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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9

출근하려고 나서는데 땅이 촉촉하게 젖어있다.

이미 자전거 탈 생각으로 가방과 장갑과 모자를 챙겨 나왔다. 

빗줄기가 가는걸 보니 이미 한차례 지나간 거 같다. 그래서 그냥 자전거로 출근하기로 했다.

비오는 날 자전거를 타는 일은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동시에 아주 상쾌하고 즐거운 일이다.

물론 위험하니까 이런 날은 어지간하면 차도로 내려가지는 않는다.

조금 돌아도 한적하고 아름다운 논둑길로 내려간다. 노래가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다.

 

머리를 짧게 잘랐다. 무언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다.

일전에 수원구치소에 있을 때 삭발을 했다. 그 때도 이런 느낌이었다.

애써 부여잡고 있던 무거운 짐을 털어버린 기분. 머리를 밀고 방에 들어와서

그동안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었던 한겨레21과 전쟁없는세상 수감자 우편물과 인권오름을

필요한 자료만 남기고 모두다 버렸던 기억이 난다.

 

일요일에 잠실에 있는 트리지움이라는 아파트에 갈 일이 있었다.

신천역 옆인걸 보니 예전에 잠실 3단지가 있던 부지 같다.

고등학생 때 헤집고 다녔던 동네인데 알아볼 수 없게 변했다. 서울은 기억을 삭제한다.

아파트 들어가는 절차가 복잡했다. 무슨 테러리스트 검색하는 것도 아니고 기분이 확 상했다.

다지원 공동체 강의를 들었다. 한겨레 두레 공제가 이번주 주제였다.

나는 잘 관심이 없던 상조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알게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으로 안 된 것이 없고,

죽음을 대하는 방식 또한 경건한 의식이 아니라 서비스를 사고 파는 행위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실상을 들어보니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과

돈 없으면 죽는 것도 맘대로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 일도 죽는 일도 참 무서운 세상이다. 이 세상 살아갈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주말에 비해 날이 많이 풀렸다. 이제 곧 봄이 오려나보다.

봄을 기다려진다. 좀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세상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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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책만 보면 졸릴까?

나는 왜 책만 보면 잠이 올까.

파주, 저녁 7시만 지나도 어두컴컴한 밤이 모든 소리를 먹어치운냥

차소리도, 개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내 방,

TV도 컴퓨터도 없는 내 방에서야 책보다가 졸리는 건 그렇다 치고

집 앞 길로 10분마다 버스가 지나다니고

TV소리에 엄마랑 동생 떠드는 소리, 그래서 책읽기 방해되는

부천 집에서도 책만 보면 봄날 나른한 오후처럼 늘어지는지...

밤새 자고 늦잠 자고 낮잠 자고, 잠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허기진 마음을 책으로 달래보려 했는데,

이러다간 잠자느라 마음을 채우지 못하고 굶어, 비쩍 말라가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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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다 넘어졌다.

며칠 몸이 맘대로 안움직여 짜증스러웠는데 이제 슬슬 제 자리로 돌아왔다 싶어

간만에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 어제 내린 눈에 길이 살짝 얼어 걱정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날씨가 많이 춥지 않은 거 같아, 냉큼 페달질을 해버렸다.

다만 아직 완전하지 않은 몸을 생각해 속도를 무리하게 내지 않았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오는 길은 서두르지 않아도 자전거로 15분이면 도착하는 짧은 거리지만

조금 무서운 도로다. 평소에 차 통행량이 많지 않아서 언뜻 보기엔 자전거 타기 좋아보이지만

통행량이 적은 탓에 차들이 무식하게 질주하기 때문에 위험천만하다.

서서히 페달을 밟으며 평소처럼 노래를 흥얼거리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바퀴가 휘청거렸다. 정확히는 얼음판위에서 구르지 못하고 미끄러지며

자전거가 기우뚱 한거다. 깜짝놀라 자세를 다잡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뒤에 차가 없었고 속도를 빨리 내지 않아서 넘어지지 않았지만

노래를 부를 여유는 사라지고 온 몸이 뻣뻣하게 긴장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사무실로 오는 2/3 쯤 되는 곳에 90도가 넘어서는 급 커브길이 있다.

