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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9
    병역거부자로 살아간다는 것
    무화과
  2. 2008/09/07
    9월, 일요일
    무화과
  3. 2008/09/02
    김중미씨의 신간 [꽃섬고개친구들]
    무화과
  4. 2008/09/02
    "당신의 용기를 지지합니다"는 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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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8/09/01
    비오는 9월의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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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8/08/27
    일찍자야하는데...(2)
    무화과
  7. 2008/08/21
    화양연화
    무화과
  8. 2008/08/18
    이스라엘 병역거부자 쉼리와 간담회
    무화과
  9. 2008/08/18
    또 친구에게
    무화과
  10. 2008/08/17
    2년전
    무화과

병역거부자로 살아간다는 것

병역거부자로 살아간다는 것 이라고 쓰고 보니 너무 거창하다. 그냥 사는 건데 쩝.

하고 싶은 말은, 병역거부자가 되는 일은 징병을 거부해서 감옥에 다녀오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싫든 좋든 병역거부를 결심하는 순간부터 감옥에 다녀와서 살아가는 동안에도 스스로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폭력과 군대와 평화에 대한 끊임 없는 질문을 받아야한다. 이것은 뭐 대단한 사상이나 신념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병역거부자가 되는 것이 하나의 타이틀을 획득하거나 한 때의 이벤트가 아닌 아주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삶과 연관되어 있다는 말이다.

 

살짝 걱정이 되는 친구가 있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그 친구의 삶도 걱정이지만 그친구가 혹여나 전쟁없는세상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이미 끼치고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걱정이기도 하다. 병역거부가 삶이 아니라 타이틀이 되어버리면 어떤 비극이 일어날까.

물론 병역거부자들이 시종일관 무겁고 진지하고 이럴필요는 없다. 누군가는 정말 그냥 군대가기 싫어서 군대를 거부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러기에는 지금은 그 대가가 너무 막대하기 때문에 이런 거부자들은 한참 있어야 나올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한때는 병역거부라는 타이틀을 먼저 봤었다. 평화주의자로서 내면이 가득 찬 이후에야 병역거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와 내 친구들은 병역거부자의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해서 성급히(지금 생각해보면) 병역거부를 선언해버렸고, 다행스럽게도 나는 이후에 평화주의자들을 만나면서 그 당시의 성급했던 선언을 지켜갈 수 있었지만, 또 다른 친구들은 성급한 결정에 후회를 하기도 하고 다른 이들을 원망하기도 했다.

 

병역거부자. 확실히 센 느낌이다. 감옥에 갔다온다니. 사람들은 그래서 병역거부자들을 함부로 보지 않는다.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나에게 종종 함부로(나쁜의미아님) 하지만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이나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같은 경우는 내가 진지하게 무게를 잡는다면 십중팔구 나의 연기에 다 넘어갈 것이다. 내 친구들은 나를 병역거부도 한 '이용석'으로 보고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병역거부자' 이용석으로 보기 때문일것이다.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인간인지 그사람들이 알면 병역거부자에 대한 배신감을 느낄지도.... 암튼 사회적으로 많은 불이익을 받지만, 또 한편에서는 다른 형태의 권력(이렇게 표현할수 있을까?)을 획득하는 것이 병역거부자이다. 그리고 정말 별거 아닌 그 권력에 살짝쿵 눈이 멀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나 또한 얼마나 소심하고 쪼잔하게 이리저리 계산하고 병역거부자인 나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서운해하고 은근히 병역거부자임을 내세우기도하는지 알고 있다.

