정을 그린 책 를 펴냈다. 김진수 기자

 

물론 쉬운 결심은 아니었다. “누군 ‘며느리’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니?” 김영주씨의 친한 언니는 느닷없이 화를 냈고, 남편의 친구는 “그런 여자와는 이혼하라”고 조언했다. 친정엄마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니가 그라믄 안 된다. 시부모님께 미안해서 어떡하면 좋노…. 내가 사위 낯을 으찌 보노.” 친정엄마는 ‘사표를 거두라’고 읍소했다. 사람들은 사표, 그것도 며느리 사표를 위험한 것으로 여겼다.

 

 

김씨를 지난 1월18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사표를 낸 뒤 5년 동안 그와 가족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김씨는 사표를 낸 것이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결정이 아니었다”고 했다. 가족관계에 파묻힌 자신을 찾아내려고 거쳐온 무수한 고민과 행동 끝에 내린 결단이었다.

 

 

김씨는 24살이던 1989년 10월21일 결혼했다. 1988년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는 1년9개월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남편을 만났다. “이야기가 너무 잘 통했어요. ‘아, 이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결혼을 결심했죠.”

 

 

친정엄마는 딸을 말렸다. 시아버지는 9남매 중 장남이었고, 남편은 3형제 중 장남이었다. 결혼 이야기가 오가자 시부모님은 결혼하면 며느리가 당연히 시댁에서 함께 사는 걸로 생각했다. 직장도 ‘당연히’ 그만두는 것으로 돼 있었다. 시댁 바로 옆엔 시조부모님 집이 있었다. 사실상 삼대가 같이 사는 집안의 맏며느리가 되는 결혼이었다. “따로 살고 싶다. 무섭고 두렵다”는 말에 남편은 “내가 있는데 뭐가 문제야”라고 했다. “그땐 그 말이 믿음직스러웠어요. 내가 너무 무지하고, 순진했던 거죠.”

 

 

결혼과 함께 연인의 말에 다정하게 귀 기울이던 믿음직스러운 ‘남자’는 사라져버렸다. 김씨에게 남은 건 ‘어마어마한 시월드’와 동반자의 부재로 인한 ‘공허함’뿐이었다. “시댁이 있던 마을은 두 성씨가 모여 사는 집성촌이에요. 길 가다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이 ‘집안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었죠. 결혼하고 두 달 뒤 시할머니 생신이었는데 아침 6시부터 잔칫집 인원이 몰아쳤어요.” 이방 저방으로 불려다니며 인사하고, 다시 부엌으로 와 음식을 차리고, 술안주를 날랐다. 수십 차례 이층집을 휘젓고 다니느라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했지만, 그가 밥을 먹는지 아는 사람도, 챙기는 사람도 없었다.

 

 

김씨를 가장 당혹스럽게 한 것은 ‘노동’에서 남편은 철저하게 빠져 있다는 점이었다. 제사나 명절 차례는 물론이고, 일상적인 모든 가사노동에서 남편은 제외됐다. 남편이 설거지라도 하려 하면 시어머니는 “네가 있으면 방해된다”며 부엌 밖으로 내몰았다. 결혼 전 모든 가사노동·돌봄노동에서 배제돼 있던 남편은, 결국 결혼 뒤에도 한 사람의 독립된 성인으로 살기 위해선 꼭 익혀야 하는 노동을 해볼 기회를 놓치고 만다.

 

 

남편과 아이는 손님, 난 집사

 

 

김씨가 분가에 성공한 것은 결혼한 지 8년 뒤인 1997년이었다. 주말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시댁을 찾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허락받은 분가였다. 김씨가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에 가는 동안, 남편은 혼자만의 여가를 즐겼다. 남편은 결혼 일주일 만에 조기축구회에 가입해 일요일이면 축구를 비롯한 각종 활동으로 바빴다. 분가 뒤에도 남편은 변하지 않았다. 김씨는 “결혼해 23년 동안 살며 우리 가족이 집주인인 적은 없었다. 남편과 두 아이는 ‘손님’이고, 나는 집을 돌보는 ‘집사’였다”고 말했다.

 

 

육아는 당연히 김씨 혼자의 일이었다. 김씨는 큰아이가 3살 되던 1995년 ‘부모 역할 훈련’(P.E.T)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어 2004년 지역사회교육협의회에서 부모교육 강사를 시작했고, 2005년에는 대학원에 입학해 청소년복지학을 공부했다. 유능한 부모교육 강사가 되고 싶어 시작한 공부였다. 시아버지는 그런 김씨에게 “아이들 공부시켜야지, 네가 공부를 하면 어떡하냐”고 꾸중했다.

 

 

김씨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직장을 그만뒀고, 시부모님과 시조부모님을 모시는 결혼생활을 받아들였다. 1965년생인 김씨 또래의 여성들에게 이는 보편적인 삶이었다. 이재경 전 이화여대 교수(여성학)는 자신의 논문 ‘여성의 경험을 통해 본 한국가족의 근대적 변형’에서 1960년대에 출생한 기혼여성 24명(전체 연구 대상은 당시 40∼50대를 포함한 28명)을 심층 면접해 1990년대 한국인들의 가족 의식을 분석했다. 1960년대생은 1980∼90년대 이뤄진 민주화와 그 무렵 새롭게 대두된 성평등 문화를 경험한 첫 세대였지만, ‘남편은 밖에서 돈을 벌어오고, 여성은 집에서 가정을 돌보는’ 전통적인 성역할 구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 마지막 세대기도 했다. 이 세대의 여성들은 전업주부와 취업주부를 막론하고 ‘바람직한 아내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살림 잘하는 것”(전업주부)이라거나 “남편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교사)이라 답한다.

