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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6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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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의 죽음을 기억하자라는 글은 정말 쓰기 싫은데, 어찌 하다 보니 그런 글들이 많다. 오늘은 김선일씨의 6주기이다. 김선일씨를 사람들이 기억할까. 2004년에만 해도 블로그에 그와 관련된 무수히 많은 글을 올렸는데, 몇년이 지나니 그 일이 언제 있었냐는 듯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김선일, 이제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아부그라이브에서 김선일까지'(슬라보예 지젝·도정일 외, 2004)를 소개한 김석 기자의 글을 보지 않았다면 나조차도 며칠 지나고서야 알았을 것이다.

 

당시에는 치열했을지라도 얼마가 지나면 다 잊어버리는 우리의 무관심과 망각은 "문제의 본질을 성찰하는 한 차원 높은 논의를 생산해내지 못"하도록 했고, 그럼으로써 그 수많은 죽음은 그들만의 비극으로 그치고 말았다. 김선일만이 아니라 용산참사가 그랬고, 수많은 노동열사들이 그랬다.  

 

그런데 얼마 전 있었던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은 미선이 효순이의 8주기는 그들의 참혹한 죽음를 기리는 많은 글들에 의해 재조명되었다. 아마 그들의 죽음은 미국과 연계가 되어 있었기에 이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이 있었는지 모른다. 누구에 의해 죽었는가, 그 죽음에 누가 책임이 있는가가 죽음의 가치를 좌우하는 걸까.

 

나는 가끔씩 김선일씨나 이라크에서 참수당한 이들의 영상이 떠오를 때면 온몸에 치가 떨린다. 그 공포, 전율...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될 죽음, 테러, 전쟁. 하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전쟁과 테러는 계속되고 있고, 수많은 김선일이 발생하고 있다.

 

김선일씨의 죽음은 나로 하여금 노무현 정권을 옹호하는 이들과는 절대 타협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물론 그들이 이전의 언행에 대해 스스로 반성한다면 다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무런 자성도, 변화의 움직임도 없이, '다시 노무현'을 외치는 저들을 간과하면서 그냥 함께하자는 게 말이 될까. 결국은 또 정치적인 문제가 되는구나.

 

2004년 6월 네이버블로그에 썼던 글들을 옮겨오면서 김선일씨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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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즉각 철군하고, 추가파병을 철회하라!  2004/06/21 07:47 
 
연합뉴스 기사이다. 방금 전 MBC에서 소식을 듣고 연합뉴스를 검색하여 찾은 것이다. 알-자르카위 소속 그룹으로 알려진 납치범들은 가나무역의 김선일 씨를 납치하였으며, 24시간 이내에 한국군이 철군할 것과 더 이상 군대를 보내지 말 것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참수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김선일씨는 테입에서 영어로 "한국군은 이라크에서 철수해라!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난 살고 싶을 뿐이다. 당신들의 목숨도 소중하지만 내 목숨도 소중하다"고 말하였다.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진상을 신속히 파악하고, 김씨를 구출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하면서, 파병에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하여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외교부와 국방부의 태도는 "인질구출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지만, 저항세력이 인질석방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한국군의 철군 요구는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희.제마부대는 지난해 4월부터 전쟁으로 파괴된 건물과 사회기반시설  복구와 의료지원 임무를 수행해 현지인들로부터 우호적인 평가를 받았고 자이툰부대도 전투가 아니라 평화재건 목적으로 파병되는 만큼 철군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유엔 결의안에 따라 파병하기 때문에 파병안을 철회한다면 결국 테러세력에 굴복하는 꼴이 된다고 보고 있다.
 
지난번 일본인들이 이라크에서 납치되면서 납치범들이 일본 자위대의 철수를 요구했을 때, 일본은 납치된 사람들이 이라크를 위해 활동하는 자원봉사자임을 밝히면서 현지 여론에 호소하여 자위대를 철수시키지 않고 납치된 사람들을 구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선일 씨는 미군군납업체의 직원이라 입장이 다르며, 한국은 추가파병을 결정한 상황이다. 따라서 협상에 의해 김선일씨를 구출한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며, 인질범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다고 본다.
 
테러단체는 이라크 국민이 아닌가? 한국군 추가파병을 반대하는 이라크 현지인들의 여론은 무시되는 건가? 테러범과의 타협없다고 하면서 자국민의 목숨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타당한가? 누구를 위한 파병인지, 무엇을 위한 파병인지 다시한번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인 1명 이라크서 피랍..한국군 철군 요구(종합)-1 (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2004/06/21 07:13)
= 가나무역 김선일씨로 확인
="24시간 이내 철군안하면 살해"
=자르카위 지휘 조직 추정 "군대 보내지 마라"
 
<軍, `한국인 인질' 충격속 구출방안 모색> (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2004/06/21 06:57)
철군.파병철회 요구는 수용 불가 입장
 
이라크 피랍 한국인은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3보) (2004/06/21 06:36, 바그다드=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한국인 피랍> 알-자지라 TV에 등장한 인질 모습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2004/06/2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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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시신이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는 이미 늦다  2004/06/21 11:34
 
"Please get out of here, here, here. I do not want to die; I do not want to die. I want to live. My life is important," he shouts. (aljazeera.net)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 국방부 등은 김선일 씨에 대한 참수위협에도 불구하고 테러에는 굴복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국가안정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이라크 파병방침을 재확인했다. 자국민이 참수당해도 파병을 강행하겠다는 정부, 제 정신인가?
 
