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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4/10/21
    그러려니 하고 사는 사람, 못살게 굴기.(1)
    푸른 솔
  2. 2004/10/09
    이상한 불꽃놀이(3)
    푸른 솔

그러려니 하고 사는 사람, 못살게 굴기.

단체 상근자로 오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보육교사를 만나는 일이 점점 줄어든다. 특히 단체에 소속된 회원이 아닌 일반(?) 보육교사를 만나는 일은 인터넷이나 전화로 상담을 해주거나 많은 보육교사를 모아놓고 교육을 진행할 때를 빼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내가 아는 보육교사는 원장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비참한(?) 상황이거나 아니면, 전문가가 되기위해 기를 쓰고 공부하는 두 가지 부류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보육노조를 만들기만 하면 벌떼같이 보육교사들이 모여들거나 아니면 무서워하는 보육교사를 설득하기 위해 진땀을 빼리라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나의 보육노조 준비는 주로 이 두가지에 촛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며칠전에 예전에 같이 일했던 아는 보육교사를 만났다. 노동조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아무 생각없는데?" 이러는거다.- 참고로 이 교사 지금 보육교사 경력 10년차다. 설득을 좀 해보려고 나> 너, 월급 얼마 받는데? 보육교사> 음~ 대충 00만원? 나> 너 그 월급이 니가 일한 것에 대한 정당한 금액이라고 생각드냐? 보육교사> 그래도 나는 국공립이잖아, 딴데는 더 적은데 뭐. 나> 야, 너 퇴직금도 매년 정산한다며, 그럼 더 손해인거 알어? 보육교사> 응, 알어 나> 근데 원장한테 아무 말도 안해봤어? 보육교사> 글쎄, 그런 생각 못했네.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다니까.. 나> 한달에 제때 퇴근 하는 날이 며칠이나 되니? 보육교사> 글쎄 한 70%는 제때 퇴근하지? 아마? 나> 정말? 잘 생각해봐, 너 당직 얼마나 서니? 보육교사> 보통 두달에 1주일정도?(여긴 보육교사 수가 좀 많은 곳이다.14명) 나> 그리고 교사회의는? 보육교사> 월요일 아침마다 좀 일찍 와서 하는 회의 있고, 한달에 한번 저녁에 회의있고 나> 행사있을땐? 보육교사> 보통 한달에 한두번 행사 있지. 그럼 한 며칠 늦게 들어가고 나> 신학기엔? 보육교사> 학기 준비할 때는 한 1~2주일동안 야간까지 일하지. 나> 1년에 4번 구청 감사 나올때마다 야근 한다며? 보육교사> 아 맞아. 그것도 있었지. 작년엔 구청에서 무슨 행사하는 데 우리보고 강당 꾸미기 하라고 해서 일주일동안 야간작업했어 나> 잘 계산해봐. 보육교사> 진짜 많으네. 그럼 한달에 한 1주일 이상은 늘 늦게 퇴근하는 거네. 나> 그렇다고 초과근무수당 받냐? 보육교사> 아니. 그런거 없어. 나> 월차나 휴가는? 보육교사> 그런거 없어 나> 안 힘들어? 보육교사> 물론 힘들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사는거지. 그날 밤 맥주 한잔씩 마시면서 그러려니 하고 산다는 이 보육교사를 보육노동자로 각성시켜보려고 무던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맞아 노동조합이 필요하겠다.' 이 한마디를 못 건졌다.-_- 그러나 그이도 나이를 먹어갈수록 보육교사로서는 생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많이 사랑해주고 싶지만 점점 지치고 피곤해서 예전만큼 해주기가 어렵다고 이야기 한다. 아이들에게 늘 미안하다는 이 보육교사. 장시간 일하고 제대로 대우를 못 받고 있는 것이 자기를 지치게 하는 원인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고있다. 그러려니 하고 사는 보육교사가 '이게 아니다' 하고 느끼고 행동을 시작하는 날. 8만 보육노동자가 모여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인권보육실현! 보육노동자 근로조건 개선! 보육의 공공성 쟁취!를 외치며 싸우는 날. 그날이 올때까지 나는 계속 보육교사들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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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불꽃놀이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는데 차창밖으로 오색찬연한 불빛이 번쩍인다. 여의도에서 진행 중인 세계불꽃대축제에서 쏘아올린 불꽃이다. 88올림픽때가 생각났다. 그때 한창 마지막 철거투쟁이 있었고 우리들은 그런 노래를 지어불렀었다. " 누구는 방한칸 없어 거리로 쫓겨가는데 돈이 탄다 돈이 타, 재가 되어 날라간다.~" 당시에 불꽃놀이용 불꽃 한번 쏘아올리는데 소 한마리값이라는 소리를 듣고 몹시도 분개했었다. 그때 최저임금이 얼마였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내가 92년도 국공립어린이집 근무를 시작하며 첫 월급으로 39만원을 받았으니까 88년 당시 소한마리값은 상당했을 것이다. 나같은 사람 월급보다 많았다는 말이다. 광주학살을 일으킨 놈이 생각하는 것이 그저 저거밖에 안되지 하는 마음과 함께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오늘 한강을 지나는 내내 하늘을 수놓는 불꽃을 보니 여전히 이 세상이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에서는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해 파업하다 불법으로 몰려 월급은 손배가압류 당하고 생활비가 없어 새벽 우유배달까지 해야 하는데 한편에서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펑펑 잘도 생색을 내는구나. 아직도 결식아동이 몇십만명이라 하는데 어제밤 뉴스에도 50대 부부가 빚때문에 동반자살을 했다고 하는데... 보육의 공공성 확대하겠다는 이 정부 아래서 하루 12시간 일하고도 60~70만원받는 보육교사들은 시간외근무수당 지급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이런 이상한 세상에서 우리가 사는구나. 그래도 아, 불꽃은 참 화려하기도 하구나. 저렇게 한 순간에 스러지면서도 만인이 올려 보는구나. 정말 정말 이상한 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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