 

 

‘∼해야 한다’ 강요하는 가부장제

 

명절 음식 준비를 도맡아 해야 하는 며느리들은 극심한 ‘명절증후군’을 앓는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명절 음식 준비를 도맡아 해야 하는 며느리들은 극심한 ‘명절증후군’을 앓는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전통적인 가족관과 성역할을 질문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으로 체화한 이들이 부모가 되고, 이들의 자식인 1980∼90년대생이 결혼해 가족을 이루면서 ‘며느리’의 고민은 반복된다. 가족 갈등은 심화됐고 ‘명절증후군’은 보편적 질병이 됐다. 이 지루한 쳇바퀴를 어떻게 멈출까. 김영주씨는 ‘내가 있는데 뭐가 문제야’라는 남편의 말을 믿은 “무지하고 순진했던” 자신의 맨얼굴을 직시하는 것에서 변화를 모색했다.

 

 

김씨는 결혼과 동시에 서울 신촌에 있던 문화 공간 ‘또하나의문화’에서 하는 강의와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며 ‘여성학’과 ‘여성주의’를 만났다. “또하나의문화에서 나온 무크지 6호 <주부, 그 막힘과 트임>을 단숨에 읽었어요. 조한혜정 전 연세대 교수, 여성학자 박혜란 등에게 강의를 듣기도 했죠. 그땐 여성주의와 제 일상을 연결하진 못했어요.” 그러나 김씨는 점차 ‘왜 여성들은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진한가’ 자문하기 시작했다. “가부장제는 여성들에게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요해요. 이를테면 ‘여자는 순수해야 한다’ ‘인내하며 헌신적이어야 한다’ ‘목소리가 크면 안 된다’ ‘예의 바르고 상냥해야 한다’ ‘순종적이어야 한다’ 등등. 저 역시 이런 목소리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살았죠. 이런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자신을 고통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것 같아요.”

 

 

김영주씨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여성이 남편 집으로 들어가는 형태의 결혼제도를 꼽는다. “결혼과 동시에 제가 힘을 잃은 이유는 시부모님 집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결혼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남편은 결혼하며 경제력, 집, 부모, 동네 등 자신의 백그라운드를 하나도 버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는 모든 것을 버리고 몸만 남(편의) 집으로 들어간 거죠.” 어찌 보면, 명절 때 며느리들이 힘을 잃고 시댁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는 ‘부엌데기’가 되는 것도 같은 이치라 할 수 있다.

 

 

2016년 남편과 ‘졸혼’하다

 

 

‘고통의 바다’를 직시하고, 분가와 공부 등으로 자신의 힘을 키워가면서 김씨는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남편이 가사노동의 극히 일부인 설거지를 분담하는 데 5년이 걸렸다. 다음 목표는 주말 휴식이었다. 가족 모두는 주말에 쉬고, 모두 “집이 가장 좋은 공간”이라 말하는데, 김씨에겐 “집이 가장 힘든” 공간이었다. 이를 바꾸기 위해 김씨는 “나도 주말엔 쉬겠다”고 선언했다. 남편은 “그럼, 밥은 누가 하냐”는 질문만 되풀이했다. 다시 남편을 설득해 주말 휴식을 쟁취해내는 데 4년이 걸렸다.

 

김씨가 며느리 사표라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기반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경제적 독립이다. 김씨는 부모교육 강사 등으로 활동했지만, 자신을 위해 돈을 모으지 않았다. 그러다 독립하기 위한 생활비를 계산해보고, 강의료 등을 모아 6년 동안 2천만원을 저축했다. 김씨는 “이 2천만원이 혼자 힘으로는 살 수 없다는 아이 같은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줬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자신만의 공간을 얻은 것이다. 김씨는 어느 날 한 달에 16만원짜리 고시원을 얻어 글을 쓴다는 작가의 인터뷰를 봤다. “기사를 읽자마자 ‘나도 내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도리스 레싱의 소설 <19호실로 가다>의 여주인공처럼 김씨는 한 달 월세 30만원짜리 원룸을 얻었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자기만의 방’이었다. ‘자기만의 방’에서 김씨는 많은 힘을 얻었다.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데, 공간에는 그곳만의 에너지가 있어요. 나만의 공간을 가진 뒤 알게 됐어요. 이 공간이 며느리, 아내가 아니라 김영주 개인에게 집중할 에너지를 준다는 것을.”

 

 

며느리 사표를 낸 뒤 김영주씨와 가족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김씨가 “며느리 역할을 그만두겠습니다”라고 선언했을 때, 시부모님은 긴 침묵 속에 놀란 표정이었지만 곧 현실을 받아들였다. “네가 많이 힘들었구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아무 때든 네가 편안히 오고 싶은 마음이 들면 그때 와라.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안 와도 괜찮다.”

 

 

사표를 쓰고 1년이 흐른 뒤 김씨는 처음 집 밖에서 하는 가족 정기모임에 참석했다. “이혼을 한 것은 아니어서 가족관계는 유지하고 있었어요. 누군가의 시중을 들거나 잡일을 하면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며느리’를 그만둔 것일 뿐이니까. 생각보다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모두 개인으로 만날 수 있는 수평의 관계가 된 느낌이었죠.” 김씨가 사라진 1년 동안 가족들은 많이 바뀌었다. 시아버지는 제사와 명절 의식을 간소화했고, 시할아버지·시할머니 제사를 하나로 합쳤다. 또 명절 때 집에서 차례를 지내는 대신 성묘를 갔다.

 

 

김씨는 며느리 사표에 이어 또 하나의 실험에 들어갔다. 2016년 11월부터 남편과 집을 공유하지 않고 각자의 공간에서 사는 (잠정적) ‘졸혼’을 감행한 것이다. 졸혼 기간에 부부는 각각의 공간에서 지내다 토요일에만 함께 시간을 보냈다(이 생활은 김영주씨가 2017년 9월 무릎 수술을 하면서 중단됐다).

