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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랑에 관한 이야기-브로크백 마운틴

   바람이 세차게 불던 일요일 오후, 간만에 영화를 봤다. <브로크백 마운틴>. <왕의 남자>가 오백만을 돌파한다는 예측이 난무할 무렵, 오백만의 대열에 합류하고자, 이미 영화를 본 선배를 졸라 본 <왕의 남자>이후 올해 들어 본 두 번째 영화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1963년 로키 산맥 어딘가에 자리 잡은 브로크백 산을 배경으로 두 젊은 카우보이, 에니스와 잭의 만남을 시작으로 한다. 그리고 20여 년간 계속된 그들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다.

  

  에니스는 잭에 비해 과거의 유령같은 기억과 가족의 부양 의무라는 현실의 사슬에 얽매여 사는 인물이다. 그에겐 가난으로 인해 가족 공동체가 파괴된 경험이 있고, 과거의 기억 속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성기가 뽑혀 죽은 시체를 본 경험이 유령처럼 깊게 자리잡아 하나의 두려움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삶에서의 선택의 순간에 부딪힐 때 늘 현실에 안주하는 선택을 내리고 고통스러워한다. 에니스가 자신의 마음 속에서 갈구하는 사랑을 깨닫고,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은 영화에서 보여진 그의 성격만큼이나 잔잔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에니스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을 맹세하기까지의 과정은 잔잔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이나 깊은 감동을 선물해준다. 동성애와 관련된 영화라는 사전 정보 이외에 아는게 없던 나는 약간의 충격과 적지 않은 감동을 받으며 극장에서 나왔다. 한편의 로맨스를 보고 난 후의 느낌. 사랑과 삶에의 안타까움은 늘 심장을 울린다.

 

 

 


♪ 엔딩곡 ♪

 

One more chain I break, to get me closer to you

나는 당신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사슬을 하나 더 끊지만


One more chain does the maker make, to keep me from bustin' through
신은 내가 끊어버리지 못하게 사슬을 하나 더 엮지

One more notch I scratch, to keep me thinkin' of you

나는 너를 잊지 않도록 사랑의 상처를 하나 더 긋지만


One more notch does the maker make, upon my face so blue
신은 내 얼굴에 그늘이 지도록 상처를 하나 더 긋지

Get along little doggies get along little doggies
보잘 것 없는 것들이여 살아가자


One more smile I fake, 'n try my best to be glad

나는 한 번 더 가장 기쁜 것처럼 거짓 미소를 지어보지만


One more smile does the maker make, because he knows I'm sad

신은 내가 슬프다는 것을 알기에 나를 미소짓게 만드네

Oh Lord, how I know

오 신이여 제가 어떻게 아나요


Oh Lord how I see that only can the maker make a happy man of me
오 신이여 오직 당신만이 제 행복을 쥐고 있다는 것을 제가 어떻게 아나요

Get along little doggies get along little doggies, get along
보잘 것 없는 것들이여 살아가자 살아가자

 



 때론 충동적이지만, 결코 일시적이지는 않은 사랑

  동성애에 대한 내 경험의 시작은 고딩 시절 하이틴 소설을 대체해 자리잡은 순정만화 가운데 동성애를 소재로 했다는 이유로 19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만화였다. 한껏 예쁜 남자들이 등장해서는 사랑하는 미화된 이야기에 익숙한 나에게, 근육이 울퉁불퉁한 카우보이들의 갑작스런 섹스 장면은 다소 거칠고 충동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약간의 충격은 기존의 내 인식 속에 존재했던 미화된 동성애에 관한 관념이 깨진데서 발생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생각의 틀을 깨는 묘미를 선사한 이 영화는 주인공의 설정에서도 나타났다. 양치는 카우보이. 으레 카우보이하면 황무지를 배경으로 총을 쏘아대거나 소를 타면서 손수건을 돌리는 모습을 연상하곤 했다. 왜 이빨 어딘가엔 금니 하나가 번쩍거리고 있을 듯한 그런 이미지 말이다. 그런데 푸른 초원과 만년설을 아우르는 브로크백 산을 배경으로 하는 양을 치는 카우보이는 익숙하지 않은 수준을 넘어 신선했다.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낯선 사랑. 영화는 관객에게 사랑은 그것이 이성간이든 동성간이든 상관없이 섬광처럼 빠르고도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때론 충동적이지만 결코 일시적인 것은 아닌 그런 사랑을 말이다.

