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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눈에 우리는 벌레였다" '20년 상환' 대부업자가 된 정부

[서산개척단②] 목숨 걸고 개간한 땅, 도로 국유지로... "정부가 강도짓 한 것"
 

17.11.02 09:44 | 글:이주연쪽지보내기|사진:남소연

▲ 충남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논에서 수확이 한창이다. ⓒ 영화 <서산개척단>(가제) 갈무리


[지난 기사] 박정희가 창조한 생지옥 "거짓말 같지? 실화여"

여름의 한복판을 지나온 벼는 이제 굽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뭄에 시들하더니 흠씬 내린 비 한 번에 고개를 빳빳하게 들었다. 정영철(76)씨는 살아난 벼와 살 힘을 준 땅이 기특하다는 듯 벼 머리께를 톡톡 쳤다. 

"그 황무지를 이 황금 벌판으로 만들었으니께..." 

지난 9월 7일, 충난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평야에 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행기가 논 위를 높이 날았다. 소리만으로도 종적을 쫓을 수 있는 굉음이었다. 정씨의 말 소리가 묻혀 되물어야 했다. 

"저게 비행장이여. 예전에는 더 심했어. 밤낮 없이 댕겨서 자다가 깜짝 놀라 깰 정도였어. 여기 사람들이 데모하니까 이륙장을 저 짝으로 옮겼지."

정씨 손끝이 닿은 곳은 서산전투비행장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비행장, 시도 때도 없이 공군기가 오가는 그 곳이 하필 서산에 있다. 나라는 항상 그에게 그런 존재였다. 주는 것 없이 빼앗기만 하는, 힘없는 자신들의 일상을 함부로 침범하는.

제대로 된 '논' 만드는 데만 10년... 그 사이 땅을 국유화한 정부

1961년 박정희 정권 시절, 보건사회부가 주축이 돼 고아, 깡패, 넝마주이 등을 충남 서산 인지면 모월리에 강제로 끌고 와 '대한청소년 개척단'을 만들었다. '사회정화정책'의 일환으로 이곳에 갇힌 이들은 밤낮 없이 논둑을 쌓고 수로를 파고, 길을 내야 했다. 지옥같은 5년여의 세월이 지나고 1966년 9월 개척단은 공식 해체됐다. 이제까지 무임금으로 강제 노역 당한 이들에게 돌아온 보상 아닌 보상은 황무지 3000평이었다. 개척단원 정씨도 그렇게 땅을 '가분배' 받았다. 

소금기가 하얗게 올라오는 땅에는 좀처럼 벼가 뿌리 내리지 못했다. 1968년, 3000평 땅을 가분배 받았지만 '논'이 아니었다. 땅의 높낮이도 일정치 않았다. 높은 쪽 흙을 퍼 낮은 쪽에 떨궜다. 장비가 없으니 제대로 된 논으로 만드는 데만 몇 년이 걸렸다. 당시 국가에서 농부들에게 물세를 받아갔는데, 시찰 나온 공무원이 "수확되는 게 없으니 물세를 받지 않겠다"고 할 정도였다. 10여년이 흘러서야 논 역할을 했다. 

땅만 쳐다보고 살 수는 없었다. 먹고 살 길이 없어 서울 남산 1호 터널을 파는 막노동 일을 했다. 두어 달 일하고 돌아오면 3개월은 먹고 살았다. 자꾸 자리를 비워야 하니 개간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정씨에게 시집 온 남의 집 귀한 딸은 졸지에 하루살이를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낚시꾼들에게 밥을 팔며 버텼다. 딸 셋에 아들 하나, 번 돈으로 아이들 먹을 거 대기에 바빴다. 

"애들? 갸들이야 뻘 바닥에 뒹굴고 있지, 마누라랑 나는 일해야 하니까. 잘잘한 것들 데리고 나갔다가 들어갈 때 되면 코가 어디 달렸는지 눈이 어디 달렸는지 온데 뻘 투성이여. 짐승들 같았어. 여 사람들은 다 그렇게 애 키웠어."

 

▲ 서산 인지면 모월리 일대, 개척단원들이 개간한 땅의 모습이다. 왼쪽은 1968년 항공사진, 오른쪽은 1977년 항공사진이다. 10년 사이 땅이 반듯하게 정리됐음을 알 수 있다. ⓒ 영화 <서산개척단>(가제) 갈무리


아이들이 논에서 자라는 사이, 정부는 가분배했던 땅을 모두 국유지로 몰수했다. 1975년의 일이다. '내 땅'인 줄 알고 열심히 논을 만들고 있던 이들은 이 사실을 몰랐다. 뜬소문으로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 그들 손에는 '가분배증'이 있었다. 내 이름 석자가 또박또박 적힌, 충남 서산시 인지면장 명의의 증명서를 더 믿었다. 

그러나 국가는 땅을 주지 않았다. '국유지'니 돈을 내고 사라고 했다. 1992년 국무회의에서 유상매각을 결정했고, 기획재정부는 '땅을 사라'고 촉구했다. 따를 수 없는 결정이었다. 1997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다. 그러나 모두 패했다. 

1968년 제정된 '자활지도사업에관한임시조치법'에 의하면,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근로구호의 대상자에게 우선적으로 무상 분배할 수 있다'고 돼있다. 그러나 해당 법의 시행령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결국 1982년 12월 이 법은 폐지됐다. 법적 근거가 없어 무상분배가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다. 법원은 정부 손을 들어줬다. 

박정희 정권 시절 자행된 '강제 노동'은 하루 아침에 없는 일이 됐다. 가분배 받은 황무지를 옥답으로 만든 피와 땀은 인정받지 못했다. 

모월리에 개척단 출신은 11명 남았다. 다수의 개척단원들은 이 곳을 떠나며 가분배증을 다른 이에게 팔았다. 그렇게 소유권을 넘겨받아 정부를 상대로 '토지소유권 이전등기 청구' 소송에 참여한 사람은 250명 남짓. 이 가운데 직접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은 정씨 포함 16명 정도다. 

"내 땅을 20년 외상으로... 칼만 안 들었지, 정부가 강도짓 한겨"

2013년 주민들은 결국 땅을 사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평당 5만~5만 5000원을 내라고 했다. 강제노동에 대한 인건비, 보상비는 전혀 책정되지 않았다. 정씨는 1억 4000여만 원을 20년에 나눠 갚아야 한다.  

"인간 대우도 못 받고 새파란 청춘 바쳐 만든 땅을 그냥 뺏어갔어. 칼만 안 들었지 정부가 강도 짓 한 거야. 내가 그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너무 억울해서...한이 맺혀가지고. 이렇게 죽도록 만든 땅을..."

소싯적 부산을 누볐던 그는 땅 얘기가 나오자마자 무너져 내렸다. 땅을 뺏긴 생각만 하면 그는 눈물부터 나왔다. 투덕투덕 마디마다 흙이 박힌 두터운 손으로 그는 연신 얼굴을 훔쳤다.  

1년에 내야 할 땅값과 이자만 800만 원, 정씨는 돈이 없다. 한 해 꼬박 농사 지어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300만~400만 원 남짓. 80kg짜리 쌀 한 가마니가 10만 원, 60~70가마니 수확해도 비료값, 기계값, 농약값을 제하고 나면 딱 반타작 남는다. 

"그 돈 갚으려면 나보고 백 살 넘어서까지 농사 지으라는 거 아녀. 애들 모아놓고 이거 포기해야 쓰겠다 했더니 '아버지가 피땀 흘린 땅인데 값을 떠나서 아버지 명의로 사야 한다' 하더라고. 참 고맙지. 땅값은 애들이 나눠 내주고 있어. 내 땅을 20년 외상으로 산 거지."

 

▲ 정영철(76)씨 땅 옆으로 공사가 한창 중이다. 몇 년 전 정부는 정씨 논 끄트머리에 도로를 낸다며 300평을 가져갔다. ⓒ 이주연


현재 정씨 명의로 된 논은 2700평이다. 몇 년 전 정부는 정씨 논 끄트머리에 도로를 낸다며 300평을 가져갔다. 평당 1만 원을 쳐줬다. 국유지라 그렇다고 했다. 정씨 손에 꼴랑 300만 원이 쥐어졌다.  

그의 땅이 온전히 그의 것이 될 때 정씨는 이미 구순을 넘게 된다. 애초에 내 땅이 아닌 줄 알았다면, 진즉 징글징글한 이곳을 떠났을 것이다. 그럼 이것보다는 나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정씨는 후회와 한이 밀려온다고 했다.

위암, 신장암, 전립선암... 스트레스에 몸을 덮친 암 "요즘도 잠이 안 와..."

결국 마음의 병이 몸을 덮쳤다. 1993년, 그는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위암 3기, 병원에서는 "먹고 싶은 거나 잘 드세요"라고 했다. 사실상 사형선고였다. 항암제가 어찌나 독했는지 새 청바지를 다 쥐어뜯어 구멍을 내놓을 정도였다. 나았나 싶었을 때 신장암, 전립선암까지 겹쳤다. 병원 생활만 20년을 했다. 그런데도 살았다.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 거여. 마음을 편케 먹어야 하는데... 어차피 이래된 거 포기하고 살자 해도 이게 포기가 되냐고. 요즘도 잠이 안 와. 환장하겠어."

아직도 그는 참 미운 사람들이 많다. 

"박정희 대통령이나 다 웬수같지. 신세 조져 놓은 놈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됐을 땐 춤이라도 추고 싶었어. 우리 같은 놈들이야 저거들한테는 벌레지 눈에나 차겠어."

'꼴등 시민', 아니 '국민 대우도 못 받는 버러지' 정씨는 국가가 자신들을 그렇게 취급했다고 여긴다.

"평생 살면서 저거들이 나한테 잘못했지 내가 저거들한테 잘못한 건 하나 없어. 담배 사 피우고 세금도 억수로 냈어. 그런데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을 못 받았어. 이 땅 때문에. 내 편은 하나도 없어."

 

▲ 서산개척단 정영철씨 ⓒ 남소연


땅에 매인 세월, 56년. 투박한 두 손으로 모든 것을 일궜지만 정작 남은 것이 없다. 다 키워놓은 아이들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 마지막으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 혼자라도 문재인 대통령 만나야지. 이 억울함 좀 풀어달라고. 이번 정권은 믿을 만하자녀. 내 어찌 하는가 보라고. 한이 맺힌 놈이니께. 그동안 우리 일한 인건비는 줘야지. 개척단 끌려간 거며 황금벌판으로 만들어 놓은 거 인건비라도. 안 그려?"

일흔 여섯, 그의 어깨가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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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광, 무기장사꾼 트럼프는 오지마라'

(전문)'NO트럼프 공동행동' 평화시국회의...4일, 7~8일 범국민대회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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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1  17: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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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오는 7일 국빈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반대하는 'NO트럼프 공동행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트럼프 방한에 전쟁위협과 무기강매, 통상압력이 함께 들어온다며, 방한을 반대하는 각계 221개 단체와 정당들이 모여 지난달 26일 발족한 'NO트럼프 공동행동'은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NO 트럼프, NO War 평화시국회의'를 개최해 선언문을 발표하고 향후 일정 등을 논의했다.

이날 1,025명의 평화시국회의 참가자들은 선언문에서 "전쟁을 협박하고 천문학적 무기 구입을 요구하는 정상회담은 필요 없다. 우리 국회가 동족에 대한 전쟁과 제재를 선동하는 장으로 전락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전쟁광, 무기장사꾼 트럼프는 오지마라"고 트럼프 방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에 걸쳐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도 상관없고, 북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는 무도한 발언을 해 온데다가 이번 방한기간 국회연설에서 국제사회를 향해 최대한의 대북압박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겠다고 하는 등 계속해서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수조원대에 달하는 무기구매 계약과 한미FTA 폐기를 운운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방한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전쟁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 해야 할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된다’고 말로만 언급할 뿐, 행동으로는 대북제재에 동조하고 B-1B가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드는 무력시위에 협력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 전쟁을 협박하는 트럼프의 발언을 꾸준히 옹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문정현 신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노정선 한국YMCA전국연맹 평화통일행동 협의회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참가자들은 "(주말인) 4일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미국의 평화세력들과 연대하여 전세계적인 반트럼프 평화행동에 나설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7~8일, 트럼프 정부의 전쟁위협, 무기 강매, 통상압력에 반대하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이에 따라 NO트럼프 공동행동은 트럼프 방한을 앞둔 첫 주말 토요일인 11월 4일에는 전국 동시다발 범국민대회를, 방한기간인 11월 7일부터 8일까지는 전국 집중 24시간 비상행동을 진행한다.

4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종로 르메이에르에서 'No트럼프, No War 범국민대회'를 개최하고 미국 대사관까지 도심행진을 진행하며, 같은 날 경남 창원과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등에서도 전국동시다발 범국민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방한일인 11월 7일~8일에는 정상회담과 만찬 등이 예정된 청와대 앞과 숙소인 하이야트호텔 앞, 연설일정이 있는 국회 앞에서 트럼프의 일정에 따라 1박2일 비상행동이 진행된다.

7일 저녁 7시 광화문광장에서 '범국민촛불', 8시부터는 범국민행진을 진행하고 8일 오전에는 국회 안팎에서 트럼프 규탄 기자회견과 연설 저지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왼쪽)과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안김정애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정영섭 사회진보연대 사무처장(왼쪽)과 최영준 노동자연대 운영위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김종훈 민중당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평화시국회의에서 문정현 신부는 "트럼프가 그동안 준비해 온 걸 발표하러 오는 것 같아서 섬뜩하지만 절대로 미국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트럼프 자체가 핵폭탄이며,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오지말라고 하는 것이 촛불의 명령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정선 한국YMCA전국연맹 평화통일행동협의회 공동대표는 "평양의 여명거리에 70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게 건설돼 있는데, 한 채에 2천만원 정도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꾸 북한과 전쟁하려고만 하지 말고 아파트나 몇 채 사두라"고 점잖게 당부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장기인 '소통'을 미국하고만 할 게 아니라 북과도 솜씨를 발휘해 해보라. 미국은 뉴욕채널 등을 통해 어쨌든 북과 열심히 소통하지 않나"라고 북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제안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과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촛불의 완성은 자주, 평화, 통일 위한 민중총궐기를 통해서 될 것"이라며, NO트럼프 공동행동 일정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안김정애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는 "스스로 미쳤다고 자인하는 트럼프와 같은 이를 대통령으로 둔 미 합중국이 불쌍하다. 우리 대통령은 이런 미국 대통령에게 저자세를 취하지 않고 당당하고 주체적인 대통령이길 바란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우리 국민은 허하지 않았다. 여성의 이름으로 반대한다"고 역설했다.

최영준 노동자연대 운영위원과 정영섭 사회진보연대 사무처장은 "한반도 전쟁위기는 북핵위협이 아니라 최초로 핵무기를 실전에 사용하고 지금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동아시아 패권을 쥐기 위해 안보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이 원인"이라며, "평화적 생존권을 위해서라도 우리 국민은 트럼프의 국빈방한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훈 민중당 상임대표는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말과 행동을 중단하고 평화를 위한 대화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민중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에게는 "한미동맹에 대한 과도한 의존보다는 남북 협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충목 대표는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에 즈음해 오는 3일 일본 도쿄에서도 아베 신조 총리의 평화헌법 개정 시도에 반대하는 10만 결집 투쟁이 계획되어 있다며, 한국의 평화시민들은 연대의 의미에서라도 4일과 7일, 8일 'NO트럼프 공동행동'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NO트럼프, NO WAR 평화시국회의 선언문'(전문)
 
대북제재 및 군사적 압박, 한반도 긴장고조 반대한다! 
전쟁광 무기장사꾼 트럼프는 오지마라! 
 
11월 7~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국빈 방문하여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국회 연설 등을 예정하고 있다. 백악관은 국회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대화하는 데 동참하도록 국제사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을 협박하고 천문학적 무기 구입을 요구하는 정상회담은 필요 없다. 
우리 국회가 동족에 대한 전쟁과 제재를 선동하는 장으로 전락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전쟁광, 무기장사꾼 트럼프는 오지마라!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공공연하게 한반도의 전쟁을 말해왔다. 
“전쟁을 하더라도 한반도에서 하고, 수천명이 죽더라도 저쪽에서 죽는 것이다”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시키는 것 이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다”
 
미국만 아니라면 전쟁이 일어나도 상관없고, 한반도를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다는 참으로 무도한 발언이다. 온 겨레를 절멸에 이르게 할 전쟁 협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정책을 사실상 되풀이하고 있다. 사상 최대의 유엔 제재와 독자제재를 이어가는 가운데, ‘대화’와 ‘관여’를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한반도 전쟁위협을 고조시킨 사이에 수조원대의 무기 구매 계약을 운운하고 주한미군 주둔비용 증액과 사드 비용 부담까지 요구한 끝에, 심지어 이제는 전쟁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반도 당사자로서 전쟁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 해야 할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된다’고 말로만 언급할 뿐, 행동으로는 대북제재에 동조하고 B-1B가 NLL을 넘나드는 무력시위에 협력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 전쟁을 협박하는 트럼프의 발언을 꾸준히 옹호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정부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쟁이 아니라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
트럼프 정부는 실패한 ‘전략적 인내’ 정책을 되풀이 하지 말고 대담하게 평화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북한을 표적으로 하는 제재와 군사적 압박 등 적대정책이 중단되지 않는 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 실현은 요원하다는 것이 지난 수십년간 확인되어 온 만큼, 이제는 근본적인 정책전환에 나서야 한다.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이자 패권국인 미국이 먼저 대북 적대정책을 중단하고,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전쟁연습 등 한반도 긴장고조 행위를 중단하여 평화적 해결의 길을 열어야 한다. 이미 미국 내 많은 전문가들과 의원들도 이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제 결단해야 한다. 
 
북의 위협을 빌미로 한 사드 배치, 무기 증강 등은 한반도 뿐 아니라 주변국과의 갈등까지 격화시키고 있으며, 한반도 갈등의 평화적 해법이 결코 아니다. 소성리 롯데 골프장에 배치한 사드 발사대와 레이더를 즉각 철수하라! 무기 강매 반대한다!

문재인 정부 또한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와 군사적 위협을 추종하지 말고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대화와 협력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여러 차례 밝힌 평창올림픽의성공은 군사훈련 중단, 충돌 위기 해소 없이는 불가능한 만큼, 당사자로서 군사훈련 중단을 향한 선제적인 평화조치에 나서야 한다.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한 군사력 증강과 사드 배치, 한미일 MD 협력은 아시아의 군사적 갈등을 격화시킬 뿐 아니라 복지에 쓰여야 할 막대한 비용을 낭비하는 것인 만큼, 즉각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 순방과 한미정상회담, 한국방문을 통해 일촉즉발의 군사적 위기에 직면한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을 더욱 격화시킨다면, 각계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엄중히 경고한다. 우리는 4일,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미국의 평화세력들과 연대하여 전세계적인 반트럼프 평화행동에 나설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7-8일, 트럼프 정부의 전쟁위협, 무기 강매, 통상압력에 반대하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2017년 11월 1일 
평화시국회의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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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반도를 핵전쟁마당으로 전락시켜온 미제의 만고죄행을 고발”

북 로동신문,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 북침핵전쟁연습반대 전민족비상대책위원회 공동 고발장
▲ 10월31일자 로동신문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와 북침핵전쟁연습반대 전민족비상대책위원회는 미국이 지난 70여년간 한반도를 핵전쟁마당으로 만들어 온 죄악의 역사를 밝힌 고발장을 31일자 로동신문에 개재했다.

고발장 전문에는 “지금 조선(한)반도에는 미제의 극단한 반공화국 전쟁 광란으로 말미암아 당장 핵전쟁이 터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정세가 조성 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트럼프 패거리들은 반공화국 제재압살소동에 최후 발악적으로 매달리는 한편 조선(한)반도와 그 주변에 방대한 핵전략자산들을 집결시키며 북침 핵전쟁 도발 책동에 피눈이 되여 날뛰고 있다.”며 전쟁 위기의 근원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은 1. 미국의 남조선(한) 강점과 핵 전초기지화 2. 핵전쟁 도발을 위한 반공화국 핵모략 소동 3. 계단식으로 확대되어 온 북침 핵전쟁연습 책동 4. 극한계선에 이른 미국의 핵전쟁 도발 광란으로 구성됐다.