 

다시 각설하고 병역거부 타이틀이 분명 유명해지는데, 그리고 소위 진보적이라는 사람들에게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정받는 눈빛을 받는데 유용할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자신을 병역거부와 정 반대의 삶으로 이끌어 가는 일이다. 아무리 생각하고 백번 양보해도 병역거부자라는 타이틀을 병역거부자 스스로가 신경쓰는 것은 그다지 좋은 모습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병역거부자가 되기로 하는 것은 병역거부자 타이틀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병역거부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 병역거부자는 아주 다양할것이다. 누구는 근본적인 평화주의자 일것이고, 누구는 폭력이나 전쟁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일일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현실과의 최소한의 타협을 조정하는 일이다. 누구는 농부로 살아갈 것이며, 누구는 마을공동체를 꾸리는 활동가로, 누군가는 대안학교 교사로 살아갈 것이다.

 

세상 모든 기자들과 언론들이 관심 가져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만큼 병역거부자 이름이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없다. 병역거부, 더 넓게 양심에 따른 거부는 이름없이 살아가며 자기 삶을 고요하게 들여다보며 자신의 삶속에서 다른 존재를 인식하고 세상속에 자신을 인식하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직 좀 멀었다. 나는 아직도 내가 쓴 글이 사람들에게 칭찬받기를 바라고 내가 참여하는 행사들이 대박나기를 바라고 내가 좀 더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병역거부운동은 뭔가 더 쎈 것을 잘 포장해서 관심을 많이 끄는 운동이 아니다.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병역거부자로 불리거나 유명해지는 것에 신경쓰기 보다는 어떻게 살아갈지 삶을 고민하면 좋겠다. 사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느껴지는 요즘 더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내가 평화주의자라고 입으로 떠들어대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병역거부자라고 인정해준다고 해서 내 삶이 평화를 살아가는 것은 아니더라. 어떻게 살아야할지. 어떻게 돈을 벌고, 무엇을 먹고,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무슨 일을 할 지. 결국 모두가 하는 고민들이지만, 바로 거기에 평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병역거부자가 되기 위해서 아주 현실적으로 군대를 거부하는 것보다 감옥가는 것을 준비해야하고, 감옥가는 것보다 살아가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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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일요일

가을은 유난히도 몸을 자극한다. 온 몸 구석구석 가을의 파장 긴 햇살이 파고든다. 일요일 아침의 한가하고 여유로운 공기는 심장을 거쳐서 손끝과 발끝까지 다다른다. 내 온 몸은 9월을 느끼고 아무도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파르륵 떨린다. 지난 밤 만취의 술에서 깨어나지 못한 정신은 길상사 조용한 극락전 앞 벤취에서 꾸벅거린다. 아직은 한낮의 더위는 여름을 기억한다. 그늘은 서늘하지만 햇볕은 아직 살갗을 그을리기 충분하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하늘엔 이제 막 불켜진 붉은 십자가에 걸려있는 구름은 더딘 발걸음을 늘어놓고 있다. 부쩍 접어든 가을덕분에 기분은 상쾌하고 고요하지만 갑자기 사는 일이 무서워졌다. 지겨워진다. 해야하는 너무 많은 일들이 버겁지는 않지만 귀찮아진다. 고장난 라디오처럼 세상과 주파수 맞지 않아 지지직 거린다고 생각했는데 굳이 세상하고만 안맞은게 아닌 거 같다. 생각보다 고장이 심하고 여러군데가 나 있는 라디오였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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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미씨의 신간 [꽃섬고개친구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천덕꾸러기들의 삶

그 속에서 조심스럽게 피어난 평화를 향한 선택!    

        

제  목 : 꽃섬고개 친구들

지은이 : 김중미

체  제 : 145*210 | 359쪽 | 10,000원

분  류 : 문학 > 주제가 있는 문학 >

         성장소설

        청소년 > 청소년을 위한 소설

        문학 > 한국 문학 > 한국 소설

독  자 : 청소년 및 일반

발행일 : 2008년 8월 25일

ISBN : 978-89-8040-332-5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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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거대한 뿌리》등 출간하는 작품마다 항상 낮은 곳에서 씩씩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 낸 작가 김중미의 장편 성장소설이다. 《꽃섬고개 친구들》은 꽃섬고개라는 조그마한 산동네에 살고 있는 한길이와 선경이, 이들 두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들의 친구 태욱이와 영미, 보라를 둘러싼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기에 열악한 산동네에 공부방 선생님으로 있으면서 이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어 주는 이재성 선생님과 각각의 사연 속에서도 삶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부모님들과 동네 어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이들은 팍팍한 삶 속에서 불평도 생기고 이기적인 마음도 싹트지만 서로 기대면서 점점 성장해 나간다. 평화를 위한 선택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 책 소개 -


억압과 불평등, 착취,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 대한 폭력을 거부하는 작은 목소리!