방금 전 인터넷에 올라온 2004년 5월 12일의 미국인 참수 동영상(http://www.nadrk.org/plus/./board/table/pds/upload/ogrish-dot-com-american-nic-berg-beheaded-in-iraq.wmv)을 다시 보았다. 눈을 뜨고는 다시는 보지 못할 장면이다.
 
아마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 미국인처럼 목이 베어져서 죽어갈 것이다. 김선일 씨가 지난 대선에서 누구를 찍었을까 궁금하다. 자신의 안전과 평화를 지켜달라고 대통령을 만들어놓았건만, 그 대통령은 미제국주의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도모할지는 몰라도, 자신을 뽑아준 민중의 목숨은 안중에 없다.
 
오늘 6월 21일 광화문에서 한국인 피납자 참수반대와 무사귀환, 그리고 이라크 파병철회를 요구하는 긴급 촛불집회를 제안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이를 수용하여 약간 늦긴 했지만, 오후 7시 "김선일 씨 무사귀환, 파병철회를 위한 범국민 촛불행사"를 광화문 촛불시위 장소에서 진행한다고 한다. 민주노동당 수도권 당원들은 총집중이다.
 
24시간의 말미를 주었고, 이제 시간은 15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파병은 되돌릴 수 없다고 한다. 그게 국익인가? 무엇을 위한 국익인가? 참수당해 시체가 되어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다음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전국민적인 분노를 전쟁공범이 되기를 강요한 미국에게 돌리지 않고 '이라크 테러범'에게 돌리려고 하는가? 제2의 베트남전으로 가려고 하는가?
 
이성을 회복하고, 국익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 이것은 노무현 정권에게 주고 싶은 말이다. 지금 그 어떤 것보다 김선일 씨의 목숨이 더 귀중하고, 그것이 바로 국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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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밖에 나오지 않는다  2004/06/23 02:23
 
방금 잠에 들려고 하다가 김선일 씨가 처형되었다는 보도를 보고 잠이 달아났다.
눈물밖에 나오지 않는다. 도대체 그가 무슨 죄가 있는가? 
 
서울시간 22시 20분경에 그가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나는 12시경에 그가 석방될 가능성이 있이고 협상도 희망적이라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 
 
알 자지라(http://english.aljazeera.net/HomePage)에 사망소식이 Breaking News로 S Korean military supplies firm employee taken captive in Iraq has been killed.라는 자막이 뜬다. BBC(http://news.bbc.co.uk/2/hi/middle_east/3830843.stm)에 속보로 김선일씨가 참수되었다는 기사가 뜬다.
 
알 자지라 텔레비젼 기사에 따르면, 이라크의 이슬람 무장단체가 자신들이 인질로 잡고 있던 한국인을 참수했다는 것이다. 아랍위성채널은 김선일씨가 처형되었음을 보여주는 비디오 테입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한다.
 
 

Breaking news graphicSouth Korean hostage 'beheaded'
Islamic militants in Iraq have beheaded a South Korean man they were holding hostage, al-Jazeera television reports. 
 
The Arabic satellite channel said it had received a video tape saying Kim Sun-il, 33, had been executed.
Kidnappers earlier demanded that South Korea end its military role in Iraq or else they would kill the translator.
Earlier there had been signs of hope after mediators said a deadline for the execution had been extended following talks with the militants. 
 
씨발...
살인자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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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말해야 하지?  2004/06/23 03:05
 
지금 티비에서는 김선일 씨가 참수되기 전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화면이 나오고 있다. 복면을 한 무장세력 5명이 뒤에 서있고, 그 중 한명이 성명서를 읽고 있으며, 오렌지색 옷을 입은채 입을 벌리고 있으면서 눈이 가려져 있는 김선일씨는 그 앞에서 아마 무릎을 꿇고 이를 듣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는 자신을 곧 참수하겠다는 말을 다 알아들었을 것이 아닌가? 살고 싶다던, 나의 목숨도 소중하다던 그의 절규가 귀에 아른거린다.
 
알자지라는 복면을 한 남자가 한국인에게 보내는 성명을 통해 "이것은 당신들의 손으로 저지른 일"이라면서 "당신들의 군대는 이라크인들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저주받을 미국을 위해 왔다"고 주장하는 장면도 보도했다고 한다.
 
한국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을 내걸었다고? 파병을 철회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한 사람의 목숨을 앞에 놓고도 파병원칙을 재천명하는 정부가 과연 제 정신인 정부인가?
김씨를 구출하는데 별 역할을 못했던 촛불을 다시 들기 싫다. 이런 무기력은 어떻게 극복할까?
 
분노의 화살은 이라크 무장단체가 아니라 푸들 노릇을 강요한 미국과 충직한 노무현 정권에 돌려져야 한다. 개 새 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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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당신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2004/06/23 05:27
 
노무현, 당신도 지금 티비를 보고 있습니까? 김선일 씨의 마지막 모습이 보입니까? 티비에서는 김선일 씨가 참수되기 전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화면이 반복되어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 새벽 내내 그럴 것 같습니다.
 
복면을 한 무장세력 5명이 뒤에 서있고, 그 중 한명이 성명서를 읽고 있으며, 오렌지색 옷을 입은채 눈이 가려져 있는 김선일씨는 그 앞에서 아마 무릎을 꿇고 이를 듣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화면에서는 뒤에 3명의 복면한 사람이 있고, 그 앞에 김선일 씨가 어깨를 들썩이면서 울먹이는 듯 뭐라 말하고 있습니다.
 
