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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0/05/30
    심상정은 내 돈 물어내라!(2)
    구르는돌
  2. 2010/05/28
    이런 제기랄!!!
    구르는돌
  3. 2010/05/26
    지방선거 정국에 대한 메모
    구르는돌
  4. 2010/05/26
    주대환, <대한민국을 사색하다>(13)
    구르는돌
  5. 2010/05/25
    [발췌독]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中
    구르는돌
  6. 2010/05/21
    MBC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 후기.(3)
    구르는돌
  7. 2010/05/19
    MBC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후기.(4)
    구르는돌
  8. 2010/05/16
    지방선거 후 진보신당은?(2)
    구르는돌
  9. 2010/05/14
    진보신당의 답답한 짓거리...(6)
    구르는돌
  10. 2010/05/08
    대학 구조조정 고민중...
    구르는돌

심상정은 내 돈 물어내라!

이렇게 추잡스러운 제목을 달게 되다니... 내 자신이 다 비참해질 지경이다.

 

오늘, 원래 난 토익시험을 보러갈 계획이었다. 원서비 39,000원.

그런데 어제 밤 자정을 넘겨 1시 40분에 잠들었고, 7시에 일어나 밥먹고 또다시 컴퓨터를 켰는데, 이게 웬걸... 불길한 예감은 정말 현실로 다가오는가?

 

이런 기분에 시험을 보러 가는 건 아무래도 시간낭비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정신이 딴데 가 있어서 시험지가 눈에 안 들어올 테니까...

 

뭐 나에게 경기도지사 투표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보신당의 선거운동을 위해 도움이 된 것 하나도 없지만, 다음주 수요일 어찌되었든 진보신당에 표를 주고자 했던 사람으로서 이 허탈감과 배신감, 모욕감은 씻을 수가 없다. 설령 심상정이 단일화를 끝까지 거부하는 다행스런 선택을 한다해도 그 감정은 오래갈 것 같다.

 

오늘 두 시. 수도권 후보들 국회에서 기자회견 있다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똑똑히 들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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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기랄!!!

미력하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한동안 연락 안하고 있던 사람 또는 별로 관심 없을 법한 사람들에게 교육감 선거 홍보 문자를 쐈다. 아, 근데... 된장... 지난번에는 번호를 1004로 바꿔서 보내서 문제 없었는데... 이번엔 깜빡하고 그걸 안했다. 제기랄!!!

 

거의 3,4년만에 문자보내는 사람도 있는데....

얼마나 황당할까?

 

아니나 다를까 한사람에게 바로 문자 왔다.

뭐 욕은 안해서 다행이긴 하지만,

갑자기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ㅠ.ㅠ

 

나 오늘 정말 안습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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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정국에 대한 메모

 

 

<반MB연대, 거품 빠지나?> (레디앙)

 

사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유시민의 지지율이 김문수를 앞지르는 걸 보고 유시민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경기도지사 토론회에 나와서 하는 걸 봐도 그 쪽에 승산이 있다고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미운놈에게 쓸데없는 기대를 좀 걸어봤건만 이건 뭐 삼일천하도 아니고...

 

위의 레디앙 기사에서도 보이듯이 소위 유시민효과, 노풍 따위는 기력이 소진한 것 같다. 언론에서 주구장창 때려대는 통에 나도 잠시 혹했는데, 하지만 생각해보면 실제 유시민효과라는 것이 존재하기나 했었는지 의문이다. 김진표와 단일화 성사 이후 반짝 반등 하면서 다른 지역 친노 후보들도 동반상승 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걸 무슨 대단한 흐름이라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한명숙도 검찰 조사 결과 무죄로 나온 이후 한 차례 오세훈을 지지율로 앞선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때 뿐이었다. 검찰 조사 무죄, 0.06%차이의 단일화 승리. 이런 류의 소소한 이벤트의 생명력은 그리 오래 갈 수 없는 것. 아무래도 내가 잠시 혹했던 유시민의 말빨 개인기도 전체 판세를 뒤집기에는 아나쑥덕일 뿐인듯 하다.

 

이게 야당들에서 항변을 할 법한 '북풍효과'냐 하면, 위 기사가 말해주듯이 별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김문수의 지지율은 여전히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유시민의 지지율만 떨어진 것. 한명숙도 마찬가지.

 

그러나 주목해 볼 것은 유시민과 함께 지지율이 상승했던 충남의 안희정과 경남의 김두관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점이다. 최근엔 2위 후보와 10%이상 격차를 내기도 했다. 유시민, 한명숙에겐 없지만 이들에게 있는 것은 무엇일까? 기사에 따르면 이 둘은 해당 지역의 밑바닥 민심을 자극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안 후보 캠프는 ‘충남을 대표하는 전국적인 지도자를 키워야 한다’는 호소가 먹히고 있다고 말한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25일 “영남과 호남이라는 큰 세력 사이에서 2인자 전략을 추구해 왔기 때문에 충청은 항상 3등밖에 할 수 없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세종시 정책이 바뀌는 등 부침이 심했다”면서 “2등 전략을 포기하고 큰 인물을 만들자는 논리가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나라당 독주에 대한 견제 심리를 자극하는 데 주력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15년간 이 지역 자치단체장을 독점해 도정이 견제가 없었고, 경북 출신 대통령이 등장한 뒤 4대강 공사 수주 등에서 경남 기업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소외론’이 컸다”며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는 지역주민들의 바람이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국민일보 5/25)

 

내 생각엔 위 기사는 안 후보에 대한 분석은 정확한 것 같다. 말하자면 그는 충청도식 지역주의를 자극한 것이다. 어차피 한나라당 빼고는 다 세종시 원안 사수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당과 차별화하려면 그 동안 김종필로부터 이어져 내려와 지역 토호당을 자임했던 선진당의 약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하지만 김두관에 대한 분석은 뭔가 부족하다. 한나라당 독주 견제 심리 자극은 김두관 뿐만 아니라 모든 야당 후보들이 노린 바인데, 왜 김두관에게만 통하나? 오히려 그가 진정 '노무현의 길'을 걸은게 주효했다고 봐야 한다. 바보소리 들으면서도 연거푸 부산에 출마하던 그 뚝심(?)!! 지난 몇 차례 총선에서도 김두관은 이 지역에 출마해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그래도 또 나왔다. 그게 지역주의 타파든 뭐든 간에 한나라당 텃밭인 이 지역에서 그 정도의 뚝심을 밀어붙인데 대한 지역민들의 보답(?)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보자면 유시민도 이번에 카메라 몇번 더 잡히겠다고 수도권으로 올라갈 게 아니라, 스스로 약속한대로 대구시장 선거에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방물장수 기질을 못 버리고 또 카메라를 쫓아갔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                     *                     *

 

 

어쨌든 그건 그렇고, 민주당의 북풍 맞공세는 아무래도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 같다. 다음 기사가 현재 민주당이 똥줄타는 모습을 잘 표현한 것 같은데, (<2002 연평해전, 2010 천안함 ... 한나라당 두 얼굴>(프레시안)) 사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이런식의 '안보무능정권'이란 공세가 한나라당에 타격을 줄 것 같진 않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안보'라는 키워드는 보수파의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계속 천안함 사태에 맞대응 하겠다고 '안보'키워드를 꺼내면 꺼낼수록 선거 전략은 어그러질 것이다. 처음부터 이들에게 선거기조가 있었는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무상급식 열풍 이후 나름 급식과 보육을 중심에 놓고 복지를 강화하는 것에 선거전의 키포인트를 잡아왔다. 그런데 '우리가 더 안보 잘 한다'는 식으로 가면, 한나라당은 그것에 맞대응 하기 위해서 강경대응에 더 목소리를 키울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번 선거에서 천안함 사태와 '안보'는 완벽한 블랙홀이다.

