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향기 한 가닥이라도 내어주기를
- 김준 동지 4주기에 부쳐 -
몇 차례의 더위와 추위가 지나 갔고
다시 겨울이 우리 앞에 다가 오고 있습니다
따스한 봄날에도 추위에 떨어야 했고,
따스함을 만들려는 우리의 노력은
여기저기 흩어져 바람에 날려 가고 말았습니다.
이 세월 동안
사람의 모습은 점차 변하여
형언할 수 없는 괴물이 되거나
끝 모를 욕심만 가득찬 도둑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향기도 점점 줄어 들어
시궁창의 썩은 냄새로 변하거나
피 비린내 가득한 도살장으로 변했습니다
이 세월 동안
해마다 닥칠 추위에 맞서
솜이불도 만들지 않고,
칼바람에 맞서 싸우지도 않았습니다
내 몸뚱아리는 커녕
머리통 하나 담을 수 없는 좁아 터진 둥지 속으로
머리만 쳐 박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지난 4년간 어두운 땅 속에서도
사람의 모습을 보셨겠지요
사람의 향기를 느끼셨겠지요
당신은 지난 4년간 차거운 하늘 아래서도
따뜻한 봄을 보셨겠지요
살을 에는 추위를 느끼셨겠지요
그 향기와 느낌을 오롯이 품고 계시겠지요
이제
품었던 그 향기 한 가닥
품었던 그 느낌 한 가슴
품었던 사람 냄새 한 줌,
품었던 투쟁 의지 한 웅큼
우리들에게 내어주시기를....
<2012. 11.25. 곽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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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리님의 최근 '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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