 

 

김영주씨는 졸혼 기간에 지난 20여 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며 느낀 것을 글로 써 2018년 2월 <며느리 사표>(사이행성)라는 책을 냈다. 그가 책에서 강조한 것은 건강한 관계의 기본은 “각자가 일인분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이었다. 모든 사람이 심리적, 경제적, 물리적으로 자신의 삶에 책임질 수 있어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성숙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스스로 돌보자 풍요로워진 관계

 

 

김씨는 현재 꿈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꿈 심리강사 ‘로바’로 활동하며 ‘가족꿈심리작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심리 공부를 하던 2007년에 꿈 작업 워크숍 수업을 들었고, 꿈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냈다. 김씨의 다른 이름 ‘로바’는 서양 민담의 여신 이름이다. 로바는 강으로 산으로 다니면서 늑대 뼈를 모아 형체를 만든다. 로바가 노래를 부르면 뼈에 살이 붙고, 피가 돌고, 털이 나고, 생기가 돌고, 숨을 쉬고, 눈을 번쩍 뜨고, 뛰어가다 결국 여자로 변한다. “로바는 여성의 몸속에 있는 ‘늑대 같은 야성’을 살려내는 여신이에요. 저는 자신에게 질문하고, 며느리 사표를 내고, 주부 휴식년을 선언하고, 졸혼을 선언하면서 잃어버린 나를 찾았어요. 나를 살리고, 내 딸을 살리고, 주변의 많은 여성을 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제 이야기를 글로 쓴 거죠.”

 

 

김씨의 남편은 어떻게 됐을까. 10개월의 졸혼 동안 남편은 비로소 진짜 ‘집주인’이 됐다. “남편은 전에도 설거지를 ‘내 일’이라 여기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아내가 없으니 자신이 집주인이 될 수밖에요. 이제는 집에 먼지가 쌓였는지 볼 줄 아는 사람이 됐어요.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빨래를 하고, 스스로 밥을 지어 먹죠. 혼자서는 라면도 못 끓이고, 달걀도 못 부치던 사람이 변한 거예요. 함께 있을 때는 마이너스였던 관계가 스스로 자신을 온전하게 돌볼 수 있게 되자 풍요로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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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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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련희 씨를 이렇게까지 북 동포들과 격리시켜야만 하는가

김련희 씨를 이렇게까지 북 동포들과 격리시켜야만 하는가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2/14 [05:4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북 예술단을 환송하기 위해 대구에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까지 불원천리 찾아온 김련희 씨     ©  사진: 이재훈, 설명글: 이창기

 

▲ 북 예술단원들에게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하는 김련희 씨 옆 모습     ©  사진: 이재훈, 설명글: 이창기

 

▲ 북 예술단원에게 손을 흔들며 반가운 인사를 전하는 김련희 씨 뒷모습, 흰 털모자 옷을 입은 사람이 김련희 씨이다.     ©  사진: 이재훈, 설명글: 이창기

 

김련희 북녘 동포가 12일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공연을 마치고 북으로 돌아가는 북 예술단원들을 환송하는 애틋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이재훈가 본지에 보내왔다. 

 

12일 본지 박한균 기자가 보도한 바 있듯(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7960) 사진을 보니 김련희 씨는 예술단이 버스에서 내리는 바로 앞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김련희 씨가 도라산에까지 나타날 줄은 공안당국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북 예술단원들이 김련희 씨를 못 알아보았는데 "평양시민 김련희입니다."라고 외치자 금방 알아보고 기쁘게 응대했다고 한다. 

 

▲ 김련희 씨를 바로 제압하는 정부 관계자     ©  사진: 이재훈, 설명글: 이창기

 

▲ 정부 관계자들이 떼로 몰려와 몰지각스럽게 김련희씨를 구석으로 끌고 가고 있다. 끌려가는 김련희 씨의  충혈된 눈에는 피눈물이 맺혔다.     ©  사진: 이재훈, 설명글: 이창기

 

▲ 끌려가는 김련희 씨를 보면서 북 예술단원들은 "김련희 씨를 어서 북으로 돌려보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안타까워 했다고 한다.     ©  사진: 이재훈, 설명글: 이창기

 

▲ 김련희 씨가 멀리 끌려간 후 걱정스런 눈빛으로 그 쪽을 보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북 예술단원들     ©  사진: 이재훈, 설명글: 이창기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도라산 출입관리소 경비원이 김련희 씨를 완력으로 제압하기 시작했고 이어 달려온 정부관계자들이 거칠게 김련희 씨를 예술단원들로부터 떼어내기 시작했다.  

 

김련희 씨는 “내 부모 형제가 있는 집에 나를 빨리 보내줘”라고 외쳤으며, 북 예술단원은 약간 격앙된 표정으로 "김련희씨가 북으로 가고 싶다는데 보내줘야 하는거 아닙니까"라고 항의하였다고 한다.

 

사진을 보니 조금이라도 북 응원단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결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여러 명이 거의 떠 매다시피 끌어내는 바람에 결국 김련희 씨는 고향의 이웃 처녀들 손도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멀리 끌려나왔다.

 

사진에서는 여러 명이 달려들어 구석에 김련희 씨를 꽁꽁 얽어매놓고 그 앞에서 한 요원은 웃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김련희 씨의 등장에 기가 막혀 나온 헛웃음이라고 볼 수는 없는 미소였다. 

 

▲ 김련희 씨를 구석으로 끌어다 놓고 웃음짓는 정부관계자. 도대체 저 상황에서 어떻게 저런 웃음이 나올 수 있는지 의아하다.     ©  사진: 이재훈, 설명글: 이창기

 

정권도 바뀌었는데 정말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가.

북녘 예술단원들과 잠시 인사라도 나누고 얼싸 안아 보게 해주면 지진이라도 일어나는가,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는가. 그렇다고 김련희 씨가 예술단과 함께 버스에 탈 리는 없지 않는가. 

