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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에도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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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이 만난 사람들을 함께 만나보세요. 또 '인간은 변하는가, 변하지 않는가'란 인류정신사의 가장 큰 주제를 오해 테마로 한 인터뷰와 이에 대한 목사와 신부, 스님, 주역의 대가와 심리학자 등 10명이 모여 토론한 대담을 선보입니다.

평화에도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조현 2017. 11. 07
조회수 474 추천수 0
 

 

-차베스추기경-.jpg 

 

   영화 <로메로>로 민주화를 열망하는 세계인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던 엘살바도르 로메로대주교의 ‘절친’이 방한했다.  로메로가 1980년 3월 24일 미사 도중 군부독재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4명의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아 사망한 산살바도르교구의 지도자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 추기경(75)이다. 사춘기 때 로메로대주교를 만나 사망할 때까지 군사독재에 함께 항거한 그는 로메로의 일기장에 38번이나 언급돼 있을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그는 로메로를 ‘나의 친구’라고 표현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지난 4일 서울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연 ‘2017한반도평화나눔포럼-정의와 평화 한반도의 길’에 남미의 다른 종교지도자들과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7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만났다.

 

 그는 “엘살바도로에선 로메로가 최초의 복자(성인으로 시성되기 전단계)인데, 한국은 수많은 순교성인이 난 땅”이라며 먼저 ‘순교자의 나라’에 온 감격을 표했다. 차베스 추기경은 로메로가 암살 당하기 전에 ‘저는 죽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저는 암살자를 용서합니다. 저를 죽인다면 저는 엘살바도르인들 속에서 부활하겠습니다’고 한말을 다시 언급하면서 주교로 임명될 당시 한 피정에서도, 암살 당한날 강론에서도 로메로가 ‘겨자씨’ 비유를 든데서 그가 ‘순교’를 택한 사실을 전했다. 예수께서 ‘누구든지 자신의 삶만을 챙기면 생명을 잃겠지만 겨자씨가 땅속에서 죽는다면 새싹이 되고 열매가 된다’고 했듯이 로메로도 ‘조그만 겨자 씨앗’이 되길 자처했다는 것이다.

 

 올해 엘살바도르 사상 첫 추기경으로 임명된 그는 엘살바도르의 12년 내전을 종식하는 데 결정적 중재자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로메로 대주교의 순교 후에도 1984~1989년 5차례에 걸쳐 진행된 군부 정권과 반군  사이의 협상을 끌어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양측은 1992년 결국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그는 유일하게 5번의 협상테이블에 모두 참석해 평화협정의 모든 과정을 증언할 수 있는 산증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차베스 추기경에게 한반도 문제의  중재 역할을 맡겼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교황청을 방문해 교황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때여서 이 보도는 더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 외신과 관련해 “저처럼 연약한 추기경이 어떻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웃으며 공식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경험을 세심하게 소개했다.

 

 “우리는 중재에 앞서 먼저 3가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첫째 그리스도적 평화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둘째 인간의 권리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셋째 어떻게 중재자의 역할을 할 것이냐’였다.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 주교좌성당에서 강론 때마다 가르쳤다. 첫째를 위해선 인내와 대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둘째는 군부독재에 의해 짓밟히고 있어서 반군과 중재에 앞서 인권을 되찾기 위해 예언자적 선포가 필요했다. 그 선언은 사막에 서는 용기가 필요했다. 점차 첫째 둘째 여건이 나아져 막상 중재를 하려했을 때 반군과 한자리에 앉는 것 자체가 헌법 위반이었다.”

 

엘살바도르-.jpg» 엘살바도르 내전으로 희생된 엘살바도르 국민들(위) 군부독재에 항거하는 시민들(아래)

 

로마로와빈민-.jpg» 빈민의 벗이었던 생전의 로메로대주교

 

로메로와군인-.jpg» 영화 <로메로>에서 총을 둔 군인들의 위협에 맞서고 있는 로메로 대주교

 

 그는 대화 자체가 불가능했을 때 당시 대주교가 ‘법이란 인간을 위해 존재하기에 인간에게 봉사해야한다‘며 헌법 개정을 이끌어내 협상에 나서도록 했음을 회고했다. 그런데도 평화는 여전히 산 넘어 산이었다고 한다.

 “군부와 반군만 있는게 아니었다. 그들과 미국과 러시아 그 한가운데 엘살바도로 국민들이 있었다. 무기는 외국에서 들여왔지만 그 무기로 인해 죽는 사람은 결국 엘살바도르 국민이었다”

 그는 “이번에 판문점을 방문해서도 그런 똑같은 상황을 목도했다”며 “여기서도 전쟁이 나면 죽는 사람은 한국인들이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지않으려면 어떻게든 남과 북이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야하고, 평화를 향한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끈질기게 만들어가는 것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곳 성당에서 전례를 하며 한국장인들이 한땀 한땀 수놓은 화려한 제의를 받아입었다. 그런 옷도 장인의 영감과 노력, 창의력이 함께 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살기 위한 평화를 만드는데 얼마만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겠는가. 그런데 한국인들은 무엇이든 너무 ‘빨리 빨리’만 하려든다.”

 차베스 추기경은 “너무 서두르지말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대로 우선 멈추는 것을 배워 침묵을 내면화하고, 하느님을 향해 내면을 열고 묵상한 뒤 활동에 나서야 한다”며 “먼저 내면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묵상하고, 그 뒤 행위에 나서라”고 권했다.

 그는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취임 직후 멕시코와 국경에 장벽을 설치한다는 소식을 듣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는 벽이 아니라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말을 들려주며, 그런 다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순교한 로메로 주교의 선배 순교자들이 많은 한국인들이 그런 순교 정신을 따른다면 멋진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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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트럼프, “북핵 평화적 해결” 확인

미 전략자산 순환배치 확대..“한국이 수십억 달러 미국 무기 주문”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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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7  1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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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미 정상은 각각 모두발언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사진제공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공동 입장을 확인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옵션 제외”를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7일 오후 청와대에서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하루속히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저는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진지한 대화에 나설 때까지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가해 나간다는 기존의 전략을 재확인했다. 동시에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경우,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음도 재확인했다. 우리는 이러한 공동의 접근 방법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이고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다. 주변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도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와 인근 지역으로의 순환배치 확대·강화, △한국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완전 해제, △한국의 최첨단 군사정찰자산 획득과 개발을 위한 협의 즉시 개시에 합의했다고 알렸다.  

그는 “한·미가 앞으로도 합리적 수준의 방위비를 분담함으로써 동맹의 연합방위태세와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며, “자유롭고 공정하며 균형적인 무역의 혜택을 함께 누리기 위해 관련 당국으로 하여금 한·미 FTA 관련 협의를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도록 했다”고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전세계적인 위협이고 전세계적 조치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책임 있는 모든 국가들에게 북한 정권이 핵 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끝내고 평화롭게 살아가도록 요구하라고 촉구한다.” 

그는 “단호한 결의를 갖고 시급하게 행동해야 할 때”라며 “모든 국가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고 북한과 교역과 사업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점점 위험해지는 이 정권의 무기 자금 조달에 다른 국가가 도움을 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 공동기자회견 직전 한.미 확대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사진제공 - 청와대]

‘현재의 대북 접근법이 성공했다고 보느냐’는 지적에, 트럼프 대통령은 “제가 성공인지 아닌지 얘기하기 어렵다는 걸 아실 것”이라고 응수하고 “지금 현재로서는 북한이 옳은 일 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공모함 3척과 핵잠수함을 한반도 인근에 전개한 사실을 거론하며 “실제로 사용할 일이 없길 바란다”는 으름장과 함께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서 우리와 합의 이끌어내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도 좋고 전세계 시민들에게도 좋다”고 독려했다. “이 부분에서 움직임 있다고 생각하니까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겠다.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걸 이해하리라고 본다.”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절제된 대북 메시지를 발신한 셈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군사적 옵션을 제외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여”라는 표현까지 썼다. 아시아 순방 전 “화염과 분노”, “북한 완전히 파괴”, “모든 옵션”을 거론하던 것과는 딴판이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산 무기 구매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전투기든 미사일이든 미국의 자산이 가장 좋다”면서 “한국은 수십억 달러의 (미국) 장비를 주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솔직히 많은 의미가 있다. 우리 일자리에도 의미가 있고, 한국에 대한 우리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 의미도 있다.”  

문 대통령도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군사적 전략 자산의 획득에 대해서 한.미 간에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들께 오는 2월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를 축하드리고 싶다. 굉장히 훌륭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나에게 굉장히 중요하고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금 바로 말할 수 있다”라고 ‘코리아 패싱 우려’를 불식시켰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한이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7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나란히 기자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 - 청와대]

공동기자회견 이후 양 정상은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에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초대됐으며, “독도 새우”를 이용한 잡채가 제공됐다. <교도통신>은 “역사와 영토 양면에서 자국 주장을 선전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일본 외무성이 한국 측에 이용수 할머니 초청 관련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추가,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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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려먹기 쉬운’ 10대들의 현장실습…‘철학이 있는’ 직업교육 절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7/11/07 12:04
  • 수정일
    2017/11/07 12:0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등록 :2017-11-07 07:15수정 :2017-11-07 09:25

 

 

[밥&법] 10대 노동의 현주소
콜센터 자살 등 현장실습 10대 죽음 거듭
고교생, 대학 대신 사회진출 택하는데
직업교육 시스템·노동현장은 준비 안돼
교육부의 현장실습 개선안 ‘양날의 칼’
“철학 있는 직업교육 체계 세워야”
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 대책회의 회원들이 지난 3월 서울 구로동 엘비(LB)휴넷 신도림 서부금융센터 앞에서 열린 진실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희생자에 대한 추모엽서를 쓰고 있다. 사진 김봉규〈한겨레21〉 기자 bong9@hani.co.kr
엘지유플러스 고객센터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 대책회의 회원들이 지난 3월 서울 구로동 엘비(LB)휴넷 신도림 서부금융센터 앞에서 열린 진실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희생자에 대한 추모엽서를 쓰고 있다. 사진 김봉규〈한겨레21〉 기자 bong9@hani.co.kr

 

11월13일은 열악한 노동 현실을 알리며 22살 나이에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47주기 기일이다. 전태일 열사는 어린 시절부터 평화시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갖은 설움을 겪었다. 47년이 지난 오늘날 10대의 노동 현실은 어떨까.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하는 10대가 점점 늘고 있는 현실에서 10대의 아르바이트 현장과 직업교육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에 다니는 3학년 조민현(가명·18)군은 올해 2학기가 되자 현장실습을 나갔다. 공업용 냉동기계를 만드는 경기도 화성의 한 중견기업이었다. 실습할 회사를 알아볼 때만 해도 근무 조건이 좋아 마음에 들었다. 직원 200여명 규모로 생긴 지 30년 된 안정된 회사인데다 병역특례의 기회도 있었다. 정부로부터 ‘좋은 일자리’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만하면 괜찮다 싶었던 조군은 지난 9월말 첫 출근을 했다. 6개월간 일한 뒤 정규직이 될 기회가 오면 어엿한 직장인이 될 것이라는 희망도 품었다.

 

희망의 유효기간은 길지 않았다. 조군은 출근 하루 만에 실습을 포기한 채 학교로 돌아왔다. 회사라는 곳은 조군이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현장실습 협약을 맺을 때 회사 쪽이 구두로 약속한 업무는 영업직이었다. 전자과인 조군은 전공보다 영업을 배우고 싶었다. 영업직 업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첫 출근 날 회사는 “비어 있는 영업직 자리가 없다”며 조군을 다른 업무에 배치했다. ‘케이싱 작업’이라는 공정이었다. 냉동 장비의 표면에 철판을 덧대는 작업이었다. 기계과가 아니었기에 조군은 용접을 배우지 않았다. 조군이 “용접을 할 줄 모른다”고 하자, 회사는 그를 전기 공정에 투입했다. 조군이 오자 전기 공정 부서의 직원들은 “일도 많은데 실습생까지 가르쳐야 하느냐”며 노골적으로 그를 무시했다.

 

겨우 한 직원에게 매달려 업무를 배우고 있는데, 이번엔 본부장이 조군을 불렀다. “다음주 추석 연휴에 계속 공장에서 일할 수 있냐”고 물었다. 학교에서 받은 노동인권교육이 떠올랐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직업교육훈련촉진법(직업교육훈련법)을 보면 현장실습은 하루 7시간, 일주일에 35시간까지만 가능하다.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야간노동이나 휴일노동은 금지된다.

 

집에서 회사까지 출퇴근할 교통편이 없었던 김군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 입소할까도 생각했다. 기숙사에서 지내려면 부장·과장 등과 한방에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듣고 난 뒤 마음을 고쳐먹었다. 조군은 고민 끝에 학교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너무 괴로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이튿날 학교에 가려니 담임 선생님과 취업부장 선생님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이튿날 담임 선생님은 “실습생한테 그런 식으로 대하는 회사라면 학교도 보내고 싶지 않다”며 조군을 위로했다. 위로는 잠시였다. 조군은 현장실습을 마치지 못하고 돌아온 다른 학생처럼 ‘복교 프로그램’을 들어야 했다. 프로그램은 마치 ‘벌’처럼 느껴졌다. 며칠 뒤 조군과 함께 각 회사로 실습을 나간 18명의 같은 반 친구 가운데 또 한명이 돌아왔다. 그 친구가 간 곳은 방진복을 입고 일해야 하는 반도체 회사였는데, 발에 맞는 방진화를 구하지 못했다. 회사는 맞춤 제작도 해주지 않았다. 실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조군이 말했다. “학생들은 현장실습 나갈 때 자신의 미래를 걸고 최대한 준비해서 나가거든요. 그런데 정작 고교생 현장실습생을 받는 업체는 그에 걸맞은 준비를 전혀 안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 노동 아닌 교육으로 현장실습 전환한다는데… 지난 1월 한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학생이 “나 콜수 못 채웠어”라는 말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1년 기아차 현장실습생이 뇌출혈로 쓰러졌고, 2014년 야간 교대 노동을 하던 현장실습생은 공장 지붕이 내려앉아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에는 외식업체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실습생이 사건·사고에 노출되는 일이 잦아지자, 현장실습제도 전반에 대한 대대적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한국 사회가 교육 또는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학생한테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기업이 10대 고교생 신분인 현장실습생을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값싼 임금에 충성도 높은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노동자를 구하기 힘들어 애를 먹는 중소기업은 현장실습생을 통해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도 한다. 현장실습이 갖는 교육 효과나 노동권 보호의 가치는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일부 단체는 현장실습제도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는 현장실습제도에 관한 우려를 반영해 지난 8월말 첫 사회관계장관회의 결과물로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방안’(현장실습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현재 6개월 ‘근로’ 중심으로 행해지던 현장실습을 1개월 안팎의 ‘학습’ 중심으로 바꾼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실습생의 신분도 ‘학생 및 근로자’에서 ‘학생’으로 바꿨다. 교육부는 “현장실습이 학습이 아닌 조기 취업으로 인식되다 보니 기업은 빠르게 현장에 투입해 생산성 높이는 데 관심이 크고, 학교는 취업률 높이기에 혈안이 된다”며 현장실습을 ‘근로’에서 ‘교육’으로 전환한 배경을 설명했다.