평소에도 이 코너는 위험하고 어려워서 속도를 죽이고

뒤 차가 어느정도 떨어져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지나간다.

게다가 오늘은 길도 얼어있고 이미 한 번 위험한 순간을 거쳤으니

더욱 긴장하고 온 정신을 집중하고 커브길로 접어들었다.

 

핸들을 오른쪽으로 살짝 돌리며 조심조심 몸의 체중을 자전거 오른편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자전거가 코너를 절반 정도 감싸안고 지나간다. 아직 방심하면 안된다. 다 왔다고 생각되는 때가

긴장을 풀어버리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때다. 집중력을 흐트리지 않고 자전거의 중심을 지켜간다.

원심력과 구심력과 중력이 가장 적절한 지점에서 작동해야 한다. 몸으로 느껴야 한다.

그러던 순간, 아주 느리게 바퀴가 돌지 않는다. 쭈욱 미끄러진다. 몸을 일으켜 세워 자전거의 중심을 잡아본다. 하지만 이미 무게중심은 중력의 작용방향으로 쏠려있다. 결국 꽈당! 오른쪽 허벅다리가 차가운 아스팔트에 내동댕이쳐진다.

 

그래도 천만 다행이었다. 이미 조심하고 있어서 속도를 바짝 줄였기때문에 넘어지며 세게 부딪히지 않았다. 뒤 따라 오는 차들도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내가 넘어지는 것을 보고 속도를 줄이기에 충분했다. 새로 산 바지를 처음 입고 나온 날이었는데 세게 부딪혀서 바지가 기스나거나 찟어졌다면 몸도 몸이지만 마음도 아팠을 거다.

 

이런 저런 위안거리들로 다시 페달을 굴려 길을 재촉하다가 문득 챙피한 기분이 들었다.

자전거타면서 넘어진 게 얼마만이더라... 아마 재작년 봄 일본 여행 갔을 때 이후 처음인 거 같다.

그때도 비오는 날, 차도에서 인도로 올라가려는데, 차도와 인도 사이에 설치된 쇠로된 경사로를

속도도 줄이지 않고 각도도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오르다 그만 미끄러져 버렸다.

아 또 있었구나. 역시나 일본 여행에서 비오는 날. 숙소를 찾기위해 오르던 가파른 산길 오르막에서

방향을 갑작스레 바꾸다 바퀴가 그만 미끄러져 버리며 꽈당하고 넘어졌다.

그때도 이번에도 비나 눈, 혹은 얼어있는 길. 사람이 어쩔 수 없는 것들에서 나는 넘어졌다.

당연한거다. 이런 것들에 복종하는 것은. 비와 눈와 추위는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 자전거타다가 넘어졌다고 챙피해 하지 말자.

 

 

라고 출근하자마자 썼는데, 좀 지나고나니 넘어졌던 허벅지도 은근히 아프고

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챙피하다. 자전거타다 넘어졌는데 아프고 챙피한 거 말고 뭐가 더 필요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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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

오랫만에 모두가 정시퇴근한 사무실에서 나도 딱히 급한일이 없어서

기타 연습 좀 할까 하고 기타를 잡았다.

기타 산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아직도 코드 하나 못잡는 게 챙피하기도 하고

빨리 연습해서 나도 기타로 한 곡 정도는 연주할 수 있기를 바랐다.

 

기타를 꺼내어 쳐보는데 1, 2번 줄이 소리가 안맞는다.

조율이 필요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조율기를 산 게 다행이다.

나처럼 음악에 맹 한 애들은 귀로 듣고서는 잘못된 거는 알아도

잘 된 음을 찾아갈 수 없다.

 

근데 가장 싸구려를 사서 그런지 조율기가 이상하다.

1,2번 줄을 튕기는데 자꾸 다른 줄이 표시가 뜬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마구잡이로 풀었다가 감았다가 해본다.

너무 팽팽하면 끊어진다고 누군가 그랬는데.

역시나 아뿔싸 하는 순간 손등이 따끔하다.

가느다란 회초리로 세차게 맞은 느낌이다.

