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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민주노동당 대전시당에 정책국장의 직함을 갖고 마지막 출근을 한 날이 되었다.
마지막 출근하던 날에 한국타이어대책위 간사도 넘겨 주고
사무실 책상서랍 속 잡동사니들도 싹 비웠다.
참 많이도 있더군.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던 잡동사니들이
두 박스나 되었다.
그나마 건진 것 중 하나는 2000년 1월 30일 올림픽역도경기장에서 있었던
창당대회에서 흔들었던 시지부 깃발이다.
그 동안 몇 번의 사무실 이사과정에서도 버리지 않고 고이 접어 두었던 그 깃발이
책상 서랍 속 깊은 곳에서 밖으로 나왔다.
그 때는 참 감동의 물결이 역도경기장을 채우고도 남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제 마음속 한 구석 추억으로 남겨야 할 뿐이다.
안타깝지만.....
그리고 또 하나.
민주노동당에서 처음으로 진행했던 교육강사단학교 기념사진이었다.
그때 수료한 사람들에게는 모두 '민주노동당 1호'가 적힌 수료증을 주었었다.
그것도 아직 가지고 있는데.........
그 사진을 들여다 보니 아련한 얼굴들이 가득했다.
아침에 출근해서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고 오후에는 한국타이어대책위 회의를 하고
저녁에 다시 사무실에 들어와 책상정리를 마치니 밤 11시가 다 되었다.
마지막 떠나는 길이 아쉬웠는지도 모르겠다.
2년전,
결혼식 전날에도 새벽까지 자취방을 정리했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이제 모든 것들을 마음 속 깊이 뭍어 두기로 한다.
다시 끄집어 낼 날이 오지 않겠지만
일부러 그리워 하지는 않겠다.
오늘 긴급하게 시당운영위가 열렸고, 총선후보 결정을 위한 논의를 했다.
결론은 2명이 출마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 비대위원 2명이 친히 참석해 책임지고 돈을 모으겠노라
호언장담을 하니 두 사람이 고뇌에 찬 표정으로 출마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나는 이번 총선과 관련해 어떤 일도 할 수 없음을 밝혔다.
한국타이어도 힘들어 죽겠는데 총선까지 할 수 없으며
한국타이어가 해결되는 상황을 보아 정책국장직을 사퇴하겠노라고
"공식" 발표를 했다.
그 순간, 모두의 표정이 굳어지며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들이 역력해 보였다.
왜 아니겠냐?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한 번도 그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뒷수습은 남은 자들이 해야 할 몫이다.
오늘 사측에서 대화를 하자고 먼저 찾아왔다고 한다.
이래저래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듯 하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겪게 되는구나.
오늘 그동안 3년 조금넘게 함께 했던 사람이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시당을 그만두게 되었다. 가슴 아픈 일이다. 잘가라는 인사도 없이 보낸 것이 가슴 아프고, 진실을 알지 못한채 떠나 보낸 것이 또 가슴이 아프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좀 더 많은 얘기라도 할 것을 하는 후회가 밀려 온다.
그랬다면 그토록 매정하고, 독설이 가득찬 글을 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말을 해야 할 때 하지 않고 지나는 것이 무거움의 미덕이 아니라 침묵의 함정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닺게 된다.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퍼다 날려진 이 글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하는 두려움이 한켠에서 밀려 온다. 또 다시 다른 오해들이 생겨나고 그 오해가 다른 오해를 낳고 뒤죽박죽 잡탕이 되어 버리겠지.
진실은 이거요라고 댓글이라도 달고 싶지만 그 또한 추잡한 꼴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차마 그렇게도 못하겠다.
그동안 10년 가까이 고생했던 당원동지들이 떠날 때도 그러지 않았는데 이 글을 보고 있으니 눈물이 난다. 이런 저런 반박도 하고 싶고, 설명도 하고 싶고, 욕지거리라도 하고 싶은데 못하겠다. 못하겠다.
이제 정말 이 바닥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왔다.
한국타이어 투쟁을 하면서
예상치 못하게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면서
역학조사까지 진행이 되었고 이제 종점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역학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다양한 현장의 문제를 들추어 낼 수는 있었지만
과도하게 그것에 무게를 둔 것은 아니었는지 후회하게 된다.
어차피 역학조사가 우리가 원하는 내용을 모두 만족시켜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중간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마음졸이며 지나왔다.
반면, 현장을 조직하는 투쟁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현장과 투쟁이 결합되지
못한채 여기까지 와 버렸다.
한국타이어의 현장조건을 감안한다면 현장을 조직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는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기왕에 있는 분회의 활동방향에 대해서는 조직적 방침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분회에 대한 시당차원의 지도는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고 분회 스스로도
사측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리고 비록 한국노총 사업장이긴 하지만 민주노총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지원을 조직했어야 했다. 이를 통해 사측을 압박하고 유리한 싸움으로 만들었어야 했지만
이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종합하면 현장투쟁을 제대로 조직하지 못한 반면, 역학조사와 언론플레이에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대중투쟁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평가를 하는 와중에도 내일 최종결과 발표내용이 걱정스럽다.
너무해 너무해 너무해
오늘 중앙위가 너무해
완전 심상정따라잡기로 회의내용이 가득하고
권의원께서는 많이 피곤하신듯 쿨~ 자고 계시고
예전에는 그토록 반대했던 1인 1표를 다시 승인하고
그렇게 비난해 마지 않던 전략공천안도 통과시키고
다함께 김인식은 팽당하고 ㅋㅋㅋ
정말 웃긴다.