 

교육부는 현장실습 개선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법적 근거가 되는 직업교육훈련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의 현장실습을 의무화했던 기존 조항을 삭제해 무리한 현장실습이 이뤄질 가능성을 줄이고, 계약 사항을 지키지 않은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지금도 현장실습에 앞서 학생과 학교, 기업이 근로조건 등이 담긴 ‘표준협약서’를 쓰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에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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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 현장은 기대 반 우려 반 “특성화고 온 이유가 인문계 학생들보다 일찍 전문성 기르고 자기 분야에서 빨리 일자리 갖고 싶어서인데, 앞으로 현장실습도 ‘교육’이 되면 취업 기회가 줄어드는 것 아닌가요?”(서울의 한 특성화고 학생 ㄱ)

 

“특성화고에 왔지만 대학에 가서 좀더 공부하고 싶다는 친구들도 사실 많은데, 현장실습 6개월이 큰 부담이었어요. 현장실습을 1개월로 마칠 수 있다면 앞으로 대학 진학의 길도 좀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경기도 한 특성화고 학생 ㄴ)

 

직업교육훈련법 개정에 대한 특성화고 학생들의 반응은 이렇듯 엇갈린다. 기업이 현장실습을 1개월밖에 받지 않은 미숙련 학생을 꺼려 현장실습 이후 채용 기회가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반면, 무조건 실습을 나가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좀더 자유롭게 진로를 모색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실습생을 학생 신분으로 규정하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빚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현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추진위원장은 “현재 학생들은 실습 나갈 때 진짜 일을 하러 간다고 생각하고, 회사들도 실습생을 받을 때 실제 노동을 시킨다. 현장실습 중인 실습생의 신분이 학생으로만 규정되면 실습 도중 산재 등이 발생했을 때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업교육훈련법을 일부 개정하는 것만으로는 정부가 원하는 ‘교육’ 목적의 현장실습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종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자체가 교육에 초점을 맞춘 법이 아니라 ‘산업인력의 양성’이나 ‘국가경제의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법 조항 몇 개 바꾼다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학생들이 실습하는 산업체 역시 저임금 노동력 확보의 수단으로 현장실습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법 개정만으로 현장실습이 근로 아닌 교육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등은 직업계고 현장실습의 근거를 직업교육훈련법이 아닌 초중등교육법에 마련해야 한다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 철학 있는 직업교육 체계 만들어야 2017년 교육기본통계를 보면 고졸자의 대학 진학률은 68.9%로 나타났다. 100명 중 31명이 고교 졸업 후 대학이 아닌 사회 진출을 택했다는 뜻이다. 대학 진학률은 꾸준히 내려가고 있는 반면, 고교생의 취업률은 2011년 23.3%에서 2017년 34.7%로 크게 높아졌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수년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등 대졸자 취업난이 도드라지다 보니 대학 졸업장 대신 빠른 취업을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직업교육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정부는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에 꾸준히 지원하고 있지만, 취업률 등 양적 성과에 지나치게 매달린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교육철학이 빈곤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전명훈 서울시교육청 노동인권전문관은 “직업교육은 철학이 중요한데, 얼마나 취업을 많이 했는지 용접을 얼마나 잘하는지 등 양적 지표와 기능적인 숙련만 강조해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일자리가 생겨날지, 미래 세대는 어떤 노동 형태를 맞이하게 될지 예측하고 그에 걸맞은 직업교육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직업교육의 국가 책임’과 ‘직업교육 마스터플랜 마련’을 약속했다. 특성화고, 전문대, 평생교육까지 각각 분절돼 있는 직업교육을 하나의 체계로 엮은 뒤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지원을 하자는 취지다. 배동인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과장은 “현재 정부에서는 글로벌 현장학습, 취업역량 강화사업, 행복기업 어울림 사업 등 직업계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갖가지 취업 지원 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 사업들이 직업교육 체계를 갖고 유기적으로 연결되기보다 그저 일회성 사업에 그친다”며 “직업계고부터 전문대, 평생교육기관까지 이어지는 직업교육 체계를 세우는 일을 이번 정부 내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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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떠오르는 시신 생각, 그래도 버텼다

[인권이즈커밍⑪] 고은지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17.11.07 09:55 | 글:선대식쪽지보내기|사진:이희훈쪽지보내기|편집:최유진쪽지보내기

여기, 인권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편에 서서 "당신은 존엄한 인간"이라고 말해주는 이들 덕분에, 인권은 조금씩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작 그들의 삶은 험난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힘들어하고, 암과 투병하고, 구치소에서 노역을 하기도 합니다. '인권재단 사람'과 <오마이뉴스>는 인권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동시에 연재되는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인권활동가들을 후원할 수 있습니다. - 기자 말
 
▲ 고은지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 이희훈

문 앞에 버려진 삼촌의 시신.

고은지씨는 길을 걷다가, 불현듯 이 장면이 떠올랐다. 너무 괴로웠다. 언젠가는 깊은 밤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다. 꿈에서 온갖 고문이 자행되고 있었다.

그 장면을 머릿속에서 떨쳐내고 싶었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아니, 떨쳐낸다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또 다른 장면이 떠오를 테니까. 납치, 고문, 살해와 연결되는 장면과 이미지는 이미 그의 삶에 깊숙이 스며든 지 오래인 탓이다. 

고은지씨는 난민 인권활동가다. 활동가들은 난민들이 고향 나라에서 겪은 일을 꼼꼼하게 정리해야 한다. 끔찍하고 잔인한 사연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런 장면이 머릿속에 쌓이다보면, 2차 트라우마로 이어지기 쉽다. 활동가 숫자가 부족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환경에서 일해야 했던 난민활동가들은 트라우마를 예방하거나 쉴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보장받기 힘들었다. 많이들 그렇게 떠났다. "마의 3년이라고 해요." 은지씨의 말은 이어진다. 

"지금까지 많은 동료들을 떠나보내며 마음이 찢어졌어요. 1세대 난민활동가들이 활동가의 안전이나 행복을 고민하는 데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활동가들을 보호해야 난민 인권 활동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남은 동료들과 활동가 보호 체계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했어요."

은지씨는 스스로 트라우마를 이겨내야 했다. 또한 난민 인정 비율이 1.54%(2016년 난민 지위 심사 대상자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의 비율)에 불과한 현실 속에서 무기력감을 감내하는 일도 견뎠다. 난민으로 인정받아도 한국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면서 좌절감도 느꼈다. 그래도 은지씨는 이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1년 처음으로 1000명을 넘은 난민 신청자 숫자는 지난해에는 7542명에 달했다. 우리는 분쟁과 박해를 피해 고향을 떠나 머나먼 나라를 찾은 사람들을 외면해도 되는 걸까. 은지씨를 비롯한 소수의 난민활동가들만이 "노(No)"라고 외치고 있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니었다
 
▲ 고은지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 이희훈

"왜 난민 활동가가 됐나요?"

은지씨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자, 그는 기자를 20년 전의 초등학교로 데려갔다. 은지씨는 1987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 일본에서 일하는 한국인이라 그 역시 한국인이었다. 7살 때 부산의 할머니 집으로 왔다. 한국말을 잘 못했지만, 유치원을 다니고 이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친구들은 한국말이 서투른 은지씨를 놀렸다.

"친구가 놀다가 '쟤는 일본에서 왔으니까, 쟤 빼고 놀자'라고 말했어요. 누군가는 '일본X'이라고 욕하면서 지나가기도 했어요. 저는 제가 태어난 곳을 숨겨야 했어요. 출신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배제되고 경계 밖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한국어를 완전히 배워, 놀림을 받지는 않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갈등을 느꼈다. 그는 출신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늘 의문을 품고 살았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기로 했다. 2008년 4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봉사활동을 위해 방글라데시로 향했다. 주변에서 그를 말렸고 은지씨 역시 망설였지만, 결국 비행기에 올랐다. 

방글라데시의 첫 인상은 은지씨에게 충격이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버려진 아이들, 장례 치를 돈이 없어 거리에 방치된 시신을 봤어요. 그리고 위험한 일을 당했을 때, 우리는 '10년 감수했네'라는 말을 쓰잖아요, 그곳에서는 '지본 베레게체'라는 말을 써요. '삶이 늘어나버렸다'라는 뜻이에요. 그들에게 삶은 고통스럽고 빨리 끝내고 싶은 걸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들은 본인이 선택한 것도 아닌데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런 삶을 사는 거죠."

고민이 깊어갈 무렵, 휴가를 받아 인도 다즐링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 처음 난민을 마주했다. 

"우연히 티베트 난민 공동체에 갔어요. 티베트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겪고 이곳으로 오게 됐는지를 알려주는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었어요.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사진 한 장이 있어요. 중국 공안이 티베트 승려를 총으로 겨누는 장면이에요. 삶이 송두리째 뽑혀 다른 나라에서 삶의 터전을 찾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난민의 존재를 알게 되니, 방글라데시의 난민도 눈에 들어왔다. 불교를 믿는 소수민족인 줌머 족이었다. 이 나라의 남쪽 치타공 지역에 살았던 줌머 족은 이슬람국가인 방글라데시 다수 족인 벵갈인들의 박해 탓에 산악지대로 밀려나 살고 있다.

은지씨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줌머 족 친구를 통해 그들이 처한 현실을 깨달았다. 

"친구가 제게 연락을 해서, 누군가 옆집에 불을 질렀다고 했어요. 제가 그 마을에 가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사는 게 안전하지 않고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고 했어요. 단지 생김새나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런 일을 당해야 한다는 게 너무 화가 났어요. 제가 초등학교 때 겪은 일도 떠올랐어요."

난민을 마주하다
 
▲ 고은지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 이희훈

2009년 12월 1년 8개월의 방글라데시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난민으로 가득 찼다. 전 세계에 수많은 난민이 있고 무엇보다 한국에도 난민이 있다는 사실에 눈을 떴다. 2011년에는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인도 맥그로드 간즈에서 한 달 동안 머무르면서, 어떤 확신이 섰다. 

"그리운 고향에는 더이상 갈 수 없지만, 여전히 티베트 사람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봤어요. 자신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겼는데도, 끝까지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 모습을 보고, 남은 삶을 난민 인권 활동에 쏟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은지씨는 난민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했고, 2012년 3월 난민인권센터에 들어갔다. 난민들이 우리나라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았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무기력, 좌절감과 싸워야 했다. 은지씨는 A씨 이야기를 꺼냈다.

A씨는 고향 나라에서 정치·종교적인 이유로 살해 위협을 받았다. A씨는 우리나라로 도망쳤다. 1997년의 일이다. 몇 년 뒤, A씨는 정부에 난민 신청서를 냈다.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의신청 절차 고지가 없었다. A씨는 고향에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에 숨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미등록 외국인의 삶을 살았다.

은지씨는 2012년 A씨를 만나 난민 신청서 제출을 도왔다. 하지만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교도소와 마찬가지인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될 위기에 처했다. 은지씨가 보호소 담당자에게 "A씨는 1997년 당시 난민 신청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라고 호소했다. 소용없었다. A씨는 2년 동안 이곳에 구금됐다. 은지씨는 그곳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같은 상황에 처했던 A씨의 친구는 영국에 갔는데, 6개월 만에 난민으로 인정받았어요. 지금은 잘 정착해서 살고 있어요. 영국에 간 친구는 운이 좋았던 거고, 한국에 온 A씨는 운이 나빴던 거죠. 구금된 뒤, 얼마나 무기력감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다행히 A씨는 난민으로 인정받았어요. 첫 난민 신청 이후 18년 만의 일이었죠."

은지씨는 난민을 도와 국가와 싸워야하지만, 내부와도 싸워야 한다. 난민을 돕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고 한국을 찾은 난민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는 사람도 있다. 

"난민 활동가들이 최소한의 인권 의식을 가졌으면 해요. 그래야 많은 활동가들이 좌절하지 않고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HIV 감염인, 에이즈 환자, 성소수자들을 돕는 분들과 만나, 소수자 네트워크를 만들었죠."

난민 인권 최후의 보루
 
▲ 난민인권센터를 방문한 한 청년과 상담을 하고 있는 고은지 활동가 ⓒ 이희훈

은지씨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제 길을 가고 있다. 강제송환을 막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맡고 있다. 난민에게는 마지막 희망인 셈이다.

"어떤 난민이 난민 신청 결과를 받으러 갔는데, 실종이 된 거예요. 알고 보니 인천공항에서 강제송환 직전에 있었어요. 주말 밤이었는데, 그때 이륙하는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모든 항공사에 전화를 걸었어요. 난민인권센터 전체가 비상사태였죠. 강제송환은 급하게 막았어요. 이분은 운이 좋았지만, 저희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강제 송환된 사람들은 더 많이 있겠죠."

은지씨는 난민을 향한 왜곡된 편견을 깨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우리 사회는 난민을 불쌍하거나 위험한 사람으로 여긴다. 심지어는 난민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마른 여자 연예인을 향해 쓰는 '난민팔뚝'이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은지씨가 난민들이 쓰는 에세이를 시민사회에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다. 

난민인권센터에 소속된 난민 활동가로 산 지 6년째다. 그동안 많이 지쳤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은지씨는 초등학교 때 태어난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겪은 일을 생각하며, "난민 문제는 나의 문제"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난민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낯선 존재예요.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겪고 있는 인권 침해와 동떨어져 있지 않아요. 난민들이 한국에서 자기 자신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난민이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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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핵심, 한국 보수우파는 집권해선 안 된다

[장석준 칼럼]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를 읽고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을 보기로 했을 때 기분은 그렇게 비장하지도, 긴장되지도 않았다. 이미 다 아는 이야기들을 하나로 이어 되돌아보는 기회려니 했다. 그런데 막상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하고 등골이 서늘했다. '아는' 이야기들이되 '제대로' 알지는 못했음을 실감했다. 우리가 살아온 지난 9년은 그때 느끼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처참했다. 촛불의 승리가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는 대체 어떤 지옥도 속에 살고 있었을까. 