“오래전부터 조선(한)반도를 타고앉아 아시아대륙 침략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야망을 품고 있던 미제는 일제의 패망과 함께 남조선(한)을 비법적으로 강점하고 파쑈적인 군정통치를 실시하면서 온 남녘땅을 북침전쟁과 세계제패를 위한 거대한 군사기지로 전변시켰다.”고 주장하면서 6.25전쟁 당시 미군의 원자탄 사용 기도 과정과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배치 현황을 낱낱이 고발했다.

“미제는 1980년대 말-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제정세에서 일련의 변화가 일어나고 대내외적으로 핵전쟁 반대 기운이 높아가게 되자 ‘북 핵개발 의혹’을 떠들어대며 조선(한)반도에서 ‘핵위기’ 사태를 조성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시기 미국이 핵전쟁을 도발하기 위해 대북 핵 모략 소동을 일으켰다고 강변했다.

“미제는 조선(한)반도에서 핵전쟁을 도발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북침 핵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려왔다.”고 주장하면서 한미 합동으로 진행된 군사훈련 ‘독수리’ 24차, ‘팀 스피리트’ 17차, ‘련합전시증원연습’ 8차, ‘을지 포커스 렌즈’ 33차, ‘키 리졸브’ 10차에 걸쳐 계단식으로 확대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고발장에는 “조선(한)반도 정세는 지금 늙다리미치광이 트럼프의 무분별한 광기에 의해 언제 핵전쟁의 도화선에 불이 달릴지 모를 폭발 직전의 극히 위험한 계선에 이르고 있다.”며 최근 전개되고 있는 미국의 전쟁 위협을 고발했다.

전쟁 위협으로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 “화염과 분노”, “완전파괴” 등의 발언을 꼽았다.

아울러 초대형 핵항공모함들인 ‘칼빈슨’호, ‘로날드 레이건’호 그리고 핵전략폭격기들인 ‘B-1B’, ‘B-52H’, ‘B-2A’, 핵동력잠수함 ‘콜럼부스’호, ‘투싼’호, ‘미시간’호를 비롯한 전략자산들과 최신 전쟁장비들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하고, 미국 본토와 괌도, 하와이 등에 전개한 미 전략폭격기들이 24시간 출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계속해 고발장에는 “만일 트럼프가 우리의 의미심장한 경고를 무시하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격으로 계속 핵전쟁 도발 책동에 미쳐 날뛴다면 미국의 완전파멸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한 후과만을 빚어내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세계의 량심과 공정한 여론은 누가 누구를 위협하고 어느 것부터 먼저 해결돼야 하는가를 옳게 인식하고 미제의 핵전쟁 도발 책동에 규탄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핵위협과 북의 핵실험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은 “문제의 본질과 인과관계, 자위의 핵과 폭제의 핵을 가려보지 않는 무책임한 처사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고발장 말미에는 “전체 조선민족은 조선반도를 핵전쟁마당으로 전락시켜온 미제의 만고죄행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철천지 원수, 백년숙적 미제를 쓸어버리고 겨레의 삶의 터전이고 보금자리인 조선(한)반도의 평화를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다.”고 기록했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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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정의당, “사회대개혁 위해 힘을 합쳐 나가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11/01 10:20
  • 수정일
    2017/11/01 10:20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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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정의당, “사회대개혁 위해 힘을 합쳐 나가자”
 
민중당 대표단, 정의당 이정미 대표 예방
 
편집국
기사입력: 2017/11/01 [00:0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민중당 대표단이 정의당을 방문해 사회대개혁을 위해 힘을합쳐 나가자고 다짐했다. (사진 : 민중당 / 현장언론 민플러스 재인용)     © 편집국

 

10월 31일 민중당 김종훈·김창한 상임대표와 윤종오 원내대표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예방하여 흔들림 없는 사회대개혁을 위해 민중당과 정의당이 힘을 합쳐 나가자고 다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번 서울광장에서 민중당 출범식을 굉장히 성대하게 치르신 것 잘 봤다며 국회 안과 현장에서 늘 사회적 약자를 위해 힘쓰는 정당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이 대표는 우리가 협력해야 할 일들이 있으면 좋은 협력 관계 맺어 갔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민중당 김종훈 상임대표는 정의당을 형제당이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에서 활동하며 정치적 견해가 같은 것도같이 힘 합쳐야 할 일도 많다고 느꼈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나아가 김 대표는 멀리 봐서 함께 갈 수 있는 길도 모색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민중당 김창한 상임대표는 촛불혁명을 완수하는 데 있어 정의당과 민중당이 힘을 많이 합쳐 나갔으면 좋겠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정치적 역할을 다하겠지만 촛불혁명 완수만큼은 힘을 합쳐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중당 윤종오 원내대표는 새민중정당 시절부터 정의당과 함께 해야 한다고 누구보다 많이 강조해왔다며 앞으로 작은 것부터 마음을 모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이정미 대표 대한민국 대개혁을 흔들림 없이 해 나가라는 국민의 명령을 명확하게 하는 데에 민중당과 정의당이 최선을 다하며 좋은 협력관계 만들어 나가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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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현기환도 국정원서 매달 500만원씩 받았다

[단독] 조윤선·현기환도 국정원서 매달 500만원씩 받았다

 

 

등록 :2017-10-31 19:24수정 :2017-10-31 22:16

 

이헌수 전 기조실장, 안봉근·이재만에 매월 1억씩 직접 전달
국정원장 특수활동비로 ‘5만원권’ 월 1억원씩 총 40억대

조윤선 전 장관, 이들과 별도 월 500만원 받은 혐의
전직 국정원장은 특가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 적용 검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으로 알려진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 31일 오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상납받는 등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되어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으로 알려진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 31일 오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상납받는 등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되어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이 청와대 재직 시절 국가정보원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31일 체포됐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와 국정원이 합작해 ‘검찰 수사 방해’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을 넘어 국가예산을 사적으로 상납할 정도의 ‘유착관계’였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이날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을 포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자택과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근 보수단체의 관제시위를 지원하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으며, 박근혜 정부 내내 자리를 지킨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을 상대로 특수활동비의 유용 여부 등을 강도 높게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국정원 살림을 총괄했던 이 전 실장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월 현금 1억원씩을 전달한 사실을 파악했으며, 이 돈의 출처가 국정원장 특수활동비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실장은 자신의 차에 5만원권 1억원을 싣고 청와대 주변을 돌면서 두 비서관을 은밀하게 만났다고 한다. 검찰은 또 국정원장 특수활동비 가운데 현금 500만원이 매달 조윤선, 현기환 전 정무수석에게 전달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국정원이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상납한 돈이 총 4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으면 뇌물이다. 공무원 금품수수의 수사 방향은 원론적으로 뇌물이라는 걸 밝혀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정원을 지휘·감독하는 청와대 관계자들이 돈을 받았으니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파악된 남재준 등 3명의 전직 국정원장에게는 뇌물공여 혐의와 함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영지 김양진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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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준비하는 미국, 멈춰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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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7/11/01 09:45
  • 수정일
    2017/11/01 09:45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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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고조되는 전쟁의 가능성, 어떻게 막아야 할 것인가
 
 

(아래는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84호(10월 31일)에 게재된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부교수의 '고조되는 전쟁의 가능성 : 어떻게 막아야 할 것인가?'이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동아시아재단의 동의를 구해 글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커지는 인식 차이

필자는 서울에 살고있는 미국인으로서 지난 일 년간 한국인과 미국인이 북한 핵을 위협적으로 인식하는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것을 경계심을 갖고 지켜 보았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주로 일, 가족, 사랑, 학교와 같은 일상생활에 대해 걱정한다. 반면 태평양 건너의 미국인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도시에 핵 공격을 한다든지 비록 안 좋은 전쟁이지만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지금 전쟁을 할 필요가 있다든지 하는, 마치 종말이 오는 듯한 시나리오를 걱정하게 되었다.  

CIA 출신의 브루킹스연구소의 한국 담당 연구원 박정현과 같은 일부 전문가들은 한반도에서 무력 분쟁이 일어날 확률은 여전히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터프츠(Tufts)대학 플레처(Fletcher) 대학원 학장인 스타브리디스(Stavridis) 제독은 50대 50의 확률로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브레넌(John Brennan) 전 CIA 국장은 최소 20%의 확률로 한반도에서 무력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노련한 관찰자들은 지금이 마치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2002년 말과 2003년 초 분위기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뉴요커> 특파원 에반 오스노스 (Evan Osnos)는 워싱턴의 무수한 전문가 및 관료들과 이야기하고 이 상황을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하여 평양을 여행하였고, 그 결과를 "북한과 핵전쟁을 하는 위험"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였다. 

그는 2002년 당시 이라크와 유사한 분위기를 짚어내며 "이라크에서 우리는 우리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적과 전쟁을 치르는 비용에 대하여 배웠다. 아시아로 섣부르게 발을 들여놓기 전에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여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 평양을 방문한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는 "북한을 떠나며 2002년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에서 떠나올 때와 비슷한, 불길한 예감을 가졌다. 전쟁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예방될 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썼다. 

<뉴욕타임스>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보도하고 현재 언론매체 <뉴요커>에서 일하고 있는 덱스터 필킨스(Dexter Filkins)는 이라크전쟁 전에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확률보다 지금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보았다. 

그는 NPR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굉장히, 굉장히 높다"고 했다. 이라크 전쟁은 많은 국가들이 반대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에 널리 퍼진 견해를 얘기하며 "(북한은) 좀 정상이 아니고 예측 불가능한 정권이다. 전 세계가 북한이 ICBM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데에 일치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라 하였다.

한국인들은 이러한 두려움을 극적 효과나 위험, 갈등 등에서 기대어 살고 있는 언론인들이 과장한 것으로 치부하여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의회 의원도 우려하고 있다. 테네시 출신의 공화당 밥 코커(Bob Corker) 상원 의원은 "때때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한 외교 문제에 관하여 언급할 때 그가 마치 리얼리티 쇼에 나온 것 같이 느낀다.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말들로 인하여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며 트럼프 (Trump) 대통령의 언사가 불안하다고 언급하였다.  

코네티컷 출신의 크리스 머피(Chris Murphy) 상원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서 코커 의원의 발언에 북한을 특정하여 덧붙였다. 머피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백악관 안팎에서 진지한 전쟁 논의가 속삭여진다고 듣고 있다. "폭풍 전 고요"라는 발언에 소름이 돋았다. 세계 제3차대전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코커 의원의 발언이 지금 나온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 너무 늦기 전에 지금 공화당과 민주당이 의회의 표결 없이는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트윗 하였다.  

매사추세츠의 에드 마키(Ed Markey)를 비롯한 열 명 남짓한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백악관에 "우리는 대통령이 북한에 대하여 선동적인 수사를 쓰는 것이 미국과 세계를 수백,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날 수 있는 재래식 전쟁 또는 심지어 수천 명의 미국인을 포함하여 수백만의 사상자가 날 수 있는 핵전쟁으로 끌고 간다는 강한 우려를 갖고 있다"는 편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중도 씽크탱크인 미국 외교협회의 리처드 하스(Richard Haass) 협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3차 세계 대전을 일으킬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떤 기준으로도 끔찍할 제2차 한국전쟁을 일으키는 데에는 매우 가까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였다.

이처럼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북핵 위협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주로 미국 뉴스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핵 위협에 대한 두려움과 "군사적 선택지"가 자주 회자되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공화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사람들의 반이 북한에 대하여 무력 공격을 지지한다고 답하였다. 기자들의 불길한 예감과 상원의원들의 걱정은 지난 일 년간 극적으로 변한 여론 환경을 보여준다. 

트럼프 팩터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어떻게 미국 대중이 인식하는 북핵 위협이 이렇게 급격하게 바뀌었을까? 어떻게 실행 가능한 정책 옵션들이 한반도에서 전면적인 전쟁을 포함할 정도로 급진적으로 변하였을까? 

북한 측면을 생각한다면, 해답은 간단하다. 그들의 능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김정은 위원장은 괌까지 닿을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과 어쩌면 미국 본토까지 닿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초토화시킨 원자폭탄보다 수십 배는 강력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하였다. 북한은 본인들의 핵 "억지" 능력을 극적으로 키우며 미국인들의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미국 측면을 본다면, 처음에는 그 답이 트럼프 대통령으로 보일 수 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역사상 가장 정치적 경험이 없는 사람 중 한 명이 임기 시작부터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북한의 "성공"을 떠안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것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순간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 되었다.  

그가 메세지를 내보내는 방식, 또는 어쩌면 정책을 만드는 방식 자체는 적개심과 위험을 부추기고 북한에게 "화염불과 분노"를 겪게 한다든지 나라를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등 극단적인 "해결책"을 마치 정상인 냥 보이게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언급을 피해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있다. "엉망 진창"인 북한의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트럼프주의(Trumpism) 외교정책의 핵심이 되었다. 마치 오바마케어 폐지, 세제 개혁, 또는 사회기반시설 투자와 같은 수준의 위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6000억 불의 통상관계가 아닌 북핵 문제를 꼽을 정도이다. 북한은 외교정책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이고 대통령이자 최고 군 통수권자로서 본인의 정체성 그 자체일 수도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요소가 북한과 관련된 위협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하여 일종의 안도감을 느끼는 듯 하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연기자 또는 과장되게 많은 것을 말하려 하는, 시끄럽고 분노에 찬 쇼맨 정도로 생각한다. 따라서 본인이 말하는 위협을 실제로 시행하지는 못할 위인이라고 본다.  

이렇게 트럼프에 대해 크게 괘념치 않는 것에는 문화적인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 한국인들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힘을 판단하고 "허풍쟁이"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많은 미국인들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하여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국인은 개개인이 아닌 전체가 문화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가볍게 여길 수 있고 그럼으로 인해서 그가 말하는 위협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하여 과소평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하게 극적인 인물인 것은 사실이다. 그의 경력을 되돌아보면, 그는 투자자이자 연예 기획자였고 사업가이자 그 자신이 하나의 브랜드였다. 그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곳은 TV 방송이었으며, 그의 가장 냉혹한 비판자라 할지언정 그가 정치 무대에서도 굉장한 재능을 보였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미국 정치를 자신의 이미지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그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같은 배우는 아니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배우로서의 기량과 한계를 정치인으로서 보여줬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지사라는 배역과 미국 대통령이라는 배역을 맡고 싶어했다. 그 배역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고전적인 의미의 배우가 아니다. 그는 리얼리티 방송 연예인이다. 학습도, 준비도, 어떠한 배역을 잘 연기한다는 점도 찾기 힘들다. 리얼리티 방송 스타는 그저 자신이면 된다. 그리고 그가 하는 것은 그대로 "사실(real)"이다. 그는 그저 카메라가 촬영하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본인 실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뿐, 특정 배역을 맡은 배우가 연기하는 것과 다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현지 시각) 취임 이후 처음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럼, 볼만한 방송이 되도록 리얼리티 방송 대통령이 하는 것은 무엇인가? 대통령 권한의 궁극적인 드라마는 무엇인가? 무엇이 한 시즌, 또는 임기를 좋거나 나쁘게, 그리고 비극적이거나 성공적으로 만드는가?  

전쟁, 그 이상의 드라마는 없다. "좋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쁜 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은 완벽한 악당이다. 정상이 아니고, 예측 할 수 없으며, 미국적인 것과는 정반대이다. 북한은 트럼프 정부에게 완벽한 표적이다. 우리와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사는 듯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사람들이다. 일반적인 미국인들이 아는 북한 사람의 모습이란 그저 제복을 입고 단체로 우스꽝스럽게 김일성 광장을 행진하는 것 뿐이다. 

어떤 전쟁에서나 적을 죽이는 것을 조금이라도 견딜 수 있게 만들기 위하여 적은 인간적이지 않게 그려진다. 북한의 경우 일부러 다르게 그릴 필요도 없다. 미국 대통령이 UN 총회에서 한 국가와 그 국민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했을 때를 생각해보라. 그저 그 나라에서 태어났을 뿐인 2500만의 남성, 여성, 그리고 아이들을 위하여 누가 도움을 주려 하였던가? 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집단 학살을 한다고 비난하였는가? 

전쟁 옹호론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더 큰 위험에 대하여 생각하여야 한다. 한반도를 위험에 빠트리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실험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뿐만이 아니다. 북한 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한국인과 미국인이 인식하는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트럼프 팩터 뿐만이 아닌 다른 요소들이 작용한 결과이다. 

미국 내에서 전쟁 옹호론이 대두되고 있다. 진보와 보수, 민주당과 공화당을 넘나들며 충분한 수의 미국인들이 이를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질적인 위험이다. 전쟁을 하자는 이 논리는 두려움에 그 근간을 둔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핵무기를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가졌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는 얼마나 많은 핵탄두를 개발할 것인가? 그는 얼마나 많은 미사일을 만들 것인가?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백 개의 핵탄두가 장착된, 지하나 잠수함에서 빠르게 발사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을 갖는다면, 그는 과연 그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그저 발사하겠다는 위협 만으로 그는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그는 왜 그토록 효과적인 억지력을 가지려고 하는가? 과연 그것은 방어를 위한 것인가? 그저 생존을 위한 것인가? 또는 그가 다른 무엇인가, 어둡고 두려운 무엇인가를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참모가 <뉴요커>의 에반 오스노스에게 물어본 것처럼 "그들은 한반도의 현재 상황을 유지시키려고 이 무기들을 개발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인 맥마스터(McMaster) 중장은 "이 상황은 과거 우리가 소련과 처해 있던 상황과 다르다. 북한은 미국이 남한을 버리고, 어쩌면 두번째 한국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도록 미국을 협박하는 것이 자신들의 의도라고 말과 행동으로 보여왔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막을 수 없고 억지할 수 없어서 소련이 가장 강성할 때 보다 더 위험하고 불길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려움을 근저에 두고 "실행 가능한" 군사 옵션이 있다는 의견을 점차 미국 대중에게 주입하고 있다. 상원 의원들은 "백악관 안팎에서의 속삭임"을 듣는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북한 정권과 북한의 역량을 "분리" 하는 것에 대하여 말한 바 있다. 

국방장관은 한국을 "심각한"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은 채 군사 옵션에 대해 모호하게 언급하였다. 그 동안 대통령은 합동참모들에게 더 나은 여러 계획을 더 빨리 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서 "혹시 필요하다면"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이 있게 말이다. 

이러한 전쟁 옹호론은 과거의 일들을 근거로 펼쳐진다. 트럼프 정부는 대중에게 미국이 25년 동안 북한과 대화를 하였고 "수 십억" 달러를 주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우리를 기만하고, 우리의 돈을 가져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하였을 뿐이었다며, 대화나 협상은 의미가 없고 "힘을 아껴야" 한다고 국무 장관에게 말한 바 있다. 그는 다른 모든 것은 "유화 정책"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책망하기도 하였다.

미국 대중은 이제 중국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니 제재가 작동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있고, 중국이 참여한다 하더라도 제재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외교는 계속 될 것이며, 아직 "우선순위"는 외교이다. 

하지만 이는 "첫 폭탄이 떨어지기 전"까지 만이다. 그때서야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이 들었던 "한 가지"가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정부, 미군, 미 의회, 미국 사회는 선택권이 없을 것이다. 다른 모든 옵션들은 이미 시도해 보았을 것이고, 실패했을 것이기 때문에 한 가지 선택만이 남아 있을 것이다. 선택이 아니라 이는 불가피한 것이다. 변론은 이미 되었을 것이고, 배심원은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없이 그들의 의견이었던 것처럼 평결을 받아들일 것이다. 

예방전쟁을 막는 법 

닉 크리스토프(Nick Kristof )는 "전쟁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예방될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걱정하였다. 우리의 도전 과제는 예방전쟁을 막는 것이다.

제1선의 저항은 미국 시민들, 미디어 내 감시 단체와 의회 내 대표들이 하는 것이다. "군사 옵션"이 문제의 유일한 논리적 "해법"이라고 생각되는 근원은 북한 위협에 대한 과장된 두려움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이 아니고 예상 불가능한" 본성이다. 두려움의 해독제는 지식이다. 

미국 기자들은 2002년~2003년 이라크 침공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기자로서 실패하였다. 오스노스와 크리스토프를 포함한 일부 기자들은 당시와 지금의 유사성을 알아차리고 북한과의 전쟁에 대한 옹호론에 구멍을 내고 있다. 그들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우연이 아니며, 엄격하게 통제된 환경일지라도 표출되는 북한에 사는 사람들의 인간성에 정면으로 부딪쳤던 것이다.  