김선일 씨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그는 자신을 곧 참수하겠다는 말을 다 알아들었을 텐데요. 제발 한국군을 철수시키라던, 죽고 싶지 않다던, 그의 절규가 귀에 아른거립니다. 
 
노무현, 당신은 김선일 씨를 살릴 수 있었습니다. 이라크 무장단체는 과연 한국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을 내걸었나요? 파병을 철회하는 것이, 아니 무장단체가 제시한 협상시한 동안만이라도 파병을 재검토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나요?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인데도 1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추가파병을 재천명하면서 미국에게서 감사하다는 말을 듣고 나니 기분이 좋았습니까?  평소에는 감성정치를 한다고 쇼를 했으면서 이럴 때에만 그 지랄같은 원칙입니까?
 
협상단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은 상대방이 파병을 철회하라는 요구조건만을 내걸었을 뿐인데, 계속 돈을 가지고 해결하려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작 그들이 요구하는 것에는 완전히 귀를 막은 채 말이죠.
 
파병이 이라크 재건을 위한 것이라고요? 보도에 따르면 복면을 한 남자는 한국인에게 보내는 성명을 통해 "이것은 당신들의 손으로 저지른 일"이라면서 "당신들의 군대는 이라크인들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저주받을 미국을 위해 왔다"고 주장하였다고 합니다. 아무리 선의라도 상대방이 그렇게 여기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입니다. 그것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도대체 무엇이 국익입니까? 자국민의 목숨과 안전보다 더 큰 국익이 있나요? 당신은 얼마나 많은, 얼마나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파병에 반대하는 대다수 민중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겁니까? 
 
저는 노무현, 당신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당신이 촛불을 들면, 정성을 담아 간절히 호소하면 말이 통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촛불을 다시 들기 싫습니다. 이라크 무장단체에도, 노무현 정부에도, 미국의 부시에도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촛불을 들 수 없을 듯 합니다. 대신 파병이 철회될 때까지 끈질기게 싸워나갈 겁니다.
 
저는 촛불로, 눈물로, 메일로 호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철회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인을 살해한 이라크 무장단체의 야만적인 방식에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는 이라크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그들을 테러집단으로 몰면서 당신의 입장을 정당화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민중들의 분노는 이라크 무장단체가 아니라 석유를 위해 이라크를 침략한 미국과 그의 충직한 푸들 노릇을 자처한 노무현 당신에게 돌려질 것입니다. 그리고 권력 유지를 위해 그 똘만이 역할을 자처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주구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나는 살고 싶다. 내 목숨은 소중하다"고 절규하던 김선일 씨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냥 눈물이 나옵니다. 그리고 지난 대선과정에서 광고에도 나왔던 '노무현의 눈물'과 함께, 외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다가 지쳐 실신한 노부모의 모습이 겹칩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던 한 노동자의 무고한 죽음 앞에서도 한 국가의 수장으로서 당신은 눈물을 흘렸습니까? 당신은 보고를 받고 "알았다"라고만 말했다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러하기에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권력자들, 당신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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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조 김선일  2004/06/24 03:46
 
몇 개의 글과 만평....
 
1. 통곡, 김선일 (오마이뉴스, 손석춘, 2004/06/23 오후 12:07)
[손석춘 칼럼] 조지 부시와 노무현의 차이
 
부시에게 이라크는 국익의 문제이다. 아니, 미국 지배세력의 이익이 또렷하게 걸려 있다. 석유통제가 그것이다. 그래서다. 부시가 이라크를 제멋대로 '야만'이라 불러도, 수많은 미국인이 숨져가도, 미국에서 여론조작이 일어나는 까닭은.
 
하지만 노무현에게 이라크는 무엇인가. 대한민국에게 대체 이라크는 어떤 나라인가. 왜 우리가 이라크와 싸워야 하는가. 왜 우리 젊은이가 참수 당해야 하는가. 왜 이 땅의 언론은 여론을 조작하는가. 공연히 사태를 호도하지 말기 바란다. 마드리드가 피로 물든 뒤, 총선에서 스페인은 사회노동당으로 정권이 넘어갔다. 곧장 철군했다. 묻고 싶다. 그 뒤 스페인 경제가 무너졌는가. 되레 오늘 이라크에서 한국의 기업들은 어떤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가. 무엇보다 아직 올 것이 다 오지 않았다는 것을 정녕 모르는가. 분명히 말하자. 조지 부시는 미국의 이익이라도 지킨다. 하지만 노무현은 무엇을 지킬까. 대체 어떤 국익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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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선일씨 어머님, 너무 죄송합니다" (프레시안, 윤정은/평화운동가, 2004-06-23 오후 3:08:44)
<바그다드 현지통신> 한 이라크 어머니의 사죄, 그리고 '팔루자의 어머니들'
 
이제 전쟁은 그만 두어야 합니다. 우리의 후세들이, 아들 딸들이 전쟁에 나가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계속 하도록 부추기는 그 어떤 말에 대해서 우리는 냉정하게 "그것은 위선이다"라고 말해줘야 하는 때입니다. "우리의 죽음을 저들에게도 돌리자. 저들이 먼저 죽였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단호히 말해줘야 합니다. "전쟁을 선동하는 거짓말을 그만 두라"고.
 
