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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쓴 거...

과기노조 13년 역사를 연표집으로 만드는 일을

노동자 역사 '한내'에 맡기기로 했다.

 

관련한 자료들을 챙기던 중에

<전문노련> 기관지 1994년 2월호에서

고 박성오 동지를 추모하는 내 글을 발견했다.

 

글을 보고 나서야

아, 이런 것도 썼었지, 하고 옛 일을 떠올렸다.

파일로 따로 남아있기도 할텐데

찾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여기 남긴다.

 

고 박성오 위원장.

1993년 12월 16일에 자가운전으로 출근을 하던 중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12월 25일 오후에 돌아가셨고,

전문노련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이 글을 쓸 때만 하더라도

나는 실험실에서 기대받던 젊은이(?)였다고

회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들 하던데

글쎄올시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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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오 동지여 고이 잠드소서>

 

유전노조에 가본 적이 있는지,

동지여 그 곳은 겨우 열여섯 평의 작은 공간에

창가에 책상 하나

물끄러미 입구를 마주 보며 놓여 있고

4개의 책장과 4개의 서류함들

회의용 탁자 둘과 의자 열 개

6인용 소파와 탁자

그리고 두 대의 컴퓨터와 두 대의 프린터

각자 다른 벽을 바라보는 사이로

사무원이 쓰는 작은 책상과

그 위에 놓은 팩스, 전화

그것이 전부다

참, 10리터 용량의 작은 냉장고 하나

모서리에 죽은 듯 박혀 있지

 

하여튼 좁게

게다가

좁은 공간을 더 좁게 갈라놓은 간이칸막이

거기에 몇 년째 걸린 걸개그림 한 폭

녹두장군의 부릅뜬 눈 치틀어 올린

상투 위로 쓰였으되

'우리가 의를 들어 이에 이르름은

그 본의가 결단코 다른 데에 있지 아니하고

창생을 도탄 속에서 건지고

국가를 반석 위에다 두고자 함이다

안으로는 탐학한 관리들의 머리를 버히고

밖으로는 횡포한 강적의 무리를 구축하고자

함이다...

조금도 주저치 말고

이 시각으로 일어서라

만일

기회를 잃으면 후회해도 미치지 못하니라'

(갑오년 호남창의격문 중)

 

여기에서 한 사람이 살다 갔다

전국전문기술노동조합연맹

유전공학연구소노동조합

고 박성오 위원장

52년, 전쟁 중에 공주에서 태어나

형님 넷 누님 둘의 귀여움

혼자서 고스란히 받으며 크더니

이 겨울 아침 찰나의 사고로

그 형님 누나 다들 뒤에 두고

부인과 어린 남매 세상에 남기고

마흔 두 살의 아직 젊은 나이로

20대 못지 않은 단단한 가슴팍을

붉은 심장을

언 땅에 묻었다

만장 속에

아련한 만가 속에

눈물 속에

우리는 그를 묻었다

누구라도 문을 열면

싱긋 웃으며 반겨주던 기억은

지금은 빈 책상으로

썰렁한 사무실로

여기에 뎅그라니 남아 있다

 

그러나 남은 것이 어디 친지며 가족이며

우리 몇몇의 짧은 기억 뿐이랴

생전에

짝사랑보다 더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으로

얼싸안던 140여 조합원들

과기노협의 5,000여 동지들

나아가 연맹의 15,000여 식구들과 함께 나눈

87년 이래의 투쟁의 역사가 있다

나란히 서서 내지르던 우렁찬 함성이 있다

한번도 싸움에서 선봉이 된 적 없지만

사람들이 다들 힘들어할 때

주눅들어 있을 때

더 이상 일꾼들이 눈앞에 보이지 않을 때

언제나 선뜻 나섰으니

2대와 5대, 그리고 6대 위원장으로서

그의 발자취는

유전노조 역사의 반을

혼자서 감당하고도 남아

이제

우리들 일상의 짐짓 식어버린

열정과

게으름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질타하고 있다.