당내 자주파 의견그룹이라는 무슨 전국모임은
해산했다는 성명을 열흘이나 지나서 발표하는 건 도대체
뭐하자는 것인지.
열흘동안 뭐했을까?
혹시 지난 주말에 결정해 놓고 9일에 결정했다고 뻥까는 건 아닌지,
혹은 하지도 않은 운영위 했다고 구라치는 건지,
반성을 한다면서 주 내용은 심상정 비대위 까대기로 가득하고
지들 할 말 다 해 놓고 반성한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사실 그런 모임이 있는 줄 오늘 처음 알았다.
실체도 없는 자주파 타령한다고 지랄들 하더니
이거 완전 거짓말이었네~.
아님, 나만 순진하게 모르고 있었던가!
문득, 보건의료단체연합에도 노힘, 다함께 등등 조직별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나에게 '정책국장이 그것도 모르냐'고 핀잔주던
홍실이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정책국장이지 정파분석가는 아닌데 뭘~ ^-^
행인님의 [김세균교수에게 질문] 에 관련된 글.
어디 김세균교수 뿐이겠는가
민주노동당은 창당 이후 2002년, 2004년을 거치면서 수 많은 호사가들의
관심대상이었다.
저 당이 얼마나 갈까, 좌-우동거정당, 사민주의 강령 등등하며
많이들 입방아에 오렸었다.
채만수, 조희연, 최장집 등 이른바 '거성'들에서부터 언론사 정치부 기자, 대학원 논문에까지
등장할 정도였으니 대단했다.
그러나 그것은 '지적 마루타'일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부 면역체계의 붕괴를 보여주며 해체의 찰나에까지 도달했으니
당의 현 상황에 분개하고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만큼이나
'그럴 줄 알았어, 거봐 내말이 맞지' 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다.
이제 '심상정 비대위'라는 응급처방을 받았으니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좀 더 지나봐야겠지만.
세번째 선거평가는 'propaganda', 선전이다. 후보나 정책 좋든 그렇지 않든 선전은 이를 일정 극복해 줄 수 있으며 주장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함으로써 동의를 얻어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요즘의 선거에서는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한 선전기법이 등장하게 됨으로써 복잡다양한 평가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게 평가를 해 본다.
선거평가 3. 선전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평가의 핵심이 될 것 같다. 라디오, tv, 인터넷 블로그, 전화, 선거벽보, 현수막, 선거공보 또 뭐가 있을까? 아주 많은 방법이 동원되었음에도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카피도 제대로 뽑아내지 못했고 선거공보도 뭘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글자크기도 작아서 짜증이 날 정도였다. 언론에서 다루어주지 않는다고 투덜대면서 내려오기만 하면 언론을 탈 수 있는 지방언론활용은 극히 적었고 심지어 왜면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대전의 경우 후보 딱 한번, 노회찬 취소, 심상정 한번이 전부였다.
오늘 대전에서 있었던 확대간부회의에서 지난 12월 29일안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그나마 한고비 넘어 다행인듯 하다.
토요일 중앙위도 무난히 넘어가길 바란다.
그리고 비례대표후보 대상에서
대선기간 선대위에서 활동한
공동선대본부장급 이상 인자는 제외되어야 할 것이며
사퇴한 최고위원들 또한 제외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대선실패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총선에 그 것도 비례로
나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히 출마하고 싶다면 지역구에서 출마해야 한다.
최고위원씩이 하면서 자기 지역구도 하나 만들지 않았다는 것은
정치활동 게을리한 것이다.
선거평가 두번째는 'agenda', 즉 '의제'다. 선거기간 동안 무엇을 중심에 두고
대중에게 표를 요구했는가이다.
선거평가 2. 의제설정
여느 선거와 변함없이 많은 공약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것들을 하나로 담을 그릇이 여의치 않았다. 코연방을 밀어 보려 선대위의 일부가 노력을 했지만 후보마저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후보는 그걸 전면에 걸고 당내경선에서 이겼지만 본선용으로 생각지는 않았나 보다. 하지만 본선용은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선대위는 선거내내 아귀다툼을 벌여야 했다. 그사이 당이 우선권을 점하고 있던 내용들은 다른 후보들에 의해 탈색된채 빼앗겼고 급기야 다른 후보에게 우리공약 가져 갔으면 잘 좀 해라는 웃기지도 않는 코멘트를 날리는 신세가 되었다.
말을 함에 있어 아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가 있다.
어제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관련한 내용이 그런 예가 되겠다.
아침에 확인한 뉴시스 기사제목은 "한국타어 사망사건 작업환경과 연관없다."였었다.
그런데 오후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공개설명회에서 보고서 내용을 잘못 해석한 것이고
정확한 것은 "확인 된 것이 없다."가 맞는 것이라는 해명이 있었다.
앞의 기사를 자문 전문가들과 함께 읽으며 노동부 자문위를 탈퇴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유가족들이 노동부 앞에 천막치고 단식하는 수 밖에 없다 뭐 이런 결전의 말들이 오갔지만
설명회에서의 해명으로 인해 그 논의들은 일단 철회하는 것으로 했다.
가슴이 철렁하는 하루였다.
하지만 설명회 결과가 그리 신통치 않은 내용들이었고 유족들에게도 유리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래도 당장 천막은 치지 않아도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해도 될까?
분당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는 아자씨, 아줌씨들이
그 열정으로 한국타이어 연대투쟁이라도 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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