또한 <공범자들>을 본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는 마지막 몇 분 동안 예기치 않은 감정의 격랑에 휩쓸려야 했다. 언론노조 MBC 본부 간부로 170일 파업을 이끌다 해고된 이용마 기자의 근황 때문이었다. 시대의 고뇌가 육신에 똬리를 튼 것인가. 그는 지금 복막 중피종이라는 희귀 암과 싸우고 있다. 몇 년 전 단단했던 한 사내와 수척해진 요즘 모습이 교차하는 <공범자들>의 마무리 몇 장면은 예리한 바늘처럼 보는 이의 가슴을 찔렀다. 

그 아픔이 좀처럼 씻기지 않아서였을까. 이용마 기자가 쓴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나오는 대로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 그 책이 드디어 나왔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창비, 2017). 

사실 처음에는 책장을 펼치기가 좀 두렵기도 했다. <공범자들>을 보며 느낀 회오리치는 감정이 반복되겠거니 하는 짐작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 책은 이용마 기자가 이제 갓 초등학교 저학년인 두 아들이 성년이 됐을 때 읽으라고 남기는 편지다. 인간인 바에야 어찌 이런 글을 무심히 훑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막상 읽어보니 어조가 너무도 담담했다. 이 책에서 이용마 기자는 지난 삶을 시대 흐름과 교차하며 돌아보고 자신이 직접 체험한 바에 따라 한국 사회를 분석, 비판하며 대안까지 치밀하게 모색하고 있었다. 마치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격정조차 "세상은 바꿀 수 있다"는 이성의 목소리로 반전돼야 함을 저자 스스로 솔선하는 것만 같았다. 

덕분에 나는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를 읽으며 지난 몇 년간 나를 비롯해 동료 한국인들이 살아낸 삶을 차분하게 되짚을 수 있었다. 촛불 1주년에 더없이 어울리는 성찰의 기회였다. 

촛불의 간단명료한 핵심 – 한국 보수우파는 집권해선 안 된다 

<공범자들>을 보면서도 그랬지만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를 읽고서도 첫 번째 든 생각은 지난 9년이 정말 말도 못할 역사의 퇴행이었다는 것이다. 요즘 거의 하루에 한 건씩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벌인 황당한 일들이 뒤늦게 밝혀지며 우리를 허탈하게 하고 있다. 저들은 참으로 치열하게 부정을 저질렀고 부패를 일삼았으며 불의를 꽃피웠다. 이용마 기자는 이렇게 회고한다.  

"한 마디로 이명박 정부 5년은 1987년 이후 확대되던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되돌린 시기였다. 전두환 같은 자들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뉴라이트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목소리를 높였다. 비상식이 상식을 몰아내고 비정상이 정상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퇴행은 박근혜 정부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일베 집단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우리 사회에 1퍼센트 정도밖에 안 되는 극우 집단이 나머지 99퍼센트를 향해 비정상이라고 말하며 지배한 시기였다. (…)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권과 재벌 간의 정경유착 역시 유신정권 수준으로 돌아갔다. 그야말로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기득권 세력들이 일시에 귀환한 것이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317~318쪽)  

지나고 보니 우리는 너무도 안일했었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이 집권하더라도 민주화의 성과들이 크게 훼손되지는 않겠거니 마음을 놓고 있었다. 보수우파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민주화 이후'의 보수우파일 터라고 너무 높이 봐줬다. 이명박의 '실용주의'를, 박근혜의 '복지', '경제민주화' 위장을 바보처럼 쉽게 믿어줬다. 그들에게 표를 준 이들만 그랬던 게 아니다. 적대 정파에 속한 이들도 그랬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뼈아픈 오류였다. 1987년 이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유신과 5공 시절 그대로였다. 바뀐 것은 오직 하나, 선거 결과를 존중한다는 점 정도였다. 선거 결과가 저들의 권력이 연장되는 방향으로 나오도록 나머지 모든 영역에서는 온갖 불법과 모략, 내란에 준하는 난동을 벌일 준비가 돼 있었다. 이런 짓을 벌이는 데 가장 좋은 수단이 국가정보원과 검찰이었고, 가장 노력을 기울여 정비한 곳이 언론, 그 중에서도 방송이었다. 

방송 현장에서는 언론 노동자들이 이런 음모에 맞서며 오랫동안 싸움을 이어왔다. 시민들도 모르지 않았다. 공중파에서 200여 일 가까운 파업이 계속됐는데,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위기 의식이 실제 위기의 정도만큼 심각하지 못했다. 민주주의의 여러 진지들 중 '단지 한 곳'에서 벌어지는 대치라고만 여겼다. 그곳이야말로 나머지 전선 전체의 판세를 결정할 한 곳일 수 있음을 제대로 꿰뚫어보지 못했던 것이다. 적어도 저들만큼은 냉철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고립을 탓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간 이들이 있었다. <공범자들>에서 오랜만에 다시 본 얼굴들이 바로 그런 이들이었다. 이들이 땅 밑에서 열어간 물길들이 다시 모여 결국은 촛불 항쟁으로 터져 나왔다. 그러고 보면 역사는 단순 인과 법칙으로만 움직이지 않는, 뭔가 '신학'을 요구하는 연구 대상임에 분명하다. 역사를 조종하려고 시도하는 자들의 손아귀에서 결국은 빠져 나와 오히려 이들을 심판하는 묘한 힘이 작동한다. 민주화 이후 적의 실상에 대해 치명적인 오판을 한 우리에게는 참으로 다행이게도 말이다. 

촛불 1주년을 맞이해 요즘 그 의미를 다시 묻는 시도들이 많다. 심오한 여러 해석들이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심오하게만 볼 일은 아니다. 촛불 항쟁의 간단명료한 핵심은 다수 대중이 한국의 보수우파를 파문했다는 것이다. 보수우파가 더 이상, 그리고 앞으로도 이 나라의 집권 세력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6월 항쟁 이후 30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보수우파는 민주주의에 맞게 변화하지 못했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변화할 수 없으며 그럴 의사도 없음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 이용마 MBC 해직 기자. ⓒ프레시안(최형락)


그런데 왜 보수우파가 집권했는가 – 사회 개혁의 지연  

보수우파가 집권하지 않으려면, 다른 세력이 집권하면 된다. 표면적 해법은 그렇다. 조기 대선으로 실제 이 해법이 실현됐다. 그러면 이제 촛불 항쟁의 뜻이 다 이뤄진 셈인가? 

그렇지 않다. 보수우파가 권력을 쥐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판결은 간단명료하지만, 이 판결의 집행 방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물론 정권 교체가 필수 요구 사항 중 하나였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런 물음이 남기 때문이다. "민주화 와중에 있던 사회에서 왜 보수우파가 선거로 권좌에 복귀하게 됐는가?" 우리가 한나라당-새누리당을 오판했던 것만 문제가 아니다. 2008년 이후 하필 그들이 '대안'으로 선택된 배경과 이유 또한 따져봐야 한다. 이용마 기자가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의 서두에서 던지는 물음이 바로 이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두 차례에 걸쳐 민주정부가 수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역사의 후퇴를 막지 못했는가. 과거 민중을 억압하고 기득권을 챙긴 권위주의 세력들은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는가. 국민들은 왜 그들에게 다시 권력을 맡겨야 했는가." (위의 책, 5~6쪽)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는 이 물음을 놓고 이용마 기자가 체험과 사색을 버무려 내놓은 답변이다. 이 책이 촛불 시민들의 필독서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야말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반민주 폭거에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굳이 이를 장황하게 되짚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폭거가 시작될 수 있게 길을 열어준 리버럴 정부의 실패, 더 나아가 민주화 세대의 오류와 한계를 살피는 데 집중한다. 그래야만 보수우파가 '대안'으로 부각되는 부조리한 상황을 다시 맞이하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던 것인가? 저자는 제8장 "우리 사회의 적폐와 노무현 정부"에서 명쾌하게 답한다. 민주화의 다음 단계 과제인 경제, 사회 개혁이 지연된 게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었다. 재벌과 경제 관료의 권력을 약화시키고 노동권과 복지를 강화했어야 했다. 하지만 '민주'를 표방한 집권 세력은 이를 분명히 인식하지 못했고, 따라서 제대로 된 실행 계획도 없었다.  

"386 정치인들은 콘텐츠가 전혀 없었다. (…) 국회에서 이들을 만날 때마다 '문제는 경제'라고 목이 쉬도록 얘기했지만 쇠귀에 경 읽기나 다름이 없었다. 애초에 이들의 머릿속에 경제 문제를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던 것이다." (위의 책, 290~291쪽) 

"노무현 정부는 (…) 경제 문제에 관한 한 박정희 체제 이래 지속되어온 재벌 위주 경제성장 패러다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노무현을 지지했던 새로운 세대, 새로운 진보 성향 지지층의 기대를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가 말하는 '갈등의 치환'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사회적 양극화는 심화되었고 민심 이반이 일상화되면서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갔다." (위의 책, 303~305쪽)  

이용마 기자가 지적한 대로, 사회 개혁의 성과가 보이지 않자 상당수 대중은 부동산 시장 부양으로나마 떡고물을 안겨주겠다는 보수우파의 대안을 받아들였다. 결국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필승'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 구도에서 승자가 된 한나라당-새누리당이 이후 5000만 명으로부터 9년의 시간을 강탈해갔지만, 애초에 이런 구도를 열어준 1등 공신은 사회 개혁에 실패한 전임 정부들이었다.  

개혁 비전과 청사진이 없었던 리버럴 세력은 점차 기존 관료 기구에 크게 의존했다. 경제 부처 고위 관료들에게 나라 살림살이를 맡겨 버렸고, 군부 독재가 종식된 후 안하무인의 권력 집단이 된 검찰 조직과 타협했으며, 대미 굴종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는 외교부의 무능에 휩쓸렸다. 정작 권력의 주인은 민주당-열린우리당이 아니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이들 관료 기구였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은 집권 후 이들의 등에 올라타기만 하면 됐다. 

이용마 기자가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에서 가장 치열하게 파헤치며 고민하는 것은 기자로서 직접 마주했던 이들 관료 기구의 실상이다. 촛불이 보수우파를 권좌에서 끌어내렸지만 불길이 비선출직 엘리트 권력에까지 닿지 못한다면 역사의 퇴보는 충분히 재연될 수 있다. 10년 전과는 달리 집권당이 일정한 경제, 사회 개혁 프로그램을 갖추었더라도 관료 권력과 대결해 이들을 제압하지 못한다면 실패는 반복될 수 있다. 이용마 기자는 바로 이 점을 우려하면서 동료 촛불 시민들의 각성을 요청한다.  

실은 정치인들만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엘리트 권력이 깊이 뿌리 내린 곳은 국가 관료 기구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학교 같은 민간 조직도 마찬가지다. 이용마 기자는 특히 자신이 속한 언론계의 속사정을 철저히 파헤친다. 언론계야말로 다른 어느 조직보다 비전과 창의성이 중시돼야 할 텐데도 한국 언론계를 지배하는 것은 여느 관료 조직과 다름없는 연공서열과 연줄(학연, 지연 등)이다. 일상 곳곳에 엘리트 권력이 형성되기에 적합한 조건이며, 그런 일상의 권력들이 국가 권력과 유착해 마침내 민주주의를 전복시키기에 딱 좋은 토양이다.  

그래서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는 집권당의 변화에만 주목하는 '마지노선 민주주의'를 넘어 훨씬 광범한 생활 속 변혁을 촉구한다. 촛불 항쟁이 진정 '혁명'이려면 무수한 '조직 혁명'들로까지 확산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나는 진정한 개혁을 위해 한 계단씩 올라가는 현행 인사 시스템을 그대로 두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이미 연공서열과 기존 시스템에 의해 구축된 조직이 있는데 상층부 몇 명 바꾼다고 달라질까. 정부 부처를 비롯해서 각 부문의 파격적인 혁신이 없다면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다." (위의 책, 133쪽) 

"기존의 엘리트 충원 시스템 또한 바꾸어야 한다. 고시라는 일률적인 형식을 통해 연공서열 방식으로 승진하는 현행 구조가 유지되는 한, 아무리 개혁적인 인사도 결국 조직 논리의 포로가 된다. 기존의 조직 논리를 깰 수 있도록 파격적인 인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외부 수혈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문호를 확장해야 한다." (위의 책, 360쪽) 

촛불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 감각  
 

▲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창비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는 오늘날 전 세계가 "고전적 자유주의에서 제한된 자유주의, 신자유주의를 거쳐 또다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그 대체적인 방향은 "우리 사회에서 최근 강조되고 있는 복지와 경제민주화와 유사한 흐름"(180쪽)일 것이라고 한다. 같은 생각이다. 시대 인식이 이러하다면, 오랜 지체 끝에 서둘러야 할 사회 개혁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더 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2000년대와는 달리, 촛불 이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결코 실패해선 안 된다. 어중간하게 타협해서도 안 된다. 빠른 시간 안에, 늦어도 앞으로 몇 달 안에 기존 엘리트 권력이 곳곳에서 무너지고 복지가 늘어나는 일이 실제 벌어져야 한다. 부패하고 무능하며 무도한 대통령을 쫓아낼 수 있음을 확인한 것처럼, 이런 일들도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실현될 수 있음을 우리 모두 체험해야만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우리의 시간 감각을 예민하게 다시 가다듬어야만 하지 않을까. 우리 앞의 하루하루가 다시 못 올 기회임을 절감하며 변화를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날 우리는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선거에 지나치게 익숙해지면서 이런 시간 감각으로부터 멀어지고 말았다. 달력의 주기가 변혁의 맥박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그쳐야 한다, 우리 세대에게 더 이상 그런 무한한 시간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다. 촛불 이후 몇 달, 몇 년의 시간 동안 다시 실패한다면 기회는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리 여기고 살아가야 한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의 책장을 덮고 "지금까지 MBC뉴스 이용마입니다"라는 부제를 곱씹으며 나는 그렇게 다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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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정신 못 차린 미국 수뇌부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미국 수뇌부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11/07 [04:5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잭 리드 상원의원이 지난 30일 열린 본회의에서 미국과 북한 간 긴장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 사진 제공: 잭 리드 상원의원실


3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잭 리드 상원의원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국에 살고 있는 미국 시민 25만 명을 대피시킬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털어놓았다. 

 

3일 미 상원에 따르면 최근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리드 의원이 지난 10월 30일 속개된 본회의에서 ‘북이 국가안보에 가하고 있는 위협과 외교의 중요성’ 제목으로 1시간 가까이 이어진 발언을 통해 이와 같이 주장했다.