2번 줄이 끊어졌다.

 

조율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기타를 배운다고 설치나 하는 낭패감이 밀려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조율만큼 어려운 게 세상에 또 어디있나 싶다.

세상 모든 일이 조율만 잘하면 안 풀릴 일이 없을 거다.

조율 이란 게 그냥 대충대충 서로 짜고치는 고스톱마냥 적당한 선에서 나눠먹는 것이 아니라

기타 선율 처럼 서로 화음을 맞춰가는 과정이라면 말이다.

 

참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음색들을 조화롭게 화음을 만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을거다.

기타 조율은 세상 많은 조율 중에 가장 쉬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조율인데, 조율못해서 승질부리다 기타 줄 끊어먹었다고 자책하지 말고

내일 회사에서 조율할 줄 아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얼른 기타연습하자!!!

 

그리고 조율하는 방법도, 배우자.

평생을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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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아끼라구?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냥 허탈하게 웃어넘겼는데 곱씹을수록 기분이 상한다.

나보고 말 좀 아끼란다. 뭐 내가 좀 말이 많긴 하고 덕분에 실수도 많이 하는 걸 아는지라,

내가 또 무슨 실수했나해서 뭐가 문제냐고 물었다.

 

요지는 이랬다. 일전에 다른 부서 직원들과 있는 자리에서 어떤 분이 그 부서 사람들에게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 "그래도 너희는 달마다 자기 이름 찍힌 책 나오고 보람차다."

이 말 틀린 말이 아니다. 일이 고된만큼, 그리고 그 일의 결과로 나온 책들이 정말 좋은책이라서

무척 보람차고, 또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나도 안다. 누가 그걸 모를까. 그 부서 직원들도 다 알거다.

근데 그 말을 누가하느냐는 좀 다른 문제다. 그 말을 한 그 분 또한 같이 고생했다는 것도 잘안다.

하지만 그 분 위치에서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아무리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꼭 필요한 과정이라해도 이런식으로 희생을 당연한것처럼

물타기해버려서는 안된다. 거듭된 야근으로 얼굴이 초췌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할 말이 아닌거다.

 

그래서 덜컥 말해버렸다. "나는 내 이름 찍힌 책 안나와도 좋으니 야근 안하면 좋겠다."고

솔직히 빈정댄거다. 지금 생각해보니 빈정댄 거는 잘못이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그저 내 기분 풀이만 한 거니까. 아예 똑바로 말했어야 했다.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주 못된 말이 될 수 있다고. 좋은 책 만드는 건 보람있는 일이지만, 그 보람을 미끼로

직원들에게 고된 노동이 당연한 것처럼 그렇게 포장해서는 안된다고.

 

암튼 그 말이 좀 퍼졌나보다. 그래서 어떻게 했길래 이런 말이 나오냐고들 하셨나보다.

그리고 결국 나한테까지 말이 들어왔다. 입 좀 다물라고. 내가 뭐가 문제냐고 물었다.

나는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으신다. 옛날이 어쩌고, 지금은 상황이 어쩌고.

그러면서 이것과는 또 상관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으신다. 

다른 상황들을 들먹이며,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좋지만 예전 사람들의 노력이 어쩌고 저쩌고...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이해한 바로는.

기분들이 나쁘신게다. 일개 신입 직원이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게 싫은가보다. 그저 좋은 일 하는 곳이니까, 조용히 좋은 결과물 만들기를 바라나보다.

근면하고 성실하게, 일이 많으면 당연히 야근도 하고 주말근무도 하고 그러길 바라나보다.

근면, 성실, 자기희생....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복종, 순종. 이러길 바라나보다.

내가 아직 활동가 티를 못벗어서 여기의 문법을 모른다고 한다. 이제 알아가야한다고 한다.

 

이따위 소리 지겹게 들어왔다. 학교에서, 감옥에서.

근면, 성실, 자기희생, 복종, 순종. 이따위 것들 가장 강요하는 곳이 어디겠는가. 군대다.

이거 뭐 군대놀이하자는 건가. 회사라면 차라리 업무와 능력으로 평가하든지.

