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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03/23
    블러그에게 미안해.
    푸른 솔
  2. 2005/03/11
    3월 - 기억 하나.
    푸른 솔
  3. 2005/03/04
    내가 닮고 싶은 사람.
    푸른 솔
  4. 2005/03/01
    다시 한번,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2)
    푸른 솔

블러그에게 미안해.

미안해 정말.

블러그라는게 주인이 쓰는 글을 먹고 사는 건데

요즘 들어 통 먹이도 제대로 주지 못했으니

성장지수라 할 수 있는 방문객 수도 거의 제자리 걸음이고

혼자서 많이 외롭고 서러웠을꺼야.

 

마음같아서는 매일 매일 들여다 보고 조근조근 이야기도 해주고

또 다른 블러그 친구들도 방문해서 인사도 나누고

그래서 블러그를 여기저기 알려도 주고 해야 되는데

도, 무, 지

시간이 어디로 다 도망갔는지 남아 있는게 없네.

 

세상이 우릴 이렇게 만드는구나.-_-;

 

 

그래도 오늘은 조금 짬이 나서 만나러 왔지

오늘 하루 보낸 이야기나 나눠 보려구.

 

오늘은 경찰청고용직노조 집회에 다녀왔지.

늘 그렇듯이 나는 빨간색 잠바를 입고 있었지.

경찰청고용직동지들은 소복에 남청색 투쟁조끼를 맞춰입고 있었고.

유난히 빨간색을 좋아해서 모든 잠바가(겨울용, 봄가을용, 여름용까지) 빨간색인 나는

집회에 가서 대열에 앉아 있을때마다

특히 같은 색의 투쟁조끼를 입은 사람들틈에 앉아 있을때마다

혼자서 튀는 상황에 당황하기도 하고

왜?! 거의 모든 노조의 조끼나 유니폼은 이렇게 어두운 색이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

가끔은 그 상황을 즐기기도 하지.

 

그러고보니 보육노조 준비위 결성식때는 빨간색이 아니라 주홍색 잠바를 입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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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 기억 하나.

오래전이다. 대학 졸업반때. 친구 오빠의 소개로 만난 누군가와 두 달째 만남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3월도 막바지에 당시 인기있었던 영화 "사랑과 영혼"을 보고 나오는데 (대충 이정도면 어느 정도의 분위기가 흘렀을지 짐작이 될테지만 ^^*) 눈이 펑펑 쏟아지는게 아닌가. 유난히 눈이 잦은 금년에야 3월에 오는 눈이 더이상 신기하기는커녕 자연을 오염시킨 인간의 폭력에 대한 하늘의 징벌일까 걱정스럽지만 그 해 3월의 눈은 신기하고 느닷없이 주어진 선물처럼 들뜬 기분을 만들어주었다. 갑자기 오늘, 대설주의보를 떠드는 뉴스를 보면 그때 생각이 났다. 그때 나는 빈민지역 탁아소에 출근한지 얼마되지 않아 머리속엔 온통 아이들에 대한 생각밖에 없이 생활하던 시기였지만 사람의 감정을 기막히게 잡아내는 헐리우드산 신파영화를 보고 나온데다 하늘에서는 눈이 쏟아지지, 옆에는 남자친구가 있지, 잠시 아이들 생각을 잊을 만도 하지 않는가? 양희은의 노래를 들으며 차에 앉아 눈 오는 서울거리를 천천히 달리면서 잠시 세상과 분리된 듯한 느낌에 '오싹' 했다. 그리고, 그 잠깐의 감상이 지나고 나자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밀려드는 상념을 주체할 수 없어 결국 혼자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내가 돌보는 아이들, 이천원짜리 운동화를 선물로 받고 1주일동안 가슴에 끌어앉고 잠을 자던 아이들 그 아이들의 삶 속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지? 어떤 존재이고 싶은지? 정답도 없이 계속되던 질문을 던지며 그렇게 스물몇살의 젊음이 지나갔다. 아직도 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살고 있는 것 같다. 잠깐의 연애는 가물거리는 기억으로, 추억으로만 남았지만 혼자 집으로 돌아오게 만든 질문들은 여전히 생생하게 내 삶에서 계속 되고 있다. 나이를 더 먹으면 알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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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닮고 싶은 사람.

살다보면 가끔씩 닮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내가 갖지 못한 장점들을 가지고 가끔씩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그이들의 모습에서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참 많다는 걸 느낀다. 보육노조의 조합원이자 보육교사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그이. 이번에 사무실을 새로 이전하면서(서대문역1번 출구/충정로역 8번출구) 바뀐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회원들에게 이메일로 쫙 뿌릴때만 해도 흠, 우리도 빨리 해야되겠구나 하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오늘 보육노조 서울지부 일꾼 회의가 사무실에서 있었다. 이사 온 후 처음으로 조합간부들이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는거라 지하철역에서부터 길 묻는 전화가 계속이다. 그러면서 다들 한마디 한다. '주소랑, 전화번호만 공지하면 어떻게 길을 찾아오냐? 교사회 게시판에는 길 안내가 자세하게 나와 있더라. 그걸보고 찾아왔다.' 교사회 게시판에 몇번 출구를 나온 후에 골목을 어디에서 꺾는지 이정표로 무엇이 있는지 일일이 찾아오는 길 설명을 해 놓은 그이. 게다가 나는 내가 주로 타는 5호선에서 오는 길만 확인했는데 2호선에서 오는 길도 미리 확인해서 사람들에게 설명해준다. (길이 조금 다르다.) 작은 일 같지만 사실 찾아오는 사람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생각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이런 작업 하기 쉽지 않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도 꼼꼼이 챙기고 무엇보다 (찾아오는) 사람을 중심으로 먼저 생각하는 그이. 오늘도 또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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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부당해고 철회싸움을 해서 복귀시킨 조합원이 오늘 이야기 한다. "그만두고 집에 갈래요. 좋은 경험했다 치고 스트레스 그만 받고 싶어요." '그래 너는 그만두는 걸로 스트레스 정리하겠지만 나는 니가 그만두면서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 허망함을 속으로 삭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누군들 좋아서 싸우랴. 누군들 기꺼이 싸움을 중단하랴. 살아온 세월과 그동안 받았던 교육이 그저 그렇게 사는 방법밖에 가르쳐주지 못했고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도 어찌보면 장한 일이었지. 그래도 마음같아서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주었더라면.. 생각해보면 운동이랍시고 이리저리 뛰어다닌 세월이 제법 되어도 진정으로 대중과 함께 하는 운동은 이제야 처음인 까닭에 내 욕심껏 되지 않는 상황에 당황도 하고 허무해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 다시 되묻는다. 대한민국 평균 수명의 절반을 이미 보낸 상황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해보겠다고 나섰을 때부터 계속 되는 나의 고민. "내 활동과 선택의 정당성을 무엇으로 보여줄 것인가?"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나의 생각과 대응이 달라짐을 느낀다. 예전보다 시간이 부족한 듯한데 더 많이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역사를 움직이는 동력이 소수의 뛰어난 엘리트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다수, 실수도 하고 개기기고 하고 가끔은 뒤쳐지는 듯이 보여도 한발 또 한발 꾸준히 움직이는 발걸음으로 역사의 진보가 온다는 믿음이 없다면 어찌 이 일을 할까? 앞으로 내가 경험할 무수히 많은 실망과 허망함, 그리고 그 안에서 찾아내야 할 희망의 싹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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