얼마나 고향이 그리웠으면, 얼마나 부모형제와 딸자식이 보고 싶었으면 대구에서 불원천리 이 머나먼 도라산출입사무소까지 한 달음에 달려왔겠는가.

 

김련희 씨의 심장에도 부모형제를 그렇게나 그리워하고,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을 간절히 보고 싶어하는 뜨거운 사람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 심정을 어쩌면 그렇게나 몰라줄 수 있는가.

이러고도 남녘이 사람을 위한 나라라고 볼 수 있는가.

사람이 먼저, 사람중심 정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아직 바뀌지 않은 것 같다. 깊이 생각해 볼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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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사업 '1조원 손실' 흔적 지우려다 딱 걸린 수공

[주장] 한국수자원공사 기록파기 불법행위 '심각'... 1월 사이 기록물 16톤 이미 파기됐다

18.02.14 10:33l최종 업데이트 18.02.14 10:33l

 

 18일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 관련 문서를 대량으로 파기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국가기록원은 파기예정 문서가 실려 있는 트럭을 봉인하고, 19일 한국수자원공사에 가서 사실 확인을 하기로 했다. 사진은 국가기록원 직원과 한국수자원공사 직원, 더민주대전시당 관계자, 문서파기업체 직원 등이 트럭 봉인과 문서확인작업에 대해 상의하고 있는 모습.
▲  지난 1월 8일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 관련 문서를 대량으로 파기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은 뒤, 국가기록원은 파기예정 문서가 실려 있는 트럭을 봉인했다. 사진은 국가기록원 직원과 한국수자원공사 직원, 더민주대전시당 관계자, 문서파기업체 직원 등이 트럭 봉인과 문서확인작업에 대해 상의하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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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수공)의 공공기록물 불법무단 파기 실태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 사업으로 1조 원 손실이 예상된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기록물 파기 대상에 포함돼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의 기록물 파기와 관련해 현장을 점검한 결과, 법에서 규정돼 있는 기록물평가심의회를 거치지 않은 채 원본기록물을 파기하거나 파기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번이 첫 사례가 아니다. 지난 1월 9일 국가기록원 실태 점검 당시 한국수자원공사 해외사업본부의 공공기록물 무단 파기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16년 12월 과천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종이 서류 등을 폐지업체를 통해 처리했는데 당시 폐기 목록을 남기지 않아 기록물 무단 파기 의혹이 일었던 적이 있다. 이 점검 결과는 국가기록원이 국무회의까지 보고했던 중요한 사안이었다. 이런 지적이 있었음에도 그동안 계속된 무단 파기를 시도한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의도적으로 파기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여러 정황상 이 사안의 해결은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법상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보도록 하자. 

기록물 16톤 파기... 개인 PC에 기록물 보관하기도
 

 지난 12일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한국수자원공사 기록물 원본. 이미지 속 문서는 '경인 아라뱃길 사업 국고지원'이다. 왼쪽 문서 좌측 상단에 '대외주의'라고 적혀 있다. 또한 우측 문서에는 "국고지원을 전제해도 1조원 이상 손실 발생'이라고 쓰여 있다.
▲  지난 12일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한국수자원공사 기록물 원본. 이미지 속 문서는 '경인 아라뱃길 사업 국고지원'이다. 왼쪽 문서 좌측 상단에 '대외주의'라고 적혀 있다. 또한 우측 문서에는 "국고지원을 전제해도 1조원 이상 손실 발생'이라고 쓰여 있다.
ⓒ 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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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6일 오후 인천 서구 시천동 '경인아라뱃길' 중앙전망대에서 열린 경인 아라뱃길사업 현장보고회에 참석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은 2009년 5월 6일 오후 인천 서구 시천동 '경인아라뱃길' 중앙전망대에서 열린 경인 아라뱃길사업 현장보고회에 참석한 모습.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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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국가기록원이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수공은 이번 점검 대상 407건 중 302건의 원본기록물 파일을 개인 컴퓨터(PC)에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국수자원공사가 공식적인 시스템에서 기록을 생산 및 등록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게 관례화돼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개인 PC에서 기록 생산이 일상화돼 있으면, 기록물을 선별적으로 등록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요기록물로 등록해야 하는데, 파기를 시도한 기록들도 다수 발견됐다. 이번에 파기를 시도하다 발견된 문건은 '소수력발전소 특별점검 조치결과 제출' '해수담수화 타당성조사 및 중장기 개발계획 수립' '4대강 생태하천조성사업 우선 시행방안 검토요청' 등 수자원공사에서도 매우 민감하고 엄중한 자료들이다. 

특히 1월 9일부터 1월 18일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기록물 반출 및 파기가 반복적으로 이뤄졌고, 1차~4차에 걸쳐 16톤 분량의 기록물 등이 폐기목록, 심의절차 없이 이미 파기된 것으로 밝혀졌다. 

향후 검찰 수사 및 감사원 감사 등에서 16톤 분량 기록의 업무담당자, 파기업체 대표 조사를 통해 어떤 유형의 기록이 파기됐는지 집중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 

'기록물 심의과정' 생략 가능성 크다
 

 지난 12일 국가기록원이 한국수자원공사 기록물 파기 건을 현장점검 한 뒤 발표한 기록물 원본. 이 문서는 '4대강 생태하천조성사업 우선 시행방안 검토요청'으로 수기 결재까지 돼 있는 '업무연락' 기록물이다. 이 기록물도 파기 대상에 포함됐다.
▲  지난 12일 국가기록원이 한국수자원공사 기록물 파기 건을 현장점검 한 뒤 발표한 기록물 원본. 이 문서는 '4대강 생태하천조성사업 우선 시행방안 검토요청'으로 수기 결재까지 돼 있는 '업무연락' 기록물이다. 이 기록물도 파기 대상에 포함됐다.
ⓒ 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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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한국수자원공사 기록물평가심의회가 제대로 구성 및 운영됐는지 조사해야 한다. 대부분 공공기관은 기록물평가심의회를 구성해 기록물을 폐기할 때 외부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필자도 일부 지방자치단체 기록물평가심의회에 참석해 폐기 목록을 검토한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엑셀로 구성된 폐기 대상 기록목록을 분석한 후, 보존연한 책정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한다.