《꽃섬고개 친구들》은 초등학교 시절에서 이십대 청년이 될 때까지 꽃섬고개라는 마을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이 겪는 현실 속 폭력과 갈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면서, 이런 폭력에 굴복하지 않고 평화를 위한 자유로운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각각의 주인공들이 가진 사연들은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이런 환경에서 각자가 선택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어렵고 힘들어 보이는 삶도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음을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주인공 한길이와 선경이를 통해서 그들의 삶과 주변인의 삶을 통해 십대에서 이십대로 성장해 가는 과정의 생채기와 아픔을 그려낸다. 동시에 각각의 사연 속에서 어떻게 평화의 길을 찾아 가는지 보여 준다.


선경이 이야기

선경이는 집을 나가 택시 기사로 어렵게 살고 있는 아버지와 어린 시절 헤어진 어머니 대신에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와 힘들게 살고 있다. 선경이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어른스럽게 살아가려 한다.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부잣집 아이들에게도 지지 않고 힘으로 맞서서라도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집안 형편을 생각해서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열악한 청소년 노동을 하며 팍팍한 삶을 산다. 아르바이트비를 벌기 위해 부조리한 모습을 보면서도 살아가기 위해 침묵하기도 하고, 주위의 친구들에게 냉소적이고 차가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한길이와 친구들의 모습 속에서 변화해 가게 된다. 선경이는 한길이와는 어려서부터 보디가드처럼 친한 친구이다. 소심하고 여성스러운 한길이와는 달리 선경이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선경이는 항상 혼자 힘든 삶을 헤쳐 나갈 생각만 하다가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보라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주게 되고, 선경이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보라에게 위화감을 느끼지만, 나중에 친해져서는 보라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선경이는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동성애 문제로 따돌림을 당하는 보라를 받아들이고 보라에게 기대게 된다. 하지만 보라의 제멋대로인 듯한 태도에 화가 나기도 하고, 이기적인 모습에 실망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지만 선경이는 결국 보라를 이해하게 되고 다시 친구로 지내게 된다. 또 친구 영미의 답답한 모습에 많이 짜증도 내지만 영미가 혼자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로 결심하자 아버지와 어머니의 잘못된 만남으로 태어난 자신의 과거를 생각해서 함께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한다. 한길이가 병역을 거부하고 평화주의자로서 자신의 길을 가려고 선택할 때 납득하지는 못하지만 결국 한길이의 선택을 존중한다.  


한길이 이야기

한길이는 산동네인 꽃섬고개에서 주정뱅이 아버지와 도배 일하는 어머니와 동생 한나와 함께 살고 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폭력을 거부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아버지의 폭력이 사실 베트남전 참전으로 인한 후유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점점 전쟁과 같은 폭력이 사람을 파괴하고 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재성 선생님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커서는 그와 같은 훌륭한 선생님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공부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 사이의 차별, 폭력적인 선생님들의 부당한 체벌과 사람들 사이의 폭력을 보고 폭력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살려고 노력한다. 주위 친구들은 집안 형편과 성향의 영향으로 대한 진학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교대에 들어가 이재성 선생님이 그랬던 것처럼 공부방에서 선생님을 한다. 자신이 선생님을 하면서도 예전 자신의 어린 시절과 변한 것이 없는 꽃섬고개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되고 좀 더 평화롭게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아이들을 가르친다. 친구 태욱이 삼촌이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 병역거부를 한 것과 폭력적인 문화에 저항하는 불복종으로 불교신자인 오태양 씨가 병역거부를 하자 자신 역시 폭력에 반대하는 양심의 목소리에 따라 병역거부를 결심한다. 공부방 선생님을 그만두고 다시 자신의 고향인 탄광촌 마을로 돌아간 이재성 선생님을 만나고 병역거부에 이어질 고난에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태욱이, 영미