 

그렇다고 북풍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야당이 처한 곤란한 상황이다. 지금과 같이 남북간에 벌어지는 치킨게임을 최소한 '보류'라도 시킬 수 있는 논리는 거대 양당 모두가 목소리를 높이듯이 '안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의 논리에 있는 것인데, 누구도 이를 '전쟁 날 것 같다'는 불확실한 공포에 사로잡힌 대중 정서를 붙잡을 수 있도록 여론지형 상에 실물화시키지 못한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진보신당은 또 안습이 되어버렸다. 반MB와 선을 긋고 독자행보를 해 나가려는데 천안함 사태때문에 이른바 '범야권'이 벌여놓은 비상시국회의라는 판에 또 들어가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다. 여기에서도 진보신당의 기조 중 하나인 '평화'의 내용이 잘 드러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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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환, <대한민국을 사색하다>

 

 

오랜만에 서평.... 이라기보다는 몇 가지 코멘트를 달을 수 있을 만한 책을 읽었다. 주대환의 글은 예전에 그가 우파 잡지 <시대정신>에 기고했다고 하여 논란이 된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와 좌파의 진로"(좌파는 대한민국을 긍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유명한...)를 대충 보고, "이건 뭥미?" 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어제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하여 심심하던 차에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예전에 서점에서 대충 본 적이 있긴 한데,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어제는 그냥 훑어보던 중에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그만 부르자>(131쪽)라는 아주 도발적인 제목을 발견하고 읽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사실 나도 요즘 비슷한 고민으로, 어지간하면 앞으로 '동지'나 '민중'같은 단어는 쓰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그의 말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하 임진곡)과 같은 민가나 '동지', '민중'하는 단어들은 "그 곡조와 가사의 지나친 비장함은 일상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아 어색하고, 그 정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낯설고 닫혀 있다는 느낌을"(132쪽) 주기 때문이다. 이제 껍데기만 남은 '운동권 하위문화'와는 단절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좀 하고 있던 터였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부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이 꽤 있기도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1.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말자?

 

그에 따르면 우리가 80년대적 운동권 동창회 정서를 버리지 못하면 이른바 '토종좌파'(그는 칸트적인 합리주의적 사고를 버리고 경험주의와 실용주의에 바탕을 둔 사회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토종좌파'라는 말로 개념화한다. 그가 대표적 토종좌파로 칭찬하는 사람이 제주대 이상이 교수다.)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이 토종좌파라는 말이 한국적인 정세와 조건에 맞는 운동을 하고,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집단을 말하는 것이라면 나는 그의 말에 백번 동의한다.

 

하지만 그게 '임진곡'을 버려야 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그는 노무현 정부때 이 노래가 청와대에서 불려졌다는 말을 듣고, 이런 자유주의자들과 같은 부류로 엮여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여 '임진곡'을 부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런 이유라면 오히려 나는 더 열심히 임진곡을 부를 것이다. 그가 그렇게 애타게 찾는 한국적 '토종좌파'는 단순히 맑스-레닌의 교조주의에 빠져있지 않다고해서, 외국이론에 심취해서 현실을 보는 눈을 갖지 못하는 먹물적 근성을 버린다고만 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게 아니다. 철저하게 우리의 지난 저항운동의 역사에 근거해야만 한다. 그 스스로가 그것으로부터 절대적 영향을 받았을, 518을 잊고서는 우리는 앞으로 어떤 진정한 의미의 저항운동도 시작할 수 없다. 518에 대한 해석이야 다를 수 있지만, 그 저항현장의 상징인 노래를 폐기하자고 하는 것은 감정적인 대응일 뿐이다. 물론 나도 그로부터 연유한 운동권 하위문화가 얼마나 심각하게 운동 전반의 개방성과 유연성을 질식시켰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80년대 저항운동이 앙상한 운동권 하위문화로 귀결된 것이 유일하거나 필연적인 경로는 아니었다. 설령 그렇다 해도, 우리는 이미 그렇게 형성되어져 버린 조건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인간은 자기 자신의 역사를 만든다. 그러나 자기 마음대로, 즉 자신이 선택한 조건들 속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주어진, 물려받은 조건들 속에서 만든다. 모든 죽은 세대들의 전통은 마치 악몽처럼 살아 있는 세대들의 머리를 짓누른다."(맑스, <루이 보나빠르뜨의 브뤼메르 18일>)

 

 

2. 토지개혁 때문에 대한민국의 출발은 진보적이었다?

 

우리는 지난 저항운동의 역사가 남겨놓은 한계와 가능성을 명확히 하고, 그 가능성을 중심으로 계승해 나가야 겠지만, 그렇다고 맘에드는 것만 골라서 이어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면에서 여운형과 조봉암을 치켜세우며 "대한민국은 진보적인 시대에 건국되었다"라고 말하는 것은, 일찍이 그 어디서도 보지 못한 역사에 대한 '편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두 명의 훌륭한 정치인이 해방을 전후하여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이었고, 시대를 앞서나간 인물이란 점에는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실제 이들이 현재의 대한민국 '체제'를 긍정적으로 형성하는데 얼마나 큰 공을 세웠느냐 하는 문제로 오면 그리 대답할 만한 게 없다. 실로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포부를 채 펼쳐보지도 못한 채 타살되었고, 그러니 그들이 역사에 남긴 것은 말과 글, 즉 '사상'뿐이다.

 

주대환의 말대로 해방 직후 유력한 정치인(김일성, 박헌영, 여운형, 김규식, 김구, 이승만) 중에 좌우 양극단의 두 사람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타살되면서, 한반도는 사실상 극우와 극좌의 나라가 되었다. 적어도 50년대 남한은 '이승만의 나라'라고 할 수 있을텐데, 토지개혁 하나만 가지고 이 나라가 조봉암의 업적 위에 세워졌다고 말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해도 비약이 너무 심하다. 이에 더해 (그것이 북한과의 체제경쟁 과정에서 출현한 정책이었다는 점을 제외한다해도) 토지개혁을 현재 대한민국 체제의 출발점으로 삼으려는 논의는 문제가 많다. 이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주대환은 자신이 아무리 신좌파를 외치고 다녀도 구좌파적 사고방식, 즉 단계론적/진화론적인 사고방식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여진다.