슬픔과 분노가 우리를 가득채울 때일수록 우리는 뒤돌아 보고, 주위를 둘러봐야 합니다. 함께 슬퍼하고, 똑같은 아픔에 시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내 슬픔과 분노가 커서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볼 겨를이 없어 그들에게 총을 겨눠선 안됩니다. 이것이 9.11 테러 후 미국국민이 취한 태도에서 우리에게 남겼다면 남긴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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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복수심은 건강에 좋다! (진보누리, 우격다짐, 2004-06-23 12:22:00)
 
상처받은 자한테 복수심만큼 잘 듣는 처방은 없어요, 한 번 해봐. 십오 년 동안의 상실감, 처자식을 잃은 고통, 이런 거 다 잊어버릴 수 있을 거야. 다시 말해서, 복수심은 건강에 좋다!  하지만... 복수가 다 이루어지고 나면 어떨까? 아마 잊고 있던 고통이 다시 찾아올걸? ---<올드보이> 중 이우진
 
무고한 사람이 죽었다. 아주 잔혹하게...... 그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이 복수를 맹세한다. “군대를 보내라. 다 쓸어버려라.” 그 격한 감정, 이해 못할 것 없다. 한번 시원하게 지르면 정신건강에도 좋다. 자, 지르자. 됐나? 시원하게 질렀으면 이제 곰곰이 생각을 해보자.
 
살인자를 잡으러 특전사를 보내자. 특공대도 보내고 UDT도 보내자. 그럼 잡을 수 있을까? 복수는 할 수 있을까? 없다. 미국이 12만의 병력과 800억불 이상을 처바르며 죽을 쑤고 있는 전쟁이다. 테러리스트들이 “어마나, 당신들이 그 유명한 무적의 대한민국 군바리? 무서워요~. 제발 목숨만 살려주시와요~”라고 빌기라도 할까? 이미 잃을 게 없는 이들이다. 집도 가족도 모든 안락도 포기한 이들이다. 남은 건 복수심과 악다구 뿐. 걔네들을 상대로 복수를 한다고? 엄한 군인들 개고생 시키지 말자. 낮선 사막에서 밥이나 제때 먹고 다니면 다행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경제도 엉망인데 지구 반바퀴를 돌아서 전쟁질이나 하고 있는 것도 웃기는 일 아닌가? 운 좋게 그 놈들을 잡아 죽였다고 치자. 복수가 끝났으니 쉽게 발 뺄 수 있을까? 정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대테러전이라는 수렁에 몸을 내던질 필요가 없다. 좋아할 놈은 손 안대고 코 푸는 부시뿐이다.
 
그럼 그 나쁜 놈들을 그냥 놔두란 말인가? 그럴 수 없다. 그 놈들이 저지른 짓은 정말 부시스러운 짓이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잡을까? 파병철회를 조건으로 인도요청을 하면 된다. 그리고 국내법정이든 국제사법재판소든 법정에 세우면 된다. 이라크입장에서는 한국군 종합선물세트를 받는 것 보다 낫고, 테러리스트들에겐 명분 있는 순교고, 우리에겐 적절한 복수다. 모두에게 깔끔한 마무리다. 적어도 그 놈들을 잡기위해 군대를 보내야 한다는 발상보다는 현실적이다.
 
그리고 무고한 김선일씨의 죽음에 흥분하는 양반들... 잊지 말아야할 게 있다. 또 다른 무고한 죽음들... 당신들에겐 아주 하찮은 죽음들이겠지만...
 
당신이 그 날 일을 기억 못하는 진짜 이유가 뭔지 알아?  그건 말야... 그냥 잊어버린 거야. 왜, 싱거운가요? 하지만 사실이야, 당신은 ‘그냥’ 잊어버렸어, 왜? 남의 일이니까. 너무 하찮으니까. 미안해한다는 건 귀찮은 일이니까. ---<올드보이> 중 이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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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당신과 대한민국 & 공포와 연민 (씨네 21, 진중권)
 
당신을 구할 유일한 카드는 파병철회뿐.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 카드를 접어놓고 엉뚱한 짓이나 하며 당신을 구하려 애쓰고 있다는 '전방우' 인상이나 연출할 게다. 그 콘티에는 각하께서 친히 상황실에 나와 기웃거리는 감동적 장면도 포함된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파병철회를 안 하고도 당신을 구할 신통술이 있는 양 설레방을 떤다. 그래서 당신은 죽는다. 대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정부는 테러를 비난한다. 부시는 이런 노(盧) 정권에 신뢰를 표명한다. 조중동은 파병원칙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사설을 내보낸다. 한겨레와 오마이뉴스는 파병철회를 얘기하나, 탄핵 당한 대통령 구할 때만큼의 열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KBS는 국민의 분노를 테러리스트 쪽으로 일원화하고, 기계적 중립성을 싫어하는 MBC는 파병찬반의 기계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곡예를 시작한다. 노란 인터넷 사이트에는 상심에 빠진 대통령을 걱정하는 글들이 줄줄이 올라온다.
 
당신이 아무리 살려달라고 애원해도, 당신을 도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게 당신의 조국 대한민국이고, 이게 당신의 동포 대한국민이다. 엽기는 또 있다. 토끼 몰이를 하듯이 조직적으로 당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 자들이  이제 한 목소리로 당신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것. 얼마나 황당한가. 얼마나 얄미운가. 하지만 당신에게도 위안은 있다. 당신에게 떨어진 불운이 저들의 머리 위에도 공평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러니 편히 가시라.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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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목숨도 중요하지만, 나의 목숨도 중요하다. 한국군은 여기서 나가라." 그 짧은 영어로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너희들은 별 생각 없이 여기에 군대를 보낼지 모르나, 너희들도 내 처지가 되어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그리스인들이 '연민'이라 불렀던 그 강렬한 감정이입을 해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의 입장은 신속하고 단호했다. 우선적으로 안심시켜야 할 대상은 이 일로 자칫 낭패를 볼지도 모를 부시 정권. "추가 파병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그 시간에 열린우리당의 유시민 의원은 만두 먹기 이벤트를 벌이고 있었다. 한 기자가 그에게 입장을 물었다. "한 사람 잡혀간다고 파병 철회하는 나라도 있나요?" 이 말을 듣고 나는 감정이입의 능력을 잃어버린 그를 대신하여 머릿속으로 역지사지의 사유실험을 하고 있었다. 저기에 잡혀 있는 저 사내가 유시민 의원이라면, 그는 과연 카메라 앞에서 무슨 말을 할까? 국정을 책임진 집권여당의 정치인답게 당당하게 외칠까? "각하, 한 시민 잡혀간다고 파병 철회하는 나라도 있습니까?"
 