태욱이는 한길이와 선경이의 친구이다. 섬세하고 생각이 많은 한길이와 달리 단순하고 터프한 전형적인 남자 아이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아가지만 마음은 착하다. 삼촌의 병역거부와 아버지의 정리 해고와 같은 일련의 사고를 겪으면서 집에 책임감을 느끼고 고등학교 취업반을 졸업하고 미용 기술을 배우다 군에 입대한다.

영미도 한길이와 선경이의 친구이다. 어려서부터 약하고 순진해서 다른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부모님은 장애를 가지고 있어 집안일을 능숙하게 하지만 친구 사이나 사회적 관계에서 항상 어리숙하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휴대전화 영업 일을 하지만 임신을 경험하고, 이러한 관계 속에서 상처도 많이 받는다. 한 번의 낙태를 경험하고, 배 속에서 울리던 아이의 발소리를 잊지 못해서 결국 미혼모로 선경이와 함께 당당하게 다시 살아가게 된다.


평화를 위한 선택

《꽃섬고개 친구들》의 주인공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폭력적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이런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것일지 모른다. 이렇게 폭력적인 환경 속에서 어른이 되는 우리는 모두 평화로운 감수성을 잃고 다시 반복되는 폭력 속에서 둔감하게 살아간다.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두 숱한 상처를 겪어 몸과 마음은 늘 흉터투성이인 데다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은 아니지만 삶 한가운데에서 조용하고 작지만 모이면 큰 촛불처럼 자신의 소신을 따라 평화로운 선택을 한다. 영웅이나 투사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이런 선택 하나하나가 모이면 큰 힘이 되어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큰 밑바탕이 될 것이라 작가는 말하고 있다. 항상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작은 선택의 이야기는 많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쉽게 상처받고 힘들어도 조용하고 끈기 있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테마 중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이다. 그동안 여호와의 증인이나 안식교도 등 흔히 이단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해서 감옥 생활을 했다. 2001년 불교 신자인 오태양 씨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하면서 사회에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회자되기 시작했다. 한길이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택하는 과정과 주변 환경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그 길을 선택하면서 겪게 되는 마음 속 갈등, 주변인들과의 문제를 보여 준다.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양심의 목소리를 거역할 수 없어 감옥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병역거부를 하는 평화주의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를 통해 독자들도 평화의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며, 아울러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에 대해서 좀 더 나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겪게 되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떻게 좀 더 나은, 평화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꽃섬고개 친구들》을 통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우리 친구들의 이야기 속에서 함께 평화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차례 -