 

그는 남한의 토지개혁을 치켜세우면서, 그것은 집단농장으로 전락한 중국 공산당의 토지개혁이 아니라 79년 덩샤오핑 체제 하에서 실시된 토지개혁이 남한의 그것과 견줄만 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농민들에게 자기 소유의 땅을 쥐어주고 "모두 부자가 되라!"라는, 우리나라 모CF의 "부자 되세요~"와 견줄만한 지상명령을 제시한다. 이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黑猫白猫)론으로 잘 드러나는데, 이것을 보통 중국의 자본주의로의 전환에 있어 첫 기점으로 삼는다. 주대환에게 이것은 한국의 토지개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시 말하자면 건국 당시 대한민국은 소농의 나라였습니다. 토지 개혁으로 조그만 땅뙈기를 갖게 된 수많은 자영농민들의 자발적 중노동과 창의력이, 그 말릴 수 없는 교육열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경제 발전의 기적을 만든 에너지의 원천입니다."(226쪽)

 

정리하자면 중국이나 한국이나 모두 토지개혁을 통해 자본주의로의 발전과 번영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것이고, 대한민국은 이런 '위대한 유산'을 바탕으로 낡은 NL과 PD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사회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보면 제2인터내셔널 당시 자본주의의 성숙이 자동적인 사회주의로의 진화로 나아가게 한다고 말한 일부 '정통 맑스주의자'(주대환이 따르는 베른슈타인류나 그가 반대하는 스탈린류나 모두 여기에 속한다)들의 사고방식과 뭐가 그리 다른지 궁금하다. 게다가 '자발적 중노동'이라니!! 이런 식이라면 인클로저 운동 당시 도시로 내몰린 빈민들의 노동도 '자발적'이었고, 먼지 소굴 평화시장에서 어린 여공들의 일을 대신해주기도 했던 전태일의 노동도 자발적인 것이다. 어쩌면 주대환의 생각은 작년에 광주항쟁에 대해 '선진국에서도 다 그런 과정을 겪더라'라며 통과의례쯤으로 발언했던 황석영의 관점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월러스틴이 말했듯이, 서양의 부르주아 혁명은 신흥 자본가계급의 출현이 아니라 기존 귀족계급의 '환상변신'에 의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는 '근대로의 진화'라고 보는 관점은 옳지 않다. 한국의 50년대도 마찬가지 아닌가? 조선 말기와 일제 식민지 시기에 봉건 지주였던 놈들이 반민특위를 짓밟고 자본가계급으로 '환상변신'을 했다는 것은 굳이 월러스틴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상식이 아니던가?

 

 

3. 전쟁은 '평등주의'다!?

 

나아가 내가 주대환을 다음의 인용문을 근거로 '주전론자'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또 하나의 억지일까?

 

"그리고 한국전쟁에서 두어 차례 전선이 밀려 내려오고 밀고 올라감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다니고, 월남 또는 월북함으로써 뒤섞이는 사이에 신분 질서와 귀족의 생활양식, 전통문화는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고급문화를 대중이 따라하여 전반적으로 문화적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거꾸로 모두가 어떤 가식도 핑계도 없이 노골적으로 돈과 힘을 추구하는 천민이 된, 위대한 천민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 ...) 그리하여 대한민국은 평등하기 때문에 위대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천민자본주의의 나라, 대한민국이 평등하다니요? 그렇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건국 당시 대한민국은 평등했습니다. 세상 모든 사물의 평가는 상대적입니다. 건국 당시의 대한민국이 평등하다는 것은 절대적인 평가가 아니라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입니다." (222-3쪽)

 

한국전쟁이 기존의 신분관계를 청소해서 대한민국은 모두가 천민인 나라, 평등한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원래 자본주의 자체가 천한 것이니 한국식 천민자본주의가 부끄러울 이유도 없고, 지금의 대한민국 발전을 이끌어 온 엄청난 교육열도 이 '천민적 평등주의'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위대하신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팔할이 전쟁이었다. 오 전쟁이시여~ 뭐 이런건가?

 

이런 식의 주장은 사실상 종말론적으로 읽힌다. 모든 것이 파괴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새로 지을 수 없다는... 그렇다면 우리는 세계대전이 전지구적 경제성장의 기회를 가져왔다고 말하는 제국주의자들의 주장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이것을 앞에서 지적한 그의 '자발적 중노동'이란 표현과 연결해 생각해 보면, 전쟁으로 피폐화된 상황 속에서 한국은 근대적 평등주의의 사상적 기반을 얻었고, 이로써 근대화의 발판을 만들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이 일제의 식민통치와 세계대전 참전이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뉴라이트의 역사관과 어떤 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인가? 이런 식이라면 현재 전쟁을 겪고 있는 중동지역 시민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탄을 축복의 폭죽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인가?

 

 

4. 여전한 남의 것에 대한 맹목적 추종

 

이에 대해 나의 과잉해석이라고 말한다면 인정하겠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받아들일때 한 쪽 눈엔 블라인드를 쳐버리는 습관은 여기서 그치는게 아니었다. 이를테면 "마찬가지로 뒤집어 보면, 한국이 OECD에 가입했다는 사실 역시 때로는 고맙습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충분한 준비 없이 졸속하게 OECD에 가입해서 구제금융을 받아야만 하는 외환위기를 초래했다고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건 맞습니다. 그러나 과연 OECD가 한국의 가입 조건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엄두를 내었겠습니까?"(230쪽) 같은 구절 말이다.

 

한국 정부가 언제부터 그렇게 국제기구의 말을 잘 들었다고 공무원노조 탄생의 공을 OECD로 넘기는지 알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주대환은 자기가 그렇게 부르짖는 '토종 좌파'로서의 자질이 매우 부족하다. 그는 대한민국을 긍정하자고 말하면서도 그 근거를 대한민국 내부가 아니라 항상 외부에서 찾는다. 대한민국 최초 헌법이 가장 선진적인 민주주의 제도를 받아들인 결과라는 것도 사실상 서구문물에 대한 찬양이다. 그가 여운형, 조봉암을 존경하는 이유도 그들이 서구식 민주주의를 신뢰했기 때문이다. 페이비언 사회주의자들을 좋아하는 것도 그들이 '서구적' 국가관료제도를 신뢰했기 때문이다. 그는 식민지 시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저항운동의 역사 속에서 피어난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의 모조품으로서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것이다.

 

진보신당 상상연구소의 장석준은 주대환의 이런 주장을 두고 역사 속에서 어떤 기원적 사건을 찾고 그것으로부터 정통성의 계보를 작성하는 것은 전형적인 주자학자들의 역사관인데, 주대환의 주장이 딱 그 꼴이라고 비판했다. (장석준, <진보좌파에게 대한민국은 무엇인가?>, 시민과세계 2008 하반기호) 여기에 덧붙이자면 주대환은 한국 땅에서 한 번도 자리를 잡은 적 없는 서구형 민주주의/복지국가를 대한민국 정통성의 기원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대한민국을 긍정해야 한다면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 그리고 이는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3.1운동으로부터 시작된 수많은 대중들의 저항행동에 근거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긍정해야 한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장석준이 말하듯이 "민주공화국을 위해서 대한민국을 넘어서야"한다. 그런 방향으로 우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다시 써내려가야 한다.