 

그는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하는 걸 막기 위해 북을 공격할 경우 북도 핵무기로 반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미국은 이런 대규모 비전투요원 소개작전(NEO)을 실행해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미국 시민들은 전쟁 발발 1주일 동안 대피하지 못해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고 한국인 희생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상원 군사위 민주당 간사로 미국의 대북 군사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리드 의원의 이번 본회의 발언은 대북 선제공격 금지 법안이 잇따라 미 의회에 발의되는 등 한반도에서 또 전쟁이 발생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나와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면서 리드 의원은 북과 핵폐기가 아니면 전쟁이라는 양자택일식 선택 대신, 상황을 관리하면서 북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봉쇄와 제재를 강화하는 외교적 대안 역시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그는 나아가 핵 폐기에 앞서 핵과 미사일 개발과 실험 중단을 골자로 한 북과 신뢰쌓기용 중간단계 합의 역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핵폐기냐 전쟁이냐 양자택일을 반대한다면서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아닌 제재와 압박으로 북에 고통을 가하면서 전쟁은 터지지 않게 상황관리나 하겠다는 리드 상원의원의 주장은 결국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다를 것이 없다. 

중간단계합의도 미국만의 소망일 뿐, 북은 이미 댓구할 가치조차 없는 제안이라고 일축한 상태여서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다. 중국과 러시아가 '쌍중단' 운운하며 이미 제안했던 것인데 북은 미국의 근본적인 대북핵위협 제거 없이는 핵개발을 중단할 뜻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이미 올해만 해도 열 번도 넘게 밝혔다. 일시적 대북군사훈련 중단이나 얻어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그 많은 자본을 투자하고 그 고생을 해가며 핵개발을 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리드 의원의 주장은 북의 핵무장력 완성을 인정하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특히 지금 확보한 북의 핵무장력도 두려워 전쟁을 하면 안 된다고 하는 판에 북이 핵무력을 완성하고 나아가 미국과 대등한 군사력을 확보하게 될 경우엔 더욱 북과의 전쟁은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결국 세계 제1의 패권국에서 그대로 몰락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지금 그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 당장 북과 대화를 통한 대타결에 합의하기 싫기 때문이다. 

 

북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얼마 전 막바지에 이른 핵무력 완성을 끝낸 후에도 지속적으로 군사력을 강화하여 미국과 대등한 수준의 군사력을 확보하여 미국이 감히 북을 더는 건드릴 수 없게 만들겠다고 선언하였다. 세계 제1의 군사강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평화를 사랑하고 군사패권을 반대한다고 표방해온 북이 이렇게 핵군사강국의 길을 공개적으로 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그 명분을 미국이 제공해주고 있는 꼴이다.

북은 핵군사패권을 원해서가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자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주권 수호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정당성과 명분을 미국의 대북 압박과 제재에서 찾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도 이런 북의 주장에 대해 사실 제대로 반박을 못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핵위협을 중국과 러시아가 막아줄 능력도 의지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게 시달려온 제3세계진영에서는 적극 환영할 가능성이 높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의 나라들도 미국이 대북적대시정책만 거두면 될 것인데 기어이 고집하다가 빚어낸 일이라며 미국을 원망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메르켈 총리는 그런 입장을 연이어 밝혔으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미국의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반도 핵문제는 미국 발등에서 이미 지글지글 타들어가고 있는 불똥이다. 미국 수뇌부는 그 고통에 밤잠을 설친다고 하면서도 핵패권 꿀단지를 내놓는 것이 너무 아까워 대북적대시정책 폐기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러다가는 끝내 온 몸이 불길에 휩쌓이게 될 것이다. 불길은 한 번 본격적으로 붙기 시작하면 삽시간에 타오르게 되고 끄기 힘들게 된다. 몰락한 미국의 처참한 내일이 눈에 선하다.

 

미국 수뇌부의 과감하고 냉정한 결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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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바로 가기 : 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5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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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중 검사장 등 ‘국정원 댓글수사 방해’ 관련자 전원 구속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11/07 09:25
  • 수정일
    2017/11/07 09:2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장호중 검사장 등 ‘국정원 댓글수사 방해’ 관련자 전원 구속

 
강경훈 기자 qa@vop.co.kr
발행 2017-11-07 07:32:08
수정 2017-11-07 08:12:07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검찰의 국가정보원의 댓글 수사 당시 조직적인 수사 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검찰의 국가정보원의 댓글 수사 당시 조직적인 수사 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김철수 기자
 

2013년 검찰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방해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현직검사 2명과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등 국정원 관련자들이 7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오전 장 전 지검장과 이제영 대전고검 검사, 서 전 2차장, 고모 전 국장 등 관련자 4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이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대상은 장 전 지검장을 포함해 2013년 검찰 수사와 재판에 대응하기 위해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꾸린 ‘현안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다섯 명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는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장 전 지검장의 경우 영장심사 포기서를 제출해 수사기록과 증거 등을 토대로 구속 여부를 판단받았다.

강 판사는 장 전 지검장의 수사기록과 증거만 놓고 보더라도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장 전 지검장과 변 검사를 제외한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영장심사를 진행한 끝에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응하고자 ‘현안 TF’를 꾸린 뒤,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주도한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만들어 허위 서류 등을 갖다놓는 등 수사 방해 공작을 편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를 받고 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다른 국정원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증언을 하도록 종용한 혐의(위증교사)도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방해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은 김진홍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과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을 포함해 모두 6명으로 늘었다.

현직 검사장급 검찰 고위 간부가 구속된 것은 넥슨으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은 혐의로 작년 7월 구속기소 된 진경준 전 검사장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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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0일밖에 남지 않았다

[개벽예감273] 앞으로 50일밖에 남지 않았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7/11/06 [13:26]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무산된 대화 살려보려고 안달이 난 트럼프 행정부

2. 트럼프 행정부의 다급한 대화제의 무시해버린 조선

3. 대치상태에 들어간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미국의 스텔스전략폭격기

4. 무선통신애호가가 엿들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의 무선교신 

5. 동북아시아 순방길 오른 트럼프의 무거운 발걸음

 

 

1. 무산된 대화 살려보려고 안달이 난 트럼프 행정부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연거푸 얻어맞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미국은 조선에게 조건 없는 실무급 대화를 제의하며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였지만, 핵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한 대조선전쟁연습을 취소하지 않고 강행하는 바람에 조선은 지난 10월 말로 예정되었던 대화일정을 취소하였는데, 그로써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 직전에 조선과 대화의 물꼬를 터보려던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고, 조선과 미국의 실무급 대화가 성사될 전망은 불투명해졌다는 것, 이것이 지난 10월 30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종착점에 다가선 핵대결, 굴복의사 드러내 보인 미국’에 서술된 내용이다. 그 글이 발표된 날로부터 한 주간이 지났다. 이 글에서는 이전 글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몇 가지 중요한 일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국 국무부 고위관리가 <로이터통신> 2017년 10월 31일 보도기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은 북조선과의 직접적인 외교(direct diplomacy)를 조용히(quietly) 추구하는 중”이라고 한다. 지난 10월 27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되었던 조미 실무급 대화가 조선의 일방적인 취소로 무산된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무산된 대화를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살려보려고 안달이 난 것이다. 그래서 미국 국무부는 언론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조선 외무성에게 연락하였다. <사진 1>

 

▲ <사진 1>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의 일방적인 취소로 무산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살려보려고 안달이 났다. 그래서 미국 국무부는 언론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조선 외무성에게 연락하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섭 윤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를 앞세우고, 주유엔조선대표부를 통해 조선 외무성에게 실무급 대화를 또 다시 제의한 것이다. 발등에 떨어져 지글지글 타들어가는 국가안보파탄의 불덩이를 꺼보려고 우왕좌왕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의제들을 논의하는 대화를 조건 없이 시작하고 싶다는 매우 다급한 제의를 조선에게 거듭 보내고 있다. 위의 사진은 워싱턴에 있는 미국 국무부 청사를 촬영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가 조선 외무성에게 실무급 대화를 또 다시 제의하는 연락선은 ‘뉴욕통로(New York channel)’이고, 연락담당자는 조섭 윤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뉴욕통로’라는 것은 뉴욕 맨해튼에 있는 주유엔조선대표부를 통해 조선 외무성에 연락하는 연락선을 뜻하므로, 트럼프 행정부는 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를 앞세우고 주유엔조선대표부를 통해 조선 외무성에 실무급 대화를 또 다시 제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국무부가 조선 외무성에 조건 없는 실무급 대화를 또 다시 제의한 것은 한 차례에 그치지 않았다.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기사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국 국무부 고위관리는 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가 주유엔조선대표부를 통해 최선희 외무성 북미주국장으로 생각되는 연락상대에게 보내는 대화제의가 “빈도와 내용에 있어서 전혀 제한되지 않았다(It has not been at all, both (in) frequency and substance)”고 하였다. 빈도에서 전혀 제한이 없다는 말은 거듭하여 대화를 제의하고 있다는 뜻이고, 내용에서 전혀 제한이 없다는 말은 모든 의제를 다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발등에 떨어져 지글지글 타들어가는 국가안보파탄의 불덩이를 꺼보려고 우왕좌왕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의제들을 논의하는 대화를 조건 없이 시작하고 싶다”는 매우 다급한 제의를 조선에게 계속 보내면서, 조선의 일방적인 취소로 무산된 실무급 대화를 살려보려고 몹시 안달이 나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이 제국의 체면을 접어두고 적국에게 그처럼 무조건적인 대화제의를 거듭 보내는 것은, 미국이 건국한 이래 처음 보는 굴욕사건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국무부 고위관리는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기사에서 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가 조선측 연락상대에게 전한 의제들 가운데는 핵시험과 미사일발사를 중지하는 의제도 포함되었다고 지적하였다. 만일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중지하면, 그에 상응해서 미국도 어떤 등가적 행동을 취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 고위관리는 미국이 취해야 할 등가적 행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중지하고, 그에 상응하여 미국은 대조선전쟁연습을 중지하는 이른바 ‘쌍중단 중재안’을 제시하였지만, 그 중재안은 조선과 미국으로부터 각각 외면당하는 바람에 존재가치를 상실하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5월 2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외무부 영빈관에서 진행된 외무장관회담에서 쎄르게이 라브로브 러시아 외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악수하는 장면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중지하고, 그에 상응하여 미국은 대조선전쟁연습을 중지하는 이른바 '쌍중단 중재안'을 제시하였지만, 그 중재안은 조선과 미국으로부터 각각 외면당하는 바람에 존재가치를 상실하였다. 지금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쌍중단' 같은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조선과 미국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대타결을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과 미국은 왜 ‘쌍중단 중재안’을 외면하였을까? 조선은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어떤 경우에도 중지할 수 없다는 강경의사를 밝힌 것이고, 미국은 대조선전쟁연습을 어떤 경우에도 중지할 수 없다는 강경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이 문제를 좀 다른 각도에서 해석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조선과 미국은 ‘쌍중단’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생각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조선이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중지하였다고 해도, 조미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조선의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은 아무 때라도 재개될 수 있다. 또한 미국이 대조선전쟁연습을 중지하였다고 해도, 조미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미국의 대조선전쟁연습은 아무 때라도 재개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날 조선은 미사일발사훈련을 중지하였으나 미국이 합의를 깨는 바람에 그것을 재개한 적이 있고, 미국도 지난날 대조선전쟁연습을 한 차례 중지하였으나 이듬해 재개한 적이 있다. 그러므로 지금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쌍중단’ 같은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조선과 미국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대타결을 추구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국무부 고위관리는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기사에서 “바람직한 종결점은 전쟁이 아니라 일종의 외교적 타결(diplomatic settlement)”이라고 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을 향해 외교적 항복이냐 군사적 행동이냐 하는 양자택일을 설정하고 있다는 제안들은 “오도되는 것(misleading)”이라고 지적하고, “외교에는 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Diplomacy has a lot more room to go)”고 말했다. 나는 지난 10월 30일 <자주시보>에 실린 ‘종착점에 다가선 핵대결, 굴복의사 드러내 보인 미국’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7년 10월 25일 보도기사를 인용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통령 특사 또는 국무장관을 평양에 파견하는 계획을 검토하였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는데,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기사에 나온 ‘외교적 타결’이라는 말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그런 계획을 진지하게 검토하였음을 뒷받침해준다. 

 

현실이 이런데도 무지와 편견에 사로잡혀 정세를 거꾸로 읽는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외교적 노력들(diplomatic efforts)’은 대통령 특사나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는 ‘외교적 타결’을 뜻하는 게 아니라, ‘최대 압력(maximum pressure)’을 가증시켜 조선을 그 무슨 ‘비핵화협상’에 끌어내려는 것이라는 당치 않은 소리를 늘어놓으며 독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 <사진 3>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 외무성에게 조건 없는 실무급 대화를 거듭 제의하였으나,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초강국'이라고 으스대는 아메리카제국이 굴욕감을 간신히 참아가며 모든 의제를 놓고 조건 없이 대화해보자고 거듭 간청하는데도, 그걸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시해버리는 조선의 모습에 놀라움의 눈길이 쏠린다. 위의 사진은 평양에 있는 조선 외무성 청사를 촬영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트럼프 행정부의 다급한 대화제의 무시해버린 조선

 

그런데 미국이 조선에게 ‘조용히’ 그리고 거듭하여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이는 놀라운 일보다 더 놀라운 사변이 일어났다. 조선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제의를 거듭 받고서도 전혀 응답을 주지 않고 무시해버리고 있다.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그렇지만 막후연락을 통해 북조선의 핵시험과 미사일시험들로 파란이 일어난 (조미)관계가 개선된 어떤 징후도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미국 국무부가 ‘뉴욕통로’를 통해 조선 외무성에게 조건 없는 실무급 대화를 거듭 제의하고 있으나,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초강국’이라고 으스대는 아메리카제국이 굴욕감을 간신히 참아가며 모든 의제를 놓고 조건 없이 대화해보자고 조선에게 거듭 간청하는데도, 그걸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시해버리는 조선의 모습에 놀라움의 눈길이 쏠린다.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의 목소리를 높이는 러시아나 중국도 미국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조심하는 판인데, 미국의 거듭되는 간청을 무시해버리는 조선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진 3>  

 

조선으로부터 무시를 당한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 겉으로 내색은 하지 못하지만, 속에서는 울화가 치밀고, 바작바작 타들어가 거의 미쳐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미치광이전략을 선호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거의 미쳐버릴 지경에 이르렀으면, 그거야말로 자업자득 아닌가! 

 

그렇다면 조선은 왜 트럼프 행정부의 거듭되는 대화제의를 그처럼 무시해버리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까닭은 아래와 같이 두 갈래로 설명된다. 