1부

선경이 - 7

한길이 - 18

결석 - 25

동병상련 - 31

친구 - 41

피티에스디 - 51

난 강한 아이야 - 62

누가 더 힘이 센 걸까 - 73

여자가 되다 - 80

면회 - 89

변화 - 94

월남에서 돌아온 용감한 김상사 - 105

동물원에서 - 118

2부

학교 - 129

여고가 아닌 여상 학생으로 살기 - 140

태욱이 삼촌 - 150

할머니와 이별하기 - 157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 167

독립 - 180

용기 - 189

보라 - 203

용만이의 선택 - 213

사랑에 빠지다 - 223

영미 - 234

아웃팅 - 243

이재성 선생님의 선택 - 260

3부

가슴에 푸른 멍이 든 소혹성 사람들 - 267

김한길 선생님 - 285

괜찮아, 그까짓 생채기 하나쯤은 - 294

폭력의 고리 - 300

재회 - 308

만남 - 317

인드라망 - 326

선택 - 338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 344

평화로 가는 길 - 354


작가의 말 - 357


- 작가의 말 중에서 -


《꽃섬고개 친구들》의 주인공들이 처해 있는 현실은 그 자체로 폭력적이다. 가난과 편견, 억압과 불평등, 착취. 가난하고 힘없는 그들은 그 폭력을 막아 줄 어떤 방패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그들은 늘 맨몸으로 사회의 폭력과 맞서야 했다. 숱한 상처를 겪어 몸과 마음은 흉터투성이지만 그들은 어떤 무기도 지니지 않은 채 세상에 당당하게 살아남았고, 서로 그 흉터를 쓰다듬으면서 자매애와 형제애를 깨닫는다. 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들을 폭력에 멋지게 맞서 나가는 영웅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평화는 거창하고 대단한 사람의 능력이 아닌 힘없는 개인들의 작은 선택이 모여 이루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검둥소 편집자로부터 작가의 말을 쓰라는 연락을 받을 무렵, 나는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에 있었다. 처음 우리의 아이들이 촛불을 들고 그 광장에 섰을 때, 사람들은 그 어린 학생들이 켠 촛불이 수천, 수만 개로 번져 나갈 거라 믿지 않았다. 그러나 촛불은 점점 사람들의 마음을 밝혔다. 나는 거리로 나온 촛불 하나하나의 힘을 믿는다. 우뚝 솟은 큰 촛불로 모여드는 작은 촛불들의 힘보다 작은 촛불들이 모여 이룬 커다란 촛불의 힘에서 더 큰 희망을 발견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평화를 위한 촛불을 다시 켠다.


- 추천사 -


이 책의 주제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이지만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 바로 “폭력”이다. 폭력의 얼굴들은 너무나 다양하다. 빈민촌 아이들이 자기 동네에 나타나는 것이 싫어 방음벽을 쌓아 가난한 아이들의 등굣길을 막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냉정한 이기주의부터 같은 반 가난뱅이 아이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있는 집안” 아이들의 태도까지, 폭력이란 우리가 살고 있는 계급 사회의 총체적 현실의 다른 이름이라 봐도 좋을 만큼 모든 것에 스며들어 있다. 폭력은 악보(惡報)를 낳는다. 베트남 전장에서 소녀를 쏘아 죽인 “파월 용사”가 그 악몽을 벗어나지 못해 행려병자가 되고, 가족들까지도 쉴 사이 없이 불안에 시달리게 만든다. 그를 폐인으로 만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물론 모르쇠로 일관한다. 폭력의 사슬을 어떻게 끊을 것인가? 결국 주인공 김한길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에 입각하여 병역을 거부하고, 이를 통해 거대한 폭력 기구인 국가에 대한 맹종이라는 악의 뿌리를 자르려고 한다. 주인공의 이름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져 있다. “한길”이란 결국 우리 모두를 폭력의 공포에서 해방할 자기 양심에 대한 복종, 그리고 체제에 대한 불복종의 큰길이란 의미일 것이다. -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 한국학 교수) -


김중미 선생님의 작품들이 언제나 깊은 감동을 주어 온 것은 단지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현실의 문제를 담고 있어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삶으로 겪은 것이 아니어서는 작고 가난한 삶들의 줄기를 그토록 저미도록 알기 어려울 것이고, 사랑이 아니어서는 그 모진 삶들의 눈물이 또 다른 눈물과 서로 어떻게 기대어 흐르는지를 이처럼 한 가슴에 담아내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삶과 사랑은 그동안 써 온 작품들에서 그래 온 것처럼 이 작품에서 역시 가난한 이들의 삶 속에서, 그이들이 흘려온 눈물의 기원과 넘어섬을, 누구보다 약한 이들의 착한 떨림으로 밝혀 주고 있습니다. 마침내 저는 평화를 보았습니다. - 박기범 (동화작가) -