황당한 것은, 납치된 이의 부모조차도 처음에는 이라크 파병에 찬성을 했었다는 사실. 제 자식이 잡혀가자 비로소 사태의 본질을 깨닫고 뒤늦게 파병반대를 외치고 나선 것이다. 어처구니없지만 어디 이게 그 분들만의 일이겠는가? 아마도 대한민국의 상당수가 자기가 직접 당하기 전까지는 '공포와 연민'의 감정이입을 못 할 게다. 파병으로 인해 초래되리라 예상되는 피해는 우리의 머릿속에는 늘 '나'의 것이 아니라 '남'의 것으로만 상정된다. 왜 그럴까?

군대를 안 보내면 우리 생명이 위협을 받는가? 군대를 보내서 우리 시민들의 안전이 보장되었는가? 이라크에 한국인 얼마나 된다고, 그 중 벌써 두 명이 살해당하고, 두 차례 납치사건이 벌어지고, 생각하기에도 끔찍한 처형까지 있었다. 이렇게 국민 개개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을 나서서 저지르며, 심지어 그것을 '안보'라 부른다. 완전 변태들이다. '안보'라는 말로써 제 나라 시민의 생명보다 남의 나라 정권의 안위를 의미하는 나라. 이런 나라를 '조국'이라 불러야 하는 우리는 팔자 한번 더러운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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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겨레신문 2004년 6월 24일자 그림판 (장봉군)
 
 
6. 내일신문 2004년 6월 24일자 김경수 화백의 내일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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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그가...  2004/06/24 10:09
 
민주노동당 당원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네티즌들이 많이 모이는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파병 찬성비율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10만 대군론까지 나타나는 등 광기어린 잘못된 복수심으로 여론의 분위기가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각자가 속한 여러 카페나 커뮤니티에서도 파병결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포털에서는 그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글을 씁시다. 그냥 여론이 이렇구나 파악만 하지 말고, 약간이라도 자신의 주장을 알려냅시다. 그리고 커뮤니티에서는 차분하게 설득하는 글을 올립시다. 좋은 글이 있으면 퍼다나릅시다. 물론 무작정 [펌]이라고 하지 말고 자신의 의견도 함께 덧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 민지네의 꿀땅콩님이 쓰신 글을 하나 더 퍼왔습니다. 왜 이라크에 파병을 해서는 안되는지, 왜 분노의 화살을 이라크의 테러리스트에게 보다는 미국과 노무현 정부에 두어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글을 가지고 온라인에서 대화합시다. 주위 동료들과, 벗들과 오프라인에서 대화합시다.
 
한국인이 이라크 테러범들에게 참수당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된다. 화면 가득이 생명의 소중함을 외치던 그와 참수 직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그의 사진이 떠다닌다. 황망하다는 말이 정확할 것 같다. 그리고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역사에 가정법은 없다지만 정말 김선일씨가 죽지 않을 방법은 없었을까?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만약, 만약에 그가 가난한 아들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대학원을 진학하려고 뜨겁고 위험한 이라크에 가야하는 가난한 이가 아니었다면 그는 살 수 있었겠지? 17살의 나이에 30억도 넘는 돈을 상속받을 정도는 아니어도, 7억자리 호화 승용차를 몰고다닐 재력가는 아니어도, 하고싶은 공부를 하려면 사지로 가야하는 가난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만약, 만약에 그가 굳이 사지로 가서 일자리를 구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한국에 건강한 일자리가 많았으면 어땠을까? 혹자는 그가 위험수당까지 받아가면서 돈을 많이 벌러 제 발로 사지로 갔으니 하는 수 없다고도 한다. 맞다. 그는 사지로 제 발로 갔다. 하지만 만약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실업자의 인구는 늘어만가고, 신용불량자가 거리를 메우는 나라가 아니라 김선일씨처럼 선량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누구든 정당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나라라면 어땠을까? 우리의 나라가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나라라면? 왜 우리는 돈을 벌기위해 목숨을 걸어야하는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일까? 베트남 참전이 그랬고, 뜨거운 중동의 건설붐이 그랬고, 청계천에서의 지독한 노동이 그랬다. 만약 우리가 좀더 다른 나라를 만들었다면?
 
만약, 만약에 그의 대통령이 처음부터 파병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미국의 석유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침략의 전쟁에 절대로 우리 젊은이들을 총알받이로 보낼 수는 없다고 확실하게 말하는 대통령을 갖고 있었다면? 미국에 할 말을 하겠다던 대선 전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을 갖고 있었다면? 왜 우리는 말을 바꾸는 대통령을 추앙하는 것일까?
 