일 못 했으면 그걸로 나물하고, 일 너무 못해 회사에 손해 입히면 월급 까던지.

이건 뭐 군대도 아닌 것이 태도를 가지고 시비를 걸어오냐는 말이다.

업무시간 근무태만도 아니고 초과 근무에 대한 태도를 가지고 이런 말을 들으니 짜증이 더 난다.

 아. 나도 안다. 우리 회사, 대한민국 회사치고 괜찮은 편이다.

권위적인면이나, 군대같은 모습도 대한민국 평균에 비해 훨씬 없다.

그래서 더 짜증난다. 안 그런 곳에서, 안 그런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말 좀 아끼긴 해야겠다. 말 조심해야겠다. 회사에서 장난치는 말도 안해야겠다. 높으신 분들 앞에서는 업무에 관련된 이야기만 해야겠다. 이런 기분 잡치는 소리 듣고 싶지 않다. 트집 잡힐 부분을 최소로 해야할 시기가 다가올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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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집'

 

'내가 살던 용산'하고 함께 나온 '파란집'

솔직히 말하면 아무래도 내가 직접 관여해서 애쓴 '내가 살던 용산'보다

애정이 떨어지지만, 그래서 많이 미안한 책.

 

내 개인적인 감정을 떠나서 보자면 무척 좋은 그림책이라서

'내가 살던 용산'에 묻히는 분위기라서 많이 안타깝다.

글 없이도 재개발과 강제철거가 가지는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작이다.

가르치려 들지 않고 설득하려 하지 않고 그저 보여주기만 하지만

뭐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이 책이 자본주의를 치부를 아주 정확하게 찌르고 있다고 본다.

약간은 다른 느낌이지만 루시드 폴의 '사람이었네'를 처음 들었을 때 처럼

아름답고 세련되면서 세상를 꿰뚫고 있다는 느낌이라면 어떨지.

암튼 이 책이 널리 널리 읽히기를 바란다.

 

본문 맛보기 몇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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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용산'

 

내가 보리 들어와서 처음으로 편집한 책이 나왔다.

처음이라 서툴러서 책한테 미안한데, 하필이면 용산 책이어서 더욱 그렇다.

나 말고 능숙한 편집자를 만났으면 더 좋은 책이 될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내가 정말 관심도 없고 의지도 안생기는 분야였다면

진짜 일하기도 싫고 책도 그 마음 따라 거지같이 나왔을텐데,

내가 처음 맡은 책이 용산 책이라서 너무너무 고맙고 다행이다.

뭐 사실 '첫 책'이라는 의미는 별로 모르겠고, 용산 참사를 다룬책이라서 애착이 많이 간다.

일하는 중에는 야근도 너무 많아서 싫었고,

여러 작가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워낙 처음이라 쉽지 않았고,

가장 힘들었던 거는 회사 사정상 나에게 편집자가 해야할 일을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한 번도 안해본일을 덜컥 맡아서 진행해야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처럼 많은 사람들 도움으로 1주기 전에 책을 낼 수 있었다.

 

책에 편집자들이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공간이 없어서 이 자리에 기록해놓고

잊지 않고 두고두고 갚아줘야겠다.ㅋㅋ

 

먼저,

안그래도 일 많은데 초보 편집자랑 일하느라 고생했을 디자이너 수경선배

전우치 마감 때문에 자기 일도 바쁜데 내가 이것저것 물어봐도 귀찮은 티 안내고 성심껏 대답해준 승윤이

'내가 살던 용산'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스트레스 받는 나에게 신경 많이 써주고 내가 다른 일 손 놓아버린 탓에 일거리 늘어난 문정태랑 소영누나

이 책이 널리 읽히도록 애써줄 최정식 차장님, 규성이, 현경이

편집자가 해야할 잡다한 일들을 무턱대고 부탁할 수 있었던 유아언니

눈물 펑펑 흘리게 하는 좋은 글 보내줬는데 미안하게 된 박진

스트레스 많이 받을 때마다 치킨 먹을까하는 고민을 안할 수 있게 수다로 나를 구원해준 오리, 날맹, 신혜, 선미

 

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인복이 좀 많은 거 같다. 결국 또 자랑질이네...ㅋㅋ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 있겠지. 주변 사람들 도움 받는 건 좋지만^^ 

다음에는 내 일 하면서 오히려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살던 용산' 잘 나가면 좋겠다.