필자 또한 통제된 상태이지만 네 번 방문하였는데, 엄격하게 연출된 상황에서 조차 인간의 즉흥성이 느껴졌기에 이를 증언할 수 있다. 미국 언론의 가장 긴급한 소명은 북한에 대한 무지와 이를 바탕에 둔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다. 

미 의회에도 무거운 책임이 주어졌다. 작년 한국 촛불 집회에서의 국회가 맡았던 역할처럼, 미 하원과 상원은 지금 혹은 일년 사이에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전후 미국 정치를 장악한 '제왕적 대통령제'로부터 의회가 미국 민주주의 초석의 자리를 되찾는 소명을 받은 것이다.  

전쟁을 선언할 수 있는 권한은 백안관이 아닌 의회가 갖고 있다. 이미 처참한 베트남 전쟁을 악화시키도록 존슨 정권에 권한을 준 통킹만 결의안(Tonkin Resolution)과 부시 정권에게 이라크에 침공할 자유 재량권을 준 대이라크전쟁법안(Authorization of Use of Military Force against Iraq)은 의회가 더 늦기 전에 나서야 하며 비극과 실패 뿐일 행위를 막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미국 대중이 언론으로부터 더 나은 정보를 얻고 그들의 의원들이 더 나은 리더십을 발휘하여 전쟁을 선택지에서 없애는 데에 노력하는 동안, 제3국과 국제사회는 이들을 지지하면 된다. 백악관의 신용을 답례로 단순히 트럼프 정부의 "평화적 압력 작전"에 따르는 것은 갈등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러시아와 유럽연합의 여러 국가는 중재자 역할을 하며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과 북한이 갈등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져 점차 타협 및 진전으로 다가갈 수 있는 예비 회담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더 노력하여야 한다. 특히 중국은 북한과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지만, 아직 발전적인 지렛대 역할은 못하고 있다. 

유엔(UN)도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는 단순히 처벌이 곧 해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북한이 미사일이나 핵 실험을 하면 제재안을 통과시키는 역할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유엔은 위험을 감소시키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 이해를 도모하는 건설적인 중재를 하는 데에 더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세계 경제의 중심에 있는 한반도에서 핵보유국 사이의 전쟁은 세계 복지와 번영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북한의 고립은 해법이 아니라 문제의 일부이다. 유엔은 북한을 다른 국가들과 통합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모습 ⓒAP=연합뉴스


마지막으로 다시 한국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가자. 한국인들은 태평양 건너의 동맹국과의 위협 인식 격차를 줄이기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국은 미국의 전쟁 옹호론을 철회하도록 돕고, 미국의 외교를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돌려 놓을 수 있을까?

정확히 일 년 전, 세계는 한국 국민이 용인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 저력을 목격하였다. 수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백만여 명의 한국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정의를 요구하며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재촉했다.  

확실히 제2의 한국전쟁의 가능성은 부패한 대통령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이러한 데에는 매우 복잡하고, 충분한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만은 재고되어야 한다. 단지 트럼프 대통령이 발끈하는 것뿐이고, 미국은 한국에서 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 말이다.

지난 겨울 촛불을 들고 환희의 분개를 했던 한국인들은 두려움에 굴복하지 말되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한국 전쟁 휴전 이후 한국은 길지만 불안정한 평화로 가는 조그만 기로에 진입하였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는 "침묵을 깨야 하는 때"라는 유명한 연설에서 베트남 전쟁을 경고하였다. "삶과 역사의 난제를 대하는 지금, 자칫 때를 놓쳐버릴 수 있다. 꾸물거린다면 시간을 도둑맞아 버릴 것이다. 인생은 종종 우리가 기회를 잃어버리고 벌거 벗어 낙담한 채 서있게 만든다. 때는 항상 넘쳐 오른 채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썰물처럼 흘러서 빠져 나가버린다. 우리는 시간이 멈추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아무리 애원해도 시간은 단호하게 제 갈 길을 간다. 수많은 긁혀진 유골들과 여러 문명이 뒤섞인 잔재 위에는 한심한 한마디, '너무 늦어버렸다'고 쓰여 있다." 

또 다른 처참한 전쟁에서 얻을 것이 없는 미국인은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놓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한국인은 기다리지 말고 너무 늦기 전에 이를 막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기회로 삼아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옵션"의 상상할 수도 없는 비용을 알게 해야 하고, 미국-북한간 고위급 대화를 시작으로 대화와 협상 및 합의로 이어질 외교적 해결 방안을 굳건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하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하여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상호적인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절충안을 찾아보아야 한다. 이를 통하여 세 나라는 핵무기를 보유한 채 적대하는 것이나 갈등이 고조되는 위험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합동군사훈련의 축소 및 중단, 한반도 내 전략적 자산의 배치 방지, 북한 인민군과의 군간 소통 채널 설립, 군축 협상 및 평화 체제 설계에 대한 예비 회담 개최 등을 "유화 정책"이라고 부르며 폐기해서는 안된다. 반대로 두 동맹국은 북한에 대해 어떻게 주도적 외교인 "평화 공세"를 펼칠지 집중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지난 일 년 동안은 김정은 위원장이 자극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그 자극에 수세적으로 반응하는 양상이 반복되어 왔다. 이제, 한국과 미국 지도자들이 북한 문제를 다루는데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줄 때가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비록 짧지만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며 진지한 외교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 필자 소개 

존 델러리는 연세대학교 국제대학과 국제학대학원 소속 부교수이다. 현대중국 역사학자이며, 오빌 셸과 <돈과 힘>(2013)을 출판하였으며, 이는 중국어, 일본어 및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또한 그는 북한을 네 번 방문 하였고, <포린 어페어스>, 38노스, 그리고 그가 편집자로 있는 <글로벌 아시아> 등에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등 한반도 이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미중관계 및 북한 국가위원회 위원, 아시아소사이어티, 태평양세기연구소, 및 중국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을 겸임 중이다. 예일대학교에서 역사학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1950년대 미중관계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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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비자금 차명계좌 예금주 경주에 주소지"

[국감이슈] 심상정 의원 "이건희 회장 계좌와 똑같은 구조... 수사해야"

17.10.31 20:58l최종 업데이트 17.10.31 20:58l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금융권 채용비리와 관련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금융권 채용비리와 관련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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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 논란이 일고 있는 다스의 비자금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차명계좌를 통해 120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함께 관련 계좌 예금주들이 경북 경주시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스의 본사 역시 경주다. 따라서 다스와 관련된 회사 임직원 등이 차명 계좌에 동원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심상정 의원실 관계자는 31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예금주가) 경주에 있는 사람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다스 공장이 경주에 있어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확하게 (예금주가 누구일 것이라고) 특정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며 "동명이인일 수도 있어 추적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통장들이 다스 직원들의 명의로 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직원들일 것이라고) 특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심상정의원실 쪽 생각이다.

경주에 위치한 다스 공장...차명계좌 예금주도 대부분 경주에 주소지 

 

앞서 지난 30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제출한 다스의 '현금 및 현금등가물 명세서' 원장을 공개했다. 이는 심 의원이 지난 27일 국감에서, 다스의 주식 19.9%를 가지고 있어 자료열람권이 있는 캠코에 요청한 자료였다. 

여기에는 심 의원이 다스 비자금으로 보는, 17명 명의의 40개 계좌와 3개의 양도성예금증서(CD)의 상세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 의원은 이 계좌들의 예금주, 계좌번호, 개설은행지점 등을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 예금주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경주시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알아냈다는 것. 

또 기업·대구은행 등에 있던 43억 원의 주인이 개인에서 다스로 바뀌었고, 다른 계좌들에 있던 돈은 다스 이름으로 된 계좌로 옮겨졌다는 것이 심상정 의원실 쪽 설명이다. 자금이 움직인 시점은 지난 2008년 2월 정호영 특별검사팀 수사가 끝날 무렵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상정 의원실 관계자는 "2012년 한겨레 보도를 보면 2008년 당시 검찰이 다스 비자금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차명계좌에 있던 돈을 다스에 옮기는 조건으로 사건을 덮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당 자금들이 국내에서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스는 장부상으로는 이를 미국법인으로부터 외상값을 받은 것처럼 꾸몄다는 것이 심 의원 쪽 생각이다. 

국감에서 심 의원은 "저희가 자료를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다스는 금융실명제법 위반, 국외에서 국내로 유입하는 회계처리 등 특정금융거래법 제2조에 따른 자금세탁 혐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부감사법에 의한 분식회계, 조세포탈 및 횡령·배임의 혐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법인에 물건 팔고 외상값 받았다는데... 달러화 아닌 원화로? 

더불어 실제 다스가 미국법인에 물건을 팔고 그 돈을 나중에 받았다면 미국달러화 등 외화로 그 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장부에는 원화로 기록돼 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심상정 의원실 관계자는 "한국의 물건을 미국에 판 것인데 이때 미국 다스에서 결제하려면 달러로 해야 한다"며 "그런데 원장에 의하면 원화로 입금이 됐다"고 말했다. 다스가 비자금을 숨기기 위해 장부를 조작하면서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심 의원은 금융당국이 다스의 비자금 실체에 대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와 같은 기준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감 당시 심 의원은 "금융위원회는 금융실명제법 제5조가 정하는 '비실명자산소득에 대한 차등과세' 대상과 관련한 유권해석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스 차명계좌도) 이건희 회장의 계좌와 똑같은 구조"라며 "다스의 비자금 실체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으로 검토해 처리방안을 보고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심 의원은 "이 비자금의 실체가 원장에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 감독당국의 역할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경우처럼 다스의 계좌들도 실제 차명계좌로 밝혀진다면 다스가 벌어들인 이자소득의 90%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감독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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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안봉근, 국정원 특활비 받은 혐의 긴급체포

이재만·안봉근, 국정원 특활비 받은 혐의 긴급체포

등록 :2017-10-31 09:34수정 :2017-10-31 10:44

 

 

이병기 전 비서실장, 남재준·이병호 전 국정원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 자택도 압수수색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긴급체포돼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긴급체포돼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검찰이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국가정보원 간부들로부터 뒷돈을 상납받은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31일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간부들이 특수활동비 가운데 수십억원을 청와대 쪽에 상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안봉근(51)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51)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체포했다. 또 이병기(70)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자택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남재준(73)·이병호(77) 전 국정원장, 조윤선(51)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자택도 이번 압수수색에 포함됐다.

 

검찰은 최근 화이트 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간부들로부터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에게 뒷돈을 상납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수사를 하던 중 단서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향후 검찰은 청와대로 흘러들어 간 돈의 사용처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 돈이 청와대를 거쳐 선거자금이나 정치자금 등으로 유용됐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박근혜(65)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수사 및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양진 서영지 기자 ky0295@hani.co.kr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3인방‘ 중 한명인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긴급체포돼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3인방‘ 중 한명인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긴급체포돼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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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제국의 몰락>, 미 제국의 태생과 성장(1)

학살과 전쟁
  • 김영준 담쟁이기자
  • 승인 2017.10.30 15:12
  • 댓글 0

어렸을 적 영화를 통해 접한 미국은 언제나 세계평화의 수호자였다. 소련의 음모를 아슬아슬하게 저지하고, 궤변이나 늘어놓는 테러리스트들을 보기 좋게 제압했으며 심지어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 지구를 구했다. 그리고 간혹 미국 대통령은 고뇌에 찬 표정으로 ‘전 인류를 위함’이라며 핵미사일 버튼을 누르기도 했다. 하기야 대통령이 람보가 돼서 테러리스트를 모두 제압하는 판국에 핵미사일 버튼이야 현실 ‘고증’이 매우 충실한 편이었다.

아무리 영화라도 자신을 ‘세계평화의 수호자’, ‘인류의 히어로’로 자처하는 건 유치하기 이를 데 없는 자기도취지만 문제는 이런 유아적 자기도취가 현실에 반영됐을 때다. 특히나 이 유아적 주체가 14.58조 달러의 GDP를 자랑하고, 전 세계 군비의 절반 가까이 지출하며(6261억 달러), 전 세계 곳곳에 군사기지를 가진 국가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일본의 ‘대동아공영권’, 독일의 ‘천년 제국’ 등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든 제국은 이와 비슷한 자기도취에 빠져있었다.

이번에 읽게 된 <제국의 몰락과 후국의 미래>는 ‘세계평화의 수호자’라는 미국이 대외적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이미지가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제국으로서의 미국’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서 ‘세계평화의 수호자 미국’과 ‘제국으로서의 미국’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있다. 과연 미국은 인류의 히어로인가? 아니면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던 여느 제국들과 다름없는 제국에 불과한가?

미국의 실체에 더 가깝게 다가가고자 <제국의 몰락과 후국의 미래>를 읽고, 1장 미 제국의 태생과 성장, 2장 미 제국의 중남미 침탈사, 3장 미 제국의 중동·아프리카 침탈사, 4장 미 제국의 동남아·태평양 침탈사까지 내용을 요약정리해서 연재한다.

(글 내용은 절대적으로 <제국의 몰락과 후국의 미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요약과 인용의 경우 모두 괄호에 페이지를 표기했고, 추가로 인용의 경우는 겹따옴표(“ ”)로 처리했습니다. 다른 텍스트를 참고한 경우에는 따로 표기했습니다.)

미 제국의 태생과 성장 (1)학살과 전쟁

“하루는 3,000명에 달하는 원주민을 붙잡아 와 사지를 자르고 목을 베고, 여자는 강간한 뒤 죽였다. 달아나는 아이는 창을 던져 죽이거나 붙잡아 사지를 잘라 죽이고, 일부는 끓는 비누에 삶아 죽였다. 또한, 개를 풀어 그들을 돼지처럼 몰아 죽이고,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아기를 낚아채 그들이 끌고 온 개에게 먹이로 던져주었다. 그리고 한칼에 사람을 두 동강 내거나 목을 베는 내기를 하고, 바위에 짓이겨 죽이기도 했다.” (22)
-1552년 라스카사스 신부 <원주민 사회의 파괴에 대한 소고>-

1492년 10월12일 콜럼버스 일행은 바하마 군도에 상륙했다.(19) 그들의 상륙은 ‘신대륙 발견’이라는 명칭이 보여주듯 유럽인들에게는 마치 유토피아의 현존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개척하고 정복했고 그 결과 번성했다. 신이 부여한 운명에서 벗어나 인간의 의지가 마음껏 실현되는 공간, 그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의 시작이었다. 물론 모든 일에는 명암이 존재하는 법이라 유토피아의 발견은 디스토피아의 시작이기도 했다.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 살던 약 1억 명의 원주민들은 급격한 절멸의 길을 걷게 된다. 일례로 콜럼버스가 “상륙할 당시 25만 명이던 카리브해 아이티섬의 타이노족은 불과 50년 만에 500명 정도만 살아남았다.”(23) 집단적인 원주민 학살이 아메리카 대륙 곳곳에서 일어났다.

▲ Massacre of Indian women and children in Idaho(1868)

원주민 말살 ‘신의 이름으로’

1991년 1월 이라크에 전쟁을 선포하기 전 아버지 부시는 두 볼에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미군과 CIA의 잊혀진 역사. 95p) 그로부터 12년 뒤 아들 부시는 이라크를 공격하기 직전 국가 각료회의에서 마찬가지로 기도했다. 어찌 보면 집안 내력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침략과 학살에서 ‘신’을 찾는 것은 원주민 학살 때부터 대대로 이어진 미국의 전통이었다.

- 피쿼트족 대학살 : “1637년 5월 영국군과 청교도 이주민들은 한밤중에 피쿼트족 마을을 습격하여, 부녀자와 어린이를 포함한 약 1500명을 몰살하고 생포한 자들은 노예로 팔았다.” 당시 지휘관 윌리엄 브래드퍼드는 이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들의 몸은 불꽃 속에 타오르고, 피는 흘러 작은 내를 이루었다. 불꽃이 삼키는 그 광경은 참으로 두려운 것이었으며, 더욱 끔찍스러운 것은 시신이 타는 냄새였다. 그러나 승리는 달콤하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우리를 위해 그리도 놀라운 일을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27)

- 샌드크리크 사건 : 1864년 11월 콜로라도 지역 주둔군은 샤이언족과 아라파호족을 학살한다. 당시 로키산맥 주변의 금광을 찾아 몰려든 백인들을 위한 일이었다. 학살을 지휘한 콜로라도 주둔군 사령관 존 쉬빙턴 대령은 “하느님이 세운 나라에서 인디언을 죽이는 일은 정당하며 명예로운 일이다”라며 원주민 남녀노소 약 600여 명을 도륙했다.(29)

이 외에도 원주민 말살 정책은 다양했다. 원주민들의 전통신앙을 금하고 불응하는 원주민들을 살해하거나, 원주민의 언어를 금하고 이름을 미국식으로 개명하도록 했다. 강제이주법(lndian Removal Act)을 근거로 원주민을 백인 주거지에서 강제로 이주시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2~3만의 체로키 인디언 중 8000여 명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사망했다. 1만 명의 나바호족도 추위와 질병으로 1천여 명이 사망했다.(31)

이러한 원주민 말살 정책의 밑바탕에는 기독교 근본주의가 있었다. 이 정신은 이후에도 이어져 중남미에서, 중동에서, 아시아에서 자유를 지키기 위한 ‘성전’으로 꾸준히 반복되었다.

▲The Delaware Regiment at the Battle of Long Island(1776)

독립전쟁과 남북전쟁

혹자는 이렇게 절규하기도 한다. 미국은 본래 위대한 나라였는데 후대가 그것을 잘 계승하지 못했다고 말이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추구한 정신은 미국의 위대함의 뿌리다. 독립전쟁과 남북전쟁은 그 위대한 정신을 투쟁으로 실현한 당당한 건국신화다. 미국은 태생부터 자유와 평등의 수호자이며, 이점에서 미국은 이전의 제국과 다르다. 미국의 건국신화는 그간 미국인들 스스로에게 큰 자긍심이었다. 하지만 자긍심은 자긍심으로 끝나야지 이것이 자기중심적인 자기도취로 전락해선 곤란하다. 이 점에서 우린 독립전쟁과 남북전쟁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독립전쟁 : 백인 이주민들은 본국(영국) 정부의 보호정책 덕분에 경제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본국 정부가 농산물을 수매해주고, 프랑스 등 다른 수입 농산물에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이주민들이 본국 국민보다 소득이 더 높아졌다. 여기에 식민지 확보에서 소모한 전비 보충이 겹치면서 영국 정부는 세금을 높이게 된다. 그러자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이자 대규모 선박 소유업자이기도 한 존 핸콕은 배에 가득 싣고 온 와인을 밀반입한다. 1773년에는 그 유명한 ‘보스턴 차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1775년 벙커힐 전투로부터 9년간 이어진 전쟁은 영국의 적대행위 포기선언으로 마치게 된다.(38~40)

미국은 독립전쟁을 부당한 대영제국에 맞선 해방전쟁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대영제국에 맞선 군중들이 본래 아메리카에 살던 원주민들이라면 모를까 영국에서 건너온 이주민임을 생각하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만약 일제강점기에 한반도로 이주한 일본인들이 조선 땅을 차지하려고 자국 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다면, 우린 그걸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41)

- 남북전쟁 : 부당한 중앙정부에 맞섰다는 건국이념은 지방정부들을 더욱 강력하게 했다. 19세기 전반, 미국의 남북은 다른 이해관계를 가졌다. 북쪽은 공업 우선 정책과 보호무역을 지지하고 남쪽은 자유무역과 노예제를 찬성했다. 링컨은 중앙정부의 권력 강화를 위해 내전을 각오하면서까지 관세장벽을 높였다. 이에 맞서 1861년 2월7일 연방을 탈퇴한 7개 주는 남부 동맹을 출범한다. 1861년 7월 북군의 침공으로 62만 명의 사망자와 30만 명의 부상자를 낸 남북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이 길어지자 링컨은 1863년 1월1일 북미 전역의 흑인 노예를 해방한다고 발표한다.(46~54)

노예해방선언과는 별개로 링컨 개인은 인종적, 계급적 고통에 마음 아파하는 휴머니스트와는 아무래도 거리가 멀었던 것 같다. 해방선언 후 북군이 조직한 20만 명의 흑인부대는 백인부대의 총알받이로 취급된다. 백인 남성은 300달러를 지불할 경우 징집을 면제해주는 법안도 공포한다.(55) 이전 상원선거에서 링컨은 “나는 모든 백인과 마찬가지로 백인종이 우월한 지위를 누리는 데 찬성합니다.”(51)라고 말했는데, 백인종 안에서도 부자들이 좀 더 우월하다는 말을 덧붙이는 걸 깜빡한 듯하다.