만약, 만약에 언론이 처음부터 이라크의 위험을 널리 알렸으면 어땠을까? 이미 참전한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이라크 국민들에게는 차갑게 등을 돌린 것이 되는 까닭에 의료봉사를 하든 재건 업무를 보든 아랍 세계와는 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직하게 알리는 언론을 갖을 수 있었다면, 그는 그렇게 비참하게 죽어야만 했을까? 안보를 핑계로 파병을 한다지만 우리와 같은 약소국(?) 중에 이처럼 미국에게 충성을 서약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라는 것을 알려냈다면? 이 전쟁의 추악한 진실,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학을 떼는 이 전쟁의 부당함을 알렸다면? 그랬어도 우리는 오늘 그의 영정을 붙잡고 울고 있을까?
 
만약 그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이 나라에게 그리고 이 나라를 다스린다고 믿는 자들에게 철군을 요청했을 때, 이 정권의 단 한 사람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그는 우리에게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왔을까? 공약으로 내건 내용도 상황이 바뀌었다고 하루 아침에 말을 바꾸는 이 정권이 국민에게 말을 바꾸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만큼 차라리 일관되게 말 바꾸기를 했더라면, 우리 국민이 죽게 생겨서 추가 파병은 못하겠다고 털어놨더라면 그가 죽었을까? 그가? 이 정부가 파병을 번복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살해 위협이 방송된 후 5시간만에 파병은 절대로 해야한다고 선언하는 대담함을 보이지만 않았더라도 과연 그가 죽었을까? 국민의 목숨값 앞에서도 한 없이 대담해지는 정부의 태도가 아니었다면 그가 과연 그리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야 했을까?
 
역사에 가정법은 없다지만 너무나 애통하고 황망한 죽음 앞에서 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던 수많은 기회들, 수 많은 상황들이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그는 제 발로 이라크에 갔고, 재수가 없어서 테러리스트들에게 잡혔으며 그 테러리스트들은 너무나 극악무도한 자들이여서 김선일씨의 절규를 외면했다고 말하기에 우리에게는 기회가 너무나 많았다. 그의 죽음은 분명 단순히 이라크 테러리스트들의 잔혹한 살인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을 뿐이다.
 
그의 죽음을 피로 보복하자는 이들에게, 테러에는 응징 뿐이라는 사람들에게 잠시 숨을 고르고 정말 우리가 테러리스트에게 그를 빼앗겼는지, 그를 죽인 것이 단순히 테러리스트들 뿐인지 묻고 싶다. 어쩌면 우리안에 이 지독한 가난과 불평등, 우리 안에 이 지독한 인명 경시와 황금 만능주의 그리고 이 정권의 약소국에게는 오만하고 강대국에게는 비굴하기 짝이 없는 외교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아닌가? 테러리스트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서 혹 당신의 손에 묻은 김선일씨의 피를 씻고자 하는 것은 아니냐는 말이다.
 
만약, 만약 당신이 김선일씨의 죽음을 복수하고 싶다고 울부짓는다면 당신의 주변에 있는 적들을 공격하라.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 이익이 되면 한 사람 쯤은 죽어도 된다는 생각, 이 정권은 어떤 거짓말을 해도 참아줄 수 있다는 충성심, 그리고 미국이 하라는 짓은 뭐든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미국에 대한 경외심들...
 
만약 우리가 진정 복수와 응징을 원한다면 애꿎은 이라크로 또다른 김선일들을 보내자고 해서는 안될 듯 하다. 정말 우리가 응징을 원한다면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김선일씨의 죽음의 원인들. 그것들을 응징해야할 것이다. 이라크인들만 탓하기에 우리는 김선일씨를 살릴 너무나 많은 기회를 하릴 없이 놓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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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씨의 마지막 유언  2004/06/24 13:22
 
오늘 2시에 민주노동당 비상중앙위원회가 소집되기에 거기에 가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글인 듯하여 아래 글을 퍼나르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네티즌모임(민지네) 홈페이지 해우소에서 꿀땅콩님이 쓴 글을 퍼왔습니다. 살해 당하는 장면은 그 동영상이 유포되어선 안되겠지만, 적어도 김선일씨의 마지막 유언은 공개되었으면 합니다. 특히 유가족들은 마지막 가는 모습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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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살해당하는 장면은 볼 수 없었지만
마지막으로 가는 길에 김선일씨가 남긴 말은 들어두어야겠기에
그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노무현의 이름을 여러번 부르더군요.
프레지던트 노무현이라고 외치면서 절규합니다. 제발 파병하지 말고 철군해서 살려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 국민들에게도 자기를 도와달라고.
왜 파병해야하느냐고 묻고 있었습니다.
제발 제발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쉬었고 크게 흐느끼고 있습니다. 너무나 가엾습니다.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살해 하려고 서있는 테러리스트들도 동요하는 듯 합니다.
똑바로 서있지 못하고 서로 계속해서 쳐다봅니다.
 
정말 이보다 더 큰 비극은 없는 듯 합니다.
알 자지라 측에서 왜 이 긴 김선일씨의 절규를 방영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살해당하는 장면은 김선일씨에 대한 예의로 방영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 중요한 그의 유언은 왜 방영하지 않는 걸까요? 왜 한국에서는 김선일씨가 그의 대통령과 그의 동포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못듣게 하는 걸까요?
 
갈수록 의혹은 증폭되어갑니다만 왜 그의 마지막 유언도 우리는 들을 수 없는지 또 묻게 됩니다. 이번 사건은 정말 너무나 추악한 냄새가 납니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정말 고인이 고귀한 한 영혼으로 존중 받는 곳에서, 더이상 소외감과 배신감에 흐느끼지 말고 꼭 존중받으면서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다음은 고인이 남긴 마지막 유언을 녹취한 것을 진보누리에서 퍼옵니다. 
 