 

첫째, 미국의 역대 행정부들은 조선이 ‘완전하고, 검증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비핵화의사를 표명하기 전에는 그들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고집해왔지만, 지금 사정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조선은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하고, 검증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철군의사를 표명하기 전에는 그들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려는 당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으므로, 지금은 조선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화제의를 받아줄 때가 아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9월 15일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현장에서 지도하면서 “(국가핵무력완성사업이) 이제는 그 종착점에 거의 다달은 것만큼 전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하여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의 최종목표는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어 미국 집권자들의 입에서 함부로 우리 국가에 대한 군사적 선택이요 뭐요 하는 잡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두 가지 목표들 가운데,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려는 목표는 앞으로 불과 몇 주가 지나면 달성될 당면목표이고,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려는 목표는 그보다 더 긴 일정기간이 지나야 달성될 최종목표인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7년 9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날 북태평양 상공으로 날아간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지도하면서 국가핵무력완성사업이 "이제는 종착점에 거의 다다른 것만큼 전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하여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의 최종목표는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어 미국 집권자들의 입에서 함부로 우리 국가에 대한 군사적 선택이요 뭐요 하는 잡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지금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는 당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으므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화제의를 받아줄 때가 아니다. 조선의 국가핵무력완성사업은 2017년 12월 중에 완료될 것으로 예견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1월 1일에 발표한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을 비롯하여 국방력강화를 위한 경이적인 사변들이 다계단으로, 련발적으로 이룩”되었다고 지적하였는데,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한 조선의 노력은 그 지적대로 올 한 해 동안 엄청난 성과를 내왔다. 이를테면, 올해 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인 화성-12형과 화성-14형 발사훈련과 열핵탄두기폭시험 등을 연발적으로 진행하였을 뿐 아니라, 공식명칭이 외부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열병식에 등장시켜 국가핵무력건설이 최종단계에 들어섰음을 실물로 입증하였던 것이다.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17년 11월 1일 보도에 따르면, 지금 조선은 고체연료, 로켓발동기 및 로켓엔진부품들, 미사일유도체계의 성능을 향상시켜 기존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더 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드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라고 한다. 이것은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한 작업에 마지막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그 작업은 2017년 12월 중에 완료될 것으로 예견된다. 

 

 

3. 대치상태에 들어간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미국의 스텔스전략폭격기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2017년 10월 16일 미국이 제7함대에 배속된 핵추진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한반도작전구역으로 출동시켜 대조선전쟁연습을 또 다시 강행한 것으로 하여 조미관계는 극도의 긴장 속에 빠져 들어갔다. 지난 10월 중순 이후 조미관계에서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당시에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 전모를 파악할 수 없었지만, 아래와 같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일본 <아사히신붕> 2017년 11월 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찰위성은 조선에서 지난 10월 중순부터 거의 매일 탄도미사일을 실은 발사대차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0월 중순이라면,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과 구축함이 한반도작전구역에 들어가 대조선전쟁연습을 시작한 10월 16일과 겹쳐지는 시점이다. 조미 실무급 대화를 지난 10월 27일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던 미국이 10월 16일에 핵추진 항공모함을 한반도작전구역에 출동시켜 대조선전쟁연습을 강행하였을 때, 조선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실무급 대화를 취소해버리고 화성 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발사대차들을 각지의 지하기지들에서 꺼내 거의 매일 이동시키며 즉시발사태세에 돌입했던 것이다. 즉시발사태세를 취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대차들이 거의 매일 지하기지에서 밖으로 나와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으니, 미국은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어느 순간에 태평양 상공을 향해 솟구쳐 오를지 알 수 없으며, 그에 따라 백악관은 거의 매일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7년 7월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진행된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 중에 그 미사일을 실은 8축16륜 발사대차가 발사지점으로 이동하는 장면이다. 조미 실무급 대화를 지난 10월 27일에 진행하기로 합의했던 미국이 10월 16일 핵추진 항공모함을 한반도작전구역에 출동시켜 대조선전쟁연습을 강행하였을 때, 조선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실무급 대화를 취소해버리고 화성 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발사대차들을 각지의 지하기지들에서 꺼내 거의 매일 이동시키며 즉시발사태세에 돌입시켰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지난 10월 중순부터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을 즉시발사태세에 진입시키는 보복을 단행하자, 미국도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을 폭격연습에 동원하면서 그에 응수하였다.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연은 아래와 같다.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한반도작전구역에 전략폭격기들을 출동시키는 것은 미국 전략사령부(Strategic Command)다. 미국 전략사령부의 작전임무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에 각각 속한 6개 사령부들이 수행하는데,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Global Strike Command)도 그들 가운데 하나다. 지구타격사령부는 미국 본토 루지애너주에 있는 박스데일공군기지(Barksdale AFB)에 자리 잡고 있다. 

지구타격사령부는 2017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B-2 스텔스전략폭격기, B-52H 전략폭격기, E-3 공중조기경보기, KC-10 공중급유기, KC-135 공중급유기를 동원한 대규모 폭격연습을 미주리주 상공에서 여러 차례 진행하였다. 

 

B-2 스텔스전략폭격기는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에만 배속된 기종이고, B-52H 전략폭격기는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 공군전투사령부, 공군군수사령부, 공군예비사령부에 분산배속된 기종이다. 미국이 20대밖에 보유하지 않은 ‘세계 최강 폭격기’라는 B-2는 지구타격사령부 산하 제8공군 제509폭격비행단에 모두 배속되었고, 다른 폭격비행단에는 없다. 제509폭격비행단은 미주리주 화잇먼공군기지(Whiteman AFB)에 주둔한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미국 미주리주에 있는 화잇먼공군기지 활주로에 외모가 박쥐처럼 생긴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늘어서 있는 장면이다. 미국이 20대밖에 보유하지 않은 '세계 최강 폭격기'라는 B-2는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 산하 제8공군 제509폭격비행단에 모두 배속되었고, 다른 폭격비행단에는 없다. 제509폭격비행단은 위의 사진에서 보는 화잇먼공군기지에 주둔한다. 조선이 미국의 대조선전쟁연습 강행에 대한 보복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발사대차들을 각지의 지하기지들에서 꺼내 거의 매일 이동시키며 즉시발사태세에 돌입하자, 미국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B-52H 전략폭격기들을 참가시킨 대규모 폭격연습을 미주리주 상공에서 진행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는 화잇먼공군기지에서 B-2 스텔스전략폭격기를 동원하고, 거기에 더하여 루지애너주 박스데일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2폭격비행단에서 B-52H 전략폭격기들까지 참가시킨 대규모 폭격연습을 2017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미주리주 상공에서 연속 진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일본에 주둔하는 미국 해군 제7함대가 핵추진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동원한 대조선전쟁연습을 한반도작전구역에서 시작한 날은 그보다 하루 앞선 10월 16일이었다.   

그런데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과 B-52H 전략폭격기들을 동원하고, 공중조기경보기와 공중급유기들까지 참가시킨 대규모 폭격연습이라도, 미국 본토 상공에서 그런 폭격연습을 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어서, 미국 언론매체들은 그런 예사로운 폭격연습을 특별히 보도하지 않았고, 외부에서는 그런 폭격연습이 진행되었는지 알지도 못한다. 더욱이 미국 전략사령부는 2017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미주리주 상공에서 대규모 폭격연습을 진행하였다는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으므로, 외부에서는 당시 미국 본토 상공에서 대규모 폭격연습이 진행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4. 무선통신애호가가 엿들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의 무선교신 

 

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미주리주 상공에서 대규모 폭격연습이 진행된 날로부터 11일이 지난 2017년 10월 30일 미국의 군사항공전문 온라인매체 <비행사(The Aviationist)>가 11일 전에 있었던 대규모 폭격연습에 관한 보도기사를 실은 것이다. 그것이 늑장보도였다면,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겠는데, 그 온라인매체가 직접 취재한 보도기사가 아니라, 화잇먼공군기지에서 서쪽으로 아주 멀리 떨어진 캔서스주 동부지역에 산다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떤 민간인 무선통신애호가(ham)의 체험담이 그 온라인매체에 기사화되었다는 점이 독자들에게 좀 이상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비행사> 2017년 10월 30일부에 실린 무선통신애호가의 체험담을 정리,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2017년 10월 17일 밤 8시경 그는 아내와 함께 집 밖에 나와 모닥불을 쬐고 있던 중에 B-2 스텔스전략폭격기 3대와 KC-135 공중급유기 1대가 25,000피트(7.6km) 고도에서 비행하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비행사>측의 지적에 따르면, B-2 스텔스전략폭격기 3대와 공중급유기 1대가 참가하는 폭격연습은 평소에 진행되는 표준화된 폭격연습이라고 한다.) 목격이라고 했지만, 캄캄한 밤하늘에서 그가 실제로 목격한 것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공중급유기 동체에 달린 항법등과 섬광등 불빛이었다. (캄캄한 밤하늘 7.6km 고도에서 비치는 항법등과 섬광등 불빛만 보고 그것이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KC-135 공중급유기라고 정확히 식별한 것, 그리고 비행고도를 7.6km라고 정확히 지적한 것은, 미국 공군의 작전기종들에 대해 정통한 군사전문가나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렇지 못한 민간인 무선통신애호가가 어떻게 그처럼 정확히 식별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2) 그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곧바로 자기 집으로 들어가 무선통신기를 켜고 약 30분 동안 추적한 끝에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의 무선교신주파수를 찾아냈고, 그들의 교신내용을 엿들을 수 있었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B-52H 전략폭격기가 나란히 비행하는 장면이다. 미국 전략사령부는 2017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미주리주 상공에서 B-2, B-52H, 공중급유기를 동원한 대규모 폭격연습을 진행하였다. 당시 폭격연습에 동원되었던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비행 중에 주고받은 무선교신을 엿들은 무선통신애호가의 말에 따르면, 그 전략폭격기들은 폭격연습 중에 "조선의 지도부가 재배치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지휘소"라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것은 미국 전략사령부가 대조선폭격연습을 강행하였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려 조선을 위협해보려는 심리전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3) 그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무선교신 중에 폭격연습대상위치를 알려주는 좌표를 불러주는 것을 엿들었다. 그래서 그는 그 폭격연습대상좌표들을 인터넷에 나오는 구글지도(Google Maps)에서 어느 지점인지 찾아낼 수 있었다. 그들은 제퍼슨씨티(Jefferson City)에 있는 격납고를 비롯한 몇몇 대상들에 유도폭탄(GBU)을 어느 시각에, 어떤 방식으로 투하하는 연습을 할 것인지에 관해 무선교신을 주고받았던 것이다. (미주리주에 있는 제퍼슨시티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이륙한 화잇먼공군기지에서 동쪽으로 약 121km 떨어진 지방도시다.) 

(4) 이튿날 그는 자신의 무선통신기를 사용하던 중 밤 8시경에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주고받는 무선교신을 또 다시 엿듣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설정한 폭격연습대상들 가운데는 오쎄이지 비취(Osage Beach)에 있는 활주로와 격납고가 포함되었다. (미주리주에 있는 오쎄이지 비취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이 이륙한 화잇먼공군기지에서 동남쪽으로 약 104km 떨어진 지방도시다.)  

(5) B-2 전략폭격기들이 주고받는 무선교신을 엿듣던 그의 귀에는 “조선 지도부가 재배치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지휘소(a command post possible DPRK leadership relocation site)”라는 말을 들렸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무선통신애호가가 <비행사>측에 전해준 체험담은 여기서 끝나는데, 그의 체험담을 들은 <비행사>측은 아래와 같은 분석을 보도기사에 덧붙였다.

미국 공군 작전기들은 제3자가 엿듣지 못하도록 암호화된 군용 주파수를 사용하여 교신한다. 이것은 그들 중 누구도 어길 수 없는 군율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2017년 10월 18일 미주리주 상공에 출동한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은 암호화되지 않은 일반 주파수를 사용하여 교신하였다. 또한 미국 공군 전략폭격기들은 폭격비행연습 중에 폭격대상위치를 알려주는 좌표에 대해서는 무선교신을 통해 언급하지만, 그 폭격대상이 어떤 실제대상을 가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절대로 언급하지 않는다. 이것도 역시 그들 중 누구도 어길 수 없는 군율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2017년 10월 18일 미주리주 상공에 출동한 B-2 스텔스전략폭격기들은 지휘부가 설정해준 폭격대상이 어떤 실제대상을 가상한 것인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였다. 

미국 공군의 군율에서 벗어난 그들의 이상한 행동이 B-2 스텔스전략폭격기 편대를 동원하여 조선의 전쟁지휘부를 폭격하는 연습이 진행되었음을 조선에게 알려주려는 의도적인 행동으로 보인다고 <비행사>측은 해석하였다. <사진 8> 

 

▲ <사진 8> 이 사진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 조종석을 촬영한 것이다. 미국 전략사령부는 미주리주 상공에서 대조선폭격연습을 진행하였다는 사실을 일부러 공개하여 조선을 위협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B-1B 전략폭격기를 2017년 10월 29일 일본 이바라끼현 하꾸리기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일본 항공자위대 사열식에 보내려고 준비하였다. 하지만 당시 제22호 태풍이 일본으로 접근하는 바람에 사열식이 취소되어 일본에 가지 않았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11월 2일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B-1B 전략폭격기 2대를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으로 출동시켜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또 다시 대조선폭격연습을 강행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 해석은 틀리지 않았다. 미국 전략사령부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 B-52H 전략폭격기, 공중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들을 동원하여 조선을 폭격하는 연습을 진행하였다는 사실을 일부러 외부에 알려주는 식으로 조선을 위협한 것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나중에는 그 스텔스전략폭격기를 태평양 건너 일본 상공으로 출동시키는 계획도 추진하였다.   

2017년 10월 30일 미국 전략사령부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 한 대가 미국 본토 미주리주에 있는 화잇먼공군기지에서 이륙하여 태평양 상공에서 임무를 수행하였다고 발표하였다. 태평양 상공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일본 <아사히신붕> 2017년 10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략사령부는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B-1B 전략폭격기를 10월 29일 일본 이바라끼(茨城)현 하꾸리(百里)기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일본 항공자위대 사열식에 보내려고 준비하였으나, 당시 제22호 태풍이 일본으로 접근하는 바람에 사열식이 취소되어 일본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바라끼현은 도꾜 중심부에서 북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곳에 있다. 