 

부드러운 사람

온화한 사람

사람들은 그렇게 표현한다

그런 그는

무엇보다도 낚시를 좋아했다

3년 전쯤의 일이다

여름 폭우로 갑천이 넘치자

사람들은 서둘러 귀가하기에 바빴는데

다음 날 그가 말하기를

자기는 정말로 바빴노라

아, 글쎄

갑천에도 손바닥만한 붕어가 올라오더라

밤 9시까지 신명이 나서 낚싯대를 드리웠노라고

그랬다

우리는 모두 웃었다

그 천진한 웃음이 반가워서

절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환한 얼굴이 부러워서

우리는 함께 웃었다

 

어쩌면 우리들 중 몇몇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가 드리운 낚싯대에 걸려

오늘도 이렇게 노동조합을 찾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밤마다 그를 꿈꾸는 것이나 아닌지

이 저녁 갑천변을 걸으면서

우리는

녹두장군의 눈보다 더 선연한 빛으로 살아

남아있는 우리를 채찍질하는

그의 지긋한 눈초리를

온몸으로 받는다

실팍하고 뜨거운 가슴으로 기꺼이 맞는다

 

위원장이시여,

고이 잠드소서.

 

이성우 <유전공학연구소노조 위원장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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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

 

주말에 어떤 시골에 갔다가

방충망 밖에 날아든 어떤 나방(?)을 보았다.

 

위 아래로 붙은 다른 나방에 비하면

그 크기가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크고

자태도 우아하기 짝이 없다.

 

이 생명체의 정체는 무엇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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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보수?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목숨걸고 공부?] 에 관련된 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08388

"목숨걸고 공부하자는 게 왜 문제인가?"

 

오마이뉴스에서 유양초등학교 교장과 인터뷰를 하고 나서 위 기사를 썼다고 한다.

사람들의 항의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세상이 한심해서' '눈물을 머금고 현수막을 뗐다'고 한다.

 

착잡하고, 말문이 막힌다.

참 '한심한' 사람들을 도리어 저토록 당당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이 우울한 시대의 뒤집혀진 가치관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진짜 '오리지널 보수' 좀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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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걸고 공부?

토요일에 양주시청 뒷편에 있는 불곡산에 다녀왔다.

산은 비교적 완만하고 그리 높지도 않아서

비가 올듯말듯한 여름날씨에 오르내리기가 수월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어느 초등학교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교문에 내걸린 플랭카드를 무심코 본 순간,

경악~했다.

아래 사진을 보고 나면

내가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놀라 자빠질 것이다.....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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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 보충수업 유감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가문비] 방과 후 학교를 마다하는 이유] 에 관련된 글.

 

어제 가문비네 반에서는

45명의 학생 중에서 14명이 담임에게 불려갔다고 한다.

방학중 보충수업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녁에 가문비는 아빠한테 항변했다.

-아니 보충수업을 안하겠다는 것이 왜 학교를 못믿는 거야?

-보충수업을 안한다고 하면 싸가지가 없는 거야?

-보충수업 안하는 것이 사교육을 믿어서라는 게 말이 돼?

-보충수업 안한 학생이 나중에 잘되는 걸 못봤다는데?

-내년에 학교 앞에 각 대학 입학생 명단 붙으면 내가 보충수업 안한 친구들 이름에 동그라미 표시해줘야겠어...

등등등등....

 

가문비의 뜻은 변함이 없고

아침에 급히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하나 썼다.

말하고 싶은 거 다 해버리면

나도 싸가지 없는 부모가 될까봐서

성질 죽이고 썼다.

 

 

OOO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항상 아이들의 생활과 진로에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문비의 학교생활에 대해서 선생님을 믿고 의지하고 있기에 이런 의견을 드리는 것이 다소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혹여 서운하게 여겨지는 대목이 있더라도 제 뜻은 결코 그러한 것이 아니니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바로 방학 중 보충수업에 대한 얘기입니다.

 

대입 수능이 140여일 남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방학은 아이들이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과목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도 고3 여름방학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학교 보충수업을 통해서 한걸음 더 나아갈 것을 강조하시리라고 믿습니다. 선생님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방학 중 보충수업을 받지 않고 집에서 혼자 공부하겠다는 가문비의 생각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일찍부터 사교육이나 선행학습보다는 학교수업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스스로 공부해온 가문비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서도 아시다시피 가문비는 야간자습보다 집에 일찍 돌아와 혼자서 공부하는 습관에 익숙해져 있기도 합니다. 또한 자신의 취약점에 대해서도 비교적 잘 분석하고 있기에 방학 중에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선생님께서 다소 우려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가문비를 통해 전해듣고 선생님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이런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학교와 선생님께서 주시는 배려와 관심과 사랑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가문비가 자신의 뜻을 잘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선생님의 건강과 OO고등학교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0. 6. 25.

이가문비의 아버지 이 성 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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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프제, 사용자가 노조를 지배한다

뭘 했는지 내세울 것은 특별히 없지만

잠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블로그에 뭘 올리는 것도 좀 심드렁했는데

일상으로 겪는 일들을 똑같이 올리지는 못해도

요즘 쓴 것이나 예전에 쓴 낙서나

메모용으로 찍었던 사진이라도 틈틈이 올려보자.