보존연한은 1년, 3년, 5년, 10년, 30년, 준영구, 영구 보존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폐기 대상은 30년 이하 기록들이다. 보존연한이 도래했지만 내용의 중요성이 의심되는 기록들은 실물로 확인해서 보존연한을 늘리거나 중요기록으로 보존할지 결정한다. 하지만 한국수자원공사의 경우 공공기록들을 개인 PC에 보존하고 있어 이런 과정을 생략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수자원공사, '마비'된 기록물관리 시스템 
 

 1월 19일 국가기록원이 한국수자원공사에서 '4대강 문서 고의 파기 의혹'과 관련, 민간 업체에게 파기 의뢰된 문서들 중 국가기록물을 확인하고 있다.
▲  1월 19일 국가기록원이 한국수자원공사에서 '4대강 문서 고의 파기 의혹'과 관련, 민간 업체에게 파기 의뢰된 문서들 중 국가기록물을 확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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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현 한국수자원공사 기록물관리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수자원공사 각 부서에서 기록물을 생산·등록·분류·이관·평가하는 기능이 완전히 마비됐다는 뜻이다.

현재도 한국수자원공사에는 '4대강 영상화 기록' 등이 보존돼 있어, 이 같은 중요기록이 제대로 관리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기록관리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의 한 기록물전문요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자원공사의 '처리과(부서) 기록관리' 실태가 이런 중요문서가 파기 되는 것조차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부실화되었다는 것이고, 한국의 공공기록관리 체계가 처리과(부서) 단위의 부실을 지금껏 콘트롤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양산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가기록원 이소연 원장은 "수자원공사 직원이 5000명이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거대 공공기관인데, 기록물전문요원은 단 1명이다. 이런 구조가 이런 사태를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제도 개선을 통해 업무의 중요성 및 기관의 규모에 따라 기록물전문요원을 정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가기록원도 관리책임이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 모든 공공기관 업무담당자들이 기록관리가 자신의 업무 중 중요한 일로 인식해야만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덧붙이는 글 | 전진한 기자는 알권리연구소 소장이자 국가기록관리혁신 TF 위원입니다.

태그:#한국수자원공사#국가기록원#기록물평가심의회#공공기록물#기록물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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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특사 보낼 곳은 북한 아닌 미국"

[정세현의 정세토크] "평창 올림픽 끝나기 전에 미국 사인 나와야"
2018.02.14 10:08:10
 

 

 

 

10일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정상회담 제안이 담긴 친서를 본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켜 나가자"고 답하며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여지를 열어뒀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평화 분위기에 정상회담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본격적인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이 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미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남북 정상회담도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한미 간 조율이 끝나야 남북관계의 속도도 높일 수 있다"며 "미북 대화에 대한 아무런 전망 없이 남북 정상회담만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현 상황에서 미북 간 대화가 이뤄지려면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를 해야 하고 미국은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어느 한 쪽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이 와중에 12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의 흐름이 이어지는 기간 북측이 핵 시험이나 탄도 로켓 시험 발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타당성이 있다"며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사실상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과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을 언급한 것이라며 "미국은 그동안 쌍중단은 안 된다고 했기 때문에 '쌍중단'이라는 딱지를 붙이지는 않더라도 이같은 흐름에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 가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가 미국에게 이 부분에 대해 해석을 잘 해줘야 한다. 이게 북한의 속내라는 점을 미국에 이야기하고 이해시켜서 미국도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재개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며 "동시에 북한으로 하여금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등의 시그널을 보내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한미 연합 훈련 규모 축소 또는 재연기 등 소위 '쌍중단'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라도 북한이 아닌 미국에 특사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과 정상적인 대화 통로가 있고 이 미 친서를 받았는데, 이런 상황에 북한에 특사를 왜 보내나"라며 "핵심은 미국이다. 미국의 속내가 중요하다. 미국이 입으로는 대화할 수 있다고 하고 한미 연합 군사 훈련 해버리면 이건 지난해 상황으로 그대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상황이 이 정도까지 됐으니 올해 훈련은 일단 한 번 더 미루고 상반기에 대화를 시작하고 남북 정상회담도 이어가자면서 미국을 설득하려면 미국에 특사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13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분단 후 처음으로 북한의 헌법상 국가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일성 주석의 직계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남한을 찾았습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인데요. 북한이 이러한 행보를 보인 이유는 뭘까요? 

정세현 : 우선 남북관계 개선의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하려는 뜻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가하겠다고 했고 이를 견디지 못한 북한이 대화로 굽히고 나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는데, 좀 아전인수적이긴 하지만 이런 측면도 없지는 않다고 봅니다.  

북한이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시간표를 유추해 보더라도 올해는 대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지난해 중국이나 제3국에서 북한 인사들을 만나본 사람들에 따르면, 북한은 2017년에는 미국과 결판을 내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드러냈다고 합니다. 

즉 북한은 2017년을 미국과 1 대 1로 협상이 가능한 이른바 '협상 카드' 개발을 위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시키는 데 매진한 겁니다. 기술적으로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의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일단 북한은 지난해 11월 29일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습니다.  

