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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빨개지는 아이

 의도하지 않게 다른 사람에게 책을 선물받게 되면 내 손에는 거의 장자끄 상페의 책이 들려온다.

아마 상페의 책이 그렇게 심오하지도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점이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할 때 상대가 부담감을 느끼게 하지 않게 하는 것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상페가 다루는 글의 내용이 사랑, 우정과 같은 것들이기 때문일지도...

내게는 이 두 가지 이유와 함께 불어를 전공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그의 책들을 접하게 된 까닭이 더 크지만... 

 

 내가 상페의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내 블로그 제목이기도 한 "속깊은 이성친구"를 통해서였다.

상페의 책이 가진 묘미는 처음엔 5분만에 단숨에 읽어내려가지만, 나중에 심심할 때 즈음 다시 글을 읽어보면 사뭇 다른 의미들로 다가오는 것. 순간순간 스케치해 놓은 데생을 보는 것이 한 편이 시집을 두고두고 보는 것과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은 상페의 책이 가진 묘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는 기분이 좋으면 멍멍하고 짖는다.

화가 났을 때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짖지.

너는 감정의 미묘한 차이를

나타내는 데 많은 한계가 있어.

네가 표현할 수 있는 뉘앙스는

별로 많지 않아. 하지만 나는

너와 달라. 기분이 좋을 때,

나는 그 좋은 기분의 미묘한 차이를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어.

싱긋 거리거나 껄껄거릴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엉엉 울 수도 있어.

화가 났을 때도 마찬가지야.

나는 허허 웃는 것까지 포함해서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내 감정을 드러낼 수 있어.

그 이치는 아주 복잡하고 대단히 혼란스러워. 예를 들면 이런 거야.

너는 착한 개야. 그리고 내가 개를 좋아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지.

 

그런데도, 나는 이따금 네가 고양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  

속깊은 이성친구 중에서

 

 

지극히 소시민적인 삶, 그리고 그 안에서 느끼는 사랑, 우정, 인간관계와 같은 것들

난 상페의 글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다만 읽고 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그가 그리는 그림 가운데 작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읽혀지는 현실이 있다는 점이다. 아마 그게 리얼리즘의 묘미이기도 하겠지.

 

 

                           -Walk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

까미유와 르네 라토처럼 나도 그런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아니다. 어쩌면 난 이미 만났을지도 모른다.

몇 시간이라도 아무 말없이 앉아만 있어도, 같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다른 어떤 말도 필요없는.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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