 

 

 

 _______________

 

 

사실 이런 글을 읽는 것은 나로서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앞서서 운동했던 대표적인 분이 이렇게 매력없는 글로서 사람을 실망시키니 후배의 마음은 찢어진다. 한 논평자의 말처럼 주대환의 이런 선회는 이미 90년대초 '신노선'을 선언할 당시의 선택이 "주어진 선택지들 중에서 선택한 무엇이 아니라 '더는 이대로 돌파할 수 없는 한계선'을 맞닥드리며 어쩔 수 없이 포기하며 좌파에게 남은 기획을 '새로운 기획'이라 믿고 또 다시 헌신해온, 좌파의 총체적 위기와 기획의 빈곤 위에서 싸워온 우리 운동과 우리 자신의 현실적 자화상"(최윤식, "사민주의가 대안일 수 없는 이유", 레디앙, 08.09.08)인 것처럼 예정된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어차피 좋든 싫든 주대환류의 역사적 효과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우리의 미래도 이렇게 예정되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가 '운동의 혁신'이란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난 운동의 결과들과 단절을 선언하는 것 밖엔 길이 없지 않는가?

 

부탁드린다. 어린 놈이 더 이상 이런 절망스러운 결론에 다다르지 않도록 선배님들이 지난 운동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를 좀 더 성실하게 해 주시기를... 그래서 그것이 '대안사회'로 불리든 '진보한국'으로 불리든, 그것을 이뤄나가는데 미력한 지성을 보태는데 망설일 이유를 만들지 않게 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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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독]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中

예를 들면 나는 어느 때 눈보라가 치는 밖에서 철로 위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노동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 몸이 너무 얼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는 열심으로 철로에 자갈을 쳐넣고 있었다. 순간 나는 숨을 돌리기 위해서 일을 멈추고 허리띠를 늦추려고 했다. 그 순간 운 나쁘게 감시병이 나를 보고 있었다. 물론 나는 위법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나에게 있어서 -- 이미 증대해진 무감동에도 불구하고 -- 고통스러운 것은 무슨 설교도 아니었고 매질도 아니었다. 이 감시병은 간신히 인간의 모습을 상기시키는 이 말리 빠지고 누더기를 걸친 인간에게 조소의 말조차 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는 시부렁거리며 땅에서 돌멩이 하나 줍더니 나를 향해 던졌다. 마치 무슨 동물에게 던지듯이. 구타를 당할 때 제일 고통스러운 것은 구타에 따르는 조롱이다. (48p)

 

 

 

직접 생명 유지에만 집중한다는 심리적인 상태와 필요성의 압력 밑에서는 전 정신생활의 현상이 원시적인 단계에까지 끌어 내려진다는 것은 용이하게 이해할 수가 있다. 따라서 죄수 가운데 정신 분석에 흥미를 가진 동료는 때때로 수용소에 있어서의 인간의 퇴행에 대하여 즉 심리적 생활의 보다 원시적인 단계로 돌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말하고 있었다. 이런 소망이나 노력의 원시성은 죄인의 전형적인 꿈에 있어 분명했다. 수용소의 죄수가 자주 꾸게 되는 꿈은 어떤 것일까? 죄수는 빵이나 과일이나 담배나 따뜻한 목욕탕 등을 꿈꾸는 것이다. 가장 소박하고 원시적인 욕구 충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 가장 원시적인 소망의 꿈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그가 잠이 깨어 다시 수용소의 현실에 직면하고 그리고 꿈에서 그리던 화녕오과 수용소의 현실과의 놀라운 콘트라스트를 느꼈을 대 꿈이라는 것이 꿈을 꾼 사람에게 어떤 기분을 안겨 주는 가는 상상 밖이었다. 아뭏든 나는 다음과 같은 일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날 밤, 나는 내 곁에 자고 있던 동료가 분명히 놀라운 악몽 때문에 큰 소리로 외치면서 딩굴고 있는데 잠이 깨었다. 나는 원래 어떤 불안한 망상 관념이나 어떤 꿈에 나타나난 것으로 해서 괴로와하는 인간에 대하여 특별한 동정을 느끼는 인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처음에는 이 가련한 악몽으로 괴로와하는 친구를 막 흔들어 깨우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나의 행동에 깜짝 놀라 흔들어 깨우려고 뻗었던 손을 도로 오무렸다. 왜냐하면 그 순간 어떠한 꿈도 이를테면 가장 무서운 꿈이라 할지라도 수용소에서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현실에 비하면 아직도 낫다는 것이 강렬하게 나의 의식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54-5pp)

 

 

 

영양 부족의 결과 수용소 생활에 적응한 제2단계의 죄수의 원시적충동성은 식욕을 의식의 면전에 드러내 놓았으나 다른 한편 영양 부족은 성욕이 일반적으로 없어졌다는 사실까지도 무서울 정도로 설명해 줄 것이다. 최초의 자극적인 시기를 제외하면 남성의 집단 학대 속에 있어서의 심리학자의 눈에는 다음과 같은 일이 쉽사리 밝혀졌다. 즉 다른 장소(이를테면 군대 생활)에 있어서의 집단생활과는 반대로 이 곳에서는 남자들끼리의 성적 장난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죄수의 꿈에서까지도 성적인 내용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 정신 분석의 의미에 있어서 '목적을 저지당한 노력'이, 곧 사랑에 대한 깊은 동경이나 보다더 자상하고 높은 요구가 꿈 속에서 자주 나타났던 것이다.  (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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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 후기.

서울시장 토론회는 11시 15분에 시작했는데도 끝까지 보는데 졸려 죽는 줄 알았는데, 경기도지사 토론회는 아예 12시 30분에 시작을 하더라. 뭐 어젯밤에는 그래도 그렇게 피곤하지 않아서 제대로 집중하고 보긴 했는데, 이렇게 늦은 시각에 하면 누가 토론회를 보나... 어제 했던 '후+'같은 프로그램은 그냥 하루 쉬고 토론회를 일찍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여하간에...

어제 토론회는 인정하기 싫지만, 유시민의 판정승이다. 유시민이 TV토론회에 나와서 얘기하는 걸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더라. 그래, 대한민국에서 이빨까는건 니가 짱이다!!