To President Roh, move *
노무현 대통령에게
I want to live.
나는 살고 싶습니다.
I want to go to Korea.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Please, don't send to Iraq Korean soldiers
제발 이라크에 한국 군인들을 보내지 말아 주십시오.
Please, this is your mistake
제발! 이건 당신의 실수입니다.
This is your mistake
이건 당신의 실수입니다.
Many Korean people don't like their to send to Iraq
많은 한국인들은 그들의 **를 이라크에 보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All Korean soldier must out of Iraq
모든 한국 군인들은 이라크에서 나가야합니다.
Please, please this is your mistake
제발. 제발. 이건 당신의 실수입니다.
Why do you send why do you send Korean soldiers to Iraq
왜 당신은 왜 당신은 한국군을 이라크에 보냈나요?
 
To my all people all Korean people please support me.
고국에 계신 한국 동포에게.
제발 저를 도와주십시오.
please * President please Bush to President Roh move Iraq
제발.
대통령님! 제발 부시! 제발. 노무현 대통령! 제발 이라크에서 나가 주십시오.
please I want to live, I want to go to Korea.
제발. 나는 살고싶습니다. 나는 한국에 가고 싶습니다.
(* 은 잘 안들리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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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우리의 '분노'는 노무현정권을 향한다 (2004년 06월 26일 (토) 인권하루소식 제 2602 호, 인권운동사랑방)
 
김선일 씨의 죽음으로 온 나라가 슬픔과 충격에 휩싸였다. 무고한 한 생명이 처참하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은 입으로 옮기기조차 고통스럽다. 언론에 비치는 고인의 사진을 보며 또 고인의 부모를 보며 그 누가 가슴이 저미지 않겠는가. '한국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그렇게 절규했던 김선일 씨를 외면하고 "변함없는 파병 원칙"만을 외친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가 김선일 씨를 죽인 것이다.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을 위한다는 정부의 위선은 이미 벗겨진 지 오래다. 아무도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면서 내건 거짓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또 이를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보수언론의 격려는 '위선의 절정', '가증스런 본색'일 뿐이다. 노무현 정권과 보수언론이 서로 '일치단결'해 우리의 "슬픔과 분노"를 이라크 저항세력에 대한 "보복과 응징"으로 선동하는 이유, 그것은 "파병"을 위한 치졸한 술책에 불과하다. 애초부터 김선일 씨 죽음에 대한 '슬픔과 분노'는 정부를 향한 '우리들의 분노'이지, 김선일 씨가 어찌되든 파병은 해야된다고 주장했던 정부와 보수언론, '너희들의 분노'가 아니다. 슬픔도 분노도 없는 집단들이 '보복과 응징'을 말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그들이 말하는 "보복과 응징"이 얼마나 엄청난 피의 보복을 반복하는 것인지 정녕 모른단 말인가. 이라크를 보라. 미국에 의한 이라크 침략전쟁이 시작되고 '무고한' 사람들이 1만명 이상 죽었다. 김선일 씨 피살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으로 또 다시 이라크인들이 죽어갔고, 끝나지 않은 침략으로 이라크 전역에서 오늘도 계속 죽어가고 있다. 9.11 이후 '보복'에 쌍심지를 켠 미국과 함께, 침략군의 일원이 되어 이라크로 파병하겠다는 한국에 대해 어떤 이라크인이 '선의'를 가질 수 있단 말인가. 고립되어 가는 미국에게 끝까지 동맹군으로 남겠다는 한국에게 이라크인들이 대체 뭘 고마워해야 하는가. 바로 파병이 보복과 응징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의료병이든 공병대든 다 마찬가지다. 게다가 전투병을 보낸다면서 '평화, 재건'이라고 포장하고 있는 한국이 이라크인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외국군 주둔이 이라크에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아랍연맹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전쟁의 종결선언이 '진짜 전쟁의 시작'이라는 아랍인들의 경고를 증명하는 지난 1년 동안 이라크 상황을 상기한다면 당장 미국의 침략 전쟁에서 손을 떼야 한다. 추가파병을 철회하는 것은 물론 서희·제마 부대 역시 철수시켜야 한다. 정부가 진정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을 위한다면 모든 점령군의 철군을 주장해야 한다. 정부는 정신 차리고 현실을 직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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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유감, 저항을 조직화하자  2004/06/29 16:31
 
당이 나서서 왜 이런 말을 하지 못할까? 물론 나도 잃을 것이 있기에 시위를 하다가 연행되는 것이 두렵다. 그렇지만 지금의 촛불집회는 정말 아닌 것 같다. 이대로는 절대 파병을 막을 수 없다.
  
<기고>촛불집회 유감, 저항을 조직화하자 (2004년 06월 29일 (화) 인권하루소식 제 2603 호, 인권운동사랑방)
 
수많은 이라크인의 죽음, 김선일 씨의 죽음,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생명이 사라질지 모를 죽음의 선동이 우리의 목을 조르고 있다. 살육의 먹구름과 살고싶다는 피울음이 보이고 들리는 이 때, 우리는 답답한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이고, 끝도 방향도 없는 연설을 듣다가 쓰레기를 치우고 가라는 해산 명령과 함께 흩어진다. 답답하다. 정말 답답하다.
 
집회의 성격과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당장 집회자원봉사단이라는 사람이 달려온다. 시민들이 보기에 안 좋으니 질서 있게 앉아 있으라고 한다. 경찰도 끼어 들어 대열 안으로 들어가라 한다. 경찰이 마련해준 사각틀 속에 얌전히 앉아있는 것이 질서인가? 그건 도대체 이 시기 누구를 위한 질서인가?
 