- 지은이 -


지은이 : 김중미

1963년 인천에서 태어나 방송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부터 인천 만석동 괭이부리말에서 공부방 활동을 했다. 지금은 강화에서 농사를 지으며 공부방을 꾸려가고 있다. 1999년 창비의 제4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대상을 받았다.《괭이부리말 아이들》,《종이밥》,《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없다》,《내 동생 아영이》,《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공저),《거대한 뿌리》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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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용기를 지지합니다"는 말

참 좋은 말이 독이될 때가 있다. 참 좋은 의도로 한 말들이 그 말을 듣는 사람을 오히려 안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갈 때가 있다. 병역거부는 확실히 대단한 일이다. 누구나 평화주의자가 될 수 있지만. 누구나 병역거부자가 될 수 있지만, 또한 아무나 병역거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병역거부를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군대간 사람과 마지막까지 병역거부를 하게 되는 사람의 차이는 그 사람들의 신념의 단단함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각자가 처한 상황때문인 경우가 많다. 쉽게 이야기해서 나는 병역거부를 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상황이전에 자신의 문제로 좌절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뛰어넘고도 상황에 의해 좌절한 사람들과 나의 차이는 단지 내가 운이 더 좋았던 것일 뿐이다. 병역거부운동을 해오면서 느낀것은 사람들은 병역거부해서 감옥에 갔다오는 것을 굉장히 크게 인식하고 병역거부자들을 그런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물론 예전부터 친한 친구들이야 그렇지 않겠지만 병역거부를 하면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 병역거부만을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참 아쉬운 시선이다. 나는 병역거부자이기도 하지만, 시인이 되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고 전쟁없는세상의 활동가이고, 채식주의를 노력하고, 자전거를 더 많이 타려고 노력하고, 암튼 나를 설명하는 단어는 세상에 차고 넘칠텐데 병역거부자들은 사실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텐데 병역거부와 감옥행만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그것으로 수렴해서 보면서 병역거부자들을 거대한 국가폭력을 이겨낸 대단한 사람으로 봐버리는 경향이 너무 많은것이 현실이다. 나는 윤동주의 마음에 동감하고 기아타이거즈의 4강을 바라고 시와의 노래에 푹 빠져있고 이런것들은 병역거부와 수감자라는 타이틀 앞에서 중요한것이 아니게 된다. 물론 크게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평화캠프를 다녀오면서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지지가 오히려 당사자들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병역거부자는 아무래도 감옥을 갔다온다는 선정성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더라도 은근히 영웅이 되거나 주위의 관심을 받게되기가 쉽다. 이번 평화캠프에서도 병역거부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다른 캠프 참가자들이 그들의 용기를 칭송하는 이야기나 글을 쓰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나 또한 그들의 용기에 감탄하고 무한대의 지지를 보내는 바이지만 그들의용기를 칭송하기만 하는 것은 꽤 위험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병역거부운동에서도 많이 지적된 바 있는 문제들. 병역거부자들은 결코 영웅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스스로 원치안아도 주변에서는 그들을 엄청난 어려움을 이겨낸 영웅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병역거부자들은 자신에게 쏠리는 과도한 관심과 지지에 각자 다른 반응들을 보이지만 가장 우려되는 것들은 병역거부자들이 다른 시민들의 지지를 과대해석하거나 그 덧없는 인기(연예인들에 대한 인기처럼)에 정신이 팔려 자신의 신념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모습들이다. 나는 사람들이 병역거부자나 병역거부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용기에 감동받았습니다"는 류의 말을 자제하면 좋겠다. 물론 그들의용기는 칭송받아 마땅하지만 그 말들이 그들에게 도움보다는 안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것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나는 당신의 마음에 공감합니다" 이런 말들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 물론 내가 한 말들은 아주 작은, 내 주변을 참고삼아 한 말일 뿐이다. 병역거부자들은 이미 너무나 다양해졌고, 덕분에 한국의 병역거부는 짧은 시간에 쉽게 정리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경험상 하는 이야기일 따름이다. 어쩌면 내가 질못 생각하거나 변화하는 현실에 너무 구닥다리처럼 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술 많이 마시고 쓰려니 쓰고 싶었던 내용들이 많이 못들어간거 같다. 술이 왠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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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9월의 첫날

