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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0/06/29
    어느날 고궁을 나오며
    무화과
  2. 2010/06/28
    참교육
    무화과
  3. 2010/06/28
    Across the universe
    무화과
  4. 2010/06/25
    한국전쟁 60주년 맞이 시 두 편
    무화과
  5. 2010/06/23
    파병국가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일
    무화과
  6. 2010/06/22
    기타(3)
    무화과
  7. 2010/06/20
    주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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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10/06/18
    2010/06/18
    무화과
  9. 2010/06/15
    달팽이
    무화과
  10. 2010/06/14
    2010/06/14(3)
    무화과

어느날 고궁을 나오며

어느날 고궁을 나오며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뭇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 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 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난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사실 모두가 이렇게 살고 있지 않나.

왕궁의 음탕에는 분노하지 못하고 국밥집 주인에게만 분개하고.

 

정말 추한 것은 어떤 것일까.

왕궁에는 분노하지 못하고 국밥집 주인에게 분노하는 자체가 추한 것일까?

그러면 우리 모두가 추한것일까?

아니면 강한 것에는 분노하지 못하고 약한 것에만 분노하는 걸, 정의가 무너지는 곳에서는 분노하지 못하고 자기 옹졸한 이익이 침해당하는 곳에서만 분노하는 걸, 스스로 모르고 스스로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게 추한 것일까?

 

추해지지 않기 위해, 답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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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조선학교는 일본이라는 거대자본주의사회의 한 복판에 있는 집단주의 교육 기관이다. 일본 내의 소수민족 문제, 또는 한반도와 일본을 포함한 국제질서의 문제, 식민지 청산의 문제 등 대단히 복잡한 문제를 끌어안고 있는 재일조선인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역사 속에서 조선학교의 존재는 우리들에게 심각히 고찰해야할 또 다른 시각을 전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참된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학교 DVD 자료집 가운데서.

 

우리가 어떤 것을 접하고 그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때, 어떤 점을 바라보고자 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학교'를 둘러싼 여러 쟁점들- 민족, 디아스포라, 일본 식민청산, 민족문화, 남북관계- 가운데 우리가 어떤 면을 중심으로 바라볼지에 따라서 우리가 '우리학교'에서 배울 것은 크게 달라진다.

 

아직 '우리학교'를 보진 못했다. DVD 샀으니 이제 봐야지. 그런데 솔직히,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김일성 사진을 벽에 걸어놓는 학교라서 그랬다. 김일성이든 누구든 누군가를 그런식으로 숭배하는 것은 결국 특정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홍세화 선생님의 말대로 교육은 특정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어야 하니까.

 

그런데 아직 DVD를 보지는 않았지만, 자료집만으로도 내가 가진 편견이 깨어지고 있다. 위에 인용한 구절이 가장 인상깊었다. 물론 조선학교의 집단주의교육-개인간의 경쟁이 아니라 집단으로 묶어서 집단별 평가를 통해서 개인들이 서로 협력하고 도와가는 연습을 하는-의 방법도 신선했다. 하지만 뒤통수를 쎄게 얻어맞은 건 바로 위에 인용한 문구, 집단주의 교육이 일본 사회에서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보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집단주의 교육 방법은 허영철 선생님이 쓴 <역사는 나를 한 번도 비껴가지 않았다>에 소개된 북쪽의 교육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북쪽의 학교교육이 어떤지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아주 단편적으로 알고있는 것들을 종합해볼 때,  북쪽 교육이 참교육이라는 생각은 안든다.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내가 민족주의를 너무 싫어해서 민족교육을 하는 북쪽 교육을 그냥 싫어하는 건 아닌지도 생각했었는데, 우리학교 DVD 북클렛을 보고 그 이유를 알았다.

 

형식으로 보자면 크게 차이가 없는 북쪽의 교육과 우리학교의 교육.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북쪽에서는 국가의 이데올로기와 부딪히지 않지만, 우리학교는 일본이 가지고 있는 이데올로기와 정면으로 부딪힌다. 천황제와 부딪히고, 자본주의와 부딪힌다. 결국 어떤 이데올로기를 기본 바탕으로 지니고 있느냐가 참교육의 핵심이 아니라, 그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와 어떤 긴장관계를 맺고 있느냐가 참교육의 핵심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사회주의 교육은 국가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사회주의에 입각한 교육이 참교육의 씨앗이 되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배이데올로기와 싸워야만 한다. (그렇다고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에 입각한 교육을 해야한다는 말은 아님)

 

빨리 우리학교 DVD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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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ross the universe

 

아무 것도 내 세상을 바꿀 순 없어...