 

위에 서술한 두 가지 정보를 종합하면, 미주리주 화잇먼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2 스텔스전략폭격기가 공중급유를 받으며 태평양을 건너 일본 이바라끼현 상공에 출동하려고 준비하였는데, 일본에 태풍이 몰아치는 바람에 일본에는 가지 못하고 북태평양 어느 상공을 비행하고 돌아갔음을 알 수 있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2017년 11월 2일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괌(Guam)의 앤더슨공군기지(Andersen AFB)에서 B-1B 전략폭격기 2대를 한반도 남부지역 상공으로 출동시켜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또 다시 대조선폭격연습을 강행하였다.

 

 

5. 동북아시아 순방길 오른 트럼프의 무거운 발걸음

 

조선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 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여러 대의 발사대차를 각지의 지하기지들에서 출동시켜 즉시발사태세에 돌입하였고, 미국은 B-2 스텔스전략폭격기와 B-1B 전략폭격기들을 출동시켜 조선을 위협하는 폭격연습을 진행하였다. 이처럼 조선인민군과 미국군이 첨예한 대치상태에 들어간 상황에서 미국 국무부는 조선 외무성에게 대화제의를 거듭 간청하였으나, 조선은 그 대화제의를 무시한 채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2017년 11월 초 극도로 긴장된 조미관계의 현황이다. 

 

그래서 동북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의 발걸음은 너무 무겁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위에 서술한 것처럼,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미국의 스텔스전략폭격기가 첨예하게 대치한 상황에서 미국 국무부는 조선 외무성에게 대화제의를 간청하고 있으나, 조선은 그 대화제의를 무시한 채 국가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해 줄달음치고 있으니 동북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의 발걸음이 무거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사진 9> 

 

▲ <사진 9> 이 사진은 동북아시아 순방일정 중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요꼬다공군기지에 도착한 직후, 그 기지에서 근무하는 미국군 장병들 앞에서 연설하는 장면이다. 연단 위에서 미국 공군복장으로 갈아입은 그는 "우리는 하늘을 지배한다. 우리는 바다를 지배한다. 우리는 땅과 우주를 지배한다"고 큰 소리를 쳤다. 하지만 그런 허풍스러운 말과는 달리, 동북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그의 발걸음은 무겁다. 지금 조선은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는 미국의 거듭되는 간청을 무시한 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은 여러 대의 발사대차들을 각지의 지하기지들에서 밖으로 꺼내 즉시발사태세에 돌입시켰으니, 트럼프의 발걸음이 어찌 무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인 2017년 11월 2일 그는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 뉴스(Fox News)>와 대담하면서 여러 주제를 논했는데, 대담 중에 그는 조미관계와 관련하여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에겐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북조선문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북조선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들(조선을 지칭함-옮긴이)이 유쾌하지 못할 것이고, 그 누구도 유쾌하지 못할 것이다.” 

“조선은 세계가 본 적이 없는 불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느니, “조선을 절멸시키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느니 하며 미치광이처럼 떠들어대던 이전의 광기 어린 폭언들과 비교하면, 위에 인용한 발언에서는 조선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그나마 자제한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동북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 직전에 진행한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북조선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투로 간단히 언급하였을 뿐, 어떻게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담 중에 말하지 않았지만, 조미핵대결에서 패색이 짙어져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한시바삐 벗어나야 할 위급한 처지에 있는 미국에게는 지금 선택방안이 단 하나뿐이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특사를 평양에 급파하여 철군문제를 결정할 조미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조선은 그에 상응하여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중지할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주한미국군 완전철수와 전략적 핵압박공세 중지를 맞바꾸는 대타결을 이끌어내는 선택방안밖에 없는 것이다. 

 

2017년 11월 2일 백악관에서 <씽클레어방송집단(Sinclair Broadcast Group)>과 단독대담을 진행한 트럼프 대통령은 냉전시기 미국 대통령들이 중국이나 소련의 지도자들과 만났던 것처럼 적국 지도자와 만나는 것을 생각해 보았는가라고 물은 대담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하였다. “나는 그 문제에 대해 확실히 열려있다. 누구와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강점이나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과 마주 앉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될는지 좀 지켜보겠다. (적국 지도자와 만나는 정상회담을 곧바로 진행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철군문제를 결정하는 것에 상응하여 조선이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중지하는 것은 조선이 핵무력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조선은 미국의 철군결정에 상응하여 핵시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을 중지할 수 있지만, 핵무력은 계속 강화하는 것이다. 조선은 자기의 핵무력이 그 어떤 경우에도 협상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확언한 바 있다. 

조선은 2017년 12월 중에 국가핵무력완성사업을 완료할 것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국가핵무력완성을 선포할 것이고, 그에 따라 2018년 1월부터 조선의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훈련이 연발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런 예견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파탄에 빠진 미국을 극적으로 기사회생시킬 철군문제를 조선과 합의할 시간은 앞으로 5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백악관에서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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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된 국정원에게서 반드시 빼앗아야 하는 '업무'

[연속기고-국정원, 이렇게 개혁하자③]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17.11.06 10:02l최종 업데이트 17.11.06 10:02l

 

현재 국정원개혁발전위에 의한 국정원 적폐 청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적폐청산은 국정원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다만 그것만으로 국정원 개혁이 완성될 수는 없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국정원 9대 적폐사건 집중분석'에 이어 국정원감시네트워크와 함께 가장 중요한 '국정원 8대 개혁과제'를 제시한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에는 민들레-국가폭력피해자와 함께 하는 사람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 한국진보연대가 참여하고 있다. [편집자말]
 국가정보원 메인 페이지
▲  국가정보원 메인 페이지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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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가정보원은 국가안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특정범죄(내란, 간첩, 국가보안법 위반 등)를 수사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국정원이 하는 일은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국정원 개혁을 이야기할 때에도 국내정치 정보수집과 간첩조작 수사가 여러 차례 문제되다 보니 정보수집 제한과 수사권 이관 문제에만 집중해왔다. 그러나 '괴물' 국정원을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정원에게 너무 많은 일을 맡기지 말아야 한다.

국정원법 3조 1항 5호과 기획조정권

 

우선 국가정보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정부조직법 제17조는 다음과 같다.

제17조(국가정보원) 
①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정보·보안 및 범죄수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정보원을 둔다.
② 국가정보원의 조직·직무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

그리고 국가정보원법 제3조는 국정원이 할 수 있는 직무를 다음과 같이 정해두었다. 

제3조(직무) ① 국정원은 다음 각 호의 직무를 수행한다.
1.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對共), 대정부전복(對政府顚覆), 방첩(防諜),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
2. 국가 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 업무. 다만, 각급 기관에 대한 보안감사는 제외한다.
3. 「형법」 중 내란(內亂)의 죄, 외환(外患)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암호 부정사용의 죄, 「군사기밀 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
4. 국정원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
5. 정보 및 보안 업무의 기획·조정

정부조직법에서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정한 곳은 국정원이 유일하다. 그로 인해 국정원은 정부를 구성하는 다른 기관들의 상급자처럼 움직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국정원법 3조 1항 5호에 있는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조정' 권한은 국정원이 다른 정부기관 위에 서 있게 만든다.

국정원이 하는 정보 및 보안업무의 기획과 조정은 무엇일까? 그 내용은 대통령령인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규정'에 정해져 있다. 그 규정에 따라 국정원은 다음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다(자세한 규정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검색할 수 있다).

정부기관들의 예산과 업무에 간섭하는 국정원
 

영장실질심사 받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과 불법사찰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추 전 국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야권 정치인에 대한 비판과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의 문화예술인을 방송에서 하차시키는 일을 기획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추 전 국장은 “우병우 전 수석에게 비선보고 한 혐의를 인정하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전달했나”, “나라를 위해 일했다고 생각하나”를 묻는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법정으로 향했다.
▲ 영장실질심사 받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과 불법사찰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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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국정원은 정부의 정보예산을 기획한다. 정보예산을 쓰는 곳은 국정원만이 아니다.  경찰청과 해양경찰청도 국가안보 관련 정보예산을 사용하는 기관이다. 국방부의 국방정보본부, 국군기무사령부, 국군사이버사령부 같은 군 정보기관들도 정보예산 편성기관이다. 외교부나 통일부 등도 정보예산을 쓰는 곳이다. 

공무원 조직에서 예산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인원과 업무의 범위, 권한과 기능을 뒷받침하는 것이 예산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이들 기관의 목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경찰청이나 국방부 등이 국정원 앞에서 눈치보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은 정보예산 편성만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사업과 그에 따른 예산 사용에 대한 감사도 연 1회 이상 실시한다. 감사 대상 기관은,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다. 

예산 기획과 감사를 무기삼아 국정원은 다른 정부기관의 상급기관으로 군림할 수 있다. 반면 거의 대부분의 정부기관들이 국정원의 간섭을 받지만, 정작 그 정부기관들은 국정원이 어떻게 간섭했는지 외부에 알리지도 못한다. 국정원이 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칫 알렸다가는 불이익을 당할 것이 뻔하다.

검찰이나 경찰수사에 영향 주는 국정원의 입김

국정원은 검찰이나 경찰의 범죄 수사에도 간섭할 수 있다. 검사가 정보사범을 처리하려면 국정원장에게 사전통지하고 의견을 꼭 들어야 한다. 정보사범은 내란죄, 간첩죄,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을 가리킨다. 검사가 이런 범죄 혐의를 수사할 경우에는 국정원장에게 즉시 알려야 한다. 수사에 앞선 단계인 내사를 시작했을 때도 즉시 알려야 한다. 기소결정을 하거나 불기소 결정을 하면 또 알려야 한다. 기소하지 않으려면 국정원장과 사전협의해야 한다. 

경찰이나 군헌병대도 검찰에 공소보류 의견을 내려면 사전에 국정원장에게 확인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의 입김은 검찰이나 경찰에 영향을 끼친다. 정보 공유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공유가 아니라 협의까지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은 검찰과 경찰의 독립적인 판단에 간섭하고, 국정원의 의중에 따라 사건은 왜곡되어 버린다. 

국정원은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구체적인 업무에도 간섭한다. 통일부가 통일교육을 계획할 때 국정원은 그 내용과 방식 등을 조정할 수 있다. 법규정에는 '조정'이라는 단어로 표시되어 있지만, 조정은 곧 간섭한다는 말이다. 통일에 관한 국내외 정세를 조사하고 분석해 평가하는 일은 통일부의 고유 업무이다. 하지만 국정원은 통일부의 이 일에도 간섭할 수 있다. 

매번 간섭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국정원이 마음만 먹으면 통일부의 독자적 판단을 제한해버릴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영역인 신문·통신 그 밖의 정기간행물과 방송 등 대중전달매체의 활동 조사·분석 및 평가에 관한 사항에도 간섭할 수 있다.
 

댓글 작업 질의에 곤혹스러운 김관진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1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광진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지난해 대선 기간 동안 국군사이버사령부가 댓글 작업을 하는 등 선거에 개입했다는 질의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댓글 작업 질의에 곤혹스러운 김관진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2013년 10월 1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광진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지난해 대선 기간 동안 국군사이버사령부가 댓글 작업을 하는 등 선거에 개입했다는 질의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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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군사이버사령부와 국군기무사령부의 '댓글작업'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13년 가을에 드러났던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댓글사건은 빙산의 일각이 분명해 보인다. 그때에도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이 서로 공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었지만 밝혀지지 못하고 넘어갔다. 

당시에 그런 의혹은 첫째,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이 상호 기관을 방문하면서 회의한 사실, 둘째, 사이버사령부의 특수활동비는 국정원에서 지급된다는 사실, 셋째, 국정원에서 사이버사의 심리전 관련 지침을 제공했다는 군 관계자들의 증언에 바탕을 두었다.

최근 국방부 조사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점은 당시 의혹이 틀린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물론 청와대 차원에서의 기획과 지시가 분명히 있었지만, 국정원이 다른 정부기관, 특히나 군의 정보기관에게까지 배놔라 감놔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보수집기관과 국가 전체의 정보업무 지휘기관 분리해야

이렇게 국정원은 국가 전체의 정보정책 수립과 판단 등 컨트롤타워 기능까지 겸하고 있다. 정부 전체의 정보예산 편성권을 무기삼아 타 기관의 정상적인 활동까지 침해하고 있다. 기획조정권을 행사해 상위기관으로 군림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권한남용의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국정원도 정보수집 업무를 담당하는 여러 기관들 중의 하나여야 한다. 하나의 정보수집 전문기관으로서 다른 정부기관과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무 많은 일을 시키고, 그만큼 권한을 많이 주면 사고는 생길 수밖에 없다. 권한남용에 따른 불법과 탈법이라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미국의 경우에, 9.11 테러를 겪고 정보실패를 경험한 다음에 국가정보장(DNI,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직위와 국가정보장이 속한 조직(ODNI, Office of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을 신설하였다. CIA와 국가안보국(NSA), FBI 등 여러 정보기관들(16개에 이른다)에서 모은 정보를 취합해 분석할 뿐만 아니라, 이들 정보기관들과 관련한 정책조정, 예산조정 등의 업무를 국가정보장(DNI)에게 맡겼다. 정보수집 기관과 정책수립 및 예산조정기관을 분리한 것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여러 정부기관의 정보 및 보안 업무를 어디선가 기획하거나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역할을 정보수집 기관의 하나인 국정원에게 맡기지 말아야 한다. 국정원의 의중에 따라 왜곡될 수 있고, 국정원이 권한을 남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거해야 한다. 그 기능은 국무총리실이 맡거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같은 별도의 기관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국정원이 다른 정부기관들의 상위기관으로 군림하게 하는 근거가 되고 있는 국정원법 3조 1항 5호와 그 하위 규정인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규정을 폐지해야 한다. 국정원의 힘을 빼고 권한을 남용할 가능성을 제거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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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때문에 엄마와 눈을 잃었다"

<문 대통령 베트남 방문 기획 ②> 베트남 빈호아학살 생존자 도안응이아 씨
꽝응아이성=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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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6  09: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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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한국과 베트남 수교 25주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0일부터 11일까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베트남 다낭을 방문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 참전을 '애국'이라고 추켜세웠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학살당한 민간인들의 숫자는 9천여 명에 달합니다. 피해자들에게 한국 정부가 이제 답해야 할 때입니다.

<통일뉴스>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함께 <나비기금>이 마련한 '베트남 나비평화기행'(2~8일)에 함께합니다. 촛불혁명으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첫 베트남 방문. 한국군에 의해 피해입은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 베트남 꽝응아이상 빈호아마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생존자인 도안응이아 씨가 5일 '평화기행' 참가자들에게 증언하고 있다.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가 통역을 맡았다. [사진제공-정대협]

"나는 태어난지 6개월이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은 없다. 살아남은 주민들이 시신을 수습하다가 피투성이로 죽은 엄마의 젖을 빨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고 한다. 탄약이 빗물로 흘러 눈에 들어갔다. 나는 앞을 보지 못한다. 엄마도 잃고 눈도 잃었다."