경찰 차량과 전경으로 장막이 쳐진 테두리 안에서만 맴돌고 있는 확성기 소리, 원래 시민단체들은 파병반대 하는 게 당연하고, 정부는 정부 방침대로 간다는 노무현 식대로 되가는 무대가 아닐 수 없다. 노무현이 바라는 바대로의 모양이라면, 이런 걸 우리가 예전에 관변집회라 부르지는 않았는지, 기억을 점검해보게 된다.
 
잡혀갈 것을 각오하고만 집회를 할 수 있는 사회가 아직 우리 사회라는 걸, 촛불의 안락함 속에서 우리는 잊고 있다. 그 초라한 집회․시위 권리의 위상을 우리는 애써 무시하고 있다. 유모차를 밀며 가족 단위로 나와 평화롭게 참여할 수 있는 집회의 상을 보여줬다는 것,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이뤘다는 것 등등 촛불집회가 이룬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촛불집회가 보여준 성과가 그 형식성의 유지로 똑같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촛불은 정신이었지, 형식이 아니지 않은가. 지금의 촛불은 시민의 창조물을 바탕으로 계속 복제품만 찍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수많은 생명이 미 제국주의와 그 하수인의 탐욕 때문에 사라져가고 있는데, 그에 대한 반대를 조직화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희생도 치르려하지 않는다. 전쟁을 벌이겠다는 정부를 상대로 과격해지지 말라니, 그럼 우리는 언제 과격해져야 하는가? 청와대로 진격하겠다는 학생들의 호소를 듣지 않고, 쓰레기 치우고 가라는 시민의 질서의식이 강조되는 집회에는 이미 인권의 처절함이 없다.
 
집회․시위를 통한 의사표현은 ‘가난한’ 이들의 마지막 보루이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가난할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가난하다. 갇히고 박제화된 우리의 목소리는 저들이 추진하는 전쟁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으니 이토록 가난할 수 있는가?
 
1인 시위, 평화촛불집회, 야간집회가 아닌 문화행사라는 식의 ‘형식’으로 더 이상 비켜가려 하지 말자. 아무런 희생도 치르려 하지 않고, 이 전쟁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것은 꿈이다. 이 전쟁이 도모되는 자리마다 찾아가 점거하자. 이 전쟁에 찬성을 표시하는 정치인들을 쫓아가 멱살을 잡자. 인의 장막을 친 경찰선 바깥에서 파병철회, 전쟁반대를 외치자. 그리고 닭장차안에서 유치장에서 만나자.
 
노무현이 바라는 대로 더 이상 굴지 말자. 우리가 반대하는 시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이 전쟁을 반대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자. [인권운동연구소 류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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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이 크루즈가 될 수는 없었을까  2004/07/23 14:57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2주간 인질로 억류되었다가
철군을 하겠다는 필리핀 정부의 약속 덕분에 풀려난 안젤로 드 라 크루즈씨.
  
그렇게 살려달라고 했음에도 단호하게 파병 재천명을 한
노무현 정부의 신속한 결단 덕분에 하늘나라로 간 김선일씨.
  
한 사람은 7월 22일 귀국하여 가족들의 환영을 받았고,
다른 한 사람은 6월 22일 이라크에서 참수당했다.
 
김선일은 정말 크루즈가 될 수 없었을까?
뭘했더라도 살아돌아올 수 없었을까?
  
정부가 말하는 국익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하다.
  
고뇌하는 노무현 대통령!
당신의 머리 속엔
무엇이 들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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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1 16:03 2010/06/2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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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하철도 2010/06/21 18:31

    그렇군요. 갑자기 유시민이 떠오르네요. 김선일 씨와 관련하여 그 당시 한마디 했었더랬죠. 유시민을 지지해달라던 심상정 생각도 나네요.

     Reply  Address

    • 새벽길 2010/06/22 02:39

      유시민에 대해 얘기할 때 김선일 씨 관련해서 했던 그 말을 잊으면 안되죠. 유시민이 트위터에다 한겨레 절독선언한 후에 논란이 되었던 것과 비교가 되더라구요.

       Address

  2. 라브 2010/06/22 19:17

    전 어제 서점에서 이계삼씨 책 보다가 김선일씨 참수 동영상 봤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화를 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그 사건을 되새겼거든요.(한달 전쯤 리댁티드 보면서도 그랬지만......)그런데 6주기인줄은 몰랐네요.

     Reply  Address

  3. 새벽길 2010/06/23 01:30

    라브/ 참수 동영상 얘기를 하니 미선이 효순이 참사 사진, 미군에게 살해당한 윤금이씨 사진을 가지고 선전활동을 벌였던 이들이 생각나네요. 그 때도 그런 사람들에게 정말 열받았었는데요.

     Reply  Add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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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파병국가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일 Tracked from 2010/06/23 09:13

    새벽길님의 [김선일 6주기] 에 관련된 글. 사람들은 원래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기억하는 속성이 있다. 나 또한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나 감추고 싶던 일들, 부정하고 싶던 일들을 곧잘 잊어버리곤 한다. 그건 무의식을 가장한 지독한 의지일거다. 하지만 반성이든 성찰이든 어쨌든 간에 억지로 기억하고 곱씹어 불편한 마음을 상기시켜야 하는 일들도 있다. 미디어스에 실린 기사 '김선일, 이제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 를 보고서야 김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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