8월 31일과 불과 몇 시간의 차이를 둔 하루. 그러나 왠지 8월 31일은 9월 1일 보다는

8월 1일과 가까워 보인다. 단 하루만에 날씨가 갑자기 서늘해지는 것도 아니고

세상의 변화들이 그러하듯 더딘 걸음속에서 보자면 아무 차이도 없을텐데,

이상하게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9월 1일에서 갑자기 가을을 느낀다.

오늘은 더더욱 비가와서 그런 느낌이 강한것 같다.

 

텐트에서 자는 잠은 잠자리가 불편하기는 하지만 뜨거운 아침 햇살 덕분에 잠에서 깨어나는 기분은 불편함을 얼마든지 감내하게 한다. 이때만큼 일어나는 일이 행복한 시간도 없다. 어쩌면 하나 더 있다. 빗소리... 똑같은 듯 하나도 정녕 똑같지 않은 소리들.

작년 9월 출소를 2개월 남겨논 그 때, 그리고 가석방 명단 못올라서 못나가는줄 알고 있다가 다시 뒤늦게 명단이 추가되고, 이런저런 해프닝들에 마음썼던 그 때.

어느날인가 두두두두 총총총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시원한 기운이 귀로부터 얼굴에 퍼지면서 나는 잠을 털어내고

베토벤처럼 헝클어진 머리로 세상의 소리들에 귀기울였다.

창 밖, 손 내밀면 닿는 거리에서 비오는 소리는 왠지 감옥이어서 그런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가볍게 두드리는 퐁퐁퐁 드럼소리.

빗소리가 분위기를 깔아주면 다른 소리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쌔근 쌔근 잠들어 있는 수인들의 숨소리.

저 멀리서 저벅 저벅 걸어오는 교도관의 구두굽소리.

나는 마치 소리들의 합주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 지휘자처럼

헝클어진 머리를 곧추세우고 침묵의 시간들을 경청했다.

소리를 가진 모든 것은 아름답다고, 그 말을 되뇌이면서.

 

이렇게 하루종일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을 써도 바지 밑자락이 비에 젖는 날이면

문득 여러가지 소리들이 떠오른다.

올 가을은 또 어떤 이야기들을 나에게 들려줄까

거리에 부딪혀 통통 튀어오르는 빗줄기들을 보면서

살짝 설레어 봐도 되는지, 소심해진 마음에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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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자야하는데...

여느때처럼 컴퓨터를 켜고 아이스탯과 타이거즈홈피와 프레시안과 평화캠프홈페이지 등등을 두리번거리다 깜박 잊은듯 시와의 클럽에 들어가서 노래를 듣다가 화양연화의 가사가 가슴에 박혀와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앉아있는다. 이런 일상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내일이면 평화캠프를 가는데 서울에서 홍성까지 160여 킬로미터, 간만에 장거리 주행인데 평화캠프 갔다오면, 혹은 자전거 또 원없이 타다보면 그러면 뭔가 좋아질거라고 해결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무사히 다녀와야지. 얼른 자야지 내일 새벽부터 자전거 타야하는데 졸음운전할까 걱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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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화양연화                                    -시와

 

그 때가 그렇게 반짝였는지

그 시절 햇살이 눈부셨는지

강 한가운데 부서지던 빛

도시의 머리에 걸린 해

 

달리는 자전거 시원한 바람

이제는 알아요 그렇게 눈부신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한 때가 사라집니다

 

달리는 자전거 시원한 바람

이젠 알아요 그렇게 눈부신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한 때가 사라집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듣고있다.

지금은 어떻게 기억될까?

