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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8%가 아닌 0.02%를 위하여

5월 9일 금요일날 서울로 새벽에 출발하여 몇개의 일을 해치우고, 7시 반쯤에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중학생들이 보인다. 청계천이 어디로 가면 되냐고 했더니, 동대문운동장 1번출구로 나가라는 것이다. 그러더니 나보고 "촛불집회(학생들은 그것을 문화제가 아닌 집회로 불렀다)"에 가냐면서 주먹손을 어깨위로 올리며 "잘싸우라"고 한다.. 나 참... 이런 일도 있다니.. 학생들이 격려도 다 해주고... 어느 지하철을 막론하고, 어느 학생을 막론하고 거리에서 "청계천방향"을 물어보면 학생들은 눈빛을 마주치고, 시익 웃으면서 마치 "오랜 동지"를 대하듯 한다. 요즘 거리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모습은 1987년 대투쟁이 있던 시청앞이나 서울역앞을 연상시키고, 95-96년도 종로 파고다공원을 연상시키지 않는가?

 

내가 중학교때를 비교하면, 학생들의 의식발전이 놀랍다......

 

나는 촌놈이라 할 수 없이 다시 동대문운동장 지하역 통로에서 3명의 대학생인듯한 학생들에게 "청계천광장"을 물었다. 학생들은 광화문으로 가면 빠르다며 자기들을 따르라고 한다. 그들은 5월 2일부터 매일 참가했는데, 매일 분위기가 다르다며 최근 매우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광화문역사를 나와서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또 한번 놀랐다. 중학교 쯤 될법한 어린 남학생들이 전지종이에 직접 쓴 플랭카드를 들고 나와 하나씩 들고 서 있다. 내용은 학교당국의 집회참가억제에 대한 항의와 학교에서 토론과 결사, 집회의 자유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나도모르게 '얘들이 혹시 교장선생님이라도보면 어쩌려고 하나?'하는 보수적인 걱정을 했지만, 이것 역시 학생들의 의식을 따라잡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걱정에 불과했다.

 

'난, 너희들이 참 자랑스럽구나'

 

나는 이렇게 그들을 자랑스러워하고 또 부러워하고 있었다.

 

매일 왔던 3명의 대학생들이 "오늘이 최고로 많이 모인날"이라고 한다. 무대를 중심으로 빽빽히 인파가 들어서서 발디딜 틈이 없는 곳을 한발짝 한발짝 밀려서 중앙으로 들어가는 중에도 무대앞에서는 등장인원이 쉴새 없이 바뀌면서 놀이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 여학생의 연설에 이어, 몇개의 랩송을 부르는 팀이 등장하고, 그 뒤에 어떤 남학생이 등장했다. 이 남학생의 연설을 그야말로 짧았고, 매우 간단한 단어를 사용했지만, 거기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에게 참가의 근거와 의의 등을 명쾌하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99.8%가 아닌 0.02%때문에 온 것이 아닙니까? 99.8%가 안걸린다해도, 0.02%가 걸린다면 우리는 막아야 합니다!!!"

 

연설이 심각하고 비장함이 지속되려하면, 그 남학생은 마지막 단어에 후렴구를 넣어서 모든 사람을 선동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오 호... 오 호 호... 오 호 오....."  이렇게 하면서 말미에 후렴구를 넣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야말로 집회장에서 이렇게 "즐거운 후렴구와 노래가 어우러진 멋진 연설"을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정말 기막힌 연설이었다...... 집회에서 이렇게 누구나가 나와서 발언을 하는 문화, 인간으로써 가장 멋진 문화가 아닌가?

 

앞으로는 모든 집회에서 이런 창조적 문화를 만들어 나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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