1966년 12월 5일 새벽 5시, 청룡부대 1개 대대가 빈호아로 행군했다. 이들은 폭탄구덩이에 36명의 주민을 몰아넣고 총을 쏘아댔다. 태어난지 6개월 된 도안응이아 씨는 죽은 엄마의 품에 안겨 안 나오는 젖을 빨고 있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한베평화재단이 마련한 '2017 나비기금과 함께 떠나는 베트남 평화기행' 참가자 38명은 5일 베트남 중부 꽝응아이성 빈호아마을 민간인 학살 현장을 방문, 도안응이아 씨의 집을 찾았다.

이날 억수같이 쏟아진 비로 홍수가 난 마을, 빈호아사 '한국군 증오비'와 인접한 곳에 도안응이아 씨(51세)의 집이 있다.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로 두 눈을 잃은 도안응이아 씨는 환한 미소를 하고 있었지만, 피해의 상처를 고스란히 증언했다.

도안응이아 씨는 1966년 12월 5일, 엄마의 품에 안겨 한국군 청룡부대에 의해 끌려가 폭탄구덩이에 엄마와 함께 들어갔다. 청룡부대의 총알세례로 쓰러진 엄마의 품에 그대로 안겨 있었다.

배고픔에 본능적으로 엄마의 젖을 물었지만, 죽은 엄마의 젖은 메말라 있었다. "내가 태어난지 6개월이었다. 엄마의 기억은 없다. 살아남은 주민들이 시신을 수습하러 갔을 때 피투성이의 나를 발견했는데, 나는 죽은 엄마의 젖을 빨고 있었다고 한다"라고 도안응이아 씨는 말했다.

죽음의 광풍이 몰아친 마을, 하나의 생명이라도 지키고자 마을 주민들은 그의 젖어미를 자처했다. 그렇게 살아남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한국군이 쏜 탄약이 빗물에 흘러 눈으로 들어가 이미 앞을 볼 수없는 상황이었던 것.

"나의 삶은 정말 참혹했다.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살아났지만, 나는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엄마도 없었다. 그 고통과 설움을 어찌 다 말하겠는가. 15살이 되어 내 힘으로 삶을 살아야 했다.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꾸미(고구마의 일종)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야 했다."

   
▲ 한국군에 의해 엄마와 눈을 잃은 도안응이아 씨는 노래로 방문객을 위로했다. [사진제공-정대협]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생존자인 도안응이아 씨는 비록 생후 6개월에 당한 일이었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세상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곤 했다던 그의 얼굴은 미소를 머금었지만 상처는 숨겨지지 않았다.

1966년 12월 5일 새벽 5시, 베트남 쭈레에 주둔하고 있던 청룡부대 1개 대대는 빈호아 마을로 들어왔다. 빈호아 곳곳에서 학살을 자행했다. 쭈옹딘 폭탄 구덩이에서 민간인 36명을 사살했다.

이튿날 아침에도 청룡부대의 살기는 이어갔다. 안프억 142명, 솜꺼우 131명, 짭 할아버지 집 마당 12명이 학살됐다. 이 밖에도 여기저기에서 109명이 죽임을 당했다. 빈호마 마을에서 430명의 민간인이 죽었다.

이 중 여성은 268명, 50~80세는 109명, 임신부 7명, 아이 182명이 죽었다. 청룡부대가 자행한 학살의 형태도 다양했다. 참수 1명, 강간살해 2명, 산채로 불에 타 죽은 사람 2명, 배가 갈려 죽은 사람 1명 등이다. 심지어 2가구는 몰살됐다.

여기에는 도안응이아 씨의 엄마도 있었다. 학살자 한국군 청룡부대는 도안응이아 씨의 엄마와 눈을 빼앗아갔다.

   
▲ 빈호아 마을 입구에 있는 '한국군 증오비'. "하늘에 닿을 죄악 만대를 기억하리라"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하지만 도안응이아 씨는 환한 미소로 한국인을 맞이했다. 기타 연주에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삶을 이야기했지만, 그 노래 속에는 학살자 한국군을 잊을 수 없음이 묻어났다. 

"이제는 평화를 노래하고 싶다. 여러분을 사랑하라"는 그의 바람은 빈호아 마을 입구에 세워진 '한국군 증오비'로 향했다. 그리고 '한국군 증오비'에는 "하늘에 닿을 죄악 만대를 기억하리라"라는 문구를 더욱 선명하게 하고 있다. 

지금도 빈호아 마을 엄마들은 아이를 재울 때 자장가를 부른다. "아가야, 이 말을 기억하거라. 한국군들이 우리를 폭탄구덩이에 몰아넣고 다 쏘아 죽였단다. 아가야, 너는 커서도 꼭 이 말을 기억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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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과 잇따라 정상회담 하는 문재인 대통령, 관전 포인트는?

미국·중국 모두 끌어안으려는 문 대통령, 군사옵션·무역 들고오는 트럼프 대통령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7-11-05 17:57:36
수정 2017-11-05 17: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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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오전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일본 도쿄 인근에 있는 요코타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성조기를 향해 경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오전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일본 도쿄 인근에 있는 요코타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성조기를 향해 경례하고 있다.ⓒ뉴시스/AP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주에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주요 주변국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가진다. 주요 의제는 단연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오는 7일 방한하는 도널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나흘 뒤인 11일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베트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다.

문 대통령은 이들 정상회담을 앞두고 ‘균형 외교’를 천명하며 미국과 중국 모두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지만, 셈법은 제각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모두 끌어안으려는 문재인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 한국으로서는 안보에 있어서 한미동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지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한국과 미국 간의 공조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우리로서는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입장을 계속 유지해 갈 필요가 있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그러나 한편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대단히 중요하다”며 “중국과의 경제 협력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역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전략적인 협력이라는 차원에서도 중국과의 관계가 아주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한중 간 관계 개선을 위한 협의를 하고 갈등의 핵심이었던 사드 문제를 봉합하는 수순을 밟았다. 한중 관계 악화는 두 나라 어디에도 이익이 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한 결과로 평가된다.

이를 바탕으로 문 대통령은 곧 이어질 시진핑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려고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 제재와 압박에 중국도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지만, 중국은 북핵 문제는 북한과 미국 간의 문제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서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여전히 중국이 갖고 있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인식한 듯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그동안 우려를 표했던 한·미·일 군사동맹 가능성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3국간의 공조가 더욱더 긴밀해져야 되는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고 그것이 한국과 일본, 미국 간의 3국 군사 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일본이 북한의 핵을 이유로 어떤 군사 대국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그것도 저는 우리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계에 들어가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른바 ‘3불(不)’ 원칙을 천명했다. 이는 한중 간 사드 문제를 봉합하기로 한 협의 결과가 나오기 직전 국회에서 한 발언으로, 중국을 향한 메시지로 풀이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자료사진.ⓒ뉴시스

‘3불’ 원칙에 대한 미국의 공식 반응 주목

이러한 한국의 입장에 미국이 어떤 공식 반응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3불’ 원칙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정권과 관계없이 한·미·일 안보협력 메커니즘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하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일(미국 현지시간) 아시아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3불 원칙을 밝힌) 강경화 장관의 발언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며 “한국이 그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유보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거듭 강조하며 미국의 동의와 협조를 끌어내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5일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즈음하여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북핵과 미사일 등 한반도의 안보 현실이 매우 엄중하여 한미 간의 정치·경제·군사적 측면에서의 포괄적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이에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국빈으로 예우하여 따뜻하게 맞음으로써, 한미 관계를 ‘포괄적 동맹’을 넘어 ‘위대한 동맹’으로 가는 결정적 계기로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자료사진.ⓒ뉴시스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얘기가 오고갈까?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천명한 5가지 외교정책의 기본원칙에 대한 미국의 이해와 지지를 받으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한반도 비핵화, 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북한 도발에 대해 단호한 대응 등 5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한반도에서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충돌은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할지도 주목된다. 한편으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확고히 하고, 더 나아가 ‘한국의 자체 억지력 강화’를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이에 맞춰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기 전에 대북 독자 제재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미국이 그동안 한국에도 독자 제재를 하라고 요구해왔는데,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한에 맞춰 미국의 이런 요구를 수용한 모양새다. 하지만 정부는 독자 제재를 하더라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문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메시지는 국회 연설을 통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와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동맹국 정상으로서 한미 관계의 견고하고 발전적인 미래상을 제시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및 정책 비전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그동안 북한에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어떤 수위의 발언을 내놓을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미국에서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론에 공감하면서도, 군사옵션 논의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아시아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과의 공조 속에서 군사적 노력 가능성에 대해 대화하지 않는 것을 무책임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북한의 위협이 매우 중대한 만큼 군사력은 고려해야만 하는 옵션”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토픽은 (정상회담의) 의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무역과 관련된 의제에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아시아 첫 순방국인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 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아시아 순방에 관해 “지난 25년간 무역에 관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잘 다루지 못했다”며 “우리는 이 부문(무역)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공평하고 자유로운 상호호혜적인(reciprocal) 무역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한반도 평화 위협을 규탄하는 국내 시위도 봇물이 터질 것으로 예고되면서 관계 당국은 비상 대기 중이다. 이를 경계한 듯 청와대는 “마음을 모아 따뜻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해 달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중 일본과 중국도 방문해 각각 정상회담을 가진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아시아 순방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에 대해 “동등한 입장(equal footing)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며 “시 주석은 우리를 매우, 매우 강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열린 트럼프 방한 즈음한 시민평화행동 전쟁반대 평화협상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열린 트럼프 방한 즈음한 시민평화행동 전쟁반대 평화협상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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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할 권리를 묻는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리뷰] 김어준과 ‘그것이 알고 싶다’가 만난 파일럿 프로그램 ‘블랙하우스’, 정규편성 될까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2017년 11월 05일 일요일
 

“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한 가지만 약속하겠다.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겠다.”

방송인 김어준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배정훈 PD가 만난 SBS 파일럿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김어준이 한 말이다. 김어준은 많은 팬을 가진 방송인이지만, 자신에게 많은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을 알고 있는 듯싶다. 그가 제기한 수많은 질문 중에는 실제로 수사로 확대된 사안도 있지만, 18대 대선이 조작 투표였음을 주장한 영화 ‘더플랜’에서처럼 그저 ‘음모론’으로 끝나버린 질문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그는 또 거대한 질문들을 던진다.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 코너로 나뉜다. 첫 번째 코너에서 그는 고 유병언 회장의 아들 유대균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두 번째 코너에서는 ‘박근혜 5촌 살인사건’ 현장에 있었던 증인의 주장을 공개하고, 세 번째 코너에서는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인성에 대해 토론을 한다. 너무 굵직한 이슈 세 가지를 한 번에 보여주려니 “프로그램이 산만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첫 번째 질문은 그가 이전부터 계속해오던 질문이다. “세월호의 실소유주는 누구인가.” 김어준은 이 질문을 고 유병언 회장의 장남 유대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기한다. 파리에서 김어준을 만난 유대균은 “유병언이 자연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대균은 “사고 이전 세월호를 본 적이 없고, 청해진 해운에 방문한 적도 없다”고 말한다. 김경률 회계사에 의하면 청해진 해운의 실제 최대주주는 유병언 일가가 맞지만 (46.5% 소유) 알 수 없는 ‘소액주주’들이 53.5%의 주식을 가지고 있어 “일반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주식회사의 지분이 아니다”고 말한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 김어준은 ‘세월호의 실소유주는 유병언 일가가 아니고 국정원과 관계됐을 가능성이 높고, 국정원과 관련된 사람들이 세월호 사고 이후 유병언 일가에 죄를 떠넘겼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 '김어준의 블랙항스'에서 공개된 유대균 인터뷰.
▲ '김어준의 블랙항스'에서 공개된 유대균 인터뷰.
 

물론 그 역시 정확한 ‘진실’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는 코너 말미에 “유대균의 말은 진실일까, 거짓일까?”라고 나레이션을 한다.

 

두 번째 코너에서도 그는 거대한 주장을 한다. 그의 주장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2011년 9월6일 벌어진 이른바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은 겉으로 보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5촌 조카 박용수씨가 사촌형 박용철씨를 살해하고 스스로 자살한 사건이지만, 실상은 다른 제3자가 그들을 죽였고, 박용수씨가 박용철씨를 죽인 것처럼 꾸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날 ‘블랙하우스’에서는 살해가 벌어지던 날, 최소한 현장에 4명이 있었다는 걸 봤다는 주장이 공개됐다.  

 

▲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는 '박근혜 5촌 살인사건' 당시 현장을 목격했다는 증인이 나왔다.
▲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는 '박근혜 5촌 살인사건' 당시 현장을 목격했다는 증인이 나왔다.
 

그는 1시간 15분의 시간동안 ‘세월호의 실소유주’, ‘박근혜 5촌살인사건의 진범’을 묻는다. (세 번째 코너는 JTBC ‘썰전’을 벤치마킹 한 것처럼 보이는 이슈 대담이므로 큰 주장은 없다.)  

그는 항상 이런 거대한 질문을 던져왔다. 그를 ‘음모론자’라고 깎아내리는 시선도 많지만 실제로 유대균과의 인터뷰를 하고,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의 증거를 모으며, 이를 지상파로 공개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언론인도 많지는 않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에게 쏠리는 관심이 뜨거운 것은 여전하다. 4일 밤 방송된 ‘블랙하우스’의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기준 6.5%다. 이미 시사교양 프로그램 시청률에서는 1위다. 2편으로 예정된 파일럿프로그램이지만 정규 편성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김어준의 질문이 인터넷이나 팟캐스트를 통해서 퍼져왔다면 이제 그의 질문은 ‘블랙하우스’를 통해 지상파에서, 정론의 방식으로 검증될 것이다. 그의 질문이, 실제적 수사를 이끌 질문일지, 그저 ‘음모론’으로 끝날 질문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에 따라 김어준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도 시작된 셈이다. 시청률과 함께, ‘블랙하우스’가 정규편성이 돼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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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분노가 약하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반역아라고 외쳐야 한다

정치적 사이코 패스의 범죄행위
 
우리의 분노가 약하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반역아라고 외쳐야 한다
 
박찬운  | 등록:2017-11-05 09:11:27 | 최종:2017-11-05 09:19:4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가 날마다 일어나면 우리의 분노감정을 조절하는 뇌신경이 마비되기 시작한다. 웬만한 범죄가 발생해 가지고서는 사람들이 분노하지 않는다. 범죄에는 반드시 경중이 있는 법인데도 그것을 따지지 않는다. 범죄를 저지르는 놈들, 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딱 여기에 있다. 한국 사회에선 웬만한 범죄는 명함을 내밀 수가 없다. 어떤 범죄도 며칠만 지나면 또 다른 범죄가 그것을 덮는다. 하나하나 그 성격을 논하고 원인을 규명하기도 귀찮다.