 

아쉬운건 심상정이다. 물론 심상정 자리에 한명숙 같이 얌전빼는 후보가 와서 앉아 있었으면 유시민-김문수 양자대결 구도에서 쩌리신세를 면치 못했을 판인데, 심상정은 나름 적제적소에서 김문수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리며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아, 심 후보님... 그래도 토론회 나올 땐 토론진행방식에 대한 기본적인 숙지는 하고 계셔야죠..ㅠ.ㅠ 어제 토론회는 사회자도 그런 프로그램 처음 맡아본 사람 같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토론 진행도 많이 미숙했고, 후보들도 우와좌왕 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그런데 심상정의 실수는 너무 결정적인 것이었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1) 모두발언

모두발언을 보면 심 후보가 뭔가 발언을 준비해 오긴 했는데, 말하다가 까먹어서 중간에 중요한 부분을 잘라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토론시작 전에 MBC에서 준비한 세 후보의 인연에 대한 영상이 나갔는데, 그 얘길 이어가면서 여전히 그 때 신념을 유지하며 진보의 길을 가고 있는 건 자신뿐이다, 라고 말하더니 잠깐 침묵. (아마도 여기서 뭔가 중요한 말을 까먹은듯.) 그러더니 갑자기 "이번 선거는 양극화세력과 복지세력의 대결이다,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바란다"로 넘어갔다. 이 '양극화세력'이라는 규정은 '참여정부+MB정부'를 싸잡아 몰아넣는 개념일텐데, 침묵하던 그 순간에 유시민과 김문수가 사실상 제도권 정치 입문 이후 양극화라는 같은 길을 갔다는 얘기를 했어야 했다. 이 말이 빠지니 말의 앞뒤가 좀 안맞는 느낌...

 

2) 김문수 공약토론

김문수는 경기도의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경기도 전역을 30분만에 오갈 수 있는 GTX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심상정은 지금 경기도내에 지하철들이 매우 많고, 이들간의 환승 시스템을 잘 조정하면 그런 사업 안해도 충분하다고 맞받았는데, 내가 듣기엔 뭔가 말이 매끄럽게 흐르지 못하고 '그런 사업 굳이 할 필요 없다'는 쌩까기 모드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삽질하겠다는 사람에겐 삽질을 할 이유가 없으면 만들면 그만이다. 나는 김문수가 이 때 너무나 뻔뻔스럽게 CEO처럼 '사업 설명'을 하는 걸 보고 쫌 뜨악했는데, 김문수의 이런 자세를 비판하는 심상정의 방향타가 좀 어긋나지 않았나 싶다.

한편 유시민은 사실 심상정이랑 그렇게 다른 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뭔가 좀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즉 뭔가 주요한 팩트들을 나열하면서 이 사업의 공사비 타당성의 문제를 걸고 넘어지면서 무력화하는 방식이 주효했다. 그러나 끝까지 김문수는 'GTX 반대하는 사람은 당신들이 처음이다'라는 뻔뻔 모드로 나가긴 했지만...

 

3) 유시민 공약토론

이 부분에서 유시민이 정말 토론 구도를 잘 잡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여 실개천 살리기를 강조했는데, 아마 같은 진영의 한명숙이었다면 그런 구도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한명숙은 환경부 장관하면서 한나라당 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말을 한게 좀 있어서 역공의 여지가 있지만, 유시민은 자기가 직접 그런 말을 한 것도 아니어서 그런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그래서 4대강과 실개천관련 토론은 거의 난타전 수준.

그런데 여기서 심상정의 질문타임으로 넘어가는데, 분명 이 질문타임은 유시민 후보 공약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심 후보는 한나라당의 4대강 사업 비판에 몰입해 있어서 그런지 김문수 후보 비판하는데 첫번째 질문시간을 다 써버렸다. 그러니 유시민도 당황하여 "지금 저한테 질문하셔야 하는 건데..."라고 어리둥절해 하기도 했다. 물론 이번 한강 대운하 사업은 건설 토목사업에 미쳐서 그런것도 있지만, 대형 리조트를 유치하려는 것에 문제점도 있다는 꼭 필요한 얘기도 있었지만, 그 얘기는 간단히 하고 유시민 비판으로 빨리 넘어가야 했다. 사실 심상정이 한 얘기는 대부분 앞에서 유시민이 다 한 얘기다. 토론 구도상 같은 얘기 반복해 봐야 득될게 없다.

두번째 질문 기회때, 지금 야당이 4대강은 반대하지만 참여정부때 새만금을 비롯한 반환경정책을 폈다는 비판을 수경스님의 발언을 인용하여 했는데, 이건 괜찮았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 앞의 질문기회까지 이용해서 좀 더 풍부하게 깔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이 남더라... 사실 새만금 말고도 얼마나 많은가? 천성산, 부안 핵폐기장 등... 물론 유시민이 그 정책의 담당자는 아니었느니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갈 수는 있었겠지만, 어차피 그 토론회가 각 정당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나와서 벌이는 난타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여정부의 실정을 유시민에게 독박씌우는(?) 토론방식이 그리 나쁠 이유는 없었다.

 

4) 심상정 공약토론

나 스스로가 요즘 핀란드, 핀란드 해대는 유행이 그렇게 맘에 드는게 아니어서 좀 그랬지만, 토론 자체는 잘 한 것 같다.

 

5) 주제토론

주제가 '경기도 규제완화와 경쟁력 강화 방안'이었는데, MBC에서 아예 난타전을 위한 판을 깔아줬다. 워낙 유시민이 능구렁이여서 자기 입장은 '규제 완화'에 무게 중심이 가 있으면서도 김문수와의 차별점을 용케도 형성해 내는 모습이 정말 기가 막힐 뿐이었다. 하여간 이빨은...

여기서는 심 후보가 우회로를 타지 않고 정공법으로 김문수를 공략하며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유시민 자리에 한명숙이 와 앉아 있었다면 심상정이 고공 플레이하면서 둘 다 날려 버릴 수 있었을 텐데, 유시민이 워낙 판을 잘 짰다는 생각 밖에는...

 

6) 후보간 상호 자유토론

이 자리에서는 김문수의 천안함 공세가 '단연'(?) 돋보이는 자리였다. 김문수는 4번의 질문 기회를 천안함 얘기로 다 써버렸는데, 아무래도 3-40대 표는 포기한 것 같아 보였다. 어제 잠깐 공무원 아저씨들과 천안함 사태에 대해 얘기해 본 바로는 '정부에서 얘기하는데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한데 뭔가 찜찜하다'라는게 대세였다. 그 와중에 몇몇 분은 여전히 한미합동훈련 와중에 어떻게 잠수정이 레이더에 안 잡힐 수 있냐고, 정말 '상식' 수준에서 의심을 품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데 김문수의 발언은 그런 청장년층의 상식과 배치는 것이었다. 그런식의 색깔공세, 국가관 공세가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득표력 확장에는 도움을 못 줄듯 싶다.