말하자면, 미국의 독립전쟁과 남북전쟁 모두 해방과 인권을 위한 숭고한 전쟁이 아니라 백인 상류층들의 “권력 쟁탈전”(57)에 가깝다는 것이다. 마치 원주민 학살이 ‘신의 이름’을 빌렸지만, 결코 숭고하지는 않은 것처럼 말이다. 학살부터 전쟁까지 미 제국은 그야말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땀구멍에서 피와 오물을 흘리면서 태어났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제국에 의해 흘릴 피에 비하면 글자 그대로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김영준 담쟁이기자  minplusnews@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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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내내…국방장관들 ‘댓글공작’ 승인·주도 드러났다

[단독]MB 정부 내내…국방장관들 ‘댓글공작’ 승인·주도 드러났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입력 : 2017.10.31 06:00:03 수정 : 2017.10.31 06:02:18

 

ㆍ2008년 ‘광우병 촛불’ 때 기무사 앞세워 불법 활동 시작
ㆍ2009년 안보 이슈 본격 활동…2010년 사이버사로 이관

[단독]MB 정부 내내…국방장관들 ‘댓글공작’ 승인·주도 드러났다
 

‘이명박(MB) 정부 청와대’가 군사정권 시절 민간인 사찰과 고문 등으로 악명을 떨친 국군 기무사령부(옛 보안사령부)를 국내 정치에 개입시킨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기무사는 청와대 지시로 ‘국정운영 관련 일일 사이버 검색 결과’를 보고하기 시작한 이래 전방위 댓글 공작을 벌이는 등 이명박 정부 내내 정치에 개입했다. 기무사와 사이버방위사령부 불법 정치활동 배후는 청와대였음이 분명해진 것이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왼쪽)이 3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석구 기무사령관(왼쪽)이 3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08년, 청와대 지시 정치 개입 

30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확인한 기무사 자체 진상조사 보고 문건(2017년 10월9일) 내용을 보면, 이명박 정부 때 기무사의 정치 개입은 크게 세 시기로 구분된다.

첫째 시기는 기무사가 청와대 지시로 국내 정치에 관여하기 시작한 2008년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위기에 몰린 이명박 정부는 2008년 6월24일 청와대에 홍보기획관실과 국민소통비서관실을 신설했다. 홍보기획관실과 국민소통비서관실은 대통령 직속 ‘청와대 사이버 컨트롤타워’의 한 축으로, ‘인터넷 토론방 내 악성 게시물 대응 및 정부 시책 옹호글 게재’ 등을 주요 업무로 하는 ‘국정 관련 인터넷공간 통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그 뒤 청와대는 7월18일 기무사에 “국정운영 관련 사이버 검색 결과 주기적 보고”를 지시했다.

기무사는 당시 이상희 국방부 장관 승인을 얻어 “반정부·좌익세력 활동, 국방·안보 주요 이슈 등이 포함된 ‘일일 사이버 검색 결과’를 보고”했다. 

■ 2009년, 본격적인 댓글 공작 

둘째 시기는 기무사가 본격적인 댓글 공작을 벌인 2009년이다. 문건에는 “안보 이슈 적시 대응”을 명분으로 “2처에 사이버분석과 신설 및 예하 부대원 사이버 대응 요원으로 운영”이라고 돼 있다.

사이버분석과는 공개 첩보를 수집하는 검색계,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분석계, 퍼나르기 등 댓글 활동을 하는 대응계 등 3개 계로 편성됐다. 이와 동시에 예하 부대에 250~300명 규모의 사이버 대응 요원을 운영했다. “사령부(대응계)에서 지정한 공개 자료를 퍼나르거나 지지 댓글 작성”이 업무였다. 이 조직의 명칭은 ‘스파르타’로 알려졌다. 문건은 “‘스파르타’는 공식 조직이 아니라 심리전에서 승리하자는 취지로 사용된 용어”라고 했다. 

이 기간에 기무사는 용산 참사 때 경찰 지지 댓글(2월), 전방부대 근무 장병 주소 이전 헌법소원 지지 활동(2월), 북 광명성 발사(4월)와 핵실험(5월) 시 북 위협 전파 및 비난 사설 게재 등의 활동을 벌였다. 

■ 2010년 이후, 정치 개입 

셋째 시기는 사이버방위사령부가 창설된 2010년 1월 이후다. 기무사가 수행하던 사이버심리전 업무는 사이버방위사령부로 이관됐고, 기무사 관련 조직은 축소됐다.

하지만 이 기간에도 대응계는 사이버분석과를 축소한 사이버안전과에 편입돼 천안함 사건, 북한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된 댓글 활동을 벌였다. 

기무사는 2010년 12월 댓글 부대인 사이버안전과 대응계를 보안계(군기 유출 차단), 해외계(해외홍보), 대북계(방첩근원 발굴, 장병 오염 방지) 등 3개 계로 구성된 사이버첩보분석과로 확대 개편했다. 

이 중 청와대의 ‘G20 해외홍보를 위한 군 어학자원 활용방안’ 지시에 따라 군 어학자원 24명을 선발해 2010년 1월부터 운영한 G20 해외홍보팀(홍보계)은 2010년 11월 G20 정상회의가 끝났음에도, 청와대 요청으로 이명박 정부 임기말인 2012년 3월까지 운영됐다. 대북계의 경우 2011~2012년 “SNS상 북·종북세력 활동 양상 및 영향력 분석 등 대응방안 제시” 활동을 했다고 문건은 밝혔다.


기무사의 댓글 공작은 윗선에 보고됐다. 문건은 “동 기간 중 통수권 보필과 주요 안보 이슈 관련 댓글 활동을 수행하였고, 그 결과로 사안에 따라 내부 보고 또는 상부 보고”라고 밝혔다. 

 

첫째 시기는 기무사가 청와대 지시로 국내 정치에 관여하기 시작한 2008년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위기에 몰린 이명박 정부는 2008년 6월24일 청와대에 홍보기획관실과 국민소통비서관실을 신설했다. 홍보기획관실과 국민소통비서관실은 대통령 직속 ‘청와대 사이버 컨트롤타워’의 한 축으로, ‘인터넷 토론방 내 악성 게시물 대응 및 정부 시책 옹호글 게재’ 등을 주요 업무로 하는 ‘국정 관련 인터넷공간 통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그 뒤 청와대는 7월18일 기무사에 “국정운영 관련 사이버 검색 결과 주기적 보고”를 지시했다.

기무사는 당시 이상희 국방부 장관 승인을 얻어 “반정부·좌익세력 활동, 국방·안보 주요 이슈 등이 포함된 ‘일일 사이버 검색 결과’를 보고”했다. 

■ 2009년, 본격적인 댓글 공작 

둘째 시기는 기무사가 본격적인 댓글 공작을 벌인 2009년이다. 문건에는 “안보 이슈 적시 대응”을 명분으로 “2처에 사이버분석과 신설 및 예하 부대원 사이버 대응 요원으로 운영”이라고 돼 있다.

사이버분석과는 공개 첩보를 수집하는 검색계,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분석계, 퍼나르기 등 댓글 활동을 하는 대응계 등 3개 계로 편성됐다. 이와 동시에 예하 부대에 250~300명 규모의 사이버 대응 요원을 운영했다. “사령부(대응계)에서 지정한 공개 자료를 퍼나르거나 지지 댓글 작성”이 업무였다. 이 조직의 명칭은 ‘스파르타’로 알려졌다. 문건은 “‘스파르타’는 공식 조직이 아니라 심리전에서 승리하자는 취지로 사용된 용어”라고 했다. 

이 기간에 기무사는 용산 참사 때 경찰 지지 댓글(2월), 전방부대 근무 장병 주소 이전 헌법소원 지지 활동(2월), 북 광명성 발사(4월)와 핵실험(5월) 시 북 위협 전파 및 비난 사설 게재 등의 활동을 벌였다. 

■ 2010년 이후, 정치 개입 

셋째 시기는 사이버방위사령부가 창설된 2010년 1월 이후다. 기무사가 수행하던 사이버심리전 업무는 사이버방위사령부로 이관됐고, 기무사 관련 조직은 축소됐다.

하지만 이 기간에도 대응계는 사이버분석과를 축소한 사이버안전과에 편입돼 천안함 사건, 북한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된 댓글 활동을 벌였다. 

기무사는 2010년 12월 댓글 부대인 사이버안전과 대응계를 보안계(군기 유출 차단), 해외계(해외홍보), 대북계(방첩근원 발굴, 장병 오염 방지) 등 3개 계로 구성된 사이버첩보분석과로 확대 개편했다. 

이 중 청와대의 ‘G20 해외홍보를 위한 군 어학자원 활용방안’ 지시에 따라 군 어학자원 24명을 선발해 2010년 1월부터 운영한 G20 해외홍보팀(홍보계)은 2010년 11월 G20 정상회의가 끝났음에도, 청와대 요청으로 이명박 정부 임기말인 2012년 3월까지 운영됐다. 대북계의 경우 2011~2012년 “SNS상 북·종북세력 활동 양상 및 영향력 분석 등 대응방안 제시” 활동을 했다고 문건은 밝혔다.


기무사의 댓글 공작은 윗선에 보고됐다. 문건은 “동 기간 중 통수권 보필과 주요 안보 이슈 관련 댓글 활동을 수행하였고, 그 결과로 사안에 따라 내부 보고 또는 상부 보고”라고 밝혔다. 

 

첫째 시기는 기무사가 청와대 지시로 국내 정치에 관여하기 시작한 2008년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위기에 몰린 이명박 정부는 2008년 6월24일 청와대에 홍보기획관실과 국민소통비서관실을 신설했다. 홍보기획관실과 국민소통비서관실은 대통령 직속 ‘청와대 사이버 컨트롤타워’의 한 축으로, ‘인터넷 토론방 내 악성 게시물 대응 및 정부 시책 옹호글 게재’ 등을 주요 업무로 하는 ‘국정 관련 인터넷공간 통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다.

그 뒤 청와대는 7월18일 기무사에 “국정운영 관련 사이버 검색 결과 주기적 보고”를 지시했다.

기무사는 당시 이상희 국방부 장관 승인을 얻어 “반정부·좌익세력 활동, 국방·안보 주요 이슈 등이 포함된 ‘일일 사이버 검색 결과’를 보고”했다. 

■ 2009년, 본격적인 댓글 공작 

둘째 시기는 기무사가 본격적인 댓글 공작을 벌인 2009년이다. 문건에는 “안보 이슈 적시 대응”을 명분으로 “2처에 사이버분석과 신설 및 예하 부대원 사이버 대응 요원으로 운영”이라고 돼 있다.

사이버분석과는 공개 첩보를 수집하는 검색계,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분석계, 퍼나르기 등 댓글 활동을 하는 대응계 등 3개 계로 편성됐다. 이와 동시에 예하 부대에 250~300명 규모의 사이버 대응 요원을 운영했다. “사령부(대응계)에서 지정한 공개 자료를 퍼나르거나 지지 댓글 작성”이 업무였다. 이 조직의 명칭은 ‘스파르타’로 알려졌다. 문건은 “‘스파르타’는 공식 조직이 아니라 심리전에서 승리하자는 취지로 사용된 용어”라고 했다. 

이 기간에 기무사는 용산 참사 때 경찰 지지 댓글(2월), 전방부대 근무 장병 주소 이전 헌법소원 지지 활동(2월), 북 광명성 발사(4월)와 핵실험(5월) 시 북 위협 전파 및 비난 사설 게재 등의 활동을 벌였다. 

■ 2010년 이후, 정치 개입 

셋째 시기는 사이버방위사령부가 창설된 2010년 1월 이후다. 기무사가 수행하던 사이버심리전 업무는 사이버방위사령부로 이관됐고, 기무사 관련 조직은 축소됐다.

하지만 이 기간에도 대응계는 사이버분석과를 축소한 사이버안전과에 편입돼 천안함 사건, 북한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된 댓글 활동을 벌였다. 

기무사는 2010년 12월 댓글 부대인 사이버안전과 대응계를 보안계(군기 유출 차단), 해외계(해외홍보), 대북계(방첩근원 발굴, 장병 오염 방지) 등 3개 계로 구성된 사이버첩보분석과로 확대 개편했다. 

이 중 청와대의 ‘G20 해외홍보를 위한 군 어학자원 활용방안’ 지시에 따라 군 어학자원 24명을 선발해 2010년 1월부터 운영한 G20 해외홍보팀(홍보계)은 2010년 11월 G20 정상회의가 끝났음에도, 청와대 요청으로 이명박 정부 임기말인 2012년 3월까지 운영됐다. 대북계의 경우 2011~2012년 “SNS상 북·종북세력 활동 양상 및 영향력 분석 등 대응방안 제시” 활동을 했다고 문건은 밝혔다.


기무사의 댓글 공작은 윗선에 보고됐다. 문건은 “동 기간 중 통수권 보필과 주요 안보 이슈 관련 댓글 활동을 수행하였고, 그 결과로 사안에 따라 내부 보고 또는 상부 보고”라고 밝혔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0310600035&code=910100#csidx4dd7cdbd506e33ba4a0dec7336269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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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제 쓸어버릴 것” 경고

북, “미제 쓸어버릴 것” 경고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7/10/31 [06:32]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북은 미국을 쓸어 버리겠다고 강경 발언을 이어 갔다.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북이 미국과의 강경 대치를 늦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민족비상대책위원회’ 명의로 미국을 쓸어버리고 평화를 지키겠다는 고발장을 냈다.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북침핵전쟁연습반대 전민족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0일 조선반도를 핵전쟁마당으로 전락시켜온 미제의 만고죄행을 고발한다는 공동고발장에서 지금 조선반도에는 미제의 극단한 반공화국전쟁광란으로 말미암아 당장 핵전쟁이 터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정세가 조성 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통해 밝힌 고발장은 내외신들은 냉전이 절정에 달하였던 1962년의 카리브해 위기이래 최대위기핵전쟁의 시계바늘이 막바지 순간에 다가서고 있다고 커다란 우려를 표시하고 있으며 세계의 이목은 일촉즉발의 핵전쟁위기가 감돌고 있는 조선반도에 집중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조선반도가 오늘과 같이 세계최대의 열점지역으로 되고 있는 것은 결코 미국이 떠들어대고 있는 북 핵위협 때문이 아니며 그 근원은 전적으로 미제의 극악무도한 대조선 침략정책과 핵전쟁도발책동에 있다.”며 그 책임이 미국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단체는 오늘 우리 공화국은 다종화된 핵무기들과 지구상의 절대병기로 불리는 초강력수소탄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에서 태평양작전지대의 미제침략군기지들은 물론 미국본토를 초토화 할 수 있는 강 위력한 중장거리 전략 탄도로켓들과 전략잠수함탄도탄대륙간 탄도 로켓까지 보유한 세계적인 핵 강국군사강국으로 위용 떨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발장은 남측을 향해 남조선당국이 미국의 핵전쟁광란의 희생물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제라도 침략적인 외세와 친미굴종의식과 결별하고 민족공조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충언했다.

 

아울러 남조선의 각계층과 국제사회는 조선반도핵문제의 본질을 똑바로 알고 미국의 위험천만한 핵전쟁책동을 단호히 반대 배격해 나서야 한다.”며 일부 나라들이 정의의 우리 핵과 침략적인 미국의 핵을 동일선상에 놓고 그 무슨 쌍중단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조선반도핵문제의 본질과 인과관계자위의 핵과 폭제의 핵을 가려보지 않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당당한 핵보유국인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깨끗이 인정하고 부질없는 반공화국적대시정책을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미제가 핵무기로 우리 민족을 위협공갈하던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으며 민족공동의 전략자산평화와 통일번영의 보검인 우리의 핵 억제력은 미국의 침략과 핵전쟁책동이 완전종식 될 때까지 더욱 억척같이 다져지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발장은 끝으로 전체 조선민족은 조선반도를 핵전쟁마당으로 전락시켜온 미제의 만고죄행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철천지원수백년숙적 미제를 쓸어버리고 겨레의 삶의 터전이고 보금자리인 조선반도의 평화를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조.미 대결이 첨예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 순방이 조만간 이어지게 돼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이루어질지 더욱 복잡하게 꼬일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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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와 '시간'

조작된 '대통령 최초 보고' 시각
세월호 침몰 시작 시각도 수상하다

[세월호 팩트리포트 6호] 세월호 참사와 '시간'

17.10.30 20:05l최종 업데이트 17.10.31 09:43l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연구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국민조사위는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세월호 팩트리포트'를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팩트리포트⑤] 세월호 참사 1보 전한 앵커의 '눈물'...

'10시 최초 보고'라는 것은 의심받고 공격되어야 하는 대상이지 결코 명백하고 확고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 여러 면에서 의심스러운 '10시 최초 보고'를 청와대가 주장하는 데는, 대통령이 최초 보고받은 시점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세월호가 침몰해 버렸기 때문에 손쓸 시간이 없었다고 변명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대통령의 최초 인지 시점을 최대한 늦추어 놓았다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 <세월호참사 팩트체크>, 190쪽

이미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이 10시에 최초 보고받았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이야기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10월 12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참사 당일 대통령에게 보고된 최초 상황보고서의 시간이 원래는 오전 9시 30분인데 사후에 오전 10시로 조작되었음을 발표하였다. 

 

세월호 참사에는 여러 가지 '시간'들이 등장한다. 검찰 공소장에 적혀 있는 사고 시각 8시 48분, 단원고 학생의 최초 119 신고시각 8시 52분, 1등 항해사가 제주 VTS에 최초로 신고한 시각 8시 55분, 최초 언론보도 시각 9시 19분, 현장 출동세력 가운데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 초계기 CN-235(B703)의 도착 시각 9시 26분, 해경 헬기 B511호의 도착 시각 9시 27분, 현장 지휘함의 역할을 맡았다는 해경 경비정 P123정의 도착시각 9시 35분, 세월호가 완전침몰했음을 알리는 EPIRB신호 발신시각 10시 30분, 최초 전원구조 오보 11시 1분 등.   

이 많은 시간들이 모두 진실일까? 일단 대통령 최초 보고시점은 10시가 아니라 9시 30분이었음을 말해주는 자료가 발견되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대통령 최초 보고시점을 9시 30분에서 10시로 '조작'했음을 알려주는 자료가 발견된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시간들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역시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세월호참사에서 이야기되는 대부분의 시간들은 팩트로 확정된 것이라기보다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 또는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들이다. 완전한 진상규명 이전까지는 잠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아래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있어 중요한 몇 가지 '시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오전 9시 19분
: 언론의 최초 보도시각 
: 청와대, 국정원, 안행부의 최초 인지 시각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19분, YTN은 정치 관련 보도를 하던 중 세월호 관련 최초 속보를 자막으로 내보낸다. "진도부근 해상 500명 탄 여객선 조난 신고"라는 내용이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최초로 세월호 관련 보도를 접하는 순간이다(여전히 오전 7시 20분 KBS 속보 자막 의혹도 존재하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최초 보도라고 '주장되는' 순간이다).
 

 YTN 최초 자막 보도 캡처 사진
▲  YTN 최초 자막 보도 캡처 사진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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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이 최초로 보도했다는 9시 19분은 대단히 중요한 순간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청와대, 국가정보원, 안전행정부가 모두 이 보도를 보고 세월호참사를 최초 인지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쟁쟁한' 국가기관들이 한 목소리로 9시 19분에 최초 인지했다는 주장은 한 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단원고 학생이 기울어진 세월호에서 119(전라남도 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전화한 시각이 8시 52분이고, 이 전화를 목포해경에 연결한 시각이 8시 54분이다. 세월호 선원이 제주 VTS(해상교통관제센터)에 신고한 시각은 8시 55분이고, 세월호의 한 승객이 112(전남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신고한 시각은 8시 56분이다. 이렇듯 8시 50분대에 소방, 해경, VTS, 경찰이 최초 인지를 한 것이다.

계속해서 목포해경은 9시 2분경 상황보고서 제1보를 발신하고, 9시 3분경 전남 119상황실은 핫라인을 이용하여 3함대 지휘통제실에 상황을 전파한다. 군이 최초 인지를 한 것이다. 9시 5분에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보고를 받고, 9시 10분 해경에 중앙구조본부가 구성된다. 9시 15분 해작사(해군작전사령부)를 통해 합참(합동참모본부)과 국방부가 상황을 접수한다. 