 

지금은 담다디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연습하고 있지만

기억상실로 시작해서 Across the universe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 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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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60주년 맞이 시 두 편

통일이 언제 되니?                                 -권정생

 

우리 나라 한가운데

가시울타리로 갈라놓았어요.

 

어떻게 하면 통일이 되니?

가시울타리 이쪽 저쪽 총 멘 사람이

총을 놓으면 되지.

 

 

앞으로 일어날 전쟁은                                   -베르톨트 브레히트

 

앞으로 일어날 전쟁은

첫 번째 전쟁이 아니다. 그 이전에도

이미 여러 차례 전쟁이 일어났었다.

지난번 전쟁이 끝났을 때

승전국과 패전국이 있었다.

패전국에서 하층 서민들은

굶주렸다. 승전국에서도 역시

하층 서민들은 굶주렸다.

 

 

 

요새 참여연대 앞에서 군복 입고 시위 하시는 분들

전쟁을 겪은 세대라서 확실히 우리 세대보다 전쟁에 대한 거부감이 클 거 같다.

그런데 문제는 전쟁을 피하려는 게 아니라 이기려 한다는 거

전쟁을 이기기 위한 노력이 전쟁을 만드는 일인데...

그분들께 권정생 선생님 시를 읽어 드려야 한다.

 

밑에 브레히트 시는,

그냥, 한국전쟁 60주년 맞이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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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국가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일

새벽길님의 [김선일 6주기] 에 관련된 글.

 

사람들은 원래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기억하는 속성이 있다.

나 또한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나 감추고 싶던 일들, 부정하고 싶던 일들을 곧잘 잊어버리곤 한다.

그건 무의식을 가장한 지독한 의지일거다. 하지만 반성이든 성찰이든 어쨌든 간에 억지로 기억하고 곱씹어 불편한 마음을 상기시켜야 하는 일들도 있다.

 

미디어스에 실린 기사 '김선일, 이제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 를 보고서야 김선일 씨가 죽은지 정확히 6년이 됐다는 것을 알았다. 파병국가의 국민이라는 사실이 몸서리치게 싫었고, 하늘 보기 부끄러웠는데, 언제나 그렇듯 시간이 지나고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었다. 가끔씩 '그린존'같은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볼 때도, 미국 나쁜놈이라는 생각만 들었지, 내가 파병국가의 국민이라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한 번, 딱 한 번 파병국가의 국민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던 적이 있다. 은국이가 병역거부 선언할 때였다. 강철민과 함께 농성한 기억이, 파병을 막을 수 없었던 무력감이 물밀듯이 솟구쳤다. 하지만 그 때도 김선일을 생각하지는 못했다.

 

김석 기자의 글을 보니, 당시 강경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김선일씨에게 해를 끼칠까봐 외신들조차 조심조심 했다던데, 국가가 국민을 지켜줄거라는 환상 따위는 버린지 오래지만, 그래도 좀 충격이었다. 그리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과 김선일의 죽음을 기억조차 못하는 사람들(나를 포함해서) 모습이 핀이 나간 필름처럼 어긋나게 겹쳐지면서 슬픈 생각도 들었다.

 

미디어스 기사를 보고, 다시 한 번 파병국가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생각해본다. 김선일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짊어진 원죄의 상징일 것이다. 내가 속한 국가가 저지른, 나는 결사코 반대했던 악덕에 대해서 내가 책임질 수 있고 책임져야 하는 몫은 어디까지일까 생각해본다. 아울러 베트남에서 한국 군대가 저지른 전쟁범죄, 한국 대기업들이 가난한 나라에 가서 저지르고 있는 노동탄압과 환경파괴, 이런 일들에 나는 어떤 책임을 느끼고 무슨 행동을 해야할까? 물론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니라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악행들로 파생된 이익들을 어떤 형태로든 취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내 책임이 없다고 말 할 수는 없다. 파병국가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일. 일단은 더 많이 부끄러워하고 더 많이 슬퍼하고 기억하고 고통스러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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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작년 말에 기타를 사놓구, 잠깐 연습하다가 그냥 고이 모셔뒀는데

요새 수경선배가 기타 사면서 열을 올리는데, 거기 곁다리로 껴서  다시 기타 연습 시작했다.