그것도 책상머리에 앉아있어야 가능한데....ㅎㅎ

 

아래 글은 우리 노조 노보(소란)에 보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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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프제, 사용자가 노조를 지배한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소귀에 경읽기가 될지라도 우선 분명히 밝혀두고 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노사 자치에 대한 중대한 침해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규정을 폐지하라고 여러 차례 권고한 바 있습니다. 정부가 입만 열면 선진국은 그렇지 않다고 떠드는데, 정부가 선진국이라고 칭송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어디에도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법은 없으며, 대체로 단체협약에 따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금지 이유를 ‘노동조합의 자주성 훼손’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사용자의 시혜적 조치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투쟁의 결과로서 확보했다는 점에서 결코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없고 법원의 판례도 이를 그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도저식 밀어붙이기가 특기인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신년 벽두부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명문화한 노동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했습니다. 지난 노동절(5/1) 새벽에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심위)가 경찰과 노동부 공무원들을 동원하여 노동계 위원들을 배제한 가운데 법적 시간을 넘긴 상황에서 타임오프(Time-off)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습니다. 이렇게 두 번의 날치기를 자행하고서도 노동부는 주저없이 5월 14일에 타임오프 한도를 날치기한 내용 그대로 고시합니다. 타임오프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뜨거운데, 지방선거에서의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서였는지, 선거 다음날(6/3)까지 기다렸다가 노동부는 자의적 판단만을 담아서 <근로시간면제 한도 적용 매뉴얼>(이하 “타임오프 매뉴얼”)을 발표했습니다.

 

날치기 타임오프제 : 하박상쪽박

 

정부가 날치기 처리한 타임오프의 내용은 <표1>과 같습니다. 연간 2,000시간의 타임오프에 대해서 1명의 전임자가 활동할 수 있다고 환산하면 1만명 이상의 대기업의 경우 전임자수가 무려 72%나 감소하게 됩니다. 정부가 타임오프 도입의 취지는 노동조합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의 전임자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던 것과 완전히 배치되는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는 근심위의 타임오프 결정에 대해서 ‘하후상박(下厚上薄)’이라고 강변했지만 노동계는 ‘하박상쪽박’이라고 성토합니다. 타임오프 사용 대상자와 대상 업무, 사용인원 등을 일일이 제한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조합원수가 적은 노동조합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타임오프가 그대로 적용할 경우에 국내 최대 규모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조합원 45,000명)는 현재 220명의 전임자를 올해 7월부터 24명으로, 2012년 7월부터는 18명으로 대폭 줄여야 합니다. 타임오프를 나눠서 쓰더라도 2012년 6월까지 48명, 그 후에는 36명만 유급 전임활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대규모 사업장 노동조합이 많이 가입해 있는 민주노총이 특히 큰 타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조합원 규모

노동계

날치기안

노동연구원

전임자실태조사

(2008)

민주노총

한국노총

면제시간

인원한도

50명 미만

노사자율

1,050-6,300

(0.5-3인)

1,000(0.5명)

3배수

1.3명

50-99명

2,000(1명)

100-199명

3,000(1.5명)

1.9명

200-299명

4,000(2명)

300-499명

10,500(5인)

5,000(2.5명)

2배수

3.7명

500-999명

6,000(3명)

1,000-2999명

27,300(13인)

10,000(5명)

24.1명

3,000-4,999명

14,000(7명)

5,000-9,999명

48,300(23인)

22,000(11명)

10,000-14,999명

48,300 + 조합원수 1천명당 2,100시간 추가

(23인+ 1천명당 1명)

28,000(14명)

 

15,000명 이상

36,000(18명)

<표1> 날치기 타임오프안과 노동계, 기존 실태 비교

 

* 15,000명 이상은 2012년 6월 30일까지는 2800시간+3000명당 2,000시간(1명)추가함.