정리하면 9시 15분까지 소방, 경찰(이상 안행부 소속), 해경, VTS(이상 해수부 소속), 3함대, 해작사, 합참, 그리고 국방부가 모두 세월호참사를 인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안행부 소속기관인 119가 최초로 참사를 인지하였고, 역시 안행부 소속 기관인 경찰도 인지를 하였는데, 안행부는 TV에서 보도하기 전에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소속 기관인 119, 112로 신고가 빗발치고 있는데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TV 보고 최초 인지했다는 대한민국의 재난관리 책임기관 안전행정부. 또 한해 조 단위의 예산을 사용하고 청해진해운과는 오래 전부터 특수하고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역시 TV 보고 최초 인지했다는 대한민국의 정보기관 국가정보원.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에서 모든 정보가 결집되는 곳이고, 심지어 당일 오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실무회의가 열리고 있는 중이었지만 역시 TV 보고 최초 인지했다는 대한민국 청와대. 이를 우리가 그대로 믿어야만 하는 것일까? 

석연치 않은 YTN의 세월호 침몰 최초 보도

여기서 생겨나는 또 하나의 질문. 그렇다면 YTN은 어떻게 최초로 보도를 할 수 있었을까? 참사 당일 오전 9시 13분경, 육상경찰의 한 간부가 평소 알고 지내던 YTN 광주지국의 기자에게 전화를 하여 평소처럼 농담을 건네며 안부를 묻다가, 다음과 같이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동생, 큰일 났네. 진도에서 500명이 탄 여객선이 조난당해서 침몰하고 있다네. 인천에서 제주도 가는 배라는데 수학여행 학생들도 많이 타고 있다고 해서 걱정이네. 한 번 알아보소." 

경찰이 기자에게 전화할 수는 있다. 하지만 거대한 여객선이 침몰하는 상황에 "평소처럼 농담을 건네며 안부를 묻다가" 이야기했다는 것이 다소 이상하게 여겨진다. 또 경찰이 직무상 취득한 기밀사항을 공식적인 보도자료가 아니라 개인적인 친분관계에서 흘렸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경찰의 최고 수장, 경찰청장이 참사를 최초 인지한 시각이 9시 29분이라는 점이다. 8시 56분경 세월호 승객의 신고로 상황을 파악한 전남 112상황실은 9시 7분경 전남청장(전라남도 지방경찰청장)에게 문자로 상황을 보고하고, 전남청장은 9시 29분경 경찰청장에게 전화로 보고하였다고 한다. 

YTN 기자에게 전화한 경찰간부는 세월호 관련 소식을 자신의 최고지휘부에게 보고도 하기 전에 언론사 기자에게 먼저 비공식적으로 흘린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경찰청장은 국정조사 기관보고에 출석하여 "사실일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마는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라고 답하였다.

정리하면, 9시 19분 YTN이 최초 보도를 할 수 있었던 경위 자체가 일단 석연치 않다. 그리고 그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보도된 속보를 보고 참사를 최초 인지하였다는 청와대, 국정원, 안행부의 주장 역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오전 8시 35분
: 청와대 상황보고서에 적혀 있는 사고발생 시각

또 국가안보실 상황보고서 1보에는 인상적인 '시각'이 하나 등장한다. 이 시각은 조작 전의 보고서이든 조작 후의 보고서이든 동일하게 나타나는데, 바로 사고 일시가 2014년 4월 16일(수) 8시 35분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이다.
 

 시각을 10시로 조작하여 헌재에 제출한 국가안보실 상황보고서 1보
▲  시각을 10시로 조작하여 헌재에 제출한 국가안보실 상황보고서 1보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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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작되기 전 국가안보실 상황보고서 1보
▲  조작되기 전 국가안보실 상황보고서 1보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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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세월호의 정확한 침몰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바로 그 침몰원인을 밝혀내려고 인양된 세월호를 조사하는 선체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현재 활동 중인 것이다. 그런데 침몰원인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심지어 정확한 사고 시각도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일반적으로는 8시 48분, 49분 정도를 침몰 시작 시각으로 간주하지만 이 역시 아직 확정적인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그 시각 이전을 세월호 참사 발생 시각으로 가리키는 자료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위에서 보듯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상황보고서마저 사고 시각을 8시 35분으로 나타내고 있다. 아래에서는 일반적인 사고 시각 이전의 시각을 가리키는 자료들 중에서 '공문서들'만을 나열해 보겠다. 

■ 8:00

 SBS화면에 잡힌 안전행정부, 소방방재청 상황보고서
▲  SBS화면에 잡힌 안전행정부, 소방방재청 상황보고서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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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가 보도한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사고보고서(2014.06.24.)
▲  <뉴스타파>가 보도한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 사고보고서(2014.06.24.)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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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행정부, 소방방재청 상황실이 작성한 <진도해상여객선 침몰사고 상황보고>에서도, 그리고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의 사고보고서에도 사고시각은 8시 정각으로 표기되어 있다. 특히 해운조합 인천지부의 보고서는 사고 당시 세월호 조타실에 있었던 1등 항해사나 3등 항해사와 직접 통화를 한 기록까지 표기되어 있는데, 사고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정보 중의 하나인 사고 시각이 8시로 표기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 8:25 

 <뉴스타파>가 보도한 진도군 상황실의 상황보고서(2014.04.18.)
▲  <뉴스타파>가 보도한 진도군 상황실의 상황보고서(2014.04.18.)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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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청 상황실이 작성한 '세월호 여객선 침몰 상황보고서'라는 문서에는 사고시각이  8시 25분경으로 표기되어 있다. 

■ 8:30 
 

 <세계일보>가 2014년 4월 21일자로 보도한 '08:10 “해경인데 연락안된다”… 긴급상황 몰랐나' 기사에 언급된 '국립해양조사원 항행경보'
▲  <세계일보>가 2014년 4월 21일자로 보도한 '08:10 “해경인데 연락안된다”… 긴급상황 몰랐나' 기사에 언급된 '국립해양조사원 항행경보'
ⓒ 세계일보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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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은 오전 10시쯤 '항행경보 제14-155호'를 긴급 발령하는데, 그 내용에 사고 시각이 오전 8시 30분경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사고 시각을 오전 8시, 8시 25분, 8시 30분으로 표기한 공문서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리고 대통령에게 보고된 상황보고서 1보에는 사고 시각이 오전 8시 35분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의 계기 되어야

최근 청와대의 발표로 이전 정권이 상황보고서 보고시각을 조작한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제 왜 조작을 하였는지, 누가 조작하였는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조작을 하였는지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대통령 최초 보고 시간 조작 확인은 세월호참사에 있어 존재하는 다른 시간들 역시 얼마든지 조작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따라서 현재 존재하는 여러 시간들을 확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얼마든지 '조작'되었을 수 있는 것으로, 잠정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월호참사 시간 조작은 궁극적인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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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방송장악 공모’ 김재철 자택, 방문진 등 압수수색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 30일 김재철 전 사장 등 MBC 전·현직 임원 등 압수수색… 고영주, 방문진 압수수색 중 출근 “말씀드릴 것 없어”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7년 10월 30일 월요일
 

MB 정부 국가정보원의 방송 장악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을 포함한 MBC 전·현직 임원진 3명의 주거지 및 사무실,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등에 대해 검찰이 30일 오전 압수수색에 나섰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2011년경 국정원 관계자와 MBC 임원들이 결탁해 MBC 방송·제작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혐의로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 MB 정부 국가정보원과의 방송 장악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을 포함해 MBC 전·현직 임원진 3명의 주거지 및 사무실,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등에 대해 검찰이 30일 오전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방문진 앞에 취재진이 모여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MB 정부 국가정보원과의 방송 장악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을 포함해 MBC 전·현직 임원진 3명의 주거지 및 사무실,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등에 대해 검찰이 30일 오전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방문진 앞에 취재진이 모여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검찰은 “압수수색 대상자들은 당시 MBC PD수첩 등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MBC 프로그램들과 관련해, 방송 제작진 및 진행자 교체, 방영 보류, 제작 중단 등 불법 관여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MBC 담당 직원 및 김재철 전 사장 등 당시 MBC 임원진 3명”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은 MBC 경영진 교체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도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김 전 사장 등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 MB 정부 국가정보원과의 방송 장악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을 포함해 MBC 전·현직 임원진 3명의 주거지 및 사무실,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등에 대해 검찰이 30일 오전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와 임무혁 방문진 사무처장(왼쪽)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MB 정부 국가정보원과의 방송 장악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을 포함해 MBC 전·현직 임원진 3명의 주거지 및 사무실,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등에 대해 검찰이 30일 오전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와 임무혁 방문진 사무처장(왼쪽)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앞서 검찰은 지난 13일 MBC PD수첩을 탄압한 인물로 꼽히는 윤길용 MBC NET 사장을 소환해 조사했으며 이보다 앞서 김 전 사장의 측근인 전영배 MBC C&I 사장을 출석시켜 장시간 조사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지난달 일부 공개한 MB 국정원의 ‘MBC 장악 문건’(‘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에 경영진 비판 성향의 기자·PD들에 대한 인사 배제나 퇴출을 기획한 내용이 있어 논란이 일었다. 해당 문건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로 2010년 3월2일 국정원이 작성·보고한 것이다. 이 날은 김재철 사장 취임 첫날이기도 했다.

한편,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30일 오전 9시35분 출근했다. 고 이사장은 입장을 묻는 미디어오늘 기자 전화에 “수사 중인 사안에 말씀드릴 것 없다”고 했다. 지난 27일 국회 방문진 국감에서 ‘국정원장을 만난 적 있느냐’는 질문에 “국정원장은 애국 활동을 하는 분이라 잘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MB 정부 국가정보원과의 방송 장악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을 포함해 MBC 전·현직 임원진 3명의 주거지 및 사무실,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등에 대해 검찰이 30일 오전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오전 9시35분경 출근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MB 정부 국가정보원과의 방송 장악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을 포함해 MBC 전·현직 임원진 3명의 주거지 및 사무실,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등에 대해 검찰이 30일 오전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오전 9시35분경 출근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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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점에 다가선 핵대결, 굴복의사 드러내 보인 미국

[개벽예감272] 종착점에 다가선 핵대결, 굴복의사 드러내 보인 미국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7/10/30 [10:02]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조미핵대결이 종착점에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

2. 매우 다급해진 미국 “무조건 협상하고 싶다” 

3. 대통령 특사나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려는 계획

4. 종착점이 눈앞에 있는데 어찌 멈춰 서겠는가 

 

 

1. 조미핵대결이 종착점에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

 

산천이 가을빛으로 짙게 물든 지금, 현실은 중대하고 심각한 물음 앞에 마주서 있다. 민족의 운명을 결정할 조미핵대결, 전 세계가 긴장된 시선으로 지켜보는 조미핵대결은 어떻게 끝나가고 있는가? 

조미핵대결이 전개되는 오늘의 현실을 분석하면, 2017년 10월 중순 이후 조미핵대결이 종착점에 다가서고 있는 놀라운 장면들을 목격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서술하려는 목격장면은 2017년 10월 한 달 동안 조미관계 속에 나타났으나, 사람들이 예사로운 일로 여겨 그냥 넘어간 일련의 상황변화다.  

 

그 상황변화들 가운데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가운데 어느덧 10월이 지나갔다는 사실이다. 조선은 2017년 9월 15일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북태평양으로 발사한 이후 한 달 반이 지나도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있다.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10월 중 어느 날 반드시 쏠 것으로 예견하고, 조미핵대결 전개상황을 주시해온 세계 각국의 군사전문가들과 정치분석가들은 조선이 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더 이상 발사하지 않는지 의아하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조선이 한 달 반이 지나도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것은 의아한 일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가 중지되었음을 말해주는 징표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7년 9월 15일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2형이 발사되기 직전 수직으로 세워진 모습이다. 미사일 동체에 적혀있는 일련번호가 뚜렷이 보이는데, 이것은 화성-12형이 계렬생산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조선은 그 날 이후 한 달 반이 지나도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있다. 조선이 한 달 반이 지나도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것은 미국에 대한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가 중지되었음을 말해주는 징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의 숨통을 조여 온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는 왜 중지되었을까? 조선이 미국에 대한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중지하는 경우는 오직 하나 뿐이다. 그것은 조선의 초강경하고, 연발적인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미국이 국제사회에는 차마 드러내지 못하고 오직 조선에게만 조용히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인 경우다. 조선은 미국이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일 때, 바로 그럴 때만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중지해줄 수 있다. 미국이 조선에게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인다는 말은, 조미핵대결에서 패색이 짙어진 미국이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조선과 무조건 대화하고 싶다고 제의하는 다급한 행동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국의 허세를 실세로 착각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조선에게 ‘최대 압박’을 가하면서 조선이 핵포기 의사를 밝힐 때까지 조선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목청을 높여왔는데, 그처럼 ‘강대한 미국’이 ‘약소한 조선’에게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고 하면서 손사래를 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으나 우리가 미처 간파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할 때, 무지와 편견, 오해와 착각이 만들어낸 조미관계의 허상은 곧바로 깨져버리게 되나니, 그 허상이 깨져나간 공간에서 아래와 같은 새로운 사실과 대면하게 된다.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 미치광이처럼 반발하며 발광전략에 허둥지둥 매달렸던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의 태도는 2017년 10월 10일 이후 이상하리만치 바뀌었다. 지난 9월 19일 유엔총회 연단에서 조선을 절멸시킬 수 있다는 극악한 전쟁폭언을 토해놓아 전 세계를 경악과 충격에 빠뜨렸던 그는 자신이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꾸었다. 조미관계를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사실을 언론매체에 귀띔해준 사람은 그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외교수장 렉스 틸러슨(Rex W. Tillerson) 국무장관이다. 2017년 10월 15일 틸러슨 국무장관이 <CNN>과 진행한 대담에 시선이 쏠린다. 의미맥락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영어원문을 함께 인용한다. 

 

“대통령은 북조선에 대한 행동을 시작하려고 한다(The president is trying to motivate action on North Korea). 그는 전쟁을 추구하려는 게 아니다(He is not seeking to go to war). 또한 대통령은 이것(조미핵대결을 뜻함-옮긴이)이 외교적으로 해결되기 바란다는 점을 내게 분명히 하였다(The president has also made clear to me that he wants this solved diplomatically). 그런 외교노력들은 첫 폭탄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Those diplomatic efforts will continue until the first bomb drops).”

 

오해와 편견에 빠져 정세를 언제나 거꾸로 읽는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이 인용문의 전체적인 의미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고 맨 마지막 문장만 부각시키면서, 외교노력이 실패하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잘못 해석하였다.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기 위한 외교노력을 첫 폭탄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하겠다는 틸러슨 국무장관의 말은 외교노력을 중단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옳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2017년 10월 15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과 대담하는 장면이다. 그 대담에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에 대한 행동을 시작하려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조선에 대한 행동이라는 말은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선과 협상하려는 외교노력을 뜻한다. 2017년 10월 10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한반도 철군문제와 그에 따른 외교적 선택방안이 논의되었으므로, 그 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관계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특별한 국가안보회의가 진행된 날로부터 닷새 뒤 틸러슨 국무장관의 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에 대한 행동을 시작하려 한다는 말이 튀어나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선과 협상하려는 외교노력을 시작하였음을 말해준 것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위의 인용문에서 정작 주목해야 할 더 중요한 문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에 대한 행동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힌 바로 그 대목이다. 그가 조선에 대한 행동을 시작한다면, 그건 어떤 행동인가? 위의 인용문에 나온 틸러슨 국무장관의 말을 빌리면, 그 행동은 “외교노력(diplomatic efforts)”을 뜻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선과 협상하려는 외교노력이다. 

 

이런 의미맥락을 파악하면, 2017년 10월 10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그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군 수뇌부로부터 한반도 철군문제를 보고받고,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외교적 선택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2017년 10월 16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트럼프의 발광전략 뒤에 무엇이 보이는가?’에서 자세히 논하였다. 

 

2017년 10월 10일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한반도 철군문제와 그에 따른 외교적 선택방안이 논의되었으므로, 그 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관계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특별한 국가안보회의가 진행된 날로부터 닷새 뒤 틸러슨 국무장관의 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에 대한 행동을 시작하려 한다는 말이 튀어나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선과 협상하려는 외교노력을 시작하였음을 말해준 것이었다. 지난 9월 19일 유엔총회 연단에서 조선을 절멸시킬 수 있다는 극악한 전쟁폭언을 토해냈던 미치광이 대통령이 지난 10월 10일 이후 조선과 협상하려는 외교노력을 시작하게 된 전향적인 태도변화, 이것이야말로 조미핵대결이 종착점에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CNN> 대담에서 위와 같은 징표에 대해 언급하기 이틀 전인 2017년 10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핵위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물은 취재기자의 질문을 받고 “그럴 만하다면, 나는 협상으로 향하게 될 것(I would be open to negotiations if plausible)”이라고 답변하였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사실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0월 10일에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를 계기로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선과 협상하려는 외교노력을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2. 매우 다급해진 미국, “무조건 협상하고 싶다” 

 

하지만 극도로 과열되었고, 그래서 매우 위태로워진 핵대결국면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틸러슨 국무장관이 꺼내놓은 몇 마디 말에 이끌려 협상국면으로 왈칵 전환될 수는 없다. 거기에는 당연히 외교절차가 필요하다. 핵대결국면을 협상국면으로 전환시킬 외교절차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조미협상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급 대화가 그런 외교절차로 될 수 있다. 

 

2017년 10월 23일 최선희 조선 외무성 북미주국장은 러시아 쌍끄뜨 뻬쩨르부르크 대학에서 진행된 비공개 연설에서 “조미 간 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있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조미대화라는 것은 회담이나 협상이 아니라 상호연락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시 말해서, 조선과 미국이 언론의 눈길을 피해 서로 연락하였다는 말이다. 조선과 미국이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어느 한 쪽이 실무급 대화를 제의하고 다른 쪽이 그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두 가지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첫째, 미국의 역대 행정부들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행정부도 조선이 핵포기 의사를 표명하기 전에는 조선과 절대로 대화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집해왔다. 그런 미국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은 미국이 조건을 달지 않고 대화를 제의해올 때, 다시 말해서 조선에게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일 때, 그 제의를 받아주겠다고 응수하였다. 이처럼 상충되는 입장이 가로막고 있었기에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는 어떤 형태의 대화도 진행될 수 없었고, 어느 한 쪽이 자기 주장을 내려놓고 뒤로 물러서야 대화가 시작될 수 있었다. 

 

그런데 급기야 트럼프 행정부가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은 실무급 대화를 조선에게 제의하였다. 위에서 인용한 틸러슨 국무장관의 <CNN> 대담에서 언급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노력이라는 것은 조건 없는 대화를 조선에게 제의한 행동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이 핵포기 의사를 표명하기 전에는 조선과 절대로 대화하지 않겠다던 트럼프 행정부가 종래의 고집스런 태도를 버리고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였다는 사실이다. 조미핵대결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조선과 무조건 협상하고 싶다고 다급하게 제의한 것이야말로 조선에게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인 행동이 아니면 무엇인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 화성 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 연속발사, 괌포위사격계획 발표, 태평양에서의 수소탄기폭시험 예고발언 등으로 차츰 증강되어온 조선의 초강력한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얻어맞으며 국가안보파탄의 벼랑끝에 아슬아슬하게 떠밀린 트럼프 행정부는 너무 다급한 나머지 제국의 체면은 접어두고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한시바삐 벗어나기 위한 협상을 준비할 실무급 대화부터 조건 없이 시작하자고 먼저 조선에게 제의하였다. 깊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이 지푸라기를 움켜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런 대화제의를 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건 없이 실무급 대화를 시작하자는 제의를 조선에 보냈다는 사실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면 조선에게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인 꼴이 드러날까 걱정하였고, 그래서 그 사실을 꽁꽁 숨겼다. 그런 까닭에 최선희 국장이 비공개 연설에서 처음으로 그 사실을 세상에 알려주었던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최선희 조선 외무성 북미주국장이 2017년 10월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 국제비확산회의'에서 연설하는 장면이다. 그로부터 이틀 뒤 그는 러시아 쌍끄뜨 뻬쩨르부르크 대학에서 진행된 비공개 연설에서 "조미 간 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있다"고 밝혔다. 조선이 핵포기 의사를 표명하기 전에는 조선과 절대로 대화하지 않겠다던 트럼프 행정부가 종래의 고집스런 태도를 버리고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였다. 조미핵대결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조선과 무조건 협상하고 싶다고 다급하게 제의한 것이야말로 조선에게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인 행동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건 없이 실무급 대화를 시작하자는 제의를 조선에 보냈다는 사실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면 조선에게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인 꼴이 드러날까봐 걱정하였고, 그래서 그 사실을 꽁꽁 숨겼다. 그런 까닭에 최선희 국장이 비공개 연설에서 처음으로 그 사실을 세상에 알려주었던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둘째, 일본 텔레비전방송 <TBS> 2017년 10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조미협상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급 대화는 최선희 조선 외무성 북미주국장과 조섭 윤 미국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2017년 10월 말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되었다고 한다. 최선희 국장이 10일 동안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지난 10월 26일 모스크바를 떠났으므로, 조미 실무급 대화는 10월 27일 오슬로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은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시아 순방 직전에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자고 조선에 제의하였고, 조선은 그 제의를 받아들였음을 말해준다. 조미 실무급 대화와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시아 순방일정이 순차적으로 물려있었음을 주시하면서, 2017년 10월 25일에 방영된 미국 텔레비전방송프로그램 <팍스 비즈니스 넷웍(Fox Business Network)>에 출연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며칠 뒤에 있게 될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지칭함-옮긴이)가 나를 데리고 가는 베이징과 다른 곳들을 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서 이틀 머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한 일본과 한국에도 갈 것이다. 그리고 바라건대 그것은 역사적이고 긍정적으로 될 거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북조선문제를 해결해야 한다(And it will be, I think -- hopefully it's historic and positive and we have to solve the North Korea problem). 그것은 매우 큰 문제다. 그 문제는 내게 주어지지 않았어야 했다. 그 문제는 내가 백악관에 들어가기 훨씬 전에, 해결하기 쉬웠을 때 해결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 문제가 내게 주어졌으니, 나는 그것을 해결한다. 나는 문제들을 해결한다(But it was given to me and I get it solved. I solve problems).” 