여기서 또 심상정의 실수가 있었는데, 심 후보는 주어진 두 번의 찬스기회를 같은 얘기하는데 다 써 버렸다는 것이다. 심 후보는 김문수에게 주택정책 부재를 비판하면서 3번의 질문을 쓰고 나서 (이 부분은 참 잘 했다. 김문수의 '경기도가 집 구하기 제일 좋은 곳이다'라는 말에 아연실색 -_-;;) 남은 한번을 유시민에게 "복지정책에 신경을 많이 쓰긴 했는데 한미FTA등 그 자체로 복지를 파괴하는 정책에 대한 수정은 전혀 안 되어 있다"는 비판을 했다. 이에 유시민은 노무현의 <진보의 미래>를 인용하면서 '대통령은 진보를 이루기에 적합하지 않은 자리였다'는 말을 했는데, 심상정이 찬스를 썼을 때 공격해야 할 부분이 바로 여기였다. 대통령이 진보를 이루기에 적합하지 않은 자리였다면, 서민과 진보를 참칭하면서 대통령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거나, 그렇다면 당신들은 백날 집권해도 한나라당과 다를게 없다거나... 뭐 이렇게 직설적인 비판이 필요했는데... 갑자기 윤증현의 의료민영화 얘기를 하더니 그게 유시민이 복지부 장관 할때 다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 질문 자체야 좋았지만, 타이밍이 별로 안 좋았던 것 같고, 말을 깔끔하게 맺지 못해서 질문이 이상하게 꼬여버렸다.

그래서 뭔가 아쉬웠는지 다음번 찬스 쓸때도 또 의료민영화 얘기를 했는데, 사실 첫번째 찬스 쓸 때랑 똑같은 얘기였다. 아, 아까운 찬스 두 번을 그렇게 날려버리다니...

의료 정책 관련 토론에선 유시민이 정말 무서운 놈이란 생각을 하고야 말았는데, 지가 복지부장관 재직할때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파스모아서 생계에 보태쓰는것도 아까워서 수급권도 축소했던 놈이 경기도지사 선거 한다고, 예방 중심의 의료공급 체계라는 '안성생협'사례까지 꿰고 앉아서  심상정의 의료분야 공약을 '치료중심의, 병원 많이가게 조장하는 공약'이라고 공격했다. 심상정 또한 적절히 맞받아 치면서 빠져나갔지만, 이미 유시민 스스로가 개혁적 복지전문가 이미지를 세운것을 막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        *        *

 

 

여하간 어젯밤 토론은 근래에 보기 힘든 쟁쟁한 토론이었다. 그런 판에서 김문수는 오세훈처럼 공격형 토론을 할 여지를 만들지 못한 것 같고, 심상정은 선전했으나 유시민의 거짓 이미지 구축을 무너뜨리는데는 역부족이었던 듯 하다. 토론 진행 방식 숙지만 제대로 했어도 좀 나았을 것을....

 

그런데 어쨌든 이런 판으로 가면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젊은 층 표는 유시민이 다 가져갈 것 같다는... 아무래도 정책 상의 비교 검증이 될 수 없는 선거판이다보니 좀 상식이 있다는 젊은 층은 이빨까는 것만 보고 뽑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래 링크는 그 여실한 증거물...

 

http://yhhan.tistory.com/entry/펌-어느-진보신당-후보와-유빠-친구와의-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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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후기.

오늘 아침 출근하자 마자 진보신당 당게, 아고라, 프레시안, 레디앙, 네이버 검색 등등을 뒤져보며 어제 토론회 관련 내용들을 훑어봤다. 난 어제 토론회를 보고 사실상 노회찬-오세훈의 대결이었다고 생각하던 차였는데, 오마이뉴스 기사가 떡하니 이렇게 떠 버렸다.

 

서울시 '복지 전쟁' ... 돋보였던 한명숙-노회찬 공조

 

오마이야 그렇다치고, 프레시안도 비슷한 논조였다. (MB 찌르고, 盧 공격하고…서울시장 TV토론 '난타전') 결국 이들의 논점은 이번 토론의 주요 쟁점은 '노무현 대 이명박'의 대결이라는 것이고, 여기서 노회찬은 화려한 말빨로 한명숙을 지원사격했다는 것이다.

 

이건 원 토론회를 똥구녕으로 보지 않는 이상 이딴 결론이 나올 수 없다. 심지어 아고라에 죽치고 있는 노빠들은 노회찬이 막판까지 선거운동을 계속하면서 오세훈 때리기로 한명숙을 지원하고 결국엔 단일화를 할 것이라는 변태스런 상상들을 하고 계신다. 이거야 원 개혁 대 보수라는 자신들의 환상 속에 사로잡혀 있는 노빠들에게는 무슨 말을 해도 씨알이 먹혀들질 않는 것 같다.

 

어쨌든 어제 토론회의 순위를 매겨보자면 노회찬>오세훈>지상욱>한명숙 순이다. 중요한 것은 한명숙이 지상욱보다 심각하게 떨어지는 토론능력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건 단순히 말빨이 없다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낼 정책이 사실상 부재했고 상대방의 공격에 대한 대처가 불가능할 정도로 이전의 정치행보들이 오락가락 했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자질 없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상욱 후보는 '자율형 시민건강보험'이라는 독특한 정책(타당성에는 의문이 가지만)과, 도시공학 전문가라는 장점을 내세워 오세훈의 도시정책에 대한 그래도 '들어줄만한' 비평을 가했다.

 

한명숙의 어제 토론에서 가장 돋보였던 말은 '거짓말이다' 뿐이었다. 자기가 국제고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는 오세훈 후보의 공격에 대해 "사실 왜곡이다, 그런 거짓말 하시면 안된다"는 생때쓰기를 해댔다. 졸려서 제대로 집중을 못해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런 얘기하려고 소중한 찬스타임까지 날려먹었다.

 

반면 한명숙의 오세훈 공격은, 다음 아고라에서 5분만 죽치고 있으면 나올만한 주장과 단어를 배열해 놓은 정도의, 딱 봐도 영양가 없는 얘기들만을 늘어놓았다. 시청광장 봉쇄, 일제고사, 사교육비 증가 어쩌구 저쩌구... 그런 얘기를 하면 오세훈 입장에선 한 두번 들어본 얘기도 아닌데 당황 할리가 있겠는가? 최소한의 팩트를 바탕으로 한 공격과 비판이 없었다. 심지어 자유토론 타임에는 지상욱 후보에게 "디자인 서울 정책에 대해 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묻고싶다"라며 결정적인 뻘타를 날렸다. 지지율 2위의 유력 후보면 후보답게 그런 문제점은 전문가에게 안 물어봐도 자기가 스스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무능 무능 무능. 정말 무능한 후보다.

 

우리 누나네 부부는 성남에 사는데 매형은 이번에 유시민을 찍고 싶어하는 눈치다. 이유는 '말 잘하는 사람 뽑아야지'라는 거다. 또 우리 누나는 지난 대선때 말 잘해서 문국현 뽑았단다. 이렇게 민주진영 후보들의 주요 지지층은 '말 잘하는 사람 뽑아주고 싶어하는' 2-30대 젊은이들인데, 그런 시각으로만 봐도 한명숙은 낙제다.