 

대기업 노동조합에 대한 타임오프의 지나친 축소 기도가 사용자측의 요구를 뛰어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지난 4월 21일에 한국경제신문과 한국노사관계학회가 함께 실시한 ‘전임자 및 복수노조에 대한 인식조사’<그림 1>에서 사용자측 조사 대상자의 가장 많은 응답이 조합원 1,000명 이상의 경우 300명당 1명의 전임자가 적정하다는 것이었지만, 정부가 날치기한 타임오프에서는 상한선을 18명으로 제한한 것입니다. 앞에서 예로 든 현대자동차지부의 경우 150:18로 무려 8배가 차이가 나는 수치입니다. 사용자들의 다수 의견도 전임자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것은 아닌데 정부가 사용자보다 더 앞장서서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우리 노동조합에서 예상되는 문제들

 

우리 노동조합은 대부분의 지부가 300명 미만의 조합원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타임오프를 100% 전임활동으로 전환한다면 전임자가 당장 크게 축소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우선, 조합원수에 따라서 타임오프 한도가 정해지는 제도의 특성으로 인하여 조합원수를 일정 수준 이하로 줄이려는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가 극심해질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지부와 한국해양연구원지부의 경우 사용자의 탄압으로 조합원수가 급격히 감소하여 현재의 전임자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복수노조의 경우에도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복수노조의 사업장의 경우 모든 노동조합의 조합원수를 합산하여 적용될 타임오프 한도를 정한 후 이를 다시 각각의 노조별로 나누어야 합니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지부, 한국연구재단지부는 통폐합으로 말미암아 이미 복수노조 상태인데, 타임오프가 그대로 적용되면 전임자를 온전히 유지하기 어렵고 노동조합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습니다.

 

타임오프 매뉴얼을 보면 상급단체 파견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사용자들이 이것을 확대해석하여 우리 노동조합의 임원이나 상설위원장, 국장 등의 활동에 대해서 제멋대로 상급단체 활동이라고 규정하고 논란을 벌일 여지가 있습니다. 우리 노동조합의 통일협약에는 본부 임원으로 피선되면 전임을 추가로 인정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타임오프제에 묶이면 사문화될 수도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별도의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될 경우에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탄압에 더하여 타임오프를 빌미로 전임활동을 보장받기는 더욱 힘들게 될 것입니다. 타임오프제는 노동자의 단결권까지 파괴하는 것입니다.

 

타임오프 문제를 생각할 때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타임오프가 최저기준이 아니라 상한선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개별 사업장의 전임자수가 타임오프 수준 안에 있다고 해서 피해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정부가 지침만 내리면 법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 강행해온 행태에 비추어 볼 때, 타임오프가 상한선임을 내세우면서 유급전임시간을 삭감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고, 정부는 지침이나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하여 타임오프를 활용하는 전임자가 업무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를 꼬치꼬치 파고들면서 노동조합을 더욱 위축시키려고 할 것이 뻔합니다.

 

근로시간면제자는 전임자와 전혀 다르다

 

노동부의 타임오프 매뉴얼을 보면 ‘노조전임자’와 별개로 이른바 ‘근로시간면제자’라는 개념을 제멋대로 만들고 근로시간면제자의 업무 범위를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고 노동조합을 정부의 뜻대로 통제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타임오프 매뉴얼에서 제시하고 있는 타임오프 한도 사용 절차<그림2>를 보면 더 이상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자주적 결사체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종속된 기구에 불과합니다.

 

 

 

 

노동부가 임의로 정한 ‘근로시간면제자’는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의 동의에 의해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내에서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활동 등 노조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업무와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입니다. 근로시간면제자 명단과 개인별 면제시간은 노동조합이 사전에 사용자에게 통보하여야 하고, 근로시간면제자로 통보된 이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사가 협의하여 변경하여야 하며, 사용자와 협의 없이 노조가 임의로 변경하거나 수시로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합니다. 근로시간면제 대상 업무는 근로시간면제자가 반드시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근로시간면제자는 법에 정해진 소정의 대상 업무를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지만, 근로시간면제 대상 업무 이외의 업무(가령 상급단체 파견, 파업, 공직선거 출마 등은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업무와 무관한 활동이라 유급처리해서는 안된다고 노동부는 주장함)를 수행하거나 노사 당사자가 정한 시간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 그 해당 시간에 대해서는 무급 처리하여야 하며, 근로시간면제자의 활동업무 및 사용시간에 대해서는 사후 정산합니다. 더 나아가 노동부는 근로시간 면제자로 지정되지 않은 조합원의 총회, 대의원회, 임원선거 등 노동조합 활동은 근무시간 외에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법제화를 빌미로 노동조합 활동까지 송두리째 봉쇄하려는 수작입니다.