이는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협상 카드가 완성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이 다음은 순서상 대화를 타진하는 것으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이같은 행동 저변에는 계속 미국과 적대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국제적인 제재를 겪게 되면 시간이 갈수록 자신들이 고통스러워질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결국 형식적으로는 핵 무력이 완성됐고 협상력을 키웠기 때문에 대화국면으로 넘어 가면서 상황을 주도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지만, 그 밑에는 경제적 제재와 외교적 압박이 고통스럽다는 상황도 있었다고 봅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국면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마침 남한에서 지난해 6월부터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그해 12월에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내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여기에 호응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상당히 과감할 정도로 평창올림픽 이야기를 꺼냈고 정상회담도 제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프레시안 : 북한의 제안에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 나가자고 답했는데요 

정세현 : 문 대통령이 그렇게 답했다는 것을 공개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당초 오전 11시에 시작된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의 접견이 오찬까지 포함해 오후 1시 45분에 끝났습니다. 그리고 청와대는 관련 내용 발표를 오후 3시에 하려다가 30분을 미룬 오후 3시 30분경에 진행했습니다. 오찬이 끝나고 1시간 50분 정도 후에 내용이 발표된 것이죠. 

이렇게 시간이 걸린 이유로 일단 김여정 제1부부장이 넘겨준 친서에 우리가 들어주기 어려운 복잡한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던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해 보입니다. 

또 미국과 발표 내용을 조율하는 데에도 시간이 좀 걸렸을 겁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이러한 제의가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수 없게 하는 소위 '승부수'라고 해석될 겁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중요한데, '여건 조성'이라는 단어를 꺼냈다는 것은 미국에서 문 대통령에게 흔쾌히 "그래 그럼 북한이랑 정상회담 해봐"라고 말한 건 아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됩니다.  
 

▲ 10일 청와대를 찾은 김여정(왼쪽)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청와대


프레시안 : 정상회담이 당장 쉽지는 않겠지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동생을 특사로 보내 직접 제안을 한 것이다 보니 실제 성사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6.15 정상선언을 기념한 6월 15일과 광복절인 8월 15일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실제 이 때 정상회담이 가능할까요?  

정세현 : 형식적인 측면에서 보면 북한은 남한이 전혀 예상 못한 카드를 들이댄 것은 맞습니다. 당초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에 최룡해 부위원장 정도가 올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북한의 헌법상 국가 수반인 김영남에 동생인 김여정까지 들어갔으니, 남한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조합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이건 뭔가 특별한 메시지를 들고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상회담 제안 정도가 가장 유력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제안을 했다고 해서 일사천리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문 대통령이 말했던 '여건'이라는 단어 속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 함축돼 있다고 봅니다. 이건 남북 간 문제가 아니라 한미 간 조율하는 부분의 문제입니다. 

남북관계는 그 자체만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한미 간 조율이 끝나야 남북관계 속도도 높일 수 있습니다. 미북 대화 가능성이 높아져야 남북 정상회담으로 갈 수 있습니다. 미북 대화에 대한 아무런 전망 없이 남북 정상회담만 이뤄지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은 싫다지만…사실상 '쌍중단'으로  

프레시안 : 그런데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전후로 한국을 방문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 기간 중에 문재인 대통령과 추가적인 대북 관여 정책을 위한 조건에 합의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속도를 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정세현 : 펜스 부통령이 한국에서 김영남‧김여정과 눈도 맞추지 않은 것은 본인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 미국의 보수층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니까 펜스 부통령도 아차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북한이 원하면 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펜스 부통령이 말한 '북한이 원한다면'이라는 조건절 속에는 그동안 미국이 요구했던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깔려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문장만 가지고 미국이 곧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는 펜스 부통령이 궁지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일시적인 퍼포먼스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미국 정부가 지난해보다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대북 압박 기조로 갈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최대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정책을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압박만 했습니다. 또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도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에 합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경기를 함께 관람한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펜스 미국 부통령. 양측은 경기를 관람하면서 북한 및 북핵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청와대

 
우리는 일단 미국을 그렇게 달래서 보내야 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의 제재 강화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미국은 이 핑계를 대고 대화도 필요하지만 압박과 제재를 풀어주고 대화를 시작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일 겁니다.  

결국 미국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이고 진정성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겁니다. 예를 들면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 중단을 선언한다든가 하는 조치 말이죠. 그래서 북미 대화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이 이정도 했으면 만나서 대화를 해야 겠네"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끔 하는 북한의 태도 변화가 필요한데, 우리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동결한다는 선언을 하기는 어려울까요? <조선신보>는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의 흐름이 이어지는 기간 북측이 핵 시험이나 탄도 로켓 시험 발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타당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정세현 : 지난 1월 10일 문재인-트럼프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대화가 계속되는 동안 미국의 대북 군사적 행동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조선신보의 이같은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대답으로 보여 집니다.  

사실상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과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인데요. 미국은 그동안 쌍중단은 안된다고 했기 때문에 '쌍중단'이라는 딱지를 붙이지는 않더라도 이같은 흐름에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 가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미국에게 이 부분에 대해 해석을 잘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게 북한이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로 하는 말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화답이라는 점을 분명히 설명해야 합니다. 이게 북한의 속내라는 점을 미국에 이야기하고 이해시켜서 미국도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재개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합니다. 

<조선신보>는 그동안 북한의 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당 기관지인 <로동신문>보다는 당국과 관련이 적기 때문에 보도된 내용과 실제 구현되는 정책이 다르더라도 빠져 나갈 구멍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북한 당국이 슬쩍 간을 한 번 보는, 반응을 떠보는 통로로 <조선신보>가 활용돼 왔는데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쌍중단'적인 해결 방법을 쓰려면 누가 먼저 시작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데요. 그동안 북미 양측은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이라는 원칙으로 문제를 풀어가자고 했지만 항상 판은 깨져왔습니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넘겼죠. 이게 양측의 오랜 관행이었습니다. 또다시 이같은 장면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남한이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조율을 잘해야 합니다.  
 

▲ 지난 12일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을 방문한 고위급 대표단을 만났다. 왼쪽부터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위원장,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노동신문


프레시안 :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바로미터가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인데요. 훈련은 패럴림픽이 끝난 뒤에 예정대로 진행할 것 같은데 이러면 양측이 접점을 만들기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요?  