 

 

3. 대통령 특사나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려는 계획

 

위의 인용문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을 ‘북조선문제(North Korea problem)를 해결할 역사적이고 긍정적인 기회’라고 하면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해결하지 못했으나 자기는 ‘북조선문제’를 해결하겠노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는 사실이다. 그가 말한 ‘북조선문제’라는 것은 미국에 대한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뜻하는 것이므로, 그는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날 기회로 될 것이라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과장된 표현을 쓰는 말버릇이 있으므로,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에 대해 말할 때도 과장법을 쓴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날 기회로 될 것이라는 말을 그냥 무시해버릴 수는 없다. 그의 말에 덮여있는 과대포장을 벗겨내면, 아래와 같은 실상이 드러난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 전에 먼저 조선과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도록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지시하였다. 그래서 미국 국무부는 조선 외무성에게 조건 없는 실무급 대화를 제의하였고, 조선도 그 제안을 받아들여 2017년 10월 27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기로 예정되었던 것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0월 25일 미국 텔레비전방송프로그램 <팍스 비지니스 넷웍>에 출연하여 대담하는 장면이다. 대담에서 그는 앞으로 며칠 뒤에 있게 될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에 대해 언급하였다. 대담에서 그는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날 기회로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시하면서 미국의 역대 행정부들이 해결하지 못한 '북조선문제'를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장담하였다. 그런데 그의 호언장담을 과장된 표현으로만 볼 수 없는 정황이 조성되었다. 그가 대통령 특사 또는 틸러슨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 자신의 조선방문을 준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미국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을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날 기회라고 기대하면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하지 못했으나 자기는 미국을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게 하겠노라고 말한 것은, 오슬로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되었던 실무급 대화에서 조미협상의 진행방식 및 의제를 제시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2017년 10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핵위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물은 취재기자의 질문을 받고 “우리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전적으로 준비되어 있다”고 답변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준비했다는 협상방식과 협상의제는 무엇일까?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 실무급 대화에서 조선에게 제의하려고 하였던 협상방식과 협상의제가 무엇인지 시사해주는 정보는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7년 10월 25일 보도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보도기사는 조섭 윤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던 익명의 미국 연방의회 보좌관이 전해준 말을 인용하여 작성된 것이다. 그 보도기사에서 두 가지 중요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 

 

첫째, 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던 익명의 연방의회 보좌관은 “그 외교관(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를 지칭함-옮긴이)은 어떤 종류의 대화라도 재개하려는 매우 절실한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The diplomat is searching for a "hail Mary" attempt to restart any sort of talks)”고 지적하였다. 이건 무슨 뜻인가? 지난 10월 10일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결정한 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미국 국무부는 조선 외무성에게 조건 없는 실무급 대화를 제의하였고, 조선은 그 제의를 받아들여 오슬로에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기로 하였는데, 조선이 그 대화를 갑자기 취소하는 바람에 매우 다급해진 미국 국무부가 어떤 종류의 대화라도 재개하려고 안달복달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렵사리 마련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조선이 전격적으로 취소해버린 사연에 대해서는 아래서 논한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00년 10월 2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시 평양을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을 백화원 국빈관에서 만나는 장면이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뒤쪽에 조명록 차수의 모습이 보인다. 올브라이트의 평양방문은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조선방문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조선방문을 준비하기 위해 대통령 특사나 틸러슨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선거기간 중 유세하면서 자신이 당선되면 조미정상회담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면서 조미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둘째, 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던 익명의 연방의회 보좌관은 조선과 대화하려는 미국의 절실한 시도들에는 “아마도 고위급 특사 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파견하는 것도 포함된다(including a high-level envoy or dispatching Secretary of State Rex Tillerson)”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17년 10월 27일 오슬로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되었던 조미 실무급 대화에서 미국은 고위급 특사 또는 틸러슨 국무장관을 평양에 파견하는 문제를 제의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미국 대통령 특사 또는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에 가는 목적은 하나뿐이다. 그것은 미국 대통령의 조선방문을 준비하는 사전협의를 진행하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조미정상회담을 추진하였던 빌 클린턴(William J. Clinton)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00년 10월 23일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J. K. Albright) 당시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 자신의 조선방문을 준비하게 하였던 사실을 기억할 수 있다. 그리고 또 있다. 지금으로부터 46년 전, 미중정상회담을 추진하였던 리처드 닉슨(Richard M. Nixon) 당시 미국 대통령이 1971년 7월 9일 헨리 키씬저(Henry A. Kissinger)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베이징에 보내 자신의 중국방문을 준비하게 하였던 사실도 기억할 수 있다. 

 

 

4. 종착점이 눈앞에 있는데 어찌 멈춰 서겠는가

 

백악관이 예상하지 못한 돌발사태가 발생하였다. 조선이 오슬로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된 조미 실무급 대화를 갑자기 취소해버린 것이다. 일본 텔레비전방송 <TBS> 2017년 10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미국이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전개한 것을 이유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일방적으로 취소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군사훈련은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과 구축함이 2017년 10월 16일부터 10월 20일까지 동해와 서해를 오가면서 대조선전쟁연습을 또 다시 감행한 것을 뜻한다. 로널드 레이건함은 전쟁연습을 마치고 10월 21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들어갔다가 10월 26일 부산을 떠나 한반도작전구역에서 벗어났다.  

 

미국은 2017년 10월 27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기로 조선과 합의하였으면서도,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한반도작전구역으로 출동시켜 전쟁연습을 감행하였으니, 조선이 그런 이중적인 태도를 보고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선은 조미 실무급 대화를 취소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조선전쟁연습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었고, 대화제의의 속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린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10월에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출동시켜 대조선전쟁연습을 또 다시 감행한 것은 그들이 조선에게 실무급 대화를 제의하기 훨씬 전부터 계획되고 준비되어온 것이지만, 조선과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기로 합의하였으면 그 계획을 취소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비록 규모를 축소하기는 했지만 전쟁연습을 포기하지 않고, 전쟁연습과 대화를 병행하는 어리석고, 모순되는 짓을 저질렀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미국 해군 제7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이 2017년 10월 18일 스테덤 구축함, 한국 해군 군함들과 함께 동해에서 대조선전쟁연습을 벌이는 장면이다. 사진에서 항공모함 오른쪽에 보이는 큰 군함이 스테덤 구축함이고, 그 뒤를 따르는 조그만 군함들은 한국 해군 군함들이다. 미국은 2017년 10월 27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기로 조선과 합의하였으면서도,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한반도작전구역으로 출동시켜 전쟁연습을 감행하였다. 조선은 미국의 그런 이중적인 태도를 보고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렸다. 그렇게 되자,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 직전에 조미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되었고, 조미 실무급 대화가 언제 다시 일정에 오를 것인지 예견하기 힘들게 되었다. 대화전망이 불투명해졌으니, 조선이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중지하였던 일시적인 조치를 풀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또 다시 발사할 가능성도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7년 10월 24일 헤더 노엇(Heather A. Nauert)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이미 여러 번 밝힌 대로 미국은 북조선과 협상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하면서, “그런데 북조선이 대화에 관심이 있다는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출동시킨 전쟁연습이 진행되는 통에 조미 실무급 대화가 취소된 사정을 그렇게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렇게 되자,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 직전에 조미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되고 말았다. 상황을 오판한 그는 자기에게 찾아온 기회를 스스로 내쳐버린 것이다.  

 

어렵사리 마련되었던 조미 실무급 대화가 무산되었으니, 그 대화가 언제 다시 일정에 오를지 예견하기 힘들다. 대화전망이 불투명해졌으니, 조선이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중지하였던 일시적인 조치를 풀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또 다시 발사할 가능성도 보인다. 

“미국과 북조선의 외교노력들은 평양이 대화를 회피하는 바람에 위험에 빠졌다”고 지적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7년 10월 25일 보도기사는, 조선이 조미 실무급 대화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당황망조하고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최근 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가 펼친 외교노력들은 미국의 국가안보파탄을 막아줄 “마지막 버팀대들(last legs)”인데, 조선은 조미 실무급 대화를 일방적으로 취소하여 그 마지막 버팀대마저 부러뜨린 것이다. 마지막 버팀대가 부러졌으니, 벼랑으로 굴러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발등에 떨어진 국가안보파탄이라는 불덩이가 타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2017년 10월 19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국가안보문제토론회에서 허벗 맥매스터(Herbert R. McMaster)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날 시기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가 때를 놓친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9월 15일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지도하면서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는 “종착점에 거의 다달은 것만큼 전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하여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시였다”고 한다. 조선이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해안의 중간쯤 되는 북태평양 상공으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날,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는 종착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는 조선이 사상 최대 폭발력을 가진 수소탄을 북태평양에서 기폭시키는 날,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는 종착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2017년 9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지도하면서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화성-12형을 응시하는 장면이다. 화성-12형은 일본 열도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에 낙탄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날 북태평양으로 날아간 화성-12형을 보면서,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는 종착점에 거의 다다른 것만큼 전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하여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미국이 조선에게 굴복하든지 또는 굴복하지 않든지 상관없이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는 종착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뜻이다. 종착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조선이 발걸음을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도 그 발걸음을 가로막을 수 없게 되었다.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으로 국가안보가 파탄되자 결국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인 미국에게 기사회생의 출로는 오로지 철군밖에 없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최선희 조선 외무성 북미주국장은 2017년 10월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국제비확산회의’에서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포기하고 핵보유국인 조선과 공존하는 올바른 길을 선택하면 출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미국이 핵보유국인 조선과 공존하는 올바른 길을 선택하든지 또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든지 상관없이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는 종착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견된다. 국가핵무력 완성이라는 종착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조선이 발걸음을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도 그 발걸음을 가로막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지난 9월 15일 화성-12형 발사훈련을 지도하면서 “전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하여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하였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국이 조선의 핵포기를 유도할 시간이 촉박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 미국에게 시간이 촉박한 것이 아니라, 미국은 2000년 10월 조선과 공동코뮈니께를 발표해놓고 그것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이미 때를 놓쳐버린 것이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나는 동안 조선은 국가핵무력건설에 힘을 집중해오면서 미국과 핵대결을 벌여왔으므로, 오늘 미국은 전략적 패배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조선과 격돌하는 핵대결정세를 끝없이 오판하며, 실효도 없는 경제제재에나 매달려 어물어물하다가 국가안보가 파탄되자 결국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인 미국, 그런 미국에게 기사회생의 출로는 오로지 철군밖에 없다.  

 

10월은 자주시보 후원확대의 달입니다.

기자는 퍽 늘었는데 점점 정기후원이 줄어들어 후원히 절실한 상황입니다.

애독자 여러분들의 따뜻한 후원격려부탁합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5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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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적폐다

[유라시아 견문] 2017 : 재조산하, 개조천하
2017.10.29 17:41:59
 
 

 

 

 

1. 신극서(New Far West)

적폐가 돌아왔다. 선거 결과를 뒤집었다. 유별난 새 인물도 기득권 양당제를 돌파하지 못했다. 구적폐에 신적폐가 덧쌓인 꼴이다. 미국 이야기이다. 올 5월 사라예보 영화제에 초빙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시국 인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꼬집는다. 정작 적폐의 정수는 미국의 정치체제(Deep State) 그 자체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네오콘-네오리버럴 합작의 미국식 세계화를 멈추지 못한다. 스톤은 본인이 직접 인터뷰한 신작 다큐 <푸틴>을 상기시켰다. 2000년 이래 푸틴은 클린턴과 부시, 오바마에 이어 트럼프를 차례로 상대했다. 대상이 매번 바뀌지만 미국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얼굴 마담을 바꾸어 가면서 금융자본과 군산복합체가 지배하는 체제를 지속할 뿐이다. 올해는 유독 주류언론들도 합세했다. '러시아 스캔들'이라고 하는 희대의 사기극을 연출하고 공연했다. 마치 트럼프의 당선이 푸틴의 선거 개입 때문인 양 왜곡시킨 것이다. '기레기'들이 1년째 선전선동으로 내부 적폐를 외부 탓으로 돌린 것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과점지배에 넌덜머리를 냈던 미국 (백인) 민중의 '민주적 목소리'를 철저하게 기망시켜 버린 것이다. 조지오웰의 미래소설 <1984>에 딱 어울리는 국가가 오늘의 미국이라는 것이 올리버 스톤의 결론이다. 나는 결코 과장된 진술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포스트-트루스(Post-Truth), 벌거벗은 임금님, '대안적 진실'에 더 가깝다. 
 

러시아와의 신냉전 국면을 타개하려던 트럼프의 세계 구상은 적폐의 총공세로 초장에 무산되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해결책은 없음을 거듭 피력하던 최측근 책사 스티브 배넌도 축출되었다. 세계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고립주의 노선이 조기에 좌초된 것이다. 사실상의 선거 불복 기획이 성공한 셈이다. 재차 적폐들이 미국의 운전대를 잡았다. 난폭한 대리 운전기사를 막후에서 몰아가며 더 많은 군사 개입을 획책하고 실행한다. 따라서 스캔들의 이름 또한 바로 불러주어야 하겠다. '러시아 스캔들'이 아니다. '미국 스캔들'이다. 냉전기 소련 공포증과 혐오감을 총동원한 '워싱턴 스캔들'이다. 과연 미국의 민주주의, 선거는 요식 행위일 뿐이다. 워싱턴에 똬리를 틀고 있는 10% 지배계급연합이 대중을 기만하며 영구히 지배한다. 20세기 한때 '현실 사회주의'라는 말이 있었다. 21세기 이제는 '현실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궁리할 때가 되었다. 말과 실이 부합하지 않는다. 껍데기만 남았다.

 

"미국이 빠지면, 이제 중국이 이끈다."  

 

독일 총리 메르켈의 발언이다. 시칠리아에서 열린 G7회담과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G20 회담, 두 번의 국제회의에서 거듭 밝힌 견해이다. 미국은 이미 파리기후협정에서 이탈했다. 환태평양(TPP)에서도 빠져나갔고, 환대서양에도 시큰둥하다. 유네스코서도 탈퇴했다. 대서양은 갈수록 멀어져간다. 유럽과 미국의 틈이 점점 더 벌어진다.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난민/이민 문제가 시급한 화두였다. NATO의 개입이 자충수가 된 것이다. 미국을 따라 아랍을 '민주화' 시킨답시고 군사 개입을 하고나면 아랍에서 유럽으로 이민/난민이 몰려드는 형세가 십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구미'(The West)를 고수함으로써 유리비아가 온통 혼란인 것이다. 끝끝내 1945년 이후 확립된 대미종속적 유럽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전후체제로부터의 탈각'이다. 미국 고립주의를 따라서 유럽 고립주의로 퇴행한다는 말이 아니다. 출로를 바꾸어 활로를 되찾는다는 것이다. 대서양에서 유라시아로 방향을 선회한다. 유럽의 땅 아래로 에너지의 3할이 러시아에서 흘러들고 있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봉쇄가 유럽에도 폐를 끼치고 해를 입히고 있다. 선봉에 선 나라가 유럽의 심장 독일이다. 독일과 러시아가 합작하는 '다른 유럽' 만들기가 가동된다. 대서양부터 태평양까지, 리스본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구대륙 연합이 도모된다. 땅 위로는 중국 자본이 건설한 철도와 도로와 항공로와 인터넷 연결망이 깔린다. 유럽연합과 유라시아경제연합과 일대일로의 합작을 통하여 유럽 최대의 제조업 강국 독일의 제품이 유라시아 전역으로 수출된다. 베를린-모스크바-베이징의 아귀가 딱-딱-딱 들어맞는다. 윈-윈-윈 전략이다. 


미국이 중국에 무역전쟁을 발동한다는 말도 뒷북이다. 태평양을 바라보며 개혁/개방하던 20세기 후반이 아니다. 이미 중국의 수출과 투자는 2016년을 기점으로 미국에서 유럽으로, 신대륙에서 구대륙으로 바뀌었다. 내륙형, 대륙형 개혁개방으로 전회하였다. 미국은 더 이상 '자유의 나라'가 아니다. 온/오프라인 장벽을 높게 쌓는다. 외국인 투자하기에도 유럽이 미국보다 훨씬 더 자유롭다. 자유무역의 거점이 대서양/태평양에서 유라시아로 이동하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이 확보하고 있는 현금다발이 무게로 따지면 수천 톤에 이른다. 유럽기업과 중국기업 간 동/서 합병이 갈수록 늘어난다. 
 

서유럽만도 아니다.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에도 새 길을 내고 있다. 알바니아 공항을 중국 자본이 만든다. 마케도니아와 몬테네그로 간 국경 고속도로도 건설한다. 베오그라드의 다뉴브 강에 새로 새워진 교각의 이름도 중국-세르비아 우정의 다리이다. 그리스의 아테네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를 잇는 고속철도 만들고 있다. 탈냉전 이래 유고연방이 산산이 부서지면서 1989년 체제의 모순이 응축된 바로 그 장소에 '발칸로드'가 겹겹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올해 세르비아 대선을 베오그라드 현장에서 지켜보았다. 유럽과 러시아 사이, 서로마와 북로마 사이 균형을 되찾는다. 걸프만국가의 투자를 유치하여 유럽과 아랍 사이 중용을 취한다. 세르비아는 중국과 동유럽 국가들 사이 '16+1' 연례 회의도 출범시켰다. SU(Soviet Union)에도 EU(European Union)에도 족하지 못했던 발칸이 주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라고도 하겠다.  
 

하여 '歐美'(구미)라는 용어 또한 슬슬 녹이 슨다. 아련한 추억의 옛 단어가 되어간다. 유럽과 아메리카, 유메리카는 200년 앙시앙레짐, 적폐의 온상이다. '구아'(歐亞), 유라시아가 미래형 신조어이다. 오래된 미래가 구대륙에서 새롭게 펼쳐진다. 신상태가 무르익어 신시대가 되었다. 고로 '중동'이라는 말도 재고할 필요가 크다. 근동(Near East)과 극동(Far East)사이에 중동(Middle East)이 자리했다. 유라시아와 유라비아의 극서에 자리한 영국식 지정학이 투영된 용법이다. 그 영국이 유럽에서마저 이탈한 브렉시트는 21세기의 대반전을 상징한다. 아시아로 축이 이동하면서 지리감각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유럽이 극서(Far West)가 되고, 아랍은 중서(Middle West)가 된다.  

2. 신중서(New Middle West) 

2017년 트럼프의 첫 UN 연설은 '천민 민주주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천박하다. 얕고 옅다. 좁고 낮다. 그 대척점에서 가장 격조 높고 기품 서린 연설을 선보인 인물이 이란의 로하니 대통령이었다. 이슬람의 정통 학자 울라마 출신다웠다. 교양이 넘치고 사려가 깊으며 우아하고 단정한 문장으로 트럼프의 졸렬한 연설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해갔다. 미천한 상놈과 위엄을 갖춘 지도자 간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이슬람 공화국' 이란의 국격을 한껏 과시한 것이다. 대통령의 글쓰기와 말하기, 전범을 제시했다. 