그러나 잠시 생각하자. 대한민국이 진짜 망하지 않고 우리 후대에게 조금이라도 괜찮은 나라로 남으려면 그래서는 안 된다. 냉철하게 범죄의 경중을 가려야 하고, 그것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형벌은 판사가 사안을 엄격하게 심리한 다음 선고하는 것이지만 사회적 심리나 공분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그 판단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 모두가 체념하면 판사도 결국 긴장의 끈을 놓고 말 것이다. 우리 모두가 눈알을 부라리고 바라보면 어찌 판사가 사안을 소홀히 다룰 수 있겠는가.

박근혜가 대통령 재임 중에, 문고리 3인방을 통해 국정원 특활비를 매달 1억 원씩 40억 원을 가져와, 임의로 사용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자 잠시 주춤했다가 작년 9월엔 2억 원을 다시 가져 오게 해 직접 받았다고 한다.

이 범죄의 중대함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이 범죄에 대해 마땅히 공분을 느껴야 한다. 사건 보도를 접하고 어떤 생각을 하였는가. 혹시 권력을 가졌으니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누구 말대로 그동안 권력자들이 해온 관행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는가. 만일 그런 반응을 보였다면 큰일이다.

이 사건은 사실 연쇄살인사건보다 더 중한 범죄다. 연쇄살인은 아무리 중대해도 침해되는 이익은 제한된 수의 개인에게 국한된다. 그러나 이 범죄는, 국정원을 거의 ATM 수준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한 가운데를 구멍 낸 것이며, 전 국민에게 어림할 수 없는 피해를 준 사건이다. 이것은 ‘권력은 곧 돈이고, 대통령이 곧 나라며, 대한민국이 곧 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정치적 사이코 패스의 범죄행위다.

우리의 분노가 약하다. 우리는 그를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반역아라고 외치고 외쳐야 한다. 그래서 감히 이런 범죄를 역대 정권의 관행 운운하며 비호하는 정치인들의 입을 틀어막아야 한다.

박찬운 /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정원 검은돈 40억…朴 ‘통치자금’인가 ‘품위유지비’였나(종합)

 

[그래픽] ‘문고리 3인방’ 국정원 검은돈 상납 흐름

“문고리 3인방 명절 떡값 3억6천만원”…의상·시술 등 ‘비선 소비’ 의심
최순실 역할 ‘주목’…과거 장시호 ‘삼성동 사저 금고’ 언급도 새삼 관심

▲박근혜 전 대통령의 뒷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국가정보원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상납한 40여억 원은 어디에 쓰였을까. 국정원 돈을 상납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은 검찰에서 자신은 '전달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매달 5천만∼1억원씩을 받아 전달했을 뿐, 박 전 대통령이 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수사 초기 그와 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이 이 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해 강남 아파트를 샀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자금 출처를 일부 소명하는 주장 등을 내놓아 검찰이 이 부분은 계속 확인 중인 상태로 알려졌다.

또 이 전 비서관 등은 검찰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4년간 연간 3천만원씩 ‘명절 떡값’ 형식으로 3명이 총 3억6천만원의 격려금을 받았다”며 “이 돈이 국정원에서 받은 특수활동비인 것으로 안다”고 진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세 명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다, 뇌물수수 혐의라는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꺼낸 일방적 주장일 수 있어 신빙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더 받았을 수도, 덜 받았을 수도 있지만, 뇌물 혐의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친박’ 의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쓰였거나 기밀성이 요구되는 국정 관련 활동에 쓴 것 아니냐는 ‘통치자금’ 주장도 나왔지만, 검찰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한 검찰 관계자는 4일 “과거 정치인들의 사례에 비춰보면 월 1억원은 통치자금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액수”라며 “이런저런 개인 용도로 쓰면서 꼬리표 없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 안팎에서는 국정원의 ‘검은돈’ 40여억 원 중 일부가 박 전 대통령의 ‘품위유지’를 위해 사용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고개를 든다.

박 전 대통령은 매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대통령 연봉 2억여 원 중 상당액을 예금했다고 신고했는데, 올 초 특검·검찰 수사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는 의상비·시술비 등으로 적지 않은 돈을 ‘비선’으로 쓴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예컨대 박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고영태씨 등이 운영하는 사설 의상실에서 옷을 지어 입었는데, 이 대금은 박 전 대통령이 '노란 서류봉투'에 돈을 담아 윤전추·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첫 1년 동안에만 공식 석상에 서로 다른 의상 122벌을 입고 나타난 것으로 보도된 만큼 임기 중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른바 '비선 의료'에 들어간 금액 역시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이 김영재 원장·세브란스 정기양 교수 등의 필러·보톡스 시술을 받았을 뿐 아니라 ‘기(氣)치료 아줌마’, ‘주사 아줌마’, ‘운동치료 왕십리원장’ 등도 청와대에 꾸준히 출입시킨 사실을 파악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물론 이 같은 의상·시술에 매달 1억 원을 모두 사용했을 거라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검찰은 돈의 용처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최씨가 그간 청와대를 제집처럼 드나들거나 ‘문고리’ 비서관들과 수시로 연락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던 점을 고려하면 청와대 금고에 있던 40여억 원 중 일부가 그를 통해 반출됐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안팎에서는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지난 4월 24일 최씨 재판에 나와 ‘박 전 대통령 삼성동 사저의 금고’에 대해 증언한 내용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장씨는 최씨가 자신에게 ‘삼성동 사저 2층 방 금고에 평생 먹고살 만한 돈이 있으니 이를 갖고 유연이(정유라)와 유주(정유라의 아들)를 키워달라’, ‘삼성동 경비가 너를 모르니 이모 심부름 왔다고 하면 문을 열어줄 것’이라 말했다고 주장했다.

삼성동 사저는 압수수색이 수차례 고려됐지만, 실행에 옮겨지진 않았다. 그사이 박 전 대통령은 내곡동으로 이사했다. 법조계에서는 장씨의 주장이 사실인지 밝힐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출처: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11/04/0200000000AKR20171104037351004.HTML?input=1195m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333&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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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트럼프에게 전문가들이 건네는 조언 : 북한을 도발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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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ALD TRUM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동안 5개국을 방문하는 아시아 순방에 나섰다. 국제안보 전문가들은 그에게 '대본에서 벗어나지 말 것', 북한 문제를 논의할 때 불을 지르는 발언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말의 전쟁'을 벌였다. 9월, 트럼프는 2500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올해들어 국제 사회의 규탄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전력을 크게 향상시켰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했다. 트럼프가 한국과 중국, 일본을 방문하는 동안 북한은 주요 논의 주제가 될 전망이다.

donald trump

이처럼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대응이 불을 끄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을 지피게 될 것을 우려한다.

국제전략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William Choong과 Alexander Neil는 지난 금요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트럼프적인 레토릭은 특히 한반도에서의 전면전 가능성이 '아주 약간'에서 거의 '뚜렷한' 단계까지 온 시점에서 놀랄 만큼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보에 있어 트럼프가 버럭 화를 내지 않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donald trump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일 기자들에게 트럼프가 해외 순방 도중 자신의 발언 수위를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자신이 쓰고 싶은 표현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언어 수위를 조절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가 그렇게 하는 걸 봤나? 대통령은 이 문제에 있어 매우 분명한 입장을 밝혀왔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의 국방 연구원 Catherine Dill에게 이건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동시에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내가 볼 때, 북한 그리고 이 지역의 미국 동맹국들과의 관계에 있어 계산착오와 의도하지 않았던 긴장 고조의 위험이 실재한다. 그것들은 부주의한 레토릭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그는 트럼프가 아시아 순방 기간 동안 북한에 대해 호전적인 발언을 한다면, 북한 정권이 즉각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 같은 보통 단계의 도발에서부터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같은 중대한 도발까지 여러 도발 수위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는 트럼프의 아시아 방문이 북한과의 관계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나는 아무런 희망도 두고있지 않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내 생각에 가장 좋은 결과는 (이번 방문이)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그는 이번 순방이 트럼프에게 "일본과 한국을 안심시키고 중국과 사려 깊고 생산적인 대화를 시도할" 기회라고 본다.

donald trump

북한과 가까운 지리적 요인 때문에 일본과 한국은 특히 북한의 보복 공격에 취약하다. 트럼프는 북한의 은둔 왕조가 핵무기에 대한 야망을 버리도록 중국이 역할을 더 해줄 것을 압박해왔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의 '동아시아 비핵화프로그램' 소장 Jeffrey Lewis는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적대적 발언이나 트윗들이 이미 긴장이 고조되어 있는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트럼프가 '리틀 로켓맨' 같은 조롱과 경멸이 섞인 별명을 김정은에게 붙이고 그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또 상황이 더 악화되 극심한 위기로 치닫게 되면 그런 식의 공격적 발언은 군사 공격이 임박했다는 인상을 북한에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 일(대북 선제공격)이 벌어진다면, 나는 북한이 점령 당하는 걸 피하기 위해 핵무기를 먼저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트럼프의 아시아 방문 기간 동안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시험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정치적 메시지로써 그런 도발로 "트럼프를 시험해 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날씨가 추워지면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험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정권은 정치적 주요 이벤트에 맞춰 몇 차례 도발을 감행한 적이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 때나 미국 독립기념일 전날 등이다.

트럼프의 격앙된 레토릭이 미국에서 나오는 것보다 아시아 방문 도중 나오는 게 훨씬 더 안 좋은 것인지 묻자, 그는 "전부다 나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질문이 "페스트와 콜레라 중" 하나를 고르라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Experts Urge Trump: ‘Stick To The Script’ In Asia, Don’t Provoke North Korea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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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들, “트럼프 방한·방일 반대” 항의행동

주일 미국대사관 앞서 “트럼프 NO! 침략전쟁 NO!” 집회 시위
  • 박명철 일본통신원
  • 승인 2017.11.03 15:29
  • 댓글 0
▲참가자들이 미대사관을 향해 "전쟁준비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방일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 : 박명철 통신원]

미국 트럼프 정권이 잇따른 대규모 군사연습과 노골적인 대북 공격 위협으로 한반도 전쟁위기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3일 일본 도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방한을 반대하는 집회 시위를 진행했다.

한통련(의장 손형근), 한청(위원장 김승민), 민주여성회(회장 김지영)등 재일동포 단체들과 일한민중연대 전국네트워크 등 일본인 단체 대표들은 ‘트럼프 방한·방일 반대’, ‘침략전쟁 반대’ 등의 팻말과 현수막 등을 펼쳐들고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에 걸쳐 주일 미국대사관 앞에서 항의행동을 벌였다.

▲행진을 가로막는 경찰과 맞서는 참가자들

이날의 항의행동은 삼엄한 경계태세에 있던 경찰 100여명이 길을 가로막아 실랑이 끝에 대사관 근처에서 트럼프 정권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한통련 손형근 의장과 일한민중연대 도마츠 가츠노리씨가 인사했다. 손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와서 미일동맹 강화와 대북 침략전쟁을 준비하고 한국에 가서도 전쟁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핵폭탄 투하 훈련뿐만 아니라 전략폭격기 B-1B 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다”면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버리고 긴장감을 가지고 전쟁반대, 북침전쟁반대, 핵전쟁반대, 트럼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 올리자”고 강조했다. 그리곤 “우리가 여론을 확대하는 돌파구가 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오늘의 대사관 항의활동과 내일의 촛불시위를 전개하자”고 참가자들에게 힘줘 당부했다.

▲한통련 대표가 항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앞으로 보내는 한통련의 항의문을 송세일 부의장이, 재일동포와 일본인 110개 시민사회단체의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일한민중연대의 도마츠씨가 차례로 낭독했다.

한통련은 항의문에서 트럼프의 방한, 방일 목적이 “실질적인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강화와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도 포함한 침략전쟁 준비를 완성시키려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것은 우리 민족을 멸망시킬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도 전화를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통련은 또 미국의 일방적인 핵위협에서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핵 미사일 개발로 대항하는 북한에 대해 ‘완전 파괴’, ‘군사 옵션’ 등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발언으로 대결을 부추기면서 대북제재와 압박, 최첨단 무기를 도입한 대규모 한미합동 해상군사연습으로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한미 양 정부의 대미협조 노선, 동맹중시 자세를 최대한 활용하여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기동화와 강화로 대북 포위망에 의한 북한 압살을 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사실상의 준전시상태라고 볼 수 있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북미관계의 진정한 해결책이며 한반도의 항구 평화실현의 길”임을 트럼프 정권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이 미대사관을 향해 "전쟁준비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방일 반대"를 외치고 있다.

재일동포와 일본인 110개 시민사회단체들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과 미일 정상회담은 미일 전쟁동맹 강화와 2차 한국전쟁의 위험을 가속시킨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북한의 위협’을 선동하고 있으나 이것은 잘못된 것이며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해온 것은 바로 미국이며 이러한 군사적 압박이 북의 핵 미사일 개발로 향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을 추종하는 아베 정권에 대해선 한반도 긴장을 부추기며 ‘전쟁할 수 있는 나라’ 만들기를 추진해왔을 뿐 아니라 군비 대확장정책, ‘공모죄’ 강행 성립, 헌법 9조 개악을 하려는 상황이라면서 “아베 정권에게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평화로운 환경을 구축하려는 의사는 찾아볼 수 없다”고 단정하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더불어 “국교정상화를 목표로 합의한 북일 평양선언에 따라 대북 적대정책을 전환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대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미대사관의 성조기가 보인다.

트럼프 방한·방일 반대 항의단은 미국대사관을 향해 “전쟁준비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방일 반대”,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 중단”, “대북대화 협의 개시와 평화협정 체결” 등 구호를 거듭 외쳤다.

항의행동 참가자들은 이날 발표한 항의문과 공동성명을 미국대사관에 보냈다.

한통련 등은 또 오는 4일 오후 5시부터 도쿄 신쥬쿠 번화가에서 트럼프 방한·방일 반대, 침략전쟁반대 촛불시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통련 대표가 항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NO! 침략전쟁 NO! 트럼프’ 조끼를 입는 참가자들
▲미대사관을 향해 행진하는 참가자들
▲일한민중연대전국넷워크 대표가 110단체 공동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박명철 일본통신원  minplus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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