 

노회찬 후보의 토론을 보면서 느낀 것은, 진보진영에게 미디어를 활용할 필요성은 바로 이런데에 있는게 아닐까라는 새삼스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노회찬식 토론의 장점은 단순한 말빨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꾸로 타는 보일러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복지가 거꾸로 간다는 얘기는 처음이다.", "루이비통 명품관을 강북에 짓는다고 강남북 격차가 해소되느냐? 강남북 부자들의 격차만 해소될 뿐이다.", "전임 시장으로부터 유산상속 받을 것을 자기 치적으로 내세우지 말라."같은 돋보이는 언변은 내가 볼땐 그냥 양념이다. 그 양념 맛이 제대로 나기 위한 알맹이가 탄탄했다. 오세훈의 실정에 대해서도 가장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공격했다. 이걸 한명숙에 대한 지원사격으로 보는 오마이와 노빠들의 의도적 착시현상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의 특화된 공약이라 할 수 있는 착한기업 우대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인센티브제 등은, 약간 상품성을 가미한 정책이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정책이었고, 이에 대한 오세훈의 비난에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주장하는 모습이 좋았다.

 

어쨌든 어제 토론회에 대한 총평은... 노회찬에게 가는 표는 미래 진보정치를 위한 씨앗은 되겠지만, 한명숙에게 가는 표는 그야말로  사표라는 것. 무슨 희망을 위해 한명숙과 민주당에게 표를 던질 것인가? 혹여나 한명숙이 당선이 되도 그건 사표다. 자신의 색깔이 없고, 정책적 확신이 없는 후보가 당선되면, 노무현이 그랬듯이 자본권력을 가진 이들의 입김에 휘둘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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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후 진보신당은?

공화주의 시민운동님의 [실망스러운 진보정당운동] 에 관련된 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결과는 사실 눈에 보이는 바. 그렇다면 진보신당은 예정된 패배의 뒷수습을 해야 할 텐데, 그 첫번째가 나는 지난 2년 반 동안의 진보신당 활동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함께 노회찬 심상정의 2선으로의 후퇴라고 생각한다.

 

평가라 함은 물론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유주의 야권세력과의 (단기적 수준을 넘어선) 연대 압력에 굴복하며 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세워내지 못했다는 점에 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사실상 1기 진보신당을 이끌어온 장본인인 두 사람이 2선으로 후퇴해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현재 진보신당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의 책임을 온전히 이 둘에게 뒤집어 씌울수는 없는 문제이겠으나, 지도부의 상징인 두 사람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 당의 새 출발을 각오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두 사람은 지금 단병호가 하고 있는 것처럼, 지역으로 내려가 다시 '씨 뿌리는 노동'에 전념해야 한다.

 

이제 진보신당은 유명인을 앞세워 당 이름 알려보려는 약은 술수를 집어던져야 한다. 어쩌면 진보신당의 패착은 지난 08년 총선때 각 지역구 후보들이 노회찬, 심상정과 함께 찍은 사진 내걸어서 홍보하던 때부터 시작된게 아닐까? 이런 작태는 사실상 국참당이 노무현 사진 박아놓고 '노무현처럼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거나, 자유선진당 후보들이 이회창과 함께 찍은 사진 같이 내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노동자운동, 진보운동이 특정인의 권위를 빌어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버리자. 이미 그게 아무 효과가 없다는 건 다 드러났다.

 

그리고 부산시당 등 민주당과 선거연대를 한 지역에 대한 분명한 징계가 있어야 한다. 뭐 징계야 자기들 당규에 따라서 줄 일이지만, 이번 기회에 분명히 민주대연합과 선을 긋는다는 분명한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 가끔 레디앙 댓글같은데서 보면, 김석준 후보의 심정을 이해해 달라, 부산에서 오랫동안 힘들게 진보정당운동을 이끌어온 김석준을 욕하지 말라 뭐 이런 내용이 보이는데, 이건 솔직히 논리상으로 보자면 재벌 총수들 비리로 구속됐을 때, 정부에서 "경제발전에 끼친 공이 크기 때문에" 사면해주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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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의 답답한 짓거리...

민주노동당의 민주당 쫄따구 짓거리가 본격화되었다. 서울의 이상규 후보는 한명숙과 단일화를 한답시고, 오늘 후보 등록을 포기했다. 이게 무슨 단일화냐? 한명숙 옹립식이지... 이 양반들은 정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는 모양이다. 정당 대 정당의 후보를 단일화 하는 거면 최소한 여론조사든 뭐든 절차를 거쳐야지... 물론 이상규의 지지율이 심각한 수준으로 초라하여 여론조사 같은 걸 하면 너무 쪽팔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걸 안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아예 정당 간판을 내려야 한다. '민주노동당'에서 '노동'이란 단어를 당장 빼라.

 

민노당이야 그렇다 치고, 문제는 진보신당이다. 이번 선거에서 인정상 지역에 출마하는 진보신당 후보들에게 표를 찍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이런식으로 닭짓을 계속하면 그 마음도 싹 달아날 판이다.

 

초반 10% 지지율을 오가던 노회찬, 심상정 등이 최근 단일후보 바람에 밀려 1~3%대로 지지율이 밀려났다는데,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이건 온전히 자신들이 자초한 일이다. 오늘도 보니 심상정은 정책경쟁하면 단일화 할 수 있다고 애매하게 말끝을 흐리는데, 어떻게 이런말을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가? 개인자격으로 후보가 된게 아니라 공당의 후보로 나선 것이라면 중앙당에서 결정한 당론에 따라 말해야 한다. 진보신당의 당론은 '진보대연합'이다. 그런데 유시민이 진보대연합의 대상인가? 이런식으로 떡밥을 던지니 민주당/국참당 쪽에서 계속 진보신당 물어뜯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고, 그러니 사람들은 "아, 언젠가 얘네도 단일화 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니, 심상정 당신을 지지할 이유가 없어지는 거다.

 

손호철이나 박상훈 같은 사람들은 5+4회의에 들어간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까지 볼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보신당 입장에서 물밑에서 논의되던 선거연합의 상 중에서 최초로 가시화된 테이블에 발도 안담근다는건 공당으로서 위험부담이 있었으리라 본다. 오히려 현재 김세균 교수를 필두로 한 진보정당 외부의 '진보대연합' 주창파들이 왜 5+4가 나온 뒤에 뒷북을 쳤는지를 따져물어야 한다.