소귀에 경 읽기, 기어이 미국은 이란과의 핵합의를 파기할 태세다. 반신반의,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 였다. 신뢰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무뢰배, 불량국가이다. 양국 간 합의도 아니었다. 다자협의였다. 러시아와 중국은 당장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도 기존 합의가 유효하다는 뜻을 표했다. 5+1 합의가 5:1의 대결 구도로 굳어진 것이다. 형세를 보자. 신대륙 국가 하나만 빠진 꼴이다. 미국만 고립된 것이다. 포스트-아메리카(Post-America)라는 신상태, 리-유라시아(Re-Eurasia)라는 신시대를 상징한다. UN에서 로하니가 이란 핵합의를 다른 지역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국제관계의 새 모델로 추켜올리자, 맞장구를 쳐주며 추임새를 넣은 인물 또한 메르켈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비롯하여 독일의 여러 기업들이 이미 이란과 합작 사업을 체결했다. 유럽기업과 이란기업 사이에 여러 경제협력이 논의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 또한 이란의 천연자원 수입을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래 항상적인 미국의 경제 제재를 경험해왔다. 미국과의 무역이나 투자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가 아니다. 내성이 생겼다. 내구력이 상당하다. 고로 미국 혼자서는 아무런 타격을 가하지 못한다. 미국을 따라 동참하는 똘마니 국가들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졸개들이 더는 없을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 유라시아와 협력하여 이란 경제를 너끈하게 재건할 수 있다. 과연 올해 5월 테헤란에서는 이란에서 열리는 첫 번째 일대일로 포럼이 개최되었다. 이란을 종단하고 횡단하는 고속철도 두 개 노선을 신설키로 했다. 우루무치에서 테헤란을 지나 이스탄불에 가닿는 이슬람세계의 동/서 네트워크도 2020년까지 완공 짓기로 했다. 나아가 이란-유럽 간에는 유로화로, 이란-중국 간에는 위안화로 결제한다고도 한다. '오일-달러'라고 하는 지난 백년의 지하자원-기축통화 공식이 허물어지는 것이다.
 

희비의 쌍곡선이 극명하게 갈리는 곳은 시리아이다. 미국은 아사드 정권의 교체, '민주화'에 전력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맞은편에서 정권 사수를 지지한 나라가 이란이었다. 시리아 정부군에 현금을 조달해주며 군인 월급을 지불한 국가가 이란이었다. 시리아의 석유를 수입하여 재정을 보전해주고 의료부대와 보급부대를 투입해준 것도 이란이었다. 이란의 최정예군대, 혁명수비대가 직접 참전하여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혁명수비대는 일반적인 국군이 아니다. 나라를 지키는 군대가 아니라 이슬람혁명을 수호하는 성군(聖軍)이다. 새 천년이 되어서도 이슬람 문명 고유의 정치체제를 부정하고 '민주화'를 이식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더 이상 시리아는 이라크나 리비아처럼 미국의 기획대로 전복되지 않을 것이다. 4+1, 러시아와 이란, 터키와 이라크가 연합하여 시리아의 새 판을 만들어간다.
 

내전 이후 재건 지원에 총대를 멘 나라는 중국이다. 항산의 제공으로 항심을 지원한다. 한동안 중지되었던 다마스쿠스 박람회가 올해 다시 문을 열었다. 참가국들의 면모가 획기적이다. 오스만제국을 분할하여 '시리아'와 '이라크'라는 인공국가를 주조하며 서아시아 대분열체제를 만들어낸 영국과 프랑스는 없었다. 그들을 계승하여 중동을 세계의 화약고로 만들었던 미국도 없었다. 반면으로 브릭스의 모든 국가들이 참여했다. 특히 현금이 가장 풍부한 중국이 시리아의 교통망과 통신망 재건을 주도한다. 달리 말해 시리아 연결망이 일대일로와 직결된다는 뜻이다. 중국에서도 다마스쿠스에 조응하는 '시리아의 날' 행사가 열렸다. 시리아 재건을 표방하는 첫 번째 국제행사였다. 다시금 장소가 의미심장하다. 동부의 베이징이나 상하이가 아니었다. 서부, 왕년의 서역이었다. 닝샤(宁夏)의 회족 자치구, 인춴(银川)에서 개최되었다. 아랍-중국 연맹(Arab-China Exchange Association)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AIIB가 주빈으로 초대되었다. 즉 시리아만 참여한 것이 아니다. 아랍국가와 비아랍국가 30여 개국이 참여했다. 중화세계와 이슬람세계의 공진화, 유라시아 합작이다. 
 

'지속의 제국' 중국은 늘 역사적으로 사고한다. 중원의 사람들과 서역 사람들의 가교가 시리아 상인들이었다. 그들이 유럽과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오가며 아라비아반도의 세계화에 공헌했다. 사막을 지나고 고원을 오르고 바다를 헤치며 활약했던 유라시아-시리아 상인의 거점이 바로 알레포였다. 하여 알레포 탈환의 상징성도 다대했던 것이다. 내전 중에도 알레포 상인들은 고향을 떠나 딴 곳에서 새 살림을 차리고 더욱 촘촘한 시장을 형성해왔던 것이다. 서중국에서 남유럽까지 국경도시와 국경시장을 잇는 뉴 실크로드, 샛길과 새 길을 만들어내었다. '거대한 뿌리'가 더욱 깊어지고 넓어진 것이다.  
 

'난세의 제국' 미국이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다. 아랍의 약한 고리 카타르를 쳤다. 트럼프가 사우디를 방문하고 떠나자마자 GCC 국가들이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했다. GCC(Gulf Cooperation Council)란 무엇인가. 미국의 꼬붕 사우디와 그 아랍의 졸개들을 끌어 모은 왕정국가연합체이다. 1981년 출범 당시부터 이란을 겨냥한 조직이었다.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이슬람 공화국'이라고 하는 현대적/진보적 이슬람국가가 등장하자 보수적 왕정국가들이 혁명 봉쇄를 위해 연합한 것이다. 그런데 유독 카타르가 이란과 부쩍 가까워졌다. '계몽 군주' 아래 '이슬람 계몽주의' 소프트파워를 축적해갔다.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도하에 거점을 두고 있는 <알자지라>이다. 구미가 주도하는 정보/지식 독점 상황을 타개하는 한편으로 '이슬람의 근대화'를 견인하는 언론으로 독보적이었다. 이란은 시아파 국가이고, 카타르는 수니파 국가이다. 그러나 종파로 갈라지지 않는다. 종파가 다를지언정 '이슬람의 근대화'라는 대의에 협동한다. 아랍의 보수적 수니파 왕정국가들로서는 카타르의 행보가 눈에 가시이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이 이란을 제재하겠다는 몹쓸 꼴을 따르기라도 하는 양, 카타르를 징벌하겠다며 못난 짓을 벌인 것이다.  
 

 

▲ 이슬람 예술 박물관(카타르 도하).ⓒ이병한

 

 

그러나 카타르 또한 의연하다. 수니파 이슬람 개혁의 선봉국가로서 자부심이 투철하다. 나도 여러 차례 도하 공항을 오고갔다. 지중해 사이 유럽과 아랍, 유라비아 연결망의 허브 도시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우디는 좀체 거쳐 간 적이 없다. 사우디가 석유로 번 돈을 미국산 무기 구매로 재지불한다면, 카타르는 언론과 미디어를 키우고 스포츠와 문화 산업에 투자했다. 아라비아반도에서 가장 훌륭한 현대미술관이 자리한 도시가 바로 도하이다. 2022년 월드컵 주최국이 되었을 만큼 국제 축구계에서도 위상이 높다. 카타르 항공을 이용할 때마다 FC 바르셀로나의 슈퍼스타들이 영어와 아랍어로 안내하는 기내안전방송을 시청했다. 그 중의 한 명이 바로 네이마르였다. 하필이면 카타르 단교 사태가 한창이던 무렵에 파리 상제르망으로의 이적 소식이 발표되었다. 카타르 정부가 이 역대 최대 규모의 이적에 관여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바르셀로나는 카타르 국영항공사의 후원구단이며, 상제르망은 카타르가 소유하고 있는 구단이다. 경제 봉쇄도 아랑곳없이 세계 최대의 스포츠 시장에서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즉 카타르 단교로 카타르 또한 고립된 것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LNG 수출국 카타르의 연결망이 반증한다. 최대 교역국은 이미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2010년 이래 중국이 아랍의 지하자원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로 등극했다. 오히려 흔들리고 있는 쪽은 아랍의 적폐, GCC이다. 카타르시트(카타르+엑시트)로 말미암아 다시 한 번 이란은 승자로 등극했다. 이슬람세계의 주도권이 확연하게 사우디(왕정)에서 이란(공화정)으로 넘어간다. 
 

사우디, 이란과 더불어 이슬람세계 3강을 겨루는 터키 또한 이란과 부쩍 돈독하다. 시리아 내전 종식에 양국이 의기투합했으며, 이라크를 더욱 잘게 분할하려는 쿠르드 독립의 움직임도 양국이 협력하여 대처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몸소 테헤란을 방문하기도 했다. 터키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었다. 각기 오스만제국과 페르시아제국의 후예, 경쟁의식이 남달랐다. (세속의 수장) 로하니 대통령은 물론 (영성의 수장) 최고지도자 하메이니와도 회담했다. 지난해 이스탄불 현장에서 목격한 군사 쿠데타의 좌초 이후 터키의 방향 선회는 가속일로이다. 유럽의 일부가 되고자 했던 지난 백년과 급진적으로 결별한다. 더 이상 EU 가입에 안달하지 않는다. NATO에서도 명목상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코소보를 '독립'시키겠다며 공습을 마다치 않았던 EU/NATO가 카탈루냐 사태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위선적 모양새를 냉소하며 비아냥거린다. 행동 또한 잽싸다. 이미 러시아산 S-400을 구매했다. 미국과 NATO의 공개적인 반대 의사에도 보란 듯이 감행한 것이다. 더 이상 20세기의 미국이 아니다. NATO 또한 냉전기의 유산일 뿐이다. 터키판 적폐 청산이다. 돌궐의 후예, 터키의 축 또한 명백하게 유라시아로 이동한다. 조만간 SCO 가입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NATO에서 SCO로의 이동, 세기적인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 이란의 로하니 대통령과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 ⓒwikipedia

 

 

통계 지표가 객관적 토대를 말해준다. 터키와 미국 간 교역은 갈수록 줄고 있다. 미국의 원조로 성장하던 20세기의 터키가 아니다. G20 참석차 함부르크를 방문한 에르도안의 <차이트>(Die Zeit) 인터뷰가 몹시 흥미롭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 터키는 어느 쪽인가? 노골적인 질문에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워싱턴까지는 10시간이 걸린다. 모스크바는 2시간 반이 걸린다. 우리는 러시아와 흑해를 끼고 해양 국경을 맞대고 있다. 터키 여행객 가운데 첫손이 독일이고, 다음번이 러시아이다. 추체 상 2020년대에는 러시아 관광객이 첫 번째가 될 것이다.' 이미 양국 간에는 흑해를 가로지르는 송유관이 건설되고 있다. 터키의 핵발전소 또한 러시아가 짓고 있다. 2023년까지 송유관과 발전소 건설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항산과 항심은 공진화한다. 제2로마(이스탄불)와 제3로마(모스크바)가 합작하여 운명공동체가 되어간다. 
 

올해 에르도안의 세르비아 방문 또한 몹시 인상적이었다. 터키가 표방하는 '신오스만주의' 행보와 포개진다. 오스만제국에서 떨어져나가면서 발칸 반도는 '유럽의 화약고'로 전락했다. 분열에서 통합으로, 발칸의 소국들과 터키 사이에 FTA 체결이 논의되고 있다. 왕년의 연결망을 복구시키겠다는 뜻이다. 발칸의 남부 이슬람 소국들에서는 터키의 소프트파워에도 다시 솔깃하다. 오스만제국의 절정을 이끌었던 슐레이만 술탄 시대를 회고하는 <찬란한 세기>(Muhteşem Yüzyıl) 가 발칸의 무슬림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에르도안은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사이에 있는 무슬림 국경 도시 노비파자르(Novi Pazar)도 방문했다. 거리는 온통 에르도안 사진으로 가득했다. 터키어로 환영(Hosgeldiniz)을 새긴 플래카드도 나부꼈다. 이런 뉴스는 영미권 매체에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나도 아랍문자 공론장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현지 언론들을 통하여 접하는 에르도안의 모습은 전혀 딴판이다. 남유럽부터 동아프리카,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까지 움마 세계를 아우르는 '이슬람 지도자'로서 매력공세를 펼친다. 신상태와 신시대, 로마문자 공론장만 읽어서는 진실의 절반도 접근할 수가 없다. 키릴문자와 한문, 아랍문자 공론장을 보태어 '관점의 균형'을 취해야 한다. 그래야 '세력의 균형'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 '힘의 정치'와 '뜻의 정치'를 겸장해야 한다. 

 

▲푸틴-살만 정상회담.ⓒyandex.com

 

 

(구)중동이 (신)중서로 바뀌어가는 대반전의 마침표를 찍은 것은 역설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살만 국왕이 친히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이례적이다. 획기적이다. 역사적이다. 나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2017년 최대의 외교 이벤트였다고 꼽겠다. 예견한 사람이 있었다. 작년 말 도하에서 인터뷰했던 <알자지라> 전 편집국장이 2017년을 '러시아의 해'가 되리라고 전망했던 것이다. 실로 (구)중동의 미국 동맹국들이 줄줄이 러시아로 전향하고 있다. 이란부터 시리아와 이라크를 지나 터키와 파키스탄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영향력이 부쩍 확장되고 있다. 러시아군의 개입으로 시리아 내전의 전황이 바뀌면서 존재감을 한껏 높인 것이다. 사우디 국왕이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알현한 것 또한 중동의 판세가 이란-터키-러시아-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의 인공국가들을 대신하여 오래된 제국의 후예들이 판 갈이를 주도하는 것이다. 더 이상 미국에만 의탁해서는 장래를 장담하기 힘들어진다. 실은 미국으로 말미암아 사우디 역시 곤경에 처해 있다. 러시아를 굴복시킨다며 저유가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동맹국 사우디의 재정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러시아는 '북방의 사우디'라는 별칭까지 가지고 있는 자원대국이다. 유라시아의 남과 북에서 공히 최대의 자원 수출국으로 이해관계를 공유한다. 특기할 사항은 에너지합작에서 나아가 군사합작에도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것이다. 사우디 역시도 S-400 구매를 결정했다. 소총부터 미사일까지 온통 미국산이었던 사우디의 국방이 다변화되고 있다. 나는 이번 방문이 일시적인 변화라고 보지 않는다. 왕정 국가이다. 차세대로 왕위를 물려주어야 한다. 원만한 정권 계승을 위해서도 러시아의 보증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난해 살만 국왕은 무려 한 달에 걸쳐 중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 순방에 나섰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아시아와 러시아 순회, 장기적 국가 비전 "사우디 2030" 또한 유라시아의 대통합에 조응해 갈 것이다. 아라비아와 유라비아와 유라시아의 공진화, 2030년이면 '중동'(中東)이 아니라 '중서'(中西)가 보편적인 용어가 될지도 모르겠다. 

 

▲푸틴-살만 정상회담.ⓒyandex.com


3. 신근서(New Near West) 

이라크와 리비아, 시리아에 앞서 아프가니스탄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앞세운 적폐들이 재차 미군을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새 천년 미국의 '침공' 아래 16년째 전쟁이 그치지 않고 있는 땅이다. 아프간 경제는 초토화되었다. '민주주의'를 전도하는 미국의 '해방군'이 세워둔 정부는 부정부패로 찌들어간다. 수도 카불만 근근이 지켜내고 있을 뿐이다. 지방은 군벌 치하이다. 중앙정부는 작동하지 않고, 지방은 무장 세력이 장악했다. 그 사이에서 아프간 민중들을 보호하고 있는 유일한 집단이 바로 탈레반이다. 

 


러시아가 아프간에서도 실력을 발휘키로 했다. 시리아 모델을 아프간에도 적용시키고자 한다. 탈레반을 적대하지 않는다. 아프간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그들과 협상해야 한다. 탈레반과 다른 세력 간 협상을 이끌어서 연합정부를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현재의 불안정은 미국의 괴뢰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물론 러시아 홀로 아프간의 안정을 도모할 수는 없다. 푸틴의 빼어난 정치력에 든든한 경제력으로 지원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벌써 인프라를 깔고 있다. 도로를 만들고 다리를 놓고 철도를 깐다. 아프간의 북쪽이 러시아이고, 서쪽이 이란이며, 동쪽에 파키스탄이 자리한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이 아프간까지 연결된다. 러시아-이란-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으로 종단하는 남북 교통회랑도 만들고 있다. 자금은 응당 AIIB에서 출자 받는다. 러시아-중국-이란과의 합작 속에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은 유라시아의 지퍼(Zipper) 국가로 전변한다. 서유라시아와 동유라시아를 잇는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유라시아의 동과 서를 튼튼하게 엮고 남유라시아와 북유라시아를 단단하게 조이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두 이슬람 국가를 통하여 유라시아경제연합과 일대일로와 남아시아지역협력(SAARC) 또한 포개지게 될 것이다. 유라시아의 세기, 인도양의 세기에 조응하여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운명이 달라지는 것이다. 20세기 대영제국이 남기고 떠난 적폐, 남아시아 대분할체제를 극복해가는 과업이기도 하다. 남아시아 또한 장차 극서와 중서보다 더 가까운 서쪽, 근서(近西)라고 불러도 좋겠다. 


딴 판이 열리고 새 판을 짜는 사업이 마냥 순조롭지만은 않다. 히말라야에서 이행기의 충돌이 불거졌다. 중국군과 인도군이 장기간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시금 한글 공론장의 보도는 로마자 공론장에 치우쳤다. 한문 공론장은 말할 것도 없고 키릴문자와 아랍문자 공론장에서도 인도를 지지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부탄의 영토에서 일어난 일이다. 중국과 부탄 사이 갈등에 돌연 인도군이 등장했던 것이다. 왜 인도가 부탄을 대신하여 영토 분쟁에 참견하고 개입하는가, 인도는 부탄의 독립과 주권을 침해하지 말라며 중국은 일침을 가했다. 사실상 인도의 속국을 오래 지속했던 부탄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노출시킨 꼴이다. 중국이 의도한 바였던가, 지금으로서는 확언할 수 없다. 외교문서가 공개되는 30년 후에나 밝혀질 것이다. 나는 그런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보는 편이다. 냉전기 중국과 주변국 사이 영토분쟁을 추적해본 적이 있다.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자락에 깔려 있었다. 1962년 중/인 국경 분쟁은 제3세계를 둘러싼 양국 간 경쟁의 소산이었다. 1969년 중/소 국경 분쟁은 사회주의 노선을 둘러싼 양대국의 경쟁이었다. 1979년 중국-베트남 국경 분쟁 또한 베트남의 인도차이나 지배, 즉 캄보디아를 베트남이 점령한 것에 대한 개입이었다. 2017년의 히말라야 분쟁 또한 유라시아의 새판 짜기 주도권을 두고 미래의 G2간 위상을 미리 보여준 것에 더 가까웠다. 
 

사태를 한층 입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해서는 남아시아의 현저한 비대칭적 국제관계를 참조해야 한다. 히말라야 넘어서는 인도가 압도적인 대국이다. 부탄과 네팔, 스리랑카, 몰디브를 훨씬 능가한다. 그 중에서도 부탄이 유독 취약했다. 인도군이 부탄군을 훈련시킨다. 전시작전권이 없다. 부탄의 내정에는 간섭하지 않되 외교는 인도가 대신해주었다. 사실상의 보호국이었던 것이다. 명실상부 '독립'한 것은 2007년에 이르러서이다. 비로소 외교주권을 확보하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군사적 종속 상태를 2017년에 드러내게 된 것이다. 중국-부탄 사이 도로 건설에 인도군이 출동함으로써 그 실상이 공개된 것이다. 이로써 2018년 부탄 총선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친인도세력과 반인도세력이 경쟁하고 있다. 역시나 프레임이 중요하다. 친인도와 반인도간 정쟁이 격화될수록 부탄과 인도는 거리감이 생겨날 것이다. 부탄에서 적폐는 친인도 진영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노회한 노림수였다고 파악하는 까닭이다.
 

