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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춘천호반마라톤대회 소감ㅠㅠ

2008 4월 20일 춘천호반마라톤대회를 정말 가까스로 끝냈다. 이제 정말 운동을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마라톤을 하겠다고 하면 안되겠구나!!! 이번에는 20km근방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가고 있던 한 마라토너를 만나지 않았으면 완주가 불가능했다. 이번엔 정말 준비도 못하고, 운동도 제대로 못하고 뛴것에 대해서 반성을 많이 한다. 또한 준비를 못했으면 못한 만큼만 뛰어야 했는데, 이번에도 끝까지 뛰었던 것이다. 토요일날 정옥이가 왔을때 절대 끝까지 뛰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결국은 다 뛰었다. 결국 나는 계획성도 없고, 일을 가늠하지 못하는 무대보성을 반성해야하는 것이다.

 

준비를 못 한 가장 큰 것중에 하나는 운동화를 준비하지 못했다는것, 준비운동을 전혀 못했다는 데 있었다. 두가지는 마라톤을 하려는 사람에게 기본인데, 이 기본을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준비를 못한것에 더하여 무더위가 복병으로 나타났다. 약 20km까지는 선선한 바람에 그늘에 시원하게 달렸다. 날씨가 이정도라면 괜찮겠다고 마음을 달래며 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소양강가에서 내륙지방으로 들어서자마자 바람은 잦아들고, 한낮의 태양은 머리를 뜨겁게 달구었다. 29도라나..이 날씨에 뛰고 있는 내가 정상이 아닌것 같아보였다. 거기다가 아무생각없이 쓰고 나온 검은 챙모자는 태양의 복사열을 다 끌어들여 머리속이 타고 있었다. 이러다 열사병, 내지는 뇌일혈이 생길것 같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이 더위에 뛰는 것을 미친짓이다!'

 

라고 하며 마라톤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회송차를 타려고 비틀거리며 가고 있는데, 회송차 바로 앞에서 걷는지 뛰는지 모르게 가고 있는 한 남자분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저분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렇게 가니 완주는 하겠는데요...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타려던 버스에서 다시 내렸다. 그 남자분을 쫒아서 뛰기 시작했던 것이다. 속도가 아주 느려서 나로선 아무 걱정없이 옆에서 뛰기만 해도 될 정도였다.

 

'더워서 완주할 수 있을까요?' '완주는 당연히 해야죠..'  그 분의 말씀이 이러하신데, 어쩌랴...... 같이 뛰어야지...... 그 뒤로 골인점에 도달할 때까지 결국 끝까지 뛰었다. 골인점까지 도달하기까지에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신작로에 차량통행을 막아둔 표지판을 다 철거하여 결국 인도로 뛰어야 했고, 식수도 다 철거하여 아이스케키를 사먹으면서 달려야 했고, 간이 화장실도 다 없어져서 들판에서 간단한 "쉬"도 봐야했다. 보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이렇게 볼일보는 일이 간단한 것을 도시에서는 왜 그렇게 내가 싫어하는 앉아서 보는 좌변기를 사용하는 것인지...... 이것이 내가 지금 이시대를 사는 데 일상에서 가장 불편한 일이다. 좌변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이번엔 아주 천천히 달렸기때문에 오히려 무릎이나 다리는 멀쩡함을 느낄수 있었다. 달리면서 오히려 천천히 달리는 것을 즐겼는데, 워낙 빵꾸가 날지경인 운동화를 신고 나와서 무리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은인을 만났던 것이었다. 나는 성격이 급하여 아무리 뚫어진 운동화를 신고 나왔어도 이렇게 천천히는 못가는데, 이 분은 정말 무심하게도 한발 한발 걷는 것 같이 뛰면서 끝까지 가는 것이 아닌가?

 

항상 마라톤을 하면, 운동을 했다는 자체가 아니라, 그 짧은 시간에 인생을 배운다. 이번엔 좀 길었다. 6시간이었으니... 그러나, 그동안 참 많이 배웠다......그래, 인생도 이렇게 가는 것이구나.

 

늦었어도 의연하게, 늦었어도 희망을 가지면서, 늦었어도 자신감을 가지면서 늦은만큼 천천히......

 

마지막으로 들른 한 식당에서 다시한번 화장실을 갔는데 (이날은 물을 약 5통은 먹었던 것 같다......),  아저씨 저희가 너무 늦었지요? 하니 아저씨 왈.. 아냐, 금방 와르르 몰려갔어... 늦지 않았어...참 대단하구만.....내가 놀란 것은 그 아저씨가 우리가 늦은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방금 지나갔다는 데 있었다. 그래, 우리가 늦었지만, 그게 그렇게 늦은 것은 아니야... 인생도 마찬가지일꺼야.. 지금 조금 늦어보이지만, 결코 그렇게 늦은게 아니야......약 30분차이도 안나잖아?

 

결국, 몰려간 팀의 후미와는 약 30분정도 차이가 났던것 같다.

 

내가 너무 고맙다고 꿩만두국을 사니까, 그분도 내가 아니었으면 못 뛰었을 것이라고 했다. 내가 의지는 했지만, 그 분도 나를 의지하고 뛰었던 것이다.

 

참으로 인생이 이러한가 보다. 이렇게 무식하게 가야하고, 또 가다가 같이가는 사람도 만나고, 서로 의지하기도 하고, 그러다 나는 수영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면서 멀리 시흥에서 오신 그 분께 인사를 하고, 또 홀로 어디론가 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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