용산 투쟁에 보탬이 많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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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노예에서 시간의 주인으로

파주로 이사온 가장 큰이유는 출퇴근이 너무 짜증나서, 그리고 독립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이유는, 조금 멋있게 말하자면, 시간에 통제당하는 삶이 아닌 시간을 활용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였다. 집에 들어오면 잠들기 빠쁘고 일어나면 씻고 밥먹고 새벽같이 집을 나서고 하루에 3시간 넘게 출퇴근하면서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나 생각이들었다. 시간의 노예로 살아간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파주로 오게 되었다.

 

물론 나는 자연의 시간을 거스를 생각은 없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거야 노예가 된다고 할 수 없다. 우리들은 모두 자연의 일부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것은 다른 생명들과 공존하기 위함이니까. 하지만 시간의 노예가 되는 것은 다르다. 바쁘게 바쁘게 챗바퀴 돌고, 내가 무엇을 하고 사는지 무엇을 하고 살고 싶은지 잊고 살게 된다. 내가 시간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게 아니라 시간이 내 주인이 되어 나를 조정하게 된다. 생각해보니 자연의 시간은 좀스럽지 않다. 그 유구한 세월 속에서 인간이 구획지어놓은 시간이 좀스러울 뿐이다.  그러고보니 자연의 시간의 '세월'이라는 표현이 적당하고, 인간이 구획지어놓은 시간은 '시각'이라고 하는 것이 적당할 듯하다.

 

암튼 각설하고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싶었다. 내가 내 힘으로 밥벌어 먹고, 내가 내 힘으로 살림살이하는 것처럼 내가 내 의지로 무엇을 할 지 결정하고 싶었다. 시간에 쫓겨 시간을 빼앗겨 급하게 다긋치듯 몰리고 싶지 않았다.

 

이제 이사온 지 보름정도 되었나? 회사일이 바빠져서 아직도 집과 친해지지 못하고 정리도 다 못하고 살림살이도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시간의 노예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난 듯 싶다. 부천에서는 집을 나서야할 시각에 눈을 뜨고, 일어나서 스트레칭도 하고 노래도 듣고 책도 몇 자 읽고 아침밥 먹고 출근해도 시간이 남는다. 회사에 와서는 기타연습을 한다. 이제야 조금 내가 시간의 노예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나머지 절반, 퇴근하고 나서 저녁 시간은 아직 잘 모르겠다. 일부러 컴퓨터와 티비도 안놓았다. 긴 긴 밤을 내가 지배하고 싶었다. 그래본 경험이 있다. 감옥에서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처음에는 허둥댔지만, 어느정도 익숙해지고나서 나는 내 시간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물론 그 안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지만(책을 보거나, 편지를 쓰거나, 잡지를 보거나, 신문을 보거나) 그래도 내가 결정해서 그대로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 퍽 의미있게 다가왔다. 그래서 파주로 들어올 때 일부러 나를 유혹할 수 있는 것들을 가져오지 않았다. 물론 처음에는 몸서리치게 심심하고 외롭고 지루하리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그럴 여유가 없었다. '내가 살던 용산' 마감이 걸리면서 매일같이 새벽에 퇴근하게 되었다.

밤이 심심할 여유도 없이 잠도 충분히 자지 못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어제, 오랫만에 6시에 퇴근을 했다. 배달된 냉장고를 받고 저녁을 먹고, 씻고, 냉장고 정리와 청소를 하고 시계를 보니 8시 30분. 아직도 밤은 길었다.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잠들어버렸다ㅠㅠ 9시도 안돼서 잠들어버린것 같다. 다행히도 불끄고 이불 제대로 펴고 잤다. 시간의 노예에서 벗어나 잠의 노예가 되는 것일까... 그러나!!!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서 책읽었다!!! 뿌듯하다! 기분 좋다. 이문구 '우리동네' 읽었다. 회사친구들과 함께 책 읽는 모임에서 읽고 있는 책이다.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사투리와 입말에 이해하기가 어려웠지만 조금 익숙해지니 퍽 재미있더라. 책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해야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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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발바닥께 통증