네팔과 스리랑카는 부탄의 미래다. 네팔의 좌파 정부는 중국과 적극 협력하며 인도와의 비대칭적 관계에서 '세력의 균형'과 '관점의 균형'을 추구한다. 공항과 도로와 철도 건설은 물론 태양광 에너지 사업도 중국과 협력한다. 스리랑카에도 좌/우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중국과의 바닷길 만들기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동인도양(벵골만)과 남중국해와 서인도양(아라비아해)를 잇는 허브 국가로 스리랑카는 탈바꿈하고 있다. 오래전 정화의 대원정선이 정박했고, 아랍의 신밧드가 황금보물을 발견했던 '실론'의 현대적 귀환이라고 하겠다. 중국-인도 간 대립이라는 '가짜 뉴스'가 홍수를 이루고 있을 때 뉴델리에 머무르고 있던 부탄 대사는 주인도 중국대사관을 방문했었다. 중국인민해방군 창설 90주년 행사를 참관했던 것이다. 중국과 부탄 사이 아직도 공식적인 외교관계가 없다. 인도가 허여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가 행사, 그것도 군부 행사에 처음으로 참여한 것이다. 재차 하부구조와 상부구조는 무관할 수가 없다. 항산의 토대가 바뀌면 항심의 방향도 바뀐다. 중국산 공산품이 부탄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부탄의 약초들이 티베트를 지나 동중국 시장까지 팔려나가고 있다. 부탄이 외교권을 획득한 2007년 중국 여행객은 17명에 불과했다. 올해는 이미 일만 명을 돌파했다. 히말라야의 행복국가 부탄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2할이 유커이다. 장차 그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인구 백만이 되지 않는 이 작은 왕국의 살림살이를 지탱해주는 주요한 수입원이 된 것이다. 역시나 2017년 현재 인도와 영국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유학생들이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사이에 미얀마가 자리한다. 대영제국이 남기고 간 적폐의 모순이 뒤늦게 불거졌다. 로힝야족의 난민 행렬이 줄을 이었다. 불교문명에 바탕한 만달라국가와 이슬람문명에 바탕한 움마국가가 사라지고 근대적인 국민국가가 들어선 것이 병통의 근원이다. 불교도가 다수인 국가에 무슬림이 이주하여 살게 된 것 또한 인도와 방글라데시와 미얀마를 인위적으로 다스렸던 대영제국의 소산이다. 시점과 장소가 공교롭다. 출범 반세기를 맞이한 아세안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을 노렸다. 하지만 로힝야족 사태로 아세안은 이슬람국가와 비이슬람국가로 나뉘고 말았다. 잔치 날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로힝야족이 많이 살고 있는 아라칸주가 일대일로의 거점이라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중국의 투자가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 운남성의 쿤밍과 연결되는 송유관이 깔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라칸을 통하여 중원이 극서와 중서와 근서를 만나는 허브였던 것이다. 이곳이 불안정해지면 유라시아의 에너지 연결망과 교통 연결망에도 장애를 미치게 된다. 음모론까지 제기하지는 않겠다. 다만 흔들려고 하고 자와 세우고자 하는 자 사이에, 난세와 치세 사이에 힘과 뜻이 교착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힘의 교착만 주목해서는 전체 판을 읽지 못한다. 힘의 대결과 뜻의 대결을 함께 숙고해야 진상이 드러난다. 미국에서 그토록 떠받들던 아웅산 수치에 융단폭격을 가하는 꼴이 마냥 석연치만은 않은 것이다. 성동격서(聲東擊西)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겉으로는 인권을 명분으로 미얀마를 때리지만, 실제 목표로 두는 것은 중국의 인도양 진출, 일대일로의 차단일 공산이 높다. BCIM(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경제회랑을 교란시키는 것이다. 히말라야는 시끄럽고 벵골만은 어지럽다.  

4. 신중원(新中原) 

올해는 홍콩의 중국 반환 20주년이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이 처음으로 홍콩을 방문했다. 그러나 중국/홍콩의 일국양제에만 초점을 두는 것 또한 단견이다. 중국학만 해서는 더 이상 중국을 온전히 파악할 수가 없는 신시대가 되었다. 그의 동선이 더 중요했다. 시진핑이 그렸던 선을 추적해가야 한다. 홍콩만 간 것이 아니다. 홍콩을 찍고 모스크바로 향했다. 모스크바에서는 함부르크로 이동했다. 한문과 키릴문자와 로마문자의 공론장을 겹겹으로 추적해야 그 전체상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베이징은 더 이상 대륙/홍콩만으로 사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본을 빙글빙글 돌린다. 세계지도를 겹겹으로 펼친다. 그 위에서 전개된 수천 년의 역사를 포갠다. 역지사지하고, 지피지기해야 한다. 더 이상 국(가)학은 없다. 유라시아학, 세계학을 해야 한다. 그래야 30년 후, 일국양제에 마침표를 찍는 2047년의 홍콩 또한 전망해볼 수 있다. 

 

 

▲ 홍콩-마카오-주하이 대교.ⓒbaidu.com


곧 홍콩과 대륙 간에도 대교가 개통된다. 남중국과 홍콩을 가로지르는 55km 세계 최대의 교량이다. 지금까지는 4시간 30분이 걸렸다고 한다. 연말부터는 1시간에도 못미치는 이웃도시가 된다. 광동, 션젼, 주하이 등 광동성의 주요 도시와 홍콩과 마카오를 잇는 11개 도시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 11개 도시 인구를 합하면 7000만에 이른다. 프랑스와 영국 규모의 독자적인 경제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중국의 일부로 홍콩이 편입되고 있는 것만도 아니다. 중화세계와 앵글로색슨세계를 잇는 슈퍼-허브가 된다. 뉴 실크로드의 슈퍼 커넥터가 된다. 신세계화, 다른 세계화를 추동하는 지식과 정보, 금융과 행정의 중추가 된다. 상징적인 행사로 7월에 홍콩 도서전이 열렸다. 올해의 주제는 귀환 20주년이었다. 양안삼지의 주요 작가와 지식인들이 참가하여 다채로운 강연을 펼쳤다. 40여 개국, 700여 출판사가 집결했고, 백만 인파가 몰렸다. 글로벌 화교/화인의 소프트파워를 만천하게 과시한 것이다. 홍콩에 축적된 인문역량을 양껏 뽐낸 것이다. 홍콩은 더 이상 금융도시, 쇼핑의 천국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인문도시로 전변한다. 민간중화(民間中華, Civil China)의 허브로서 홍콩을 자리매김한다. 한문공론장과 로마자공론장이 홍콩에서 접속한다. 중국어가 영어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다. 영어와 중국어가 공진화한다. 일지양문(一地兩文)체제가 정립된다. 다문자세계, 다문명세계이다. 동과 서가 역전되는 것이 아니다. 동/서가 회통하고 융합한다.

 


홍콩이 중국어세계와 영어세계를 잇는다면 마카오는 포르투갈어세계를 연결한다. 마카오가 중국에 복귀한 것은 1999년이었다. 현재 마카오는 중국에서, 아니 아시아에서 1인당 GDP가 가장 높은 도시가 되었다. 중국화와 세계화가 공진화하는 장소이다.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권역이 현재 2억 인구에 이른다. 브라질, 포르투갈, 기니 등 8개 국가와 중국의 경제 합작 포럼이 마카오에서 매년 열린다. 포르투갈은 인구 일천만의 국가이다. 그러나 포르투갈을 거치면 27개 EU 국가와 연결된다. 브라질도 일국으로 그치지 않는다. 5억의 라틴아메리카 시장과 이어진다. 마카오의 포르투갈 식민지 500년사를 '다른 백년'의 밑천으로서 재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고로 유럽과 아메리카/아프리카 사이의 폭력적인 제국주의/식민주의 시절은 잊어도 좋겠다. 대륙간, 문명간 새로운 관계망을 구축해간다. 대륙과 마카오의 새로운 연결망만큼이나 마카오와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다른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다. '화해를 위해서', 탈식민주의-탈제국주의는 이렇게 실천하는 것이다.  
 

홍콩과 마카오에만 외주만 주는 것도 아니다. 바다 건너 자리한 도시가 샤먼이다. 올해 샤먼에서는 브릭스 정상회담이 열렸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만 회합한 것도 아니다. '브릭스+'도 닻을 올렸다. 아메리카에서는 멕시코가 아프리카에서는 이집트와 기니가, 동남아시아에서는 태국이, 중앙아시아에서는 타지키스탄이 초대되었다. 시리아의 재건을 약속한 장소가 아스타나였다면, 아프간의 재건을 다짐한 장소는 샤먼이었다. '샤먼 선언'을 통하여 외부자(미국과 NATO)가 아니라 아프간을 둘러싼 유라시아 국가들이 주도하여 아프가니스탄을 되살리기로 했다. '브릭스+'가 아프간을 재건하면 SCO의 일원으로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샤먼 선언에서 더 중요한 지점은 지하자원-위안화-금으로 맺어지는 삼두체제로 세계무역의 새판을 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달러가 사용되지 않는 별도의 국제결제시스템을 만들어간다. 달러 독점 체제를 다극화시키고 '민주화'시킨다. 이란의 천연가스를 위안화로 지불하고 홍콩이나 상하이에서 금으로 교환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은 이미 디지털 경제의 첨단을 달리고 있다. 현금경제에서 벗어나는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공산혁명, 마오쩌둥의 얼굴이 새겨진 지폐를 갈수록 보기 힘들어진다. 유라시아의 동서남북에서 알리페이(Ali-Pay)가 마법의 주문처럼 널리 퍼지고 있다. 디지털 유라시아 또한 촘촘하게 형성된다.
 

그러함에도 지난 200년의 세계화와는 퍽이나 다르다. 자국의 발전모델을 윽박지르며 이식하지 않는다. 문명화, 근대화, 민주화시키지도 않는다. 나에게 좋다고 남에게 강권하지 않는다. 중국 내부의 개혁개방, 흑묘백묘론을 전 지구로 확대시키는 것이다.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념과 체제는 수단일 뿐이다. 목적은 평화와 조화이다. 무역을 통해서 서로의 살림살이를 겹치게 만드는 것이다. 상부상조 운명공동체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장사하고 돈 벌면서 먹고 살자는 것이다.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은 20세기를 향수한다. America First, 미국산 제품이 세계를 석권했던 1955년으로 퇴행한다. 전쟁으로 서유럽과 동아시아가 초토화된 1945년 이후, 미국이 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했다. 지금은 1/4도 안 된다. 근근이 20%를 유지하고 있다. 점점 더 비중이 떨어질 것이다. 중국이 실질구매력에서 미국을 앞선 것이 2014년이다. 올해는 115%에 해당한다. 2023년이면 1.5배로 격차가 벌어진다. 2030년이면 GDP도 역전된다. 2045년이면 중국이 미국의 3배가 된다. 벌써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이 1955년 미국의 대통령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자유 무역을 옹호하고 기후변화를 선도적으로 대처하며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려 든다. 열린 마음으로 외부 세계를 껴안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국주의로 쪼그라들고 있고, 중국은 제국으로 개방되고 있다. 동반구와 서반구가 반전한다. 신대륙과 구대륙이 반전한다. 신세계와 구세계가 반전한다. 중국은 더 이상 20세기형 국민국가가 아니다. 21세기의 새 판, 유라시아의 중원이다. 동서남북으로 길을 뚫는다. 세계의 모든 길이 중원으로 통한다. 그 새 길을 따라서 오래된 합창곡, '구세계 교향곡'이 울려 퍼진다.  

5. 재조산하, 개조산하(再造山河, 改造天下) : Make Eurasia-Korea Great Again


극서와 중서와 근서와 중원을 널리 살피고 있는 극동의 젊은 지배자가 있다. 북조선의 김정은이다. 그를 우습게보아서는 곤란하다. 그가 유학했다는 스위스를 며칠 둘러보았다. 백투혈통 하나로 막중한 책무감을 상속받은 녀석이다. 어릴 적부터 극서 국가들 가운데서도 가장 국제적인 도시에서 보고 배운 바가 없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인 시야를 훈련받았다. 아랍의 운명 또한 주시해 왔을 것이다. '악의 축'으로 지목되었던 이라크 후세인의 말년을 잘 안다. 리비아 가다피의 운명도 알고 있다. 이란의 현재도 면밀하게 천착하고 있을 것이다. 시리아부터 아프가니스탄까지 형성되고 있는 새 판짜기 또한 직시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호흡이 길 수밖에 없다. 건강관리만 잘하면 10년, 20년, 반세기도 지배할 수 있는 친구이다. 널리 살피고 길게 볼 것이다. 남쪽의 5년짜리 대통령과는 확연히 시선이 다르다. 일단 저 북녘의 왕조체제에 대한 호불호는 괄호 속에 묶어두고 따지지 말기로 하자. 나의 잣대로 남을 재단하는 것도 지난 백년의 몹쓸 습관, 적폐이다. 하나의 민족이되, 두 나라 두 국민임을 사실 그대로 인정하자. 통일(統一)의 강박을 떨쳐내고 불일불이(不一不二)를 연마해야 한다. 하나이자 둘이며,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다. 북조선을 같은 피를 나누어가진 동족이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일한 '외국'(外國)으로서 있는 대로 감당해야 한다. 그 북조선의 유일권력으로서 김정은 또한 현실로써 감수해내어야 한다. 존재 자체를 부정하면 관계가 자라날 까닭이 없다. 그를 제거해야 한다는 발상이야말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차라리 그를 쉰이 되고 예순이 되고 일흔이 되어 '계몽 군주'가 되도록 견인하는 편이 남한에게도 이로울 것이다. 불가능을 꿈꾸되, 리얼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진작부터 이런 관점에서 북핵 해결책을 제시한 나라 또한 러시아와 중국이었다. 지속적으로 '쌍중단'을 요구했다. 북조선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시하고, 미국과 남한 또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했다. 다시금 역지사지해야 한다. 북조선만 도발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한국도 도발을 그치지 않고 있다. 지구 최강의 군대와 끊임없이 연합훈련을 하고 있는 남한이 북조선의 시각에서 어찌 보일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미군이 새 천년 이래 지난 17년간 유라시아 곳곳에서 어떤 일을 벌여왔는지도 참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하다면 한미연합훈련이 방어용이라는 말이 얼마나 가당치 않은 소리인가를 자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양쪽 모두 중단해야 한다. 아무런 선행조건 없이 대화에 임해야 한다. 


이란 핵합의를 새로운 국제관계의 모델로 삼자는 로하니 대통령을 복기해보자. 시리아 내전을 해결한 아스타나 합의도 참고해보자.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나선 샤먼 선언도 참조가 된다. 북조선을 유라시아의 일원으로 연결해내는 것이 관건이다. 러시아 또한 중국 이상으로 북조선의 정권 교체에 하등의 관심이 없다. 목표는 북조선(및 한반도)의 안정화이다. 마치 시리아 정권을 안정시키고 유라시아 연결망 속에 시리아를 편입시킨 것처럼 태평양 건너 미국만 해바라기하는 북조선을 유라시아의 새 마당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북조선과 남한을 동북 3성과 연해주와 동시베리아와 북해도(홋카이도)와 소통시키는 것이다. 6자회담이 작동하던 시절에 견주면 중국은 너무나도 커져버렸다. 다시 중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은 어느 쪽도 썩 내켜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를 잘 활용해야 한다. 모스크바까지 갈 것도 없다. 도쿄에서, 서울에서, 베이징에서, 평양에서 2시간 안팎이면 극동 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합할 수 있다. 워싱턴도 베이징도 아닌, '블라디보스토크 합의' 같은 것을 궁리해봄직 하다.

 

 

▲ 동시베리아 고속도로.ⓒ이병한


혹은 '하노이 합의' 발상도 궁굴려 볼 만하다. 북조선/남한, 중국/대만만큼이나 남/북베트남 또한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의 한 고리로서 작동했다. 냉전기 북조선과 형제국으로 돈독했던 국가이자, 탈냉전기 포스트-차이나의 일환으로 한국과도 친밀한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다. 남한과 북조선 및 주변 4강국과 모두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가 바로 베트남이다. 냉전기 평양에서 일했던 외교관들의 아들과 딸이 직을 계승하여 탈냉전기 서울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인구 1억, 앞으로 아세안의 주도국이 될 나라이기도 하다. 동북아와 동남아를 잇는 절묘한 위치에 자리한 나라이기도 하다. 중화세계의 유산은 물론 서로마(프랑스)와 북로마(소련)의 흔적도 간취할 수 있는 도시가 하노이(河內, Hà Nội)이기도 하다. 곧 APEC 정상회담이 하노이에서 열릴 만큼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이기도 하다. 마치 동방정교세계와 이슬람세계가 연결되는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시리아 합의를 만들어낸 것처럼, 하노이를 발판으로 동북아 6개국과 주최국 베트남이 협력하는 '6+1' 구상을 시도해봄직하다. 
 

 

앞으로 5년이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정권이 5년 더 이어진다. 러시아에서는 푸틴 정권이 6년 더 지속될 것이다. 양국 모두 포스트-아메리카 시대, 리(셋)-유라시아 시대의 다문명세계, 다극화체제에 우호적이다. 천금 같은 5년이다. 천시에 촛불정권이 들어섰다. 향후 5년간 20세기와는 다른 21세기, '다른 백년'의 초석을 놓아야 한다. 유라시아경제연합과 일대일로와 남북합작이 상호진화해가야 한다. 그게 촛불정권의 '운명이다.' 그 역사적 과업을 수행하라고 8할의 국민이 촛불을 밝혀주었던 것이다. 적폐 청산이 단지 지난 10년 특정 세력을 겨냥한 정치보복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안에서도 품지 못하는데, 밖을 어떻게 껴안는단 말인가. 저 멀리 동학 횃불의 좌초 이래 지난 뒤틀리고 꼬여버린 120년, 천하대란이야말로 적폐의 근원이다. 천하대란을 천하태평으로 반전시키는 천지개벽이야말로 촛불혁명의 완성일 것이다. 제발 혁명(시대교체)과 반정(反正, 정권교체)을 분별해야 한다. 

 

▲ 북러시아의 북극해.ⓒ이병한

 

 

하늘과 땅이 개벽하고 있다. 북방 천지에서 신대륙이 발견되고 있다. 신해양이 열린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 북해가 열리고 있다. 북유럽과 북러시아와 동시베리아, 북해도의 여러 항구 도시들을 두루 살펴보았다. 북쪽의 바닷길, '아이스 실크로드'(Ice Silk road)가 개창한다. 북해의 바닷길마저 그 자태를 드러내면서 유라시아는 비로소 '사해동포'(四海同胞)에 부합하는 내륙이 되어간다. 태평양은 이제 동해이다. '대동해'(大東海)이다. 대서양은 이제 서해이다. '대서해'(大西海)이다. 인도양은 곧 남해이다. '대남해'(大南海)이다. 북극을 꼭지점으로 '대북해'(大北海)까지 등장한다. 동서남북 사해로 둘러싸인 유라시아는 만인이 동포이다. 민족애와 이웃애가 사해동포애와 공진화한다. 19세기형 구미(歐美)와 20세기형 아태(亞太)를 대신하는 21세기의 구아(歐亞), 유라시아-코리아 구상을 본격화해야 한다. 서쪽에 시리아상인이 있었다면, 동쪽에서는 개성상인이 있었다. 개성은 고려의 수도이자, 20세기 북조선과 남한의 적폐를 해소할 수 있는 개성공단이 자리했던 곳이다. 영어로 나는 고려인(Korean)이었다. 아랍어로도 고려인이었다. 러시아어로도 고려인이다. 2015년 한국인으로 출발한 견문이 2017년 고려인의 자각을 안고 마무리되어간다. 개성과 고려와 유라시아의 공진화를 꾀하게 된다. 개성으로부터 '재조산하'(고려)와 '개조천하'(유라시아)를 재개해야 할 것이다. "Make Eurasia-Korea Great Again", 부디 촛불혁명을 통하여 등장한 신시대의 새 정권이 재조산하(再造山河)와 개조산하(改造天下)를 국시로 삼는 '나라다운 나라', '아름다운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7년을 미리 회고하는 21세기 고려인의 소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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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현대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논문보다는 잡문 쓰기를 좋아한다. 역사가이자 언론인으로 활약했던 박은식과 신채호를 역할 모델로 삼는다. 뉴미디어에 동방 고전을 얹어 아시아 르네상스를 일으키는 'Digital-東學' 운동을 궁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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