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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몸뚱이가 거덜났다, 건강의 파산을 선언하자!

내몸뚱이가 거덜났다, 건강의 파산을 선언하자!

- 플랜트, 건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실태 -

손미아


덤프트럭 노동자들에 이어서 울산과 여수지역 공단의 플랜트 건설 노동자들이 절규하고 있다. 덤프트럭 노동자들의 “차라리 죽여라”!!, 플랜트 건설 노동자들의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얼마나 가슴맺히고 처절한 구호인가? 플랜트 건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관련해서는 어떠한가? 자본주의 시대, 건강의 파산을 선언하자”


며칠전 울산을 갔을 때, 마침 그날 오후에 플랜트건설 노동자의 투쟁집회가 있었는데, 늦게 도착하여 참석을 못하고 무용담만을 전해만 들었었다. 3전3승을 하고 있다며, 연대를 위해 참여했던 정규직 노동자들이 “(건설 비정규직 노동자에 비하면) 우리는 애기다” 라고 하신다. 이 분들은 “언론이 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잘 싸워서 이기는 모습을 TV에 보여주지 않는가?” 하시면서, 플랜트건설 노동자들은 정말 죽음을 불사하고 투쟁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죽음을 불사한 투쟁을 공감한다. 지난 2003년부터 여수건설지역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조사를 하면서 그 열악함에 얼마나 놀랐던가? 그 짧은기간에도 호남정유에서 폭발사고가 있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산재사망을 당하는 것을 많이 목격했었다. 그것도 모자라 자본가들은 이윤손실을 막기 위해서 공장청소를 단시간에 하려고 한다. 바로 “셧다운”이라고 불리우는 기간이다. 이 시기에 공장의 기계와 관, 탱크등을 구석구석 닦는 플랜트 건설 노동자들에게 공중에서 비산되는 석면가루와 분진가루는 지금까지 자본주의 발전의 시기에 이루어 놓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무색하게 한다. 과학기술은 눈부시게 발전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혜택과는 전혀 무관하게,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문제는 산업혁명초기의 단계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온몸으로 그 유해한 기계를 닦아야 하는가?


건설 노동자들의 가장 중요한 건강문제는 아직까지도 자본주의 초기에나 있을 법한 안전과 시설의 문제이다. 그러다보니 아직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사망사고와 유해물질에 고폭로되는 것”이 주요한 화두이다. 건설 노동자들이 모인 곳에서 건강문제를 토론하다보면, 아직까지도 가장 많이 호소하는 문제가 바로 유해물질에의 폭로문제이다. 장시간의 철야 노동시간과 육체적 하중이 심한 노동강도를 미처 생각할 여유도 없이 자욱한 분진속에서 콧속을 후벼파고, 표피를 찌르면서 들어오는 석면가루를 어떻게하면 좋겠냐?는 호소이다. 건설노동자들은 용접을 할 때 석면포로 만들어진 앞치마가 주어진다고 한다. 작업장에는 용접할 때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위해 석면포가 바닥에 주욱 깔려있다고 한다. 석면은 모든 사람이 다 알다시피 석면섬유 한개만 폐포를 뚫고 폐기저부에 안착을 하더라도 폐섬유화반응을 일으키며, 중피종암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이러한 석면을 작업할 때 노상 깔고 하는 상황, 석면을 석면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차라리 죽여라”라는 구호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어디 그뿐이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노동법과 사회보장의 법과 제도에서 벗어나 있듯이 산업안전보건법에도 제외되어 있다. 그 문제가 많고 형식적인 산업안전보건법체계에서 수행되는 일반건강진단, 특수건강진단, 작업환경측정조차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플랜트 건설 노동자들은 이런 형식적인 것조차 있으면 그나마 낫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자본가에 의해서 산재은폐가 상시적으로 되고, 산재를 당한 노동자는 블랙리스트에 오르거나 빨간줄이 그어져서 다시 고용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산재은폐라도 없었으면’ 하는 것이 건설 비정규직 노동자의 바램이다.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건강의 문제는 현재 가시화되어 있지 않다. 일하다 아프거나 병들거나 다친 노동자들은 더 이상 노동시장에서 고용될 수 없고, 퇴출되어야 한다. 그나마 노동시장에서 얼굴을 볼 수 있는 노동자들은 건강한 노동자들이다. 노동자의 유일한 상품인 노동력이 상실되었다는 것은 죽음과 같은 것이므로 내 노동력이 상실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금기이다.


그러나 이제 말하자! 내 몸뚱이가 황폐화되고 있다고, 내놓을 것이라곤 유일하게 한 하나뿐인 내 몸뚱이가 자본에 의해서 거덜난것을 이야기하자. 집단적으로 건강의 파산을 선언하고, 불건강의 문제를 드러내고 외치자. 웰빙을 외쳐대는 이시기에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는 이 세상을 과감하게 바꾸어보자고 외쳐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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