정세현 : 그렇습니다. 그래서 패럴림픽 끝나기 전에 남북 고위급회담 또는 군사회담을 열어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가능한지 탐색해야 합니다. 그 결과를 가지고 안보실장이 미국과 협의해야 합니다. 패럴림픽이 끝나기 전에 미국으로부터 사인이 나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등의 시그널을 보내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한미 연합 훈련 규모 축소 또는 재연기 등 소위 '쌍중단'을 시작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조율을 위해서라도 미국에 특사를 보내는 게 필요합니다. 김여정이 김정은의 친서를 들고 오니까 우리도 북한에 특사를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 같던데, 북한은 이미 자기 속내를 다 드러냈습니다. 또 남북 간 고위급 회담 통로는 열려 있습니다. 여기에서 정상회담의 실무적인 절차 문제까지 협의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대화 통로가 있고 이미 친서를 받았는데, 이런 상황에 북한에 특사를 왜 보냅니까? 

핵심은 미국입니다. 미국의 속내가 중요합니다. 미국이 입으로는 대화할 수 있다고 하고 한미 연합 군사 훈련 해버리면 이건 지난해 상황으로 그대로 돌아가는 겁니다. 

상황이 이 정도까지 됐으니 올해 훈련은 일단 한 번 더 미루고 상반기에 대화를 시작하고 남북 정상회담도 이어가자면서 미국을 설득하려면 한국이 미국에 특사를 보내야 합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북한에 이해를 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훈련이 재연기나 취소가 아니라 축소되는 형태가 된다면, "우리는 이거 해야 한다. 너희들이 2월 8일 건군절에 열병식을 적당히 했던 것처럼 우리도 나름 적당히 할테니까 말로만 뭐라고 하는 걸로 하고 지나가자. 이거 가지고 핵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거 하지 말고"라고 사전에 북한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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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서 우리민족이 최고의 장면 만들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2/13 15:12
  • 수정일
    2018/02/13 15:1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4박5일 평창 방문한 해외동포응원단 미국·유럽·일본 대표 인터뷰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단일팀) 선수들을 응원하러 온 해외동포응원단(6.15공동선언실천 해외측위원회)이 4박5일 일정을 마무리하고 지난 12일 서울로 향했다. 
미국·유럽·일본을 대표해 평창에 온 응원단은 단일팀 시합을 경기장에서 응원하진 못했지만 “오길 잘했다”, “좋은 날에 또 만나자”면서 밝은 얼굴로 작별인사를 나눴다. 
4박5일 응원단과 동행하며 신필영(6.15미국위 대표위원장), 선경석(6.15유럽위 상임공동대표), 김지영(6.15일본위 부의장) 대표와 나눈 얘기를 정리했다.[편집자]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후 하늘의 전투기가 여객기로 바뀌고, 땅의 전투기가 관광버스로 바뀌고, 바다의 군함이 여객선으로 바뀌고 남북이 잘 지냈다. 이제 다시 6.15시대가 열릴 해다.”

동포들과의 만남 "당연한 일"

▲ 6.15남측위원회가 준비한 환영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신필영 6.15미국위원회 대표위원장.

6.15시대가 다시 열리자 신필영 위원장은 갑작스레 채비를 하고 고국 방문길에 올랐다. 그는 “미국에서 많은 응원단을 꾸려서 오지 못해 아쉽고 미안하다”는 말로 동포애를 표현했다.

지난 1월1일 북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남측이 화답하면서 일사천리로 구성된 남북해외응원단. 지난해 12월31일까지도 올림픽 공동응원단은 예상치 못했던 터였다.

2월 부모님 기일에 맞춰 고국을 방문하려 했던 선경석 대표도 서둘러 일정을 앞당겨 비행기를 예약했다. “6.15시대 당사자로서 오랜만에 찾아온 남북해외 동포와의 만남에 꼭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는 선 대표는 “2010년 5.24조치 이후 남북교류가 꽉 막힌 상황에서 독일 등 유럽의 동포들은 작은 자체 행사를 마련해 6.15와 8.15를 기념해 왔다”면서 오랜만에 찾아온 남북해외한마당에 함께하는 것은 그에게 “당연한 일”이었다.

김지영 부의장은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에 소속된 대학생, 청년들을 이끌고 평창에 왔다. 일본 참가자들은 서울로 출발하기 전 응원단 출정식도 가졌다. “회원들이 응원 잘 하고 오라면서 스키장에서나 사용할법한 두꺼운 방한용품을 선물했다. 강원도 겨울 날씨는 영하 20도 보다 더 춥다면서….” 재일동포들의 뜨거운 환송을 받으며 고국을 방문했다.

“마치 동네사람 만나 악수하듯”

“해외 응원단으로 단일팀을 응원하러 간다고 하니 일본인들이 다들 부러워했다. ‘경기장엔 입장권이 없어서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못했다. 그래도 평창에 있으면서 아쉬움 없는 일정을 보내고 간다. 이게 바로 작은 통일 아닌가.”

평창에서 본 최고의 장면은 무엇일까? 김지영 부의장은 10일 황영조기념체육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한마당과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공동응원전에 참가하면서 “2005년의 감동을 그대로 느꼈다”고 말했다.

▲ 김지영 6.15일본위원회 부의장.

2005년은 김 부의장에게 특별한 해였다. 그해 8월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해외공동행사(8.15민족대축전)에서 남·북·해외측 대표가 한명씩 나와 축전의 개막을 선언했는데, 해외측 대표가 바로 그였던 것. “‘통일은 됐어!’라고 적혀 있던 대형 현수막이 눈에 선하다.” 이번 민족화해한마당에서 “통일”이란 두 글자를 보고 남북교류가 한창이던 당시의 벅찬 감정이 되살아난 걸까?