언제나 입버릇처럼 난 항상 살아가고 있는 현재가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속빈강정같은 말일 뿐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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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병역거부자 쉼리와 간담회

 

오랫만에 유인물 한 번 만들어봤다. 양면으로 만들기는 너무 귀찮아. 한 면은 종이가 아까운데ㅠㅠ 웹자보로도 사용할 수 있게 하려고 했는데 A4사이즈에 맞추다 보니까 웹자보하기엔 글씨가 너무 작아서 안보인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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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친구에게

몸은 머리보다 정직해서

해를 거듭해서  새겨진 생활패턴을 완벽하게 기억하는지

열대의 여름밤이 지나고 달궈진 건물의 온도마저 견딜만해질 무렵이면

마치 그 때 그랬던 것처럼 외려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이런 밤이면 내 오랜습관을 꺼내어 펼쳐본다

거기에 쓰여있는 너의 습관을 하나씩 들춰본다

더러는 방황하는 글씨들과 때로는 들떠있는 글씨들

사이에서 너는 나에게 아프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었다

(어느날엔가는 아주 좋은 향기가 나는 편지를 받기도 했었다)

 

거짓말같은 시간들이 어느덧 지나가고

익숙한 것들조차 낯설음으로 다가왔을 때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돌아오지 못한 나를

사람들은 떠났었다고 생각하고 돌아왔다고 생각했을 때,

 

어느덧 나는 편지를 쓰지 않는 사람이 되어 버리고

시들어가던 화분처럼 쓸쓸하기만 한 계절이 떠올라서

몸살나게 외로웠던 계절속에서

너는 나에게 한움큼의 커피향기, 시큼한 위로

 

긴 여행을 끝내고 네가 와서 너무 좋아

한 장 씩 넘겨보는 너의 이야기

밤은 또 한 장 씩 달빛을 기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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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2년 전, 여름더위는 다행스럽게도 한꺼풀 벗겨지고

많이 준비했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 시절의 나, 누구냐고 물어봐야할지도 모르는

아니 오히려 지금의 나를 보고 누구냐고 물어볼지도 모를일이다.

 

너무나 고마웠던 친구들.

나를 보내주기 위해 가지가지 이벤트를 준비했던 고마운 사람들

세상이 무너지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끝없이 우시면서도

끝내 무너지지 않을거라고 걱정마라시던 엄마

모두를 뒤로 하고 형식적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짧은 재판, 그리고 애써 웃으면 손흔들고 뒤돌아섰던 발걸음

 

그리고 많이 관심 가지지 않았던 구치소에서 만난 사람들

신입방에 들어갔을 때 있었던 사람들의 면면이

아직도 다 기억난다. 그리고 1년 2개월을 시간들이 모두다

선명하게 기억난다. 아주 작은 것들도....

이를테면 인천구치소의 떡볶이와 청주교도소의 떡볶이가 어떻게 다른지까지도.

내가 썼던 편지들, 답장의 내용과 그 편지를 받았을때의 기분까지도

 

지금 내가 2년전의 나에게 해줄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당신과 나는 같으면서도 다르다고 그럴까?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고 준비할 수 없는 것들은 어떻게 하라고 그러지?

네가 너이기를 바라지 말라고, 1년 2개월동안도 그렇고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너는 이제 네가 아닌 누군가일 뿐이라고 이야기해줘야하나?

 

2년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무엇일까?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었던 그 때. 뭐라고 한마디라도 남겨놓을껄 그랬다.

나한테 해줄 말들을 남겨둘껄 그랬다.

 

다시, 봉숭아물도 들이고

노래를 듣고 영화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술을 마시고

시와의 화양연화를 듣고,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들이 수시로 지나가고

병역거부자들을 감옥으로 보내고 출소하는 친구들을 맞이하고

경찰에게 잡혀가는 친구들의 소식에 분노하고 우리에게 떨어지는

무지막지한 벌금에 어이없어하고

2년전과 다를 것 없는 일상.

 

그런데 문득 2년전 나에게 무슨 말인가 하고 싶다.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2년전의 나에게 무슨 이야기라도 듣고싶다.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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