왼쪽 발바닥, 엄지발가락 아래, 옴폭 패었던 가운데에서 볼록하게 올라오는 넓고 펑퍼짐한 그 부분에 미세한 통증이 있다. 평소에는 거의 의식하지 못할 정도인데, 좀 무리해서 뛰어가 걸으면, 혹은 날씨가 너무 추운날에는 목에 생선 잔가시가 걸린것처럼 미세한 통증이 느껴진다. 아프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고 그냥 신경쓰이는 정도여서 굳이 병원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성가시긴 해서 몇 번 병원에 가봤더니, 의사가 하는 말이 "발 편하게 하시고 무리하지 마세요" 같은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밖에 없더라. 그래서 그냥 일상생활에서 커다란 불편이 없기에, 그냥 귀찮고 성가시면서도 그냥 살고 있다. 눈물나게 아픈 것은 아니지만, 이 미세한 통증을 달고 사는 것도 참 신경쓰이고 힘든 일이다.

 

이번에 용산 일지를 정리해보면서 내 왼쪽 발바닥께 통증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알았다. 2009년 1월 23일. 용산참사가 일어난 3일 후. 범국민대회라는 이름이었던가, 서울역에서 시작된 집회는 홍대까지 행진을 하고 끝났다. 설연휴 직전이었던 그날 이후, 왼쪽 발바닥께 통증이 생겼고 일년 가까이 지났다. 평소에 많이 걸어다니는데, 서울역에서 홍대보다 더 먼 거리도 많이 걸어봤는데, 그날 다치거나 특별히 힘들지도 않았는데, 이 통증이 왜 생겼는지 모르겠다. 이 미세한 통증도 일년을 함께 살아오니 짜증스러운 것이 되었다.

 

미세한 통증도 일년을 겪어내는 것이 이럴진대, 용산 참사 유가족들은 오죽했을까. 건강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죽어서 돌아왔을 때, 아무도 그 죽음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오히려 죽음과 삶을 권력으로 능멸할 때, 유가족들이 일년 동안 겪었을 일들과 마음은 오죽했을까.

 

얼른 차려입고 장례식에 가야겠다. 요새 날이 추워서, 월요일날 내린 폭설이 도로에서 얼어붙어 길바닥이 너무 차가워서, 왼쪽 발바닥께 통증이 부쩍 심해졌지만, 그래도 나가야겠다. 다섯 분이 이제 강제철거도 없고 서러움도 없는 세상으로 편안하게 가신다면, 용산참사의 책임자들을 명확하게 밝혀내서 엄중하게 처벌한다면, 그렇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 마음에 새겨진 상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왼쪽 발바닥 통증은 사라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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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연습

기타 사길 잘했다.

파주로 이사온 후 퇴근 시간 단축하고 책좀 많이 읽었으면 했는데

가까이 살기때문은 아니겠지만 암튼 늦게까지 일하게 된다.

이런 건 내가 바란 삶이 아닌데...

할 일이 많기도 하지만, 굳이 이 시간까지 사무실에 안있어도 될꺼 같은데...

 

일이 많다고 스트레스 받지는 않는다.

스트레스 받는 일은 따로 있다.

요새 참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

세상 참 만만하게 봤나보다.

그렇다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어거지로 이해하는 척 하진 않겠다 

 

오늘 같은 날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기 싫은 일들이 일어난 날은

소주 벌컥벌컥 마시고 잠푹자면 좋으련만

그래서 은근히 집에 가져가려고 소주도 챙겼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집에 가면 그냥 자야겠다.

 

대신에 기타 연습을 했다.

아직 코드 하나도 제대로 잡지 못한다.

연습하는 코드는 분명 기본 코드일텐데 그마저도 어렵다.

C코드는 계속 가야금 튕기는 소리가 난다.

G코드가 그나마 소리가 잘 나는 것 같다.

멋모르고 치는 기타소리에 마음이 다독여진다.

다행이다. 술안마셔도 괜찮겠다.

기타 사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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