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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부엌에 들어갔더니 꿀초가 오리 촛대 위에서 타고 있어서
대안문화캠페인-플러그를 뽑고 한 박자 천천히 '캔들나이트', 를 맡고 있는 은진이
설겆이를 했구나,를 새삼스레 다시 알게되드라고.
설겆이 하는 것을 삐꼼히 봤는데도.
오늘은 손님들이 많이 오셔서 (것도 내가 담당인 프로젝트에 속해 계신 샘님들)
사무국 식구들에다가 +6명이니,
거의 열 명이 넘는 사람들 설겆이를 한거고
또 오늘 당신이 식사, 설겆이 당번도 아니었잖아.
할일 많다고 삐죽대고 삐족한 구두처럼 툴툴대고 있는데
내일 진행될 '숲치유 워크샵'을 담당하는 생태팀 짐 챙기는 걸 도와주는 것도 보았다오.
낮에는 설겆이 당번 대신, 오후에는 대안문화-기획홍보팀 일 대신 생태팀 일 같이 하고
것도 여섯시, 퇴근 시간 지나서 한 명씩 부수수 빠져나가는데
그 일을 도와주고 있었단 말이시.
자기팀 일도 아니고, 자기 팀 일 만으로도 '플러그 못 뽑고 캔들은 커녕 어쩔 때는 주말도 나와서 일하는' 처지에 말이지.
이제는 그만두었지만 전에 회계를 맡은 은희 샘, 머리가 부수수 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어이, 남말 하지 말고 스스로 머리를 열심히 감자 -_-)
저 긴 머리를 쫌만 다듬으면 조겄다, 이로코롬 생각도 했다가
넘의 일이라 금세 까먹고, 그런 것을 이야기하기도 거시기혀서, 또 넘일에 신경쓰는 자체가 귀찮아서 그런갑다,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 은진 샘이 조용히 가서 빗 한 마리를 선물하면서
샘님, 이걸로 머리 빗어요, 라고 하는 것을 또 보고 말았삼.
시시껄렁한 일들, 이라면 시시껄렁한 일들이지만
사람은 취약한 존재니까,
시시껄렁한 것들이 없다면 삶이 기어가지도 못하니까,
시시껄렁한 것들에 기반해서 당신을 존경하는 눈으로, 반짝반짝 쳐다보게 되었어.:-)
일하는 직장에
존경할 만한 사람이 있는 거,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
그런 좋은 사람들을 보는 것,
오리촛대 위, 꿀 냄새를 킁킁 내면서 타고 있는 꿀초(밀랍초)보다
더 달달한 느낌.
미국 잘 다녀와요, 은진.
더 좋은 사람이 되서 와줘, 내가 옆 책상에서 기다릴께.
'은진 바리스타'가 타 주는 커피냄새가 사무실에 없는 것도 거시기한께 얼릉 오드라고,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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