 

물론 진보신당에 대한 이해심은 딱 여기까지인거고, 레디앙 기사에서 인용한 한 관계자의 말처럼 잠정합의안에 싸인하지 말고 나왔어야 한다. 아니, 언제 나왔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거길 들어가서 무슨 얘기를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현재 5+4를 박차고 나간 진보신당에게 남겨진 이미지는 무엇인가? "수도권에서 노회찬, 심상정 둘 중 하나라도 단일후보 자리를 줘야 하는데, 민주당이 양보를 안해서 나왔다." 딱 이정도 수준이다. 진보신당 스스로도 그런 자세를 취하지 않았나? 이런 식의 자세는 자기 당 살려고 남의 당 이용하는 민주당의 태도와 그리 다르지 않다. 정치적으로 주판알 튕기기 하다가 수지타산이 안맞으니 나왔다고 이미지가 남으면 타 정치세력도 그렇고, 대중들도 그렇고 진보신당의 입장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진보신당은 5+4에서 자신들이 이번 선거에서 내세우는 정책과 전략을, 혹여 답답한 놈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우직하게 끝까지 밀어붙였어야 한다. 비정규직, SSM, 재개발문제, 대체에너지 등 진보신당이 독자적으로 고민해 오던 다양한 정책들을 토나올 정도로 제시하고 안 받으면 판 깨고 나간다고 위협했어야 한다. 이게 그들이 그렇게 좋아하던 '거대한 소수' 전략 아닌가?

 

그러나 어느 순간엔 민주당이 조장한 자리 나눠먹기 싸움에 뒤섞이더니, 어느 순간엔 비정규직 쟁점에 있어서 민주당에게까지 밀리는 경우도 있었다. TV토론도 물건너가려는 이 마당에 노/심이 이제와서 정책경쟁하자는건 그야말로 뒷북이다. 노회찬은 자신의 선거사무실 개소식 연설(가히 명연설이었다!!)에서 서울지하철공사 사장은 지하철노조 조합원들의 추천을 받아 뽑겠다고 말했는데, 이 얘기 왜 5+4회의에서는 안했나? 협상의 예의를 지키려고? 예의는 노동자들한테만 지키면 된다. 전 민주노총 위원장 이갑용이 <길은 복잡하지 않다>에서 쓴 것처럼 임단협이든 뭐든 협상을 할 때는 언제든지 판을 엎을 준비를 해야 한다. 때론 깽판치는걸 전담할 사람을 지정해서라도. 우리의 원칙 중 일부는 양보할 수 있다는 떡밥을 이런식으로 흘려대서는 힘의 우위에 있는 저들에게 언제든지 밀리지 않겠나?

 

그렇게 하고 나왔어야 내부적으로 당원들에게 체면도 서고, 외부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다. 그게 자신이 없었으면 손호철, 박상훈 말대로 진짜 처음부터 들어가질 말았어야 한다. 그래서 지난 달 까지만 해도 사실상 파토났다고 여겨지던 야권 후보단일화가 이제 와서 불씨가 살아난 건, 일정부분 진보신당이 기여한 바(?)가 있고, 그 피해는 온전히 진보신당이 다 뒤집어 쓰게 생겼다.

 

이번 문제의 핵심이 부산시당이 있는 것 같은데, 부산의 야권연대 논의과정이 어떠했는지 나는 모르기때문에 많은 얘기는 못하겠지만, 단 하나 이건 집고 넘어가야 한다. '당원의 권력'에 의해 시장후보로 뽑혔고, 시당 위원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무슨 권리로 두 번이나 부결된 사안을 다시 논의해 달라고 선대위에 압력을 넣는지 모르겠다. 아, 그리고 또 하나. 진보신당 광주시당은 민주당의 기초선거구 쪼개기에 반발해 지역에서 '反민주당연대'를 제안하고 나섰는데, 광주시당에서 '반대'하는 민주당과 부산시당에서 '연대'하는 민주당은 서로 다른 당인가? 이게 과연 정상적인 당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태냔 말이다.

 

하여간 답답한 노릇이다. 내가 예비 대학생이던 2002년 대선 당시엔 최소한 가족들에게라도 '부유세'공약으로 팍팍 치고 나가던 민노당 찍자고 떠들어댈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의 진보신당을 가지고 그런 얘기를 하기는 참 민망하다. 며칠 전에도 엄마한테 '무조건 7번 찍자'고 말했는데, 말하는 나 자신도 민망할 지경이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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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조정 고민중...

 

나는 그냥 송준기 아냐고 물어보려고 전화한건데, 그 후배녀석은 또 나에게 떡밥을 던졌다. 며칠전 우연히 배우 송준기가 내가 졸업한 학교 학생인 걸 알고 인터넷을 좀 뒤져봤더니 눈에 익숙한 학회실에서 찍은 사진들이 나오기에... 심심해서 물어보려고 전화한건데... 그러고 그냥 빠이빠이 하려고 했는데...

 

아 놔, 그 학교 구조조정안 발표된걸 나더러 대체 어쩌라고?....................?

 

라는 기분이 들다가 계속 머릿속에 이러저런 잡 생각들이 돌아다녀서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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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이 나에게 알려준 구조조정계획이라는 것은 대략 이렇다. 현재 계열제로 나뉘어져 있는 모집단위를 문리대학으로 합쳐서 그 안에 인문, 자연, 사회과학 등의 학부를 집어넣는다. 그래서 지금 2학년 올라가면서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을 3학년 올라가면서 선택하는 것으로 하고, 선택한 전공도 특정 학과가 아니라 자신이 과목을 선택해 자신에게 맞는 커리큘럼을 직접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란다.

 

이 얘기를 듣고 문득 떠오른 것은 얼마 전에 읽었던 이반 일리히의 <학교 없는 사회Descholling Society>에서 제기한 내용들이다. 이 책은 탈학교론의 대표적인 저작이라 할 수 있는데, 그가 억압적 학교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일종의 '교육 바우처'이다. 나는 처음엔 '바우처'라는 말만 보고도 경기를 일으켜 '이거 완전 미친놈일세'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심성보의 역자해제에 따르면) 교육학자 마이클 애플도 그의 이런 주장을 교육을 슈퍼마켓에서 상품 고르는 것의 일종으로 전락시키는 시장주의의 또 다른 판본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도 아니란 느낌도 든다. (물론 이건 나의 잠정적인 생각일뿐이지만...)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서 각각 서울과 경기에서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곽노현, 김상곤의 대담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곽노현은 그 자리에서 방통대 교수답게 자신의 평생교육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21세기의 교육은 주입식이 아니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배양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말했는데, 그런 주장은 일리히의 '교육 바우처' 주장과도 어느정도 상통한다.

 

물론 교육 바우처는 대표적인 신자유주의자 밀턴 프리드먼도 주장한 바 있는 것이고, 평생교육 철학은 90년대 후반후터 우리 사회에 신자유주의 교육개혁과 함께 밀려들어오면서 사실상 21세기의 한국형 '자기계발 주체'의 탄생의 공을 세웠다는 점(이에 관해서는 서동진의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 중 특히 1,2장 참고)에서 둘 다 '훌륭한 대안'이라고 치켜세울만한 것은 못된다.

 

 

 

 

 

중앙대의 경우처럼 눈에 띄게 시장주의적인 대학개혁의 모습이 드러난다면(그런 면에서 중앙대의 구조조정 방식은 너무나 투박해 보임.) 강력한 행동으로 저항의 움직임을 조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학생들의 자율적인 학습능력과 창조성 등을 강조하면서 세련된 방식으로 나온다면 그 구체적인 내용을 잘 분석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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