 

돌아가고 싶은 기억 속의 공간 -브로크백
  브로크백 산은 부유하지 않은 두 젊은이에게 노동의 공간으로 양떼 방목은 생계 수단이다. 그러나 이 공간에서의 삶은 에니스와 잭이 방목을 끝내고 돌아간 시내에서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이었다. 브로크백에서의 삶은 스스로에게 거짓없는 자연스러운 삶이었으며, 서로에게 진실한 공간이었다. 답답하고 불투명한 이미지로 그려지는 현실과는 달리, 브로크백은 녹색과 푸른색 그리고 흰색이 적절하게 조화된 맑은 이미지로 비춰진다. The force of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이 영화가 주인공인 에니스가 성 정체성을 깨닫는 과정이 결국 삶에의 선택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삶에서 순간의 선택에 늘 두려워하고 현실에 주저앉던 에니스가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맹세한다"고 이야기 하는 장면에서 꽤 감동받았다. 이 영화가 진부한 사랑이야기가 아닐 수 있었던 까닭은 사랑의 대상이 동성간 사랑이라는 점보다 삶에 대한 선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나 할까마지막까지 내 뇌리속에 박힌 장면은 포옹하는 두 사람의 표정이 너무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어서 영화를 보는 나까지 행복하게 만들던 장면들.
그리고 마지막 장면과 엔딩곡이 몇 컷의 이미지와 음상으로 내 기억 속에 꽤 오랫동안 박혀있을 것 같다.

 

 

 

 

 #1. 잭의 시선으로 영화 살펴보기
 에니스를 처음 만난건 브로크백 산에서 양떼 방목을 하기로 한 때부터이다. 브로크백 산은 만년설로 뒤덮여 초원과 눈이 기이하게 어우러진 공간이다. 에니스와는 이 공간에서 서로 공통점이 별로 없음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터놓는 친한 친구가 됐다.
 에니스가 털어놓는 과거의 기억은 현재 그의 삶에도 영향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가난은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었고, 그에게 가족의 구성은 하나의 의무처럼 작용한다. 그에겐 현재 약혼자가 있고, 예정대로라면 양떼방목이 끝나고 12월엔 결혼을 할 것이다. 그의 어릴 적 경험 속에는 아버지가 보여준 동성애자의 성기를 뽑아 죽인 시신이 유령처럼 기억 속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데, 그에겐 하나의 두려움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섬광처럼 갑작스럽게 그와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양떼 방목을 하는 동안 에니스와 행복했지만, 방목 생활이 끝나는 때 즈음 에니스는 지난 일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인다. 에니스와 다투고 산을 내려와서 우리는 인사를 하고 그렇게 헤어졌다.
 난 로데오 경기에서 만난 부잣집 딸인 로린과 결혼했지만, 장인은 날 싫어해 이혼만 하면 위자료를 원하는데로 준다고 한다. 에니스와의 추억이 기억나 그의 주소를 알아내 엽서를 보냈다. 그를 4년만에 만나게 되는 것이다.

 

 

# 2. 알마의 시선에서
 5년 전이었다. 남편인 에니스는 잭이라는 친구에게서 엽서를 받고는 친구를 집으로 초대했다. 친구를 반갑게 맞이하겠다고 집 앞으로 나간 남편을 창문으로 본 나는 순간 정신을 잃을 뻔 했다. 남편이 친구와 키스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날 이후 남편은 낚시를 핑계로 잭을 만나고 있다. 그 장면은 그저 내가 오해했기를 바라면서, 낚시 도구에 힘내라는 쪽지를 달아놓았다. 나는 남편이 가정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낚시에 돌아온 남편에게 물었다. 잡아온 고기는 어디에 있냐고. 그는 그냥 먹었다고 대답했지만, 내가 달아놓은 쪽지와 낚싯대는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대로 있다. 에니스가 나에게 사실을 털어놓기를 바라며 5년을 참아왔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3. 에니스의 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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