신필영 위원장도 “4박5일 짧은 기간이지만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최고의 장면을 만들고 있다”며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얘기를 이어갔다. “평창올림픽은 분단된 민족이 잠시 만나서 함께하는 행사가 아닌 이미 통일된 상태에서 하는 축제처럼 느껴진다. 마치 동네사람 만나 악수하듯 남북의 대표가 너무 자연스럽고 진실된 악수를 나눴다.”

남북해외 공동응원은 “기이한 응원”이라고 표현했다. “경기장에 들어갔거나, 못 들어갔거나 똑같은 심정으로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다. 이처럼 기이한 응원이 어디 있겠나? 스크린 응원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선수들 바로 뒤에서 응원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이다.”

닷새 가운데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최악의 장면은 “미국 부통령!”. 신 위원장은 “미국시민권이 있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며 작심한듯 말을 이었다. “천안함 기념관에 가고, 웜비어 부친을 초대하고, 탈북자를 면담하고…. 각 나라 고위급 대표가 서로 악수하는데도 북측 김영남 위원장을 피해 도망가듯 빠져나갔다. 땅덩어리이만 크지 남의 잔칫집에서 소인배 짓을 하고 갔다.”

“우리민족끼리가 답이다”

대표단 모두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우리민족끼리 통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필영 위원장은 10일 민족화해한마당 무대에 올라 남북해외 동포들에게 “올해야 말로 서울에서, 평양에서 민족공동행사 전민족대회를 기필코 성사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위원장은 평창에 도착해 동포들이 있는 곳곳에서 “남북 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 70주년 맞는 올해 반드시 성사되도록 6.15를 경험한 세대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남녘동포들, 특히 원로선생들이 적극적으로 화답해줘 큰 힘을 받고 간다”고도 했다.

▲ 한충목 6.15남측위원회 공동대표와 얘기를 나누는 선경석 6.15유럽위원회 상임공동대표(오른쪽)

선경석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더욱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교류협력을 이뤄내고, 북미간 대화의 장을 만들어 민족의 살길을 찾아야 한다.” 독일에서도 남북의 문화·예술·체육교류 및 경제활성화를 위해 한몫 단단히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결의도 밝혔다.

신필영 위원장이 평창을 떠나기 전 말을 남겼다. 올림픽 이후 재개될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앞두고 ‘우리민족끼리의 힘’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민족의 힘을 이길 수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완전히 망쳐놓은 남북관계를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 평창올림픽이 그 시작이다.”

해외측 대표단은 마지막 평창 일정으로 개막식이 열린 주경기장을 둘러본 뒤 남북응원단에게 격려의 인사를 남기고 서울로 이동했다. “6.15든 8.15든 곧 올 민족경사에서 다시 만납시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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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잊지 마시라 김영남위원장의 저 뜨거운 눈물을

아! 잊지 마시라 김영남위원장의 저 뜨거운 눈물을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2/13 [03:1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tv조선에서 김영남 위원장의 눈물을 집중 조명 동영상]

 

 

▲ 서울 공연 당시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이란 통일노래를 열창하는 현송월 단장     © 설명글: 이창기 기자

 

▲ 현송월 단장이 깜짝 무대에 올라 통일노래를 부를 때 격한 호흡을 참지 못하며 눈물을 흘리는 김영남 위원장 

 

▲ 소녀시대 서현과 북 의 송영 가수가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러 관객들을 크게 감동시켰다.   

 

▲ 남북 가수가 함께 노래를 부른 후 꼭 껴안고 서로 떨어지기 아쉬워 몇 번을 다시 꼬옥 안았다.

 

▲ 남과 북의 가수가 함께 통일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더니 다시 눈물을 흘리는 김영남 위원장 

 

▲ 공연이 끝나고 객석으로 인사하러 올라온 현송월 단장을 기어이 가운데에 세우고 사진을 찍는 김영남 위원장, 마치 장한 일을 한 손녀를 대하듯 더없이 따뜻한 몸짓이었다.  

 

 

누가 북의 간부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적화통일 호전세력이라 했는가.

 

북의 정부를 대표하는 국가 수반 김영남상임위원장!

알고 보니 울보였다. 

남과 북의 선수들이 함께 단일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만 봐도

뜨거운 눈물을 참지 못하고

노래에서 통일이란 말만 나와도

격정의 심호흡 터트리며 뜨거운 눈물 참지 못하는 울보도 그런 울보가 없었다.

 

통일의 전령사가 되어 

무대에서 남녘 동포들의 심장에 통일의 열정을 불러일으킨 한 손녀벌 여가수에게

큰 일 했다고

기어이 가운데 자리에 세우고 사진을 찍는 그렇게 격이 없고 따뜻한 할아버지였다.

그 할아버지의 따듯한 정이 너무 포근해

그 여가수,

김영남 위원장의 팔을 부여잡고 "저 노래 잘 했나요." 

어린 아이 마냥 매달릴 때

잘했다고 

너무 장하다고 눈물로 따뜻하게 격려해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김영남 상임위원장!

저런 사람이 북의 간부였다.

 

김영남 위원장만 특별한 사람일 것이라고?

아니다.

황선 한총련 방북대표가 만나본 모든 북의 고위 간부들도 

다들 그렇게 따뜻한 부모같고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이었다.

한 없이 눈물 많은 울보들이었다.

 

통일이라는 말만 나와도

눈물이 솟구치고

남녘 동포들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미어지는 

평생 민족 분열의 아픔을 가슴에 새겨왔고

단 하루도 남녘과 해외의 동포들을 잊은 적 없으며

하루라도 빨리 통일을 이루어

존엄높고 부강번영할 통일조국을 후대들에게 물려주고 싶어

온갖 주변 대국들의 간섭과 분열책동에 맞서

그간 허리 띠 졸라매고 갖은 고생을 다 해온 

그래서

통일이란 말만 나와도 

눈물이 절로 솟구치는 

그런 사람들이 북의 간부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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