 

앞에서 밑줄 친 내용만 보더라도 타임오프가 갖는 독소적인 성격을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초법적이고 일방적이며 자의적인 지침, 타임오프 매뉴얼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전임자와 근로시간면제자는 분명히 다릅니다. 노동조합의 전임자는 업무범위에 제한이 없고 인원수도 노사가 합의하여 결정하면 되지만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게 됩니다. 근로시간면제자는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하지만 법에서 정한 업무범위를 벗어나면 무급처리합니다. 근로시간면제자의 활동이 정당한지 어떤지 또 임금을 지급할지 말지에 대해서도 사용자가 지배‧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 전임자가 근로시간면제자가 되면 사실상 사용자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됩니다. 정부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타임오프제 도입을 통해서 노동운동의 자주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결과는 이렇듯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파괴하고 노동조합 활동의 뿌리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타임오프는 노동기본권을 유린한다

 

타임오프 매뉴얼을 들여다 보면 우리 사회에서 노동기본권이 어떻게 유린되고 있는지 또 노동조합의 위상이 얼마나 추락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IMF 환란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정부는 개별적 노사관계부터 집단적 노사관계까지 철저히 개악했고,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이제 비빌 언덕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4대강, 세종시, 무상급식, 천안함 등이 첨예한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좌지우지하는 노동기본권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관련해서 말하자면 이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사 자율로 임금지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도록 투쟁해야 할 것입니다.

 

노동악법이 개정되기까지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투쟁과 상당한 시일이 필요합니다. 그 때까지는 노동악법과 타임오프 매뉴얼에 순순히 적응하면서 참는 것이 노동조합이 할 일일까요? 타임오프 매뉴얼을 따라가면 노동조합은 없고 사용자의 일상적 지배 아래 놓인 노동자 관리조직이 노동조합을 대체할 것입니다. 그런 미래라면 마땅히 거부해야 합니다. 민주노조가 모두 함께 뭉쳐서 악법을 깨뜨리는 투쟁을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기존 조합활동을 새롭게 혁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즉, 기존의 전임자 중심 조합활동에서 비전임 조합간부를 포함한 활동으로 확대하고 인물 중심이 아닌 노동조합 조직이 유기적으로 가동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바야흐로 민주노조운동이 기로에 섰습니다.(2010.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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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 멀티메일

한 달에 한번 있는 슈퍼선데이날

가출한 우리 아빠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자도 잔 것 같지 않아

서 계속 먹고 자게 된다는 고삼병

에 걸린 큰딸은 배가 고픕니다 오

늘도 일박이일은 하지 않습니다

같이 점심먹기로 해놓고 친구랑

놀러나갔다 온 작은딸도 배가 고

픕니다 아빠는 전화를 받지 않습

니다 매일매일 학교에서 불러주

는 행복한 고삼 가문비는 버림받

았습니다 그래도 와사비콩은 여

전히 맛있습니다

 

제목 - 전화 왜 안받아ㅠㅠ

주제 - 아빠에 대한 원망과  와사

           비콩에 대한 예찬

표현법 - 반어, 반복

 

사실 가문비는 공부가 하기 싫습

니다 그래서 오분째 아빠한테 멀

티메일을 쓰고 있습니다 아빠는

과연 언제 오실까요 정말 미스테

리합니다

(04/25 6:06 PM)

 

<각주>

-아빠는 어디에? - 서울 강남에서 있었던 결혼식 주례를 맡으러 갔음.

-슈퍼선데이 - 고3 가문비는 매달 마지막 일요일이 학교에 가지 않는 날임.

-일박이일 - KBS2 티비에서 일요일 저녁에 하는 예능프로그램.

                     가문비가 본방사수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인데 천안함 사고 이후

                     결방을 거듭하고 있음.

-와사비콩 - 콩에 와사비분을 입혀서 독특한 맛을 내는 과자. 맥주안주로도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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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기억하지 않으면 과거란 없는건가

몸에 새겨진 숱한 상처와 흉터가

내가 모르는 나의 과거까지 담고 있듯이

이 땅에 남겨진 무수한 상흔들

파묻고 또 파묻어도

불감증의 무리들이 오로지 폭력에만 탐닉해도

언 땅 시나브로 녹아

어디선가 진달래 핀다
 

-오늘 아침,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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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배꽃이 피긴 피었는데

암술과 수술이 수정하려는 찰나

느닷없이 한파에 얼어붙어

올해 수확은 다 틀렸다고

농부의 얼굴에 수심 가득한 날

나는

목련이 커다란 숲을 이룬 곳으로 갔다.

싯누렇게 타버린

아니 얼어붙은 목련꽃 아래

베르테르의 편지도

봄피리 소리도 들리지 않고 

세상엔 넘치는 통곡과 신음소리,

2010년 4월은

이렇게 깊어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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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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