이번엔 끈기를 가지고 연습해야지.

 

첫 번째 목표는 오소영이 기타치면서 부른 I don't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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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랜만에 알람도 꺼놓구 잤지만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건가

아님 어제 그래도 푹 자서 그랬는지 아침 9시에 일어났다

 

일요일 아침 9시.

어제 읽다가 잠들어 미처 다 읽지 못한 책을 보고 아침밥 먹은 뒤

빨래를 하고, 수건이 빨아도 빨아도 냄새가 나길래 한바탕 삶고(우리집 조그만 1인용? 세탁기가 가진 유일한 장점! 삶는 기능!)

요새 너무 살이 찐거 같아 팔굽혀펴기나 윗몸일으키기 같은 운동을 좀 하고

아! 이사하고 처음으로 가스렌지 청소도 했지. 그런데 가스렌지는 떼가 눌러붙어 있어

그냥 퐁퐁으로 안되고 주방 청소 전용 세제를 사야할 듯 하다.

점심으론 밥먹기 귀찮아 파 엄청 많이 썰어 넣고 라면 끓여먹고

서울 나갈까 하다가 귀찮아 볼 일은 어차피 내일 또 서울 나가니 내일 보기로 하고

장보러 가려하니 자전거가 사무실에 있어

어슬렁 어슬렁 꽃잔치 하는 길을 걸어서 자전거 가지러 사무실에 나왔다.

돌아가서는 장보고 만화책 플로토도 빌려보고 장봐온 걸로 반찬 좀 하고

노동법 책 산 거 공부 좀 하다가

저녁엔 맥주에다 야구도 보고(오늘도 질 거 같다. 김광현이라니ㅠㅠ)

 

좀 여유로운 주말이다. 왠지 처음 맞는 주말 같은 기분이다.

 

여유로우니까 평소에 안하던 생각도 하게 된다.

문득, 오리가 영국가고 조은과 날맹이 감옥간다는 생각을 하니

굉장히 허전하다.

뭐 회사 들어오고, 특히나 파주로 이사오고 나서는 연락도 자주 안하고

얼굴도 예전만큼 자주 보진 않지만, 그래도 뭔가 든든한 빽 같은 게 사라지는 기분이다.

고작 1년 남짓일테지만, 지나보면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고

물리적으로 떨어져있으면서 오히려 정서적으로 더 많은 교감을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갑자기 허전해지고 외로워진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 까먹고 살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여유가 느껴지는 주말이라 그런지 친구들이 잠시 떠나는 게

은근히 마음이 허전해질 거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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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8

세상이 내 맘대로 되지는 않지만

나 또한 세상 맘대로 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내 맘대로 움직여주지는 않지만

나도 사람들 맘대로 움직여주지는 않는다.

 

아무도, 아무 것도 내 삶을 바꿀 수 없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착각일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떡하지?

내 감정이, 내 의지가,

온전히 나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면 어떡하지?

 

갑자기 던져진 질문에 흔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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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냥 땅위에 자그만 돌멩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달팽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내 손이 브레이크를 잡는 속도보다 바퀴가 구르는 속도가 더 빨랐다.

 

'바삭'하는 느낌이 자전거 바퀴를 타고 온몸에 전해졌다.

뒤를 돌아볼 수도 없었다.

아직까지 온 몸에 그 순간의 느낌이 또렷히 남아있다.

 

며칠전엔 내리막 신나게 질주하고 있는데

잠자리 한 마리가 자전거 앞바퀴로 날아들었다.

'파스스' 하는 소리와 함께 잠자리는 눈 앞에서 사라졌다.

 

잠자리도 달팽이도

새한테 잡아먹혔으면,

차라리 그랬더라면.

가문 땅에서 말라죽었으면,

차라리 그랬더라면.

 

시멘트 위에서 자전거에게 눌려 죽고 부딪혀 죽고

이렇게 삶을 마감하지 않았더라면.

 

잘하는 일은 별로 없는데

업보만 쌓여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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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4

만신창이가 된 블로그를 달래려 술 퍼마셨더니

몸까지 만신창이가 되었다.

 

헛웃음조차 안나오는 이야기에

분노하고 발끈하다보니

나까지 우스꽝스러워져 버렸다.

 

악몽을 꿨다.

감옥 다시가는 꿈은 악몽 축에도 못 낄 무서운 꿈.

마음까지 만신창이가 되어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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